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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526 건 검색)

한복 입은 ‘정년이’ 뉴욕에 뜬다
2024. 12. 18 20:53 인물
배우 김태리씨 화보 영상, 성탄 전야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공개 한복 디자이너 4명이 협업해 개발한 한복과 배우 김태리씨.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배우 김태리씨가 크리스마스이브에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용인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총파업…“정년 단축에 9명 해고 위기”
2024. 12. 17 13:04 지역
... 새로운 하청업체가 들어서면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새 업체는 정년을 만 65세로 내세웠다. 새 정년을 적용하게 되면 6명의 노동자가 해고되는 상황이었다. 노조는 농성 투쟁에 돌입했고 2023년 3월...
경사노위, ‘정년연장 토론회’ 다음달로 연기…“한국노총 불참 고려”
2024. 12. 06 13:11 사회
... 밝혔다. 공익위원들은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대안 마련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 6월 발족 이후 정년을 맞은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인 계속고용위원회는 당초 12일 노사정이...
한국노총, ‘경사노위 정년연장 토론회’ 불참…계엄이 대화 공간 좁혀
2024. 12. 05 15:29 사회
...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사노위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는 지난 6월 발족 이후 정년을 맞은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법정 정년 65세로 연장’,...
탄핵, 국내외 영향

스포츠경향(총 144 건 검색)

정년이’ 김태리 ‘눈물의 여왕’ 김수현·김지원 울렸다···갤럽 조사 ‘올해의 탤런트’ 1위
2024. 12. 18 17:31 연예|연예
tvN 드라마 ‘정년이’의 한 장면. 사진 tvN ‘정년이’ 김태리가 ‘눈물의 여왕’ 남녀 주인공을 제치고 올해 최고의 탤런트로 꼽혔다. 한국갤럽은 지난 11월 11일부터 25일까지 전국(제주 제외) 만 13세 이상 1741명을 대상으로 올 한 해 가장 활약한 탤런트를 두 명까지 물은 조사를 한 결과,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에서 활약한 김태리가 11.9%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고 18일 밝혔다. 18년째 진행된 갤럽의 이 조사에서 김태리가 이 부문 1위를 차지한 건 처음이다. 2014년 CF로 데뷔한 김태리는 영화 ‘아가씨’(2016), ‘1987’(2017), ‘리틀 포레스트’(2018)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2018년에는 첫 드라마 도전작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남다른 연기력을 선보이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18년째 진행된 갤럽 조사에서 고현정과 송중기만 1위를 2회 차지했을 뿐, 모두 다른 배우가 1위에 올랐다. 2위와 3위에는 tvN ‘눈물의 여왕’에서 활약한 김수현(11.9%), 김지원(8.9%)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눈물의 여왕’에서 백현우(김수현 분), 홍해인(김지원 분) 역을 연기하면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들이 활약한 ‘눈물의 여왕’은 최종회가 시청률 24.85%를 기록하며 tvN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김수현과 김지원 열풍이 거셌지만 올해 초에 방송된 드라마라 조사에서 다소 불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위는 tvN ‘선재 업고 튀어’의 변우석(5.5%), 5위는 MBC ‘연인’의 남궁민(4.9%), 6위는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한석규(4.0%)가 각각 차지했다. 7위에는 SBS ‘지옥에서 온 판사’ 박신혜(3.7%)가 이름을 올렸다. MBC ‘원더풀 월드’ 차은우와 지난 10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MBC ‘전원일기’의 김수미는 3.5%로 공동 8위에 명함을 내밀었다. SBS ‘굿파트너’ 장나라는 3.4%의 지지를 얻으며 10위를 기록했다.
정년이’ OST LP로 재탄생···가사지·포토카드 포함 풍성한 구성품 ‘소장가치 UP’
2024. 11. 29 00:44 연예|연예|연예
CJ ENM tvN 드라마 ‘정년이’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특별한 OST LP가 예약 판매를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부터 예약 판매를 개시한 ‘정년이’ OST LP는 게이트폴드 2LP 형식으로 제작되며, 20페이지 분량의 가사지를 비롯하여 포토카드 5종 세트, 미니포스터와 엽서 4종 세트 등 드라마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은 구성품으로 소장 가치를 높였다. LP에는 서용례(문소리 분)의 ‘추월만정’을 포함하여 지금껏 발매된 모든 OST가 실린다. 이날치 ‘새타령’, 윤정년(김태리 분)과 조웅(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두 가지 버전의 ‘목포의 눈물’, 조유리 ‘봄날은 간다’, 윤정년 ‘목포의 청춘’, ‘갈까부다’ 등 깊은 울림을 선사했던 가창곡들이 수록된다. 또 ‘춘향전’, ‘자명고’, ‘바보와 공주’, ‘쌍탑전설’ 등 드라마 속 주요 국극 무대의 음원도 그대로 담았다. ‘정년이’ OST는 전통과 현대의 울림을 한데 엮은 새롭고 특별한 음원으로 드라마 시청자와 음악 팬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명장면의 여운을 되살리는 명곡들과 풍성한 구성품으로 소장 가치를 높인 ‘정년이’ OST LP는 현재 예약 판매를 진행 중이다.
