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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286 건 검색)

‘이세돌 스승’ 프로기사 권갑용 9단 별세
이세돌 스승’ 프로기사 권갑용 9단 별세
2023. 01. 24 21:52인물
... 바둑학원이다. 1989년 제자 박승문 8단이 입단대회를 통과하는 등 50여명의 프로기사를 배출했다. 이세돌·원성진·최철한·백홍석·강동윤·김지석·박정환·윤영선 등 8명은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올렸다....
‘이세돌 스승’ 권갑용 9단, 지병으로 별세영상
이세돌 스승’ 권갑용 9단, 지병으로 별세
2023. 01. 23 16:43문화
... 갈무리 1989년 제자 박승문 8단이 입단대회를 통과하는 등 50여 명의 프로기사를 배출했다. 이세돌·원성진·최철한·백홍석·강동윤·김지석·박정환·윤영선 등 8명은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올렸다....
권갑용기사별세이세돌스승
“이세돌은 바둑기사다”라는 당신…‘버추얼 아이돌’의 세계를 소개합니다영상
이세돌은 바둑기사다”라는 당신…‘버추얼 아이돌’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2022. 12. 08 14:13문화
..., 목소리가 얼마나 예뻤는지가 대화 소재다. 그런데 이들이 좋아한다는 이세계 아이돌, 줄여서 ‘이세돌’이라 불리는 6인조는 실제 인간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만든 ‘버추얼 스타’들이다. 사이버 공간을...
이세돌버추얼아이돌소녀리버스이세계아이돌
적수 없는 신진서 9단, 이세돌도 넘을 기세
적수 없는 신진서 9단, 이세돌도 넘을 기세
2022. 08. 23 22:12인물
... 바둑 사상 연간 누적 상금이 10억원을 돌파했던 기사는 신진서를 포함해 박정환 9단(2회), 이창호, 이세돌(이상 1회) 4명뿐이다. 신진서는 이제 이세돌이 2014년 세운 연간 최고 기록 14억원에 도전한다....

스포츠경향(총 612 건 검색)

플레이브 대표 “이세돌 경쟁? 파이 키우는 파트너”
플레이브 대표 “이세돌 경쟁? 파이 키우는 파트너”
2024. 04. 22 15:48 연예
블래스트 제공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 소속사 블래스트의 이성구 대표가 버추얼 업계에 대해 언급했다. 이 대표는 22일 서울 마포구 아만티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여타 버추얼 아이피와 관련해 “경쟁상대가 아니고 함께 파이를 키우는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버추얼 아이피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메이저가 될 수 있게 인정 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이세계아이돌 같은 경우는 인터넷 방송 ‘버튜버’(버추얼 유튜버)에 가까운데, 버추얼 아이피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 상황에 맞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분명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인프라를 갖춰가며 혜택을 같이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 8주년 맞은 알파고와 대국, 이세돌은 지금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 8주년 맞은 알파고와 대국, 이세돌은 지금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24. 03. 19 13:17 스포츠종합
인터뷰하는 이세돌. 구글코리아 제공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6년 3월. 전세계인들의 이목은 온통 바둑에 집중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에 쏠렸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 이세돌이 ‘AI’ 알파고를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4승1패, 알파고의 완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세돌은 4국에서 ‘신의 한 수’로 값진 승리를 따내며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 무수한 바둑 기사들이 알파고에 도전했으나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면서, 이세돌은 AI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유일한 기사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역사적인 대국으로부터 어느덧 8년이 지났다. AI는 그 기간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다. 이제는 이 AI 기술을 인간이 어떻게 통제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할 때다. 구글코리아는 19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8주년을 맞아 이세돌과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세돌은 “은퇴 이후 생성형 AI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 특히 보드게임에 관심이 많이 생겨 새로운 보드게임을 만들어보기도 했다”고 근황을 밝혔다. 8년 전 그 때, 알파고와 대국을 앞두고 있던 이세돌은 자신감이 넘쳤다. 스스로 “한 판이라도 진다면 알파고의 승리라는 생각”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3국을 내리 패했고, 4국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5국을 다시 패하면서 종합 전적 4승1패로 알파고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세돌은 “사실 (알파고에 대해) 정확히는 몰랐다. 난 그 때 당연히 내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저 ‘구글에서 이런 인공지능도 만드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며 “그래서 대국을 좀 쉽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 막상 해보니까 승부 호흡도 없고, 고민 없이 바로바로 수를 두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벽에다 테니스공을 치는 느낌이었다. (알파고가) 너무 잘 두니까, 내가 너무 안일하게 준비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바둑판에 사인하는 이세돌. 구글코리아 제공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바둑에는 한 번의 거센 바람이 불었다. 요즘 활동하는 기사들에 AI 공부는 필수다. 어떤 포석이든, 수든 AI가 정확한 답안지를 제시하면서 어느 정도 정형화가 됐다. 