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2,928 건 검색)
- 유엔 안보리에서 알아사드 ‘방패’였던 중국…시리아 과도정부와도 잘 지낼까
- 2024. 12. 12 17:41 국제|국제|국제
- ... 시리아에 직접적으로 군사 개입은 하지 않았지만 경제·외교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방패 역할을 했다....
- 유엔총회 “가자지구, 즉각·무조건적 휴전해야” 결의
- 2024. 12. 12 15:41 국제
- ... 실행될 수 있도록 기존 틀을 이용하거나, 과거 경험에 따라 새로운 메커니즘을 만들도록 요청했다. 유엔 총회 결의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와 달리 국제법상 구속력이 없다. 다만 국제사회 여론을...
- 가자전쟁 1년
- 아이티 부두교 신자 180여명 집단 피살…유엔 “강력 규탄”
- 2024. 12. 10 08:12 국제
- ... 사살한 것을 두고 유엔이 강하게 비판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지난 주말 벌어진 집단 피살 사건에 대해 “끔찍한...
- 유엔 사무총장 “시리아 민간인 위험···정치적 해결 모색해야”
- 2024. 12. 06 08:53 국제
- ... 거점도시 하마에 진격한 반군들을 일부 주민들이 환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내전이 격화하고 있는 시리아 상황과 관련해 유혈 사태를 끝내기 위한 유엔 주도의...
스포츠경향(총 215 건 검색)
- 정우성 ‘혼외자’ 대비했나···광고계약 ‘0건’-유엔난민 홍보대사 사임
- 2024. 11. 26 08:51 연예
- 배우 정우성. 경향신문 자료사진 배우 정우성이 지난해부터 광고 활동을 하지 않고, 유엔난기구 친선대사직도 지난 7월 사임한 것과 관련해 혼외자 출산을 의식한 행동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우성은 2022년 NHN ‘한게임’ 광고 이후로 별다른 광고 계약을 맺지 않았다. 정우성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천만 영화에 등극하면서 주가를 올렸음에도 의외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는 정우성의 절친 배우 이정재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흥행과 맞물려 다양한 광고를 찍은 것과 대비된다. 정우성은 2015년부터 활동 중이었던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직에서도 지난 7월 사임했다. 당시 정우성은 사임 이유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와 저의 이미지가 너무 달라붙어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됐다”며 “정치적인 공격이 가해져 다른 의미들을 얹으려 하기에 나와 기구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했다. 정우성이 미혼부가 됐음을 최근 인정하자 앞선 그의 행보가 대비책이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우성의 혼외자 사실이 알려지자 그를 둘러싼 여론이 엇갈렸고 일부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 정우성이 지난해부터 광고 촬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지 타격에 대한 위약금에 대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직 사임도 같은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문가비는 지난해 6월 정우성의 아이를 임신했고 정우성 또한 출산과 결혼을 논의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우성은 지난 24일 문가비 사이에서 혼외자가 있음을 인정했다. 소속사는 “문가비가 SNS를 통해 공개한 아이는 정우성의 친자가 맞다”며 “아이의 양육 방식에 대해 최선의 방향으로 논의 중에 있고 아버지로서 아이에 대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문가비는 지난 22일 인스타그램에 직접 출산 소식을 알려 화제를 모았다. 2019년 이후 연예계 활동이 뜸했고 열애나 결혼 소식도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가비는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한 아이의 엄마가 돼 이런 글을 공개적으로 쓰려고 하니 떨리는 마음에 걱정이 앞서기는 하지만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조금은 더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 용기를 냈다”며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 KBS, 11일 ‘제18회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 생중계
- 2024. 11. 09 00:46 연예|생활
- KBS KBS 한국방송은 오는 11일 10시 30분부터 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에서 개최되는 ‘제18회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을 KBS1을 통해 60분간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국가보훈부가 ‘부산을 향하여 (Turn Toward Busan)’라는 주제로 개최하는 이번 기념식에는 19개 국가 유엔 참전용사와 유가족, 주한 외교사절, 국제보훈 컨퍼런스 참여자, 유엔사 장병과 학생 등 8백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기념식은 무명용사 묘역에서 진행되는 유해 안장식과 상징구역 앞에서 열리는 기념식으로 나뉘어 엄수된다. 오전 11시 정각에는 부산시 전역에 추모 사이렌이 울리고, 유엔 전몰장병들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한 묵념이 1분간 진행된다. 이때 최고의 예우로 희생자들을 기린다는 의미에서 조포 21발도 발사된다. 기념식은 공군 블랙이글스의 추모 비행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은 6.25 전쟁에서 희생된 유엔군 참전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2020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 서브컬처 게임 개발사 지피유엔, 첫 프로젝트 ‘테라리움’ 공개
- 2024. 10. 02 17:01 생활
- 서브컬처 게임 개발사 지피유엔이 2일 쇼케이스를 열고 자사 첫번째 프로젝트 ‘테라리움’을 공개했다. ‘테라리움’은 외계생명체에게 쫓겨난 인류가 만든 지하 기지 이름으로, 파일럿과 메카닉 로봇을 이용해 지구를 수복해 나가는 서브컬처 메카닉 3D 슈팅 게임이다. 지피유엔은 시프트업에서 ‘데스티니 차일드’, ‘니케: 승리의 여신’ 디렉터 출신인 최주홍 대표와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개발진이 2024년 창업한 회사다. 이날 쇼케이스에서는 ‘테라리움’ 첫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했다. 3분 가량 영상에는 테라리움에 침입한 외계생명체를 퇴치하는 파일럿과 메카닉 로봇의 활약이 담겼다. 파일럿이 메카닉에 탑승해 단독 전투를 벌이거나 전황에 따라 비행기로 변신하는 등 다양한 전술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생동감 넘치는 타격감과 조작감을 통해 몰입도 높은 전투 현장을 구현하면서 새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최주홍 대표는 “프로젝트 ‘테라리움은’ 기존에 없던 세계 최초 서브컬처 메카닉 3D 슈팅 게임으로 캐릭터와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전투 위주의 게임에서 나아가 아카데미, 기지 운영, 합숙 생활 등 캐릭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캐릭터와 교감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피유엔은 쇼케이스 이후 올해까지 ‘테라리움’ 빌드를 선보이고 해외 시장 진출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2027년 상반기 모바일, PC, 콘솔 버전 공개가 목표다.