[‘정년이’ 감독 인터뷰 ②] 정지인 감독 “‘민폐 정년이’? 제 부족함 때문”
2024. 11. 27 10:49 연예
tvN 드라마 ‘정년이’의 한 장면. 사진 tvN 최근 막을 내린 tvN ‘정년이’는 주인공 윤정년(김태리)의 성장서사와 여성국극이 주는 이채로운 재미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원작과 다른 설정과 주인공들의 역할 재배치에서 오는 아쉬움도 있었다. 정 감독은 드라마가 끝난 열흘 후 ‘스포츠경향’과 나눈 서면 인터뷰에서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상세한 전말을 전하며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하 정지인 감독과의 일문일답. (①에서 계속) tvN 드라마 ‘정년이’의 한 장면. 사진 tvN - 배우들의 열연이 화제였다. 이 같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어떠했는지? “배우 김태리가 쏟은 열정과 노력은 우리 작품을 떠받치는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순간이 올 때 정년이를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신예은의 촬영 중 반전의 순간들도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종종 허영서와 신예은을 오가며 장난칠 때마다 다시 영서로 돌아오라고 말로는 그랬지만 속으로는 주머니 속에 넣어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배우 라미란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현신이었습니다. 단원들과 있을 때는 여고생같이 해맑게 있다가 촬영만 들어가면 어느새 소복으로 초집중하는 모습에 여러 차례 반했습니다. 정은채와 김윤혜는 매란의 왕자와 공주로서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저 역시 온달과 평강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가 참 슬펐습니다. 둘의 마지막 무대가 드디어 끝났고 이제는 보지 못할 조합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쉬웠습니다.” tvN 드라마 ‘정년이’의 정지인 감독 현장 연출장면. 사진 tvN - 웹툰 원작에서 핵심이었던 정년의 친구 부용이 사라진 점에 대해 많은 팬들이 아쉬움을 표현했는데? “부용의 캐릭터를 빼 것은 주인공의 성장 서사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무래도 방대한 원작을 다 담을 수 없어 좀 더 주인공의 성장 서사에 초점을 뒀고, 매란국극단 생활을 중심으로 담았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원작 작가님과의 상의도 있었습니다. 제가 작품에 합류했을 때 (부용이를 뺄지 말지) 결정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최효비 작가(각본), 원작 작가와 상의하는 과정에서 12부작 안에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집중시켜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tvN 드라마 ‘정년이’의 한 장면. 사진 tvN - 극 중 정년이의 행동이 독단적인 부분이 많아 ‘민폐 캐릭터’로 여겨졌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호불호가 갈릴 것은 예상했습니다. 일반적인 입장에서는 이해가 쉽지 않은, 왜 저렇게까지 스스로를 망치면서 열정을 쏟는지에 대한 순간들이니깐요. 하지만 그만큼 어떤 경지에 도달하길 원하는 간절한 열망은 이해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아끼는 이에게서 스스로의 재능이 부정당하는 경험은 일종의 절망을 불러일으키고, 매란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어떤 한 길만 보던 정년이 같은 사람에게 감정적인 트라우마로 작용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년이라는 예술가를 온전히 이해시킬 수 없어도 절망의 깊이가 조금이라도 시청자들에게 닿았기 때문에 끝까지 이 드라마를 봐주시지 않았을까요. 배우와도 이런 종류의 얘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어떤 높은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건 배우들 역시 갖고 있는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 드라마를 연출하는 입장에서 이를 관찰하고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건 저의 몫이고요. 지나친 불호의 입장이 많았다면 이는 결국 좀 더 섬세하게 연출하지 못한 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tvN 드라마 ‘정년이’의 한 장면. 사진 tvN - ‘옷소매 붉은 끝동’ 이후 ‘정년이’까지. 초반 연출작과 다르게 시대극이나 사극에서 더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현대극과 다르게 시대극이나 사극이 본인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며, 그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사극과 시대극 속에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없는 일종의 ‘간절함’이 있습니다. 한 번 헤어지면 다시는 만나지도 보지도 못하는 간절하고 안타까운 심정이 사극과 시대극의 마음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현대극이었으면 전화나 문자, SNS 댓글 하나로 해결되는 것들이 그 시절에는 절대 가능하지 않으니깐요. 이번에도 그런 간절한 마음들이 작품 속에 모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 있는 상황, 한 번 헤어지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소중한 인연의 간절함이 <정년이>에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현대극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일종의 애틋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tvN 드라마 ‘정년이’의 한 장면. 사진 tvN - ‘정년이’ 연출 과정에서 MBC를 퇴사하게 됐다. 앞으로 어떤 스타일의 작품, 어떤 연출을 해보고 싶은가. “아직은 정년이로 가득 차 있는 상태입니다. 당분간은 비워내는 과정에 몰두할 예정입니다.” - ‘정년이’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나. “소리 한 가락, 한 소절을 우연히라도 듣게 되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인데, 아 정년이에서 나왔구나!’ 정도의 반응만 나와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끝)
[‘정년이’ 감독 인터뷰 ①] 정지인 감독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문소리의 ‘추월만정’”
2024. 11. 27 10:49 연예
tvN 드라마 ‘정년이’의 한 장면. 사진 tvN 이제는 중장년층의 기억에서도 멀어졌던 국극, 그것도 여성들만이 무대를 채우는 ‘여성국극’이 2024년 안방극장에서 부활했다.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정년이’는 주인공 윤정년(김태리)의 성장서사를 보는 것만큼 드라마 속 국극을 보는 재미도 안겼다. 작품을 연출한 정지인 감독에게도 ‘정년이’는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2022년 막을 내린 ‘옷소매 붉은 끝동’ 이후 사극과 시대극을 이어가며 히트작을 계속 냈고, 김태리와 라미란, 정은채 등의 연기열정에 신예은, 우다비, 오경화 등 젊은 배우들의 성장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드라마가 끝난 열흘 후 ‘스포츠경향’과 나눈 서면 인터뷰에서 연출의 소감과 주요 배우들에 대한 생각 그리고 설정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서면 인터뷰는 종방 전 이뤄진 탓에 결말과 관련한 정 감독의 소회는 아쉽게 담기지 못했다. tvN 드라마 ‘정년이’의 한 장면. 사진 tvN 이하 정지인 감독과의 일문일답. - 작품 흥행에 대한 소감 및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무엇인지?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물이 이런 큰 사랑을 받게 돼서 무척 기쁩니다. ‘정년이’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신 시청자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시청자 반응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국극에 대한 반응들입니다. ‘집에서 이런 걸 돈 주고 봐도 되냐’는 댓글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연출에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현대의 많은 시청자에게는 생소한 장르인 여성국극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 가장 고민이 많았습니다. 국극은 당시 관객들이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최고의 오락거리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생각하며 우리 시청자들도 그에 못지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무대의 커튼이 열리는 순간,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입장하는 듯한 기대감과 흥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속의 관객과 시청자들이 동일한 선상에서 이런 기분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지 촬영 전부터 배우, 스텝들과 함께 방향을 잡았습니다. tvN 드라마 ‘정년이’의 정지인 감독 현장 연출장면. 