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37 건 검색)
- 어머니는 암, 자녀는 자폐스펙트럼···삼성 반도체 집단 산재신청
- 2024. 11. 11 14:29사회
- ... 암·자녀질환 산재신청 기자회견’ 시작 전 의자에 앉아 공단 청사를 바라보고 있다. 유씨의 자녀도 자폐스펙트럼장애 판정을 받았다. 조해람 기자 199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입사한 유모씨(47)는 난소암과
- 자폐 유전 요인 내성, 여성이 남성보다 커
- 2024. 11. 02 09:00건강
- ... 관련 연구도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연구진이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폐를 유발하는 유전적 측면에서 남녀 간에는 서로 다른 기전이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 변이가...
- [인터뷰] “엄마, 학교 갈 시간이야”…서울서 개인전 여는 중증 자폐 대학생
- 2024. 05. 12 15:13사회
- ... 김씨의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엄마, 학교 갈 시간이야.” 2급 중증 자폐 장애를 가진 김지우씨(21)가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하는 말이다. 김씨는 지난해 한남대 일반...
- 한남대작품수석전시회차지김지우개인전대학
- [책과 삶] ‘만일-그리고-그렇다면’ 세상을 보는 자폐인의 체계…인류 진보를 이끌다
- 2024. 02. 29 22:03문화
- ..., 7만~10만년 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저서 <패턴 시커>는 자폐인들의 ‘고도로 체계화하는 마음’을 뇌 과학과 엮어 다룬 책이다. 배런코언은 30년 넘게 매일...
- 책과 삶
스포츠경향(총 51 건 검색)
- 정정아 “3살 子 자폐 판정…정신과 약 못 먹이겠더라” 오열 (동치미)
- 2024. 07. 18 14:22 연예
- MBN ‘속풀이쇼 동치미’ 배우 정정아가 아들의 자폐 판정을 받은 후 심경을 털어놓는다. 오는 20일 방송되는 MBN 예능 프로그램 ‘속풀이쇼 동치미’에서는 ‘죽을 뻔했지만 죽으란 법은 없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선공개 영상 속 배우 정애리는 두 번의 아픔을 겪어낸 사연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제가 바쁘게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뮤지컬도 하고 일일 드라마도 시작하는 상황인데 갑자기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며 복막염 수술을 받았던 일화를 전했다. 게다가 수술 후 경과를 보던 중에는 난소암까지 발견돼 암센터로 병동을 옮겼다고 해 놀라움을 안겼다. MBN ‘속풀이쇼 동치미’ 이어 배우 정정아는 아들의 자폐 판정을 받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자식 일에는 많이 마음이 무너지더라. 검사 결과를 받는데 아이가 자폐로 나왔다”고 했다. 이어 정정아는 “어쩔 수 없이 약을 타왔는데 3살 짜리 애한테 내가 내 손으로 정신과 약을 못 먹이겠더라”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들의 사연은 오는 20일 오후 11시 MBN ‘속풀이쇼 도치미’에서 공개된다.
- 레고랜드 코리아, 국내 테마파크 최초 ‘공인자폐센터(CAC)’ 인증 취득
- 2024. 04. 18 10:30 생활
-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이하 레고랜드)가 국내 테마파크 최초로 공인자폐센터 (CAC, Certified Autism Center) 인증을 받았다고 18일 밝혔다. 레고랜드 코리아는 오는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전체 임직원이 자폐 스펙트럼 또는 감각 민감성이 있는 고객들을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갖추는 교육을 받아왔다. 약 92% 이상이 교육을 수료하고 심사와 현장 실사를 거쳐 4월 4일 공인자폐센터로 인증을 취득했다. 이 인증을 받은 시설은 국내 테마파크 중에서는 레고랜드 코리아가 유일하다. 공인자폐센터 인증평가는 ‘국제자격 인증 및 지속 교육 표준위원회(IBCCES, International Board of Credentialing and Continuing Education Standard)’가 시설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평가다. 직원의 80% 이상이 해당 교육을 받고, 교육을 이수한 직원 모두가 80점 이상의 점수를 얻을 경우 공인자폐센터로 인증을 받게 된다.
- 김세정, 연극 ‘템플’ 출연 계기 한국자폐인사랑협회 5000만원 기부
- 2023. 12. 23 10:14 연예
- 배우 김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가수 겸 배우 김세정이 연극 ‘템플’ 출연을 계기로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김세정은 최근 자폐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동물학자가 된 템플 그랜딘 역을 맡은 연극 ‘템플’에 출연하면서 느낀 마음을 담아 오티즘(자폐성장애인)과 가족에게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해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관계자는 “김세정의 따뜻한 마음이 오티즘과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며 그 뜻에 따라 기부금이 귀중하게 사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세정은 그동안 수재의연금, 동해안산불, 코로나19 확산 방지,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을 위한 성금 기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극복 기부 등 다양한 기부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김세정이 출연한 연극 ‘템플’은 서울 대학로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스콘 1관에서 열린다.
