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102 건 검색)
- ‘응급실 뺑뺑이’ 없게···전북형 응급환자 이송체계 구축
- 2024. 12. 23 14:57사회
- .... 전북도는 지난 11월부터 시범운영을 한 결과 의정갈등 이후 하루평균 4.31건에 달하던 ‘1시간 이상 응급실 대기’ 건수가 하루평균 3.06건으로 29% 감소했다. 병원 이송 시간도 평균 19분 42초에서 평균...
- 응급환자응급실뺑뺑이전북소방본부
- 입원율 5배, 응급실 이용률은 3배···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아프다
- 2024. 12. 18 06:00사회
- ....5%에 그쳤다. 반면 연간 입원율은 이주 아동이 36.8%로 한국 아동(6.8%)에 비해 5배 이상 높았다. 응급실 이용률도 24.6%로 한국 아동(8.3%)에 비해 3배 가량 높았다. 보고서는 “이주민 영유아들이 적절한...
- 수로에 빠져 의식 잃은 80대, 12번 문의 끝에 광주 응급실 이송
- 2024. 12. 18 01:13지역
- ... 수용 불가 입장을 전해왔다. 소방당국은 결국 광주지역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 과정에서 각 병원 응급실에 연락을 계속 시도했다. 그러다 12번째로 연락을 한 광주 병원에서 수용 의사를 밝혔고 가까스로...
- 전국 첫 ‘응급전문간호사 소방관’ 김민정 소방위
- 2024. 12. 11 20:12사회
- ... 전국 소방공무원 최초로 응급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응급전문간호사는 심근경색·뇌졸중 등 중증 응급환자에게 응급 시술을 시행하는 간호사로, 주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진료지원(PA·Physician...
스포츠경향(총 461 건 검색)
- ‘심혈관질환’ 강원도 고성 응급환자, 초고령 위중 환자 건강 되찾아
- 2024. 11. 17 09:50 생활
- 의정부을지대병원 의료인 전용 핫라인이 환자 골든타임 지켜내 강원도 고성에서 이송된 심혈관질환 응급환자 A씨가 퇴원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의정부을지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좌측부터 송현 교수, 유양기 교수) 심뇌혈관 네트워크 시범사업 선정기관인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원장 이승훈)이 중증의 심혈관질환 환자 2명을 살려냈다. 특히, 이번 생명이 위중한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이 심장 및 뇌혈관질환 응급환자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진료를 위해 구축한 ‘의료인 전용 핫라인(Hotline)’이 덕분이었다. 12일 의정부을지대병원에 따르면 강원도 고성에 사는 A(57, 남)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12시 30분경 일상생활 도중 흉통이 발생해 속초의료원을 방문한 결과 급성심근경색 의심 소견이 나왔다. 속초의료원에서 남양주현대병원으로 전원된 A씨는 심혈관조영술 결과 좌전하행지 관상동맥이 꽉 막힌 상태였다.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은 크게 ▲좌전하행지 ▲좌회선지 ▲우관상동맥 등 3개로 이뤄져 있다. 이 3개 중 하나라도 막히면 심장에 혈류 공급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심장근육의 괴사가 진행돼 심장마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양주현대병원 의료진은 같은 날 오후 의정부을지대병원 의료인 전용 핫라인을 통해 환자 상태를 공유하고 전원을 요청, 의정부을지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유양기 교수는 신속한 수술이 이뤄지지 않으면 환자가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응급상황이라는 것을 감지하고 즉시 전원을 수락했다. 의정부을지대병원과 남양주현대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심뇌혈관질환 문제해결형 진료협력 네트워크 건강보험 시범사업’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이다. 이날 오후 11시 21분 의정부을지대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유양기 교수의 집도로 무인공심폐기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았고, 수술 후 일주일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초고령의 심혈관질환 환자가 응급 수술로 건강을 되찾기도 했다. 의정부에 거주하는 B(90, 여)씨는 요양원 입소 검진을 받던 중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 의정부 백병원으로 이송돼 급성대동맥박리증 진단을 받았다. 의료인 전용 핫라인을 통해 같은 날 오후 5시 14분 의정부을지대병원으로 이송된 B씨는 2시간여 만인 오후 7시 33분 응급 수술에 들어갔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이준 교수는 대동맥 치환술을 시행, 수술은 약 4시간만에 마쳤으며 B씨는 현재 일반 병동에서 회복 중이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유양기·이준 교수는 “심혈관질환은 발생 후 1시간에 2%씩 사망률이 증가하는 초응급환자다. 두 환자 모두 상태가 안 좋아 1분 1초가 소중한 상황이었다”며 “의료진 핫라인 덕분에 준비시간을 최대한 줄였고 신속하게 수술에 들어가 무사히 환자를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B씨의 경우 90세의 초고령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좋은 결과라 할 수 있고, 여러 병원이 평소 협력과 소통으로 상호 유기적인 체계를 유지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정부을지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는 8차 관상동맥우회술 적정성평가에서 사망률 0%, 재원기간이 타 병원 평균 재원기간의 1/3 수준으로 1등급을 획득했다.
- 한가인, 먹방 후 죽을 뻔했다…“응급실 실려가 위 검사, 앉지도 못해”
- 2024. 11. 14 14:05 연예
- 유튜브 ‘자유부인 한가인’ 배우 한가인이 응급실에 실려간 사연을 공개했다. 13일 유튜브 채널 ‘자유부인 한가인’에는 “최초공개! 한가인이 25년동안 꾸준히 챙겨먹은 영양제 30종 (PPL 아님)”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에서 한가인은 보관 중인 건강기능식품을 보여줬고, 제작진은 “이게 미모 비결이냐”라며 감탄했다. 이에 한가인은 “그렇다. 동안 비결이라고 하자”며 “제가 뭘 조금 잘못 먹으면 위가 안 좋다. 속이 안 좋으니까 컨디션이 안 좋아지더라”라고 말했다. 유튜브 ‘자유부인 한가인’ 이어 “제일 먼저 소화가 잘 돼야 화장실 잘 가고 그래야 낯빛이 좋아진다. 컨디션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한가인은 최근 촬영으로 인생 첫 불닭볶음면을 먹고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밝히기도. 그는 “응급실에 실려가 위 검사를 했는데 멀쩡하다고 하더라. 난 그날 정말 죽을 뻔했다. 그 다음날 일어나 앉지를 못했다. 너무 아팠다”며 심각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한편, 한가인은 배우 연정훈과 약 2년의 교제 끝에 2005년 4월 결혼했으며 1남 1녀를 뒀다.