- 현대차, 유엔식량계획과 모빌리티 파트너십
- 2024. 07. 31 19:23 생활
-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적 지원 기관인 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모빌리티 부문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31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이번 파트너십 협약식에는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과 신디 매케인 WFP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WFP는 개발도상국 기아 퇴치를 목적으로 설립된 식량 원조 기구로 2030년까지 기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아무도 굶지 않는 ‘제로 헝거’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대부분 화석연료로 운영되는 유엔 업무 차량의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돕는다. 또 WFP에 전 세계 주요 사무소의 이동 차량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오닉 5를 제공하고 해당 국가들 전기차 운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기금도 기부할 예정이다. 특히 조성된 기금을 WFP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화석연료 절감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데 사용해 전기차 배치 지역의 충전 및 신재생 에너지 시스템을 조성할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이번 파트너십은 전기차 기술에서 현대자동차가 갖고 있는 리더십과 인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현대자동차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며 “아이오닉 5를 제공하고 필요한 인프라를 지원해 전 세계의 식량 위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중요한 역할에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디 매케인 WFP 사무총장도 현대자동차와의 협력이 WFP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향한 중요한 도약임을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와 협력을 통해 “ WFP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효율적인 방법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경향(총 15 건 검색)
- 유엔군까지 공격하는 이스라엘···‘부글부글’ 들끓는 국제사회(2024. 10. 21 06:00)
- 2024. 10. 21 06:00 국제
- 국제사회 ‘국제법 위반’ 비판 불구 더 노골적 공격에 나서 이스라엘의 막무가내 행보 막을 실질적 방법 없어 속앓이 10월 12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에서 레바논 지역 유엔 평화유지군(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차량이 순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레바논 지상전 과정에서 유엔 평화유지군까지 공격했다. 유엔 회원국인 이스라엘이 평화유지군을 공격하는 상황을 두고 국제사회에선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범죄’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이스라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되레 더 노골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동시에 레바논 전역으로 공습 범위를 넓혀 민간인 인명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유엔 기지 ‘헤즈볼라 방패’라는 이스라엘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오전 레바논 남부 접경 지역에 있는 레바논 지역 유엔 평화유지군(UNIFIL) 기지 정문을 탱크로 부수고 강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유엔 평화유지군 대원 15명이 다쳤다. 앞서 지난 10월 11일부터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유엔 평화유지군 대원이 잇따라 다치자 파병한 40개국은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하루 만에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를 공격했다. 레바논 지역 유엔 평화유지군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라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지대에 주둔하며 양국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한국을 포함한 50개국에서 파병한 1만여명의 병사와 지원 인력이 이곳에 주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유엔 평화유지군 공격을 정당화했다. 처음엔 “고의적 공격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이내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을 따라 넓게 주둔하는 유엔 평화유지군 뒤에 숨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유엔 평화유지군이 헤즈볼라를 위한 ‘인간 방패’가 되고 있다”며 유엔에 레바논 지역 유엔 평화유지군 철수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 인근 현장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일부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군이 기자들에게 국경지대 산비탈에 있는 땅굴 입구 2개를 공개했으며, 여기에서 불과 90m 떨어진 곳에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 진압 작전으로 국제사회 비판에 직면했을 때도 병원 아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땅굴이 있다며 외신에 현장을 공개한 적이 있다. “레바논 남부의 눈과 귀 없애려는 것”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10월 14일 처음으로 성명을 내고 “유엔 평화유지군과 시설은 절대 공격 대상이 돼선 안 된다”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유럽연합도 지난 10월 13일 “레바논에서의 즉각적 휴전과 안보리 결의안 1701호의 이행을 위해 이스라엘의 유엔 평화유지군 공격 중단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4개국 외교장관도 같은 취지의 공동 성명을 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유엔의 결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스라엘은 국제법 위반의 새로운 장을 연 것”(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 등 국가수반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의 근거가 된 로마 규정에 따르면 평화유지 임무와 관련된 요원이나 시설 등에 대한 고의적 공격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기소하고 재판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동안 국제형사재판소뿐 아니라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대량학살(제노사이드) 등 전쟁범죄 혐의를 두고 있는 상황도 모른 채 해왔다. 지난 10월 16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 종식을 위해 채택된 안보리 결의 제1701호 내용을 위반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안보리 결의 제1701호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레바논 리타니강 이남에는 헤즈볼라가 아닌 레바논 정규군과 유엔 평화유지군만 주둔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스라엘은 안보리 결의 제1701호가 제대로 지켜진 적 없어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레바논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더 이상의 확전을 막기 위해 이 결의의 기능을 회복시키고자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막무가내 행보를 막을 실질적 방법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지상전의 구체적인 실상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유엔 평화유지군을 공격하고 철수까지 요구한다고 본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극히 제한된 조건에서만 무력을 사용할 수 있어 억지력이 사실상 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안보리 결의 위반 상황 등을 유엔에 보고할 수 있다. 미셸 마틴 아일랜드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눈과 귀를 몰아내고 자유로운 통치권을 얻으려 한다”며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국제 질서를 지키도록) 매우 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철수 요구에도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지역에 잔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역으로 공격 확대, 민간인 피해 속출 이스라엘은 레바논과의 국경 지역에서 지상전을 이어가는 동시에 공격 범위를 확대해 레바논 전역을 폭격하고 있다. 헤즈볼라 본부 중심지로 알려진 남·동부와 거리가 먼 북부의 기독교 마을까지 공습하자 레바논이 ‘제2의 가자지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총 22명이 숨졌으며 공습받은 건물엔 피란민들이 거주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 10월 15일 기준 레바논 전체인구의 25% 이상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레바논 정부는 120만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중 어린이는 약 40만명에 달한다. 테드 차이반 유니세프 인도주의적 행동담당 부국장은 “(한 달 사이) 레바논의 학교는 접근할 수 없게 됐거나 전쟁으로 손상돼 피란처로 사용되고 있다”며 “레바논 어린이들이 ‘잃어버린 세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끝나지 않은 전쟁 속에 분쟁 지역 아이들은 학교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 최소한의 희망조차 꿈꿀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1년 동안 레바논에서 2300명이 사망했다. 이중 75%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확대한 최근 한 달 새 숨졌다.
- ‘속전속결’ 출생통보제, 유엔 권고 후 12년 ‘미적’(2023. 06. 30 11:25)
- 2023. 06. 30 11:25 사회
