경향신문(총 793 건 검색)
- 안희정, 손배소송 패소···“피해자에 8347만원 지급하라” [플랫]
- 2024. 05. 24 12:04사회
- ..., 충남도는 안 전 지사와 공동으로 이 돈 가운데 534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9년 9월 9일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희정 전...
- 플랫
- ‘비서 성폭행’ 안희정, 손배소송 패소···법원 “8347만원 지급하라”
- 2024. 05. 24 10:51정치
- ... 2020년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준헌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범죄 피해자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 안희정충남도
- ‘안희정 미투 증인’ 신용우 “전과·사회적 물의 없는데도 검증 보류”
- 2024. 01. 17 15:49정치
- ... 세종을 출마를 준비 중인 신용우 전 충남지사 비서. 신 전 비서 제공 “안희정 성폭행 사건 재판서 피해자 편에 서서 보류하나” 충남 세종을 출마를 준비 중인 신용우 전 충남지사 비서는 17일...
- 더불어민주당안희정총선
- ‘심기 보전’ 의전 카르텔…전 수행팀장이 풀어낸 ‘안희정의 몰락’
- 2023. 12. 05 14:33인물
- ... 출신 문상철씨(40)는 최근 책 <몰락의 시간>을 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문씨는 2011년 안희정 도정 1기 충남도청에 입사해 2017년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당시 안 전 지사 수행팀장을 지낸...
- 안희정몰락수행팀장반성문상철
스포츠경향(총 304 건 검색)
- [간밤TV]‘아이콘택트’ 재즈 가수 안희정×유도 전설 김재엽 눈맞춤 소개팅 “설레면서 안타까워”
- 2020. 09. 24 08:50 연예
- ‘아이콘택트’. 채널A 제공채널A의 신개념 침묵 예능 ‘아이콘택트’가 눈맞춤 소개팅 프로젝트 ‘만남시그널’에 이어 ‘중년시그널’로 가을의 낭만을 한껏 자극했다. 청강생 MC ‘금돈’으로 찾아온 박준금이 3MC 강호동 이상민 하하와 함께 지켜본 ‘중년시그널’에는 재즈 가수 안희정과 유도계의 전설 김재엽이 출연, 조심스럽게 사랑과 인생을 이야기하며 두근거림을 선사했다. 9월 23일(수) 방송된 채널A ‘아이콘택트’에는 최근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재트리나’로 불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23년 차 재즈 가수 안희정이 첫 출연자로 등장했다. 안희정은 “어린 나이에 첫사랑과의 이혼뿐 아니라 인생의 굴곡을 많이 겪었다”며 “하지만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존재감을 얻으며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 같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안희정은 이날 자신에게 눈맞춤을 신청한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른 인터뷰실에 나타난 안희정의 상대방은 1988년 서울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김재엽이었다. 그는 최근 스포츠 레전드들의 축구 도전기를 그린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안희정과 같은 트로트 오디션에도 출연한 바 있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김재엽 역시 “어떤 여성분이 나를 찾는다기에 나왔는데…”라며 상대방에 대해 감을 잡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드디어 등장한 ‘중년시그널’의 주선자는 바로 안희정의 딸 장윤영이었다. 장윤영은 “노사연 씨께서 주선하신 지상렬&조수희 씨의 ‘만남시그널’을 보고 용기를 냈다”며 “제가 초등학생도 되기 전에 이혼하신 엄마가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딸이 주선하면 엄마도 좀 편안하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장윤영에 따르면 안희정과 김재엽은 이혼과 사업 실패, 큰 교통사고 등을 비슷하게 겪었다. 장윤영은 “아저씨께서 엄마의 팬이자 든든한 ‘남사친’이 돼주시면 좋겠다”고 바랐고, 안희정의 오랜 친구인 이날의 MC 박준금은 “이제 희정이가 그만 울었으면 좋겠어. 두 분 공통점이 많네”라며 둘의 만남을 적극 응원했다. 마침내 안희정은 떨리는 마음으로 눈맞춤방에 들어왔지만, 블라인드가 열리고 나타난 상대는 딸 장윤영이었다. 장윤영은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한테 고마운 게 참 많아”라고 고백했고, 이어 “엄마랑 공통점이 많아 보이는 ‘남사친’ 한 분과 소개팅을 주선했다”고 말했다. 안희정은 깜짝 놀랐지만, 딸이 퇴장한 뒤 블라인드 뒤에서 공들여 화장을 고치는 모습으로 MC들을 설레게 했다. 이후 진짜 눈맞춤 상대 김재엽이 들어왔고, 블라인드가 열리자 두 사람은 쑥스러움에 ‘아무 말 대잔치’를 벌였다. 그러나 제작진이 개입해 ‘침묵 속 눈맞춤’을 주문했고, 안희정과 김재엽은 진지하게 서로를 바라봤다. 눈맞춤이 끝난 뒤 안희정은 “예전에 술자리에서 오빠께서 ‘이제 울지 마, 오빠가 있잖아’라는 말도 하시지 않았느냐”고 말했고, 김재엽은 “힘들 때 속마음 터놓을 사람은 있어?”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이에 안희정은 “저는 거의 들어주는 편”이라며 “때로는 날 아껴 주고 챙겨주는 사람 있었으면 할 때는 있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재엽은 “나도 그런 스타일이야. 집에 혼자 들어갈 때 가장 외로워”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막상 서로에 대한 관심을 직접 표현하지는 않아 MC들을 더 애타게 했다. 김재엽은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좋은 남자친구를 만나야지”라고 말했고, 안희정은 “오빠는 외로워 보이시는데, 내가 이런 성격의 오빠 애인이라면 어떨 것 같아요?”라고 에둘러 물었다. 이에 김재엽이 “성격도 좋고 예쁘고,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지”라고 답하자 안희정은 “이런 성격이 괜찮으면 하나 소개해 줘야겠다”며 웃었다. 하지만 김재엽은 “아니야, 소개 안 시켜 줘도 돼. 내가 여자를 케어해 줄 수 있는 성격은 못 되는 것 같아”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후 두 사람은 이혼의 상처와 괴로웠던 교통사고의 기억을 떠올리며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 갔다. 안희정은 “오빠가 얼마나 고독하고 힘든 인생 걸어왔는지 알아요. 이제 내가 외로우면 술 한 잔 하자고 귀찮게 할 수도 있는데 괜찮아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김재엽은 “너무 좋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 나이에 서로가 사랑하다 이별하면 더 힘들고 아프잖아”라며 “친구로 지내면 오래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데,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면 안 좋다”고 말했다. 안희정 역시 “남녀는 끝이 있어요”라고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 사이엔 정적이 흘렀다. MC 이상민은 “상처가 많은 중년은 어쩔 수 없이 사랑 때문에 이 사람을 잃으면, 또는 저 사람이 잘못되면 어쩌나 싶어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김재엽은 안희정을 향해 애써 태연한 듯 “세상 살다 보면 남자가 필요할 때가 있어. 그때 언제든지 전화해. 또, 남자들이 또 귀찮게 하면 다 일러”라고 말했고, 안희정은 “우리는 그렇게 잘 지내면 되죠”라며 웃었다. 두 사람은 눈맞춤방 가운데 선을 두고 악수를 나눈 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며 함께 방을 나왔다. MC 강호동은 “에둘러 표현한 듯하지만 사실 ‘긍정 시그널’과 ‘직구’가 많았다”고 말했고, 하하는 “촬영 끝나고 김재엽 형님이 안희정 씨 모녀에게 프리미엄 소고기를 쏘셨다고 한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박준금은 “중년의 가슴에도 두근거림은 있다”라고 마지막 명언으로 이날의 설렘 가득 눈맞춤을 마무리했다. 청강생 MC ‘금돈’ 박준금과 다시 함께하는 추석특집으로 돌아올 채널A의 신개념 침묵 예능 ‘아이콘택트’ 다음 회는 9월 30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방송된다.