- [전문] ‘예비 아빠’ 홍진호, 기흉으로 응급 수술 “심한 상태”
- 2024. 11. 05 15:22 연예
- 프로게이머 출신 포커 플레이어 겸 방송인 홍진호. 경향 DB 프로게이머 출신 방송인 홍진호가 기흉으로 응급실에 다녀온 사연을 전했다. 홍진호는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얼마 전 생일날 갑자기 가슴이 찌릿하고 숨쉬기가 불편한 증상이 나타났고 생전 처음 겪는 고통에 놀라 바로 인근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고 전했다. 갑자기 찾아온 통증의 원인은 기흉이었다. 홍진호는 “좀 심한 상태라 의사선생께서 바로 큰 병원 응급실로 가서 수술을 해야 할 거 같다는 말에, 바로 큰 병원 응급실로 직행했습니다”라고 적었다. 홍진호는 “접수 후 바로 입원 수속하고 폐에 흉관 삽입(극악고통) 후 상태를 지켜보다가 금일 막 수술 일자가 잡혀 수술을 잘 마치고 나왔다. 아직 회복이 덜 되고 수술 직후라 한동안 더 입원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다행히 중요한 상황은 잘 넘긴 것 같다”는 근황을 전했다. 이어 “예전에는 이렇게 아픈 적도 별로 없었거니와 가끔 아파도 그냥 버티고 병원도 안 가고 그랬었는데 가족이 생기고 지켜야 할게 생기고 난 후론. 뭔가 겁이 엄청 많아진 것 같다”며 “이제 평소에도 건강 많이 챙겨야 할 것 같다. 터지는 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훅 나온다. 다들 건강검진도 꾸준히 받으시고 항상 건강 유의하시길 바란다. 건강이 최고”라고 덧붙였다. 한편 홍진호는 지난 3월 10세 연하 연인과 3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또한 그는 결혼 2개월 만인 5월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전해 많은 축하를 받았다. 이하 홍진호 SNS 글 전문 얼마전 생일날 갑자기 가슴이 찌릿하고 숨을 쉬기가 불편한 증상이 나타났고 생전 처음 겪는 고통에 놀라 바로 인근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진단 결과 기흉. 그것도 좀 심한상태라 의사선생께서 바로 큰 병원 응급실로 가서 수술을 해야할거 같다는 말에, 바로 큰 병원 응급실로 직행 접수후 바로 입원수속하고 폐에 흉관삽입(극악고통)후 상태를 지켜보다가 오늘 막 수술일자가 잡혀 수술을 잘 마치고 나왔습니다. 아직 회복이 덜 되고 수술직후라 한동안 더 입원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다행히 중요한 상황은 잘 넘긴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아픈적도 별로 없었거니와 가끔 아파도 그냥 버티고 병원도 안가고 그랬었는데 가족이 생기고 지켜야할게 생기고 난후론. 뭔가.. 겁이 엄청 많아진것 같습니다. 어후. 이제 평소에도 건강 많이 챙겨야 할것 같습니다! 터지는건 생각지도 못하상황에 훅 ~~ 나오네요 다들 건강검진도 꾸준히 받으시고 항상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건강이 최고ㅠ
- 이서진, 주연 고충 토로 “매일 밤새···응급실서 링거 맞아” (틈만 나면,)
- 2024. 10. 28 17:14 연예
- SBS ‘틈만 나면,’ 배우 이서진과 유연석이 15년 전 인연을 밝혀 눈길을 끈다. 29일 첫 방송되는 SBS ‘틈만 나면,’은 일상 속 마주하는 잠깐의 틈새 시간 사이에 행운을 선물하는 ‘틈새 공략’ 버라이어티. 6개월 만에 돌아온 9회 방송부터 2049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굳건히 유지하며 기분 좋은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닐슨 코리아 기준) 유연석과 이서진은 2009년 드라마 ‘혼’ 촬영 당시를 회상해 흥미를 높인다. 유연석은 “요새는 나이가 들어서 밤 씬 들어가면 눈이 꺼지기 시작한다. 옛날에 형이랑 찍을 때는 신인이고 어리니까 밤새도 열정이 있었다”부쩍 달라진 체력을 언급한다. 이서진은 “그때 내가 한 30대 후반이었는데, 나이 들면 체력 때문에 주인공을 못하겠구나 싶었다. 매일 밤을 새우니까”라며 치열했던 당시를 떠올려 유연석의 공감을 산다. 이에 유연석이 “차에서 이동 때만 자고 그랬다”라고 밤샘 촬영의 고충을 토로하자, 이서진은 “시간 가면 응급실 가서 링거 맞고 그랬다”라며 덧붙여 ‘방송 고수’ 유재석도 깜짝 놀라게 한다. 한편 유연석이 ‘게임 구멍’에 등극, 이서진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조련을 혹독하게 당한다고 해 궁금증을 폭발시킨다. 유연석을 진땀 나게 만든 게임은 ‘펜싱 칼로 과일 찌르기’. 유연석은 앞서 반전의 한 방을 선보이며 게임을 주도했던 바 있지만 유독 이서진 앞에서는 게임 구멍으로 전락하고 만다. SBS ‘틈만 나면,’ 이에 이서진은 “연석이가 먹는 건 섬세한데 운동은 아니야”라고 돌직구를 던진 후 연습을 하는 유연석의 모습을 보더니 “연석이가 폼은 좋은 데 왜 맞추질 못하니?”라고 칭찬과 질책을 함께 해 유연석을 울컥하게 한다. 이에 유연석은 “형 나 원래 한 방 있는 사람이야”라고 발끈하며 복수를 다짐한다고 해 이날 이서진에게 게임 구멍으로 인식된 유연석이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지 기대를 자아내게 한다. 유연석이 이서진과 유재석에게 막내미를 발산하며 각별한 사랑을 과시한다. 대중교통을 기다리던 중 운동 용품점을 구경하는 유연석에게 이서진은 장갑을, 유재석은 골프공을 선물하는 통 큰 동생 사랑을 시전한 것. 유연석이 장갑에 관심을 보이며 한 개를 집자 뒤에서 지켜보던 이서진은 “한 개만 사?”라더니 유연석이 “여러 개 사줄 거예요?”라고 묻자 흔쾌히 “사줄게”라며 보조개 미소를 지어 그간의 설움을 단숨에 녹인다. 이에 만개 웃음을 짓는 유연석을 바라보던 유재석은 “서진이 형이 사 준 골프장갑, 내가 사 준 골프공. 집 갈 때 얼마나 뿌듯하겠어”라며 유연석을 향한 애정을 숨김없이 발산한다. 과연 유연석은 15년 인연 이서진의 단짠 조련에 힘입어 게임 구멍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간경향(총 11 건 검색)
- 백약이 무효…위기의 응급실(2024. 09. 09 06:00)
- 2024. 09. 09 06:00 사회
- 의료공백 7개월에 응급의료 역량 한계…정부 대책도 역부족 추석 앞두고 초비상…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처방 필요성 대두 지난 9월 3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 구급차가 환자 이송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의·정 갈등 이전 전공의까지 25명이 근무하던 이 병원 응급실에는 전문의 8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병원은 매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 30분까지 성인 진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조태형 기자 지난 8월 4일 오후 8시 4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2세 여아가 열을 동반한 경련 증상을 보였다. 신고를 받고 소방 구급대원이 나섰지만, 곧장 출발하지 못했다. 진료할 수 있는 응급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듭된 전화 문의 끝에 신고 후 1시간이 지난 뒤에야 12번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아이는 한 달째 의식불명 상태라고 한다. 지난 9월 1일에는 서울 강남구에 사는 40대 여성이 ‘안약과 착각해 눈에 순간접착제를 넣었다’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신고가 소방에 접수됐다. 출동한 구급대원이 20곳이 넘는 병원에 전화를 돌렸지만,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찾지 못했다. 환자에게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을 때는 응급실 문턱도 밟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원생 A씨는 지난 8월 경북 지역에서 산길을 걷다가 넘어져 손목이 부러졌다. 오후 늦은 시간 인근의 병원에서 간단한 처치를 받았는데 큰 병원에서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A씨가 서울로 돌아와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은 시각은 오후 10시 무렵. 고통을 줄이고 현재 부상 부위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정확히 알고 싶었지만, 응급실 진료를 받을 수는 없었다. 응급실이 있는 수도권의 병원 몇 곳에 전화로 진료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긍정적으로 답변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의료공백 7개월, 응급의료 역량은 한계에 달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진단은 현장과 온도 차를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29일 “의료현장을 가보시라. 여러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일단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4일 심야에 경기도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응급의료가 필수의료 중 가장 핵심인데 국가에서 제대로 관심을 가지고 도와드리지 못한 것 같아 참 안타깝다”고 했다. 진단이 정확해야 해법도 찾을 수 있다. 정부는 응급실 과부하에 응급실 전문의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군의관 및 공보의 등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대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상황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싸늘한 평가가 나온다. 당장은 ‘백약이 무효하다’는 암울한 전망 속에 반복되는 응급실 위기를 막기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네가 나가면 내가 죽는다 가장 심각한 위기에 노출된 것은 평소에도 취약했던 지방 의료다. 지역의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일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는 “계속 주말 없이 일하고 있다. 원래도 지역에서 주요 기능을 담당하던 거점병원은 상황이 더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의료진이 부족하니까 중증 환자 위주로 볼 수밖에 없다. 소방에서 환자를 보내도 되냐고 연락이 와도 경증일 가능성이 있으면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응급실이 한계에 봉착한 첫째 원인은 일손 부족이다. 전국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는 지난해 4분기 2600여명에서 지난 8월 기준 1700여명으로 줄었다. 전문의는 소폭 늘었지만 일반의, 인턴, 레지던트가 700명 넘게 줄었다. 남아 있는 의료진은 과부하에 걸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사태가 길어지면서 체력이 소진된 전문의들의 사직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 15명의 의사가 근무하던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은 최근까지 8명이 사직하면서 지난 9월 1일부터 성인에 대한 야간진료를 중단했다. 건국대충주병원도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이 전원 사직서를 냈다. 잔류를 설득해 2명이 계속 근무하기로 했지만, 야간과 주말에는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4일 전체 응급실 409곳 중 운영을 부분 중단한 응급실이 5곳이라고 밝혔다. 언제 어디에서 추가로 운영을 중단하는 병원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지역의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일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B씨는 “전보다(전공의 이탈이 시작된 지난 2월 이전) 업무강도는 2~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상태가 7개월까지 이어지다 보니까 우리 병원에도 사표를 쓰고 쉬고 싶다는 의사가 많다. ‘네가 나가면 내가 죽는다’고 겨우 설득해서 잡아두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러니 분원 응급실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야간 근무를 축소하고 있다”고 했다. 