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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1,083 건 검색)

[언어의 업데이트]선한 의지·유머·우리를 연결한 무기 ‘모임’
2024. 12. 21 12:00라이프
...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감을 인용하는 영광을 누리기에 가장 시의적절한 12월.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의 업데이트
속초시, 무인민원발급기 외국어 UI 지원 서비스 도입···다문화가정 등 언어장벽 해소
2024. 12. 17 11:44사회
속초시 무인민원발급기 외국어 UI . 속초시 제공 강원 속초시는 외국인과 다문화가족의 무인민원발급기 이용을 원활하게 하려고 ‘외국어 UI 지원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고 17일 밝혔다. 지난달 말...
속초시무인민원발급기외국어
한국 등 10개국·EU “북·러 군사협력 증대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
2024. 12. 17 10:28정치
... 한 전장에 투입하기 위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포함, 북·러 간의 군사협력 증대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인 지원은 전투를...
북, 러시아 파병
‘계엄’의 어둠속에서 한강의 ‘언어’가 건네는 위로 [플랫]
2024. 12. 12 10:41오피니언
... 있다. 비상계엄 그날(3일) 밤 시민들은 연결된 인간의 힘이 얼마나 강인한지 증거했다. 그 힘이 언어에 깊이 기대고 있음도 목도했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그 언어가 전례없는 규모와 속도로 실시간의...
플랫

스포츠경향(총 217 건 검색)

싱어송라이터 최유리, 6천 관객에게 선물한 ‘우리의 언어’ 콘서트 성료
2024. 11. 13 21:45 연예
네이브 제공 가수 최유리가 단독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최유리는 지난 9일과 10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024 최유리 콘서트 ‘우리의 언어’를 열고 6천 명의 관객을 음악으로 매료시켰다. 공연은 최유리가 데뷔 4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입성해 개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최유리를 향한 음악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최유리는 최유리의 언어들을 주제로 ‘사계절’과 ‘바다’를 연달아 선보이며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네이브 제공 ‘746’을 통해 자기 소개를 한 최유리는 ‘살아간다’와 우리 모두의 청춘을 응원하는 ‘방황하는 젊음’ 등을 열창하며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또 ‘바람’, ‘우리만은’, ‘동그라미’, ‘숲’ 등 대표곡을 연달아 선보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건반, 기타, 베이스, 드럼 등 밴드와 현악 연주자들이 참여한 이번 공연은 연주와 함께 펼쳐지는 조명과 영상미가 돋보이는 무대를 통해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최유리는 “우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지나쳐온 하루하루가 쌓여 관계와 언어가 생긴다. 나는 그 언어가 주는 힘을 믿는 사람이다. 이 곡을 작업하면서 하루빨리 이 곡에 담은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전하며 본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우리의 언어’를 선보였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네이브 제공 앙코르 무대로 다시 오른 최유리는 “잔잔하지 않고 일렁이기에 높고 낮은 삶을 관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노래를 세상에 내놓은 순간 일렁임에 대해 겁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일렁이자’로 콘서트의 끝을 장식했다. 2018년 열린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2020년 정식 데뷔한 최유리는 한층 규모가 커진 이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을 통해 ‘공연형 아티스트’로 우뚝 섰다. 최유리의 섬세한 보이스를 돋보이게 하는 음향과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무대 조명 연출, 음악의 서사를 관통하는 VCR 등으로 콘서트의 감동을 극대화했다. 최유리는 이날 콘서트를 찾아준 관객 전원에게 정규 앨범 커버로 디자인한 손수건과 미니 포스터가 들어있는 샤쉐(실내방향제)를 선물하며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최유리는 지난달 28일 데뷔 4년 만에 첫 정규앨범 ‘746’을 발매했다.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인 ‘우리의 언어’, ‘솔직히 말할게’를 포함해 총 9곡이 수록됐으며 최유리가 앨범 전곡의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삼성전자 ‘갤럭시 AI’ 지원 언어 20개로 확대
2024. 10. 24 13:51 생활
네덜란드어·루마니아어·스웨덴어·튀르키예어 추가 삼성전자는 갤럭시 인공지능(AI) 지원 언어에 네덜란드어, 루마니아어, 스웨덴어, 튀르키예어를 추가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갤럭시 AI 지원 언어는 20개로 늘었다. 추가되는 언어는 이달 말 서버 업데이트를 통해 적용된다. 갤럭시 AI 지원 제품 사용자는 설정 앱에서 언어팩을 다운로드받아 사용할 수 있다. 갤럭시 AI가 제공하는 언어 기능에는 통화 중 음성을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실시간 통역’, 대면 대화 내용을 즉시 번역해 분할·듀얼 화면에 텍스트로 표시하는 ‘통역’, 효율적인 채팅을 돕는 ‘채팅 어시스트’, 노트 내용의 번역과 정리를 지원하는 ‘노트 어시스트’ 등이 있다.
