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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세계의 시사주간지]선진국선 시사 주간지 정치영향력 여전(2012. 05. 29 20:24)

2012. 05. 29 20:24 국제

ㆍ저널리즘 위기 속에서도 심층 기획보도로 독자신뢰 얻어 뉴스는 말그대로 새로운 소식을 담은 매체다. 소식을 전하는 환경이 달라지면서 뉴스를 다루는 매체는 부침을 거듭해왔다. 점점 생활양식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온라인 환경에서 시사 주간지라는 매체는 여전히 유효할까. 제작과 판매, 유통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현실에서 시사 주간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해외 시사 주간지의 사례들을 통해 짚어보았다. 시사 주간지는 일주일 단위로 발행되며 넓은 지면을 가지는, 심층기획 취재에 가장 큰 장점을 가지는 매 체다. 사진은 포르투칼 리스본 시내의 한 가판대에 진열된 시사 잡지들. 저널리즘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시사 주간지가 차지해온 비중은 대단히 크다. 여기에는 방송이나 인터넷과는 비교될 수 없는 인쇄매체 고유의 역사적 전통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전통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하게도, 국내 시사 주간지들이 겪고 있는 상황은 보는 이를 안쓰럽게 한다. 여러 가지 지표에서 국내 시사 주간지들이 처한 분명한 위기의 신호가 뚜렷이 감지된다. 그 위기는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 그것은 대단히 장기적인 변화의 결과물이다. 신문과 더불어 전통적인 인쇄매체 전체에 대한 독자들의 선호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스마트 미디어에도 밀려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100만부를 넘기는 신문을 3개씩이나 보유한 나라에서 ‘업계 1위’에 해당하는 시사 주간지의 판매 부수가 겨우 5만부 남짓인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해외의 시사 주간지들 역시 우리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정도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주간지 장점 살리는 다양한 실험 그렇다면 미래에 과연 시사 주간지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반드시 비관적이지는 않다. 세계의 시사 주간지들이 변화를 헤쳐나간 과정은 역설적이지만 ‘주간지’라는 주어진 조건을 장점으로 격상시키려는 다양한 실험의 장이다. 이 점이 바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현재 세계의 시사 주간지 시장은 어떠한가? 국가별로 큰 격차는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대표적인 시사 주간지들은 유의미한 발행 부수를 가지고 있고 또 여전히 큰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는 미국 내에서만 270만부, 전 세계적으로는 400만부가 매주 판매되고 있다. 의 경우에도 전 세계적으로 338만부가 판매된다. 독일의 은 매주 105만부, 은 75만부가 판매되는데, 이는 독일 내 어떤 일간지와도 비교될 수 없는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의 나 도 50만부 내외가 판매된다. 그 나라의 유력 일간지인 나 가 평균 30만부 정도에 그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참조).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가져왔을까? 아무래도 오랜 역사를 통해 나름대로 자사의 뉴스 콘텐츠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를 강하게 형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이를 가능케 하는 요인들이 있다. 신문사를 모기업으로 삼으면서 신문시장 자체의 부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다수 한국의 시사 주간지와는 달리, 해외의 대표적 시사 주간지들은 독립적인 소유·경영 구조를 가진다(곧 신문시장의 침체가 곧장 시사 주간지의 침체로 이어지지 않는다). 또한 이들 주간지는 잡지 영역에 대한 인력 및 투자의 감소가 콘텐츠 빈곤, 광고 매출 및 판매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에서 오래 전에 탈피할 수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어떤 매체 영역을 막론하고, 해당 매체의 미래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콘텐츠’라는 핵심 요인을 살펴보아야 한다. 주간지에 걸맞은 뉴스 콘텐츠의 생산, 즉 ‘심층 저널리즘의 활성화’는 오래 전부터 모든 시사 주간지에 부여되었던 숙명적인 과제이다. 하지만 개별 잡지들이 자신의 매체 성격을 보다 명확히 하고 또 이를 독자들에게 ‘포지셔닝’하는 작업이 중요해진다. 해외 시사 주간지들의 사례는 이 같은 양대 요인들을 적극 결합시킴으로써, 시사 주간지라는 매체를 독자들의 뉴스 소비 스타일에 적극 결합시키고, 또 독자들로 하여금 시사 주간지가 자신에게 여전히 중요하고 필수적인 뉴스원이라는 인식을 가지게끔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나 이 추구하는 편집과 취재의 기본 이념은 비교적 명확하다. 시사 주간지는 원래 (인터넷이나 방송은 물론이거니와) 신문과도 속보 경쟁을 행하는 매체가 아니(었)다. 날로 복잡하고 장기화되는 이슈들을 신문이나 방송이 다룰 수 있는 범위와 폭에는 한계가 있다. 