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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208 건 검색)

교보생명, 가을맞이 광화문글판은 윤동주의 ‘자화상
2024. 09. 02 10:25문화
...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교보생명이 가을을 맞아 윤동주 시인의 시 ‘자화상’으로 광화문 광장 메시지를 새롭게 선보인다. 2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광화문 교보생명빌딩·강남...
광화문글판윤동주교보생명자화상
부모·자녀 ‘이중 부양’ 짊어지고 ‘고독사’ 걱정…1960년대생의 슬픈 자화상
2024. 06. 03 21:01사회
‘마처세대’ 불리는 850만명 “사회 돌봄 반드시 필요” 98% 1960년대생의 15%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60년대생 3명 중 1명은 본인의 고독사를 우려한다고 했다...
1960년대생고독사
[기고]부끄러운 자화상, ‘유리천장 지수’ OECD 꼴찌
2024. 05. 05 20:14오피니언
... 비해 성차별이 매우 심각함을 보여주는 수치로,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을 자랑하는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양성평등을 외치면서도 여성 차별이 여전히 뿌리 깊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김동석
[겨를]향노의 자화상
2024. 03. 06 20:26오피니언
...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시화집은 나이 듦의 향기를 뜻하는 ‘향노(香老)의 자화상’이라고 부르고 싶다. ‘공책을 사가지고/ 나올 때는/ 행복합니다’(전영순)라고 말하는...
겨를고영직

스포츠경향(총 46 건 검색)

배우 차서원, 윤동주 시인의 시 ‘자화상’을 오마주 화보 영상
2024. 10. 24 21:58 연예
NewBIN 배우 차서원이 윤동주 시인의 시 ‘자화상’을 오마주한 화보 영상을 공개했다. 최근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전현무에게 자신의 작업실 남영관에서 사진을 가르쳐 주고, 사진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사진에 진심인 배우 차서원이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 국내 최초 디지털 팝업 매거진 NewBIN(뉴빈)의 화보 모델로 나섰다. ‘이제는 잊혀진 낭만에 대하여’란 주제로 진행된 화보에서 배우 차서원은 아날로그 사진기와 필름을 활용해 포즈를 취하며, 사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진 화보 영상 촬영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시 ‘자화상’을 낭만적인 분위기로 멋지게 소화했다는 후문이다. NewBIN 이번 NewBIN 차서원 화보 영상은 빈티지 필름 카메라의 따스한 감성에 생성형 AI를 더해 감성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시각적 몰입감이 특징이다. 배우 차서원의 화보는 2차원의 현실 이미지에 3차원의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증강현실(AR) 기술을 도입한 디지털 팝업 매거진인 NewBIN 6호에서 만나볼 수 있다. NewBIN은 국내 최초 증강현실(AR), AI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아날로그 감각을 더한 매력적인 콘텐츠를 선사한다. 오는 11월 22일경 발간하는 NewBIN 6호는 네이버 온라인몰과 교보문고에서 판매 예정이며, 화보와 인터뷰 영상은 NewBIN 유튜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NewBIN
밴드 데드챈트 EP ‘DEGENERATION’ 발매…청춘의 자화상 같은 노래들
2022. 09. 28 23:09 연예
데드챈트 펑크록 밴드 데드챈트가 청춘의 자화상 같은 사운드로 가득한 EP ‘DEGENERATION’을 지난 23일 발매가 됐다. 강소년(보컬/기타), 럼걸(보컬/베이스), 와이밤(기타), 임우준(드럼)으로 구성된 데드챈트(DEAD CHANT)는 팀 이름에 걸맞게 21세기에 ‘20세기 펑크록 찬가’를 외치고 있는 펑크록 밴드이다. 넘치는 에너지와 폭발적인 라이브로 경록절, Live on(아리랑TV) 등 무대에 꾸준히 오르고 있는 그들이 첫 EP 앨범을 내놓았다. 지난 17일 쇼미더머니 출신 래퍼 키드킹(KIDD KING)을 비롯하여 론울프엘리지클럽, 썬더스와 함께 EP 발매 축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EP 타이틀을 ‘DEGENERATION(퇴화)’라고 명명했다. 이들의 사운드는 거칠고 공격적인 초기 펑크의 조급합에서 성장한, 개구지고 익살스러운 속에도 곳곳에 여유로움과 연민을 지닌 가사와 비트와 멜로디가 잘 어우러진 음악적으로 풍성하게 진화를 들려준다. 그런데 첫 EP앨범 타이틀은 ‘퇴화’를 이야기하는 역설을 펼쳤다. ‘DEGENERATION’에는 지난달 선공개 되어 인기를 끈 극적인 구성의 히트곡 ‘그녀와의 독백’을 머릿곡으로 담았다. ‘20세기 소년’은 스트링 연주로 리스너를 끌어 들인 후 청춘영화 속 엔딩 곡 같은 가사와 멜로디를 퍼뜨린다. 슬로우 템포로 시작해 서서히 고조되는 ‘DOWN’은 콘서트나 페스티벌에서 ‘달리는 곡’들로 휘몰아 친 후 살짝 들려줄 듯한 노래다. ‘언제나 우리는’은 인상적인 인트로에 이어 경쾌한 흐름이 청량감을 리스너에게 선사한다. 4개 트랙으로 구성된 앨범은 펑크가 청춘의 초상을 음악적으로 들려주는 것에 유용한 장르임을 목소리와 악기들로 입증해 주고 있다. 밴드가 밝힌 새 앨범 안내는 “우리는 나아가지 못했고 오히려 퇴화[DEGENERATION]하고 있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데드챈트는 자신들의 새 앨범에 대해 “펑크록의찬가를 외쳐대던 우리는 돌연 방향을 선회하여 감정(emo)에 충실한 EP [DEGENERATION]을 만들었다. 데드챈트의 지난 날들을 돌아보며 느낀 울분의 감정을 여과 없이 느낄 수 있는 이번 앨범은 빠르고 경쾌했던 전작들과는 대조적으로 차분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유지한 채 진득하게 절정으로 치닫는다. 명쾌한 해답보다는 적당한 위로와 공감을 제시하며 듣는이의마음을 달래 주고 싶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들은 또 “하나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존 데드챈트의 펑크록과는 사뭇 다른 냄새가 난다는 것. 펑크록의 긍지와 길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퇴화했다고 말하고 싶다”며 “날개 잃은 새들이 시간을 역행 한다면 다시 하늘을 누빌 수 있게 되겠지. 우리들은 이번 퇴화를 통해 잃어버린 날개를 되찾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멤버 강소년(KANGBOY)에 따르면 이번 EP 앨범 ‘DEGENERATION(퇴화)’은 팀 결성 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느낀 울분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앨범으로 전작들과는 다르게 다소 침체된 분위기를 띠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타이틀은 ‘퇴화’를 말 하고 있는만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조금씩 대중에 다가가며 발전하고 있는 듯 하다. 인상적인 것은 이들의 모든 노래와 연주에는 청춘의 도전과 실패, 좌절, 당당함과 불안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데드챈트의 첫 EP ‘DEGENERATION’은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발매가 됐고 히든 트랙 2곡을 더한 ‘DEGENERATION(Deluxe)’ 앨범이 연말에 발매가 될 예정이다.