‘청설’ 노윤서 “수어 연기? 표정이 70%…몸으로 뿜어내는 언어
2024. 10. 18 11:43 연예
노윤서. 연합뉴스 배우 노윤서가 영화 ‘청설’을 통해 수어 연기를 펼친다.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영화 ‘청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조선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홍경, 노윤서, 김민주가 참석했다. 영화 ‘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 분)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들을 담은 이야기다. 특히 작품에서 이들은 수어 연기에 도전한다. 홍경은 “사용하지 않던 수어를 처음부터 배워야 해서 준비기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이어 “혼자라면 느낄 수 없을 감정을 여름이를 통해 느끼고, 이들도 용준이로 느끼는게 있을 거다. 이걸 어떻게 하면 표현할 수 있을지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감정과 표현이 세밀해야한다고 생각했다”며 “3개월동안 수어를 사전에 배우면서 치열하게 지독하게 이야기를 나눴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노윤서는 “수어 연기는 표정이 70%라고 할 수 있다”며 “표정으로 뉘앙스가 달라지고, 손짓을 얼마나 크게 하냐, 작게 하냐에 따라 표현이 다르더라. 수어는 몸으로 뿜어내는 언어 같다”고 말했다. 영화 ‘청설’은 오는 11월 6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백팩프렌즈’ 우주소녀 다영-여름 “해외 활동시 언어 소통 안돼서”
2024. 10. 15 17:13 연예
SBS 미디어넷 ‘백팩 프렌즈’ 우주소녀 다영이 해외 활동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최근 충청북도 증평과 음성에서 진행된 SBS FiL과 SBS M ‘백팩 프렌즈’ 2회 촬영에서 다영과 여름은 젠블루의 씬-위엔과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네 사람은 일정을 끝내고 숙소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겼다. 고기를 구워 먹으며 다영은 “정말 즐겁다. 너희들(씬과 위엔)이랑 이렇게 말이 잘 통할 지 몰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씬과 위엔이 “한국어를 잘 못해서…”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꺼내 놓자, 다영과 여름은 토끼 눈을 한 채 “아니다. 정말 잘 하는 거다”라고 두 사람을 응원했다. 특히 다영은 “우리도 해외 나가면 다 못 알아들어서 고개를 끄덕였다”며 씬과 위엔에게 “솔직히 몇 번 그랬지?”라고 물었다. 이에 씬은 “네”라고 즉답하며 “절에서 (스님 말씀을 들으며)계속 끄덕였다”고 답했다. 여름은 “사실 나도 중간에 못 알아 들은 것 많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네 사람은 증평에서 루지와 썰매를 탄 후 증평에서는 팀을 나눠 여름과 씬은 가섭사에 방문해 스님과 만남을 갖고, 다영과 위엔은 과수원을 찾아 복숭아를 땄다. ‘백팩 프렌즈’는 국적이 다른 두 나라의 소녀들이 배낭 하나 매고 한국 소도시의 낭만, 정취를 발견할 수 있는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 이들이 여행 하는 동안 여행지의 낭만, 정취를 발견하는 동시에 청춘을 즐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백팩 프렌즈’는 2024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방송콘텐츠 해외진출 지원사업 방송 · OTT 콘텐츠 부문 비드라마 시리즈 분야 선정작으로 2회는 15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SBS F!L, SBS M에서 방송된다. 대만에서는 11월 24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FTV(民視)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간경향(총 39 건 검색)

[IT 칼럼] 대형언어모델 전성시대, 클로드 3의 반격(2024. 04. 12 16:00)
2024. 04. 12 16:00 경제
클로드 3를 실행한 화면 / https://claude.ai/ 대형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의 핵심은 대규모 데이터 세트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자연어 이해와 생성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AI 서비스를 통해 복잡한 질문, 문서 요약, 번역, 창의적 글쓰기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며 기계와 전례 없는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됐다. 대형언어모델 기술은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으며 더욱 정교해지는 추세다. 최근 등장한 클로드 3는 벤치마크에서 GPT-4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 화제가 됐다. 클로드 2까지만 해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지난 3월 출시된 클로드 3는 상당한 인지 능력과 추론 능력을 보여주었다.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엔트로픽이 만든 클로드 3는 3가지 모델로 제공된다. 가장 뛰어나지만 유료 구독이 필요한 오퍼스 모델, 괜찮은 성능을 제공하며 무료로 이용 가능한 소네트 모델, 3가지 모델 중 성능은 가장 낮은 편이지만 빠르고 가벼운 하이쿠 모델로 구분된다. 유료 구독 후 오퍼스를 써본 결과, 자연스러운 글쓰기, 즉 인간처럼 보이는 글쓰기에서는 확실히 오퍼스가 GPT-4에 앞서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내용의 충실도에서는 GPT-4와 비교해 나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때도 있어 모든 면에서 확연히 GPT-4를 능가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서비스 운영 문제로 GPT-4에서 클로드 3로 이전하는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근래 들어 가뜩이나 느린 GPT-4가 더 느려지고 오류를 자주 출력하는 등 사용자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어쨌든 확실한 점은 지금까지 독보적 위치를 차지해온 GPT-4에 필적할 만한 대형언어모델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구글의 제미나이(구 바드)나 네이버의 클로바는 거의 모든 면에서 GPT-4와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은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모델에서 동일한 작업을 해보았을 때 대부분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현재 일반 대중이 사용할 수 있는 무료 모델(클로드 3-소네트, GPT-3.5, 제미나이 프로, 클로바) 중에서는 소네트가 벤치마크 결과에서도 그렇고 실 사용한 경험으로도 가장 나은 성능을 나타내는 편이다. 무료 사용자라면 소네트와 GPT-3.5를 동시에 이용하고, 유료 사용자라면 오퍼스와 GPT-4 중 자신의 용도에 맞는 것을 선택해서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이와 같은 추천 사항은 앞으로 변경될 여지가 크다. 여러 차세대 대형언어모델의 출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 무렵 GPT-5가 출시될 예정이고, 아마존이 개발 중인 대형언어모델 올림푸스도 조만간 나온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도 최근 공개한 그록 1.5 모델에 이어 2.0 버전을 출시할 예정인데, 머스크는 그록 2.0 모델이 기존 AI 모델들을 모두 뛰어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언어모델의 규모 확장과 성능 고도화를 향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면서 성능의 비약적인 향상과 이를 활용한 다양한 AI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대형언어모델이 가져온 혁신의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다. 기술의 진보를 면밀히 주시하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IT칼럼