- ㆍ2000년에도 검토했지만 ‘호적’ 프레임 갇혀 무산 ㆍ미등록 이주민 자녀 등 빠져 아직은 ‘반쪽’ 정책 서울의 한 병원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 김영민 기자 2236명.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기관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의 숫자다. 감사원은 올해 보건복지부 정기감사에서 이 사실을 파악하고 2236명의 1%인 23명의 신생아를 추적했다. 수원의 한 산모가 2명의 신생아를 출산한 뒤 살해해 냉장고에 보관한 사건은 이 과정에서 드러났다. 생후 76일 만에 영양결핍으로 사망했거나, 출생 직후 보호자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버린 사례도 확인됐다. 미등록 영아의 살해·유기 사건이 속속 드러나자 정부와 국회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자”며 한목소리를 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선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아동은 정부의 보호망에 들어올 수 없다. 출생통보제는 이 같은 신고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분만을 담당한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아동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한 제도다. 여야는 6월 30일 출생통보제 도입을 담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늦게나마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의문이 남는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부모의 조건이나 출생여건과 관계없는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국에 권고한 것이 2011년이다. 이때를 기준으로 잡아도 출생통보제 도입까지 1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수원 영아 냉장고 유기사건이 드러난 후 여야의 출생통보제 도입 합의에 걸린 시간은 일주일. 여야 이견 없이 빠른 도입이 가능했는데도, 왜 한국사회는 출생통보제를 위해 오랜 세월을 돌아와야만 했을까. 왜 진작 하지 못했나 출생통보제는 사실 20년 전 도입될 수도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2000년 출생통보제와 유사한 제도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뤄진 용역연구의 제목은 ‘출생 및 영유아 신고체계 개발-출생 및 사망 전산신고체계’. 의료기관이 전산시스템을 통해 영아의 출생·사망을 자동 신고하도록 하면, 제대로 된 영아사망률 통계를 만들 수 있고 100%에 가까운 출생신고를 달성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연구는 그러나 출생통보제 도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유가 뭘까. 2008년 호적제도가 사라지고 가족관계등록법이 제정됐지만, “정작 출생신고 제도는 병원 분만이 일반화되기 전인 구 호적시대의 제도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출생신고제도의 개선방안’, 2017년, 가족법연구).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2011년 9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의 출생신고 제도가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가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개선을 권고했다(3·4차 국가보고서 심의). ‘아동권리협약 제7조(표 참조)에 따라 부모의 법적 지위 또는 출신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출생이 신고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다. 정부와 국회는 그러나 뚜렷한 입법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2016년 미혼모들에게 돈을 주고 아이를 넘겨받은 뒤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출생신고를 한 ‘논산 영아매매’ 사건이 발생했다. 의료기관의 출생증명서 없이 성인 2명을 보증인으로 세우는 것으로도 출생신고가 가능했던 제도가 그해 폐지됐다. 아울러 검사나 지자체장이 ‘행정상 존재하지 않는’ 아동에 대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이때 생겼다. 11~17세 자녀들을 행정상 미등록인 채로 양육해온 부모 사례 등이 확인되면서 신설된 조항이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개정만으로는 ‘미등록’ 아동을 찾아내 보호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출생통보제 도입 촉구가 이어졌다. 정부·국회를 움직이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나마 2019년 정부가 보편적 출생등록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그해 5월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출생통보제 도입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입법예고(법무부·2021년 6월)를 거쳐 정부안 발의(국무회의 통과 2022년 3월)까지 3년 가까이 걸렸다.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겨진 이 개정안은 1년 3개월간 여야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활동을 해온 김희진 아동인권 전문 변호사는 “수년간 의원실을 설득해 출생통보제 발의까지는 이끌어냈음에도 이후 진전이 없었던 이유는 발의한 의원실조차 (해당 법안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 정도로 의원들 관심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사실 2019년 5월 정부가 출생통보제 도입을 발표한 것도 같은해 9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뭐라도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동인권이 정부와 국회의 관심을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출생통보제 도입 과정이 보여준 셈이다. 도입될 출생통보제는 아직 ‘반쪽’ ‘미등록 아동’을 방치했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출생통보제 도입 외에도 과제가 적지 않다. 일단 여야가 합의한 출생통보제로는 미등록 이주민의 자녀가 배제되는 점을 해결해야 한다. 김희진 변호사는 “가족관계등록법으로 내·외국인의 자녀 모두가 출생통보제 대상이 되길 바랐지만, 한국에선 가족관계등록부가 국적부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어 (이주 아동 출생등록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별도 법률 통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권인숙·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등록 이주민의 자녀도 출생등록을 할 근거를 마련하고, 미등록 이주민들이 자녀 출생등록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내 체류 중인 19세 이하 미등록 이주 아동은 5000여명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앞으로 치열하게 논쟁해야 할 사안도 있다. 익명출산제(보호출산제) 도입 여부다. 정부와 여당은 임산부가 신원을 숨기더라도 의료기관에서 출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익명출산제(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보호출산 특별법’ 발의)를 이번에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법안에 따르면 익명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은 지자체장에게 인도되고, 지자체장이 출생신고를 하게 된다. 친부모가 원치 않을 경우 아동은 성인이 된 뒤에도 친부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신원 노출을 꺼리는 임산부가 ‘병원 밖’ 출산을 시도할 테니, 친부모를 익명화하더라도 ‘출생등록 사각지대’는 방지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오랫동안 출생통보제 등의 도입을 위해 노력해온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와 야당에선 이 제도가 ‘부모의 양육 포기’를 유도할 수 있는 데다 아동의 ‘친부모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본다. 김진 공익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여러 이유로 위기에 놓인 임산부가 출산을 선택한다면, 최대한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이어야지, 아동을 포기하도록 하는 제도가 대책일 순 없다”면서 “유엔의 권고엔 자신의 뿌리, 즉 ‘생물학적 부모’를 알권리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일단 6월 30일 출산통보제 법안을 통과시킨 뒤, 익명출산제 도입 여부는 7월에 추가 논의키로 한 상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7조 1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이름을 갖고, 국적을 취득하며, 가능한 한 부모를 알고, 부모에게 양육 받을 권리가 있다. 2 당사국은 국내법 및 이 분야의 관련 국제규범에 따른 의무에 근거하여, 특히 무국적 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의 권리 이행을 보장해야 한다.
- [우정이야기]유엔은 왜 ‘크립토 우표’를 만들었을까(2020. 12. 04 14:23)
- 2020. 12. 04 14:23 경제
-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기아에 맞서 싸우며 분쟁지역의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WFP는 식량 배급 등에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기구로도 유명한데 대표적인 게 ‘블록체인’이다. 유엔이 지난 11월 24일 발행한 ‘크립토 우표’. 우표 오른쪽의 은박을 긁으면 ‘QR코드’와 ‘암호화된 주소’가 나타난다. 시리아 내전 이후 난민 상당수가 난민촌을 이루며 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요르단 북부의 아즈락, 자타리 캠프다. WFP는 캠프 난민 1인당 한달에 23디나르(약 3만6000원)를 지원한다. 난민들은 이 돈으로 난민촌 내 마트에서 식료품을 구입한다. WFP는 난민들에게 현금을 직접 주진 않는다. 난민들의 은행계좌로 지원금을 송금하지도 않는다. 단지 마트의 외상장부에 난민 한 사람당 23디나르씩 달 수 있도록 했다. 마트는 장부 기록을 토대로 물품 대금을 매달 WFP에 청구한다. 마트 주인이 직접 노트에 적고, 보관하는 방식의 외상장부는 아니다. 거짓으로 기록하고 더 많은 대금을 WFP에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을 이용하면 이런 문제는 사라지지만 난민들의 모든 거래마다 은행 수수료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WFP는 마트 주인도, 은행도 아닌 블록체인이 만든 장부를 사용한다. 블록체인 자체가 일종의 ‘전자장부’다. 블록체인에서는 모든 거래내역이 블록체인 내 모든 참여자에게 전달된다. 또 거래 기록들을 ‘블록’으로 만들어 암호화한 뒤 각각의 블록을 ‘체인’처럼 연결한다. 블록 하나가 위조되면, 해당 블록은 다른 블록들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거짓 장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잘 연결된 테트리스 조각 중에서 길쭉한 조각(블록)을 ‘ㄱ’ 자 모양으로 바꿀 경우, 사방의 다른 조각들과 연결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장부는 위조 가능성이 없어 믿을 수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017년부터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난민들의 대규모 이동을 예측하는 ‘프로젝트 젯슨(Project Jetson)’을 진행 중이다. 소말리아 내전 당시 대규모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에티오피아로 왔지만, 유엔이 규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대비하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 난민을 이동하게 만드는 몇가지 요인과 지표가 있다면 난민 규모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소말리아 농부들은 국경을 넘기 전에 자신이 갖고 있던 염소를 팔아치운다. UNHCR의 인터뷰에서 한 난민은 “염소는 굉장히 섬세한 동물이라서 중도에 죽어버려요. 그래서 피란 가기 전에 모두 팔아치우는 거죠”라고 했다. 피란을 가기 위해 염소를 내놓는 농부가 많으면 염소 가격이 폭락한다. 염소 가격은 소말리아 난민 규모를 예측하는 지표다. 프로젝트 젯슨에서 AI는 이런 변수들을 이용해 난민 규모를 예측한다. 이런 유엔이 지난달 블록체인을 이용한 ‘크립토 우표’를 발행했다. 우표 오른쪽의 은박을 긁으면 숫자와 알파벳으로 이뤄진 ‘암호화된 주소’가 나오는 이상한 형태의 우표다. 해당 주소는 블록체인 내에서 우표의 거래내역, 진위 여부 등을 확인할 때 사용된다. 크립토 우표에는 ‘빈곤퇴치’, ‘양질의 교육’, ‘성평등’, ‘기후행동’ 등 유엔이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천명한 ‘17가지 목표’가 담겼다. 유엔은 크립토 우표 발행 이유에 대해 “‘2030년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위해 AI, 바이오테크놀로지, 블록체인, 로보틱스 같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유엔이 지지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는 블록체인과 AI 등을 활용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우정사업본부 같은 한국의 공공기관에게 방향을 제시해준다. ‘기술은 약자를 위해 쓰여야 한다.’
