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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1,014 건 검색)

상도 14·15구역 아파트 4405가구 재개발…장안평에 36층 오피스텔
2024. 12. 25 14:03지역
... 동작구 상도14구역 재개발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 동작구 상도14·15구역이 재개발돼 아파트 총 4405가구가 들어선다. 서울시는 지난 24일 열린 제14차 도시계획위원회 신속통합기획 정비사업 등...
용산 한남3구역 재개발 ‘시동’…5988가구 건립
2024. 12. 24 20:49지역
... 이르는 서울시내 최대규모 재개발사업장이다. 기존 주민 중 96%가 이주했고, 2026년 착공을 목표로 재개발을 추진해 왔다. 서울시 도시재정비위 심의에서는 지하 7층, 지상 22층 규모의 아파트를 127동...
부동산 시장은 지금
서울 최대 재개발 ‘한남3구역’, 6000가구 미니신도시 들어선다
2024. 12. 24 10:55지역
... 서울시 내 최대규모 재개발사업장이다. 기존 주민 중 96%가 이주했고, 2026년 착공을 목표로 재개발을 추진해 왔다. 서울시 도시재정비위 심의에서는 지하 7층, 지상 22층 규모의 아파트를 127동...
천연동·목4동·면목5동 등 3곳, ‘모아타운’ 재개발 확정
2024. 12. 20 11:15경제
... 밀집한 지역이다. 노후건축물 비율이 87.4%, 반지하 주택 비율이 45.8%에 이른다. 모아타운으로 재개발되면 현 352가구에서 154가구 늘어난 총 506가구(임대 125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조성될...

스포츠경향(총 78 건 검색)

‘추적60분’ 위기의 모아타운,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골목길 주인만 160명, 시세차익 60억
2024. 06. 13 21:24 연예
KBS 오는 14일 오후 10시 KBS1 ‘추적60분’ 1369회는 ‘위기의 모아타운,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편이 방송된다. 2022년 1월 서울시가 ‘모아주택·모아타운’ 정책을 발표한 이후 2년 5개월이 지났다. ‘모아주택’은 가로주택정비 등의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방식을 활용, 저층 주거지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이 모아주택을 블록 단위로 모아 개발하는 것이 모아타운 사업이다. 기존의 재개발 방식으로는 개발이 힘든 지역에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규제를 완화해 신속한 재개발을 하겠다는 서울시의 모아타운 사업. 하지만 일부 모아타운 대상지에서는 투기 세력의 등장과 주민들의 갈등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고 한다. 모아타운을 둘러싼 논란과 투기 의혹 등 모아타운의 실태를 ‘추적60분’에서 추적한다. 서울 서대문구 옥천동의 한 골목길. 1,841㎡(약 550평)의 좁고 오래된 골목길의 소유자는 무려 130명에 달한다. 2023년 8월, 기획부동산 업체 9곳과 개인 1명이 골목길을 16억 원에 구매해, 3개월 만에 60억 원 가까운 차익을 남기고 130명에게 되판 것이다. 기획부동산 업체들은 해당 도로가 포함된 지역이 모아타운 선정 가능성이 높아 추후 재개발이 진행되면 비싼 값에 되팔릴 것이라 홍보했다고 한다. 모아타운이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거래된 골목길, 이 골목길을 판매한 업체들의 정체는 무엇이며, 쪼개진 골목길을 구매한 사람들은 또 누구일까? KBS 중랑구 묵동 화랑마을에 모아타운 추진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붙었다. 현수막에는 주민 동의율 50%를 달성했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일부 마을 주민들은 모아타운 추진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현재 화랑마을 주택들은 재개발할 정도로 낡지 않았으며 높은 공사 분담금을 부담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재개발의 사업성도 문제다. 실제로 모아타운 후보지인 묵동과 인접한 이문동의 여러 재개발 구역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지만 아직 미분양 된 세대가 100여 개가 넘는다. 매년 오르는 공사비에 따른 분담금 부담과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큰 아파트 분양 시장, 주민들이 개발을 망설이는 이유다. 모아타운은 좁은 골목과 노후화된 주택 등 저층 주거지 주민들을 위한 재건축 사업이지만 강남의 역삼지역도 모아타운 열풍을 피해 가지 못했다. 모아타운 후보지로 언급되는 역삼2동은 넓은 도로와 신축 주택이 많은 곳이지만 서울시의 완화된 규제 덕분에 모아타운 사업에 지원할 수 있었다. 일반 재개발 사업에선 30년인 노후 건축물 기준을 20년으로 낮추고, 대상지 내 노후도 기준도 60% 이상에서 50%로 낮추는 등, 서울시는 모아타운 추진에 관한 요건들을 대폭 완화했다. 이 때문에 재개발이 시급하지 않은 지역까지 모아타운 대상지로 추진되고 있다. 또 역삼2동 주민들은 투기 세력들이 투기를 목적으로 모아타운을 추진 중이라고 말한다. 주민들이 말하는 투기 세력들이란 과연 누구일까, <추적60분>은 그 실체를 추적해 보았다. 2024년 5월 9일 노원구청 앞에서 모아타운 대상지 취소를 외치는 월계동 주민들의 집회가 열렸다. 재작년, 월계동은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 지역 일부 주민들은 임대수익만으로 살아가기에 모아타운을 반대한다. KBS 모아타운 사업 대상지 선정 방법은 주민들이 직접 신청하는 주민 제안 방식과 자치구가 신청하는 자치구 공모 방식으로 나뉜다. 2022년 10월 노원구는 서울시의 모아타운 공모에 월계동을 신청했고, 서울시는 심의를 거쳐 월계동을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뒤늦게 항의했지만 노원구청에선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주민도 모르는 사이 월계동이 모아타운으로 선정된 까닭은 무엇일까? 현재 모아타운 대상지는 서울특별시 25개 자치구, 총 93곳에 달한다. 노후된 주거지에 사는 주민들을 위한 재개발이라는 애초의 목적과는 달리 투기 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주민들의 의사가 수렴되지 않는 사업 진행 등 주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모아타운. 이 정책의 실상을 파악하고 개선 방법은 무엇인지 <추적60분>에서 고민해 본다. ‘추적60분’ 1369회 ‘위기의 모아타운,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편은 14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KBS
재개발·재건축’시공사, 조합에 ‘공사금액 증액’ 공문 발송 ‘가격 오를까’
2024. 02. 09 10:29 생활
건설 자잿값 및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전국 곳곳의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인상을 놓고 시공사와 조합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최근 조합에 공사비를 기존 2조6천363억원에서 4조775억원으로 올려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3.3㎡당 공사비가 ‘54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50% 넘게 오르는 셈이다. 기존 공사비는 2019년 5월, 조정된 공사비는 ‘작년 8월’ 기준 산출된 것이다. 현대건설은 물가 변동과 46개동·5천440가구에서 50개동·5천2가구로 설계를 변경한 것을 반영해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조합 측은 공사비 협상단을 꾸려 3월 말 착공을 목표로 현대건설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문자를 최근 조합원들에게 보냈다. 현대건설은 최근 부산진구 범천 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에도 기존 3.3㎡당 539만원이던 공사비를 926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조합 측은 공사비 증액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3년 새 ‘72%’ 인상은 과도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에서는 부산진구 촉진2-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던 GS건설이 조합 측에 공사비를 3.3㎡당 549만원에서 987만원으로 증액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조합과 갈등을 빚다 작년 6월 시공 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장도 공사비 인상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가 수개월째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지난해 3.3㎡당 공사비를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조합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작년 12월 조합이 개최한 공사계약변경 약정체결 총회에서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오면서 증액안이 부결된 상황이다.
