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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1,944 건 검색)

현대차그룹, 이웃사랑 성금 350억원 전달…22년간 누적 금액은 4290억원
2024. 12. 20 15:34 경제|경제|인물
... 가운데 ‘희망2025나눔캠페인’ 성금 전달식을 열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매년 12월 1일부터 다음 해 1월 31일까지 희망나눔캠페인을 전개한다. 현대차그룹은...
포스코그룹, 연말 이웃돕기 성금 100억원 전달
2024. 12. 18 11:03 경제|경제
... 이웃돕기 성금 100억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포스코그룹은 1999년부터 매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해왔다. 올해까지 기탁한 성금의 누적 금액은 2020억원에 달한다. 이날 추가 기부로...
[김숨의 위대한 이웃]이발사 박씨
2024. 12. 04 20:54 오피니언
아파트 5층 높이의 미루나무가 머쓱히 서 있던 신작로에 이발사 박씨가 마을에 등장한 건 1970년대 말. 다섯 살쯤 먹은 한쪽 다리를 절룩이는 사내아이와 함께였다. 버젓한 버스표지판도 없던 그곳에 그들을...
김숨의 위대한 이웃김숨
누적 7만명, 14만시간의 봉사활동…이웃 사랑 ‘나누미’
2024. 11. 27 20:10 보도자료
... 각 계열사별로 기업의 윤리경영 및 책임경영, 정도경영을 통한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전국 70여개 GS나누미 봉사단을 조직해...
GS

스포츠경향(총 592 건 검색)

‘오지송’ 전소민, 최다니엘 이웃사촌됐다
2024. 12. 17 09:26 연예|연예
‘오늘도 지송합니다’ 스틸컷. KBS Joy 인연의 시작일까, 악연의 연장일까. 전소민과 최다니엘이 이웃사촌으로 다시 만난다. 19일 방송되는 KBS Joy 새 드라마 ‘오늘도 지송합니다’(연출 민지영, 극본 조유진, 최룡) 제작진이 이웃사촌으로 재회한 지송이(전소민 분)과 차현우(최다니엘 분)의 투샷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과거 이혼변호사와 의뢰인의 인연이 있는 지송이와 차현우의 뜻밖의 재회 현장이 담겨 있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평소처럼 캐주얼한 밤마실 차림의 지송이와 달리 까칠한 성격만큼 칼각이 잡힌 단정한 슈트핏을 뽐내는 차현우의 모습이 극과 극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앞서 지송이는 이혼 상담을 위해 차현우를 찾았다가 지나치게 냉철하고 까칠한 현실 조언에 크게 내상을 입었던 불쾌한 기억이 남아있는 만큼 철천지 앙숙(?)의 기미가 보이는 두 사람이 악연을 이어갈지,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 그런 가운데 지송이는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살펴보고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차현우는 그런 태도에 오히려 어이없는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어 또 다시 펼쳐질 MBTI ‘극F녀’와 ‘극T남’의 티격태격 ‘말꼬리잡기 배틀’이 선사할 유쾌한 웃음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실제 동갑내기인 전소민과 최다니엘의 진심에서 우러난 유치찬란한 티키타카 호흡은 촬영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 일쑤”라며 “올 겨울 웃음과 설렘으로 안방극장을 후끈 덥혀줄 전소민과 최다니엘의 기막힌 찰떡 케미에 주목해달라”라고 전했다. 하루아침에 파혼당하고 살벌한 신혼집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N잡, N캐 인생에 시달리는 (돌)싱글녀 지송이의 파란만장한 신도시 생존기가 그려질 ’오늘도 지송합니다’ 3회는 오는 19일 목요일 밤 9시 KBS Joy에서 방송된다.
가수 진혜진 사단법인 좋은이웃 홍보대사 위촉
2024. 12. 14 10:42 생활
왼쪽부터 김선우 사)좋은이웃 중앙자문위원장, 가수 장군, 가수 박나로, 가수 진혜진, 김소당 사)좋은이웃중앙회장 13일 금요일 오후 영등포 한국장애인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사단법인 좋은이웃중앙회(회장 김소당)가 주관.주최한 “ 복지사각지대대상 연탄나눔릴레이 중간보고 대회및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가수 진혜진이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본 행사는 원래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탄핵정국으로 인한 국회출입 전면통제로 국회 근처 한국장애인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정지훈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좋은이웃 임원진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수 진혜진, 장군,박나로 3인이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진혜진은 “ 김선우 좋은이웃 중앙자문위원장님의 권유로 어르신 효잔치 공연에 참여하게 된 인연으로 좋은이웃 봉사활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좋은이웃 회원님들이 다양한 봉사활동 현장에서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시간되는 한 참여해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더불어 홍보대사의 기회까지 주시게 되어 미력하나마 더욱더 최선을 다해 봉사활동에 참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진혜진은 TV조선 미스트롯2 최종 100인으로 선정된 가수로서, 사랑의 재계약, 맛보고가세요로 방송계에 이름을 알린뒤, 최근 “쑥덕쑥덕” 노래로 KBS 아침마당,가요무대등 각종 방송활동및 지역축제행사 섭외1순위로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으며,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홍보대사,경기도의회 홍보대사, 강원도 양구군 홍보대사로도 활동중이다. 한편, 사단법인 좋은이웃은 올해로 창립된지 20년이 된 순수 비영리민간 단체로서,목적 사업에는 문화소외지역 찾아가는 문화공연과, 후원 물품전달, 벽화그리기봉사,청소년 미래인재양성페스티벌, 연탄배달봉사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소외 이웃에 ‘사랑의 연탄’ 3천장 전달
2024. 12. 05 10:15 생활
자생한방병원 임직원들과 자생봉사단원들이 ‘사랑의 연탄 나누기 행사’에 참석했다 자생의료재단(이사장 박병모)은 지난 4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를 방문해 소외 이웃들을 위한 ‘제8회 사랑의 연탄 나누기’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5일 밝혔다. 이날 자생의료재단 및 자생한방병원 임직원 등으로 구성된 35명은 오정구에 거주하는 소외 이웃들을 찾아 연탄 3000장을 손수 전달했다. 해당 연탄은 도시가스 공급이 안 되는 15개 가구에 200장씩 나눠 전달됐다. 자생의료재단의 ‘사랑의 연탄 나누기’ 활동은 생활물가 상승과 난방비 부담이 커진 소외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자 지난 2016년부터 매년 진행해오고 있는 행사다. 자생의료재단은 올해까지 총 1만 4500장의 연탄을 소외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박병모 자생의료재단 이사장은 “연탄에 뚫려있는 구멍 22개는 행복(幸福)을 쓰는 획수와 같다는 말이 있듯, 이번에 전달한 연탄으로 주민들이 행복하고 따뜻한 겨울을 나길 바란다”며 “자생의료재단은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이웃들과 행복을 함께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생의료재단은 나눔문화 형성을 위해 한방 의료봉사, 교육·장학사업, 물품지원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제주∙임실∙대전 등 국내는 물론, 우즈베키스탄과 베트남 등에 의료봉사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10월에는 희망드림 자선바자회를 열어 수익금 2000만원을 지역 청소년 교육 장학금으로 지원했다. 이 같은 자생한방병원의 사회공헌활동은 ‘어려운 사람들을 가엾게 여겨 돕고자 하는’ 긍휼지심(矜恤之心)의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는 자생한방병원을 설립한 신준식 명예이사장의 선친인 독립운동가·한의사 청파 신광렬 선생(1903~1980)의 평생 철학이기도 하다. 자생한방병원은 긍휼지심의 마음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 이웃사랑성금 500억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
2024. 12. 02 12:45 생활
삼성이 연말을 맞아 이웃사랑성금 50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삼성은 2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관에서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장석훈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 서준영·박범철 삼성전자 사원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연말 이웃사랑성금 전달식을 가졌다.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오른쪽)과 장석훈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이 2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관에서 열린 연말 이웃사랑 성금 전달식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은 1999년부터 26년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연말 이웃사랑 성금을 기탁하고 있다. 올해까지 기탁한 성금의 누적 총액은 8700억원에 이른다. 올해 성금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물산, 삼성E&A, 제일기획, 에스원 등 23개 관계사가 참여했다. 기부에 참여한 삼성 관계사들은 대외 기부금 출연을 위한 사별 승인 절차를 거쳤다. 삼성이 전달한 성금은 청소년 교육 지원과 사회적 약자 지원 등에 사용된다. 회사 기금 외에 23개 관계사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기부금도 성금에 포함됐다. 삼성 임직원은 지난 한 달 삼성 ‘기부약정 캠페인’에 참여해 2025년 한 해 동안의 금전 기부와 재능 기부를 미리 신청했다. 기부액은 매월 급여에서 자동 기부되며 회사는 임직원이 약정한 금액에 1대 1로 매칭해 기부금을 출연한다. 삼성은 유니세프, 푸른나무재단,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등 비정부기구(NGO) 8곳과 함께 제작한 2025년도 탁상달력 31만개를 임직원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달력은 삼성과 NGO들이 펼치는 주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사업의 소개와 활동 사진을 담고 있다. 올해 삼성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등 15개 관계사가 달력 구매에 참여했다.