사진 tvN 소재가 다소 낯선 만큼,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최대한 보편성을 띨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원작의 생생한 캐릭터들이 어떤 배우들을 만나야 더 큰 생동감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다행히 배우 김태리를 비롯해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배우들이 합류해 준 덕에 쉽지 않은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 가장 공들여 촬영한 장면은 무엇이며, 어떻게 촬영했는지 뒷이야기가 있다면? “아무래도 모든 스텝과 배우들이 총력을 기울인 건 국극 장면들이었습니다. 보통 주 2~4회의 촬영을 진행하면 나머지 날들은 배우들은 연습을 하고 나머지 스태프들은 틈틈이 국극 장면을 구현하기 위한 회의나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국극 촬영은 카메라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을 본 촬영에 앞서 하루씩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무대 동선 확인, 카메라와 장비 동선, 조명 세팅, 의상과 분장 헤어 세팅 등을 보면서 본 촬영에서 수정 보완할 것들을 미리 확인했습니다. 본 촬영은 무대 위주의 촬영과 관객을 포함한 촬영, 그리고 CG용 관객 소스 촬영을 각각 나눠 진행했습니다. 보통 한 작품당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기간이 평균적으로 소요됐습니다. tvN 드라마 ‘정년이’의 한 장면. 사진 tvN 국극을 제외한 촬영 중 가장 공들인 건 아무래도 10회의 마지막, 용례(문소리)가 부르는 ‘추월만정‘을 정년이 처음으로 듣는 장면이었습니다. 대본 상황에 적합한 장소를 촬영 시기에 임박해 겨우 구했고, 일출과 밀물과 썰물 시간대를 몇 달 전부터 계산해서 두 번에 걸쳐 촬영한 장면입니다. 한 씬을 이렇게 오래 준비해 찍은 건 연출하면서 처음 있는 경험입니다. 며칠에 걸쳐 찍으며 훌륭한 감정선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완성할 수 있던 장면입니다.” (②에서 계속)

주간경향(총 12 건 검색)

드라마인가, 공연 실황인가…화제의 ‘정년이’(2024. 11. 18 06:00)
2024. 11. 18 06:00 문화/과학
tvN 드라마 흥행몰이…‘판소리 뮤지컬’ 보는 듯 즐거움 선사 가진 건 없지만 타고난 소리꾼 정년(오른쪽·김태리 분)과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수재 소리꾼 영서(신예은 분)의 대결을 축으로 펼쳐지는 드라마 <정년이> / tvn 제공 판소리 천재 소녀가 여성국극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tvN 드라마 <정년이>에는 주인공 윤정년(김태리 분)이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엉겁결에 <춘향전>의 방자 역을 맡게 된 그는 책을 읽듯 대사를 읊는다. “자아, 도오련님, 이것이,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경멸하는 표정으로 정년을 바라보는 국극단의 엘리트 영서(신예은 분). 갑자기 능글맞은 미소를 짓더니 어깨를 들썩인다. “자 도련님, 이것이 제가 아까 말씀드린 삼남에서 제일가는 광한루올시다.” 바지춤을 추켜올리고 발을 방정맞게 구르는 것이 영락없는 방자다. “내일부터는 지대로 해낼랑 게”라고 말하는 정년에게 영서는 차갑게 답한다. “어떻게 할 건데? 내가 보여준 방자를 흉내 낼 거야?” 공연까지 남은 기간은 열흘. 윤정년은 자신만의 방자를 찾아내 연기할 수 있을까.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배우에 도전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정년이>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여성국극은 여성 소리꾼이 여성과 남성 역할을 모두 소화하는 창극의 한 갈래로 춤과 연기의 비중이 큰 ‘판소리 뮤지컬’이다. <정년이>의 전국 시청률(닐슨 코리아 집계)은 지난 10월 12일 첫 화 4.8%로 출발해 2~3화에서 약 두 배로 뛰더니 10화엔 14.5%로 같은 시간대 전 채널 중 1위를 기록했다. 유튜브 등 각종 플랫폼에서의 영상 누적 조회수는 약 4억2000만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검색 및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의 인기도 집계에서도 11월 1·2주차 연속 1위다. <정년이>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화제인 이유는 뭘까. 배우들의 열연과 수준급 국극 무대, 여성들의 다채로운 성장 서사가 이 드라마의 힘이다. ■여성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 드라마 주무대인 ‘매란국극단’의 연구생(연습생) 공연 날, 방자 연기를 고민하다 자취를 감췄던 정년은 공연 직전에야 나타나 합류한다. “히야~ 워메 워메! 아따 도련님, 멋들어져 갖고 그냥 넋이 홀~딱 빠져불겄쏘잉.” 그가 찾은 방자는 ‘관객을 웃기는 광대’. 익살스러운 표정과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여 큰 박수를 받는다. <정년이>는 한마디로 여성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다. 차갑고 도도한 영서가 한순간에 <춘향전> 속 방자로 변신해 눈알을 떼굴거리는 장면, 정년이가 결국은 방자에 몰입해 연기 또한 천재임을 증명해 보인 장면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정년과 영서는 이후 <자명고>의 남자 악역 ‘고미걸’, 평강공주 설화의 ‘온달’ 등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선보이며 현란한 연기 대결을 펼친다. 여성국극계의 ‘왕자님’ 문옥경(정은채 분)이 선보이는 다양한 남성성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신이 발굴한 정년에겐 부드럽고 따뜻한 ‘키다리 아저씨’인 그는 <자명고> 속 호동 왕자로서는 강인하고 박력 있는 남성상을 그린다. 배우들은 실제 ‘차력’에 비견될 만큼의 땀을 흘리기도 했다. 극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배우 김태리와 신예은은 오랫동안 판소리를 연마했다. 매란국극단의 간판스타로 분한 배우 정은채, 김윤혜(서혜랑 역) 역시 수준급의 판소리, 발림(소리꾼의 몸짓), 무용을 선보인다. 제작진은 국극 무대 연출자를 따로 두고 국극만 4~5차례씩 별도로 촬영했다고 한다. <춘향전>, <자명고>, <바보와 공주> 등 드라마 속 국극을 묶은 영상 클립엔 “드라마인가, 공연 실황인가”, “방구석에서 돈 안 내고 국극 공연을 보는 수준”, “국극이라는 잊힌 예술을 부활시켰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판소리와 춤, 화려한 무대 세트와 의상 등의 풍성한 볼거리에 시청자들이 호응한 것이다. 극중극을 10~20분씩 과감하게 배치했지만 정년, 영서, 옥경, 혜랑 등의 인물이 서로의 연기에 감탄하거나 실수를 만회해 주는 등의 장치가 쉴 새 없이 이어져 지루하지 않은 것도 미덕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국극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냥 보고 들으면 재미없었을 판소리, 연기 등의 세부적 요소들을 인물 간 대결 구도 등을 통해 드라마화했다”라면서 “여성국극의 매력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무대를 재현한 점이 이 작품의 큰 힘”이라고 말했다. 남자 주연 역할을 도맡아 여성국극계의 ‘왕자님’으로 불리는 옥경(정은채 분)은 여성팬들을 거느린 스타로 그려진다. tvn 제공 ■케미 다채롭지만… 다채로운 여성 서사도 인기 요소다. 정년의 라이벌 영서는 ‘득음’을 위해 목을 혹사하는 정년을 말리며 말한다. “내가 왜 이렇게 죽을힘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는 건데. 난 네가 최고의 상태일 때 싸워서 이길 거야.” 목이 망가져 국극을 포기한 정년이 돌아오도록 설득하는 인물도 영서.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를 넘어서 서로를 자극하고 성장시키는 여성 라이벌 서사다. 정년이 국극단에서 한때 쫓겨나면서까지 보호하려 했던 ‘절친’ 주란과의 관계 역시 단순하지 않다. “난 네가 무서워. 네가 또 역할에 지나치게 몰입해 버릴까봐. 그럴 때 넌, 네 역할도 잡아먹어 버리고 상대역도 잡아먹어 버리고, 남는 건 윤정년 너밖에 없어.(주란·우다비 분)” 주란은 오디션 파트너로 영서를 택하면서 정년에게 좌절을 안기고, 이후 조급해진 정년은 서혜랑이 놓은 덫에 걸려 목소리를 망치게 된다. 조혜영 영화평론가는 “그간 여성의 성장을 다룬 드라마에선 남성 캐릭터가 뛰어들어 로맨스가 만들어지거나 조력 관계를 형성하는 패턴이 있었는데 드라마 <정년이>는 그런 것 없이도 여성들 간의 흥미로운 관계를 얼마든지 역동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다만 여성국극을 전면에 내세웠으면서도 1950년대 전성기를 누린 여성국극이 의미하는 바는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평도 나온다. 조 평론가는 “전쟁에 나간 남자들을 대신해 가정경제를 일으켜야 했던 1950년대의 여성들은 기존의 성 역할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았다”며 “국극 무대에서 여성들이 다양한 남성성을 보여준 것처럼 당시 여성의 일상도 무대와 다르지 않았으며, 일상과 무대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내용이 원작엔 있었으나 드라마에선 생략됐다”고 지적했다. 원작 웹툰 속에서 정년과 동성 연인으로 발전하는 ‘부용’, 남장 여자로 살아가는 ‘고사장’을 삭제하면서 당대의 ‘무대 밖’ 여성 이야기도 함께 지워졌다는 얘기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역시 “여성국극에 환호할 수밖에 없었던 전후 시대 평범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기지 않은 점이 아쉽다”면서 “배우들의 열연과 정년이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는 흥미로우나 드라마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초점이 불분명해 보이는 한계는 있다”라고 말했다.
