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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1,320 건 검색)

‘북 도발 시 생방송’ 준비한 KTV…국지전 유도 정황 알았나
2024. 12. 19 21:04 정치
10월 무인기 사건 발표 하루 전…민주당 “사전 전달 의혹” 한국정책방송(KTV)이 원장 지시로 지난 10월 북한 기습 도발 시 생방송 제작 지침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지침을 군이 지난...
북한도발무인기KTV비상계엄내란탄핵윤석열김용현더불어민주당국방부북, 러시아 파병
‘계엄 수사’ 검찰, 윤석열 정부의 ‘북한 도발 유도설’ 들여다본다
2024. 12. 18 17:21 사회|정치|정치|사회|사회
... 조사하면서 ‘북한 도발 유도설’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군사적 비상 상황을 조성한 뒤 비상계엄을 선포하려고 계획했다는 의혹이다. 18일 경향신문 취재...
윤석열 탄핵 정국
“김용현, 북 오물풍선 원점 타격 지시”…계엄 명분용 ‘북풍’ 국지전 유도 의혹
2024. 12. 08 20:55 정치
...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방부가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요건 및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한과의 국지전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합참은 이에 “합참은 ‘원점을 타격하라’는 지시를 받은 바
“김용현, 북한 오물풍선 원점 타격 지시”…계엄 전 국지전 유도?
2024. 12. 07 17:33 정치|정치
...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방부가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요건 및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한과의 국지전을 유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합참은 이에 “합참은 ‘원점을 타격하라’는 지시를 받은 바

스포츠경향(총 834 건 검색)

[공식] ‘尹 탄핵 집회’ 아이유도 나섰다 “먹거리·핫팩 선결제”
2024. 12. 13 21:26 연예
아이유. 이담엔터 제공. 가수 아이유가 유애나(팬덤 명)를 위해 음식점에 선결제했다. 13일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공식 팬카페에 “추운 날씨에 아이크(응원봉)를 들고 집회에 참석해 주변을 환히 밝히고 있는 유애나들의 언 손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길 바라며, 먹거리와 핫팩을 준비했다. 건강과 안전에 꼭 유의하시고 아래 사항 참고 후 해당 매장에 방문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아이유가 준비한 음식은 빵 200개, 음료 200잔, 떡 100개, 국밥 200그릇 정도였다. 소속사는 공지와 함께 아이유가 선결제한 여의도 내 빵집과 떡집, 국밥집의 상호와 주소를 공유했다. 공지에 따르면 공식 유애나가 아니더라도 해당 매장에서 ‘유애나’라고 말하면 음식을 받을 수 있다. 소속사 측은 “해당 이벤트는 오는 14일부터 수량 소진까지 진행되며, 매장에서 마감이 확인될 경우 본문에 업데이트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14일 오후 1시부터 국회 인근 의사당대로, 여의공원로, 은행로 등 곳곳에서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개최된다. 앞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집회’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다양한 아티스트의 응원봉을 들고나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본머스, PK로 EPL 최초 기록 달성···클라위버르트 ‘PK 해트트릭’ 에반닐손 3개 유도
2024. 12. 01 11:36 축구
본머스 클라위버르트가 1일 울버햄프턴전에서 EPL 최초 페널티킥 해트트릭을 세웠다. EPL SNS 황희찬이 교체 출전한 경기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대 최초의 기록이 탄생했다. 페널티킥(PK)으로 해트트릭을 달성한 기록이 처음 나왔다. 또 이 페널티킥 3개를 한 명이 이끌어냈는데, 이 역시 최초다.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프턴이 아닌 상대팀 본머스가 세운 이색 기록이다. 울버햄프턴은 1일 영국 울버햄프턴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본머스와의 2024-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에서 PK 3개를 헌납하며 2-4로 완패했다. 3연승에 실패한 울버햄프턴은 2승 3무 8패(승점 9)로 강등권인 18위에 머물렀다. 2연패에서 탈출한 본머스는 5승 3무 5패(승점 18)로 11위로 올라섰다. 최근 발목 부상에서 복귀한 황희찬은 후반 37분 교체 투입됐지만 출전 시간이 짧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울버햄프턴은 홈에서 이색 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전반 3분 만에 저스틴 클라위버르트에게 PK 선제골을 내줬다. 2분 뒤 요르겐 스트란드 라르센의 헤더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본머스는 전반 8분 밀로스 케르케즈의 골로 다시 앞섰다. 전반 18분에는 클라위버르트가 두 번째 PK를 성공시켜 2골 차로 달아났다. 본머스 이라올라 감독(왼쪽)이 1일 울버햄프턴전에서 승리한 뒤 에반닐손과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울버햄프턴이 후반 24분 라르센의 골로 다시 추격하자 본머스는 5분 뒤에 나온 클라위버르트의 세 번째 PK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3번의 페널티킥을 모두 골로 연결한 클라위버르트는 이날 EPL 사상 최초로 페널티킥으로만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클라위버르트는 올 시즌 5골을 기록 중인데 이 중 4골이 PK골이다. 이날 3개의 PK는 모두 공격수 에반닐손이 이끌어냈는데, 이 역시 EPL 역대 최초 기록이다. 에반닐손은 올 시즌 5개의 PK를 유도했다. 에반닐손은 이번 시즌 포르투에서 3,700만 유로로 이적한 공격수다. 올 시즌 4골을 기록 중이다.
홍준표 시장 “서초동 화환 대잔치 사실이면 저급한 여론조작질”···‘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언급?
2024. 11. 29 00:02 생활|생활|생활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부인인 진은정 변호사가 2017년 맘카페에서 당시 박영수 특검팀에 꽃바구니 보내기 운동을 주도했다는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의 주장과 관련, “그게 사실이라면 참 저급한 신종 여론조작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 대표의 정치적 약점 중 하나로 꼽히는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도 거론했다. 홍 시장은 28일 SNS에 올린 글에서 “사태의 본질은 가족들을 동원해서 드루킹처럼 여론조작을 했느냐에 집약되는데 급기야 서초동 화환 대잔치도 자작극이라는 게 폭로되고 그 수법은 국회 앞에도 똑같이 있었다”면서 이같이 주장을 했다. 홍준표 시장은 “당직자라는 사람들이 당을 보위하는 게 아니라 당 대표와 그 가족들을 옹호하는 데 급급하니 그게 공당이냐”고 반문하기고 했다. 홍 시장은 “김건희 특검법 가지고 협박까지 하니 정치 초보자가 구악인 여론 조작질부터 배운다는 게 쇄신이냐”면서 “하는 짓들이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은 한동훈 대표의 장인인 법조인 진형구씨가 연루 된 이슈다. 한 대표 장인인 진형구 전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1999년 6월 7일에 취재진에게 “조폐공사의 파업은 우리가 만든 거야”라고 ‘낮술 후 취중 발언’을 한 것이 파문이 일면서 세간에 알려진 사안이다. 이 사건은 결국 사상 첫 특별검사제 수사대상이 됐다. 하지만 특검은 강희복 당시 조폐공사 사장에게 혐의를 몰고 진형구 전 부장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마무리가 됐다.