‘역사저널 그날’ 전두환의 목동 재개발, ‘이 법’ 하나로 분양가 천정부지로?
2023. 09. 01 10:59 연예
KBS 오는 3일 오후 9시 40분 KBS1 ‘역사저널 그날’은 전두환 군부 독재정권 시절의 서울 개발을 살펴본다.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올림픽이 유치되고, 국제대회 개최를 앞둔 전두환 정권은 서울 재정비에 들어간다. 전 세계에 보여질 서울의 모습을 위해 도시 개조사업에 착수한 것이다. 이에 전두환은 ‘10년 내 주택 500만 호 건설’ 공약을 발표한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 보장을 명목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것!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건설 계획이었다. 1970~80년대 대한민국에 불어온 아파트 건설 붐. 이 시기에 도시 내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 개발 지구가 있다. KBS 만약 1986년으로 돌아간다면 당신이 살고 싶은 곳은 어디?! 이광수 부동산 전문 애널리스트가 소개하는 세 가지 매물을 보며 패널들은 서로 의견이 갈렸다. 열띤 토론의 장이 열린 스튜디오. 과연 이 매물들은 어느 곳이었을까? 어마어마한 물량의 500만 호 주택 건설 계획. 막대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서울 도심 곳곳이 개발 지역으로 선정되고, 전두환 정부는 그중 목동과 신정동 일대에 토지 공영개발 방식을 도입한다. 토지의 수용부터 분양까지 정부의 일괄적인 주도 아래에서 개발을 진행하겠다는 것. 개발의 중심에 있었던 목동 거주민들은 내 집 마련의 꿈에 부풀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사뭇 달랐다. 전두환 정권은 탱크처럼 목동 신시가지 개발을 밀고 나간다. 그 배경에는 1980년 12월에 제정된 ‘이 법’이 있었다고 한다. 한편 서울시는 한 달 만에 목동에 고급 아파트를 짓겠다며 말을 바꾸고, 기존 계획보다 넓어진 평수에 아파트 분양가는 상승하게 된다. 정작 판자촌 주민들은 이곳에 입주하기 어려워진 상황.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리게 된 이들은 생존을 위해 거리로 나선다. KBS 3일 일요일 저녁 9시 40분, 시청자와 함께 달려온 ‘역사저널 그날’은 424회 ‘전두환, 목동 아파트를 짓다’편에서 부동산 투기와 독재 정권의 관계를 알아본다. KBS
[최의창 기고] 체육인재개발원, 한국체육위한 인력발전소 되어야
2022. 03. 21 09:03 스포츠종합
최의창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겸 서울대 스포츠진흥원장지난 3월 18일 전남 장흥에 대한체육회의 대한민국체육인재개발원 기공식이 있었다. 313억 원을 들여 교육동, 숙소동, 체육관 및 종합운동장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최초 체육인 전문교육센터 설립의 첫 삽을 뜬 것이다. 200명이 동시에 숙박 가능하며, 연간 약 10만 명의 교육생을 받아들일 수 있다. 체육전문인력 양성을 담당하는 독립된 전문역량개발 기관은 한국체육사에 처음이다. 영국, 일본, 호주 등 스포츠전문인 교육 선진국에서도 이 같은 규모의 전문교육기관은 없다. 진천선수촌, 국립체육박물관, 그리고 체육인재개발원, 이 세 기관은 규모면에서 국제적 상대를 찾아볼 수 없다. 진천선수촌은 엘리트선수들을 위한 전문훈련장이다. 국립체육박물관은 전 국민을 위하여 자랑스런 체육 유산을 전시하는 문화체험장이다. 체육인재개발원은 우수한 체육 관련 전문인력을 키워내는 인재교육장이다. 개발원은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양한 방면에서의 뛰어난 자질을 지닌 체육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국내에서 그 체계적 교육과 양성을 위한 본격적 시스템을 준비한 것이다. 그동안 파편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진행된 많은 연수와 실습들을 하나의 장기적 체계 속에서 구체적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내용과 방식으로 새롭게 제공해야 한다. 앞으로 개원까지는 2년이란 시간이 남아있고, 이미 기본적인 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해놓고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뛰어난 전문성을 지닌 미래 체육 리더 양성의 메카로 우뚝 서기 위한 최소한의 운영방향과 기준에 대하여 스포츠교육적 의견을 내어본다. 첫째, 엘리트 경기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교육 위주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문체육인을 위한 전문교육과 함께, 누구나 스포츠애호가가 될 수 있도록 국민 기초교육의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둘째, 양적 성과가 아니라 질적으로 수준 높은 교육이 추구되는 곳이어야 한다. 이미 넘쳐흐르는 기존 연수와의 차별성을 교육의 질과 수준, 그리고 세밀한 다양성에서 찾아야 한다. 셋째, 세계 스포츠교육의 허브,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국제화되어야 한다. 개원 5년 이내에 최신의 체계적 스포츠 기술과 지식을 전문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곳으로 본격적 각광을 받도록 준비해야 한다. 먼저 아시아지역에서의 스포츠지도자 양성을 위한 전문교육체계를 구축한 후, 유럽과 북미, 그리고 개발도상국들로 점차 확산시켜나가야 한다. 넷째, 체육의 의미와 가치는 문학, 예술, 역사, 철학 등의 인문학적 접근으로 더욱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스포츠 리터러시를 기르는 스포츠문학, 스포츠미술, 스포츠음악, 스포츠윤리, 스포츠영화 등의 인문적 융합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다섯째, 본원의 교육효과 최대화와 지속성을 위해서 시·도에 분원이 설치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한체육회는 주로 경기인만을 대상으로 메달 획득과 훈련 지원에 집중하는 선수양성소로만 각인되었다. 앞으로 체육인재개발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대국민 인식과 관계 개선의 호기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대한체육회가 매달려온 훈련과 메달의 두 기둥에 교육의 축이 새롭게 더해짐으로써, 새로운 정치의 시작과 함께 새로운 한국체육을 갈망하는 국민과 스포츠애호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될 것이다. 부디, 체육인재개발원이 대한체육회를 위한 신의 한수, 한국체육을 위한 인력발전소가 되기를!