하지만 이세돌은 이게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이세돌은 “사실 처음 바둑을 배우는 과정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고 운을 뗀 뒤 “내가 바둑을 처음 배울 때는 두 명이 함께 수를 고민하고 두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예술로 배웠다. 그런데 AI가 나온 이후로는 마치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추는 것 같아서 오히려 예술성이 퇴색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둑 기보는 알파고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과거의 기보는 바둑의 역사를 배우는 용도 외에는 특별한 가치가 없다. AI가 더 완벽한 기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AI를 보고 배우는 것이 더 편하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AI 없이는 뒤처지는 세상이 됐다. 급격한 기술의 발전이 이어지고 있고, AI 역시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세돌은 이 부분에 있어서, AI 기술의 개발 속도를 조금이라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제대로 적응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한 기술의 발전이 뒤따르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세돌은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며 “제대로 준비해서 기술을 발전시켜야 인간에게 유익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는 AI가 너무 필요하다. 그렇기에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윤리적인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 홀덤이다’… 반상 떠난 이세돌 ‘홀덤 알림이’로 나선다
‘이제 홀덤이다’… 반상 떠난 이세돌 ‘홀덤 알림이’로 나선다
2023. 08. 02 17:40 스포츠종합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세돌이 인사말과 함께 M-Tour를 소개하고 있다.‘이제는 홀덤이다!’ 바둑 AI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승리한 인류로 남아 있는 이세돌이 ‘홀덤’ 알림이로 나선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 바둑기사로 불리며 세계 바둑계를 호령하던 이세돌은 지난 2019년 모든 반상의 대결을 접었다. 평소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물러나겠다’고 말한 대로, 그는 늙은 호랑이의 모습을 거부했다. 이후 이세돌은 가끔 어린이 바둑대회 등에서 바둑 꿈나무들을 응원하기는 했지만,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새롭게 도전에 나선 종목이 ‘홀덤’이다. 홀덤은 52장의 카드로 플레이하는 두뇌 스포츠다. 남녀노소 누구나 장소에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는 마인드 스포츠의 대표 종목으로 불린다. 2028년 미국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 진입을 추진할 정도로, 외국에서는 인지도는 물론 인기도 높은 종목이다. 국내에서도 바둑 세계챔피언 출신 최철환 9단이 홀덤 선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e스포츠 선수 출신인 홍진호·임요환과 기욤 페트리 등이 홀덤 선수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특히 홍진호는 세계 최고의 홀덤 대회인 WSOP에서 우승하며 홀덤 종목에서도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M-Tour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세돌이 국제마인드스포츠협회 윤무영 총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홀덤으로 무대를 바꾼 이세돌의 첫 행보는 사단법인 국제마인드스포츠협회(총재 윤무영)가 창설하는 마인드 스포츠 투어 ‘M-Tour’(엠투어)의 홍보대사다. 2일 SBS A&T가 운영하는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M-Tour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세돌은 “M-Tour의 첫 홍보대사로 위촉돼 기쁘다”며 “앞으로 한국에서도 홀덤이 마인드 스포츠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세돌은 M-Tour 홍보대사를 시작으로 홀덤 정규 대회와 초청 대회에 직접 선수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간다. 국제마인드스포츠협회 출범식 및 이세돌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첫 공식 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M-Tour는 국제마인드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국내 최초의 마인드 스포츠 공식 투어다. 홀덤을 시작으로 다양한 두뇌 스포츠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M-Tour 첫 대회인 ‘The Opening’이 이달부터 시작되며, 전국에서 펼쳐지는 지역예선을 거쳐 1000명의 대표선수가 다음달 16일과 17일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결승전을 치러 초대 우승자를 가린다. 이번 대회는 ‘볼링플러스’ 채널에서 TV로 생중계되며, U+모바일TV와 OTT 마인드 스포츠 전문 채널인 ‘에이스TV’ 등에서도 라이브 중계 및 다시 보기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이세돌
‘이세돌 스승’ 권갑용 9단, 향년 66세로 별세
이세돌 스승’ 권갑용 9단, 향년 66세로 별세
2023. 01. 23 16:45 스포츠종합
故 권갑용 9단. 한국기원 제공 이세돌 9단(은퇴)을 비롯, 숱한 프로기사들을 양성했던 권갑용 9단이 23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6세. 1975년 프로기사로 입단한 권 9단은 1982년 ‘권갑용 바둑학원’을 개설해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다. 1989년 제자인 박승문 8단이 입단대회를 통과하는 등 50여 명의 프로기사를 배출했다. 고인의 제자 중에서는 이세돌·원성진·최철한·백홍석·강동윤·김지석·박정환·윤영선 등 8명의 세계 챔피언이 탄생했다. 권 9단은 또 딸 권효진 7단과 함께 국내 1호 ‘부녀 프로기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고인은 다수의 제자를 배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 바둑문화상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옥주 씨와 효진·효영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장례식장(☎ 02-2258-5940), 발인은 26일 오전 6시 30분이다. 조문은 24일 오전 11시부터 가능하다.

