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4,134 건 검색)
- [공감]웃음의 연대
- 2025. 02. 04 21:15오피니언
- 일곱 살 무렵으로 기억한다. 동네 막국수 가게에 켜둔 텔레비전에선 9시 뉴스가 방영 중이었고, 대통령이 심각한 표정으로 담화문을 낭독하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감자전을 앞에 두고 소주를 마시던...
- 공감이소영
- 조기 대선 앞둔 이재명에 놓인 포용·연대라는 ‘숙제’
- 2025. 02. 02 20:17정치
- ... 자리에서 통합과 포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독주 체제’를 넘어 야당과 시민사회가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 당내 통합과 야권 연대 요구받은 이재명…대권 도전 앞두고 ‘리더십 시험대’
- 2025. 02. 02 18:24정치
- ... 있어 다른 야당을 배제하는 태도를 문제로 지적해왔다. 민주당은 2017년 촛불 혁명 당시에도 정치적 연대를 이루지 못했는데, 다시 유사한 실책을 반복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포용과 연대란 숙제를
- 윤석열 기소 후 시작된 극우 분열? 신남성연대 “더는 집회 안 할 것”
- 2025. 01. 28 16:37사회
- ... 반대) 집회를 주도해온 신남성연대의 이탈은 극우 세력 내 분열의 결과로 풀이된다. 신남성연대 측은 전날 게시한 약 4시간50분 길이의 영상에서 주로 그간 신남성연대를 향한 극우 세력 내부의...
스포츠경향(총 467 건 검색)
- ‘춘화연애담’ PD “여성 연대 도드라지는 작품…찍으면서도 눈물 흘려”
- 2025. 02. 05 15:54 연예
- 이광영 감독이 5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티빙 드라마 ‘춘화연애담’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춘화연애담’ 이광영 감독이 작품에 대해 “여성들의 연대가 도드라지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춘화연애담’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이광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고아라, 장률, 강찬희, 손우현, 한승연이 참석했다. 이광영 감독에게 ‘춘화연애담’ 속 여성 서사를 어떻게 만들고자 했는지 묻자 이 감독은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관습들이 정말 많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어야 할 관습들도 많다”며 “이 관습을 깨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며 여성들의 서사를 구축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이광영 감독은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를 통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며느라기’는 K-며느리 ‘민사린’이 시월드에 입성하면서 겪는 다양한 갈등을 담아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어 이번 ‘춘화연애담’도 역시 “여성들의 연대가 뒤로 갈수록 도드라진다”며 “눈물이 없는 편인데 촬영장에서는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티빙 ‘춘화연애담’은 파격적인 연담집 ‘춘화연애담’으로 도성이 들썩이는 가운데 첫사랑에 실패한 공주 화리(고아라)가 직접 부마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이 가운데 도성 최고 바람둥이 환(장률 분)과 1등 신랑감 장원(강찬희 분)이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로맨스를 담았다. 한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춘화연애담’은 오는 6일 낮 12시 첫 공개된다.
- ‘검은 수녀들’ 전여빈, 연대의 힘 빛났다
- 2025. 02. 01 06:43 연예
- 제공/배급: NEW | 제작: 영화사 집 ‘검은 수녀들’ 속 전여빈의 뜨거운 열연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지난 24일 개봉해 호평과 함께 상영 중인 영화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중 전여빈은 정신의학과 전공의 수녀 미카엘라로 분해 호연을 펼치고 있다. 미카엘라는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아이를 구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구마 의식에 함께하게 된다. 불안한 자신과는 달리 모든 일에 대담하고 담대한 유니아(송혜교 분)에게 반발심을 느끼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어느새 그녀에게 물들며 변화하게 되는 인물이다. 전여빈은 유약한 미카엘라의 면면을 그녀만의 디테일한 연기로 완성도 높게 그려냈다. 그녀는 혼란스러움 속 복잡한 감정을 어슴푸레하면서도 또렷하게 표현해 내며 관객들의 마음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특히, 극 후반부에 나오는 폭발적인 감정 열연은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보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기도. 이러한 그녀의 열연에 관객들이 남긴 리뷰에는 작품의 메시지인 연대의 힘을 보여주기에 더할 나위 없는 연기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전여빈은 ‘검은 수녀들’의 개봉과 동시에 SBS 드라마 ‘우리 영화’의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 영화’는 소포모어 징크스(처음 시작에 뛰어난 모습을 보였던 사람이 그 이후 급속히 기량이 쇠락하는 증세를 의미함)를 겪고 있는 영화감독과 자유로운 영혼의 시한부 배우 지망생이 함께 영화를 찍으며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하는 멜로 드라마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또다시 대중을 사로잡을 그녀의 활약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전여빈 존재감이 빛나는 영화 ‘검은 수녀들’은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 “하정우·송강호·정우성 뭐하냐”···‘윤석열 파면’ 영화인연대 성명 후폭풍
- 2024. 12. 08 16:07 연예
- 각각 ‘변호인’·‘1987’·‘서울의 봄’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왼쪽부터), 하정우, 정우성. 경향신문 자료사진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영화인 등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이에 동참하지 않은 배우 등에 대해 비판 여론이 쏠렸다. 이를 두고 자중의 목소리도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앞서 영화감독 김일란, 봉준호, 변영주, 전계수, 장준환 등을 비롯해 배우 조현철, 문소리, 박정민, 임지연, 전도연, 신혜선, 한지민 등이 포함된 ‘윤석열 퇴진 요구 영화인 일동’ 2518명의 성명이 7일 나왔다. 이들은 “대한민국 영화인들에게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내란죄의 현행범일 뿐”이라며 “신속하게 윤석열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고 파면·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영화인 연대의 성명이 나오자 일부 배우들에 대한 비판 여론도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배우들의 명단을 작성해 돌리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미스터 선샤인’을 찍은 이병헌 ▲정약용 후손이라고 ‘언플’하던 정해인 ▲‘택시운전사’와 ‘변호인’을 찍은 송강호 ▲‘서울의 봄’ 찍은 황정민·정우성·이성민 ▲‘1987’ 찍은 하정우·유해진 등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 영화인 연대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영화인들이 대규모로 ‘12·3 비상계엄 사태’를 발생시킨 윤 대통령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민주주의 또는 시대극에 출연한 배우들이 이에 동참하지 않은 것은 위선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명단이 확산되면서 이와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탄핵을 반대하고 윤 대통령 처벌 촉구의 목소리를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성명을 낸 영화인들에 대한 진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특히 임영웅과 차은우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비판이 쏠리면서 ‘사실상 홍위병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임영웅은 지난 7일 반려견 시월이의 생일 기념 사진을 올렸다 한 누리꾼이 ‘이 시국에 뭐하냐’는 DM(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고 임영웅은 ‘뭐요’라고 답한 내용이 온라인상에 확산됐다. 차은우 또한 지난 7일 인스타그램에 화보 사진을 올렸다 ‘지금 표결 시간인데 화보를 올릴 때냐’ 등의 비판세례를 받았다.