최의창 체육인재개발

주간경향(총 23 건 검색)

최형욱 부산 동구청장 “북항 재개발로 새로운 도약 발판 마련”(2022. 01. 07 15:26)
2022. 01. 07 15:26 사회
‘100년을 준비합니다. 부산 미래 대표도시 동구’ 최형욱 부산 동구청장을 인터뷰하러 가는 KTX에선 부산 동구를 홍보하는 영상이 방영되고 있었다. 부산의 미래 대표도시 동구라…. 부산 출신들에게 ‘동구’와 ‘미래도시’는 낯선 단어의 조합이다. 부산 동구는 중구, 서구와 함께 대표적인 원도심이기 때문이다. 부산 동구청 제공 사실 부산 동구는 역사가 깊다. 무엇보다 부산(釜山)이라는 지명이 이곳에서 시작됐다. 해변에 증산이라 불리는 야트막한 산이 있는데 바다에서 보면 마치 솥뚜껑(釜)을 엎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해서 부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조선시대 자그마한 포구였던 부산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6·25전쟁 직후에는 피란민들이 산복도로로 밀려들었다. 그중에는 국민화가 이중섭도 있었다. 1980년대 이후 부산 동구는 여느 원도심이 그렇듯 빠르게 공동화로 치달았다. 쇠퇴하기만 하던 동구가 반등의 계기를 잡은 것은 북항 재개발이었다. 부산역에 면한 재래부두를 전면 재개발하는 이 사업은 부산의 역대 최대개발사업으로 불린다. 수년 내 많은 마천루와 문화·상업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이곳은 해운대 혹은 인천 송도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변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우려도 있다. 북항 재개발의 낙수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원도심과의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부산역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 최형욱 청장은 “북항의 고층 주거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해양경관을 독점하게 되면 원도심 주민들의 조망권마저 심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북항 개발로 얻은 수익이 원도심에도 돌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구청에서 최 청장을 만났다. -청장 임기 마지막 해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한 75점 정도 되지 않을까? 80점은 너무 우수하고. 아직도 못한 것들이 있다. 공약이행률이 75%쯤 된다. 주민들이 공약이행률을 감안해 그 정도 점수를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역화폐를 발행해 지역경제에 보탬에 되도록 한 것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총 430억원을 발행했는데, 전액 지역에서 소비했다. 기초지자체는 큰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이 도시에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에서 불편한 것들을 찾아내 하나둘씩 제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지방자치혁신대상을 수상했다. 민원기동팀이라는 제도를 둬 민원이 들어오면 즉각 119 출동하듯이 출동해 현장 파악하고 소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것이면 즉각 해결해주거나 1주일 안에 어떻게 민원이 돌아가고 있는지를 피드백해주는 제도인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식으로 1500건 이상 주민 민원을 해결했다.” -예를 들면 어떤 민원이 있었나. “대표적으로 버스 교통정보 안내시스템을 설치한 거다. 또 부산 동구가 고령형 도시이다 보니 비탈진 경사가 많은데 여기에 미끄럼을 방지해 보행환경을 개선했다. 인도가 없는 길에는 인도를 만들었다.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들이었다.” 북항 조감도 / 부산 동구청 제공 -과거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을 오래 했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됐나. “맞다(웃음). 보좌관 6년, 시의원 8년을 했다. 행정은 충돌하는 게 많다. 예를 들어 주차단속도 해달라는 민원과 하지 말아달라는 민원이 서로의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충돌한다. 그 이해관계를 어떻게 적절히 소통해가며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구청이 해결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큰 물리적 충돌 없이 하나하나 해결하는 게 기초지자체의 역할이다. 얼마 전에 재건축 때문에 쫓겨나야 하는 세입자의 집단 민원이 있었다. 쉽지 않았지만 시공사를 직접 만나 통 크게 해결했다. 구청장 집무실 문을 항상 개방해놓고 있는데, 언제든 주민들이 필요로 하다면 만남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근 행정 성과가 좀 나오나. “부산 동구는 전국 자치구 중 65세 이상이 가장 많다. 출생률이 가장 낮은 곳인데 이번에 출생률이 8위가 됐다. 고령화 지수도 몇단계 개선했다. 아이들이 편하게 마음껏 뛰놀 수 있으면서 자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동구에 12개 동이 있는데 동별로 어린이놀이터 하나씩 만들고 있다. 실외놀이터를 만들 수 없으면 실내놀이터라도 만들고 있다. 네군데를 조성했는데, 수정산 쪽에 좀 큰 규모의 신개념 놀이터를 조성 중이다. 통학버스도 운영하고 있는데 광역시 차원에서는 우리가 거의 처음일 거다. 도심 외곽에서 운행하는 통학버스는 있지만 도심 내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일단 2개 초등학교에서 하고 있다. 출생률이 낮고 인구가 적으면 폐교가 늘고, 통학 거리는 길어진다. 아이들이 학교 다니기가 불편하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한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동구는 원도심이 많아 도시재생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 “도시재생을 하려면 부동산 취득과 매매를 잘 알아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를 별도로 뽑아 운영하고 있다. 문화기획을 위한 문화기획전문관과 도시재생을 위한 도시재생전문관도 뒀다. 신도시처럼 잘 짜인 도심이 아니고 오랜 기간 누적돼 생긴 문제가 많기 때문에 풀기가 쉽지 않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90억원 규모 도시재생기금을 조성했다. 비단 우리뿐 아니라 서울 중구, 종로구 등 각 도시를 보면 중심에 있는 원도심은 오랜 기간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도심은 오랜 기간에 걸쳐 퇴락해왔다. 단기간 내 예산을 투입한다고 확 바뀌지 않는다. 1년 단위로 사업을 하면서 1년 단위로 예산을 확보하면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재생기금을 조성했고, 장기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폐가 정비나 사회주택 건립 같은 거다. 최근 1700억원 규모의 좌천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유치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통과했고, 곧 착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동구의 이바구길은 전국적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2010년 산복도로르네상스를 할 때 그 첫 사업을 초량 중심으로 전개했다. 그때 만든 길이 초량 이바구길이다. 산복도로르네상스는 전액 부산시비로 연간 150억원씩 10년간 150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지만 한계도 많이 드러냈다. 예산사업의 한계인데, 거점을 지어놓고 나면 끝이었다. 나중에는 유지 관리하는 데 비용이 뒤따르게 됐고, 지역주민들의 삶과 유리됐다. 이바구길2.0은 거점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뛰어넘으며 주민들의 삶과 함께 가는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이 참여하고 협동조합, 마을기업을 구성해 본인들의 경제재생까지 하는 거다. 도시재생은 단순한 공간재생뿐 아니라 경제재생, 문화재생까지 결합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16년간 방치해온 부산진역 폐역사도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있다. 시민마당으로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동구가 가진 뷰포인트를 확대하려 한다. 