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7 건 검색)
- [사유와 성찰]‘킬러로봇’ 개발과 ‘오펜하이머 순간’
- 2024. 05. 09 20:23오피니언
- .... 이 회의에서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교장관의 발언이 주목받았다. “지금 우리는 오펜하이머 순간을 다시 맞이하고 있다.”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적 발명이 되어버린 원자폭탄처럼 AI...
- 사유와 성찰보일 스님
- 올해 미 아카데미는 ‘오펜하이머’ 천하···크리스토퍼 놀런, 한 풀었다
- 2024. 03. 11 13:12문화
- ... 모르지만, 저를 (그 여정의) 의미있는 부분이라 여겨준 것이 둘도 없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오펜하이머를 연기한 아일랜드 출신 배우 킬리언 머피는 이날 생애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를 차지했다. 그는...
-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오펜하이머’ 킬리언 머피···감독상 수상자는 크리스토퍼 놀런
- 2024. 03. 11 11:30국제
- ...>로 영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 등에서 잇따라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오펜하이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 [기고] 홍범도·오펜하이머 논쟁, 역사적 퇴행과 진전의 차이다
- 2023. 10. 04 20:27오피니언
- ... 블록 형성과 세계적인 냉전체제로 전환되면서 미국에선 강력한 반공주의(매카시즘)가 확산된다. 오펜하이머는 매카시즘의 피해자였다. 한때 공산주의에 관심이 있었고, 공산주의자들과 교류했다는 이유로...
스포츠경향(총 14 건 검색)
- [종합] 美 아카데미, ‘오펜하이머’ 7관왕…故 이선균 추모도
- 2024. 03. 11 14:59 연예
-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7관왕을 기록한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사진제공=연합뉴스|AP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영화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가 휩쓸었다. 7개 부문 트로피를 가져가며 위력을 자랑했다.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도 작품상, 각본상 2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작으로 호명되진 못했다. 또한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이선균의 삶을 추모해 모두를 숙연케 했다. 10일 오후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 96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는 코미디언 지미 키멜이 진행에 나서 각 부문 후보자(작)들과 수상자(작)들을 발표했다. 남우조연상을 받고 즐거워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사진제공=연합뉴스|AFP 올해 영광의 주인공은 ‘오펜하이머’였다. 애초 13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 됐던 ‘오펜하이머’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음악상, 촬영상, 편집상 등 7개 부문을 휩쓸며 7관왕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오펜하이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감수해야 했던 천재 과학자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의 핵개발 프로젝트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생작으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놀란 감독은 앞서 ‘메멘토’(각본상), ‘인셉션’(작품상, 각본상), ‘덩케르크’(작품상, 감독상)로 여러 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오스카와 인연이 닿진 못했다. 그런 ‘무관’의 설움을 ‘오펜하이머’로 날린 셈이다. 놀란 감독은 무대에 올라 “영화사는 이제 겨우 100년이 조금 넘었다. 이 놀라운 여정이 앞으로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이 여정의 의미 있는 일부라고 생각해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남우주연상은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에게 돌아갔다. 또한 남우조연상까지 ‘오펜하이머’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돌아가며 그 진가를 입증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고 감격했다. 여우주연상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에서 여자 프랑켄슈타인으로 등장한 에마 스톤이 호명됐다. ‘라라랜드’(2016)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이번 수상으로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넘버3’ 송능한 감독의 딸이자 한국계 캐나다인인 셀린 송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됐지만, 수상이 불발됐다. 각본상은 ‘추락의 해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이 차지했다. 고 이선균을 추모하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내부, 사진제공=연합뉴스|REUTERS 이날 수상자(작) 발표 뿐만 아니라 여러 인상적인 장면들을 연출하며 시상식만의 남다른 스케일을 보여줬다.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마리우풀에서의 20일’로 상을 받은 엠스티슬라브 체르노프 감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잃은 목숨들, 수용소에 갇힌 포로 병사, 우리 친구들과 이 상을 맞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다. 그러나 일어난 역사를 바꾸지 못한다. 우리는 역사를 기록하고, 진실은 승리한다. 우크라이나에 승리를”이라고 수상 소감을 대신해 모두의 마음을 울렸다. 또한 지난해 세상을 떠난 스타들을 추모하는 시간도 마련됐고, 그 중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섰던 고 이선균이 포함돼 이를 보는 사람들을 먹먹하게 했다. 한국 중계방송 진행을 맡았던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이선균의 얼굴을 오스카에서 보니 마음이 무척 무거워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관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다음은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명단] △ 작품상 ‘오펜하이머’ △ 감독상 크리스토퍼 놀란(‘오펜하이머’) △ 남우주연상 킬리언 머피(‘오펜하이머’) △ 여우주연상 엠마 스톤(‘가여운 것들’) △ 남우조연상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오펜하이머’) △ 여우조연상 다바인 조이 랜돌프(‘바튼 아카데미’) △ 각본상 ‘추락의 해부’ △ 각색상 ‘아메리칸 픽션’ △ 촬영상 ‘오펜하이머’ △ 미술상 ‘가여운 것들’ △ 의상상 ‘가여운 것들’ △ 편집상 ‘오펜하이머’ △ 음향상 ‘존 오브 인터레스트’ △ 시각효과상 ‘고질라 마이너스 원’ △ 분장상 ‘가여운 것들’ △ 음악상 ‘오펜하이머’ △ 주제가상 빌리 아일리시·피니즈 오코넬 ‘왓 워즈 아이 메이드 포?’(‘바비’) △ 국제장편영화상 ‘존 오브 인터레스트’ △ 단편영화상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 장편애니메이션상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단편애니메이션상 ‘워 이즈 오버!’ △ 장편다큐멘터리상 ‘마리우폴에서의 20일’ △ 단편다큐멘터리상 ‘더 라스트 리페어 샵’
