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355 건 검색)
- [책과 삶] 체제를 좀먹는 정치인을 방관할 때 민주주의는 몰락한다
- 2024. 12. 13 08:30 문화|문화
- ... 방해 공작에 눈감고 정치 폭력을 끌어들일 때 따라오는 엄청난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로마 역사는 정치인들이 체제를 좀먹는 행동을 할 때 시민들이 이를 외면하면 그들의 공화국이 치명적인 위험에...
- 책과 삶
- 정보사도 계엄군 가담 …‘최정예’로 정치인 체포조 꾸린 정황도
- 2024. 12. 09 20:52 정치
- ...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보사 소속 정보요원 7명이 경기 남부 모처에 있는 정보부대에 파견 나와 정치인 등을 체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들은 체포된 정치인...
- 윤석열 탄핵 정국
- 여인형 방첩사령관, 비상계엄 직후 경찰청장에게도 정치인 위치 파악 요청
- 2024. 12. 09 09:40 정치|사회|지역
- ... 경찰청장에게 정치인들의 위치 파악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인형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 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 윤석열 탄핵 정국
- 박선원 “정치인 체포에 정보사도 투입···군부 내 대대적 증거 인멸 작업중”
- 2024. 12. 09 09:15 정치|정치|정치
- ... 확인했다”고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이 받은 제보에 따르면 정보사 소속 정보요원 7명은 정치인 등 체포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위해 경기 판교 소재 정보부대에 파견됐다. 위치정보 파악 임무...
- 윤석열 탄핵 정국
스포츠경향(총 159 건 검색)
- “제가 정치인인가요” 임영웅, 탄핵정국 엉뚱한 유탄
- 2024. 12. 08 08:42 연예
- 임영웅 SNS ‘12·3 비상계엄’ 선포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던 중 가수 임영웅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오간 DM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 7일 임영웅은 자신의 SNS에 “우리 시월이 생일 축하해”라는 글과 함께 반려견과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 게시물 자체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같은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임영웅과 DM을 나눴다고 주장하는 누리꾼 게시물이 공개 됐다. 이 누리꾼은 DM 캡처 사진을 통해 임영웅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나눈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누리꾼은 임영웅 아이디에 “이 시국에 뭐하냐”고 DM을 보냈고, “뭐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에 누리꾼은 “위헌으로 계엄령 내린 대통령 탄핵안을 두고 온 국민이 모여있는데 목소리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 하네요. 앞선 계엄령 겪은 나잇대 분들이 당신 주소비층 아닌가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SNS 캡처 이에 대해 임영웅으로 추측되는 인물은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응수를 했다. 논란이 된 이슈는 DM의 사실 여부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해당 메시지를 실제로 임영웅이 보낸 것이 맞냐는 의문도 일었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일반적으로 개인 SNS에 오는 수 많은 메시지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그동안 ‘바른 청년’ 모습을 보여 온 임영웅이 역사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사회적 문제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 ‘Within the Frame’ 연아 마틴 캐나다 연방 상원의원에게 듣는 한인정치인 네트워크의 중요성
- 2024. 08. 22 20:47 연예
- 아리랑TV 한국의 외교, 사회 등 다양한 이슈를 전문가들과 심도 있게 분석하는 아리랑TV 뉴스 대담코너 ‘Within the Frame’이 연아 마틴 캐나다 연방 상원의원과 대담을 나눈다. 오는 23일 오후 6시 30분 아리랑TV 뉴스 대담코너 ‘Within the Frame’에서 한다은 앵커가 ‘세계한인정치인포럼’ 개최를 기념해 캐나다 연방상원의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연아 마틴 세계한인정치인협회장을 만난다. 올해 10회차를 맞은 세계한인정치인포럼 개최 의미에 대해 연아 마틴 의원은 “세계 14개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정치인 100여명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였다”면서 “Our network is our net worth(우리의 네트워크는 우리의 순자산이다)라는 모토 아래, 이민 역사를 공유하는 한인 정치인들이 교류하며 결속을 다지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번 포럼을 통해 ”문화, 정책, 역사, 유산, 평화와 안보 문제 등등 한국인만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아리랑TV 연아 마틴 세계한인정치인협회장은 2009년 스티브 하퍼 캐나다 총리에 의해 상원의원으로 지명된 이후, 캐나다 연방의회의 유일한 한인 정치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내 한인사회의 위상에 대해 묻자 “세계 한국인 디아스포라 중 캐나다는 4-5위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계를 포함해 한인들이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연아 마틴 의원은 “캐나다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 능력있는 한인 청년들을 정치적 활동에 입문시키려 노력해왔다”면서 “2011년부터 국회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그 결과 훌륭하고 잠재력 있는 미래의 한국계 리더를 양성하는 등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캐나다 상원은 만장일치로 10월을 한국문화유산의 달로 지정했다. 이를 주도해온 연아 마틴 의원은 “한국의 유산과 문화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해 개천절, 한글날이 있는 10월을 ‘한국문화유산의 달’로 지정하자는 내용의 동의안을 발의했다”면서 “한인 사회는 캐나다 다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라고 강조했다. 올해 수교 61주년을 맞은 한국과 캐나다의 협력 분야에 대해 묻자, 연아 마틴 의원은 “한국이 발전한 조선업 등의 분야와 안보협력, 인적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향후 계획에 대해 “한국계 캐나다 연방상원으로서 한국과 캐나다의 협력과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면서 “캐나다 참전용사들의 예우를 강화하고, 탈북자, 북한 인권 관련된 비영리 활동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아리랑TV 세계 한인정치인을 대표하는 세계한인정치인협회장이자 캐나다 연방 유일한 한인 정치인인 연아 마틴 의원과의 대담은 23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 아리랑뉴스 ‘Within the Frame’에서 확인할수 있다.