배후진료가 어려운 진료과가 늘고 있다는 점도 응급실 위기의 원인이다. 응급실은 응급처치를 마친 환자를 중환자실 등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진료과에 연계하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전공의 이탈 사태가 길어지면서 배후진료과도 과부하에 걸려 입원환자와 외래진료를 줄이는 추세다. 배후진료과가 원활히 운영되지 않으면 응급실에 여력이 있더라도 중증응급질환자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180개 응급의료센터 중 심근경색·뇌출혈 등 27개 증증응급질환의 배후진료가 가능한 기관은 종전 109곳에서 지난 9월 2일 기준 102곳으로 줄었다. 세부적으로는 대동맥 수술이 가능한 기관이 72곳에서 69곳, 영유아 장중첩 및 폐색 수술이 가능한 기관이 93곳에서 83곳, 응급 분만이 96곳에서 91곳으로 줄었다. 정부 대책에도 현장 싸늘 조석주 부산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가 제안하는 응급의료체계. 광역 응급의료상황실을 구축해 환자와 119,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광역 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해 환자는 1차적인 중증도 진단을 받을 수 있고, 소방의 구급상황관리센터는 환자 이송이 가능한 병원을 안내 받을 수 있다. 환자를 수용할 여력이 없는 의료기관은 광역 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해 전원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안내 받을 수 있다. 조석주 교수 제공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3차례에 걸쳐 응급의료대책을 내놨다. 의사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250% 가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료진 이탈에 일부 병원들이 연봉 4억원을 내걸고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의관 등 대체인력 배치에 대해서도 현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팀으로 움직이는 의료의 특성상 손발을 맞춰보지도 않았고, 병원의 장비에도 익숙하지 않은 대체인력이 당장 도움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최악은 정부가 내놓은 응급실 과밀화 해소 방안이다. 응급실 과밀화는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이 응급실을 차지하면서 중증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번 위기 이전에도 소위 ‘응급실 뺑뺑이’를 부르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에 정부는 경증 환자가 증가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경증 환자의 진료비 자부담을 종전의 60%에서 9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대부분 환자는 앓고 있는 질환의 중증도를 스스로 평가할 수 없다. 조석주 부산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갑자기 쓰러지는 사람들만 심근경색 환자가 아니다. 심근경색 환자 중에는 땀을 뻘뻘 흘리거나 가슴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환자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률적인 판단 기준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정책 입안자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박 차관은 지난 9월 4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이 이렇게 전화를 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은 경증이라고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발언해 빈축을 샀다. 경증과 중증을 엄격하게 나누고, 이를 진료비에 연계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진료비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자부담률 인상이 응급실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을 테니 취약한 이들의 진입 장벽만 높아질 수 있다. 응급실 과밀화 해소를 위한 장기 대책을 이번 기회에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의 중증도를 1차로 파악해 적절한 병원을 안내하고, 인근의 의료자원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구급 이송이나 병원 간 전원을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응급의료정보센터 1339가 이런 임무를 수행했지만, 2012년 폐지되면서 각 지역 소방서가 이를 하고 있다. 현장 구급대원의 역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응급상황 대처에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조석주 교수는 “환자 분산을 위해서는 어느 병원으로 갈 것인지 결정하는 단계가 중요하다. 응급 의료 상황실을 통해 환자가 중증도에 대한 전문가의 1차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 “아프지 마세요” 응급실 사라져 울상 짓는 ‘웅상’(2024. 04. 29 06:00)
- 2024. 04. 29 06:00 사회
- 웅상중앙병원 폐원…의료공백 10년 주기 반복에 불안 고조 양산시 응급 대책 마련…시민은 공공의료원 설립 서명운동 경남 양산시 웅상지역의 유일한 응급의료기관이자 종합병원인 웅상중앙병원이 지난 3월 18일 폐원했다. 웅상중앙병원이 개원한 2015년 2월 병원 앞에 세워진 표지석에 ‘양산에는 웅상중앙병원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효상 기자 벌써 두 달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까스로 버티고 있지만, 의료공백이 언제 불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별 편차는 있을 것이다. 일부 지역들은 기존에도 의료진 등 의료자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앞서 3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는 가뜩이나 좋지 않은 지역의료의 기초체력을 더 고갈시켰다. 애초 의정 갈등의 불씨가 된 의대 증원 정책은 이런 지역의료의 붕괴 상황에 대한 정부 나름의 대답이었다. 지역에서는 거점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전공의가 이탈한 상황에서도 지역의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지역의 거점 의료기관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밤늦게까지 진료를 보는 24시간 응급실이 없어진다면?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경남 양산시 웅상지역에서는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던 유일한 병원이 지난 2월 29일 응급실 진료를 종료했고, 보름 뒤 폐원했다. 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언제 아플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웅상이 맞이하고 있는 오늘은 다른 지역에 머잖아 찾아올 미래일지도 모른다. 지역의료의 위기는 어떻게 찾아오는지, 위기 지역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해법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짚어봤다. 유일한 응급실이 없어진 웅상 지난 4월 23일 경남 양산시 서창에 있는 웅상중앙병원을 찾았다. 폐원한 병원의 정문 앞에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원래는 정문 옆에 붙어 있었을 ‘예방접종 지정 의료기관’이라고 적힌 긴 펼침막이 이날따라 세찼던 바람에 이리저리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병원 주차장에는 웅상중앙병원의 마크가 새겨진 차량이 외로이 서 있었다. 차량의 옆면에는 ‘양산에는 웅상중앙병원이 있습니다’, ‘웅상지역 유일의 종합병원’, ‘365일 24시간 응급의학과 전문의 진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설명대로 이 병원은 웅상지역에서 유일한 종합병원이자,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이었다. 그런 병원이 2015년 개원한 지 9년 만에 문을 닫았다. 병원 정문은 안쪽에서 쇠사슬로 묶여 있었고, 유리문에는 각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병원에서 붙인 폐업 안내문에는 “저희 병원의 병원장께서 갑작스러운 별세로 양산시와 함께 지역민들의 의료이용 공백을 막고자 그 동안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아래와 같이 병원 폐업이 결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동안 저희 병원을 믿고 찾아주신 환자 및 보호자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병원의 폐업으로 불편을 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2월 29일부로 외래 및 응급실 진료를 종료하고, 3월 18일 폐업한다는 것이다. 그 옆으로는 8500만원의 전기요금 체납을 알리는 전기공급정지 예고장과 870만원의 수도요금 체납 통지서가 붙어 있었다. 마침 병원 앞을 지나던 노년의 주민 2명에게 이 병원에 관해 물었다. 이들은 “안 그래도 둘이 이 병원 얘기를 하고 있었다. 병원 없어지고 불편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벌써 이 병원이 없어서 누구네가 사달났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 아프면 저쪽 양산으로 가거나, 울산·부산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이 병원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웅상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을 알아야 한다. 양산 시내에서 동쪽에 있는 웅상은 지역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으로 정식 행정구역은 아니다. 행정구역상 양산에 속해 있지만 양산 시내와 웅상 사이를 ‘도롱뇽 서식지’로 유명한 천성산이 가로막고 있다. 35만명에 달하는 양산 인구 중 9만5000명이 웅상지역에 산다. 생활권이 다르다 보니 웅상 주민들은 서쪽의 양산을 ‘저쪽 양산’이라고 부른다. 양산에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보유한 양산 부산대학교 병원이 있지만, 웅상지역의 남쪽에 있는 법기터널이 거의 유일한 통로여서 접근성이 좋지 않다. 웅상지역 북부인 서창에서 출발한다면 차량을 운전해서 가도 30분가량이 걸린다. 대중교통은 배차 간격이 길어 1시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교통이 불편한 탓에 양산시청은 웅상에 출장소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웅상지역에서는 양산 시내버스보다 울산과 부산의 버스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북쪽으로는 울산 울주군과 남쪽으로는 부산과 붙어 있기 때문이다. 두 광역시의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선택권은 있지만, 역시 접근성이 좋지 않다. 부산권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실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인데, 웅상 북부 서창에서는 30분가량이 걸린다. 울산권의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인 좋은삼정병원도 소요시간은 30분가량으로 형편이 비슷하다. 병원 부지 내에 있던 약국과 편의점은 병원과 함께 문을 닫았다. 웅상중앙병원 길 건너 맞은편에 약국 한 곳이 운영 중이다. 이 약국에 들러 약을 타오던 70대 여성 A씨는 “1년 전에 발목 골절로 핀 2개를 발목에 삽입했다. (지난) 3월에 핀을 뽑기로 예약을 해놨는데, 병원이 문을 닫아버렸다. 핀을 아직도 못 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핀을 뽑으려면 저쪽 양산이나 부산을 갈 수밖에 없다. 