당신의 정년은 언제인가요?(2024. 11. 04 06:00)
2024. 11. 04 06:00 경제
정년 연장과 재고용 사이, 한국식 고령 일자리 만들어야 고령층 취업 청년층 추월, 부익부 쏠림 막을 제도도 필요 2023년 12월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23 마포구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노인이 구직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년 연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최근 행정안전부에 이어 대구시가 공무직의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키로 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정년 연장 검토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나이를 59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중근 신임 대한노인회장은 지난 10월 21일 노인 연령 기준을 상향 조정하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민간 기업도 정년 연장 논의에 동참할 수 있을까.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 10월 28일 내년 1분기까지 정년 연장 합의를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을 연착륙시키려면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해 한국식의 고령자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기업들, 36% 정년 넘긴 직원 재고용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는 한국이 내년 초고령사회(65세 인구 비중이 20% 이상)에 진입하는 만큼 성장 동력 확보와 노인 빈곤 해소 등을 위해 고령자 고용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고용 방식을 두고는 노사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노동계는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 등으로 일괄 상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금 조정은 개별 사업장 상황에 따라 노사 간 협의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도 교섭력이 약한 사업장에선 법정 정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만큼 정년을 보편적으로 확산해 불안정 노동자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에 맞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65세)에 따라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도 오는 11월 5일 정년 연장을 주제로 회의를 열고 정년을 63세로 높이는 방안을 논의한다. 경영계는 국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는 만큼 노동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하지만 일괄적인 법정 정년 연장이 아닌, 자율적인 계속고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미 일부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한다. 현대자동차와 동국제강, 포스코, LG화학 등이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정년퇴직 이후 다시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근속연수에 따른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갖고 있어 법정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의 임금 부담이 커진다. 퇴직 후 재고용을 하면 근속연수가 아닌 직무·성과 중심으로 근로계약을 새로 할 수 있어 인건비 부담이 줄어든다. 고용노동부는 정년 연장과 재고용을 포괄하는 계속고용(재고용·정년 연장·정년 폐지)이란 용어를 쓰면서, 계속고용을 위해 임금체계 개편 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이 선결돼야 한다’는 경영계 입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을 줄여야 청년층 신규 채용 감소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숙련인력 ·전문기술자를 퇴직 후 재고용하며 정년 연장을 한다. 노사 모두 ‘윈-윈’(상호이익)할 수 있어 이런 추세가 더 확산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높은 연봉을 조정하지 않고 일률적인 정년 연장을 하면 청년층의 취업 시장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업들도 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이 높아져 고령화에 대한 고민이 많고, 계속고용을 위한 여러 방법 중 어느 것이 최선인지 아직 정답을 모른다”며 “직군 등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인력이 각양각색이라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을 해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정년이 넘긴 노동자를 계약직 등으로 다시 고용하는 제도’를 운용하는 사업장은 작년 말 기준 36%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2019년(28.9%)보다 7.1%포인트 상승했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자구책으로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월 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경기도 5070 일자리 박람회에서 취업 희망자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기업들도 논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고령화 속도와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 등을 보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때”라면서도 “다만 대기업보다 자본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정년 연장이 강제화되면 감당하지 못해 쓰러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론과 별개로 현장에는 드러나지 않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벌어져 ‘부익부 빈익빈’이 격화되는 등 사회적 불평등과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어 섬세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학계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요셉 연구위원이 ‘60세 정년 의무화가 청년 고용에 미친 영향’을 실증분석한 연구(2019)를 보면 민간부문에서는 정년 연장으로 1명의 고령 고용이 증가할 때 청년 고용은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60세 정년 연장의 고용효과에 대한 소고’ 연구(2023)를 보면 고령 고용이 1명 늘어날 때 15∼29세와 30∼44세 근로자도 각각 0.37명과 0.61명 늘었다. 보고서는 “정년 연장에 따른 중장년층의 고용 증가가 청년층의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청년층과 고령층은 대체 관계가 아닌 보완관계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년 연장, 상위 15% 위한 혜택 될 수도 다만 학술적 논란과 별개로 청년세대에서는 정년 연장이 취업 문턱을 더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공공부문과 금융 등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1차 시장(대기업·정규직) 노동자에게 정년 연장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정년논의는 정년이 있고 실제 작동하는 사업장에서 일한 사람들만 해당하는 얘기다. 이와 무관한, 생계를 위해 일하는 서민들의 실질적 정년은 이미 70세를 넘어선 지 오래인데 정년 연장이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와 노후 안전망을 확장하는 유일한 수단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1차 노동시장 중심부에 있는 일부 고령자에게만 혜택이 제한적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며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의 노동권과 사회보장권을 보장해 주는 실질적인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법정 정년까지 정규직 임금 근로 일자리를 유지하는 비중은 전체 고령자의 14.5%에 그친다. 정년과 실제 퇴직 연령 사이의 괴리도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기준 취업 경험이 있는 55~64세 인구는 주된 일터에서 평균 15년 근속해 49.4세에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정년인 60세에 훨씬 못 미친다. 여기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63세)이 2033년 65세로 늦춰지면 ‘소득 공백기’는 더 길어진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법정정년이 일치하지 않는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 9월 전체 연령대 중 1위로 올라섰다. 처음으로 50대 취업자를 제치며, 60세 이상 노동자가 고용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준비가 되지 않아 계속 일해야 하는 노인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한국 남성의 실질 은퇴연령은 2018년 기준 72.3세로 초고령사회인 일본(70.8세)보다 높다. OECD 국가 중 1위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해 노동시장에 더 오래 머물면서 저임금을 받으며 불안정한 노동을 하는 것이다. 소득 공백 해소를 위한 정년 연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고령화는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올해부터 차례로 은퇴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약 0.4%포인트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50년 뒤엔 현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저출생·고령화의 파고를 넘을 대안 마련이 국가 경제측면에서도 시급하다는 얘기다. 사회적 수용성·공감대부터 만들어야 고령화로 골머리를 앓는 세계 각국도 ‘정년 시계’를 늦추고 있다. 태국은 최근 사회보장기금 고갈 우려로 55∼60세인 노동자의 정년을 65세로 늘렸고, 중국도 내년부터 정년을 60세에서 63세로 올린다. 대만도 노동력 감소 등을 이유로 만 65세 정년 규정을 폐지했다. 해고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국과 영국 등은 사실상 정년이 없다. 한국 정부는 계속고용 도입을 위한 성공적인 해외 사례로 일본을 주목한다. 일본의 법정 정년은 60세다. 1994년 60세 정년 의무화를 입법하고, 1998년 시행했다. 하지만 일본 노동자들은 원하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 2004년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기업이 65세까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계속 고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재고용된 이들의 임금 수준이 저하될 경우 정부는 임금 일부를 보전해 줬다.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2020년에는 재고용 기한을 70세까지 늘렸다. 후생노동성의 고령자 고용상황 보고를 보면 65세까지의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한 기업 비율이 99.9%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정년 폐지 3.9%, 정년 연장 26.9%, 계속고용제도 69.2%다. 일본의 정년 연장은 20년간 진행된 사회적 논의의 결과다. 세계적으로도 성공적인 노인 일자리 정책으로 꼽힌다. 다만 일본은 한국처럼 청년 실업과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 연금으로도 생활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전문가는 일본 모델이 성공한 사회적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한 고령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은 “한국에 맞는 정년 연장을 연착륙 시키려면 고령자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수용성과 공감대부터 만들어야한다”며 “노동계는 법제화가 만능이 아님을 인정하고, 기업과 정부는 (정년을 빌미로)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유연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금 수령 연령이 올라가 노동자의 소득 공백이 생겼을 때 이를 줄여주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책무로 정년 연장 외에도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임금과 고용 방식은 개별 기업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사업장은 교섭력 차이로 정년 연장에서 차별 받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정년 연장 문제를 다루는 경사노위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 위원회’는 오는 11월 12일 공익위원회를 열어 노사가 각각 제시한 정년 연장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어 12월 12일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의제 공론화에 들어간다.