주간경향(총 5 건 검색)

[바둑]한국기원·이세돌 ‘화합의 묘수’ 없나
[바둑]한국기원·이세돌 ‘화합의 묘수’ 없나(2009. 06. 18)
2009. 06. 18 스포츠
세계지존 다툴 현 최강자 ‘휴직서’ 제출로 바둑 한국호 흔들 세계 바둑의 바다를 순항하던 한국 바둑 호가 위기를 맞았다. 침몰은 아니더라도, 암초에 걸려 꼼짝없이 발이 묶일 위기쯤은 된다. 좌초 위기에 빠진 한국 바둑 한국 호는 그동안 조훈현-유창혁-이창호로 이어지는 최고 성능의 엔진을 단 덕에 쾌속항진을 거듭해왔다. 바둑의 발상지 중국과 현대바둑의 종주국 일본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바둑=한국’의 등식을 세계에 알려왔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의 바둑 꿈나무들이 한국 호 승선을 바라며 속속 바다를 건너오고 있다. 그러나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 호의 항진 속도가 최근 2~3년 새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사이 구리와 쿵제 등 신형 엔진을 장착한 중국 호가 무섭게 추격해와 어느덧 한국 호 후미까지 바짝 따라붙었다. 이미 추월당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중국 호의 막강 엔진 구리 9단이 세계 7대 메이저 타이틀 중 5개를 집어삼켰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한국 호의 힘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한 세월 갈 듯하던 최강 엔진 이창호의 성능이 예전만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15년 이상 한국 호를 세계 최강으로 이끌었으면 이제 지칠 때도 됐다. 그토록 오래 버틴 것이 되레 신기한 일이다. 그가 최근 3~4년 새 세계대회에서 우승의 손맛을 보지 못하는 동안 그나마 한국 호의 체면을 세운 것이 ‘비금도’산 강력 엔진 이세돌이다. 그가 힘을 낸 덕에 아직은 세계 최강의 자리를 중국 호에 내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 호 제1의 엔진이 된 그가 돌연 움직임을 멈추려 하고 있다. 굉음과 함께 널브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이대로 엔진이 멈춰버린다면, 거센 황사바람에 직면한 한국 호는 침몰은 아니더라도 좌초 위기를 피할 수 없다. 홀로 울리는 손뼉은 없다 이세돌 9단이 결국 지난 8일 한국기원에 휴직서를 냈다. 휴직 기간은 오는 7월 1일부터 내년 말까지 1년 6개월이다. 지난달 기사회가 자신에게 ‘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응수타진하자 최강수로 맞받아친 것이다. 이로 인해 지금 한국 바둑계는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분위기에 싸여 있다. 기사들 간에 갑론을박이 한창이고, 인터넷 바둑사이트에서는 바둑팬들 사이에 험한 말들이 섞인 댓글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 악화 속에 잔뜩 위축된 바둑계가 더욱 깊고 어두운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쏟아진다. 아직 폭탄이 터진 것도 아니고 단지 심지에 불이 붙은 것뿐인데도 이러한데, 만약 진짜로 폭탄이 터지면 어떻게 될지, 눈앞이 캄캄하다. ‘이세돌 폭탄’의 심지에 불을 붙인 것은 한국기원이다. 이세돌 9단이 기사총회의 ‘징계결의 투표’에 마음의 상처를 입어 휴직서를 냈지만, 그 논란의 발단은 한국기원이 제공했다. 한국기원은 “모든 프로기사는 한국기원이 주관하는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이 9단이 불참해 문제가 된 한국바둑리그와 관련해 한국기원은 그에게 ‘참가 여부를 통보해 달라’고 공문(대국통지서)을 보냈다.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불참해도 좋다는 뜻을 전달한 셈이다. 이후 ‘이 9단이 한국바둑리그에 불참할지 모른다’는 소리가 바둑계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그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이 한국바둑리그에 뛰어들어 한국기원과 조인식을 하는 날에도 기자들 사이에서는 “저러다 이 9단이 리그에 불참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하는 얘기가 오갔다. 그럼에도 한국기원은 이 9단의 의사는 확인하지 않은 채 이 9단을 신안군팀 소속으로 확정하는가 하면, 다른 리그 일정을 빠르게 진행했다. 그러다 마감 시한 마지막 날 이 9단이 대회 불참을 통보하자 난리가 났다. 선수지명을 다시 해야 하는 등 모든 일정이 뒤죽박죽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신안군팀도 리그 참여를 번복할지 모른다’는 괴소문이 돌았다. 그러면서 이 모든 혼란의 책임이 이 9단에게 향했다. 대국 일정 등이 뒤로 밀리며 혼선이 일자 기사들 사이에서도 이 9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이 9단에 대한 징계의 불씨가 댕겨졌다. 그러나 한국기원도 억울한 면이 있기는 하다. 이 9단이 휴직을 결심한 직접적인 원인이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바로 기사총회의 공개 투표다. 일종의 친목모임인 기사회는 상벌권한이 없다. 그것은 한국기원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다. 그럼에도 기사회는 임시총회까지 열어가며 징계(총회에서는 ‘어떤 조치’로 얘기됐지만)를 운운하고, 마치 인민재판을 하듯이 공개투표에 부쳤다. 징계 결정보다 선행해야 할 소명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얼마 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어느 선배 기사와 관련해서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지 않았고, 징계 논의 등은 기사회의 몫이 아니다”라고 말하던 사람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이 9단에게는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투표 결과의 가부를 떠나 그 과정 자체가 이 9단에게 인간적으로 큰 상처를 줬다. 