- ‘오펜하이머’ 가장 보고 싶은 영화 1위
- 2023. 09. 08 16:28 연예
-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 영화 ‘오펜하이머’의 인기가 뜨겁다. 온라인 조사 회사 피앰아이(PMI)가 8일 ‘궁금해결리워드앱, 헤이폴!’을 통해 20~50대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질문한 결과 ‘오펜하이머(16.0%)’가 ‘이번 주 가장 보고 싶은 영화’ 1위로 선정됐다. 최초의 핵무기 개발(맨해튼 프로젝트)을 주도한 로스앨러모스연구소장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의 일대기를 각색한 영화 ‘오펜하이머’는 다소 긴 180분의 러닝타임 동안 눈을 뗄 수 없다는 호평과 함께 글로벌 흥행수익 1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극 중 명장면으로 꼽히는 인류 최초의 핵실험인 ‘트리니티 실험’을 재현할 때마저 CG가 아닌 실제 폭탄을 활용한 면모는 되도록 CG를 지양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뚝심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만 해당 장면이 후반부에 등장하는 점, 일반인에게 다소 낯선 물리학, 정치, 시점의 교차 등 진입장벽이 다소 높아 지루하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개봉 첫날 55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놀라운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오펜하이머가 스크린을 얼마나 더 오래 장악할지 기대된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 포스터. 2위는 ‘달짝지근해: 7510(15.8%)’가 차지했다. 부제목 ‘7510’에서 알 수 있듯 뛰어난 미각을 가진 제과회사 연구원 치호(75, 유해진 역)와 긍정 마인드로 가득한 대출심사 회사 직원 일영(10, 김희선 역)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이다. ‘달짝지근해: 7510’는 쟁쟁한 개봉작 속 누적관객 수 110만을 달성하며 당당히 2위를 기록했다.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힐링 로맨스 영화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 ‘밀수’ 포스터. 3위는 ‘밀수(14.7%)’가 차지했다. 제작 총괄을 맡은 프로듀서가 장소 섭외를 위해 방문한 소도시 박물관에서 70년대 성행한 해양 밀수품 거래 자료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 ‘밀수’는 바다와 도시를 오가는 ‘여름’ 특유의 시원함을 주고 있다. 또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영화제에 열기를 더할 ‘밀수’가 흥행을 유지할지 기대된다. 이외에도 ‘콘크리트 유토피아(13.3%)’, ‘엘리멘탈(11.6%)’, ‘타겟(11.4%)’, ‘잠(10.9%)’ 등이 이번 주 가장 보고 싶은 영화로 선정됐다. 한편, 본 조사는 피앰아이(PMI)가 ‘궁금해결리워드앱, 헤이폴!’을 통해 시행하였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39%P다.
- [스경X초점] ‘잠’의 위력, ‘오펜하이머’ 잠재웠다
- 2023. 09. 07 11:07 연예
- 영화 ‘잠’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작고 알찬 웰메이드 영화의 승리다.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 ‘잠’이 개봉 당일 ‘오펜하이머’를 잠재우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잠’은 개봉일인 6일 7만9435명이 관람해 ‘오펜하이머’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달 15일 개봉한 이후 23일간 1위를 수성하던 ‘오펜하이머’의 질주를 한국영화가 처음 막은 것으로 의미가 있다. ‘잠’은 언론배급시사회 직후부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유재선 감독이 연출부로 몸담았던 영화 ‘옥자’의 봉준호 감독은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다. 순수한 영화적 힘을 가진, 작고 단단한 보석 같은 작품”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아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유재선 감독은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대감이 올라가니 거기에 부응하는 결과물을 보여줘야한다는 압박감도 있다. 어중간하면 본전도 못찾는다는 마음에 혼을 갈아 넣었다”고 부담을 표현했지만, 그의 개성 강하고 패기 있는 연출력은 통했다. 여기에 이선균, 정유미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가 더해져 관객들의 마음을 붙잡는 데에 성공했다. 관람 관객들 역시 “무서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재미있게 볼 영화. 감독은 천재인가?”, “신인감독 작품임에도 왜 칸에 초청됐는지 알 수 있었다”, “사운드도 미친 영화인 듯 진짜 기대 이상” 등 뜨거운 반응을 쏟아냈다. 또한 “올해 본 한국 영화 중 제일 재밌었음”, “오랜만에 보는 한국형 웰메이드 스릴러”라는 칭찬도 이어지고 있다. ‘잠’이 여름 성수기 대전 이후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를지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잠’에 이어 2위는 ‘오펜하이머’다. 1만9831명으로 화력이 확 떨어진 것을 보여준다. 누적관객수 284만1435명이다. 3위는 1만3662명이 관람한 ‘달짝지근해: 7510’으로, 누적관객수 116만5302명을 달성했다. 한국형 코믹로맨스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타겟’은 1만2990명이 선택해 4위로 내려왔다. 전날에 비해 두 계단 하락한 수치다. 그 뒤를 이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일일관객수 1만2362명, 누적관객수 365만7632명을 기록했다.
