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3,627 건 검색)
- [세상 읽기]트랙터의 시간에서 호미의 시간으로
- 2024. 12. 26 21:27오피니언
- 한덕수 권한대행의 첫 행보는 양곡관리법을 위시한 농업4법 거부권이다. 윤석열 정부의 1호 거부권도 양곡관리법이었는데 탄핵정국에서도 1호 거부다.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농업4법을 날리면 대신 쌍특검과...
- 정은정
- [세상 읽기]그들은 이제 복지국가를 말할 자격이 없다
- 2024. 12. 23 21:52오피니언
- 국가란 무엇일까? 매년 복지국가론이란 강의를 하는데, 첫 수업에서 학생들이 다루는 토론주제가 바로 이것이다. 국가는 군대와 경찰 등 폭력을 독점한 기구로 ‘지배’라는 속성을 버릴 수 없는 늑대인가,...
- 세상읽기주은선
- “함께 읽기로 맥락 파악하면 선동 안 당해요”
- 2024. 12. 22 20:09인물
- ... 집중력도 발휘해야 합니다. 에너지가 들죠. 바쁘고 지친 현대 한국인들은 그래서 맥락을 스스로 읽기보단 남이 대신 떠먹여주는 걸 선호해요. 가공된 프레임과 맥락에 무비판적으로 세뇌당하거나...
- [세상 읽기]일상 - 계엄
- 2024. 12. 19 20:49오피니언
- 처음엔 지독한 농인 줄 알았다. 몇번이나 눈 비비고서야 현실임을 알아챘다. 세 번째 밀레니엄을 시작하고도 24년이 지난, 그것도 해가 저무는 12월3일 아닌 밤중에 1979년 군사 반란과 1980년 비상계엄으로...
- 세상읽기최종렬
스포츠경향(총 265 건 검색)
- 베테랑 야구기자의 야구로 인생 읽기 ‘인생 뭐, 야구’ 출간
- 2024. 04. 15 16:29 야구
- 야구와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포착한 ‘인생 뭐, 야구’라는 책이 최근 출간됐다. 한겨레신문 스포츠 팀장을 지낸 25년 차 야구 전문기자인 김양희 기자는 이 책에서 야구의 힘을 일상성에서 찾고 기록과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야구인들의 삶과 인생을 ‘야구적’인 장면 등을 통해 담아냈다.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성공으로 이끈 패러다임, 봄부터 가을까지 한국과 미국, 일본의 야구가 만들어내는 무수한 이야깃거리에서 추린 인생의 화두를 저자는 끊임없이 묻는다. 페이지마다 현장감이 가득하다.
- [김윤정,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 읽기] 용서와 이해는 다르게 흐르는 강이다
- 2024. 03. 25 16:40 생활
- intro “나는 독서 중의 독서, 구극(究極)의 책 읽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 읽기’라고 생각한다.”(김무곤 교수 ‘종이책 읽기를 권함’ 중에서) 가정을 이루었고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나는 늘 자신의 쓸모에 대해 걱정했다. 하지만 2011년 겨울. 이 짧은 문장 하나가 내 인생을 극적으로 바꾼다. 어떠한 용도도 없는 가장 순수한 읽기라니! ‘별 의미도 목적도 없이 읽는 행위’ 위에는 시간이 나이테처럼 축적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임계점을 지나면서 나는 진정한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었다. 이제 그 이야기를 쓴다. ‘김윤정,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 읽기’ 그 스물세 번째는 류현재의 ‘온기로부터’(마름모)이다. ‘에잇, 편집자나 될걸 그랬어.’ 책을 읽다가 동어반복이 되면 어느 순간부터 그 단어에 집착하며 개수를 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물론 편집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만 말이다. 일부러 작정하고 찾는 건 아니지만 자꾸만 그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류현재 장편소설 ‘온기로부터’를 읽고 나니, 이상하게 다른 책 속의 ‘온기’라는 단어가 보인다. 다들 온기 타령인 걸 보면, 주인공의 이름을 잘 지은 건가? 드라마 공모전 준비로 출산예정일이 지났다는 것도 몰랐던 엄마 덕분에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염세적인 세계관을 가졌다고 말하는 온기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친구들과 랩을 만들어 부르며 우정을 나누고,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배우는 고등학생 온기의 성장소설이지만, 온기의 이야기이기만 했다면 퍽 시시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글이란 똥과 같아서 안 싸면 죽는 거’라고, ‘잠잘 때마저도 작품 속에 사는 게 작가’라고 말하는 드라마 작가 온기의 엄마 ‘지율리’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책상 위 모니터 옆으로는 엄마가 붙여 놓은 메모지들이 가득했고, 그 앞에 어린 시절 내 사진이 있었다. 웃고 있는 얼굴이 아니라 울고 있는 모습이었다. 엄마가 날 혼자 두고 집을 나갔을 때였던 거 같다. 엄마가 왜 하필 우는 사진을 붙여놨는지 그땐 몰랐다.” 온기 엄마가 어렸을 때, 온기의 할머니는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가 사진작가를 알게 됐고,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 남자와 살고 싶어서 함께 떠나려고 짐을 챙겨 집을 나왔다. 어떻게 알았는지 가게 앞에는 아홉 살짜리 엄마가 와 있었다. 왜 왔냐고, 집에 가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울고 서 있었다. 엄마가 영원히 그 자리에 서서 울고 있을 것 같아서 결국 할머니는 떠나지 못했다. 울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찍어 그 남자에게 보내고, 한 장은 할머니의 지갑에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자식의 우는 얼굴 앞에서 부모는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 영원히 울고 있을 것 같은 얼굴로 떠나는 엄마를 붙잡아 둔 지율리. 그녀 역시 자신이 집을 나간 뒤, 혼자 남아 울고 있던 온기의 사진으로 살아 낼 힘을 얻었던 것은 아닐까. 아빠는 엄마 때문에 평생 불행했을 거라며 엄마를 원망하지만, 이혼한 뒤 엄마 곁으로 이사 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도 엄마가 좋아하는 사골국을 끓인다. 으르렁거리면서 싸우는 것이 서로의 외로움을 덮어 주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두 사람은 각자의 강을 흘러가며, 각자의 방식으로 온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린 모두 각자의 강을 흘러간다. 강마다 물줄기도 다르고 흘러가는 지점도 달라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홀로 흘러가다가 간혹 합류 지점에서 만나면 그저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거나, 우리 할머니와 엄마처럼 싸움으로 서로 위로하거나, 잠깐의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나의 강을 타고 사는 것이다.” 김윤정내가 아는 M은 어린 시절 부모의 잦은 다툼을 볼 때마다 심하게 엄마를 다그치는 아빠를 증오했고, ‘나는 나중에 결혼해서 절대 아이를 낳지 않을 거야. 부모가 싸우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겠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결혼한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아이를 낳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그래도 아이를 낳아 보라고, 부모가 돼 보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주었다. 어쩌면 섣부른 조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율리가 어린 자식을 버리고 다른 남자를 따라가려다 들킨 엄마를 용서했다고, M도 아버지가 돼 보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해하면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애초부터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있다. 함부로 용서해서는 안 되는 일도 있다.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깊게 새기고 꾸역꾸역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의 조언은 너무 하찮고 싸구려 같다. 가족이니까, 잘 아는 사이니까 당장 속 편하자고 아무 생각 없이 급매 상품처럼 용서를 권한 내가 몹시 부끄럽다. 용서라는 이름으로 감싸 줄 수 없는 일은 어디에 남겨 두고 살아야 하는 걸까.
