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444 건 검색)
- 김동연 “실용주의는 방법과 절차에만…정체성 분명히 유지해야”
- 2025. 02. 05 15:55정치
- ... 김동연 경기지사는 “실용주의는 방법과 절차에서는 쓸 수 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그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고 5일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MBN 유튜브 인터뷰에서 ‘이재명...
- 실용주의김동연이재명
- 김동연·김부겸·김경수, 이재명 체제에 ‘쓴소리’…“당 정체성 유지해야”
- 2025. 02. 05 14:22정치
- ... ‘신 3김’이 5일 방송 인터뷰에서 한 목소리로 ‘이재명 체제’ 민주당에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지키고, 내부 비판을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MBN 유튜브 인터뷰에서...
- 나이·성별·지역·성정체성 막론한 집회…노래와 응원봉 흔들며 ‘축제의 장’
- 2024. 12. 11 19:29사회
- ... 여의도에서는 매일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열린다. 이날 집회에는 나이와 성별, 지역, 직업, 성정체성 등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이 나와 거리를 빼곡히 메웠다. 고3 학생 이채은씨는 “지난 3일 밤 자기...
- 민주당 정체성 훼손 비판에도…이재명 “금투세 폐지”
- 2024. 11. 04 21:17정치
- ... 도모하기 위한 행보로 평가된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기조를 비판해온 민주당의 자기모순이자 정체성 훼손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쉽지만 정부와 여당이...
스포츠경향(총 116 건 검색)
- “난 게이다” EPL에서 퇴출된 심판의 갑작스러운 성정체성 고백
- 2025. 01. 28 10:44 축구
- 데이비드 쿠트. 게티이미지코리아 감독을 향한 욕설 영상과 마약 흡입 논란 등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퇴출된 심판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백했다. 데이비드 쿠트 전 심판은 지난 27일 영국의 ‘더선’과 인터뷰에서 “난 게이다. 이 사실이 나 자신에게 자부심을 갖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겪을 어려움을 예상해 숨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같은 일이 내가 심판에서 해고되는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쿠트는 지난해 11월 위르겐 클롭 전 리버풀 감독을 비난하는 듯한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유포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당시 그는 클롭 전 감독에 대한 생각을 묻자 원색적인 욕설과 함께 비난했다. 쿠트는 이 문제로 잉글랜드프로경기심판기구(PGMOL)에서 정직 처분을 받은 뒤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마약을 흡입하는 듯한 장면이 폭로돼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PGMOL은 “쿠트의 행위는 고용 계약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밝혀져 심판 지위가 유지될 수 없다”며 쿠트를 해고했다. 쿠트는 2018년 4월 EPL 심판으로 데뷔해 총 112경기에서 주심을 봤다. 쿠트는 PGMOL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유독 리버풀에 엄격한 판정으로 팬들의 원성을 샀다. 쿠트의 일탈행위는 잉글랜드 축구협회(FA)와 유럽축구연맹(UEFA)에서도 조사하고 있다.
- [스경X인터뷰]‘낭만 마무리’ 김원중은 처음부터 롯데 잔류만 생각했다 “나의 정체성, 상징성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 2024. 11. 11 08:56 야구
- 계약서에 사인하는 롯데 김원중.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김원중. 연합뉴스 롯데 김원중(31)은 올해 정규시즌을 마치기 전 자신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조건에 대해 밝혔다. 기준은 ‘낭만’이었다. 단순이 금액으로 계약한다기보다는 해당 팀과의 관계성을 더 따지겠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김원중의 마음 속에는 ‘답’이 있었다. FA 시장이 열린 뒤 그는 에이전트에게 “무조건 롯데와 협상해달라”고 했다. 에이전트가 “너 같은 선수 처음 봤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롯데 구단도 마무리 김원중이 필요했다. 5년 연속 두자릿수 세이브와 통산 132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투수를 놓칠 수가 없었다. 구단 측은 김원중과 계속 만남을 가졌고 전화 통화로도 “네가 필요하다. 당연히 남아야지 어디를 가느냐”라며 마음을 전했다. 양 측의 마음이 통한 뒤 계약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김원중은 지난 10일 롯데와 4년 보장 금액 44억원과 인센티브 10억원, 총액 54억원에 계약을 완료했다. 사인을 하기도 전부터 김원중의 몸값이 대한 예측들이 쏟아졌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어 삼성으로 이적한 마무리 김재윤의 4년 60억원이 기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김원중은 이에 미치지 않는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 김원중은 “돈을 더 받고 떠나기보다는 구단에 남았을 때 로열티, 그리고 나에 대한 정체성이나 상징성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롯데에 대해 “로열티를 가질만한 구단”이라고 말했다. 