유도훈 전 가스공사 감독, 1년치 잔여연봉 받는다···법원 “해지 사유 인정 안돼”
2024. 11. 19 15:21 스포츠종합
유도훈 전 가스공사 감독. KBL 제공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일방적으로 해임됐던 유도훈 전 감독이 잔여 연봉을 받게 됐다. 유 전 감독은 지난해 6월1일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두고 구단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구단에서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유 전 감독은 합당한 해임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4일 대구지법이 “해지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가스공사는 유 전 감독에게 1년치 잔여 연봉 3억3000만원과 그동안의 이자 6%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구단은 성적 부진과 팀내 ‘카르텔’ 형성을 이유로 들며 유 감독을 해임했다. 구단은 유 감독과 신선우 총감독, 이민형 단장이 모두 같은 고등학교 출신으로, 유 감독이 카르텔 형성에 부당하게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 총감독 및 이 단장과의 계약은 결재권자들의 결재를 거쳐 피고의 명의로 체결됐고, 특히 이 단장은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선발됐다”며 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원고의 과실로 인해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게 된 것이므로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 이러한 사정이 참작돼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해지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간경향(총 10 건 검색)

[김재현의 생각있는 스타톡](6)한국유도의 전설 전기영 용인대 교수 “한판승에 매료돼 유도실 문 두드렸다”(2021. 02. 19 14:41)
2021. 02. 19 14:41 스포츠
한판승의 사나이, 업어치기의 달인. 전 유도 국가대표 전기영 용인대 교수에게 붙는 수식어다. 전 교수는 한국유도의 전설이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세계선수권은 3연패를 이뤘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전 경기 한판승을 거뒀던 일본의 유도천재, 요시다 히데히코를 세계선수권에서 두 차례나 한판으로 물리친 일화는 지금도 유튜브를 달구고 있다. 은퇴 이후 교수로서, 국제유도연맹의 심판 슈퍼바이저로서, 유도 해설위원으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전 교수를 만났다. -많은 스포츠 중 유도를 택한 이유가 있나? “유도에는 한판승이라는 멋진 득점이 있다. 한판승에 매료돼 어렸을 때부터 관심 있게 봐오던 중 (청주에 있는 교동) 초등학교에 다닐 때 유도부 학생들이 흰색 도복을 정갈하게 개서 어깨에 메고 가는 모습에 첫눈에 반했다. ‘아, 저거다’라는 느낌이 왔고, 남자다운 운동이지 않을까 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상의도 하기 전에 무작정 유도실에 찾아가 선생님을 뵙고, 유도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도 유도인이셨다고. “알고 보니 할아버지가 운동을 많이 하셨는데, 그 영향으로 아버지도 씨름과 유도를 하셨다. 지금은 연로하셔서 그렇지 나보다 키도 크고, 오히려 신체조건이 더 좋다.” -전기영 선수 하면 ‘업어치기 한판승’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많은 기술 중에 업어치기가 주특기가 된 이유가 있나? “유도부에 들어갔더니 제일 먼저 가르쳐준 것이 업어치기였다. 당시 누구나 다하는 것이 오른쪽 업어치기인데 왼손잡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오른쪽 업어치기를 계속하니까 어느 순간 지루했다. 그래서 반대쪽으로 해봤는데 그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왼쪽 업어치기가 내 전매특허가 됐다. 유도에는 상대를 넘기기 위해 기울기, 지렛대, 걸기 단계가 있다. 상대방 선수가 어느 쪽으로 잡기를 하냐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내 좌우명이 ‘남과 같이해선 남 이상 될 수 없다’이다. 남들과 똑같이 하지 않으려고 상상력을 발휘해 독특한 방식으로 훈련을 했다.” -‘업어치기 장인’인 전기영에게도 대처하기 어려운 기술이 있었나? “세계대회, 올림픽에 나가 대결하려면 분명히 나에 대해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업어치기 기술 하나 가지고는 단조롭다. 다른 것을 개발해야겠다고 고민하던 차에 허벅다리걸기를 연구했다. 이후 업어치기 못지않게 사용했다. 두가지 기술을 겸비하니까 유도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생겨 재미있었다.” -선수 시절 징크스나 꼭 지키는 루틴 같은 게 있었나? “어린 마음에 소문(루머)은 다 믿고 있었던 것 같다. ‘바나나 먹으면 미끄러진다’, ‘아침에 미역국 먹으면 미끄러진다’, ‘계란 깨면 안 된다’. 그래서 웬만하면 안 하려 했다. 그런데 어느새 우연히, 생각지도 않게 그 행동을 다 하고 있었는데 1등을 했다(웃음). 그래서 ‘괜찮네’ 하면서 하나씩 다 극복을 하게 됐다.” -현역시절 정말 많은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중 가장 의미 있는 메달이 있다면. “운동선수들의 로망, 올림픽 금메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다음은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뒤 열린 97년 파리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3연속으로 세계선수권 대회를 제패했다. 그때 자부심이 많이 느껴졌고, 남들이 하지 못한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이 굉장히 남달랐던 것 같다.” -유도 종주국인 일본과 대결하는 유도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 같다. “일본은 워낙 투자를 많이 하고, 유도 인구수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 일본 유도선수들은 기본기가 상당히 좋아 정자세에서 맞잡고 경기를 하면 우리가 열세에 놓였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상대 선수보다 많이 움직이고 부지런히 대처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대했다. 우리 선수들은 유도시간 외에도 체력훈련을 많이 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체격이 좋고 근력이 강한 유럽 쪽 선수들과도 대결하기 위해서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유럽 선수들의 힘과 체격이) 특히 더 엄청나다는 느낌이 있다.” -유도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유도와 인성을 접목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트렌드를 그렇게 잡았으면 한다. 스포츠가 상업화가 되면서 그러한 중요한 덕목이 무시되고, 성적 위주로만 비춰져 안타깝다. 유도에 좋은 문구들이 많다. ‘자타공영’(자신과 타인 모두 함께 공동의 번영을 누리자. 즉 유도를 통해 자신을 단련하고 단련된 자신을 통해 타인과 더불어 잘살아 보자는 뜻)이라든지, ‘유능제강’(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본래 유도는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 발전된 무도로, 나보다 힘이 센 사람을 이기려면 부드럽게 자신의 체중을 이동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뜻)이라든지. 이러한 것들이 모두 인성과 관련된 것들이라 잘 접목해 유도를 지도하면 좋을 것 같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무래도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 나가서 메달을 따는 장면들이 가장 좋다. 런던올림픽 때는 송대남 선수가 서른네 살에 금메달을 땄다. 매번 2인자로서만 살아오다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해피엔딩이라고 느꼈다. 