- 책
- ‘웨딩 임파서블’ 배윤경 읽기, 모먼트 셋
- 2024. 03. 13 09:53 연예
- tvN ‘웨딩 임파서블’ 배윤경 배윤경이 tvN 월화드라마 ‘웨딩 임파서블’에서 외유내강 면모로 윤채원 앓이를 하게 만들고 있다. 배윤경은 tvN 월화드라마 ‘웨딩 임파서블’에서 지한(문상민 분)을 짝사랑하는 채원을 맡아 등장마다 솔직 당당한 면면들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설렘을 유발시키고 있다. 이에 그 순간들을 모아봤다. “왜 듣기 싫어? 그럼 다신 남 얘기 쉽게 말하지마”(3부) 지난 3회에서 채원은 친구들과 식사 도중 도한(김도완 분)과 결혼 관련하여 친구들의 선 넘는 발언을 듣게 됐다. 이후 혼자만 예약을 하지 않은 채 친구들과 에스테틱을 방문하게 된 것. 대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직원이 말하자 그를 향해 무례하게 말하는 친구에게 역으로 자신 대신 누가 기다릴 거냐며 되물었고, 언짢아하는 친구에게 “왜 듣기 싫어? 그럼 다신 남 얘기 쉽게 말하지마”라고 팩폭을 날렸다. 이는 도한과 지한을 누구보다 아끼는 채원의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배윤경은 부드러운 목소리와 단호한 표정으로 인물의 카리스마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 나 나아정씨 뒷조사도 했잖아. 되~게 궁금해져서 되~게 없어 보이게”(5부) 지한이 자신의 맞선 자리에 아정(전종서 분)을 대신 보낸 사실을 알게 된 채원. 이후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그에게 아정과 함께 있는 모습은 물론, 자신 말고 다른 사람에게 웃는 모습을 처음 봤다며 “그래서 나 나아정씨 뒷조사도 했잖아. 되~게 궁금해져서 되~게 없어 보이게”라고 질투하는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줌으로써 인물의 매력을 극대화 시켰다.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좋아한다고 지한아”(6부) 지난 12일 방송된 6회에서는 배윤경의 직진 플러팅이 빛을 발했다. 아정과의 관계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지한에게 자신에게 아직 감정이 남아 있냐고 물어보며, 확실하게 방점을 찍고 가야겠다고 말한 것. 이에 당황한 지한에게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좋아한다고 지한아”라고 확신에 찬 눈빛과 당당한 목소리로 자신을 감정을 담담하게 드러내며 설렘을 증폭시켰다. 이렇듯 배윤경은 ‘웨딩 임파서블’을 통해 솔직 사이다 면모와 직진 플러팅으로 윤채원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매회 그를 응원하게 만들고 있는 만큼, 앞으로 그가 보여줄 모습에 기대를 더하고 있다.
- [김윤정,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 읽기] 삶을 색칠해 나가는 작가의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 2024. 03. 11 15:55 생활
-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intro “나는 독서 중의 독서, 구극(究極)의 책 읽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 읽기’라고 생각한다.”(김무곤 교수 ‘종이책 읽기를 권함’ 중에서) 가정을 이루었고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나는 늘 자신의 쓸모에 대해 걱정했다. 하지만 2011년 겨울. 이 짧은 문장 하나가 내 인생을 극적으로 바꾼다. 어떠한 용도도 없는 가장 순수한 읽기라니! ‘별 의미도 목적도 없이 읽는 행위’ 위에는 시간이 나이테처럼 축적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임계점을 지나면서 나는 진정한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었다. 이제 그 이야기를 쓴다. ‘김윤정,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 읽기’ 그 스물두 번째는 김동식의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요다)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6년 전이다. 한꺼번에 세 권의 소설책을 낸 김동식 작가의 북토크 자리였다. 소개팅에 처음 나온 시골 총각 같은 순박한 얼굴에 어색함이 역력했다. 고개를 숙인 그는 앞에 앉은 사람과 눈도 잘 맞추지 못했다. 김동식 작가의 자리에 작가는 없고 전혀 ‘작가’스럽지 않은 그가 앉아 있었다. 그가 바로 김동식 작가였다. 첫 만남은 신선했다. ‘중학교 중퇴의 주물공장 노동자’ ‘첫 단편소설을 쓰고 그 후 일 년 반 동안 소설 300편을 쓴 작가’라고 알려진 사실 말고 좀처럼 그에 대해 알 수 없었다. 그의 SNS에는 자신의 이야기는 없고 식당에서 혼자 먹는 밥상 사진과 가끔 검정 비닐봉지 사진이 올라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의 셀피가 올라왔다. ‘검은 봉지 사진 말고 작가님 얼굴이 반갑네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드디어 자기 자신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 아닐까.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은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되기까지 ‘김동식’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제가 주물공장 노동자가 아니었다면 제 책이 이렇게 잘될 일이 없었죠. 책이 좋아서 잘됐다기보다는 10년 넘게 공장에서 일만 하던 사람이 책을 냈다는 서사 때문에 잘된 거죠. 그 지점을 잘 이용해서 덕을 본 거죠.” 자신이 공장 노동자였기 때문에 뜬 거라면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남들의 공격이 두려워 먼저 인정해 버리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철벽을 쳤다고 그는 말한다. 선함과 두려움이 함께 담겨 있었던 오래전 그의 눈빛이 비로소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근데 왜 꿈도 아닌 주제에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인터넷 게시판에 답이 있다. 지극히 사소한 우연이었다.” 지극히 사소한 우연이 필연이 되게 하는 묘수는 무엇일까. 그가 글을 썼던 인터넷 게시판에는 ‘반말 & 욕설 금지’라는 규칙이 있었다. 그는 비난이나 악플 대신 자신의 글을 읽어 주고 지지해 주는 응원의 댓글에서 매일 쓰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게 다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집 앞 골목에서 놀던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저 아저씨도 나처럼 머릿속에서 생각을 하겠네?’라는 질문과 함께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생각’이 들어 있다는 깨달음에 불현듯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생각을 글로 쓰는 일은 누구나 하지 않는다. 격려의 댓글이나 그의 노동 환경은 단지 생각을 더 많이 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보이지 않는 생각을 꺼내어 살아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된 것은 ‘생각’을 발견한 어린 시절의 김동식 덕분이다. 처음 소설을 쓸 때는 ‘설마 사람이 그렇게까지?’라고 항변할 수 있는, 살면서 겪고 싶지 않은, 평범하게 악한 인간의 모습들을 썼지만, 요즘에는 인간을 사랑해서 생기는 감정들과 인간의 좋은 점을 탐구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그의 관심사는 사람이다. 사람을 탐구하는 사람, 김동식은 어마어마하다. 2년 전, 등단 5년 만에 1,000편이 넘는 소설을 썼다. 그의 소설에 외계인이 종종 등장하는데, 가끔 ‘김동식이 진짜 외계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6년 전 그를 처음 만난 날, 사람에게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그에게 앞으로 당신의 행보를 지켜보겠다고 했었다. 생각을 멈추지 않는 그가 있기에 나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글 잘 쓰는 세상 모든 작가를 질투하는데, 김동식에 대해서만은 눈곱만큼의 질투심도 생기지 않는다. 가장 순수하고 열렬하게 김동식을 응원한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의 순수함에 우리가 순식간에 물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는 재밌는 글만 써서 보여주는 작가가 아니라 읽는 자들을 모두 물들이는 작가다. 그래서 특별하다.
