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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4,522 건 검색)

광주·전남 언론인회, 옛 전남도청 ‘보도검열관실’ 복원 촉구···“비상계엄 악몽 잊지 말아야”
2024. 12. 26 17:28지역
... 전후해 옛 전남도청에서 운영됐던 ‘보도검열관실’에 대한 복원을 촉구했다. 광주·전남 언론인회는 26일 광주시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옛 전남도청 별관 2층에...
이주민도 ‘무이자·무담보·무보증’으로 500만원까지 대출…전남 영암 ‘천사펀드’ 눈길
2024. 12. 26 13:51사회
... 생계 어려운 주민 대상 시범 운영 영암 주민 18%인 등록 외국인도 이용 가능 전남 영암군이 내년부터 생계가 어려운 주민들에게 무이자·무담보·무보증으로 최대 500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천사펀드무이자무담보무보증
[단독] 1980년 원형복원 중인 옛 전남도청에 실개천 조성…광주시, 민주화성지 훼손 논란
2024. 12. 17 15:13지역
... 집회 등 많은 시민이 자유롭게 모여 목소리를 내는 대표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복원 중인 옛 전남도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5·18광장 바로 옆에 있는 옛 전남도청은 5 ·18 당시...
올해 전남 농업재해 13건 ‘역대 최다’…보험금 1178억
2024. 12. 16 20:31사회
... 했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재해가 여러 건 발생했다. 지난겨울 전남에서는 일조량 부족으로 딸기와 멜론 등 시설하우스 작물을 중심으로 큰 피해가 났다. 전남도는 지난...
재해전남농업재해피해역대

스포츠경향(총 779 건 검색)

임영웅 팬덤의 온기 ‘영웅시대 광주전남’ 600만원 기부
2024. 12. 19 09:31 연예
임영웅 리사이틀 콘서트 포스터. 물고기뮤직 제공 가수 임영웅의 팬덤 기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소아암 전문 비영리단체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이사장 신희영)은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 광주전남’으로부터 600만원을 기부받았다고 19일 밝혔다. 영웅시대 광주전남 112명 팬들은 임영웅 리사이틀을 기념해 이번 기부금 600만원을 조성했다. 이 기부금은 소아암 및 희귀난치질환을 진단 받고 치료 중인 소아암 어린이의 치료비와 니버 캠페인에 사용된다. 영웅시대 광주전남은 2020년부터 임영웅의 선한 영향력에 동참하고자 소아암 어린이 후원을 이어왔다. 이번 기부로 누적 기부금액은 총 6820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치료비 지원뿐 아니라 히크만 주머니 캠페인, 내친구 니버 인형 캠페인, 따뜻해 마스크 캠페인 등 다양한 핸즈온 활동에도 참여해왔다. 영웅시대 광주전남 관계자는 “임영웅의 뜻을 이어받아 기쁨과 나눔을 실천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임영웅을 응원하는 팬들과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나눔의 기뿜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서선원 사무총장은 “영웅시대 광주전남의 지속적인 후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들의 기부가 계기가 돼 더 많은 팬클럽이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후원에 동참해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전남에서 새 도전에 나선 김현석 감독 “인생은 늘 도전입니다”
2024. 12. 12 15:59 축구
김현석 감독 |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는 힘이 느껴졌다. 누구보다 빛났던 2024년을 마치고, 설레이는 2025년을 기다리는 자신감이었다. 전남 드래곤즈의 지휘봉을 새롭게 잡은 김현석 감독(57)은 12일 기자와 통화에서 “인생은 늘 도전이 아니냐”며 “올해 성공한 충남아산에 대한 애착으로 고민이 많았지만,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주어졌으니 붙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자부심을 가질 만큼 올해 충남에서 보여준 성과는 눈부셨다. 충남아산의 정규리그 36경기 성적표는 17승9무10패로 역대 최고 성적인 2위. 승강 플레이오프(PO)에 당당히 진출해 K리그1 11위인 대구FC를 상대로 1차전에서 4-3으로 승리한 뒤 2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1-3으로 패배했다. 첫 1부 승격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충남아산이 2부에서도 저예산(2023년 기준 약 27억원·2부 10위) 팀이라는 점에서 놀라운 성과다. 두 번의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속에서 이뤄낸 결과이기도 하다. 현역시절 그는 ‘가물치’로 불렸다. 날씬하고 빠른 가물치처럼 준족이라 생긴 별명이었다. 