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마음먹으면 가지만, 나처럼 운전 못 하는 사람들은 양산만 가려고 해도 힘이 든다. 차가 1시간에 1대나 다닌다”고 했다. 이 약국을 운영하는 B씨는 “아직 목숨이 오가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는 것 같다. 그보다는 아이들이 밤에 열나거나 할 때 당장 갈 데가 없고 다른 병원 가려면 오래 걸리니까 불편이 있다. 우리 약국을 자주 오던 노인분들도 불편이 크다. 심장 질환을 앓던 분은 위급할 때 웅상중앙병원 응급실 와서 도움받고 하셨는데, 여기에 병원이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안도가 됐는데 없어지니 걱정을 많이 하신다”고 했다. 지난 4월 23일 오후 경남 양산시에 있는 웅상중앙병원을 찾아갔다. 시민의 발길은 끊겼고, 병원은 안에서 문이 잠긴 채 모든 불이 꺼져 있었다. 이효상 기자 10년 만에 반복된 의료공백 지난해 12월 병원장이 사망한 뒤 웅상중앙병원은 이어서 운영할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누적된 적자 때문이었다. 병원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폐원에 임금과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일자리를 잃었다. 웅상중앙병원은 폐업 전 266병상을 갖추고 있었고, 진료과목은 내과, 신경과, 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12개였다. 의사는 20여명 있었고, 전체 인력은 290여명에 달했다. 웅상뿐 아니라 웅상과 인접한 부산 정관 신도시에서도 환자들이 왔다. 웅상 인구(9만5000명)에 약 8만명의 정관 신도시 인구를 더하면 약 17만명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온 셈이다. 양산시 웅상보건지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본다면 266병상에 207명이 입원해 있어서 병상가동률은 78% 정도였다. 나쁘지 않은, 무리 없이 운영되는 정도였다. 재정 상황은 의료기관 측의 정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병원장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적자가 있긴 했지만 괜찮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거로 안다”고 했다. 적자를 떠안은 계기는 코로나19였다. 웅상중앙병원은 2015년 문을 열었는데 이후 몇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해 사망한 병원장은 2020년 1월 병원을 인수해 경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인수 다음달부터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했다.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병원의 전직 직원 C씨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년 동안은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을 준수한다면 환자를 볼 수가 없었다. 열 나는 환자는 병원 안으로 들여보내면 안 됐고 입원도 못 시켰다. 일반 환자가 있긴 했지만 많지 않았다. 병원이 많이 힘들었고 2년간 인건비만 나갔던 거로 안다. 병원장님이 사재로 돈을 많이 넣으셨다”고 했다.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데서 오는 근본적인 어려움도 있다. 일단 의료진을 초빙하기가 어렵다. 주로 부산과 울산에서 의사들을 ‘모셔와야’ 했다. 일부 진료과는 의사 월급이 3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환자들의 유출도 문제였다. C씨는 “수익이 나쁘지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 기복이 적었다. 지역 1차 의료기관에 갔다가 치료가 어려운 분들, 3~4가지 질환을 앓는 중증이거나 고령인 분들이 많이 오셨다. 진료는 여기서 보지만 수술할 때는 서울이나 도시로 가셨다. 수술을 하면 수술만 하는 게 아니다. 수술 전후에 검사하고, 입원도 하면서 식사도 하고, 결국 병원이 돌아간다. 여긴 그러지 못했다. 직원들 인건비를 맞추기 위해 매번 대출하고 애를 썼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더 문제는 웅상지역의 의료공백이 10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에는 유일한 응급의료기관이자 종합병원인 조은현대병원이 문을 닫았다. 조은현대병원의 부도 이후 부지를 사들여 개원한 곳이 웅상중앙병원이었다. 웅상중앙병원이 들어서기 전까지 의료공백은 1년여간 지속했다. ‘부실경영’만으로 요약할 수 없는 지역의료 기관의 근원적인 어려움은 그때부터 자리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웅상지역에는 3곳의 종합병원이 있었다. 그중 2곳은 2010년을 전후해 더욱 지출이 적고 수익은 안정된 요양병원으로 전환했다. 인구 10% 나선 서명운동 “공공병원으로” 10년 만에 두 차례나 지역의 유일한 응급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일이 발생하자 웅상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공의료원 설립’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9만5000명 인구의 10%가 넘는 1만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웅상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인 ‘웅상이야기’ 운영자 진재원씨는 이 서명을 지역 국회의원 등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효상 기자 갑작스러운 웅상중앙병원 폐원에 양산시는 웅상지역의 응급의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양산시장의 당부에 동네병원인 명성의원과 열린약국이 밤 12시까지 운영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10년 전인 2014년에도 명성의원 등은 진료시간을 연장해 의료공백을 메웠다. 웅상지역에서 10년 넘게 사는 50대 D씨는 최근 웅상 주민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웅상이야기’에 ‘아프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4월 10일 D씨의 고등학생 자녀는 복통 증상을 보이면서 열이 39.8도까지 올랐다. 오후 6시가 지난 시간이다 보니 병원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고, 오후 8시까지 진료를 하는 병원을 찾아 2시간 대기 끝에 겨우 진료를 받았다. 급성 장염 진단을 받았지만, 진료시간이 종료돼 이 병원에서는 수액을 맞을 수 없었다. 결국 밤 12시까지 진료하는 명성의원을 찾아 수액을 맞는 등 처치를 받았다. 이날의 고생담을 ‘아프지 마세요’라는 글로 남긴 것이다. D씨는 지난 4월 18일 통화에서 “웅상중앙병원이 있을 때는 마음이 든든했다. 예고없이 아파도 응급실이 있으니, 5분 안에 갈 수 있었으니까. 젊은 사람도 아플 때 당장 갈 곳이 없으면 살기가 힘들다. 심장 안 좋은 노인분들은 어떻겠냐. 20~30분 갔다가는 골든타임 놓친다”고 했다. 그는 “명성의원이 없었으면 40도까지 열이 오르는데 그날 더 고생했을 것이다. 고생하는 명성의원 간호사분들도 해줄 수 있는 게 수액 놔주는 간단한 처치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라고 말했다.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혼자 진료를 보고 있는 명성의원 최충환 원장(65)은 “딴 건 없고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서 한다. 어쨌든 의사이고 이 동네의 부속품이라고 생각하는데, 공동체 사회에서 같이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직원들이 이해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오후 6시까지 문 여는 병원이면 못했겠지만, 우리 병원은 평상시에도 밤 10시까지 했다. 시스템이 뒷받침되니까 할 수 있다. 좀더 젊었으면 더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몸이 힘들다. 두 달만 연장 진료하기로 했는데 두 달이 다 돼간다”고 했다. 그는 지역의 의료공백이 반복되는 원인에 대해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인구 9만명이면 종합병원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부산 환자들도 아프면 다 서울로 간다. 여기 환자들은 부산으로 간다. 야당 대표도, 부산대학병원이 제일 큰 응급의료기관이라도 서울로 가는데 누굴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지역병원은 운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견해도 물었다. 최 원장은 “일본처럼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는 게 한 방법일 수 있다. 일본 지역 의과대학에서는 정원외로 10~15%의 인원을 뽑아 수업료 등을 지원하고, 전문의가 된 이후 일정 기간 지역에 남도록 한다.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양산시 측은 웅상중앙병원 부지를 인수해 종합병원을 운영해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당분간 의료공백은 불가피하다. 새로운 병원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위기가 또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웅상공공의료원 설립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웅상 인구의 10%가 넘는 1만명이 넘는 주민이 동참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웅상이야기’의 운영자 진재원씨 등이 서명운동을 주도했다. 진씨는 2014년 조은현대병원 폐원 후 의료공백기에도 서명운동에 나서 4000명의 서명을 모은 바 있다. 그는 “2014년에는 처음 병원이 없어진 거라 주민들이 ‘민간 병원이 부도난 걸 어쩌냐’며 포기를 했다. ‘공공’ 이런 단어 없이 ‘응급실이 필요하다’는 서명운동을 열심히 해서 4400명을 모았다. 그런데 10년 만에 병원이 또 없어지니 민간에만 맡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녹색정의당 양산시지역위원회에서도 공공의료원 설립을 요구해서, ‘공공’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번엔 주민분들도 엄청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웅상의 의료공백은 4·10 총선의 의제가 되기도 했다. 김태호 국민의힘 후보는 공공병원 설립을 공약했고,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시립의료원 설립을 공약했다. 김태호 후보의 승리로 총선이 끝났지만 공약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김 후보는 선거기간 동안 SNS를 통해 “공공병원 설립(가칭 경남동부의료원)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는데, 이미 경남 동부권의 김해시가 공공병원 설립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시는 공공병원 부지를 선정하는 등 공공병원 설립을 지역보건의료계획에 반영한 상태다. ‘만성 적자’ 등 효율성의 논리로 공공병원 설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진재원씨는 “10년 전에도 그랬지만 다들 ‘안 된다’고만 얘기하면 영원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시 차원이든, 도 차원이든 최소한 웅상중앙병원 부지를 매입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공공부문이 운영해 적자를 면치 못한다면, 공공부문은 부지 소유권만 갖고 부지와 시설을 임대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최소한의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특집
- [오늘을 생각한다]소아응급환자 안 받는 종합병원(2023. 06. 30 11:24)
- 2023. 06. 30 11:24 오피니언