더욱이 86 대 37로 ‘어떤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쪽에 힘이 실렸다. 이사회의 징계 결정이라면 저항이라도 해보겠지만, 동료와 선후배에게 버림받았다는 배신감(?)은 그에게 ‘휴직’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게 만들었다. 이는 이 9단의 ‘술친구’들에게서 들은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의 시작점이 된 기사회의 ‘모종의 조치’ 결정은 원점에서 다시 논의돼야 한다. 그 전에 한국기원의 불합리한 규정과 제도부터 바로잡는 게 먼저다. ‘참가 여부를 언제까지 통보해달라’고 공문을 보낸 뒤 그날보다 일찍 대국 일정을 잡아놓고는 시합에 나오지 않는다고 문제를 삼는다면, 그것은 초등학생도 웃을 일이기 때문이다. 상벌권한이 없는 기사회가 징계를 들먹인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것은 한국기원 최고의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대한 월권이고 압력이었다.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기사회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 이 9단이 아니라 이사회와 바둑팬에게 사과해야 한다. 이 9단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 9단 스스로 ‘폭탄’인 것이 문제다. 개인적 성향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이 9단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바둑인’의 그것과 거리가 멀었다. 사회적 통념으로 통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이 9단은 종종 손사래를 쳤다. 이 9단의 행사 불참이나 사인 거부 등 돌출행동으로 한국기원 관계자와 선배 기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윗사람들에게 면박당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 9단은 ‘내가 하기 싫으면 그만이지’ 하겠지만, 다음해에도 대회를 유치해야 하는 한국기원 직원이나 다른 관계자 등은 불쾌해하는 스폰서들에게 허리를 굽실거리며 그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 거절, 공식석상에서 사회자의 인터뷰 요청 거절, 팬들의 사인 요청 거절 등도 바둑이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서라면 본인이 휴직하기 전에 구단에서 방출의 구실로 삼을 만한 행동이다. 동료와 선후배가 해서는 안 될 공개투표를 한 것을 두고 화만 낼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기까지 자신의 잘못은 없었나 반성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가장 문제가 된 한국바둑리그 불참과 관련해서 이 9단은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고향팀 신안군이 자신을 지명선수로 뽑았다는 기사까지 나갔는데도 가만히 있다가 며칠 뒤, 그것도 마감 시한마저 몇 시간 넘긴 뒤에야 불참을 공식으로 밝힌 것은 어떤 이유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나쁘게 생각하면 일부러 골탕먹이려 한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때 행마가 좀 더 명확했다면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치료할 시간은 충분하다 한국기원 이사회는 ‘징계’와 관련해 얘기조차 꺼내지 않고 있다. 이 9단 역시 휴직서를 내기는 했지만, 진짜 휴직에 들어가기까지는 10여 일 남았다. 서로 상처를 치료할 시간은 있는 셈이다. 서로 잘못했으니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양비론이 아니다. 한국기원과 이세돌 9단은 모두 한국 바둑의 보배와 같으니 둘이 힘을 합치라는 소리다. 누가 뭐라 해도 한국기원은 20년 가까이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킨 한국 바둑을 이끌어왔다. 그사이 이렇다 할 사고도 없었다. 우리나라 문화계나 스포츠계에서 바둑만큼 조용한 동네가 없다. 신문과 방송에 그 흔한 비판 기사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행정을 잘 이끈 이들을 무능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시샘밖에 안 된다. 작은 실수는 있었지만, 한국기원은 어느 단체보다 유능한 조직이다. 이 9단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금 한국 호에서 최대 마력을 자랑하는 특급 엔진이다. 국내 1인자로서 중국 호 최강 엔진인 구리 9단과 세계 지존 자리를 놓고 다툴 유일한 대항마다. 이창호 9단이 아직까지 버티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영훈 9단과 최철한 9단은 뭔가 2% 부족하다. 신예 강동윤 9단과 박정환 3단 등은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름칠이 덜 돼 있다. 최고 동력을 내뿜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한국 바둑의 세계 최강 자리를 지켜낼 유일한 버팀목은 이세돌 9단이다. 그의 공백은 한국 바둑의 재앙이다. 한국 바둑이 세계 최강국의 면모를 잃는 순간, 한국 바둑은 기나긴 침체의 늪에 빠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바둑팬들은 그의 이름이 없는 대진표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스폰서들도 마찬가지다. 도전기로 치르는 국수전이 ‘국수’ 없이 파행으로 치러지는 것 또한 참담한 일이다. 이를 막으려면 한국 바둑의 두 중심인 한국기원과 이세돌 9단이 손을 잡아야 한다. 명분을 위해 한국 바둑의 최고 어른이 나설 필요도 있다. 그렇지 않고 지켜만 보다가 때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만 남는다.