- 간밤TV
- ‘보이스트롯’ 안희정, 진통제 투혼 속 무대 오른다
- 2020. 08. 12 21:08 연예
- MBN 제공.가수 안희정이 진통제 투혼을 펼친다. 오는 14일 오후 9시 50분 방송되는 MBN ‘보이스트롯’에는 한층 치열해진 2라운드가 열린다. 안희정, 문희경, 박희진, 김민희, 양금석, 채영인 등 ‘보이스트롯’ 최고 실력자가 뭉친 ‘쓰러집니다’ 팀은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에 매진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그런 가운데 1라운드 올크라운에 빛나는 안희정은 안무 연습 도중 교통사고 후유증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안희정은 “교통사고 당시 뼈를 많이 다쳐서 춤을 추면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침도 맞고, 진통제도 먹으며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보이스트롯’을 향한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연습실에는 가수 김용임이 박희진과의 친분으로 깜짝 방문해 눈길을 끈다. 팀원들의 노래 실력을 지켜본 김용임은 “가수 해도 되겠다”라며 놀라움을 아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쓰러집니다’ 팀을 위한 트로트 강의를 펼치는가 하면 녹화 당일 현장을 방문해 힘을 보탰다. 공개된 ‘쓰러집니다’ 팀 무대는 가히 파격 그 자체였다고. ‘쓰러집니다’ 팀은 마치 비욘세를 연상케 하는 파격 무대 의상으로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는 후문. 절정의 섹시 의상과, 걸그룹을 능가하는 안무, 빈틈없는 노래실력으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무대를 펼쳤다고 한다. 특히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게스트들과의 컬래버레이션까지 선보여 재미를 더한다. 레전드 심사위원 혜은이는 “노래를 이렇게나 잘하다니 가수들이 각성해야 할 것 같다”라고 극찬을 쏟아냈다. 하지만 결과는 ‘보이스트롯’ 역대급 반전이었다는데. 예측 불가 결과에 방청객은 물론 출연자들마저 “이게 무슨 일”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해 궁금증이 증폭된다. ‘쓰러집니다’ 팀은 전원 3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을지, 모두가 놀란 반전 결과는 무엇일지 ‘보이스트롯’ 6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이스트롯’은 5회 연속 종편 및 케이블 포함 동 시간대 1위 시청률을을 기록했고, 2라운드 첫 무대가 공개된 지난주는 분당 최고 시청률이 무려 11.313%까지 치솟았다.
- 안희정
- ‘성폭행 폭로’ 김지은, 안희정 등 상대 3억 손해배상 소송
- 2020. 07. 03 23:26 사회
- 지난 2018년 3월5일 김지은씨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하고 있다. jtbc뉴스룸 캡처|연합뉴스성폭행 피해 사실 등을 폭로해 ‘미투 운동’에 불을 붙인 김지은 씨가 가해자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 측은 전날 안 전 지사와 충청남도 등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김씨 측은 안 전 지사의 범죄로 인해 발생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 전 지사의 범죄가 직무 수행 중 발생한 만큼 소속 지자체인 충청남도 역시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일하던 김씨는 2018년 3월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과 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안 전 지사는 지위를 이용해 김씨를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 등이 인정돼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판결은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 [속보] 대법,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 안희정 전 지사 징역 3년6월 확정
- 2019. 09. 09 10:36 생활
- [속보] 대법,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 안희정 전 지사 징역 3년6월 확정 안희정 전 충남지사 상고심 재판. 연합뉴스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씨의 피해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인정했지만, 2심은 “피해진술에 일관성이 있어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김씨의 피해진술을 믿을 수 있다”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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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아내가 쏘아올린 ‘여·적·여’(2019. 02. 25 14:42)
- 2019. 02. 25 14:42 사회
- ㆍ‘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아이러니… 성범죄자 가족이 대항하는 일반적 현상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프레임은 우리 사회에 지독하리만치 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고질적 병폐는 법을 다루는 법정 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성폭력 가해자인 남편을 위해 상대 피해여성을 ‘불륜의 당사자’로 만들어버리는 방식은 법조계에서 고질적으로 이뤄진다. ‘내 남편이 성범죄자인 것보다는 불륜남인 게 가정을 지키는 데 낫다’는 인식 역시 ‘여·적·여’를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불륜은 처벌도 받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2월 간통죄에 위헌결정을 내렸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과 활동가, 지지자들이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사건 2심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부하직원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피감독자 간음 등)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고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 역시 이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 지 2주 만인 지난 2월 13일 민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은 용기 있는 미투가 아니라 불륜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김○○씨보다 더 나쁜 사람은 안희정’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그 이유를 “가정을 가진 남자가 부도덕한 유혹에 넘어갔고, 어리석음으로 지지하던 분들에게 상처를 입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김씨가 안희정을 적극적으로 유혹했다고도 적었다. 불륜의 주도적 인물이 김씨이고, 안 전 지사는 불륜에 넘어간 어리석은 남자라는 주장이다. 민씨의 글을 인용한 각종 보도를 중심으로 피해자 김씨에 대한 비난 댓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현재 민씨가 작성한 글에는 2만1000여개의 격려 댓글이 달려 있다. 이어 2월 20일에는 피해여성이 안 전 지사 및 지인들과 나눈 메신저 대화내용을 옮겨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사랑했고, 둘은 불륜관계일 뿐 미투 사건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조계는 그러나 이 같은 민씨의 행동이 성범죄자 가족이 보이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종의 관행처럼 벌어지는 일이라는 얘기다. 성폭력 전담재판부를 거친 일선 판사는 “가해자의 부인이 상대 여성을 불륜 또는 ‘꽃뱀’으로 몰고, 남편의 잘못을 덮으려는 변론은 실제 재판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이라며 “가해 남성의 가족이 재판부에 제출하는 각종 탄원서는 대부분 이런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미투가 아니라 불륜” 유죄판결 반박 실제 미투 이전부터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피고인 가운데는 상당수가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평범한 직장인에 어느 정도 배운 사람이다. 배움이 짧거나 직업이 없고, 평소 범죄를 많이 지은 사람만 성폭력 가해자가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가족 입장에서는 평범하고, 또는 존경받는 인물이었던 가장이 어느 날 갑자기 성범죄자가 되는 상황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의 말이다. “직장 상사가 부하직원을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는데 부인이 탄원서를 계속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런데 정말 내용이 적나라했다. ‘그 여자를 때려죽이고 싶다. 둘은 불륜이었다’ 등 가해자인 남편보다 오히려 상대 피해여성을 비난하는 형식의 탄원서였다. 