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491 건 검색)
- [윤지호의 투자, 함께 고민하시죠]나쁜 주식에 끌리기 마련…연애는 하되 종목과 결혼은 말라
- 2024. 12. 24 20:36경제
- ... 연애 프로그램 인기를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쓸쓸함을 거부한다. 그래서 연애를 한다. 혼자일 때보다 함께해야 행복해지는 사회적 동물인 것이다. 하지만 연애를 해도...
- 윤지호의 투자, 함께 고민하시죠
- 옥주현 “‘마타하리’는 장거리 연애 연인 만나는 기분”
- 2024. 12. 09 00:01문화
- ... 무대에 오르는 옥주현은 “다시 마타하리를 연기하기까지 너무나 기다렸다. 오랜 롱디(장거리 연애)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곧 만나는 마음”이라며 “첫 연습 때부터 완벽했고, 소름 끼치도록...
- 마타하리프랭크와일드혼EMK뮤지컬컴퍼니
- [책과 삶] 비밀스러운 연애…그리고 찾아온 베를린 장벽 붕괴
- 2024. 12. 05 20:11문화
- ... 깨닫는다. “삶은 이제 시작되었음을, 다른 모든 것은 그저 준비에 불과했음을.” 둘은 비밀스러운 연애를 이어간다. 그리고 위험해진다. 카타리나가 또래의 남자와 친해지자, 한스의 태도가 변하고...
- 책과 삶
- 연애 빙자 사기에 84명 122억원 뜯겨…한국계 외국인 여성 사칭
- 2024. 11. 26 16:16사회
- ... 캄보디아와 라오스로 데려간 뒤 이성에게 호감을 얻어 돈만 가로채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연애빙자사기) 범행 수법을 교육했다. SNS 프로필에 한국계 외국인 여성 사진을 올리고 피해자들에게...
- 연애빙자로맨스스캠사기
스포츠경향(총 3,917 건 검색)
- 연애 20년·결혼생활 10년, 축구계 대표 ‘잉꼬 부부’였는데···과르디올라 감독, 아내와 지난해 12월 결별 합의
- 2025. 01. 15 04:44 축구
-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왼쪽)과 그의 아내 크리스티나.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시즌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감독이 최근 아내 크리스티나와도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매체 ‘스포르트’는 14일 단독 보도를 통해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난해 12월 크리스티나와 서로 갈 길을 가는 것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스포르트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가까운 지인들에게 언론에 공개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크리스티나는 소문난 잉꼬부부였다. 유명 모델이었던 크리스티나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르셀로나에서 선수로 뛰던 1994년 만나 사귀기 시작했고, 2014년 뒤늦게 결혼식을 올렸다. 아내 크리스티나와 키스하는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둘 사이에는 세 명의 자녀가 있다. 맏딸 마리아는 현재 모델로 활동 중이며, 둘째인 아들 마리우스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거주하며 세 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막내딸 발렌티나는 학업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 ‘미러’에 따르면 과르디올라 감독과 크리스티나는 2019년부터 떨어져 지냈다. 맨시티 감독의 업무에 집중하는 과르디올라 감독과 바르셀로나와 런던을 오가며 자신의 사업에 몰두하는 크리스티나가 같이 보낼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요한 날에는 같이 시간을 보내는 등 여전히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보여왔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해 1월 멘 인 블레이저스와 인터뷰에서 “내 아내는 여러 면에서 세계 최고다. 평소 조언을 하면 난 그대로 따른다”며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한편 맨시티는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스포르트에 따르면 결별 후에도 ‘우호적이고 안정적이며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왼쪽)과 그의 아내 크리스티나. 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 ‘현역가왕’ 송민경 “성공을 하고 싶다면 연애를 하지 마라”
- 2025. 01. 14 20:11 연예
- 유튜브 ‘일월정사 정일경’ 캡처 가수 송민경이 뜻밖의 연애 금지령을 밝혔다. 송민경은 최근 유튜브 채널 ’일월정사 정일경‘에 출연해 “연애를 안 하면 성공을 하나요?”라며 “더 자유롭고 그럼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생각을 했어요 성공하기 전까지 연애를 안 해야 되는 건지”라고 본인의 궁금증을 드러냈다. 이날 MBN ‘현역가왕’에서 돈독한 사이로 알려진 장혜리, 박성연과 함께 출연한 송민경은 솔직 담백한 입담에 특유의 통통 튀는 매력을 과시했다. 유튜브 ‘일월정사 정일경’ 캡처 중국 기숙사에 대한 에피소드부터 연애 이야기까지 다양한 토크를 펼친 송민경은 마지막으로 “많이 사랑 받는 노래를 하고 싶고 송민경의 음악을 하고 싶다”면서 “한 그루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쉼터가 되고 싶어서 전 이 자리에 있을 테니까 언제든지 힘들거나 기쁘거나 제가 보고 싶을 때, 생각날 때 찾아와주시면 평생 함께하는 송민경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민경은 KBS1 일일드라마 ’결혼하자 맹꽁아!‘ OST ’고마운 사람에게‘ 가창에도 참여하며 폭넓은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 이용진 “배인혁·김지은, 연애 계획 없어 보여” (용타로)
- 2025. 01. 09 15:08 연예
- 스토리아일랜드 제공. 배우 김지은과 배인혁이 각자의 결혼운을 점쳤다. 8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용타로’에는 채널A 드라마 ‘체크인 한양’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인역과 김지은이 출연해 연애와 결혼에 관련한 궁금증을 털어놨다. 배인혁은 이용진에게 “어떤 사람과 결혼하게 될지 궁금하다”고 물으며 “부모님이 일찍 결혼을 했는데 너무 좋아 보여 빨리 결혼하고 싶다. 친구 같은, 짝궁같은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말했다. 배인혁이 질문과 함께 뽑은 타로카드에 이용진은 “사랑이 없다”며 “일 밖에 안 나온다. 일을 하다보면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 같다. 서른 중반까지는 일 뿐”고 해석했다. 김지은은 이용진에게 결혼에 대해 물었다. 이용진은 김지은이 뽑은 타로카드에 “앞으로 결혼에 관심이 없어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지은은 깜짝 놀라며 “그럴까봐 걱정이다”고 말하며 “지금은 혼자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김지은은 이상형에 대해 “다정하고 배울 게 있고, 존경할 수 있으면 좋겠다. 외모는 전혀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배인혁과 김지은은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 ‘체크인 한양’의 시청률을 점치기도 했다. 이용진은 “1월 말 쯤 새로운 국면으로 가는 시점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 것 같다”이라고 예견하며, “9%까지는 오를 것”이라고 점쳤다. 배인혁, 김지은은 9%가 나오면 ‘용타로’에 재출연을 공약했다. 한편 ‘용타로’는 이용진이 타로를 통해 게스트의 속마음과 관심사를 들어보는 유튜브 채널이다. 이용진이 타로라는 도구로 게스트들을 속마음을 편안하게 이끌며 매회 구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 [스경연예연구소] ‘솔로지옥’ ‘환승연애’ 인플루언서 등용문 비판 속 흥행 이어갈까
