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551 건 검색)
- 2주 넘긴 ‘내란 수사’, 어디로 가고 있나?···최종 목적지는 모두 ‘윤’ 정조준
- 2024. 12. 22 15:13사회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가 2주를 넘겼다. 초반부터 수사주도권 등을 놓고...
- HD현대중공업, 최신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해군에 인도
- 2024. 11. 27 11:36정치
- ... 기획관리참모부장(소장),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에 인도된 정조대왕함은 우리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된 국내 4번째 이지스구축함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2007년...
- 탄도미사일 요격 ‘정조대왕함’, 27일 해군에 인도
- 2024. 11. 20 12:41정치
- ... 27일 울산시 HD현대중공업에서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DDG-995)의 인도·인수식이 열린다. 정조대왕함은 2022년 7월 진수식을 했다. 해군 승조원 탑승과 무장 운용 등의 전력화 과정을 거쳐 내년...
- ‘꼼짝마, 무조건 잡힌다’…파리 올림픽 사격 금 오예진, 딥페이크 범죄 정조준
- 2024. 10. 07 20:42사회
- 제주경찰청 공익 영상서 ‘열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오예진 선수(사진)가 딥페이크 범죄 근절을 위해 제주경찰청이 제작한 공익 영상에 출연했다. 7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36초 분량의 이...
스포츠경향(총 630 건 검색)
- 허정무, 정몽규 ‘정조준’ 준비 마쳤다
- 2024. 12. 26 08:07 축구
-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정무 전 감독이 제55대 대한추구협회 회장 선거 후보등록을 마쳤다. 허정무 전 감독 측은 지난 25일 오전 2시 대리인을 보내 후보등록을 완료했다고 26일 밝혔다. 허 전 감독은 지난달 25일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하며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작은 밀알의 역할을 자처하겠다며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당시 허 전 감독은 “저는 이제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 추락을 멈추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출마했다”라고 출마의 변을 밝히며 동행(Open kfa, With All), 공정(시스템에 의한 투명하고 공정한 협회 운영), 균형(지역협회의 창의성과 자율성 보장), 투명(체계적인 지도자 육성 및 선임 시스템 마련), 육성(축구꿈나무 육성과 여자축구 경쟁력 향상)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제 이번 선거는 3파전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후보 등록을 마쳤고,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도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누군가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12년 만에 치러지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유례없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회장 선거는 내년 1월 8일 열리며 새 회장의 임기는 1월 22일부터 시작된다.
- [EPL 라인업] 뜨거운 손흥민, 리버풀 상대 선발 출격→8호 골 사냥 정조준!···토트넘, 선발 라인업 공개
- 2024. 12. 23 00:19 축구
- 토트넘 선발 라인업. 토트넘 SNS 리버풀 선발 라인업. 리버풀 SNS 최근 물오른 손흥민(32·토트넘)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리버풀을 상대로 8호 골 사냥에 나선다. 토트넘 홋스퍼는 23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2024-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 홈 경기를 치른다. 현재 리버풀은 11승 3무 1패(승점 36)로 1위, 토트넘은 7승 2무 7패(승점 23)로 11위에 올라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프레이저 포스터, 페드로 포로, 라두 드라구신, 아치 그레이, 제드 스펜스,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 제임스 매디슨, 데얀 쿨루셉스키, 도미닉 솔란키, 손흥민이 선발 출격한다. 아르네 슬롯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은 알리송 베케르, 조 고메스, 버질 판 다이크, 루이스 디아스, 도미니크 소보슬러이,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 모하메드 살라, 코디 각포, 앤디 로버트슨, 라이언 흐라번베르흐,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가 선발 출격한다. 손흥민.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 게티이미지코리아 토트넘은 다행히도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 5경기에서 2무 3패를 기록하며 최악의 부진에 빠졌었지만 최근 사우샘프턴에 5-0 대승을 거뒀고, 주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8강전에서 4-3 승리를 거두면서 2연승을 달렸다. 단연 손흥민의 활약이 눈부셨다. 손흥민은 사우샘프턴전에서 전반 45분만 뛰고도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확실한 마무리 능력과 기회 창출 능력을 발휘하며 토트넘의 5-0 대승을 앞장서서 이끌었다. 손흥민. Getty Images 손흥민. Getty Images 맨유전에선 환상적인 코너킥 골을 터트렸다. 3-0으로 앞서다 3-2까지 추격을 당하며 위기를 맞았던 후반 막판 손흥민이 코너킥 키커로 나섰다. 손흥민은 크게 감기는 킥을 시도했고, 이 킥이 골대 먼 쪽으로 감기면서 그대로 옆그물에 꽂혔다. 흔히 말하는 ‘바나나킥’이 연상되는 그림 같은 득점이었다. 손흥민의 득점을 앞세운 토트넘은 맨유의 추격을 뿌리치고 카라바오컵 4강으로 향했다. 손흥민은 최근 두 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특유의 몰아치기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뜨거울 대로 뜨거운 손흥민의 발끝이 1위 리버풀을 상대로도 불을 뿜을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 KBO KIA에서 물음표 풀지 못했던 라우어,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빅리그 복귀 정조준
- 2024. 12. 14 14:19 야구
- 에릭 라우어. 연합뉴스 올해 KBO리그 KIA에서 뛰었던 좌완 에릭 라우어(29)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스포츠넷 캐나다는 14일 “토론토가 라우어를 영입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라우어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고, 메이저리그로 올라가면 선발 등판 횟수, 이닝에 따라 최대 220만달러(약 31억6000만원)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라우어는 올해 8월 윌 크로우의 대체 선수로 KIA에 입단했다. 당시 라우어는 ““부상으로 인한 나에 대한 불안감과 의문점이 많아서 증명하고자 왔다. 마이너리그에서 활동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환경인 KBO리그에서 증명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올시즌 7경기 2승 2패 평균자책 4.93을 올리는데 그쳤다. KIA는 2024시즌이 끝난 뒤 라우어와 작별을 고했다. 라워는 캐나다 토론토를 연고로 하는 미국프로야구 토론토와 계약하며 빅리그 복귀를 노린다. 그는 2018년 샌디에이고에서 빅리그에 데뷔했고, 2023년까지 MLB 마운드에 섰다. MLB 개인 통산 성적은 120경기 36승 37패, 2홀드, 평균자책 4.30이다.