[IT칼럼]언어모델, AI 자본주의 시대의 권력(2022. 06. 03 11:24)
2022. 06. 03 11:24 경제
구글은 람다2(LaMDA2)를 내놓았고, 메타는 OPT-175B를 출시했다. 오픈AI의 DALL-E2는 이미 한차례 바람을 몰고 갔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의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도 KoGPT를 다듬어가고 있다. 빅테크 기업치고 대규모 언어모델을 개발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을 정도다. 인공지능 시스템 ‘DALL-E2’에 우주인, 말을 타는, 포토리얼리스틱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어서 만든 이미지 / openai.com 언어모델의 규모를 상징하는 파라미터수는 매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GPT-3와 OPT-175B가 1750억개였고, 하이퍼클로바는 2040억개였다. 딥마인드의 고퍼는 2800억개 수준이다. MS와 엔비디아는 5000억개 파라미터를 지닌 초대형 언어모델을 곧 발표할 계획이다. 조 단위 파라미터 수를 넘어서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새 무어의 법칙’(huggingface.co/blog/large-language-models)이라는 얘기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이제 언어모델은 규모 과시의 영역을 넘어 서비스화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구글 닥스에 곧 적용할 문서요약문 자동생성 기능은 구글 내 언어모델의 도움이 컸다. 하이퍼클로바는 네이버앱 음성 검색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텍스트만 입력하면 그림을 그려주는 DALL-E2는 용도가 넓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 정도다. ‘생산수단’으로 변모해가는 언어모델의 위력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로 입증되고 있다. 언어모델의 진화는 필연적으로 기술 산업을 ‘컴퓨팅 부자’와 ‘컴퓨팅 빈자’로 계층화한다. 조 단위로 뻗어가고 있는 파라미터수의 증가가 이를 유도하고 강화한다. 확보 가능한 데이터의 양만큼이나 컴퓨팅 파워, 즉 하드웨어의 연산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기업 간 양극화의 정도는 더욱 극단화한다. 반대 방향으론 대규모 언어모델이 오픈소스와 결별하고 클라우드 시스템과 결합하며 상품화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오픈소스를 표방하던 GPT-3가 폐쇄형으로 전환되면서 더 이상 소스코드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이 불가능해졌다. 클라우드와 결합한 대규모 언어모델에 가격표가 붙기 시작하면서 컴퓨팅 빈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언어모델 연구자들도 컴퓨팅 부자 기업에 취업하거나 시혜를 받지 않는 이상, 새롭고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낼 수조차 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 오픈소스 데이터로 학습한 언어모델이 다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면서 가진 자와 빈자의 격차를 급격히 키우는 형국이다. 조만간 콘텐츠 창작자를 위한 플랫폼에 언어모델이 필수 기술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창작 시간을 효율화하고 핵심 콘텐츠의 생산을 보조해주는 기술이기에 그 유혹을 물리치기란 쉽지 않다. 그날이 오면 컴퓨팅 빈자는 어쩔 수 없이 컴퓨팅 부자의 클라우드 플랫폼에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언어모델을 사용해야만 한다. 독과점 가격도 피하기 어려워진다. 소수 기술 기업에 의한 생산수단 독과점, 다시 말해 ‘AI 자본주의’ 시대가 이렇게 스멀스멀 우리 안으로 침투하고 있다.
IT칼럼
[문화프리뷰]한국적 웃음 빚어내는 언어와 리듬(2022. 05. 27 13:52)
2022. 05. 27 13:52 문화/과학
정제된 움직임과 세련된 오브제 그리고 잘 훈련된 몸짓 언어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한국 극단을 꼽으라면, 임도완 연출이 이끄는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있다. ‘극단’이 아니라 ‘연구소’라는 이름을 붙인 데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은 단순히 몸을 잘 쓰는 극단이 아니다. 창단 초기부터 텍스트가 담고 있는 내용뿐 아니라 그것이 보여지는 형식을 연구하면서 이를 다양한 움직임과 이미지로 무대 위에 구현해내는 실험과 시도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공부하고 탐구하는’ 극단이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연극 / 사다리움직임연구소 <보이첵>, <벚나무동산> 등 초기작부터 <크리스토퍼 논란클럽>, <카프카의 소송>에 이르기까지 비극과 희극, 신체극을 오가며 다양한 실험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 극단의 핵심은 코미디에 있다. 이들의 코미디 작품은 단순히 관객을 웃기려 하기보다 어떤 때 웃고 왜 웃는가를 연구한 결과물들이다. 때문에 작품 곳곳에 웃음의 타이밍과 움직임에 대한 고찰 그리고 웃음 뒤에 무엇이 남는가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오랜만에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한여름밤의 꿈> 역시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특히 16세기 영국 작가인 셰익스피어 이야기가 어떻게 동시대의 한국 관객들에게 유쾌한 코미디로 다가올 수 있고,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정교한 고민과 연구로 이뤄져 있어 흥미롭다. 가면극과 마당놀이라는 우리 전통연희 양식을 셰익스피어 희극에 적극 들여온 점이 눈에 띈다. 원작에 등장하는 요정의 숲은 도깨비들의 숲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전통적인 봉산 탈을 이탈리아 가면극인 코메디아 델라르테 풍의 반가면(半假面) 형식으로 재해석해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툇마루를 이용한 무대 공간을 배우들이 자유자재로 뛰어다니게 만듦으로써 프로시니엄 무대가 아니라 마당놀이가 펼쳐지는 멍석마당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가면과 무대보다 더 강력하게 관객의 웃음을 빚어내는 포인트는 배우들이 사용하는 구수한 언어다. 