- 2025. 01. 07 16:07 연예
- 넷플릭스, tvN 제공. ‘인플루언서 등용문’이라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온 연애 예능 ‘솔로지옥’ ‘환승연애’가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다. 지난 6일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채널에 ‘솔로지옥4’ 공식 예고편이 공개됐다. ‘솔로지옥’은 매력적인 남녀가 무인도에 모여 커플이 돼야만 탈출할 수 있는 리얼리티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다.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지난 시즌과 동일하게 이번 시즌에서도 MC를 맡은 한해, 덱스, 홍진경, 이다희, 규현의 현실적인 리액션에 몰입도를 높였다.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 과감해진 출연진들의 플러팅과 스킨십, 초밀착 커플 게임부터 밤 사이 이어지는 은밀한 대화까지, 강렬한 장면들이 예고돼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시즌1에 출연한 프리지아, 시즌2 덱스 등은 출연 후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단숨에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시즌에서도 제 2의 프리지아나 덱스 같은 스타가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환승연애3’. 티빙 티빙 역시 지난해 ‘환승연애3’에 이어 올해 ‘환승연애4’ 제작 소식을 발표했다. ‘환승연애’는 이별한 연인들이 다시 만나 새로운 인연을 찾거나 재회를 고민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다룬 프로그램으로, 매 시즌 방영될 때마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7일 티빙 유튜브에는 ‘환승연애4’ 스핀오프 시리즈인 ‘환승연애 : 또 다른 시작’의 예고편이 업로드됐다. 해당 시리즈에는 앞선 ‘환승연애’ 출연진들이 나와 다양한 토크와 비하인드를 털어놓을 예정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오며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제기되는 비판도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인플루언서 데뷔하고 싶어 출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며 프로그램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연애 예능 중 특히 ‘솔로지옥’과 ‘환승연애’ 출연진들은 방송이 끝난 후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으로 전향해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솔로지옥’ 덱스, 신슬기, 최혜선 그리고 ‘환승연애’의 성해은, 이나연 등 다수의 출연자가 방송 이후 유명세를 얻어 인플루언서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댓글 캡처. 티빙 유튜브 댓글 캡처. 해당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는 일부 출연진들이 프로그램의 유명세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연애 프로그램 ‘하트시그널1’에 출연했던 K씨가 프로그램 출연 타이틀을 내걸고 강연 등을 한 뒤 그곳에서 알게된 이를 속여 사기 혐의로 구약식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처럼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유명세로 SNS를 통해 물건을 팔거나 기존 사업 투자 유치를 하거나 사기 행각을 벌이는 등의 악용 사례가 점차 늘어나자 연애 예능 출연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인플루언서 되면 어떠냐. 그냥 뇌 비우고 보면 재밌다” “하나의 드라마로 생각하면 된다” “재미 있으면 장땡이다” 등 단순히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를 강조하는 의견도 나왔다. 흥행과 비판 사이에서 끊임없는 화제를 만들어내는 ‘솔로지옥’과 ‘환승연애’.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이 흥행에 성공하며 ‘연애 예능’ 전성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넷플릭스 ‘솔로지옥4’는 오는 14일 공개 예정이며, ‘환승연애4’는 2025년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승연애’의 스핀오프 ‘환승연애 : 또 다른 시작’은 오는 22일 티빙에서 공개된다.
주간경향(총 30 건 검색)
- [시네프리뷰]디셉션-사적이고 섬세한 자유연애 비망록(2022. 10. 14 14:51)
- 2022. 10. 14 14:51 문화/과학
- 불가피한 ‘기만’을 통해서라도 본능적 공허와 욕망을 채우고자 발버둥치지만, 관습의 테두리 안에 머무르며 안도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위선과 치부가 드러난다. 마치 중년을 위한 <비포 선라이즈>처럼도 보인다. 제목 디셉션(Deception/ Tromperie) 제작연도 2021 제작국 프랑스 상영시간 102분 장르 로맨스, 멜로, 드라마 감독 아르노 데플레솅 출연 드니 포달리데스, 레아 세두, 엠마뉴엘 드보스, 레베카 마흐데 개봉 2022년 10월 20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국 런던. 중년의 유대계 미국인 작가이자 유부남인 필립(드니 포달리데스 분)은 갑갑한 결혼생활에 힘겨워하는 젊은 영국 여인(레아 세두 분)과 불륜관계에 있다. 필립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여성과의 대화와 관찰을 토대로 얻은 영감으로 작품을 쓰는 독특한 방식을 선호하는 인물이다. 일주일에 몇 번씩 필립의 작업실에서 밀회를 나누는 두 사람은 정치·문화·역사를 아우르는 거시적 이슈는 물론 매우 은밀한 성적 판타지와 개인사까지 공유하며 유대감을 키워간다. 필립은 과거의 습관대로 여인과의 만남에서 비롯된 경험과 대화를 상세하게 노트에 기록하고, 이를 새로운 작품 집필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삼는다. 하지만 보편적 관습을 벗어난 두 사람의 관계는 한계를 맞이한다. 1980년대 말이란 시대적 배경이나 입체적 캐릭터, 꽤 현실적이고 신랄한 대사 등 범상치 않은 섬세함이 두드러지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누군가의 실제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역시나 원작은 미국의 유명작가 필립 로스가 1990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이다. 필립 로스는 작품에 자전적 요소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아르노 데플레솅 감독이 직접 각색했다. 개인적 작가주의 중견 감독의 신작 아르노 데플레솅은 1991년 54분짜리 중편 <죽은 자들의 삶>으로 데뷔했다. 첫 작품부터 누벨바그를 계승하는 비범한 개인적 작가주의 감독이란 평가를 받으며 비평계로부터 두 팔 벌린 환영을 받은 그는 이후 <파수병>(1992), <나의 성생활: 나는 어떻게 싸웠는가>(1996)를 발표했는데 위의 3편은 모두 허구라기보다 자신의 개인적 고백이라고 밝혔다. 명성에 비해서는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많지 않다. TV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을 포함한 17편의 연출작 중 2007년 개봉한 <킹스 앤 퀸>과 <나의 성생활: 나는 어떻게 싸웠는가>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마이 골든 데이즈> 2편만이 국내에 정식 소개됐다. 엘리트이자 지식인 출신 감독으로도 평가받는 데플레솅은 자신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진실’과 ‘고백’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작품 속에 자전적 요소를 강하게 투영시킨다는 점에서 비슷한 경향을 보인 대문호 필립 로스와 그의 소설에 큰 연대감을 느끼며 작업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1987년 가을부터 2000년 초까지 구체적인 연도와 장소를 언급하며 흘러간다. 