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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167 건 검색)

정신과 의사들 시국선언 “전국민 국가폭력 트라우마 경험 중, 대통령 퇴진해야 치유돼”
2024. 12. 12 13:17 사회
정신과의사 510명이 현재를 국민적 트라우마 상황으로 보고, 빠른 해결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 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 참석자들이 국회를 향해...
탄핵, 국내외 영향
‘정신질환’ 위장 병역 면탈 계속되는데…검사소 정신과 전문의 0명
2024. 10. 11 16:29 정치
... 있다. 연합뉴스 정신질환을 위장한 병역 면탈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 정신과 전문의사가 4년째 한 명도 배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11일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조국...
정신과 의사도 수도권 집중…비수도권 24곳 정신과 전문의 ‘0’명
2024. 10. 09 08:26 사회
... 시군구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한명도 없었디. 해당 지역 주민 77만1370명은 거주 지역에서 정신과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셈이다. 경남 남해, 전북 무주 등 19개 시군구에도 지난 10년간 정신과...
국민 10명 중 7명 “정신과 진료 받으면 취업 불이익 있을 것”… 정신건강 실태조사
2024. 07. 04 12:00 사회|사회
... 문제를 겪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대상은 ‘가족 및 친지’가 49.4%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정신과 의사 또는 간호사(44.2%), 친구 또는 이웃(41.0%)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조현병, 주요...

스포츠경향(총 131 건 검색)

“면접교섭 다가오면…” 이윤진, 수면 장애+불안 증세에 정신과行 (이제 혼자다)
2024. 11. 11 11:52 연예
TV조선 ‘이제 혼자다’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이윤진이 심리 상태를 체크한다. 오는 12일(화) 방영될 TV CHOSUN 관찰 예능 프로그램 ‘이제 혼자다’ 10회에서는 이윤진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수면 장애와 불안증을 고백하며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2~3년 전부터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는 이윤진. 특히 “온라인 면접교섭 날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잠을 못 잔다”라며 불안 증세를 토로한다. 결국 이윤진은 깊어져 가는 불안증으로 인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기로 결심한다. TV조선 ‘이제 혼자다’ 누구보다 활기차고 긍정적인 이윤진을 불안하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 “다시 이상해지나?” 이윤진을 밤잠 설치게 만든 불안의 근원을 밝혀낼 수 있을까? 과연 이윤진은 전문의의 도움으로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그를 향한 맞춤 처방이 공개된다. 상담을 마친 후 돌아온 부모님 댁. 이윤진을 기다리고 있는 건 정성 가득한 엄마표 집 밥이다. 하지만 한 술 뜨기도 전에 이윤진은 눈물을 흘리고 마는데. 이윤진이 눈물 젖은 밥을 먹게 만든 모친의 편지는 본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다시 혼자가 된 사람들이 세상에 적응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아낸 리얼 관찰 예능 ‘이제 혼자다’는 진솔한 삶 속에서 펼쳐지는 회복과 성장의 인생 2막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오는 12일(화) 오후 10시 TV CHOSUN에서 10회가 방영된다.
강지영 아나운서 “최근 정신과 상담 받아” 속마음 고백 (극한투어)
2024. 11. 01 09:09 연예
JTBC 제공 강지영 아나운서가 속마음을 고백한다. 3일(일) 방송되는 JTBC ‘극한투어’(기획 손창우, 연출 유수연) 7회에는 스리랑카로 떠난 강지영 아나운서와 여행가 제이의 마지막 여행기가 공개된다. 이날 두 사람은 스리랑카의 고산지대이자 세계적인 홍차 생산지 ‘하푸탈레’로 향하는 기차여행을 떠난다. 이 코스는 BBC와 CNN 등 세계 언론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으로 소개할 만큼 아름다운 차밭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여정으로도 유명하다. JTBC 제공 하지만 두 사람은 ‘현실판 설국 열차’라고 불릴만큼 객차의 등급이 나뉜 스리랑카 기차 시스템에 좌절한다. 에어컨이 있는 쾌적한 1등석은 한 달 전부터 예매가 완료될 만큼 경쟁이 치열해 두 사람은 결국 선착순으로 자리를 잡는 ‘2등석 자유석’ 티켓을 구매하게 된다. 강지영과 제이는 2등석 자유석 객차가 멈추는 명당까지 확보하지만 예상과 달리 3등석 기차가 두 사람 앞에 멈추며 다시 한번 위기에 빠진다. 스튜디오의 MC들마저 “자리를 꼭 잡아야 한다”, “자리 못 잡으면 6시간을 서서 가야 한다”며 간절하게 염원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여행의 마지막으로 스리랑카 고산지대를 찾아 극악 캠핑에도 도전한다. 이 곳에서 강지영은 여행가 제이에게 여행 메이트가 되어준 것을 고마워하며 최근 정신과 상담을 받은 이야기와 극한투어를 결심하게 된 속마음을 고백한다. “그때 되게 울컥했었다”며 전하는 강지영의 진솔한 이야기는 3일(일) 오후 9시에 방송되는 JTBC ‘극한투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민경, 전형적인 번아웃 증세 “밀린 메신저 999개, 정신과 방문”
2024. 08. 12 14:15 연예
유튜브 ‘걍밍경’ 그룹 다비치 강민경이 번아웃을 호소했다. 11일 유튜브 채널 ‘걍밍경’에는 “돈깨나 쓴 고독한 생일 호캉스”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에서 강민경은 “생일 기념으로 제 마음 좀 살피기 위해서 정신의학과에 왔다. 지금 간단한 설문지 해야 된다고 하셔서”라며 설문지를 작성했다. 강민경은 상담을 받으며 “가수, 유튜브, 의류·미용 사업을 한다. 물리적으로 가장 시간이 많이 드는 건 유튜브다. 편집을 하다 보면 덩어리 시간을 많이 쓰게 되니까”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이 일을 한 지 4~5년 됐는데, 그러다 보니 헐떡이다가 최근 한 이틀 동안 누워만 있었던 적이 있는데 이게 무슨 기분인지 알고 싶다. 너무 짜증이 나더라. ‘해야 되는데, 전화가 오는데’ 하다가 하루가 지나더라”라고 털어놨다. 유튜브 ‘걍밍경’ 그러면서 “누구는 번아웃이라 그러고 누구는 ADHD라고 해서 검색을 해보니까 다 맞는 얘기 같더라. 어떻게든 일을 하긴 하는데 자신에게 점수를 짜게 준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에 의사는 “자율신경계는 정상이다. 교감 신경계가 약간 저하돼있긴 하지만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다. 정상보다는 확실히 텐션이 떨어져 있다. 살짝 지쳐있다. 번아웃의 전형적인 특징이 메일이 쌓여도 답을 안한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강민경은 “안 읽은 카톡이 999개다”라고 털어놨다. 의사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 집중력 떨어지는 것, 기억력 떨어지는 것, 의사결정 미뤄지는 것이 번아웃의 증상이다. 의사결정을 하는 게 안 힘들 것 같은데 아니다. 결정을 계속 반복하면 번아웃에 빠진다. 에너지가 고갈되었기 때문에 의사 결정할 힘이 떨어져서 안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강민경은 번아웃을 해소하고자 서울 시내 5성급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며 힐링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정정아 “3살 子 자폐 판정…정신과 약 못 먹이겠더라” 오열 (동치미)
2024. 07. 18 14:22 연예
MBN ‘속풀이쇼 동치미’ 배우 정정아가 아들의 자폐 판정을 받은 후 심경을 털어놓는다. 오는 20일 방송되는 MBN 예능 프로그램 ‘속풀이쇼 동치미’에서는 ‘죽을 뻔했지만 죽으란 법은 없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선공개 영상 속 배우 정애리는 두 번의 아픔을 겪어낸 사연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제가 바쁘게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뮤지컬도 하고 일일 드라마도 시작하는 상황인데 갑자기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며 복막염 수술을 받았던 일화를 전했다. 게다가 수술 후 경과를 보던 중에는 난소암까지 발견돼 암센터로 병동을 옮겼다고 해 놀라움을 안겼다. MBN ‘속풀이쇼 동치미’ 이어 배우 정정아는 아들의 자폐 판정을 받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자식 일에는 많이 마음이 무너지더라. 검사 결과를 받는데 아이가 자폐로 나왔다”고 했다. 이어 정정아는 “어쩔 수 없이 약을 타왔는데 3살 짜리 애한테 내가 내 손으로 정신과 약을 못 먹이겠더라”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들의 사연은 오는 20일 오후 11시 MBN ‘속풀이쇼 도치미’에서 공개된다.