특집
“하루 더 여유, 만족은 갑절···이대로면 정년 채울래요”(2023. 04. 21 13:56)
2023. 04. 21 13:56 사회
사직을 고민하던 세브란스병원 최지혜 간호사(31)는 최근 사직이 아니라 ‘정년퇴직’을 생각하게 됐다. 간호사가 되고 싶어 간호학과에 지원했고, 임상이 좋아서 외과병동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숨 쉴틈 없이 업무는 휘몰아쳤고, 소진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시간도 없이 다시 일터로 향해야 하는 시간이 쌓였다. 외과병동을 떠나 교대근무가 없는 외래로 부서를 옮긴 선배들을 떠올렸고, 사직에 대한 생각도 턱밑까지 차올랐다. 임상의 꿈은 멀어져갔다. 최 간호사는 “힘들더라도 환자분들을 돌볼 때 제일 뿌듯함을 느껴왔다. 그래서 임상을 계속해온 건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드니까 계속 이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번아웃’ 상태였던 최 간호사에게 병원에서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이거 아니면 퇴사”라는 생각으로 고민할 것도 없이 지원했다. 지난 4월 17일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운영 중인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지난 1월 1일부터 시작된 세브란스병원의 주 4일제 시범사업이 100일을 넘겼다. 사직을 고민하던 최 간호사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지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연차가 쌓일수록 고민은 깊어졌다. 그러나 주 4일제를 경험해보니 이런 근무 체제면 이 일을 몇십년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고 말했다. 2017년 입사한 최 간호사는 올해로 7년차다. 아직 저연차 간호사인 듯싶지만, 26명의 간호사가 근무하는 병동에선 최고참에 가깝다. 상당수의 간호사가 고된 업무 강도로 병원을 떠났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노조 관계자는 “4~10년차 간호사들의 사직률이 굉장히 높다. 한창 일해야 할 연차의 간호사들인데 일이 너무 힘들다 보니 외래, PA 간호사(진료 보조인력), 공기업 등으로 이직을 하는 사례가 많다”라며 “그러다 보니 나이 어린 신규 간호사와 나이 많은 경력자만 남는 바람에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간호사가 없다”고 말했다. 신규 간호사들의 사직률도 절반에 달한다. 2022년 대한간호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들의 사직률은 2018년 42.7%, 2019년 45.5%, 2020년 47.7%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1년 미만 이직률이 47%라는 것은 다른 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심각하게 봐야 할 통계다”라며 “궁극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간호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서 간호사들의 이직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료들의 잇따른 퇴사로 불안감은 더해지고 업무부담은 늘어난다. 신규 간호사들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보니 숙련된 인력이 점점 더 부족해진다. 최 간호사와 같은 병동에서 일하는 이혜진 간호사(31)는 “어떤 근무일은 어느 정도 숙련된 간호사가 나 혼자다. 내 뒤로 1~2년차 신규 선생님들만 있는 날도 있다”라며 “그런 날은 너무 벅차다. 업무를 하면서도 신규 선생님들 트레이닝도 해야 하고, 하루가 정신없이 힘들다. 그런 근무일이 다가오면 미리부터 두렵다”라고 말했다. 세브란스의 주 4일제 실험 간호사들의 높은 사직률 배경에는 장시간 노동, 야간 교대근무, 무급노동, 감정노동 등 열악한 근무환경이 있다. 형식적으로는 하루 8시간(주 40시간) 근무지만, 출퇴근 시간 앞뒤로 인수인계·차팅(간호 기록) 등 일상적인 업무를 하다 보면 10시간이 훌쩍 넘는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간호사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6시간이다. 게다가 3교대 근무로 근무시간이 불규칙하다.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지 않는 특례업종이어서 초과근무는 수시로 발생한다. 세브란스노조는 여러 가지 원인이 뒤얽혀 있는 ‘간호사 퇴사’의 해법을 ‘주 4일제’에서 찾기로 했다. 지난해 8월 세브란스노조와 연세의료원은 ‘주 4일제’ 시범사업에 합의했다. 3개 병동, 30명에 제한된 작은 규모이지만, 병원 최초로 그것도 ‘노사합의’로 주 4일제를 실시한다는 점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노조는 원칙적으로는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지향했지만, 소규모 시범사업이다 보니 형평성을 위해 10%의 임금삭감을 사측과 합의했다. 주 4일제에 따른 인력 충원은 병동당 1.5명, 모두 5명이다. 100일이 지난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한 간호사들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최지혜 간호사는 “월급이 깎이는 것에 대해 아쉬운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깎이는 게 10% 정도라면 만족도는 제곱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1년 전 주 5일제 근무표와 이달의 주 4일제 근무표를 비교해 보여줬다. 주 5일제 근무표에는 금요일 야간근무를 마친 후, 월요일 낮 근무로 출근하는 날도 있었다. 금요일 밤 9시부터 토요일 오전 7시까지 일을 하고, 월요일 오전 6시가 못 돼 출근하는 스케줄이다. 병원을 떠나 있는 시간이 48시간이 안 된다. 주 4일제 근무표에는 일주일에 4일을 쉬는 주도 있다. 최 간호사는 “주 5일제일 때는 개인 활동은 하나도 못 했고, 휴일에는 모자란 잠을 자는 것만으로 시간이 다 갔다. 주 4일제를 하니 운동도 하게 되고 길게 쉬는 주에는 여행도 다녀올 수 있다. 꿈도 못 꿨던 일이다”라고 말했다. 되찾은 일상은 일터의 활력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이혜진 간호사는 “매일의 업무 강도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쉴 수 있는 날이 늘어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라며 “과거에는 몸이 힘들다 보니 일이 끝나면 빨리 가서 쉬어야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요즘은 체력이 회복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다 보니 환자나 보호자들의 마음에 더 공감하게 됐다. 퇴근 시간이 지나도 환자분들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눈치면, 내일부터 3~4일 쉴 수 있으니 좀더 이야기를 들어드리자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최근 들어 환자분들의 칭찬 메일도 많이 받는다”라고 말했다. 최지혜 간호사는 “병원에서는 비용 문제 때문에 주 4일제를 확대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지금은 고작 6개월 하니까 운동을 할 수 있고 체력이 좋아졌다는 정도의 1차원적인 만족도만 드러난다. 하지만 2년을 하고 3년을 하다 보면 간호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 4일제의 장기적인 효과는 병원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리라는 기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주 4일제가 직원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고 업무효율성을 높인다는 다양한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병원 사례로 잘 알려진 연구가 2015~2017년 스웨덴 예테보리시의 한 노인 요양병원의 노동시간 단축 실험이다. 주 4일제는 아니지만, 1일 8시간(주 40시간) 근무시간을 1일 6시간(주 30시간)으로 단축하는 실험이었다. 급여 삭감 없이 68명의 요양보호사가 1일 6시간 노동으로 전환됐고, 17명이 추가로 고용됐다. 비용은 시의 공적 자금으로 충당했다. 실험 결과, 노동시간 단축이 돌봄의 질과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주 40시간을 시행하는 인근 다른 요양병원과 비교한 결과, 직원들의 건강과 업무효율성이 함께 증진됐다. 다니엘 벨머 예테보리시 의원은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을 때 일상적 상호작용도 개선됐다.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움직인 하루 활동량도 60%가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직원들의 병가 일수도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시범사업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주 4일제의 핵심 중 하나가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과로나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이탈하는 것을 막고 숙련된 노동자들이 오래 재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기업 또한 주 4일제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2021년 11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서울 종로구 전태일재단에서 ‘주 4일제 로드맵과 신노동법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첫 ‘노사합의’ 주 4일제 국내에서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일부 기업들이 주 4.5일제·주 4일제를 도입한 바 있다. SK, 포스코 등 대기업 일부 계열사에서 격주 주 4일제 등 근무시간 단축을 도입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주 4.5일제를 시행 중이고, 카카오도 격주 주 4일제를 도입한 바 있다. 