[화제의 책] 현장 의사에게 듣는 현대 의학의 자화상 ‘병든 의료’
2022. 06. 12 16:38 생활
오늘날 현대 의료가 병을 치료하기보다는 오히려 병을 만들어 내고 있고, 의학이 인간수명을 연장시킨 것이 아니라 인간수명이 연장됐기 때문에 의학이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의료가 지금처럼 중요해진 때도 없지만, 또 의사와 병원이 지금처럼 불신을 받는 때도 없다. 환자는 별로 나아진 것 같지도 않은 의사의 처치를 받고 나서 비싼 치료비에 분통을 터뜨리고, 의사는 의사대로 이미 다 알아보고 온 것처럼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에게 염증을 느낀다. 조금만 신체적 이상을 느끼면 병원을 찾는 ‘의료 과잉’의 시대임에도 환자와 의사 모두 만족스러운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떻게 된 일일까? 저자 셰이머스 오마호니는 ‘병든 의료’(권호장 옮김 / 사월의책)에서 “치료받아야 할 것은 환자가 아니라 현대 의료 자체”라고 말한다. 영국과 아일랜드 의료계에서 존경받는 의사로서 ‘요즘 우리가 죽는 방식’이라는 책으로 ‘올해의 의학도서상’을 받기도 한 저자는 수십 년의 임상경험에서 느낀 현대 의료의 문제들을 이 책에서 낱낱이 고발한다.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 내는 데만 몰두한 의료계, 예방을 명목으로 의미 없는 약물을 강요하는 의산 복합체, 치료와는 관계없이 연구 실적만 중시하는 과학주의, 환자의 권리를 내세워 의료라는 공공재를 소비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소비자주의야말로 치료의 대상이라고 꼬집는다. 현대 의료가 특히 문제인 것은 한정된 사회복지 자원을 독점함으로써 여타 부문에서 사회불평등을 보정할 기회를 빼앗아 간다는 것 때문이다. 저자는 현대 의료가 질병의 정복을 장담하기보다는 ‘연민’을 회복하고, 불가능한 완치보다는 고통 경감과 완화치료에 노력하며, 수명 연장보다는 호스피스 돌봄에 가치를 두는 참된 인간적 의료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은 거대 산업이 된 현대 의료에 대한 고발장이자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건네는 진심 어린 치료제다.
화제의 책화제의 책병든 의료
베리베리, 7인 7색 청춘의 자화상
2022. 03. 14 14:04 연예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베리베리가 컴백을 앞두고 단체 포토를 공개했다. 베리베리는 14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새 디지털 싱글 ‘VERIVERY SERIES O [ROUND 0 : WHO]’ 단체 포토를 공개해 컴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공개된 이미지에는 전시회를 연상케 하는 공간에서 아슬아슬한 눈빛을 발산하는 베리베리 멤버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 뒤로는 각기다른 일곱 멤버들의 자화상이 걸려 있어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베리베리는 지난 활동에서 보여준 강렬하고 다크한 비주얼이 아닌, 시크하면서도 캐주얼한 무채색 수트를 입고 처연하지만 섹시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예전보다 한층 성숙한 모습이지만 비주얼은 더욱 업그레이드되었으며 신비로움까지 장착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으며, 멤버의 모습과는 달리 불안전한 느낌의 자화상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이번 신곡의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또한 지난 주 공개되었던 커밍순 이미지, 타임 테이블에 이어 처음으로 공개되는 단체 포토를 통해 앞으로 순차적으로 공개될 개인 사진 및 다양한 컨텐츠들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베리베리의 새 디지털 싱글 ‘VERIVERY SERIES O [ROUND 0 : WHO]’는 늘 한계없는 성장을 보여줘 왔던 베리베리가 약 7개월만에 발매하는 앨범으로, 그간 발매했던 SERIES ‘O’의 프리퀄에 해당한다. 베리베리는 이번 앨범을 통해 세계관의 확장성을 보여주며 완성도 높은 역대급 콘셉트를 선사할 계획이다. 한편 베리베리는 오는 23일 오후 6시 전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새 디지털 싱글 ‘VERIVERY SERIES O [ROUND 0 : WHO]’를 발매할 예정이다.