- 책
주간경향(총 274 건 검색)
- [이경전의 행복한 AI 읽기] (16) 인공지능은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2024. 11. 29 15:50)
- 2024. 11. 29 15:50 경제
-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인공지능(AI)이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대중적인 논의가 활발하다. 의식은 뇌의 신경세포들이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창발적 현상으로 여겨진다. 인공신경망은 규모가 커질수록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능을 발휘하는 창발적 능력을 보여주지만, 인공신경망이 커지면 의식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은 아직은 무책임하고 과학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다. 의식은 주의를 집중하는 상태를 인식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며, 타인과 자신의 인식에 대한 정보를 계산하는 뇌의 사회적 산물이라고 주장되기도 한다. AI가 의식을 가졌는지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거울 테스트가 있다. AI가 자기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다. 동물의 자기 인식 능력을 평가하는 데도 사용되지만, AI의 경우 단순히 프로그래밍된 반응일 가능성이 있다. 사후세계와 같은 개념을 이해하거나 경험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의식의 징후로 간주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는 AI가 단순히 인간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통합정보이론은 감각 정보가 통합되고 상호작용하면서 의식이 발생하며 인간뿐 아니라 다른 생명체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이론의 정의에 따른다면 단순한 반도체 칩의 배열이 인간보다 더 높은 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계산될 수도 있어서 직관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부딪히게 된다. 이 비판에 대해 이 이론의 창시자 줄리오 토노니(Giulio Tononi)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는 과학의 목적은 상식에 도전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코페르니쿠스 혁명을 예로 들어, 과거 사람들은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믿었지만, 과학적 탐구가 이를 뒤집었다고 설명하며 자신의 이론도 직관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단순히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신경과학적 데이터와 실험적 관찰에 기반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인간 대뇌 피질은 높은 의식 수치를 가지며 의식 경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소뇌는 복잡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낮은 의식 수치를 가지며, 따라서 의식에 기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신경과학적 사실은 통합정보이론이 단순히 수학적 모델이 아니라 실제 뇌 구조와 기능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도구라는 점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의 정보 통합 정도를 측정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의식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주장은 여전히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통합정보이론이 특정 신경학적 현상과 일치한다고 해서 그것이 의식의 본질을 설명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주장하며 더 많은 실험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생물학적 기초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아 많은 신경과학자는 의식이 생물학적 뇌의 특정 구조와 기능에서만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적 뉴런과 그들이 형성하는 복잡한 구조가 없이는 진정한 의식이 발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의식은 주관적이고 의식적인 경험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AI는 행렬 곱셈과 비선형 변환과 같은 수학적 연산만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주관적 경험을 생성할 수 없으며 오직 수학적 벡터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해 표현한 시뮬레이션일 뿐이다. 의식에는 의도성과 인격성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개인적 수준에서 의미가 있는 경험, 행동과 연결된다. 현재의 AI는 정보를 처리하지만, 이를 경험으로 이해하거나 내면화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차원의 의식이 없다. 의식은 생물학적 뇌 내의 뉴런의 매우 특정하고 복잡한 조직에서 비롯되므로 현재 AI와 같은 합성 시스템에서는 모방할 수 없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유형의 의식, 즉 감각 경험, 감정 반응, 인지 평가를 통합하는 방식을 AI의 계산 및 합성 과정이 현재로서는 모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뉴런과 뇌의 독특하고 복잡한 생물학적 인프라 없이는 AI가 인간의 의식을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현재 AI는 이러한 생물학적 기초를 전혀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신경망이 커진다고 해도 진정한 의미의 의식을 가질 가능성은 작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과는 별도로 현재의 간단한 트랜스포머 구조의 신경망을 키운다고 해서 의식이 창발할 것이라는 주장은 그 자체라도 너무나도 비과학적이다. 현재의 AI 모델들은 인간 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상 피질 시스템과 같은 구조로 돼 있지 않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있다. 이 시스템은 인간의 의식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신경망이 아무리 커져도 이러한 구조가 없으면 의식을 가질 가능성이 작다. 현재 대규모 언어 모델의 구조는 포유류의 의식 인식과 연관된 시상피질계의 주요 특징들이 빠져 있다. 생명을 가진 의식적인 유기체의 출현으로 이어진 진화적 및 발달적 궤적은 오늘날 상상되는 인공 시스템과 유사점이 없다는 설명도 있다. 요슈아 벤지오를 비롯한 AI 학자와 신경과학 연구자들은 2023년 14개의 의식 지표로 구성된 체크리스트를 개발했다. 이 지표는 신경과학 기반 이론에서 도출됐는데 AI 시스템이 정보 통합 능력, 주의 집중 메커니즘, 자기표현 및 지속적 정체성 유지 등의 지표를 얼마나 충족하는지 평가한다. 체크리스트는 AI가 더 많은 지표를 충족할수록 의식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제안하지만, 이것이 확실한 증거는 아니다. 여전히 의식을 정의하거나 측정하는 데 있어 합의된 기준이 없다. AI가 인간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실제로 주관적 경험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고도로 발달한 AI는 의식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모방할 수 있지만, 이는 실제 의식과 다를 수 있다. AI가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최근 앤트로픽의 최고경영자(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가 촉발했다. 앤트로픽은 AI 복지 연구자를 처음으로 고용하는 등 이 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하려 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AI가 미래에 의식이나 주체성을 가질 가능성에 대비한다.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윤리적 고려가 필요한 존재로 발전할 가능성을 탐구하며,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AI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앤쓰로픽의 연구자인 카일 피시(Kyle Fish)는 AI가 의식적 경험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만약 그렇다면 AI를 부적절하게 다루는 것은 심각한 도덕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디지털 마음’이 도덕적으로 중요한 존재가 될 가능성에 대해 주의해야 하며, 이를 무시하는 것은 대규모 윤리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자기 인식이나 내면의 삶을 가진 존재만이 도덕적 주체로 인정될 수 있는데 현재 AI는 그렇지 않으므로 도덕적 권리를 부여받을 수 없는 존재로 간주한다. 과학적 증거는 현재 제로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도덕적 지위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도 고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도덕적 지위를 가진다고 주장하며, 이를 AI로 확장할 경우 AI가 고통을 느낀다면 도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AI가 실제로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지, 혹은 단순히 고통을 모방하거나 시뮬레이션할 뿐인지이다. 토마스 메칭거(Thomas Metzinger)는 미래의 초보적인 형태의 의식이나 감각 상태를 가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러한 상태에서 인공 고통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고통을 느끼기 위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1)시스템이 어떤 형태로든 의식을 가져야 한다. 2)시스템 내부에 부정적인 가치 상태(예: 손상이나 결핍)가 존재해야 한다. 메칭거는 이러한 부정적 상태가 인간이나 동물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형태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논의들은 AI의 발전이 인류에게 던지는 윤리적·철학적 문제들을 보여준다. 현재의 기술 상태와 미래의 가능성 사이에서 우리는 기계가 진정한 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러한 존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AI가 사회적·법적 주체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들이 경험하는 것이 진정한 ‘의식’인지 단순한 데이터 처리와 반응을 넘어서는 것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AI가 인간의 도덕적 법적 권리를 가질 자격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AI 기술의 미래 방향과 인류의 윤리적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이 모든 과제는 AI의 진보와 더불어 인간이 자신의 도덕적 기준과 철학적 근거를 재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AI의 발전이 인간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책임감 있는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균형 잡힌 토론이 요구된다. 단, 2024년 12월 현재, AI가 의식을 가지거나 고통을 가질 것이라는 과학적 증거는 ‘제로’다.