교육기업 에듀윌, 전자상거래 플랫폼 회사 카페24 등도 주 4일제를 도입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경영자의 결정으로 주 4일제를 시행했다. 김종진 소장은 세브란스병원의 주 4일제 시범사업이 ‘노사합의’로 이뤄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았다. ‘노사합의’가 없는 ‘주 4일제’ 도입은 불안정한 근무여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경영자의 결정으로만 주 4일제를 시행한다면 언제든 후퇴할 수 있어서다. 카카오와 에듀윌은 경영 상황 등의 이유를 들어 주 4일제를 축소하거나 중단한 상태다. 김 소장은 “주 4일제가 명시적으로 근로계약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일종의 ‘심리적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가 주 4일제를 사회적으로 천명하고 직원들은 이에 대한 기대로 회사에 들어온 것이다. 주 4일제 중단은 회사가 그 계약 관계를 파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주 4일제가 법제화가 안 된 상황에서는 회사가 언제든 이 같은 결정에서 후퇴할 수 있다. ‘노사합의’로 해야 지속가능하다”고 말했다. 주 4일제를 지금과 같은 노동환경에서 도입한다면, 정규직 고소득 업종에만 그 혜택이 돌아가리라는 우려도 있다. 저임금과 임금불평등이 심하고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처럼 법정근로시간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주 4일제 도입은 노동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각각 주 4.5일제, 주 4일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동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주 4일제가 대선 의제였을 때 민주노총 내에서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주 5일제도 제대로 안 되는데 주 4일제가 가능하겠느냐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정부가 최대 주 69시간을 근무할 수 있는 내용의 노동시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잊혔던 대선공약인 ‘주 4일제’가 정치권에서 새롭게 조명됐다. 지난 3월 22일 이재명 대표는 “국민을 과로사로 내모는 노동개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주 4.5일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수진 의원, 김영주 의원은 근로시간 단축을 하는 기업에 정부와 지자체가 인센티브를 주는 ‘근로시간 단축 지원 법률안’도 잇따라 발의했다. 하지만 주 4일제를 당론으로 확장하는 등의 더 진전된 논의는 없다. 주 4일제가 아직 전 국민적 공감대로까지 확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응하는 정치적 카드로만 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명안전 업무·산재율 높은 산업부터 주 4일제가 공감대를 넓히려면 생명안전 업무나 산재율이 높은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병원마다 간호등급이 있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환자들에게 서비스가 좋고 수가도 높다. 지방에 있는 병원들은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등급 외를 받는 사례도 많다”라며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한다면 엄청난 인력이 또 서울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 열악한 지방 병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진 소장은 “사무관리, 전문직, IT 등은 주 4일제를 도입하면 업무효율성 증가로 사실상 추가인력이 없어도 가능할 수 있다. 병원처럼 교대제로 운영되는 데는 추가인력이 필요하다”며 “영세 중소기업처럼 양극화된 노동시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시적 지원을 통한 정부의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 단축을 비롯해 장시간 노동을 방지하는 법제화가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법제화가 안 된다면 병원 등 생명안전 업무를 하는 업종이나 산재·고위험 사업장을 중심으로 산별 협약을 통해 ‘주 4일제’를 먼저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라며 “이런 사업장부터 노사정 협약을 통해 시범사업을 해본다면 국민의 동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아이슬란드·스페인 등 정부 주도로 주 4일제 실험 지난 4월 11일 칠레 의회는 노동시간을 현행 주 45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칠레는 하루 최대 10시간 근무를 허용하고 있어 법안이 시행되면 주 4일 노동이 가능해진다. 칠레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우리와 비슷하다. 2021년 기준 칠레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91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다. 한국은 1915시간으로 4위다. 노동시간 단축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정부 혹은 개별기업의 주도로 주 4일제 실험이 한창이다. 정부 주도로 주 4일제를 추진해 안착시킨 대표적인 나라로 아이슬란드가 꼽힌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수도인 레이캬비크 시의회와 함께 2015~2019년 4년간 전체 노동인구의 1%인 2500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실험했다. 유치원 교사, 회사원, 사회복지사, 병원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이 참여한 이 실험은 ‘엄청난 성공’으로 평가됐다. 임금 삭감 없이 근무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5~36시간으로 단축한 결과, 생산성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향상됐다. 노동자들의 업무만족도가 높아지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를 토대로 아이슬란드 노동조합은 기업과 근무방식을 재협상했다. 현재는 전체 근로자의 86%가 노동시간 단축 적용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200개 희망기업을 선정해 3년 동안 주 4일제(주 32시간)를 실험하기로 했다. 진보정당 ‘마스 파이스(Mas Pais)’의 제안을 스페인 정부가 받아들여 추진하게 됐다. 정부는 3년 동안 주 4일제를 희망하는 기업들에 근무시간 축소에 따른 비용을 지원한다. 최근 캘리포니아 등 미국 주의회에서는 주 5일제(주 40시간)를 주 4일제(주 32시간)로 변경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지난 3월 초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마크 타카노(Mark Takano)는 주 40시간을 3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재발의했다. 타카노 의원은 2021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표결에 부쳐지지 못했다. 메릴랜드주에서는 오는 7월부터 주 4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최대 1만달러의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이 발의됐다. 연평균 노동시간이 1349시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짧은 독일도 노조를 중심으로 주 4일제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독일 금속노동조합은 올해 급여 삭감 없이 주 35시간 근무를 32시간으로 줄이는 주 4일 근무협상을 위한 단체교섭을 사측과 벌일 예정이다. 정부 주도가 아닌 개별 기업들의 주 4일제 실험도 확산 중이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1개 기업, 2900명의 노동자가 참여해 주 4일제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국제 비영리단체인 ‘포데이 위크 글로벌(4days week global)’과 싱크탱크 ‘오토노미(autonomy)’가 기획하고, 케임브리지대·옥스퍼드대·보스턴대 연구원들이 분석을 담당했다. 급여 삭감 없이 주 평균 34시간 근무를 시행한 결과, 참여 기업의 92%인 56개 기업이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수익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평균 35% 증가했다. 퇴사자도 5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노동자의 71%가 번아웃에서 벗어났다고 응답했으며, 55%는 업무 효율성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남성 노동자의 육아 참여도 또한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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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캘린더]정년이 - 웹툰 화제작, 창극으로 재탄생(2023. 02. 24 11:15)
2023. 02. 24 11:15 문화/과학
