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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200 건 검색)

장기전 대비하며 뭉치는 ‘윤석열 지지 집회’…‘익명 후원’ 몰리며 물품 확보
장기전 대비하며 뭉치는 ‘윤석열 지지 집회’…‘익명 후원’ 몰리며 물품 확보
2025. 01. 12 16:11사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한남초등학교 정문 맞은편에 후원 물품을 분류해 쌓아두고 있다. 강한들 기자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광장’은 다시 열릴까…시대가 소환한 익명 대자보
‘광장’은 다시 열릴까…시대가 소환한 익명 대자보
2024. 12. 07 09:00사회
... 않는 것 같은데 정작 오프라인에서는 260명이 넘는 학우들이 연명해줬다”고 했다. 까면 털린다, 익명 대자보 시대 이번 대학가 대자보 행렬의 특이점은 초기 대자보의 상당수가 익명으로 작성됐다는...
59억 체불해 놓고, 해외여행에 기부···174억규모 체불 익명제보로 적발
59억 체불해 놓고, 해외여행에 기부···174억규모 체불 익명제보로 적발
2024. 10. 27 12:00사회
..., 노동자 3885명의 임금 및 각종 수당 등 174억원을 체불한 75개 기업을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익명 제보 바탕의 감독 결과 발표는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감독은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98개...
임금체불고용노동부익명제보센터
‘익명’으로 남은 ‘5·18 성폭력 조사 보고서’…‘본명’으로 나타난 ‘증언자’들 [플랫]
익명’으로 남은 ‘5·18 성폭력 조사 보고서’…‘본명’으로 나타난 ‘증언자’들 [플랫]
2024. 10. 02 10:43사회
... 삶은 포기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 조사 보고서의 번호 뒤에 익명으로 남아 있던 피해자들이 역사의 ‘증언자’가 된 건 한명, 두명의 피해 증언에 다른 이들의 증언이...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플랫

스포츠경향(총 41 건 검색)

[스경X이슈] 먹잇감 던지는 스타 vs 무리한 누리꾼 수사…익명 폭로 피해, 잘못은 누구?
[스경X이슈] 먹잇감 던지는 스타 vs 무리한 누리꾼 수사…익명 폭로 피해, 잘못은 누구?
2024. 07. 30 19:48 연예
연예인 폭로로 입길에 오른 방송인 박슬기(왼쪽부터), 사유리, 배우 허이재. 연합뉴스 제공 “톱 남자 배우가 내 매니저의 뺨을 때리고 욕설을 했다” “유부남 배우가 성관계를 요구했다” “원로 가수가 성관계 횟수를 질문 했다” 방송을 통한 연예인들의 익명 폭로는 대중에게 던져지는 신나는 놀잇감이다. 익명 폭로가 나오면 ‘누리꾼 수사대’는 사건이 발생한 시점과 상황을 재빨리 종합해 특정 인물을 유추하고, 이를 좌표 삼아 악플 테러를 이어간다. 최근 우후죽순 늘어난 스타 유튜브 채널에서 스타들의 연예계 비하인드 공개가 늘고 있다. 조회수를 높이고 구독자를 끌어들이는데 그 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뒷담화나 범죄 피해 경험담이라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애먼 피해자가 나온다는데 있다. 지난 주말, 파리 올림픽 만큼이나 뜨거운 이슈가 있었다면 바로 연예프로그램 리포터 출신 방송인 박슬기의 익명 폭로였다.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 박슬기는 지난 27일 동료 방송인 장영란의 채널 ‘A급 장영란’에 출연해 “라디오 생방송 일정 때문에 (영화 촬영)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며 “사전에 전부 얘기가 된 상황이었는데 도착하니 모두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나는 늦게 간게 미안해 매니저에게 햄버거를 양보했는데 한 배우가 ‘개XX’야, 네 배우가 못 먹는데 니가 먹냐?‘며 우리 매니저 뺨을 때렸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박씨는 남 배우의 폭력이 매니저의 햄버거 취식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기다리게 한 것에 대한 화풀이였다고 해석했다. 해당 발언에 누리꾼은 가해자 색출 작업에 나섰다. 그 결과 배우 이지훈과 안재모가 지목 됐다. 이지훈은 자신과 아내의 계정에 악플이 쏟아지자 SNS계정을 통해 “여러분의 추측은 아쉽게도 빗나갔다”고 밝혔다. 또 안재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하루 아침에 갑질 배우가 돼 속상하다”며 사실을 부인했며, 박슬기 역시 두 사람 모두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명 하느라 진땀을 뺐다. 지난해 12월 방송인 사유리는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과거 성희롱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십 몇 년 전 매니저가 없을 때 한 대선배인 원로가수가 ‘성관계를 몇 명과 했냐’고 묻더라”며 “너무 당황해서 ‘네?’하고 물었는데 똑같은 질문을 3번이나 반복 했다”고 폭로했다. 그의 폭로 후 온라인에는 신상털기가 시작됐고, 사유리는 지나친 관심을 의식한 듯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유튜브 ‘웨이랜드’ 캡처 그런가하면 지난 2021년 배우 허이재는 그룹 크레용팝 출신 웨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웨이랜드’에 출연해 활동 당시 상대 배우의 폭언과 갑질로 연예계 은퇴를 결심했다고 폭로해 파장이 일었다. 그는 “작품에서 만난 배우가 처음엔 잘해줬지만 어느 날 잠자리를 요구했다. 상대는 유부남이었고, 이를 거부하자 폭언을 하는 등 정신적인 고통이 컸다”고 고백했다. 이후 누리꾼 수사대는 한 배우를 지목했고, 해당 배우의 실명이 공개된 기사가 보도 되기도 했다. 이에 가해자로 의심 받은 배우의 팬들은 이미지 손상에 크게 반발해 “무분별한 억측”이라며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튜브를 통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스타의 익명 폭로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적인 감정으로 보복을 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정확치 않은 기억으로 상대를 무고할 수 있다” “애먼 피해자가 나올 것을 뻔히 알면서 하는 행동”등의 의견을 냈다. 한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의 무게를 알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또 다른 한편에선 “그냥 연예인들이 좋았던 기억, 안좋았던 기억을 얘기하는 시간 정도로 봐주면 안되나” “누리꾼들의 무리한 수사가 여러 사람을 가해자로 내몬 것” 이라는 의견이 나오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스경X이슈
[커뮤는 지금] “호중이 형! 경찰 그렇게 X밥 아니야” 익명 경찰관의 일침 화제
[커뮤는 지금] “호중이 형! 경찰 그렇게 X밥 아니야” 익명 경찰관의 일침 화제
2024. 05. 27 18:16 연예
가수 김호중 연합뉴스, 블라인드 캡처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가수 김호중과 관련해 일침을 날린 익명 경찰관의 글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27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호중이형! 경찰 그렇게 X밥 아니야’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 담겼다. 원글을 작성한 A씨는 블라인드 내에서 인증된 경찰청 직원으로, 현재 원글은 삭제됐다. A씨는 “상대 측에 합의금 건네고 음주는 음주대로 처벌받았으면 끝났을 일을 형 눈에 수사기관이 얼마나 개X밥으로 보였으면 구라에 구라를 쳤을까 싶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시간 지나서 음주 측정해서 수치 안 나와도 술 먹은 곳 CCTV 까고, 영상이 없어도 동석한 사람들을 참고인으로 불러서 조사하면 10에 9.9는 알아서 다 분다”며 “돈 많이 써서 고용한 변호사가 옆에서 알려줬을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경찰, 검찰을 너무 X밥으로 본 것 같다”며 “일개 경찰서 수사팀이 하루 이틀 만에 증거 확보하고 일사천리로 진행하면서 구속영장 청구까지 했다는 것은 모든 수사관이 매달렸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매우 화났단 얘기”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A씨는 “실제 우리 내부 게시판에는 서울 강남경찰서 응원한다는 글까지 올라왔고 담당 수사관들 응원한다는 댓글도 달렸다”며 “살인, 강간 등 더 극악한 범죄자들 상대하고 수사하는 전국 경찰관들이 다른 수사관들 응원하는 글은 형 덕분에 처음 봤다”고 전했다. 