어떤 부인은 법정에서 ‘피해자 말만 믿는다’며 울부짖기도 했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그런 탄원서나 발언을 보면 일차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찌됐든 부인 역시 피해자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인을 피해자로 만든 가해자는 성폭력 피해를 당한 상대 여성이 아니라 그 부인의 남편이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부인 민주원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민주원씨 페이스북 캡처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2월 19일 <주간경향>과의 전화통화에서 “법정뿐만 아니라 대학이나 공공기관에서 벌어지는 각종 성범죄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이 피해학생 또는 피해직원을 상대로 가해남성의 가족(특히 부인)이 ‘해당 여성이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남편을) 유혹했었다’는 식의 탄원서를 제출해 2차 가해를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에서라면 객관적 판단도 가능하겠지만 법정 밖에서 이뤄지는 각종 피해조사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탄원서가 ‘성폭력 범죄가 발생했다’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여성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가해남성을 두둔하는 방식은 불행히도 친족 성폭력 범죄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2013년 지방의 한 법원은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처벌을 면하기 위해 자신의 여동생(피해아동의 고모)에게 가짜 증거를 만들게 한 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및 증거위조교사 등)로 구속기소된 남성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부분은 피해아동으로부터 “아빠가 때리니까 화가 나서 아빠가 몸에 손댔다고 거짓말한 거야”라는 발언을 강제로 받아내 녹음한 당사자가 피해아동의 가까운 혈육인 고모와 사촌언니였다는 점이다. 피해아동은 자신의 진술이 거짓말이었다고 하지 않을 경우 어릴 때부터 키워온 할머니와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거짓증거를 만드는 데에 가담했다. 또 피해아동의 할아버지는 “아버지 면회를 가서 ‘거짓말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하고 오라”고 시키기까지 했다. 교도소 접견실에서 재소자와 방문자가 나눈 대화는 모두 교도관에 의해 기록된다. 대화기록은 피고인의 유죄를 탄핵하는 결정적 증거가 되기도 한다. 이 부분을 노린 것이다. 수도권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심지어 친딸을 성폭행한 남편을 두둔하기 위해 ‘딸이 먼저 아빠를 유혹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부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항소심 재판부가 상화원(지사 공관)의 방 구조에 대한 현장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자신의 증언을 채택하지 않아 오판을 했다’는 비판 역시 진실게임을 가장한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실제 검찰은 5페이지 분량의 상화원 현장 사진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 역시 방 구조를 민씨가 공개한 동영상과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고인 부인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이미 다 확인된 부분인 점과 비공개 재판을 통해 피고인이 요청한 부분 등을 전부 고려했을 때 부인이 그 같은 주장을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해자 가족 “여자가 남자를 유혹했다” 김보화 책임연구원은 “가부장적 국가일수록 남편의 위치에 따라 부인과 그 가족의 위치 및 사회적 영향력이 달라진다. 남편이 무너지면 부인의 위치도 무너지기 때문에 남편의 범죄를 부인이 두둔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프레임은 분명히 사라져야 하는데도 여전히 성범죄자의 부인이 피해여성을 비난하는 변론전략이 활용되는 것은 결국 어떤 재판부에는 그 방식이 먹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성범죄자 아버지는 안 되고, 불륜 아버지는 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 안희정 재판 2막, ‘진실’ 밝혀질까?(2018. 09. 03 14:30)
- 2018. 09. 03 14:30 사회
- ㆍ검찰의 항소이유 중 ‘심리미진’… 항소심 재판부가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은 안희정 재판 2막이 시작됐다. 서울서부지검은 안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1심 무죄판결이 내려진 지 6일 만인 8월 20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은 이제 서울고등법원 성폭력 전담재판부에서 다뤄진다. 법원 관계자는 30일 “이르면 9월 첫째 주에 사건이 배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은 다시 시작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8월 14일 서울 서부지법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자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주목해 봐야 할 점은 항소심 재판부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다시’ 검토하느냐다. 항소심은 어려운 말로 ‘사후적 속심’이다. 때문에 1심 판결에서 사실관계가 충분히 다뤄졌더라도 항소심에서도 또다시 사실관계를 다퉈볼 수 있다. 증인신문, 피고인신문뿐만 아니라 (통상 성인 여성에 한하지만) 피해자도 다시 불러 진술을 들을 수 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가 어느 수준까지 사건을 다시 살펴보느냐에 따라 1심 재판보다 더 방대한 재판 진행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충분한 수사를 했나 검찰은 상소하면서 항소 이유로 재판부의 ‘심리미진’을 적시했다. 재판장이 사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무죄판결을 내렸다는 말을 돌려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 ‘심리미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재판부를 설득하는 것은 검찰의 일이다. 그런데 검찰은 안 전 지사가 수사기관에서 충실히 조사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피고인신문을 하지 않았다. 안희정 전 지사의 판결문(총 114페이지)을 살펴보면 검찰 역시 충실한 수사를 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다음은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이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에게 연락한 경위(맥주를 가져오도록 지시하기 위해), 피해자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하게 된 경위(피해자가 텔레그램 문자메시지로, ‘지사님 외로우시죠’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 성관계를 하게 된 경위(‘내가 자네를 가져도 되겠는가’, ‘네’)는 물론, 성관계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 등을 이야기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임의로 작출하기 어려운 내용을 나름 구체적으로 일관성 있게 진술하고 있는 듯하다(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이후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관련 정보를 삭제하여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음을 뒷받침할 수 있는, 피고인 계정에 확보된, 텔레그램 대화내역 등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판시내용에도 나오듯 피고인 역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는 없다. 재판부는 그러나 안 전 지사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일관성 여부 및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재판부는 꾸준히 ‘텔레그램 대화내용’을 증거로 들고 있다.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또다시 (누가 지웠는지 알 수 없는) 피해자 휴대전화 내 텔레그램 대화내용이 근거로 제시된다. 피해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대화 내용은 남겨놓고, 불리한 대화 내용은 삭제했다고 판단되므로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안 전 지사는 자신의 대화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했을까. 아니다. 그냥 진술만 있을 뿐이다. 판결문에 적시된 것처럼 안 전 지사는 비록 수사 개시 전이더라도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텔레그램을 비롯한 관련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 엄밀히 말해 증거인멸이다. 안 전 지사는 변호인과 검찰 양측의 거부로 피고인신문을 받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이 전부다. 재판부는 수사기록을 토대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안 전 지사의 진술은 법정에서 단 한 번도 현출되지 않았다. 피고인을 법정에 세워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공격과 방어를 하지 않았다. 