롯데 김원중. 연합뉴스 광주에서 태어나 동성고를 졸업한 김원중은 부산을 홈구장으로 한 롯데와 연고가 없다. 그러나 학창시절부터 롯데를 좋아했고, 프로 지명을 받기 전부터 롯데는 고향팀 KIA와 더불어 가장 가고 싶은 팀이었다. 그리고 롯데에 지명을 받으면서 꿈을 이뤘다. 김원중은 “최고의 팬들을 뒤에 두고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롯데 선수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 어릴 때부터 롯데에 매력을 느꼈던 부분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 김원중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긴 머리를 싹둑 잘랐다. 그는 “목표가 새롭게 변화했기 때문에 마음가짐을 먹기 위해 잘랐다”라며 “프로 선수로서 FA 계약을 해봤기 때문에 1차적인 목표를 이뤘다라고 생각한다. 목표에 도달했으니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기 위해서 초심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잘랐다”라고 설명했다. 계약한 후 김태형 롯데 감독에게도 인사를 드렸다. 김태형 감독은 김원중에게 “고맙다, 고생했다, 잘 해보자”라며 반긴 뒤 “네가 할일이 많다”라고 했다. 김원중도 “감독님, 잘 모시겠습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같은 날 ‘절친’인 구승민도 FA 계약을 했다. 이날 오전 구단을 찾아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김원중은 오후에 구단을 찾은 구승민이 계약을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려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김원중은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사인을 했다”라며 “앞에서 승민 형이 잘 해줘야하고, 나는 뒤에서 잘 해줘야한다”라고 말했다. 김원중은 이제 홀가분하게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이미 시즌을 마치고 몸을 만들고 있었던 김원중은 매년 하던대로 개인 훈련을 하면서 다음 시즌을 맞이할 계획이다. 돌이켜보면 올해 많은 일이 있었다. 7월 말에는 5경기 연속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고 시즌 후에는 첫 FA 계약도 해봤다. 7월을 돌이켜본 김원중은 “힘든 시간을 이겨냈기 때문에 헤쳐나가는 방법들을 알아갔던 좋은 시간이었다. 인생을 배울 수 있었다”라고 돌이켜봤다. 평소 목표를 수치화하지 않는 성격인 김원중은 이번에도 비슷한 마음으로 목표를 내세웠다. 그는 “내가 롯데에서 뛸 때 성적이 나와야하지만 팬들에게 재미있는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나. 그것만 목표고, 그것만 이루고 싶다”며 마음을 다졌다. 김원중. 롯데 자이언츠 제공
- 홍자 “예명 직접 지어···두 가지 정체성 담았다” (빛나는 트로트)
- 2024. 10. 16 17:27 연예
- KBS 해피FM ‘은가은의 빛나는 트로트’ 홍자가 라디오를 통해 매력적인 보이스와 예능감을 뽐냈다. 홍자는 16일 KBS 해피FM ‘은가은의 빛나는 트로트’ 코너 빛나는 초대석에 출연했다. 신곡 ‘빠라삐리뽀’를 소개한 홍자는 “‘가볍게 한잔할까?’라는 뜻의 부산식 방언이다. 처음 노래를 받았을 때 너무 밝고 신나는 노래여서 갖고 있던 밝은 노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한 것 같다. 듣는 분들도 이미지 변신을 어색하게 느끼지 않고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라 기분이 좋았다”고 소개했다. 또한 기존 감성 트로트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며 ‘곰탕 보이스’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았던 홍자는 ‘빠라삐리뽀’의 발매와 함께 별명이 ‘트로트 요정’이 된 것에 대해 “이 곡이 발매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많은 분들이 불러주시며 조금씩 스며들듯 별명이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홍자는 신곡 ‘빠라삐리뽀’의 라이브 무대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술자리의 기분 좋은 분위기를 담아낸 경쾌한 음악에 맞춰 홍자의 산뜻한 보이스와 러블리한 매력이 돋보인 가운데 홍자는 창밖에서 자신을 응원하러 온 팬클럽 ‘홍자시대’를 바라보며 아낌없는 팬 사랑을 보였다. 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무명 시절을 ‘화양연화’라고 표현한 홍자는 “‘미스트롯’ 출연 후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에서야 어려웠던 그 시절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비로소 느꼈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팬들을 감탄하게 했다. 이어 자신의 예명인 ‘홍자’ 또한 직접 지은 이름이라고. 홍자는 “저에게 두 가지 모습이 있다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새침하고 도회적인 모습이 있지만 속으로는 오히려 털털하고 허당미가 있다. 저의 순박한 모습을 보여드리기에는 ‘자’ 돌림이 맞다고 생각했다. 저의 세련된 모습을 표현할 글자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는데 어느 날 ‘홍’자를 넣어보니 내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름을 만들게 된 계기도 밝혔다. 이날 홍자는 ‘자야자야 홍자야’와 ‘하루만 더 살다와요’의 라이브로 러블리와 감성을 오가는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하루만 더 살다와요’는 이날 최초로 라이브로 공개되며 깊은 여운과 감동을 안겼다.