- 영화인연대, 윤석열 대통령 ‘즉시 퇴진’ 촉구
- 2024. 12. 06 08:46 연예
-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영화인 단체 모임이 윤석열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6일 성명을 내고 “‘12.3 비상계엄 사태’는 전 국민에게 지울 수 없는 끔찍한 악몽”이라며 “우리는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던 지난 독재의 시간을 떠올리며 분노와 공포의 밤을 지새웠다”고 밝혔다. 이어 “계엄군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곳은 대한민국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였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국회와 국민의 선거원을 짓밟은 반국가세력이고 체제전복세력”이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윤 대통령의 즉시 퇴진 ▲국회가 윤 대통령을 즉시 탄핵할 것 ▲계엄 주도자와 부역자를 강력치 처발할 것을 요구했다. 단체는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모멸감을 준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을 할 자격이 없다”며 “국회는 즉시 여야 관계없이 윤 대통령을 탄핵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가 안전을 도모하라”고 했다. 또한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유산은 유령이 돼 찾아온다”며 “비상계엄 주도자와 부역자 모두 끝까지 수사해 먼지 한 톨만큼 잘못도 엄중히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지난 세기 시나리오 사전 심의제와 영화 검열 폐지를 위해 투쟁했고 표현의 자유를 쟁취했다”며 “우리는 한국영화를 꽃피운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 영화산업 위기 극복 영화인 연대 단체 목록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CGK),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배우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이사회,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SGK),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지역영화네트워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전국독립영화전용관네트워크, 영화제정책모임,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부산영화인연대,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주간경향(총 135 건 검색)
- [취재 후] 다만 ‘연대’와 함께하소서(2025. 01. 01 06:00)
- 2025. 01. 01 06:00 사회
- 이효상 기자 취재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 중 가장 인상 깊은 사람들은 대개 활동가들이다. 노조나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 거의 항상 가용 자원이 제한되거나 부족한 상태에서 헌신적인 노력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기자라는 직업은 이들의 이름 없는 헌신에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많다. 일률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상당수 활동가는 일을 대하는 태도만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놀라움을 준다. 현실이나 한계를 잘 알면서도 미래와 이상을 이야기한다. 활동가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연대’ 같은 말이 그렇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부서지기 쉬운 개개인들의 연대를 활동가들은 믿는다. 지난 몇 년간의 사회상을 지켜보면서 활동가들이, 더욱 정확하게는 시민사회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민사회는 진영논리에 쉽게 휘말렸고, ‘운동권’으로 싸잡아 매도되는 일이 잦아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새로운 구상을 거의 말하지 못했다. 노골적인 노조 탄압 등에 수세적인 반대를 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전국의 탄핵 광장을 취재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노조나 시민단체 밖에도 활동가들이 있었다. 그들은 직장인이기도, 비정규직이기도, 노래방 도우미기도 했다.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여성가족부 해체를 공약하고 ‘여성 혐오’를 전면에 내세운 윤석열 정부 집권기에 이들은 탄압받는 소수가 되는 경험을 했고, 한 명의 활동가로 의식화했다. 이들은 여느 활동가처럼 ‘연대’를 말했다. 2024년 12월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은 늦은 밤 농민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남태령으로 향했다. 연대는 이튿날 새벽까지, 그다음 날까지, 그리고 오늘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단식 투쟁 중인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로, 고공 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로 ‘남태령에서 온 소녀’의 이름으로 후원금이 입금됐다. ‘연대’는 더는 이상에서만 존재하는 단어가 아니다. 광장의 문이 닫히고 새로운 사회가 열릴 때 한국사회는 항상 누군가를 뒷전에 남겨뒀다. 이번 광장의 마무리도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다. 다만 ‘연대’와 함께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뒤처진 사람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 취재 후
- 8년 만의 ‘탄핵연대 시간’…문 정권 반면교사 삼아야(2024. 12. 16 06:00)
- 2024. 12. 16 06:00 정치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긴급 담화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만만치 않겠는데요. 생각보다 오래 걸릴 듯합니다.” 지난 12월 12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긴급담화 이후 다시 연락이 온 <정치 내전> 저자 유창오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전날 저녁 통화에서 그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 인용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루 전 이야기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무는 헌정질서를 유지하는 선인데 누굴 새로 임명하는 인사권까지 주어지진 않는다. 원래대로라면 내년 4월 중순에 대통령 몫 헌재재판관 둘을 새로 임명해야 한다. 그때까지 결정을 끌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현재 지연되고 있는 국회 몫 3인 임명은 후보자까지 나와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도 여권이 제시한 임기 단축안을 거부하고 헌재판단을 받아보겠다고 했다. 그 사람들은 청문회 등 절차를 거쳐 금방 임명될 것이다. 쟁점이 명확하므로 오래 걸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밝힌 12월 12일 긴급 담화 내용을 들어보니 “결국은 인용되겠지만 법리적으로 공방이 벌어지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라는 것이다. 소추안이 통과되면 최장 180일 이내에 결론 내게 되어 있지만, 그 시한을 넘길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탄핵소추 가결로 끝나지 않을 수도 8년 만에 다시 돌아온 ‘탄핵연대’의 시간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234표의 ‘가(可)’로 통과됐다. ‘부(否)’는 56표, 기권은 2, 무효표는 7이었다. 