이어 “단순 음주사고로 끝날 일을 이렇게 만든 건 소속사도, 팬클럽도 아닌 형 스스로인 건 알지?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도 화난 것 같더라”며 “아무튼 구속 축하한다. 영장이 나왔다는 것은 증거는 차고 넘친다는 얘기”라고 비꼬았다. 한편,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쯤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났다. 김호중은 사고 17시간이 지난 후 경찰에 출석, 음주 상태로 운전하고 소속사와 조직적 사고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키웠다. 경찰은 구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로 김호중과 이광득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 소속사 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24일 증거 인멸 염려를 이유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검찰은 수십 쪽짜리 의견서를 준비하는 등 재판부에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판사는 당시 김호중에게 “똑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은 처벌받으면 안 되고, 막내 매니저는 처벌받아도 괜찮은 것이냐”고 질책했다.
영화 ‘부활’ 구수환 감독, 이태석 재단으로 도착한 익명의 후원금 소개…“감동과 희망 전하는 재단 되겠다”
영화 ‘부활’ 구수환 감독, 이태석 재단으로 도착한 익명의 후원금 소개…“감동과 희망 전하는 재단 되겠다”
2023. 12. 26 09:47 생활
영화 ‘부활’의 구수환 감독이 이태석 재단으로 도착하는 익명의 후원금들을 소개했다. 최근에는 톤즈 브라스밴드를 지도했던 국승구 선생님이 재단에 왔다. 국승구 선생님은 서울 소재 중학교 음악교사로 재직하면서 이태석재단과 함께 이태석브라스밴드를 창단시킨 주인공이다. 지금은 학교를 그만두고 몽골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색소폰 연주 공연을 하며 이태석신부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한국방문 기간이 짧아 바쁘지만 재단을 방문한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 몽골에서 자신의 공연을 관람한 한국인 관광객이 연주가 끝나자 다가와 호주머니에서 하얀봉투를 꺼내 건냈다고 한다. 봉투에는 40만원이 들어 있었다. 무슨 돈인지 묻자 공연 중 들려준 이태석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감동했다며 이태석재단에 전달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름과 연락처를 묻자 익명으로 기부를 부탁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지못해 미안하다는 인사를하고 떠났다고 한다. 구수환 감독은 “전해주신 봉투를 건내 받으며 그 분의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며 “인간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연말을 맞아 재단에는 기업, 개인 등 많은 곳에서 후원금을 보내오고 있다. 몇 천만원부터 만원까지 다양한데 익명으로 보내오는 분들이 많다. 재단에서 후원금 모금을 위한 광고, 홍보를 일체 하지 않음에도 함께 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이태석 신부의 감동적인 삶 때문이라는 게 구수환 감독의 설명이다. 이어 “이태석재단을 믿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하는 재단이 되도록 이끌어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손태진 익명팬, 희망조약돌에 기부금 전달
손태진 익명팬, 희망조약돌에 기부금 전달
2023. 03. 20 09:42 연예
가수 손태진의 익명의 팬이 102만원의 기부금을 희망조약돌에 전달했다. 희망조약돌 제공 ‘불타는 트롯맨’ 우승자 가수 손태진의 팬이 기부를 진행했다. NGO단체 희망조약돌은 지난 18일 손태진의 익명 팬이 국내 소외계층 아동을 위한 나눔 102만원을 희망조약돌에 전달했다고 20일 밝혔다. 손태진 익명 팬은 손태진의 3월 18일 솔로 데뷔 5주년 기념 및 MBN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 제 1대 트롯맨 우승을 기념하며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익명 기부를 실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태진은 ‘불타는 트롯맨’에서 제1대 트롯맨 우승과 동시에 최종 누적 상금 6억 2967만 7200원을 획득하는 영광을 안으며 새로운 트로트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MBN ‘불타는 트롯맨’은 최종회 전국 시청률 16.2%를 기록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가수 손태진은 ‘불타는 트롯맨’ 우승과 더불어 과거 2016년 JTBC ‘팬텀싱어’ 첫 시즌에서도 우승하였으며, 현재는 크로스오버 그룹인 ‘포르테 디 콰트로’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손태진의 익명 팬은 “가수 손태진님의 ‘불타는 트롯맨’ 초대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와 동시에 3월 18일 솔로 데뷔 5주년 또한 온 맘 다해 축하드린다”며 “손태진님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국내 취약계층 아동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나눔을 실천했다”고 밝혔다. 기부단체 희망조약돌 이재원 이사장은 “가수 손태진님의 ‘불타는 트롯맨’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익명으로 이렇게 뜻깊은 나눔을 실천해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희망조약돌은 스타와 팬이 건강한 나눔문화를 형성해 갈 수 있도록 언제나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주간경향(총 5 건 검색)

엄혹한 세월이 소환한 익명 대자보의 시대
엄혹한 세월이 소환한 익명 대자보의 시대(2024. 12. 09 06:00)
2024. 12. 09 06:00 사회
정부에 대한 실망과 엄중한 시국에 분노…SNS 시대에 부활한 대자보 신상털이 등 우려로 익명이 대부분…학내의 공론장 다시 열릴까 주목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지난 12월 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학생 시국선언을 마친 뒤 학내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동국대학교 시국선언은 예정대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12월 3일 밤 11시 48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학가 시국선언을 취재하기 위해 만났던 동국대 학생 홍예린씨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동국대 학생들은 일주일 전부터 계획했던 시국선언을 하루 앞두고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중대 변수를 맞았다. 계엄사령부가 ‘처단’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표한 지 불과 20여 분 만에 동국대 학생들은 예정대로 시국선언을 진행하기로 했다. 국회에 군 병력 투입이 시작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전송된 짧은 문자메시지는 사뭇 비장하게 느껴졌다. 홍씨는 지난 12월 4일 통화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에 이미 연명하겠다고 밝힌 분 중 일부는 이름을 빼달라고 했고, 어떤 분은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했다. 추가로 연명하겠다는 분도 있었다. 연명인 숫자가 요동을 쳤다. 