- 응급의료법 제3조는 “모든 국민은 성별, 나이, 민족,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고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도 또한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손 놓은 탓에 모든 국민은 응급의료를 거부당할 수 있으며, 외국인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나 거부당할 수 있지만, 그 누구보다 거부당하기 더 쉬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아동·청소년이다.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응급의료를 수행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복지부 지정), 광역시·도지사가 지정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 시·군·구청장이 지정하는 지역응급의료기관 등 전국 413개의 응급의료기관이 있다. 적지 않은 숫잔데 왜 구급차를 타고 수백㎞를 달렸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올까? 게다가 지난 3월 대구 청소년 사망 사건, 5월 서울 5세 아동 사망 사건은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될 참사였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소아응급환자를 365일 24시간 받아주는 의료기관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하기 위해 전국 45개 상급종합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상급종합병원이란 고도의 의료행위를 하는 기관으로, 종별가산율 30% 등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경합이 치열하다. 상급종합병원이 되려면 소아청소년과 등 9개 필수진료과목 포함 20개 이상의 진료과목을 갖추고, 전공의 수련기관이어야 하며, 권역 또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아야 한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45곳 중 단 11곳만이 소아응급환자를 항시 수용한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응급실이 열려 있어도, 소아청소년과 당직의가 없으면 소아응급환자를 거부한다고 했다. 소아응급환자를 받는 요일과 시간을 정해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소청과 당직의가 있을지 없을지는 환자가 와봐야 안다고 답했다. 와봐야 안다는즉슨, ‘뺑뺑이 돌라’는 소리 아니겠는가. 상급종합병원도 이 모양인데, 지역응급의료센터·기관의 현실은 불 보듯 뻔하다. 올해 전국 대학병원 50곳 중 38곳이 소청과 전공의를 한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개원의 평균 수입이 연간 2억5000만원인데 소청과는 1억800만원에 불과하니(2020년 기준), 소청과 수가를 인상하면 된다는 주장도 들린다. 그러나 올해 수가를 올려 내년에 전공의가 늘어난다 해도 전문의가 될 때까지 4년이 걸리는데 당장 오늘의 소아응급환자는 어떡하나? 지난 5년간 폐업한 소청과는 660여 곳, 올해 소청과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자는 172명이다. 의사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소아응급의료를 전공의의 값싼 노동력에 기대 해결하려 들지도 말라. 연간 수익이 수천억대에 달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소청과 당직의가 없다는 소릴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기획재정부 출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민이 납득하도록 한번 설명해 보라.
- 오늘을 생각한다
- “응급실 갔을 때 알았죠, ‘가족 같은 사이’의 한계”(2023. 04. 14 14:20)
- 2023. 04. 14 14:20 사회
- “관계가 어떻게 되시죠?” 이런 물음 앞에 머뭇거리는 이들이 있다. 머릿속에서 잠시 적절한 표현을 골라야 한다. “친구요”, “애인이요”, “동거인이요”, “동반자인데요”라고 답하면 이런 반문이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까 가족은 아니네요?” 사진 / 이준헌 기자 가족처럼 살아가지만, 가족이라고 부를 수 없는 관계가 있다. 원가족보다 끈끈한 정서적 유대감을 기반으로 돌봄을 주고받는 사이인데도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가 법으로 정의한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 테두리 밖의 관계는 ‘비정상’으로 낙인찍히고 차별받는다. 가족이 받는 각종 사회보장 지원에서도 배제된다. 배우자·혈족이 아닌 사람과 관계를 맺고 생활하는 비혼, 노인, 청년, 성소수자, 장애인, 한부모, 미혼부모 등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관계를 추궁받는다. 관공서에 가도, 병원에 가도, 어딜 가도 그렇다. 가족의 틀 안에 편입돼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는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서 ‘무슨 관계인가요?’라는 질문은 ‘사회적인 질문’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 대답 또한 개인이 아닌 사회가 내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사회적 강요’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예 결혼을 생각지도 못하는 이들은 사정이 더 곤란하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으로 범주화할 수 없는 관계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한 체감이 아니다. 각종 통계와 인식조사 등에서도 확인된다. 법과 제도는 그러나 경직돼 있다. 최근 ‘생활동반자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법은 가족 외의 관계에도 가족처럼 각종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생활동반자법은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구현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다. 다양한 관계의 확장을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순남 대표는 “생활동반자법은 이성 배우자와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를 깨나가는 데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극단적인 제도라고 말하지만 사회 흐름은 더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족에게만 허용된 권리 A씨(32)와 B씨(37)는 수년간 연애를 했고 최근 1년 동안 동거를 했다. 이성 커플이지만 결혼은 하지 않기로 했다. 결혼제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고, 굳이 결혼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일상을 함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생활동반자법이 생기면 동반자로 신고하기로 약속했다. 어느 날 새벽 A씨가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실려갔다. 의료검사를 위해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B씨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A씨는 “애인이 옆에서 나를 계속 간호했지만 법적 가족이 아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력감과 한계를 절감했다”고 털어놨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벽에 부딪혔다. 새로운 전세대출이 필요했는데,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상품은 이율이 훨씬 낮았다. 아이가 있으면 대출기간 연장 등의 추가 혜택도 있었다. A씨는 “청년들이 독립해 전·월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결국 결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국가가 특정 연령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도록 유도한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둘은 결국 결혼해 법적 가족이 됐다. 현실 앞에서 신념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혼인 외에 일상을 나누는 관계들은 복지혜택 등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온전한 개인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합쳐진 묶음’(가족)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많은 이가 실생활을 공유하며 상호의존하지만,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종 권리 밖에 놓여 있다. 돌봄 등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는 가족에 맞춰 설계돼 있다. 혼인-출산-육아-노후 등 생애주기마다 가족이 있어야 수월하게 지원받을 수 있다. 가족구성권연구소가 2019년 11월 기준 현행 법률 1400여개를 분석한 결과 240여개 법률에 ‘가족’이라는 단어가 담겨 있었다. A씨의 사례처럼 법적으로 엮이지 않은 관계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표적인 현장이 바로 병원이다. 배우자·혈족 등 가족이 아니면 의료결정권을 대신할 수 없다. 생명이 달린 문제여서 관계의 형태와 무관하게 모두가 불안감을 겪는 문제다. 특히 건강 위험성이 높은 노년층에서는 대안의 필요성이 두드러진다. 연명치료 결정권도 가족만이 가진다. 애도할 권리도 마찬가지다. 시신을 인수하고 장례를 치를 권리는 사실상 가족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최근 장사법이 개정돼 오는 9월부터 친분관계를 맺은 사람 등도 장례를 주관할 수 있게 됐지만, 무연고 사망자에게만 적용된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59)은 “멀리 사는 가족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을 더 가족같이 여기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례를 못 치르고 수술 동의를 할 수 없는 건 문제”라며 가족 범위가 확장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가족이 아니면 유족 자격이 인정되지 않아 국민연금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에 근거한 각종 보상금·보험금·연금 등을 수령할 수 없다. 주택임대차 승계권도 제한된다. 사망자 명의로 전세계약을 맺었다면 동거인은 거처를 잃게 된다. 이혼이나 사별로 혼자 남은 노인들이 재혼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재혼을 하면 자녀들에게 돌아가는 상속분이 줄어들어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성인을 입양하기도 동거를 원하는 이들에게 주거공간은 필수적이다. 주거는 관계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장치이고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 그러나 청약 등 주거정책은 법적 가족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신혼부부, 다자녀, 노부모 부양 등이 유리하다. 주택 구입이나 전세 대출 등 주택금융상품도 가족이어야 이점이 있다. 가족이 아니면 공동대출이 불가능하다. 공공임대·공공분양주택도 비혼 동거 관계를 위한 몫은 없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해 5~6월 ‘뚝딱뚝딱, 가족 법·제도·문화를 다시 짓다’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집담회에는 여러 증언이 나왔다. 한 응답자는 “주택과 관련한 신혼부부 대출, 특별공급, 청약가점의 대상이 아니어서 주택 마련은 꿈도 못 꾼다”며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하려고 해도 1인 가구로 인정돼 같이 살 공간이 없다”고 했다. 다른 응답자는 “주택을 구입하려 했는데 공동명의 대출은 안 된다고 했다”라며 “법률혼 부부라면 두 명의 합산 소득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지만, 법적 가족이 아니라 한 명의 소득만을 기준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산정돼 엄청난 불이익을 당했다”고 말했다. 