역시 무기명으로 진행한 투표라 128석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 중 정확히 몇 명이 탄핵에 찬성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 중진이었던 김무성, 권성동, 유승민 등이 주도해 적극적으로 탄핵에 동참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12월 12일 새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선출된 권성동 의원은 2016년 탄핵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헌법재판소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소추위원을 맡아 박근혜 탄핵 재판에 참석했다. 그런 까닭에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세력에게는 ‘탄핵 5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그가 선출된 것은 ‘2016년 탄핵 경험’이라는 남다른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는 ‘당 밖은 시베리아’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명분이 좋은들 기득권 양당 체제 바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이다. 탄핵 찬성 대가는 혹독했다. 탄핵에 찬성한 비박계 의원 29명은 그해가 가기도 전에 탈당해 이듬해인 2017년 1월 바른정당을 만들었다. 바른정당은 그후 국민의당과 합쳐 바른미래당 등으로 명맥을 이어갔지만, 결국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졌다.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탄핵연대를 지켜내지 못했다”라는 것이다. 어느 한 세력의 힘만으로 촛불혁명은 가능하지 않았는데 그 성과를 특정 정파가 독식하면서 결국 정권 실패로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연구위원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혁명을 했던 사람들이 공동으로 정권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당선된 후 누가 정권을 잡았나. 586과 친문이다. 사람을 왜 이렇게 쓰냐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끼리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를 한 것이다. 탄핵연대 대신 들어선 것이 적폐 청산이다. 적폐 청산으로 문 정권의 노선이 확립되면서 그 수단으로 기용된 것이 윤석열과 한동훈이었다. 윤석열과 갈등 끝에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달도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석열 정권 탄생의 책임이 있다’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박근혜 탄핵으로 성립된 ‘탄핵연대’를 일시적 제휴나 연대가 아니라 정권의 성공을 위해 지켜냈어야 하는데 집권 후 방관 내지는 쳐내는 방향으로 작동했다는 비판이다. 8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번 탄핵연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정치평론가나 학계·정치권 반응은 비관적이다. 박신용철 위원의 말이다. “박근혜 때와 지금의 ‘탄핵연대’는 다르다. 문재인 때 탄핵연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고했다. 연결망이 끈끈했다.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앞장서고 민주당이 올라탄 형태였다. 현재의 탄핵연대는 윤석열의 ‘자해’ 덕분이다. 탄핵을 자초한 자해로 운 좋게 이 결과를 얻은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제안하자 한 의원이 이마를 만지며 난처해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박근혜 탄핵 때와 다른 점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탄핵까지 이르게 되는 숙성시간이 짧아 탄핵연대가 지속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 “탄핵이 촉발된 것이 12월 3일 밤의 비상계엄령이었다. 12월 14일까지 쳐도 11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2016년은 달랐다. 그때는 촛불이 6개월간 지속했다. 2016년 10월부터 탄핵이 인용된 2017년 3월까지 장기간 지속하면서 정치권으로서는 어마어마한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 겪은 사건이었지만 생각이 무르익을 시간이 있었다.” 그는 ‘광장의 연대’를 넘어선 ‘정치권 연대’가 2016년보다 더 쉽지 않은 이유를 이번 ‘탄핵의 강’을 건넌 여권 내 인사들의 힘이 여전히 약하다는 점을 들었다. “2016년 당시 야권 1당이었던 민주당 의석은 121석이었다. 국민의당(38명), 정의당(6명)과 무소속(6명)을 합쳐도 171명으로, 통과엔 29석이 모자랐는데 실제 표결 결과에서는 234명이 찬성했으므로 63명이 넘어온 셈이다. 지난 12월 14일 탄핵 표결 전 국민의힘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다시 그 사람들이 뛰쳐나와 새로운 정파를 만들 만큼 힘을 가지진 못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헌기 새로운소통 연구소장의 시각도 비슷하다. “박근혜 탄핵과 지금 탄핵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헌법 수호 의지가 있냐 없느냐를 의회에 묻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내란 수괴와 그 동조자들에 대한 것이다. 지금의 야권이 ‘탄핵연대’를 하려면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새누리당 탄핵 찬성파는 반기문이라는 대안 리더십 모델을 작동시켰고, 바른정당이라는 세력이 있어 그쪽에 유승민, 김무성, 이준석과 같은 사람들이 연대 주체로 있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은 통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탄핵이 이뤄진 후 한두 명 정도 탈당할 수는 있지만 세력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내란 수괴를 옹호하는 세력이 상당수 남아 있는 국민의힘과 연대한다는 것을 과연 유권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저쯤 되면 내란 사태가 마무리된 후 위헌 정당 청구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석열이나 한동훈은 국민의힘 주류에게 해고됐다고 본다. 말하자면 용병 계약이 끝났다.” 공희준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지금의 국민의힘 주류는 딱 하나를 본다. 지방선거 공천권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의 한밤 비상계엄 선포에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왜 호응했을까. 지방선거 공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친윤’으로 불렸던 국민의힘 주류를 자세히 보면 수중에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방 토호다. 돌이켜보면 윤석열 정권은 일종의 호족연합체 정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중앙 권력은 상실해도 지방 권력은 놓을 수 없는 것이다. 권성동 새 원내대표 입장에서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물러나든 말든 자신의 지역구에서 공천을 못 받을 리 없지 않나.” 그는 대통령 윤석열의 ‘권력 중독’을 지탱하는 네 가지 기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첫째가 김건희, 둘째가 충암고, 셋째가 친윤 지방 토호, 넷째가 극우 유튜버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실 세계와 담을 쌓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는 것이다. ‘윤석열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환상 세계를 뒷받침하는 네 개의 기둥 중 중요한 것은 아직 안 무너졌기 때문에 윤석열은 환상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설혹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250석을 차지했더라도 벗어나지 못했을 정도로 중독돼 있다. 윤석열이 나름대로 어떤 고도의 전략과 플랜B, 로드맵을 갖고 있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구현되려면 정확한 정세 인식이 있어야 했는데 계엄 사태 이후에도 이 네 가지 중독에 갇혀 있다. 지금은 수습 불능상황이라고 본다. 