100m를 12초에 끊을 만큼 발이 빨랐던 그는 1990년 울산 현대에 입단해 2003년 은퇴할 때까지 371경기를 뛰면서 110골(54도움)을 넣었다. K리그 베스트 일레븐에 6번이나 이름을 올렸고, 최우우선수(MVP·1996년)와 득점왕(1997년)도 한 차례씩 수상했다. 선수로는 모든 면에서 누구보다 빨랐던 그가 지도자로는 가장 늦게 출발선에 섰다. 울산 코치로 9년, 강릉중앙고 감독(3년)과 울산대 감독(3년) 그리고 충남아산 사무국장으로 2년을 거쳐 올해 충남아산 감독으로 프로에 데뷔했다. 김 감독은 “요즘 추세가 젊은 지도자들이 대세인 것과 비교하면 늦깎이 지도자”라면서 “늦게 출발했지만, 그만큼 코치로 많은 노하우를 쌓았기에 올해 충남아산에서 나름의 성공을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늦은 대신 남들과 다른 ‘눈’을 가졌다는 게 장점이다. 숨겨진 재능을 찾아내는 눈이다. 광주FC에서 벤치 신세였던 골키퍼 신송훈을 올해 K리그2 베스트 일레븐 골키퍼 부문 후보로 키워낸 것이나 김포FC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주닝요를 14골 9도움을 기록한 해결사로 바꿔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미드필더 강민규나 김종석, 수비수 이은범, 강준혁, 이학민 등도 이젠 다른 팀들이 탐내는 선수들이 됐다. 김 감독은 “여러 감독님을 모시니 배운 것도 많다. 한 분에게는 선수 관리하는 법, 다른 분에게는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그 모든 것을 올해 충남아산에서 썼다. 내가 잘했다는 평가보다 선수를 잘 키웠다는 칭찬이 기쁘다”고 웃었다. 김 감독의 몸값이 치솟은 배경도 선수 육성 능력이었다. 충남아산과 맺은 계약이 12월로 만료된다는 소식에 올해 4위로 마친 전남에서 연락이 왔다. 김 감독이 전남에서 받은 주문도 전남의 재발견이다. 철강기업 포스코가 모기업인 전남은 2018년 K리그1 꼴찌로 2부로 밀려난 뒤 예산이 줄었다. 비싼 선수를 데려오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1부 복귀를 꾀해야 한다. 김 감독은 “이제 전남 선수들을 파악하는 단계다. 충남아산에서 이름값을 배제하고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 것처럼 전남에서도 선수 관찰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전 의식을 불태우고 있는 김 감독이 낙관론은 경계하는 게 눈길을 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2부로 강등되고, 수원 삼성은 1부로 올라가지 못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또 다른 기업구단인 서울 이랜드FC와 부산 아이파크 그리고 성남FC 같은 시민구단도 투자면에선 전남보다 윗길이다. 김 감독은 “내년은 더 힘들 것이라는 각오로 준비하려고 한다. 전남이 올해보다 나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 옆도 뒤도 돌아볼 시간이 없다. 축구에만 매달리면서 내년을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다.
충남아산 돌풍 이끌었전 김현석 감독, 전남 드래곤즈 사령탑으로 부임
2024. 12. 10 19:51 축구
전남 새 사령탑에 선임된 김현석 감독. 전남 SNS 올해 프로축구 충남아산의 돌풍을 이끌었던 김현석 감독(57)이 전남 드래곤즈 지휘봉을 잡는다. 전남은 10일 “2024년 K리그2(2부)에서 최고의 지도력을 선보인 김현석 감독이 2025년부터 전남과 함께 K리그1 승격에 도전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가물치’라는 별명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던 인물이다. 373경기를 뛰면서 111골 54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베스트 11에 6번, 최우수선수(MVP·1996년), 득점왕(1997년) 등을 수상한 K리그 전설이다. 은퇴한 뒤 프로와 아마추어에서 오랜기간 지도자로 경험을 쌓았던 그는 올해 충남아산에 부임해 역대 최고 성적인 K리그2 2위에 올려놓았다. 또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선 K리그1 11위 대구FC를 상대로 1차전에서 4-3으로 승리한 뒤 2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1-3으로 패배해 첫 1부 승격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전남에서 재도전에 나서는 김 감독은 “전남 드래곤즈와 함께 승격에 도전하겠다. 전남과 함께하게 돼 기쁘다. 전남은 과거 끈끈한 축구로 한국 축구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으며 열광적인 지역민들과 서포터스분들이 동행한다”면서 “전남도민이 염원하는 K리그1 승격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은 2018년 K리그1 꼴찌로 2부로 밀려난 뒤 올해까지 6년째 2부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는 K리그2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정규리그 3위 서울 이랜드를 넘지 못하면서 1부 복귀에 실패했다.