[바둑산책]이세돌의 몽혼검법(2005. 08. 30)
2005. 08. 30 사회
제2회 중환배 세계대회 8강전 소개하는 기보는 8월 16일 대만 타이중 랜디스호텔에서 열린 이세돌과 왕밍완의 제2회 중환배 세계대회 8강전. 이세돌이 백이다. 왕밍완은 1차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이창호를 반집으로 꺾었다. 몽혼수법 백이 좀 바쁜 상황이다. 초반 좌하귀 접전에서 이상했다. 집은 꽤 있지만, 좌하귀 부근, 그리고 중앙 일대에 힘없는 돌들이 흩어져 있다. 백1, 허공을 달리는 날일자다. 좌변은 흑이 두텁다. 좌상귀 쪽 흑 들도 기둥처럼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그런 두터움과 철벽을 향해 새털처럼 날아간다. 백 와 들은 흑A면 끊긴다. 끊으라는 거다. 원한다면 주겠다는 거다. 상대의 시야에 안개를 뿌리는 허허실실의 몽혼수법, 이세돌 일류의 감각이었다. 여기에 상대가 걸려들었다. 흑2, 기상천외한 점이었지만 오버페이스. 1도 〈실전진행〉 가볍게, 가볍게 백1로 치받자 흑2로 젖혔다. 백 석 점에 집착하고 있다. 이게 패인이었다. 백3 몰아버리고 5로 가볍게 안착하며 뿌리를 내린다. 흑6 끊었지만 쳐다보지도 않고 다시 백7로 달린다. 흑8은 응급조치. 백A로 뻗으면 정말 곤란해지므로 그걸 얼버무리겠다는 것. 그러나 효과가 없었다. 2도 〈실전진행〉 마침내 역전 백1부터 5까지, 선수로 처리하고 7로 날아갔다. 환상적인 역전의 수순이었다. 3도 흑, 우세 의 흑2로는 그렇게 멋을 부릴 일도, 힘을 쓸 일도 아니었다. 본도 흑1로 받아주면 알기 쉽고 편했다. 이제는 백도 2로 연결하는 정도인데, 흑7까지 껑충껑충 뛰어나간 후, A와 B를 맞보기로 했으면 여전히 흑의 우세였다. 4도 무난 1도의 흑8로도 본도처럼 중앙을 제압, 정비하는 것이 무난한 진행이었다. 5도 흑, 걸림 2도 흑2로 본도 흑1은 백2-4로, 이건 흑이 전형적으로 걸린 양상이다. 천의무봉 이세돌이 세계대회 4관왕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제2회 중환배 세계대회. 대만 주최다. 몇 가지, 바둑과는 크게 관계가 없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사안들이지만, 재미있는 것이 있다. 첫째, 대회 명칭. 대만이 주최하는 세계기전은 ‘잉창치배’와 ‘중환배’ 두 개다. 그런데 왜 ‘응창기(應昌期)배’는 ‘잉창치배’라고 하면서 ‘중환(中環)배’는 그냥 ‘중환배’라고 하는 것인지. 둘째, 국적. 중환배는 한·일·대만의 고수 16명이 벌이는 토너먼트다. 한국 5명, 대만 7명, 일본 4명이 출전했다. 대만에 고수가 그렇게 많았나? 아니다.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린하이펑, 왕리청, 왕밍완, 장쉬 등이 모두 대만 대표로 참전했다. 그런데 조치훈은 일본 대표다. 셋째, 중국의 불참. 중국은 1회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불참했다. ‘대만이 주최하는 세계대회를 대만에서 하는 경우’에는 출전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국기원의 방침이다.