무섭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위험하더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엄이 유지돼 시국선언을 하다가 체포된다고 하더라도 이 지경이 됐는데 대학생이 목소리를 안내는 게 더 부끄러울 것 같았다”고 했다. 천만다행으로 계엄령이 해제된 이날 동국대 학생 122명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대자보를 붙였다. ‘침묵하는 대학생’이라는 세평과 달리, 대학가는 지난 10월 말부터 서서히 끓고 있었다. 시작은 미약했다. 명태균 게이트가 불거지자 소수의 학생이 학내에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붙였고, 점차 여러 대학으로 번져갔다. 이중 상당수는 익명으로 작성된 대자보였다. 무엇을 사과했는지 알 수 없는 지난 11월 7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 이후 확산 속도는 빨라졌다. 대학 교수·연구자들의 시국선언이 본격화됐고, 학생 사회에서도 시국선언을 제안하는 실명 대자보가 하나둘 등장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학가의 시국선언이 전방위적으로 이어지는 와중에 나왔다. 그리고 ‘계엄의 밤’ 이후 대학가의 분노는 임계점을 훌쩍 넘어선 듯 보인다. 12월 4일 하루 만에 여러 대학에서는 다수의 대자보가 붙었고, “12월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이자”는 구호가 퍼졌다. 비상계엄 사태가 결정적 계기가 됐지만, 교내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나왔던 최초의 미약한 목소리는 그 마중물 역할을 했다. 온라인 소통이 대중화된 시대, 대학가에 전통적인 매체인 대자보가 다시 등장하게 된 까닭을 살펴봤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잇단 실망과 좌절, 시국의 엄중함은 학생들이 대자보를 쓰는 동력이 됐다. 학내의 주요 소통창구가 된 온라인 커뮤니티가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공론장의 기능은 거의 하지 못한다는 점도 학생들이 대자보를 꺼내든 원인이 됐다. 상당수 학생은 정치적 의견 개진을 당파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학내 분위기 속에 대자보에서 자신의 이름을 감췄다. 대학생들의 대자보를 통해 대학에서, 혹은 사회에서 위축된 공론장의 문제도 들여다봤다. 이것은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 7개월을 관통하는 문제였던 ‘불통’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커뮤니티보다 대자보? “윤석열의 죄가 매우 많아서 하나씩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라거니와 이미 두루 알려져 있어 분명하지 않은 바가 없으므로 간단히 적는다.” 지난 11월 17일 서울대에는 ‘국민의 적 윤석열을 타도하자’는 익명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는 ‘바이든-날리면’ 사건과 채 해병(상병) 사망 사건에서 정권이 보여준 태도, 연구개발 예산 삭감, 한반도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외교 실패를 빠르게 지적한 뒤 “왕이 되려 하는 대통령이 설 자리는 없다”며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한다. 격정적이면서 예스러운 문체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586세대가 학생을 가장해 붙인 대자보가 아니냐’는 추정도 나왔다. 작성자는 서울대 재학생 두 사람이었다. 이중 생활과학대학 학부생 A씨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대자보라는 매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에게 개선을 요구하거나 충고를 하는 것이라면 대자보를 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어떤 방향의 개선을 요구할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했다. 대자보는 보다 엄중한 언어를 갖는다고 봤고, 퇴진을 요구한다면 대자보를 붙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시국의 엄중함을 알리는 매체였기에 대자보를 택했다는 얘기다. 현실 세계에서의 진정성 있는 논의를 희망하며 대자보를 붙인 이들도 있었다. 경남대학교 학생 김민지씨는 지난 11월 11일 학교에 명태균 게이트와 대통령의 사과 없는 대국민 담화를 비판하는 익명의 대자보를 붙였다. 그는 “형식상 사과를 했지만,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김씨는 온라인 공간의 글보다 대자보가 읽는 사람에게 더 호소력 있게 다가갈 거로 생각했다. 그는 “내 주변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다른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우리 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전하고 싶었다. 대자보를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자보 내용과 관련해 한마디씩 하는 걸 보면서 붙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얘기를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거니까”라고 했다. 지난 12월 2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홍예린씨가 실명으로 쓴 ‘윤석열 퇴진 촉구 동국대학생 시국선언 제안’ 대자보가 붙어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대자보는 의도적인 선택인 동시에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대자보를 쓴 학생들은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끼리 대학 생활 관련 정보를 나누는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 대표적이다. 이 커뮤니티는 비대면 강의가 활성화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대학의 소통 공간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는데 비속어와 혐오 표현, 조롱이 난무한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2022년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청소·경비노동자 형사고소를 계기로 담론장으로서 에브리타임을 고찰하는 강의를 개설했던 나임윤경 연세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에브리타임에서 오가는 언어를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세대가 ‘댓글 세대’로서의 특수성도 있는 것 같다. 소통이 상호작용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이다. 한 번 발화하면 끝이다. 언어가 이 공동체 안에서 어떤 값어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 사실 그거야말로 반지성이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이런 멸시의 언어가 범람하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대자보를 학교에 붙였던 부산대 학생 라석호씨는 “대자보를 오프라인에만 붙이고 에브리타임에는 아예 올리지 않았다. 저는 에타(에브리타임의 약칭)가 우경화된 커뮤니티라고 본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글을 올리면 작성자를 ‘빨갱이’라고 공격하는 댓글이 우후죽순 달린다. 11월 초에는 부산 부경대학교에서 윤석열 퇴진 운동을 벌이던 학생들이 경찰에 강제 연행되는 일이 있었다. 독재 정권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었는데도 에브리타임에서는 ‘좌파 시위대가 갔네’, ‘빨갱이들’이라는 댓글이 달렸다”고 했다. 기우가 아니다. 고려대학교 학생 노민영씨는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학생 시국선언을 제안하고 지난 12월 2일 고려대생 265명의 뜻을 모아 시국선언을 했다. 이 시국선언문은 “다른 의견을 적으로 간주하며 입을 막는 사회에서 대화와 토론은 설 자리를 잃었다. 