정말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을 많은 분이 이 선수를 보면서 공감했을 것이다. 다들 힘들다고 포기했을 때 그 친구는 묵묵히 자신의 꿈 하나만을 바라보고 계속해 왔다. -2012년 싱가포르유도협회의 요청으로 싱가포르 유도대표팀을 지도한 적이 있다. 어려움은 없었나? “싱가포르는 영어권 나라더라. 선수들이 ‘하이(Hi)’라고 인사하는 모습에 문화충격이 좀 있었다. 우리나라는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하지 않나. 유도이기 때문에 가르칠 수 있는 것은 가르치자 해서 (예절) 인사를 우리나라 말로 가르쳤다. 시작할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끝날 때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건 가르치고 왔다. 지금도 메시지로 연락하면 스펠링으로 선생님을 쓴다. 줄여서 ‘Hello, SSN(선생님)’이라고 한다(웃음).” -많은 부분에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거나 대등해졌다. 유도의 경우 일본과의 격차가 있나? “일본에서 들으면 상당히 기분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일본과 우리가 대등한 경기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렇게 믿고 싶고, 또 앞으로 올림픽에서 그렇게 (성적이 일본과 대등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 중 한명이다.” -국가대표 코치를 하면서 이원희·최민호 등 대단한 유도인들을 지도했다. 그 선수들의 특별한 능력이나 장점이 있나. “‘대식가’. 딱 세글자 생각난다. 경량급 선수인데도 헤비급, 중량급 선수들보다 정말 잘 먹는다. 대회를 나가면 그 둘만 유독 짐이 많다. 내가 ‘야, 너희들 뭐야. 왜 이렇게 짐이 많아’ 그러면 ‘먹을 건데요’라고 한다(웃음). 대회 갈 때 먹을 게 부족하면 불안하더라. 유도는 시합 때 먹을 수 있다. 워낙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나무랄 일이 없었다. 그것도 복이다(웃음).” -국제유도연맹에서 심판 슈퍼바이저를 맡고 있다고 들었다. “5년 전에 국제유도연맹에서 행정가로서 일할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2년간 경기 위원으로 일했다. 그러다 갑자기 ‘슈퍼바이저’ 제안이 들어왔다. 전 세계 모든 국제심판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직책이었더라. ‘왜 이런 걸 갑자기 나한테 하라고 하지 부담스럽게?’라고 생각했다. 알고 봤더니 슈퍼바이저가 전 세계에 6명 있는데 내가 6명 중 1명으로 일하는 거였다. 슈퍼바이저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의 챔피언이었다. 심판이 오판했을 때 옆에서 비디오 판독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다가 시합을 중지시킨다. ‘마데(잠깐이라는 뜻)’라고 한 다음 시합을 멈춰 놓고 비디오 판독을 통해 무전을 한다. ‘한판 아닙니다. 절반 주세요’ 하면서 정정한다. 어떻게 보면 유도 팬들과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다. 왜냐하면 심판이 가끔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고, 각도에 따라서 보이지 않아 오판하기도 한다. 그럴 때 따로 중지시켜 비디오 판독으로 고쳐주는 역할을 한다. -유도가 생활체육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말 그대로 이미지를 완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은 ‘유도’하면 부상 위험 같은 것 때문에 겁을 내고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 유도를 하면 더 건강해지고, 뼈가 튼튼해진다는 등 좋은 쪽으로 마케팅이 필요할 것 같다.” -인성도 좋아진다. “그렇다. 제일 중요한 건 인성이다. 태권도는 우리나라의 국기 스포츠다 보니 그런 시스템이 잘돼 있다. 유도가 태권도와 경쟁하기보다는 태권도와 마찬가지로 이미지가 좋아져 부모가 안전하게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이 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반인이 유도 중계를 볼 때, ‘이런 부분을 보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유도에는 ‘절반’과 ‘한판’이 있는데… 이 ‘한판’이 되게 매력적이다. 그 말씀만 드리고 싶다. 한눈팔면 안 된다. 한눈 한번 팔면 그냥 넘어가 버리니까요(웃음). 채널 고정. 그 멋진 장면을 놓칠 수 있다. 그러니까 항상 집중해서 봐야 한다.” -앞서 아버지 얘기를 했다. 지금처럼 성장하기까지 부모님의 도움이 컸던 것 같다. “내 좌우명도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방 벽에 걸어두고 나가신 거다” -아,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이 될 수 없다.’ “아버지가 그 글귀를 내 방에 걸어두었다. 그게 내 좌우명이 되면서 아버지가 뒤에서 나를 응원해 주신다는 게 느껴졌다.” -어떤 유도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것이 되게 어려운데, ‘유도? 아, 전기영. 업어치기’ 이 정도만 돼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김재현의 생각있는 스타톡
[언더그라인드 넷]출시 첫날부터 현질 유도 1000억 게임(2018. 11. 12 14:29)
2018. 11. 12 14:29 문화/과학
200여명의 개발진이 7년간 1000억원을 들여 만든 게임이 출시되자마자 게이머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11월 7일 오후 2시, 스마일게이트의 신작 RPG 로스트아크가 오픈베타테스트(OBT·정식 출시 이전에 거치는 공개 테스트 과정)를 시작했다. 소문으로만 돌던 대작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소식에 접속자가 폭주했고, 금세 서버가 다운됐다. 하지만 OBT 1시간여 만에 게이머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유료 아이템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로스트아크 이미지 | 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RPG 지원길 대표는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외형, 꾸미기 등 게임 밸런스를 최대한 해치지 않는 선에서만 유료 아이템을 내겠다고 밝혔다. 로스트아크가 ‘선을 지킨’ 아이템들을 살펴봤다. 게임 상점에는 ‘런칭 한정 패키지’란 이름으로 6만9000원 등 세 가지 패키지 아이템과 게임머니인 크리스탈을 살 수 있는 5500~9만9000원짜리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가격이 패키지 게임 하나를 사는 것만큼 비싼 것도 문제지만, 현금결제(현질)를 유도하는 요소가 다분히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6만9000원짜리 패키지를 사면 네 가지 능력치를 높여주는 아바타, 카드 상자 등이 들어 있다. 카드 상자에는 카드 2장과 각성재료 2장이 들어 있다. 능력치가 붙은 유료 아이템과 아이템 강화를 통해 현질 경쟁을 부추기고, 랜덤박스를 통해 게이머들이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계속 사도록 유도한다. 그동안 한국 게임이 지적받아온 현질 유도 요소가 다 들어 있다. 게이머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198만원짜리 탈것 아이템 ‘황금 톱니 거북’이다. 정확히 말하면 198만원어치 현금결제를 한 사람에게 주는 마일리지로 살 수 있다. 하지만 이 아이템을 사려면 단기간에 많은 결제를 해야 한다. 로스트아크 이용약관에는 ‘회사가 유효기간을 별도로 공지하지 않은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은 90일’이라고 적혀 있다. 이 모든 것이 OBT 첫날 공개된 유료 아이템이다. 상대적으로 현금결제 요소가 적은 블리자드의 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와 비교해 봤다. 와우의 유료 아이템 중 가장 비싼 것은 3만7000원짜리 ‘티리엘의 군마’다. 다른 아이템을 봐도 랜덤 요소 없이 소비자가 원하는 아이템을 바로 살 수 있다. 아이템 강화 등 현질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도 없다. 로스트아크 게임방송을 하던 한 BJ는 현질 유도와 게임 상의 버그에 지쳐 “이게 모든 RPG 팬을 위한 게임이냐”며 20분간 로스트아크를 비판하기도 했다. ‘모든 RPG 팬을 위해’는 그동안 로스트아크가 내세웠던 모토다.