이바구길에는 명란브랜드연구소가 있는데 명란을 베이스로 여러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여기서 명란 관련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한다. 이곳을 중심으로 몇군데 가게가 생기면서 지역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웹툰이바구길 / 부산 동구청 제공 -전통시장을 웹툰과 접목한 성북전통시장 웹툰길이 인상 깊었다. “만화체험관은 황미나 작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복원했다. 성북시장 웹툰은 젊은 작가들이 그렸다. 인근에 있는 좌천초, 좌성초 등 2개교가 폐교했다. 이중 좌천초교를 매입했는데 이곳을 주민 어울림파크로 만들 생각이다. 여기에는 문화예술 관련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일종의 스튜디오도 넣고, 필요하면 청년작가들을 위한 주거공간도 넣을까 한다. 이러면 성북웹툰시장의 만화체험관, 만화카페, 책마루전망대, 좌천 어울림파크가 5분 거리에서 묶이는데 이곳을 창작 공간화하려고 한다. 좌천초 지하에는 100대의 차량이 들어가는 주차장을 조성해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쓸 예정이다. 이 지역을 젊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활력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북항 재개발에 거는 기대가 클 것 같다. “북항의 80%가 동구에 속한다. 1단계 사업으로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영상미디어지구, 복합사업업무지구, 복합환승센터, 행정복합타운 등이 들어선다. 2단계로 들어가면 제일 큰 게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다. 현 부산역 좌측의 5부두를 부산세계박람회 장소로 쓸 예정이다. 55보급창 7만평도 환수받아 시민체육공원으로 조성할 생각이다. 문제는 자칫하면 북항과 원도심 사이가 부산역으로 막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철도를 지하화하고 지상으로 사람들이 북항과 원도심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부산역 지하통로를 만들어 북항과 원도심을 잇는 방법도 있지만 부산역 좌측 편으로 초량천이 지나간다는 게 문제다. 아예 부산역을 부산진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산역에서 부산진역까지는 철도시설을 걷어버리면 지상으로 연결할 수 있어 복잡하게 지하를 파네, 안 파네 얘기할 것도 없어진다.” 성북 전통시장 웹툰길 / 부산 동구청 제공 -부산에 최근 고층빌딩이 많이 들어서면서 산복도로에서도 바다가 안 보인다. “전국에서 70층 이상 건물이 가장 많은 데가 부산이다. 북항 업무지구에도 70층짜리 고층건물이 많이 들어설 예정이다. 상업지구라 용적률이 1000%다. 이렇게 되면 산복도로의 바다 쪽 전망이 현저하게 안 좋아진다. 산복도로에 사는 분들은 그래도 넓은 바다 보는 거로 살았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고 지난해부터 (부산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항재개발지역을 ‘누구나 슬리퍼 신고 가서 즐길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금 상태라면 중심사업업무지구에도 레지던스(주거시설)가 다 들어온다. 이렇게 되면 일부 사람들이 해양경관을 독점하는 일이 생긴다. 이건 안 된다. 애초에 북항 개발은 시드니모델, 두바이모델 등 2가지 안이 있었다. 지금은 시드니처럼 친수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아니고, 두바이처럼 금융·지식산업이 들어서는 것도 아니다. 자칫하면 아파트가 즐비한 제2의 센텀시티가 된다. 여기는 부산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 친수공간이다. 우리는 반대한다. 부산시가 이미 건축허가를 다 내줬고, 구청이 막을 방법은 없더라. 돈이라도 내놓으라 했다. 모두 300억~400억원을 기부받아 원도심 주민들을 위한 건강센터 등 필요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지난해 두군데 착공했다. 후속 협의가 되는 대로 산복도로 주민들을 위한 기초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산복도로에는 1인 노인들이 많이 살 텐데. “산복도로는 1인 가구가 40%가 넘는다. 대부분 고령자다. 만약 이분들이 요양병원에 가면 그 집 자체가 빈집이 된다. 산복도로는 구릉형이어서 계단이 많고, 어르신들이 생활하기에 주거여건도 굉장히 열악하다. 산복도로보다 교통이 편한 곳에 사회주택을 지으려 한다. 사회주택은 어르신 여럿이 함께 모여 살되 개인 공간을 보장하는 형태다. 커뮤니티룸을 별도로 둔다. 이러면 간호사나 복지사가 이분들 건강을 체크하는 것도 쉬워지고, 어르신들도 의료서비스를 받는 게 편해진다. 산복도로를 북항에서 괜찮은 직장을 갖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바꾼다면 훨씬 활기가 돌 거다. 도심형 타운하우스 개념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 사회주택은 부지가 나는 대로 매입하고 있다. 안창의 9세대는 거의 완공했다. 좌천초 29세대는 도시재생기금으로 관련 부지 매입이 끝났다. 여유가 되는 대로 많은 사회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줬더라. 재정적으로는 부담스럽지 않나. “아마 우리 구가 제일 선도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준 곳 중 한 곳일 거다. 불요불급한 사업을 안 하면 된다. 취임하자마자 부채 제로를 만들었고, 재정안정화기금도 100억원 조성했다. 내가 사업을 엄청나게 많이 하고 돈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아는 분들이 있는데, 재정 운용을 탄탄히 하니 비교적 빚 없이, 심지어 조금의 재정 여유를 가지고 각종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 적은 예산을 가지고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사업이 많다. 공폐가 정비, 노후 슬레이트 지붕 교체는 우리가 제일 많이 했을 거다. 재래식 화장실. 수세식 만드는 것도 구비 6억원 안에서 지원한다.” -구청장이 보는 동구의 미래는 어떤가. “부산에서 가장 쇠퇴한 구였지만, 북항 재개발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도시 브랜드를 바꾸는 등 장기 마스터플랜을 확정해 추진하고 있다. 다들 ‘해운대 해운대’ 하는데 교통편의로는 동구가 최고다. 다음번 동구를 찾으면 확 바뀐 모습에 놀랄지 모른다. 대선주자들에게도 대중교통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제안을 할 예정이다.”
[골목 내시경]정릉동-북한산 아래 재개발 아파트·달동네 공존(2021. 02. 19 14:41)
2021. 02. 19 14:41 사회
북악 능선의 북쪽 사면을 따라 흘러내린 곳에 정릉이 있다. 정릉은 조선을 연 태조 이성계의 둘째 왕비 신덕왕후 강씨의 능이다. 본디 지금의 덕수궁 주변에 있었다고 하는데 태조가 죽자 태종은 능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정릉 울타리를 둘러싸고 오래된 집들이 골목을 이룬다. 조선 태조의 둘째 왕비 신덕왕후의 능인 정릉을 중심으로 골목이 이어진다. 정릉은 북악산길을 따라가다가 교수단지 마을을 지나는 샛길로 내려오던가, 아리랑고갯길에서 갈라져 들어갈 수 있다. 정릉으로 가는 골목은 아리랑시장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과거의 영화는 어떠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동네 식당들이 이어진 흔한 식당 골목이다. 골목은 꽤 넓고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통로가 되고 있으나 팬더믹 사태로 풀 죽은 모습이 역력했다. 북악의 완만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비탈길을 거슬러 오르면 정릉 출입문이 보인다. 정릉을 둘러보려면 입장료 1000원을 내야 한다. 그래도 제법 많은 이들이 느린 걸음으로 능 유람을 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직후 피란민들 몰려들어 정릉은 동네 가운데 있어 평일에도 유람객들이 많이 찾는다. 정릉과 잇대어 교수단지라는 이름의 주택가 골목이 이어진다. 정릉의 묘역이던 곳이 1965년부터 민간에 매각되기 시작했고, 이곳을 서울대학교 교직원들이 주택단지를 만들어 교수단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나 지금이나 땅과 집을 둘러싼 다툼은 여전해 몰래 땅을 팔아넘겼다는 송사가 붙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지금처럼 주택가의 꼴을 갖추었다. 골목 안 집들은 잘 지은 양옥들이나 벌써 반세기 정도 세월이 지나 낡은 모습으로 쇠락은 피할 수 없었다. 골목은 좁고 오가는 이들의 걸음은 느리다. 정릉을 에워싸고 있는 서울 정릉동은 넓은 지역이다. 북악 능선과 북한산 능선이 만나는 정릉천을 건너서도 골목길이 펼쳐져 있다. 