하지만 소제목이 달린 12개의 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매우 부정합하고 파편적인데, 보편적 영화문법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꽤 불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다. 가을에 어울리는 어른들의 수다 영화 <디셉션>은 불가피한 ‘기만’을 통해서라도 본능적 공허와 욕망을 채우고자 발버둥치지만, 관습의 테두리 안에 머무르며 안도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위선과 치부를 드러낸다. 주인공 필립과 영국 여인을 주축으로 주변 인물들이 쏟아내는 주제를 망라한 대화는 관객들에게 많은 공감과 의문을 동시에 일으킨다. 그중에서도 ‘자유연애’에 대한 죄책감이나 ‘성적 판타지’만큼 도드라지는 ‘죽음’과 ‘이별’에 관한 현실적 사색은 원작 작가나 연출을 맡은 감독처럼 동년배 관객들이라면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치 중년을 위한 <비포 선라이즈>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지금처럼 깊어지는 가을의 계절에 더 매력적으로 비칠 만하다. 아르노 데플레솅 감독의 능수능란한 연출과 더불어 극을 이끄는 두 배우 드니 포달리데스와 레아 세두의 섬세한 연기가 영화를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든다.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데뷔한 드니 포달리데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개성파 연기자로 거장 감독들이 가장 신뢰하는 배우 중 한명으로 알려져 있다. 레아 세두는 빼어난 외모와 연기력에 더해 대대로 부유한 대기업 가문의 금수저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당연히 프랑스 영화에 많이 출연하고 있지만 국내 관객들에게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나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007 스펙터> 같은 할리우드 대작 상업영화를 통해 더 친근하다. 퓰리처상·맨부커상을 수상한 원작자 필립 로스 The Wall Street Journal 1933년 미국 뉴저지에서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태어난 필립 로스는 미국 현대소설의 아이콘, 현대 영미문학의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다.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전미비평가협회상, 펜 포크너상, 맨부커상 등을 수상했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수차례 거론됐다. 1959년 <안녕 콜럼버스>를 발표해 문단에 들어선 그는 마지막 작품이 된 <네메시스>(2010)까지 30여편의 소설과 논픽션을 발표하며 왕성한 작가활동을 펼쳤다. 85세가 되던 2018년 울혈성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필립 로스는 자신이 대중에게 많이 오해 받고 있는 2가지가 있는데 반유대주의자라는 점과 여성혐오자라는 점이라고 했다. 이는 영화 <디셉션>에서도 충분히 거론된다. 2012년 절필을 선언하며 은퇴했는데, 이 시점부터 전문 전기 작가인 블레이크 베일리를 고용해 자신의 공식 전기를 집필하도록 했다. 한국어 번역본의 표지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꼼꼼한 성격의 그는 이 작업 역시 자신은 물론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주선하고, 소장하고 있던 다양한 자료까지 제공하며 최대한 객관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고 전해진다. 유명세만큼 영화화된 작품도 10여편에 이른다. 이중 <휴먼 스테인>(2003)과 <엘레지>(2008)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하다. 둘 다 저명한 중년의 교수가 젊은 여성과 특별한 감정을 공유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설정은 이번 작품 <디셉션>과도 중첩된다. 배우 이완 맥그리거는 유일한 장편 연출작으로 로스의 소설 <아메리칸 패스토럴>(2016)을 선택해 주연까지 겸하기도 했다. 필립 로스는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사후 공개된 미니시리즈 <미국을 노린 음모>(2020)에는 제작책임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 시네프리뷰
- [신간]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外(2021. 05. 28 11:32)
- 2021. 05. 28 11:32 문화/과학
- ㆍ사소해 보이는 폭력도 폭력이다 <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연아 지음·미디어일다·1만5000원 ‘이것도 데이트 폭력일까.’ 아직도 많은 여성이 연애하며 이런 고민을 한다. 과도한 스킨십을 거절하자 상대가 벌컥 화를 낼 때, 이것을 ‘폭력’이라고 알아차리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연애 감정이 달아오르는 시기에 이런 일을 겪으면 그저 ‘나를 많이 사랑하나 보다’라고 여기기 쉽다. <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는 연애를 시작해 마무리하기까지의 여정을 있는 그대로 담은 책이다. 저자는 궂은일에 앞장서고 약자를 배려하는 ‘이상형’을 만났지만 반복되는 통제와 간섭에 지쳐간다. “너는 이기적이야”라는 비난과 함께 ‘반성’을 강요받다 자신이 폭력에 노출돼 있음을 점차 깨닫게 된다. 언론은 극단적인 사례에 치중하는 속성이 있다. 데이트 폭력 사안도 마찬가지다. 폭행, 불법촬영, 살인 같은 심각한 사태만 다루기 일쑤다. 이 책은 사소해 보이는 폭력 또한 폭력임을 알아챌 수 있도록 돕는 텍스트라 할 만하다. ▲오작동하는 뇌 | 히구치 나오미 지음·김영현 옮김·다다서재·1만5000원 50세에 ‘레비소체 인지저하증’ 진단을 받은 저자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기록한 책이다. 인지저하증은 우리가 말하는 ‘치매’다. 낯선 사람이 내 침대에 누워 있거나,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환각을 경험한 저자는 이를 글로 기록했다. 치매는 정상적인 삶을 뒤흔드는 질병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저자가 자신만의 대처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정상’이란 무엇인지를 되묻게 한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뇌는 때로 ‘오작동’하지만 정신은 더욱 단단하고 자유로워졌다고. ▲우리 동네 한의사 | 권해진 지음·보리·1만5000원 1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동네 한의원을 꾸려온 저자가 주민들과 ‘병’과 ‘몸’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환자를 치료하는 동시에 환자들로부터 ‘삶의 지혜’도 배웠다고 말한다. 월간지 ‘개똥이네 집’과 ‘작은책’에 4년여 동안 연재된 글 중 40편을 뽑았다. ▲10대와 통하는 기후 정의 이야기 | 권희중, 신승철 지음·철수와영희·1만3000원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불평등의 문제를 알기 쉽게 풀었다. 잘사는 나라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면서도 기후 재난에 대비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가난한 나라는 재난을 맨몸으로 맞아야 한다. 기후위기란 무엇이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져보고 생활 속 실천법을 다뤘다. ▲남북중 고속철도의 꿈 | 진장원 지음·국민북스·1만8000원 남북중 고속철도라는 관점에서 한반도 미래를 전망한다. 교통인프라 전문가인 저자는 유라시아 지역의 교통망 구축 경쟁과 중국의 고속철도 굴기 과정을 현지 기행과 엮어 쉽게 설명한다. 남북중 고속철도를 철도통합으로 지역통합의 선구자가 된 유럽연합 사례와 비교한다.