주간경향(총 7 건 검색)

[신간]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 外(2023. 05. 19 11:24)
2023. 05. 19 11:24 문화/과학
ㆍ나쁜 놈과 아픈 사람 구별하기 <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 차승민 지음·아몬드·1만6800원 술에 취해 지나가는 여성을 성추행한 A씨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또 술을 마신 그는 옆 빌라로 들어가는 여성을 성폭행했다. 정신감정 면담 중 그는 “기억이 없다”를 반복했다. 감정의사는 그가 스스로 술을 마셨고 과거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기에 명백한 심신건재로 봤다. 형법 제10조 중 심신미약에 관한 제2항은 ‘조두순 사건’이 논란이 된 이래 시대에 맞춰 변화해왔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에서 230여건의 정신감정을 진행했다. 환청 등 조현병 증상을 흉내내 심신미약 판정을 받으려는 범죄자들은 대부분 연기하는 티가 난다. 반면 실제 조현병 환자는 자신이 아픈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다양한 정신감정 사례를 통해 말한다. “치료가 먼저고 처벌은 나중”이라고. 정신감정이 제대로 돼야 재판이 제대로 되고, 재범 방지가 가능하다고. ▲푸틴의 사람들 캐서린 벨턴 지음·박중서 옮김·열린책들·4만8000원 24년째 장기집권 중인 푸틴. 그의 철권통치 뒤엔 크렘린의 핵심 ‘실로비키’와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가 있다. 전자는 KGB, 군대, 경찰 출신으로 러시아 정·재계와 사법기관을 휘두른다. 국영 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부를 쌓은 후자는 푸틴의 자산관리인 역할까지 맡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푸틴에 관한 사건들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체첸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으로 알려진 유혈사태들의 진짜 배후가 누군지, 푸틴의 ‘검은돈 네트워크’가 트럼프 당선에 일조했을 가능성 등을 짚었다. ▲대사질환에 도전하는 과학자들 남궁석 지음·바이오스펙테이터·2만5000원 현대인을 위협하는 심혈관 질환, 고혈압, 비만과 대사증후군 등이 어떻게 치료되는지를 스타딘, 베타차단제 등 신약 개발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냈다. 게놈 프로젝트 이후 발전해온 유전자 연구 등 의학의 역사도 담았다. ▲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 이반지하 지음·이야기장수·1만7800원 퀴어 아티스트 겸 ‘유머리스트’의 에세이다. 퀴어의 한국말 ‘이반’과 위태로운 공간 ‘반지하’를 더한 작가명을 쓴다. 그의 퀴어 친구들은 늙기도 전에 ‘흔하게’ 죽어가 슬프고, 세상의 ‘혐오 친구’들은 흔하게 무례해 웃프다. ▲생성 예술의 시대 김대식 외 지음·동아시아·2만8000원 생성 AI가 창의성과 만나면…. 영화감독 김태용, 그래픽 디자이너 김도형, 현대예술가 이완, 무용가 김혜연이 각각 ‘DALL·E’와 협업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생성’이 ‘창작’ 되는 과정이 신선하다. 또 각 예술의 차이가 확연하다.
신간
[주간 舌전]“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2020. 12. 04 14:23)
2020. 12. 04 14:23 정치
윤석열 검찰총장이 12월 1일 대검찰청 출근길에 한 말이다. 이날 오후 법원이 직무배제 효력정지 결정을 내리자 윤 총장은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윤 총장은 출근 한시간 뒤 구성원들에게 “검찰이 헌법 가치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고 평등한 형사법 집행’을 통해 ‘국민의 검찰’이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합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윤석열 검찰총장 / 김기남 기자 윤 총장의 복귀 다음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요즘 우리는 크나큰 진통을 겪고 있다. 문제의 원점은 검찰개혁”이라며 “검찰개혁이 일부 저항이나 정쟁으로 지체된다면 국민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원은 가처분 인용이 직무 집행을 정하는 내용의 처분이 적합한지 여부이므로, 징계 사유의 옳고 그름의 판단과는 무관하다고 적시했다”며 “민주당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검찰개혁을 국민과 함께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반응은 온도차를 보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경질하는 한편 윤 총장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은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장관 뒤에 숨어서 총장을 제거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한편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소셜미디어에서 “민주당과 검찰당의 대립 구도에서 야당은 증발해버렸다”며 정부와 여당, 국민의힘을 모두 비판했다.
주간 舌전
진료도 안 하고 90세 노인에게 각성제 처방한 정신과 의원(2019. 05. 24 16:51)
2019. 05. 24 16:51 사회
ㆍ환자 성폭행 의혹 김현철 원장, 이번에는 의료법 위반 의혹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현철 원장(<주간경향> 1326호 보도)의 정신과 의원에서 비대면 진료, 대리처방 등 의료법 위반행위가 일상적으로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원장은 자신의 아버지와 아들 이름으로 허위처방한 혐의로 재판도 받고 있다. 의료법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직접 대면’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환자가 심각한 부상 등으로 위급한 상황이거나 법 또는 법령으로 특별히 정한 경우만 예외로 인정된다. ㄱ씨(38)는 자신이 김 원장에게 진료를 받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해당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가 자주 있었다고 주장했다. 병원에 가서 의사 면담 없이 접수대에서 복용할 약만 받아갔다는 것이다. ㄱ씨는 “수차례 그런 일이 있어서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의사가 괜찮다고 하니 불법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님 약만 받아 가신답니다” 비대면 진료를 받은 건 ㄱ씨만이 아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ㄴ씨(32) 역시 비대면 진료가 잦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ㄴ씨의 할머니(90)는 단 한 번도 김 원장과 만나지 않고 ㄴ씨를 통해 석 달간 각성제인 페니드정과 항우울제인 스타넵틴정을 처방받았다.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다. 직원들과 김 원장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내용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한 직원이 “○○○님 약을 먹어도 잠이 안 오고 두통도 있고 공황장애가 심해진 거 같다고 자기 전(에 먹는) 약 변경 원하세요. 시간이 안 돼서 진료를 못 보고 약만 받아 가신답니다”라고 하자 김 원장은 “네네”라고 답한 것으로 나와 있다. 또 다른 대화에서도 직원이 “○○○(84년생) 아침 점심 약은 2015년 12월 8일 약이 잘 맞는다고 저 약으로 처방 좀 해달라는데 해드려도 되나요?”라고 묻자 김 원장은 “오케이”라고 답한다. 또 다른 환자에 대해서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전과 같은 처방전을 출력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당사자가 아닌 가족 또는 지인이 대신 약을 받아가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리처방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환자가 교도소에 있거나 해외체류 등 접촉이 어려운 상태일 때만, 그것도 가족관계증명서를 확인한 후 가족에게 대리처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ㄴ씨 가족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차례 대리처방을 받았다. ㄴ씨는 어머니와 함께 김 원장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어머니가 자신의 약을 처방받아 오거나, 자신이 어머니 약까지 대신 처방받은 적이 있었다. ㄴ씨 할머니의 경우 비대면 진료와 대리처방 모두 해당된다. ㄴ씨는 “그래도 저와 어머니는 김 원장에게 직접 진료를 받은 적이 있지만 진료 한 번 보지 않은 채 90세 노인에게 각성제와 항우울제를 처방했다”며 “당시 할머니가 치매 증세를 보였고 고령이어서 다양한 합병증이 있었는데 그걸 고려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직 직원은 “비대면 진료와 대리처방이 하루에도 수차례 있었다. 가족이 와서 약을 받아 간 경우도 있고 심지어 법적으로 아무 관련도 없는 남자친구가 와서 약을 받아 갔다”며 “의료급여 환자들은 1명이 와서 6명 약을 찾아가기도 했다. 아무런 서류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와 대리처방이 단지 환자를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정신과 환자는 주변 환경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해지기도 하기 때문에 반드시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가령 잠을 못 잔다고 해서 단지 수면제를 처방해주면 끝나는 게 아니라, 잠 들기가 어려운지 아니면 자다가 계속 깨는지, 최근에 불안한 일이 있어서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 정확히 알아야 한다. 잘못된 처방은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신과 약의 가장 보편적인 부작용으로 ‘자살충동’이 거론된다”며 “따라서 자살시도를 했거나 충동이 있는 환자는 반드시 대면 진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장이 수차례 비대면 진료를 한 ㄱ씨는 두 차례 자살을 시도한 이력이 있고 자살충동에 시달린 적도 적지 않다. ㄴ씨 할머니가 김현철 원장에게 받은 처방전. / ㄴ씨 제공 감정 기복 심한 정신과는 대면 진료가 원칙 또 다른 정신과 전문의도 “병원 직원이 메신저로 환자 상태를 설명했다고 해도 말을 전해들은 것뿐이라 환자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을 수 없다”며 “정신과 약은 사람에 따라 영향이나 부작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잘 조절해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특히 90세 노인을 초진조차 하지 않은 채 약을 처방한 것을 두고 “어르신들의 경우 내과질환이나 녹내장 등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정신과 약과 이런 질환이 맞지 않을 수 있다”며 “3일, 일주일 간격으로 보면서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 원장의 비대면 진료, 허위진료 문제가 불거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3월 대구지검은 김 원장이 2016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수십 차례 비대면 진료를 한 행위와 치료를 받지 않은 자신의 아들과 아버지가 120여 차례에 걸쳐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진료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김 원장은 직원들이 환자에 대해 알려주는 텔레그램 대화 내용으로 환자 상태에 대해 감을 잡은 다음, 화장실을 가면서 대기 중인 환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대면 진료’를 했다고 반박했다. 또 “상태가 안정적인 환자들은 제가 진료실 안에서 CCTV로 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처방에 대해서도 김 원장은 “대리인 처방도 요건만 맞으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대리처방 요건은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 ▲환자의 거동이 불편하거나 장기간 동일 처방인 경우 ▲의사 등이 해당 환자 및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하는 경우로 제한된다.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비대면 진료와 대리처방에 대해 “원칙을 어긴 것은 맞으나 불법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고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초진을 하지 않고 약을 처방한 것에 대해서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 성추행, 환자 성폭행 고발당한 정신과 의사(2019. 05. 03 15:25)