시사 주간지는 그런 면에서 일주일 단위로 발행되며 넓은 지면을 가지는, 심층기획 취재에 가장 큰 장점을 가지는 매체라는 점을 새삼스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세계 유수의 일간지들이 지면 구성에서 포맷에 이르기까지 날로 시사 주간지의 형태와 유사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젊은 감각과 심층취재의 결합을 내세웠던 프랑스의 일간지 의 실험은 급기야 경쟁 주간지인 의 편집장을 신문 편집장으로 ‘모셔오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심층 저널리즘’은 숙명적 과제 이렇듯 해외의 시사 주간지들은 변화한 매체 환경에서 ‘신문의 잡지화’라는 뉴스 콘텐츠 소비 패턴의 등장을 중요하게 바라본다. 그 속에서 ‘주간’ 단위의 느린 뉴스 매체로서의 속성을 오히려 뉴스 소비의 중요한 장점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시사 주간지의 독자들은 적어도 지난 한 주 동안 알려진 대부분의 뉴스의 대략적인 면모는 이미 파악하고 있다. 과연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새로운 뉴스는 어떤 것인가? 필요하다면 지난 한 주 동안 있었던 수많은 뉴스들을 나름의 시각에 맞추어 정리하고, 그것의 의미를 보다 큰 흐름 속에 위치시키는 일이다. 그것은 순간순간의 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난 일주일을 결산하고 그 의미를 재검토하는 ‘뉴스 레퍼런스 북’과도 같은 것이다. 아니면 신문이나 여타 매체가 주목하지 못하였거나, 혹은 적절한 전달방식을 찾지 못한 새로운 심층취재 기획의 영역을 발굴하는 것이 바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독자적인 과제라는 것이다. 이나 의 최근 지면 개편은 논설·칼럼을 표지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독자들이 시사 주간지에 대해 가지는 인식을 보다 새롭게 하는 실험적인 성격의 것이었다. 더불어 이러한 적극적인 콘텐츠 전략의 이면에는 국내 시사 주간지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뉴스 제작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의 경우 실제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의 수만 해도 270명이 넘고, 23개의 해외 특파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시사 주간지는 신문이라는 종합적 뉴스 매체와 공통점을 가지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다른 영역이다. 또한 여타 전문 분야의 잡지 저널리즘과도 차별적이다. 그런 면에서 편집과 제작의 모든 면에서 이와 같은 실험성의 향상, 그리고 심층기회 취재에 보다 적합한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고 역량을 배치하는 점에 대해서도 여전히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잡지사 소유와 경영의 독립성, 편집권 독립 등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일 것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편집권 독립 미래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 역시 이들 해외 시사 주간지들의 중요한 혁신 사례일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새로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 TV의 출현이 시사 주간지의 ‘시각화’를 촉진하였던 사례가 있었다. 긴 역사적 시야에서 보자면 화보(일러스트) 중심의 시사 주간지 제작은 저널리즘 영역 내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거의 모든 시사 주간지의 ‘외형’을 바꾸어 놓았다. 스마트 미디어의 출현이 시사 주간지의 미래에 이와 유사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분명한 점은 스마트 미디어라는 매체 특성에 무엇보다 잘 부합하는 것은 잡지이며, 따라서 시사 주간지에도 여러 가지 혁신의 가능성이 이미 주어져 있다는 점이다. 의 최근 시도들이 시사하듯, 소셜 네트워크와의 적극적인 결합을 통한 기획취재의 심화, 혹은 참여의 다양한 계기 마련은 과거의 인터넷 사이트 개설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발전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렇듯 뉴스 미디어의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 걸쳐 잡지는 실험과 혁신의 장으로 기능한다. 뉴스 콘텐츠의 일회성, 그리고 심층성의 부족은 한국의 저널리즘 영역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그 책임을 시사 주간지 스스로 무겁게 느끼겠다는 적극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세계의 시사 주간지들은 자신들이 신문을 비롯한 모든 저널리즘의 미래 형태라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부여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에 취재와 편집의 역량을 집중시킨다. 잡지 고유의 심층 저널리즘 역량 강화는 이런 복잡한 과정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위기 탈출의 길은 이처럼 자신의 본질에 대한 냉정한 재성찰 속에서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박진우(한국언론진흥재단·선임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