- ‘정치인 유튜브 출연’ 전문가 “분노 선동” VS 야당 정치인 “일정 정도 역할” 갑론을박
- 2024. 06. 17 22:25 연예
- 지지층 주목을 끌기 위한 정치인들 유튜브 방송 출연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4·10 총선 압승을 되짚는 자리에서 정치권과 외부의 엇갈린 시각이 드러났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22대 총선평가단 공개토론회에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지금 유권자들의 정서는 ‘분노’가 아닌 ‘불안’인데, 민주당 정치인 중에 유튜브에 출연해 분노를 선동하는 분들이 보여 걱정스럽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김은경 혁신위’에서 활동했던 서 대표는 “더 강한 언어, 더 센 발언으로 뭔가를 지르고 다니면 사태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 자기 견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복경 대표는 “일부 발언은 당 윤리규정 위반 행위일 수 있는데, 이를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식으로 얘기하면 17대 국회 열린우리당 꼴 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열린우리당 시절에 ‘백팔번뇌’, 즉 탄핵 역풍으로 국회에 입성한 17대 초선 108명이 제각각 ‘튀는 언행’으로 눈총을 받은 끝에 18대 총선에서 참패한 것을 예로 든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22대 총선평가단 공개토론회’ 연합뉴스 이에 대해 민주당 수석사무부총장 강득구 의원은 “총선에서 유튜브가 민주당 압승에 일정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유튜브와 연대는 필요하며,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확장성도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서 대표 의견을 반박했다.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후보로 국회에 입성한 정을호 의원은 조국혁신당 등장으로 나타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구호를 두고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에서는 지민비조를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평가하는데, 당사자인 나는 ‘저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혼란을 겪었다”며 “23대 총선에는 선거제 등이 처음부터 정리돼야 한다”다“고 덧붙였다. 지난 총선에서 부산진을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현 지역위원장은 당의 영남권 부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던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강한 정권 심판 구호를 본인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이고 거부감을 표출했다”며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호중만 왜 KBS 출연정지?···정치인도 적용시켜라” 팬덤 성명
- 2024. 05. 30 07:57 연예
-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호중 팬덤이 KBS의 김호중 일시 출연 정지 결정에 반발했다. 김호중 일부 팬덤인 김호중 갤러리는 29일 성명을 내고 “팬들은 침통한 심경이지만 KBS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며 차분히 수사 결과와 사법적 판단을 지켜 볼 예정”이라면서도 “하지만 KBS가 공영방송 주권자인 국민에게 위임받은 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을 기망했던 권력자들에게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국회의원에 출마 후 검찰독재를 부르짖는 당선인,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뒤집고 당에 부결을 읍소했던 당선인, 4년 동안 단 한 차례의 검찰 소환조사도 받지 않은 ‘무소불위’의 피의자. 이들 모두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KBS는 공공서비스미디어이자 국가기간방송으로서 위의 권력자들에게도 똑같이 ‘방송 출연 정지나 한시적 출연 규제, 출연 섭외 자제 권고’를 내리는 등 건강한 여론 형성과 민주주의 발전에 중심 역할을 다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KBS는 29일 방송출연규제심사위원회를 열고 김호중에 대해 출연 규제 심사를 진행하고 한시적 출연 정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호중이 법적 판결이 내려지기 전, KBS가 자체적으로 출연 정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KBS는 “법원의 판결 전이지만 가수 김호중이 음주운전 도주 사고와 관련해 거듭된 거짓말로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빚었고, 방송 출연을 금지해달라는 여러 시청자의 청원 등이 접수돼 ‘한시적 출연 정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1심 판결에 따라 추후 다시 규제 수위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호중은 9일 서울 강남구에서 술을 마신채 운전하다 반대편 도로에 정차돼있던 택시를 들이박고 도주한 바 있다. 김호중은 소속사 관계자들과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발각된 상태다. 법원은 24일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현재 구속된 채 수사를 받고 있다. 이하 김호중 팬덤 성명문 전문 김호중 갤러리에서 공식 입장을 발표합니다. 공영방송 KBS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 미디어로서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와 제작으로 비판과 감시 기능을 담당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올바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국민이 부담하는 소중한 수신료와 공공의 자원인 전파를 이용해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KBS는 성폭력, 음주운전, 마약 범죄 등 위법하거나 비도덕적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이나 일반인 출연진에 대해 방송출연규제심사위원회에서 사안의 경중에 따라 방송 출연 정지나 한시적 출연 규제, 출연 섭외 자제 권고 등의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KBS는 29일 가수 김호중에 대해 “법원의 판결 전이지만 음주운전 도주 사고와 관련해 거듭된 거짓말로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빚었고, 방송 출연을 금지해달라는 여러 시청자들의 청원 등이 접수돼 ‘한시적 출연 정지’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의 1심 판결에 따라 추후 다시 규제 수위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팬들은 침통한 심경이지만 KBS의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며, 차분히 수사 결과와 사법적 판단을 지켜볼 예정입니다. 