- [공식] 김세정, 첫 연극 도전…자폐 극복한 동물학자 된다
- 2023. 11. 28 13:27 연예
- 김세정.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가수 겸 배우 김세정이 연극 무대에도 발을 들인다. 김세정은 오는 12월 15일부터 서울 대학로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에서 열리는 연극 ‘템플’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 무대에 선다. 특히 이번 무대는 김세정이 연기 데뷔 이래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템플’은 자폐 스펙트럼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동물학자가 된 템플 그랜딘의 학창시절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내용으로, 대사 등 소통하는 정보를 넘어 신체의 움직임을 최대한 활용해 인물의 심리, 상태, 감정을 심도있게 전달해야 하는 일종의 신체 연극이다. 고정된 연극 양식을 극복하고 참신한 시도가 담기는 연극 ‘템플’에서 김세정은 자신의 세계를 받아들여 자폐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동물학자가 된 템플 그랜딘 역으로 활약한다. 김세정은 디테일한 연기로 템플 박사의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김세정이 출연하는 연극 ‘템플’ 포스터.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자폐 스팩트럼을 갖고 있는 템플이 자신만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모습 등 인물 특유의 깊은 감정선을 다양한 신체 움직임으로 전달할 예정이라 김세정이 선보일 새로운 연기 도전에 관심이 모인다. ‘템플’로 첫 연극 무대에 나서는 김세정은 드라마와 뮤지컬 등 다양한 영역을 오가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는 드라마 ‘학교 2017’, ‘경이로운 소문’, ‘사내맞선’, ‘오늘의 웹툰’, 뮤지컬 ‘귀환’, ‘레드북’ 등에 출연했다. 한편 ‘템플’로 첫 연극 무대에 나서는 김세정은 최근 9개국 10개 도시를 도는 글로벌 투어를 성료한 데 이어 현재 방영 중인 SBS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티켓’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주간경향(총 3 건 검색)
- [장르물 전성시대]자폐인을 존중한다면(2022. 08. 05 14:37)
- 2022. 08. 05 14:37 문화/과학
- ㆍ우영우와 어둠의 속도 최근 화제몰이 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며 응원하는 시청자들이 많으리라. 하나 현실은 냉담하다. 바로 이달에 대한항공 국제선 여객기에서 자폐인이 강제하차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해가 될 만한 행동은 전혀 없었으나 승무원들 입장에서는 안내의 손길을 뿌리치고 달아나 기내를 벗어나기까지 하니 적잖이 당혹스러웠으리라. 자폐인은 낯선 이가 자신을 만지려 할수록 신경이 곤두선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문의 장편소설 / 푸른숲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런 현실을 소위 ‘서번트 증후군’으로 분류되는 극소수의 자폐인을 내세워 우회한다. 실제로 일부 자폐인은 자신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악기연주와 회화 같은 예술을 비롯하여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솜씨를 발휘한다. 믿기 어렵다면 영화 <레인맨>에 나오는 자폐인(더스틴 호프만 분)의 실제 모델인 미국인 킴 픽이 전화번호부를 통째로 암송하는 다큐멘터리를 유튜브에서 확인해보시라. 다만 우영우 같은 자폐인 변호사는 나오기 어렵다. 자폐인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낯선 이와의 소통이다. 서번트 증후군 자폐인조차 한정된 영역에서는 놀라운 자질을 보여주나 대인관계에 관한 한 속수무책이다. 우영우는 꿈의 이미지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그럴까? 장차 나노테크놀로지와 생명공학의 시너지는 배아단계에서 유전자 결함을 원천제거하거나 어른이 된 자폐인의 증상을 후천적으로 상당부분 완화해줄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의학적 개입이 윤리적으로 온당하냐는 것이다. 단순한 질병이나 상처와 달리 자폐는 한 인간의 기질을 결정짓는 생득적 유전형질이다. 이 말의 의미가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다면 당신이 이 사안을 자폐인 대 정상인이란 이분법 구도로 보는 틀에 갇혀 있다는 뜻이다. 엘리자베스 문의 장편 소설 <어둠의 속도>는 바로 이 문제를 자폐인의 시각에서 사려 깊게 헤아린다(작가의 아들 또한 자폐인이다). 수정란 때부터 자폐 치료가 가능해진 미래, 하지만 미처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태어난 자폐인 마지막 세대가 있다. 이들은 패턴 알고리듬을 순식간에 읽어내는 특출한 능력 덕에 대기업에 채용돼 후한 복지혜택을 누리는데, 주인공 ‘루’도 그중 한명이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방침이 바뀌고 이들에게 막 새로 개발된 ‘정상화 치료’를 받으라는 강압적 분위기가 형성된다. 인건비 감축과 신기술 검증이 목적인 만큼 치료의 실질적 수혜자는 자폐인이 아니라 회사다. ‘루’는 이 임상시험의 모르모토로 나서도 될지 솔직히 망설여지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데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터라 전전긍긍한다. 그가 고뇌를 거듭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내게서 자폐가 사라진다면 그런 내가 이전의 나와 여전히 같다 할 수 있을까?’ 자폐인뿐 아니라 살다 보면 누구나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요는 그러한 선택의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자폐인 ‘루’가 머뭇대는 까닭은 ‘정상화 치료’가 그의 내면에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욕구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가해진 압박이라서다. 자폐는 고칠 수 있다면 고쳐야 하는 질병인가, 아니면 그것을 소유자가 지닌 고유 인격의 일부로 봐야 할까? 우리 사회가 자폐인을 존중한다면 그들을 우리와 똑같이 개조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온당할까? 이런 고민은 비단 SF소설만이 아니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온전히 소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
- 장르물 전성시대
- [터치 스크린]자폐소녀의 특별한 재능(2011. 11. 22 16:23)
- 2011. 11. 22 16:23 문화/과학
- 동아방송대학 디마키네마 더리얼오지픽쳐스 제목: 다슬이 (Lovable) 제작연도: 2011년 러닝타임: 86분 장르: 드라마 감독: 박철순 출연: 유해정, 김송일, 주부진, 권오진 개봉: 2011년 11월 24일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서번트(savant)’란 학자 또는 석학을 의미하는 단어이지만 의학적으로는 뇌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특정 분야에 있어 남다른 재능을 타고난 특별한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정식 의학용어로는 ‘이디엇 신드롬(idiot syndrome)’이라 명명되지만, 흔히 ‘서번트 신드롬’. ‘이디엇 서번트(백치천재)’라고도 불리는 이 같은 특징을 지닌 인물들은 영화 속에 꾸준히 등장해오기도 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더스틴 호프만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1988)이나 신인 조승우의 인지도를 한순간에 끌어올린 (2005) 같은 영화들을 들 수 있는데,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어 대중들에게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한편으로는 서번트가 자폐증에 국한된다거나 모든 자폐증세는 다른 천재적 재능을 동반한다는 오해를 싹틔우기도 했다. 영화 역시 서번트를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다. 극중 자폐아로 등장하는 주인공 소녀 다슬이는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녀와 가족들의 주변에서 한기를 내뿜으며 서성이는 가난과 궁핍이라는 이름의 현실은 천재적 재능이나 순수한 영혼이라 해서 특별히 아량을 베풀 정도로 자비롭지 않다. 작은 어촌마을, 9살 소녀 다슬이는 하루하루 막일을 해 생계를 유지하는 할머니, 누추한 나이트클럽에서 헐렁한 웨이터 일로 청춘을 탕진하고 있는 삼촌과 살고 있다. 다슬이는 자폐를 앓고 있다. 또래에 비해 소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그래서 학교도 다니지 못한다. 눈사람이 등장하는 만화영화를 혼자서 반복해 보고, 크레파스로 틈날 때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벽에 알록달록 그림을 그리는 일이 최고의 낙이자 일상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다슬이의 행동에 종종 거칠게 항의를 하는 이웃들도 있지만 할머니와 삼촌은 묵묵한 사랑으로 다슬이를 보살핀다. 어느 날, 이 마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눈이 내리고 다슬이는 꿈에도 그리던 눈사람을 직접 만든다. 