- “세븐틴의 진화와 정체성” ‘스필 더 필즈’
- 2024. 09. 16 08:20 연예
-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그룹 세븐틴이 ‘SPILL THE FEELS’(스필 더 필즈)라는 제목의 신보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븐틴은 16일 하이브 레이블즈 유튜브 채널과 공식 SNS에 앨범 타이틀이 담긴 티저 영상을 추가 게재했다. 이는 앞서 공개된 티저와 연결돼 신보의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는 영상이다. 티저는 지하철역 벽면에 걸린 ‘I FELT HELPLESS’라는 문구가 ‘SPILL THE FEELS’라는 앨범명으로 변형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뒤이어 바닥이 물로 채워진 지하철에 고개를 떨군 채 앉은 남자가 등장한다. 화면을 채운 우울한 분위기는 신비로운 음악과 함께 반전된다. 지하철 바닥에 햇살이 들고, 창문 너머로 환상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특히 애너그램(문자의 배열을 바꾸어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만드는 놀이) 방식을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나는 무력감을 느꼈다(I FELT HELPLESS)’라는 자기고백이 문자 재배열을 통해 ‘감정을 쏟아내자(SPILL THE FEELS)’라는 슬로건으로 완성돼 세븐틴 특유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예고했다. 세븐틴은 앞서 미니 12집 티저 영상과 오피셜 포토 VER.0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무력감과 외로움을 표현해 공감을 자아냈다. 이후 앨범 타이틀과 함께 공개되자 이들이 새 앨범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는 “세븐틴은 미니 12집 ‘SPILL THE FEELS’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 전 세계 리스너들과 소통할 예정”이라며 “이들의 정체성과 진화를 보여줄 신보에 많은 기대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세븐틴의 미니 12집 ‘SPILL THE FEELS’는 다음 달 14일 오후 6시 발매된다. 이들은 컴백을 앞둔 다음 달 12~13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미국과 일본, 아시아 각지에서 월드투어 ‘SEVENTEEN [RIGHT HERE] WORLD TOUR’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간경향(총 14 건 검색)
- [시네프리뷰]포제서-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탐구(2021. 02. 19 14:41)
- 2021. 02. 19 14:41 문화/과학
- 제목 포제서(Possessor) 제작연도 2019 제작국 캐나다, 영국 상영시간 103분 장르 SF, 스릴러 감독 브랜든 크로넨버그 출연 제니퍼 제이슨 리, 숀 빈, 크리스토퍼 애봇 외 개봉 2021년 2월 24일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수입 조이앤시네마 조이앤시네마 시사 기회를 놓쳤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영화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개봉이 늦춰졌으니 혹시 못 봤다면 기회를 주겠노라고. 영화에 대한 정보는 다 잊어버리고 있었다. <포제서(possessor)>. 분명 체크해둔 영화이긴 한데. 공포영화 쪽에서 많이 등장하는 단어이긴 하다. 그런데 그건 수동태 ‘악령 들림(possessed)’이고. 영화에 대한 정보는 깨끗하게 잊어버린 상태에서 영화를 플레이(온라인 시사였다).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보더라도 머잖아 떠올릴 이름이 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비디오드롬>(1983), <크래쉬>(1996), <엑시스텐즈>(1999)와 같은 작품의 편린. 그러고 보니 영화 말미에 기생충에 대한 언급은 감독의 사실상 장편 데뷔작 <시버스>(1975)를 호명하는 것이다. 선명히 떠오르는 크로넨버그의 흔적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외국의 리뷰를 보고-한국에서는 올해 개봉하지만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따르면 2019년 제작되었다-뒤늦게 왜 이 영화를 찜해뒀는지 한꺼번에 기억이 돌아왔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아들 브랜든 크로넨버그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아버지의 영화를 보면 B급 호러장르의 외피를 쓴, 영화로 철학하는 영화라는 생각을 했는데 빼다 박았다. 이건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탐구다. 내러티브와 영상으로 풀어낸. ‘능력자 타샤 보스’의 일은 임플란트다. 임플란트란 호스트, 그러니까 숙주의 몸속으로 들어가 의식을 장악해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이다. 대부분의 임무는 문제가 되는 인물을 제거하는 것인데, 호스트는 자살로 자신의 임무를 마감한다. 외형적으로 봐서 호스트의 자살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 영화의 인트로에 등장하는 악덕 변호사를 칼로 찔러 죽이는 호스티스처럼. 타샤 보스는 능력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만큼의 레벨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편의적으로 이걸, 빙의(憑依)라고 한다면 호스트의 주변인물은 적어도 몸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눈치채서는 안 된다. 철두철미한 프로페셔널인 보스는 빙의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숙주를 망원경으로 관찰하며 그의 몸짓과 말 습관을 연습한다. 능력자가 될수록 그의 감정은 메말라간다. 기쁨과 슬픔, 죄책감 같은 원초적 감정을 감정하는 뇌 부위가 대뇌변연계 편도체인데 아날로그적인 싱크로나이즈 때문인지도 모른다. 핀트는 영화에서 묘사되는 첫 임무부터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 그는 애초의 각본대로 총을 사용하지 않고 칼을 사용한다. 역설적이지만 점점 불분명해져 가는 자신의 정체성, 자신을 자신이게 해주는 원초적인 공포와 분노와 같은 감정을 지키기 위해서다. 뿜어져 나오는 피는 역설적으로 호스트 속에 깃든 자신의 영혼이 건재함을 확인하려는 수단이다. 문제는 이후에 주어진, 어쩌면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큰 공적이 될 임무다. 호스트와 싱크로율은 81%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번엔 남자다. 호스트에 빙의한 그는 목욕탕에서 자신에겐 없던 성기를 확인한다. 이 남자는 자신의 장인이 될 글로벌 기업의 CEO를 죽이고, 자신의 여자 친구를 죽인 뒤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자살하면서 미션을 마칠 예정이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호스트가 자신의 몸을 재탈환한다. 