- SON, 유로파 레인저스전 6호골 정조준···“4연속 무승 부진 끊고 팀 분위기 올려라” 특명
- 2024. 12. 12 15:04 축구
- 토트넘 손흥민이 12일 유로파리그 레인저스전을 앞둔 훈련에서 몸을 풀고 있다. AP연합뉴스 토트넘 캡틴 손흥민(32)이 위기의 상황에 해결사로 나선다. 골을 넣고도 웃지 못했던 앞선 경기의 아픔을 만회하기 위해 단단히 각오를 다지고 필승 의지로 나선다. 토트넘이 13일 오전 5시 ‘스코틀랜드 강호’ 레인저스와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6차전에서 격돌한다. 홈팀 레인저스는 최근 8경기 무패행진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토트넘은 4경기 무승(2무2패)에 그치며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리그 페이즈 상위 8팀에게 주어지는 16강 직행 티켓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가운데, 토트넘 ‘캡틴’ 손흥민이 시즌 6호골을 기록할지도 기대가 모인다. 레인저스 원정에 나서는 손흥민은 큰 책임감을 안고 경기에 나선다. 지난 9일 첼시와의 2024-25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추격골을 넣었음에도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모처럼 리그에서 골맛을 봤지만 웃을 수 없었다. 토트넘은 전반 12분 만에 2-0으로 앞섰으나 손흥민의 막판 골에도 불구하고 3-4로 패했다. 토트넘 손흥민이 9일 첼시전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점을 자책하며 패배의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주장으로서 팀을 위기에서 건져내지 못한 것에 무한 책임을 느꼈다. 이젠 유로파리그 16강 직행을 위한 중요한 경기에서 필승을 다짐한다. 손흥민은 최근 동료들에게 결정적인 키패스를 연결하는 등 이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소 무뎠던 골 감각도 지난 첼시전 막판 골로 다시 본능을 깨웠다. 이번 레인저스전에서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도 더욱 적극적인 공격으로 포인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 팀이 위기 때마다 해결사를 자처한 손흥민이 이번에도 팬들에게 승점 3점을 안길지 기대가 모인다. 스코틀랜드 강자 레인저스는 최근 8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벌이고 있다.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에서 3승 1무 1패, 준수한 성적으로 16강 직행이 가능한 8위에 올라 있다. 토트넘에 득실 차로 앞선 상황이다. 토트넘으로서는 여러모로 놓칠 수 없는 한판이다. 최근 경기력 부진으로 안지 포스테코클루 감독의 경질설과 주축 선수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직전 첼시전에 출전한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판 더 펜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변수를 맞았지만 물러설 수 없다. 수비진에서는 라두 드라구신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격에서는 손흥민과 데얀 클루셰브스키, 제임스 매디슨 등이 조직적인 플레이로 골을 노린다. 토트넘은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결과에 따라 16강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상위 8위 진입이 가능하다. 토트넘이 최근 부진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순위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이 경기를 포함한 2024-25 UEFA 유로파리그 생중계는 스포티비 프라임(SPOTV Prime)과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에서 볼 수 있다.
주간경향(총 13 건 검색)
- 노조 파괴 배후로 ‘회장 정조준’…SPC에 무슨 일이(2024. 04. 08 06:00)
- 2024. 04. 08 06:00 사회
- 관리자들 통해 민주노총 탈퇴 종용·승진 차별 등 조직적 개입 다른 계열사들 노조 와해 방식도 빵틀로 찍어낸 듯 똑 닮아 허영인 SPC 회장이 지난해 12월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허 회장은 ‘SPC그룹이 노조 파괴 공작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질의에 “그럴 리가 있겠나. 노조도 우리 직원이고 가족이다. 비노조도 마찬가지다”라고 답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국 제빵업계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진 ‘빵 재벌’ SPC의 허영인 회장이 지난 4월 4일 노조를 파괴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노조를 회사가 조직적으로 와해시키려 했으며, 허 회장이 이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SPC의 개입은 조직적이었다. 관리자들을 통해 제빵기사들의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고, 그래도 움직이지 않는 조합원들은 승진에서 누락시키는 방식으로 차별했다. 또 다른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노조를 최대한 활용해 탈퇴를 유도하고 이를 노조 간의 기싸움, 노노갈등처럼 꾸몄다. 노동자의 자유로운 단체 결성과 활동을 보장한 헌법을 따르지 않고, 회사가 노조의 일에 깊숙이 개입한 것이다. 파리바게뜨에서만 벌어진 일도 아니었다.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계열사 ‘비알코리아’, 파리바게뜨의 빵을 생산하는 계열사 ‘SPL’의 공장에서도 회사의 조직적인 노조 파괴가 일어났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식자재를 운송하는 화물기사들도 꼭 같은 경험을 했다. 공통점은 이들 모두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점이었다. 반복된 노조 파괴의 사례들을 보면 민주노총에 대한 회사 차원의 감정도 읽힌다. 그걸 ‘적대감’이라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그만큼 SPC그룹의 노조 파괴는 무리하게, 전방위적으로 반복됐다. 승진 차별에 현금 살포까지 “노조 탈퇴서는 매달 말일 들어오는데 그동안에는 많이 들어와야 5장이었거든요. 그런데 3월 말일에는 종일 팩스가 멈추지를 않을 정도였어요. 거의 120장이었어요. 처음엔 한 번도 못 만나본 조합원들(의 탈퇴서)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아는 이름, 노조 간부도 탈퇴하니까…. 잠 못 자고 악몽도 꿨죠(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를 와해하려는 시도는 2021년 3월 무렵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제빵기사들이 소속된 SPC 계열사 피비파트너즈에는 2개의 노조가 있었다. 5000여명의 직원 중 3500여명이 가입한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 ‘피비파트너즈노조’가 교섭대표 노조였다. 소수노조인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에는 750명이 가입해 있었다. 그런데 그해 3월 말부터 7월 말까지 매달 100장 가까운 탈퇴서가 파리바게뜨지회에 도착했다. 조합원 수는 단숨에 200여명 선으로 떨어졌다. 소수노조의 갑작스러운 ‘탈퇴 러시’ 이면에는 회사의 관리자들의 ‘작업’이 있었다. 특정 노조 가입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관리자들의 탈퇴 종용은 노골적이었다. 당시 전·현직 조합원들이 작성한 60여 건의 진술서와 카카오톡 대화 캡처를 보면, 관리자들은 근무시간에 매장으로 민주노총 소속 기사들을 찾아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지원기사(제빵기사의 휴무일에 근무하는 기사로, 제빵기사보다 상위 직급) 할 생각 없냐?”, “점포 차릴 때 민주노총 출신이면 못 차린다”, “민노라서 실적 좋아도 승진에 배제된다.” 승진 차별은 단순 협박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실행됐다. 2021년 5월 피비파트너즈는 956명의 승진 인사를 했는데, 승진자 중 민주노총 조합원은 21명(2.2%), 한국노총 조합원은 814명(85.1%)이었다. 