[건강 이슈](3)궐련형 전자담배-끊기 어렵다면 덜 해로운 담배로 유도(2018. 09. 03 14:29)
2018. 09. 03 14:29 건강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금연에 실패하거나 애초에 금연 의지가 없는 흡연자들에게 덜 유해한 흡연 대체재를 제공해 건강 위해성을 줄이는 담배 위해성 감소 정책이 필요하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 담배연기포집실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분의 분석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연합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국내 시판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일명 증기담배)의 유해성분을 자체 분석한 결과를 지난 6월 발표한 이후, 보다 덜 해로운 담배를 피워보겠다는 ‘준금연’ 대열이 흐트러지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둘러싸고 ‘더 안전한 담배는 없다’는 주장과 ‘독성 및 유해성이 대폭 감소한 제품’이라는 주장이 식약처 발표에도 불구하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소비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의 최신 연구결과, 원래 담배를 피우던 심근경색 환자 44%가 치료를 받고도 담배를 못 끊었으며 이로 인해 사망위험이 1.6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15갑년(1년간 하루 평균 한 갑씩 흡연했을 때 1갑년) 이상 흡연을 해온 30대 중반의 직장인 ㄱ씨는 지난해 가을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탔다. 주변에서 피우는 사람이 늘어나고 호평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에 여러 번 금연을 시도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 스스로도 궐련형 전자담배에 만족했다. 하지만 ㄱ씨는 식약처의 유해성분 분석 발표 이후 궐련형 전자담배와 함께 일반 담배를 다시 갖고 다닌다. 40대 후반의 자영업자 ㄴ씨는 20갑년 이상 담배를 피웠고, 그 역시 몇 차례나 금연에 도전했지만 얼마 못가 계속 실패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는 그에게 ‘구원의 메시지’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ㄴ씨 또한 식약처의 발표 이후 다시 일반 담배를 피우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1년 만에 흡연의 ‘역주행’을 한 셈이다. 일방적 금연 아닌 ‘위해성’ 감소정책 담배에 불을 붙이고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대부분의 결론은 흡연이 암이나 심·뇌혈관질환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보건당국이 금연정책을 강화하고 흡연자를 줄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이유이다. 한국도 2017년부터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삽입하는 등 금연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흡연자들이 완전히 담배를 끊도록 유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연간 1000억~1500억원의 예산을 몇 년간 투입했으나 흡연율 저하는 거의 답보상태에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여러 선진국에서 대안으로 펼치고 있는 담배 위해성 감소(Tobacco Harm Reduction)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금연에 실패하거나 애초에 금연 의지가 없는 흡연자들에게 덜 유해한 흡연 대체재를 제공해 건강 위해성을 줄이는 전략이다. 영국의 경우 적극적인 금연 치료를 유도하는 동시에 담배 제품의 위해성에 따라 차별적인 규제를 적용한다. 특히 담배 위해성 감소 전략의 한 대안으로 전자담배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8월 17일, 영국 하원 과학기술위원회는 전자담배 보고서를 통해 ‘일반 담배보다 95% 덜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전자담배가 금연 도구로서 국민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위원회는 영국 정부에 의료허가를 받은 전자담배 제품을 금연 치료 대안으로 편입시켰을 때 예상되는 효과를 검토하고,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전자담배에 대한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궐련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전자담배 제품의 건강 영향에 대해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언을 빼놓지 않았다. 유해성 낮은 담배제품 활용 모색을 미국 역시 최근 흡연 규제정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했다. 작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담배통제센터는 덜 해로운 담배제품의 혁신성과 혜택에 대해 인정하고 해당 제품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의 정책이 필요함을 밝혔다. 스콧 고틀리브 FDA 국장은 “더 많은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거나 잠재적으로 덜 해로운 담배제품으로 전환하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궐련형 전자담배를 비롯한 전자담배들에서 유해성분이 감소되었지만 이것이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한편으로 강조했다. 캐나다 보건당국 역시 2025년까지 담배 사용량을 5% 미만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흡연자에게 끊기만을 강요하는 기존의 담배 규제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금연 프로그램 지원과 더불어 위해성이 저감된 제품을 활용하는 방안,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장려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원조인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 등 담배업계가 수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세계적인 담배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규제환경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이미 판매되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은 일반 담배 대비 평균 9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와 있다. 흡연자에게 ‘금연 아니면 죽음’이라는 식의 일방적이고 극단적인 금연정책과 흡연 규제를 실시하게 된다면 ‘덜 유해한 담배 대체재’의 설 땅이 좁아진다. 실제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결과 발표 이후,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가 다시 ’일반 담배로 전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금연이 최선이지만 금연에 실패하는 사람들에게는 차선의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 이후 불거진 ‘유해성 감소’ 관련 논란은 국내외에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식약처 발표 이후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려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결과들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
[편집실에서]메르스와 유도리 문화(2015. 06. 09 10:37)
2015. 06. 09 10:37 오피니언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 중에 ‘유도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간이나 금전, 기력 등의 여유를 뜻하는 일본말 ‘유토리(ゆとり)’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우리말로는 융통성이라는 의미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사실 유도리는 그냥 단어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또는 관행에 가깝습니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유도리를 발휘해야 한다는 강박증 같은 게 우리에겐 있습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요령부득이고, 고지식하고, 답답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무능력자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유도리는 군사문화, 권위주의문화의 잔재입니다. 아직도 조직에서 까라면 까야 하는 게 현실인데, 그때 필요한 게 유도리입니다. 유도리는 일종의 편의주의 문화입니다. 안 되는 것도 되게 해주는 마법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간관계라는 측면에선 편하고 유용할 때가 많습니다. 일을 부드럽게 처리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 한편에 유도리 때문에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유도리를 발휘하다 보면 법이나 규칙의 엄정성이 훼손되기 쉽습니다. 사람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고무줄 법이 돼버립니다. 매뉴얼도 유도리 앞에선 있으나 마나입니다. 뜬금없어 보이는 유도리 얘기를 꺼낸 것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입니다. 메르스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확산일로에 있는데, 당국의 무능력과 안일한 대처도 대처지만 우리 사회의 ‘유도리 문화’도 한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겁니다. 일선 병원이나 보건당국 모두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지켜야 하는 기본 행동 수칙(매뉴얼)이 있을 것입니다. 메르스가 급속도로 확산된 것은 위기의 순간 이 매뉴얼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매뉴얼을 모르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매뉴얼대로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감당해야 할 것들에 대한 부담이 무척 컸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병원은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해집니다. 환자들부터 찾지 않을 것이고, 많은 제약이 따를 것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휴업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 후유증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뻔히 내다보이는데도 매뉴얼대로 하자고 고집부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이는 우리가 현실에서 흔하게 부딪치는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상사에 대한 눈치, 추가 비용이나 손실에 대한 중압감, 고객의 불편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서 법대로, 매뉴얼대로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럴 때 요구되는 게 바로 ‘유도리’입니다. 비상사태 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매뉴얼이 없어서가 아닐 것입니다. 매뉴얼보다 유도리를 더 중시하는 문화 때문입니다. 법과 규칙, 매뉴얼을 지키는 사람보다 유도리 있게 일처리하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하고 대우해주는 사회 분위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뉴얼을 몰라서가 아니라 유도리 있게 하다 보니, 그게 관행이 돼 여러 가지 유도리가 쌓이고 쌓이다 결국 모순이 극에 달해 폭발하고 만 것입니다. 매뉴얼보다 유도리가 앞서는 문화는 공동체 정신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개인 또는 조직의 생존이나 이익을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 때문입니다. 유도리는 좋게 보면 융통성이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한 폭탄과 같습니다. 그 속성 자체가 편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안전과 질서에 관련된 사안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유도리에 집착하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은 우리 사회가 유도리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매뉴얼과 원칙이 살아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이렇게 외쳐야 하지 않을까요. “문제는 유도리야, 바보야.”