강제종료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지난 12월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성명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탄핵연대’, 쉽지 않다 그 역시 이번 ‘8년 만의 탄핵연대’가 탄핵 이후에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거로 봤다. “정치권의 탄핵연대가 지속하려면 윤석열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이 다음 총선에서도 국회의원이 되는 걸 보장해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이번에 이준석이 아무리 열심히 탄핵에 협조했다 한들 다음 총선에서 화성 동탄을에 민주당이 후보를 안 낼까. 탄핵연대가 불가능한 이유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정치평론가나 여론전문가, 정치학자들은 탄핵 이후 정치 상황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혼란이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공희준 평론가는 “자기가 얻은 것 이상 권한을 행사하도록 보장된 선거구조”에 기인한 문제라고 했다. “제도적으로 ‘오버’하게 하는 것이 문제다. 이 시스템에서는 겸손한 사람도 오만할 수밖에 없다. 지난 총선에서 48%를 얻은 민주당은 지지율보다 30% 이상 더 많은 의석을 가지고 있다. 윤석열도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에게 0.73%포인트 차로 이겼다. 압도적으로 이긴 것도 아닌데 왕처럼 굴었다. 보수와 진보 주류가 법조·운동권 엘리트다. 다들 권위주의적 캐릭터인데, 그런 권위주의적 심성을 가진 사람들만 승승장구하는 제도다.” 1987년 개정헌법 체제를 상징하는 87체제 권력 구조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온 것이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과 승자 독식 문제였다. ‘윤석열 이후’ 나올 정권에서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 “윤석열 대통령의 순장조가 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의 말이다. “지금은 혁명적 시기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내일 또 어떤 폭로가 터져 나올지 모른다. 국민도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전복하려 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때와는 180도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윤석열을 지키겠다는 것은 정말 소수의 ‘찐윤’ 외엔 국민의힘에서도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일이다.” 그는 정국 안정화 해법은 탄핵소추 이후 내란심판과 별도로 분권형 개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칫 장기화하거나 기각 가능성이 있는 헌재 심판 이전에 부칙에 현직 대통령 임기 종료를 담은 개헌안 국민투표로 윤석열 정권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한이 제한돼 있어서 개정헌법은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권력 구조안만 담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제안이다. 이 경우 그동안 논의됐던 중임제 개헌이나 분권형 개헌, 조금 더 나간다면 결선 투표 도입 등만 반영해 추진하면 된다. 실제 현재의 6공화국 시스템을 만든 87년 개헌의 경우도 87년 6월항쟁이 끝나고 2개월 만인 같은 해 9월 초 여야 합의 개헌안이 마련됐다. 직선제 개헌안을 핵심으로 한 개헌안 국민투표는 대선 전인 10월 27일에 치러졌다. 김능구 대표의 말이다. “헌재 심판 전 개헌 국민투표의 주체는 2016년 탄핵 후 문재인 정부가 실패했던 탄핵연대가 될 수밖에 없다. 탄핵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개헌은 필수적이다. 대통령 직무 정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만에 하나 헌재에서 탄핵안이 기각되면 내란으로 수감 중인 윤석열이 돌아올 수도 있다. 그 경우 혼란은 불가피하다. 보수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2016년 탄핵 이후 터져 나온 말이 ‘이게 나라냐’는 것인데 이제 그 질문에 답을 줘야 한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1987년 때도 불과 서너 달 만에 개헌해냈으니 못해낼 이유는 없다”라며 “우리 정치에서 지금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하니 지켜봐야 하지만 여야가 합의만 하면 충분히 두 달, 늦어도 석 달 내에 새 헌법안을 만들어 국민투표를 부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신용철 위원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이 탄핵 이후 7공화국을 만들 적기”라고 덧붙였다. “극우 보수가 아닌 국민의힘 지지층도 보수는 이제 망했다고 생각한다. 심적인 마지노선도 붕괴한 상황이다. 종전 진보나 보수 아닌, 어제의 허물을 벗고 새로운 공화국 건설에 함께 나서자고 한다면 호소력이 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의 불확실성 해소다.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 임기 단축 개헌 국민투표를 통해 윤석열 정권을 끝으로 87체제를 종결하는 것이다. 여야 합의로 정치교체를 이뤄 새로운 7공화국으로 나가자는 비전이 제시되면 어느 쪽이든 수용 가능하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 참석자들이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표결을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세계가 한국 ‘탄핵’ 주목하는 이유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문재인 정권의 실패 원인으로 탄핵연대를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언론 칼럼에 쓴 적 있다”라며 “중요한 것은 여야 국회의원들·정치권의 연대 문제가 아니라 유권자 변화”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권을 지지했던 50·60대와 70대 유권자들, 지역으로 치면 영남지역 유권자들의 변화된 성향을 계속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 탄핵연대의 핵심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문재인 대통령 시기를 거치고 떠난 사람들, 특히 20~30대 유권자들을 끌어안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과 계속 연대해 나가지 않으면 민주당은 또 5년 안에 정권을 내주게 될 것이다. 설혹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때보다 지지층 이탈이 더 빠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문재인 심판’의 도구로 윤석열을 선택했던 이들이 똑같은 이유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기 위해 이재명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차기 정권이 성공하려면 윤석열 정권 이후 만들어질 ‘제2의 탄핵연대’가 앞으로 10~20년 이상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시적인 연대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유색인종이 늘어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민주당이 유리하고 공화당이 불리할 것 같은데 선거 결과는 정반대로 나온다. 탄핵연대라는 것이 만들어졌다고 자동으로 유지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는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롤러코스터 같은 정치 상황이 앞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 언론을 보면 탄핵을 겪고 있는 한국에 대한 보도와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된 프랑스에 대한 보도가 1면에 같이 나오고 있다. 시리아도 대통령이 망명했고, 영국이나 미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정치학 교과서에서 한국은 민주화에 성공해 선진국이 된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고 있는데 한국뿐 아니라 그동안 가장 선진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간주하던 프랑스나 미국에서도 비슷한 정치의 사법화·정치적 갈등 상대에 대한 불관용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정치 상황이 세계 각 나라에 앞서 먼저 온 미래일지도 모른다. 한국 상황이 어떻게 해결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 표지 이야기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37) 위기에서 빛나는 우정의 연대(2024. 12. 06 15:40)