2019. 05. 03 15:25 사회
ㆍ대구 유명 병원 원장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간음’으로 조사와 재판 중 그 병원은 이상했다. 간호조무사 ㄱ씨는 2013년 10월 대구에 있는 한 유명 정신과에 취업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식자리가 마련됐다. 2차로 노래방을 갔다. ㄱ씨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현철 원장은 춤을 추다가 팔을 ㄱ씨 등 뒤로 둘러 ㄱ씨의 왼쪽 겨드랑이와 가슴 부위를 손으로 만졌다. ㄱ씨는 그 자리에서 김 원장이 다른 직원의 뺨을 만지는 것도 목격했다. 다른 직원은 재빨리 얼굴을 돌렸다. ㄱ씨는 “그때만 해도 병원에서 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원장에 대해 잘 몰랐다”며 “술에 취해서 실수한 거라고 생각하고 넘겼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재판 중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ㄱ씨는 병원에서 일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당시 사건이 ‘실수’가 아니라고 확신하게 됐다. 병원 직원들이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단체대화방(단톡방)에서 김 원장이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ㄱ씨는 “원장은 ‘섹드립’이라고 했지만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고 말했다. 단체대화방에 성희롱 발언 일삼아 <주간경향>이 입수한 단체대화방 내용을 보면 김 원장은 2017년 3월께 환자 중 한 명이 마사지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제가 가는 데(마사지숍) 말고는 다 핸드잡까지 해준다”고 말했다. ‘핸드잡’은 손으로 하는 유사성행위를 의미한다. 앞서 2017년 2월에도 김 원장은 업무 이야기를 하던 중에 “전립선 마사지 받고 싶다”는 말을 단톡방에 올렸다. 그러자 부원장 강모씨는 “그런 게 있나요?”라며 “알아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해당 병원에서 5년 가까이 근무한 ㄴ간호조무사는 “그 이야기를 단체대화방에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본인은 의료 관련 이야기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불쾌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다른 단톡방에서는 한 직원의 사진을 올린 다음 “오○○쌤 플픽”(프로필 사진)이라며 “와 우야지? 오쌤 꼬시면 우야지?”라고 말하고 한 직원이 “넘어갈 것 같으셔용?”이라고 묻자 “사진만 보면 좀 ××”이라고 답한다. 이에 한 직원이 “ㅠㅠㅠ”라며 우는 듯한 표시를 하자 “아 농담인데”라고 말한다. ㄱ씨와 ㄴ씨는 김 원장의 발언과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해당 병원은 같은 노동조건의 다른 병원에 비해 ‘월등히’ 많은 월급을 지급했다. 간호조무사들은 300만원대, 일반 사무직 직원은 25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았다. 나아가 환자와 일부 직원은 김 원장을 ‘신봉’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ㄴ씨는 “부원장은 늘 직원들에게 ‘원장님 행동에 토를 달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부원장이 원장 성매매를 알아보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환자였다가 병원 직원으로 채용된 사람도 있었다. 이 경우 김 원장에게 더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건 환자 중 한 명이 김 원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고발하면서부터다. 김 원장은 지난해 우울증 치료를 받으러 온 30대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돼 ‘업무상 위력 등에 대한 간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김 원장이 환자의 감정을 이용하고 자유의사를 제압했다고 봤다. 김현철 원장과 직원들이 나눈 단체대화방 화면. / 전직 직원 제공 신경정신과의학회에서 제명 당해 김 원장과 환자 ㄷ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보면 ㄷ씨가 좋아하는 감정을 고백하자 김 원장은 “감당할 수 있으실까요? 저는 한 번 만나면 시시하게 안 만나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만나면 전 먼저 섹스를 하자고 얘기하지 싶습니다”라고 했다. ㄷ씨는 “김 원장에게 매우 의존적인 상태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이 8회에 걸쳐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지난 11월 해당 사건을 불기소처분했다. 환자가 36세 여성으로 직장생활을 했으며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올해 4월 김 원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환자가 나타났다. 또 다른 환자 ㄹ씨(24)는 2016년 공황발작으로 인한 불안장애, 우울증 등으로 김 원장을 찾았다. ㄹ씨에 따르면 김 원장이 시간이 지나면서 진료와 상관없는 “오늘 옷이 예쁘다. 클럽에 가느냐” “미인이다” 등의 발언을 했고, 이후 이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 원장은 ㄹ씨에게 화장품과 시계 등을 선물했다. 김 원장이 ㄹ씨에게 병원 외부에서의 만남과 성관계를 요구한 건 올해 1월부터다.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지 2개월 만이다. 김 원장과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했던 ㄹ씨는 김 원장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들이 나눈 문자메시지를 보면 서로 반말을 하고 있으며 김 원장이 호텔을 예약했다는 내용도 있다. 관계는 올해 3월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 원장은 성희롱, 직원 성추행, 환자 성폭행 등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김 원장은 단체대화방에서 성희롱 발언이 일상적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직원들이 야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혼자 고귀한 척하면 재미가 없을까봐 같이 맞장구를 쳐준 것”이라며 “언론에 제보된 것은 전체 대화 중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환자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환자 ㄷ씨와 성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ㄷ씨가 위력을 사용해 김 원장을 제압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런 입장을 지금까지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그 환자가 직장을 잃을 수도 있어서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저는 무조건 환자 편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 ㄹ씨에 대한 성폭행 의혹 역시 환자의 일방적인 스킨십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병원 앞에 자주 가는 호텔에서 쉬고 있는데 ㄹ씨가 갑자기 들이닥쳐 제가 샤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제게 키스를 했다”면서 “(환자에게) 완전히 능욕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직원들에 대한 성추행 혐의도 부인했다. 대한신경정신과의학회는 2018년 3월 김 원장을 학회에서 제명했다. 배우 유아인에 대해 ‘경조증’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과 환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 등이 이유다. 김 원장은 현재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며, 대한의사협회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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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형이 짠하게 느껴진다면? ‘탑건:매버릭’②[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2024. 03. 26 06:58 문화/생활|건강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남자들은 왜? ‘탑건: 매버릭’①[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에서 이어집니다. 윤 : <탑건2>에서도 반복되는 대사가 바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죠. 박 : 동물의 세계를 보면 ‘알파메일’이 있지. 힘이 가장 세서 모든 걸 차지하는. 매버릭도 그런 셈이야. 어쨌건 비행 실력과 그런 무모함 덕분에 가장 뛰어난 조종사잖아? 게다가 얼굴도 잘 생겼어. 잘 생겼다는 건 건강하다는 신호야. 원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우리는 그 사람이 건강할지 아닐지를 외모를 보고 판단하도록 적응되어 왔어. 얼굴이 비대칭이고, 피부에 뭐가 많이 나고, 눈코입이 적당한 위치에 있지 않다면 건강하지 못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지. 그 반대면 좋은 유전자를 가졌다는 의미고. 멋진 외모는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을 거라는 암시야. 물론 이건 수십 만년의 원시 사냥사회를 기준으로 했을 때의 얘기지만. 윤 : 잘 생기고 몸도 잘 발달해있고 얼굴도 잘생긴 매버릭은 알파메일인 셈이네요. 박 : 여기서 또 중요한 건 평판이라는 심리기제야. 톰 크루즈라는 잘 생긴 배우가 있는데 우리는 왜 그를 좋아할까?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도 말이야. 알파메일은 나머지 개체들한테 경쟁자일텐데. 