이들은 원작인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을 비류국의 네 남녀 미아, 두만, 혜령, 라업과 동양의 수호신인 금강역사 부부의 이야기로 바꿨다. 원작의 허미아를 미아로, 드미트리우스를 두만으로, 헬레나를 혜령으로, 라이샌더를 라업으로 바꾼 것만 봐도 어감을 살리면서 원작의 언어를 우리말로 치환하려 이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배우들은 130분가량의 공연 내내 셰익스피어의 길고 화려한 대사를 거의 줄이거나 생략하지 않은 채, 우리말의 리듬과 운율 속에서 더욱 생동감 있게 되살려냈다. 거의 모든 대사에서 각운과 압운을 강조함으로써 모든 대사가 노랫가락처럼 흘러간다. 여기에 한국적인 신명을 더해 대사와 춤이 하나의 리듬 속에 어우러진다. 그동안 주로 신체를 사용해 움직임을 만들어온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적인 언어와 리듬으로 무대 위에 새로운 움직임을 쌓아올리고 있다. 쉼 없는 이들의 탐구 정신을 느낄 수 있는 무대다. 창단 단원부터 신입까지 모든 나이대의 배우들이 다 같이 참여함으로써 극단의 살아 있는 역사를 보여주는 무대라는 점에서도 이번 공연의 의미가 남다르다. 6월 2일부터 1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문화프리뷰
새 정부의 언어에 ‘아동인권’은 있나(2022. 05. 06 14:52)
2022. 05. 06 14:52 사회
ㆍ‘촉법소년’ 연령 하향·심야시간 스쿨존 제한속도 완화 추진 2022년 3월,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공약과 같은 내용이다. 5월 발표된 새 정부의 국정과제도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를 내세웠다. 심지어 이를 ‘주취범죄 엄정대응’과 같은 항목에 묶어 엄단의 대상으로만 다루고 있다. 아동 관련 사법 규정에서 처벌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조치는 국제인권규범에 명백히 반한다. 아동에 대한 별도의 사법체계를 구축한 인권의 역사에도 역행하는 조치건만 이들은 그저 안전한 사회를 방해하는 ‘범죄자’로만 아동을 바라보고 있다. 2022년 4월, 인수위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심야시간대 제한속도를 완화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전에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는 어린이보호구역이라도 주정차를 가능케 하겠다는 경찰청 지침 발표도 나왔다. 국민의 편의를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일상의 이동에서 안전하게 편의를 누릴 주체에서 어린이의 존재는 빠져 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5월 4일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어린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뛰고 있다. / 성동훈 기자 새 정부의 언어는 아동권리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다. ‘보호아동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면서 국정과제 그 어디에도 아동학대 예방과 더불어 원가정 보호와 지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청소년 주거권 정책도 없다. ‘가정형 보호’를 확대하겠다지만, 입양과 가정위탁을 아우르는 아동보호체계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가속화하는 디지털환경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아동·청소년의 안전한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기업의 역할도 제안하지 않았다. 더욱이 새 정부의 교육정책 목표는 미래의 인재 양성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그러나 필수적인 삶의 기술을 학습하고, 어떠한 아동도 삶에서 마주칠 것으로 예상되는 도전에 대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지 않도록 하는 일을 교육의 목표로 한다. 공정담론에 입각한 능력주의가 교육체계 전반을 좀먹고 있는 현실에 대한 새 정부 차원의 반성은 없다. 장애아동, 이주배경아동, 성소수자아동, 범죄피해아동과 가해아동, 빈곤아동과 노동하는 청소년 등의 상황은 더욱 취약하다. 이들이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어떻게 특별히 배려할 것인지도 보이지 않는다. 육아 부담 완화, 초등전일제 교육, 이주민 사회통합 등 내국인 어른의 관점에서만 정책을 짰다. 아동·청소년을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동료시민으로 인식하고, 당사자의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했다면 과제목표부터 세부내용까지 달라졌을 터이다. 출생등록제 언급조차 안 해 무엇보다 인권은 출생의 등록에서 시작된다. 법 앞에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는 존재의 확인이 필수적이다. 2018년 유엔인권이사회는 아동의 출생등록이 한사람의 삶 전반에 있어 모든 권리의 실현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며,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 도입을 권고했다. 대통령은 그러나 주요 후보자 중 유일하게 출생등록제 개선을 다루지 않았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서도 출생등록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 정부 발의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인사청문회만 요란할 뿐 법사위 회의는 한동안 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정부에서 그토록 어렵게 추진됐던 출생통보제,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에 관한 특별법안은 새 정부의 무관심 속에 문서 더미에 묻혀 사라지고 말 것인가. 출생등록에 대한 무관심은 중앙정부만이 아니다. 2022년 4월, 경기도 시흥시의회는 주민발의로 청구된 ‘시흥시 출생확인증 작성 및 발급에 관한 조례’를 상위법 위반을 이유로 각하 결정했다. 나와 이웃의 아이를 지키겠노라며 생업을 병행하며 모아온 2만여 서명인의 요구를 폐기처분한 것이다. 출생확인증 조례는 아동복지의 출발선을 출생 직후로 앞당기는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누구나 탄생 자체로 환대받을 권리,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날 권리를 지지하는 주민복지의 실천으로 해석해 얼마든지 제정할 수 있었다. 시흥시의회는 각하 결정을 하면서 “출생확인증 조례 대신 미등록 아동을 발굴하고 필요한 보호를 제공하라”며 집행부에 주문했는데, 이는 인권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다. 보호는 사인의 권리 침해에 맞서는 국가의 의무이며 존중의 의무와 더불어 수호돼야 한다. 국가는 힘의 우열관계에서 취약한 사람들의 권리 침해를 예방하고 구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아동의 존엄성도 우연이 아닌, 출생의 순간부터 생의 전 과정에 걸쳐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 날로 늘어나는 노키즈존 최근 한 방송에서 대통령은 자신의 출연을 “영광이죠?”라고 되물었다. 선거로 선출된 정치인은 시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존재다. 권한도 거기서 나온다. 