- 영화 ‘오펜하이머’, 글로벌 흥행 수입 1조원 돌파
- 2023. 09. 05 18:05 연예
-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전 세계 영화관에서 총 1조원이 넘는 티켓 수입을 올렸다. 4일(현지시간) 미국 영화흥행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오펜하이머’는 지난 7월 21일 개봉 이후 전날까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총 8억5천298만4천달러(약 1조1천255억원)를 벌어들였다. 미국 내 수입이 3억1천27만1천달러(약 4천94억원), 그 밖의 세계 시장 수입이 5억4천271만3천달러(약 7천162억원)였다.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말이 많은 과학자와 정치인들의 음산한 방에서 주로 펼쳐지는 어두운 R등급(17세 이하는 부모 등 성인을 동반해야 관람 가능) 전기 역사물이 예상을 깨는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의 제작비는 1억 달러(약 1천320억원) 규모로, 투자배급사인 유니버설 픽처스와 놀런 감독이 큰 수익을 보게 됐다. ‘오펜하이머’는 개봉 7주 만에 놀런 감독의 전작 ‘다크 나이트 라이즈’(10억8천만달러)와 ‘다크 나이트’(10억달러)에 이어 이 감독의 역대 3번째 흥행 영화가 됐다. 또 ‘바비’(13억8천만달러)와 ‘슈퍼마리오 브러더스 무비’(13억6천만달러)에 이어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중 3번째로 큰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오펜하이머’는 퓰리처상 수상작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각색한 영화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킬리언 머피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플로렌스 퓨 등이 출연했다.
주간경향(총 1 건 검색)
- [시네프리뷰]오펜하이머-전기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다(2023. 08. 18 10:47)
- 2023. 08. 18 10:47 연예
- 크리스토퍼 놀런은 이번 작품에 일체의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핵실험 장면이지만 오펜하이머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삽입되는 다양한 인서트 장면도 이에 버금가는 볼거리다. 제목 오펜하이머(Oppenheimer) 제작연도 2023 제작국 미국, 영국 상영시간 180분 장르 드라마, 스릴러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출연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개봉 2023년 8월 15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유니버설 픽처스 크리스토퍼 놀런은 대표적인 ‘필름 근본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에 앞서 ‘아날로그 애호가’라는 점이 먼저겠다. 그는 소위 최첨단 문명의 이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전해지는 바로는 스마트폰이나 e메일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필히 극장에서 관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당연히 그의 작품들은 이런 성향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런 외골수적 신념이 창작에도 일관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영화를 찍을 때는 필히 필름을 사용해야 한다. 후반 작업 시에는 컴퓨터 그래픽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개는 꼭 극장 개봉이 우선돼야 하며 일정기간 홀드 백(Hold Back·1차 공개 이후 2차 매체에서 공개되기까지의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작은 부분의 작업까지 디지털화된 지금에는 꽤 많은 제작비를 추가하게 만들고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일이다. 이런 외형적 강박은 그가 창조하는 영화들의 내면에서도 발견된다. 최근 선보인 일련의 영화들은 이야기의 서사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까지 파괴하는 게 가능한지를 계속 시험하고 있는데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영화 안에서 시간의 흐름을 통제함으로써 구현된다. 여전히 산만하지만 친절한 배려 이번 작품에서도 소극적이나마 놀런의 ‘시간에 대한 집착’은 계속된다.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 분)와 대척점에 있는 루이스 스트라우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의 청문회라는 다른 시간대의 두 사건을 병치하며 진행된다. 각각 다른 2개의 청문회 사이에는 두 사람이 함께했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 ‘맨해튼 프로젝트’에 대한 과거의 기억들이 공유되고 이를 통해 오펜하이머라는 복잡한 인물의 내면을 조금씩 엮어낸다.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물리학자로 세계 최초의 핵무기 개발자다. 현대사에 있어 이미 중요하게 거론되는 인물이지만, 이번 영화의 개봉에 발맞춰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올해 공개된 <전쟁의 종식자: 오펜하이머와 원자 폭탄>이라는 작품이 눈에 띈다. 오펜하이머의 일생과 과업을 관습적으로 정리한 다큐멘터리로 크리스토퍼 놀런이 인터뷰이로 참여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쿠팡플레이를 통해 정식 공개됐다. 이번 작품 <오펜하이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전까지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만을 향해 내달리는 형국으로 작품을 만들며 스스로를 과시해왔던 크리스토퍼 놀런이 모처럼 관객들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점이다. 