- 우정이야기
- [2018년 주목받은 인물들]유엔총회까지 초청받은 BTS(2018. 12. 24 14:12)
- 2018. 12. 24 14:12 문화/과학
- ㆍ두 장의 앨범 모두 빌보드 정상에…세계 팝 주류시장 공연도 성황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2017년 말 수많은 미디어가 ‘올해의 인물’로 주목했던 엔터테이너는 방탄소년단(BTS)이었다.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 중 2개 무대에 초청돼 공연했고, 그 중 하나인 빌보드 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 수상, 올해의 아티스트 10위 선정, ‘빌보드 200’ 7위 진입 등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기 때문이었다. 2018년을 빛낸 엔터테이너에도 BTS는 첫손가락에 꼽힌다. 국내 미디어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가 선정한 ‘블룸버그 50’에 BTS가 포함됐다. 한국 가수로서는 최초다. 빌보드가 발표한 올해의 톱 아티스트 차트에서는 지난해보다 2계단 오른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이를 위해 실시한 독자 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이들은 전세계를 K팝 열기로 뜨겁게 달궜고 진기록을 만들어 왔다. BTS가 올해 발매한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등 2장은 모두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앨범의 판매량으로 매긴 차트로,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2006년 이후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된 앨범 중 메인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BTS가 최초다. 이들은 또 지난 9월 24일 유엔 정기총회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라’는 메시지의 연설로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았으며, 10월에는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역대 최연소 문화훈장 수훈자가 된 이들의 공로는 “외국의 수많은 젊은이가 한글로 된 가사를 집단으로 부르는 등 한류 확산뿐만 아니라 한글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인기는 공연 성과와 앨범 판매량으로도 입증됐다. 9월 초부터 50여일간 미국과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6개국 11개 도시에서 가진 22차례 공연을 통해 32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세계 팝 시장의 양대 산맥인 미국과 영국에서 이들이 선 무대는 각기 뉴욕 시티필드, 런던 오투 아레나이다. 시티필드는 뉴욕 메츠의 홈구장으로 이곳 무대에 폴 매카트니, 비욘세, 레이디 가가, 제이지 등의 톱스타가 섰다. 오투 아레나 역시 영국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상인 ‘브릿 어워즈’가 열리는 무대이며 콜드플레이, 프린스, 아델 등이 공연했다. BTS의 공연 티켓은 이 두 곳에서 모두 매진됐다. ‘21세기 비틀스이자 팝 센세이션’(영국 BBC), ‘서구 음악산업 최상위권에 도달한 최초의 K팝 그룹’(<가디언>), ‘비틀스를 잇는 밀레니엄 세대 동반자’(<르 피가로>) 등 외신들의 평가도 흥미롭다 공인 음악차트인 가온차트 발표를 보면 이들은 2013년 6월 데뷔한 뒤 지난 11월까지 앨범 누적 판매량 1000만장을 돌파했다. 2000년 이후 데뷔한 한국 가수 중 최단기간 1000만장 돌파 기록이다.
레이디경향(총 5 건 검색)
- 유엔 인도적 지원조정실 손귀엽 국장에게 듣는 국제기구 진출기
- 2012. 08. 20 13:10 화제
- 청소년들은 물론 대학생과 직장인들까지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유엔 인도적 지원조정실 손귀엽 총괄기획국장의 이야기는 많은 국제기구 진출 희망자들에게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가장 낮은 직급에서 시작해 18년 동안 소말리아와 라오스, 미국, 동티모르 등에서 근무하고 2011년 유엔 OCHA로 옮겨 관료직 중 가장 높은 직책인 총괄기획국장에 오르기까지, 그녀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어린 시절 품었던 아프리카를 향한 꿈 작은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 허스키한 목소리로 거침없이 말하는 손귀엽(45) 국장의 직업은 국제공무원이다. 유엔 사무국 중 하나인 OCHA의 최고 책임자로,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나 무력분쟁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해 여러 인도주의 업무 수행 주체들을 조정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 등의 긴급구호 현장과 분쟁 지역을 누비며 활약하고 있는 손귀엽 국장의 오늘은 어린 시절 아프리카에 대한 꿈으로부터 시작됐다. “어렸을 적 저의 꿈은 세상 곳곳을 최대한 많이 돌아다녀보는 것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왠지 모르게 아프리카만큼은 꼭 가보고 싶었죠. 무엇 때문에 이러한 꿈을 갖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꿈은 항상 마음속에 숨쉬고 있었어요.” 아프리카를 향한 꿈은 곧 더 큰 세상을 향한 동경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동경은 고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제가 미국에 유학을 가게 된 건 피아노와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피아노에 재능이 없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죠. 현실적으로 나에게 재능이 없고 피아니스트로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걸 직시한 거예요. 결국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던 아프리카와 세계 정치를 배우기 위해 음악의 길을 포기하고 정치학을 선택했어요.” 그녀는 영국 우스터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며 오랜 시간 가슴속에서만 품고 있던 열망을 불태웠다. 재학 중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하는 등 당시 정치적 이슈와 연관된 많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매 여름방학마다 아이티와 케냐 등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한번은 아이티에 있는 ‘Death and Dying Institutes’라는 시설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 중 두 곳인 인도의 캘커타 빈민촌과 아이티의 포트아우프린스 빈민촌에 있는 이곳은 테레사 수녀가 에이즈 환자들이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립한 시설이에요. 그곳에서의 경험이 저에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인생을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의미가 됐어요. 가난한 사람에게 죽음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기본적인 인권으로서의 생존권과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가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됐고요.” 콜럼비아 대학원 진학 후에는 3개월간 나이지리아에서 가난한 여성들에게 사업의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한 대출제도를 설계하는 지역 NGO에서 일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저와 같은 경험을 가진 아시아 여성들이 많지 않았어요. 다양한 나라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쳐 얻은 경험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안의 열정이 유엔에 입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어요.” 리더십과 매니지먼트, 휴머니티에 기반한 전문성 중요 1994년, UNDP에서 가장 낮은 직급으로 처음 일을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시간이 흘러왔는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모든 열정을 다 바쳐 일했다. 그녀의 인생을 영화로 찍으면 장르는 아마 스펙터클 스릴러 액션일 것이다. “소말리아에서 일할 때는 직무 중 사망한 지역 유엔 경비원의 가족이 보상금 액수에 항의하며 저를 납치하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어요. 쓰나미가 덮친 직후 인도네시아의 아체를 방문했을 때 받은 충격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홀로코스트 영화를 보는 듯 시체가 산을 이룬 엄청난 참사의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죠. 그곳에서 가족을 모두 잃은 한 할머니를 만난 것이 기억나요. 자식과 손자들을 잃고 혼자 남겨진 절망적인 상황에서 한때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항상 희망은 있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우리가 이토록 풍요롭고 안전한 환경에서 사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에요. 모든 사람이 이렇게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 있지는 않아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그들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유엔 내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이 분야에서 요구되는 핵심적인 능력으로 리더십과 매니지먼트, 그리고 프로페셔널리즘을 꼽았다. 다양한 실무 경험 역시 중요하다. 무엇보다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 역시 그간 많은 실수들을 했고 그러한 실수들을 통해 저의 처신과 능력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법을 배웠어요.