[로컬] 전남 구례군 지리산 화엄사, 국보 336호 삼신불좌상 개금불사 점안 법회
2024. 12. 09 22:11 생활
화엄사 제공 화엄사 제공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지리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19교구 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지난 7일 화엄사 대웅전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국보 336호) 개금불사 점안법회 및 2024년 화엄법회 회향식을 가졌다. ‘개금(改金)’은 금박으로 부처님 옷을 새로 입히는 불사(不辭·불가에서 하는 모든 일)를 의미한다. 개금불사를 한 후에는 마지막에 눈을 그려 넣어 생명력을 불어넣는 점안식을 가진다. 대웅전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은 임진왜란으로 전소된 화엄도량을 중창하고자 발심하신 벽암각성스님의 대원력으로 1635년에 조성되었다. 삼신불 중 비로자나불상 크기는 2.7m, 노사나불상 크기는 2.5m, 석가모니불상 크기는 2.4m이다. 최근 발견된 기록에는 1634∼1635년에 17세기 대표 조각승으로 꼽히는 청헌(淸憲), 응원(應元), 인균(印均)이 제자들과 함께 만들었다고 적혀 있다. 화엄사 제공 임진왜란으로 피해를 본 사찰의 중창을 주도한 승려인 벽암 각성(1575∼1660)이 불상 제작을 주관했고, 선조의 여덟째 아들인 의창군 이광(1589∼1645) 부부와 선조 사위 신익성(1588∼1644) 부부 등 왕실 인물과 승려를 포함해 1320명이 시주자로 참여했다. 그 동안 개금불사 점안식은 화엄사 중흥조 도광대종사가1973년 9월 6일, 원로의원 송천 종열대종사가 1997년 3월 하였다.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은 2006년 3월 12일 보물 1548호 지정되었으며, 2021년 6월 23일 보물에서 국보 제336호로 승격 되었다. 그리고 2021년 6월 1일 오전 10시 보제루에서 국가무형문화재 139호 볼복장작법보존회 경암스님이 대웅전 삼신불 복장의식을 대웅전에서 삼신불 복장을 넣은 의식도 봉행 되었다. 삼신불좌상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 후 24년 8월 19일에 보존처리 및 개금불사를 위한 제1차 문화유산위원회 자문회의를 실시하고, 동년 8월 22일부터 1차 탈금 작업을 하였고, 9월 10일부터는 호분층 및 배접층을 제거하였으며, 9월13일부터 1차 생칠 작업을 비롯하여 10월 23일까지 6차에 걸쳐 정제칠을 진행하였다. 그후 10월 27일에 2차 자문회의를 실시하고 10월 30일부터 개금을 진행하였으며 11월 3일에는 대좌를 보존 처리하였다. 그리고 11월 11일부터 개안을 진행하여 마침내 11월 15일에 안치하였다. 화엄사 덕문스님은 대웅전 목조비로자나 삼신불좌상 개금불사 점안법회 및 2024년 마지막 화엄법회 회향식식에 대해 “점안법회를 증명해주시는 문중의 원로대덕스님과 국가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국가유산청, 전남도청, 구례군청 관계자 여러분들께 원만한 불사회향을 맞이하여 지리산 대화엄사 본사를 대표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덕문 스님은 “불사의 전 과정에서 문화재위원인 동국대 임영애 교수의 세심한 자문과 시행업체인 한캠 최선숙 이사의 헌신적인 노력, 비로자나인연회를 비롯한 많은 시주들의 수희동참으로 오늘의 여법한 불사회향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오랜시간 어려운 조건의 불사현장임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신 목조각장 한봉석 불모와 현장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화엄사 측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사찰로서 만생명의 편안한 쉼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며, 끝으로 동참해주신 모든 분들의 하시는 일마다에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화엄사 제공 화엄사 제공

주간경향(총 29 건 검색)

[정태겸의 풍경] (77) 전남 강진 다산초당-고요한 숲속 다산의 거처(2024. 12. 11 06:00)
2024. 12. 11 06:00 문화/과학
바람은 차가웠지만, 숲 안쪽은 견딜 만했다. 나무 사이를 걸어 만덕산 기슭을 넘어가자 먼발치에 집 하나가 놓였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 생활을 보냈던 거처다. 그는 강진에서만 18년을 보냈는데, 그중 10년을 여기서 머물렀다. 긴 세월을 머물렀으니 남긴 것도 많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우리에게 낯익은 수많은 책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무려 600여 권에 달하는 조선 후기 실학이 여기서 집대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산초당에 오르면 눈여겨봐야 할 게 또 있다. 현판이다. 이 글씨는 추사 김정희의 친필을 집자해서 모각한 것이지만, 추사만의 기품이 오롯이 배어 있다. 이곳을 찾은 건 고요함에 머무르고 싶어서였다. 숲길 안쪽 깊숙한 이곳은 시끄러운 세상일에서 잠시 떠나 있기에 안성맞춤이다. 가만히 앉아 있자니 새소리만 가득하게 차올라온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사그락거리는 나무의 소리도 반가웠다. 집 주위를 가득 메운 자연이 주는 선물로도 충분히 좋았지만, 여기서 생을 보냈던 인물이 정약용이어서 더 좋았다. 그가 일생에 걸쳐 남기고자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다산의 그 뜻이 무겁게 다가오는 연말. 이 숲의 거처가 그 어느 곳보다 의미 있게 다가오는 오후였다.
정태겸의 풍경
[정태겸의 풍경](72) 전남 진도 관매도 해송숲-섬에서 받은 숲의 선물(2024. 09. 11 06:00)
2024. 09. 11 06:00 문화/과학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배를 탄다. 거리로는 24㎞. 한 시간 반 정도, 바다를 가르며 유유히 나아가던 배가 관매도에 뱃머리를 이었다. 관매도는 진도의 관할 아래 독거도, 청승도, 신의도, 죽항도, 개의도, 슬도와 함께 독거군도를 이루는 섬이다. 오래전 선비 조씨가 귀양 가던 중 백사장을 따라 무성하게 핀 매화를 보고 관매도라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제는 매화가 보이지 않는다. 멸종한 것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대신 지금 이 섬의 주인공은 곰솔(해송)이다. 세찬 바닷바람을 막아선 소나무가 해안가를 따라 길게 늘어섰다. 수백 그루가 폭 200m로 2㎞에 걸쳐 이어진다. 면적만 9만9000㎡(약 3만평)에 달한다. 언젠가부터는 ‘백패킹’을 좋아하는 캠퍼들이 하나둘 관매도의 이 숲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해보니 알 것 같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 가지의 소리. 텐트를 치고 곁에 의자를 펼쳐 앉는 순간부터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이곳에 앉았을 뿐인데, 섬의 풍광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는 것만 같았다. 섬과 숲이 안겨준 이틀간의 선물이다.