일단 영화가 시작되면 2개의 청문회를 뚜렷이 구분하는 장(章)이 표기된다. 그리고 각각 컬러와 흑백으로 다른 시간을 구분해준다. 이것만으로도 관객 입장에서는 훨씬 수월하게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아날로그 특수효과와 배우들의 향연 크리스토퍼 놀런은 이번 작품을 만들며 일체의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최종적으로 그렇게 완성됐다고 알려져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작품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결과인 핵실험 장면이다. 하지만 오펜하이머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삽입되는 다양한 인서트 장면들은 이에 버금가는 볼거리다. 신비하고 전위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다양한 화면은 이야기 안에서 역동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더불어 신경이 거슬릴 정도로 과하다 싶게 사용된 음악들 역시 이런 의도를 보강하는 장치로 보인다. 영화를 보며 재미있었던 점 중 하나는 끊임없이 새롭게 등장하는 배우들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작품의 특성상 남자배우들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주연을 맡은 킬리언 머피,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주축으로 조시 하트넷, 캐시 애플렉, 라미 말렉, 게리 올드먼, 케네스 브래너, 데인 드한, 매튜 모딘, 제이슨 클라크, 베니 사프디 등 개인의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차고 넘치는 배우들이 비중의 경중에 상관없이 등장해 향연을 펼친다. 상당수는 한때 반짝 주목받다가 지금은 시들해진 배우들이다 보니 이들의 등장목록 자체가 할리우드 현대사의 일면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워너 브러더스와 결별한 크리스토퍼 놀런 유니버설 픽처스 섬세한 관객이라면 왠지 낯선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에 늘 당연하게 생각돼오던 워너 브러더스의 로고 대신 유니버설 로고로 영화가 시작된다. 놀런과 워너 브러더스의 인연은 세 번째 장편영화 <인썸니아>(2002)부터였다. 이후 워너는 초대형 기획영화였던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 3부작을 순차적으로 놀런에게 맡김으로써 대형 감독으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다지게 되는 사실상의 기회를 제공했다. 놀런 역시 워너 브러더스에 대한 신뢰가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개봉한 <인터스텔라>의 경우는 파라마운트 자본으로 제작된 영화였지만, 놀런이 계약조건에 워너 브러더스를 관여시킨다는 조항을 넣어 북미 이외 지역의 배급을 맡기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워너 브러더스의 배급으로 개봉했다. 2020년 말부터 워너 브러더스와 놀런의 불화설이 피어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테넷>의 개봉일을 두고 각축을 벌인 것이 시발점이었다. 연장선상에서 워너가 2021년 극장 개봉 예정 영화의 상당수를 자사 VOD(주문형 비디오·Video On Demand) 서비스인 HBO 맥스와 동시 개봉하기로 한 데에 놀런이 노골적인 불만을 표하면서 결국 이들의 결별은 현실이 됐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뜻밖의 여파 중 하나다. <오펜하이머>의 언론시사회가 있었던 날 오전, 공교롭게 워너 브러더스가 <바비>에 이어 여름 영화 시장에 승부수로 내놓은 <메가로돈 2>의 언론시사회가 있었다. 한국 개봉일도 같다. 바라보는 분위기와 완성도 면에서 두 작품의 차이가 크다 보니 더욱 대비되는 모양새다. 아무래도 워너 브러더스 담당자들의 심정은 복잡했을 듯하다.
- 시네프리뷰
레이디경향(총 2 건 검색)
- ‘오펜하이머’의 무의식을 들여다 보니 ②[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 2024. 03. 12 07:31 문화/생활
-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오펜하이머> 보도 스틸 ▶‘IQ는 높은데 EQ가 별로? ‘아카데미 휩쓴 오펜하이머①[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에서 이어집니다. 박성근 : 오펜하이머가 자기애성 성격인 건 맞다고 봐. 대신 나는 다른 인물, 특히 스트로스도 자기애의 관점에서 바라봤어. 한마디로 말해 이 영화는 나르시시즘에 관한 영화라고 할까? 그러니까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 둘 다 자기애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 그럼 자기애가 과연 뭐냐는 근본적인 얘기부터 좀 해봐야겠지. 윤병문 : 자기애는 자기심리학이라는 학파에서 많이 얘기하죠. 처음에 프로이트가 말한 자아-이드-초자아로 나누어 분석하기 시작한 정신분석학은 학문이 발전하면서 자아심리학이라고 불렀죠. 대신 인간의 심리를 계속 연구하다 보니까 한 사람의 심리구조, 즉 자아의 구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주변 인물, 그러니깐 어떤 대상과의 상호작용도 중요하다고 본 거죠. 그러면서 대상관계이론과 자기심리학이 발전되어 왔고요. 박 : 그렇지. 자기심리학 이론으로 자기애를 설명하면 이 영화의 치밀하고 복잡한 구조가 이해돼. 좀 어렵지만 자기애에 대해 설명을 좀 해볼게. 갓 태어난 아기는 인지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세상엔 자기밖에 없는 것으로 느껴. 마치 엄마 배 속에 있을 때처럼 말이지. 근데 자기가 배가 고파서 우니까 먹을 것이 들어와. 엉덩이가 축축해서 우니깐 뽀송뽀송해져. 신기하지. 아기는 자기가 전지전능하다는 착각 속에 살아. 사실은 엄마가 다 해준 건데 말이야. 윤 : 차츰 엄마의 존재를 인지하면서 이자관계, 아빠까지 눈에 들어오면 삼자관계가 되죠. 