- 2024. 12. 06 15:40 문화/과학
- 뮤지컬 <긴긴밤>·연극 <사일런트 스카이> 뮤지컬 <긴긴밤>의 노든과 새끼 펭귄 장면 / 라이브러리컴퍼니 이미 여러 번 읽은 루리 작가의 <긴긴밤>(2021·문학동네)을 뒤적이며 ‘긴긴밤’을 지새웠다. 과거 악몽이 되살아나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살아생전 다시 겪을 일 없을 거로 생각했던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12·3 비상계엄 사태)는 44년 전 트라우마를 들쑤셔 놓았다. 비상계엄을 글로 배운 중학생 아이가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묻는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 ‘서울의 봄’(1979년 10월 26일~1980년 5월 18일 전국적 민주화운동)과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 이야기를 복기했다. 아이는 대통령이 발호하는 비상계엄이 준전시 상황임을 인식하고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뉴스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뮤지컬 <긴긴밤> 흰바위 코뿔소 노든의 가족을 공격한 밀렵꾼을 대하는 새끼 펭귄의 분노와도 같다. <긴긴밤>(양소영 작·작사, 박보윤 작곡, 황희원 연출, 이철 무대)은 루리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동화가 원작인 창작 초연 뮤지컬이다. 200석 남짓한 작은 무대는 반타원형 초원이 덧대어진 시공간 융합 공간이다. 아프리카 평원부터 사막, 도심 동물원, 거대한 바다와 물웅덩이, 습지 등 이야기가 진행되는 지구 곳곳의 공간이 시간대를 넘나들며 진행된다. 오묘한 공간에 편안한 면바지와 셔츠 차림의 새끼 펭귄(연지현·이정화·설가은 분)이 ‘따닥따닥’ 캐스터네츠를 울리며 등장한다. 자신의 아버지들인 흰바위 코뿔소 노든과 펭귄인 치쿠 및 윔보, 작은 ‘알’ 상태였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아울러 작품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자신은 그냥 펭귄일 뿐 이름이 없는 점도 강조한다. 이 작품에서 ‘이름이 있다는 것’은 ‘동물원에 구속된 적이 있다는 것’이다. 펭귄은 이름이 없는 대신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감내해온 자유인임을 강조한다. 고통을 이겨내는 불면의 긴긴밤 흰바위 코뿔소 노든(홍우진·강정우·이형훈 분)은 코끼리 무리에서 자라났다. 아프리카풍의 삼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등장하는 어린 노든에게 코끼리 가족들은 “코가 길지 않아도 너는 훌륭한 코끼리야.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어”라고 덕담을 안긴다. 독립 후 가족을 이루어 살던 노든은 뿔을 탐내는 밀렵꾼에게 가족을 다 잃는다. 동물원에 갇혀 악몽 속 긴긴밤을 보내던 중 코뿔소 앙가부(박근식·박선영 분)가 얘기를 하면 나아진다고 조언하자 조금씩 마음을 연다. 마음껏 달리는 게 꿈인 앙가부를 위해 동물원 탈출을 계획하던 노든은 또다시 밀렵꾼에게 앙가부를 잃고 전쟁에 휩싸인다. 한쪽 눈을 실명한 치쿠(유동훈·이규학 분)는 ‘알’을 같이 키우던 친구 윔보를 잃고 함께 키우던 알을 보호하기 위해 노든과 동행한다. 알이 부화한 새끼 펭귄의 터전인 바다로 가기 위해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대표 넘버 ‘바람보다 더 빠르게’에서 “바람보다 더 빠르게. 저 끝까지 달려가. 바람보다 더 빠르게 어디로든 달려”를 반복하는 것은 자유를 만끽하는 대신 책임을 지고 고독을 즐기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작은 무대지만 극에 빠져들수록 거대한 평원이 동시에 아른거린다. 앙가부와 노든의 질주 본능을 반영한 동선, 새끼 펭귄이 종국에 도달하는 거대한 바다는 조명과 음향만으로 벅찬 감동을 준다. 새끼 펭귄과 노든, 치쿠 등이 긴긴밤을 두려워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이끌어준 우정의 연대 덕이다.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로렌 군더슨 작, 김민정 윤색·연출, 김종석 무대, 이수경 영상)는 사후 노벨 물리학상 후보자에 언급된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1868~1921)의 삶과 동료들의 연대를 그린다. 헨리에타(안은진 분)는 대학 졸업 후 하버드대학 천문대에서 항성의 밝기를 검수하는 계산원으로 근무한 여성 천문학자다. 그러나 그는 죽을 때까지 천체 망원경을 거의 만져보지 못했다. 당시 천체 망원경 조작은 남성들의 전유물이어서이다. 여성학자들이 볼 수 있는 것은 남성 천문학자들이 촬영한 사진 건판(Dry plate·빛을 받으면 검게 그을리는 용액을 바른 뒤 말린 유리판을 망원경 뒤에 끼워 넣어 별빛을 검은 반점으로 남긴 판)뿐이다.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의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성운과 별무리 장면 / 국립극단 다른 존재의 인정 시너지 창출로 그는 왕성한 호기심과 끈기로 수년간 사진 건판 수천 장을 분석해 동료들과 변광성의 체계를 목록화했다. 맥동 변광성(맥박처럼 주기적으로 빛의 밝기가 변하는 별)인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 variable star)을 분석해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함을 입증해낸 것이다. 여성 참정권 투쟁이 겨우 거론되던 시대, 헨리에타는 많은 연구 업적을 이룩했음에도 주요 연구자로 학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사회적인 제약 속에서 동료들과 여동생 마거릿 레빗(홍서영 분)과 동료 피터 쇼(정환 분) 등은 그의 끈기와 연구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함께한다. 작품은 밤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처럼 시적이고 잔잔하다. 가족을 돌보거나 사진 건판을 분석하는 것이 전부였던 헨리에타의 삶을 무대화하기 위해 창작진은 그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평생 흠모했던 천체 망원경 관측과 연구에 영감을 준 여동생 마거릿의 연주, 유럽 여행의 감동 등 그 삶의 인상적인 공간과 기억이 무대예술로 구현돼 마치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따뜻하게 반짝인다. 마지막 장면은 헨리에타가 평생 거의 만져보지 못한 천체망원경을 통해 별을 관측하자 무대 전체에 별 무리와 성운이 가득 영사되는 장면이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상징하는 꿈의 실현 같다. <긴긴밤>은 고단한 삶과 사건 사고를 겪고 ‘긴긴밤’을 지새우던 등장인물들이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이야기를 또 다른 누군가와 나누기도 하면서 고통을 극복하는 사랑과 연대에 대한 작품이다. 새끼 펭귄이 관객들에게 세 아버지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긴긴밤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일지 모른다. <사일런트 스카이>에서 헨리에타가 가장 의지했던 여성 천문학자 윌러미나 플레밍(박지아 분)과 애니 캐넌(조승연 분)과의 젊은 시절 에피소드는 이 작품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장이다. 서로 다른 스타일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각자의 연구에 도움을 주던, 전혀 다른 존재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명분 없는, 법리에 어긋난다고 평가되는 지난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3시간여 만에 여야 국회의원 190명의 동의로 해제됐다. 밤새 뉴스를 같이 본 아이와 새벽에 짧은 잠을 청했으나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다. 긴박한 역사적 퇴행은 일단 마무리가 된 듯하나 새로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우정은 친구와 적을 구별하지 않는 친구이면서 적이고 적이면서 친구가 될 수 있는, 친구와 적의 갈등과 해소를 동시에 포용하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집단지성과 우정의 연대는 생각보다 큰 힘이 있다. <사일런트 스카이>는 12월 28일, <긴긴밤>은 2025년 1월 5일까지 상연한다.