정태겸의 풍경
[정태겸의 풍경](71) 전남 담양 명옥헌-여름이 분홍빛으로 일렁이거든(2024. 08. 14 06:00)
2024. 08. 14 06:00 문화/과학
분홍빛 구름이 일렁인다. 백일 동안 꽃을 피운다는 배롱나무꽃. 뙤약볕에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든 여름날이었다. 전남 담양의 명옥헌 원림은 배롱나무꽃이 절정을 이루며 여름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나무 위에 걸린 구름이 흔들리고, 다시 바람이 일면 후드득 꽃비가 쏟아졌다. 연못 뒤 숲속 그늘에 얌전히 앉은 누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더위도 썩 견딜 만했다. 원림은 정원을 의미한다. 명옥헌은 1625년, 명곡 오희도의 넷째 아들 오이정이 아버지를 기리며 지었다. 오희도는 당대의 인재 중 인재였다. 인조가 왕위에 오를 때 인재를 찾는 과정에서 그를 발견했고, 세 번이나 찾아와 당신의 사람이 돼주기를 청했다. 그러나 끝내 오희도는 거절의 뜻을 밝혔다. 연로한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이유였다. 인조가 찾아오던 그때도 그는 이 자리에 머물렀다고 전한다. 한국의 정원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풍경이라 했던가. 이곳은 그 말의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의 손이 닿았지만, 그 뒤로는 오랫동안 자연의 숨결이 공간을 다듬어 왔다. 지형과 지물을 되도록 고스란히 살려 그 속에 녹아들었다. 풍요로운 남도의 대지, 그중에 담양을 골라 지은 정원. 온갖 욕망이 뒤얽힌 도시를 등지고 이곳에 앉아 있노라면, 한없이 평화로울 수 있을 것만 같은, 여름이다.
정태겸의 풍경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1) 전남 여수 해안-엎드려 있는 개펄도 맛있다는 서대(2024. 07. 24 06:00)
2024. 07. 24 06:00 문화/과학
전남 여수 바다에서 바닥에 숨어 있는 노랑각시서대를 포착했다. 이 서대는 황갈색 바탕에 흑갈색 가로띠가 예뻐서인지 ‘각시’라는 수식이 붙었다. 보기에는 예쁘지만 다른 서대에 비해 비리고 맛이 떨어져 인기 있는 품종은 아니다. 서대는 가자미목 서대아목에 속하는 박대, 참서대, 개서대, 용서대, 흑대기, 노랑각시서대 등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모두 비슷하게 생긴 데다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에 개인적으로는 통칭인 서대가 정감이 가고 편하다. 서대는 우리말로 ‘셔대’라고도 불렸다. 조선시대 동물백과전서인 <전어지>에는 혀를 닮았다 해서 ‘설어(舌魚)’,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장접(長鰈)’이라 했다. 정약전은 서대를 “몸은 좁고 길며 짙은 맛이 있다. 모양은 마치 가죽신 바닥과 비슷하다. 속명은 ‘혜대어’”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서대란 이름은 ‘설어(舌魚)’ 또는 ‘셔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서대의 영어명 역시 ‘텅피시(Tonguefish)’인 것도 머리는 둥글고 꼬리 쪽으로 갈수록 뾰족해지는 길쭉한 모양새가 혀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대는 넙치류나 가자미류와 달리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꼬리지느러미와 합쳐져 하나로 연결돼 있다. 서대류는 눈이 오른쪽으로 몰려 있는 것을 납서댓과, 눈이 왼쪽으로 몰려 있는 것을 참서댓과로 분류한다. 이들은 가자미, 넙치와 같은 저서성 어류로 바닥에 납작 엎드려 지낸다. 서대는 여수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 중서부 지방과 충남 서천, 전북 군산 지방에서 명물로 꼽힌다. ‘서대가 엎드려 있는 개펄도 맛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래서 여수를 중심으로 한 전남 해안가를 방문하면 서대 요리는 꼭 맛을 봐야 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레이디경향(총 14 건 검색)

전남편과 재결합 가능성 없어요” ‘돌싱글즈4’ 하림 인터뷰②
2023. 11. 03 07:11 화제
하림씨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라고 꼽은 자신의 사진. <돌싱글즈4>는 <나는 솔로> 16기와 비슷한 시기에 방송되며 새로운 사랑을 결심한 ‘돌싱’들이 마주한 현실과 고민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또한 이국적인 휴양지 칸쿤과 ‘생활감’ 가득한 실제 거주 공간을 배경으로 나이와 국적, 직업, 결혼 이력과 상관없이 호감을 느낀 대상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애틋한 감정까지 보여주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반면 촬영 초기 모든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나는 솔로>와 달리 <돌싱글즈>는 매일 하나씩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 편에서 커플 선택의 변수일 수 있는 거주지 정보가 뒤늦게 공개되고, 특히 재혼을 결심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자녀 유무가 가장 늦게 밝혀지며 일부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정작 하림씨는 이에 대해 오롯이 출연자 개인만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선진적인 방식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최근 하림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남편의 사진과 함께 그에 대한 호의적인 글을 올려 재결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재결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없어요. 