재판부도 직권으로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공판중심주의에 위배된다. 재판부는 유독 피해자와 가해자, 피해자와 지인 사이의 메시지를 판단근거로 들면서 텔레그램의 기능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텔레그램 내에는 일반대화와 별개로 ‘비밀대화방’ 개설이 가능하다. 비밀대화방에서는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언제든 지울 수 있다. 내 휴대전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삭제된 메시지는 상대방 화면에서도 지워진다. 피해자가 줄곧 성폭력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자신이 지우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텔레그램 삭제 입증책임은 검찰에 ‘간음 전후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주고받은 일반 텔레그램의 대화 내용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자니’, ‘글고 여기 문자’라고 보낸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삭제되어 있고, 이에 대해 피해자는 자신이 대화내역을 삭제하지는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는 바, 만일 피해자의 증언대로라면 피고인이 스스로 텔레그램의 대화내역을 지운 것이므로 굳이 피해자에게 ‘글고 여기 문자’라며 대화내역을 지우도록 지시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피해자는 피고인의 지시는 그대로 수행해 왔다고 수차례 진술한 점이나 대화의 맥락이 갑자기 끊기는 것으로 보아도 대화내역이 삭제되었을 여지가 크다).’(판결문 39페이지) 애초에 입증책임은 검찰에 있다. 검찰은 누가 지웠는지를 입증하지 않았다. 통상 수사기관이 입증하지 못했을 경우 재판부가 직권으로라도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질문을 할 수 있다. 피고인이 만약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한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재판과정 어디에서도 피고인에게 질문을 던진 흔적은 없다. 성폭력 전담재판부를 했었던 한 판사는 “피해자를 법정에 세워 진술을 들었다면 설령 피고인 측이 거부했더라도 피고인신문 절차가 진행됐어야 한다”며 “판결 결과가 정당하려면 과정도 공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범죄는 항상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 때문에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함께 피해자를 둘러싼 증거의 ‘객관성’이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판결문 내에서도, 법정 내에서도 피해자는 자신이 입은 피해를 흔들림 없이 진술하고 있다.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피해자는 총 4건의 강간(피감독자 간음)과 한 차례의 성추행(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5차례의 강제추행 사실을 진술했다. 그런데 ‘피해자를 둘러싼 증거의 객관성’에서 재판부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을 한다. 재판부는 “강간피해를 당한 이후 스위스 현지에서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피해사실을 알렸다”는 피해자 진술에 대해 스위스와 한국의 현지시간 측정을 통해 ‘시간대가 (증인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척한다. 피해사실 이외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배척함으로써 강간피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성범죄 전담재판부를 맡고 있는 한 판사는 “피해자가 ‘O시 O분 OOO에서 강간을 당했다고 진술을 하는데 피해자 소유의 카드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같은 시각에 사용된 기록이 남아있다면 이는 객관성이 떨어지는 것이지만 피해자가 이후 지인과의 대화를 기억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가 4차례의 강간과 6차례의 강제추행 피해를 입은 상황에 대한 판단보다도 ‘피해자의 불손한 의도’를 찾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피해자는 가족과 지방에서 식사를 하던 중 안 전 지사의 부름을 받고 숙소로 갔다가 강간피해를 입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사실에 집중하는 대신 피해자가 보직변경으로 수행업무를 할 필요가 없음에도 호출에 응해 찾아간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판단을 내린다. 또 거절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점도 강간이 아닌 화간에 방점을 두는 근거로 사용한다. 수행과정에서 피해자만 안 전 지사와 한 호텔(다른 방)에서 묵고 운전기사는 다른 숙소로 가도록 한 점 등을 들어 피해자의 의도를 의심한다. 이는 결국 항소심 재판부에서 다시 다뤄져야 할 부분이다. 다음으로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재판부의 이해다. 명확한 물증이 있는 범죄에서는 가치판단이 유·무죄를 좌우하기 어렵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 특히 ‘평범한 성인여성’이 피해자인 권력형 성폭력 범죄에서는 가치판단이 들어가 전체 판단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판결문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재판부의 가치판단이 보인다. ‘첫 번째 성폭력 피해(강간)를 입었을 당시에는 동의하지 않은 피감독자 간음으로 볼 여지가 있더라도 일정 기간을 두고 수차례 강간과 강제추행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데 이를 피하거나 싫다는 표현을 하지 않고 응해온 것은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위 ‘성폭력 피해자가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태도가 아닌 모습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한다. ▲첫 강간이 발생한 때로부터 몇 시간이 지난 후인 당일 아침 피고인이 좋아하는 순두부집을 물색하려 애쓴 점 ▲첫 강간사건이 발생한 당일 피고인과 와인바에 들러 담소를 나눈 점 ▲러시아에서 귀국한 당일 피고인이 이용했던 미용실에 연락해 예약을 잡은 점 ▲가까운 제3자에게 피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단서도 전혀 남기지 않고 피고인을 지지하는 취지의 대화를 한 점 등이다. 판결문에 나타난 재판부의 가치판단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그러나 “현대 젊은 여성은 기본적으로 남성 위주의 사회생활에서 어렵게 직장생활을 이어간다. 그런데 피해를 입자마자 반발하고 가해자에게 적개심을 표하는 등의 제대로 된 항의를 하지 않았으니 강간이 아닌 화간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는 판단은 지극히 남성의 시각에 불과하고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역시 항소심 재판부가 다시 다뤄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위력은 권력자의 의지에 따라 행사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할 정도에 이른 것을 전제로 하는 범죄이므로, 단순히 위력관계 즉, 권력적 상하관계에 놓여 있는 남녀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구성요건이 충족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위력의 존재(1단계)→행사(2단계)→범죄와의 인과관계 존재(3단계)→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4단계)’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개별 공소사실마다 2단계, 3단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위력이 존재하더라도 안 전 지사가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로 연결되지 않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식이다. 또 설령 위력을 행사했더라도 피해자가 이에 수긍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인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아 피감독자 간음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그러나 상급자는 존재 자체로 위력이 행사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여성계의 주장이다. 이 경우 위력의 존재와 행사는 하나로 합쳐 작동한다. 이미 위력이 행사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원했는지 여부’는 피해자가 고소를 한 시점부터 증명이 된 상태다. 성폭력이 발생한 상황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된다면 이는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여성계의 입장이다. 통상 피감독자 간음추행죄는 장애인이나 미성년자, 청소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서 주로 적용되는 죄명이다. 멀쩡한 성인여성이 수차례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문제제기를 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상황을 남성 또는 권력자의 일방적 시각으로만 본다면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고법 내 성폭력 전담재판부는 총 5개다. 재판장은 전부 남성이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아무리 법원에서 정기적으로 성인지 교육을 실시하지만 판사들의 남성 중심적 선입관을 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검찰 역시 대부분이 남성으로 구성돼 있지만 피고인에 대한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성 중심의 선입관을 깰 증거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배상훈 프로파일러의 범죄도시](14)안희정의 ‘가해자다움’ 김지은의 ‘피해자다움’(2018. 08. 20 14:38)