당선의 영광은 이 사회를 지탱하는 모든 사람의 고유한 권리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정치인의 책임은 마땅히 무겁다. 시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자로서, 단 한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 시작은 가장 작은 이들의 권리 보장에 앞장서는 정책적 기획과 행동이다. 국제인권법학자인 샌드라 프레드먼은 인권은 선택만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며 사람들 간의 관계도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다. 개인은 사회에 뿌리내리고 살아가기에 서로를 지탱하기 위한 책임은 자유의 포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가는 아동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자유를 증진하는 연대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노키즈존이 날로 늘어나고 차별금지법 제정은 10년이 넘게 표류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 언론은 차별의 문제를 차별과 반대의 논리로만 다룬다. 체벌이 전면금지됐지만 여전히 훈육과 교육을 목적으로 한 직간접적 폭력을 아동에게 가한다. 스쿨존 사고를 ‘민식이법 놀이’라 칭하며 사고의 책임을 오롯이 아동에게 묻는다. 소년범죄가 발생하면 어린 것이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연일 들끓는다. 학생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교권이 날로 추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청소년이 선거에 참여하면 교실이 정치판이 된다고 우려하면서, 정작 그들은 왜 모두 정치인이 되려고 안달하는가. 이 모든 힘의 비대칭적 관계에서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궁극적인 의무이행자는 국가여야 한다. 권리의 기반에 접근해 중앙정부부터 지방정부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아동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려는 원칙과 신념이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철폐는 곧 모든 이들의 해방, 자유의 실현임을 상기한다면, 출생의 시작부터 삶의 모든 순간 아동의 권리주체성을 실현하려는 변화가 필요하다.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의 구성원에는 아동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집

레이디경향(총 6 건 검색)

[백인혜의 SNS 톡톡] 고객의 언어로 말하라
2021. 07. 13 14:41 문화/생활
SNS 마케팅을 하면서 어려움 느끼는 많은 사람에게서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그들의 요지는 ‘SNS 활동을 열심히 적극적으로 하는데, 왜 이렇게 반응이 안 나올까요?’라는 것이다. 이런 궁금증의 답은 의외로 간단한데, 많은 사람이 그것을 모른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제조사든 서비스를 파는 회사든 카테고리를 불문하고, SNS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그 회사만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문제가 있고, 해답도 거기에 있다. SNS를 왜 하는지, 초심으로 돌아가 방향성부터 설정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개인계정이 아니고서는 분명 누군가에게 자신의 브랜드나 제품을 알리기 위해 SNS 활동을 한다. 그럼에도 그것을 접하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달 매출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신제품이 출시되니 홍보도 해야 하고, 프로모션이 진행되니 알려야 하고, 정말 할 일이 많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너무 급하다. 마치 이제 아기가 세상에 태어났는데, 바로 걸어보길 원하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천천히 가야 한다. 역으로 고객이 돼 생각해 보고, 거기서 답을 찾아야 한다. 당신이 고객이라면 디지털 환경에 늘 노출돼 있는데 ‘광고의 홍수’ 속에서 뭔가가 눈에 확 들어오겠는가? 특히 고객들이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돈까지 지불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말이다. 제품의 성분·특허·제조기술·인증 같은 부분들은 회사 입장에서는 대단한 자부심일 수 있다. 하지만 SNS에서 정보를 접하는 고객은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렇게 쏟아지는 푸시형 메시지는 회사 입장에서는 정보이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뻔한 하나의 광고일 뿐이다. 그것도 조금 과장된…. 필자가 다양한 회사 브랜드 채널을 운영하면서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고객이 보고 싶거나 듣고 싶은 정보는 다르다. 제품을 구매할 때도 브랜드가 제공하는 상세 페이지에 기술돼 있는 내용보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것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확률이 훨씬 높다. 브랜드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고객이 더 많이 알 수도 있고,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고객의 반응을 얻고 싶다면, 그들을 이해하는 게 먼저다. 그들이 어떤 정보를 궁금해하는지? 어떤 것에 대한 결핍이 있는지? 어떤 것을 갈망하는지? 등을 살피고, 그 스토리를 누가 봐도 알기 쉬운 언어로 전달해야 한다. 현대는 마케터가 아니라 ‘고객’이 주도하는 세상이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의 ‘마케터’다.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부분과 고객이 듣고 싶은 부분의 접점을 찾아서 ‘고객의 언어’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고, 유지해 나가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백인혜는 누구? 백인혜는 디자이너 생활을 거쳐 기업 홍보마케팅팀에서 일하다 문득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표를 던졌다. 프리랜서로 제2의 삶을 선택한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SNS 기업마케팅 업무에 뛰어들었다. SNS 마케팅 업체 트렌드넷을 차려 웅진씽크빅을 비롯한 다수의 기업 운영대행을 하고 있으며, 글로벌 인플루언서 협동조합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SNS 마케터 양성 과정과 퍼스널 브랜딩 등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백인혜의sns 마케팅고객의 언어
[천지수의 책 읽는 아틀리에] 드라마 속 언어로 본 ‘동백어 필 무렵’
2020. 12. 03 09:30 문화/생활