소득공제 인적공제 대상과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도 가족 외에는 이름을 올릴 수 없다. 또 가족돌봄휴가·휴직,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도 가족에게만 주어진다. 병역법상 간병을 위한 분할복무도 가족이 아플 때만 가능하다. 법적 가족이 되기 위해 성인 두 명이 입양을 선택한 사례도 있다. 비혼 여성 C씨(44)와 D씨(39)는 2016년 처음 알게 된 이후 마음이 맞아 이듬해부터 살림을 합쳤다. 둘은 서로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등 가족과 다름없이 지냈다. C씨가 병원에 갈 일이 잦아지면서 급박한 수술 등 ‘만약의 상황’이 닥쳤을 때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노후를 대비한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지난해 5월 나이가 많은 C씨가 D씨를 입양했다. 이는 동성의 남남인 두 사람이 법적 가족으로 묶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입양을 신고하고 하루 만에 가족관계등록부에는 두 사람이 엄마와 딸로 등재됐다. C씨는 서면 인터뷰에서 생활동반자법이 있었다면 입양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원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함께 살며 힘이 되는 존재에게 가족으로서의 권리·의무를 갖게 하는 건 국가를 위해서도, 개인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법·제도가 대응 못 해 다양한 관계의 출현과 인식 변화는 수치로도 파악할 수 있다.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65.2%로 집계됐다. 2012년 45.9%에서 꾸준히 증가세가 이어졌다. 여성가족부가 2021년 6월 발간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봐도 변화의 양상은 뚜렷했다.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주거 공유 관계이면 가족이 될 수 있다’에 61.7%가 동의했다. ‘거주·생계를 공유하지 않아도 정서적 유대를 가진 친밀한 관계이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45.3%가 긍정했다. 동의 비율은 2019년 38.2%에서 계속 증가했다. 반면 ‘법적인 혼인·혈연으로 연결돼야만 가족이다’ 항목에는 동의 51.1%, 비동의 48.9%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다만 동의 비중이 2019년 67.3%에서 가파르게 하락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응답자 10명 중 7명(71.2%)은 ‘사회 법·제도가 다양한 가족이 새롭게 등장하는 변화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비친족 가구도 확연한 증가세를 보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확인한 2021년 비친족 가구는 47만2660가구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이 가운데 2인 가구가 42만738가구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3인 가구는 3만7935가구, 4인은 1만116가구, 5인은 3871가구 등으로 조사됐다. 2015년 20만 가구대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에 40만 가구를 넘어섰다. 가구원 수도 2021년 101만5100명을 기록했다. 2015년은 47만1859명으로 6년 동안 2배 이상 뛴 것이다. 정의당·기본소득당 조만간 발의, 민주당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생활동반자법이 약 9년 만에 다시 국회에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당시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했지만 실제 발의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이번엔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이 각각 작성한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당의 생활동반자법은 기존 진선미 의원의 법안을 뼈대로 한다. 2014년 당시 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초안이 공개됐다. 법안은 생활동반자 관계를 정의하고 성립·해소의 요건과 절차를 규정한다. 생활동반자는 성인 2명이 합의하면 형성된다. 결혼했거나 다른 생활동반자 관계에 있으면 안 된다. 기본적으로 혼인과 비교해 자유롭게 맺을 수 있는 느슨한 관계다. 생활동반자는 동거, 부양, 협조의 의무를 지닌다. 이는 각종 사회보장이나 세제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한다. 일상 가사대리권, 가사로 인한 채무의 연대 책임도 있다.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다. 생활비용은 공동으로 부담한다. 재산 관계는 사전에 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 신분의 변동은 없다. 상대방의 가족과 인척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상속권도 없다. 혼인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관계의 해소는 두 사람이 합의하거나 한쪽이 해소를 원할 때 가능하다. 이혼에 비해 절차가 간소하다. 관계를 해소할 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상대방의 과실이 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정의당 장혜영·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왼쪽부터) / 연합뉴스·진선미 의원실 제공 구체적인 권리 보장은 개별법 개정을 통해 이뤄진다. 진선미 의원은 2014년 당시 생활동반자법과 함께 부속 개정안 7~8개를 마련했다. 대표적으로 소득세법(소득세 인적공제), 국민건강보험법(피부양자 적용), 의료법(의료기록 열람권), 가정폭력처벌특별법(피해자의 대리인 역할) 등이다. 현재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준비하는 생활동반자법안 내용도 대체로 유사하다. 다만 용 의원은 권리보장 범위를 보다 확장했다. 생활동반자법 부칙에 개정이 필요한 개별법 20여개를 포함시킬 방침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생활동반자 사이에서 동거 의무를 제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용 의원과 마찬가지로 부칙에 10개가량의 개별법 개정 사항을 담을 예정이다. 민법상 가족 개념을 삭제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생활동반자법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도 생활동반자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공식적인 추가 언행은 없었다. 생활동반자법이 필요하다고 보는 일부 의원들이 물밑에서 개별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수준의 움직임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생활동반자법은 파장이 크기 때문에 개별 의원이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당 차원에서 논의가 돼야 할 것”이라며 “지도부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면 어느 수준에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할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두 명을 넘어 세 명 이상이 친밀한 가족생활을 하는 관계는 어떻게 정의하고 지원을 할지도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여론의 지지를 받아 보수세력의 반발을 넘어야 한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월 24일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기독교계 등의 보수단체들은 “생활동반자제도가 시작되면 동성결혼도 합법화된다”라며 “건강한 혼인, 가족제도를 파괴하고 다음 세대의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해외에선 오래전부터 시행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4월 국회의장에게 생활동반자법 제정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가족의 상황·형태로 인한 차별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유를 밝혔다. 또 “현행 제도의 미비가 소위 ‘정상가족’ 이외의 가족 형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낳는 원인이 된다. 이 때문에 인식개선을 위한 수단으로도 생활동반자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권위는 특히 “법안이 시행되면 전통적 가족이 붕괴하고 가족의 순기능이 사라져 사회가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반박했다. 인권위는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근거가 희박하다”라며 “제도권 밖의 사람들을 제도 안으로 포섭해 정책적 지원을 가능케 함으로써 사회적 안정과 통합을 증진시킨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계약(PACS) 제도를 도입했다. 성별과 무관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독일과 영국 등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레이디경향(총 8 건 검색)
- 킴 카다시안, 고가 의료기기 홍보에 뭇매 “우리는 응급 치료도 못 받는데”
- 2023. 08. 13 15:16 화제
- 킴 카다시안이 건강 검진을 목적으로 하는 전신 스캔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NS 캡처 할리우드 셀럽 킴 카다시안이 2500달러(약 328만원) 비용이 드는 전신 스캔 건강 검진 의료기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홍보했다가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미국은 공공 의료제도의 부재로 인해 악명 높은 의료 시스템을 갖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민간보험을 들지 못한 서민들의 피해는 막심했다. 이런 분위기 속 킴 카다시안의 고가 의료 장비 홍보는 날 선 비난을 불렀다. 그는 자신의 SNS에 바디 스캔 기계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을 게재하며 “이 전신 스캔기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초기 단계에서 동맥류 같은 암과 질병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방사선 없이 한 시간 동안 MRI를 찍는 것 같다. 이 기계는 내 친구들의 생명을 구했다”며 기계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의 글을 본 대부분의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킴, 그건 부자들을 위한 거야. 지금 사람들은 음식을 살 여유가 없다”라든가 “대다수 미국인은 이 계기를 사용할 여유가 없다. 응급치료조차 못 받고 있다”며 비난 섞인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카다시안이 대중의 비난을 받은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조언을 하며 “정신 차리고 일해라. 요즘 아무도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비난이 일자 그는 “유명해지려면 노력해야 하는데 쉬워 보일지라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말 열심히 마케팅으로 해야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다”며 “여성에 대한 포괄적인 발언도 아니었고 내가 그들의 일을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그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맥락에서 벗어났지만 그렇게 받아들여졌다면 정말 유감이다”라고 해명했다.