주간경향(총 51 건 검색)

[렌즈로 본 세상]‘나쁜 이웃’ 된 진객, 누구 탓일까(2023. 06. 16 11:49)
2023. 06. 16 11:49 사회
민물가마우지들이 지난 6월 11일 서울 동호대교 아래 한강에서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민물가마우지 100여마리가 강 위에 떠서 분주히 물고기를 낚아채며 먹이활동을 하다 일제히 날아오르기도 했다. 겨울 철새로 알려진 민물가마우지는 기후위기로 텃새화돼 민물고기를 잡아먹으며 개체수를 늘리고 있다. 이러한 탓에 전국 지자체들의 고민거리가 됐다. 충청북도는 “민물가마우지가 현재 충북 전역에 서식하며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환경부에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강원도 인제군도 2020년 어족자원을 고갈시키는 민물가마우지 퇴치를 위해 유해 동물 지정 건의 서명운동에 나섰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민물가마우지가 2017년 1만6021마리에서 지난해 3만2196마리로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환경 및 기후변화 등으로 텃새화된 민물가마우지가 백로와 왜가리 등의 서식지를 빼앗으며 개체수를 늘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들은 소음총 사용, 천적 모형 설치 등으로 개체수 조절에 나서고 있으나,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멸종위기종 관심 등급으로 지정돼 있어 민물가마우지를 포획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겨울철에 찾아오던 ‘손님’에서 ‘불편한 이웃’이 된 민물가마우지. 그 불편함은 누가 초래했고,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렌즈로 본 세상
[한기홍이 만난 사람](7)슬로푸드 활동가 임경호 “느린 음식을 이웃과 나누면 행복해요”(2022. 08. 05 14:37)
2022. 08. 05 14:37 사회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 사는 슬로푸드 활동가 임경호를 만났다. 그는 ‘활동가’이면서 ‘셰프’이며, 마을공동체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범시민이다. 그를 칭찬하는 마을의 여론이 자자하다. 그런 인물이 항시 그러하듯, 그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며 ‘관계지향적인’ 삶을 살았다. 임경호는 ‘슬로푸드 활동가’이면서 ‘셰프’이며, 마을 공동체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범시민이다. / 주미영 작가 그의 삶은 그러나 오랜 병마로 피폐했다. 2012년부터 말기 신부전증을 앓았다. 집에서 하루 4번씩 복막 투석을 해야 했다. 복강 내에 특수한 도관을 삽입해 투석액을 주입하고 배출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복막 투석은 한 번에 30분이 걸렸다. 토막 난 하루를 살아야 했다. 리듬이 끊어지는 일상을 8년이나 반복하다 보니, 그게 생활의 리듬이 됐다. 투석치료에 ‘병원놀이’란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그는 낙천적으로 병마와 대적했다. 7년을 기다린 끝에 서광이 비쳤다. 2020년 극적인 신장 이식 수술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슬로푸드를 옹호하며, 건강한 음식을 요리하고 있다. 지금 그의 정체성은 어찌 보면 질병에 의해 형성됐다. 투병하면서도 그는 숨지 않았고, 이웃 사람과 교유하며 몸에 좋은 음식을 나눴다. 슬로푸드는 살아가는 방식 투병 중에도 자신의 외연을 서서히 확장하는 특이한 삶을 살았는데, 파주 문발동이 그 무대였다. 슬로푸드 운동을 이웃과 함께 작은 공동체에서 시작했다. 그의 새로운 삶의 특질이다. ‘운동’이란 거창한 타이틀을 붙이기에도 민망할 만큼 그의 생활은 ‘이웃 사람들’과 단단하게 밀착돼 있다. 그의 밥상 역시 우리의 오랜 식생활 전통과 굳게 결합해 있다. 올봄 어느 날 그는 이런 슬로푸드 일기를 썼다. “현미와 보리로 지은 밥이 맛있게 잘 나왔다. 무를 채썰고 볶아 마지막에 들깻가루로 버무린 무나물은 언제 먹어도 편안한 맛이다. 어제 냉장고 속 자투리 채소를 모아 다시마, 표고 채수 내어 끓여두었던 된장국은 하루가 지나니 더욱 맛이 깊어졌다. 향긋한 참나물 고소하게 무치고, 남도의 자연산 돌김 구워 한상 차려 먹었다. 몸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난다.” 슬로푸드는 그에게 대상이나 목표가 아니라 살아나가는 하나의 방식이나 과정에 가까운 것이다. 음식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음식을 만든 사람에게 감사하며, 음식을 음미하면서 먹는 것이 슬로푸드의 핵심이다. 임경호의 부연 설명에 의하면 그 의미는 이렇게 확장된다. “생태와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며 깨끗한 음식,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은 음식을 공정한 방식으로 모든 사람과 나누는 것이다. 농업과 축산, 생태환경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음식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생태적인 방식으로 환원하며, 음식을 생산하는 과정이 누군가를 착취하는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 ‘공정한 방식’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슬로푸드 운동은 자본주의 방식의 식품산업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패배할 운명’인 운동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 운동이 궁극적으로 패배한다면 인류의 미래도 붕괴되고야 마는 절박한 몸부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쁜 음식을 과도하게 먹는 습관, 비만과 질병, 경쟁과 속도를 추구하면서 창궐하는 패스트푸드, 버려지는 음식물로 인한 환경오염, 공장식 축산, 농약과 화학비료로 키운 농작물 등. 거대한 악순환의 파노라마가 매일 되풀이되고 있다. 임경호가 앓았던 질병, 만성 신부전증은 인류가 처한 고통의 축소판이다. 그 병의 속성을 임경호는 이렇게 설명했다. “신부전증은 단백질 과잉과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단백질을 고기와 등식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식물성 식품에도 좋은 단백질이 많다. 신부전증은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의 과다 섭취로 발병한다. 