베리베리

주간경향(총 20 건 검색)

[시네프리뷰]티처스 라운지-심란한 교사와 현대인의 자화상(2024. 01. 03 06:00)
2024. 01. 03 06:00 연예
일커 카탁 독일 감독은 <티처스 라운지>에서 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차 곤경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한 여교사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그려냈다. 현대 사회에서 대두되는 다양한 논쟁거리를 촘촘하게 투영하고 있다.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목: 티처스 라운지(The Teachers’ Lounge) 제작연도: 2023 제작국 : 독일 상영시간: 99분 장르: 드라마 감독: 일커 차탁 출연: 레오니 베네쉬, 에바 뢰바우, 아네-카트린 구미히 개봉: 2023년 12월 27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인간사 천태만상이 영화의 소재가 되고, 사랑 이야기만큼이나 선생님이나 학교가 소재로 등장하는 영화도 많다. 과거 교사가 등장하는 영화들은 인간애 넘치는 드라마 장르가 많았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던 그때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선생님이 존경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것은 상식이었다. <미라클 워커>(The Miracle Worker·1962), <언제나 마음은 태양 >(To Sir, with Love·1967), <홀랜드 오퍼스>(Mr. Holland’s Opus·1995) 같은 영화들은 존경받는 스승상을 그려낸 대표적인 작품으로 꾸준히 회자한다. <티처스 라운지>의 홍보사도 시대를 초월하는 선생님과 학생, 학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며 <죽은 시인의 사회>, <스쿨 오브 락>, <굿 윌 헌팅>을 언급하고 있다. 교사 영화의 대표작으로 맞는 예시다. 하지만 그것이 <티처스 라운지>라는 작품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다소 모순이 있다. <티처스 라운지>에서 그려지는 교사의 모습은 과거 작품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이 작품만의 특색이 아니다. 최근 공개되고 있는 영화 속 상당수에서 비슷한 경향이 목격된다. 언제부턴가 선생님과 학교가 소재가 된 영화 속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대하기 힘든 세태가 됐다. 교권 문제로 대유되는 현대판 마녀사냥 매즈 미켈슨이 출연한 덴마크 영화 <더 헌트>(The Hunt·2012)는 이러한 변화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소환되는 작품이다. 작은 오해와 편견에서 시작된 의심이 집단 안에 전염될 때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루마니아 감독 라두 주데의 <배드 럭 뱅잉>(Bad Luck Banging or Loony Porn·2021) 역시 교사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자신의 본능과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성실한 교사였던 에미(카티아 파스칼리우 분)는 남편과 찍은 은밀한 동영상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시작된 동료와 학부모들의 질타에 용맹하게 대항한다. 최근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怪物·2023)에서도 선생님의 이야기는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아이, 부모, 교사 각각의 다른 시선이 빚어내는 괴리와 오해는 결국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잔인한 파국을 잉태한다. 모든 작품이 표면적으로 교사라는 직책이 갖는 ‘책임’이라는 무게와 이로 인해 야기되는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그러나 단순히 교권 하락이라는 현실 반영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소통의 부재와 이기주의로 나날이 피폐해져만 가는 현대 사회가 당면한 보편적 문제의 대유라고 읽는 것이 옳다. 영화 <티처스 라운지> 역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보다 폭넓고 섬세한 문제의식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끈다. 독특한 소재에 어울리는 개성 있는 연출력 의욕이 넘치는 신임 교사 카를라(레오니 베네쉬 분)는 최근 교내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소소한 절도사건으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다. 신경이 곤두선 것은 동료 교사들도 마찬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당한 방법까지 동원되고 교내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카를라는 조용히 절도범을 잡을 수 있는 자신만의 묘안을 생각해낸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상황은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한국에는 낯선 독일 감독 일커 카탁은 <티처스 라운지>를 통해 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차 곤경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한 여교사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그려냈다. 표면적으로는 작은 초등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소동극일 뿐이지만, 그 과정 안에 묘사되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행동기제의 설계 속에는 현대 사회에서 대두되는 다양한 논쟁거리를 촘촘하게 투영하고 있다. 점차 난관으로 몰려가는 주인공의 심리는 리듬감 있는 편집과 신경을 자극하는 단조로운 음악으로 시각화돼 마치 스릴러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국제장편영화상 부분에 독일 영화를 대표하는 예비 후보로 선정됐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아이들의 시간> /flickr.com 고난받는 선생님이 등장하는 영화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으로 <아이들의 시간>이 있다. <로마의 휴일>, <벤허>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거장 윌리엄 와일러는 1936년에 미국의 극작가 릴리언 헬먼의 희곡을 재해석해 각색한 <이 세 사람>(These Three)이란 작품을 내놓는다. 작은 마을에서 학교를 운영하는 두 대학 동창생 카렌(멜 오베론 분)과 마사(미리암 홉킨스 분)가 한 문제아의 거짓말로 인해 인생의 밑바닥까지 추락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원래 원작 희곡에서는 카렌과 마사 사이를 동성애적 관계로 설정하고 있지만, 감독은 당시 시대상을 고려해 이를 삼각관계로 치환하고 비극적인 결말도 나름 희망적으로 바꾼다. <이 세 사람>은 데뷔 후 10여 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던 연출가 윌리엄 와일러의 화려한 작품목록에 여명을 불러온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승승장구의 길을 걷기 시작한 와일러 감독은 절정기라 할 수 있는 1961년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영화화한다. 이번에는 마치 과거 자신의 과잉 각색을 의식이라도 한 듯 여러 면에서 원작의 설정과 정서를 최대한 반영한다. 일단 제목을 원작 희곡 그대로 <아이들의 시간>(The Children’s Hour)으로 했다. 두 여주인공의 관계도 미묘한 동성애적 요소를 수용해 이야기의 절박함과 긴장감을 높였다. 결말도 원작을 따랐다. 리메이크작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시대를 초월한 명배우 오드리 헵번과 셜리 맥클레인의 앙상블 때문이다. 더불어 카렌의 연인 조 역으로는 제임스 가너까지 출연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배우는 그러나 모든 문제의 사단이 되는 악동 메리를 연기한 아역배우 캐런 밸킨이다.