일제강점기 돈암동의 근대한옥단지 개발로 주택가가 정릉 부근까지 밀려왔지만, 산자락 대부분은 남아 있다. 정릉 골짜기 일대가 지금처럼 주택가로 들어선 것은 한국전쟁 직후. 정릉 토박이 노인은 “자고 나면 피란민들, 특히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 골짜기 골짜기에 판잣집을 지었다. 아주 새까맣게 몰려들었다”고 말한다. 비탈 사이로 질서 없이 골목길이 생기고 집들이 들어섰다. 비교적 최근에는 산을 끼고 있는 입지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땅값에 힘입어 정릉동 일대 곳곳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자고 나면 재개발이 시작됐고, 해가 지나면 높게 아파트가 올라갔다. 그래도 능선 자락 곳곳에는 여전히 낡은 블록집들이 버티고 있다. 비탈 계단을 오르던 노인은 “잊을 만하면 재개발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조합도 만들고 서명도 받고 다닌다. 그런데 사정이 좀 복잡하다. 국유지에 무허가로 앉아 있는 집들도 많고 건축 규제로 걸린 땅도 많아 더 이상 재개발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도 큰돈의 유혹에 사람들은 무모함을 멈추지 않는다. 정릉 능역 일부를 불하받아 만든 교수단지가 있다. 정릉에서 내부순환로가 지나는 정릉로를 건너면 북한산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정릉동의 오래된 골목이 있다. 산으로 뻗은 외길이라 길 끝에 시내버스 종점이 2곳이나 있는 외진 곳이었지만 삼양동으로 가는 터널이 뚫리면서 길음동과 미아동 일대의 아파트단지로 길이 이어지자 늘 차가 밀리는 번잡한 곳이 됐다. 마을이 자리 잡고 앉은 곳이 온통 능선과 구릉으로 주름진 곳이라 대부분의 골목은 가파르고 길들은 구부러졌다. 정릉우체국 근처가 시장통이라 붐볐으나 지금은 청수장으로 이어지는 큰길가에 간간이 마트들이 있어 장터거리의 분위기는 벗어났다. 우체국 뒤편 골목길은 한낮에도 한가한 모습이다. 80년대 이후 들어선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들이 대부분이고, 최근 지은 공동주택들도 눈에 띈다. 골목은 멈춘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변해간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무겁게 오르던 길은 택배 차량과 대형마트 배달 트럭이 오가며 찬거리를 내려놓고 있었다. 편해진 만큼 골목 안 사람들의 왕래도 줄어들었다. 골목엔 청년을 위한 공동주택도 있다. 청년 창업자를 위한 공동주택 골목 안에 꽤 독특한 이름의 공동주택이 보였다. ‘지금 도전숙(宿) 하하하’ 거창하게 ‘생각하다 도전하다 시작하다’라 쓰여 있는 공동주택은 청년 창업자를 위한 임대주택이라고 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주거공간을 제공해 젊은이들이 창업과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데, 도전숙이란 이름은 어떤 연유로 지은 것일지 궁금했다. 그래도 이 오래된 마을의 골목 안에 현실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오가는 모습은 좋은 풍경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한낮의 골목은 적막했다. 골목을 거슬러 올라간 능선에서 북한산 전체와 남으로 북악 능선 그리고 그 비탈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집과 길이 한눈에 보였다. 오래된 집들과 새로 세운 아파트.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겨운 지옥을 만들고 있는지 지켜볼 수 있다. 박경리 가옥 가는 골목 골목 안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어김없이 주차된 차들이 버티고 있다. 비번인 듯 개인택시도 몇대 보였다. 오래된 골목의 불편함이 드러나 보인다. 새로 지은 공동주택은 1층 주차공간에 일터로 나간 이들의 빈자리가 보였다. 오래된 연립주택 앞에서 지적도를 펼치고 대화를 하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헐고 새로 지으라는 업자와 집주인 같았는데 표정은 진지하고 심각했다. 청수장을 향해 가다가 봉국사를 지나 정릉천을 건너면 안내판 하나가 눈에 띈다. 간판은 서쪽 능선 골목길을 향해 있고 ‘박경리 가옥’이란 이름이 영어로, 한자로, 일본어로 적혔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원주로 가기 전까지 살던 집이 이곳에 있단다. 1965년부터 1980년까지 살았다고 하니 그의 작품 중 굵직한 것들을 엮어낸 산실이다. 골목 안 어느 집이 그의 집인지 도저히 알 수 없어 행인에게 묻자 손가락으로 알려준다. 박경리 선생을 골목에서 자주 만났다는 그는 “다 고치고 지금 그때 모습은 남아 있지 않다. 터만 남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라고 아쉬워했다. 불탄 채 방치된 양옥집과 경로당 사이에 대가의 집은 알맹이가 빠져나간 이름만으로 남아 있다. 완만한 비탈을 오르니 담벼락에 정릉 생명평화마을이라 쓰여 있다. 벽화의 흔적도 있는데 페인트칠은 벗겨졌고, 더러는 흉한 얼룩만을 남기고 있었다. 군데군데 남은 벽 그림들은 이곳을 스쳐 간 젊은 예술가들의 자취이다. 이곳에 사는 예술가들의 모습은 신문과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가난이 별로 불편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곳은 도시의 숨통이 됐다. 아직 달동네로 남아 있는 정릉 생명평화마을 골목 안 전봇대엔 간간이 월세며 전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싼 가격이다. 자본주의 세상이라 가격만으로도 시설이며 모습 따위를 짐작할 수 있다. 긴 가스통을 짊어진 배달부가 숨을 허덕거리며 비탈을 오르고 있었다. 구경꾼에게 뭘 살펴보냐고 묻던 노인은 “저 위로는 아직도 연탄 때는 집들이 있고, 아래로는 기름보일러로 고친 집도 있다. 방 두세칸짜리 마당 있는 집도 월세 20만~30만원이면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이 도시 어디서도 보기 힘든 싼값의 방이 그곳에 있다. 이제는 몇 남지 않은 서울의 달동네 중 가장 날 것의 모습이 이곳에 남아 있다. 옛 청수장 터는 국립공원 관리소로 북한산 아래 정릉 일대의 길과 골목은 모두 정릉천과 닿아 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모여 흐르는 곳을 따라 물길이 생기는 법이다. 예전 정릉천은 생활하수가 뒤섞여 차마 보지 못할 험한 꼴이었으나 지금은 하수관이 따로 정비돼 늘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사람들은 정릉천을 따라 북한산으로 오르거나 아니면 반대쪽 행로로 즐겨 걷는다. 천변에는 잘 정비된 길이 있고, 개천을 건너는 다리도 여럿 보인다. 정릉천을 따라가던 길이 끝나는 곳부터 북한산국립공원이 시작되는데, 그곳이 정릉 마을의 또 다른 상징인 청수장이 있던 곳이다. 정릉을 기억하는 이들은 대부분 청수장이란 명칭 또한 기억할 것이다. 말 그대로 물 맑은 곳에 있던 유원지 요정이었다. 청수장이 없어진 후에도 북한산으로 가는 길 입구에는 닭백숙집이며 고깃집들이 즐비했다. 청수장이 있던 터는 국립공원 안내소가 됐다. 지금 그 이름을 가진 고깃집이 길 아래 끝자락에 있다. 이 일대 골목 곳곳에서 종교시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크고 작은 교회들은 여느 마을과 마찬가지로 흩어져 있다. 가끔 가톨릭 수도사들의 수도원이나 수녀원이 골목에 숨어 있는 모습도 본다. 산 넘어 성북동 일대부터 정릉 골목 안까지 유난히 수도원이 많았다. 신덕왕후의 천도재를 지냈고 정릉을 지키는 사찰로 흥천사가 정릉 위 북악 능선에 있고, 정릉천 위 극락교 건너 경국사가 있다. 그런 큰절 외에도 골목의 끝자락 산과 붙은 곳에는 어김없이 작은 절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아마도 서울에서도 외진 곳에 산과 붙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을 주민 말로는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줄었다는데, 무당의 신당도 골목골목 많았다고 한다. 특히 국민대학교로 넘어가는 쪽으로 기가 세서 굿당이 많았다고 들려주었다. 그 흔적이 몇 군데 남아 북한산 자락을 끼고 골목 끝자락에서 인간 세상과 신들의 세상을 이어주는 굿당이 있었다. 정릉을 걷다 보면 도심과 떨어진 고요함과 산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도 거대한 산은 움직이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그 자락에 이리저리 얽힌 골목길은 세상사에 무심한 듯 조용하다. 정릉으로 향하는 골목 길가에는 고목이 된 버드나무 한그루가 버티고 섰다. 나무는 주변 건물에도 기죽지 않고 높이 가지를 뻗어 올려 당당한 기세를 펼치고 있었다. 버드나무는 그 특성이 입춘 지나면 곧바로 싹을 틔워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고 했다. 나무 아래서는 볼 수 없었지만 아마도 가장 높은 가지 끝에는 햇살이 내려앉아 쉬며 싹을 재촉하고 있을 것이다. 가지 끝 새로 뻗은 하얀 새 가지를 보니 곧 봄이 오겠거니 기대할 수 있다. 이제 곧 봄이 오면 조금 더 나은 날이 올 것이다.