몸에 축적되는 요소와 요산을 신장이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돌이켜보면 식습관의 주도권이 내게 없었다. 학교급식과 외식, 배달음식과 야식이 병을 불렀다. 건강한 식단을 스스로 짜지 않고 외부에 의존하면 몸은 당연히 망가진다. 투병하면서 음식을 내가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자각이 생겼다. 내게 슬로푸드는 관념적인 옹호가 아니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지상과제로 다가왔다. 그게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파주로 이사 오게 된 내력이다.”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임경호의 건강은 완연하게 좋아졌다. 음식 강의를 할 때 이론과 실습 양면에서 슬로푸드 정신의 핵심을 전파하고 있다. / 임경호 제공 임경호는 대학을 기계공학과로 들어갔다. 나중에 취업을 생각해 ‘뭔지도 모르고’ 기계공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항공정비사나 엔지니어가 돈을 많이 번다는 풍문을 고교시절에 들었다는 것인데, 막상 기계공학과 수업이나 선배들의 취업 진로를 보니 그가 원하는 방향과 너무도 달랐다. 재미있는 일도, 꿈꾸던 진로도 아니었다. 군 복무 후 ‘미디어 공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디어 아트’를 연구하며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공생명’ 예술작품을 분석하는 테마로 학위논문을 썼다. “디지털 기술로 인공생명을 구현하거나, 생명 현상을 표현하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일군의 작가들이 있다. 미디어 아트의 한 갈래인데, 그들의 작품을 분석하는 연구에 집중했다. 어려운 개념이지만 ‘상호작용성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관찰하고 논문을 썼다. 미래에는 인공생명체가 지금의 반려견과 반려묘처럼 일상에 흔히 존재할 수도 있으며, 그런 예측을 전제로 그 인공생명체와 미래 인류의 관련성을 따져보자는 연구였다. 미학적이면서도 사회과학적인 통찰이 필요한 테마였다. 논문을 시작할 때 생물학을 공부하느라 굉장히 힘들었다.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되풀이해 읽었던 기억이 있다.” 임경호가 읽은 린 마굴리스는 ‘공생진화론’이란 혁명적 이론으로 세계 생물학계를 뒤흔든 여걸이다. 그는 “지구상 모든 생명은 단 하나의 고리, ‘공생’으로 연결되며 나아가 그 공생은 새로운 개체성을 출현시킨다”고 주장했다. 진화의 동력이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이 아닌 ‘공생’에 있다는 것이다. 임경호가 린 마굴리스에 경도된 측면은 ‘공생진화론’과 함께 그의 광대한 생명론에 있는 듯하다. 마굴리스가 생각하는 ‘생명’은 지구환경과 지구의 전 생명이 상호작용해 시시각각 살아 움직이는 전체, 즉 ‘가이아’ 개념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마굴리스는 가이아 이론을 주창한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을 열렬하게 옹호했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스스로 변화에 적응하고 진화해나가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보는 이론이다. 임경호는 인터뷰에서 이 개념을 ‘전일론적 생명체’, 또는 ‘시스템적 생명관’으로 명명했다. 지구상의 생물은 지구의 바다·흙·공기를 변화시켜 자신들이 살아가기에 적당한 환경으로 만든다. 변화된 지구환경이 다시 생물들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지구와 생물이 함께 진화해나간다. 원 테이블 레스토랑에서의 추억 음식을 매개로 한 임경호의 ‘공생진화’, 이웃과의 소통과 교류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파주 교하의 넓은 아파트, 제주도에서의 고등어 요리가 그 단초가 됐다고 그는 회상한다. “굉장히 넓고 좋은 아파트였다. 거실도 넓고 방도 3개나 있었으니 마치 콘도에 놀러온 기분이었다. 여기서 혼자 밥 먹는 것보다는 음식을 만들어 사람을 초대하는 공간으로 하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파주에 오기 직전 마음을 다스리려고 한 달 정도 제주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렀는데, 동문시장에서 고등어 3마리를 사와 조림을 만들었다. 생물 고등어조림은 너무도 맛이 좋았다.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던 사람들을 불러 같이 먹었는데, 다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쁘고 행복했다. 맛있는 음식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때 들었다.”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고 있는 임경호. 좋은 식재료를 쓰는 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한다. 2013년부터 임경호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원 테이블 레스토랑’을 오픈한 것도 이런 느낌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연습하는 것처럼 소박하게, 소꿉장난처럼 시작했다. 파스타를 좋아했던 그는 ‘퓨전 이탈리아식’을 중심으로 식단을 만들었다. 9월 말쯤 오픈했는데 그때는 들깨 꽃대가 한창 올라올 시기였다. 들깨 꽃대 튀김을 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애피타이저를 시작으로 제철 채소를 주재료로 한 수프, 샐러드와 함께 주요리와 파스타, 차와 디저트를 순서대로 올렸다. 포모도로(토마토) 파스타가 대표적인 메뉴다. 마트에서 구매한 소스로 만든 파스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이탈리아 가지 요리 ‘파르미지아노 디 멜란자네’도 자주 올렸다. 손님들이 가장 좋아했던 메뉴 중 하나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홈 파티를 할 때 빼놓지 않고 만드는 요리다. 가지를 얇게 썰어 토마토소스, 모차렐라 치즈와 파르미지아노 치즈가루를 뿌려 만드는 그라탱 요리다. 겨울에는 토마토소스가 베이스가 된 홍합찜을 올리기도 했다. 그 국물로는 리소토를 만들었다. 광어, 농어 등 흰살생선을 종이 포일로 싸서 굽는 카르토치오도 반응이 좋았다. 마치 찜처럼 부드러운 맛이 난다. 생선이 많이 필요할 때는 주로 서울 마포 망원동 수산시장을 이용했다. 제일 마지막 순서인 차를 포함해 6~7개의 코스요리를 차례로 테이블에 올렸다.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속이 편안하다는 감상이 많았다. 