민주노총을 탈퇴한 조합원 중에서는 72명이 승진했다. 이 같은 승진 차별이 부당노동행위인지를 심리한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2년 1월 “파리바게뜨지회에 대한 회사의 비우호적인 시각이 반영된 승진 차별이자 노동자들에 대한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조합원 진술서 등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윗선의 지시’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오늘 만나는 민노 기사, 기사님이 여섯 번째다. 이번에 새로 바뀐 본부장이 민노 가입한 기사들 찾아가서 탈퇴할 생각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윗선의) 압박이 심하다”며 기사들이 탈퇴서를 작성할 때까지 매장에서 기다리는 이도 있었다. 육아휴직 중이던 한 기사는 관리자의 탈퇴 종용에 휴직이 끝나면 퇴사하겠다고 밝혔다. 관리자는 “퇴사하기 전까지만이라도 한국노총으로 들어와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현금 살포’까지 횡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실제 현장관리자 A씨는 퇴직 후 파리바게뜨지회에 노조 탈퇴 압박이 이뤄진 시기의 지역본부 상황을 폭로하기도 했다. A씨는 2021년 3월부터 본부장이 현장관리자들에게 노조에서 탈퇴시킬 기사 할당량을 주고 민주노총을 탈퇴시켜 한국노총에 가입시킨 경우 1명당 1만~5만원의 현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사측에선 매주 월요일마다 노조 가입 현황을 공유하는 회의를 했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법인카드로 밥을 사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도 주장했다. 관리자들의 회유를 경험한 전·현 조합원들의 진술서에도 유사한 내용이 나온다. 한 퇴사자는 관리자로부터 ‘민주노총 조합원을 탈퇴시키면 1만원이 나온다’, ‘조합 탈퇴 회유 목적으로 법인카드 식대 승인이 이뤄졌다’라는 내용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주목할 점은 사측이 민주노총을 탈퇴뿐 아니라 ‘한국노총 가입’을 묶음으로 유도했다는 사실이다. 사측에 한국노총은 어떤 존재였을까.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2022년 5월 19일 서울 서초구 SPC본사 앞에서 53일간 이어진 단식농성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회사의 다른 노조인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조는 임 지회장의 단식에 “사옥 앞에서 농성하는 시간에 우리 피비파트너즈 노동조합이 그래왔듯이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참된 소리를 경청하는 노조가 되길 바란다”는 성명을 냈다. 검찰은 한국노총 노조 위원장이 회사 입장에 맞는 성명서 등을 발표한 것으로 보고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성동훈 기자 검찰은 회사가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조 위원장 전모씨에게 회사 입장에 맞는 인터뷰와 성명서를 발표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회사의 편을 드는 한국노총의 존재는 ‘민주노총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민주노총이 회사와 노동조건 개선을 합의하더라도 회사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 이유로는 한국노총의 반대를 들었다. 예컨대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와 회사는 2022년 11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회사 대표가 사과하고 부당노동행위자를 인사 조치하는 내용의 노사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피비파트너즈노조가 교섭대표노조의 교섭권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해당 노사협약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냈고, 법원에서 인용됐다. 해당 노사협약은 제빵기사들의 임금 수준 향상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모든 제빵기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이 사실상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회사와 민주노총과의 ‘노사갈등’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노노갈등’으로 비치게 만들었다. 회사는 민주노총 탈퇴 작업이 시작될 무렵, 채용 시 자동으로 한국노총에 가입되도록 하는 단체 협약(유니언숍)도 맺었다. ‘입사와 동시에 종업원 3분의 2 이상을 대표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된다’는 내용이다. 제조장 등 회사 관리자들은 신규 입사자들에게 한국노총 가입서를 교부하기도 했다. 파업기간 운송료 3배 지급하고 몽땅 손배 청구 민주노총 노조 파괴는 피비파트너즈에서만 발생한 문제가 아니었다. SPC그룹의 계열사들에서 민주노총 노조가 생길 때마다 같은 방식의 ‘작업’이 반복됐다. 전국의 파리바게뜨 매장에 식자재를 운송하는 화물기사들은 2019년 8월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노조를 만들었다. 전국에 파리바게뜨 매장 식자재 물류를 담당하는 기사는 750명이었는데 당시 540명이 화물연대에 가입했다. 직후 한국노총 소속의 노조가 생겼고, 100여명까지 규모가 늘어났다. SPC그룹에서 파리바게뜨 식자재 물류를 담당하는 계열사는 SPC GFS로, 이 회사는 운수사들과 용역계약을 맺고, 운수사들은 개인사업자로 취급되는 화물기사들과 다시 계약을 맺는다. 처음에는 민주노총 노조가 운수사, SPC GFS와의 3자 교섭을 통해 노동조건 개선을 끌어냈지만, 점차 사측이 합의하고도 이행하지 않는 일이 늘어났다. 사측은 한국노총의 반대를 그 이유로 꼽았다. 당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 SPC지부 부지부장으로 있었던 정호화씨는 “2021년 4월에 회사와 합의를 하고 이행이 안 돼서 회사에 물어보니 한국노총의 동의가 없어서 이행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우리보고 한국노총을 설득하면 회사가 동조하겠다고 했다. 그해 6월에는 매장이 많이 늘어난 광주에 화물차 2대를 증차하기로 회사와 합의를 했는데, 한국노총의 반대로 이행이 되지 않았다. 그 뒤에는 노노갈등처럼 진행됐다”고 했다. 합의가 손바닥처럼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자 화물연대는 그해 9월 파업에 돌입했다. 48일간 지속된 파업은 기존 합의를 이행하고, 양측(화물기사와 운수사)이 민·형사상 책임을 서로에게 묻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을’인 운수사들은 SPC GFS 측의 허락을 받고 이 합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튿날 SPC GFS는 운수사와의 합의일 뿐 자신들과의 합의가 아니라며 손해배상 등은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 SPC GFS는 운수사를 상대로 8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고, 운수사는 화물연대에 구상권을 행사했다. 48일간의 파업에 82억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액이 산출된 것 역시 ‘노조 파괴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이 있다. 일부 운수사는 SPC GFS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기사들에게 과도한 운임을 지급했다고 주장한다. 운수사로부터 확보한 2021년 10월 파리바게뜨 화물기사들의 운송료 내역을 보면, 기사들은 1400만~1500만원의 운송료를 받아 갔다. 평상시 기사들은 기본 운송료로 약 400만원을 받고, 정해진 코스 이외에 추가 운송을 한 경우 거리에 따라 최대 15만원까지 받는다. 그런데 파업기간에는 평소의 3배 이상을 받아 간 것이다. 한 운수사 관계자는 “파업기간에 추가로 일한 기사들에게 수고비를 더 주는 게 맞다. 그런데 추가로 운송할 때마다 수십만원씩을 더 줬다. 