골목 내시경
쪽방촌 재개발, 주민들은 불안하다(2019. 12. 16 15:10)
2019. 12. 16 15:10 사회
ㆍ서울 ‘양동 정비계획 변경안’ 통과, 세입자들이 살 집도 공급해야 “계세요?” 12월 9일 서울역 앞 남대문 쪽방촌. 노숙인 지원단체 활동가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재개발지구 쪽방 주민 주거대책 요구를 위한 <의견서> 접수’라고 써 붙인 천막을 치고, 각자 다른 쪽방 건물로 향했다. 정오 무렵이지만 건물 안은 어두컴컴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 문을 두드리던 찰나, 사람 하나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복도 끝에서 정모씨(70)를 만났다. 공동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곳에선 7년을 살았다고 했다. “여기 재개발되는 거 알고 계세요? 주민분들 의견 물으러 왔어요.” “그런 얘기는 못 들었어. 만약 재개발한다면 대책을 세워줘야지. 저쪽(인근 쪽방촌)도 그냥 다 쫓아낸 적 있잖아. 그럼 안 되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바로 옆 쪽방 건물. 2층으로 들어서는 문에 ‘문 좀 닫아주세요. 아이 추워’라고 쓴 종이가 눈에 띈다. 주민 송모씨(69)는 재개발 소식을 이웃과 복지시설 관계자에게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여기 거주했던 사람들 이사 비용 충분히 지원해줘야 해요. 돈 없어서 임대주택 못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거든. 여기선 의료봉사단이 나와서 건강체크도 하는데, 이사 가도 받을 수 있는 건가? 나이 많은 독거노인들이 특히 걱정이지.” 지난 10월 2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양동’은 남대문로5가동에 편입돼 사라진 지명이다.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은 1978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40년이 지나면서 ‘2025년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기본계획)’에 따라 달라진 환경을 반영해 정비계획이 변경됐다. 쪽방 풍경이 달라진다 양동 재개발구역엔 남대문 쪽방촌이 있다. 언론은 ‘남대문 쪽방촌이 개발이라는 큰 변화를 맞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구청은 11월 13일 정비계획 변경에 대한 재공람 공고를 하고, 한 달간 의견을 수렴했다. 양동 재개발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은 ‘소단위 정비형’ 방식을 도입했다. 기본계획에서 새로 정한 개발방식이다. 기본계획 보고서에서는 ‘전면 철거방식으로 인한 역사성·장소성 훼손’ 같은 기존 개발방식의 문제를 해소하고, ‘기존 도심의 산업·형태·기능 등을 유지·보존’할 필요에 따라 이 방식을 도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목적은 ‘장기간 사업 진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건축물의 노후화·슬럼화된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고 기존 지역의 특성·기능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남대문 쪽방촌의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왼편은 소단위 정비지구(11지구)로 오른편은 소단위 관리지구(12지구)로 지정됐다. 소단위 정비지구는 개발이 추진될 예정이며 관리지구의 경우 당장 개발계획이 없다. 현재 11지구에는 쪽방 건물 6곳, 쪽방 250여 개가 있다. 애초 이 지역은 공원으로 개발될 예정이었다. ‘쪽방 입지(11지구)’, ‘저층주거 다수밀집(12지구)’이라는 이유로 계획이 변경됐다. 쪽방 밀집지역이기에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앞으로 토지 등 소유자가 무엇을 어떤 규모로 지을지, 세입자는 어떻게 보상할 건지 등의 내용을 담은 구체적 정비계획을 내놓게 된다. 중구청에 정비계획을 제출하고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같은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도시정비법 등 재개발 관련 법률들은 개발 때문에 퇴거당하는 세입자들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주거이전비·이사비·임대주택 등을 받을 수 있게 보호장치를 마련해놨다. 양동 정비계획 변경안은 ‘공연장·전시장 등 도심 내 업무종사자를 위한 아동 관련 시설, 도심관광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소규모 호텔 등’을 권장 용도로 제시했다. 일반상업지역이기 때문에 주택은 지을 수 없다. 예외적으로 ‘공동주택과 주거용 외의 용도가 복합된 건축물’만 지을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 쪽에선 “쪽방이 있고, 저층 주거가 다수 밀집한다는 이유로 정비계획이 변경되었건만 주거를 공급할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쪽방 주민들이 불안한 이유는 또 있다. 지난가을 한 건축업체가 남대문 쪽방 주민들을 용산구 후암동·갈월동·동자동으로 이주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법이 정한 세입자 주거대책을 이행하지 않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주민 이주 움직임은 주민들의 반발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이 뒷짐져선 안 돼 과거의 경험도 걱정을 더한다. 2016년 220개 쪽방을 허물고 28층짜리 빌딩을 짓고 있는 남대문로5가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시작됐다. 한 해 전 10월 말, 남대문로5가 쪽방 주민들은 제대로 된 이주보상도 받지 못한 채 떠나야 했다. 건물주는 ‘노후 건물 안전진단 결과 위험 등급을 받았다’는 핑계를 댔다. 2008년 동자4구역을 재개발할 때도 3만~7만원을 받고 근거 없이 쫓겨난 주민들이 있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쪽방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다시 재정착한 일은 없다. 주민들이 살 수 있는 집을 짓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해법은 ‘공공의 개입’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방법은 있다. 영등포 쪽방촌이 있는 ‘영등포동4가 도시환경정비계획’은 2015년 기존 계획을 바꿨다. 쪽방 주민의 거주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복지시설 부지 안에 원룸형 공공임대주택 324세대를 짓기로 했다. 이 정비사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쪽방 주민 주거지원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동 정비구역에도 사회복지시설 부지와 시가 소유하고 있는 부지가 있다. 홈리스행동·빈곤사회연대 등 4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2019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은 12월 11일 서울 중구청 앞에서 모였다. 이들은 “재개발보다 중요한 것은 쪽방 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양동 정비계획에 쪽방 주민 주거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중구청에 쪽방 주민 63명이 작성한 의견서를 전달했다. 15년간 남대문 쪽방촌에서 산 정창식씨(63)는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원래 살던 쪽방에서 리모델링한다며 방 빼라고 해서 돈 한 푼 못 받고 (11구역으로) 이사한 지 일주일인데, 여긴 또 재개발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되는 건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사람이 살고 있으니 공원 말고 집을 지으라는 것이 양동 도시정비형 변경안의 본래 취지일 것”이라며 “복지시설을 신설할 수 있는 계획에 ‘공공임대주택(역세권 청년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조건이 있다. 청년뿐 아니라 쪽방 주민이 살 수 있는 저렴한 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일단 공공에서 큰 뼈대만 재조직한 것이며 민간에서 세입자 대책 포함한 별도 정비계획이 나올 것이다. 세입자 대책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개선 요구를 하고, (서울)시와 협의해 문제없도록 만드는 게 공공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민간에서 내놓는 정비계획 안에 기반시설 기부채납 계획도 포함된다. 구체적 정비계획이 오면 복지시설 부지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현장의 ‘불도저’ 경비업체(2018. 10. 15 14:20)
2018. 10. 15 14:20 사회