노노~~”라고 답했다. 남편에 대한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 출연자들이 방영 이후에도 잘 지내는 모습을 공개해 보기 좋았습니다. <돌싱글즈4>를 통해 인해 얻은 것이 있다면요? “좋은 하나의 가족을 또 얻은 것 같아요. 너무나 좋은 분들이 모여서 뿌듯해요 또한 제가 너무 감사한 게 저는 무엇이든 그 안에서 큰 목표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프로그램이 혼자서 힘들어하는 싱글페어런트와 육아하는 부모들에게 제가 힘을 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봐요. 겉으로는 누구나 지저분하고 약한 모습 보이기 창피할 텐데 저는 그런 거에 필터가 없기에 오히려 저를 통해 그런 완벽하지 않은 서로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생각을 키우는 목표가 생겼다고 봐요. 그런 면으로 <돌싱글즈4>에서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아가는 거죠.“ <돌싱글즈4> 출연자들과 함께한 촬영 당시 사진. 이하림 인스타그램 - 하림씨를 보고 용기를 얻어 <돌싱글즈>에 출연하려는 싱글들도 있을 듯한데요. 그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어떤 상황에 있던 본인의 인생은 최고의 가치를 갖고 있으니 감정이 움직이는 대로, 발전이 보이는 대로, 기회가 있는 대로 움직이세요. 가장 소중한 것은 삶의 다양한 경험인데 그런 경험을 막는 사회적 제한이 있다면 본인이 그 밖으로 나가보는 리더가 되어보세요. 자녀가 많아서 안될 것 없고, 나이가 많아서 안될 것 없고, 사회 위치가 어때서 안 될 것 없어요. 이런 면에서는 정보 공개(나이, 거주지, 자녀 유무 등)를 바로 안 하고 아무것도 서로 모르는 상황에 한국 사회의 “언니 오빠”도 없이, 개인만 바라보게 한 <돌싱글즈>가 큰 기회를 줬다고 생각해요. 존경합니다.“ - 하림씨는 4살 때 이민을 했음에도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다른 출연자들과 달리 하림이라는 한국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하림씨에게는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저는 한국사람이면서도 서양적인 면이 다른 교포분들보다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아무래도 이사를 많아 다니며 다른 교포분들처럼 비슷한 교포들끼리 어울리는 어린 시절 보다는 레바논 시골에서 전형적인 컨트리 백인들이랑 살았어요. 그 뒤로도 여러 문화 친구들과 어울리며 고등학교 때도 히피 문화 같은 환경을 즐기며 미술적인 친구들과 어울렸어요. 제 존재를 설명하자면 ‘Don’t take life too seriously‘로 정리할 수 있어요. 사람의 마인드는 무한한 다양성을 갖고 있기에 사회에서 교정시키는 원형이나 위치로 개인을 해석하지 않고 진심으로 개성을 찾아가는 중요성을 깊이 믿어요. 성별, 인권, 압박적인 종교 등으로 사람의 인생을 교정시키려는 체제에 굉장히 반대하는 사람이에요. 역사상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이 나혜석이라면, 이해가 쉬우실 것 같아요.” <돌싱글즈4>의 출연자 하림씨가 운동하는 모습. 이하림 제공 - 출연 당시 미모로도 화제가 됐습니다. 아이 셋을 둔 엄마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얘기도 함께요. “외모는 상황이 힘들수록 내 자신을 잃지 않고 싶어서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바쁘신 부모들이 아시다시피 육아를 하다 보면 딱히 내 자신에게만 줄 수 있는 시간이 흔치 않아 관리를 안 하게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미 너무 특이한 이혼 상황을 겪었고, 너무나 힘든 하루하루 중 내 자신을 바라봤을 때 나는 피해자가 아닌 승리자다, 라는 것을 내 개인 관리로 유지하며 정신력을 키우고 싶었어요. 내 자신에 대해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정신과 마음도 강하게 유지할 수 있잖아요. 부모가 자신감이 있어야 아이들도 힘든 상황에서 엄마를 보며 같이 자신감을 받을 거라고 생각해요. 원래 운동을 자주 했었는데요.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 방법들도 있고요. 저는 디톡스를 많이 해요. 제 삶의 방식에 피로가 많이 생기다 보니까 디톡스 만큼 중요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집에서 마실 수 있는 간단한 자연 레시피나 누워서도, 일하면서도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어요. 제가 20대부터 사용한 방법들도 있고 또는 코스메틱 사이언스 쪽에서 마케팅을 하다 보니 많은 정보를 얻게 된 부분도 있고요. 제가 소셜미디어로 하나씩 공개해볼까 합니다.” - 방송 출연 이후 하림씨에게 여러 유형의 프러포즈가 쏟아졌을 것 같습니다. 