- 2018. 08. 20 14:38 사회
- 경악스러운 것은 이 사회의 다수 법률가들의 인식 즉 “김씨처럼 성인 여성이고, 사회적인 지위를 갖추고, 판단 능력이 있는 사람이 불일치하는 진술과 행동을 한다는 점은 피해자다운 태도가 아니다”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시스템이 운영하는 형사사법절차의 핵심 중 하나는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 가해자의 범죄사실을 입증하고 그에 적합한 처벌과 함께 피해 회복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피해자가 피해를 스스로 구제하려고 할 때 발생하는 공동체의 혼란을 방지하려는 것 외에 피해자가 가해자의 범죄를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무기의 평등’을 이루기 위함이다. 그런데 살인 등 범죄에는 이 원칙의 적용에 사회적 불만이 비교적 적은 반면, 폭력이 본질이거나 핵심적으로 수반된 범죄의 경우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노정돼 왔다. 특히 사회불평등지수가 높고, 성인지지수가 낮은 국가들에서 두드러진다. 성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8월 14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이준헌 기자 안희정의 가해자다움 수사에 소홀 특정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은 둘 혹은 그 이상의 관련자 사이의 권력관계를 포함해 사건의 전후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사건 발생 전후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의 ‘시선의 이동 혹은 전환’ 같은 심리적이며 사회적인 맥락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폭력범죄가 발생하면 폭력관계를 둘러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권력관계에 섞이기 싫어서 방관하다가 그 중 약한 자를 공략하는 방식을 택한다. 성범죄는 ‘정조범죄’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폭력범죄다. 이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사실조차 부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성범죄에는 (사회적·맥락적) 권력관계가 투영된다. 지나가는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는 성추행 범죄를 저지른 경우 그 자체로 무슨 권력관계냐고 하겠지만, 그 사건이 국가에 의해 처리되는 과정을 보면 권력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가해자는 “피해여성의 옷이 너무 야해서 그랬다”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는 등 범죄행위와는 무관한 발언을 늘어놓는다. 피해자는 자신이 당시 야한 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어떤 옷을 입어야 성폭력 피해를 당하지 않고, 피해 발생 후에는 어떤 행동을 해야 피해자답다는 정의가 자리잡혀 있다. 이것은 권력관계다. 회사 사장이 갓 입사한 여직원에게 성적 욕구를 느껴서 접근한 경우 사장은 여러 수단을 통해 여직원을 회유한다. 월급, 보너스, 편한 보직 등등. 그러다가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는 자리 즉 회식 자리 혹은 1박2일 야유회 자리 등에서 성관계를 맺은 경우, 사장은 여직원이 더 많은 월급이나 편한 보직을 노리고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본질은 사장이 여직원에 대해 성적 욕구를 느껴서 실행한 것이 핵심이며, 그 실행의 수단으로 본인이 가진 권력이라는 힘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보통 이런 사건은 일종의 ‘기브앤드테이크’로 처리되어 사장은 성적 만족을 가졌고 여직원은 사장이 던져준 권력의 일부를 누렸기에 범죄로 처리되지 않는다. 여성이 강간당한 다음날 그 여성은 피해자다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24시간 울어야 하는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자해를 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의 판사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강간 피해자들을 봐왔는지 의문이다. 또한 성범죄의 ‘암수범죄(편집자 주: 범죄가 실제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어도 용의자 신원 미파악 등이 해결되지 않아 공식적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지수’는 10%인 점을 감안하면 진짜 강간당하고 유린을 당한 여성의 상당수는 애초에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피해자다움의 일반성 운운하는 말들 자체가 객관적이지 않다.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못함을 공격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는 1차 사건 다음날 안희정을 위해 식사를 주문했다. 예를 들면 안희정 밥에 침을 뱉어야 피해자다움인가. 식사를 주문한 행동은 결국 김씨가 강간을 당했지만 그것을 빌미로 무엇인가 얻어내려고 했기에 결과적으로 그 강간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귀결이 된다. 재판부는 피해자 비공개 심문에서 ‘정조’를 언급했다. 그 얘기의 내면에는 그 ‘정조’를 얼마에 팔았느냐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이 사회의 다수 법률가들도 이런 인식 즉 “김씨처럼 성인 여성이고, 사회적인 지위를 갖추고, 판단능력이 있는 사람이 불일치하는 진술과 행동을 한다는 점은 피해자다운 태도가 아니다”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국가에서 폭력범죄가 국가에 의해 처리되는 방식은 매우 권력적이어서 사회의 권력관계를 반영한다. 관련된 사람들이 법정에서 자신의 유리함을 스스로 입증할 때, 가해자는 자신의 범죄에 대한 변명보다는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못함을 공격하는 것이 유리하다. 안희정 성범죄사건 재판을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국가는 안희정의 가해자다움을 입증하지 않고 김지은의 피해자답지 않음을 입증하려 했을까? 법원의 논리는 단순한 것 같다. 안희정과 김지은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까 안희정의 거짓말을 입증하기 힘들기에 김지은의 거짓말을 입증하면 판단은 쉽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법원이 성범죄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즉 성범죄사건의 특수성, 즉 다른 물적 증거가 의미가 없고 오로지 당사자의 진술과 행동만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특수성을 고려해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거나 구체적인지를 기준으로 신빙성 판단을 한다고 한다. 거기에 이번 사건 재판부는 피해자가 신빙성이 떨어지는 진술을 여러 차례 혹은 일부 하고 있는 것이 2차 피해로 인한 충격인지도 고민했으며, 혹여 피고인이 성적 길들이기를 한 것은 아닌지, 피해사실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순응하게 되는 심리상태에 빠진 것은 아닌지도 역시 살펴봤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안이 형사법정으로 온 이상 헌법적·형사법적 원칙에 기초”해 사안을 심리해야 하기에 이 사건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핵심적인 전제가 이상하다. 법원이 핵심근거로 삼아야 하는 헌법적·형사법적 원칙은 우선 피해자가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한 가해자의 주장에 대해 가해자를 먼저 수사해 그가 하는 진술이 객관적인 물적 증거와 부합하는지에 대해 판단을 했어야 했다. 만약 그런 판단이 어려울 경우 차선의 방법으로 즉 가해자의 거짓을 입증하기 어려울 경우 피해자의 거짓을 입증하여 역으로 가해자의 거짓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을 택했어야 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물론이고 검찰에서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안희정의 범죄혐의 여부에 대해서 직접적인 수사를 게을리한 점이 보인다. 우선 안희정 스스로 성관계는 인정했고, 다만 그 성관계가 강압이 아니라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성관계를 할 당시 안희정이 김지은에 대해 가졌던 감정을 안희정에게 입증하도록 했어야 하지 않을까. 즉 안희정이 돈을 줄 테니 성관계를 하자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니 당시 김지은을 이성으로 느꼈다는 점을 안희정 스스로 입증하면 되는 것이다. 이게 가해자를 수사하는 방식이다. 사법부에 다시 묻고 싶다. 당신들이 판단해야 할 것은 안희정의 ‘가해자다움’인가, 김지은의 ‘피해자다움’인가.