ㆍ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집행현장… 퇴거과정에서 세입자들 몰아내 지난 2월 1일 오전 7시. 서울 은평구 응암1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법원의 인도집행이 시도됐다. 재개발지역의 세입자들이 조합과 건설업체 등 재개발사업 시행자의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집행관이 나와 강제퇴거를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2016년 9월 12월부터 2월까지의 동절기에는 강제철거를 금지하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기 때문에 재개발 현장에 남아있던 세입자들은 퇴거하지 않고 집행에 맞섰다. 1시간이 넘게 양쪽이 대치하면서 다른 재개발 철거현장처럼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지만 시청 공무원들이 중재에 나서면서 시행자 측이 물러섰다. 한파 등으로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시기에는 시장이 철거를 제한할 수 있다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강제철거가 미뤄진 것이다. 1월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 앞에서 강제집행을 시도하는 법원 집행관과 상인단체 회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제집행을 하는 곳은 여전히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직도 재개발·재건축 현장마다 시행자와 세입자 간의 물리적 대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행자는 빠른 철거와 공사를 통한 재개발을 원하고, 세입자는 만족할 만한 보상금을 받지 못하면 이전보다 생활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버틴다. 법적인 요건만 갖추면 현장에서의 강제철거와 퇴거를 막을 명분은 없지만 퇴거 이전부터 조성된 갈등으로 감정이 나빠진 양측은 본격적인 집행과정이 시작되면 부딪치기 십상이다. 강제퇴거 전부터 세입자들이 하루빨리 떠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이어 실제 퇴거과정에서 세입자들을 몰아내는 역할은 경비업체의 몫이다. 강제집행 현장 경비업체 배치 늘어나 10월 2일 열린 ‘집행현장의 문제점과 법·제도 개선’ 심포지엄에서 나온 서울시내 강제철거 현장 사례 발표에서는 퇴거·철거를 집행하는 과정의 다양한 모습이 발표됐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따른 재개발이 진행된 서울 성북구 장위7구역에서는 올해 3월 인도집행 중 세입자가 점거하고 있는 건물의 외벽을 대형 굴착기로 두드리는 등 위협을 가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곳은 지난해부터 한 세입자 가족들이 투신과 자해를 벌이면서까지 철거에 저항하는 등 양측의 대립이 극에 달했던 곳이다. 노후 아파트 재건축 현장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에서도 집행이 금지된 시간대인 일몰 후 심야에 경비업체 직원들이 현관문을 치면서 이사를 종용하기도 했다. 인근 개포주공8단지에서도 경비업체 직원들은 남아있던 세입자들을 향해 소화기를 뿌리며 강제퇴거를 시키는 등 집행현장의 물리력 사용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강제집행 현장에서 세입자들을 내보내는 역할만을 전문적으로 맡은 경비업체 배치가 늘어나는 점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 ‘2014년 이후 경비업체의 강제집행 현장 배치 및 행정처분 현황’을 보면 2014년 10건에 불과했던 경비업체의 강제집행 현장 배치건수는 2017년 69건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53건을 기록하고 있어 증가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경비업체 배치가 늘어나는 동시에 이들 업체가 집행과정에서 지켜야 할 수칙들을 지키지 않은 탓에 받은 행정처분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231건에 그쳤던 경비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은 지난해 286건까지 늘었고, 올해 8월까지만 176건의 처분이 내려져 배치 건수 대비 행정처분 건수 비율이 계속해서 높게 유지되고 있다. 가장 강력한 처분인 경비업체 등록취소 건수도 2014년 90건에서 지난해 106건으로 증가추세다. 사업시행자가 고용한 경비업체 직원은 원칙적으로 현장에서 시설경비와 신변보호 등 질서유지 행위만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젊고 건장한 남성을 중심으로 짠 경비업체 집행조가 직접 세입자들을 끌어내거나 퇴거를 유도하기 위해 위협을 가하는 등의 일을 전담하고 있다. 흔히 ‘용역’이라 불리는 이들 업체 직원들이 직접 전기와 가스를 차단하거나 대상 건물에 남아있는 물건까지 들어내는 일은 다반사다. 이들 경비업체가 강제집행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는 위법을 저지르는 일이 늘어나는 것은 젠트리피케이션과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늘어나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법적으로는 정당한 법 집행에 저항해 집행대상 건물에 남아 버티는 세입자들 역시 위법한 농성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물리력을 동원해 이들을 끌어내는 것도 불가피한 면이 없지는 않다. 재개발사업에서 보상금을 책정하는 감정평가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세의 70%선에 불과한 공시지가를 근거로 보상금을 받으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부당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사업 시행과 강제집행 자체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한 세입자들에게도 법적 명분은 부족한 셈이다. 결국 버티며 보상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세입자들과 이들을 퇴거시킬 다른 방도가 없는 시행자들에게 물리적 충돌은 예견된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법원행정처의 김보현 사법지원심의관은 “강제집행은 개인이 자력으로 하는 대신 국가가 구제를 하는 것으로 채권자(사업시행자)의 신청에 따라 국가권력이 강제적으로 사법상 이행청구권을 실현하는 법적 절차”라며 “따라서 채무자(세입자)가 저항하는 경우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법치주의의 큰 틀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칙은 시설경비와 질서유지만 가능 때문에 서로가 위법행위를 하며 대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제도를 개선해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강제집행 과정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인권침해 역시 보다 법적 강제집행 요건을 강화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시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운영하는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 소속 윤예림 변호사는 “채권자가 고용한 경비업체 직원과 소극적인 법원 집행관 때문에 집행과정에서 위법이 자행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침해 상황은 현장에서 사람 사이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입법부는 물론 집행관, 지방자치단체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인들이 무리한 강제집행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지목하는 법은 민사집행법이다. 공대호 변호사(법무법인 혜안)는 “근거가 되는 민사집행법이 인도집행에서 물리적 유형력을 행사하는 주체와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고 적절히 통제할 관리·감독 규정도 두지 않고 있다”며 “이는 결국 법원 집행관이 직접 세입자의 신체에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이자 사업시행자가 용역을 고용해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을 용인 내지 방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다만 강제집행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의 책임을 집행관이나 시행자, 경비업체에게만 돌리기보다는 공권력의 주체인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민사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물리적 충돌을 방관할 뿐 위법한 폭력행위가 벌어진 뒤에야 경비업체에 행정처분을 내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형구 한국민사집행법학회 이사는 “집행관에게 직무 이상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며 “민사집행법이 ‘집행의 저항을 받을 때는 경찰 또는 국군의 원조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고 있지만 이 조항이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조화가 되지 않고 있어 법규가 껍데기만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레이디경향(총 1 건 검색)