하지만 알파메일이랑 경쟁하는 대신에 그를 추앙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능력 있는 개체와 잘 지내는 것이 생존에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거든. 흡혈박쥐들은 서로 피를 나눠 먹어. 한 마리가 피를 빨아오면 옆자리 박쥐한테 빨아먹은 피를 게워내서 나눠주지. 받아먹은 박쥐가 사냥해왔을 땐 갚아주고. 이런 식으로 협력하는 행동을 하는 개체들이 더 많이 살아남아서 그런 행동 경향은 후대로 전달되거든. 사람도 비슷해. 능력 있는 사람이 누굴 도와준다면 그의 평판은 올라가고, 좋은 평판을 받은 그 능력자도 지지자들 덕분에 이득을 보지. 윤 : 매버릭이 혼자 잘났다고 이기적으로 행동했다면 매력이 덜 했겠죠. 영화에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동료들을 도와주잖아요.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박 : 톰 크루즈, 다시 말해 젊은 매버릭이 무모한 행동을 하고, 그런 모습을 왜 사람들은 좋아할까 하는 이유는 우리 유전자 속에 전달되어온 원시 사냥사회의 본능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내 설명이야. 윤 : 저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그리고 톰 크루즈를 좋아하는 이유를 다른 식으로 봐요. 젊음도 있지만 사실 이 영화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아주 쉽게 되어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상징계적으로 되어 있어요. 남자주인공은 남성적이고 용감해. 그냥 우리 상식에 부합하고 거슬리는 부분이 별로 없어요. 매버릭이 제멋대로였던 이유도 타고난 기질도 있지만 다른 요인도 있다고 봐요. 일단 아버지가 없어요. 유능한 조종사였는데 전투에서 죽었죠. 근데 아버지가 너무 잘나면 자식이 힘든 경우가 많잖아요? 큰 나무 밑에서 작은 나무가 자라기 어렵듯이요. 특히 아들의 기질이 아버지랑 다르게 느슨한 경우 아이는 위축되고 우울 불안해지곤 하죠. 안 맞는 거예요. 반대로 아버지처럼 되기 위해서 너무 과하게 행동하는 경우도 있죠. 박 : 매버릭처럼 말이지. 윤 : 아버지와 동일시를 하는 거죠. 이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이어지는 과정과도 연결이 되고, 경쟁자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깐 우상화하고 아버지처럼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래서 더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여자도 하필 자기보다 키가 크고 연상인 여자를 좋아하죠. 박 : 나는 좀 다른 측면으로, 매버릭이 여자와 사귀는 장면에서도 인간의 보편적인 본성, 어떤 경향 같은 게 드러난다고 봐. 1편에서 술집에서 찰리를 보는 순간 딱 첫눈에 마음에 드니까 매버릭이 먼저 접근을 하잖아? 플러팅한다고 하지. 그것도 친구 구스가 거들면서 춤추며 노래까지 부르고. 이런 상황에서 왜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먼저 접근을 할까? 이것도 진화심리학에서 성 선택, 성 전략으로 설명이 돼. 남자의 정자는 값싸다고 하지. 정자 수도 많고 여기저기 뿌리는 게 자손 번식에 유리하거든. 반대로 여자의 난자는 비싸. 개수가 제한되어 있지. 게다가 자궁은 더 귀해. 한번 임신하게 되면 10달 동안 잘 사용해야 하거든. 소중하지. 그래서 여자들은 짝짓기 전략에 있어서 신중해. 매버릭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고, 찰리는 마음의 문을 천천히 열지. 남녀는 연애에서도 이렇게 기본적인 성향이 달라. 윤 : 하지만 그것도 요즘 세대는 여자들이 더 적극적인 경향이 있잖아요? 그러니깐 구애 행동에도 문화적인 영향이 있다고 봐요.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박 : 맞아. 그렇기 때문에 사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같은 학문이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비난받는 면이 있어. 남자가 적극적이라고 했다가 그게 아니라고 했다가… 아까 아버지와의 관계 문제도 아버지가 훌륭하면 아들이 주눅이 든다고 했다가 동일시해서 더 강해진다고도 말하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비아냥을 사곤 하지. 근데 이건 좀 억울해. 사람의 복잡한 심리기제가 어떻게 공식 하나에 맞아떨어지겠어? 윤 : 그건 심리를 표현하는 데 언어라는 것이 사용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수학이나 과학처럼, 1더하기 1은 2처럼, 공식으로 딱 떨어지는 게 아니죠. 언어라는 건 불완전해요. 언어학에서 기표와 기의, 이렇게 얘기하는데 언어가 무언가를 표현할 때 내가 원하는 뜻을 상대방한테 확실히 이해시켜줄 수 있지가 않거든요. 내가 사과라고 말해도 내가 먹어본 사과랑 상대가 먹어본 사과가 다를 수 있죠. 극단적으로 말하면 난 달고 빨간 부사를 상상하면서 말하는데 상대는 시큼한 초록색 아오리를 떠올릴 수도 있는 거거든요. 박 : 그렇다고 정신의학이론이 논리적이지 않은 건 아니야. 여러 가설이 있지만 다들 논리성이 있지. 설사 다른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말이야. 실제로 환자를 보다 보면 어떤 사람은 프로이트 이론이 들어맞고 어떤 사람은 융 이론이 적합하거든. 중요한 건 대화하면서 어떤 쪽일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환자가 깨닫고 동의하는 지점이 나와. 그러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걸 우리 의사들은 직접 확인하곤 하잖아. 윤 : 그건 우리가 지금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형과 제가 다른 설명을 붙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영화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박 :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가 보자고. 1편이 아직 어린 사내아이 같은 특성을 보이는 20대 톰 크루즈라면, 2편은 조종사이던 때를 벗어나지 못하는 중년 남자의 이야기이지. 인간은 어른이 되어서도 심리사회적으로 계속 발달을 해. 발달이라기보다는 난 변화라는 표현이 더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20대일 때의 심리와 50~60대일 때의 심리는 다를 수밖에 없고 또 달라야 하지. 에릭슨에 따르면 청년기는 친밀감을 성취하는 시기라고 해. 뭔가에 익숙해지는 때라는 거야. 일에서도 그렇고 연애 같은 인간관계에서도 그렇고. 이때 이룬 거를 바탕으로 30대에서 50대까지 열심히 살면서 뭔가를 이뤄내. 생산성의 시기라고 하지. 그런 다음 이제 60대가 되면 자신이 이룬 것을 마무리하는 자아통합의 과정을 거쳐야 해. 윤 : 그렇게 되면 인생을 잘 살았다고 느끼게 되죠. 박 : 제독까지 오른 아이스맨은 아마 자아통합을 이뤘을 거야, 나 잘 살아왔다고. 하지만 매버릭은 생산성의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것 같아. 그저 조종사이던 때의 성취감에만 계속해서 머물러 있지. 그 나이가 돼서도 여전히 젊었을 적의 가죽 점퍼를 입고 가와사키 오토바이를 타면서 아직도 자신이 전투비행사인 걸로 착각해. 그래서 아이스맨이 “It’s time to let go”라고 충고해. 그 시절을 이제 그만 떠나보내라고. 일뿐만 아니라 사랑에서도 매버릭은 변화하지 못했어. 젊은 시절 사귀었던 페니와 2편에서 다시 만나는 걸로 나오지. 가만 보면 30여 년이 흐르는 동안 페니랑도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한 것 같아. 페니랑 데이트한 날 페니 딸이 돌아오자 창문으로 도망쳐. 10대 아이 같지. 다크스타 프로젝트에서 무리하다가 추락해서 먼지투성이가 된 채로 식당에 들어온 장면도 엄마 말 안 듣고 가출했다가 거지꼴로 돌아온 청소년 같아.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윤 : 그리고 매버릭은 정착을 못 해요. 남자가 연애 상대를 고를 때 엄마를 찾잖아요, 엄마의 이미지를 가진. 근데 기대했는데 나중에 가면 실망하는 거죠. 엄마처럼 모든 걸 해주질 않으니깐. 다른 더 괜찮은 사람이 있을 것 같고. 그리고 또 실망을 하고. 바람둥이들이 대개 이러는데 매버릭도 이런 측면이 있어 보여요. 마침 아버지도 일찍 죽고 없으니까 더. 역사가 반복되는 것처럼 사람의 행동도 반복이 되고, 나이를 먹어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여전히 떠돌죠. 박 : 반복이 맞아. 매버릭도 아버지가 죽은 것처럼, 루스터도 아버지 구스가 죽었어. 매버릭과 루스터는 같은 입장인 거야. 그래서인지, 자기가 살아온 삶에 후회가 있어서인지 매버릭은 루스터가 조종사가 되는 걸 방해해. 물론 루스터 엄마의 유언이라고 설명되긴 하지만. 2편이 진행되면서 결국 루스터는 매버릭처럼 돼. 도리어 매버릭한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요”라며 되받아치지. 윤 : 매버릭이 루스터한테 아빠 역할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죠. 왜냐면 매버릭 본인이 결혼해본 적도, 아이를 낳아 아빠 역할을 해본 적도 없으니까요. 나중에 화해하는 걸 보면 부자 관계라기 보단 동료 사이에 가까워요. 박 : 매버릭만 과거에서 못 벗어난 게 아니라 영화의 플롯 자체도 똑같아. 마지막에 매버릭의 낡은 격납고에 등장인물들이 다 모이잖아? 모두들 과거에, 추억에 젖는 거지. 하기야 나도 마찬가지였지 뭐. F14의 날개가 펼쳐지는 장면에서 아마 우리 또래 남자들은 속으로 탄성을 질렀을 거야. 아무리 F16, F18이 나왔어도 남자아이들한테는 날개가 접히는 F14 전투기는 로망이거든. 윤 :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지금 분석은 하고 있지만 막상 이 영화를 볼 당시엔 그저 재밌게만 봤을 뿐이죠. 한마디로 <탑건2>는 향수에 젖는 영화에요. 그러니깐 톰 형이 짠하게 느껴지는 거고요.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Key Word : 에릭슨(Erik Erikson)의 생의 8단계 이론 프로이트가 아동기의 정신성적 발달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였다면, 에릭슨은 성인기 이후의 세 단계를 추가하면서 심리사회적인 발달의 이론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발달이란 게 아동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인기 동안에도 계속 된다고 본 거죠. 그렇게 해서 인생을 총 8단계로 나눴고, 각 단계마다 완수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로이트 개념의 구강기에 해당하는 유아시절엔 기본적인 신뢰를 쌓느냐 아니면 불신감을 키우느냐가 중요합니다. 걸음마를 배우고 배변훈련을 하는 항문기 시기엔 자율성을 키워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수치심과 회의감이 많아지게 됩니다. 유치원 나이 때인 남근기에는 스스로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하느냐, 금지된 것까지 하려다가 죄의식을 느끼게 되느냐가 결정이 됩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잠복기 아이들은 스스로가 근면한지, 아니면 열등한 지에 대한 감각을 익히게 됩니다. 그러다가 사춘기인 생식기에 접어들면서 자아정체성을 완성하게 되는데 그러지 못하면 역할에 혼란이 초래됩니다. 이후 성인기에 3단계가 추가되는데, 청년기에는 친밀감을 쌓느냐 아니면 세상으로부터 고립되느냐, 장년기에는 생산성을 발휘해 성취를 이루느냐 아니면 그대로 침체되어 버리느냐, 노년기에 이르러서는 자아를 통합하게 되느냐 절망감에 빠지게 되느냐가 결정됩니다. 박성근과 윤병문은 정신과전문의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3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각각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구로점과 용인수지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 네트워크 원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잡아 영화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쓰이게 되었다.