그러고는 몽땅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면 화물연대 기사들 다 죽으라는 소리밖에 더 되느냐”고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SPC 측은 “사법기관에서 조사 중이거나,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후 화물연대의 조합원 이탈은 가속화됐다. 회사가 두 노조의 조합원 숫자를 수시로 점검하고, 민주노총을 탈퇴할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해준다는 소문이 현장에 파다했다. 화물연대의 간부급 인사 10여명은 계약이 해지됐다.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었기에 계약 해지는 더 손쉬웠다. 현재 화물연대 SPC지부의 조합원은 250명 선으로 떨어져 한국노총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빵을 생산하는 계열사 SPL에 2020년 11월 8일 민주노총 노조가 생기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작업이 곧바로 이어졌다. 한국노총 SPL 노조가 그해 11월 27일 공장 구내식당에 민주노총 탈퇴자의 수를 실시간으로 집계해 공개하고 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PL지회 제공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계열사 비알코리아에서도 노조 파괴가 있었다. 비알코리아는 2020년 9월 던킨도너츠 매장에서 판매할 빵을 만드는 하청업체 소속 생산직 직원들을 직접 고용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사례처럼 불법 파견 우려가 커지자, 직접 고용에 나선 것이다. 직후 회사에는 민주노총 노조가 생겼고, 이어 한국노총 노조도 설립됐다. 그리고 피비파트너즈에서처럼 노조 탈퇴 종용과 승진 차별이 이어졌다. 노조 설립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그해 10월 민주노총 노조는 회사에 “귀하의 관리자들이 당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한국노총 소속 노조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가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부 관리자들의 행위가 근무시간 중에 벌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귀사가 특정노조에 유리한 행위를 방조하고 있거나 관리 감독이 소홀하다고 판단되는 바, 이런 불법행위에 대해 즉각 중단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라는 공문을 보냈다. 회사는 노조 탈퇴 및 가입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이듬해 1월 승진 인사에서, 두 노조의 명암은 분명하게 갈렸다. 민주노총은 승진 대상자 20명 중 3명(15%), 한국노총은 승진 대상자 34명 중 30명(88%)이 승진했다. 민주노총은 승진이 안 된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드러나자 조합원 이탈은 더 빨라졌다. 250명이 근무하는 비알코리아 안양공장에서 한때 100명을 넘어섰던 민주노총 조합원은 현재 40명대다. 사측은 ‘스파이’를 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확보한 녹취 등에 따르면 관리자인 생산팀장은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내 눈과 귀가 좀 돼주면 좋겠어. 그래서 절대 민노 탈퇴하면 안 돼. 부담을 줄 일은 없을 거고 대신 진급이나 이런 것들은 해줄 테니까”라고 했다. 녹취 자료에 따르면 민주노총 가입은 곧 회사를 등지는 것이라는 압박도 거침없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회사에서 1년에 딱 두 번 있는 시즌이야. 근데 그게 개판이 났어. 대표이사까지 회장님한테 불려가서 개쪽 다 팔고 왔어. 그럼 그 사람들 생각은 어떨 거 같아? 니네 민노 어떻게 바라볼 거 같아? 넌 이미 라인장들을 다 등진 거잖아. 이건 관리자들만, 라인장들만 등진 게 아니잖아. 회사도 등진 거란 말이야.”(사실상의 관리자인 라인장이면서 한국노총의 노조위원장도 맡은 신모씨가 민주노총 조합원인 부하 직원에게 한 말) 민주노총은 승진 차별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냈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이를 인정했다. SPC 계열사들의 민주노총 파괴 방식은 빵틀로 찍어낸 듯 똑 닮았다. 파리바게뜨에 납품할 빵 등을 생산하는 계열사 SPL과 파리바게뜨를 총괄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에서도 민주노총 노조가 생겼다가 급격히 세가 위축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일이 발생했다. SPL에서는 한때 200여명을 넘어섰던 조합원 수가 현재는 10명으로 줄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강규형 민주노총 SPL지회장은 “민주노총 노조가 생기자마자 원래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었던 관리자들이 한국노총에 가입했다. 업무시간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관리자한테 불려가 계속 상담을 해야 했다. 라인을 비우면 결국 옆에 있는 사람이 일을 더 해야 하는데 눈총을 받는다. 못 견디고 빠져나간 조합원이 많다. 한국노총에서는 구내식당에 지금 몇 명이 민주노총 탈퇴했다고 실시간으로 써놓곤 했다”고 말했다. 허영인 회장에게 노조 파괴에 대한 사법 책임을 묻게 된다면 민주노총 노조는 그간의 고통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노조 관계자들은 노조 복원은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사측은 이미 유니언숍 제도 등을 통해 관리자의 개입 없이도 민주노총을 고사시킬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민주노총 없는 SPC는 어떤 일터가 될까. SPC그룹의 민주노총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없어지면 한국노총도 필요가 없는 게 아닐까요. 어느 순간 한국노총에서도 저희 조합원들이 줄어드는 걸 겁내더라고요”라고 말했다.
- 특집
- [이기환의 Hi-story](114)영조는 “개가 왜 짖냐”…정조는 잠자리서도 ‘탕탕평평평평탕탕’(2023. 12. 26 07:00)
- 2023. 12. 26 07:00 문화/과학
- 김두량의 ‘삽살개’ 그림에 쓴 영조의 어제시. 짖는 입과 혀의 모양 그리고 옆으로 누운 귀, 바짝 곤두선 털, 치켜든 꼬리… 삽살개가 눈앞에서 사납게 짖어대는 듯하다. 이 어제시는 사납게 짖는 삽살개가 제 본분을 잊고 자기 당의 이익만을 위해 떠드는 붕당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개인소장·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탕탕평평…’. 국립중앙박물관이 영조 즉위 300주년을 맞아 개최 중인 특별전의 제목이 좀 ‘쨍’ 합니다. 영조(재위 1724~1776)와 정조(재위 1776~1800)가 ‘탕탕’하고 ‘평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펼친 ‘탕평’과 관련된 특별전입니다. 영·정조가 탕평책을 쓰면서 글과 그림을 통해 소통했던 방식을 한번 들여다보자는 것이라 합니다. 이 특별전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삽살개’가 등장하는 특별전 포스터가 그것입니다. 또 하나는 특별전 제목인 ‘탕탕평평’인데요. 이 대목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탕탕평평’도 모자라 ‘탕탕평평평평탕탕(蕩蕩平平平平蕩蕩)’이라고 새긴 정조의 장서인(규장각 소장)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어느 개가 짖어!” ‘삽살개’ 그림을 살펴볼까요. 영조가 화원 김두량(1696~1763)의 ‘삽살개’ 그림에 직접 ‘어제시’를 남겼습니다. “밤에 사립문을 지키는 게 네 소임인데(柴門夜直 是爾之任) 어찌 대낮에 길에서 이렇게 짖고 있느냐(如何途上 晝亦若此).” 과연 화면 가득 그려진 삽살개가 고개를 치켜들고 이빨을 드러낸 채 사납게 짖고 있습니다. 삽살개는 원래 주인을 지키고 온갖 삿된 존재를 물리치는 충견으로 알려졌죠. 그러나 그런 삽살개가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내고 위협한다면 그 개는 주인을 무는 맹견일 따름입니다. 화가 김두량도 대단한 분이죠. ‘삽살개’뿐 아니라 김두량의 ‘사계산수도’에도 영조의 어제글(‘김두량도 본’)이 보입니다. 