박 : 그렇게 인지하기 전까지 아이는 자폐적이면서도 전능감에 사로잡혀 있는데 이걸 1차적 자기애라고 불러. 하지만 윤 원장 말대로 누군가가 자기를 도와준 것이며, 자신은 전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차츰 깨닫게 되면서 아이의 자기애는 상처를 입어. 그걸 보완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이야. 아이가 옹알이를 하면 엄마가 너무 기뻐하는 반응을 보이지. 걸음마라도 하면 온 가족이 박수치고 아주 난리가 나. 이런 걸 거울반사라고 부르는 데 이걸 통해서 아이는 손상된 자기애를 어느 정도 회복하게 돼. 또 다른 방식은 아기가 자기 주변의 대상을 전능한 존재로 이상화하는 거야. 우리 엄마는 요리도 잘 하고 우리 아빠는 힘도 세요. 그런 전능한 부모가 자기를 돌봐주니깐 아기 자신도 전능하다며 자기애, 즉 나르시시즘을 회복하게 되는 거지. 이런 거울반사와 이상화전이를 2차적 자기애라고 불러. 윤 : 그런 발달의 과정 어디에선가 문제가 생기면 자기애가 지나치거나 부족해질 수 있는 거죠. 박 : 그렇지. 오펜하이머는 1차적 자기애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고, 스트로스는 2차적 자기애가 완성되지 못한 사람으로 보였어. 이게 무슨 얘기냐면 우선 오펜하이머는 태생적으로 잘난 사람이야. 집안도 유복했지, 어려서부터 똑똑했지, 탄탄대로였거든. 계속 인정만 받아왔을 테니깐 좌절이라는 걸 몰랐을 거야. 자기애 성격은 두 타입으로 나누는데 이런 경우는 오만한 유형이야. 흔히 보는 나르시시스트 환자들이 이런데, 꼭 과대망상증 환자 같아. 근거도 없이 그냥 자기가 제일 잘 났고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며 살지. 또 다른 타입은 예민한 유형이야. 사람들의 평가나 시선에 너무 민감하지. 이건 거울반사나 이상화전이 같은 게 부족해서 2차적 자기애가 잘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야. 한마디로 칭찬을 잘 못 받고 살아온 것을 보상받기 위해 끊임없이 주변으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으려고 해. <오펜하이머> 보도 스틸 윤 : 스트로스처럼 말이죠? 박 : 맞아. 우리가 ‘자존심이 세다’는 말을 하는데 이게 두 가지 의미로 쓰여. 하나는 자존심이 강해서 자만감에 빠져있는 경우지. 다른 하나는 자존심에 상처받는 걸 싫어해서 누가 무시하면 버럭 하는 경우이고. 전자가 오펜하이머이고 후자가 스트로스야. 오펜하이머는 “대답이 별로였다”며 닐스 보어라는 위대한 인물한테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똑똑하면 많은 게 용서된다”는 말도 하고, 동위원소 수출 건에 대한 회의에서 스트로스한테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심지어 자신의 재능을 몰라주는 교수를 독 사과로 죽이려 들기까지 하지. 상당히 오만해. 윤 : 반대로 스트로스는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사람처럼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민감하죠. 청문회를 통해 장관으로서 인정받길 기대했고요. 박 : 누가 ‘스트로스씨’라고 부르자 “제독이요”라며 정정해주지. 살아온 과정 자체가 오펜하이머와는 대조돼. 가난한 집안 태생이라 과학 공부를 그만두고 구두판매원이 되었는데, 오펜하이머가 ‘미천한 구두판매원’이라고 표현하니깐 발끈하지. 스트로스는 과민한 나르시시스트라고 볼 수 있어. 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한 줄로 말하자면 오만한 오펜하이머한테 무시당한 과민한 스트로스가 복수를 하는 과정이거든. 윤 : 자기애를 지키기 위해서 둘이 힘겨루기를 한 것 같죠. 박 : 놀란 감독은 영화를 간단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잖아. 이 영화도 알고 보면 꽤 복잡해. 영화는 첫 장면이 중요한데, 오펜하이머 얼굴에 ‘분열’이라는 자막이, 스트로스 얼굴에 ‘융합’이라는 자막이 나오지. 사전적으로야 핵분열과 핵융합, 그러니까 원자폭탄 개발과 수소폭탄 개발을 뜻하는 거라지만, 사실 두 인물의 인생 과정을 보여주는 단어로 보이기도 해. 오펜하이머가 유수의 과학자들을 한데 모아 맨해튼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로브스 장군과 정치인들한테 이용당한 셈인 거지. 자기가 제일 잘 난 줄 알았는데 말이야. 게다가 청문회에 가서는 동료 과학자들의 배신도 이어지지. 자기애가 분열되는 거야. 오펜하이머가 블랙홀 설명을 할 때 이런 말을 해. “별이 클수록 소멸의 과정도 더 격렬하다. 중력이 너무 응축되면 모든 걸 집어삼킨다”라고. 자기애가 너무 커서 자아가 분열되는 결과가 되는 거지. 윤 : 반대로 스트로스는 융합이 되는 건가요? 박 : 이 사람은 자기애가 부족한 상태에서 계속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서, 그러니까 거울반사를 받으면서 점점 과대해져 가는 거거든. 그 덕에 구두판매원에서 제독을 거쳐 장관후보자까지 올라간 거지. 하지만 끝없이 인정받길 원해. 그걸 안 해준 게 오펜하이머야. 반면에 아인슈타인은 스트로스에게 이상화의 대상이야. 가장 위대한 과학자니깐.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일을 두고 아인슈타인을 욕하는 게 아니라 오펜하이머를 의심하지, 이렇게 자기애를 키우기 위해 스트로스는 계속해서 인물과 권력을 규합해. 이런 말을 하잖아? “힘은 그림자 속에 머무는 거라고.” 융합이지. 하지만 이쪽으로 치우친 과민한 자기애도 결국엔 실패하지. 스트로스도 장관이 되진 못하잖아. 한마디로 적당한 자기애는 삶을 열심히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지만, 그게 지나치면 때론 적을 만들고 스스로 상처를 받게 된다는 거야. 윤 : 저는 여기서 오펜하이머가 이런 식으로 평가받게 되는 이유에 대해 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를 표현하는 말이 원자폭탄의 아버지잖아요? 상징적인 아버지라는 거죠. 그 아버지라는 단어는 무의식적인 질서 같은 거예요. 비슷한 걸로 오펜하이머가 하는 말이 “난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고 하죠. 이것도 권위자를 상징해요. 그런데 그런 오펜하이머가 결국엔 몰락하잖아요? 박 : 그렇지. <오펜하이머> 보도 스틸 윤 : 프로이트가 쓴 <토템과 터부>라는 책에서 보면 원시사회의 아버지가 나와요. 