남자들은 왜? ‘탑건: 매버릭’①[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2024. 03. 25 06:59 문화/생활|건강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 탑건 미해군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은 초계비행 도중 적국의 미그기와 마주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천부적인 재능과 과감함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고, 최고의 조종사를 양성하는 탑건 스쿨에 입학하게 된다. 술집에서 마주친 찰리에게 호감을 느껴 접근해보는데 다음 날 알고 보니 자신의 교관이었다. 몇 주간의 훈련과정에서 정석적인 비행을 하는 아이스맨과 경쟁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해 파트너 구스가 죽게 된다. 방황하는 매버릭은 찰리와 가까워지면서 위로를 받는데, 인도양에서 적국과의 교전이 발생해 뒤늦게 합류되어 멋진 비행술로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 탑건: 매버릭 30여 년이 지난 현재도 매버릭은 전투기를 모는 조종사이다. 다크스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지만 그는 여전히 무모할 정도로 과감하다. 사령부로부터 핵개발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임무를 수행할 조종사들을 가르치라는 명령을 받는다. 자신은 조종사이지 교관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오랜 동료 아이스맨 제독의 설득 때문에 임무를 맡는다. 각지에서 모인 쟁쟁한 조종사들을 훈련하기 시작하는데 그 안에는 죽은 구스의 아들 루스터도 포함되어 있다. 루스터는 감정이 좋지 않았고, 매버릭은 이런 과정에서 옛 애인 페니와 재회한다. 훈련은 힘들었고 임무 완수는 어려워 보였지만 매버릭이 직접 비행해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작전은 개시된다. 핵시설을 파괴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매버릭과 루스터는 함께 낙오되었다가 가까스로 구출되면서 둘은 화해한다. 윤병문 : 이번에는 <탑건: 매버릭>, 앞으로 설명하기 쉽게 <탑건2>라고 하죠. <탑건2>를 얘기해볼 건데 그러려면 꼭 <탑건1>하고 같이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이게 진짜 36년 만에 나온, 거의 40년 가까운 세월의 차이가 나는 영화인데…. 박성근 : 윤 원장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나는 이 <탑건> 영화가 특히 각별한 세대라고 할까? 87년 작으로 되어있는데 내 기억으로는 88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했거든. 난 그때 재수생이라 몰랐는데 대학에 들어간 친구가 그러는 거야, <탑건>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남자주인공이 엄청나게 멋지다고. 윤 : 여자들한테도 잘 생겼다고 난리가 났었죠, 이 배우 누구냐고. 톰 크루즈가 대중의 인기를 끈 첫 작품이었죠. 박 : 내 또래한테 각별하다는 얘기가 뭐냐면, 그때가 어렴풋이 기억나는 거야. 근데 얼마 후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까 영화는 별로 재미가 없었어. 윤 : 그렇죠. 사실 스토리는 뻔하거든요. 그래서 영화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주인공이 잘 생겼다, 아니 그보단 뭐라고 할까 너무 탱글탱글하다, 젊음이 확 느껴지는 영화다… 박 : 그렇지.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그거야. 스토리는 뻔한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열광할까? 젊다는 얘기처럼 그때 <탑건>에서 보여준 톰 크루즈의 모습은 모든 남자가 선망하는 모습이고 여자들도 매력을 느끼는 모습인 거야. 용감하고 동료애 뛰어나고, 정말 테스토스테론 ‘뿜뿜’이지. 윤 : 근데 <탑건2>를 보면 좀 느낌이 달라요. 물론 여전히 톰 크루즈가 멋있고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고 아주 관리를 잘 했죠. 톰 형 안 죽었네, 살아있네…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짠해요. 형 애쓴다, 형도 늙으니깐 좀 어쩔 수 없구나 싶은 거예요.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박 : 그 점이 이 영화가 우리 세대한텐 각별하다는 거야. 우리도 그렇게 늙었으니깐. 톰 형한테 열광하던 고등학생, 대학생이 이제는 그 또래 아이들을 둔 부모가 되어 있잖아. 윤 : 젊음은 좋은 거면서도 사실 무서운 거예요. 이건 톰 크루즈라는 배우 얘기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영화 자체가 그래요. 스토리 배경에서도, 뭐라 할까 미국도 이제 늙었다 싶더라고요. <탑건1>이 만들어지던 당시만 해도 정말로 미국이 세계 최고였잖아요? 유일한 라이벌이던 소련도 무너질 무렵이고. 국력만이 아니라 당시에 물건도 ‘미제가 최고야’ 그랬었죠. 일제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 특성상 미국은 마치 힘센 아버지상과 같은 나라였어요. 박 : 특히 그때까지 우리는 지금처럼 잘 살고 국력이 세지는 못했었으니까. 윤 : 우두머리고 대장이라는 거죠. 그렇게 보면 미국은 상징계의 규칙을 만드는 나라였어요. 국가로 보자면 세계에 대해서. 흔히 경찰국가라는 표현처럼. 그러니까 이 나라 나쁜 나라야 그러면 쳐들어가서 때려 부수고. 박 : 적을 딱 규정할 수 있었지. 미그기와 싸우는 내용이 나오잖아? 미그기라고 하면 소련, 적어도 공산권 국가였던 거지. 윤 : 나치놈들, 소련놈들, 중공군들 그러면서 영화에서 상대 나라 이름을 막 댔어요, 눈치 안 보고. 자기네가 세계의 규칙을 만들었으니깐 마음대로였던 거죠. 근데 그러던 미국이 이번에 <탑건2>를 보고 있자니 미국도 이제 늙었구나, 톰 형만 늙은 게 아니구나 생각되더라고요. 일단 적국의 이름을 옛날처럼 대놓고 말하지 못해요. 그냥 핵무기 개발하는 조직이라고만 하죠. 심지어 무기도 적의 것이 더 좋다고 말해요. 옛날엔 미국 기술이 최고라고 자부했었는데, 상대가 5세대 전투기라서 우리 F18로는 못 이긴다고. 그러니깐 매버릭은 조종사가 더 중요하다며 정신승리 같은 얘기를 해요.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박 : 미국과 할리우드의 그런 분위기가 영화 설정에서도 그대로 반영되는 거 같아. 나중에 다시 말하겠지만, 톰 형이 늙은 것뿐 아니라 영화주인공 매버릭도 같은 처지지. 36년이 지난 지금 동기는 제독이 되어있는데 매버릭은 대령에 머물러있으니까. 윤 : 문화도 그런 거 같아요. 미국 물건만 최고라고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세뇌된 면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미국적인 생각을 하도록요. 예쁜 것도 바비인형처럼 서양적인 걸 기준으로 삼고요. 근데 세상이 바뀌어서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같은 경우 경제적으로 위상이 올라가면서 케이팝을 미국 사람들이 더 좋아하게 되었죠. 박 : 난 좀 다르게 생각하는 게 그렇다고 케이컬처가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보여주는 건 아니잖아? 걸그룹 외모를 봐도 얼굴 작고 다리 길고 다 서구화된 모습이거든.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란 말이지. 좋든 싫든 현대 사회는 특성상 서구적인 외모가 더 적합한 건 사실이라고 나는 생각해. 윤 : 그건 문화사대주의나 우생학적인 시각이라고 공격받기 쉽겠는데요? 박 : 그렇긴 해. 그렇다 해도 우리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 그게 톰 크루즈든 차은우이든, 아니면 블랙핑크 제니이든 간에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만은 사실이야. 사람의 보편적인 성향을 설명하려면 진화심리학 이론이 적당해. 처음에 얘기한 대로 사람들은 왜 톰 크루즈를 보며 열광했을까, 그리고 <탑건2>에서의 톰 크루즈 모습은 <탑건1> 때 준 느낌과 왜 다를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인 셈이지. 윤 : 어떤 환경에 적응하기 적합한 특성이 더 많이 살아남아서 후대에 그 유전자가 전달된다는 게 진화론이죠. 목이 긴 기린이 높은 나뭇잎을 따먹기 유리해서 더 많이 살아남으니까 그 새끼들, 그러니깐 부모 닮아서 목이 긴 기린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결국엔 목이 긴 기린들만 남는다, 이런 생존경쟁, 자연선택을 말하는 거네요? 박 : 그게 신체 특징만이 아니라 특정 행동도 자연선택된다고 보는 게 진화심리학이야. 그럼 진화되어 내려온 행동이 뭐냐, 사람들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행동패턴이 뭐냐를 생각해보자고. 산업화된 건 고작 200년 정도이고, 문명이란 게 만들어진 것도 대개 1~2만 년 정도이지. 근데 호모사피엔스가 세상에 나타난 건 60만 년 전쯤이란 말이야. 이 얘긴 현대인들의 행동 특성의 상당 부분이 사냥으로 먹고살던 때의 습성이란 거야. 윤 : 사냥 문화에 적합한 행동과 심리가 후대로 전달됐다는 거죠. 박 : 사냥해서 잘 살아남기 위한 형질이란 게 뭐냐면 힘이 세고, 달리기가 빠르고, 높은 곳도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안 아프고 건강한 거거든. 수십 만 년 동안 인류는 전체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진화되어왔지. 그리고 그런 특성들을 부러워하고 자신도 그렇게 되게끔 선망하도록 심리도 형성이 된 거야. 이런 건 아이들의 놀이에서도 확인이 돼. 어린아이들을 보면 그냥 놀아. 놀고 싶어하는 심리는 본능에 가까워, 마치 본능적으로 위험한, 날카로운 것 같은 것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럼 애들은 왜 놀까? 어른이 되었을 때 사냥을 잘하기 위한 예행연습 같은 거야. 애들이 놀 때 보면 막 뛰어, 적당히 높은 데로 기어 올라가 점프하고. 특히 남자아이들은 막대기 같은 거만 잡히면 칼처럼 휘둘러 봐. 아빠만 보면 씨름하자고 달려들지. 