[바둑산책]이세돌의 ‘감각’(2005. 06. 07)
2005. 06. 07 스포츠
흑1부터 백 대마를 공격하면서 우하귀 일대를 정비하고 있다. 백6까지 수습된 모양. 여기서 초읽기에 쫓기는 와중에 둔 흑7이 패착이었다. 백8의 3-3 침입의 결정타. 이세돌의 순발력과 승부감각이 눈부셨던 대목이다. 흑7은, 백이 대마에 가일수를 하면 흑A로 막을 생각이었을 것이다. 지난 5월 18일 롯데호텔에서 있었던 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16강전의 한판. 이세돌 9단(백) 대 일본 야마시타 게이코(山下敬吾) 9단의 대결이다. 종반이다. 미세한 국면인데 검토실은 “흑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하고 있었다. 1도 실전진행-귀살이 흑1로 막아야 하는데, 백은 2부터 8까지 간단히 귀살이. ‘미세한 국면’ ‘흑 약간 유리’가 일거에 날아갔다. 역전 불계승. 흑7로 A에 치중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백8이 선수. B로 1선을 타고 연결하는 수가 있으니까. 흑13-15로 대마에 시비를 걸어보지만 백16에서 C와 D를 맞보기로 완생이다. 2도 흑의 염려 그냥 흑1로 막았으면 귀살이는 없었다. 그러나 백2로 끊기는 것이 보였던 모양이다. 흑3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백A가 남으니까. 흑3으로 연결하지 않으면? 3도 끊기는 수 백2에 흑3이면 백4가 있다. 백6-8로 흑?k 석점이 떨어진다. 4도 상변 대마의 사활 흑1로 석점을 살리면? 백2로 차단되는 순간, 무시무시하게도 상변 흑 대마가 함몰한다. 흑3에는 백4가 기막힌 필살의 한 수. 흑5-7은 백6-8로 그만이다. 흑3으로 A는 백3으로 더 쉽게 잡힌다. 5도 숨어 있던 묘수 흑7로는 보는 것처럼 흑1 쪽에서 덤비는 수가 있었음이 국후검토에서 밝혀졌다. 백2에는 흑3-5로 추궁을 계속한다. 백6으로 끊으면 흑7로 잇는다. 여기서 백이 실전처럼 귀살이를 감행한다면 흑17의 일격으로 이제는 저 거대한 백말이 함몰한다. 백18? 소용이 없다. 흑19로 연결이다. 흑5와 17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6도 사후약방문 실전진행 다음 흑1로 가는 것은 효과가 전혀 없다. 백6으로 A와 B가 맞보기.
[바둑산책]이창호 다음은 이세돌(2004. 12. 23)
2004. 12. 23 문화/과학
이세돌 9단이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다. 바람 소리가 들린다. 지난주에는 삼성화재배를 거머쥐었고 신년 초에는 도요타덴소배 사냥에 나선다. 이세돌이 달리자 세계 바둑계의 검토실이 다시 부산해지고 있다. 지금 기세라면 그로서는 이번 시즌이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가 우리 모두 궁금해하는 질문에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해답으로 가는 해법만큼은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바로 그거다. 간단히 말하면, 이세돌이 이창호 다음으로 세계 제일이 되느냐 하는 거다. 질문은 단순하지만 해답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이창호와 이세돌 가운데 과연 누가 강한가. 문제가 어려워서만은 아니다. 문제 자체보다는 해답을 찾는 마당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창호가 세계 제일이 되던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바둑계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 이제 한-중-일의 프로 바둑은 시장을 단일화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 단적인 예다. 각국 국내 기전의 함의와 성격이 어쩔 수 없이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아무리 자국 내 제일인자라도 세계 무대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진정한 실력자로 인정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본이 그렇지 아니한가. 전에는 일본의 제일 타이틀 기성전의 도전기가 곧 세계 바둑계의 일인자를 가리는 마당이었다. 그러나 요즘 일본 기성전 도전기에 크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장쉬니 야마시타니 하네니 하는 이름의 폭발력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요다, 아니 조치훈까지도 그렇다. 중국의 국내 기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세돌의 스퍼트가 세계 랭킹 1위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하나는 당연히 이창호를 세계 기전 결승에서 쓰러뜨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창호가 중국 신예들의 인해전술에 밀리고, 그 중국 신예들을 이세돌이 제압하는 일이다. 두 가지 중 어느 쪽일지.... 이세돌이 작년 봄 LG배 우승 이후 이번 삼성화재배 우승까지 2년 가까이 답보하고 있을 때 이창호는 앞으로도 길게는 10년은 더 건재할 것이며, 적어도 5년 동안은 '강호제일검'의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세돌이 정체하고 있는데다 그 사이에 박영훈-최철한-송태곤 등 신예들이 대거 출현하는 양상이어서 이세돌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인 의미가 있었다. 그랬다. 이창호는 국내에선 스승인 조훈현 한 사람만 상대하면 되는 입장이었다. 그에 비해 이세돌은 겨뤄야 할 상대가 훨씬 많아졌다. 전력의 분산과 집중이라는 면에서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이창호가 등극할 무렵에는 중국의 신예들도 요즘같이 벌떼처럼 덤벼들지는 않았다. 