호스트는 그의 가족을 찾아가 복수한다. 데칼코마니로 이뤄진 영화의 구도 영화의 많은 부분은 데칼코마니다. 화면의 구도에서부터 전후 상황, 복수의 구도와 방법조차 대칭을 이룬다. 한장의 이미지로 영화를 표현한다면. 총천연색 로르샤흐 테스트다. 화려한 듯하지만, 영화는 그가 서서히 감정을 잃어가는 과정을 담담히 냉정하게 묘사하고 있다. 정확히는 전이다. 그의 잃어버린 슬픔과 연민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심어주는. 어떤 영화는 확실히 ‘신 바이 신’으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영화사의 고전인 <시민 케인>(1941)과 같은 영화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가 바로 그런 드문 영화 중 하나다. 이걸 두고 청출어람이라고 해야 하나. 아마도 이 영화는 아버지의 영화들을 잇는, 어쩌면 뛰어넘는 영화로 영화사에 기록될 것이다. 놓쳤으면 나중에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 감독의 프로필을 찾아보니 1980년생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컬트 영화, 그리고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컬트영화라는 규정이 있었다. <록키 호러 픽쳐 쇼>(1976) 이후 매니악한 추종자를 거느린 영화쯤으로 사용되는 외국에서 규정과 한국적 맥락은 상당히 달랐다. 쉽게 말해, 멋있고 이미지의 상찬을 담고 있지만 뭔가 난해한 영화들 정도의 느낌이랄까. <델리카트슨 사람들>(1991)이나 <성스러운 피>(산타 상그레·1989)와 같은 영화들이 컬트 대접을 받았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이레이저 헤드>(1977)와 같은 영화가 컬트영화의 원조쯤으로 간주됐던 것에 비춰보면 확실히 한국적 맥락은 따로 있었다. <비디오드롬>(사진)이나 <플라이>(1986)와 같은 B급 공포장르 영화 덕분에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는 대중적인 영화로 인식되곤 했지만-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의 비디오숍에서 그의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것도 한 요인이다-사실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들은 결코 만만한 영화가 아니다. 간단히 말해, 이른바 ‘피칠갑 고어의 미학’의 비주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반복적인 탐구를 다른 영화적 설정을 통해 성장해온 감독이다. 이전에 <열외 인간>(1977) 리메이크 작품을 리뷰하면서 언급했지만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를 떠나 그의 미학은 재생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생각이 틀렸다. 브랜든이 아버지의 재능과 감각, 사유방식을 물려받은 것은 행운이다. 앞으로 나올 아들의 작품을 기대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 시네프리뷰
- 인헌고 사태, ‘반진보 10대 정체성’의 탄생?(2019. 11. 08 15:44)
- 2019. 11. 08 15:44 사회
- ㆍ안티페미에서 반일사상 강요 주장으로… ‘사상독재’ 주장한 학생들의 진의는 “인헌고에 특별 파견된 장학사가 ‘아이들이 너무 편향적’이라고 낙인을 찍어 특별장학을 진행했다.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11월 7일 여명 자유한국당 서울시 시의원의 주장이다. 이틀 전엔 보수단체들이 이 학교 교장과 교사를 “인헌고 학생들에게 반일 운동을 강요하고, 자신들이 개입한 태양광 사업행사에 동원했다”며 직권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인헌고 사태’는 지난 10월 22일 서울 관악구의 인헌고 재학생들이 ‘학생수호연합’(학수연)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교사들의 ‘사상독재 반대’를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학수연 측 학생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내놓는 의혹과 문제제기를 다시 보수단체·언론이 받아 확산하는 양상이다. 의혹은 다시 꼬리를 물고 새로운 이슈로 번지고 있다. 사태의 당사자들, 학교와 학수연 학생들은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일까. 지난 10월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의 기자회견에 많은 보수단체 회원 및 보수 유튜버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 “전략적으로 하는 것 같다. 굉장히 조직적이다. 언론 인터뷰를 한 두 학생은 명백하게 외부와 연결되어 지원을 받고 있다. 그 학생들 스스로 이야기한다. 교사면담 등에 변호사를 대동하고 오겠다고.” 익명을 요청한 한 인헌고 교사의 말이다. 학교 측의 설명에 따르면 학수연 대변인을 맡은 최인호 학생이 외부와 연계되어 논란을 빚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정확히는 1학기 때였다. 그때가 시작이었다. 안티페미니즘을 표방하는 동아리를 만들어 외부와 연계해 집회도 열었다. 당시 안티페미 주장에 아이들은 거의 호응하지 않았다. 냉정한 반응이었다.” 보수매체 공격 대상이 된 ‘혁신교육’ 이 교사가 보기에 이번에는 그때와 조금 다른 양상으로 시작했다. “우리 학교는 남녀합반이다. 그런 식의 극보수적인 주장이 호응을 얻긴 쉽지 않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이번에는 아이들이 동요했다. 교사에 대한 반발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학교 앞을 찾아온 보수단체들의 ‘실체’를 본 뒤 아이들은 불과 하루이틀 만에 다시 급속도로 돌아섰다고 이 교사는 덧붙였다. “지난해 우리 학교에 서울시 교육감이 닷새 동안 와 있었다. 혁신학교정책의 상징처럼 되어서 타깃이 된 것 같다. 그 친구들은 이미 그런 쪽으로 진로를 결정한 것 같다. 교장선생님은 그래도 인간적인 설득이나 대화를 통해 풀려 했던 것 같고….” 말미에 그는 사견이라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지금 상황이 우려된다. 학생들에게 교사들은 진보적이기는 하나 기득권으로 비치는 것 같다. 위선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학교 앞에 보수 태극기·엄마부대만 온 것은 아니다. ‘조국 아웃’을 외쳤던 서울대생도 방문했다. 아주 이상한 소리를 하는 사람은 걱정되지 않는데, 이 일을 계기로 박탈감을 가진 보수청년층이 넓게 자리잡힐까봐 걱정된다.” 그러면서 인터뷰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우리 세대가 가졌던 진보개념과 젊은 세대의 진보개념은 달랐던 것 같다. 이제 우리가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NO일본, NO재팬 반일파시즘’ 사상독재 논란은 이 학교 김모 국어교사가 주도했던 탈핵운동에 대한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김 교사는 현재 전교조와 무관하게 2017년 결성된 교사산별노조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는 전교조 소속이 아니다. ‘팩트’만 놓고 보면 “전교조 교사들이 반일·탈핵을 주도하고 있다”는 보수매체 등의 주장은 핵심을 벗어난 것이다. 