편집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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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북서울숲에서 결혼해요
2024. 02. 20 14:29 문화/생활
서울시가 서울 주요 시설을 예식장으로 개방했다. 결혼식장 고비용 부담을 줄이고 특별한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서울 공공예식장 북서울꿈의숲(왼쪽 사진), 서울시립대 자작마루.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예비부부의 결혼식장 예약난과 고비용 부담을 해소하고자 매력 있는 서울 주요 시설을 예식장으로 개방하고 결혼식을 종합 지원하는 사업을 올해 대폭 확대, 강화해 운영한다. 올해 달라지는 점은 미술관·야외·한옥 등 신청자 선호도를 반영한 공공예식장 확대(24→28개소), 공공예식장 결혼식 표준가격안 및 1일 2식 도입으로 비용절감 추진, 공공예식장만의 특색있는 결혼식 콘셉트 개발·운영, 민간협력을 통한 결혼식 커플 지원 등이다. 서울시 공공예식장은 통상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길게는 1년 이상, 짧아도 수개월 전에 예식장을 대관하는 점을 고려해 2월 20일부터 2025년도 결혼식 신청자를 상시 모집한다. 신청은 예비부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서울시민(주거지 또는 생활권자)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전화 사전 상담(1899-2154) 또는 패밀리서울 누리집 실시간 채팅상담 및 신청서 제출 후 예식장별 전담 업체의 1:1 맞춤 컨설팅을 통해 결혼식 계약을 체결하면 된다. 공공예식장, 24→28개소 확대 운영 먼저, 올해 신규 공공예식장 4개소 선유도공원, 북서울미술관, 서울건축전시관, 세텍(SETEC)을 추가해 서울시 공공예식장이 총 28개소로 확대된다. 시는 수요조사 결과를 반영, 선호도가 높은 특색있는 야외 장소를 중심으로 공공예식장을 확대 지정할 계획이다. 이어 결혼식 비용면에서는 꽃장식 같은 예식 공간연출, 피로연 등 품목별·수준별로 ‘표준가격안’을 마련, 공개해 공공예식장에서의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비용 투명성을 높인다. 공공예식장은 특색 있는 장소에서 전문 결혼업체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예식을 기획, 맞춤형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이지만, 특성상 대관료 외에 식장 설치·철거비가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점 때문에 일반 예식장과 비교해 크게 저렴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표준가격안’을 마련하게 된 것. 시가 마련한 표준가격안에 따르면 기본적인 기획·진행비(100만원)와 음향비(50만원)는 동일하다. 꽃장식은 조화와 생화 등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150만원(조화)~350만원(생화)으로 구분되며, 피로연 비용은 뷔페, 한상차림, 도시락 등 선택 옵션에 따라 1인당 5만원에서 6만5000원 선이다. 만약, 대관료가 무료인 공공예식장에서 꽃장식을 조화로 하는 ‘실속형’으로 예식을 올릴 경우, 하객 100명을 기준으로 피로연 비용을 포함해서 959만원이 든다. 생·조화 장식의 ‘기본형’은 1115만원, 생화 장식을 선택한 ‘고급형’의 경우 1321만원이다. 서울시는 인기 장소의 예식 기회 확대를 위해 1일 2식을 도입한다. 우선, 예비부부들의 수요가 큰 북서울꿈의숲, 한방진흥센터, 시립대 자작마루에 시범 도입 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1일 2식은 공동구매 효과도 있어 ‘북서울꿈의숲’의 경우 각 커플당 하객 100명 기준, 약 300만원의 비용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공공예식장별 특성을 고려해 일회용품을 지양하는 친환경 결혼식 같은 ‘테마가 있는 결혼식’을 진행한다. 테마가 있는 결혼식은 공원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에코그린’, 예술 분야 재능기부와 연계한 ‘아트컬처’, 금요일 저녁 결혼식인 ‘별빛달빛’ 한옥을 배경으로 한 ‘전통혼례’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에코그린’ 결혼식은 북서울꿈의숲, 선유도공원 등 공원 예식장 7개소로 간소한 예식 절차, 일회용품 지양, 화분 등 재사용 꽃장식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친환경 결혼식을 테마로 한다. ‘아트컬처’ 결혼식의 경우 북서울미술관, 문화비축기지, 시립대 자작마루, 시민청(태평홀)의 예술 분야 재능기부와 연계한 결혼식이다. 실시간 예식 현장을 초상화로 제작 후 주인공에게는 축하선물로 제공하고 연말 작품 전시 등을 통해 서울시 공공예식장 결혼 문화 확산을 도모한다. ‘별빛달빛’ 결혼식은 한강 물빛무대, 어린이대공원 숲속의무대, 서울여성플라자, 시민청 등 무대와 조명설비가 구비된 야외 공연장과 실내예식장을 활용해 금요일 야간예식을 선호하는 예비부부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전통혼례’ 결혼식은 한방진흥센터, 성북 예향재, 북서울꿈의숲, 남산한옥마을 등 한옥의 문화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한 전통 결혼식이 테마를 이룬다. 민간기업과 협력 통한 혜택 제공 이외에도 서울시는 한국후지필름, 바른손카드 등 민간기업과 협력해 올해 서울시 공공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하는 커플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한국후지필름은 포토키오스크, 카메라, 인화필름을 무료 제공하고 앨범, 액자 등 후지필름 인화 상품의 할인권을 제공한다. 바른손카드의 경우에는 종이, 모바일 청첩장 및 식전영상제작 할인권을 제공한다.
美 어린이집 교사, 아이들에게 수면유도제 투여 혐의 체포
2022. 05. 09 14:48 건강
미국 테네시주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수면 유도제를 먹여 4명의 교사가 체포됐다. 미국 테네시주 어린이집 교사 4명이 부모의 동의없이 아이들에게 멜라토닌(수면 유도제)을 먹인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WSMV-TV 보도에 따르면 테네시주 미미 어린이집(Mimi’s Child Care) 교사 4인이 지난 3월 아동학대, 방임, 증거 조작 등에 혐의로 스튜어트 카운티 보안관 사무실에 체포됐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머무른 후 건강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체포된 어린이집 교사는 부모의 허락없이 아이들 27명에게 수면유도 호르몬제인 멜라토닌을 투약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27명이지만 일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도 멜라토닌을 복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계속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혐의는 어린이집에서 일했던 전 직원의 “아이들에게 약을 주는 것을 봤다”는 증언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전 직원은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어린이집 데이케어를 시작했는데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멜라토닌 약을 주는 것을 보았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광경이라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멜라토닌은 신체의 생체 리듬을 조절해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제다. 멜라토닌을 6개월 이상 장기간 복용 시 혈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전체적인 몸 속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부작용으로 졸림, 두통, 어지럼증, 메스꺼움, 복통, 위경련 설사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만성 불면증 어린이 환자의 경우 최소한의 저용량(1㎎)부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시의 짜릿한 매력! 유도선수 출신 청년시인 김해준