게다가 한국과 중국의 세대교체 주기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에는 또다른 신예들이 보이며 중국의 경우, 해가 바뀌면 또 어떤 낯선 친구가 나타나 콩지에-구리-왕시 등의 자리를 노릴지 모른다. 이세돌은 시간이 별로 없다. 차분히 세계 정상 등정을 구상할 여유가 없다. 이창호는 바둑 외적인 일, 승부가 아닌 일상사에 호기심을 발동하는 일이 없었다. 전혀 없기야 했을까만은 그의 호기심 대상을 주변에서는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이세돌에게는 있다. 그것도 그의 정상 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스스로의 안정감, 혹은 부동심에 영향을 끼칠 것이므로. 다만 이런 것은 있다. 정상의 세대교체는 패턴의 반복이라는 것. 바둑으로 말하자면 공격-수비형, 전투-계산형, 실리-두터움형, 그런 상극적 요소의 주인공들이 번갈아 나타나 천하를 제패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이세돌은 맞다. 이세돌은 모든 면에서 이창호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 바둑을 떠난 일상에서도 그렇다. 옷차림이 다르고, 음성이 다르고, 웃음이 다르다. 그러나 어찌 그것만 믿을 수 있으랴.  이광구[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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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MC로 팬들 앞에 선 천재기사 이세돌의 당당함
2004. 01. 01 화제
“방송중에 실수해도 이해해주실 거죠?” 바둑에서 프로 9단을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표현한다. 약관의 나이에 프로 9단이 된 천재 기사 이세돌이 바둑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그의 톡톡 튀는 언행은 지금까지 바둑계에서는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생방송 MC를 맡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브레인 서바이버’ 출연으로 인기 급상승 지난 12월 11일, ‘한국기원’의 방송 스튜디오에 친숙한 얼굴이 보인다. 연예인도 아니고, 스포츠 스타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그의 이름 석 자는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약관의 나이에 바둑으로 세계를 제패한 젊은 프로기사 이세돌(20) 9단. 바둑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생방송을 진행한다고 스튜디오에 나타나 또 한번 놀라게 한다. 바둑 전문 채널인 바둑TV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9시부터 80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생생바둑한게임’에 이세돌이 진행자로 나섰다. 프로기사 한해원 2단과 전문방송인 김유리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난 12월 11일 첫 방송 이후 이세돌 프로기사의 ‘끼’를 알게 됐다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들 방송의 묘미는 생방송에서 느낄 수 있다지만, 그것도 전문 방송인의 연륜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돌발상황에 잘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세돌은 주위 사람들의 걱정을 첫 방송으로 잠재웠다. 전문 MC가 아니기에 대사도 놓치고, 실수도 했다. 하지만, 상대 MC의 이야기에 유머스럽게 응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첫 방송은 성공이었다. “한 달 전에 섭외가 왔어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가 오고 갔지요. 막상 첫 방송을 하고 나니까, 제가 서툴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대본이 있지만, 따라가지도 못하겠고. 제가 방송인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를 해도 사람들이 다 이해해주실 거라 믿어요.(웃음)” 이세돌이 방송에서 끼를 먼저 보여준 것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노인 ‘브레인 서바이버’를 통해서였다. 프로기사가 코미디 프로에 나오는 것도 드문 일인데, 이세돌은 한술 더 떠 출연자들을 웃겼다. “한해원 사범이 브레인 서바이버에 나가보라고 해서 나가게 됐는데…. 그런 방송에 처음 나가는 것이어서 부담됐지만 재미있게 했어요. 연예인들을 처음 보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그날 방송에서 했던 이야기는 다 재미있으라고 한 이야기예요. 실수로 바둑돌을 놓아서 이긴 적이 많다는 것도 농담이었어요.(웃음) 그런 경우가 있겠어요?” 이세돌이 출연한 후에 반응이 좋아서 ‘브레인 서바이버’ 크리스마스 특집에 다시 초대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먹은 것이 체해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며 아쉬워한다. 이세돌은 ‘브레인 서바이버’을 통해서 바둑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역할까지 했다. 흔히 프로기사하면 떠올랐던 ‘반상(盤上)에서 장고(長考)하는 이미지’를 확 바꿔놨다. 우리나라 바둑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다. 