김 교사가 자신이 주도하는 탈핵운동에 학생들을 동원했다는 주장과 관련, 천희완 교사노조연맹 민주시민교육연구소 소장은 “민주시민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탈핵이나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활동”이라며, “교사나 공무원이 상업적인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시민단체 활동은 일반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참여할 친구들은 같이 가자’고 권유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잘못된 것은 전혀 아니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건 초기부터 사태추이를 유심히 봤다”는 한 교사는 다른 진단을 내놨다. ‘27년차 전교조 소속 교사’라고 밝힌 이 교사는 “벌써 6년째 법외노조가 돼 탄압받는 것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정권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진 전교조 일부 교사들 스스로 혼란스럽지 않겠느냐”며 “교단에 선 교사가 갑이고 강자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방적인 교사들의 자기의견 표출이 민주의식이 높은 10대들에겐 반발만 살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도 이제 노령화됐다. 부장급이 많다. 혁신학교에서 부장급 교사는 권력자다. ‘행사를 할 때 어떤 구호를 외쳤느냐’의 논란을 떠나 머리띠를 두르게 한 것 자체가 아이들 표현으로 이미 ‘구린 것’이다. 생각해보라. 지금 고3들은 2001년에 태어났다. 1980년대 마인드로 21세기 아이들에게 시키는 것이다. 교사는 갑이고 강자인데 인터넷을 통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강요로 비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 ‘일베충 딱지’가 능사가 아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아이들에게 “너 일베 하니?”라는 말을 했다는 주장도 사실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잘못 짚었다는 것이 이 교사의 지적이다. “어른의 시각에서 진보면 자동으로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것이 균질한 시각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울퉁불퉁하다. 한 반에 한두 명 정도 자기가 일베를 한다고 소위 ‘일밍아웃’하는 애들이 있다. 물론 그런 아이들이 적극 도발을 하면 수업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공식적으로 일베 주장이 환영받은 적 없다.” 답을 찾으려면 아이들의 변화된 조건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티페미, ‘여혐’의 주체는 남학생들이다. 안티페미 성향을 갖고 있다고 다 일베 사용자라고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경험적으로 여자아이들이 잘한다. 시키지 않아도 생기부(생활기록부) 활동, 예를 들어 위안부, 독도캠페인을 스스로 잘한다. 학력고사나 수능 초기세대와 학종은 다르다. 소위 ‘패자부활전’이 불가능하다. 흔히 인서울 지방거점 국립대를 가려면 학종을 1학년 때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안 되니 자포자기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 20년 전에는 눈에 잘 안 보이던 고교서열화가 뚜렷하게 진행 중이다.” 고교 진학 때부터 ‘일반공립고’ 진학은 자사고와 특목고에 밀린다. “혁신교육 취지는 좋다. 그런데 아이들이 보기에 ‘구린 행동’을 선생님들이 학부모 눈치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이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일반공립고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신도시나 부유층·중산층이 많은 동네, 학부모가 자녀진학에 관심이 많은 곳 학교의 교사가 그런 구호를 외치게 할 수 있을까. 실제 자사고 교사의 경우 수업시간에 수위가 낮은 조그만 정치적 발언만 해도 학부모들로부터 전화가 엄청나게 온다.” “탈핵은 보편적 상식”이라는 천희완 소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까. “탈핵도 자기들에게나 상식이지, 반일이나 반아베가 10대들도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일까.” 이 교사는 “세대문제는 이제 40대 후반에서 50대가 된 우리가 끝없이 성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중역사서 <유신의 추억>을 낸 표학렬 교사(50)는 현행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역사교사인 그는 고3 담임을 맡고 있다. “우리 세대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동시대의 일이지만 현재 10대들에게 5·18은 내 세대가 6·25이나 4·19 경험담처럼 옛날 일로 들릴 것이다.” 그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시 확대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교사에게 주어진 수업시간은 총 60시간이다. 그 시간 내에 구석기 고대사부터 시작해 현대사까지 다 가르쳐야 한다. 교과서에 실린 현대사는 노무현 대통령 시기까지지만 시험 출제는 6·15선언까지다. 5·18과 관련해 가르칠 것은 딱 3줄에 불과하다. 그 틈을 ‘광주는 폭동이었다’는 식의 선동이 파고들어오는 것이다.” 앞서 인헌고 교사가 언급한 것처럼 학수연 대변인 최인호 학생에게 이번 사건은 2차전이다. 지난 5월 ‘성평화동아리’ 왈리(WALIH) 안티페미니즘 활동으로 학교 당국과 대립이 있었다. 학수연의 공식페이스북 계정 이외에 유튜브와 개인SNS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부모님의 정치성향은 진보다. 어릴 때부터 이명박근혜 욕을 많이 들으면서 컸다. 그래서 나는 올해 초까지 나를 진보성향이라고 자처했다. 어릴 때는 아는 게 없으니 부모님 말씀에 다 동의했지만 지금은 싸움날까봐 반박을 못 한다. 참 불편하다.” 7월 23일 “오늘은 그냥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며 올린 글의 한 대목이다. 아버지는 서울대 고고학과 출신이고, 할아버지는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다. 아버지의 정치성향은 ‘극진보’였지만 일상생활에서 그를 대하는 태도는 보수적이었다. 머리 탈색을 하고 집에 들어간 날 부모님은 보자마자 삭발을 시켰다. 고2 때까지 그는 밤 8시 통금을 지켜야 했다. 