2012. 07. 02 17:54 화제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오늘’을 의미 있게 만드는 문학 작품은 우리가 좀 더 견고하고 풍성한 삶의 근육을 키워나가게끔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성인이 35%가량 된다는 뉴스가 더 이상 놀랍지 않게 되어버린 이 시대는 분명 다양한 성격을 갖춘 작가들의 지속적 작품 활동을 필요로 한다. 반짝이는 재능을 가진 문학인들이 더 많이 발견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최근 7년 만에 재개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대한 소식이 들려와 반갑다. 선배들의 뒤를 이어 문단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것으로 평가되는 신인문학상 수상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맞춤법도 모르던 유도선수, 시의 세계에 빠지다 전통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 베스트셀러 시인 문태준, 해외 각국에서 작품이 번역 출간되며 한국 문학의 성공적 세계 진출을 이뤄낸 소설가 신경숙, 독창적인 상상력과 자신만의 감각적 색깔이 돋보이는 시인 김민정, 섬세한 포착으로 장르를 넘나들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시인 권혁웅…. 현재 한국 문학계의 흐름을 형성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 작가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수상자 출신이라는 것. 이처럼 뛰어난 역량의 작가를 대거 배출해온 「문예중앙」이 7년 만에 2012년 신인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한 뼘의 해안선’으로 시 부문에 당선된 김해준(28)씨와 ‘이야기 속으로’라는 작품으로 소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박사랑씨가 그 ‘영광의 얼굴’들이다. 특히 유도선수 출신의 시 부문 당선자 김해준씨는 대다수 작가 지망생과는 다소 차별화된 독특한 이력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고등학교 진학 전까지는 진득하게 책 한 권 읽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문학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는 그는 학창 시절 자신이 시를 쓰는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제대로 된 글을 써본 적도, 시를 접해본 적도 없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기초적인 맞춤법조차 잘 모르는 학생이었다. 친구에게 써서 보낸 카드 속 ‘생일 축화해’라는 말이 틀렸다는 것을 열일곱 살에 처음 깨달았다던 그는 이제 운명처럼 이끌려 들어선 시의 세계에 무섭도록 흠뻑 빠져들고 있다. “문학은커녕 원래부터 공부나 책 읽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위인전이나 명작동화처럼 또래 아이들이 누구나 한 번쯤 볼 만한 책도 읽어본 적이 없거든요. 딱히 읽으라고 권유하거나 시키는 사람도 없었고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책과는 아예 멀어져버렸죠. 중학교 1학년 때 키가 지금이랑 비슷했을 정도로 체격도 크고 몸집도 좋았어요. 그러다보니 학교 유도부 선생님 눈에 띄어 유도를 시작하게 됐죠.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엄청난 두각을 나타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전국대회에 출전할 만큼 성적도 꽤 나왔고 스스로도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어요. 운동부니까 오전 내내 연습하고 점심 먹고 겨우 학교수업을 들으러 가는데, 그마저도 피곤해서 잠만 자다 나오는 거죠.” 우직한 근성과 반복된 노력으로 벼려낸 이야기 그렇게 계속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갈 거라 생각했던 그의 인생에 의도치 않던 새로운 페이지가 펼쳐졌다. 몸이 좋지 않아 당분간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마침 고등학교 진학과 맞물리는 바람에 고민 끝에 체육 특기생이 아닌 문예창작과 학생으로 안양예고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느닷없는 우회였지만 당시로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어깨가 아파서 일단 운동을 쉬게 되면서 나중에 체육고등학교 같은 곳으로 전학 가는 걸 염두에 두고 특목고 진학을 결정했어요. 선생님께서 어차피 성적도 좋지 않으니까 일반계 공부는 힘들 거고 특목고에서 특목고로 전학하는 건 상대적으로 쉬울 거라고 조언하셨거든요. 학교 소개 팸플릿을 보니까 도저히 연극영화과, 미술과, 무용과는 무리인 것 같고 그나마 문예창작과가 무난할 거란 생각에 지원한 거였어요. 다행히 입학은 했는데 문제는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거예요. 수업 시간에 앉아 있는 것부터 낯설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다가 집에 오곤 했어요. 얼른 전학을 가거나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 어색함을 견디다 못해 ‘그럼 어디 한번 정식으로 공부를 해보자’라는 다짐을 하고 처음으로 학교 공부를 시작했다. 문예창작과라는 소속에 걸맞게 글도 써보고 다른 친구들처럼 백일장 같은 글짓기 대회에 참여해보기도 했다. 물론 실력은 스스로 돌이켜봐도 형편없었다. 그러다 난생처음 자신이 쓴 시를 ‘읽어준’ 선생님을 만났다. 특강을 담당했던 김민정 시인이었다. 선생님은 시의 마지막 행에서 눈을 떼며 그에게 딱 한마디를 건넸다. “이렇게 못 쓴 시는 처음 봤다”라고. “저는 눈에 띄는 학생도 아니었고 스스로 의욕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때까지 제게 이런저런 평가를 해준 선생님이 아예 없었어요. 비록 좋은 평가는 아니었지만 김민정 선생님께서 처음으로 제 글에 대한 피드백을 주신 거였어요. 그리고 덧붙이시더라고요. 먼저 책부터 좀 읽으라고요. 선생님 말씀을 듣고 뭔가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직접 쓴 글로 관심을 받아본 게 처음이었거든요.” 책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짚어 이끌어준 스승을 따라 그는 문학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애초에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는 게 없으니 오히려 어려울 것도 없었다. 일단 국내에 출간된 모든 시집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전직 유도선수로서 우직한 뚝심을 살려 묵직하게 파고들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반복해서 한 가지 동작을 연습하고 땀 흘렸던 것처럼, 요령 피우지 않고 생각을 다듬고 말끝을 벼르기 시작했다. 문학에 관해서만큼은 그야말로 극심한 ‘허약 체질’이었던 그는 그렇게 조금씩 생각과 말의 근육을 키워나갔다. “저는 머리가 좋고 재능이 특출 난 사람이 아니라서 남들보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오규원 선생님의 「현대시작법」이나 권혁웅 선생님의 「시론」 같은 책이 큰 도움이 됐죠. 처음에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컸지만 일상 속에서 시를 끄집어내는 일이 무척 재미있더라고요. 사람마다 체질에 맞는 글이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시가 가장 편하고 잘 맞았어요. 물론 쓰는 과정은 어렵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재미도 있고 힘들다는 마음은 안 들거든요.” 학교에서 소설이나 비평 같은 다른 장르도 배웠으나 그와 가장 잘 맞는 쪽은 역시 시였다. 감각을 훈련하고 갈고닦아서 밖으로 끄집어내는 과정이 즐거웠다. 또한 시집은 굳이 1페이지부터 정독하지 않고 어떻게 읽어도 의미를 찾을 수 있어 좋았다. 시 한 편으로 몇 시간을 보낸 적도 많다. 여러 번 읽어도 그때그때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물론 시를 쓰는 데도 크게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다른 장르는 도저히 손을 못 대겠더라고요. 특히 치밀하게 앞뒤를 구성해야 하는 소설은 정말…. 보통 소설은 종이에 육신을 밀어 넣어 쓴다고 하고, 시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당겨 쓴다고 하잖아요. 저는 백지에서 기미를 잡아채는 쪽이 맞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정말 투박하게 써요. 평소에는 4절지 연습장에 낙서하듯이 쓰다가 이걸 설계도처럼 짜서 맞춰요. 한 번 앉으면 진득하게 쓰는 편이라 보통 일고여덟 시간씩 끄적거리고 있어요. 중간에 끊어지면 영 다시 시작하기가 힘들어서 늘 그렇게 한 번에 다 써요. 어떤 때는 스무 시간씩 하고 있어요. 머리나 감각은 별론데 체력이 워낙 좋아서 충분히 가능해요(웃음).” 온몸 구석구석 ‘시’라는 굳은살이 새겨질 때까지 오늘날 ‘시인 김해준’이란 이름을 얻기까지 그에게 숱한 좌절과 실망의 나날들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과연 제대로 잘 가고 있는 것인지 불안하고, 불투명한 현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를 갉아먹었던 기억들도 생생하다. “학교 다닐 때도 선생님들께 제대로 칭찬받아본 적이 없어요. 재능이 넘치는 친구들을 보면 저처럼 죽어라 매달리지 않아도 정말 잘 쓰고 실제로 상도 많이 받고 하더라고요. 전 백일장 같은 데 나가서 한 번도 1등을 못해봤어요. 열 개가 넘는 3등 표창장만 갖고 있어요(웃음). 대학도 다른 덴 다 떨어지고 딱 한 군데 붙어서 입학했고, 지금껏 신인문학상 등에 도전한 횟수만 해도 200번이 넘을거예요. 능력 있는 친구들은 목표를 정해서 딱 하나만 보고 도전하기도 하던데, 저는 잡지사나 신춘문예엔 전부 작품을 냈었어요. 그렇게 해도 한 번도 당선이 안 되니까 스스로 자꾸만 움츠러들게 되는 거죠.”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시를 계속 파고들고 싶었지만 여러 현실적 문제로 인해 포기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종일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글을 쓰고 싶은데 직장일로 도통 시를 들여다볼 시간이 나지 않는 것도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원래는 친구도 많고 사람들과 어울리길 즐기는 성격이었지만 2년여 전부터는 혼자만의 웅덩이를 파게 됐다.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시간이 나면 방 안에 틀어박혀 시를 쓰기 위한 생각에 골몰했다. “저는 생각을 오래하는 편인데다 주로 제 경험이나 기억에서 이미지를 끄집어내기 때문에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이 꽤 많이 필요해요. 