- 신간
- [만화로 본 세상]「유미의 세포들」-세포에 각인 못 시킨 연애는 언젠가 끝난다(2017. 04. 25 11:35)
- 2017. 04. 25 11:35 문화/과학
- 사랑하는 모두의 마음속에는 ‘박’이 있다. 사랑 세포가 설치한 그 박은 두껍고 견고하다. 그러나 익숙함이 만들어 낸 일상의 폭력들이 콩주머니가 되어 날아와 상처를 낸다. 박을 단번에 깨뜨릴 만큼 큰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아주 작은 콩주머니 하나에 열린다. 연애의 시작은 설렌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눈길뿐 아니라 오가는 한마디의 말이, 맞잡은 손이, 모두 다정하고 다정하다. 마치 온몸의 세포가 상대방과 연결된 것처럼 두 사람은 교감한다. 내가 먹은 맛있는 음식을 너와 함께 먹고 싶고, 내가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너에게 들려주고는 함께 웃고 싶다. 시시콜콜한 너와 나의 이야기, 그러니까 나는 쌀떡볶이와 밀떡볶이 중 무엇을 좋아하는지, 너는 왜 겨울에도 아이스커피를 마시는지, 하는 말들을 주고받으면서도 그저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 게다가 그것은 모두 소중한 정보다. 다른 세포들보다 월등한 ‘프라임 세포’ 웹툰 은 사랑하는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의 설정에 따르면 사람의 뇌에는 여러 세포들이 있어서 행동을 결정한다. 우선 이성 세포와 감성 세포가 있다. 이성 세포는 ‘맷돌’을 굴려 유미의 이성적 선택을 돕는다. 반면 감성 세포는 야근을 하다가도 “붉게 물든 석양을 향해 뛰어가고 싶다”고 눈물을 글썽인다. 특별한 세포들도 등장하는데 멋지게 차려 입은 패션 세포는 예쁜 옷만 보면 신용카드를 꺼내게 만들고, 머리에 떡볶이를 꽂은 출출이 세포는 밤에 야식을 먹자고 조르고, 스피커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입방정 세포는 늘 쓸데없는 말을 해서 감옥에 갇힌다. 주인공인 유미는 이러한 세포들에 전적으로 영향 받는 존재다. 특히 사랑 세포는 유미가 진심을 다해 사랑하도록 돕는다. 이동건 작가의 만화 「유미의 세포들」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누구에게나 다른 세포들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프라임 세포’가 있다. 유미에게는 사랑 세포가 그렇다. 3일 밤낮을 울었던 아픈 이별,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3년 전의 대홍수’를 겪으며 사랑 세포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 3년 동안 유미는 연애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감이 있는 회사 동료와의 술자리에서 알코올 해독 세포들이 술에 휩쓸려가자 사랑 세포가 “오늘은 안 취하는 날이야”라는 말과 함께 깨어난다. 유미는 “많이 마셨는데 왜 이렇게 안 취하지?”라면서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사랑 세포의 힘이다. 우리도 유난히 취하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어느 세포가 안간힘을 쓰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에는 이처럼 작가의 재치가 빛나는 설정들이 가득하다. 예컨대 ‘따끈따끈 사랑의 배리어’는 몸 주변에 보호막을 생성시켜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 온도를 유지시킨다. 사실 사랑하는 사람과 있으면 그와 한쪽씩 나누어 낀 장갑만으로도 손이 따뜻하다. 옷의 두께와 상관없이 주변의 온도는 언제나 벚꽃 핀 봄날이다. 당신이 그렇듯, 작가에게도 그런 특별한 경험이 있었나 보다. 유미는 소개팅에서 만난 구웅과 연애를 시작한다. 둘은 잘 어울리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연인이 된다. 커플티를 맞추고,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고, 회사 앞에서 서로를 기다리기도 한다. 둘의 ‘꽁냥꽁냥’한 모습이 보는 이들을 설레게 한다. 구웅은 어느 날 늦은 밤에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유미를 돌려보내고 싶지 않아 한다. 그래서 굳이 가장 큰 컵에 음료수를 담아 건네고, 냉장고를 뒤져 초코 케이크를 내어 놓고, 자신의 졸업앨범을 펼쳤다가, 보드게임을 권하기도 한다. 유미 역시 빌린 물건을 돌려준다는 핑계로 찾아왔지만 그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고 서로 민망해져서 일어난다. 응큼 세포는 울먹이고, 사랑 세포는 웅이의 세포들이 곰돌이 복장을 하고 있을 때부터 웅이가 ‘미련 곰탱이’인 것을 알아보았다며 실망한다. 그래도 유미의 세포들이 힘을 모아 보낸 텔레파시에 구웅의 세포들이 반응해서 구웅에게 “늦었으니까 자고 가, 유미야” 하는 말을 이끌어낸다. 마치 내가 연애를 하는 것처럼, 서툴고 따뜻한, 가끔은 아슬아슬하기도 한 두 사람의 모습에 나의/당신의 세포들도 함께 설렌다. 연예 초기 설렘이 시간이 지나 익숙함으로 연애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설렘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익숙함으로 변한다. 더 이상 이전처럼 작은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찾아내고서는 아이처럼 들떠 말을 전하지 않는다. 묘하게 달라지던 목소리의 톤도 점차 일상의 높낮이를 찾고, 옷에 묻은 실밥을 떼어줄 때도 조심스러움이 없어진다. 얇게 썬 밀떡볶이를 좋아하는 것을 알아 자연스럽게 몇 번째 포장마차를 찾아 들어가고, 카페에서 상대방이 말없이 화장실에 가도 계절에 관계없이 시럽을 넣지 않은 아이스커피를 미리 주문해 둔다. 이러한 익숙함이 종종 소홀함으로 느껴져서 “애들처럼 젓가락 집는 게 귀엽다고 밥도 안 먹고 바라보던 그 사람은 어디에 갔어?” 하고 물으면 “아, 그 사람은 지난 봄에 죽었지” 하고 답하며 장난스레 웃기도 한다. 유미와 구웅도 어느 단계를 지나 연애의 중반기로 접어든다. 어느 새 1년이 가까워진 그들의 만남은 이제 서로의 눈치를 볼 것 없이 익숙해졌다. 영화관에서 산 팝콘을 서로에게 먹여주지 않는다. 대신 구웅은 입을 벌리고 ‘쿠우워어어’ 하는 소리를 내며 팝콘을 흡입한다. 유미가 다급하게 “하나씩 먹어!” 하고 소리치지만 구웅은 이미 절반이나 먹어치운 뒤다. 영화를 보고 나와 코코아와 밀크티를 하나씩 손에 든 그들은, 길거리에서 자연스럽게 그것을 나누어 마신다. 그러면서 유미는 “설레는 기분은 사라졌지만 대신 다른 게 생겼다, 그게 뭔지 정확히 설명하기 좀 어렵지만 그 순간에는 ‘으이그~’라는 말을 하게 된다” 하고 생각한다. 