시네프리뷰
[방구석 극장전]주택단지에 압축된 코로나 시대 자화상(2021. 11. 22 13:40)
2021. 11. 22 13:40 문화/과학
2020년 초, 봉쇄된 파리의 작은 집합주택, 뤼마니테 8번지에 일곱 가구가 있다. 이들은 같은 건물에 살지만 서로 교류가 없다. 이들을 연결해준 건 관리인뿐이다. 그런데 관리인이 코로나19로 후송되고 이제 좋건 싫건 몇달을 부대껴야 할 상황에 놓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뤼마니테 8번지>의 기본 설정이다. 거의 최초로 등장한 이 코로나19 소재 극영화는 지난해 팬데믹 초반에 전 세계가 겪은 혼란을 작은 주택단지 인물 군상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 넷플릭스 일곱 가구는 각각 코로나19에 대처해온 우리 자신의 일부분이다. 대니 분 감독이 직접 분한 과학잡지 일러스트레이터 마르탱은 편집광적으로 방역에 혈안이다. 가족에게 소독약을 뿌려대고 외출할 땐 우주복급 복장으로 다니다 호흡곤란으로 쓰러진다. 안전을 극단적으로 우선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판단은 내리지 못한다. 건물주 토니는 온라인을 떠도는 온갖 음모론을 읊어대며 인종차별에 남성우월주의를 내뱉어 주민들의 혈압을 올린다. 작은 연구소를 운영하는 의사 가브리엘은 백신을 만들겠다는 집착에 빠져 있다. 그는 실험용 쥐가 동이 나자 주민들의 반려동물을 노린다. 피트니스 코치 사뮈엘은 온라인으로 트레이닝 과정을 중계하며 구독자를 늘리는 중이다. 만삭인 아내를 놔두고 총각 행세해 다툼이 생길 뿐이다. 아내는 오디션 프로 출연경력이 있는 무명가수다. 둘은 SNS 팔로워 숫자를 늘리는 데 열심이다. 바를 운영하던 자영업자 루이즈는 당장 대책이 없다. 건물주의 아들 바실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루이즈는 바에 가득한 독주 재고를 공급이 동난 소독제 대신에 팔기 시작해 부수입을 올린다. 어찌 됐든 사람들은 살아가게 마련이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같은 상황도 등장한다. 건물주 아들 바실은 자신과 같은 이름의 반려견을 가진 마르탱 네 딸 루나에게 반한다. 관리인의 남편 디에고는 아내 대신 건물 관리를 맡으며 순애보를 펼친다. 코로나19 편집광 마르탱의 아내는 평상심을 유지하려 노력하며 이것저것 주민들을 위한 제안을 내놓는다. 팬데믹 직후 이사 온 레일라는 다른 이들과 왕래도 하지 않고 늘 밤에 어디론가 나간다. 주민들은 의심을 일삼으며 그를 헐뜯지만 막판 반전은 영화 내내 정해진 시각에 의료진 격려 퍼포먼스를 벌이던 주민들 모습과 대구를 이룬다. 우리 시각에서 <뤼마니테 8번지> 속 파리 시민은 그야말로 골치 아픈 캐릭터다. 마스크도 잘 쓰지 않고 경찰 통제도 소용없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영화 속 인물들의 행태는 불과 1년 전 우리 내면의 무지와 혐오를 그대로 드러낸다. 외부인을 불신하고 타인에게 짜증을 전가하는 군상은 코로나19 이후 우리 주변에서 종종 목격되던 어두운 모습의 일부다. 시트콤과 블랙 코미디가 합쳐진 <뤼마니테 8번지>는 꽤 신랄하다. 그저 웃어넘기기엔 유머 코드 차이가 있지만, 영화의 마지막은 꽤 감동스럽다. 3개월 봉쇄 동안 주민들은 서로 소통하는 과정을 겪고 이웃의 슬픔을 위로하는 공동체로 거듭난다. “아픔을 겪은 모든 이들을 위해”, “연대하는 인류를 위해”라는 자막이 마무리를 장식하며 우리 내부의 문제 해결에서 지난한 싸움의 해법이 나올 것임을 영화는 명확히 한다.
방구석 극장전
[표지 이야기]코로나 이후, 자영업자의 슬픈 자화상(2021. 04. 30 11:28)
2021. 04. 30 11:28 경제
1번방부터 차례로 문이 열렸다. 마이크와 반주기, 스피커, 탬버린을 갖춘 방이었다. 카드결제기가 설치된 방도 있었다. 빈방은 늘 환기를 위해 열어놓는다. 밤 10시 7분. 5번방 반주기는 “두 번 다시 사랑 안 해…”(백지영 ‘사랑 안 해’)를 홀로 흥얼거렸다. 원곡 가수의 음원이 손님도 없는 방에서 흘러나왔다. 서울 종로구의 한 폐업 점포 너머로 상점들이 보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반대편 26번, 27번방에서는 ‘드르르르’ 소리가 났다. 드릴과 해머가 등장했다. 벽면 모퉁이에 달린 스피커 2개가 떼어졌고, 노래방 반주기에 연결된 전선도 뜯어졌다. 반주기에 연결된 전선이 끊어지자 방마다 흘러나오던 노래도 하나둘 멎었다. 지난 4월 18일 밤 10시. 24시간 코인노래방이었지만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정해진 영업시간이 끝났다. 장사도 끝났다. ㄱ코인노래방 사장 이희준씨(48·가명)는 “아유, 망했어요. 망했어요”라고 했다. 수도권의 ㄱ코인노래방은 영업을 마치자마자 기계를 빼냈다. ‘ㅁ’자 구조의 코인노래방에 6명이 드릴과 펜치, 소형 해머를 들고 나타났다. 마지막까지 불을 밝힌 기계는 자판기였다. 업체에서 따로 가져간다고 했다. 500㎖ 생수 3개와 이온음료 1개에 빨갛게 ‘X’자가 떴다. 이씨는 “폐업하는데 물품을 더 구입하는 게 애매했어요”라고 했다. 폐업을 앞둔 자영업자에게 재고는 골칫거리다. 폐업 이틀 전, 남자 손님이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고 했다. 인근 코인노래방 사장에게 대형 롤 휴지 2개를 급히 구했다. 창업에서 폐업까지 달려온 시간은 2년 4개월. 2020년에는 180일간 문을 못 열었다. 하루에 5만8000원 번 날도 있었다. 이것저것 다 합쳐 손해 본 금액만 3억원이다. 모두 은행 빚이 됐다. 손님이 없어 적적한 마음에 30분 동안 홀로 방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혹시나 손님이 올까 입구 폐쇄회로(CC)TV 화면을 띄운 스마트폰을 옆에 세워놨다. 철거를 하며 탬버린과 리모컨이 입구에 쌓이자 담담했던 이씨가 눈물을 흘렸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의 폐업은 얼마나 늘었을까. 정부는 폐업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다. 매달 창업 통계만 발표한다. 중소기업벤처부 관계자는 폐업 통계를 “민감한 통계”라고 했다. 통계청(기업생멸 행정통계), 국세청(국세통계)에서 폐업자 추이를 유추할 수 있는 연 단위 통계가 나오지만, 해당연도 통계가 1~2년 뒤에야 공개된다. 행정안전부의 업종별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지난 3월만 해도 폐업 일자가 나와 있지만 ‘영업 중’으로 표기된 사례가 여러개 발견된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가 최근 폐업했다 / 권도현 기자 자영업자는 ‘아픈 손가락’이다.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 한국의 자영업자 보고서’는 “자영업, 해결사에서 근심거리”라고 표현했다. “경제위기에서 자영업은 분명 경제적·사회적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지대로 훌륭한 역할을 해왔다”(논문 ‘자영업 부채의 이중성과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 부채 증가’)는 평가처럼 자영업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쏟아지는 실업자를 받아냈다. 