intro 천지수는 화가다. 로마국립미술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2003년에는 ‘지오반니 페리코네’ 이탈리아미술대전(La pittura 4 edizione ‘Giovanni Pericone’)에서 대상을 받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아티스트로서 갈증을 느낀다. 그러던 2008년, 그녀는 혈혈단신 아프리카로 떠난다. 그리고 탄자니아에서 암석벽화 복원작업에 참여한다. 사자처럼 지낸 그 2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은 천지수가 예술가로서 자기정체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 천지수에게 아프리카는 ‘맹렬한 생명’ 그 자체였다. ‘천지수의 책 읽는 아틀리에’는 사자의 영혼을 가슴에 새긴 화가 천지수가 ‘책의 밀림’ 속에서 매일매일 미술적 영감을 사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쉰네 번째 책은 ‘동백어 필 무렵’(명로진 지음 / 참새책방)이다. 사랑스럽다고 말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세상엔 항상 사랑이 차고 넘친다. 세상의 모든 노래와 영화, 시와 소설들… 하늘의 별처럼 많고도 많지만, 놀랍게도 이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의 대부분은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이 흔하고 넘쳐나는 사랑의 장면들 중에는 간혹 우리의 뇌리에 각인돼 평생 떨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벌써 16년이나 지났지만 ‘발리에서 생긴 일’이란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 나에겐 그렇다. 마지막 회에서 여주인공 ‘수정’은 그들이 처음 만났던 발리에서 질투에 휩싸인 ‘재민’의 총을 맞고 죽어간다.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 수정은 재민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랑해요.” 어처구니없을 만큼 짧고 흔한 이 문장을 나는 왜 잊지 못할까? 어렵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수정. 재벌 2세인 재민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알지만 ‘마지막 자존심’이라며, 살아서는 끝까지 내어주지 않던 그 사랑의 말을 수정은 죽음의 순간에 던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백을 듣고 진심을 알게 된 재민은 오열하고, 무심히 불타오르는 발리의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비극으로 결말을 비튼, 자본주의 판 신데렐라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 ‘발리에서 생긴 일’은 그다지 정교하지 못한 플롯이나 일견 유치하기도 했던 스토리텔링에도 불구하고 쉬 잊어지지 않는 좀 희한한 드라마다. 그것은 아마도 이 드라마가 마침표를 기가 막히게 찍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수정이 재민에게 조금만 더 일찍 진심을 표현했더라면, 이야기의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의 마지막 순간에 던진 사랑한다는 한마디는 문학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결국 구원의 대상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라는 것을 말하려 했던 걸까?’ ‘발리에서 생긴 일’의 마지막 회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생각했던 문장의 끝에는 모두 물음표가 그려져 있다. 느낌표가 아니라 말이다. 사람의 기억은 물음표가 붙은 말을 지우지 않는다. 어쩌면 나도 그래서 고작 드라마 하나를 오랫동안 잊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문장 끝에 스스로 붙여 놓은 물음표 때문에…. 사랑의 프로세스-동백어 필 무렵, 53.3x45.5㎝, Oil On Canvas, 2020명로진 씨의 에세이 ‘동백어 필 무렵’이 얼마 전 출간됐다. 이 책은 25편의 한국 드라마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드라마 속 인물들의 대사를 하나하나 되새기며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조명한다. 이것은 마치 드라마 촬영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뒤집어 시청자를 향해 빛을 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드라마 속 주인공을 봤지만, 주인공들은 우리를 주인으로 본다. 저자는 비평하고 해설하고 감동의 요소를 찾는 등 다양한 해체를 통해 결국 ‘우리를 위한 드라마’ ‘내 삶을 위해 존재하는 드라마’로 재구성해 낸다. 이 책을 쓴 명로진 씨는 기자 출신의 배우이자 저술가이며 동양고전 전문가이기도 하다. 융합적인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런 명로진 씨만의 통찰력이 책의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나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수정과 인욱과 재민이라는 인물들 사이의 ‘뚜렷하지 않은 마음’이 의아했다. 이 부분에 대해 명로진 씨는 생물학적 관점으로 명료하게 해석했다. 지각은 한참 뒤에 감각의 명령을 따른다고 말했다. 즉 ‘사랑의 프로세스에서 육체가 먼저 깨닫고 정신은 그 뒤를 따른다’는 것이다. ‘동백어 필 무렵’을 읽는 동안 내 일상의 작은 것들이 모두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해석을 요구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우리 삶의 감각을 아주 섬세하고 예리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저자는 드라마 속 인물들이 내뱉은 단 한마디의 단어에서조차 인생의 의미를 포착하고 건져올렸다. 이것은 ‘동백어 필 무렵’처럼 생각해 보다가 떠오른 이야기다. 얼마 전 내 아들의 장수풍뎅이가 만든 장렬한 드라마를 통해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작년에 암컷 장수풍뎅이를 친구에게 받아왔고, 외로운 암컷을 위해 수컷 장수풍뎅이를 사서 같이 살게 했다. 그런데 수컷 장수풍뎅이의 끈질긴 구애에도 암컷 장수풍뎅이는 계속 도망을 다니기만 했다. 그렇게 몇 달간 추격을 벌이며 같이 살던 어느 날, 나는 충격적인 사태를 보고 경악했다. 수컷의 몸과 머리 뿔, 다리가 제각각 잘라져 사육 상자 안에서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암컷도 얼마 뒤 수컷의 뒤를 따라 떠났다. 그런데 올해 또 아들이 장수풍뎅이를 데리고 왔다. 나는 작년의 충격이 떠올라 수컷 한 마리만 기르기로 했다. 몇 달 후 이번엔 장수풍뎅이가 자연사했다. 그 사체를 내려다보았다. 사랑이나 갈등·번민 같은, 그 어떤 드라마도 없이 조용히 먹고만 살다가 생을 마감한 장수풍뎅이의 사체는 태엽이 풀려 움직이지 않는 플라스틱 장난감 같은 모습이었다. 순간 ‘고독사’라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그’를 위한다고 한 행위가 어쩌면 학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사랑이 없는 삶은 육체의 찢김보다 더 지독하고 허무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나는 이걸 또 어떻게 그릴 것인가! 즐거운 고민이 시작됐다. PS. 2016년 8월 26일부터 시작한 페인팅 북리뷰 ‘천지수의 책 읽는 아틀리에’는 이번 54회를 마지막으로 4년 3개월여의 대장정을 마칩니다. 그동안 아껴주신 독자와 응원해 주신 출판인 모두에게 머리 숙여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조만간 저술과 전시회 등으로도 선보일 ‘천지수의 책 읽는 아틀리에 프로젝트’에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아리베데를라(arrivederla, 안녕히)….