처음으로 갖게 된 친구인 눈사람에게 다슬이는 정성을 다하지만 눈사람은 햇볕에 녹고, 땅에 부딪혀 하루가 다르게 망가져만 간다. 이즈음부터 다슬이는 크레파스를 놓고 아예 커다란 붓을 들고 마을 이곳저곳을 검은 색 페인트로 칠하고 다니기 시작한다. 영화의 시선은 러닝타임의 거의 전부를 다슬이를 관찰하는 데 집중한다. 시종일관 다슬이의 주변을 맴도는 카메라로 인해 어느 순간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도 받게 되는데, 다시 말해 이 영화를 설득력 있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상영시간의 거의 전부를 채우고 있는 다슬이와 그녀를 연기한 신인 아역배우 유해정의 존재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란 뜻이다. 실제로 무척이나 밝고 예의바른 꼬마배우의 놀라운 연기력과 집중력에 관객들은 주목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과거 자신의 유년시절 잊지 못할 기억에서 영화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자폐증세를 앓고 있던 친구에게 못되게 굴었던 기억이 죄책감으로 남아 지금까지 끈질기게 따라다닌다고 고백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서번트나 주변에 기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왜 다슬이와 가족들은 그렇게 가난하고 소외된 가족이어야만 했을까? 더 나아가 국내 영화나 르포 프로 속에 등장하는 장애인들은 대부분이 가난하고 소외된 인물들이어야만 할까? 등장인물의 처지를 과장해 관객들의 관심(또는 연민)을 유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런 비약들은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가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작업이며 다양한 선택의 여지가 있음을 고려할 때 이것은 통속적이고 게으르며, 아울러 매우 편협한 한계임도 분명하다. 최원균
- 터치스크린
- [월드리포트]자폐증 ‘아는 게 병’?(2005. 05. 10)
- 2005. 05. 10 국제
- 진단기법 변화와 부모 관심 증가로 조금만 이상해도 “혹시 자폐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8살짜리 소년 아담 웰던은 자폐아다. 자폐증을 지닌 다른 아이들처럼 아담은 사람들과의 교류에 어려움을 겪고 또래 친구들을 사귀지 못한다. 또래들은 교실에서 시끄럽게 떠든다고 선생님께 야단맞지만 아담에게는 말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이상한 아이로 소문이 난 탓에 아담은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하고, 어쩌다 초대받더라도 어울리지 못해 결국 따돌림을 당한다. 미 MSNBC는 최근 ‘자폐, 드러나지 않는 유행병?’이라는 특집기사에서 아담과 같은 아이들이 주위에서 늘어나고 있다며 자폐증이야말로 수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21세기의 새로운 재앙이라고 보도했다. 자폐 진단 급증세 적어도 자폐 성향으로 진단받는 아이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 질병통제방지센터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만 해도 미국의 자폐아 비율은 아이 2000~2500명당 1명꼴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는 1000명에 5~6명이 자폐아 혹은 자폐성향(ASDs)으로 판정받고 있다. 이제 자폐는 정신지체에 이어 가장 흔한 발달장애가 되었다. 미 전역의 공립학교에 재학 중인 6~17세 학생 중 자폐아는 13만명에 이르며 모든 주(州)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성별로는 남자아이 4명에 여자 아이 1명꼴이다. 증가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1987년 크게 바뀐 진단기준이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 87년 이전이라면 여타의 정신질환으로 진단받았을 아이들이 세밀하고 폭넓게 바뀐 새 진단기준에 따라 ASDs로 분류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1980~97년 미 미네소타주 옴스테드 카운티에 살았던 아이들의 기록을 조사한 ‘로체스터 마요 클리닉’의 윌리엄 바바레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이 지역 자폐아동 숫자가 폭증한 기점도 진단기준이 바뀐 88년 이후 약 3년간이었다. 바바레시 박사의 연구 결과는 치메로살(유기수은제재)이 포함된 독감백신 등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기존 주장에 반하는 것이다. 유전적 원인 추정 자폐증이라는 이름의 발달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된 지 6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자폐증의 영역은 대부분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의사들이 이 병에 대해 거의 모른다는 말이 과장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습니다.” 보스턴의 어린이 병원 발달의학센터 레오나르드 라파포트 박사의 말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ASDs가 유전적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쌍둥이 중 한명이 이 장애를 보일 경우 나머지 한명도 같은 진단을 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 사람들과의 교류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실리콘 밸리 전문직 부부 사이에서 고기능 자폐아나 아스퍼거스 증후군(인지 기능이나 언어는 정상이지만 사회성이 심하게 떨어진다)을 지닌 아이가 많이 태어난다는 사실이 이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실리콘 밸리 부모들은 자폐 성향이 미약해 드러나지 않지만 이같은 성향을 지닌 남녀가 결합함으로써 ‘유전적 위험’이 2배나 높아진다는 가설이다. ASDs 관련 유전자를 좇고 있는 ‘호프 미 국립의학센터’ 분자유전학자 스티브 소머 박사는 뇌의 뉴론(신경단위)을 안정적으로 연결해주는 뉴로리진(neuroligin)4 유전자를 의심하고 있다. 현재 자폐아 중 3%는 이 유전자 결함이 확인됐다. 하지만 뉴로리진 유전자에 문제가 있다고 모두 자폐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이밖에도 여러 유전자가 관여하기 때문이다. 소머 박사는 “유전적 관점에서 볼 때 자폐라는 증상은 아마 100가지 이상의 유전적 질환과 관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파포트 박사는 만일 자폐아가 늘어나는 게 분명하다면 유전자가 원인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자 풀(gene pool) 자체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변화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결국 자폐 자체가 늘었다기보다는 진단기법의 변화와 발달, 부모들의 관심 증가로 과거에 비해 더 많이 자폐로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기 발견이 중요 “조기에 증상을 발견하고 개입하는 게 중요합니다.” 캘리포니아대 MIND 연구소의 정신과 교수인 새리 오즈노프는 5살 때보다는 3살 때 치료를 시작하는게 낫고 3살보다는 2살 이전이 더 좋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의 효용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자폐아는 외양 등이 보통 아이들과 똑같고, 만 3살 이전에 진단받기도 어렵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단순히 내성적인 아이로 인식되기 쉬운 아스퍼거스 증후군 등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오즈노프 교수는 유아기 조기 진단을 위한 6가지 징후를 제시하고 있다.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거나 반응이 없는 아이 ▲눈길을 마주보지 못하거나 피하는 아이 ▲어떤 사물을 손으로 가리키지 못하는 아이 ▲거의 웃지 않는 아이 ▲다른 사람 흉내를 못내거나 하지 않으려는 아이 ▲다른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 등이다. 장애 정도가 미약한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랜 기간 특수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이들마다 증상의 정도 및 양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맞춤 치료와 교육’을 해야 한다. 아직 확실한 정답은 없다. 뇌파치료, 음악치료, 글루텐 단백질 제거 식단, 중금속 제거식이요법 등 수많은 치료법이 난무하지만 효과가 검증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집중적인 행동수정치료, 언어치료 그리고 공립학교의 특수교육을 결합하는 추세다. 미 국립 과학 아카데미는 2001년 보고서에서 만 2세부터 한주에 적어도 25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특수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MSNBC는 아이가 바르게 행동하면 보상을 제공하는 응용행동분석(ABA)법의 성공사례가 많다며 특히 심한 자폐아에게 큰 효과를 보인다고 전했다. 87년 ABA를 제안한 캘리포니아대 이바르 로바스 교수는 교사와 아이가 1 대 1로 만나 한주에 무려 40시간씩 교육할 것을 권하고 있다.
- 월드리포트
레이디경향(총 5 건 검색)
- <딩동댕 유치원> 자폐 스펙트럼 캐릭터 별이는 누구?