아들들이랑 대립하다가 아들들이 아버지를 죽이죠. 여자를 포함해 모든 것을 다 차지하고 있던 아버지를 죽인 다음에 아들들이 보니까 너무 무질서해진 거죠. 그러니깐 이제 협정을 맺어요. 서로 경쟁만 하다가 조직체가 완전히 붕괴되는 걸 막기 위해서 죽은 아버지의 법을 받아들이기 시작해요. 예를 들어 근친상간을 하면 안 된다는 터부가 만들어지면서 이제부터는 다른 여자는 포기하고 자기 여자만을 사랑해야 한다는 법이 만들어지죠. 결국 아버지는 죽은 뒤에야 권위가 세워지는 거예요. 권력과 힘이 있는 아버지는 경쟁자이지만, 죽고 나면 존경을 받게 돼요. 박 : 그러니까 오펜하이머도 몰락해서 힘이 없어지고 나니까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추앙을 받게 되는 거군. 아인슈타인도 그런 얘기를 하지. 어디 가서 강연한 뒤 연어구이나 먹고 훈장이나 받으면서 지내게 될 거라고. 실제로 그렇게 되거든. 윤 : 게다가 죽고 나니까 자신에 대한 영화까지 만들어지는 거죠. 박 : 난 이 영화의 원작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라는 제목도 오만하다고 봤거든. 신이잖아. 그런데 윤 원장 생각은 사후에 이상화되고 심지어 신격화까지 된 거라는 거네. 근데 난 또 다르게 본 것이, 영화를 보면 오펜하이머의 단점들이 그대로 다 드러나. 이건 성웅 이순신 같은 위인전 얘기가 아니야. 머리는 똑똑할지 몰라도 성격적으로 결함도 많고 인간관계도 그다지 좋지는 않아. 자기애성 성격자들의 특징 중 하나가 타인에 대해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잘 느끼지 않는 거거든. 남편이 있는 여자를 꾀어서 임신을 시킨다거나 오래된 애인한테 그 사실을 무덤덤하게 얘기하고는 매정하게 차버리지. 윤 : 오늘이 끝이라고 하면서도 필요하면 또 언제라도 올 수 있다고도 하죠. 박 : 하지만 한편으로는 원자폭탄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큰 죄책감을 느끼면서 자기모순에 빠지기도 해. 그 잘난 오펜하이머도 사실 들여다보면 복잡한 면도 있다는 거야. 인상적인 장면이 청문회 때 발가벗은 채 앉아있는데 진이 나타나서 노골적인 성행위를 해. 그만큼 오펜하이머는 그 자리에서 수치심을 느꼈다는 걸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거지. 초반부에 오펜하이머가 “재판장님”하고 부르니까 청문회 위원들이 “우린 판사가 아닙니다”라고 말해. 삶을 재판받는 기분이었을 거야. 그리고 스트로스도 똑같았어. 장관 청문회에 들어가면서 “삶을 재판받는 기분”이라고 명확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그렇게 보면 이 영화는 오펜하이머를 단순히 추앙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과 융합, 컬러와 흑백, 오펜하이머의 시각과 스트로스의 시각을 대비하면서 한 사람의 입체성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고 볼 수 있지. 윤 : 한편으로는 이런 것들이 오히려 오펜하이머가 무의식적으로 의도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원자폭탄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죄책감이 어떤 사죄의 행동을 하게끔 했다고 할까요?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했다거나, 더 중요하게는 초자아가 스트로스라는 대리인을 통해 자아를 벌준 것이죠. 그래서인지 청문회 자리를 재판받는 것처럼 느끼고, 검사의 공격에 그저 당하고만 있어요. 이런 심리는 사실 무의식적으로 면죄부를 받는 것이기도 해요. 어린아이가 컵을 깼을 때 엄마한테 크게 혼나고 나면, 깬 실수에 대한 잘못은 이제 다 용서받았다고 느끼는 것과 같죠. 박 : 그것도 충분히 가능한 설명이네.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은, 여러 측면으로 해석해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 <오펜하이머> 포스터 Key Word : 성격장애(Personality Disorder) 성격장애란 성격상으로 문제가 심각하여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경우를 말합니다. 총 10가지의 성격장애가 있는데, 이들은 특징적인 패턴에 따라 A, B, C의 세 군으로 분류됩니다. A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괴팍하고 기이한 특성을 보이는데, 끊임없이 타인을 의심하는 편집형 성격, 세상에 무관심하여 사람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는 분열성 성격, 독특한 방식으로 생각하며 기행을 일삼는 분열형 성격 등이 포함됩니다. B군의 사람들은 감정적이고 변덕스러워 행동을 예측하기 힘든 특성을 보이는데, 남들의 입장을 무시하고 피해를 주는 반사회성 성격, 대인관계와 정서상태가 수시로 변해 종잡을 수가 없는 경계선 성격, 감정 표현이 극적이며 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하는 연극성 성격,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믿기 때문에 남들을 무시하면서 늘 존경받기를 바라는 자기애성 성격 등이 해당됩니다. 그리고 C군 환자들은 소심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로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을 것을 두려워 해 인간관계를 꺼리는 회피형 성격, 자신감이 없어 누군가로부터 계속 도움을 받으려는 의존성 성격, 정리정돈과 완벽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강박성 성격 등이 있습니다. 박성근과 윤병문은 정신과전문의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3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각각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구로점과 용인수지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 네트워크 원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잡아 영화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쓰이게 되었다.