▲국악 | 정년이 일시 3월 17~29일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5000원, A석 2만원 국립창극단이 웹툰 화제작 <정년이>를 창극으로 재탄생시켰다. 현대적인 창작영역인 웹툰이 창극을 만났다는 점에서 한국 전통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는다. 정년이는 2019년 4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약 4년간 연재된 웹툰이다. 1950년대 서울의 여성국극단을 배경으로 국극 배우가 되고 싶은 목포 소녀 ‘정년이’와 단원들의 성장기를 그렸다. 2020년 올해의 양성평등 문화콘텐츠상을 받을 정도로 정년이는 여성의 성장 서사를 묵직하게 담아냈다. 1950년대 서울 여성국극단을 배경으로 창극 배우가 되고 싶었던 목포 소녀 정년이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서이레 작가는 주인공 정년이의 모델을 영화 <아가씨>의 배우 김태리 이미지를 참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그림체,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은 여성 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반영하듯 웹툰 연재가 종료된 후에도 10점 만점에 가까운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그림으로만 존재하던 정년이를 소리와 춤, 연기가 포함된 창극으로 확장함으로써 정년이의 특징을 더 효과적으로 살렸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정년이의 이야기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다. 주인공 ‘윤정년’ 역에 국립창극단 이소연·조유아, 라이벌 ‘허영서’ 역에는 왕윤정, 정년의 첫 번째 팬인 ‘권부용’ 역에는 김우정을 캐스팅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국립창극단 대표 배우들이 함께한다. 연출은 전통예술과 연극을 접목하는 데 노력해온 남인우, 작창은 <패왕별희>, <나무, 물고기, 달> 등에서 창극 음악의 다채로움을 보여준 이자람이 맡았다. 02)2280-4114 ▲뮤지컬 | 데스노트 일시 4월 1일~6월 18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관람료 VIP석 16만원, R석 14만원, S석 11만원, A석 8만원 지난해 역대 최단기 전회 매진의 기록을 세웠던 데스노트가 2023년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최다 수상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높아진 관객의 기대 수준만큼 제작 및 출연진의 각오도 남다르다. 02-6467-2200 ▲클래식 | 쇼팽으로 만나는 지브리 일시 3월 25일 장소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관람료 R석 5만원, S석 4만원 다른 시대, 다른 장르의 음악이 하나로 어우러져 낭만적 멜로디를 만든다.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음악과 낭만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쇼팽의 음악을 연속 선상에서 들어볼 수 있다. 이들 음악의 공통점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무대다. 02-440-0500 ▲연극 | 임대아파트 일시 3월 1일~4월 30일 장소 대학로 공간아울 관람료 전석 4만원 임대아파트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연극이다. 임대아파트라는 이름만으로도 고단함이 엿보이지만, 그 속에 있는 청춘들은 희망을 얘기한다. 010-2890-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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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최대 수혜자는 정은채였다
2024. 11. 07 10:22 연예
정은채의 극과 극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정년이’ 스틸이 공개됐다. <정년이>의 최대 수혜자는 정은채가 아닐까. 평소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또 그 넓이를 한 평 더 늘렸다는 평이다. 그는 극 중 ‘여성국극’ <자명고> 호동왕자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왕자님’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정은채는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에서 국극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지만, 국극의 점점 반복되는 레퍼토리에 권태와 허무감을 느끼고 있는 문옥경 역을 맡아 활약 중이다. 정은채의 다채로운 감정 연기는 ‘정년이’ 속 또 하나의 시청 포인트. 정은채는 언젠가 자신의 자리를 넘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고 있는 정년이(김태리 분)에게는 다정하고 따듯한 선배의 모습을, 후배들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하고 계략을 펼치는 혜랑(김윤혜 분)에게는 싸늘함과 분노, 씁쓸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눈빛에 담아내 최고의 몰입도를 선사하고 있다. 이러한 정은채의 다채로운 감정 연기는 ‘정년이’ 속 또 하나의 시청 포인트다. 그는 ‘여성 국극’이라는 주제답게 남성 캐릭터 없는 극에서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를 담당하고 있다. 정년이를 다정다감하게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포근함이 느껴지고, 위태로운 모습으로 오디션을 보는 정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냉랭함과 따듯함이 공존하는 복잡다단한 눈빛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정은채의 연기가 극의 재미와 긴장감의 완급을 조절 역할을 하며 안방극장을 매료시키고 있다. 또한 정년이의 연기 연습을 도와주며 남역 조연 연기를 능청스럽게 선보이는가 하면, 혜랑이 정년에게 독공을 하라고 부추긴 사실을 알고는 전에 없던 분노를 하는 등 정은채의 연기가 극의 재미와 긴장감의 완급을 조절 역할을 하며 안방극장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에 정은채는 K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10월 5주 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 출연자 화제성 부문 4위를 차지하며 날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은채가 날개 돋친 활약을 펼치고 있는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는 매주 토·일 오후 9시 20분에 방송된다.
아름다운 소리에 눈물이 난다…‘정년이’, 해외서도 극찬
2024. 10. 22 10:24 문화/생활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과 K-소리꾼의 환상적인 소리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구독자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정년이’. “이 쇼는 너무 아름답다. 나는 그들이 소리를 할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그들은 오페라와 발레처럼 즉시 당신의 영혼을 꿰뚫는다. 이 드라마 덕분에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tvN 드라마 <정년이>를 본 글로벌 시청자의 평이다. <정년이>를 서비스 중인 디즈니+에 따르면 최대 규모 콘텐츠 평점 사이트 IMDb에서 해당 작품은 에피소드별 ‘평균 9.4’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국내를 넘어 해외 구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극 중 정년이와 영서가 <춘향전> 속 방자와 이몽룡으로 분해 매란 국극단 연구생 자선 공연을 펼치는 모습을 약 20여 분 동안 담아냈던 3화 에피소드의 경우 평점이 9.7을 기록하기도 했다. 디즈니+ 측은 “국악을 기본으로 한 우리나라의 공연예술을 소재로 하는 만큼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에 글로벌 팬들이 호응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라고 밝혔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찬란한 성장기를 그리는 시리즈다. ‘여성국극’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정지인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김태리(윤정년 역), 신예은(허영서 역), 라미란(강소복 역), 정은채(문옥경 역), 김윤혜(서혜랑 역) 그리고 특별출연 문소리(서용례 역), 이덕화(공선 아버지 역)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 시너지로 공개와 동시에 화제작으로 자리했다. 한편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정년이>는 매주 토, 일 디즈니+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현실 ‘정년이’는 이 사람…여성국극 부흥 일으킨 이옥천
2024. 10. 21 13:28 문화/생활
오는 22일 방송되는 EBS <지식채널e>가 여성국극의 부흥을 이끈 남역 스타, 이옥천을 조명한다. EBS 제공 현재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정년이> 속 ‘윤정년’ 캐릭터처럼 실제로 국내 여성국극의 부흥을 이끈 남역 스타가 있었다. 모든 배역을 여성 배우들이 소화하며 노래와 연기를 펼치는 창극, ‘여성 국극’의 배우 이옥천은 그중에서도 남자 주연 역으로 유명한 대표 스타이다. 어린 시절 여성도 남역을 할 수 있는 국극 공연을 보고 한눈에 반해 국극 배우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해방 직후 생겨나 1950년대 후반까지 대중예술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지금의 아이돌 팬덤 문화를 방불케 할 정도의 인기를 얻었지만, 주류 예술 장르에서 배제되며 명맥이 끊길 위기를 겪은 여성 국극에 왕자면 왕자, 장수면 장수, 남역 간판스타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이옥천 배우가 혜성처럼 나타나 국극의 부흥을 이끌었다. 오늘날 여성 국극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하지만, 국극을 기억하고 찾는 팬들 덕분에 여전히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데…. 오는 10월 22일 밤 12시 55분 지식채널e <왕자가 된 어른>에서는 2세대 남역 대표 스타 이옥천 배우와 함께 끊어질 듯 이어지는 여성 국극의 역사를 조명한다.