그동안 조훈현 9단, 그의 제자인 이창호 9단이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세계를 제패했고, 얼마 후에는 이창호 9단의 독주가 시작됐다. 많은 프로기사들이 이창호 프로의 앞에서는 주눅이 들고 콤플렉스를 느낀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세돌은 달랐다. 이창호 앞에서도 거침없었다. 자신의 목표는 ‘이창호 9단을 이기는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바둑세계에서 이세돌 프로처럼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프로기사는 드물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이세돌은 ‘당차다’ ‘건방지다’라는 양 극단의 평가를 받는다. 상하이에서 열린 LG배 준준결승에서 이세돌의 기자 회견 내용이 화제가 됐다. 입단 동기이자 가까운 동료인 조한승 6단에게 ‘화려하게 몰아쳐 케이오 시키겠다’라는 이야기를 한 것. 그리고 ‘이창호, 조훈현, 마샤오춘 가운데서 누구를 존경하느냐’는 질문에는 처음에는 “다 좋은 기사들”이라고 했다가 이내 “마샤오춘의 이름은 거기서 뺏으면 좋겠다”라고 대답했다. 바둑팬들은 ‘패기 있어서 좋다’라는 측과 ‘오만방자함의 극치’라는 대조되는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이세돌은 한국 바둑계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언행을 보여준다. “솔직한 성격이에요. 생각한 것은 그대로 이야기하는 편이고. 사람들의 평가가 그런 면에서는 맞죠.” 속에 담아두지 못하는 솔직함은 그의 공격적인 바둑 기풍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입단 8년 만에 9단 신화 만들어내 이세돌의 별명은 섬소년이다.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10살 때까지 섬에서 자랐다. 이세돌은 아버지로부터 바둑을 배웠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아버지는 목포에서 교사생활을 하다 신안으로 들어갔다. 서울 아이들에게 뒤처질까봐 가르친 것이 바둑이었다. 이세돌은 바둑을 특이하게 배웠다. 농사일을 하러 나가는 아버지는 아침마다 막내에게 사활문제를 내주고, 저녁에 점검했다. 글자도 깨우치지 못한 6살 아이가 바둑만은 신기하게 잘 이해했다. 2년 만에 아버지와 아들은 맞바둑을 둘 수 있게 됐다. 이세돌은 어린이 바둑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이세돌에게 바둑의 정신적 지주는 아버지다. “제가 입단하기 전까지는 노력보다는 재능이 훨씬 많았다고 생각해요. 기억은 잘 안나지만, 바둑을 배울 때 정말 이해를 잘했던 것 같아요. 입단 후에는 노력이 더 크죠. 다른 프로기사에 비해 수 읽기와 감이 좋은 것은 제 장점이죠.” 이세돌은 10살 때 서울로 올라왔다. 권갑룡 도장에서 사범을 맡고 있던 큰형 이상훈(현 프로 4단)이 그를 돌봤다. 서울로 올라온 후에 그는 일취월장했다. 1995년 입단했고, 8년 만인 2003년 입신의 경지인 9단이 됐다. 입단할 당시 12세 4개월의 나이. 당시로서는 조훈현(9세 7개월), 이창호(11세 1개월)에 이은 역대 3위의 최연소 기록이었다. 예전에는 초단에서 9단이 되기까지 약 13년 정도 걸렸다고 하니까 얼마나 초고속 성장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프로기사의 단수에 따라 실력과 연륜이 함께 인정됐어요. 하지만, 요즘은 성적으로 단을 받는 것이니까 예전 9단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죠. 우선 제가 나이가 어리니까요. 요즘은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어서 초단과 9단의 차이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봐요.” 이세돌이 가장 존경하는 프로기사는 조훈현 9단. 50이라는 나이에도 후배들과 바둑을 두는 모습이 존경스럽단다. 요즘 프로기사들의 나이가 계속 어려지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없다면 마흔이 넘어서면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 9단의 기풍도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쉼없이 몰아치는 공격적인 스타일이 이세돌의 장기다. 이세돌은 바둑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이뤘다. 세계적인 대회인 후지쓰배에서 2번이나 우승을 했고, 지난 4월 LG배 세계기왕전에서는 이창호 9단을 이기고 우승도 했다. “우선은 응창기배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응창기배는 4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제가 출전할 기회가 지금까지 없었거든요. 내년에 응창기배가 열리는데, 지금은 우승이 목표예요.” 하지만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뤄서인지, 요즘 공허함을 느낀다. 특히 LG배 세계기왕전 우승 이후 목표감 상실로 해이해진 것도 있다. 전적도 나빠졌다. 하지만 이세돌에게 바둑은 인생의 전부다. 바둑 이외에는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세돌은 차기 한국 바둑계를 이끌어갈 대들보다. 그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쉽게 주저앉지 않는다. 그의 바둑 신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세돌의 톡톡 튀는 언행 때문에 오래간만에 바둑계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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