오래 보아 온, 분명 남이 하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을 것 같은 행위, 그런데도 미워할 수 없고 ‘그래 너니까 괜찮아’ 하는 마음으로 건네는 말이 있다. 유미가 구웅에게 한 그것, 오래된 많은 연인들이 으이그~, 하고는 익숙함과 애틋함을 전한다. 그런데 유미는 얼마 전 구웅에게 “우리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라고 말했다. 연애가 시작되던 날, 유미의 사랑 세포는 마음에 커다란 박을 하나 설치했다. 그러고는 세포들에게 “구웅에게 불만이 생기면 여기에 콩주머니를 던져” 하고 말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서운한 일이 있을 때마다 세포들이 몰려가 박을 깨기 위해 콩주머니를 던졌다. 그러나 박은 터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좋아하는 츄러스를 사먹기 위해 줄을 선 유미에게 구웅은 “나는 줄 서서 뭐 사먹는 거 보면 이해가 안 되던데” 하고 말한다. “되게 시간 아깝지 않아?” 하고 덧붙이는 구웅에게 유미는 그럼 다른 것을 먹자며 줄에서 이탈한다. 사실 츄러스를 먹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츄러스를 먹는 시간도, 사랑하는 연인들에게는 모두 연애의 시간이다. 누군가를 위한 배려와 희생이 아니라, 함께 하는 그 모든 시간이 소중해야 비로소 연인이 되는 것이다. 츄러스를 못 먹은 출출이 세포는 씩씩대면서 박에 거대한 콩주머니를 던진다. 그래도 박은 터지지 않는다. 그날 밤, 유미는 구웅에게 “웅아 오랜만에 데이트하니까 넘 좋다~ㅋㅋ 츄러스 못 먹은 건 아쉽지만 다음에는 꼭 내가 말했던 빵집도 같이 가자! 오늘 넘 피곤했을 텐데 푹 쉬고 잘 자~ 히힛” 하고는 문자를 보낸다. 구웅에게서 곧 답장이 온다. “ㅇㅇ.” 유미의 예의 세포는 “ㅇㅇ 좀 안 쓰면 안 되나?” 하면서 콩주머니를 발로 걷어차고, 그것이 박에 힘없이 가서 부딪힌다. 그 순간 박이 열린다. 거기에서 ‘헤어져’ 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모두의 마음속에는 ‘박’이 있다. 사랑 세포가 설치한 그 박은 두껍고 견고하다. 그러나 익숙함이 만들어 낸 일상의 폭력들이 콩주머니가 되어 날아와 상처를 낸다. 차가운 눈빛, 자신의 손을 잡는 대신 주머니에 들어간 손, 성의 없는 짧은 문자, 그것이 꾸준히 누적되면서 그 어느 날 느닷없이 연애의 종말을 고하고 만다. 박을 단번에 깨뜨릴 만큼 큰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아주 작은 콩주머니 하나에 열린다. 이별을 앞둔 구웅은 ‘소중한 걸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대가는 가혹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의 연애도 그렇다. 설렘은 곧 익숙함이 되고, 그에 따라 가장 소중한 사람을 소홀하게 대하곤 한다. 한 번 열린 박을 다시 닫을 수는 없다. 사랑 세포는 박이 터지기 전까지 전력을 다해 사랑하는 것도 자신의 임무이지만 박이 터지면 돌아서는 것도 자신의 임무라고 말한다. 박이 견뎌내지 못하는 연애를 계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는 익숙함이 소홀함이 되지 않게 하는,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끊임없는 투쟁일 것이다. 처음의 설렘과 반짝반짝함을 세포 하나하나에 잘 각인시켜 두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랑은 언젠가 끝난다.
- 만화로 본 세상
- [그래도 사랑을 하겠다면](1) 연애의 끝은 결혼? 20세기적 사랑의 종말(2017. 02. 06 18:12)
- 2017. 02. 06 18:12 사회
- 연애의 끝에 이제 결혼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결혼을 향해 달려가는 독점적 사랑의 방식이 아닌 다양한 연애가 상상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다자연애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독자들에 의해 일명 ‘30금’ 딱지가 붙은 걸출한 연애 웹툰이 있다. 서른 즈음은 되어야 이 웹툰이 던지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선정성 작가의 는 무려 다자연애를 다룬다. 의 주인공은 30대 중반의 6년차 연인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성장시키며 양질의 관계를 형성해온 두 사람의 연애는 초기와 같은 뜨거운 열정은 사라졌지만 충분히 만족스럽다. 결혼은 하지 않기로 했다. 형민의 가족으로부터 환대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유희는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승인을 구걸하는 처지가 되기를 원하지 않고, 형민은 그런 유희를 이해하고 지지한다. 둘은 제도에 기대지 않고 오직 두 사람의 사랑에 관계의 미래를 걸기로 한다. 그런데 관계의 옵션에서 결혼을 배제한 순간 새로운 질문이 등장한다. ‘그럼 우리의 미래는 이대로 영원히인가?’ 결혼이 지금보다 당연하던 시절, 연인들에게 결혼은 일종의 ‘다음 단계’였다. 결혼은 사랑이 가장 뜨거울 때가 아니라 오히려 권태로울 때 하는 것이었다. 연애에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때 넘어가는 다음 단계가 결혼이었다. 결혼하지 않기로 한 연인들에게는 그렇게 넘어갈 곳이 없다. 관계에 남은 것은 유지와 소멸뿐이다. 유지는 물론 멈춘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어서 관계는 여전히 변화하고 생장할 것이나, ‘다음 단계’로 넘어간 이들에게 그 역동성이 상상되기란 쉽지 않아 독신주의자들은 종종 정착할 생각이 없는 바람둥이로 오인받았다. 결혼이 아니면 관계는 소멸이라고 이해됐던 것이다. / 김상민 기자 거기다 열정의 문제가 있다. 작중에도 언급되는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의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 따르면 사랑을 구성하는 세 요소는 열정, 헌신, 친밀감이다. 이 세 요소를 꼭짓점으로 그린 삼각형이 크고 반듯한 모양일 때 사랑은 이상에 가깝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듯 열정과 친밀감은 반비례 관계에 있어, 함께한 시간이 길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친밀한 연인일수록 관계 초반 서로를 강렬하게 끌어당겼던 열정은 유지하기 어렵다. 뇌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이 공리는 열정의 속성에 기반한다. 