- 이주영의 연뮤 덕질기
- [편집실에서] 공동체와 연대를 향한 실험(2024. 11. 27 06:00)
- 2024. 11. 27 06:00 오피니언
- 홍진수 편집장 공동체와 연대. 써놓고 보니 막연합니다. 사전에 나오는 뜻, 그러니까 공동체는 ‘생활이나 행동 또는 목적 따위를 같이하는 집단’이고 연대는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책임을 짐’(이상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란 것은 알고 있는데, ‘그래서 그게 뭐냐’고 되물어보면 대답이 군색해집니다. 글로만 배웠을 뿐 몸으로 느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공동체와 연대는 이제 한국사회에서 죽은 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각자도생’이 시대정신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함?)’이란 냉소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유행하는 사회에서 공동체와 연대는 점점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수십 년째 ‘실험’을 이어가는 곳이 있습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는 표지 이야기로 올해 출범 30년을 맞이한 ‘성미산마을’의 현재를 전합니다. 성미산마을의 시작은 1994년 9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문을 연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 ‘우리어린이집’이라고 합니다. 우리어린이집은 한국사회가 제시하는 방식과 다른 돌봄, 육아를 고민하던 부모와 교사들이 만들었습니다. 보통의 민간 어린이집과 달리 부모가 출자금과 조합비를 부담한 조합원으로서 운영 주체가 됐습니다. 자연 나들이 등 놀이 중심 활동, 사교육·선행학습 지양, 친환경 먹거리 제공 등을 원칙으로 내걸었습니다. 1990년대 우리어린이집을 다니던 어린이들은 20~30대 청년이 됐습니다. 이들이 경험한 공동육아는 어땠을까요.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김향미 기자가 만난 이들은 ‘자연에서, 장애가 있는 친구와 스스럼없이 지내며, 다양한 놀이를 하고, 부모 외 다른 어른들에게도 사랑받은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주체적으로 진로를 정하고, 어디서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고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방황하고, 학업 스트레스로 부모를 원망한 때도 있었지만 ‘좋은 어른’이 되는 자양분으로 삼았습니다. 성미산마을의 실험은 우리어린이집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라자 1996년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을 위한 도토리마을방과후를 부속 교육기관으로 설립했습니다. 성미산마을에 어린이집과 초등방과후가 늘었고, 이후 마포두레생협을 중심으로 마을이 커졌습니다. 마을 가게들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고 공동주택 ‘소행주’를 지었습니다. 각종 마을동아리 활동은 지금도 활발합니다. 이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밖에서는 ‘그들만의 리그’, ‘중산층 마을’이라는 한계를 이야기합니다. ‘운동권 출신 부모들이 만든 좌파 양성소’라는 비아냥까지 나옵니다. 한국사회가 맞이한 저출생·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 등은 성미산마을이라고 피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합니다. 성미산마을이 찾아낼 해법이.
- 편집실에서편집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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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니아 연대기’의 그곳,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
- 2023. 06. 01 13:56 레저/여행
- 뉴질랜드 남섬의 테 와이포나무에 위치한 와이타키 화이트스톤 지질공원이 오세아니아 유일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공식 지정됐다. 뉴질랜드관광청 제공 뉴질랜드 남섬의 테 와이포나무에 위치한 와이타키 화이트스톤 지질공원이 오세아니아 유일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공식 지정됐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세계지질공원은 ‘보호, 교육,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종합적인 개념을 통해 국제적으로 중요한 지질학적 지역과 자연경관을 관리하는 단일하고 통합된 지리적 영역’이다. 7200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을 자랑하는 공원은 석회암 절벽, 빙하 계곡, 고대 해양 화석 등 다양하고 장엄한 지질 지형으로 유명하다. 공원 내에는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 나온 코끼리 바위, 빙하로 인해 형성된 클레이 클리프, 커다란 공 모양의 바위인 모에라키 보울더즈가 있다. 또한 와이타키 지역의 오아마루 블루펭귄 서식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작고 귀여운 펭귄들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으며, 오아마루 헤리티지 워킹투어를 통해 오아마루의 식민지 역사를 체험하고 빅토리아 시대 거리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한편 와이타키 화이트스톤 지질공원 트러스트는 2019년 11월 유네스코 집행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팬데믹으로 인해 평가가 지연됐다. 헬렌 얀센 와이타키 화이트스톤 지질공원 트러스트 회장은 “우리는 와이타키가 바다에 잠겨 있는 지구의 8번째 대륙으로 추정되는 질랜디아라고 믿는다”며 “지질학과 문화유산을 연구하는 데에도 훌륭한 자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나니아 연대기' 막내공주 조지 헨리 ‘괴사성 근막염’ 10년 투병 “팔 절단 막기 위해…”
- 2022. 10. 28 07:25 문화/생활
- 영화 ‘나니아 연대기’ 루시 역을 맡았던 배우 조지 헨리가 지난 10년 간 박테리아에 의한 괴사성 근막염을 앓았다고 털어놨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막내 공주 ‘루시’ 역을 맡아 깜찍한 연기를 펼친 아역배우 출신 조지 헨리가 지난 10년의 투병 사실을 털어놨다. 공식석상에서도 늘 감춰왔던 그의 왼손이 일명 살 파먹는 박테리아(Flesh-Eating Bacteria)로 불리는 희귀 세균성 괴사성 근막염을 앓아왔던 것이다. 그는 지난 25일(현지 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치사율 20%인 세균성 괴사성 근막염에 걸린 후 팔을 절단할 뻔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18세 때, 대학 입학 후 6주가 지나서 팔이 근막염으로 괴사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이 질환은 내 목숨을 거의 앗아갈 뻔 했고 몸 전체에 혼란을 일으켰다”며 “왼팔의 절단을 막기 위해 침습적 수술을 받았고 나중에는 광범위한 부위에 재건 수술을 받아 피부 이식 흔적과 흉터가 생겼다”고 말했다. 헨리는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인 치유에만 수 년이 걸렸고 이제야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SNS에 자신의 팔을 드러낸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조지 헨리는 지난 9년간 근막염으로 인한 수술 흉터를 메이크업이나 긴소매로 가려왔다고 고백했다. SNS 캡처 그는 “지난 9년 동안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붕대나 메이크업으로 흉터를 가려왔다. 혹은 긴 소매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는 포즈로 상처를 숨겨왔다”며 “언제나 미적인 완벽함을 요구받는 배우 일을 하지 못하게 될까봐 너무 걱정했다”는 심적 고통을 전했다. 어린 나이에 배우를 시작한 만큼 성장하는 동안 주변에서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이 아픈 그에게는 독이었다. 괴사성 근막염은 희귀 세균으로 인해 피부 심부 피하조직이 썩어들어가는 병으로 주로 근막을 따라 발생한다. 단기간에 치명적인 상태로 번질 수 있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의하면 2010년 이후 매년 약 700~1150명이 괴사성 근막염 진단을 받고 있다.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5명 중 1명이 감염으로 사망하는 드물지만 무서운 병이다. 조지 헨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수술 흉터를 공개하며 “마침내 자유로워져 기쁘다”는 소회를 전했다. “내 흉터는 부끄러워할 것이 아닙니다. 내 몸이 견뎌낸 고통의 지도이자 가장 중요한 내 생존을 상기시켜 주는 흔적입니다. 배우로써 나의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흉터는 나의 자랑스러움이 될 것입니다.” 그는 10년 간의 투병과 심정에 대해 털어놓은 후 “나는 미래에 내 경험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것이고 오늘 마침내 자유로워졌다”며 홀가분한 기분을 전했다. 조지 헨리는 영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이후 아역 출신 ‘정변’ 배우로 성인 연기를 재개했으며 지난 2014년 미국 시리즈물 ‘더 시스터후드 오브 나이트’ 이후 활동을 쉬고 있다.