아마도 신선한 채식 위주의 메뉴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원 테이블 레스토랑’은 2014년부터 시작해 2019년을 마지막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그만뒀다. 한 달 평균 2~4팀의 예약을 받아 상을 차렸다. 몸이 아픈 사람에게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을 때, 결혼기념일, 연인들의 프러포즈, 만남 300일 기념 등 특별한 날에 ‘원 테이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메뉴는 임경호가 제안하고, 손님들이 수정했다. 주로 알레르기가 있는 재료를 빼는 정도로 메뉴의 수정이 이뤄졌다. 소·닭·돼지고기를 삼가는 ‘페스코 채식자’(육류는 먹지 않고 생선, 동물의 알, 유제품은 먹는 채식 유형) 식탁 위주로 메뉴를 짰기 때문에 고기요리는 먹을 수 없었다. “당시 후지무라 야스유키의 책, <3만엔 비즈니스: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란 책을 읽고 공감하는 바가 컸다. 한 달에 6일 일하고 3만엔짜리 비즈니스를 3개 정도만 하는 스케줄이다. 나머지는 ‘돈이 들지 않는 놀이’, 다시 말해 자급자족의 생활을 실천하라는 메시지였다. 가족·친구·동료와 함께 살 집을 짓고, 먹을 채소와 곡물을 재배하고, 닭을 키우고, 사용할 에너지를 생산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라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100만원이 넘지 않는 생활비로 한 달을 살았다. 2015년까지는 대학원 시간강사로 약간의 수입이 있었고, 그 이후에는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원 테이블 레스토랑’은 이익이 나는 구조도 아니었고, 그럴 의도도 없었다.” 2013년부터 자신의 아파트에서 ‘원 테이블 레스토랑’을 오픈한 임경호는 ‘퓨전 이태리식’을 중심으로 식단을 만들었다. / 임경호 제공 인터넷과 책만으로는 한계를 느끼면서 스승을 찾게 됐다. 그래서 만난 두 사람의 스승이 요리연구가 문성희와 이재련이다. <평화가 깃든 밥상>의 저자 문성희 선생에게는 죽을 중심으로 한 한상차림, ‘죽상차림’을 배웠다. 복막 투석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의 쿠킹 클래스(연희동)에는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다. 그때 배운 8가지 죽상차림은 그가 2020년 4월 신장 이식 수술 후 회복할 때 자주 해먹었던 음식이다. 죽 요리야말로 영혼을 위무하는 위대한 음식이란 점을 처음 알게 됐다. 이재련 선생에게는 매크로바이오틱(macrobiotic·제철음식을 뿌리부터 껍질까지 있는 그대로 먹는 식생활법) 음식 철학을 배웠다. “이재련 선생은 생태적 관점이 확고했다. 음양오행, 일물전체, 신토불이가 그 철학의 요체다. 음양오행은 계절변화에 따른 식재료를 선택하라는 것뿐만 아니라 음양의 조화, 즉 음식과 몸의 밸런스를 중시하는 철학이다. 일물전체는 식재료의 껍질과 뿌리, 씨앗 등 전체를 온전하게 활용하라는 가르침이다. 신토불이는 사는 곳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하라는 전통적인 음식관이다. 현실적으로는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라는 가르침이다.” 신장 이식 후 되찾은 건강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그의 건강은 완연하게 좋아졌다. 모든 합병증이 일거에 사라졌다. 빈혈 증세가 없어져 무엇보다 좋다. 오르막길을 5분만 걸어도 주저앉던 증상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투석을 받지 않으니까 하루를 온전하게 살 수 있게 됐다. 시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워졌고, ‘결코 나을 수 없을 것’이란 절망감에서 해방됐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 오랜 투병생활의 습관이었는데, 이제는 다가올 미래에 그가 할 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임경호를 포함한 5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문발동 음식공방 협동조합도 오는 9월쯤 출범한다. 영업허가를 받는 등 준비가 한창이다. 토마토소스와 같은 소스류와 절임류, 수프류 등을 생산해 주민에게 판매하는 협동조합이다. 2개의 테이블을 놓고 임경호가 만드는 요리를 마을 사람들이 즐길 수도 있다. 쿠킹 클래스를 열어 슬로푸드의 이론과 실제를 주민과 함께 공유한다는 복안이다. “슬로푸드 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패스트푸드의 상징인 미국의 맥도날드가 로마에 진출하려 하자 반대운동이 벌어진 게 계기가 됐다. 슬로푸드는 먹거리를 생산하고 가공하는 방식과 관련된다. 이 운동 안에는 ‘슬로미트’라는 캠페인이 있다.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 곡물사료만 먹인 돼지고기는 건강에 해롭다. 좋은 고기를 적게 먹어야 한다. 생산과 유통, 소비가 왜곡되면서 전 세계 가족농이 붕괴하고 있다. 미국에도 가족농이 도산하면서 농촌의 사망률 1위가 가족농의 자살이란 통계가 있다. 먹을 것이 넘쳐나지만, 먹을 것이 없는 세상이다. 이제 슬로푸드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사람은 ‘느린 음식’을 이웃과 나눌 때 가장 행복하다.”
한기홍이 만난 사람
[천현우의 쇳밥이웃](6)“다치면 차라리 다행이지”(2022. 03. 11 11:18)
2022. 03. 11 11:18 사회
검은색 주물 불판에 놓였던 고기를 위장으로 떠나보내고 소주 한병이 거의 비어갈 무렵이었다. 아저씨가 남은 고깃덩어릴 싹 집어다가 내려놓는 동안 대화가 잠깐 끊겼다. 술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배운 인터뷰 기술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공백의 틈에 원하는 화두를 슬며시 밀어넣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사고 당일과 다음 날엔 부동산 뉴스만 “듣자니께 건설 쪽 가셨담시롱? 그 판떼기는 사람 억수로 마이 다치지예?” 두 눈 끔뻑대던 아저씨는 막잔을 치고선 비로소 운을 떼기 시작했다. “다치면 차라리 다행이지.” 아저씨는 동료가 다치는 건 종종 봤어도 죽는 걸 직접 본 건 처음이라고 했다. 1월 말쯤, 간만에 건설 쪽으로 복귀해 현장 분위기도 파악할 겸 까대기, 그러니까 지게를 멘 채로 위층에 자재 날라다 주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오십 초반 중년이 감내하기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현장에서 쌓은 눈칫밥으로 아파트 한채는 쌓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정시정각의 말끔한 일처리보다는 적당히 핀잔 들어가면서 쉬엄쉬엄하는 게 더 효율적임도 알고 있었다. 