경청과 존중은 사라졌고, 갈등과 분열이 자리 잡았다”며 민주주의의 붕괴를 우려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노씨는 “시국선언을 제안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에브리타임에도 글을 올렸다. 마음이 약해질까 봐 직접 찾아보지 않았는데 저 개인에 대한 비방 등 별 얘기가 다 오갔다고 하더라. 결국은 시국선언 제안 글이 잘렸고(삭제됐고), 다른 학우가 화답 대자보를 붙이고 그걸 에타에 올린 게시글도 잘렸다. 에타 계정이 정지되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학우들을 모으는 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에타만 보면 아무도 제가 하는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정작 오프라인에서는 260명이 넘는 학우들이 연명해줬다”고 했다. 까면 털린다, 익명 대자보 시대 이번 대학가 대자보 행렬의 특이점은 초기 대자보의 상당수가 익명으로 작성됐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를 밑도는 상황에서도 학내에서는 퇴진을 촉구하는 의견이 소수일 수 있다는 압박감, 의견 개진이 당파적으로 비칠 것에 대한 우려, 온라인 공간에서 ‘신상털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몇몇 대학에서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소수의견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드러난 건 지난 11월 중순 동국대에서 발생한 대자보 논쟁이다. 당시 동국대에는 ‘윤석열을 지켜라! 20대 남자…잊지 마라. 너희 제1의 적은 페미니즘이다!’라고 쓴 대자보가 붙었다. 이 대자보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성범죄 형사처벌이 강화될 수 있다며 남성들에게 현 정부를 사수해야 한다고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며칠 만에 이 대자보의 곁에는 ‘제발 커뮤(온라인 커뮤니티) 끄고 현생(현실 인생) 좀 사십시오’라는 제목의 반박 대자보가 나란히 붙었다. 반박 대자보는 청년·연구개발 예산 삭감, 채 해병 사건 은폐를 언급하며 “이걸 페미니즘이 했습니까? 윤석열이었습니다”라고 반복해서 지적했다. 두 대자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됐는데, 반박 대자보에 동의하는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눈여겨볼 점은 논리 비약이 있던 최초의 대자보가 오히려 실명으로 게재되고, 반박 대자보가 익명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실명 공개 여부에는 작성자의 개인의 성향 등이 작용했겠지만, 학내의 지배적 여론에 대한 오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동국대 학생 홍예린씨는 당시 익명으로 반박 대자보를 작성했다. 그는 “최초의 대자보가 학내의 주류 감성이라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보고 싶어서 반박 대자보를 붙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익명으로 작성한 이유에 대해 “실명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대학에서 전반적으로 대자보를 실명으로 쓰는 문화가 쇠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색출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에타에서 신상털이·사이버불링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또 학내 여론이 호의적일 거라는 보장이 없었던 것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실명을 공개했던 최초의 대자보 작성자는 온라인상에서 신상 정보가 공개되는 공격을 받았다. 지난 12월 5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건물 벽에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포스터와 학생 시국선언문이 붙어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이런 위협이 온라인에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졸업한 창원대의 학생들은 지난 11월 4일 “(명태균) 선배님은 정말 우리 학교의 수치이자 최악의 결과물”이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그러나 학교 측은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대자보를 무단 철거했다. 11월 11일에는 경남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정치적인 의견 개진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마땅한 학내 공론장을 학교 측이 나서 위축시키고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오프라인에서도 대자보를 익명으로 작성한 이들에 대한 비방과 대자보 철거 요구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창원대 세무학과 학생 B씨는 ‘세무학과 학생 1’ 명의로 학내에 대자보를 붙였다. 이에 창원대 세무학과 학생회장은 세무학과 이름이 들어가면 대자보가 세무학과 모두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대자보 철거를 요구했다. 학생회 집행부 중 한 명은 세무학과 학생들이 모두 사용하는 단톡방에서 “좋X신 같네. 실명을 쓰든가. 장애인X”이라며 대자보 작성자를 비방했다. 대자보를 쓴 B씨는 “붙이기 전에도 이런 일이 있을 걸 우려했다. 대학이라는 공간 자체가 정치적인 이야기를 기피하고 조금이라도 의견을 꺼내면 어느 편인지로 몰아 물어뜯는 문화가 생겼다. 국정 농단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게 맞는데, 이 정권이 잘못됐다고 하면 마치 다른 정권이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로 몰아간다. 정치적인 입장을 꺼냈다는 이유로 공격받지 않는 학교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의견이 다르면 반박 대자보를 붙여서 소통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공론장 다시 열릴까 학내 공론장에 감도는 엄혹한 분위기가 정치권, 사회와 무관하게 상아탑에서만 자생적으로 발현했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정권의 교체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고려대 학생 노민영씨는 “이번 정권만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다른 생각을 표현하는 것 자체에 대해 소모적이고, 소용없는 일이라 느끼게 만드는 데 이 정권의 태도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이라든가, 대화를 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렸다”고 했다. 위기는 기회가 될까. 정부의 거듭된 불통과 실책은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는 대학가의 소수의견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웠다. 공론장의 품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말부터 고려대, 경북대, 동국대, 숙명여대, 한국외대, 홍익대 등에서는 실명으로 학내에서 학생 시국선언을 제안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주의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 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지나면서 목소리는 광장의 행동으로 번져가고 있다. 동국대 학생 최휘주씨는 지난 12월 3일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택시를 타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향했다. 최씨는 “가서 막지 않으면 사달이 날까 걱정됐다. 그날 국회 앞에 시민발언대도 만들어졌는데 발언 대기자만 30~40명씩 됐다. 같이 시국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다는 생각에 희망을 봤다. 정권의 말도 안 되는 자충수에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광장이 열린 게 아닐까. 정말 광장에서 희망을 봤다”고 했다.