열정에 불을 지피는 것은 상대의 정돈된 표면 아래 숨겨진 미지의 영역이라, 연인들이 최고의 열정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은 서로가 아직 서로에게 낯선 상대였던 초반뿐이다. 열정에 있어 오랜 연인은 새 연적을 이길 수 없다. 유희와 형민에게 새롭게 열정을 느끼게 하는 상대가 등장한 것은 필연적이었다. 연애의 미래, 결혼이 빠졌을 때 새로운 열정이냐 오랜 관계냐 선택이 필요해 보이던 순간, 는 둘 다 포기하지 않는 새로운 선택지를 내어 보인다. 서로의 일부가 되어버린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각자에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사실 역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둘뿐이었던 관계의 무대는 좀 더 북적이기 시작한다. 삼각형이 되기도 하고 사각형이 되기도 하며 관계는 이어진다. 새 연인들은 둘의 관계에 새로운 열정을 불어넣는 외부로도, 질투와 고통을 유발하는 내부로도 작용하며 관계를 역동적인 국면으로 밀어넣지만, 갈등과 고민을 거듭하면서도 둘은 다자연애의 원칙을 끝까지 밀고 가본다. 이들에게 다자연애는 더 윤리적인 사랑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도출된 실험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새 사랑으로 인해 내 연인의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면 내가 그에게 독점을 요구할 근거는 과연 무엇일 수 있는지, 이들은 묻는 것이다. 익숙한 사랑법의 근본부터 뒤흔들기에 다자연애는 논쟁적인 주제일 수밖에 없다. 연재 당시의 댓글란도 태반이 악플이었다. 이 만화에는 대체 정신 제대로 박힌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다자연애를 논하는 것 자체에 불쾌감을 느낀다. 아마도 첫째는 다자연애의 이론과 실제 사이의 간극 때문일 것이다. 소유와 집착의 지양이라는 높은 이상과 달리, 현실의 다자연애는 성욕을 관계 내로 제한하고 싶지 않은 (주로) 남성들에 의해 이용되기 쉽고, 고통은 더 사랑하는 쪽의 몫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성욕 발산과 관계의 책임 완화에 다자연애를 악용하고 있는 무리들의 잘못이지, 다자연애의 지향 자체가 비난 받을 이유는 되지 못할 것이다. 중요한 건 두 번째인데, 많은 사람들이 다자연애의 정당성에 대한 주장을 독점적 연애 혹은 일부일처제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평범하나 숭고한 사랑이 다자연애에 의해 부정된다고 느끼는 것이다. 선정성 작가의 웹툰 「독신으로 살겠다」의 한 장면. / 네이버 웹툰 물론 다자연애는 독점적 연애의 대타항을 자처하며 독점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독점을 버림으로써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보다 윤리적인 사랑이라면, 다자연애와 독점적 연애는 다시 만날 수 있다. 잘 조율된 다자연애만큼이나 잘 조율된 독점적 연애 역시 그러한 사랑의 본질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속과 집착을 다른 방식으로 지양하며 풍성한 사랑을 하고 있는 모노아모리스트들의 사랑이 다자연애주의자들의 사랑보다 억압적이고 위선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랑의 질은 그렇게 일괄적으로 평가될 수 없을 것이다. 열정과 친밀감 사이 독점적 연애와 다자연애 중 어느 것이 더 우월한가 하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난다면 지금 이 시점, 다자연애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좀 더 풍부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에서 다자연애는 무엇보다도 연애의 미래에서 결혼을 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사고 실험인 측면이 있다. 제도의 도움 없이 오로지 사랑만으로 맺어진 관계는 그 본질에 더욱 충실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정성을 견뎌야 한다. 사랑의 열정은 그 불안정성을 가장 주요하게 구성할 것이다. 열정은 때로 의지를 벗어나는 까닭이다. 독점적 연애의 틀 안에서 열정의 흐름을 따른다면 우리의 사랑은 연쇄적 연애의 형태가 될 것이다. 앤서니 기든스는 그런 연애를 ‘합류적 사랑’이라 불렀다. 물줄기가 합쳐졌다 다시 나뉘듯 자연스레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것이다. 반대로 열정을 제어하기로 한다면 그렇게 유지되는 사랑은 우정과 유사해진다. 이 두 가지 선택지 모두를 거부한다면? 열정과 친밀감을 함께 공존시킬 수는 없는가. 공존시킬 수만 있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완벽한 사랑의 방법일 수 있지 않은가. 는 이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물처럼 보인다. 이 실험은 연애-결혼-새로운 가족의 구성이 일직선으로 이어졌던 20세기적인 사랑의 방식이 시효를 다하고 있는 지금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점적 사랑은 일부일처의 근대적 결혼에 맞게 디자인된 사랑의 형태였다. 그런데 이 결혼이 위기에 처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지만, 점점 더 ‘선택’의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2016년 결혼 건수는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혼의 증가는 1인 가구의 확산 역시 가져왔다. 이제 1인 가구는 대한민국의 가장 보편적인 삶의 형식이다. 사랑과 결혼, 가족 구성의 대규모 지각변동이다. 여성들의 경제활동률 증가가 기여했고, 4인 가족 부양을 보장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들이 줄어든 것이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연애의 끝에 이제 결혼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결혼을 향해 달려가는 독점적 사랑의 방식이 아닌 다양한 연애가 상상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다자연애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비혼 공동체와 같은 대안가족 모델에 관한 논의들이 모두 이와 유관하다. 과거와는 조금 다른 이유로, 서른 즈음은 고민이 많은 시기일 수밖에. 20세기적 삶 이후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가 ‘30금’인 이유다.