영조가 ‘남리’라는 호를 하사할 만큼 총애했던 화가였습니다. 그런 영조가 김두량에게 “사납게 짖는 삽살개를 그리라”는 명을 내리고 본분을 모르고 설쳐대는 무리를 꾸짖는 어제시를 남겼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개 그림은 어떨까요. 김두량의 다른 개그림인 ‘흑구도’는 두 마리 다 아주 노곤한 모습으로 평화롭게 앉아 있습니다. 이암(1499~?)의 ‘모견도’ 등 다른 작가들의 그림에서도 ‘삽살개’처럼 사납게 짖는 그림은 없습니다. ■침전 이름도 ‘탕탕평평실’ 이제 정조의 ‘탕탕평평평평탕탕’ 장서인을 보죠. 워낙 책벌레였던 정조였으니 소장본에 갖가지 장서인을 찍었습니다. ‘탕평’은 “붕당과 편파가 없으면 왕도(王道)가 탕탕하고, 평평하다”는 <서경>(‘주서·홍범’)에서 유래됐다. ‘탕평’의 핵심조건은 ‘임금이 표준을 세워 탕평을 이루는 황극탕평’이다. ‘마치 북극성(임금)을 여러 별이 옹위해 공평함을 이룬다’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자료 그중 ‘뜻을 크게 갖고 정진하라’는 뜻인 ‘홍재(弘齋)’가 눈에 띄고요. ‘…만기(萬機)…’라는 장서인도 유독 많아요. 예부터 “천자(군주)는 하루에 만 가지 일을 처리한다”고 해서 ‘일일만기(一日萬機)’(<서경> ‘고요모’)라 했습니다. ‘만기친람’이 여기서 유래됐죠. ‘탕평’ 관련 장서인 중에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이 있어요. ‘세상에 다양한 물(만천)이 있지만 달(군주)은 그 형태에 따라 똑같이 비춘다’는 뜻인데요. 세상의 주인인 군주는 백성의 다양한 능력을 골고루 활용하는 존재라는 뜻이죠. 하지만 모든 장서인 중 ‘백미’는 ‘탕탕평평평평탕탕(蕩蕩平平平平蕩蕩)’입니다. 얼핏 보면 아무리 봐도 ‘탕평평탕’으로만 보이죠. 그러나 ‘탕’ 자 밑에 ‘〃’, ‘평’ 자 밑에 ‘〃’ 자를 보십시오. 그게 반복부호입니다. 그렇게 읽으면 ‘탕탕평평평평탕탕’이 됩니다. 정조 임금이 얼마나 ‘탕평’에 목이 말라 있었으면 그렇게 ‘탕탕평평평평탕탕’을 반복했을까요. 정조는 당신의 침전 이름도 ‘탕탕평평실’로 지었습니다. “나는 …침전에 ‘탕탕평평실(蕩蕩平平室)’이라는 편액을 달고 ‘정구팔황(庭衢八荒) 호월일가(胡越一家)’ 글자를 크게 써서 창문 위에다 걸어 두었다. 아침저녁 눈여겨보면서 끝없는 교훈으로 삼아오고 있다.”(<정조실록> 1792년 11월 6일) ‘정구팔황 호월일가’는 ‘변방도, 오랑캐도 앞뜨락이나 한 집안처럼 여긴다’는 뜻입니다. ‘지역이나 당색에 따른 차별은 절대 없다’는 다짐을 잠자리에서까지 되새긴 겁니다. ■조제를 하듯 탕평 ‘탕탕평평’은 “붕당과 편파가 없으면 왕도(王道)가 탕탕하고, 평평하다”는 <서경>(‘주서·홍범’)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사진12024년 3월 1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탕탕평평’ 특별전. 영·정조가 탕평책을 쓰면서 글과 그림을 통해 소통했던 방식을 들여다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 ‘탕탕평평’의 핵심조건이 있습니다. ‘황극(皇極), 즉 임금(황·皇)이 지극한 표준(극·極)을 세워 탕평을 이룬다’는 겁니다. 조선의 탕평책 이념은 소론의 영수였던 박세채(1631~1695)가 구체화했습니다. “…마치 북극성(임금)을 여러 별이 옹위하는 것처럼 서민부터 군자에 이르기까지 치우치거나 공정하지 못할 근심이 없게 됩니다.”(<숙종실록> 1683년 2월 4일) 박세채가 씨앗을 뿌려 영·정조 때 실행된 탕평책은 ‘북극성과 뭇별’의 관계처럼 임금이 표준을 세워 이뤄가는 이른바 ‘황극 탕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당파가 정권을 잡았을 때 다른 정파의 ‘쓸 만한 인물은 기용한다’는 ‘조제론’이 황극탕평의 요체라 할 수 있습니다. 약을 짓는 이치와 같은 겁니다. 물론 약의 처방은 군주의 몫인 겁니다. 어떤 당파가 정권을 잡으면 반대당이 깡그리 일소되는 ‘환국’과는 다른 입장이죠. ‘승자독식’과 ‘패자일소’의 구태에서 벗어나야 망국적인 당파싸움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임금이 중심이 돼 화해와 공존, 경쟁을 펼치는 정치’를 추구한 겁니다. ■경종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연루?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난 영조는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천신만고 끝에 왕위에 올랐죠. 당시 소론은 경종(재위 1720~1724)의 편에 서 있었고요. 노론은 경종을 압박해 그들이 지지한 연잉군(영조)를 왕세제로 올렸습니다. 그런데 경종이 즉위 4년 만에 승하하는 과정에서 왕세제가 연루된 ‘시해음모설’과 ‘독살설’이 그럴싸하게 퍼집니다. 즉 왕세제(영조)가 경종의 와병 중에 상극의 음식인 게장과 생감을 올렸고, 막판에는 의사의 처방없이는 절대 같이 먹어서는 안 될 인삼과 부자를 드시도록 고집했다는 겁니다. 그것도 어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1724년 8월 21·24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영조는 인원왕후(숙종의 계비·1687~1757)와 왕세제에 우호적이었던 소론 온건파의 도움으로 겨우 왕위에 오르죠(1724). 하지만 마지막 고비가 남아 있었습니다. 영조의 정통성을 문제 삼은 이인좌(1695~1728) 등이 반란을 일으킵니다(1728). 이 반란은 소론 온건파 오명항(1673~1728) 등의 활약으로 천신만고 끝에 진압됩니다. ■“난 게장을 올리지 않았어” 이후 영조는 상처 입은 정통성 문제를 해결하고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감란록>을 편찬했는데요. 영조는 서문에서 “반란의 뿌리는 붕당에 있다”고 못 박았습니다. 소론이 경종을, 노론이 왕세제(영조 자신)를 밀었기 때문에 죽기살기식 싸움이 벌어졌다고 본 겁니다<영조실록> 1729년 8월 18일자). 영조는 또 <어제대훈>에서 “효종-현종-숙종의 혈통을 잇는 이는 경종과 과인(영조)뿐이며, 신축년(1721) 경종의 명에 의해 왕세자가 된 것”이라고 굳이 밝힙니다. 경종독살설 관련, 최대 의혹사건인 ‘게장 사건’ 등을 해명하는 <천의소감>도 펴냈습니다. “황형(경종)께서 드신 게장은 (과인이 아니라) 수라간에서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후 영조는 본격적으로 ‘황극탕평(皇極蕩平)’을 추진하는데요. 1742년 성균관에 세운 ‘탕평비’에 ‘탕평의 의지’가 담겨 있답니다. 영조는 성균관 유생들에게 “…만약 당을 섬기는 마음이 있다면 과거장에 들어오지 마라”고 훈계했습니다. 그러면서 “두루 사귀고 치우치지 않음은 군자의 공정한 마음이고, 치우치고 두루 사귀지 않음은 소인의 사사로운 생각”이라고 했죠. 사진5정조의 ‘탕탕평평평평탕탕’ 장서인. 얼핏 보면 ‘탕평평탕’ 글자만 새겨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탕’ 자 밑에 ‘〃’, ‘평’ 자 밑에 ‘〃(땡땡)’ 부호가 보인다. 반복부호이다. 그러니 이 ‘탕평평탕’ 장서인은 ‘탕탕평평평평탕탕’을 새겨넣은 것이다.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자료 ■인사위원회에 참석한 정조 영조의 뒤를 이은 정조는 어땠을까요. 정조는 임금이 세운 큰 의리에 각 정파가 참여하는 이른바 ‘의리 탕평’을 주창했습니다. 학문이 신하들보다 뛰어난 정조는 ‘군사(君師·만백성의 어버이이자 신하들의 아버지)’를 자처했죠. 그랬기에 임금이 주도하는 ‘의리탕평’을 주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인사행정도 온전히 왕에게 넘어갑니다. 영조는 성균관 유생들에게 “만약 당을 섬기는 마음이 있다면 과거장에 들어오지 마라”고 명했다. /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1785년(정조 9) 12월 창덕궁 중희당에서 열린 ‘친림 도목정사’(승진·좌천·보직이동 등을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를 그린 ‘을사친정계병’을 볼까요. ‘인사위(도목정사)’에 참석한 정조가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어좌 앞에 ‘3배수 후보자 명단(망단자)’이 보이고요. 임명장에 찍을 옥새가 전각 밖 붉은 탁자 위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규장각 관원의 위상이 눈에 띕니다. 규장각 관원이 승지들과 함께 내시와 사관 다음에 앉아 있습니다. 인사행정 담당인 이조와 병조 당상은 툇마루에, 이조와 병조 낭관은 전각 밖에 있는데 말이죠. 정조가 규장각 관원 등 측근 세력을 기반으로 왕권 강화를 모색한 겁니다. ■생각 없는 늙은이 같으니… 정조가 신하들과 격의 없이 주고받은 편지가 눈길을 끕니다. 특히 재상인 심환지(1730~1802)에게 보내는 ‘비밀편지’가 흥미로운데요. 