- 미국 어린이 화상 응급환자 31% ‘컵라면 때문’
- 2023. 02. 19 13:21 건강
- 미국 시카고 대학교 화상 센터는 소아청소년 응급환자 발생 원인의 31%가 컵라면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컵라면, 아이 혼자 먹게 두지 마세요.” 미국 시카고대학교 화상 센터는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동 대학병원 화상 센터로 이송된 소아·청소년 화상 환자의 31%가 즉석 컵라면으로 인한 화상 안전사고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월 20일 국제화상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은 화상 센터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18세 미만 청소년 화상 사고 사례를 검토했다. 이 연구는 2010년부터 10년간 화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790명의 소아·청소년 환자 중 31%가 컵라면을 취급하거나 먹다가 화상을 입은 환자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컵라면 화상 환자 31% 대부분이 가정에서 혼자 컵라면을 먹다가 안전사고를 일으켰다고 밝히며 주변에 보호자가 없는 상태의 소아·청소년에게 화상 사건이 발생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해당 보고서의 수석 저자이자 시카고대 외과 조교수 세바스찬 브로위 박사는 “보호자의 감독이 화상 예방의 중요한 요소”라며 “컵라면의 면은 2도에서 3도 이상의 화상을 유발한다.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몸과 얇은 피부를 갖고 있어 열에 취약하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연간 100만 명의 어린이가 음식이나 음료로 화상을 입는다. 브로위 박사는 “뜨거운 요리를 조리하거나 먹을 때는 꼭 보호자, 양육자가 함께 해야하며 어린이와 컵라면을 먹을 때는 식을 때까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컵라면 물의 온도를 낮추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천지수의 책 읽는 아틀리에] 쪽팔리기 싫은 의사의 삐딱한 생존 설명서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 2020. 05. 18 15:09 문화/생활
- intro 천지수는 화가다. 로마국립미술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2003년에는 ‘지오반니 페리코네’ 이탈리아미술대전(La pittura 4 edizione ‘Giovanni Pericone’)에서 대상을 받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아티스트로서 갈증을 느낀다. 그러던 2008년, 그녀는 혈혈단신 아프리카로 떠난다. 그리고 탄자니아에서 암석벽화 복원작업에 참여한다. 사자처럼 지낸 그 2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은 천지수가 예술가로서 자기정체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 천지수에게 아프리카는 ‘맹렬한 생명’ 그 자체였다. ‘천지수의 책 읽는 아틀리에’는 사자의 영혼을 가슴에 새긴 화가 천지수가 ‘책의 밀림’ 속에서 매일매일 미술적 영감을 사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마흔일곱 번째 책은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곽경훈 지음 / 원더박스)이다. “인간은 어디에 속하나? 인간은 포유류에 속하잖아. 그리고 포유류는 폐호흡을 하지. 양서류처럼 피부호흡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처음엔 이 대목을 읽으며 무슨 소린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드물다고? 그럼 피부호흡을 하는 인간도 있긴 하단 건가? 정말?’ 순간 내 머리엔 수많은 물음표가 주렁주렁 열렸다. 물론 이어지는 문장을 읽으며 내 머리 위 물음표들이 ‘ㅋㅋㅋㅋㅋㅋ’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오늘 밤늦게 돌아왔을 때 기관내관이 막혀 있거나 분비물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아 환자 상태가 나빠져 있으면 아마도 너는 피부호흡으로 살 수 있는 특별한 인류라서 환자에게도 그랬다고 생각하고 너한테 기관내삽관한 다음 기관내관 끝을 밀봉할 거야.” 조폭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똑바로 해라! 확 죽여벌랑께…’라며 부하를 으르는 험악한 두목의 얼굴이 말이다. ‘활극’은 싸움이나 도망, 모험 따위를 주로 하여 연출한 영화나 연극을 이르는 단어다. 그런데 활극이 책으로, 그것도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구현된 것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The Mission Possible, 65×53㎝, Acrylic On Canvas, 2020‘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를 굳이 분류하자면 ‘메디컬 활극 에세이’로 명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급실에서 이제 막 병원생활을 시작한 인턴에게 인공호흡기로 숨 쉬고 있는 환자의 호흡기 관리를 강조하며 저자는 저런 어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나는 저런 말을 듣고 있는 인턴의 입장이 돼 보았다. 최소한 환자의 호흡기 관리만은 죽을 때까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화가인 내가 후배를 가르치며 저런 어법을 구사한다면 어떨까 한 번 상상해 보았다. ‘네 눈알에 물감을 찍어 넣어 그린다고 생각해!’ 이런 식으로 말해 볼까? 순간 폭소가 터져 나왔다. 내 입장이 돼 생각해 보니, 과연 저런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어법이 아니었다. 상대가 나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내가 그 전적인 신뢰에 대해 신뢰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뭉클한 감정이 들었다. 한편으론 저토록 거칠게 몰아붙일 수 있을 만큼의 상호신뢰라는 것이 가능하려면 대체 얼마나 큰 책임감으로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쓴 곽경훈 씨의 말과 행동은 거침이 없어서 정말이지 속이 후련하다. 그는 병원에서 싸움꾼으로 통한다. 하지만 삐뚤어지거나 마냥 호전적인 그런 인물이 아니다. 그가 싸우는 대상과 이유는 뚜렷하다. 병원은 생명을 지키는 곳이고,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당연함을 위해 끝없이 싸운다. 병원의 나태한 책임회피와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상급자 등의 부조리와 병폐들이 그가 맞서 싸우는 대상이다. 곽경훈(울산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모습에서 얼핏 ‘로보트 태권브이’가 연상된다. 그에게 무척 잘 어울리는 이미지다.저자는 병원을 ‘괴물의 뱃속’이라고 표현한다. 그가 비판하는 대상은 병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나아가 오늘날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기업, 관료조직, 전문가 단체도 괴물처럼 개인을 삼키고 일부가 되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나는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목적은 없고 ‘이윤’만이 목적인 병원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이야기에 더욱 깊이 공감하고 빠져들었다. 나는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를 읽으며, 자꾸 슈퍼맨을 떠올렸다. 물론 의사가 슈퍼맨처럼 전능할 수는 없다. 현대의학의 한계라는 것도 분명히 있다. 슈퍼맨을 떠올리긴 했지만,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의사가 ‘공감의 슈퍼맨’은 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린 언젠가는 의사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이나 나의 생명을 믿고 맡겨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떤 의사로부터 내 생의 마지막을 선고받고 싶은지 계속 물었다. 그 결론이 바로 ‘공감의 슈퍼맨’이었다.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는 의학적 지식이나 기술에 앞서 의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책이기도 했다. 슈퍼맨처럼 좋은 의사가 되는 법 말이다. 이는 비단 의사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좋은 기업인, 좋은 엔지니어, 좋은 화가…. 나의 직업이 왜 존재하는지, 그 원칙을 늘 알고 새기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필요하다.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를 읽고 나는 슈퍼맨을 그렸다. 나의 슈퍼맨은 의료용 고글을 착용하고 있다. 이 고글은 환자들의 마음을 읽는다. 나의 슈퍼맨은 이제 이 책 속의 악당들이 모두 뭉쳐진 괴물을 응징하러 날아간다. 괴물은 악당들을 삼키거나 끌어안고 몸집이 커진다. 그런데 나의 슈퍼맨이 뚫고 나오는 것은 벽돌이나 강철이 아니라 종이다. 달랑 종이 한 장으로도 세상을 크게 어지럽히게 된 현대판 괴물을 물리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림 속 글씨들은 작년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실제 응급실 기록의 일부다. 해독할 수 없는 그 글자들은 내 눈에는 일반인을 배제하려는 공고한 성벽처럼 느껴졌다.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에는 응급실에서의 기본처치 매뉴얼도 설명하는 대목도 있다. 의사가 쓴 책이니 얼핏 당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역시 가장 공고한 성벽을 부수겠다는 ‘곽경훈 슈퍼맨’의 정의로운 파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천지수 슈퍼맨’은 이제 무엇을 부수며 날아가야 할까?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는 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생각하도록 만든 책이다. 어쩌면 남은 평생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화가는 무엇을 통해 정의로울 것인가?’