- [화보]정서경 작가표 '여성 연대'…김고은·남지현·박지후
- 2022. 08. 24 10:36 연예
- ‘작은 아씨들’의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 엘르 제공 tvN ‘작은 아씨들’ 주연 배우 3인방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가 패션 매거진 엘르와 만났다. 화보는 극중 세 자매로 분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대, 사랑스러운 케미, 당당한 멋이 느껴지는 장면을 담아냈다.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는 툭 서있기만 해도 서사가 되는 독보적인 ‘합’을 보여주며 스태프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화보 촬영 후에는 인터뷰가 진행됐다. tvN ‘작은 아씨들’로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거대한 사건에 휩쓸리는 스토리를 그려낸 배우들은 작품에 대한 특별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배우 김고은. 엘르 제공 한창 촬영 중인 ‘작은 아씨들’ 현장에서의 경험을 묻는 질문에 극중 첫째 오인주 역할을 맡은 김고은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의 합이 잘 맞는다는 느낌이 많았다.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하며, “정서경 작가님이 섬세하게 쓰신 극본을 어떻게 해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골똘히 고민했다. 오인주의 감정선을 따라 필사까지 해봤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서경 작가는 ‘아가씨’, ‘박쥐’ 등 박찬욱 감독과의 협업으로 잘 알려진 각본가로 최근 ‘헤어질 결심’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작은 아씨들’은 2018년 ‘마더’에 이은 정 작가의 드라마 작품이다. 배우 남지현. 엘르 제공 보도국 기자인 둘째 오인경으로 분한 남지현은 “김희원 감독님은 원하시는 바가 뚜렷하다. 혼자 고민했던 부분이 현장에 가면 해결되곤 한다. 믿음직스러운 캡틴의 튼튼한 배에 오른 기분으로 촬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예고생’인 셋째 오인혜를 연기하는 박지후는 “연기가 안 풀릴 때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선배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연기할 수 있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매일 좋은 분들에게 많은 걸 배우며 지내고 있다”는 애정어린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엘르 제공 또한 작품 속 세 자매에 관한 질문에 이들은 “모두 악바리들”이라고 답하면서 “악과 깡으로 똘똘 뭉쳤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말 끈질긴 사람들이다. 할 말은 다 해야 넘어가고, 한번 물면 놓치지 않고 포기를 모른다. 셋이 하나도 안 닮은 것 같다가도 진짜 닮았네? 라고 느낄 것”이라며 세 자매의 활약을 예고했다.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의 완벽한 시너지와 단단한 멋을 담은 화보와 인터뷰는 엘르 9월호와 엘르 웹사이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연대의 첫걸음은 '사랑이야'
- 2021. 03. 08 14:17 문화/생활
- intro 청년 제원은 똑똑한 세희와 사랑에 빠졌다. 세희는 재원에게 단 하나의 연애 조건을 요구한다. ‘존중할 것!’ 처음엔 이 조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알 수 없으면 읽으면 되지!’ 세희와 제원은 연애를 위한 독서를 함께 해 보기로 한다.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는 99년생 페미니스트 대학생 세희와 기독교학을 전공한 93년생 제원의 연애독서일기다. 세희와 제원이 함께 읽은 스물네 번째 책은 ‘천개의 찬란한 태양’(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 홍은철 옮김 / 현대문학)이다. 이번엔 세희가 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개강을 앞두고 나에게 묻는다.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지?” 개강 시즌과 맞지도 않는 엉뚱한 물음. 하지만 나는 매번 학기가 시작되면 같은 질문을 던진다. 고민할 수 없으면 고민하지 않게 된다. 바쁜 수업과 일상에 나를 맡기며 그저 주어진 대로 자신을 맞추면서 ‘성과’나 ‘보람’이 있었다고 말하긴 싫다. 또 묻는다. “왜 하필 개강을 앞두고 같을 질문을 계속 반복하지?” 아마도 방학이라는 꽤 긴 시간의 터널을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맺는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변명해 본다. “산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지?” 마당의 흙들이 조금씩 푸른 새싹을 맞기 위해 단단한 입을 벌리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에서 나는 ‘사회’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는다. 인간은 일차원적인 욕구 충족만으로 삶을 채울 수 없다. 적극적으로 사회를 구성하고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삶을 완성한다. 한 개인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영향을 받으며 가치관을 형성하고, 공동체 안에서 타인과 같은 것과 다른 것이 무엇인지 경험한다. 동의와 반대, 공감과 충돌, 협력과 싸움, 타협과 조율을 병행하며 공동체가 추구하는 삶의 지향점을 향해 나간다. 그리고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한 상호의 노력을 통해 서로에게 새로운 준거와 지향점이 되기도 한다. 자아의 존립이 가능한 것은 자신의 출중한 능력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지지하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상호 보강의 힘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연대(蓮臺)’, 나는 공동체의 원동력이 ‘연대의 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연대’의 사전적 의미는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 “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돼 있음”이다. 서로 연결돼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 연대의 본질이다. 당연하지만 점점 사라지는 말 ‘혼자서는 쉽게 부러지지만, 함께면 강하다’.