이중 정조가 심환지에게 “사직상소를 올리라”고 사주하는 편지가 있어요. “경의 본직은 함께 물러난다는 의리로 사퇴 명분을 삼는 게 좋겠다. 내일 안으로 사직하고 임금의 답을 기다려라….”(1798년 1월 11일 밤) 정조의 사주에 따라 이틀 뒤(13일) 심환지가 사직상소를 올립니다. 그러자 정조는 짐짓 “함께 물러나겠다고 경이 고집하는데 옳지는 않지만 허락하겠다”면서 홀랑 사표를 수리해버립니다. 또 1798년 4월 6일 편지에서는 “…계속 궁궐에 들어오라는 금의 명을 어기도록 하라. 사직상소는 초고를 지은 뒤 반드시 보여주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결국 심환지는 임금의 명에 따라 4번이나 “궁궐에 들어오라”는 명을 어겼고요. 미리 사직상소의 초고까지 본 정조는 편지의 각본대로 심환지를 해임했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정조는 ‘비밀편지’에서 육두문자에 가까운 거친 언사로 심환지를 다그치는데요. “나는 경(심환지)을 이처럼 격의 없이 여기는데 경은 갈수록 입을 조심하지 않는다. ‘이 떡이나 먹고 말 좀 전하지 마라’는 속담을 명심하라. 매양 입을 조심하지 않으니 경은 ‘생각 없는 늙은이(無算之수)’라 하겠다.”(1797년 4월 10일) 이밖에 “과연 어떤 놈들이기에 감히 주둥아리를 놀리는가(乃敢鼓吻耶)”라든지, “그 자는 참으로 후레자식이라 하겠다(可謂眞胡種子)”는 등의 욕설을 내뱉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왜 그리 당명이 많은가” 근본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이와 같은 영·정조의 탕평책으로 조선이 확 바뀌었을까요. 영조는 ‘이인좌의 난(1728)’을 진압한 뒤 펴낸 <감란록>에서 “반란의 뿌리가 바로 당쟁”이라고 규정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772년이면 영조가 즉위한 지 48년이 지난 때였는데요. 그런데 영조는 당파를 개탄하는 포고문을 발표합니다(8월 11일). “아! 50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은 탕평인데… 우리나라의 당명은 어찌 그리 많은가? 처음에는 동서가 있었고, 다음엔 대북·소북이 있었으며, 또 남서가 있었는데, 그것도 부족해서 다시 노론·소론이라 하고, 지금은 청(淸)·명(名)이라 한다.” 영·정조의 탕평책이 붕당 정치의 폐단을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고요. 강력한 왕권으로 정파 간의 극렬한 다툼을 억누른 것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조가 갑작스럽게 승하하고 순조가 어린 나이에 즉위하면서 왕권이 약화하자 곧 세도정치라는 더욱 파행적인 정치 형태를 낳게 됐다는 겁니다. ■“뜻은 이뤄진다” ‘탕탕평평’을 그러나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김두량의 또 다른 개 그림인 ‘검은 개(흑구도)’.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 뒷다리로 가려운 몸통을 긁고 있는 검은 개의 노회한 표정과 동작이 자연스럽고도 생동감 있게 묘사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왕권 강화든 뭐든 백성들의 삶에 보탬이 되면 그것은 업적이 아닙니까. 탕평으로 붕당의 갈등을 줄인 영조는 백성의 삶을 보듬는 정책을 펼쳤죠. 그분의 가장 큰 업적은 균역법과 준천(준설)이었습니다. 즉 1752년(영조 28) 양인(16~60세)이 군 복무 대신 해마다 부담해야 할 세금을 포 2필에서 1필로 감해주는 균역법을 전격 시행했습니다. 짓눌린 백성들의 어깨를 한결 덜어준 겁니다. 또한 준천, 즉 하천 정비작업도 펼쳤습니다(1760). 균역청의 업무지침을 수록한 <균역청사목>. 영조의 가장 큰 치적은 균역법이었다. 1751년 9월 시행된 균역법에 따라 양인이 군 복무 대신 해마다 부담해야 할 세금이 포 2필에서 1필로 줄어들었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약간의 비만 와도 범람하기 일쑤였던 서울의 하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죠. 여러 차례 현장에 나가 작업자들을 독려한 영조는 공역이 마무리된 후 <준천첩>을 만들어 신하들에게 배포했습니다. 이 첩에는 ‘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뤄진다(有志竟成)’라는 고사가 담겨 있습니다. ‘꿈은 이뤄진다’는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 구호가 연상되죠. 영조가 <서경>과 <시경>의 구절을 인용해 쓰고 그린 바위그림이 심금을 울립니다. “한쪽으로 치우쳐 백성을 돌보지 못하면 안 되네(維石巖巖).”, “백성의 험함을 돌아보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하네(顧畏民巖).” 영·정조의 ‘탕탕평평’이 백성을 향한 마음씨의 발로였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이기환의 Hi-story
- [IT칼럼]MS, 클라우드 게임시장 정조준(2022. 02. 11 17:56)
- 2022. 02. 11 17:56 경제
-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유명 게임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액티비전과 블리자드가 합병해 2008년 탄생했는데 현재 직원수 약 1만명, 매출액 81억달러에 달하는 북미 최대의 게임회사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국내에서도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콜 오프 듀티 등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이번 인수는 비디오 게임 산업과 IT 산업 역사상 역대 최고금액의 인수합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클라우드 사업으로 화려하게 부활시킨 사티아 나델라 CEO는 게임 사업에 상당한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지난해 6월 XBOX 책임자 필 스펜서와 함께한 미디어 브리핑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에 올인하고 있으며, 게임을 민주화하고 양방향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정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업계에서 자사가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세가지 비결로 ①클라우드 컴퓨팅에서의 리더십 ②구독형 게임 서비스 XBOX 게임패스 ③개발자에 대한 폭넓은 지원을 꼽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확보한 2위 기업으로, 1위 아마존(33%)을 맹추격 중이다. 또한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게임패스 얼티밋(월 1만1900원) 가입자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100개 이상의 콘솔 게임을 PC나 모바일 기기에서 언제 어디에서나 플레이할 수 있다. 게임 개발자를 대상으로 독립 스튜디오를 지원하고, 클라우드 게임 개발 도구와 모범 사례를 제공하는 ID@Azure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이처럼 마이크로소프트는 콘솔 게임기 XBOX 사업의 오랜 운영 경험과 더불어 클라우드, 게임패스, 개발자 지원이라는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환상적인 프랜차이즈를 확보함으로써 게임패스 구독자를 늘리고 XBOX 커뮤니티를 강화해 게임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게임패스는 2017년 6월 서비스 개시 이후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2020년 4월 가입자 1000만명을 넘은 이후 2021년 1월 1800만명, 2022년 1월 2500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게임업계에서는 게임판 넷플릭스를 꿈꾸며 여러 업체가 클라우드 게임 분야에서 경쟁 중이다. 해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패스 외에 아마존 루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나우, 구글 스태디아, 페이스북 게이밍,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 등이 있고, 국내 서비스로는 KT 게임박스가 있다. 고가의 하드웨어 구매, 게임 구매, 다운로드 및 설치, 패치 업데이트가 필요 없다는 건 클라우드 게임의 큰 장점이다. 컨트롤러 입력 지연, 인터넷 속도에 따른 연결 문제, 제공되는 게임 수의 부족 등은 단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2023년 세계 클라우드 게임시장 규모가 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번 인수는 게임 역사상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 IT칼럼