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런 실수들을 통해 더욱더 많은 것을 보다 빠르게 배우게 될 거예요. 지금 저의 위치가 되면 사람들은 제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습니다. 젊어서 일을 시작할 때는 배워가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요.” 자기 자신을 잘 알고 무엇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인지를 자각하는 것 또한 그녀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실수할 수 있는 여유와 창의력, 혹은 혁신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멘토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국제기구 진출을 희망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모든 꿈을 가진 이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세계화와 기술의 발달로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적응하고, 지식과 정보를 더욱더 빠르게 받아들이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단 사람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마세요.” 손귀엽 국장에게 듣는 국제기구에 대한 궁금증 일문일답 Q 여성으로서 국제기구 진출과 근무 환경은 어떤가요? A 국제기구는 기본적으로 여성의 비율을 고려한 채용 절차를 밟습니다.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선발 과정에서 동점자가 생기면 여성 지원자를 우선적으로 뽑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성 근무자로서 근무 환경에 대해 보자면 출산휴가를 예로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보통 출산휴가가 4개월 주어지는 것으로 보아 다른 여타 직업보다 여성에게 적합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Q 유엔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어떤 언어가 유리할까요? A 절대적으로 영어가 중요하며 또 다른 언어도 하나 정도 할 수 있는 게 좋겠죠. 아프리카 쪽을 생각하면 프랑스어가 중요할 것이고, 스페인계 사람들의 국제기구 진출이 많으므로 스페인어도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랍어는 수요에 비해서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역시 많이 필요할 듯합니다. Q 봉사활동은 어디에서 하는 것이 좋을까요? A 개발도상국과 같이 많은 도움이 필요한 나라에 봉사활동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는 나라보다는 모르는 나라에 가서 경험한다면 물론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선호되는 직업이나 경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유엔에서는 선호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서류상의 경력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중요한 것은 유엔 직원으로서의 자질과 전문지식입니다. 이것은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따라서 모든 관련 분야가 유리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국제기구 진출 방법 ●JPO(Junior Professional Officer) 정부가 국제기구에 수습 직원을 일정 기간 파견하는 제도로 사회 초년생이 국제기구에 들어갈 수 있는 지름길로 통한다. 매년 1회 외교통상부가 주관하는 JPO 시험에 합격해 최대 2년간 실무 경험을 쌓고, 성과가 우수하면 정규 직원으로 채용될 수 있다. ● YPP(Young Professional Programme) 일부 국제기구에서 미진출 혹은 과소진출 상태에 있는 회원국 국민을 위해 운영하는 특별 프로그램이다. 일정 기간 유능한 젊은이들을 수습 직원으로 근무하게 한 뒤 성과가 우수하면 정규 직원으로 채용한다. ● Internship 정기적 인턴 선발 외에도 필요에 따라 수시로 모집한다. 유엔 사이트(www.un.org/youth)에서 여러 기구의 인턴십 기회를 확인할 수 있다. ● UNV(UN Volunteers) 여러 유엔 기구들의 개발, 인도적 지원, 평화 유지 업무와 연계해 활동하고 있으며 짧으면 3개월에서 길면 2년 정도 봉사하게 된다. 향후 유엔 정규직에 지원하는 데 필요한 업무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사이트(www.unv.org)를 방문해 희망자 명부에 자신의 이력과 관심 분야를 등록하면 된다. ● 공석공고 빈자리가 날 때마다 지원자가 직접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전 세계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므로 전문 분야에서 5~10년 정도의 경력을 쌓고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박동민>
- 이야기를 가져야 세계를 움직인다! 전 유엔거버넌스센터 김정태
- 2011. 10. 07 11:32 화제
- 꿈꾸어 이룬 일을 그만두고 다른 꿈을 위해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드물다. 사회적 기업가로 변신하기 위해 미래가 보장된 국제공무원직을 사임하고 유학을 준비하는 전 유엔거버넌스센터 팀장 김정태의 행보는 그가 걸어갈 길에 대한 기대를 더욱 크게 한다. 김정태(34) 전 팀장은 어렵게 관문을 통과한 유엔거버넌스센터 홍보팀장을 그만두고 곧 영국 유학길에 오를 예정이다. 그래도 백수와는 거리가 멀다. 베스트셀러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등 열 권에 달하는 책을 쓰거나 번역한 작가이며 ‘저자 100명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30명가량의 필자를 발굴한 ‘휴먼 벤처’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평범한 오늘의 일상에서 구체적인 스토리를 길어 올리는 재미, 작은 가능성들과 조우하는 경험은 그의 것만이 아니다. 유엔, 반기문 총장과의 각별한 인연 유엔거버넌스센터는 유엔 회원국이 자국 환경을 개선하고 공공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도록 돕는 사무기구로 유엔 산하기구 중 유일하게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다(‘거버넌스’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나 기업, 시민사회 등이 함께 결정하고 논의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그는 2007년 입사 당시에도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스토리의 힘으로 뚫은 전력이 있다. 당시 그의 나이가 서른, 대학원을 졸업했지만 유엔본부를 비롯한 인턴 경력 외에는 남다른 스펙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그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최종 선발된 데는 그간 꾸준히 써온 논문과 에세이의 공이 지대했다. 역대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쓴 그의 논문은 마침 반기문 총장의 유엔 입성으로 주목을 받아 「유엔 사무총장」이란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덕분에 이듬해인 2008년 반기문 총장이 방한했을 때 언론 담당 공식 수행원으로 각별한 연을 맺을 수 있었다. “제 전공은 한국사예요. 사회가 원하는 (스펙을 가진) 인재상은 아니었기 때문에 도전하거나 아니면 물러설 수밖에 없었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히려 약이 됐어요. 물론 저도 주목을 받고 최고가 되길 원했지만 장학금은 고사하고 자격증도 하나뿐이었어요. 고민하던 무렵 안도현 시인의 「연어」를 읽게 됐어요. ‘별을 더욱 빛나게 하는 까만 하늘처럼, 꽃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무딘 땅처럼….’ 이 문장이 제 삶의 표어가 됐어요. 모두가 장미고 별이면 아무도 반짝이지 못하지만 기꺼이 황무지가 되면 누군가를 아름답게 할 수 있어요.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몰라요.” 월드비전 창시자 밥 피어스의 인터뷰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이들의 배고픔을 아파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월드비전은 세계 1백여 나라에서 1억 명의 아이들을 돕느라 동분서주하는 국제기구가 되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인턴십 경험이 중요하다. 이는 한국의 대학생에게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은 물론, 국내 인턴십과는 달리 곧장 실무에 투입되어 구체적인 업무 경험을 하기 때문에 이후 취업에도 유용하다. 유엔의 경우 연간 3천여 명의 인턴을 뽑고 있으며 기본적으로는 무급이지만 향후 유엔에서 근무하게 될 때 절대적인 도움과 기준이 되며 타이밍만 좋으면 유급 혹은 계약직으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한 번의 고배를 마시고 두 번째 겨우 합격해서 출근했어요. 첫날부터 국제회의를 하는 130여 개국 대표단에게 나눠줄 자료를 복사하라는 임무가 떨어졌는데 건물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복사기 사용도 서툴러서 땀을 좀 흘렸어요. 결국은 복사본 중간에 빠진 부분이 발견되는 바람에 전부 회수해 다시 복사해야 했지요. 그 후에야 전문 직원이 하던 업무를 배정받아 인턴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을 하며 많은 배움과 보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국제기구에 지원하려면 해외 연수나 유학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현지인 수준의 언어구사 능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학 서열화나 학벌지상주의 등의 병폐와 무관하게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명심하자. 김 전 팀장의 경우도 국내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두 번의 인턴십을 해외에서 했을 뿐이다. 