- 2023. 12. 13 06:53 육아/교육
- 국내 최초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캐릭터 별이를 등장시킨 EBS 딩동댕 유치원이 오는 12월 13일, 두 번째 이야기 <잘했어, 별아!> 편을 방송한다. EBS <딩동댕 유치원>은 지난 8월 국내 최초 자폐 스펙트럼 장애 캐릭터 별이를 등장시켰다. 오는 13일에는 그 두 번째 이야기 <잘했어, 별아!> 편이 방송된다. <안녕, 별아?>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소개하고, 그 특성을 이해하는 편이었다. 이번 <잘했어, 별아!>는 ‘장애인의 의사소통 권리’에 대해 생각해본다. <딩동댕 유치원> 자폐 스펙트럼 캐릭터 별이. EBS 제공 “잘 모르겠어요. 별이와 잘 지내는 방법….” UN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의사소통’은 사회를 살아가는데 기본 사항이자, 사람 간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이며, 장애인이라고 해서 그 기본 권리에서 제외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발달장애아동인 별이의 전학 이후, 딩동댕 유치원 ‘통합교실’에서 아이들은 자주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느낀다. 애써 만든 조립 장난감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칫솔을 던지는 별이. 아이들은 별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딩동댕 유치원>은 친구들과 소통하고 싶은 별이와, 별이의 마음을 읽고 싶은 아이들의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EBS <딩동댕 유치원> “별이도 서투른 것이 있고, 그래서 도움이 필요하고, 그만큼 시간이 필요해.” 딩동댕 유치원에서 선택한 방법은 그림카드인 PECS(Picture Exchange Communication System). PECS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그림 교환 의사소통 프로그램이며, 실제 현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딩동댕 유치원 아이들은 손 씻기, 양치하기, 식사순서 그림카드를 통해 별이와 소통한다. 교육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통합교실에서 딩동샘 역시 아이들 간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해와 존중, 그리고 통합교육의 가치를 담은 <잘했어, 별아!>편은 12월 13일 오전 8시, EBS 1TV <딩동댕 유치원>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 자폐 미술 영재 엄마들이 말하는 편견 바로잡기
- 2015. 06. 30 19:05 육아/교육
- 자폐 미술 영재들의 그림은 큰 생명력이 있다. 배워서 그린 작품보다는 투박하나 자유분방함과 순수가 녹아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그들의 뒤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행복한 작가’로 키워낸 사람들이다. 자폐 미술 작가 4인, 김정우(20), 신동민(21), 이동민(18), 한승민(21)의 어머니. 그들이 전하는 치열했던 나날들 그리고 자폐성 장애의 편견에 대해 들어봤다. 김정우“서번트증후군, 그런 게 있을까요?” ‘자폐’와 함께 늘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서번트증후군’이다. 자폐 증상으로 인해 사회성이 떨어지지만 기억, 암산, 예술 분야 등 특정한 부분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지는 증후군이다. 영화 등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서번트증후군의 모습은 대중에게 자폐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자폐를 가진 아이들은 모두 이런 재능이 있지 않을까?’, ‘엄마가 옆에서 도와주고 개발하면 그런 능력들이 생기진 않을까?’ 4명의 어머니들은 모두 고개를 젓는다. 그들의 자녀는 미술에 큰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말이다. “저는 서번트증후군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적어도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우리 아이들의 결과물만 보고 ‘천재다’, ‘서번트증후군을 가졌다’라고 표현하지만, 그건 아니거든요. 이 아이들은 대부분 서너 살 때부터 그림을 시작했어요. 10년 이상 열심히 그렸는데 이 정도 실력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건지도 몰라요. 가끔 아이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 아이의 일생이 여기에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다른 어머니들께서 저희 아이들의 결과물만 보고 ‘우리 아이는 왜 이런 재능도 없을까’ 하고 실망하는 건 아닌지 두렵습니다. 저는 동민이의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을 뿐 좌절을 주고 싶지는 않거든요.” (이동민군 어머니) 자폐 장애의 어려움은 백이면 백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각각 다른 증상과 장애의 정도를 갖고 있다 보니 장애 개선을 위한 교육의 기준과 방법이 불분명하다. 이 아이에게 잘 적용됐던 방법이 다른 아이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신동민“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 해도 눈코 뜰 새 없이 하루하루가 버거워요. 그러나 자폐아에게는 천재적인 부분이 하나씩은 있는데 그걸 발현시키는 것은 부모에게 달렸다는 시선은 저희를 더 좌절하게 만들어요. 지나가는 아주머니도 ‘이런 애들은 잘하는 게 하나씩은 있다는데 잘 찾아봐요’라는 말을 할 정도로 그런 인식이 팽배하죠.” (한승민군 어머니) 사람들의 툭 던지는 한마디에 상처입고 자존감은 낮아진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우울증에 노출되곤 한다. 가만히 두어도 힘든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들이었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정교하고 세밀한 터치와 풍부한 색감, 수십 개의 형태로 분할한 선과 면의 표현은 경이롭다. 자폐 미술 영재들의 작품에는 입체파의 자유와 야수파의 화려함 혹은 팝아트 같은 현대미술의 세련미가 흐르기도 한다. 작품 속 난해한 작가의 의도를 찾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편안한 감상이 가능하다는 것도 그들 작품의 장점이다. 기성 작가들의 작품만큼 값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전시회만 하면 완판을 기록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들은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고, 또 어떻게 가르쳤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연필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는데 딱 일곱 살 때 제 은행 통장을 똑같이 카피한 듯 그려내더라고요. 그때부터 그림 그리기가 시작됐어요. 정우는 만들기도 좋아해요. 고무찰흙으로 햄버거를 똑같이 재현해놓는가 하면, 색종이를 1/16 사이즈로 분할해 접기도 해요. 세밀 작업을 좋아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교육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미술학원에 보내기도 했지만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리는 터라 교육이란 것이 불가능하더라고요.” (김정우군 어머니) 한승민신동민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그림 그리기를 워낙 좋아하니 오히려 미술학원을 보낼 생각은 못했다고 한다. 언어, 학습, 운동 치료 같은 다른 학원을 다닌 것만으로도 시간과 비용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동민이는 자폐인 줄 모르고 있던 네 살 때부터 뭔가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그림 카드를 보여주면 그림과 글자 모양을 통으로 외워서 글자를 읽었죠. 그래서 한글도 비교적 일찍 깨우쳤어요. 장애가 있다는 걸 알고부터는 워낙 모든 부분에서 떨어지니까 ‘그림은 좀 그리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정도였죠. 동민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지를 않아서 대신 유일하게 좋아하는 그림 재료들을 많이 사줬어요. 색연필이나 마카펜도 전문가용인 200가지 컬러를 사줬더니 신나서 3, 4시간씩 앉아서 꼬박 그림을 그렸죠.” (신동민군 어머니) 이동민군에게 그림은 소통의 도구였다. 다섯 살 때까지 옹알이밖에 하지 못했던 아이는 불만이나 요구가 생겼을 때 종이가 찢어질 듯 그리거나 동물들이 우는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평소 아이의 그림은 매우 밝아요. 동민이의 그림을 본 모든 분들의 공통된 의견은 에너지가 넘치고 행복해 보인다는 거죠. 