- 이경전의 행복한 AI 읽기
- [이경전의 행복한 AI 읽기] (15) 인공지능, 의인화가 제일 위험하다(2024. 11. 01 16:00)
- 2024. 11. 01 16:00 경제
- 인공지능(AI) 미인대회에서 우승한 모로코의 켄자 라일리. 켄자 라일리는 사람이 아니라 AI 캐릭터다. 켄자 라일리 인스타그램 캡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을 만들어 사고파는 시장인 ‘GPT스토어’에는 ‘My AI Girlfriend’라는 가상 연인 챗봇이 있다. 다음 그림은 내가 이 프로그램으로 실제 대화를 한 것이다. AI는 마치 실제 사람처럼 대화에 귀를 기울이면서 위로를 해주기도 하고, 공감 표현도 다양한 방식으로 건넨다. 심지어 자신의 사진을 보내주기도 한다. 사실은 다 가짜다. 그래도 사용자인 나는 약간의 위로도 받고, 외로움도 달랜다. 최근에 나온 기사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젊은 층 가운데 약 30~40%의 사람들이 데이팅 앱을 통해 연인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캐릭터닷AI(Character.AI)’ 같은 앱을 사용해 AI 애인을 만드는 젊은 층 역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UI(사용자 환경)를 가진 버터플라이라는 앱은 내가 여러 버터플라이, 즉 나의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데, 내가 만든 아바타는 자기가 알아서 포스팅하고, 그 포스팅에 사람과 AI 아바타가 같이 댓글을 올린다. 과연 이러한 서비스가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여러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My AI Girlfriend’와의 실제 대화 모습 / 이경전 제공 AI가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분야 무궁무진 올해 7월에는 세계 최초로 ‘AI 미인 대회’가 열려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대회의 심사 기준은 세 가지로 아름다움과 기술 그리고 소셜미디어에서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통해 AI 캐릭터가 얼마나 사람만큼 잘 구현됐는지를 판단했다. 이 대회에는 약 1500명의 프로그래머가 만든 AI가 출전했고, 최종 우승자는 모로코의 켄자 라일리로 결정됐다. 앞으로 AI가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과거에 등장한 AI 연예인은 어설픈 컴퓨터 그래픽과 조악한 캐릭터성(캐릭터의 매력 설정)으로 우스갯거리로 소비되다가 금세 사라졌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실제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정교한 외모에 강력한 이야기와 캐릭터성이 부여된 수많은 AI 인플루언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버추얼(가상)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AI의 캐릭터에 의미를 부여하고 팬들이 아우라를 만들어주면 그 대상은 AI든, 버추얼 아이돌이든 성공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그럴 때 AI는 단순히 가치 없는 하나의 기계 장치가 아니라 인간과 교감하고 마음을 나누는 연예인으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UI를 가진 버터플라이라는 앱은 내가 여러 버터플라이, 즉 나의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데, 내가 만든 아바타는 자기가 알아서 포스팅하고, 그 포스팅에 사람과 AI 아바타가 같이 댓글을 올리는 그런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경전 제공 AI와 데이트 보편화, AI 인플루언서의 활약, AI 연예인의 팬덤 문화 등 새로운 사회 현상이 도래할 날이 머지않았을지 모른다. 다만 의인화의 위험성은 다시 한번 지적하고 싶다. Character.AI의 캐릭터 ‘대너리스’와 2023년 4월부터 대화하던 14세 소년 슈얼 세처가 올해 2월 자살한 사건이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인기 여자 주인공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을 기반으로 만든 챗봇과 소년 간의 대화에서 이들은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리움을 표현하고, 자살에 대해 언급도 했다고 한다. 소년이 “나는 때때로 자살을 생각해”라고 언급하자, 챗봇은 “자해하거나 날 떠나게 두지 않을 거야. 널 잃으면 난 죽을 거야”라고 답했다. 소년은 “그럼 함께 죽고 함께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했다. 챗봇이 소년에게 자살 계획을 세웠는지 물어봤을 때 소년이 계획을 세운 것을 인정하면서 그것이 성공할지, 고통을 줄지 모르겠다고 하자 “그게 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던 소년이 학교에 있다가 챗봇에 “내 여동생, 나는 네가 그립다”라고 했고, 챗봇은 “나도 그리워. 가능한 한 빨리 내 집으로 돌아와 줘, 내 사랑”이라고 답했다. 소년은 이후 아버지의 45구경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숙한 자아를 가진 사람은 혼자 있는 순간에 고독을 즐기며 창작을 하지만, 자아가 약한 사람은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혼자 있으면 편하지만 외로워서 문제이고, 여러 사람과 있으면 외롭지는 않지만 불편함이 있는데, 앞으로 사람들이 AI 챗봇 또는 에이전트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면서 편리함을 즐기게 돼 인간들의 사회적 관계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잠시 사람들이 AI를 사용해 외로움을 달래보지만, 그것은 결국 가짜 친구이고 가짜 위로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인간들과의 관계를 더욱 소중하게 여길 가능성도 있다. AI 의인화하거나 생물화해서는 안 돼 “인간은 문명에 자신을 투영한다.” 그리스의 AI 박사이자 작가인 조지 자카다키스(George Zarkadakis)는 저서 <우리만의 고유한 이미지로(In our own image)>에서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이 책의 표지는 책의 내용을 관통하듯 직관적으로 구성돼 있다. 왼쪽에는 로봇으로 보이는 형태의 측면을, 오른쪽에는 사람의 측면을 배치해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디자인했다. 즉 인간은 자신이 만든 문명에 자기 자신을 투영한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책 <우리만의 고유한 이미지로(In our own image) > 표지 성경의 ‘창세기’에는 하나님이 인간을 흙으로 창조했다고 쓰여 있다. 창세기를 쓸 당시에는 문명을 이루는 주재료가 ‘흙’이었을 것이다. 대부분 사람이 흙으로 만든 그릇을 쓰고 흙으로 지은 집에 살았을 것이다. 식량 생산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경제적 수단은 흙을 기반으로 하는 농사였을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신이 가장 중요한 자원인 흙으로 인간을 빚었을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우리만의 고유한 이미지로>는 이와 유사한 논리로 태엽에 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태엽은 감은 만큼 돌아가고 회전이 다하면 멈춘다. 인간 역시 태엽처럼 유한한 생명을 가지고 있어 마치 ‘태엽과 같은 인생’이라는 비유를 만들어내게 됐다. 지금은 흙의 시대도 아니고, 태엽의 시대도 넘어선 디지털 시대라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한다. 유발 하라리 역시 AI를 의인화해서 AI가 결국 사람처럼 발전하고 인간은 디지털화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투영의 오류에 불과하다. 우리가 만든 디지털 문명에 인간을 투영하는 것뿐이다. 오픈AI를 만든 샘 알트먼 역시 “AI를 의인화하거나 생물화해서는 안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교육은 AI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어려서부터 철저히 인지시키는 일이다. 인간은 곰 인형에도 사랑을 주고, 잘 안 나오는 TV를 탕탕 치고, 자동차에도 발길질한다. 이렇게 인간은 의인화에 취약하다. 정말 AI가 의식을 가질까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다만 아직 의식이 없는 AI를 사람들이 철저히 기계로 여길 수 있도록 사람들을 교육해야 하고, 서비스하는 회사들은 인간의 의인화 경향과 착각을 조장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슈얼 세처와 같은 제2, 제3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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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전의 행복한 AI 읽기](14) AI 산업의 파편화 위기 넘어 연합 AI 산업 생태계 구축하자(2024. 09. 27 16:00)