부실한 사회안전망에 50~60대 퇴직자들은 자영업으로 몰렸다. 2010년 전후로는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는 대기업에 치였다. 저금리 기조는 자영업 확장을 거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7월 “자영업을 기업과 노동으로만 분류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독자적인 산업정책 영역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자리수석실에 자영업 비서관을 신설했다. 정책이 인식을 따라오지 못했던 것일까. 정부는 코로나19를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에게 퇴로조차 만들어주지 못했다. ‘착한 임대인’이라는 허상 PC방 이용자가 코로나19로 영업을 중단한 업주에게 보낸 메시지 / 김원진 기자 지난 4월 22일 오전 6시, ㄱ코인노래방은 철거를 시작했다. 방과 방 사이 놓인 벽을 해머로 뜯어내고 발로 눌렀다. 알루미늄은 알루미늄대로 분류했다. 철거비 견적만 1000만원가량 나왔다. 현장 노동자 ㄴ씨는 “코인노래방은 방이 나눠져 있어 작업이 다른 가게보다 2~3배는 더 걸리는 편”이라고 했다. 흰머리를 곧게 넘긴 건물주가 철거 현장에 나타났다. 오전 9시 30분이었다. 건물주는 이씨에게 “위에서 같이 차나 한잔”하자고 했다. 이씨의 폐업에는 주변 시세보다 20% 비싼 임대료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씨는 임대인에게 방역 조치로 아예 영업을 못 할 때만이라도 임대료를 50% 깎아달라는 부탁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낸 적도 있지만 회신은 없었다. “마지막 4월은 철거 때문에 영업을 절반밖에 못 해 임대료를 좀 깎아주나 했는데…” 이씨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수고했다는 말도 없이 백신이 늦게 들어와 불편하다는 얘기만 하더라고요.” 임대인은 끝까지 이씨를 들었다 놨다 했다. 폐업할 때 동일업종 양도양수가 이뤄지면 비용을 줄인다. 철거비용을 아끼고, 시설도 적당한 가격에 다음 임차인에게 넘길 수 있다. 소액이나마 권리금 회수도 가능했다. 이씨는 폐업을 결정하고 난 뒤 운좋게 코인노래방을 인수할 사업자를 찾았다.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던 건물주는 이씨에게 받던 임대료보다 30%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성사될 것 같았던 계약이 일주일 사이 엎어졌다. 건물주는 스터디 카페를 하려는 또 다른 임차인과 계약을 맺었다. 코인노래방을 인수하려 했던 사업자보다 조금 더 높은 임대료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씨는 “아무것도 못 건진 거죠. 다달이 500만원 넘게 손해를 봤는데”라고 말했다. 이씨는 대출금이 5000만원을 넘어섰을 때 폐업을 결정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2020년 9월 실시한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3415명 중 69.9%가 임대료를 가장 부담스러운 경영 비용으로 꼽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정책은 ‘쉬운 길’을 택했다. 임대료가 6개월 연체되더라도 세입자를 쫓아내지 못하는 조항이 생겼다. 임차인에게 감액청구권이 생겼지만 건물주는 이를 받아들일 의무가 없다. ‘착한 임대인’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임대료를 감면하는 임대인에게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도입했다. 주로 임대인의 선의에 기대려 했다. 정부는 방역을 이유로 자영업자의 영업권을 제한해 경제활동을 막았지만, 임대사업자의 수익(임대료)은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 PC방만 15년 운영한 박정미씨(51·가명)의 폐업도 순탄치 않았다. 박씨는 2020년 11월 운영하던 PC방을 정리했다. 다달이 1000만원씩 손해가 났다. 폐업 전 3개월은 월세가 밀렸다. 권리금은 회수하지 못했고, 빚만 3억원으로 불었다. 폐업의 난관은 임대인의 무리한 원상회복 요구였다. 임대인은 “모든 인테리어를 다 뜯어내라”고 요구했다. 견적만 2000만원이 나왔다. 서울의 한 세무서가 폐업한 자영업자에게 보낸 세무조사 공문 / 김원진 기자 박씨는 3년 전 가게에 들어오면서 화장실만 수리했다. 기존 인테리어는 건드리지 않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누수로 20석 정도 운영을 못 한 적도 있었다. 이때도 임대인에게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박씨는 “법률 자문을 받아 보니 승산이 있다고 해 건물주에게 요구대로 원상회복할 수 없다고 내용증명을 보냈어요. 건물주는 오래 사니 별일을 다 겪는다며 길길이 날뛰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따로 법률 자문을 받아봤던 것이었을까. 며칠 뒤, 건물주는 기존의 원상회복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알려왔다. 분담하지 않은 고통 박씨는 자신을 ‘어떻게 보면 운 좋은 폐업자’라고 했다. 폐업을 했던 2020년 11월이 계약 마지막 달이었다. 인터넷 전용선도 12월로 임대 만기가 됐다. 박씨는 “전용선 해지할 때 위약금이 몇천만원씩 나오기도 해요. 위약금 때문에 폐업을 미루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라고 했다. 컴퓨터는 다른 PC방이나 단골손님에게 팔았다. 건너편 모텔 사장에게도 20대 넘겼다. 코로나19로 수요가 늘어난 PC텔 형태로 운영한다고 했다.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에 한대당 80만원 들어갔던 컴퓨터를 30만원씩 받고 팔았다. 박씨는 원래 극단 생활을 한 연극배우였다. 큰돈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밥벌이하려 시작한 PC방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12년 운영한 PC방은 재건축과 함께 철거됐다.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3년 전 자리를 잡은 곳이 잠실이었다. 과감하게 털고 나왔다. 기댈 데가 없었다. “사장님, 피방(PC방) 본체 같은 것도 파시나요”라고 문자로 묻는 단골손님도 있었다. “모든 노력을 다 해봤는데 결론은 답이 없었던 거예요. 그냥 자영업자의 정리해고였어요.” 박씨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지난해 추석 직전에 피켓을 들고 무작정 국회 앞에 갔어요. 4시간을 서 있는데 사람들은 선물세트를 들고 다니고…. 정부의 어떤 안전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게임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수도권의 한 노래방이 지난 4월 18일 폐업을 한 뒤 철거를 하고 있다. / 김원진 기자 폐업한 뒤에도 막막함은 이어졌다. 대출 상환이 시작됐다. 사업자 명의로 빌렸던 돈은 폐업을 알리면 갚아야 한다. 다달이 이자, 원금 합쳐 200만원이 넘는다. 지난 4월 초에는 세무서에서 전화를 받았다. 