그런데 동민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혼나거나 했을 때는 집에 와서 똑똑 눈물을 흘리는 당나귀를 그리곤 해요. 동민이에게 그림은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담고 그 감정을 푸는 도구예요.” (이동민군 어머니) 이동민군 역시 한 번도 미술을 배워본 적이 없다. 전시 일정이 정해지면 화실에 가서 정리를 하는 정도다. 한승민군은 중학교 입학 때까지 미술에 재능이 있는 줄 모르고 지낸 경우다. 학습지나 공책 주변에 낙서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승민이는 그나마 인지 능력이 있는 편이라서 일반 중학교로 입학했지만 자기가 남들과는 다르다는 정체성을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수업 시간이 재미없다 보니 공책에 그림을 끼적이기 시작했나 봐요. 그 그림을 보고 반 아이들이 서로 갖겠다고 했고, 그렇게 소문이 나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한승민군 어머니) 이동민그들은 그림에 한 번 집중하기 시작하면 무섭게 몰입한다. 자폐 장애의 또 하나의 특성이다. 말리지 않으면 8시간 꼬박 한자리에 앉아서 그림을 그린다. 어머니들은 중간에 한 번씩 쉬라는 제한을 두기도 하지만 몰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한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자폐 장애아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을 찾았다는 것은 큰 의미이기 때문. 그림은 재능을 넘어 그들이 겪을 새로운 일이나 상황에 두려움 없이 맞설 수 있는 바탕이 돼준다. “자폐는 근본적으로 치료되지 않아요” 김정우군의 어머니는 처음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판정을 받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폐 장애에 대한 정보가 없던 시절에는 꾸준한 치료로 고칠 수 있는 병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물론 특수교육이나 생활교육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법이나 간단한 규칙은 습득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치료되는 장애는 아니다. “정우는 장애 판정을 받은 26개월부터 특수교육에 들어갔어요. 아이를 끌고 여기저기를 다니며 집 한 채 비용을 교육에 쏟아 붓기도 했죠. 그러다 문득 회의가 드는 거예요. ‘얘는 결국 일반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텐데 특수교육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인위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기보다는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는 법, 공공질서를 지키는 법 등을 가르치는 게 낫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정우도, 저도 편해졌죠.” (김정우군 어머니) 시행착오를 겪은 것은 신동민군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자폐에 대한 자료를 찾아 원서를 번역해 읽기도 하고 자녀를 데리고 수많은 특수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그러다 보니 가계 소득은 늘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제가 욕심을 너무 부렸어요. 그 욕심으로 동민이를 얼마나 들들 볶았겠어요. 10년간은 정말 지옥에서 살았어요. 사설 기관의 특수교육 비용은 아주 비싸요. 물론 정부에서 지원하는 복지관의 저렴한 프로그램도 있긴 하지만 선생님들이 자주 바뀌죠. 그러다 보니 아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초보 선생님에게 맡기며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사설 학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한창 가르칠 때는 남편 월급의 150%나 되는 돈을 동민이 교육에 쏟아 부었어요.” (신동민군 어머니) 그들은 모두 신변 처리 등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혼자 하도록 훈련이 돼 있다. 모두 그 뒤에서 하나하나를 가르친 어머니들의 노고였다. “한번은 제가 보는 앞에서 동민이가 유리컵을 깨뜨린 적이 있어요. 아킬레스건 쪽에서 피가 철철 나는데 아이가 보고도 가만히 있더라고요. 이렇듯 아이가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 능력이 없으니 한순간도 눈을 떼어서는 안 되죠. 때문에 제 시간도 없었고 친구들과의 교류도 끊겼죠. 그렇지만 기쁨도 커요. 아이가 열 살 때 처음으로 문장으로 말을 했을 때는 세상을 다 얻은 느낌이었고 하늘에 붕붕 떠다는 것 같았어요.” (이동민군 어머니) “자폐 아이들에게는 뭐 하나 거저 되는 것이 없어요. 하나를 가르치면 그나마 하나를 아는 게 다행인 거죠. 모르면 수십 번씩 반복해야 하고요. 얼마 전에 가족 여행을 다녀왔는데 동민이가 줄도 잘 서고 식당에서 큰 소리도 내지 않고 잘 지내다 왔어요. 사실 저희는 낯선 곳에서 아이가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서 외식 한번 하기가 힘들거든요. 그동안 저와 훈련했던 공중예절이 빛을 발하는 때였죠. ‘아, 우리 애가 남에게 폐는 끼치지 않고 살겠구나’ 생각하니 감개무량했어요.” (신동민군 어머니) “아이가 언젠가는 혼자 살아갈 날이 오겠죠. 그래서 어릴 때부터 독립생활과 사회 전환교육을 많이 시켰어요. 혼자 은행 가는 법, 버스 타는 법, 공공기관 이용하기. 그랬더니 지금은 혼자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갈 정도로 나아졌어요.” (한승민군 어머니) “저는 우리 정우가 유명해졌으면 좋겠어요. 영화 ‘말아톤’ 속 ‘초원이’의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군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친구가 지하철에서 길을 잃었더니 사람들이 알아보고 가르쳐주더라고요. 정우는 키가 187cm예요. 덩치 큰 남자가 어눌한 말투로 다가가면 사람들이 무서워 피할 수도 있죠. 그래서 정우도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우리 아이를 이상한 사람이 아닌 장애를 가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란 걸 알아보고 도와주지 않을까요?” (김정우군 어머니) 내가 세상을 떠나면 혼자 남겨질 우리 아이.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모든 부모님들에게 가장 큰 마음의 짐일 것이다. “아이가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말 속에 담긴 의미,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을지 짐작해본다. “내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할 내 아이” 4명의 어머니는 우리가 잊고 지내는 평범함에 대한 소중함, 일상의 행복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저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영화 ‘아이엠샘’을 보면 샘 친구인 장애인이 독립된 생활을 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선생님과 여러 장애인들이 함께 사는 그룹 홈이 있지만 아직 젊은 아이들이고 그게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없으면 정우는 시설로 가야 해요. 교통비나 밥값을 내주는 복지로는 아이들이 살아가기 힘들어요.” (김정우군 어머니) “항상 동민이를 키우면서 어쩔 수 없이 작게, 낮은 자세로 살았어요. 그저 별 탈 없이 조용히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조금 욕심을 내자면 자기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그림을 오래 그리고 그런 작업을 통해 긍정적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기를 바라는 거예요.” (신동민군 어머니) “저는 ‘행복한 화가 이동민’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요. 동민이의 그림이나 일상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자폐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또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과 교류하고 희망을 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동민이가 만약에 갑자기 그림 그리기 싫다고 하면 하지 말라고 할 거예요.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주위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요.” (이동민군 어머니) “승민이가 일을 하면서 노동의 즐거움도 알고 다른 형제들 도움 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죠. 그래서 바리스타나 컴퓨터 활용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러면 그림도, 삶도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한승민군 어머니) 어머니들은 현명한 사랑을 자식에게 주고 있었다. 본능에 이끌려 부족한 자식을 챙기고 감싸며 양육하는 것이 옳은 일만은 아니었다. 남과 다른 특별한 자식을 키우면서 그들은 끊임없이 부모 교육을 받고 정보를 공유하며 준전문가가 돼 있었다. 우리의 작은 인식의 변화만 보태준다면 복지 수준을 떠나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4인의 작가들 그림 속 늘 웃음이 가득한 세상처럼 말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제공 / 시스플래닛>