특집
실질 지원 기대감 “해봐야”…익명 출산 딜레마 “해봤자”
실질 지원 기대감 “해봐야”…익명 출산 딜레마 “해봤자”(2024. 06. 17 06:30)
2024. 06. 17 06:30 사회
shutlerstock 지난 5월 19일 밤. 김가연씨(18·가명)는 생후 2개월 아이와 단둘이 서울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 기차를 탔다. 그는 청소년 부모이자 한부모다. 그날 서울역에서부터 긴급주택까지 가연씨와 동행했던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날이 어둡고 모르는 길로 가자고 하니까 가연씨 입장에선 무서웠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아니요. 저는 그냥 감사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다 알아보고 왔고, 아이랑 어떻게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거든요.” 지난 5월 31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운영 중인 서울 마포구 내 ‘힐링홈 금순이네’(긴급주택 및 상담공간)에서 만난 가연씨가 말했다. 그는 남자친구와 3년쯤 연애한 후 임신했다. 가연씨는 “서로 아이를 좋아해서 갖자고 했는데 막상 임신하니까 남자친구 태도가 바뀌었다”며 “남자친구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았고, 한 번씩 아이를 지우자고 말해 자주 다퉜다”고 했다. 가연씨는 비혼모 지원시설에 들어갈까 고민해 상담도 했는데 당시만 해도 남자친구와 관계가 다시 풀려서 시설엔 가지 않았다. “아이를 일찍 낳고 싶었고,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출산할지 말지 고민은 많이 안 했어요. 솔직히 남자친구가 (아이를) 지우라고 할 때 흔들리긴 했죠. 남자친구가 그런 말을 할 때 ‘이러다 내가 혼자 키우게 될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 가연씨는 청소년 부모로 등록해 의료비(임신 1회 120만원)를 지원받아 병원을 꾸준히 다녔다.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했는데, 수술비를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서둘러 출생신고를 하고 부모급여(월 100만원)를 받았다. 기초생활보장제 생계급여도 신청해 받았다. 이렇게 가용 가능한 자원을 찾아 출산까지는 버텼는데, 더 큰 위기가 양육 단계에서 찾아왔다. 남자친구 본가에서 생활하긴 했지만 신생아를 두고 일자리를 구할 순 없었다. 남자친구도 수입이 들쑥날쑥했다. 양가 부모로부터는 생활비나 양육비, 돌봄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남자친구와 관계가 더 나빠져 아이 생후 한 달쯤 됐을 때 헤어졌다. 갈 곳이 없어진 가연씨는 ‘같이 살자’고 손을 내민 지인들을 따라 타지로 거처를 옮겼다. 그런데 “지인들이 부모급여·생계급여를 ‘생활비로 쓰자’, ‘빌려달라’ 하면서 자꾸 돈이 빠져나갔고, 여기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연씨는 사단법인 비투비(BtoB)가 운영하는 비혼모 지원 플랫폼인 ‘품’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긴급주택 서비스를 알게 됐다. 남자친구로부터 양육비는 받지 못하고 있다. ■‘위기임산부 상담·지원체계’ 첫 제도화 지난해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과 2000명이 넘는 출생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출생통보제’(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와 ‘위기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가 각각 국회 문턱을 넘었다. 오는 7월 19일 동시 시행된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알리고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출생신고 사실을 최종 확인·보장토록 한 제도다. 그동안 부모에게만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해 사각지대가 발생했던 것을 개선한 것이다. 출생신고는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고 시민으로서 공적 자원을 누릴 수 있는 각종 권리의 토대가 된다. 다만 미등록 이주민 자녀는 출생통보제 대상에서 빠져 ‘태어난 즉시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를 온전히 보장하지는 못한다. 출생통보제 시행으로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산모의 신원을 알리지 않고 출산하는 익명 출산제가 대책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익명 출산이 ‘아동의 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반대 여론이 일었다. 특별법은 위기임산부에 대한 공적 상담·지원체계를 갖춰 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보호출산 시엔 아동의 출생증서를 아동권리보장원이 보관해 추후 정보공개권(친생부모 동의 시)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넣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중앙상담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은 “보호출산은 최후의 보루”이며 “위기임산부에 대한 촘촘한 상담과 서비스를 통해 원가정 양육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고 설명한다. 지난 5월 말 전국 16개 광역 시·도별로 지역상담기관이 지정됐다. 그간 비혼모 상담·지원을 해온 비혼모 지원시설 등 민간기관(단체)이다. 정부는 또 위기임산부 상담과 긴급 대응을 위한 전용 전화 ‘1308번’을 운영한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 6월 11~14일 서울에서 지역상담기관 종사자, 시·도 담당 공무원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워크숍 및 기본교육을 진행했으며 상담 매뉴얼도 배포했다. 청소년 부모이자 한부모인 김가연씨(가명·오른쪽)가 지난 5월 31일 서울 마포구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힐링홈 금순이네에서 ‘자립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지를 보고 있다. 김향미 기자 ■위기임산부 상담·지원체계는 어떻게 특별법에 따르면 위기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 대상자는 ‘경제적·심리적·신체적 사유 등으로 인해 출산 및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산부’다. 지역상담기관은 상담 매뉴얼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생계급여 등), 모자보건법(임산부·영유아 건강관리 등), 한부모가족지원법(생계비·교육비 지원 등), 국민건강보험법(임신바우처 등) 등에 근거해 위기임산부에 필요한 각종 지원 사항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위기임산부가 복지제도에 대한 ‘정보 취약층’일 가능성이 크니 접근성을 높여주면 양육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위기임산부들이 이런 복지망에 가닿게 하는 것이 1차적 과제였던 셈이다. 그동안 위기임산부 상담은 민간이 담당해왔다. 서울시나 경기도 등 지자체별로 위기임산부 상담 ‘핫라인’ 창구를 개설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가연씨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어떤 지원을 받으려고 하면 내야 하는 서류가 너무 많고 소득 조건이 까다로워서 신청부터 힘들더라”고 했다. “진짜 당장 급한 사람들이 엄청 많을 텐데 정부 지원들은 신청 후 (선정·지원 때까지) 몇 달씩 ‘기다려라’ 하고요. 정부가 심사 같은 기간을 좀 짧게 하면 좋을 것 같고 제가 들어간 긴급주택처럼 민간에서 그걸 좀 메워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트라이앵글 프로젝트는 ‘긴급성’에 호응한 지원책들로 구성됐다. 