- ‘IQ는 높은데 EQ가 별로?’ 아카데미 휩쓴 오펜하이머①[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 2024. 03. 11 06:43 문화/생활
-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 맨해튼 프로젝트 자신을 무시하는 교수를 독살하려 할 정도로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던 오펜하이머는 닐스 보어의 강의를 들은 뒤 마음을 잡고 이론물리학 연구에 매진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과학자와 인연을 맺고, 공산주의자들과 어울리기도 하면서 유부녀이던 키티와 결혼을 한다. 2차 대전이 한창이던 때 그로브스 장군으로부터 독일이 개발 중이던 핵폭탄을 먼저 만들어줄 것을 요구받는다. 학계 인맥 등을 통해 유수의 과학자들을 한데 모아 기적적으로 맨해튼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 핵폭탄은 일본에 투하되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만 수많은 희생자를 낳게 된 것에 죄책감을 느낀 오펜하이머는 더 강력한 무기인 수소폭탄의 개발은 반대한다. # 1954년 오펜하이머 청문회 원자력위원회 보안 승인에 대한 청문회에서 오펜하이머는 검사의 집요한 추궁에 시달린다. 젊은 시절 공산주의자들과 어울렸던 경력이 문제가 됐는데, 특히 옛 애인인 진과의 계속된 불륜관계는 오펜하이머를 곤혹하게 만든다. 불공정한 청문회 진행과 동료 과학자들의 배신으로 결국 위원회 자격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 1959년 스트로스 청문회 장관 임명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거라 예상되는 가운데에서도 스트로스는 긴장을 한다. 특히 공산주의자일 가능성이 있는 오펜하이머를 고등연구원 소장으로 앉힌 경력이 역풍을 맞는다. 급기야 오펜하이머에 대한 시기심 때문에 그의 청문회를 불공정하게 사주했음이 드러나면서 장관으로 임명되지 못한다. <오펜하이머> 보도 스틸 박성근 : 이번에는 최신의 따끈따끈한 영화지. <오펜하이머>. 가장 주목받은 영화이기도 하고. 어떻게 봤어? 윤병문 : 너무 길어요. 3시간. 한 번으로는 다 파악이 안 돼서 이번에 재상영하길래 영화관 가서 다시 봤어요. 박 : 나도 와이프랑 함께 영화관 가서 봤었어. 미리 유튜브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사전 지식도 좀 보고 갔지. 원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가 머리를 많이 써야 이해가 되잖아? <메멘토>부터 <테넷>까지. 그래서 처음엔 마음 단단히 먹고 갔는데 첫 소감은 그냥 ‘오펜하이머’에 대한 전기영화인 거야. 복잡한 거 없이.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고 나니까 사람 심리에 대해서 굉장히 분석적으로 머리를 쓰면서 만든 영화 같더라고. 윤 : 근데 그러기에는 등장인물에 대한 배경이 너무 부족했어요. 그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해보려고 해도 주어진 단서가 많지 않아요. 심지어 핵폭탄 개발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을 둘러싸고 너무 많은 사람이 나와서 하나의 핵심에 집중이 안 되고 좀 흐트러진 느낌을 받았어요. 박 : 나도 그랬어. 오펜하이머에 대해 검색해 봐도 유년 시절에 대한 얘기가 별로 없어. 그냥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고 공부 잘했다는 내용 밖에…. 윤 : 물론 이게 영화니까 실제랑은 다르게 감독이 각본에 맞춰 바꾼 부분도 있겠죠. 그래서 이번에는 영화에서 보여주는 말과 행동, 그러니깐 현 상황만 보고 이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일단 특징적인 거는 오펜하이머는 성격에 문제가 좀 있었던 것 같다는 거죠. 박 : 주변 인물들도 그렇게 얘기를 하지. ‘그 자만심만큼이나 중요한 사람’이라고. 윤 : 정신과에서 다루는 영역을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죠. 먼저 신경증적인 분야, 그러니깐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불안이나 우울, 강박 같은 것들이요. 이게 너무 커져서 본인이 괴로울 정도가 되면 노이로제가 되죠. 그다음은 정신병인데 보통 사람들한테는 없는 거, 예를 들어 환청이나 막상 같은 게 있는 거예요. 세 번째는 성격적인 문제인데 이건 신경증이나 정신병과 달리 자기 자신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더 괴로울 수 있죠. 이런 성격 문제는 또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오펜하이머는 그중에 B형 성격에 해당하는 자기애성 성격일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박 : 그건 나도 동의하고 그런 식으로 해석되더라고. 윤 : 아니면 다른 식으로 보면 머리가 좋은 천재들에서 종종 보이는 문제인데, IQ는 높은데 EQ가 별로인 경우일 수도 있어요. 심하면 약간의 자폐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볼 수도 있고요. 아스퍼거성이라고 할까요?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을 잘 못 하는거죠. 거기다가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기도 해요. 애인인 진 테트록한테 매번 꽃을 들고 가는 것처럼요. 박 : 그렇다고 오펜하이머가 자기애성 성격장애나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환자라는 얘기는 아니지. 그런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정도. <오펜하이머> 보도 스틸 윤 : 그렇죠. 그냥 그런 점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는 거죠. 