- “국내 스트라이커가 없다” 정조국의 탄식(2020. 12. 11 14:12)
- 2020. 12. 11 14:12 스포츠
- 정조국(36)은 축구선수로 공식 은퇴를 선언한 12월 9일 취재진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도 좀체 발을 떼지 못했다. 눈앞에선 정조국이 18년간 그라운드를 누볐던 과거 장면들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 기록한 득점만 역대 5번째에 달하는 121골.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만들면 꽤 괜찮은 공격수”라고 스스로 자부할 정도로 아름다운 골 폭죽의 향연이었다. 정조국의 마지막은 K리그에서 국내 골잡이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깊은 아쉬움을 남겼다. 정조국이 12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가족 이야기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는 다소 투박하지만 골문을 꿰뚫는 결정력에선 아시아 최강을 자부했다. 차범근(67)으로 시작해 최순호(58)와 황선홍(52), 최용수(47), 이동국(41)으로 이어지는 골잡이 계보는 축구팬이라면 줄줄 뀄다. 미사일처럼 빠른 슈팅을 자랑해 ‘패트리어트’라는 애칭을 얻은 정조국도 그 계보를 잇는 대표적인 선수 중의 하나였다. 국내 골잡이 실종시대 그런데 최근 K리그에선 굵직한 골잡이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조국이 2016년 1부리그인 K리그1에서 득점왕(20골)에 오른 이래 한국 골잡이의 입지가 크게 줄었다. 실제로 지난 4년간 득점 순위 톱5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것은 2017년 득점 2위였던 양동현(34·19골)과 4위 주민규(30·17골), 2018년 득점 5위 문선민(28·14골) 뿐이다. 정조국은 “득점 순위에 한국 출신의 간판 스트라이커가 없다”고 탄식했다. K리그1에서 제공권과 몸싸움, 골 결정력을 겸비한 국내 골잡이가 사라진 것이 하루 이틀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 자리는 외국인 선수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올해 K리그1 12개 구단에서 간판 골잡이가 한국 선수인 구단은 군팀인 상주(오세훈·4골)를 포함해 5개팀에 불과하다. 강원FC(고무열·9골)와 FC서울(박주영·4골), 성남FC(나상호·7골), 부산 아이파크(이정협·6골) 등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국내 골잡이들의 미래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다. 국내 골잡이 실종시대가 열린 것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먼저 2013년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돼 성적 압박이 심해지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눈앞의 성적이 우선돼 외국인 공격수에 의존도가 높아졌다. 자연스레 육성을 위해 한국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짧아지고, 재능있는 유망주들은 다른 포지션을 찾아가는 일이 많다. 미드필더와 수비수에서 굵직한 유망주가 나타나는 비중이 높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감독들이 외국인 선수와 자국 공격수를 함께 출전시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 K리그도 한국 골잡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골잡이들이 살아남기 위한 자신만의 무기를 잊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다방면에서 뛰어난 선수는 많은데 정작 자신의 색깔을 찾아보기 힘들다 보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정조국은 “나라고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하지 않았겠냐. 내가 살아남은 비결은 다른 선수를 닮으려 노력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마다 갖고 있는 역량이 다르다. 누구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될 수는 없다. 특징이 있는 선수가 잘 안 보인다. 큰 무기를 하나씩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조국이 지난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대상시상식 2020에서 공로상을 받고 나서 현역 은퇴 결정을 밝혔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냉정하게 말하면 정조국도 장점만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래도 골 냄새를 맡는 능력이 뛰어나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게 본인의 고백이자 조언이다. 정조국은 “내가 빠른 선수였냐고 묻는다면 아니었다. 기술이 빼어난 것도 아니고, 헤딩도 뛰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골대 앞에서의 슈팅은 자신이 있었다. 외국인 선수들과 부딪치면서 자신의 장점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은퇴한 이동국도 자신의 색깔을 살려야 한다는 면에선 의견이 같았다. 이동국은 “경쟁에서 이기려면 자기만의 특별한 장점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극대화해야 한다”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못 따라올 정도로 장점을 키운다면 오래도록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골잡이 미래는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어둡지 않은 것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안겨주는 선수들이 나온다는 점이다. 오세훈(21·상주)과 조규성(22·전북) 등 젊은 골잡이들이 정조국과 이동국의 뒤를 이을 주자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점이 강점이다. 오세훈은 큰 키(1m93)를 살린 포스트 플레이에 능해 수비수를 괴롭힌다. 왼발에서 터져 나오는 강력한 슛도 좋다. 지난해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결승행을 이끌면서 먼저 이름을 알린 그는 K리그2와 K리그1에서 꾸준히 뛰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조규성은 미드필더 출신으로 풍부한 활동량이 무기다. 최전방에서 꾸준히 뛰어다니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한편 골까지 책임진다. 조규성은 지난해 2부리그인 FC안양에서 데뷔해 14골로 득점 3위에 올랐고, 올해 전북 현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이동국의 노하우를 배우는 데 주력했다. K리그1 득점 기록은 4골에 그쳤지만, 최종전에서 2골로 우승에 힘을 보탰을 정도로 앞으로의 미래는 밝다. 오세훈과 조규성이 골잡이 계보를 잇는 선수로 성장하려면 내년 한국 축구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 오세훈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군팀인 상주에 입단해 충분한 경험을 쌓았지만, 내년 6월 제대 이후 외국인 선수들과 어떤 경쟁을 펼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오세훈이 돌아가야 하는 울산 현대는 올해 득점왕(26골)인 주니오가 버티고 있다. 조규성이 뛰는 전북도 브라질 출신 구스타보로 부족해 또 다른 외국인 공격수를 데려올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두 선수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지가 한국 축구의 숙제가 됐다.