아저씨는 탁월한 입담꾼답게 단순 노동마저 “자의식 수수료”라고 멋들어지게 묘사했다. 요는 자의식과 체력을 골고루 안배하는 게 핵심이었다. 무작정 몸을 한계치까지 몰아갈 게 아니라 때론 욕 들을 걸 각오하고 쉬어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의식 수수료를 내는 것, 즉 어쩔 수 없이 한소리 듣는 걸 두려워하면 금방 골병 난다고 했다. 사흘째, 그날도 중간층에서 잠깐 쉬어가던 중이었다. 겨울 눈치도 안 보고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입김을 뿜어대던 그때, 그야말로 찰나 같은 비명을 들었다. 지게를 내려놓고 발성원을 따라갔을 땐 사람이 이미 바닥에 쓰러진 채였다. 아저씨는 사람이 죽은 그 당시보다 이후에 벌어진 일에 더욱 분노하고 있었다. 당일, 그다음 날에도 뉴스 한건 보도되질 않았다. 현대건설에서 잇달아 사고가 난 탓에 6월쯤 돼서야 뉴스가 났고, 그 안에 ‘1월엔 근로자 한명이 추락사했다’고 한줄짜리 문장이 들어 있을 뿐, 그마저도 건설사가 연속으로 사고 안 쳤으면 영영 눙치고 갔을 사건이었다. 술이 좀 오른 아저씨는 평소에 그 능글능글한 모습이 안 떠오를 정도로 화를 냈다. “신문지에다 한가롭게 아파트값 뛰느니 마느니 하는 기자 놈들 싹 다 잡아 족쳐야 해. 1월에 사람이 떨어져 죽었는데 6월에 기사 몇개 딸랑 내고 말더라. 집값 얘기로는 웬종일 떠들잖냐. 이게 진짜 사람 새끼들이야? 야, 현우야. 너 이제 기자들 좀 알잖냐. 함 물어보자. 이런 짐승 같은 새끼들도 기자 취급해줘야 하냐?” 듣던 당시엔 반신반의했다. 아저씨는 예전엔 ‘나꼼수’, 최근엔 ‘열린공감TV’의 애청자였다. 아저씨가 내게 정치를 알라며 주었던 책들의 작가들도 기존 언론과 별로 안 친한 분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존 언론을 향한 불신과 편향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색을 해봤는데 아저씨 말이 맞았다. 당일과 그다음 날. 기사는 하나도 나지 않았다. ‘지역뉴스’를 검색해보니 진짜 아파트값 기사밖에 없었다. 어느새 우린 부동산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정작 땅 아래 스며든 피를 모르고 살았던 건 아닐까. 현장 노동자들이 의외로 산재에 둔감했던 건, 죽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세상을 향한 냉소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참담한 기분이었다. 어느덧 삼겹살 한근 마무리하고 갈비를 굽기 위해 불판을 가는 동안 빈 소주병 두개가 쌓였다. 열을 올리던 아저씨는 잠시 담배를 한대 피우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자리에 돌아온 아저씨는 수도권 대형 건설사의 장점도 슬며시 언급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중간착취가 없다, 즉 ‘똥떼기’ 관행이 보이질 않더라는 것. 지방에서 노가다를 뛰다 보면 그야말로 온갖 기이한 임금 낚아채기 기술이 보인다. 소장이 대기업 과장·부장 접대비를 팀장 똥을 떼서 보충하고, 팀장은 또 손해를 메꾸려 노가다꾼의 똥을 떼는 ‘쓰리쿠션’, 팀장이 아예 처음부터 노가다꾼들의 급여 통장과 카드를 들고 가서 자기 몫 챙기고 남은 돈을 주는 ‘짬처리’, 받은 월급 중 일부를 아예 대포 통장으로 입금하라고 지시하는 ‘상납’까지. 이런 과정을 거치고 또 거쳐 노동자들에겐 흡사 ‘테세우스의 배’(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역설)처럼 원본이 온데간데없는 월급만 떨어지곤 했다. 대기업 직할 현장은 확실히 달랐다. 근로계약서를 칼같이 쓰고 정확하게 적혀 있는 날짜에 적혀 있는 임금을 주더라는 것. 당연한 일인데도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초심을 돌아보다 아저씨는 이런 문화는 얼른 밑으로 내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더니, 질문의 방향을 자연스레 내 근황으로 돌렸다. 지방에 박혀 조용히 용접만 하던 놈이 갑자기 칼럼 쓰고 방송을 타더니 급기야 국무총리실까지. 당최 어떻게 되먹은 일이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나라고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살았겠나. 크루아상처럼 우연에 우연이 여러겹 뭉쳐 이리된 것일 뿐이었다. 잘 모르겠다는 말에 아저씨는 벼락출세의 원인을 특이하게도 언어에서 찾았다. “내가 니 칼럼은 전부 챙겨 보거든. 근데 그 왜, 우리 판떼기에서만 쓰는 말들이 있잖냐? 그 상스러운 걸 칼럼에다 그대로 다 실을 순 없잖어. 그렇다고 먹물들 말로 쓰면 맛이 안 살고. 그 중간 언어를 찾아야 하는데 니가 그걸 잘하더란 말이지. 노조 아재들이 이게 안 돼. 맨날 머리띠 두르고 메가폰 잡고 소리만 치잖아. 간절한 건 이해하겠는데 촌스러워. 그림이 너무 구리잖아. 먹물들이 원하는 양식미라는 게 또 따로 있을 거 아니냐. 우리 얘기를 가진 놈들 언어로 번역해야 해. 좀 아니꼬워도 세상은 그렇게 바꾸는 거지. 넌 그게 되더라. 그래서 니가 중요한 거야. 쇳밥 얘기를 먹물들 알아먹게 쓸 수 있으니까.” 소주에 절여져 푹 퍼져가던 머릿속이 번뜩 정신을 차렸다. 근 몇개월간 “당신은 중요한 존재”라고 말해준 사람들은 이미 사회에서 성공한 이들, 통장이며 부동산에 박아둔 돈은 제각기 다를지언정 모두가 좋은 직업과 학벌을 가진 이들이었다. 창원에서 얌전히 용접만 하고 살았다면 평생 볼 일 없었을 사람들의 환대와 존중은 기쁘고 불안했다. 공장 일꾼이란 정체성으로 현장의 서사를 팔아 나 혼자 비겁하게 출세하는 건 아닐까. 진짜 현장 노동자들은 천현우를 기득권 앞에서 글 재롱부리는 간신쯤으로 생각하진 않을까. 고마운 덕담에 최근 들어 무게를 불려 나가던 걱정의 응어리가 가벼워졌다. “내가 잘할 수 있겠으예?” “당연하지!” 건배와 함께 다시금 초심을 되새겼다. 내가 지나쳐왔던 세상이었다. 담배 냄새와 절삭유 냄새로 찌든 곳, 차가운 금속과 뜨거운 불꽃의 감촉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비지땀 흘리며 뿌듯했던 하루도, 죽살이에 벅차 힘겨웠던 하루도, 이내 막걸리와 소주로 씻어내곤 하루를 또다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쇳밥꾼들의 마음을 잊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천현우의 쇳밥이웃
[천현우의 쇳밥이웃](5)“니 나이 땐 뭘 해도 안 하는 거보다 이득이야”(2022. 02. 25 15:00)
2022. 02. 25 15:00 사회