윤 : 하지만 그건 남자아이들 얘기고 여자아이들은 다르게 놀잖아요? 인형놀이를 한다던가 소꿉장난을 하죠.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박 : 그렇지. 근데 지금 톰 크루즈라는 남자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는 거니까 남자아이들 특성만 얘기하게 되는 건데, 여자아이들의 놀이도 원시 습성으로 설명할 수 있어. 암튼 남자아이들은 장난감을 사도 너프 총, 파워레인저 칼, 장난감 자동차, 리모콘 비행기 같은 걸 골라. 친구들이랑 놀 때도 총싸움을 하고 축구 같은 경쟁적인 운동을 좋아해. 그런 놀이에선 늘 승패가 있고 영웅이 나와. 어렸을 때 이런 식으로 연습한 개체가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사냥에 유리한 법이지. 그래서 이런 행동들을 하도록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 있어. 윤 : 정신분석학에서는 다르게 보거든요. 라캉식으로 말하면, 그렇게 되는 거는 문화라는 상징계의 규칙을 무의식적으로 아이들한테 주입시켰기 때문이라는 거죠. 넌 남자아이니깐 이렇게 행동해야 해, 칼싸움을 해야지 소꿉장난하면 고추 떨어져,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이런 것도 있잖아요? 여자형제가 많은 집에 태어난 남자아이가 자기가 여자인 줄 알고 행동하면서 여성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박 : 늘 얘기되는 본성이냐 양육이냐의 논쟁이지. 물론 지금은 둘 다 중요하다고 받아들이고 있고. 근데 난 그 본성을 위주로 설명하려는 거고. 앞서 말한 남자아이의 본능을 톰 크루즈가 잘 보여준다는 거야. 일단 콜사인이 매버릭이야. 매버릭은 우리말로 망아지 같은 어감이거든. 윤 : 그 이름을 듣고 찰리가 ‘엄마가 싫어했냐’며 농담을 하죠. 말 안 듣고 날뛰는 개구쟁이 아들. 박 : <탑건1>에서 전투비행 때 “생각하다간 죽어요”라며 즉각적으로 행동하고, 교전 때 적기의 표적이 될 때까지 일부러 속도를 늦출 정도로 무모하기도 하지. 아이스맨이 “넌 아직도 위험해”라고 경고하고, 상관도 “아버지랑 닮아서 영웅심리가 있다”고 말하지. 윤 : <탑건2>에서도 반복되는 대사가 바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죠. ▶톰 형이 짠하게 느껴진다면? ‘탑건:매버릭’②[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로 이어집니다.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박성근과 윤병문은 정신과전문의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3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각각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구로점과 용인수지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 네트워크 원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잡아 영화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쓰이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처럼 영화 보기 ‘웡카’②[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2024. 03. 19 07:17 문화/생활|건강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웡카> 보도 스틸 ▶이 영화가 정신과 의사에게 재미없는 이유? ‘웡카’①[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에서 이어집니다. 윤병문 : 오늘 마지막 시간을 정리하는 얘기일 것 같네요. 박성근 : 아까 난 3편이 재미없었다고 했잖아? 1, 2편과 달리 3편은 왜 재미가 없었을까 생각해봤지. 내 딸이 그러더라고. ‘이렇게 영화를 만들면 아이들이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어른들이 만든 영화 같다고. 그러니까 어린이의 시각에서 본 게 아니라는 말이지. 동화든 영화든 모든 예술작품은 어린아이들이 느끼는 원초적인 즐거움을 자극해야 한다고 생각해. 윤 : 우리의 무의식을 살살 건드려줘야 재미와 감동이 느껴지는 거죠. 박 : 맞아. 무의식이란 게 뭐냐 하면 두 가지로 이뤄졌어. 하나는 인간이 태어날 때 기본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본능이야. 성욕과 공격성으로 대표되는 건데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이드지. 또 하나는 아주 어린 시절의 경험이야. 엄마와의 이자 관계이든 아빠까지 등장하게 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이든, 대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정도 나이까지 있었던 경험의 기억이지. 이런 기억들은 나이가 들어서 사춘기 동안 시냅스의 가지치기가 일어나면서 기억에서 잊혀. 무의식 속으로 억압되는 거지. 윤 : 하지만 그 무의식은 현실의 의식세계에 끊임없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되죠. 박 :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어린아이 같은 마음에 울림을 줘야 좋은 영화라는 거야. 아까 마블 시리즈나 범죄도시 얘기한 것처럼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해. 여기서 어린이들의 놀이에 대해 우리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아이들이 노는 건 본능적인 행동이야. 가르치거나 배워서 노는 게 아니지. 그럼 애들은 왜 노느냐? 앞으로 생존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세상을 탐색하고 연습하는 거지. 물웅덩이를 발로 첨벙 해보고, 나무 위에 기어 올라가 보고, 이 물건을 저 물건에다가 갖다 붙여보고… 그러면서 애들은 까르르르 즐거워해. <찰리와 초콜릿 공장> 보도 스틸 윤 : 즐거워야, 재미가 있어야 세상도 더 열심히 탐색할 거고요. 박 : 무의식 속에 감춰진 그런 아이 같은 마음을 자극해주는 게 재밌는 영화의 조건인 셈이야. 그럼 아이 같은 마음이 뭐냐? 첫 번째로 아이들 코드에 맞는, 그러니깐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스토리텔링이야. 어린아이들은 1차 과정의 사고를 하지. 뇌가 아직 미숙해서 신경들끼리 연결이 잘 안되어 있어. 세상을 배우면서 시냅스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거지. 그러기 위해서 세상 것들을 서로 상관없는 것들끼리도 이리저리 막 연결해봐. 그래서 비논리적이야. 애들이 떠들고 노는 걸 보면 어른들은 좀처럼 이해가 잘 안 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그게 왜 웃긴 지… 1차 과정 사고 중 대표적인 게 마술적인 생각이야. 1편에서 보면 거품 음료를 먹은 찰리와 할아버지가 하늘로 둥둥 떠오르잖아? 과학적으론 말이 안 되지만 아이들은 그런 장면에서 너무 재밌어하지. 윤 : 3편에서도 초파리가 날개 짓 하면 사람들이 몸이 떠오르는 걸로 나오죠. 박 : 그렇지. 어른들도 똑같아.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스파이더맨은 손바닥에서 거미줄을 발사하지. 다 마술적인 생각들이야. 아이 같은 마음의 두 번째 속성은 쾌락원칙이라고 할 수 있어. 아이들은 즐거운 걸 좋아해. 춥거나 배고프거나 지루한 건 싫어하지. 원작의 기본 설정은 춥고 배고픈 현실이야. 그런데 초콜릿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게 즐거워져. 공장에 들어가자마자 외투부터 벗으라고 하잖아? 춥지 않다는 거지. 그리고 공장 안에는 강물도 잔디도 꽃잎도 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야. 한마디로 소망을 충족시켜주는 판타지로 가득 찬 공간인 셈이지. 윤 : 저도 왜 하필 초콜릿일까 생각했어요. 달콤하고 금방 기분을 좋게 해주고 웃게 만드는 초콜릿을 먹고 싶지만 현실에서 어린 웡카는 신문 돌리는 일을 해야 하죠. 착한 아이예요. 콤플렉스의 전형인 거죠. 자기 욕망을 그대로 못하고 할아버지 담배 사 피우시라고 하고, 그 좋아하는 초콜릿마저도 식구들과 나눠 먹지요. 박 : 그런 아이들의 판타지가 잘 드러나는 것 중의 하나가 패밀리 로망이라는 게 있지. 오이디푸스 기를 지난 아이들은 사실 진짜 자신의 부모는 따로 있다고, 원래는 왕족이거나 부자라는 환상을 갖곤 해. 어쩌다 보니 지금의 부모 밑에서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왕자나 공주라는 원래 신분으로 돌아갈 거라고 꿈꾸지. 원작의 결말에서도 보면 공장을 물려받아서 갑부가 되잖아? 윤 : 현실은 찢어지게 가난하고, 2편에서 보면 팀 버튼 특유의 위트처럼 말 그대로 다 쓰러져가는 모습의 집에서 살고 있죠. 박 : 그런 소망을 이루기 위해 이제 아이들이 바라는 세 번째 특징인 적당한 교훈이 가미되어야 해. 마술적인 생각만 하고 쾌락만 좇다가는 망하기 십상이지. 적당할 때 그건 아니라고, 참을 줄도 알아야 훌륭한 어른이 된다고 가르쳐주는 부모, 적당히 달래주는 초자아가 있어야 해. 그래서 동화나 영화의 결말들은 대개 권선징악이라든가 상을 받는 것으로 끝나. 천하무적 마동석이 마침내 악당들을 때려눕혔을 때 보는 사람들은 마음이 편해지지. <웡카> 보도 스틸 윤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편에서 타노스에 의해 세상의 절반이 죽어버리잖아요? 그때 사람들이 많이들 당황했어요. 이거 다음 편에 어떻게 마무리할 거냐고. 영화는 재미있게 봤는데 끝이 찝찝해. 박 : 그래서 지금까지 말한 세 가지 요소가 적당히 섞인 영화들을 관객들은 편안하게 즐기는 거지. 오락영화로서 말이야. 난 그런 특징을 아주 잘 보여주는 동화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생각해. 시계를 보면서 늦었다고 뛰어가는 토끼를 따라 토끼굴에 들어갔다가,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자기 눈물에 빠져 헤엄치고, 동물들이랑 토론하고, 미친 모자 장수랑 티타임을 즐기다가 하트여왕의 재판에 끌려가 트럼프 병사한테 쫓기다가 꿈에서 깨어나지. 이야기 전개가 뒤죽박죽이야. 1차 과정 사고이고 쾌락원칙을 따르고 안도하면서 해소되지. 사실 이 동화가 만들어진 배경은 흥미로워. 저자인 루이스 캐롤이 자기 학교 학장의 딸인 앨리스랑 놀아주면서 그날그날 지어서 들려준 이야기를 한데 엮은 책이라고 해. 