[앙코르] '이적 엄마' 박혜란 "결혼의 정년은 20년···자녀는 손주처럼 키우라"
2021. 11. 01 15:44 문화/생활
“결혼의 정년을 20년으로 두는 거예요. 20년이 지나면 같이 살 건지, 아니면 헤어질 것인지 계약을 하는 거죠. 헤어질 때도 ‘너 죽고 나 죽자’ 이런 식의 감정 소모 없이 쿨하고 깨끗하게 돌아서는 거고요. 결혼에 ‘영원히’를 없애면 서로 긴장하며 살지 않겠어요? 늘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고, 앞서 말한 연애 관계에서 느낀 감정들을 지속시킬 수도 있을 테고요.” “결혼을 해도 괜찮고 혼자라도 괜찮은데 행복하게는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던 박혜란.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달 27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여성학자 박혜란의 여운이 이어지고 있다. ‘아들 셋을 모두 서울대에 보낸 이 시대 성공적인 워킹 맘’이자 ‘가수 이적의 엄마’ 혹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 알려진 박혜란은 예의 거침없고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자녀 교육 및 인생관에 대한 견해를 털어놓았다. 이제 중년이 된 아들들과의 성숙한 관계도 눈길을 끌었다. ‘레이디경향’은 2013년과 2015년 박혜란과 밀도 깊은 인터뷰를 각각 진행했다. 2013년 ‘가수 이적 엄마, 여성학자 박혜란이 할머니가 돼 쓴 육아 이야기’에서 박혜란은 아들 셋을 키우고 7년차 할머니가 된 입장에서 반성문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 공전의 히트를 친 지 17년이 지난 시점,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을 출간하고 만난 자리에서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나는 이렇게 키웠다가 아니라 믿는 만큼 지들 스스로 자랐다고 제목을 지었어요(웃음). 아이들 잘 키운 비법이 여기 있다며 내 기억 속에서 뭔가 그럴듯한 것들을 끄집어내 늘어놓았죠. 그런데요, 시간이 지나고 우리 아이들이 나이를 먹고, 손주들이 태어날 때마다 제 마음속에서 아쉬움이나 부끄러움 같은 감정이 자꾸 꾸역꾸역 올라오는 거예요.”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라는 책을 펴냈을 때만 해도 스스로 꽤 괜찮은 엄마 노릇을 했던 것 같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고 박혜란은 고백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혜란은 “자녀를 손주처럼 키우라”는 조언을 전했다. 육아를 즐기고 그 안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엄마밑에서 자란 아이는 굳이 전문가가 나서서 설명해주지 않아도 바르게 클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건넨 말이었다. 당장의 외부에서 들려오는 판단에 휘둘리지 말라는 의미도 담겼다. “당시의 기준으로 보면 나쁜 엄마 맞죠(웃음). 첫아이를 한글도 못 깨친 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지, 학교 담임에게까지 과외를 시킨다는 무용담이 떠돌 때 독야청청 과외 무용설이나 늘어놓으며 안 시켰지, 남들은 애들 기죽이면 안 된다며 비싼 브랜드 옷이나 신발 사줄 때 전 늘 동대문표 사 입혔지 등등 말이에요.” 박혜란은 좋은 엄마와 더불어 성공한 아이에 대한 기준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좋은 엄마보다 성공한 아이에 대한 잘못된 우리의 평가가 엄마와 아이 모두를 괴롭게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면서 말이다. 당시의 인터뷰는 많은 주부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그로부터 2년 뒤, ‘결혼 45년 차 여성학자 박혜란과 나눈 결혼 담론’ 으로 다시 만난 박혜란의 손에는 신간 ‘결혼해도 괜찮아’가 들려있었다. 결혼 45년 차 ‘언니’의 오지랖 넓은 결혼 예찬인 줄 알았던 책은 의외로 ‘결혼정년제’를 부르짖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박혜란은 대학교 1학년 때, 운명처럼 지금의 남편을 만나 5년 반을 불같이 연애하고 결혼했다고 했다. 제대까지 2년이나 남은 시점이었지만, 오히려 박혜란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결혼을 성사시켰다. 결혼의 쓴맛, 단맛을 다 봤다는 박혜란은 자신을 결혼주의자라고 명명했다. “제가 65학번이에요. 아득하죠? 영화 ‘국제시장’에 나오는 그 시대를 떠올리면 돼요. 그때는 결혼을 ‘못’ 하는 사람은 있어도 ‘안’ 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남자든, 여자든. 결혼은 자연의 섭리이고 하늘의 선물이라고 했으니까요. 그러니 그 시대를 살아온 여자라면 태생적으로 결혼주의자, 출산주의자일 수밖에요.” 2015년 당시 ‘결혼정년제’를 주장했던 박혜란. 경향신문 자료사진 결혼 45년 차 부부의 현실에 대해서는 이렇게 얘기했다. “동거하는 이성 친구. 딱 그 느낌이에요. 영화가 보고 싶으면 아무 때나 불러낼 수 있는 그런 관계예요. 장점은 연애 때와 달리 옷을 예쁘게 입지 않아도 된다는 점. 우린 동거하는 이성 친구이니까요.” 보통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해볼만 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일쑤였던 당시 분위기와 달리 박혜란은 ‘행복한 비혼주의자가 되기 위한 조건’도 이야기 했다. “제 주변 비혼주의자들은 자신의 일을 엄청 사랑해요. 자기관리도 엄격하고 다양한 취미생활도 즐기고, 혼자 사니까 아프면 안 된다고 건강관리도 철저하게 해요. 그들처럼 끝까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려면 경제력은 필수죠. 그러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하고요. 또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는 게 좋아요. 젊었을 때부터 긴 안목을 갖고 대비해야 해요.” 당시 인터뷰를 한 기자는 “때론 저자와 독자로, 인생 선배와 후배로, 여성학자와 보통 여성으로 박혜란과 참 오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박혜란의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가수 이적 엄마, 여성학자 박혜란이 할머니가 돼 쓴 육아 이야기’ & ‘결혼 45년 차 여성학자 박혜란과 나눈 결혼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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