하지만,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주권자인 국민에게 위임받은 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을 기망했던 권력자들에게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국회의원에 출마 후 검찰독재를 부르짖는 당선인,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뒤집고 당에 부결을 읍소했던 당선인, 4년 동안 단 한 차례의 검찰 소환조사도 받지 않은 ‘무소불위’의 피의자. 이들 모두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이들은 온갖 감언이설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면서 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떳떳하게 정치적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나라가 부패의 온상이 되어 끝없는 타락의 늪에 빠져드는 등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에 KBS는 공공서비스미디어이자 국가기간방송으로서 위의 권력자들에게도 똑같이 ‘방송 출연 정지나 한시적 출연 규제, 출연 섭외 자제 권고’를 내리는 등 건강한 여론 형성과 민주주의 발전에 중심 역할을 다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주간경향(총 81 건 검색)
- 핵무장이 필요한 건…한국 안보인가, 선거 앞둔 정치인인가(2024. 07. 08 06:00)
- 2024. 07. 08 06:00 정치
- 국민의힘 당권 경쟁서 나온 ‘핵무장론’의 실체와 가능성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의원(가운데)이 지난 7월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안보의 새로운 비전 핵무장 3원칙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불가능해 보인 일이 현실이 되고, 당연해 보인 일이 공상이 된다. 정치적 이상, 목표란 이름으로 포장된 ‘가능성’의 영역에서 이성적, 논리적 판단은 후순위로 밀린다. 속고, 속이고, 속아주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설사 불가능해도 지지층이 원하는 대로 말하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비판은 부당한 ‘정치 공세’로 치부한다. 선거 때면 ‘가능성의 예술’ 외엔 설명할 길 없는 공약이 난무하는 것 역시 해당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이러한 가능성의 영역에 특화된 소재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주기적으로 다시 제기된다는 점, 구체적 계획보다 선언적 수사가 앞선다는 점 등이다. 전제에, 전제에, 전제가 완벽히 맞아떨어져야 실현 가능하다는 것 역시 공통적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매번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 나는 소재가 잊을 만하면 부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 전제 중 하나만 새롭게 충족해도 가능성의 영역에서 다시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에서 이를 보여주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국민의힘 당권 경쟁 과정에서 나오고 있는 ‘핵무장’론이다. 핵무장과 당대표 선거 “6·25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합니다”. 여당의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의원이 지난 6월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지난 7월 1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핵무장 3원칙, 대한민국 안보의 새로운 비전’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도 열었다. 나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대표가 되면, 핵무장 3원칙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핵무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무장을 자신만의 차별화된 공약으로 만들며 가능성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 것이다. 사실 핵무장은 보수를 표방하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탐낼 수밖에 없는 소재다. 이는 남북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북 강경책→북한과의 갈등 증폭→핵무장 추진’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구조를 이룬다. 이 구조는 그 자체로 지지층 결집을 만든다. 남북대결로 안보위협이 증가한 만큼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 자체에도 논리적 결함이 없다. 다만 ‘주한미군과의 공존’, ‘국제사회 제재 가능성’, ‘핵무장에 필요한 비용 및 장소’, ‘동아시아의 핵도미노 현상’ 등 핵무장 시 반드시 따져봐야 할 요소들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핵무장이 매번 정치적 레토릭(수사)에서 끝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 의원의 핵무장 주장도 유사한 맥락에 있다. 그가 밝힌 방식은 ‘자체 핵무장’이다.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식의 핵 공유와는 차원이 다르다. 쉽게 말해 한국이 완전한 핵보유국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밝힌 3원칙은 ‘국제정세를 반영한 핵무장’, ‘평화를 위한 핵무장’, ‘실천적 핵무장’이다. 그런데 해당 원칙을 다르게 표현하면 이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북한과의 핵군축을 포함한 평화협상이 가능하고’, ‘확장억제를 안보의 기반으로 한 윤석열 정부를 움직여서’ 핵무장을 한다는 것이다. “핵무장을 추진하겠다”는 시원한 발언 뒤에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만드는 조건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다. 