긴급 생계비, 긴급주택 등을 지원한다. 비투비가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 플랫폼 ‘품’은 사용자가 입력한 상황에 따라 필요한 자원을 바로 찾아볼 수 있는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두 단체는 소득, 연령, 거주지 등 조건을 맞추지 못해 복지망 밖으로 ‘탈락’하는 위기임산부를 지원하고자 했다. 위기임산부 자립지원 프로그램도 병행한다. 위기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 시행에 따라 공적 지원 체계도 일부 개선된다. 여성가족부는 이 제도 시행에 맞춰 오는 7월 말부터 위기임산부 누구나 한부모가족복지시설(121곳)에 입소할 수 있도록 기준을 변경한다. 그동안엔 만 24세를 넘는 경우 소득 수준을 따져 입소 여부가 갈렸다. 향후 16개 지역상담기관에서도 위기임산부에 직업훈련, 학업 등을 지원한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지난 5월 28일 마포구 힐링홈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위기임산부에 정보를 주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긴급주택 입주와 같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병행해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혼모 지원) 시설로 들어가기보다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위기임산부들이 있다”며 “우선 긴급주택에서 지내면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가 나올 때까지 3개월은 긴급복지지원으로 생활할 수 있게, 공백없이 지원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 자원을 연계해주고, 심리상담이나 직업 연계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2012년부터 현장에서 수백 명의 위기임산부 상담을 해온 유 사무국장은 이들에게서 “청년 빈곤”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현금, 주거, 식품 등 물적 지원만으로 위기를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범죄에 노출·연루된 경우나 경계성 지능인 경우, 미등록 외국인 등은 복지 신청주의가 만든 사각지대에 있는 사례들이라고 한다. 그는 “개인의 사정에 따라서 부채 탕감을 비롯한 재무, 주거, 직업 교육 및 생활·양육 교육까지 여러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도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면 ‘1년 이상 사례관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처음 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담·지원 경험이 있는 기관을 지역상담기관으로 지정했다”며 “지역상담기관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어서 지역의 다양한 단체, 자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시행 한 달 앞으로···기대·우려 혼재 정부가 예산을 들여 위기임산부 상담·지원체계를 구축해가는 것은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는 일이다. ‘출생통보제 도입에 따른 보호출산 제도 운영 방안 연구’(2023)의 책임연구자인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기자와 주고받은 e메일에서 “‘낙태법’ 위헌 판정 이후 대체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한 한국 문화·정서상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했을 때 임신 중지, 입양, 양육 등 어느 선택 하나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위기임산부에 대한 공적 지원보다는 민간 상담·지원이 더 많이 이뤄지는 현실”이라고 했다. 변 연구위원은 “지금은 공적 영역에서 위기임산부 상담·지원이 부족하지만 보호출산제 운영을 하면서 지역상담기관을 설치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나아지고 현재 부족한 위기임산부 지원 내용도 보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이 지난 5월 28일 서울 마포구 ‘힐링홈 금순이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보호출산’이 가능해지면서 “익명 출산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기저에는 “한국은 한부모가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운 사회”, “비혼모에 대한 편견이 강한 사회”라는 인식과 현실이 자리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이 지난 5월 22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부모가족 아동빈곤율이 가장 낮은 덴마크에서는 2021년 기준 일반가족 아동과 한부모가족 아동의 빈곤율 격차는 6.1%포인트다. 한국은 그 격차가 37.7%포인트에 달한다. 유소라씨(22·가명)는 4년 전 출산해 아이를 홀로 양육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고, 둘은 아이를 출산해 같이 책임지기로 했다. 소라씨는 임신 말기에 비혼모 지원시설에 들어가 출산했으며 남자친구와는 1년여 후 헤어졌다. 지난 6월 7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지원한 긴급주택에서 만난 소라씨는 “남자친구 집에서 반대가 심했는데 남자친구는 자기 부모와의 갈등이 커지는 것을 잘 못 버텼고, 그러면서 저도 점차 지쳤던 것 같다”며 “남자친구가 헤어진 후 양육비를 3개월 보냈고, 그 이후로는 아예 연락되지 않는다”고 했다. 소라씨는 출산 후 소라씨가 어릴 때 재혼해 별도로 가정을 꾸린 엄마와 같이 생활하게 됐다. 소라씨는 스스로 등록금을 벌어 대학을 졸업했다. 양육과 학업과 경제활동을 동시에 하던 시절 “아등바등 살았다”고 그는 말했다. 취직은 했지만 야간 당직이 돌아오는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기는 쉽지 않았다. 소라씨는 “엄마에게 아이 돌봄을 전적으로 맡기기 어려웠고, 회사에도 눈치가 보였다”며 “하루는 회사에 아이 때문에 하루 결근하겠다고 말했다가 선임으로부터 엄청 혼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뒀다. “제가 정말 독립이 급할 때 주민센터에 전화했더니 ‘도와줄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긴급주택 같은 지원이 제가 살던 곳엔 없어서 결국 (전남에서) 서울까지 오게 된 거죠. 아무런 연고는 없지만 그래도 아이와 함께 살 공간이 있어서 좋아요.” 그는 지난 4월부터 긴급주택에 입주해 당장 주거비는 아꼈지만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와 아동수당 등을 받아 빠듯하게 생활한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정부 지원 보육료 외에도 차량비 등 부대 비용이 든다. 게다가 지난 4년간 독립을 위해 집을 구할 때마다 조금씩 대출을 받는 바람에 빚도 수백만원 있다. 그는 “올여름 빚을 다 갚을 것 같다”며 “그 후엔 일자리도 알아보고 사회생활도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고 했다. 다만 직장을 구해도 아이가 아프거나 긴급한 일이 생길 때 맡길 곳이 없는 것이 걱정이다. 소라씨는 “‘365열린어린이집’(서울시 운영)이 예약제인데 대기가 많아서 이용하기 어렵다던데, 저처럼 아이 맡길 곳이 없는 한부모들을 위한 보육서비스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민숙 연구관은 지난 6월 10일 통화에서 “양육을 원하지 않는 여성에게 아이를 양육하도록 하는 것이 여성과 아이 모두에게 과연 이로운가 질문할 수 있고, 아동의 태생에 대해 알권리를 제한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올 수 있다”며 “이 논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 제도가 한부모가족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도록 우리 사회가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지 이야기