의도적으로 그런 것도 있고 또 잘 안 풀리기도 하니까 점점 생활을 단조롭게 만들게 됐죠. 사실은 최근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어요. 자신감이 바닥을 치려고 할 즈음인데 정말 기쁘게도 당선이 된 거예요.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는 무척 기뻐서 한동안 말을 못 이을 정도였어요. ‘내가 계속 시를 써도 되는구나’라는 증명서를 받은 기분이랄까요? 물론 아직 저는 ‘떫은 감’이지만 심사위원들께서 가능성을 높이 봐주신 것 같아요. 이제 더 진심으로 열심히 써야죠. 좀 더 전문적으로 문학 공부도 하고 싶고요.” 정식으로 ‘시인’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영 믿기지 않는다는 그는 앞으로 오래오래 시를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유도를 그만둔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어도 아직 몸에 남아 없어지지 않은 굳은살처럼 몸 구석구석 ‘시’라는 굳은살을 새겨 넣을 생각이다. 그렇게 온몸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고픈 것이다. “시 말고 다른 일은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다른 사람보다 늦게 문학을 접했지만 시를 쓰는 일도 운동과 비슷한 것 같아요. 훈련하듯이 언어를 연마하고, 본능적으로 경기를 이끌어가듯이 몸을 시에 맞춰가야 하니까요.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몸에 배도록 수련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죠.” 시인으로서 이제야 겨우 관문을 한 단계 통과한 거라 생각한다는 그는 지금부터가 더욱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대회’인 셈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가능성을 읽어준 이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 아니 스스로에게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금씩이나마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 단 한 명이라도 시를 가까이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시는 인간의 삶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전직 유도선수 시인의 뚝심 있는 ‘한 판’이 기대된다. 김해준 시인의 등단작 한 뼘의 해안선 마른 국화를 태워 연기를 풀어놓는다. 꽃잎이 불씨를 타고 오그라든다. 별들로 판서된 역사가 쇠락한 하늘 아래, 야경꾼의 홍채에선 달이 곪아간다. 통금의 한계에 닿아 부서지는 경탁 소리가 시리다. 첫 기제의 밤이 젖어간다. 된서리 맞고 실밥 모양으로 주춤주춤 경계를 얼려가던 복부에서 비린내가 터져 나온다. 절개했던 자리가 하얗게 번뜩인다. 새어머니는 훗배앓이 중이다. 뻘에서 태어난 입술에서 고동 소리가 샌다. 물려받은 반지의 녹이 지난 맹세로 생식한다. 태어난 해안에서 침몰해가는 유년. 바리캉으로 밀어낸 태모가 이방에 닿아 바람으로 분다. 가마의 계절풍은 성장을 멈추고, 내가 가졌던 땅을 만조로 삼키는 병풍이 펼쳐진다. 유폐했던 이름이 글썽이며 타들어간다. 문간에서 날린 살비듬이 어떤 풍향을 탔는지 나는 모른다. 술잔에 내린 테를 삼켜 캄캄한 바다. 두 명의 어머니가 같은 연안에 이불을 깐다. 해진 안감에 귀를 묻고 손금이 크는 소리를 듣는다. 빛과 어둠이 범벅된 하늘이 몸 안으로 새어든다. 김해준 시인 추천 처음 시를 접하고자 하는 당신을 위한 시집 3 장석남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장석남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절제된 언어로 자연과 주변을 관조하며 깊은 서정의 세계를 선보인다. 김해준 시인이 ‘진짜 시인의 모습을 가진 시인’이라 생각한다는 장석남 시인은 이 시집에서 느림과 비움, 그리고 ‘호젓함’을 이야기한다. 차분하게 벼려진 단어 하나하나에 마음이 깃들어 있어 가만히 소리 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시들이 가득하다. 김기택 「사무원」 익숙한 일상 속 정서를 꿰뚫는 김기택 시인의 「사무원」은 시를 제대로 접하게 된 이후 김해준 시인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본 시집이라고 한다. 곳곳에 배어 있는 좋은 이미지들과 사유 덕분에 시 한 편 한 편이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다. 현대인의 고단한 일상을 그린 50여 편의 시는 감정 노동자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끔 만든다. 생활 속 가까이에서 시를 읽고 느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박형준 「춤」 전통적인 시의 서정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박형준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마음을 울리는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어렵지 않게 비교적 술술 읽힐뿐더러 단단하게 응축되어 있는 이야기들로 인해 쉽게 시에 젖어들게 된다. 평소 시를 자주 접하지 않았던 이들도 부드럽고 단아한 시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시집이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
도하 아시안게임 한국 첫 금메달 안긴 유도스타 장성호
2007. 01. 16 화제
지난 12월 15일 폐막한 도하 아시안게임은 많은 스타를 탄생시켰다. 경기 종료 11초 전 허리 후리기로 일본의 이시이 사토시를 꺾고 만년 2인자 징크스를 당당하게 깬 장성호 선수(수원 시청)의 우승은 대한민국의 첫 금메달이자, 아내에게 바치는 결혼 1주년 선물이었다. 지난 12월 3일 새벽(한국 시간) 들려온 장성호(29)의 금메달 소식에 아시안게임이 시작되었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한 장의 사진.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어느 한곳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한 여인의 모습에서 장성호 선수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아내 김성윤씨(28)의 미모 때문에 ‘얼짱 부부’로 소문난 금메달리스트 장성호의 신혼냄새 폴폴 나는 경기도 용인시 자택을 찾았다. 금메달 소식에 그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져 부부는 시상식 다음날에야 기사를 봤다고 했다. 김성윤씨는 울어서 얼굴이 잔뜩 부은 사진이 기사화된 것이 영 마음에 들지않는 눈치였다. “지난 1년 동안 오빠가 너무너무 고생했거든요.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올라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2005년 12월 17일, 결혼식을 올린 뒤 3개월이 채 안돼 장성호는 선수촌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 친정에서도 제법 떨어진 용인 집은 아내에게는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해질 무렵이면 다정하게 집으로 들어가는 다른 부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혼자 눈시울을 붉힌 날도 많았다. 투정을 부리고 싶은 적도 있지만,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하는 남편의 하루를 망칠까봐 속으로 삭이기만 했다. 그러던 중 아시안게임 2차 선발전을 열흘 앞두고 일이 터졌다. 훈련 중 장성호의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은 것이다. 걷기조차 힘든 상황. 감독은 경기를 포기하라고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무너지면 은퇴하리라고 독한 맘을 먹은 장성호는 경기 당일 마취제를 맞고 매트에 올랐고 1위로 당당히 출전 자격을 따냈다. 그날도 김성윤씨는 화장실에서 숨죽여 울었다. 아픈 남편을 챙겨주지 못한 것이 못내 속상해서였다.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된 뒤 아내에게 결혼 1주년 선물로 금메달을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동안 고생한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선물은 그뿐이겠더라고요.” 시합 전날 카타르에 도착한 아내의 얼굴을 보고 투지를 불사른 덕분에 장성호는 역대 전적 3전 3패를 기록한 숙적 이시이를 누르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14시간을 날아가 경기를 지켜본 김성윤씨는 온 신경을 집중해 기도하느라 사진을 찍어달라는 남편의 부탁은 까맣게 잊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금메달을 딴 다음날에야 두 사람은 동료 선수의 금메달을 빌려서 유도경기장에서 아쉬운 대로 기념촬영을 했다. 지금이야 유도 전문가가 다 됐지만, 김성윤씨는 올림픽을 제대로 본적이 없을만큼 스포츠에 문외한이었다. 아테네 올림픽이 끝난 2004년 10월 친구로부터 장성호를 소개받았을 때도 ‘타이즈를 입고 운동하는 사람이 뭐 저렇게 키가 큰가’하고 의아해했단다. 유도, 레슬링, 태권도의 차이를 잘 모를 정도니 장성호가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지, 잘생긴 외모로 여성팬들을 몰고다니는 스타인지 알 턱이 없었다. 결혼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하루 서너 시간 전화 통화는 끄떡없을 만큼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는 장성호·김성윤 부부. “연애가 힘든 건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바뀌기를 원하기 때문일 텐데, 이 사람은 저에게 100% 자신을 맞추겠다고 했어요. 