- 엄마가 꼭 알아야 할 여름철 응급조치 요령
- 2009. 08. 04 14:35 재테크
- 여름방학을 맞아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사고도 잇따른다. 찰과상이나 벌레 물림과 같이 비교적 경미한 부상부터 신체 절단, 익사까지 초기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무서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야외에서 부상을 당했을 때 유용한 응급조치 요령을 알아본다.나들이가 잦은 계절인 여름은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시즌이다. 높은 기온은 음식물을 상하게 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맨발에 짧은 옷차림은 다양한 상처에 노출되기 쉽다. 이러한 이유로 휴가지의 응급실은 매년 인산인해를 이룬다. 산이나 바다에서 갑자기 사고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여름 휴가철 각종 사고에 대비해 기본적인 응급처치 요령을 숙지하자.각종상처 여름철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다. 맨발로 백사장을 걷다 보면 유리 조각이나 날카로운 돌을 밟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혹은 야외에서 취사를 하거나 텐트를 치면서 칼을 사용했다가 손을 베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갑작스러운 사고일지라도 상처를 만지기 전에 먼저 손을 청결히 해야 한다. 의료용 장갑을 끼는 것이 좋지만, 없다면 거즈를 여러 겹 감거나 비닐봉지, 랩 등 방수가 되는 것을 사용한다. 상처는 반드시 흐르는 물로 씻는다. 이때 물은 마실 수 있는 깨끗한 것이어야 한다. 세척으로 제거되지 않는 이물은 핀셋으로 제거한다. 그러나 크거나 불결하고 혹은 생명에 지장을 주는 상처는 세척하지 말고 즉시 병원으로 가 처치를 받아야 한다. 소독시 요오드 농도가 진한 약품이나 70% 알코올 혹은 과산화수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병원균뿐 아니라 신체 세포까지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요오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찰과상이나 깊지 않은 상처에는 항생 연고를 바르되, 봉합이 필요한 상처나 자상에는 사용하면 안 된다. 상처 분비물의 배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신체절단 사고 손가락이나 팔, 다리 등이 절단됐을 경우다. 일단 잘려나간 부분을 마른 드레싱이나 천으로 압박하면서 지혈한다. 병원으로 이송시 절단 부분을 찾아 부상자와 함께 가져가도록 한다. 그러나 부상자가 많고 주변이 어두워서 절단 부위를 찾을 수 없는 경우, 환자 먼저 병원에 가도록 하고 남은 사람이 절단 부위를 찾아 병원으로 가져간다. 절단 부위는 가능한 한 깨끗한 물에 씻어 이물질을 제거하고 문지르지 않는다. 살균한 마른 거즈나 깨끗한 천으로 싼 뒤 비닐봉지나 컵, 유리잔 등에 담고 얼음을 놓아 차게 보관한다. 절단 부위를 차게 보관하지 않고 6시간이 경과하면 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 팔, 다리 등 근육이 있는 부위는 6시간 이내, 손가락 등 근육이 없는 부위는 24시간 이내여야 한다. 잘려나간 부분이 너무 적거나 소생될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일단 의사에게 가져가야 하고, 절단 부위를 젖은 드레싱이나 천에 싸서는 안 된다. 얼음과 함께 보관하더라도 절대 얼음 속에 넣어서는 안 된다. 동상이 생기면 접합 할 수없기 때문이다. 피부와 연결된 부분, 즉 힘줄이나 몸에 간신히 붙어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절대 자르거나 건드려서는 안 된다. 그 부분을 제자리에 다시 맞춰놓고 소독한 마른 드레싱이나 깨끗한 천으로 감싼 뒤 그 위에 얼음을 올려놓는다.열경련일사병, 열사병 여름이면 수분이 부족해 열사병에 걸리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목이 마르기 전 물을 마시되 자주 섭취해야 하고, 음료를 많이 마시되 술은 도움이 안 되며, 이온음료를 마실 경우 소금을 따로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모자를 쓰고, 목을 감싸는 옷은 피하며, 헐렁한 옷을 입으며, 가능한 한 시원한 시간에 움직이도록 한다. 더운 여름 심한 운동 후에 열경련이 나타날 수 있다. 땀을 흘려 신체의 전해질이 변화돼 손과 발, 복부에 경련을 일으키는 것으로 때로는 어지러워 쓰러질 수도 있다. 이럴 때는 환자를 그늘지고 시원한 장소로 옮긴 뒤 편안한 자세를 취해주고 의식이 있는 경우 이온음료를 마시게 한다. 여름에 흔히 발생하는 일사병의 경우 토할 것 같은 느낌과 어지러움, 두통, 경련, 일시적으로 쓰러지는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일사병 환자가 발생하면 시원한 장소로 옮긴 뒤 편안한 자세로 뉘고 옷을 벗긴다. 부채질을 해주거나 이온음료 혹은 물을 주되, 의식이 없으면 아무것도 먹여서는 안 된다. 일사병보다 더 무서운 것이 열사병이다. 피부가 뜨겁고 건조하며 붉은색을 띠고 어지러움을 느끼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는다. 흔히 일어나지는 않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병으로, 격렬한 신체활동 후에나 밀폐된 공간에서 생길 수 있고 때론 잠긴 차량 안에 있는 어린이에게서도 발생한다. 환자가 발생할 경우 시원한 장소로 옮긴 뒤 옷을 벗기고 젖은 수건이나 담요를 덮어주고 부채질을 해 체온을 내린다. 응급처치가 끝나면 병원으로 이송해 신속히 치료를 받게 한다.벌레관련 사고 벌에 쏘였을 경우에는 벌침을 핀셋 등을 이용해 뽑아주는 것이 좋다. 물린 부위를 찬 물수건이나 얼음으로 찜질한 다음, 항히스타민제 연고를 바른다. 이때 물린 부위를 긁지 않도록 한다. 귀에 곤충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때 귀를 밝은 쪽으로 향하게 하거나 손전등을 비추면 곤충이 빛을 따라 나올 수 있다. 그래도 나오지 않는다면, 알코올이나 깨끗한 물을 귓속으로 떨어뜨려 벌레를 죽게 할 수 있다. 벌레나 이물질을 빼내기 위해 귀를 잘못 건드릴 경우 더욱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복통과 설사 음식 관련 사고 역시 여름철 단골 질병이다. 고온으로 인해 음식이 쉽게 상하고 피서지에서 아이들이 물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갈이나 식중독에 걸리게 되면 구토나 설사, 복통을 일으킨다. 이때 탈수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수분을 충분히 공급한다. 끓인 보리차에 약간의 설탕과 소금을 넣어 먹으면 좋다. 복통이 있을 경우 수건으로 배를 따뜻하게 해주면 좋다. 자외선에 화상을 입었을 경우 휴가지에서는 오랫동안 뜨거운 햇볕 아래 피부가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자외선에 의해 화상을 입게 된다. 피부가 화끈거리거나 물집이 잡힌 뒤 터져서 2차 감염이 되기도 한다. 일단 장시간 야외활동으로 피부가 화끈거린다면 냉수로 하루에 서너 번 20분씩 찜질을 한다. 만일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면 비슷한 방식으로 찬물 목욕을 한다. 이때 비누나 샴푸는 피부가 건조해지고 자극이 되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물집이 생겼을 경우 가급적 터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터졌다면 소독해서 2차 감염을 막는다.물에 빠졌을 경우 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했을 때는 큰소리로 주위 사람에게 알리고 섣불리 물속에 뛰어들지 않도록 한다. 로프나 튜브, 긴 막대기 등을 던져서 잡고 나오도록 하고, 수영에 익숙한 사람이 있다면 물에 빠진 사람의 뒤에서 접근해 구조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했을 경우 물을 토하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호흡을 확인하는 것이다. 호흡이 없을 경우에는 인공호흡을 실시한다. 한 손을 이마 위에 놓고 머리를 부드럽게 뒤로 젖히면서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환자의 코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턱을 들어 인공호흡을 실시한다. 인공호흡을 할 때 가슴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기도 유지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도 유지에 신경 쓰자.휴가 떠나기 전 꼭 챙기세요! 휴가 갈 때 흔히 챙겨야 할 구급약에는 해열진통제, 소화제, 제산제, 소염제, 생리식염수, 소독약, 항생제가 포함된 연고 등(약품류)이 있다. 또 의료비품으로 체온계, 붕대, 습윤 드레싱제, 핀셋, 의료용 가위, 솜, 거즈, 붕대, 일회용 반창고 등도 갖춰 가는 것이 좋다. 휴양지에서 돌발적인 사고에 대비해 약국, 병원, 보건소 등의 위치를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바닷가에서는 빈 병, 조개 등에 발을 다치기 쉬우므로 반드시 신발을 신도록 한다. 바닷가에서 모래나 이물질이 눈에 들어가 눈을 비비거나 고통을 호소할 경우에는 입으로 불어주는 것보다 수돗물 등 흐르는 물에 눈을 씻거나 생리식염수를 넣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글 / 두경아 기자 ■자료 제공 / 소방방재청(www.nema.go.kr/safe_season/summer)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