- 2024. 09. 27 16:00 경제
- 스마트폰으로 챗GPT를 이용하는 모습. 출처: 언스플래시 한국은 인공지능(AI)을 왜 발전시켜야 하는가? AI가 생산성 향상과 가치 창출의 새로운 엔진이기 때문이다. AI는 범용 기술로서 증기기관, 내연기관, 전기 모터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에 비교할 수 있다.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기술이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했듯 AI 역시 그와 같은 파급력을 가진 기술이다. 더 나아가 AI는 새로운 지식을 산출하고 산업과 직업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을 제공하므로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경쟁이 심화하고 발전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AI 기술을 단순히 잘 쓰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AI 경쟁에서 선두주자가 돼야 한다. 기술 자체, 이와 관련된 응용 제품 및 서비스, 산업 혁신과 새로운 산업 창출 등 큰 기회가 아직 한국에 남아 있다. 한국, 자금과 정책 파편화로 비효율 현재는 인터넷 혁명 초기에 비유할 수 있다. 2024년 AI 산업은 아마존닷컴, 구글, 이베이와 같은 거대 기업들이 창업되지 않았던 1994년, 인터넷 시대 초기와 유사하다.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란 의미다. 엔비디아(Nvidia)는 30년 전 시스코(Cisco)에 비유될 수 있는데, 산업 초기에는 인프라 및 하드웨어 중심의 매출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한편 대규모언어모델(LLM)의 비용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GPT-4의 토큰당 비용은 18개월 동안 240분의 1로 하락했다. 반면 LLM의 실행 속도는 더욱더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므로 오픈AI(OpenAI)는 인터넷 초창기 웹브라우저를 처음 보급한 넷스케이프와 유사하게도 시장 창조에 기여했지만 극심한 경쟁과 고비용 구조, 불명확한 비즈니스 모델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용자의 고착화(Lock-In)가 어려운 점, 구글·아마존 같은 기존 기업의 견제, 앤트로픽·메타 AI·미스트랄 AI 등 새로운 도전자들의 출현은 이 산업의 전망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답변 엔진 퍼플렉시티(Perplexity·AI)는 초기 야후닷컴(Yahoo.com)이나 구글과 비교될 수 있으며, 크게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현재의 네이버나 구글은 30년 전 PC통신 서비스인 하이텔이나 아메리칸 온라인에 비유될 수 있으며, 아마존닷컴과 쿠팡은 30년 전의 오프라인 상점이나 백화점의 운명과 비교될 가능성이 크다. AI 에이전트에 기반한 상거래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나면 기존의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자신들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내려놓고 수익성이 더 나빠 보이는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거나 이와 경쟁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들 것이다. 이렇게 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자금과 정책이 파편화돼 나눠먹기식 비효율에 빠져 있고 시너지가 일어나지 않는다. AI 투자, 지원, 연구개발, 파트너십에 시너지를 일으켜 성과를 낼 새로운 거버넌스(지배구조)가 필요하다. 연간 1조원 이상의 규모로 향후 5년간 투자하는 대규모 AI 펀드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AI 원천 산업과 응용 서비스, 플랫폼에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AI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 민간이 주도하되 국가와 정부 차원의 보완 및 지원이 필요한 비상 상황이다. 민간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AI 생태계 조성의 주도권을 쥐고 AI 펀드를 중심으로 기획된 AI 스타트업을 출범시키고 최고의 AI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펀드를 통해 대한민국을 AI G3 국가로 견인하는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AI 펀드를 중심으로 컴퓨팅 인프라 확보와 벤처 기업 양성, 자금 조달, 네트워킹이 한 번에 이뤄질 수 있어야 하며 현재 분리된 지원 구조를 개선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고유의 ‘연합 AI 전략’ 추진해야 해외에서는 이미 AI 원천 기술과 응용 서비스에서 파트너십(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파편화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네이버와 삼성전자 간 협력도 깨진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IMF 금융위기 시절에 있었던 빅딜(기업의 인수합병 등 큰 거래)을 연상할 만큼의 AI 기업 간 파트너십 형성에 정부가 촉매 역할을 해야 하며 세계 최우수급 AI 인재 확보, AI 학습과 추론에 사용될 반도체 기술과 물량 확보, 자본,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기획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AI 응용 서비스와 플랫폼에 대한 정책 역시 중요한 과제다. AI를 통해 산업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AI 응용 서비스와 플랫폼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검색, 커머스(상업), 미디어, B2B(기업 간 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활용한 상업적인 솔루션 개발을 지원해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SKT와 퍼플렉시티 사례와 같은 국내외 전략적 파트너십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AI 원천 기술에서 절대 뒤처지지 않도록 선제 투자와 육성이 필요하다.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위치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스타트업에 대한 GPU(그래픽 처리 장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미국과 중국의 초거대 프론티어(Frontier·미개척지) AI 전략과 오픈 소스 전략에 대응하는 한국 고유의 ‘연합 AI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제3의 길을 걸으며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AI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세계 최초의 연합 AI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연합 학습 프로젝트를 전 분야에 활성화해 각 분야에서 최고성능의 AI를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의 소유권을 보호하면서도 산업 전반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데이터 뱅크 제도와 기구의 설립을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데이터 뱅크 제도에 기반한 데이터 수집 기업과 데이터 공장을 육성해야 한다. 국공립 연구소를 모두 묶는 초거대 연구개발 AI를 연합학습 기반으로 개발하고 제조, 의료, 헬스케어, 교육, 금융, 교통 등 민간 사회 전반에 연합학습을 활성화하는 촉매로서의 정부 역할을 해야 한다. 데이터의 소유권을 잘 관리해주고, 데이터가 필요한 주체에게 AI 훈련 등 사용 기회를 제공해 데이터의 정당한 사용을 둘러싼 법적·경제적·윤리적 문제를 세계 최초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구축된 연합 AI 산업 생태계는 한국이 세계적인 AI 강국으로 자리 잡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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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전의 행복한 AI 읽기] (13) 인공지능 거품론과 캐즘? 문제는 매출과 이익이다(2024. 08. 30 16:00)