캐롤은 원래 당시 영국 사회를 풍자하려고 토끼나 모자 장수 등을 등장시켜서 빗댄 거다 보니, 그 상징과 은유를 눈치챈 어른들도 재미나게 읽은 거야. 윤 : 꿈도 똑같아요. 무슨 스토리가 있긴 한데 가만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죠. 말이 안 되니깐 사실 그게 자기 진심인 거예요. 무의식이 드러나는 거니까. 영화도 꿈과 비슷하게 감독이나 작가의 무의식이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박 : 그 무의식은 등장인물에게로 투영이 되거나, 아니면 영화의 기본 설정 자체로 보여지지. 윤 :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있다.’는 말이 있어요. 라캉이 한 얘기로, 여러 가지로 해석되곤 하는데 이건 제 해석이긴 한데요… 무의식을 설명할 때 흔히 빙산의 일각이라고 표현하잖아요? 물 위에 드러나는 의식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거대한 무의식은 물 밑에 가라앉아 있다고요. 그런데 그 무의식은 너무 커서 우리가 다 알 수는 없죠. 그래서 언어로 구조화될 수 있는 범위까지만 우리는 이해할 수가 있어요. 그런 부분을 우리는 전의식이라고도 표현하죠. 박 : 그렇다면 진정한 무의식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되네. 윤 : 그럴 수 있죠. 다르게 표현하자면 실재는 상징화되지 않아요. 물 밑에 남아있는 부분이 항상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이 바로 실재계라고 표현하는 거고요. 실재계는 아무도 모르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언뜻언뜻 드러나겠죠. 그렇게 되면, 그 부분을 알게 되면 또 다른 전의식이 생겨나고 하는 거니까. 박 : 그렇다면 엄밀히 말해서 영화에서 드러나는 무의식 부분은 전의식에 더 가까울 거야. 윤 : 영화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감상하는 것까지도 그런 무의식 세계를 느끼게 되는 거니까 흥미를 끌고 재미가 느껴지죠. 박 : 그렇지. 내가 이 영화가 왜 재미있을까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신의 갈등이나 기억, 특성 같은 것에 대해서 되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거야. 윤 : 하지만 예술적인 은유나 상징을 통하지 않고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그건 오히려 불편해져요. 약간 가려져서 나오면 흥미가 생기지만, 대놓고 포르노면 불쾌감이 드는 것과 같은 원리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예로 들자면 <파벨만스>는 대놓고 표현을 해서 대중적으로 흥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잖아요? 하지만 팀 버튼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덜 거부감이 들게 숨겨서 표현하니깐 관객들이 훨씬 받아들이기 편했던 거죠. 박 : 자, 이렇게 해서 총 10편이 마무리가 됐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했지. <스즈메의 문단속>부터 시작해서 오늘 얘기한 <웡카>까지. 남근의 상징, 애도반응, 열등감 이론, 융의 원형, 나르시시즘 그리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까지 다양한 설명을 해봤어. 이렇게 다양한 설명이 가능한 것은 사람의 심리라는 게, 특히 무의식이라는 게 아무도 모르는 물밑의 빙산이고 그래서 그걸 바라보는 시선 또한 여러 가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야. <파벨만스>에서 엄마가 말했듯이 “영화는 꿈”이지. 프로이트가 말한 대로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인 꿈. 그동안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윤 : 수고 많으셨습니다. <웡카> 공식 포스터 Key Word :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 Theory) 주로 한 사람의 심리 구조를 분석적으로 설명한 프로이트 이론은 이후로도 계속 발전합니다. 특히 엄마를 비롯한 주변의 인물들이 아이의 심리발달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아이가 대하게 되는 사람들을 통틀어 ‘대상’이라고 일컫습니다. 어린 시절 경험한 대상과의 관계는 앞으로 살아가는 데 중요한 기본틀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엄마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 커서도 대인관계에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부족하죠. 대표적인 경우가 경계선 성격장애입니다.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을 늘 느끼는 이런 사람들은 끊임없이 주변사람들의 사랑을 테스트합니다. 꿈에 그리던 사람이라고 이상화하다가 작은 실망에도 순식간에 그를 비난해버립니다. 변함없이 자신을 좋아해줄 것인지 확인하려는 듯 변덕을 부리면서 상대를 긁습니다. 좋은 사람 아니면 나쁜 사람, 이런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편 가르기를 하죠. 하지만 그 결과 그는 더 외로워지고, 이런 악순환은 반복이 됩니다. 박성근과 윤병문은 정신과전문의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3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각각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구로점과 용인수지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 네트워크 원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잡아 영화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쓰이게 되었다. 왜 여자를 전면에 내세우지? ‘스즈메의 문단속①’ [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프롤로그 박성근 : 오늘부터 우리 둘이서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할 건데, 이 토크에 제목을 달아보면 어떨까? 윤 원장은 혹시 생각해본 제목이 있어? 윤병문 : 글쎄요. 형...https://lady.khan.co.kr/issue/article/202401220655011 거장 스필버그가 이제야 이 영화를 만든 이유? ‘파벨만스’①[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어린 새미 파벨만은 부모님과 함께 난생처음으로 ...https://lady.khan.co.kr/culture/article/202402051352001
이 영화가 정신과 의사에게 재미없는 이유? ‘웡카’①[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2024. 03. 18 06:53 문화/생활|건강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웡카> 보도 스틸 # 찰리와 초콜릿 공장 초콜릿 업계의 큰손 윌리 웡카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어느 날 5명을 뽑아 공장을 견학시켜주겠다는 그의 얘기에 세상은 흥분한다. 찰리를 비롯한 5명의 어린이가 당첨되어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공장 안에는 갖가지 신기한 것들이 많았는데, 아이들은 참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다가 난처한 처지에 빠진다. 하지만 찰리만은 끝까지 솔직하고 착한 모습을 보여 공장의 후계자로 낙점받는다. # 웡카 7년간의 항해를 마치고 윌리 웡카는 육지에 도착한다. 돈이 없어 길에서 자야 할 처지가 되었을 때 웬 남자가 다가와 여관으로 안내한다. 하룻밤을 보내고 달콤 백화점에 가서 자신의 초콜릿 제품을 사람들에게 선보이지만 초콜릿 연합은 웡카를 방해한다. 빈손으로 여관에 돌아온 웡카를 여주인은 함정에 빠뜨려 지하 세탁실에 갇혀 죽도록 일만 하도록 만든다. 입양 소녀 누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려 하지만 움파룸파가 초콜릿을 다 훔쳐가는 바람에 뜻대로 안 된다. 초콜릿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기린 젖이 필요해 동물원에 가서 젖을 구하고, 그걸로 만든 초콜릿으로 비밀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 달콤 백화점에 상점을 열지만 초콜릿 연합의 음모로 엉망이 되어 버린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웡카는 세탁소 직원들과 함께 초콜릿 연합의 비리를 파헤치려 하지만 도리어 초콜릿 탱크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때 움파룸파가 나타나 구해주고 비리에 가담한 자들은 모두 경찰에 붙잡힌다. 용기를 얻은 웡카는 마을에 초콜릿 공장을 짓는다. 박성근 : 우리가 계획한 10편의 영화, 그 마지막이네. 윤병문 : 어떤 영화를 고를 것인가가 제일 고민이었어요. 우리가 얘기하고 싶은 영화들이 사실 사람들이 아주 많이 본 영화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들은 보기가 편한 것들인데 대개 속이 시원하고 단순하죠. 박 : 대표적인 게 마블 영화들이나 ‘범죄도시 시리즈’ 같은 것들인데, 하지만 이런 영화들을 사람들이 많이 보는 데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봐. 윤 : 오늘 할 영화는 그 중간쯤으로 잡아서 대중의 인기를 끈 오락영화이면서 동시에 저희가 얘기할 거리도 있는 <웡카>에요. 아무래도 요즘 제일 핫 한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 덕분에 흥행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요. 박 : 사실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그 배경부터 짚고 들어가야 해. 원작은 로알드 달이 1964년에 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동화이지. 