- 그래도 사랑을 하겠다면그래도 사랑을 하겠다면
레이디경향(총 63 건 검색)
- [화보] ‘환승연애’ 정현규, 청청패션으로 모델처럼
- 2023. 08. 27 08:49 연예
- 글로벌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 화보 촬영 중인 정현규 글로벌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와 방송인 정현규가 만났다. 패션 문화 매거진 ‘데이즈드’가 정현규의 화보를 공개했다. 레트로한 무드의 아메리칸 다이닝 콘셉트로 진행된 촬영에서 그는 캐주얼한 스타일링부터 과감한 모습까지 리바이스의 다양한 데님과 스타일들을 완벽히 소화해 냈다. 글로벌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 화보 촬영 중인 정현규 또한 셀비지 트러커 재킷과 501 청바지의 낙낙한 실루엣이 주는 뉴트로한 감성을 표현하고 스트라이프 패턴의 점프슈트를 통해 모델 못지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화보 착용 제품들은 전국 리바이스 매장과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정현규는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최근에는 유튜브,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 과몰입 연애 리얼리티 <환승연애> 일본판 나온다
- 2023. 05. 15 17:59 화제
-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가 오는 6월 일본 리메이크 버전으로 재탄생한다. 티빙 제공 과몰입 연애 리얼리티 신드롬을 일으킨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가 오는 6월 일본 리메이크 버전으로 재탄생한다. 티빙은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EXchange)>의 일본 리메이크 <러브 트랜짓(Love Transit)>이 6월 15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고 밝혔다. <환승연애>의 일본 리메이크 <러브 트랜짓(Love Transit)> <환승연애>의 일본 리메이크작 <러브 트랜짓>은 출연자들이 서로의 전 연인이 누군지 모른 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새로운 사랑과 전 연인 사이 설렘과 갈등을 겪는 솔직한 모습을 담았다. <환승연애>의 기본 콘셉트와 구성을 살리되 일본 현지 버전으로 일부 각색할 예정이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는 2021년 시즌1으로 팬덤을 모으며 시즌2 제작을 확정하고 프랜차이즈 IP화에 성공했다. 2022년 <환승연애2>는 역대 티빙 오리지널 중 누적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에 올라 놀라운 화제성을 입증했다. <환승연애>의 신선한 기획력은 해외 무대에서도 높은 관심을 모았다. <환승연애> 시즌1, 2는 북미, 아시아 주요 20여 개국에서 공개됐으며, 특히 <환승연애2>는 아시아 최대 OTT 플랫폼 Viu(뷰)의 싱가포르, 홍콩, 태국 등 비드라마 차트 TOP5에 안착했다. 최근에는 <환승연애>가 프랑스 OTT 플랫폼 6play(프랑스 방송국 M6 산하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개되며 유럽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티빙 콘텐츠 총괄 황혜정 CCO는 “기존 리니어 채널에서 찾아보기 힘든 차별화된 콘셉트와 구성으로 OTT 예능의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입증한 <환승연애>가 일본 리메이크 버전으로 제작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이번 포맷 수출을 발판삼아 K콘텐츠 트렌드를 이끄는 동시에, 글로벌 무대에 티빙 오리지널 IP의 파급력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J ENM 콘텐츠사업부 서장호 상무는 “<러브 트랜짓>은 원작인 <환승연애> 포맷에 충실하면서도 일본 시장에서 적합한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결합시켜 일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한국 예능들이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와 같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되고, 리메이크로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새로운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 #환승연애#연애리얼리티
- BL인가, 예능인가 ‘남의 연애’ 심상치 않다
- 2022. 07. 15 16:41 문화/생활
- 웨이브(wavve) 제공 웨이브(wavve) 오리지널 리얼리티 연애 예능프로그램 ‘남의 연애’ 출연자들이 베일을 벗었다. ‘남의 연애’는 국내 최초 남자들의 연애 리얼리티다. 솔직하고 과감한 남자들이 ‘남의 집’에 입주해 서로에 대해 설레는 로맨스를 담아낸다. 지금까지 이성 로맨스에만 한정됐던 국내 연애 예능이 대부분이었던만큼 출연자 면면이 노출되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5일(금) 오전 11시 베일을 벗은 ‘남의 연애’ 첫 회는 완벽한 남자들의 리얼 로맨스를 신선한 시각으로 담아내 이용자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현실 로맨스야 BL 드라마야...눈이 황홀한 출연자 6人 이날 ‘남의 연애’에 첫 등장한 6인의 출연진은 ‘안구정화’급 비주얼로 눈길을 끌었다. BL 드라마 주인공의 실사판이라고 할 정도로 훈훈한 얼굴에 우월한 피지컬의 소유자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아이돌 못지 않은 세련된 패션 스타일과 특급 매너까지 선보여 “완벽한 남자는 게이”라는 속설을 입증하는 듯 했다. 이들 6인 외에도 다음 회에는 새로운 출연진들이 등장해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할 전망이다. # ‘적’ 혹은 ‘썸남’과의 동침? ‘남의 집’만의 핫한 룰! ‘남의 집’에는 다른 연애 리얼리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룰이 있다. 바로 3인, 2인, 1인실로 방을 나눠 사용해 아슬아슬한 동거에 들어가는 것. 이들은 첫날 랜덤으로 카드를 뽑아 각자 사용할 방과 룸메이트를 결정했다. 아울러 총 8일 간의 동거 기간 중, 단 3번만 룸메이트를 바꿀 수 있으며, 이외에는 자신의 마음대로 룸메이트를 바꿀 수 없는 룰을 적용받는다. 즉 ‘남의 집’ 안에서의 ‘남의 방’은 달콤한 로맨스의 배경이 될 수도 있고, 날선 견제의 장이 될 수도 있다. ‘내 남자’로 만들고 싶은 룸메이트와 함께라면 ‘썸남과의 동침’이 성사되는 셈이지만, ‘내 남자’를 엿보는 룸메이트와 함께라면 ‘적과의 동침’을 하게 되는 것. ‘썸과 쌈’을 오갈 ‘남의 집’에서 솔직하고 과감한 남자들의 러브라인이 어떻게 전개될 지 관심이 쏠린다. # 처음 보는 ‘남의 연애’, 풋풋하면서도 진중한 모습 ‘반전’이야! ‘남의 연애’ 출연진은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만큼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중한 모습을 보여줘 기존 ‘남남 커플’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렸다. 이들은 서로를 신중하게 지켜보는 한편, 속마음을 쉽사리 내비치지 못해 보는 이들을 가슴 졸이게 만들었다. 특히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 전화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데, 출연진들은 “심장 떨려”, “어떡해”라고 수줍어하는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웨이브 ‘남의 연애’는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2회씩 공개된다.
-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그런 운명으로 태어났다는 것은···이대로 괜찮은 걸까?