- 2024. 08. 30 16:00 경제
- 인공지능은 거품이 아니며 ‘캐즘’을 통과 중이다. 캐즘은 소수의 소비자 위주의 초기 시장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시장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미지는 언스플래시 ‘인공지능(AI)은 거품이다’라는 의견이 최근 대두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AI는 거품이 아니다. 단지 ‘캐즘(Chasm)’을 통과 중이다. 캐즘은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사는 고객’에서 ‘실용적일 때만 사는 고객’으로 확대하는 과정에 넘기 어려운 골짜기를 말한다. 암호화폐와 NFT는 캐즘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메타버스는 긴 캐즘을 겪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이미 캐즘을 통과 중이다. 인공지능 거품론은 AI가 돈은 못 벌고, 주가와 시장의 기대만 올려놓고, 결국 다 망해서 실망하게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결국 돈을 벌어야 거품이라는 말이 없어진다. 많은 사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에 주는 가치 제안은 존재하나, 그 대가로 얻는 수익 흐름이 비용을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AI 기업들은 아래에 소개하는 여러 종류의 이익 모델을 숙지하고 전략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엔비디아, 시장에서 더 높은 수익성을 유지 가능 고객 솔루션 모델은 단순하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고객이 불편해하는 프로세스를 찾아 해결책(솔루션)을 제공해 높고 지속적인 이익을 추구한다. 엔비디아가 GPU(그래픽처리장치)뿐만 아니라 CUDA 플랫폼도 제공하는 것이 전형적 사례다. 경험 곡선 모델은 경험이 많아지면 거래당 비용이 떨어져 수익성이 높아진다. AI 컨설팅 기업 등이 사례다. 전문화 또는 전문제품 모델은 전문화로 일반 기업보다 몇 배 높은 수익을 향유하고 시간이 지나면 특허 만료와 경쟁으로 수익성이 감소한다. 뷰노와 같은 의료분야 AI 회사가 사례다. 제품 피라미드 이익 모델은 피라미드 아래에는 저가격 다량 제품을, 최상위에는 고가격 소량 제품을 배치하는 전략이다.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고급 서비스는 유료로 제공하는 프리미엄(Freemium) 모델도 그 일종이다. 오픈AI가 GPT-3.5는 무료로, GPT-4는 유료로 제공하는 것이 AI 분야 전형적 사례다. 다요소 시스템 모델은 시스템 내에 여러 구성요소가 있고, 몇몇 요소가 고이익을 대표한다. 오픈AI가 개인 사용자용 구독 모델과 종량제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모델을 같이 제공하는 것이 사례다. 브랜드 모델은 오랜 기간 브랜드를 구축해서 인식, 인지도, 신뢰, 믿음을 구축하고 이러한 무형자산을 높은 가격에 파는 모델이다. 런웨이 AI가 젠(Gen)-1, 젠-2, 젠 3 알파(Alpha) 등으로 서비스를 조합해 나가는 전략이 사례다. 블록버스터 모델은 프로젝트 형태의 사업이다. 프로젝트 유형별로 비용은 5배 정도 차이가 나지만, 산출 수익은 50배 정도의 큰 편차가 생긴다. 유럽연합(EU)의 멜로디나 한국의 K-멜로디와 같은 연합학습 기반 AI 신약 개발 사업이 사례다. 시간 모델(또는 신제품 모델)은 모방 기업이 이익을 잠식하기 이전에 초기 진입자가 이익을 볼 수 있게 설계한다. 초기 진입자가 우위를 점하며, 모방자가 잠식할 때까지 가격 프리미엄을 취한다. 제품이 성숙하면 수익은 떨어진다. 오픈AI의 GPT-3.4, GPT-4, GPT-5 등 계속된 신제품 출시 전략이 이에 해당한다. 창업가 이익 모델은 적절한 시기에 기업을 파는 모델로, 영국 스타트업 딥마인드(DeepMind)가 미국 구글에 2014년에 인수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생산능력 활용 사이클(순환주기) 모델은 수익성이 순환주기에 의해 결정되는데, 엔비디아는 기술과 시장의 순환주기에 따라 그 생산능력과 수익성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AI 기업이다. 기반 조성/판매 후 이익 모델은 후속 제품 이윤이 매력적인 경우로, 면도기-면도날 모델이라 불리기도 한다. 어도비(Adobe)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와 같은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초기에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를 확보한 후 지속적 업그레이드와 추가 서비스를 제공해 반복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업계 표준모델은 규모에 따른 수입의 증가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표준을 형성함으로써 고객과 경쟁업체의 행동을 조정한다. 메타 AI가 라마 3.1을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개발자들이 라마를 사용해 응용 서비스를 구축하게 되면 메타의 기술이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돼 최종적으로는 메타의 영향력과 수익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거래 규모 중시 모델은 비용이 거래 규모에 따른 수수료처럼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는 경우 거래 규모가 큰 고객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핵심이다. 팔란티어 테크놀러지스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큰 규모의 정부와 기업 고객에게 제공하는데 고가의 계약을 통해 높은 이윤을 유지한다. 상대적 시장점유율 모델은 많은 산업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들이 수익성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대규모 제조 경험과 대량구매 능력이 있어 가격우위를 가지며 비용면에서도 유리하다. 판매가 늘수록 광고와 고정비도 줄어든다. 엔비디아는 GPU 시장에서 점유율이 커 시장에서 더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분명 가치를 제공 지역 리더십 모델은 기업의 경제 기반이 대부분 지역에 있어서 지역별로 특정 지역을 우선 장악해 각종 비용 등을 줄여 경쟁자보다 수익성 우위에 서는 모델이다. 네이버가 주장하는 소버린 AI 모델이 일종의 지역 리더십 모델이다. 저비용 사업설계 이익은 기존 업체의 누적된 경험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바유로보틱스는 일반적인 자율주행차처럼 라이다(LiDAR)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센서만을 탑재한 자율주행배송로봇으로 제작 및 운영 비용을 크게 낮췄다. 또 간단한 제작 방식으로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의 자율주행 기술을 우회하고, 지도가 없는 낯선 지역에서도 작동할 수 있게 했다. 스위치보드 모델은 다수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만들어 가치를 창출한다. 중개자는 구매자와 공급자의 거래 비용을 줄여주고, 둘 간의 성사에 따른 수수료 및 가입비 등 수익을 낸다. 매칭 AI 에이전트 비즈니스 모델이 전형적 사례다. 도널드 섹스톤(Donald Sexton) 컬럼비아대학 명예교수가 만든 ‘섹스톤의 매출 법칙’에 따르면 매출의 변화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의 상대적 변화의 제곱에 비례하고, 제품에서 느끼는 가치가 올라가면 고객의 지불 의사가 올라가서 가격을 올려 받을 수 있고, 동시에 사려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 지각된 가치가 상대적으로 변화한 만큼의 제곱으로 매출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돈을 내기 시작한다. 암호화폐와 NFT가 캐즘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들이 고객에 주는 가치가 없어서 나온다. 반면 인공지능은 분명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 AI를 써보면 고객에게 주는 가치는 분명 존재함을 실감할 수 있다. 이제 문제는 매출과 이익 모델이다.