복병처럼 꼭꼭 숨어 있던 추위가 야습을 감행한 지난해 11월. 마침내 은인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경기도 고양시까지 막노동하러 갔던 ‘포터 아저씨’가 8개월의 대장정을 마치고 경남 창원으로 귀환했다.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 인터뷰 좀 따겠다고 하니 제일 먼저 “국가의 충견께서 늙고 병든 노인네 취조해 무엇 하려 그러시오”라는 대답부터 돌아왔다. 변함없이 어마어마한 입담이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오미크론의 먹구름이 덮치기 직전, 전국 유흥주점 밀집도 1위에 빛나는 창원 상남동의 밤은 복닥복닥했다. 일관성 없는 조명들, 한 건물에 번잡스레 들러붙은 간판, 요란한 음악을 쿵작대며 배회하는 유흥주점 광고차 등 화려하되 알맹이 없는 풍경은 적당한 한산함에 익숙한 마산 사람들에겐 그다지 익숙지도 편안치도 않았다. 마음속 불편함은 반가운 모습과 마주하자 싹 사라졌다. 포터 아저씨는 7년 동안 변한 게 없었다. 듬성듬성한 머리숱, 깎고 일주일쯤 방치한 너저분한 수염, 패딩에 ‘추리닝’ 하나 덜렁 입고 아디다스 슬리퍼를 끌고 온 그 모습이 너무도 반가웠다. 감격이 과했던 나머지 괜히 악수를 청하자 아저씨는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남세스럽게 앵길라 그래. 양복쟁이들한테 이상한 거만 배워가지구. 얼른 술이나 빨러 가자. 안 그래도 오랫동안 알코올로 목구멍 소독을 못 했거등. 담배 찌꺼기 한 무데기 쌓였겠다.” 근처 아무 고깃집에나 들어갔다. 삼겹살이 미처 나오기도 전, 파절이와 메추리알을 안주 삼아 건배했다. 뭐하고 지냈느냐는 물음에 아저씨는 “별거 있나. 그놈의 전염병 때문에 일감 없어서 전국팔도를 쏘다녔지.” 건조하게 대답했다. 인터뷰 뽑을 건데 재밌는 얘기 좀 하라고 닦달하니 손을 휘휘 저었다. “원래 늙다리들 삶은 시시한 거야. 딴짓거리하고 싶어도 못 하지. 그래서 또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거고.” 신선 같은 소리나 하며 고기를 불판에 올렸다. 쉽지 않은 인터뷰가 될 듯했다. 바삐 술잔을 채우며 과거 얘기로 밑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인연 2015년 6월. 빚더미에 깔린 내 사정을 어렴풋이 알게 된 삼촌 한분이 주말 조경 일당직을 알선해줬다. 이때 파트너로 포터 아저씨를 소개해 줬는데 토요일 아침마다 날 픽업하러 오곤 했다. 워낙 말주변이 좋은 양반이라 금방 친해졌고, 내 진심을 곧잘 털어놓곤 했다. 한번은 편입 실패와 학벌 콤플렉스에 대해 횡설수설 떠들었는데, 아저씨는 의외로 진지한 표정으로 듣더니 말했다. “야, 현우야. 우리 없으면 누가 다리 만들어 주냐? 우리뿐만 아냐. 청소쟁이, 간호사, 택배, 배달, 노가다 이런 사람들이 하루라도 일 안 하면 난리 나. 저기 서울대 나온 새끼들이 뭐하는 줄 알어? 서류 존나 어렵게 꼬아놓고, 돈으로 돈 따먹기만 하고, 땅덩어리로 장난질이나 치지. 그런 새끼들보다 우리가 훨씬 대단한 거야. 기죽지 마.”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놀라웠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어딜 가나 얼마 안 되는 승자들이, 패자가 응당 가질 몫까지 몽땅 빨아들이는 현실만 알아갈 뿐이었다. 스물다섯의 나는 일찌감치 사회에 투항했다. 승자독식에 의문을 느끼고 저항할수록 나의 초라함만 되새길 뿐이란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명문대는 공부 많이 했으니 유능해서 대단한 일을 하고, 전문대는 공부 안 했으니 무능해서 못난 일만 한다. 그리 생각하면 세상만사가 일목요연 질서정연해졌다. 체념하면 모든 게 편할 텐데, 오히려 ‘우리가 훨씬 대단한 거야’라니. 확신에 찬 그 목소리가 참 멋졌다. 포터 아저씨는 토요일 아침에 날 픽업하러 왔다. 차 안에서부터 일하는 내내 대화를 했다. 일 끝나고 나면 늘 술을 마셨다. 국밥집에서 소주 한잔 걸치기도 하고, 회 한사발 사서 아저씨 집에서 마시기도 했다. 그땐 언제나 집안일 끝마친 형수님이 선반에서 화요나 안동소주 같은 비싼 술을 꺼내주곤 했다. 술이 거나하게 취했을 때쯤 불콰해진 낯으로 물었다. “형수님, 대체 이 형하고 와 결혼했답니까?” 형수님은 박장대소하며 서랍에서 사진첩을 꺼내 보여줬다. 색 바랜 사진엔 장발 미남이 청재킷 차림으로 통기타를 만지고 있었다. 아랫목에 있는 점 아니었으면 아저씨임을 못 알아볼 뻔했다. 내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은 그의 한마디 “웬수지 웬수라. 놈팽인 거 모르고 상판대기 보고 결혼했드만. 나이 먹으면 먹을수록 애새끼가 되드라니깐.” 형수님은 농담 속에 신세한탄을 섞어 말했다. 포터 아저씨는 원래 경남은행 본점에서 일했다고 한다. IMF 여파로 2001년 해가 뜨자마자 정리해고 당해 실업자가 됐다. 간신히 마산수협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대학생 때의 인연이 닿아 결혼도 했지만, 아저씨는 원래부터 누구 밑에서 일하는 체질이 아니었다. 뜬금없이 마흔 줄에 아파트 대출금 다 갚으면 노가다를 하겠다고 선언했단다. 정해진 날 매일매일 일어나 출근하는 게 너무 싫었다나. 하도 간절하게 빌어 승낙해줬더니 오히려 지금 더 열심히 일한다고 했다. 마흔 중반 돼서야 체질에 맞는 일을 찾은 셈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역시 전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공부는 괴로웠고 일도 손에 맞지 않았다. 편입을 생각했지만 그마저 더 잘 알고 잘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저 전문대 졸업이란 콤플렉스 때문 아니었던가. 갑자기 든 생각에 문득 남은 회를 쓸어 담던 아저씨에게 물었다. “용접은 어때예? 뭐 벌이라든가, 일자리라든가….” “용접? 재밌지. 돈도 되고. 함 해봐. 니 나이 땐 뭘 해도 안 하는 거보다 이득이야.” 용접은 어디서 어떻게 배웠냐고 물으니, 건설 막노동하다가 알게 됐다고 했다. 자기는 막상 해보니까 재미있어서 사비로 학원 끊었지만 내겐 국비 지원받는 게 나을 거란 팁도 줬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저녁 11시, 안주도 술도 다 떨어졌다. 세월호 당시의 혼란을 이야기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죽었는데 괴로워하는 내가 정상이냐 물었다. 아저씨는 조용히 고갯방아만 찧었다. 이어 선장을 욕하도록 유도하는 언론,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정부의 모습 속에서 대체 어떤 게 진실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아저씨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10권 가까이 책을 가져왔다. 제목보다 저자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박성호, 유시민, 김어준, 김용민, 이동형…. 뭐하는 양반들인지 몰라 그저 멍하니 눈만 깜빡였다. 아저씨는 친절하게 쇼핑백에 책을 담아 건넸다. “정치를 몰라서 그래. 물론 정치를 몰라도 사는 데 아무 문제없어. 모르면 대통령이랑 국회의원 욕하면 되거든. 그런데 그럼 신문이랑 뉴스 볼 때마다 답답하지. 정치를 모르니 나라가 어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잖아. 만사 관심 끄고 살 생각 아니면 정치를 알아야 해.” 20대 중반의 내 인생을 통째 바꿔놓은 (아저씨의) 대사였다.