일과 사랑,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사실 이번 경험에 제가 너무나 많은 열정을 부었고 그게 마무리가 된 후 사랑에 대한 애타는 마음은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아요. 특별한 계획은 없고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으면 내 노력과 열정과 야망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타날 거라 생각해요. 지금은 아이들과 최대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게 우선이고요.“ - 기회가 있다면 한국에 올 계획은 없나요? “사실 한국에서 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그러고 싶어요! 욕심을 부린다면 시애틀과 한국을 왔다갔다 하고 싶네요.” 당분간은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고 밝힌 하림씨는 “싱글페어런트들을 응원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계획과 함께 심리 관련 서적 집필, 대학원 진학, 무에타이와 양궁을 배우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이 같은 호기심과 성취에 대한 열정의 온도가 같은 파트너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도 함께. ▶ 관련기사 “싱글맘 현실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돌싱글즈4’ 하림 인터뷰①
전남도, 전국민 대상 ‘일자리정책 아이디어’ 공모
2020. 05. 03 12:13 화제
전남도청 전경.전라남도가 도민 중심의 안정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달 30일까지 ‘일자리정책 아이디어 공모전’에 나선다. 이번 공모전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구직자와 구인기업, 청년, 여성, 중장년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일자리 정책 사업에 반영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마련됐다. 공모주제는 일자리창출 지원방안과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이며, 접수된 아이디어는 전남도청 해당 부서들의 검토를 마친 후 일자리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거쳐 오는 7월 최종 선정된다. 선정된 우수제안은 자료집으로 발간해 전라남도 일자리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부상으로는 상장과 함께 최우수상 1명에게 150만원 상당의 의류탈취기를, 우수상 3명에게는 100만원 상당의 공기청정기, 참가상 20명에게는 5만원 상당 온누리상품권을 제공한다. 참여는 전라남도일자리통합정보망 누리집(job.jeonnam.go.kr)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되고, 자세한 사항은 전라남도일자리통합정보망 누리집을 통해 확인하거나 전라남도일자리종합센터(080-500-1919)에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배택휴 전라남도 일자리정책본부장은 “국민 누구나 참여해 참신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이 제시돼 전남 일자리정책에 반영되고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며 “전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으로 행복한 전남시대를 앞당기는 데 소중한 역할을 해줄 것을 바란다”고 전했다.
[길 위의 독서]전남 구례&경남 하동 섬진화서(蟾津花序)
2016. 03. 03 16:28 레저/여행
무르녹은 꽃 시절, 유순한 섬진강 줄기가 곁을 내어준 마을은 산수유마을이나 매화마을 같은 꽃의 이름으로 불린다. 이 골짝 저 골짝 뭉글뭉글 꽃 대궐이라, 꽃그늘 아래 앉아서도 강 건너 꽃구경이 일이다. 꽃길 순례에 밭은 일정은 예의가 아닌 바. 홀리는 대로 걷다가 마음 머무는 자리에 멈춰 가만히 바라볼 일이다. 피는 꽃과 지는 꽃을, 낱낱의 이별에 연연하지 않고 다만 흐를 뿐인 강물을. 유정도 무정도 아닌 아득하고 무한한 서사를. 초록의 차밭과 한데 어우러진 하동의 백매는 색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이즈음 남도의 꽃 소식은 ‘꽃몸살’이니 ‘꽃멀미’니 ‘꽃사태’니 하는 제목을 달고 전해진다. ‘꽃-’을 떼고 보면 하등 좋을 것도 없는 몸살과 멀미와 사태가, ‘꽃-’을 만나 별안간 환해진다. ‘꽃차례’란 단어를 처음 봤을 때도 실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표현인 줄 알았다. 잔설을 떨친 가지마다 이제는 꽃차례라는 건가 보다, 바야흐로 만개하는 시절, 꽃 세상이라는 뜻인가 보다 했다. 북풍한설이 물러나며 ‘꽃, 네 차례야-’ 하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충분히 그럼직하다 여겼으나 기실, 꽃차례는 가지에 붙어 있는 꽃의 배열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한자로는 ‘화서(花序)’라 이른다. 단꽃차례와 복꽃차례, 무한꽃차례와 유한꽃차례 등 형태와 순서에 따른 분류법도 주섬주섬 주워 삼켰지만, 한 번 마음 붙인 오독은 여전히 유효하여 이렇게 주억거리곤 한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이 마을, 저 마을 모두 꽃 대궐이다.