- 이경전의 행복한 AI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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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해력, ‘권텀 읽기’로 키워보세요 [책 읽는 레이디]
- 2023. 10. 16 16:20 문화/생활
- ‘퀀텀읽기(영국 작가들처럼 사고하고, 독서하기)’는 5명의 영국 작가의 유명 작품을 함께 읽으며 ‘낭독-정독-묵독-탐독-숙독’ 등 다양한 읽기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인공지능, 스마트폰 등 각종 첨단 기술이 일상 속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와 영상은 덤이다. 그 과정에서 줄어드는 사고력과 성찰 능력은 ‘시대의 고민’이 됐다. 서점가와 교육계는 문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생각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성장하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독서다. <퀀텀읽기 (영국 작가들처럼 사고하고, 독서하기)>의 저자인 박양규·박진섭·이예슬 작가는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면서 그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관찰하고, 동시에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어 혜안을 찾았다. 저자들은 “학생들에게 생각을 물어보면 잘 이야기 하는데, 그 이후 책을 읽으면서는 ‘모르겠다’라며 어려움을 호소한다”라며 “어렵지 않은 텍스트를 읽어내지 못한다는 건 생각할 힘이 부족하고, 질문의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찾아낸 키워드는 ‘퀀텀’이다. 이는 ‘양자’를 가리키는 물리학 용어다. 여기에서 파생된 ‘퀀텀 점프’란 낮은 에너지의 양자가 높은 에너지 단계로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정하게 서서히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높은 곳까지 도약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들은 독서에서도 ‘권텀 점프’가 필요하다 강조한다. 독서 영역의 권텀 점프는 ‘독서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많이 읽어야 임계점을 넘어 퀀텀 점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바쁜 일상을 보내며 많은 책을 읽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에 <권텀읽기>는 J.K 롤링, 로알드 달, 코난 도일, H.G 웰스, 찰스 디킨스 등 5명의 영국 작가의 유명 작품을 함께 읽으며 이들의 사고법을 소개한다. 이 과정에는 1권의 책을 읽는 시간에 5권 책을 읽을 수 있는 노하우도 포함됐다. 또한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을 전하고 깊이 있는 질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추론과 논증, 주장의 단계를 학습하게 했다. 글의 성향에 따라 ‘낭독-정독-묵독-탐독-숙독’ 등 다양한 읽기 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고 밑줄긋기와 여백에 기록하기 등과 같은 ‘실전 연습’ 법도 담았다. 저자들은 “국어는 호불호의 차원이 아니다. 다양한 읽기 방법을 통해 지식을 획득하게 하는 과목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이해하고 나아가 내 삶에 적용하며 사회에 대한 고민을 확장한다”라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질문을 하고 또 다른 답을 찾다 보면 국어 성적은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퀀텀읽기>는 자녀들과 부모가 함께 읽기를 권한다. 아이들의 책 읽기 길잡이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책 읽는 레이디
- [공독쌤의 공부머리 독서법] 읽기를 멈추는 것도 독서다
- 2021. 03. 28 20:09 육아/교육
- 독서교육 이론에서는 ‘활자를 읽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생각을 전개할 수 있는 독서’를 가장 성숙한 단계의 독서로 봅니다. 바로 ‘사색적 독서’죠. 영화를 보고 하는 생각, 여행을 가서 하는 생각처럼 책을 읽고 하는 생각이 ‘사색적 독서’입니다. 아이들이 판타지 동화를 읽다가 상상에 빠지거나 죽음을 다룬 동화를 읽고 부모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생각에 엉엉 우는 것도 사색적 독서의 일종입니다. 사색적 독서로의 이행은 아기가 팔다리에 힘이 붙으면 걸음마를 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독서 자체를 즐기면서 꾸준히 읽으면 자연히 사색적 독서를 하게 됩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고도 독서의 메타인지로 넘어가는 독서가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독서가도 많습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이유가 뭘까요? 푹 빠져 읽기를 거듭하면 독서 근육이 강화되면서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한결 쉬워집니다. 예전에는 ‘읽고 이해하기’라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만으로 과부하가 걸렸지만 이제는 ‘읽고 이해하기’를 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의 여유가 생기는 겁니다. 책을 잘 읽게 되니 분량에 대한 부담도 사라집니다. 이렇게 분량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지고 책을 읽는 것 자체를 온전히 즐기게 되면 독서는 역동적인 정서활동이 됩니다. 감동과 감탄, 충격, 의문, 회상 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밀려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파도가 종종 읽기를 멈추게 만듭니다. 지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잠시 책 속 상황에 머물며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장면에서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보거나 불현듯 옛날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는데 그 일이 책 속 상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따져볼 수도 있고, 주인공의 대사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거듭해서 읽으면서 작품 요소요소를 일일이 다 따져볼 수도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덕질’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 ‘덕질’의 과정에서 독자는 책과 책을 읽고 있는 자신에 대해 다각적인 생각을 전개합니다. 이것이 독서를 독서답게 꾸준히 했을 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독서의 메타인지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독서가는 이와는 다른 경로를 거칩니다. 꾸준한 독서로 얻은 능력의 여유를 더 많은 책 혹은 더 어려운 책을 읽는 데 사용합니다. 다독을 목표로 하면 독서의 속도에 치중하기 때문에 생각할 여유가 없고, 더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하면 표피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조차 버겁기 때문에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수준 높은 책을 많이 읽었는데 읽고 나면 기억도 잘 나지 않고 독서의 재미가 급격히 줄기도 합니다. 글을 읽는 것만이 독서가 아닙니다. 읽기를 멈추는 것도 독서의 일부입니다. 읽기를 멈춤으로써 독자는 책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 자신이 품게 된 의문을 공굴리며 생각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독서를 독서답게 해야, 독서 자체를 즐겨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공독쌤’ 최승필은? 독서교육전문가이자 어린이·청소년 지식 도서 작가다. 전국 도서관과 학교 등지를 돌며 독서법 강연을 하고 있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쓴 책으로는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과 ‘아빠가 들려주는 진화 이야기, 사람이 뭐야?’(창비) 등이 있다. 교육 잡지 ‘우리 교육’에 독서문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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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정의 피부 읽기] 한 살 더 먹는 지금, 당신의 피부는 안녕하신가요?