천현우의 쇳밥이웃

레이디경향(총 46 건 검색)

사이판만 간다고요? 사이판만큼 아름다운 북마리아나제도 이웃 섬들
2024. 03. 06 06:55 레저/여행
타가 비치 북마리아나 제도에 위치한 사이판은 한국인에 사랑받는 여행지다. 2022년 사이판을 방문한 외국인 7만8918명 중에서 한국인은 7만3613명으로 무려 93%나 된다. 그러나 사이판만큼 아름다운 이웃섬들이 있다. 북마리아나 제도의 마리아나관광청이 사이판만큼 아름다운 2개의 이웃 섬 티니안(Tinian)과 로타(Rota)를 소개했다. 총 14개의 섬을 품은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사이판, 티니안, 로타 3개뿐이다. 특히 숨겨진 보석 같은 티니안과 로타는 사이판에서 경비행기로 각각 15분, 30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방문이 비교적 쉽다. 티니안과 로타의 특징은 한국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임에도 여전히 간직한 손떼 묻지 않은 태초의 자연미에 있다. 각 섬마다 공항 인근에 조성된 작은 마을 외에는 어디에서나 생생한 열대 자연이 살아 숨쉰다. 사이판은 매년 12월부터 4월까지는 잦은 소나기 없이 쾌청하고 보송한 날씨가 이어지는 건기이기에 한적한 자연 속에서 뜨거운 휴양을 즐기고자 하는 휴양객들의 방문을 가장 권장하는 시기이다. 마리아나관광청은 티니안과 로타의 대표적인 명소를 2곳씩 소개했다. 티니안 타가 비치 사이판에서 경비행기로 편도 15분이면 도착하는 이웃 섬인 티니안. 해당 비행편은 현지의 지역 항공사인 ‘스타 마리아나스 에어(Star Marianas Air)’가 매일 운항 중이다. 세로 약 16km, 가로 약 8km 크기의 이 아늑한 섬은 사이판 서쪽 해변에서 육안으로도 보일 만큼 가깝게 위치한다. 섬은 공항 주변의 산호세 마을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적 드문 청정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티니안의 열대 정글에서 지역 특산품인 도니살리 고추가 많이 자라기에, 매년 초 ‘티니안 핫 페퍼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한다. 2024년의 해당 축제는 지난 2월 16일~17일 이틀간 개최됐다. 티니안에서는 사람 발자국 하나 없는 숨겨진 해변을 찾는 재미가 쏠쏠한데, 그중 산호세 마을과 가장 가깝게 위치하는 해변이 바로 타가 비치이다. 북마리아나 제도의 고대 차모로족 족장이었던 타가와 그의 가족만이 들어갈 수 있는 해변이기도 했다는 이곳은 산호세 마을을 받치고 있는 해안절벽에 작은 모래사장이 둘러싸여 있는 지형이기에 프라이빗한 휴식처로 안성맞춤이다. 매일 저녁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하기에도 좋은 해변이다. 원자폭탄 적하장 터 또다른 명소는 원자폭탄 적하장 터다. 작년 여름에 흥행한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이 탑재돼 그 비행을 시작한 장소가 바로 티니안이다. 1945년에 만들어진 섬 내의 원자폭탄 보관소는 물론, 이를 실은 전투기가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로 향하는 비행을 시작한 활주로가 모두 보존되어 있어 제2차 세계대전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로타 사이판에서 경비행기로 편도 30분이면 도착하는 로타 역시 현지의 지역 항공사 스타 마리아나스 에어를 통해 매일 비행편이 운항되고 있다. 세로 약 8km, 가로 약 14km 크기의 섬 로타는 공항 인근의 송송 빌리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숨겨진 보석 같은 정글과 해변으로 가득하다. 쥐라기 시대의 자연을 마주하는 듯 놀랍도록 생생한 자연이다. 로타에서는 매년 9월에 정겨운 마을 잔치와 같은 ‘로타 코코넛 축제’가 열리며, 지난 1월에는 로타에서의 첫 마라톤 행사였던 ‘로타 마라톤’이 개최되기도 했다. 송송 빌리지 송송 빌리지 전망대는 로타의 명소로 꼽힌다. 섬 유일의 번화가인 송송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송송 마을의 풍경이 특별한 이유는 마을의 오른쪽 바다는 필리핀해, 왼쪽 바다는 태평양이라는 데에 있다. 더불어 마을 너머로 우뚝 솟은 2단 케이크 모양의 ‘웨딩케이크산’ 자태도 감상할 수 있다. 로타 스위밍 홀 로타 북쪽 해안선에 숨어 있는 스위밍 홀은 말 그래도 자연이 만든 천연 수영장이다. 동그랗게 빚어진 암초의 구멍 속에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차올라 있는 지형이다. 스위밍 홀은 바다가 잔잔한 날이면 부드러운 모래 바닥과 얕은 수심으로 평온하게 유영을 즐기기에 좋은 휴식처로 꼽힌다. 로타 스위밍 홀 ☞사이판-티니안·로타 경비행기 운항 정보 북마리아나 제도의 지역 항공사, 스타 마리아나스 에어는 사이판에서 출발하는 티니안행 비행편을 매일 9편 운항하고 있다. 사이판에서 출발하는 로타행 비행편은 매일 3편 운항된다. 이웃 섬을 찾는 여행객들은 인천-사이판 노선으로 도착하는 사이판 국제공항에서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하여 희망하는 이웃 섬의 비행편을 예매할 수 있으며, 스타 마리아나스 에어 홈페이지(https://www.starmarianasair.com/)에서 온라인 예매도 가능하다.
[주말&]지하철에서 만난 이웃을 더 잘 알고 싶다면, 이 영화 어때요?
2022. 04. 23 09:16 문화/생활
영화 ‘복지식당’ 스틸컷 “불편을 드려 죄송하지만 21년째 외치고 있는 우리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지난 20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2호선 시청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가 진행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장애인 정책이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시민권을 보장하기에 너무나 동떨어지고 추상적인 검토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날은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제정된 ‘장애인의 날’이기도 했다. 이번 주말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날선 편견에 무너지고 수많은 장벽 앞에 좌절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삶을 더 가까이, 더 깊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 현실 ‘복붙’ - ‘복지식당’ 영화 ‘복지식당’은 비장애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장애인들의 ‘진짜’ 삶을 조명했다.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후천적 장애인이 된 주인공 재기는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러나 어렵게 취업을 하고 희망찬 일상을 꿈꾸려던 순간 그는 좌절을 맛본다. 자신이 중증 장애인임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4급 장애인인 공동 연출자 정재익 감독의 실제 경험담이기도 하다. 정 감독은 사회 제도의 모순으로 인권과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영화 전면에 내세웠다.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장애인 등급 판정 기준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통해 대한민국 복지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또한 한 가족 구성원의 장애가 주인공의 누나이자 부양자인 은주를 비롯한 가정 전체를 위협하는 현실을 통해 ‘모두를 위한 복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복지식당’은 재기가 식사를 해결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공간을 의미한다. 일상의 중심인 동시에 대한민국 사회의 축소판인 공간이다. 영화를 통해 평범함이 특별함으로 변질된 세상에 머물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길 바란다. 영화 ‘코다’ 스틸컷 ■가족과 꿈의 기로에서 - ‘코다’ 코다(Children Of Deaf Adult)란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아이를 의미한다. 영화 ‘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의 이야기를 그렸다. 우연히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 들어간 합창단에서 루비는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이후 버클리음대 오디션의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자신의 부재가 가족에게 어떤 불편함을 만들어낼지 알기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그녀가 내린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스토리로 국내 6만4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또한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특히 아버지 역의 트로이 코처는 아카데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역사상 최초의 농인 배우라는 기록을 남겼다. 현재 애플TV+에서 재개봉돼 상영중이다. ■ 장애아이를 둔 부모들의 일상을 담다 - ‘학교 가는 길’ 전국 특수학교 재학생의 절반은 매일 왕복 1~4시간 거리를 통학하며 전쟁 같은 아침을 맞이한다. 김정인 감독의 ‘학교 가는 길’은 바로 그 전쟁 같은 일상을 포착했다. 아이를 위해 무릎까지 꿇으며 17년 만에 서울 시내 신규 특수학교 설립을 이끌어낸 장애인부모연대 학부모들의 열정적인 순간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2017년 우연히 서진학교 1차 토론회 뉴스를 접하고 충격을 받은 김 감독은 스스로 2차 토론회장을 찾아갔고 문제의 ‘무릎 호소’를 목격했다. 이후 그는 부모들과 동행했고, 그렇게 영화가 완성됐다. 영화는 특수학교 설립이라는 표면적 사건뿐만 아니라 장애인부모회 어머니들에 주목하며 장애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 사회에서 배제된 장애인 교육권과 인권도 함께 조명했다. 한 누리꾼은 이 작품을 두고 “그들이 걸어간, 걸어갈 길이 고되서 차마 소리내어 울 수도 없는 영화”라고 평했다. 곳곳에 도사린 차별과 배제의 민낯,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스틸. ■손끝으로 전하는 너의 이야기 - ‘내겐 너무 소중한 너’ 국내에는 시각과 청각 장애를 함께 가진 시청각 장애인이 대략 1만명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추정’이란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지난 해 개봉한 ‘내겐 너무 소중한 너’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청각장애 아동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돈만 빼고 세상 무서울 게 없던 재식이 시청각 장애 아동 은혜의 가짜 아빠를 자처하면서 빚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시나리오 자문 등 영화 제작에 힘을 보탠 밀알복지재단은 개봉 당시 시청각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일환으로 헬렌켈러법 지지 서명을 받기도 했다. 헬렌켈러법은 시청각장애인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안이다. 시청각장애는 보고 들을 수 없어 외부와 소통의 단절을 겪는 중증의 장애임에도 현행법상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구분돼 있지 않아 적합한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영화를 통해 전해오는 아이의 진심이 묵직한 감동을 더할 것이다.