친구가 올린 생일축하 글을 보면 ‘포켓몬 덕후’였던 최인호군 역시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한 야구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아버지는 주말에도 근력훈련을 시켰고, 비싼 글러브를 21개나 사줬다. “그 돈 때문이라도 죄송해서 그만둔다는 말을 하지 못했지만, 교사와 운동부 학부모 사이의 추악한 뒷거래를 알고 그만뒀다”고 그는 적고 있다. 그의 현재 정체성, ‘반진보성향’은 부모로 대표되는 ‘586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일까. 진보의 실패가 우파포퓰리즘 낳는다 “한국형 대안우파세력이 10대와 20대에서 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공정하지 않다> 공저자인 박가분씨의 말이다. 그는 “기성세대의 진보가치는 더이상 새로운 세대에서는 유효한 기준이 되지 못했다”며 “부모의 권위적인 태도, 교사의 강압적인 교육은 말로는 진보·좌파이념을 말하지만 생활에서는 ‘태도보수’라는 위선으로 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10대나 20대의 반발이 역설적으로 학교에서 익힌 민주시민교육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을 미리 정해놓으면 안 되며, 주입식 교육이 아닌 자유로운 토론과 대화를 중요시하던 원칙과 어느 순간 유입된 페미니즘과 같은 정체성 정치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집착이 도그마가 되어 충돌한 것이다. 아무리 잘못된 견해라고 하더라도 솔직하게 드러내 충분히 논의를 통해 걸러내야 하는데, 발언 자체가 단죄되는 상황을 비판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PC주의 비판-역차별 주장이 대안우파 또는 우파포퓰리즘의 핵심논리다. 그가 보기에 대안우파의 탄생은 진보정치의 실패 때문이다. “얼마든지 진보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데 답을 정해놓고 기층의 문제의식이나 불만을 듣지 않으려는 진보의 권위적인 태도가 문제다. 이에 비해 우파포퓰리스트들은 단순하게 쉬운 해결책을 내놓는다. ‘이민자를 추방해버리자’는 식의 선동이 선명해보이고 속시원하고 마치 공정한 해법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현재진행형인 인헌고 사태에도 바로 이 진보의 실패가 기저에 깔려있다. “지금의 10대나 20대에게 ‘공정성’은 극도로 민감한 주제다. 평생이 스펙으로 관리되고 점수화되어 치열하게 관리·경쟁해야 하는 세대다. 인적자본 수준도 거의 수렴한 상태에서 1~2점 차이로 결과가 크게 뒤집히는 것을 경험해왔다. 조국 국면에서 그들의 눈에 크게 들어오는 것은 계급대물림을 위해 유난을 떨며 자녀에게 다른 스펙을 만들어주기 위한 이른바 ‘부모 찬스’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이 외치는 ‘나도 조국이다’는 구호는 그런 그들에게 얼마나 황당하게 들렸을까.” 인헌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장학 결과 발표는 수능시험 이후로 미뤄졌다.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관계자는 “현재 지역교육청과 함께 각반별로 한 명씩 들어가 조사를 했고, 학교 측 입장과 학수연 측 학생들의 입장이 워낙 커 한 번 더 조사를 나가 심층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선현장에서 사회현안을 수업소재로 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조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현안에 대한 아이들의 비판적 능력을 키워낼 것을 강조해왔다”라며 “이번 인헌고 사건은 그 방향을 잡는 데서 유의해야 할 것은 없는지, 또 어떤 부분을 극복해야 하는지 면밀히 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어른이 된다는 것](6) 나의 정체성과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2019. 10. 25 17:52)
- 2019. 10. 25 17:52 문화/과학
- 필자는 오랜 기간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로부터 “한국에서 살 때와 무엇이 달랐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다른 점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그곳에서의 나는 외국인이었다는 점이었다. 사는 내내 그런 점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자주 자각할 수 있었다. 한국에선 다르다.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사실을 굳이 확인하며 살지 않는다. 모국에서 국적은 공기처럼 없는 듯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국민으로 산다는 것과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경향DB 모든 특성의 총체인 정체성 인간은 누구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간다. 정체성은 국적, 인종, 성별, 직업, 성격, 외모, 취향 등 나를 규정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이루어낸 총체다. 그런데 그 중에서 어떤 요소가 특히 주목받게 될 경우 내 정체성에는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외국인이다’, ‘나는 여성이다’가 강조되면 내가 외국인일 뿐인가, 내가 여자일 뿐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그리고 그 속성이 나와 분리돼 불편한 것으로 되어버린다. 요컨대 ‘나는 여성이다’라는 속성을 항상 각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나는 여성임에도 여성으로 사는 것이 거북스러워진다. 역사는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극단적으로 한 국가의 국민으로 사는 것을 어렵게 만들려면 ‘너는 그 국민이다’를 집요하게 확인시켜주면 된다. 지인의 아들이 한창 말을 배울 때의 일이다. 어린이집에서 배운 영어를 가끔 사용하던 아이는 어느 날 편의점에서 본 ‘옐로’를 사달라고 졸랐다. 엄마가 그게 뭐냐고 물었지만, 아이가 옐로라는 말만 되풀이했기 때문에 직접 가서 확인하기로 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눈에 보이는 노란색 물건들을 다 보여주었지만 전부 아니었다. 알고 보니 아이는 하필 그날 가게에 전시돼 있지 않았던 로봇 장난감 부품의 일부 노란색을 보고 옐로라고 부른 것이었다. 이때의 옐로는 단순히 색깔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그 로봇 인형만이 갖는 특징의 한 부분이다. 다른 물건에서 색깔로 존재하는 옐로와는 전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름 같은 것이다.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로 그 로봇을 불렀을 뿐이다. 아이들에게 처음 세상은 그렇다. 집에서 키우는 개가 ‘개’임을 안다고 해서 아이가 ‘개’라는 동물의 범주를 이해한 것은 아니다. 옆집 개도 ‘개’라는 것을 아이는 바로 이해할 수 없다. 우리 집에 ‘개’가 있는데 어떻게 옆집에도 ‘개’가 있지? 