박씨는 “다정하게 전화가 왔더라고요”라고 했다. 정기 세무조사 대상이라는 통보였다. 자영업자의 주머니 사정은 위태롭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118조6000억원이다. 2019년 60조6000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중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자영업자 가구(20만7000가구)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79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국가채무가 주요국보다 훨씬 적게 증가했고, 성장폭 감소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개인)가 위기상황에서 정부(국가) 대신 채무를 짊어진 셈이었지만, 기재부는 보도자료에서 “가성비 높게 재정 운용했다”고 홍보했다. 코인노래방을 운영했던 이씨에게도 고통을 분담해주겠다고 선뜻 나서는 이들은 없었다. 노래방 기계를 제공하는 업체에는 영업정지 때에도 한대에 1만1000원씩 하는 업데이트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씨는 “노래방 업계가 독과점이라 감면해달라는 요청이 씨알도 안 먹혔어요”라고 했다. 폐업하자마자 두 은행에서 빌린 소상공인 대출금 6000만원은 갚아야 했다. 돌려받은 보증금이 고스란히 들어갔다. 전화·인터넷 회선 위약금은 확인해보니 27만원 나왔다. 손님이 전화를 걸면 자동방문기록이 되는 ‘080’ 회선도 자비부담이었다. 이씨는 “한통에 5.8원, 80원 이렇더라도 모든 걸 업주한테 떠넘기다시피 하니 참…”이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노래방이 지난 4월 22일 철거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폐업 이후의 선택지 폐업의 기로에 선 자영업자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 초기 투자 금액이 크면 섣불리 폐업을 택하기도 어렵다. 코로나19처럼 외부 요인으로 어려워졌다면 일단 버티려 한다. 경기가 나빠져도 폐업자 수가 대폭 늘지 않는 이유다. 폐업을 하기로 정한 뒤에는 재창업을 하거나 임금노동자가 되는 길을 택할 수 있다. 폐업할 때는 대부분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아 재창업을 하더라도 선택의 폭이 좁다. 장사를 오래 한 자영업자일수록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유정자씨(71·가명)는 서울 성동구에서 8년째 고깃집을 하고 있다. 5월까지만 문을 연다. 유씨는 “올해부터는 아침에 쌀 살 돈도 없었어요”라고 했다. 단체손님을 주로 받던 가게였다. 8000원짜리 세트 메뉴를 만들었다. 친척들에게 알음알음 돈을 빌렸다. 집까지 팔아 가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버텼다. 유씨의 아들은 틈틈이 배달일까지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40년 넘게 백반집과 고깃집을 운영하며 평생 장사만 해왔다. 이번 가게에 들어간 리모델링 비용만 3억원이었다. 유씨는 “장사를 해 집도 사고 자식도 키웠는데 망한 장사는 없었어요”라고 했다. 박씨는 다시 장사를 한다. 다른 자영업자와 동업을 한다. 그는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나이도 그렇고, 장사나 해야지”라고 했다. 배달이 가능한 돈가스 장사를 준비한다. ‘큰돈 벌려면 장사’라는 믿음을 안고 뛰어든 ‘사장님’들보다 먹고살기 위해 가게를 차린 생계형 자영업자가 더 많다. 국토연구원은 2020년 12월 ‘치킨집 개·폐업으로 보는 지역별 특성 변화’에서 “2009∼2014년 치킨집 증가추세는 실업자 수 증가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사에 뛰어든 이들이 생계형 자영업자임을 추론해볼 수 있는 한 예다. 폐업 이후 자영업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임순씨(54·가명)는 2020년 12월 폐업 이후 “패잔병이 된 기분이었다”고 했다. “필사적으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지만, 마트 일자리도 아직 구하지 못했다. 정씨는 서울 강서구에서 설렁탕집을 4년 가까이 했다. 김치·깍두기 ‘맛집’으로 알려진 설렁탕집이었다. 코로나19가 터지고 수제맥줏집으로 업종전환을 했고, 밤 9시 영업 제한에 위기를 맞았다. 월세를 못 내다 건물주에게 퇴거 요청을 받았다. 빚이 1억원 가까이 불어 재창업은 엄두도 못 낸다. 정부의 자영업 정책은 왜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사실 자영업 정책은 줄곧 삐그덕거렸다. 2005년, 정부의 자영업자 대책이 처음 등장했다. 참여정부는 자영업 대형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내놨다. 대형화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후에도 경쟁력 강화, 한계 자영업자 퇴출 유도를 기조로 한 정책이 이어졌다. 자영업자 보호와 지원 정책이 등장한 것은 2011년 이후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규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이 추진됐지만 정책 효과는 분명치 않다. 이렇게 자영업 정책은 어설프게 진화했고,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예전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경쟁력을 갖춘 자영업자들까지 한계에 내몰렸다. 탄탄하게 수익을 내며 크고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연예인들도 문을 닫는다. 서울 강북에서 오리집을 운영하는 최금순씨(63·가명)는 ‘카드깡’까지 했다. 최씨는 “일단 그래도 버티고 싶다”고 했다. 닭갈비, 꼼장어를 팔며 20년 넘게 장사만 해왔다. 장사가 안 될 때도 있었지만 늘 먹고살 만큼은 벌었다. 멀쩡하던 사업이 재난으로 폐업 문턱까지 갔다면 정부는, 그리고 국회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표지 이야기
[시네프리뷰]미성년-우유부단하고 미성숙한 우리들의 자화상(2019. 04. 08 15:21)
2019. 04. 08 15:21 문화/과학