[만화로 본 세상]-프랑스에서도 육아는 여전히 쉽지 않네(2017. 10. 23 16:59)
2017. 10. 23 16:59 문화/과학
육아를 한 여성만의 일로 가두어두는 것은 부당할뿐더러 우리 사회의 성장에도 결코 도움되지 않는 일이다. ‘프랑스’는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육아천국’의 아이콘이 되었다. 출산율을 늘리기 위한 프랑스 사회의 각종 지원책이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모델로서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출산율이 증명하듯 프랑스가 한국보다 훨씬 아기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프랑스에서도 출산과 육아는 여성에게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임을 (그웬돌린 레송 글/마갈리 르 위슈 그림/북콘)은 말해준다. 개성이 지워지고 이름을 상실한 ‘엄마’들 은 아들을 낳은 지 5개월 만에 이혼한 카롤린이 동명의 대화모임에 처음 나오면서 시작된다. 이 대화모임은 인종도 처지도 다양한 여성들이 아이와 떨어져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며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다. 몇 차례 모임에 참석한 카롤린은 어느 날 “망망대해 같은 차가운 빙하 위에서 아들과 단둘이 남아있는 곰이 된 기분…”이라고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심정을 밝힌다. 카롤린은 길거리에서 패닉을 경험할 정도로 녹초가 된 상태다. 150만명이나 되는 싱글맘들이 있고,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해 수용적인 프랑스에서도 ‘아이’는 ‘이성애 가족제도’ 안의 존재로만 여겨진다. 길이며 상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카롤린과 아들에게 ‘남편/아빠’의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가정하고 묻고 말한다. 같이 섹스했지만 임신을 하게 되면 양육의 책임은 이 사회에서도 어김없이 여성이 진다. 마리의 남자친구는 ‘네가 싼 똥은 네가 치우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피임의 책임도 마리에게 미뤘으면서 말이다. 마리는 “엄마가 되고 나서 가끔은 내가 둘로 나뉜 기분”을 느낀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어머니상과 내가 다르기 때문이고, 또 그 차이를 사회가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아이들 때문에 행복하고 완전한 여자가 됐다”는 식의 모성 이데올로기의 지배력은 이 그리는 프랑스에서도 강력하다. 개성이 지워지고 이름을 상실한 ‘엄마’들은 그들만의 회합에서만 솔직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웬돌린 레송·마갈리 르 위슈 작가의 「익명의 엄마들」 중 한 장면./북콘 우리나라 서점가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프랑스식 육아법’이 유행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엄마들이 첫 육아를 시작하면서 책과 인터넷에 매달린다. 양육의 질에 대한 기대수준은 높지만 실제로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유태인 식이든 핀란드 식이든 육아서들은 ‘이상적인 아기’의 모습을 제시하며 엄마들을 유혹한다. 프랑스 식 육아법이 그리는 프랑스 아기들의 모습은 이렇다. 일찍 엄마와 떨어져 혼자 자고, 밤새 깨지도 않으며, 레스토랑에서도 보채는 법 없이 얌전히 코스요리를 먹을 수 있다. 행복한 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양육자를 편하게 하는 아기이긴 하겠다. 프랑스 엄마들은 육아를 하면서도 풀메이크업과 함께 트렌치코트를 말쑥하게 차려입고 자기 삶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엄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엄마가 경험하는 육아의 질이 바뀐다는 게 이러한 육아서들이 설파하는 핵심 이데올로기다. 그러나 은 그러한 자기계발론을 비웃는다. 그늘 한 점 없는 얼굴로 ‘엄마의 행복’을 말할 수 있는 건 ‘아이를 밤낮으로 돌봐줄 유모가 있거나 (만화 속에서 풍자적인 표현으로 등장하는) 약에 취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그나마 카롤린이 ‘익명의 엄마들’에 나와 고립감과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일하지 않는 싱글맘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편하게 베이비시터를 부를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 뒷받침은 그렇게나 중요하다. 산후우울증이라는 말, 참으로 못마땅하다 최근 한국에서는 엄마가 자신이 낳은 어린아기를 죽인 사건이 몇 달간 잇따라 뉴스에 등장했다. 이 일련의 징후적 사건들에서 우리 사회가 주목한 것은 ‘산후우울증’이라는 진단명뿐이었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극단적 결과를 낳는 산후우울증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영유아 검진과 함께 부모의 심리건강 검진을 의무화하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생후 18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엄마인 나는 ‘산후우울증’이라는 이 말이 참으로 못마땅하다.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비극은 단순히 호르몬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가 함께 나누어야 할 책임을 방기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기 돌보기가 이렇게까지 힘들다는 걸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부지런히 책과 인터넷을 뒤지고 보건소 출산교실까지 다녔건만 나는 그저 아기를 돌보는 데 필요한 기능적인 정보만을 습득했을 뿐이었다. 정말로 내가 들었어야 할 이야기는 여자들의 ‘닫힌 입’ 속에 있었다. ‘산후우울증’이라는 말 전후로 생략된 것들, 육아하는 여성들이 겪는 경험의 구체적 맥락을 나는 내 혹독한 경험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뉴스 속 그녀들과 내가 선 자리가 사실은 그리 멀지 않다는 걸 이제는 너무나 잘 안다. 엄마가 된 이후 삶이 끝난 것같이 느껴졌던 카롤린은 책장을 덮을 무렵 조금은 밝아진 얼굴로 자신을 다독일 수 있게 된다. 아마도 그것은 ‘익명의 엄마들’에서 공감하며 들어주는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만들어진 힘일 것이다.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며 말할 수 있는 시간 속에서는 삶과 사회를 다르게 볼 수 있는 관점이 생겨난다. 영화로 치자면 단편영화 정도의 분량이지만, 여성들이 경험하는 실제 삶의 면면들을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과 같은 책을 만나는 건 늘 반가운 일이다. 우리는 흔히 아이를 우리 사회의 ‘미래’라 칭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아이가 우리 모두의 ‘과거’라는 점이다. 인간은 타인의 수고를 통해 존재하고 성장한다. 그래서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사는 것일 테다. 우리가 자라온 과정을 살피는 것은 우리의 존재를 이해하는 과정이며, 한편으로는 늘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어린이의 관점에 서보는 일이기도 하다. 아이를 돌보고 키운다는 것의 의미는 단지 힘이 드느냐 아니냐, 누가 돌보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 육아를 한 여성만의 일로 가두어두는 것은 그런 면에서도 부당할뿐더러 우리 사회의 성장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만화로 본 세상