이때 ‘개’는 우리 집 개의 고유명사 같은 것이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점차 범주와 개념 등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옐로는 그 아이가 원했던 로봇 인형이기도 하지만 노란 바나나, 노란 필통에도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노랗다는 속성으로 묶일 수 있고, 파란 바다, 파란 하늘, 파란 의자와는 다른 색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원하는 로봇 인형을 얻으려면 옐로라고 부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고, 로봇 인형의 존재를 담아낼 수 있는 이름을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헬로카봇 마이티가드 사주세요”라고. 로봇 인형을 하나의 속성이 아니라 전체적인 존재로서 불러야 한다는 것을 배워가는 것이다. 아이의 성장에는 이 작업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개별의 속성으로 지각하지만 결국 그것들은 종합한 하나의 개체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 작업이 완성되려면 전체가 속성들의 총합으로만 이해돼서는 안 된다. 속성은 해당 존재에만 있는 고유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공유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총합 속에서 그것만이 갖는 고유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의 신비감이 더해져야 한다. 프랑스 정신분석가 라캉이 아르침볼도의 <사서>라는 그림을 예로 들면서 하는 설명은 이 상황을 잘 보여준다. 사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으로밖에 표현될 수 없다.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그것들 뒤에 그 사람을 전체로 묶어 주는 무언가가 없다면 한 사람의 유일한 가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물론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를 온전한 사람으로 대하려면 그것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 사람이 단지 속성들의 총합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부분적 속성으로 인간을 규정짓는 사회 어른이 되는 과정에는 세상을 이렇게 부분적인 속성에서 전체적인 존재로 받아들이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상품의 생산과 소비가 본질인 현대사회는 오히려 그 방향을 역행하려고 한다. 존재를 전체가 아니라 부분적인 속성으로 이해하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존재의 가치를 ‘어떤 속성들을 어떻게 갖고 있느냐’의 문제로 환원해 버린다. 종합적인 총체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속성으로 바라본다. 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속성을 강화하거나 보정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면 상품이 바로 그 목적을 위해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은 전체로서의 존재의 의미를 강화하거나 보정할 수 없다. 강화나 보정은 그저 일정한 속성들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이를테면 예쁘다, 똑똑하다, 힘이 세다 등과 같은 것들이다. 한 사람을 하나의 속성으로 규정하면 정작 그 사람의 정체성은 소외되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이 정말 예뻐서 모든 사람에게 예쁘다는 말을 듣게 되면 ‘예쁜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생기고 자존감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나는 그저 예쁠 뿐인가라는 회의가 들면서 예쁘다는 사실이 불편해질 수 있다. 예쁜 것만으로는 견고한 정체성이 생길 수 없다. 가장 예쁘다면 모를까. 점점 더 완벽하게 예뻐지기 위해 집착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옐로’가 헬로카봇 로봇 장난감에만 있는 속성이 아니듯 ‘예쁘다’도 한 사람에게만 귀속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동생도 예쁘고, 내 친구도 예쁘고, 심지어 길거리 고양이도 예쁘다. 그저 예쁘다는 것으로는 나를 증명할 수 없다. 더 예뻐지거나 가장 예뻐져야 하고, 안 된다면 다른 속성을 더해야 한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다른 속성 역시 동일한 경로를 갈 수밖에 없다. 속성을 내세우면 반드시 비교가 따라온다. 그리고 비교는 양적·질적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종종 너무 예쁘거나, 너무 똑똑한 사람, 별처럼 빛나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운명을 안고 스러지는 모습을 목격하곤 한다. 그 사람이 가진 탁월한 한 가지 속성이 그 사람 전체의 가치를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속성은 늘 비교와 경쟁을 부르고, 가면일 뿐인 역할을 중단한 채 오히려 존재 자체를 껍데기로 만들어버린다. 우리가 현대 소비시장의 행태와 더불어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를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어른이 된다는 것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별이 빛나는 밤’과 정체성의 발견(2013. 03. 19 11:05)
- 2013. 03. 19 11:05 문화/과학
-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왜 창공 위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가는 것이지.” 1888년 6월 동생 테오에게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인생을 살다간 고흐는 현대 서양화가의 대명사다. 예술을 다루는 이 기획에서 미술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으로 말문을 열까 고민하다가 고흐의 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명하다. 예술작품과 예술가의 삶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면, 고흐만큼 이 둘이 극적으로 결합된 사례는 없다. 