말로만 그러려니 했는데 정말 하나하나 지켜나가더군요. 오빠만 나에게 맞춰가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 물었더니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도록 자신이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 재밌고 행복하대요. 그 얘기에 또 감동을 받았죠.” 교제 경험도 거의 없는데다가 워낙 수줍음이 많은 장성호는 술 기운을 빌어 “난 너 마음에 든다. 우리 사귀자”라고 고백을 했다. 이후 술을 싫어하는 김성윤씨를 위해 술자리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등한시하던 교회도 꼬박꼬박 함께 나갔다. 김성윤씨와의 교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팬들도 여럿 떨어져 나갔다. 그래도 마냥 좋았다. 근사한 이벤트보다 아내를 감동시킨 진심 어린 프러포즈 “아내의 첫인상은 솔직히 굉장히 도도해 보였어요. 물론 예쁘기도 했지만(웃음). 마냥 어린애처럼 천진하고 여려 보이지만, 저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끔찍할 정도로 각별해요. 저를 좋은 방향으로 바뀌도록 이끌어주고, 먹는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게 눈물날 정도였어요. 고마운 거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죠.” 2005년 10월 17일, 장성호는 프러포즈를 했다. 더 근사하게 준비하고 싶었지만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선수촌 생활을 할 때라 대학로의 한 소극장을 빌리고, 풍선 장식을 꾸미고, 영상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간단한(?) 이벤트를 선보였다. “제가 원래 꿈꾸던 프러포즈는 정말 간단한 거예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반지 주면서 ‘나랑 결혼해줄래?’라고 말하는 그거였는데…. 전 원래 이벤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돈이 아깝잖아요(웃음).” 그 말에 장성호가 서운한 듯 “그래도 그날 울지 않았느냐”고 하자, 김씨는 “평생 나만 바라본다고 한 말이 감동적이라 그랬지”라고 답했다. 김성윤씨의 부모는 장성호를 처음 만나던 날 흔쾌히 결혼을 승낙했다. 누가 봐도 좋은 인상 덕분이라고 김씨는 귀띔했다. 김씨는 주일·주미 대사를 지낸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장남 김대녕 해오 실업 사장의 맏딸이다. 그녀의 셋째 고모 김영자씨는 LG 가문의 허광수 삼양인터네셔널 회장과, 넷째 고모 김영명씨는 정몽준 회장과 혼인해 재벌가 혼맥 관련 기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집안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첫째 고모 김영애씨는 모건스탠리사의 부사장이며 둘째 고모 김영숙씨의 딸 손정희씨는 홍정욱 헤럴드미디어 사장과, 셋째 고모의 딸 허유정씨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장남 방준오씨와 각각 결혼했다. “집안 어른 중 한 분께서 ‘올림픽에 나가서 은메달을 딸 사람이면 무엇을 하든지 잘할 것’이라며 결혼시켜도 걱정없을 거라 말씀하셔서 모두들 축복해주셨어요.” 경기 종료 11초 전 허리 후리기로 일본의 이시이 사토시를 꺾고 한판승을 거둔 장성호의 값진 금메달. 결혼에 대한 부담감은 오히려 김성윤씨에게 있었다. 보통 주부들이 밥 차리기 귀찮을 때면 대충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 먹거나, 전화 한 통으로 배달 음식을 시켜먹지만 남편이 몸을 쓰는 운동선수다 보니 밥 한끼 대충 때우기가 어렵다고. 이번 아시안게임에 응원 갈 때도 홍삼과 쌀을 가져가 홍삼물을 달이고 죽을 끓였다니 그 정성을 짐작할 만하다. “저는 양식은 양식당에 가야지만 먹을 수 있는 줄 알았어요(웃음). 근데 그걸 집에서 다 해줘요. 연애 초기에 케이크와 쿠키를 만들어 오길래 ‘예사 솜씨는 아니구나’ 했는데 결혼하고 보니 아주 못하는 요리가 없어요. 거의 요리사 수준이에요. 제가 요리 이름을 다 몰라서 말씀을 못 드린다니까요.” 음식 잘 나오기로 소문난 선수촌에서도 갈비찜과 불고기가 나오면 손도 대지 않던 장성호가 아내표 요리는 뭐든지 잘 먹는다. 김씨의 요리 비결은 몸에 좋은 한약재를 백분 활용하는 것. 황기와 인삼 끓인 물을 음식 만들 때 육수처럼 활용하면 잡내도 없어지고 보양의 효과도 낼 수 있단다. “연애 시절에 종로 커피숍에서 아내를 만났는데, 그날이 복날이라며 삼계탕을 싸왔더라고요. 집에서 만든 거라며 보온병에서 꺼내 주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잘 먹었죠(웃음). 커피숍에서 식사를 하려니 민망하긴 했지만 어떻게 마다하겠어요? 남자친구를 위해 정성껏 준비해왔는데.” 멍석을 깔아 놓으니 서로에 대한 감사의 말들이 술술 터져 나온다. 내친김에 김성윤씨에게 언제 결혼을 잘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듣고 있던 장성호가 12월 3일이 아니겠느냐고 선수를 쳤다. “아, 금메달 땄을 때? 그거 말고 평소에도 많아.”남편은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아내는 현모양처를 결혼 전 김성윤씨의 친구들은 “성호 오빠같은 사람이라면 정말 결혼할 만하다”며 힘을 실어줬다. 결혼 이후 그의 애정은 더욱 깊어졌다. 다른 친구들은 자랑처럼 말하는 음식물 쓰레기 대신 버려주기는 남편의 선행 리스트에도 못 오를 정도다.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아내의 팔을 이끌고 처가를 찾고, 인천에서 토플 시험 치르는 처제를 위해 모처럼의 주말 휴가를 반납하고 운전기사로 나서기도 했다. “어려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큰 시합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면 나도 아버지가 계셔서 칭찬받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랐거든요. 결혼하고 장인어른께서 ‘너는 앞으로 내 아들이다’라고 하셨는데 가슴이 찡했어요. 그동안 아버지가 계시지 않아서 못했던 걸 장인어른께 다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번에 금메달 소식에도 얼마나 기뻐하셨는데요.” 2006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계기로 장성호는 은퇴 계획을 과감하게 접었다. 유도 대표선수의 최고령이 20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서른 살이 되는 그는 그야말로 노장이지만,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에 한번 더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유도 대표 팀원 중 유일한 유부남인 그는 부인을 잘 만난 덕분이라며 넉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런데 김성윤씨는 또 한번 ‘생이별’을 준비해야할텐데. “그게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는데 결과가 좋으니까 그동안의 아쉬움이 눈 녹듯이 사라지더라고요. 고생은 되겠지만 남편이 원하는 일이니까 좋은 결과만 있길 바라야죠.” 아동심리학 석사를 마친 김성윤씨는 아시안게임 준비로 인해 올 3월부터 밟으려던 박사과정을 미뤄둔 상태다. 원래 아시안게임 시기에 맞추려했던 2세 계획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무렵으로 조정했다. 모든 삶의 스케줄이 남편 위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섭섭함은 없을까 우려했더니,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어느 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주유소에 갔는데, 주유소 사장이 아내 힐러리가 젊은 시절 사귀었던 남자였다. 주유소를 빠져나오며 빌 클린턴이 우쭐한 마음에 “당신이 저 남자랑 결혼했으면 지금쯤 주유소 사장이 되어 있을텐데, 나와 결혼했으니 영부인이 된 줄 알라”고 했다. 그러자 힐러리가 답했다. “그랬더라면 저 사람이 지금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 있겠죠.” “힐러리의 말에 공감해요. 아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편의 앞날을 좌우한다고 믿거든요. 제 꿈은 원래 현모양처였어요. 남편에게 최고의 아내가 되도록 노력하면서 살고 싶어요. 오빠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열심히 해서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갔으면 좋겠고요. 오빠는?” “성윤이가 너무 잘해주니까 잘되겠지(웃음).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저를 위해 애써주는 가족이 있으니 꼭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어요.” 한 이동통신사의 커플 무제한 요금제가 없었더라면 한 달에 1백만원 이상을 통신 요금으로 고스란히 바쳐야할 만큼, 나눌 이야기가 많다는 장성호·김성윤 부부. 카타르에서 귀국한 지 일주일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감사의 인사를 드릴 분들이 많아서 결혼 1주년 여행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는 부부는 인터뷰로 둘만의 시간을 빼앗은 것이 미안할 만큼 애틋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감기까지 사이좋게 나눌 정도로. ■ 글 / 장회정 기자 ■ 사진 / 박형주·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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