-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에서 자폐 연기로 주목받는 김태현
- 2009. 02. 10 연예
- MBC-TV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에 출연 중인 한 배우의 연기가 돋보인다. 주인공 역인 신은경이 복수를 위해 결혼한 자폐 환자 역할을 맡은 김태현이다. 얼굴은 낯선 배우다. 그러나 그는 대사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캐릭터를 표현한다. 그 연기는 과장되지 않고 부족하지도 않아서 간이 딱 맞는 음식을 먹는 기분이었다.가진 것은 오직 연기력뿐인 배우 각종 방송 관련 게시판에서 아침드라마 한 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아침드라마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초호화 캐스팅이다’, ‘왜 이 드라마가 주말연속극이 아닌가!’, ‘드라마를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침 7시 45분에 눈을 뜬다’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 MBC -TV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 이야기다. 그 안에서도 더욱 돋보이는 배우, 자폐증을 앓는 ‘강형우’ 역의 김태현(29)이다. 그는 인지도만 보면 신인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2001년 MBC 공채 30기 출신으로 8년 차 배우다. 10여 편의 영화와 6편의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다. 주인공을 맡은 것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우리 드라마가 ‘아침 미니’라는 별명이 있어요. 김해숙·신은경 선배님을 봐도 미니시리즈만큼이나 호화 캐스팅이란 뜻이죠. 게다가 스토리 전개도 참 빨라요. 스릴러적인 요소도 있구요. 감독님 연출이 참 독특한 것 같아요.” 주인공을 맡은 김태현은 세트 촬영을 시작하면 30~40개의 신을 소화해야 한다. 때문에 밤을 새는 경우도 예사다. 그러나 그는 마냥 즐겁다. 연기 경력 8년 만에 온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는 연기와 캐스팅은 정비례하지 않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동안 캐스팅이 됐다가 무산된 경우도 많았어요. 전 인지도에 비해 비싼 배우라는 평가를 받았죠. 스타에 밀리고 매니지먼트사의 힘에 밀려 피해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마음껏 날고 싶어요. 물속의 금붕어처럼 신나게 놀고 싶어요.” 그는 인기 스타 현빈과 영화 ‘돌려차기’에서 공동 주연을 맡았다. 당시는 둘 다 신인이었고 동등한 동료 배우였다. 이후에 드라마 ‘눈의 여왕’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러나 현빈은 이미 톱스타가 된 후였고 그는 인지도 약한 조연에 불과했다. “현빈씨는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주변 모든 상황이 변했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배우는 연기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는 인기로 먹고 사는 거라는 얘기를 비로소 깨달았죠. 연기력을 인정받아도 결국엔 사람들이 모르면 조연에 불과하더군요.” ‘엄마’ 역을 맡은 김해숙도 그에게 연기 잘하면 조연밖에 못하니 힘을 키워야 한다고 늘 충고한다. “선생님께서 어느 날 저에게 물어보셨어요. ‘너, 전에 뭐 했니?’라고(웃음). 영화 했다고 말씀드리니 ‘역시 다르다, 깊이가 묻어나온다’고 하시더라구요. 과분한 칭찬이죠.” 인기도 중요하지만 그것에만 연연해 자신의 연기관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서른 중반쯤에는 소름 끼치는 연기를 하는 ‘무서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만약 이번 드라마로 주목을 받고 미니시리즈나 주말드라마에 캐스팅된다고 해도 전 다시 영화로 돌아갈 것 같아요.” 김태현이 가진 것은 연기력뿐이었다. 소속사도 없고 인맥도 없다. 그러나 조연이나마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던 것은 오직 그를 주목해온 감독들의 안목 덕분이었다. 그가 이번 드라마를 하기 전에 한 작품이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비몽’이었다. 물론 김 감독과는 모르는 사이였고 오직 그의 연기를 눈여겨보던 감독이 직접 캐스팅한 경우였다. 이번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감독님께서 제가 출연한 작품을 모두 알고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언젠가 함께 작품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셨대요. 단지 제가 역할에 비해 실제 나이가 어려 걱정하신 모양입니다. 처음 만나뵙고 시놉시스를 들었는데 정말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다음 미팅 때는 강형우의 옷차림을 하고 흉내 내면서 인사를 드렸죠. 그게 맘에 드셨던 모양입니다.” 그는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이 가장 두렵다. 비슷한 역할이라면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늘 도전하듯 강한 캐릭터를 선호한다. “멋진 남자 역할이요? 그런 건 나중에 진짜 연기를 할 줄 알 때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갖춰졌을 때 하고 싶어요.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계속 고생을 하고 싶어요. 이번에 드라마 주인공 했다고 ‘이제 주인공 아니면 안 해!’라는 건 말도 안 되죠. 알 파치노처럼 한 신을 찍어도 그것이 영화의 명장면이 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는 감독이나 스태프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캐릭터나 연기에 대해서는 모두 그에게 맡기는 편이다. ‘강형우’는 온전히 그의 것이다. 그의 자폐 연기는 시청자가 보기에도 불편하지 않고 안정감이 있다. 과장되지 않고 또 모자라지도 않다. “감독님과 어느 정도의 선이 형우일까 하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형우를 100% 자폐아로 표현하지 않았어요. 이건 드라마입니다. 자폐 환자 다큐멘터리가 아니잖아요. 그대로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표현하는 것이 배우죠. 그걸 맞추고 잡아주는 역할을 제게 맡기셨어요.” 그는 점점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불과 3, 4년 전만 해도 캐스팅이 안 돼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정도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스타가 있다고 영화가 흥행하는가 김태현은 MBC 공채 30기 출신이다. 영화배우가 꿈이었던 그가 방송국 공채로 데뷔한 건 조금 의아한 일이다.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길이 없잖아요. 스무 살 때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시고 제가 가장이 돼, 어머니를 도와드려야 했어요. 그래서 무작정 소속사를 구할 상황도 아니었구요.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방송국 공채밖에 길이 없었어요.” 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경찰대를 졸업해 경찰이 되는 것이 유일한 꿈이던 그에게 배우를 추천했다. 어머니는 예술적 감각이 풍부한 그를 어릴 때부터 극장에 데려가 영화를 보여주곤 했단다. “어머니가 어느 날 ‘배우 해볼래?’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제가 그때 접한 영화가 ‘대부’였어요.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저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라면 참 매력적일 거라 생각했죠. 정말 좋아해서 지금까지 한 500번은 본 것 같아요.” 공채 전속기간인 2년을 마치고 그는 혈혈단신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오디션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그는 가끔 할리우드가 부럽다. 가능성이 있는 배우는 인맥 같은 여러 가지 요소를 배제하고 바로 주연을 맡기는 실력 위주 시스템 말이다. 