레이디경향(총 2 건 검색)
- 서울과 지방 교육 격차 정조준…‘인서울’이 뭐기에
- 2023. 04. 26 07:11 육아/교육
- EBS <다큐멘터리 K-교육격차>가 이번에는 지역 격차의 현실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교육격차의 실태와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보여주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다큐멘터리 K - 교육격차>가 이번에는 지역 격차의 현실을 보여준다. 오는 26일 방송되는 3부 ‘인(in)서울이 뭐길래’에서는 대학 입시를 위해 대치동을 오가는 지방 학생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사라진다는 지방대, 자녀의 교육 문제로 이직을 고민하는 학부모 등 서울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는 지역 격차의 벽을 제2의 수도 부산을 통해 살펴본다. 아침 5시 30분 아직 이른 시간에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 남성이 방마다 문을 열고 아이들을 깨운다. 방마다 2~3명씩 잠들어 있던 아이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서둘러 씻고 가방을 챙겨 같은 버스에 오른다. 그리고 버스는 호텔에서 멀지 않은 강남의 학원가 앞에 선다. 그리고 그때부터 자정이 다 될 때까지 아이들은 하루를 학원에서 보낸다. 이렇게 호텔과 학원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입시 공부 속에 파묻혀 보내고 있는 이 아이들은 모두 지방 출신이다. <교육격차> 3부 ‘인(in)서울이 뭐길래’에서는 부산을 배경으로 해서 자신이 사는 지역과 교육 특구를 오가는 아이들을 조명한다. EBS 제공 대치, 목동 등 이른바 교육 특구라고 하는 곳에 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입시 공부를 하면서도 늘 ‘교육 특구만의 정보와 학습 방법’에의 갈증에 시달리고 그로 인한 학업 성적의 격차가 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러한 지역 차이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교육격차를 해소하고자 방학에는 서울로 올라와 호텔에서 숙식하며 교육 특구의 입시 교육을 받고자 한다. 실제로 주요 명문대의 대부분의 합격생이 수도권 출신인 현 상황 역시 그곳에 속해있지 못한 아이들을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든다. 입시-대학 진학-취업의 연결고리 속에서 거의 대부분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수도권, 특히 서울로의 인구 이동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대한민국 제2의 수도’라는 부산 역시 피해 가지 못했다.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로 이어지는 대학 서열은 1970년대에는 ‘서부연고...’로 시작했다. 한때 누구나 가고 싶은 대학 서열 2위였던 부산대의 지위는 오늘날 수험생들에게 ‘서부연고’가 그렇듯 낯선 모습이다. 교육, 특히 입시와 관련된 모든 인프라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상황 속에서 지방대와 지방의 몰락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교육격차> 3부 ‘인(in)서울이 뭐길래’에서는 부산을 배경으로 해서 자신이 사는 지역과 교육 특구를 오가는 아이들,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교육 특구의 아이들에게 뒤처질까 불안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지역’이라는 요소가 어떻게 교육격차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어떠한 결과를 낳고 있는지 살펴본다. 지역 격차의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 K-교육격차> 3부 ‘인(in)서울이 뭐길래’는 4월 26일(수) 밤 9시 55분, EBS 1TV에서 방송된다.
- ‘PD수첩’부터 ‘그알’까지, JMS 정조준 한다
- 2023. 04. 17 10:34 문화/생활
- MBC <PD수첩>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의 교주 정명석은 2009년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2018년 출소 이후 여신도 두 명을 상습 강간한 혐의로 작년 10월 또다시 구속기소 됐다. 지난 4월 3일, 증인 신문 재판이 열렸다. MBC <PD수첩>은 재판 참석을 위해 입국한 주요 고소인 메이플을 동행 취재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서 자신의 피해를 증언한 이후 메이플은 자기 삶이 이전과는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했다.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를 오는 18일 <JMS, 교주와 공범자들>을 통해 털어놓는다. <나는 신이다> 그 후, 성 상납을 주도한 J언니는 누구인가? JMS와 정명석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제작진에게 피해자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그중에는 교주에게 모녀가 동시에 성추행당한 사례, 나체를 석고로 본떴던 피해자 등 충격적인 제보도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증언에서 동시에 언급되는 한 인물이 있었다. “정조은. 그러니까 그 뒤에서 모든 걸 다 컨트롤하고 시스템 만들고 (정명석 옆에) 사람을 심고 키우는 거잖아요.” - 메이플 인터뷰 중 “정조은이 특별히 심어놓은 사람들은 20대, 178cm 이상이었고요. 그리고 얼굴도 너무 예쁘고 날씬하고 입도 무겁고...” - 전 JMS 간부 인터뷰 중 언론에서 일명 ‘J언니’로 칭해졌던 정조은 목사. 사람들은 그녀를 10년간 공석이었던 정명석의 빈자리를 메운, 사실상 JMS의 2인자로 지목했다. 지난달 12일, 정조은은 자신이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에서 교주의 성범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자신은 오히려 그를 막으려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만난 제보자의 증언은 달랐다. 그녀가 정명석 해외 도피 때부터 감옥생활, 출소 이후까지 꾸준히 여신도를 관리하고 상납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 특히 정명석이 감옥에 있을 때 신임을 얻은 정조은은 급속도로 2인자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제보에 의하면 옥살이 중 정명석의 엽기적인 지시는 점점 강도가 세졌고 심지어 여성 신도들에게 나체는 물론 성기까지 석고상을 뜨고 사진을 찍어 보내게 했다. 이러한 성 상납 의혹에 대한 정조은의 입장은 무엇일까? <PD수첩>이 정조은을 만나 물어보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시사 탐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는 15일 방송 말미 예고편을 통해 오는 22일 평소보다 빠른 오후 10시 ‘JMS, 달박골 청년은 어떻게 교주가 되었나’ 편을 방송한다고 알렸다.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보다 1시간을 앞당겨 방송하며 기존 방송 시간보다 길게 편성됐다. 그간 제보를 받아 방송을 준비해 온 <그알> 제작진은 지난 예고편에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충청남도 금산군 월명동에서 거주하셨던 기독교복음선교회 회원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라는 안내를 담았다. <그알>은 JMS와 정명석 총재 문제를 1999년 지상파 처음으로 다룬 시사 프로그램이다. 이번 방송은 1999년 3월, 1999년 7월, 2002년 11월, 2007년 6월에 무려 13년 만에 나오는 5번째 방송이 된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의 충격적인 성스캔들 이후 끊이지 않는 추가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사 프로그램들이 그를 집중 조명한다. <PD수첩>은 오는 18일, <그알>은 22일 방송 예정이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