남을 돕고자 하면 움직이게 된다 원체 내성적이었던 그는 뜻하지 않게 이야기를 하거나 강의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어느새 이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조언을 요청하는 사람들이나 후배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했고, 스스로도 매번 새롭게 정리해 말할 수 있게 됐다. 세심한 기획과 투자로 세 명의 베스트셀러 작가를 만들었지만, 출판사와 컨설턴트 일은 월급조차 받지 않는다. 그저 즐겁기 때문에 하는 일이다. 이참에 그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 조금 더 체계적으로 남을 돕기 위해 과감히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 향후 1년간 런던 헐트경영대학원(Hult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에서 1년의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을 이수할 예정이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앞으로 10년을 내다봤을 때 결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직장생활은 당초 3년을 계획했는데 벌써 5년이 됐어요. 근무하는 동안 제 잠재력이나 관심 분야가 사회적 기업가 정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덕분에 과감히 도전하기로 했어요. 자녀들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면 지금의 도전이 설령 실패하더라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용기가 없어 차마 하지 못했다면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겠어요.” 그에게는 텔레비전도, 차도 없다. 그렇다고 언제나 일만 하는 건 아니고 편리함과 순간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삶에 조금 더 주체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5년여의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1시간 정도의 거리를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며 업무는 물론이고 상념을 가다듬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효율적으로 근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얘깃거리가 없어졌다면 책을 읽거나 재능을 계발하는 데 투자하세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그저 사는 대로 살 수밖에 없으니까요. 남이 정해놓은 길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걸으면서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시간을 확보했어요.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거지요.” 남과 다른 삶은 언제나 듣는 이를 매혹시키는 힘이 있다. 그가 자신을,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에 게으르지 않은 까닭이다. 남들처럼 결혼식을 올리지도 않았다. 연합동아리 활동을 통해 알게 된 부인 오사라씨와 결혼식 대신 아름다운가게의 공정무역 커피를 하객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티백과 공정무역 커피 안내서를 함께 선물 포장하고, 시음 행사까지 진행했다. 그렇게 결혼식 아닌 결혼식이 무사히 끝나고 난 후에는 커피 구입 문의가 빗발치는 바람에 하객들의 ‘구매 대행’을 하느라 바빴다며 웃음을 지었다. “공정무역이라는 가치가 저희의 결혼과 개인적인 스토리를 통해 큰 호응을 얻은 셈이지요. 이렇게 가치 있는 ‘무언가’일수록 ‘이야기’라는 접촉점을 필요로 합니다. 사실 아내와 저는 거의 극과 극이라고 할 만큼 달라요. 아내는 암벽 등반을 좋아하고 국기원에 다니며 여자 축구단활동도 하는 열혈 여성이거든요(웃음). 결혼 초기엔 많이 싸우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타협점을 찾고 또 서로의 좋은 점을 본받는 중이에요.” 자상한 아빠가 아들에게 줄 수 있는 것 그래도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일에는 시간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이제 22개월 된 어린 아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출장차 방문한 30여 개국에서 엽서를 써 보내기도 했다. “아이가 세계의 어떤 일이든 잘 반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글을 못 읽지만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되겠지요. 얼마 전 말라위(아프리카 남동부의 내륙국가)에서도 ‘여기는 초등학교에도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 너는 축복된 삶을 살고 있단다’라고 썼어요.” 그도 선물 같은 추억이 있기 때문에 아들에게는 더 좋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글쓰기에 소질이 있으니 열심히 하라”라며 선물한 5단 자동 필통은 그의 잠재력에 불을 붙인 촉매제가 되었다. 글 쓰고 책 읽는 건 좋아했지만 우등생은 아니었다. 고교 시절 노력한 덕에 턱걸이로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사실 뛰어나다고 할 만한 스펙도 갖추지 못했다. 그보다 훨씬 돋보이는 것이 바로 그의 ‘이야기’다. 좋아하는 일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길을 정해왔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가진 사람은 스펙도 갖춰지는 것 같아요. 잘하는 것을 정하고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히 이뤄지니까요. 스펙을 얻는 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방황하게 되고 오히려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가 어렵지요. 스펙은 미래에 뭘 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지는 않으니까요.” 사람들이 유엔(UN)에 대해 자주 묻는 몇 가지 나중에 유엔에서 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 유엔에 몸담고 싶다면 먼저 유엔에 대해 공부하고, 친구가 되세요. 그러고 나면 결코 힘든 일이 아닐 겁니다. 가난, 에이즈, 기근, 물 부족, 무장 분쟁, 난민, 인권 문제 등 그 어떤 나라의 어떤 기관도 유엔만큼 인류의 진실을 대면하려고 애쓰는 곳은 없습니다. 다그 함마르셸드 2대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은 인류를 천국으로 이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옥에서 구출하기 위해 존재한다”라고 말했던 것처럼요. 현장 경험은 어떻게 쌓을 수 있나요? - 해외 현장 탐방도 좋지만 여의치 않다면 한국에서 진행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해 실질적 경험을 쌓으세요. 이를 토대로 얻은 문화적 감수성과 경험을 스토리로 잘 녹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온라인 카페나 외교통상부, 유엔 관련 사이트 등을 통해 사례를 접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니 잘 활용하면 됩니다.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해야 하나요? - 국제적인 기구이니만큼 해외 근무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영어 구사력은 필수인 셈이지요. 유엔 본부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으로 사용하지만 사무실에서는 대부분 영어를 쓰기 때문에 적어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는 정도가 되어야겠지요. 국제기구 초급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공식 영어 성적을 제출해야 함은 물론이고 국문 인터뷰, 영문 인터뷰 및 논술, 제2외국어 면접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김정태씨는… 고려대에서 한국사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제기구를 공부했다. 헤리티지재단 객원연구원, 유엔 사무국 컨설턴트 등을 역임했으며 2007년부터 지난 8월까지 유엔거버넌스센터 홍보팀장으로 근무했다. 비전과 리더십, 청년 역량 개발 등을 주제로 강의를 해왔고 「최신 유엔 가이드북」, 「유엔사무총장」,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등 다수의 책을 썼다. 국제활동가, 사회적 출판기획가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이야기를 써 나가고 있는 이 시대의 젊은 리더 중 한 사람이다. 트위터 @theUNtoday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이성원 ■장소협찬 / 작은숲(02-734-9465) ■참고서적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갤리온), 「최신 유엔 가이드북」(럭스미디어)>
- [자녀교육 특집]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로 선정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 2008. 08. 22 화제