[특집| 사이버 전쟁, 보이지 않는 위험]세계 곳곳 구성원 익명성으로 사회운동 나선다(2013. 04. 16 15:35)
2013. 04. 16 15:35 사회
ㆍ핵티비즘 집단 어나니머스 그들은 누구?… 종교 인권 안보 등 관심영역 확장 국제세력 부상 북한의 대외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어나니머스는 11일 북한 정부의 공식 사이트도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어나니머스에 소속된 한국인으로 알려진 한 해커(트위터 @Anonsj)는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의 공식 사이트(www.korea-dpr.com)를 해킹해 데이터베이스와 IP정보 등을 빼내고 첫 화면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조롱하는 문구를 남겼다고 밝혔다. 영국의 어나니머스 회원들이 어나니머스의 상징인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의사당으로 행진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영어로 구성된 이 사이트는 첫 화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식 웹페이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이트를 제작·운영한 것은 북한 정부기관이 아닌 조선친선협회라는 국제친선단체로 스페인인 알레한드로 카오라는 인물이 책임을 맡고 있다. 이 사이트는 중국에 서버를 뒀던 ‘우리민족끼리’처럼 북한 지역 내에 서버를 두지 않고 네덜란드의 호스팅 업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어나니머스는 북한 내부망에 대한 해킹 공격을 계속해서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폐쇄성이 강한 북한의 네트워크를 공략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핵개발 위협 중지, 김정은 위원장 사임, 검열 없는 인터넷 제공 등을 요구하며 북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시작한 어나니머스는 2004년을 전후해 모습이 드러난 핵티비즘(해킹과 액티비즘의 합성어) 집단이다. ‘익명’이란 뜻의 이름대로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구성원들은 웹 상의 익명적 환경을 활용하면서 해킹 활동을 벌여 왔다. 지도부나 중심 인물 없이 누구나 어나니머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실체가 불분명하지만 공격 대상이 정해지면 자발적으로 참여한 구성원들 간의 협력으로 여러 차례 대기업과 정부기관의 웹페이지 해킹에 성공한 바 있다. 2011년 아랍 민주화 운동 당시 튀니지·이집트 등의 민주화 운동 세력을 지원했고, 최근에는 이번 북한 정부에 대한 공격을 비롯해 현재 이스라엘·시리아·미국 정부에 대한 공격을 시도 또는 계획하고 있다. 최근 북한 공격 이어 미국정부 공격 계획 어나니머스는 LOIC이란 이름의 디도스 공격용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대상이 되는 사이트 기능을 무력화시키거나 내부 보안정보를 탈취하는 등 다양한 수법을 활용하고 있다. 대량의 이메일을 보내 서버를 마비시키는 고전적 방법은 공격 대상이 보안을 강화함에 따라 공격 대상에 해커의 의도대로 작동하는 코드를 심거나 식별정보를 뒤바꿔 침입하는 등의 전략으로 진화했다. 또 고급 해킹 기술을 갖추지 못한 구성원도 디도스 공격 프로그램을 다운받기만 하면 웹브라우저를 통해 쉽게 공격에 참여할 수 있어 운동이 대중화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어나니머스가 유명세를 떨치기 전부터 핵티비즘 단체들은 익명성과 은밀성을 바탕으로 해킹을 통해 다양한 사회운동을 벌여온 바 있다. 운동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1980~1990년대에는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 컴퓨터 업체가 주된 공격의 대상이었지만 2000년을 전후해 각국의 정부나 정보·수사기관을 대상으로 한 해킹 공격이 여러 차례 성공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1994년 ‘지피스’라는 집단이 영국 정부에 최초로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이래로 1999년 ‘전자시민불복종(ECD)’이 통신감청체제인 에셜론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는 등 크고 작은 활동이 이어져 왔다. 어나니머스와 같은 핵티비즘 집단은 디지털 정보에 평등하게 접근할 권리를 주장하며 각종 규제에 대해 저항한다는 점이 공통된 특성이다. 하지만 그들의 정치적 이념이나 지향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이해관계나 이념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이들의 파급력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적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허경미 계명대 교수는 “핵티비즘은 네트워크가 가지는 집중화와 분산화 기능을 최대한 활용한다. 특정한 목적을 지지하는 개체들을 사이버 공간에서 네트워킹시켜 결국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전술로 사회운동의 중심세력으로 등장하고 있고, 그 관여 대상도 정보공유·종교·정치·안보·인권 등으로 점점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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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손글씨’ 익명의 할머니 돈 봉투 두고 떠났다
‘서툰 손글씨’ 익명의 할머니 돈 봉투 두고 떠났다
2023. 12. 07 17:06 화제
익명의 94세 할머니는 서울 관악구 대한적십자사 남부봉사관을 직접 방문해 책임자인 봉사관장에게 100만 원이 든 편지 봉투를 건넨 후 이내 신원을 밝히지 않고 떠났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위해 사용해달라.” 94세 할머니가 기부금 100만 원이 든 편지 봉투를 건네며 남긴 말이다. 7일 적십자사 서울지사에 따르면, 얼굴 없는 기부 천사인 할머니는 서울 관악구 대한적십자사 남부봉사관을 직접 방문해 책임자인 봉사관장에게 100만 원이 든 편지 봉투를 건넨 후 이내 신원을 밝히지 않고 떠났다. 익명의 기부자가 건넨 흰 봉투에는 서툰 한글로 “부모님 없이 큰 아이들에게 써주세요. 그러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손자 손녀 사남매 중고 때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약소하지만 저는 94세”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적십자사 서울지사는 할머니의 기부금 100만 원을 아동복지시설 퇴소 후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위기가정 아동·청소년에 생계, 주거비를 전달하는 사업에 보태어 지원할 예정이다. 적십자사 서울지사 남부봉사관 직원은 “할머니께서 갑작스레 사무실을 찾아오셔서 처음에는 적십자의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해결해드려야 할 민원이 있는 줄 알았다”며, “직원들에게 전달하면 소중한 기부금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책임자인 봉사관장에게 직접 전달하신 것 같다. 온정을 전해주신 기부자님께 감사드리며, 꼭 필요한 곳에 올곧게 지원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적십자회비 모금 캠페인은 2024년 1월 31일까지 집중적으로 전개되며 ‘변하지 않는 희망’을 슬로건으로, 십시일반의 정성이 소외된 이웃들에 희망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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