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지?” 나의 첫 마디 대답은 “당신과 함께여서”라고 말하고 싶다. ‘월드프레스포토 2017’ 일상 부문 수상작. ‘잊혀진 전쟁 속 무언의 피해자’.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테러로 다친 조카를 안고 있는 장면이다. |파울라 브론스테인 작품▶연대의 아름다움 ‘천 개의 빛나는 태양’의 작가인 할레드 호셰이니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태어나 정치적 이유로 미국으로 망명한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작가다. 전쟁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한 명의 남편을 둔 두 여성 마리암과 라일라가 책의 주인공이다. 이 책은 과장되지 않은 말투로 담담하게 이슬람 문화권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소설이지만 마치 누군가의 삶을 사진을 찍은 듯 생생하게 재현했다. 주인공 중 첫 번째 부인인 마리암은 헤라트에서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큰 부자의 하라미(사생아)다. 그의 아버지는 이미 3명의 아내와 10명의 자식을 두었지만, 가정부인 마리암의 어머니를 임신시키고 자기 소유의 외곽 땅으로 쫓아버린다. 그리고 마리암과 그녀의 엄마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린 마리암이 아버지의 집을 방문하지만, 그녀는 아버지 집에서 강제로 쫓겨난다. 이 일을 계기로 마리암의 엄마는 외로움과 절망에 자살한다. 결국 마리암의 아버지와 그의 아내들은 14살의 어린 마리암을 중년의 라시드라는 남자에게 팔아버리듯 시집보낸다. 한편 두 번째 부인인 라일라는 어릴 때부터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시를 읽는 것을 즐기며 살았다. 공부하고, 친구를 사귀는 평범한 10대였지만, 평화로운 일상은 오래 가지 못했다. 계속된 전쟁이 라일라의 친구도, 가족도 송두리째 앗아갔기 때문이다. 폭발에 휘말려 크게 다친 그는 마리암의 남편 -이자 그녀의 남편이 될- 라시드에 의해 구해진다. 당시 라일라는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타라크와 서로 마음을 나눈 사이로, 이미 아이를 가진 상태였고, 타라크의 사망 소식을 듣자 아이를 지키기 위해 라시드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한 남자에 의해 강제로 두 여자의 동거가 시작된다. 예고 없이 등장한 라일라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자 마리암은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둘은 한 남자를 두고 서로 경쟁하고 질투하는 관계일 수 없었다. 그것은 폭력적이고 절대 군림하는 남편 라시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마리암을 때리려는 남편을 라일라가 말렸다. 이를 계기로 마리암은 라일라에게 마음을 연다. 이후 둘은 서로를 위하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집안일만을 하던 마리암의 일상에 라일라와 그녀의 딸 아지자는 소중한 쉼표이자 가족이었다. 그들은 어느새 함께 남편을 벗어나 도망을 꿈꿀 만큼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 두 사람이 맺은 연대는 서로에게 그 무엇도 대신 할 수 없는 살아갈 이유였다. 소설의 절정은 분노에 찬 남편이 라일라를 목 졸라 죽이려 하는 데로 치닫는다. 마리암은 본능적으로 라일라를 구하기 위해 라시드의 머리를 삽으로 내리쳐 죽인다. 모든 죄를 안고 법정에 서는 마리암과 눈물로 고향을 떠나는 라일라에게 행복한 결말은 주어지지 않았다. 폭력적 남편을 둔 두 여성의 운명은 해피엔딩일 수 없었다. 서로를 향한 사랑과 연대가 강할수록 억압적이며 폭력적인 가부장 사회의 현실은 아픈 채찍을 그들에게 휘둘렀다. 남성이 주인인 사회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은 비극이다. 하지만 마리암과 라일라는 이 비극에 맞서 희망이라는 연대의 씨앗을 품었다. 다큐멘터리 ‘침묵하는 여성들을 위하여(A Thousand Girls Like Me)’의 한 장면. |사라 마니 감독.‘천 개의 빛나는 태양’은 마리암의 어머니 나나, 마리암, 라일라, 라일라의 딸 아지자의 모습을 통해 억압받는 여성의 문제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차원임을 보여준다. 남성 중심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의 차별과 고통 속에 수많은 마리암과 라일라가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 비극의 끝은 누군가에 의해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억압의 주체들이 서로 연대함으로써 돌파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책이 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천 개의 빛나는 태양’은 여전히 새롭게 읽힌다. 척박한 환경과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상황 앞에서도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랑의 연대를…. 할레드 호세이니.■제원의 한마디 책의 첫 페이지를 열었을 때 나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을 목격했어. 금단의 상자가 열리고 그 안에서 죽음과 질병이 쏟아져 나오듯이, 책은 담담한 어조로 절망을 쏟아냈지. 소련의 침공, 끊임없는 내전과 테러 그리고 미국의 전쟁선포. 마리암과 라일라가 살던 곳은 희망보다는 절망이, 생명보다는 죽음이 가까운 곳이었어. 이런 죽음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페이지를 넘기며 답을 찾았어. 그리고 마침내 한 가닥 빛줄기를 발견했지. 마리암과 라일라가 만들어낸 연대. 두 사람의 연대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었어. 비극을 거친 묘한 쾌감. 늪 같은 절망을 뚫고 그들은 누군가에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존엄한 인간임을 증명했어. 두 사람이 함께 이룬 연대의 쾌거지. 미리암과 라일라가 보여주듯 세상에 불가능한 연대란 없어.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서로 연대할 이유는 충분해. 대상을 가리지 않고, 한계를 따지지 않기에 연대는 강해. 반대로 말하면 인간이 서로를 차별하고, 외면하는 순간부터 절망이 시작되지. 연대의 첫걸음은 사랑이야. 분명 쉽지 않지만, 그 길을 가다 보면 나도 언젠가 빛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판도라의 상자에서 마지막 희망을 발견한 것처럼….
-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박세희우제원독서연애천개의 찬란한 태양할레드 호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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