[재무설계]재개발 아파트 입주금 마련을 고민하는 부부
2009. 01. 16 재테크
최근 자산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재무 설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잘못된 지출은 없는지, 자녀교육과 노후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궁금하고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레이디경향」에서는 매달 독자 한 가족을 대상으로 재무 설계 전문가에게 60만원 상당의 재무 설계 상담 기회를 제공한다. 재무 설계 상담을 받을 다섯 번째 주인공은 당찬 꿈을 가진 30대 중반의 강일수·손현미 부부다. 강일수(35·가명), 손현미(35·가명) 부부는 다섯 살배기 딸과 두 살배기 아들을 둔 평범한 샐러리맨 가족이다. 남편의 월급에서 저축도 하고 펀드도 들고, 나름대로 아껴서 조금씩 자산을 늘려가는 재미로 살아가는 모습이 보통의 알뜰한 가정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2009년 새해를 앞두고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2009년 9월 입주하게 될 아파트의 잔금 마련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허수에 속지 말자 강일수씨 부부의 현재 순자산은 총자산 7억3천949만원 중 채무 1억7천375만원을 제외한 5억6천574만원이다. 수치상으로는 5억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셈이다. 그러나 현재의 아파트 분양권은 추정 시세이므로 약간의 허수가 있을 수 있다. 기존에 살던 집이 재개발되면서 받은 32평 아파트 분양권의 시세가 6억원이지만 요즘의 부동산 가격 하락폭을 반영하면 변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구조분석 : 이 가정의 부채를 제외한 자산구조를 보면 부동산에 89.9%, 유동성 자산에 7.7%, 나머지 2.4%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강일수씨는 현재의 전세보증금과 저축액을 입주시 활용하면 부채 상환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총 1억7천3백만원의 부채 중에 장기주택마련저축과 펀드, 전세자금(6천5백만원)을 합하면 나머지 부채가 3천3백만원(시유지 매입대금 제외) 정도로 줄어든다. 하지만 문제는 2009년 9월에 내야 할 잔금 7천만원이다. 기존 대출을 모두 갚는다 해도 새로운 7천만원을 만들어내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강일수씨의 2009년 예상 수입은 상여금을 빼고 3천5백만원이다. 세후 월 2백92만원인 셈이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매월 수입의 전부가 지출되어 저축은 상여금이 없으면 어려운 구조다. 이런 상태에서 수입만으로 7천만원을 만들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입주와 동시에 다시 7천만원을 대출받게 되면 총 1억원이 넘는 부채가 생기게 된다. 계산상 자산은 꽤 되지만 돈은 모두 아파트에 들어가 묶이게 된다.가장 좋은 재무 구조는 부채 없는 큰 순자산만 있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부정적인 요즘, 시세 하락까지 겹치면 실질적인 순자산은 더 적어질 것이고, 매달 이자부담과 지출로 인해 현재의 재무구조가 마이너스 구조로 바뀌게 된다. 일단 7천만원 마련이 어렵다면 현재 저축 중인 유동성자산 5천6백90만원을 동원해 부채상환보다는 입주금으로 처리하고, 현재 부채를 장기로 전환한다. 현 중도금 8천5백32만원도 6년 안에 상환할 계획이었으나, 자금 계획이 희망과는 달라졌으므로 수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자금 마련은 장기주택마련저축에서 예금액의 2배 정도까지 예금담보대출을 받고, 현재 투자 중인 펀드의 수익률이 2009년 9월쯤에는 호전될 것을 기대해보자. 펀드 수익률이 호전된다면 부채 상환이 한층 수월할 것이다.빠뜨리기 쉬운 불규칙한 연간 지출을 꼭 챙겨라 - 특별 예산을 잡아라 가정마다 매년 특별한 행사들이 있다. 이들 부부에게는 설과 추석 명절 비용, 자동차세, 재산세, 자동차 보험료 그리고 특별히 아파트 내 시유지 매입대금 상환액, 아파트 옵션비와 친인척 결혼, 부모님 회갑 등 돌출 지출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1년간 1천1백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당장 2월 소득공제 환급금을 회갑 비용으로 충당하는 등 반드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찌 됐든 2009년은 아파트 입주금과 행사비 마련 등으로 힘든 한 해가 될 수 있으므로 철저한 자금 계획과 긴축 운용이 필요하다. 반면 2009년에 자금 운용을 잘 한다면 그 이후에는 큰 무리 없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가정의 2009년은 미래의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해다. 한편 집을 장만하면 예기치 못한 지출이 많아지므로 항상 예비비를 생각해둬야 한다. 이사 비용, 초기 가구 구입 비용 등 소소한 지출이 생겨나게 된다. 따라서 자금 계획을 빠듯하게 세우면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10% 정도 여유 있게 계획을 잡아야 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 유연하게 생각하자 이들 부부는 재개발 호재로 인해 자산 증식 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현재의 유동성 자산은 아파트 입주와 더불어 모두 부동산으로 몰리게 된다. 그러고도 빚이 남는다. 현재 부부가 계획하는 자녀 교육과 결혼, 그리고 두 부부의 노후를 위한 자금 마련은 모두 2010년 뒤로 출발 시점을 늦추어야 한다. 현재의 현금 흐름상 내년 아파트 입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내년 9월에 부부의 생각처럼 새 아파트를 세 놓고 본인들은 다시 전세를 살면 당분간 어느 정도 숨통은 트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결국 전세 또한 부채이므로 내 아파트에 들어가 살려면 전세보증금을 다시 상환해야 한다. 그럴 바에야 그동안 재개발 호재로 인해 분양가 대비 많은 시세차액이 생겼으므로 아파트 분양권을 처분하는 것을 고려해보자. 아파트를 팔고 전세를 들어간다면 오히려 남는 자금을 투자·운용해 더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본다. 지금의 경제 상황이 1~2년 안에 안정된다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기회도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을 수 있으므로 이제 자산의 전환을 통한 미래 자산가를 꿈꿔볼 수 있다. 그 밖에 부인의 저렴한 실손 의료비 보험은 그대로 유지하되 남편과 아이들은 가족통합형 실손 의료비 보험으로 전환해 운전자보험, 배상책임보험, 상해보험까지 포함해 가족 전체 16만원 정도로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노후 대책으로 가입된 개인연금은 연금액의 7%를 매년 반영해주는 상품으로 잘 유지하면 좋은 상품이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잘 활용하고 2010년부터 의무화되는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노후를 대비한 훌륭한 3층 구조를 가지게 된다. 다만 현재 희망하고 있는 한 달 연금수령액 2백만원을 충족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므로 2010년부터 매월 60만원 정도 추가적으로 연금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자녀 교육 자금 역시 2010년부터 15만원씩 매년 교육비 상승폭(8%) 만큼 증액해 저축을 시작한다면 재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10년 후에 내집 장만을 해도 40대 중반이므로 늦는 것은 아니다. 자산의 전환을 통한 유연한 선택이 필요한 시기다. 부동산만을 고집하지 말고 크고 멀리 보는 눈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전화위복(轉禍爲福)! ■기획 / 김민주 기자 ■ 글 / 윤희권(YOON’S FPG, 02-473-4381, rabaul@hanmail.net) ■사진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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