- 한국인으로선 최초로, 역대 여덟 번째로 유엔을 이끌고 있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취임 1년 6개월 만에 고국을 찾았다. 어려운 학창 시절을 거쳐 유엔 사무총장이 된 그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메시지.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 한국인으로 최고 국제기구의 최고위직에 오른 반기문(64) 총장은 1백91개국 회원국이 가입해 있는 유엔과 1만4천8백 명의 다국적 직원을 거느린 유엔 사무국을 이끌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 5월, 미국 메릴랜드대학의 국제정책태도프로그램(PIPA)이 운영하는 월드 퍼블릭 오피니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다. 20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세계 주요 지도자 8명에 대한 신뢰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 총장이 유일하게 절반이 넘는 국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로 뽑혔다. 비교 대상 8명의 세계 지도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등이다. 반 총장 취임 후 1년 반을 돌이켜볼 때 누구나 이야기하는 건 그의 외교 활동이다. 불과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미루어 짐작컨대, 그가 역대 유엔 사무총장 중 가장 많은 외교 현장을 돌아다닌 총장으로 이름을 남길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반 총장은 작년 1년 동안 6대륙 40개국을 방문했다. 올 들어서도 벌써 지구를 여섯 바퀴 돈 거리인 15만5천 마일을 날아다녔다. 반 총장은 세계 최악의 분쟁 지역으로 꼽힌 수단 다르푸르부터 지구 온난화 문제의 현장인 남극과 아마존에 이르기까지, 직접 발로 뛰며 국제 사회의 주목을 촉구했다. 그는 또 재난 지역을 찾아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지원책을 모색했고, 식량 위기의 해결을 위해 로마에서 식량안보정상회의를 열기도 했다. 실로 눈부신 활약이다.1년 6개월 만의 고국 방문 지난 7월 초, 반기문 총장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뒤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한 것이다. 반 총장은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7월 3일 오후 1시, 베이징에서 특별기 편으로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에 도착한 반 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특별기에서 내린 그는 “정든 고국을 찾아와 국민들께 인사드릴 수 있어 너무 기쁘고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반 총장은 방한 기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한승수 국무총리, 유명환 장관 등과 회담을 가졌다. 그는 한국과 유엔의 협력 관계와 국제 식량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고, 국제 사회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반 총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시장 개방으로 불거진 촛불 집회가 두 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7월 4일 이뤄진 한승수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였다. “국민들이 정부를 적극적으로 믿고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해요. 한국 정부와 국민이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잘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반기문 총장의 특별 연설을 경청하고 있는 부인 유순택 여사의 모습.방한 기간 동안 반 총장은 고향을 방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고향인 충북 음성에는 그의 노모가 머물고 있다. 고향을 방문한 반 총장은 어머니를 만나 얼싸안았다.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 고향 방문이 많이 아쉬웠는지, 그는 “다음에 공식 방문이 아니고 휴가차 방문하면 많은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나의 학창 시절 이야기 반 총장은 지난 7월 5일, 청주대학교에서 열린 ‘제14회 전국 대학생 모의유엔대회’에서 특별 연설을 했다. 당일 청주대학교는 반 총장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여든 학생들과 반 총장의 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지역 주민들로 붐볐다.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청주대학교를 찾은 그는 “젊은 얼굴들을 마주하고 보니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운을 뗀 뒤 자신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제가 대학교 1학년이던 1962년은 지금 여러분들이 보는 세상과는 많이 달랐어요. 그때는 문자 메시지가 아닌 편지를 주고받았고, 텔레비전은 흑백으로 채널도 한 개뿐이었어요. 전화기도 유선 전화기밖에 없었고, 유선 전화기마저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죠. 음악은 검은 비닐로 된 둥근 디스크 판에서 흘러나왔고요. 컴퓨터도 없었고 인터넷도 없었어요. 그래도 우리에겐 꿈과 이상이 있었어요. 전쟁 세대였지만 마음속에는 평화와 안정, 그리고 밝은 미래에 대한 큰 희망을 품고 있었죠.” 학창 시절, 그저 열심히 공부하면 어떤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는 반 총장. 그는 이미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러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반 총장이 충주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일 때, 대한적십자사 주관 전국학생영어웅변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해 백악관을 방문,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경험은 당시 고등학생이던 반 총장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당시 저는 ‘미래의 나와 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그때 외교관이 되면 조국을 위해서 훌륭하게 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을 먹게 됐죠. 그게 바로 제가 여기 서 있는 이유이고,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해요.”한승수 국무총리와의 인연 반 총장은 젊었을 때 꿈과 열망을 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관한 또 하나의 사례를 들려주었다. 한승수 국무총리 이야기다. 그는 한 총리가 2001~2002년 유엔 총회 의장으로 지낼 당시 비서실장으로 함께 일한 바 있다. “한승수 총리가 유엔 총회 의장이었을 때 그분과 함께 일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어요. 그때 저는 그분이 국제 공동체에 봉사하겠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서 그 자리까지 오게 됐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그분은 1940년대, 춘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당시에 언젠가 유엔 총회의 의장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고 해요.” 당시 한국은 유엔 회원국조차 가입되지 않았을 때이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꿈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엔 옵서버로 참가한 뒤 30, 40년이 흐른 1991년이 돼서야 유엔 정회원국이 됐 다. 한승수 총리는 2000년, 유엔 총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저와 그분 세대는 유엔이 우리나라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를 보며 자란 세대죠. 전쟁으로 찢겨진 가난한 한국에서 자랄 때 유엔은 우리에게 희망과 양식을 주었고, 안전과 존엄을 보장해주었어요. 이러한 경험이 공적인 봉사를 통해 우리가 받은 도움을 조금이나마 돌려주고 싶어 하는 한승수 총리나 저 같은 대한민국 국민을 키워낸 것이라고 생각해요.” 반 총장은 이날, 청주대학교에서 진행된 모의유엔대회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 대회는 정말 좋은 훈련의 장이에요. 여러분은 어느 한 나라의 대표가 되어 그 나라의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을 내세우는 여러 나라 대표와 회의를 해야 할 거예요. 여러분은 자신이 반대하는 의견들까지 분석하고 모든 당사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건설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는 훈련을 할 수 있어요. 미래에 필요한 리더십을 준비하는 데 외교적 기술을 기르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여러분이 실제로 일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해요. 여러분과 저의 차이가 있다면, 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일을 하는 것이고 여러분은 유엔에서 논쟁 중인 여러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뿐이니까요.” 이어 그는 젊은이들이 어떤 길을 선택하든, 관심을 유엔에 두고 유엔의 높은 목표를 지원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 유지 활동, 빈곤 구제, 기후 변화, 세계 보건에서 안보와 인권의 위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사실 매우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에요. 그러나 유엔은 새로운 도전들에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증명해왔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세계가 항상 의지할 수 있는 유엔을 만들어 가기로 결심했어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날 세계가 그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의 에너지와 지성이에요.”한국의 젊은이들을 위한 조언 연설 말미, 반 총장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진심 어린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 가운데 하나는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여러분은 안정적이고 부유한 나라에서 자라고 있어서 그런 환경에 안주하기가 쉬울 수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들의 현재와 하고 있는 일에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말았으면 해요. 