<미성년>은 극을 이끄는 두 고등학생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우유부단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미성숙의 자화상을 대유하는 단어다. 제목 미성년 (Another Child) 제작연도 2019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96분 장르 드라마 감독 김윤석 출연 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 김윤석 개봉 2019년 4월 1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주)쇼박스 영화계 소식에 그리 큰 관심이 없는 관객이라면 눈을 의심할 수도 있겠다. 포스터에 실린 ‘감독 김윤석’이란 정보가 뜻밖이기 때문이다. 설마 그 배우인가? 아니면 동명이인인가? 모두가 알고 있는 그 배우 김윤석이 맞다. 배우로서 충분한 인정을 받고 있는 그가 적잖은 나이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평소 그의 출연작 면모로 본다면 <미성년>이라는 도발적 제목에서 꽤나 거칠고 사나운 사회성 드라마를 상상해볼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정적이며 섬세하기까지 한 멜로 코미디다. 다시 한 번 놀라게 되는 의외의 지점이다. 그동안 스크린을 통해서만 봐왔던 배우 김윤석의 새로운 면모와 인간적 내면을 여실히 실감할 수 있다. 한 집안의 평범한 가장인 ‘대원’(김윤석 분)은 오리고깃집을 운영하는 ‘미희’(김소진 분)와 연인관계다. 미희가 임신을 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내밀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고등학교 우등생인 대원의 딸 ‘주리’(김혜준 분)가 이 사실을 눈치챘다는 것이다. 주리는 어떻게든 이 끔찍한 현실을 홀로 수습해보고자 전전긍긍하지만 어림도 없다. 더구나 미희의 딸 ‘윤아’(박세진 분)가 같은 학교 동급생으로 반항기 넘치는 문제아라는 사실은 치명적 걸림돌이 된다. 현실적 소재의 영화적 각색 영화 <미성년>은 엄밀히 분류해 ‘불륜극’이다. TV를 통해 방영되는 거의 모든 드라마의 소재라 해도 과언이 아닌 데다 우리 일상에서도 심심찮게 목격되는 사건이니 매우 통속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존의 불륜극들이 선택하는 연애의 감정이나 이를 둘러싼 급진적 소동을 다루지 않는다. 이미 화려하고 뜨거운 감정이 휩쓸고 난 뒤 냉혹하고 고통스러운 수습국면을 얄밉도록 담담하게 쫓는다. 더구나 하나의 불륜을 눈치채는 것이 당사자들의 두 아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통념적으로 대학입시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자신의 학업역량을 고취시켜야 할 아이들은 철없는 어른들의 불장난 탓에 예상치 못한 일생일대의 난관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정하고 싶은 진실은 담배연기처럼 스멀스멀 주변으로 퍼져나가 모든 주변인들의 숨을 턱턱 틀어막는다.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상황과 촌철살인의 대사들은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데 효과적으로 쓰인다. 배우 출신 감독답게 적재적소에 기막히게 포진시킨 배우들의 매력을 보는 재미도 크다. 후반에 이르러 돌출되는 ‘죽음’이라는 화두는 영화의 흐름을 크게 뒤흔드는 변곡점이 된다. 이를 기점으로 이야기는 노골적인 판타지로 돌변하는데 이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적 변화의 당위로서는 유용하지만 관객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지점이 영화 <미성년>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현실적인 소재와 공감 가는 인물들의 내면을 쫓고 있지만 이는 허구이고 그것을 구현하는 데 영화적 기교들이 활용된 것이다.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은 각각의 딜레마와 고통 속에 버거워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판타지로 규정되고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감정은 현실에 머문다. 배우 김윤석의 성공적 감독 데뷔작 감독 김윤석은 이 작품을 ‘나비처럼 날아올라 벌처럼 쏘는 영화’라고 스스로 정의한다. 충분히 납득이 되면서도 ‘감독’이라는 수식이 낯선 ‘배우’의 존재만큼이나 어색하게 읽히는 게 사실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처음 시작처럼 두 명의 여고생들 입장에서 마무리된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 체득하게 되는 교훈과 그것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기억’이라는 가치에 대한 철학적 교훈까지 넌지시 건넨다. 결국 예상대로 제목 <미성년>은 극을 이끄는 두 고등학생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우유부단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미성숙의 자화상을 대유하는 단어다. 연장선상에서 보도자료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탈무드의 교훈 한 줄에 유난히 마음이 간다. “사람은 누구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로서 나이를 한 살씩 더 먹는 것뿐이다.”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고 최대한 이성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결국 무너지고 마는 영주는 성당을 찾아가 고해성사를 하며 울먹인다. “제가 미워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나쁜 사람들이면 좋겠어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적잖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대사다. 기존의 배우 이미지를 차치하고라도 신인 연출가가 내놓은 첫 작품으로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로 평가받을 만한 영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 김윤석과 송강호 영화계에서는 ‘대체 불가’란 말을 종종 쓴다. 작품 속에서 보여준 어떤 배우의 캐릭터나 외모의 독특함이 워낙 커서 다른 배우로는 상상이 불가한 경우를 일컫는다. 한국의 대표 영화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김윤석과 송강호는 공교롭게도 비슷한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다. 연령대나 외모의 분위기도 그렇지만 두 사람이 맡아온 배역들의 색깔도 비슷하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최고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대체 가능’의 묘한 관계로 인식되기도 한다. 경향DB 흥미로운 점은 무명시절 함께 자취를 했을 정도로 두 사람은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는 점이다. 가난한 배우생활에 염증을 느껴 낙향한 김윤석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배우의 길에 불러들인 것이 송강호였고, 또 송강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 <넘버 3>에서의 말더듬이 건달 ‘조필’ 캐릭터는 실생활의 김윤석의 모습을 차용한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작품이 없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둘 다 연극무대에서 배우를 시작했고 오랜 연기생활을 거치다보니 자연스럽게 연출에 대한 의욕이 있다는 소문이 돈 지는 꽤 되었다. 김윤석은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배우의 절반은 자신의 작품을 연출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다만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찾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가 관건이라고…. 그런 김윤석의 연출 데뷔가 실현됐다. 이로써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에 있어서는 늘 ‘따로 또 같이’ 함께할 수밖에 없을 라이벌이자 친구인 송강호보다 한 발 앞서게 되었다.