[공독쌤의 공부머리 독서법] 똑같이 정독해도 언어능력 차이는 왜 생길까
2020. 11. 30 07:43 육아/교육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다 보면 독서의 묘한 근본 원리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같은 책을 읽어도 독서의 효과는 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똑같이 정독해도 누구는 언어능력이 일정 정도 상승하는 반면 어떤 아이는 몇 배나 큰 언어능력 상승과 사고의 폭도 깊어집니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요?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은 ‘재미의 강도’입니다. 재미를 느끼는 것을 넘어 감동을 느낄 때 독서 효과도 크게 나타납니다. 다만 여기에 편차가 있습니다. 강도 높은 재미를 느끼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입니다. 이런 차이는 책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생깁니다. 바꿔 말하면 좀처럼 강도 높은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도 책을 대하는 태도만 살짝 바꾸면 독서의 재미와 효과를 천양지차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원리는 성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 동화 ‘티모시의 유산’ 속 한 장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열 살 난 백인 소년과 일흔이 넘은 흑인 노인이 뗏목을 탄 채 망망대해를 표류합니다. 백인 소년은 불의의 사고로 시력마저 잃은 상태입니다. 소년은 흑인 노인의 도움없이는 잠시도 생존할 수 없습니다. 반면 노인에게 소년은 생존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만 됩니다. 소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데다 부족한 비상식량과 물까지 축내지요. 소년의 생존은 전적으로 노인의 희생과 자비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흑인을 천시하는 문화 속에서 자란 이 철없는 소년은 노인에게 거침없이 하대하고, 그를 징그럽게 여깁니다. 반면 노인은 소년을 ‘도련님’이라고 존대하며, 소년의 생존을 위해 온힘을 다합니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조차도 말입니다. 노인은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 태도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재미의 강도가 높지 않은 아이들은 노인의 행동을 ‘노인은 천사처럼 착한 사람이어서’ ‘세상에는 그렇게 착한 사람도 있나 봐’ 하고 넘어가 버립니다. 반면 재미의 강도가 높은 아이들은 노인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노인의 사소한 행동, 말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겁니다. 결국 태도의 차이란 선한 인물이든 악한 인물이든,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책을 읽는 내 입장에서 납득을 하려고 드느냐, 아니냐의 차이인 셈입니다. 책을 읽을 때 등장인물의 생각과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해 보세요. 남자 또는 여자라서 그렇겠지, 중2나 갱에이지라서 그렇겠지, 워낙 착해서 혹은 악해서 그런가 보지 하고 섣불리 범주화하지 말고, 그 인물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내 입장에서 납득해 보겠다는 태도로 책을 펼치는 겁니다. 이렇게 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책읽기에 깜짝 놀랄 만한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작가가 작품 곳곳에 숨겨둔 단서들이 보물찾기처럼 하나둘 눈에 띄게 될 테니까요. 그것은 곧 한 단계 높은 독서가로 나아갔다는 징표와 다름없습니다. ■‘공독쌤’ 최승필은? 독서교육전문가이자 어린이·청소년 지식 도서 작가다. 전국 도서관과 학교 등지를 돌며 독서법 강연을 하고 있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쓴 책으로는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과 ‘아빠가 들려주는 진화 이야기, 사람이 뭐야?’(창비) 등이 있다. 교육 잡지 ‘우리 교육’에 독서문화 칼럼을 연재 중이다.
공독쌤의 공부머리 독서법
8개국 언어 달인 선현우씨, 외국인에게 한글 가르치다
2011. 08. 02 17:53 화제
선현우씨는 인터넷에서 유명한 외국어 달인이다. 그는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지만 유학 없이 국내에서만 공부했고 영어를 포함해 총 8개국 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런데 자신이 외국어 달인으로만 불리는 건 좀 억울하다고 한다. 국내 최초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글 학습 웹 사이트를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첫발을 내딛은 서른한 살 청년, 선현우씨를 만났다. 외국어로 한글을 전파한다 선현우씨(31)는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는 원어민 수준이고 중국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인도네시아어, 이탈리아어도 원어민과 무리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독학으로 이뤄낸 결과라고 하니 더욱 대견하다. 그는 어학 공부의 비결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 언어 블로그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외국어를 공부하려는 의욕 넘치는 학생이라면 대부분 그의 블로그를 방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단지 ‘비보잉이 취미인 외국어 달인 청년’이었다면 그다지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아니더라도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많기 때문이다. 그가 특별한 이유는 외국어 공부에 그치지 않고, 반대로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현우씨가 개설한 한국어 공부 홈페이지 ‘Talk to Me in Korean(www.talktomeinkorean.com)’은 160개국에서 30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 회원이 방문하고 있다. “어느 날 영어 이외의 외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스페인어를 하시는 분 중에 서울에 계신 분 연락주세요’라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어요. 그러고 나서 많은 외국인으로부터 ‘나도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라는 이메일을 받았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외국인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지만 쉽게 기회를 접하지 못한다. 선현우씨는 그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다가 답변을 한 군데 모아 올려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다양한 외국어를 공부했던 그는 각 언어권에 따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외국어를 잘한다고 해서 가르치기도 잘하는 것은 아니에요. 대학교 때 휴학을 하고 출판 편집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요. 글을 수십 번 교정하다 보니 한국어 문법에도 눈을 떴죠. 그리고 외국어를 독학하던 노하우가 합쳐져 한글을 가르칠 수 있게 됐어요.” 그는 2007년부터 홈페이지 개설 작업을 시작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만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온라인에 외국인을 위한 한글 학습에 관한 콘텐츠가 전무한 상태에서 하나하나 직접 쌓아나가야 했다. “온라인을 활용한 한글 공부에 대한 전문가는 아직 없어요. 그래서 책임감도 크죠. 작은 실수라도 하면 저를 믿고 따라와주는 분들이 잘못된 한국어를 배우게 되는 거니까요. 단어와 문법 하나도 재차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죠.” 또래가 취직 걱정을 할 때 그는 더욱 적극적으로 홈페이지 운영에 매달렸다. 기본적으로 무료 학습 홈페이지지만 회원이 많은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EBS가 방송은 무료지만 책 판매로 수익을 내듯이 저도 수익적인 면을 생각했어요. 공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워크북을 만들어 1, 2달러에 판매하기도 하고 학습 레벨에 따라 60개의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하나씩 다운받는 건 무료예요. 그렇지만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한꺼번에 받기를 원하죠. 1달러 정도에 한 번 클릭으로 모두 다운로드할 수 있어요.” 