‘아무렴, 이제 꽃차례지. 그래 지금 누구 차례인가, 매화? 산수유?’ 그리하여 내 멋대로 명명한 섬진강 봄꽃 지도의 또 다른 이름은 섬진강 꽃차례 혹은 섬진화서(蟾津花序)다. 남도의 봄꽃 성지로 손꼽히는 구례, 광양, 하동은 섬진강을 줄기 삼아 피어난 꽃마을이다. 강줄기가 곁을 내어준 마을마다 차례차례 산수유가 번지고 매화가 벙글고 벚꽃이 터진다. 시간 순서로 보자면 산수유와 매화는 동시다발로 피어나고 벚꽃이 한발 늦다. 산수유가 아른아른 봄볕 속에 멸하고 매화 꽃잎 난분분 흩날릴 때가 물 오른 벚꽃의 시간, 벚꽃 차례다. 강물 위로 매화 꽃잎이 낱낱이 흩날릴 즈음 하동 십리 벚꽃이 만개한다.지리산 자락에 깃든 노란 꽃구름 구례의 봄은 산동면 일대에 번진 산수유꽃으로 노랗게 들떠 온다. 매화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봄의 전령사임을 자임하는 산수유는 3월 초에 꽃을 틔우기 시작해 3월 말쯤 절정을 이룬다. 통칭 ‘산수유마을’로 불리는 대평, 반곡, 하위, 상위, 현천, 계척마을 중 지리산과 가장 가까운 상위마을의 풍광을 으뜸으로 친다. 오래된 돌담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노란 꽃길이 정겹기 그지없다. 중국 산둥성에서 들여와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심었다는 산수유 시목(始木)은 계척마을에 있다. 화엄사 각황전 앞에 자리한 300년 수령의 홍매. 붉다 못해 검붉다 하여 흑매라고도 불린다.산수유나무는 일교차가 심한 산비탈에서 잘 자란다. 지리산 산자락에 깃든 이들 마을이 국내 산수유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산수유 열매는 신장과 골수를 튼튼하게 하고 신경통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매년 봄에는 꽃으로 가을엔 열매로 축제를 여는데, 올해의 ‘산수유꽃축제’는 3월 19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된다. 같은 노랑꽃이라도 개나리와 산수유는 느낌이 영 다르다. 개나리가 경쾌한 웃음소리라면 산수유는 아련한 미소 같다 할까. 한데, 의외로 반전이 있는 꽃이다. 멀리서 보면 파스텔톤 연노랑빛이 아른아른한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낱낱의 형태가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의 향연과도 같다. 자디잔 꽃송이들이 마치 폭죽 터지듯 펼쳐져 있어 한 송이라 여긴 게 실은 한 무더기다. 이와 같은 꽃의 배열을 산형꽃차례라 한다. 꽃대의 꼭대기 끝에 여러 개의 꽃이 방사형으로 달린 무한꽃차례의 하나다. 산골 마을의 고요 속에 매화 향기가 그윽하다.산수유를 묘사한 잊을 수 없는 명문은 김훈의 「자전거 여행」 중 여수 기행문 편에 등장한다. 동백부터 매화, 산수유, 목련에 이르기까지 봄꽃에 대한 탁월한 묘사가 페이지마다 흥건하여 꽃 여행을 떠날 때면 다시 펼치게 되는 책이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중략)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김훈, 「자전거 여행」 중 매화 향기 속을 호젓하게 거닐고 싶다면 섬진강을 사이에 둔, 광양 다압면 맞은편 하동 먹점마을이 제격이다.실은, 생강나무 앞에서도 저 문장을 곱씹었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산수유꽃과 생강나무꽃을 구분 못하던 시절, 꽃놀이를 가도 꽃구경보다는 술추렴이 더 좋았던 때의 이야기다. 구례까지 와서 산수유만 보고 떠나긴 아쉽다. 광양으로, 하동으로 무수한 꽃길과의 약속이 바쁘더라도 화엄매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리거든 기필코 화엄사에 들러야 한다. 각황전 앞에 키가 우뚝한 300년 수령의 홍매로, 꽃이 붉다 못해 검붉다 하여 흑매라고도 부른다. 순천 선암사의 600년 선암매가 꽃을 피우면 그 향기가 산 너머 화엄매를 깨운다는데, 작년에는 화엄사 홍매가 먼저 피었더랬다. 출사객과 관광객에 에워싸여 소란한 와중에도 화엄매는 장엄미를 견지했다. 눈을 찌르듯 선연한 진분홍 꽃잎을 한참 우러르다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가까스로 견딜 수 있는 무서움의 시작’이란 릴케의 말을 떠올렸다. 무한한 시간 단위도 겁(劫), 무서움도 겁(怯). 피고 지고 피고 지는 무한한 꽃의 윤회에, 겁(劫)의 시간을 돌아왔을 것 같은 꽃나무의 정령에, 겁(怯)인 듯 경외심인 듯 절로 수굿해지는 것이었다. 노란 꽃구름을 두른 구례 산수유마을.봄이 다 가도록 숨어 살고픈 꽃그늘 섬진강변 매화 일번지는 광양 다압면 청매실농원이지만, 호젓하게 매화를 감상하고 싶다면 하동 흥룡리 먹점마을이 좋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청매실농원 건너편에 자리 잡은 산골 마을로, 청매실농원이 블록버스터라면 먹점마을 매화군락은 독립영화에 가깝다. 지리산 구제봉 중턱 해발 400m 고지에 일부러 숨긴 듯 들어앉은 마을은 산세의 비호 속에 6·25전쟁 때도 아무런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산간 오지에 내린 축복은 그런 것일 게다. 아수라판 같은 세상사와 절연할 수 있는 자유. 먹점은 이곳에서 먹이 많이 생산됐다 하여 유래한 지명으로 묵점이라고도 부른다. 황토를 이겨 바른 농가와 다랑이밭, 오솔길이 어우러진 수더분한 풍경 속에 다문다문 깃든 매화는 화려하기보다 은은하다. 그 고요에 기대 오롯이 향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먹점마을 매화 감상의 즐거움이다. 