- 배상훈 프로파일러의 범죄도시
- [렌즈로 본 세상]세간의 이목 집중시킨 ‘안희정 자진출두’(2018. 03. 12 17:23)
- 2018. 03. 12 17:23 사회
- 여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자진출석하고 있다. 그는 조사실로 향하기 전 취재진들의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저로 인해 상처 입으신 많은 국민 여러분과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성실히 검찰 조사에 따라 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이 저에게 주신 많은 사랑과 격려,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 렌즈로 본 세상
레이디경향(총 1 건 검색)
- 충남도지사 안희정이 소통하는 법
- 2015. 01. 29 11:44 화제
- 스마트폰, SNS, 메신저 등 온갖 소통 수단은 늘었지만, 모두가 불통의 시대를 이야기한다. 소통의 해법을 찾아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물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십니까?’ 넥타이를 푼 편안한 차림이면 좋겠다는 요청이 잘 전달된 모양이었다. “너무 젊어 보인다”라며 아내가 썩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사줬다는 캐주얼한 회색 셔츠가 잘 어울렸다. 2010년 민주당 최초로 충남도지사에 당선돼 도민들의 신임을 얻는 행정가로 활동하며 2014년 도정 2기를 맞이한 안희정(50) 지사. 정치색을 거둬낸 인터뷰를 약속하고 만났을 무렵, 그의 이름은 차기, 대망, 대권주자 등의 단어와 함께 연일 정치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몰아치듯 오후 일정을 마치고 한숨 돌리는 기색인 그는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여유로운 티타임에 어울리는 질문을 해보겠다고 일단 운을 뗐다. 건강검진 이후 하루 대여섯 잔씩 마시던 믹스커피를 끊고 블랙커피를 마시는 50의 가장에게는 떠올리기만 해도 ‘이놈’, ‘이 녀석’ 등의 씩씩한 단어를 불러오는 두 아들이 있다. 그리고 요즘은 품안의 자식들을 슬슬 떠나보낼 마음의 채비를 하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비로소 시작된 대화 몸이 무거워질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 같은데요? 그래도 나름의 고민이 있어요. 입던 바지의 사이즈를 늘려야 하면 짜증이 나죠(웃음). 예전에는 마흔이 고비였다는데, 요즘은 쉰을 넘기면서 달라지는 듯해요. 저도 오십 넘으면서 꺾이고 있어요. 한편으로 여유로워지고, 한편으로는 포기하게 돼요. 예를 들어 운동이라면, 더 어려운 난도에는 아예 도전을 안 하게 돼요. 운동 한 번 세게 했다가는 며칠 드러눕게 되니까요. 몸에 대한 한계라는 것이, 자기가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을 더 중요하게 여기도록 만들더라고요. 열정의 무한 방출이 아니라…. 이 나이 되면 알아요(웃음). 막내아들이 막 스무 살이 됐죠? 도지사님은 그 나이에 이미 인생의 방향을 정하셨잖아요. 아드님도 진로를 정했나요? 이놈이 영어를 잘해요. 어느 날 보니 얘가 헤드셋 끼고 게임을 하면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하는 말이 대부분 속어예요(웃음). 참, 그 아이가 중학생일 때 같이 몽골 여행을 갔어요. 스웨덴, 영국, 핀란드, 미국 등지에서 온 10여 명이 팀을 이뤄 게르(전통 천막형 주택) 체험을 하러 초원에 나갔죠. 나는 콩글리시로 “하이, 하우 아 유” 하고 끝인데, 아들은 계속 같이 어울리는 거예요. 속으로 좀 놀랐어요. 그때 모스크바에서 영어 강사를 하는 50대 영국인에게 “아이가 영어 하는 걸 보면 가끔 욕설도 나오는 거 같던데, 부모 입장에서는 교육을 잘못 시킨 거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걱정이 된다”라고 했더니 “우리가 클 때를 돌아봐라. 언어를 배울 때 쉬운 욕부터 배우는 것이 당연하다. 애들은 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라고 저를 위로해주더라고요. 어쨌든 둘째 아이는 학원 한 번 안 다니고 게임과 음악으로 영어를 해서 영어특기생으로 이번에 대학에 갔어요. 두 아들이 대안학교를 다녔다면서요? 아이들 초등학교 때 제가 수감되면서 가족에게, 특히 아이들에게는 정서적으로 무척 힘든 상황이었죠. 아이들이 워낙 학교에 적응을 잘 못했는데, 기존 체제에 집어넣었다가는 더 힘들어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대안학교를 찾게 됐죠. 아이들도 그게 좋겠다고 했고요. 지금 돌아봤을 때 당시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선 부모가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느냐에 대해 마음 정리를 해야 돼요. 행복한 인생의 모범답안이 정말 있는 것인가, 내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이 정말 모범 답안인가, 하고요. 제가 젊었을 때는 아이들은 아직 완전한 인격체가 아니라 결정을 내릴 수 없으니 어른들이 전적으로 훈육해야 한다는 관점의 교육을 받았어요. 하지만 아이에게 다양한 여건과 기회, 자극을 제공하는 것까지는 해줄 수 있지만, 아이의 선택까지 제가 결정할 수는 없어요. 오히려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좌절하거나 지칠 때,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힘, 그 힘을 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큰 역할인 거예요. 물론 이렇게 아이들을 방목하는 것이 무책임한 결정은 아닐까, 하는 고민을 대안학교의 많은 부모들이 함께해요. 그럴 때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죠. 너는 인생의 답을 알고 있느냐, 하고 스스로 거울을 보는 거죠. 저는 별로 후회하지 않아요. 부모가 소위 명문대 출신일 경우, 아이가 공부를 못하거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있더군요. 저도 그랬어요. 좋은 결과를 기대하면서 죽어라 이 악물고 하면 될 일을 왜 안 할까. 이런 생각 때문에 아이를 나무라거나 쥐 잡듯 잡게 돼요. 저는 아이들에게 엄격하게 ‘예의 바르고 성실할 것’을 강조했는데, 사실 그 기준이 아이와 내가 많이 다른 거예요. 둘째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 6년 동안 드럼을 쳤어요. 아이가 드럼을 좋아하고 또 그걸로 끼를 발산하는 게 그렇다고 남을 해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오케이했죠. 그런데 전자드럼이 앰프를 끄고 치더라도 아무래도 소리가 나서 윗집 옆집에서 찾아오더라고요. 일부러 숨어서 아이가 어떻게 하는지 봤더니 “죄송합니다” 하고 나서 “그런데 아저씨, 저는 드럼을 치고 싶은데 몇 시에 치면 돼요?” 하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렇게 이웃집을 돌아다니면서 물어보고는 시간표를 짜서 치더라고요. 나름의 해결책을 찾은 거네요? 이게 재미난 게, 우리 애 입장에서는 아버지 세대가 이해가 안 간다는 거예요. 우리 세대는 미리부터 상대를 배려해서 실례할 일을 하지 않는 건데, 얘들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다가 태클이 들어오면 그때 조정하는 거예요. 