- 2021. 06. 18 14:09 문화/생활
- intro 청년 제원은 똑똑한 세희와 사랑에 빠졌다. 세희는 재원에게 단 하나의 연애 조건을 요구한다. ‘존중할 것!’ 처음엔 이 조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알 수 없으면 읽으면 되지!’ 세희와 제원은 연애를 위한 독서를 함께 해 보기로 한다.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는 99년생 페미니스트 대학생 세희와 기독교학을 전공한 93년생 제원의 연애독서일기다. 세희와 제원이 함께 읽은 스물일곱 번째 책은 ‘고기로 태어나서’(한승태 지음/ 시대의 창)이다. 이번엔 세희가 쓴다. ▶ 세희와 제원의 대화 제원: 세희야, 혹시 오르톨랑이라는 프랑스 요리 알아? 세희 : 아니, 그게 뭔데? 제원 : 푸아그라랑 같이 프랑스 요리 중 최고 진미로 치는 음식이래. ‘프랑스의 영혼을 구현하는 요리’라고도 부른다더라. 그런데 만드는 방법이 엄청 잔인해서 더 유명해. 촉새를 산 채로 잡은 후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상자에 가두는데, 새가 앞을 보지 못하고 오로지 먹기만 하게끔 눈을 뽑아버리기도 한다고 해. 심지어 살이 알맞게 올랐다 싶으면 사과 브랜디에 익사시킨 후에 통째로 구워서 먹는다고 하더라? 세희 : 그게 뭐야…. 그런 게 진미라고? 제원 : 응, 심지어 ‘신의 음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더라. 먹을 때도 머리를 제외한 부분을 통째로 씹어 먹는 거래. 세희: 와, 너무 끔찍한 방법이다. 인간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걸까? 제원: 글쎄…. 물론 이 방법이 유독 잔인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먹기 위해 기르는 다른 동물들은 적절한 환경에서 키워진다고 말할 수 있겠어? 세희가 비건을 지향하게 된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잖아. 세희: 그렇기는 하지. ▶ 비거니즘? 비거니즘! 비거니즘은 좁게는 ‘동물성 식품(고기, 우유, 달걀 따위)을 전혀 먹지 않는 적극적인 개념의 채식’을, 넓게는 동물에 대한 착취 전반을 거부하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는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나라고 처음부터 동물성 식품이 없는 삶을 익숙하게 느꼈던 것은 아니다. 사실은 고기반찬 없이는 밥을 먹지 않을 정도로 그 누구보다 육류를 좋아하던 사람이 나였다. 이런 내가 비거니즘의 필요성을 인지한 것은 스무 살, 전공을 제외한 모든 일이 즐겁던 시절, 학생회에 발을 들인 시점부터였다. 학생회는 학우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기에, 교내에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소수자를 이해하기 위한 교양이 종종 있었다. 1년 동안 페미니즘, LGBTI,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교양을 들었다. 하지만 비거니즘의 개념, 학생회에서 비건을 차별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내가 재학 중인 학교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학우들 사이에 ‘비건’의 존재가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에 간식 행사를 준비할 때 비건식을 따로 준비했다) 등의 내용을 담은 비거니즘 교양이야말로 난생처음 접하는 ‘신세계’였다. 그리고 이 신세계는 빠르게 나를 매료시켰다. 물론 인식과 실천이 동시에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을 설득하는 일부터 난관이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흔하다고 하기는 어렵더라도 편의점과 패스트푸드 판매점 등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비건 음식을 찾아볼 수 있지만, 내가 처음 비건에 관심을 가진 2018년만 하더라도 비건이라는 단어와 대중 사이에는 태평양보다 넓은 거리감이 있었고, 온갖 비아냥을 감수해야만 말이라도 꺼낼 수 있는 주제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걱정과 반대는 사회에서 규정한 ‘정상’의 범주에서 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어느 순간 부모님 역시 이해일지 포기일지 나의 식습관이나 신념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게 됐고, 나는 비건 지향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폐사율 100%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기위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어쩌면, 잔인한 우리는 왜 육류·어패류 등 동물성 식품을 소비하는 것에 있어서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을까? 바로 얼마 전까지 살아있던 ‘싱싱한’ 동물성 식품에 일말의 죄책감 대신 식욕을 느끼는 것은, 우리 안에 무언가가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런 소비를 장려하는 유통·판매 과정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우리는 살아 있는 상태의 양돈·양계보다는 이미 ‘가공된 상품’을 더 자주, 쉽게 접하기 때문이다. ‘고기로 태어나서’는 인간이 먹기 위해 소비하는 닭·돼지·개가 어떤 환경에서 삶을 이어나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책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너무 잔인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우리가 ‘효율적 생산’이라는 미명 아래에서 즐거운 식사를 위해 애써 외면하던 현실이 그만큼 잔인한 것을! ‘고기로 태어나서’는 작가 한승태가 실제로 양계장을 비롯한 ‘식용 동물’을 기르는 사육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작가가 처음 양계장에서의 근무를 택한 것은 단지 ‘서울을 떠나고 싶다’라는 이유 때문이었다지만, 한 달 만에 그 잔인함에 도망치듯 양계장을 떠난 그가 직면을 선택해 다시금 식용 동물 사육장에 찾아가게 됐으니, 어쩌면 작가의 소명이자 운명의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고기로 태어나서가 다른 비거니즘 서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띠는 것은 작가 한승태가 직접 근무하며 수집한 실제의 이야기와 가장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제원이와 언젠가 프랑스 요리인 오르톨랑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멀쩡히 날 수 있는 새를 가두고, 눈을 뽑고, 익사시키는 등의 요리 방식은 너무나도 잔인하게 들렸지만, 우리가 먹고 있는 돼지·소·닭 역시 ‘괜찮은’ 환경에서 키워진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더랬다. 양계장의 한 케이지 안에 네 마리의 닭이 들어가 있는 모습을, 자식을 낳기 위한 모돈은 사육장과 분만장의 이동만이 평생 할 수 있는 이동임을 아는 순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니 말이다. 모두가 비거니즘을 지향하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익숙한 즐거움을 추구하며 편히 살 수 있음에도 잔인한 현실을 직면하는 일은 불필요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동의한다. 다만 한 차례의 직면만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다. 먹지 않는 것이 어렵다면 그들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부터, 아니 적어도 상품 이전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 그 자체부터…. 인지는 언젠가 큰 의미를 만드는 씨앗이 될 것이니 말이다. ■제원의 한마디 바로 이 대목이었어. “무감각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10동에서부터 차례대로 작업했는데 얼마나 많은 닭을 죽였는지 모르겠다. 수백 마리는 될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정말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손에 ‘투두둑’ 하고 닭의 명줄이 끊어지는 느낌이 전해져도 정말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릴 때만큼의 감정도 소모하지 않고 닭의 목을 비틀었다. 내 발 주위는 무도병에 걸린 것처럼 사지를 흔들어대는 닭으로 가득했다. 잠깐, 정말 찰나의 100분의 1 정도의 순간 동안 예전의 일기에 적어 놓은 그런 감정들, 미안함, 불편함, 찝찝함 같은 것들이 느껴질 것 같았지만 금세 짜증과 피로에 묻혔다. 이런 식이면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은 그날 밤 내내 나는 이 문장이 그려낸 지옥 같은 풍경 속에 갇혀 있었어. 문득 ‘우리는 지옥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고기로 태어나서’는 ‘쉬운 답’이 아니라 ‘어려운 질문’을 무수히 던지게 만드는 바로 그런 책이었어.
-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박세희·우제원독서연애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