청신하고 달큰한 암향(暗香)에 취해 걷노라면 눈을 뜨고도 꿈을 꾸는 것 같다. 화엄사 각황전 앞에 자리한 300년 수령의 홍매. 붉다 못해 검붉다 하여 흑매라고도 불린다.‘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散華)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가지에서 떨어져서 땅에 닿는 동안, 바람에 흩날리는 그 잠시 동안이 매화의 절정이고, 매화의 죽음은 풍장이다.’ -김훈, 「자전거 여행」 중 마을에 방 한 칸을 얻어 매화가 꽃보라로 사라질 때까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 저녁으로 돌담 밑에 흩뿌려진 연분홍 손톱 같은 매화 꽃잎을 쓸어 담으며, ‘봄이 오는 사태만큼 사실 큰 사건은 없다’라고 중얼거리고 싶었다. 봄이 오는 사태만큼 사실 큰 사건은 없다 지금은 쓸쓸한 춘궁, 그래도 봄날은 올 것이며 씹어 먹어도 먹어도 굽은 등 떠밀며 또 봄날은 갈 것이다 -문인수, ‘동백 씹는 남자’ 중 <■글 / 고우정(여행작가) ■사진 / 현일수(리빙룸스튜디오)>
길 위의 독서
떠오르는 여행지, 전남 강진
2015. 07. 09 14:07 레저/여행
문화재청장을 지냈던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통해 ‘남도답사 1번지’라고 칭했을 정도로 역사적 명소가 가득한 강진. 모란 시인 김영랑의 생가,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를 집필한 다산초당, 고려청자를 굽던 가마터 등이 이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강진의 한정식은 남도에서도 단연 으뜸. 지난 4월 호남선 KTX가 개통돼 나주까지 기차를 타고 가면 강진까지 버스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기차 여행지로도 손색없는 강진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소개한다. 무위사 월출산 자락에 자리한 고찰로,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당시 지어졌던 대부분의 건축물이 임진왜란 때 소실돼 버렸다. 아미타불이 봉안된 극락보전은 조선 세종 때 건립됐으며, 현존하는 조선 목조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로 국보 제13호로 지정됐다. 내부의 벽화 역시 조선시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강진다원 월출산은 해방 직전까지 국내 최초의 녹차 제품인 백운옥판차(白雲玉板茶)를 생산하는 차산지였다. 습도가 적당하고 주야간 온도차가 크며 안개가 많아 차의 떫은맛이 적고 향이 강한 것이 특징. 이곳에서는 이른 봄부터 어린 싹을 따기 시작해 1년에 3~4회 채엽을 한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이 지역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명소다. 백운동 원림 조선 중기에 조성된 정원으로 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용동 정원과 함께 호남의 3대 원림으로 꼽힌다. 정약용, 초의선사 등의 당대 저명한 문사들이 시를 남긴 곳이기도 하다. 진입로의 울창한 동백림, 담 옆으로 흐르는 백운동계곡, 활엽수와 동백나무, 고택이 어울린 정원의 풍경이 비밀의 정원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다산 유배길 다산 정약용 선생이 백련사 명승 혜장을 만나기 위해 오르내리던 길이라고 하여 ‘다산 유배길’이라 불린다. 소나무, 편백나무, 비자나무가 빽빽한 길을 걷다 보면 정약용 선생이 강진 유배 18년 중 10여 년을 생활하면서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600여 권의 저서를 집필한 곳인 ‘다산초당’에 다다른다. 쭉 이어진 길의 끝에서는 동백군락지로 이름난 백련사를 만나볼 수 있다. 영랑생가 김영랑 시인이 1903년에 태어나 1948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주하기 전까지 45년간 살았던 집이다. 그가 서울로 이주하면서 생가는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됐지만 1985년 강진군청이 다시 사들여 초가집의 원형을 되살렸다. 그의 대표작인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이미지에 맞게 생가 주변에는 모란이 많이 심어져 있다. 청자박물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청자 가마터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강진에 조성된 국내 유일의 청자 박물관이다. 강진군 대구면 일대는 9세기에서 14세기까지 고려청자를 제작했던 지역이다. 박물관 주변에 고려청자를 재현하는 작업장이 있어 우리나라 청자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볼 수 있다. 마량항 해질녘이 특히 아름다운 마량항은 천혜의 미(美)항으로 손꼽힌다. 항구 앞에는 천연기념물 제172호로 지정된 까막섬이 수묵화처럼 떠 있다. 싱싱한 제철횟감을 싸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횟집들이 즐비해 있고 방파제를 따라 산책로가 멋스럽게 가꿔져 있기도 하다. 매주 토요일 밤마다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제공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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