가만 생각해보니, 아이의 태도와 방식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더라고요. 괜히 “이 자식아, 나는 안 시끄럽겠냐. 그러니까 나한테도 언제 드럼을 쳐도 되는지 물어봐야지!”라고 말은 했지만, 아이들과 우리 세대가 다르다는 걸 느끼고 그 사고방식을 인정하게 됐어요. 그 밖에 아이들로 인해 바뀌게 된 것이 또 있나요? 아이들 초등학교 때까지는 종종 군밤을 때리거나 회초리를 들곤 했어요. 그런데 중학교 들어가더니 안 맞겠다는 거예요. 한번은 부자간에 심각하게 붙어서 제가 손을 치켜들었더니 내 손목을 잡고 “아버지, 이제 그만 때려요” 하더라고요. 손찌검을 하려다가 아들에게 손목 잡히는 날, 아버지 인생은 무너지는 거거든요(웃음). 저도 그날 저녁에 거의…(웃음). 아이들과는 어떻게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나요? 한번은 아이가 대화와 말대꾸의 차이를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답을 생각하다 보니 저도 나이가 훨씬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과 ‘대화’를 해본 경험이 없었어요. 일방적으로 혼나거나, 아니면 상을 뒤엎고 반항을 하거나. 그렇게 대화가 깨진 책임은 어른이 져야 하는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젊은이와 대화할 때, 표정으로는 도발할 권리를 줘야 한다고 말해요. “인상을 찌푸리든 ‘썩소’를 날리든 봐주겠다. 단 언어든, 행동이든 폭력은 쓰지 마라”라고요. 그러고 나서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됐어요. 자녀 교육에 영향을 받은 조언이나 가르침이 있었나요? 어떤 교육학자의 책에 ‘내가 물려받은 모든 것을 내 대에서 단절시킬 수 있는 부모가 가장 좋은 부모다’라고 쓰여 있었어요. 왜냐면 그 아이는 그 시대의 들판에서, 그 시대의 바람과 공기 속에서 자기 인생을 경험할 것이기 때문에 누가 더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인 거죠. 그 말이 정말 감동적으로 들렸어요. 그렇다면 이제 아버지로서의 역할은 다했다고 봐도 될까요? 요즘은 친구로 잘 지내고 있어요. 내 젊은 친구로서. 우리 아이들과 클럽 한 번 놀러 가는 게 소원이에요. 아이들이 꼬드겨요. 엄마 몰래 데려가주겠다고(웃음). 아빠와 남편으로 찾은 행복 본인의 교육 원칙에 대해서는 부인께서도 흔쾌히 동의하셨나요? (잠시 생각하더니) 집사람이나 저나 항상 부모님 말씀 잘 들었던 ‘범생이’ 축에 속했죠. 따로 원칙이 있다기보다는 함께 룰을 만든 거예요. 두 남자아이가 가지고 있는 드센 성정, 모든 관심이 바깥으로 향해야만 했던 제 직업적인 배경…. 이런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우리 가족의 최적의 조건인 거죠. 저 역시 권위적인 아버지였는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나를 바꿔버린 거예요. 두 아들의 어떤 점이 어린 시절의 자신과 가장 닮았다 싶으세요? 일단 둘째는 외모가 거의 저랑 똑같아요. 그런데 애가 워낙 거칠어요. 감정 표현을 부드럽게 못해서 여자친구를 못 사귀더라고요(웃음). 첫째는 외가 쪽을 닮아서 키도 훤칠하고 운동도 잘하고, 눈썹도 짙고 예뻐요. 지금은 의경인데, 그 녀석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부부의 갈등 해결사가 됐어요. “지금 엄마 상태가 별로 안 좋으니까 아빠가 들어와서 이런 얘기를 해야 하고…” 같은 조언과 경고도 해주고(웃음). 두 아들은 아버지의 직업, 아버지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3년 전쯤, 학부형 모임에 갔었는데 마침 아이들이 앞에 나와서 자신의 아빠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아빠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과 정치인으로서는 존경해요”라고 하더라고요. 성실하다거나 어렵더라도 신념을 가지고 계속 밀고 가는 면을 보고 아마 직업인과 인간으로서 존경한다는 표현을 한 거 같아요. “그럼 아빠로서는?”이라고 물었더니 그건 대답을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게 친하다는 증거인 거 같아요. 부인에게도 ‘가장 친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하셨잖아요. 가장 지척에 있는 사람과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요? (잠시 생각하더니) 상대한테 서운해하지 않으면 돼요. 기대치를 낮춘다는 의미인가요? 서운해하지 않는다는 게 참 어려워요. 남녀가 처음에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같이 사는데, 시간이 지나면 양말은 왜 제자리에 안 두는가부터 시작해 생활 습관의 단점이 보이면서 부딪히게 돼요. 그럴 때 전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내가 혼자 자취할 때 빨래도 하고 밥도 해야 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왔으니까 빨래 하나 더 하고, 숟가락 하나 더 올려두는 거다. 그 이상으로 상대에게 기대하지 말자’라고요. 그런데 이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대목이 임신과 육아예요. 임신과 출산은 제가 어떻게 대신할 수 없잖아요. 가족의 회복 육아가 참 어렵죠. 네, 가장 어려워요. 저는 엄마가 사회생활을 계속할 마음이 있다면, 일하면서 행복한 엄마가 아이에게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포기하고 사회활동에 대한 동경과 일하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을 품고 한탄한다면 아이에게도 안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아내는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이 있는 거라며 10년 만에 교직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았어요. 그 언저리부터 사실 제 아내는 많은 피해의식과 패배의식을 갖게 됐어요. 저는 사회적으로나 직업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고 그동안 직업적인 진취를 이루지 못한 아내 입장에서는 자기 원망이 생겼죠. 부모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보니 그게 쟁점이 돼서 오랫동안 우리 사이에 언쟁의 중심이 됐고요. 어떻게 회복하셨어요? 2004년 대선 자금 관리자로서 책임을 지고 투옥된 1년 동안 참 고통스러웠는데, 그중에서 제가 노무현의 참모 안희정이 아니라 누구누구의 아빠 안희정으로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데 대해 후회가 밀려왔어요. 그 전에는 첫 번째도 민주화, 두 번째도 민주화, 세 번째도 민주화였죠(웃음). 같이 학생운동을 했는데, 왜 집사람은 밖에서 뜻있는 일을 하고 있는 나를 응원해주지 않을까, 이해가 안 갔거든요. 아내는 ‘아빠와 남편 역할을 통해 가정 안에서 행복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했죠. 처음에는 그것을 이기적인 욕심이라고 생각하고 헌신하지 않는 아내를 원망했어요. 그런데 우리 모두는 결국 각자 살 부비면서 살아야 할 가정이라는 공간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어요. 의무와 책임감이 아니라 진심으로 가족과 있을 때 행복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이후로 우리 가족 관계는 좀 더 좋아졌어요. 