가수 비가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에 바로 캐스팅된 것이 실제 예가 아닌가. “잘생기고 예쁘고 매니저의 실력으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평생 단역이나 조연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죠.” 그는 흥행하려면 스타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젓는다. 실제로 스타가 있어도 흥행에 참패한 영화도 많고 스타 없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많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영화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었다. “형은 공부를 하고 있었고 제가 돈을 벌어야 했어요. 오디션을 보러 다닐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었죠. 그러나 어머니가 이해를 해줬어요. ‘하고 싶은 건 해라. 힘들면 힘든 대로 살면 되는 거니까’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김태현의 형은 현재 독일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이제 형의 학비를 보태줄 만큼 여유가 생겼다. 형이 결혼할 때 자신의 차까지 팔아 결혼 자금을 대주기도 했다. 모든 수입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용돈을 받아 쓰고 있다. 일만큼이나 소중한 것을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연애를 안 한 지 2년이 넘었는데 이젠 연애하는 방법을 모르겠더군요. 같은 연예인은 동료 이상으로 생각을 안 해서 더 연애하기 어려운 건지도 모르겠어요. 전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좋아요.” 연애를 하면 다 주는 스타일이다. 단 한 번도 스스로 배신하거나 차본 적이 없다. “사생활로 보면 차승원 선배님을 본받고 싶어요. 늘 유쾌한 에너지를 품은 사람이죠. 그리고 가족을 아끼는 마음이 좋아 보여요.” 야망보다는 일상의 소박한 행복을 즐길 줄 아는 남자가 되고 싶다. 현재에 만족하면서 가족간의 사랑을 느끼면서 말이다. “영화 ‘청연’을 찍을 때는 출연료만으로 생활이 힘들어서 세차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2만원으로 석 달을 생활한 적도 있죠. 그때 생각하면 지금은 아주 풍족한 거죠(웃음).” 소박한 행복을 아는 남자 그는 아침드라마의 특성상, 중년 아주머니들에게 큰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어머니와 장보러 다니는 것이 취미라 인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요즘은 백화점이나 마트를 편하게 못 갈 정도예요. 확실히 아주머니들 반응이 다르더라구요(웃음).” 보통 아침드라마는 배우의 이미지가 굳어져 출연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는 그런 사람들은 연기에 자신감이 없어서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드라마의 방영 시간대로 장르를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침드라마 만드는 사람과 다른 드라마 만드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 드라마를 그대로 주말로 옮기면 주말드라마가 된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현장 분위기는 더없이 좋다. 선배들과 스태프는 그를 인정하고 아낀다. 때마다 파티를 한다. 시청률도 그에 맞춰 순조롭게 오르고 있다. 최종 목표는 30%다. 그는 앞으로 ‘형우’에게 벌어질 큰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극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제가 가끔씩 순간적으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하거나 정상 성인의 목소리 톤으로 연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주의 깊게 보시면 아실 거예요. 사실은 형우가 선천적인 자폐아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요. 후천적으로 엄마의 과잉보호로 인해 마음을 닫은 경우죠. 실제로 외국에 이런 예가 많다고 해요.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오구요.” 70~80회 정도 흐르면 형우의 변신이 시작될 예정이다. 또 한 번 보여줄 김태현의 탄탄한 연기가 기대된다. “연기 변신이 어디까지 될지 저도 기다려집니다. 그리고 우리 집이 강정우에 의해 무너지고 또 그에 대한 복수를 누가 할지도 궁금해요. ‘인간의 복수와 용서는 어디까지인가’가 드라마의 결말이지요.” 그에게 마지막으로 ‘배우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했다. 연기에 대한 생각이 많은 만큼 멋진 대답이 나올 거라 예상하면서 말이다. “조니 뎁이 주연한 ‘캐리비언의 해적’이라는 영화의 메이킹 필름을 봤어요. 올랜도 블룸이나 키이라 나이틀리의 의자에는 ‘Actor’라고 써 있더라구요. 그런데 조니 뎁의 의자에는 ‘Master’라고 써 있는 거예요. 창조자, 장인이라는 거죠. 캐릭터를 직접 만드는 배우, 그게 진짜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의 연기관은 매우 엄격하다.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연기를 못하는 사람은 애초에 배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 스스로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직 많이 쑥스러워요.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동성애자 역할을 했을 때 고작 ‘영화배우’를 완성하는 ‘영’자에 ‘ㅇ’을 썼을 뿐입니다.” 그는 되도록 늦게 연기를 완성하고 싶다. 그래야 더 꿈꿀 수 있고 더 하고 싶은 열정이 샘솟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의 연기론이며 배우관이다. 그와 ‘연기’에 대해 말하자면 밤을 새워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우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겼다. 김태현이 한 계단씩 오르며 ‘영화배우’라는 수식어를 완성해가는 걸 지켜보는 일 말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 의상 협찬 / 빈폴
- 의학서적 뒤지며 자폐 아들 뒷바라지한 유현경
- 2005. 10. 01 화제
- “엄마 없이도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아들로 키우는 게 바람이죠” 장애인 수영선수 김진호가 체코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은·동메달을 모두 목에 걸고 돌아왔다. 오늘의 김진호 선수가 있기까지는 혼자서 의학 서적을 뒤져가며 20년 동안 뒷바라지한 어머니 유현경씨가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자폐아 판정을 받고 함께 죽을 결심을 했다는 그녀의 한 맺힌 지난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폐 판정을 받은 후, 이런 날이 올 줄 상상도 못 했어요”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에는 체코 리베렉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자폐(발달장애)를 딛고 금·은·동메달을 휩쓴 김진호 선수(19·부산체고 2학년)를 만나기 위해 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오후 12시 30분 도착 예정이던 그가 1시간 늦게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다. 그는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플래시가 터지자 약간 놀란 듯하면서도 금메달을 번쩍 들어올렸다. 자랑스러운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 유현경씨(45)는 기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웃음을 지었다. “입국 하루 전에 임정아 PD(MBC-TV ‘진호야 사랑해’ 연출)에게 국내에서 진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서 기다릴 줄은 몰랐어요. 진호가 자폐 판정을 받은 뒤 하루하루가 죽음 같았는데…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김진호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배영 2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 배영 100m 동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배영 200m 최종 결선에는 2분 24초 08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자유형을 주 종목으로 훈련하던 김진호 선수는 7개월 전부터 배영으로 전환했다. 이번 대회에서 배영 200m 금메달과 100m 동메달을 획득한 것은 어쩌면 기적이나 다름없는 성과다. “수영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지구력, 순발력, 유연성이 필요하죠. 