시네프리뷰

레이디경향(총 1 건 검색)

직접 그린 자화상 ‘바보야’로 화제 모은 김수환 추기경
2007. 11. 21 화제
올해 85세인 김수환 추기경이 직접 그린 자화상이 공개됐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동성중·고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전에서다. 김수환 추기경의 자화상 ‘바보야’를 통해 그가 전하는 참뜻을 헤아려본다.김수환 추기경이 자신이 직접 그린 자화상 ‘바보야’ 앞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혜화동 주교관서 하루 만에 그린 작품들 오랜만에 김수환 추기경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0월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린 동성중·고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전에서였다. 김수환 추기경은 1941년, 동성중·고등학교의 전신인 동성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인연으로 기념전에 참석하게 됐다. “추기경님이 연로하셔서 몸 상태가 좋지만은 않아요. 다행히 오늘 컨디션이 좋으셔서 이렇게 기념전 개막 행사에 참석하시게 된 거지요.” 이번 기념전의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익대 미대 한진만 학장의 말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컨디션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후배들이 정성스레 마련한 의미 있는 전시회이기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라도 참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번 전시에 드로잉 14점과 평소 아끼던 글을 쓴 판화 7점을 내놨다. 모두 지난 5월 30일에 그린 작품들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번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동성중`?고등학교 동문인 후배 셋이 찾아와 그림을 청했기 때문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우리 동문들의 마음을 모아서 만든 기념전이므로 뭘 그려도 그려야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화상 종이 위에 유성 파스텔. 2007년.(사진 왼쪽) 옛집종이 위에 유성 파스텔. 2007년.한진만 학장을 통해 김수환 추기경이 그림 그리던 날의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추기경님께서 머물고 계시는 서울 헤화동의 주교관에서 5월 30일에 그리셨어요. 아주 즐거운 분위기에서 그리셨답니다. ‘이런 거 그리시면 어떨까요’라고 제안드리기도 하면서요. 추기경님께서 연로하셔서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유성 파스텔을 오래 못 들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중간 중간 쉬시는 동안 팔을 주물러드리곤 했어요. 몸은 불편하셔도 정신은 얼마나 맑은지 모르세요. 유머 감각도 뛰어나시고요.”정직하고 성실하게, 어려운 이웃 도우며 살아야 전시회 개막 행사가 시작되기 20여 분 전,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의 자화상 ‘바보야’ 앞에서 작품 설명을 해주었다. 동그란 얼굴에 눈, 코, 입 등을 단순하게 그린 그림이 자화상 ‘바보야’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김수환 추기경은 “‘아이고 미련스럽다. 이걸 무슨 작품이라고 내놨나’ 할 사람들이 많을 거다”라면서 부담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자화상 제목을 왜 ‘바보야’라고 쓰셨느냐”고 묻자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자신을 가리키며 “바보같이 안 보여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그는 “자화상 안의 내 모습이 바보같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28cm×26cm. 9판 9색. 2007년(김수환 추기경이 평소 아끼던 글을 직접 쓰고, 그 글을 받아서 홍익대 미대 판화과 임영길 교수가 판화 작품으로 제작한 것).“내가 잘났으면 뭘 그렇게 크게 잘났겠어요. 다 같은 인간인데…. 안다고 나대는 것이 바보지. 그런 식으로 보면 내가 제일 바보스럽게 살았는지도 몰라요.” “자신의 그림 중에 뭐가 제일 마음에 드시느냐”는 질문에 그는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대신 판화에 적은 글귀는 모두 좋은 글들이라고. 이어 그는 자신이 판화에 적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는 구절을 읊조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게 괜찮은 삶인지, 귀감이 될 만한 말씀을 부탁드렸다. 김수환 추기경은 “그거야 누구나 아는 얘기 아닌가”라면서 “사람은 정직하고, 성실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줄 알고, 양심적으로 살아야 해요. 그걸 실천하는 게 괜찮은 삶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1922년 독실한 가톨릭 집안의 막내로 태어나 1951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한국 최초의 추기경이 됐던 김수환 추기경. 그동안 좋은 말씀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주었던 그가 이제는 그림으로 감동을 주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을 꼭 빼닮은 순수한 그림들을 보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듯하다.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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