자기애성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늘 남들보다 뛰어난 존재가 되어야 하죠. 찬사와 인정을 받아야 하고요. 속으로는 무의식적으로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리더가 됐을 때 잘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사람들을 조종하려 들곤 하죠. 박 : 스트로스도 오펜하이머가 자신과 과학자들 사이를 이간질한다, 아인슈타인한테 내 흉을 봤을 거라고 말하지. 윤 : 실제로 그랬을 가능성도 있어요. 저는 이 영화에서 나오는 중요한 인물을 4명으로 봤어요. 오펜하이머와 그의 부인인 키티, 애인인 진, 그리고 스트로스 제독이요. 먼저 스트로스 제독은 피해망상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망상장애 환자라는 얘기까지는 아니고 편집증적이라는 거죠. 망상이라는 거는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혼자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잘 설득이 되질 않아요. 자기 심리 속에서는 그게 진실이기 때문이에요. 대표적인 게 의처증이나 의부증 같은 질투망상인데, 스트로스는 일종의 피해망상을 가진 것 같아요. 물론 이런 경우의 망상은 조현병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괴하거나 아주 비현실적인 건 아니죠. 박 : 그래서 사람들이 언뜻 보기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 윤 : 편집증적인 사람들은 자신을 박해하는 사람을 제거하기 위해서 소송을 한다든가, 영화에서처럼 청문회 같은 걸로 엮어서 괴롭히죠. 그래서 악역처럼 보이기도 해요. 박 : 그러니까 오펜하이머는 실제로 스트로스를 이간질했을 수 있고, 편집증적인 스트로스는 그걸 민감하게 눈치채고는 오펜하이머를 벌주려고 했다는 거군. 윤 : 자기애성 성격이랑 편집증적인 성격이라고 파악한 것처럼 키티를 분류하자면 히스테리 성향이 있는 걸로 보여요. 주변의 관심을 끌려는 연극적인 성격인데 이런 사람들은 실제로 어느 정도 매력적이기도 해요. 영화에서도 관심을 끄는 행동도 하고 감정적으로 잘 안정되지 못하고 충동적이기까지 해요. 박 : 오펜하이머 청문회 때에도 남편한테 왜 그렇게 당하고만 있냐며 공격하라고 자꾸 주문하지. 뒤끝도 있어서 배신자 텔로한테는 끝까지 악수도 안 하잖아? 하기야 결혼 과정도 그래. 여러 남자와의 결혼이 있었고, 유부녀인 상태에서 오펜하이머와 사귀고는 덜컥 임신까지 해버리지. <오펜하이머> 보도 스틸 윤 : 더군다나 자신이 주목을 받아야 만족이 되기 때문에 히스테리성인 사람들은 육아 같은 걸 매우 힘들어해요. 자신을 희생해서 자기 아이를 돌봐야 하는 게 너무 힘든 거죠. 키티도 사실 그 시대 배경이라든가 전업주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론 육아가 쉬운 건 절대 아니지만, 지나치게 힘들어해요. 우는 아이를 방치하고 술만 마시다가 심지어 입양 보내려고 하기까지 하죠. 박 : 그럼 진 테트록은 어떤 성격에 해당할까? 문득 드는 생각이 우울성격 아닐까 싶어. 물론 성격장애 유형 10가지 내에 포함되는 분류는 아니긴 하지만…. 윤 : 맞아요. 저도 그렇게 봤어요. 오펜하이머를 좋아하면서도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질 않아요. 매번 꽃을 받아도 쓰레기통에 버리죠. 마치 자신은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처럼요. 일종의 마조히즘이죠. 결국 잔인하게 이별을 통보받고는 자살해버리고요. 근데 저는 여기서 오펜하이머와 진과의 관계가 흥미로웠어요. 애인 사이이다가 나중엔 불륜 관계가 되잖아요? 진은 오펜하이머에게 약간 엄마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도 싶어요. 이루어질 수는 없지만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는 그런 대상이요. 거기다가 진은 공산주의자예요. 공산주의라는 게 사실은 금기잖아요? 금기를 어겨야 쾌락이 오는 거죠. 박 : 또 다른 식으로 보면 오펜하이머는 자기애성이고 키티는 히스테리성이란 말이야? 둘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어. 같은 B유형의 성격이라서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지. 송곳 대 송곳처럼. 하지만 진과는 달라. 진은 우울이야. 그러면 오펜하이머랑 합이 맞거든. 하나는 튀어나와 있는데 다른 하나는 들어가 있어. 자존심에 센 오펜하이머는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진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진은 오펜하이머한테 돌봐주고 싶은 대상이 되지. 윤 : 그런 식으로 성격 유형에 따라 찰떡궁합이거나 상극인 패턴들이 있죠. 박 : 오펜하이머가 자기애성 성격인 건 맞다고 봐. 대신 나는 다른 인물, 특히 스트로스도 자기애의 관점에서 바라봤어. 한마디로 말해 이 영화는 나르시시즘에 관한 영화라고 할까? … … ▶‘오펜하이머’의 무의식을 들여다 보니 ②[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로 이어집니다. 박성근과 윤병문은 정신과전문의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3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각각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구로점과 용인수지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 네트워크 원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잡아 영화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쓰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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