세계는 훨씬 넓고 커요. 여러분들이 여기 앉아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여러분은 변화의 세대예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세계를 변화시켜야 해요. 여러분이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해서 지구 공동체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에 맞서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거예요.” ‘변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던 그는 뒤이어 ‘세계 시민’이 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분은 한국인이지만 그 경계를 넘어 또 세계 시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한국은 아직 세계 강대국이 아닐지 모르지만 앞으로 세계적인 국가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한국인은 세계 시민이 될 수 있죠. 여러분 나이에는 세계가 어떠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여러분 자신의 꿈과 생각을 가져야 해요. 현실이라는 땅바닥에 두 발을 굳건히 딛고, 하늘의 별들(이상)에 두 손을 뻗어야 해요. 그런 뒤 하늘의 별들을 향해 날아올라가야 하는 거예요.” 반 총장의 특별 연설은 비록 길진 않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그의 말은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고도 남았다. 그의 연설을 들은 한 학생은 반 총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일지 궁금하다고 했다. 반 총장은 예의 그 옅은 미소를 지은 뒤 답변했다. “누구나 자신의 영웅이 있을 거예요. 모든 사람은 자신이 닮고 싶은 역할 모델이 있죠. 물론 저도 있어요. 그러나 밝히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거든요. 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세계의 매우 많은 곳을 돌아보았고, 제가 갔던 거의 모든 장소에서 인류를 위해서 어떤 조건도 없이 헌신적으로 일하는 분들을 만났어요. 그분들은 어떤 이득을 보고자 혹은 개인적인 안락을 위해서 일하지 않아요. 인류를 위해 일을 하는 거죠. 저는 그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인류를 위해 조건 없이, 헌신적이고 인도주의적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존경한다는 반기문 총장. 우리가 반기문 총장을 존경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이성훈, 경향신문 포토뱅크
- 자선공연 어디든 달려가는 ‘독수리 5형제’ 남성중창단 ‘유엔젤’
- 2007. 12. 20 화제
-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계층이 얼마 되지 않는 현실임에도 최근 주목할 만한 남성 중창단이 등장했다. 늦가을에 만난 환상적인 화음과 하모니의 주인공은 올 2월 창단된 남성 중창단 유엔젤이다. 연예인급의 비주얼과 성악가다운 실력을 겸비한 이들은 소외된 곳에 사랑을 전하고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한다.발군의 실력 자랑하는 클래식 남성 중창단 경기도 분당의 한적한 어느 주택. 가정집이 아니라 유엔젤 남성 중창단의 연습실이다.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청명한 화음이 늦가을 낙엽과 어우러져 근사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시커먼’ 남성 5명으로 이뤄진 중창단 멤버들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6개월간 수차례의 오디션과 콩쿠르를 통과한 성악 전공자 중에서도 실력을 갖춘 이들로만 구성된 남성 중창단 유엔젤(U ANGEL)이다. 추계예술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다른 프로팀에서도 활동했던 맏형 신상진(29)씨가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맡은 파트는 베이스.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허영민(28)씨, 서울대 김유중(23)씨, 추계예술대학 김영우(22)씨가 함께 테너를 맡고 있다. 장신대학교 성악과 3학년인 지현식(24)씨는 바리톤. 중창단 멤버는 5명이고 반주까지 도맡은 박지향 단장이 이들과 그림자처럼 함께한다. 2월 말 창단됐으니 아직은 팀 컬러를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유엔젤 중창단은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문화 소외지역 방문 공연으로 음악을 통해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려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2월 26일 창단했으니 열 달도 채 되지 않았지요.” 박 단장이 중창단의 설립 배경을 설명한다. 유엔젤 남성 중창단의 모체가 된 (주)유엔젤은 국내 이동통신망과무선인터넷 솔루션 부문의 선두자리를 지켜온 벤처기업이다. 해외시장에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2003년 벤처기업으로는 최초로 거래소에 상장했다. 박지향 단장(490페이지 사진 가운데)은 최충열 대표이사의 부인이기도 하다. 유엔젤 중창단은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자 하는 뜻에서 창단한 이래 4월 27일 중국 나환자 돕기 자선음악회를 시작으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불러주는 곳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 미국 등 해외 초청 음악회 외에도 병원, 군부대, 분기별 자선음악회, 중증 장애인 시설, 교회 등을 돌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리더로 ‘잡일’을 도맡고 있다는 신상진씨는 “제가 가진 재능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한다. 노래 실력을 뽐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듣는 이들에게 훌륭한 노래 이상의 것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러시아 우수리스크 시 창립 기념 음악회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는데요. 시청 광장에 설치된 무대와 음향시설이 좀 열악했어요. 그곳 분들이 우리 노래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고 현지 스태프에게 아쉬움을 토로했을 때, ‘이렇게 먼 곳에서도 우리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구나’ 무척 보람을 느꼈지요.” 유엔젤은 일개 중창단이지만 봉사활동에 더욱 매진하고픈 꿈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일체 공연 출연료를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차비를 극구 사양하지 못할 때는 적립해두었다가 해비타트(Habitat:사랑의 집짓기 운동본부) 같은 공익단체에 기부한다고. 가족 같은 팀워크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하모니 지난 11월에는 그간의 활동이 작은 결실을 맺기도 했다. 유엔젤 중창단이 세계적인 구호 단체인 선린회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것. 박 단장은 “창단 후의 여러 활동을 인정받은 것도 기뻤지만 앞으로 더욱 ‘음악을 통한 봉사’에 비전을 품는 계기가 됐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유중씨는 “클래식으로 승부하는 중창단은 흔하지 않아요. 더 다양한 레퍼토리와 기획으로 문화 소외지역에 다가가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일본 여러 지역의 한인 음악회와 미국 순회 연주, 러시아 초청 음악회 등을 통해 멤버들의 실력과 경험이 나날이 쌓이고 있다. 해외 연주가 처음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는 바리톤 지현식씨.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바쁘고 힘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의미 있는 일들을 통해 오히려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더 많은 것을 배우지요. 장차 할 뮤지컬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되고요.” 테너 허영민씨도 첫 사회활동을 통해 배우는 것이 무척 많아 감사할 뿐이라고. “제가 가진 달란트(재능)가 노래밖에 없으니까요. 노래를 통해 맺어진 공동체인 유엔젤 활동이 제겐 생활의 큰 부분이지요. 다들 학교생활에 바빠서 주중에는 얼굴 보기 힘들지만 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정도 많이 들었구요.” 막내 김영우씨도 “스스로도 그렇지만, 유엔젤이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냥 즐겁다”고 한다. 함께 호흡을 맞춘 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다. 틈날 때마다 모여 연습과 공연을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가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자녀가 없는 박지향 단장은 뒤늦게 다섯이나 생긴 아들들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 반주하랴, 매니지먼트 하랴, 보호자 노릇 하랴 눈코 뜰 새 없지만 언제부턴가 ‘엄마’라 부르면서 친엄마처럼 따르는 멤버들이 예쁘기만 하다. 오는 12월 6일에는 유엔젤 창단 음악회를 열고 더욱 활동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 먼 훗날 구호재단 설립의 초석이 될 유엔젤 중창단의 날갯짓이 궁금하다면 이들의 공연을 기대해봄 직하다. 공연 문의 010-9055-8885 ■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위성은 객원기자 ■사진 / 이성훈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