주말&영화
故 종현의 ‘빛이나,’ 산불피해 이웃돕기 위해 스타 애장품 경매 연다
2022. 04. 18 17:24 화제
재단법인 ‘빛이나’가 강원도 산불 피해 국민돕기와 문화인 심리상담 센터 비용 마련을 위한 스타 애장품 경매를 실시한다. 빛이나 제공 그룹 샤이니 故 종현의 가족이 뜻을 모아 설립한 재단법인 ‘빛이나’가 스타 애장품 경매를 실시한다. 이번 경매 수익금은 강원도 산불 피해 국민 돕기와 ‘빛이나’ 심리상담 센터 비용에 쓰인다. 19일 ‘빛이나’ 측은 오는 5월 2일부터 9일까지 7일 간 홈페이지를 통해 스타 애장품 온라인 경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SM엔터테인먼트, FNC Entertainment가 함께 하며 동방신기 유노윤호·최강창민, FT아일랜드 이홍기·이재진·최민환, EXO 수호, 소녀시대 효연, 샤이니 온유·종현·Key·민호, CNBLUE 정용화·강민혁·이정신, 레드벨벳 예리의 개인 애장품 또는 활동 중 착용한 의류 등을 기증받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경매는 행사 당일 오전 10시부터 ‘빛이나’ 홈페이지에 접속 후 참여할 수 있으며, 스타 애장품마다 상한가가 정해져있어 조기 마감될 수 있다. 더 자세한 참여 방법은 빛이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재단법인 ‘빛이나’는 2019년부터 경매 및 바자회를 통해 꾸준히 수익금을 기부해 오고 있다. 법인 설립 후부터 현재까지, 문화예술인들이 건강한 마음을 바탕으로 예술 활동에 전념하기를 응원하며 심리상담 센터 건립을 주요 목적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경제 한파'에도 이웃사랑 온도는 뜨겁다
2020. 12. 20 12:53 화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경제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로 인해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온정의 손길도 얼어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힘든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 등을 기부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줄을 잇고 있다. 한 익명의 기부자가 경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함에 두고 간 현금 4천642만7천270원과 손편지. 기부자는 모금회에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전화를 걸어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작년보다 금액이 줄었다”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뜻을 밝혔다.  |경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20일 여러 지자체에 따르면 부산의 한 기초자치단체 소속으로 1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한 20대 A씨는 최근 자신의 퇴직금 일부를 성금으로 건넸다. 그동안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관리 업무를 맡았던 그는 “나도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손편지와 퇴직금의 일부를 지자체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거제시에서는 여러 단체와 커피숍 등에서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쌀·라면·김치·이불을 기탁하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거제시쌀전업농회는 지난 17일 이웃을 돕기 위해 직접 생산한 쌀 140포(10㎏들이)를 거제시에 전달했다. 이 단체는 올해 긴 장마와 태풍으로 생산량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을 이웃을 위해 예년과 변함없이 자신들이 생산한 쌀을 기부했다. 거제시전기공사협의회도 같은 날 이웃돕기로 10㎏들이 쌀 40포를 기부했다. 이 단체는 매년 노후 주택을 찾아 전기공사를 해주는 봉사를 해 왔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가정방문을 할 수 없어 쌀을 기부키로 했다. 이 외에도 경남은행사랑나눔재단 거제지점은 김장김치(10㎏들이) 134상자와 이불 77채를, 마소마레커피숍은 라면 50상자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 달라며 거제시에 기부했다. 전북 김제시에서도 성금 및 성품 기탁이 이어졌다. 김제 백구특장차전문단지에 자리한 ㈜유니캠프는 지난 18일 김제시에 성금 1000만원을 기탁했다. 김제시 신풍동 주상복합건물 도원 리엘시아의 사업시행사인 광하디엔씨㈜도 ‘희망 2021 나눔캠페인’에 동참하며 이웃돕기성금 300만원을 김제시에 맡겼다. 트로트 가수 영탁의 공식 팬클럽(영탁이 딱이야) 소모임인 ‘영탁쓰 찐사랑’ 회원들도 경북 안동시에 이웃돕기 성금 208만원을 기부했다. 영탁이 올해 멜론 뮤직어워드를 수상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로, 안동은 영탁의 고향이다. 이 모임은 앞서 지난 10월에도 안동시에 세탁세제 등 310여만원의 물품을 기부했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한 어린이가 구세군 자선냄비에 성금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기업들의 이웃사랑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국내 주요 그룹은 연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총 1000억원 상당의 성금을 기탁했다. 이 성금은 사회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고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사회공헌 분야에 활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 500억원을 쾌척했다. 지난 1999년부터 올해까지 삼성의 누적 기탁금은 총 67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앞서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당시 구호성금 300억원을 기부했고,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300억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을 직접 협력사들에 지급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성금 25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지난 2003년부터 성금을 전달해 온 현대차그룹은 18년간 총 3090억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돕기 위해 ‘플라워 버킷 챌린지’에 동참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이웃사랑 성금 120억원을 기부했다. 1999년부터 누적 기부액은 총 1760억원이다. SK그룹은 사회공헌연합체 ‘행복얼라이언스’를 통해 회원사 100여 곳과 소외계층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그룹 임직원 2300여명이 릴레이 헌혈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LG그룹도 이웃사랑 성금 120억원을 기탁했다. LG는 지난 1999년부터 올해까지 약 2000억원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기부했다. 지난 7월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돕기 위해 국제백신연구소에 1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한편 해마다 12월이면 거리에 등장하는 구세군 자선냄비도 코로나19 재확산 속에서 온정의 종소리를 울리고 있다. 구세군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올해로 92년째를 맞는 시종식을 열고 자선냄비 거리모금에 나섰다. 구세군은 이날 시종식을 시작으로 전국 350여 곳에서 연말까지 거리모금을 전개 중이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QR코드와 후불교통카드 등을 활용한 비대면 디지털 모금도 도입했으며, 온라인상에서도 자선냄비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구세군은 올해 모금 목표액을 정하지 않았다. 대신 많은 국민과 기관 등이 십시일반 모금운동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웃사랑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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