진호는 지구력과 순발력은 비장애인 못지않은데, 신경 계통 이상으로 인해 유연성과 집중력이 부족해요. 또 인지 능력과 언어 능력이 떨어져 비장애인들보다 많은 반복 훈련을 했어요.” 유연성과 집중력을 보완하기 위해 후천적으로 많은 노력을 한 덕분에 현재 그는 지구력과 순발력에 있어서만큼은 누구 못지않은 기량을 얻었다. 눈앞에서 아들이 자기보다 덩치 큰 외국 선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단상 가장 높은 곳에서 메달을 목에 걸 때, 유현경씨는 기쁨과 회한으로 소리 내어 울었다고. 그녀는 체코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부터 자신있었다고 말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언론에 알리지는 않았지만, 과거 경기 기록과 진호의 최근 기록을 비교해봤을 때 어느 정도 확신은 있었어요. 하지만 체코에 도착하고도 한동안 선수 등록이 안 됐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하네요.” 김진호 선수 일행은 체코에 도착하고도 한동안 선수 등록이 안 돼 애를 먹었다. 조직위원회에서 규정 사항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선수등록증을 챙기지 못한 게 실수였다. 다행히 과거 인연을 맺은 홍콩 수영 감독이 조직위를 설득해 대회 전날 출전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연습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하고 바로 시합에 임해야 했다. 또 매일 빵으로만 끼니를 때우는 것은 김진호 선수에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김과 고추장을 준비해갔지만 밥을 구할 수 없어서 식사 때마다 진호가 많이 힘들어했어요. 연습할 시간도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합에 임했는데 좋은 성과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자폐아란 소릴 처음 들었을 때는 눈물도 안 나오더라구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유현경씨는 남편 김기복씨(47)와 대학 시절부터 4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했지만 별다른 점은 없었다. 보통 아이들과 똑같이 40주를 채우고 태어난 김진호 선수는 누가 봐도 건강한 사내아이였다. 첫돌이 지나기 전, 아이가 조금 늦은 성장을 보였지만 그저 ‘다른 아이보다 조금 늦구나’ 생각했을 뿐 자폐라는 것은 꿈에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속절없이 두 해가 흐른 뒤에도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아들은 엄마, 아빠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서울대병원을 찾은 유씨는 자신의 아이가 ‘자폐’라는 통보를 받았다. “의사선생님이 자폐 성향이 강하다고 했을 때 잠깐 동안 제 귀를 의심했어요. 처음에는 눈물도 안 나오더라구요. 멍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서는 한 달 동안 매일 울기만 했죠. 자식이 자폐라는 말을 듣고 어떤 어미가 살고 싶은 마음이 있겠어요. 하루하루 죽고만 싶었어요. 같이 죽자고 아파트 아래로 떨어질 생각도 했죠. 하지만 제가 죽으면 우리 진호는 누가 돌보나 생각하니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정신을 차린 유씨가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자폐아를 위한 특수교육기관이었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기대만큼 아들에게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진호 아버지가 의사여서 경제적으로 비교적 풍족한 편이었지만 특수학교에 들어가는 학비를 감당하기는 버거웠어요. 진호가 일반학교에 입학하기까지 2년 동안 거의 파산 직전에 이르렀죠. 하지만 특수학교를 그만둔 건 돈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진호에게 비장애인과 생활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였죠.” “진호가 엄마 없이도 살아가는 게 제 바람입니다” 유현경씨는 아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리며 생활하는 게 꿈이었다. 2년 넘게 특수학교에서 교육받은 후, 아들이 어느 정도 또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유씨는 김진호 선수가 아홉 살 되던 해 일반학교에 진학시켰다. 하지만 입학한 지 42일 만에 학교 측은 ‘도저히 안 되겠다’며 자퇴를 권유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두 살이나 늦게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는데도 학교 측에서는 한 달이 지나자 ‘힘들다’며 자퇴를 권유했어요. 처음에는 학교를 원망했지만 ‘그래, 내 아들은 내가 가르친다’고 다짐했죠.” 그날부터 유현경씨는 자폐 관련 전문 서적을 뒤지며 공부했다. 매일같이 어떻게 하면 아들이 조금이라도 비장애인처럼 생활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악기를 가르치며 대화를 하고, 그림을 그려가며 사물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갔다. 수영 역시 그녀가 시도한 학습법 중 하나다. “‘가장 훌륭한 선생님은 어머니’란 말을 가슴에 새기고 제가 직접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먹었죠. 갖가지 전문 서적을 찾아가며 도움이 될 만한 학습 프로그램을 스스로 짜서 실행에 옮겼어요. 수영도 그 프로그램 중 하나였구요.” 유현경씨가 스스로 만든 교육 프로그램 중 수영은 가장 성과가 좋았다. 처음에 물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던 아들이 차츰 물과 친해져 수영을 즐겼으며,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었다. 또 수영을 하면서 폐쇄적이던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 “처음에는 물 근처만 가도 기겁을 했어요. 몇 번을 품에 안고 물속에 들어갔더니 어느새 물속에서 장난을 칠 정도로 수영을 좋아하더라구요. 악기도 가르쳐보고 그림도 가르쳐봤지만, 수영이 가장 효과적이었어요.”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김진호 선수는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5학년이 되던 해, 본격적으로 수영을 배웠다. 당시 유현경씨는 아들을 수영선수로 키울 생각은 없었다고. 그저 보통 사람과 같이 사회에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영을 가르쳤다. 하지만 점차 수영에 재미를 붙인 김진호 선수는 비장애인 못지않은 수영 실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중학교까지 일반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진학 시점이 되자 일반학교에서는 그의 입학을 허락하지 않았다. 유씨는 또다시 아들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일반학교 입학은 그녀와 김진호 선수에게 있어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진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중학교까지 보통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다시 특수학교에 보낼 수는 없었어요. 진호를 받아줄 만한 고등학교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다행히 부산체육고등학교에서 진호의 수영 실력을 인정해줘서 보통 아이들과 함께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죠.” 부산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아들을 따라 유현경씨는 남편과 떨어져 혼자 부산으로 갔다. 그녀는 10년 넘게 돈, 시간, 열정 등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아들만을 위해 살았다. 주위에서 둘째 아이를 갖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지만, 부부는 “진호 하나 제대로 키우기도 벅차다”며 동생 갖기를 포기했다. 그런 부모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김진호 선수의 수영 실력은 날로 향상됐다. 붙임성도 좋아지고 성격도 점차 밝아져, 최근에는 엄마 없이 혼자서 3일간 친구 집에 머물기도 했다. “진호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을 받고 돌아오자 벌써부터 실업팀 얘기가 들려와요. 하지만 진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수영선수로 성장하는 것 못지않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거예요. 엄마 없이도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아들 모습을 보는 게 제 바람입니다.” 글 / 김성욱 기자 사진 / 장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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