의 검푸른 밤하늘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달과 별처럼, 예술에 대한 그의 끝없는 열정은 현대인의 삶이 직면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시민적 시선에서 은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쓸쓸한,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꿈과 희망을 밤하늘 별들의 고독하지만 빛나는 향연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대사회의 물질적 성장이 물론 평등한 분배를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사회·경제적 생활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쓸쓸함, 외로움, 혼란스러움, 한 곳에 머무를 수 없는 느낌이 커져온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사진은 출근길의 시민들. | 홍도은 기자 이 작품을 통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오늘날 현대인의 삶, 자아, 정체성이 처한 상황이다. 적지 않은 이들은 현대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는데도 정신적으로는 더 빈곤해졌다고 말한다. 현대사회의 물질적 성장이 물론 평등한 분배를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사회·경제적 생활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쓸쓸함, 외로움, 혼란스러움, 한 곳에 머무를 수 없는 느낌이 커져온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사회학에선 이에 대해 많은 토론이 이뤄져 왔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낳은 ‘소외’를, 막스 베버는 합리화가 가져온 ‘쇠우리’를, 위르겐 하버마스는 체계의 과도한 발전에 따른 ‘생활세계의 식민화’를 이야기했다. 자신이 더 이상 자기 삶의 주인이 아님을 문득 깨달았을 때 우리 인간의 정체성은 위기를 겪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자기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를 모색하게 한다. 고흐의 작품이 사회학적으로 의미를 갖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풍경화든 인물화든 그가 화폭에 담고자 한 것은 자기의 느낌과 생각, 바로 자신의 삶이었다. 대상의 완벽한 재현보다는 그 대상에 대한 화가의 내면 풍경을 자기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그는 인상주의를 넘어서고 현대 회화의 길을 개척했다. 고흐 작품이 갖는 지속적인 울림은, 끝없는 고투(苦鬪) 속에 그려낸 풍경과 인물에서 그가 견뎌낸 고독의 삶을 떠올리고, 그 삶이 다시 감상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공감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고흐는 밤하늘을 즐겨 그렸다. 이 작품 외에도 , , 등에서 밤하늘에 빛나는 달과 별을 그렸다. 이 유독 많은 관심을 끈 것은 굽이치고 소용돌이치는 밤하늘을 고흐 특유의 방식으로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터다. 이 작품은 생레미 요양원에 입원했던 1889년 6월에 그려졌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대표적인 소장품이다. 오래 전 뉴욕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나 역시 이 그림을 보러 갔다. 루브르박물관의 , 바티칸박물관의 , 프라도박물관의 처럼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둠에 잠긴 마을, 하늘을 향해 뻗은 사이프러스와 함께 달과 별이 너울거리며 휘몰아치는 밤하늘의 살아 있는 풍경은 현대사회 속에 내던져진 정체성의 고독한 상황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정체성의 위기를 가져온 주요 원인은 두 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자본주의로부터 가해지는 구조적 강제다. 경쟁에서 뒤처지고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는 우리 삶을 메마르게 하고, 결국 인간성을 파괴시킨다. 다른 하나는 세계화와 정보사회가 주는 충격이다. 세계화와 정보사회의 진전은 삶의 기본 틀을 이루는 시·공간을 변형함으로써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게 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1889·뉴욕 현대미술관 소장 주목할 것은 이런 구조 중심적 시각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 갖게 되는 어떤 불만이다. 구조 중심적 시각에선 제도를 바꾸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제도를 개혁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제도개혁은 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필수조건일 따름이다. 우리 정체성은 실로 다양하고, 그러기에 개별적 특성을 고려하는 배려가 요구된다. 최근 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치유 담론들이 넘치는 것은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른바 개인 중심적 시각은 현실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주체의 의지와 자기계발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이 역시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치유 담론이 상처받은 이들에게 분명 위안을 제공하지만, 제도개혁을 고려하지 않는 그 위안이 냉혹한 현실 속의 삶에 지속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는 적이 의심스럽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시대에 상처받은 이들을 회복시키고 치유하기 위해선 일종의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인간성을 위협하고 상실시키는 제도들에 대한 적극적 개혁은 더없이 중요하다. 더불어 일상의 소중함, 작은 실천의 중요성, 이념·도그마·허위의식에 의해 휘둘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기반해 삶을 조직하는, 그리하여 훼손된 정체성을 온전한 정체성으로 재구성하려는 ‘정체성의 정치’ 또한 진지하게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우리 사회는 이미 도달해 있다. “그래, 내 그림들, 그것을 위해 난 내 생명을 걸었다. 그로 인해 내 이성은 반쯤 망가져버렸지.” 1890년 7월 고흐가 사망할 당시 지니고 있던 부치지 못한 편지의 한 구절이다.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자살로 마감한 그의 삶은 더 없이 안타깝다. 그러나 그가 남긴 작품들은 우리 삶과 정체성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을 안겨준다. 진정한 삶이란 밤하늘에 빛나는 저 별들에게로 가는 길, 스스로에게 위안과 힘을 주는 용기를 갖는 동시에 그 용기를 가로막는 제도들을 개혁하려는 집합의지를 발휘하는 길일 것이다. 김호기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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