대부분의 회원들은 그의 홈페이지를 서포트하는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홈페이지를 개설할 당시는 5천 명 내외였으나 입소문이 퍼져 3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회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제가 외국어를 공부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정작 사용할 곳이 없다’는 외로움이었죠. 이 점에서 착안해 홈페이지에서 배운 것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원들과 교류해요. 즉 저는 그들이 공부한 것을 자랑스럽게 보여줄 상대방이 되어주는 겁니다. 그런 성취감은 학습 의욕을 좀 더 높여줘요.” 선현우씨의 꿈, 소셜미디어와 만나다 그의 홈페이지가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또 있다. 한국 문화에 관련된 톡톡 튀고 재밌는 콘텐츠를 제작해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외신을 통해 북한 관련 이슈가 많이 보도되다 보니 한국을 불안한 나라로 생각하는 외국인도 많아요. 그래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문화도 많이 소개하고 있어요. 동영상을 통해 다양한 한국의 풍경을 보여주죠. 제가 신촌이나 명동 같은 번화가를 동영상에 담는 이유입니다.” 한국 지하철이 역으로 들어오는 동영상만 올려도 외국인들에게는 충분히 이국적인 풍경이다. 특히 일본, 동남아를 넘어 유럽으로 전파된 한류의 영향도 톡톡히 받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그는 한국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외국인들의 질문을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도 많아요. ‘12월 말에 태어난 아이는 태어난 지 며칠 만에 두 살이 될 수 있느냐?’라며 한국 나이(Korean Age)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도 많고요. 또 비빔밥을 비비는 동영상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걸 본 한 외국인이 ‘아! 한국 드라마에서 주부들이 화가 났을 때 비비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 알았다’라며 감탄하기도 했어요. 또 한국은 IT 강국이라 가정에서도 인터넷이 되는데 왜 PC방이 많은지 묻기도 합니다.” 그는 홈페이지 운영뿐 아니라 각종 단체의 강연 의뢰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주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원어민 한글 교사를 대상으로 한국어, 한국 역사 강의를 한다. 또 외국어 학습에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이력 덕분에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여성가족부 해외 공무원 초청 프로그램에서 소셜미디어 강연을 하기도 했으며 국무총리실에서 트위터 강연을 하기도 했다. 또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에서 주최하는 ‘블로그를 통한 올바른 한국 알리기’ 강연도 했다. “모든 것이 합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홈페이지를 개설한 2007년에는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돼 한창 활기를 띠던 때였죠. 제 동영상 개인 구독자만 해도 3천 명이었어요. 또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등장했고 그런 것들이 제 홈페이지 홍보에 큰 기여를 해주었죠.” 동시에 한류 붐이 일어났고 한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외국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는 자신이 10년 전에 관련 홈페이지를 만들었다면 그때는 무용지물이 됐을 거라고 말한다. 선현우씨의 영어 공부하기 그가 영어 공부를 할 때는 조기 교육이란 없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다. 때문에 수학이나 과학과 달리 어학은 재미만 붙인다면 언제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과학고를 가고 싶어서 중3 때 입시용 책으로 영어를 공부했어요. 그런데 떨어졌죠. 한 달간 정말 열심히 했는데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그저 외우기만 했으니까요. 일반고에 진학하고 나서 영어에 대한 오기가 생겼어요. 영어를 공부하면서 재미가 붙으니 저절로 실력이 늘더라고요.” ‘우선순위 영단어’라는 학습법이 유행이긴 했지만 선현우는 자신이 평소 알고 싶은 단어를 먼저 습득해나갔다. 자신이 갖고 있는 호기심으로 단어를 익히면 절대 잊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도 ‘저건 영어로 뭐라고 말할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찾아보곤 했어요. 수학의 ‘함수’나 ‘통계’ 같은 거 말이죠(웃음).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영어라고는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에서 2년 만에 하고 싶은 말들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됐어요.” 영어 공부에서 가장 도움이 됐던 또 하나는 영작이었다. 혼자 미국에 있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모든 상황을 영어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표현법으로 여러 가지 문장을 만들었다. “한국어를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예요. 방금 배운 표현을 이용해 코멘트를 달라고 해요. 예를 들어 ‘~하는 것을 좋아해’ 하면 수십 가지를 대입해서 다른 문장을 써보라고 해요. 최대한 칭찬해주면서 말이죠.” 선현우씨가 영어 공부에 매진할 당시는 1997년이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 고작 전화기에 연결해서 온라인에 접속하는 PC통신 시절이었다. “저는 그때 ‘영어 채팅방’을 십분 활용했어요. 학교에서 하루 종일 궁금했던 걸 저녁 때 통신에 접속해 영어 채팅방에서 물어봐요. 가르침을 받으면 또 다른 채팅방에 가서 원래 아는 표현법인 것처럼 써먹었죠. 사람들이 잘한다고 칭찬해주면 성취감을 느끼고요.” 야간자율학습까지 빼먹고 영어 채팅을 했고, 그 탓에 한 달에 전화비만 15만원 이상 나왔다. 결국 그는 국내파 영어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외국어 특기자 전형으로 고려대 불문과에 진학했다.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외국어에 대한 궁금증은 모두 해결할 수 있어요. 트위터로 물어봐도 누군가 금세 알려줄 겁니다. 외국어를 잘하고 싶다면 먼저 외국어를 공부하고 싶은 이유나 목적을 만들어보세요. 그리고 적극적으로 영작해보는 것, 그것이 외국어 학습의 지름길입니다.” 그는 이제 한국인보다 외국인에게 더 유명한 사람이 됐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국내 관광지에서는 그를 알아보는 이들이 한둘은 있단다. “한번은 인사동에 나간 적이 있는데 덩치 큰 흑인이 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걸어오는 거예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겁을 잔뜩 먹었는데 흑인이 다가와 하는 말이 ‘나, 한국어 할 줄 안다. 너 때문이다. 고맙다’라고 하더군요. 훈훈한 포옹으로 마무리했습니다(웃음).” 그는 앞으로 러시아어와 아랍어도 공부할 생각이다. “‘난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이지 너희 말을 배우는 사람이 아니야’라기보다 ‘너희 말도 참 아름답고 나 역시 너희 언어를 알고 싶어’라는 교류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습득한 언어로 미국, 유럽, 동남아까지는 대응이 되는데 러시아나 아랍어권은 새롭게 배우려고 합니다.” 선현우씨는 10개국 언어 습득에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과 한국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저였으면 좋겠어요. 그들에게 든든한 배경으로 한국에 대한 어떤 부탁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는 한 달 후면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한다. 신혼여행 때도 동영상 카메라를 들고 여러 사람과 소통하는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그야말로 세계인이 축복하는 행복한 결혼식이 될 것이다. 청년 한 사람이 작은 노트북과 캠코더 하나로 160개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다. 참 경이롭고 멋진 일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이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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