영어권의 안데르센, 그림형제라고 불릴만한 아동작가이고, 대표작인 이 동화는 아이들이 영어 배울 때 필독서라고 하더라고. 1971년에 영화화돼서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이라고 개봉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초콜릿 천국>이라고 제목이 달렸어. <찰리와 초콜릿 공장> 보도 스틸 윤 : 영화 제목이 바뀐 건 웡카 초콜릿을 만들어서 팔기 위한 상품화 전략이었다고 하죠. 박 : 그런 식으로 이름이 헷갈리니깐 편의상 1971년작을 1편이라고 부르자고. 그러다가 개성 넘치는 영화로 유명한 팀 버튼 감독이 재해석을 해서 2005년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제작했고, 이게 우리가 잘 아는, 가장 유명한 영화이지. 이게 2편. 사실 1편과 2편의 스토리는 거의 같아. 다만 1편은 찰리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 반해 2편은 웡카가 주된 인물로 그려지지. 그의 배경에 대해서도 나오고. 그러다가 이번에 3편 <웡카>가 개봉한 거야. 여기서는 1, 2편의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배경, 그러니까 웡카가 초콜릿 공장을 만들게 된 사연을 설명하면서 전편들과는 다른 이야기가 전개돼. 윤 : 프리퀄이죠. 스타워즈로 치자면 에피소드 4부터 먼저 개봉했다가 인기를 끄니까 나중에 그 배경인 1, 2, 3편이 나온 것처럼요. 박 : 이런 배경을 감안해두고서 오늘 선정한 영화인 <웡카>, 그러니까 3편부터 얘기를 해보자고. 일단 나는 이 영화가 재미가 없었어. 윤 : 흥행은 했지만 실망스럽죠. 특히 전편들에 비해서… 너무 갈등이 없어요. 그냥 말 그대로 동화 같고, 있는 그대로 읽히는 영화죠. 박 : 맞아. 영화 같은 예술에는 뭔가 숨은 의미가 있고 상징이 있으면 좋은데. 대표적으로 우리 정신과 의사들은 엄마 아빠와의 관계를 굉장히 강조하는데, 3편에서 나오는 건 아버지는 없지만 엄마가 그냥 엄마야. 착하고 아들에게 헌신적인 전형적인 엄마, 좋은 엄마. 그러니깐 재미가 없어. 윤 : 원작 자체도 전형적이에요. 움파룸파가 부르는 노래를 보면 아주 상징계적이죠. 규칙을 따르라고. 그러지 않으면 풍선이 되거나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벌을 받는다고, 아주 교훈적이죠. 박 : 교훈적이지. 찰리가 영원히 씹는 껌을 되돌려주니깐 착하다며 상으로 공장을 물려주기까지 하고. 1, 2, 3편 모두 교훈적인데, 유독 3편만이 재미없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봐. 1, 2편은 애들만 재미있게 본 게 아니야. 어른들도 너무너무 즐거워했거든. 어른들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어린 시절의 유아적 소망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거거든. 윤 : 3편은 그러질 못했다는 거군요. 박 : 그렇지. 움파룸파의 노래나 동화의 결말은 상징계적이지만, 그 내용은, 특히 초콜릿 공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상상계적이지. 프로이트식으로 얘기하자면 상상계는 쾌락원칙을 따르는 1차 과정 사고이고, 상징계는 현실원칙을 따르는 2차 과정 사고라고 할 수 있어. 동화가 재미있으려면 그 사이를 미묘하게 왔다갔다 해줘야 해. 쾌락도 추구하면서 현실성도 주는 거지. <웡카> 보도 스틸 윤 : 다섯 명의 아이들은 쾌락만을 추구하는, 상상계적인 인물의 전형들이라고 볼 수 있죠. 식탐, 소유욕, 경쟁심 같은 거요. 융의 원형 개념과 비슷해요. 박 : 하지만 3편에서는 그러질 못했어. 쾌락원칙에 따르는 내용이 너무 약해. 일단 기본 설정 자체부터 등장인물들이 다 어른이야. 그리고 초콜릿을 좋아하는 것도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지. 그러다 보니 초콜릿 연합 같은 어른들이 벌이는 행동이, 이건 초콜릿이 아니라 꼭 무슨 마약상 얘기 같아. 마약을 둘러싼 음모와 암투, 그런 느낌을 준단 말이야. 윤 : 지나치게 상징계만을 다룬다는 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관여되어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3편에는 아버지가 없어요. 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전혀 안 나오죠. 그러면서 웡카는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하고는 타협을 못 해요. 초콜릿 연합들도 그렇고 경찰서장이나 신부님도 다 자기보다 나이 많고 기득권자들이죠. 다시 말해 권위주의가 있는 사람들은 다 적이고 깨부숴야 하는 존재들에요. 여관 주인 두 남녀한테도 그렇고요. 박 : 어떻게 보면 2편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묻어있는 것 같아. 우선 아버지가 하필이면 치과의사야.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곳이 어디? 치과지. 이빨 뽑는 걸 세상에서 제일 겁내. 발치란 신체에 대한 손상이지만, 한편으론 상징적으로 페니스가 뽑히는 거세를 의미하기도 하지. 그런 아버지는 웡카한테 단것을 먹지 못하도록 해. 그러고는 크고 괴상한 교정기를 씌우는데, 그게 치아를 교정하는 게 아니라 마치 억지웃음을 짓게 만드는 기계처럼 보여. 그러다가 웡카가 집을 뛰쳐나올 때 집들 사이에 아버지 치과건물 한 채만 쏙 빠진 장면이 나오는데 그 모습이 꼭 이빨 빠진 것처럼 보여. 윤 : 나중에 치과건물이 다시 나타나는데 그땐 그 한 채만 딱 서 있어요. 꼭 페니스 같아 보이죠. 상징적인 이미지로요. 하지만 팀 버튼 감독의 다른 영화들, 그러니까 <가위손>이나 <배트맨>과는 다르게, 2편에서는 아버지와 화해를 해요. 그래서 이 영화는 좀 다르다고 생각됐어요. 박 : 실제로 감독 자신이 아버지와의 관계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해. 주로 할머니가 키워줬고 죽을 때까지 아버지랑은 말 한마디도 안 했다고 하니까. 윤 : 아버지가 없는 경우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아니라 그 대신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병적으로 될 수도 있어요. 엄마와의 2자 관계에서 제대로 분할이 안 된다면 성격장애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죠. 아이는 유기불안, 그러니깐 엄마마저 없다면 완전히 버림받게 될 거라는 두려움을 느끼기 쉬워요. 이런 아이들이 보이는 반응은 첫 번째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지는 거죠.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맞춰줘요.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라는 말이 있죠. 여관에서 계약서에 서명을 강요받을 때 그게 부당한 데도 그냥 사인을 해요. 지하 세탁실에 갇혀서도 자기만 탈출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해방시켜주려고 하죠. 그들이 바라는 것을 위해서. 박 : 마지막에 엄마가 남긴 딱 한 개의 초콜릿마저도 나눠 먹지. 윤 : 또 다시 버림받지 않으려면 착한 아이가 돼서 남들의 욕망까지도 이뤄줘야 하는 거죠. 눈치도 보고, 언제나 밝고 명랑해야 하죠. 박 : 2편에서 보이는 괴팍하고 신경질적이고 심지어 어린아이를 싫어하는, 조니 뎁이 연기한 웡카와는 아주 다르게, 3편의 티모시 샬라메의 웡카는 해맑고 늘 웃지. 윤 : 유기불안이 클 때 벌어지는 두 번째 가능성은 경계선 성격이 되는 거예요. 집착하고 계속 상대방을 테스트하는 성격이죠.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안 버리는 사람을 원하잖아요. 1, 2편의 웡카는 5명의 아이를 불러다 놓고 자꾸 시험해요. 맛있는 걸 보여주고 먹지 말라고. 애들이 못 참고 먹어버리면 가차 없이 벌을 주죠. 처음엔 천사처럼 대하다가 자기 말을 어기면 ‘너는 악마야’ 하는 식으로 극단적인 경계를 왔다갔다해요. 박 : 그러니까 1, 2편의 비슷한 웡카랑, 3편의 다른 웡카 모두 공통적으로 그것이 아버지와의 관계 때문이든 엄마와의 관계 때문이든, 웡카는 기본적으로 유기불안을 가진 사람이라는 얘기네? <웡카> 보도 스틸 윤 :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웡카가 정말로 원했던 게 뭘까? 진짜로 초콜릿 공장을 물려줄 아이를 찾는 것일까 하는 거예요. 사실 전문적으로 경영할 어른을 뽑는 게 더 합리적이잖아요? 그런데 그러지 않는 것을 보면 공장을 물려주는 것에 대해 양가감정적일 수 있다는 거죠. 원래 사람이라는 게 욕망을 꿈꾸면서도 그것이 충족되는 것을 두려워해요. 박 : 그렇지. 거기에는 초자아의 개념이 들어가지. 윤 : 툭하면 아프다는 소리를 하는 할머니는 병원에 데려가 주길 바라는 게 아니죠. 사실 원하는 건 자식들이 자기한테 좀 더 신경 써달라는 거잖아요? 그런 것처럼 웡카도 바라는 것도 공장을 물려주는 게 아니라 누가 같이 있어 주는 거죠. 그래서 2편에선 아버지를 찾아요. 박 :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1, 2, 3편 모두 웡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이든 유기불안이든 어떤 갈등과 관련된 스토리라는 거네. 윤 원장이 이 영화 자체에 대해 분석을 했다면, 나는 오늘 다른 쪽으로 얘기를 하고 싶어. 아이들은 왜 동화를 좋아하고, 어른들은 왜 영화를 즐길까 하는 얘기지. 윤 : 오늘 마지막 시간을 정리하는 얘기일 것 같네요. ▶정신과 의사처럼 영화 보기 ‘웡카’②[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에서 계속됩니다. 박성근과 윤병문은 정신과전문의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3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각각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구로점과 용인수지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 네트워크 원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잡아 영화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쓰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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