갈등이 있어도 회복이 빨라지고요? 끊임없이 좋아지고 있어요. 지금도 계속. 둘째 아들이 고등학교를 마치면서 부인께서도 공관으로 들어오셨다죠? 이제 열흘 됐어요. 3대가 덕을 쌓아야 이룬다는 주말부부 생활도 끝이 났네요(웃음). 그동안 직접 밥을 해서 드셨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어요. 최근 아내가 공부하러 다니다 보니 도지사 하기 전에 살던 용인 집에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오시게 됐어요. 그런데 도지사 봉급 가지고 일하는 아주머니 두 분을 쓰려니까 쪼들리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내포신도시 공관으로 오면서 “한쪽이라도 아끼자. 내가 해 먹을게” 한 거죠. 1년여 동안은 제가 해 먹었어요. 음식 하는 거 좋아해요. 텃밭도 가꾸신다고요? 시골 출신이라서요. 요즘은 텃밭이 20평 넘어가면 대농이라고 부른다는데, 공관 텃밭이 그 정도 되니 저는 대농이에요(웃음). 처음에는 철마다 뭘 심어야 하는지 몰라서 농업기술원에서 배웠는데, 가꾸다 보니 아주 재미있어요. 작년에는 무슨 농사가 잘됐나요? 이것저것 다요. 상추, 치커리, 겨자잎과 같은 쌈 채소에 고추, 호박, 가지, 무, 배추도 심었고요. 늦가을에는 지푸라기 깔고 생강도 심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가끔은 잘 모르겠어요. 어떤 때 보면 분명 시들시들한데 다음날 보면 쌩쌩하거든요. 농업기술원 박사들이 나 몰래 손을 보고 갔나 싶을 때도 있어요(웃음). 그렇다고 힘이 들지는 않아요. 매일 아침에 30분 정도 김매주면 깨끗하거든요. 그야말로 로컬 푸드를 실천하면서 살고 계시네요. 그게 어렵지 않아요. 우선은 학교 운영위원회 어머님들이 관심을 가지셔서 가락동 경매 가격으로 사지 말고 재배 농가와 직거래로 물량을 공급받으면 훨씬 안전한 식재료로 아이들 급식을 할 수 있어요. 양파나 감자가 풍년이 들어서 아무리 발에 차이더라도 우리는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먹어야 해요. 그게 정직한 소비예요. 무조건 싼 거 비교해서 사 먹는 건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니에요. 그런 경쟁을 하다 보면 그 교환 방식이 역으로 우리 모두를 비정규직으로, 일용직으로,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직업 고용 생태로 만들어버리거든요.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참여에 대해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도시와 농촌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실은 주부의 정당한 소비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시니 쉽게 와 닿네요. 그럼요. 된장찌개, 감잣국, 감자채볶음 등으로 자주 먹는 감자는 매번 무겁게 장을 안 봐도 돼요. 오래 두면 싹이 나니까 1, 2주일 소비할 정도의 망 단위로 구입하면 되죠. 인터넷에 ‘농사랑’이라고 치면 충청남도 농특산물 인터넷 쇼핑몰이 나와요. 양파, 감자, 잡곡류, 쌀류 이런 것들은 이런 곳에서 직접 구매해서 먹으면 돼요. 택배비도 거의 안 들고, 훨씬 경제적이고. 그런 소비량이 전체 농수축산물의 거래량에서 30~40% 정도만 차지한다고 해도 우리 농수축산물 시장이 튼튼해져요. 부부도 노력이 필요해 이제 두 아들도 장성하고, 부부가 같이 살아가야 할 세월이 많이 남았잖아요. 어떻게 살겠다는 다짐이 있으세요? 사이좋게 사는 거죠. 사이좋게! 어느 정도 서로가 놓아야 해요. 그러면서도 아주 놔버리면 남남이잖아요. 놓으면서도 서로가 끈끈하게 잡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야 50, 60대 원숙한 부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요. 그게 어렵죠. 평소 부인에게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하세요? 여성들은 남성들이 정서적으로 공감해주길 바라지만, 남성은 공감할 수 있는 박자 감각이 떨어져요. 그 훈련이 안 돼 있어요. 남자와 여자가 같은 인간이지만 정말 다른 종이라는 걸 인정해줘야 돼요. 예를 들어 아내가 남편에게 옆집 여자는 밍크코트를 입었더라는 얘기를 해요. 그럼 남편은 ‘사달라는 얘기인가, 아니면 내가 못 사주니까 나를 무시하는 건가’ 이런 식으로 받아들여요. 사실 이럴 때는 “당신이 그게 입고 싶었구나”라며 그저 속상한 아내의 마음을 알아주면 되는데 남자들이 그걸 깨닫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려요. 저도 정말 인고의 세월을 거쳐서(웃음), 요즘에야 좀 알게 됐어요. 그걸 얼마 만에 알게 된 사실이에요? 20년 걸렸나 봐요. 남자 입장에서 보면 남자가 더 속상하고, 여자 입장에서 보면 여자가 더 속상한 그런 마음이 자꾸 생기면 미운 마음에 ‘웬수’가 돼요.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시점이 좀 지나가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해요. 예를 들어 남성을 이해하려면 성적 욕망과 남성성에 대해 다룬 융의 책들을 읽어보세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라는 책 ‘더 하이 스피치’ 챕터는 모두 읽어보길 바라요.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해야 서로를 달래면서 좋은 친구 관계가 될 수 있어요. 부인께서도 그런 노력을 하신 편인가요? 아내는 심리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어요. 아, 남편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덕분에 제 아내가(일동 웃음)! 학문적인 성과를 이루셨군요! 얼마나 열 받고 복장 터졌으면(웃음). 아내 입장에서 보면 분명 남편은 좋은데 미운 거예요. 확실히 미워해버리면 괜찮은데, 미운데 미워할 수 없으면 시쳇말로 돌아버리는 거예요. 제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끝내 그 열 받음이 오늘날 공부를 하게 만든 거죠(웃음). 공감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죠? 이해해주고 공감하려면 첫 번째는 여자를 잘 이해해야 할 거 같지만 안 그래요. 남자 스스로 자기를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내가 무엇 때문에 열을 받았고, 무엇 때문에 욕구불만이 생겼고, 내 마음에서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자신을 잘 볼 수 있어야만 상대를 이해할 수 있어요. 이번 인터뷰는 남편들이 꼭 봐야겠어요. 그냥 말로만 이해하면 안 돼요. 영혼 없이 이해해, 사랑해, 라고 하는 것을 여자는 단번에 알아요. (아내는 입술의 감촉만으로도 진정으로 사랑해서 하는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를 알아차린다는 부연 설명을 위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06년 작 ‘프레스티지’ 스토리를 한참 들려주었다.) 그럼 남자는 모든 걸 다 이해해야 하느냐고요?(웃음) 그렇게 지지고 볶으면서 평화로운 질서, 사이좋은 질서를 만들어내는 거죠.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박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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