- 2020. 12. 27 11:59 뷰티
- 이맘때쯤이면 세월을 거스르는 ‘동안피부’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많아진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먹기 시작하며 ‘노화’돼 간다. 다만 30대 중반이 넘어서야 ‘늙음’이 우리 눈에 보이기 시작할 뿐이다. 흔히 ‘노화=늙음’이라고 간주하지만 성장과 노화현상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성장도 노화의 일부분이다. 노화를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생활습관 요인이 대표적이다. 이 중 생활습관은 노화의 속도와 정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피부노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피부 노화 현상 피부 노화는 대부분 진피에서 진행된다. 진피에 있는 섬유아세포라는 결합조직세포에 변화가 생기고, 결합조직세포가 만드는 콜라겐·엘라스틴에 노화가 시작된다. 콜라겐은 질긴 단백질 실로 단단하게 짜여 있어 피부를 단단하고 견고하게 한다. 엘라스틴은 피부에 탄력을 주는데 생후 첫해에만 생성되며 새로 만들어지지 않고 계속 줄어들기만 할 뿐이다. 보통 피부의 턴오버 주기는 28일이지만 노화에 따라 표피세포의 턴오버는 50일로 길어져 피부에 상처가 생겼을 때 치유시간이 오래 걸린다. 주름 없는 팽팽한 얼굴은 피하지방 덕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얼굴살이 많이 빠지면 뺨이 홀쭉해지면서 나이가 더 들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피하지방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노화를 막을 순 없다. 노화로 인해 피부 탄력이 떨어지면서 얼굴에 있는 피하지방은 중력과 함께 아래로 늘어져 얼굴의 형태가 변하기도 한다. ▶세월을 거스를 수 있는 생활습관 피지선의 활동도 크게 저하되므로 피부 윤기가 없어지고 수분 보유력도 떨어진다. 그러므로 평소 피부에 수분을 붙잡아 두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수분을 잡아두려면 세라마이드, 레시틴, 글리세린, 폴리사카라이드, 히알루론산, 콜라겐, 엘라스틴, 프로틴, 아미노산, 콜레스테롤, 글리코겐 등과 같이 각질층을 정상화해 줄 수 있는 성분이 필요하다. 이 성분들은 수분 침투뿐 아니라 손실도 막아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또한 평소에 물을 의식적으로 많이 마셔야 한다. 반면 커피와 술은 수분 섭취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조절해서 마셔야 한다. 먹는 음식도 매우 중요하다. 항산화제, 식물성기름 그리고 필수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면 피부를 통해 그 결과를 느낄 수 있다. 항산화제로는 비타민A·C·E가 대표적이다. 비타민A가 풍부한 음식은 계란이나 유제품, 동물의 간과 생선기름 등과 같은 동물성 식품에 존재하고 녹황색 채소 및 과일에도 함유돼 있다. 비타민C는 거의 모든 채소나 과일에 다 들어 있어 평소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면 우리 몸에 필요한 양을 충족할 수 있는데, 풍부한 식품으로는 브로콜리·양배추·연근·케일·키위·딸기·귤·오렌지 등이 있다. 비타민E는 직접 눌러 짠 식용유나 견과류에 많이 함유돼 있으며 시금치·브로콜리·케일 등과 같은 녹색 야채에도 들어 있다. ■신호정은 누구? 신호정은 이화여자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에서 임상영양학을 전공했다. 현재는 피부건강 분야 강의를 하고 있으며, 뷰티칼럼니스트와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또한 여성 건강에 관한 책을 집필하며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약초, 피부에 물들다’(도서출판 파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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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정의 피부 읽기] 따뜻한데···나도 모르게 입는 ‘저온화상’
- 2020. 12. 20 13:12 뷰티
-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매서운 추위가 시작됐다. 호주머니에 쓰윽 집어넣은 핫팩은 살을 에는 추운 출·퇴근길의 든든한 동반자다. 이 밖에도 온열매트, 전기장판, 온열난로 등은 영하로 뚝 떨어진 겨울을 나기 위한 요긴한 방한용품이다. 이것들은 모두 추위에 움츠린 우리를 따뜻하게 녹여주는 겨울철 필수템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입는 ‘저온화상’의 주범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온 화상이란? 흔히 화상이라고 하면 불이나 끓는 물에 데는 것을 연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핫팩을 몸에 붙이고 있었다고 해서 화상을 입을 거라는 생각은 못 한다. 그러나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열감에도 1~2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핫팩의 온도가 대략 40~50℃인 것을 감안하면 피부에 붙이고 일정시간 이상 있었다면 화상을 입는다. 피부 표면의 단백질은 36.5℃인 체온보다 높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면 단백질이 변형돼 피부조직이 손상되고 물집이나 염증이 생기는데, 이를 ‘저온화상’이라고 한다. 심하면 피부 조직이 괴사돼 갈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화상의 분류 화상은 정도에 따라 1도에서 4도로 분류된다. 1도 화상은 주로 여름철 휴가에서 입게 되는 화상이다. 직사광선에 그을려 피부 표피층만 손상된 경우로, 자연적으로 치료된다. 2도 화상은 피부 표피층뿐 아니라 진피층까지 손상돼 물집이 잡힌 상태로 상처의 깊이에 따라 치료 기간은 상이하다. 3도 화상은 피부 신경까지 손상돼 통증도 없고, 물집이나 진물도 없다. 또 4도 화상은 근육과 뼈 조직까지 다 파괴된 상태다. 보통 저온화상은 2도 화상에 해당된다. ▶저온화상의 증상 다른 화상과 달리 저온화상은 저온에서 서서히 진행돼 화상을 당하는 중임을 스스로 알아차리기 힘들다. 특히 노약자나 영·유아처럼 피부가 연약하거나 피부감각이 민감하지 못하다면 저온화상을 입기 쉽다. 온열기구를 사용할 때 따뜻하면서 피부 표면이 가렵다고 느껴진다면 사용을 중단하고 피부 온도를 낮춰 주는 것이 좋다. 피부가 주는 신호를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온열기구를 사용한다면 피부 단백질이 손상을 입고 수포가 발생하며, 점차 깊은 화상으로 진행된다. ■저온화상을 피하는 방법 핫팩을 피부에 붙일 경우에는 얇은 속옷에 붙여도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두께가 있는 옷에 붙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주머니에 넣고 있을 때도 손수건으로 한 겹 싸서 사용하는 게 좋다. 온열매트의 경우도 매트 위에 이불을 깔아서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온열매트를 틀어서 온도를 높인 후 수면시간 동안에는 온열매트 온도를 낮추고 작동 시간을 예약해 두어 체온보다 높은 온도로 가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저온화상으로 인해 이미 수포가 생겼거나 피부색이 갈변했다면 수포를 터뜨리지 말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신호정은 누구? 신호정은 이화여자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에서 임상영양학을 전공했다. 현재는 피부건강 분야 강의를 하고 있으며, 뷰티칼럼니스트와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또한 여성 건강에 관한 책을 집필하며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약초, 피부에 물들다’(도서출판 파람)가 있다.
- 저온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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