이는 나 의원만의 특징도 아니다. 최근 나오는 핵무장 논의를 주의 깊게 보면, 대부분 이와 유사한 형태다.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선언적 발언은 크게 부각되는 반면, 함께 붙인 다양한 이름의 ‘조건’은 이해하기 어렵게 꼬아놓거나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 식이다. 이유가 있다. 현재 제기되는 핵무장론 대부분은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는 불확실한 가정에 기반한다. 즉 ‘아니면 말고’식 시한부 주장을 하는데 세부사항까지 촘촘히 고려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핵무장에 관한 건전한 논의를 막는다. 찬성하는 쪽은 ‘문제없이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믿고, 반대하는 쪽은 ‘우스갯소리’로 치부해 버리는 식이다. 그런데 조금만 따져보면 핵무장의 필요성, 실현 가능성은 선언적 수사에 휘둘릴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다. 핵무장의 전제조건 한국의 핵무장 논의에는 뿌리 깊은 역사가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박정희 정부 당시 핵무장 논의다. 베트남 전쟁을 거치며 대외 군사개입에 한계를 느낀 미국은 1969년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며 정책 전환을 시도한다. 핵심은 ‘한국 안보의 한국화’다. 미군에 안보를 의존하던 아시아 각국은 향후 당면한 위협에 스스로 대처하라는 것이다. 단, 이때도 핵 위협에 대한 핵우산은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이로 인해 한국이 직면한 위기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안보 공백에 대한 대안으로 핵무기 개발을 들고나왔다. 당시 결정이 실제 핵무장에 초점이 맞춰졌느냐, 협상의 지렛대였느냐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다만 그 결과는 박정희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미사일 개발에 전념하면서 양국 간 치솟던 갈등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1975년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은 그 증표로 남았다. 북한의 위협 증가, 미군 철수 위협 등의 대외관계 변화 속에 시작된 핵무장 시도는 미국의 핵 비확산 기조에 동조하며 끝났다.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한국의 핵무장 주장은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전히 북한의 위협증가로 이어지는 대외정세 변화, 주한미군 철수로 인한 안보위기가 명분이다. 나 의원의 핵무장 주장 역시 “북핵은 고도화되고 있으며, 북·러 협력 등 국제정세도 대한민국 안보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로 시작한다. 문제는 1960~1970년대는 눈앞에 당면한 위기에 대한 대처였다면, 2024년의 위협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이다. 즉 만성적인 북핵 위협을 차치하면 아직 눈앞에 보이는 변화는 없다. 반면 핵무장으로 가는 길은 50여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길이 됐다. 실제로 핵무장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미국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한 뒤 주한미군 철수 혹은 한국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것, 또 다른 하나는 국민이 NPT 탈퇴 및 핵무기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을 정확히 인지하고 정부를 믿고 이 기간을 버티는 것이다. 이중 후자는 핵무장을 주장하는 정치인 중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는 핵무장 주장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 전략센터장에게 물었다. 정 센터장 역시 핵무장은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핵무장에 필요한 조건 자체가 달라진다”며 “이 경우 자체 핵무장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한다는 첫 번째 가정하에 2기 행정부 구성에 관한 두 번째 가정이 붙는다. 미국 정부가 우선주의(고립주의)를 주장하는 인물들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이 주목하는 두 인물은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부 장관 대행,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다. 정 센터장은 “두 사람 모두 미국의 국방비 지출을 과도하다고 보고, 해외 주둔 미군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한국의 자체 핵 보유에 대해서도 열린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인물들이 트럼프 2기 내각에 다수 입각한다는 가정하에 세 번째 가정이 붙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주한미군 철수 혹은 감축,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추진하거나 이와 관련한 비용을 한국 정부에 전부 청구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기본 가정이다. 진짜 문제는 다음부터다. 한국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금에 관한 협상을 하거나 자체 핵무장을 하는 것이다.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핵무장론자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이 단계를 지나면서 정 센터장과 보수 정치인의 핵무장 주장이 여전히 같은 궤도에 있는지가 불분명해진다. 핵무장을 주장하는 정치인 중 예상되는 문제에 관해 언급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5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에 승선해 비행갑판을 시찰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핵무장의 손익계산서 핵무장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NPT 탈퇴와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 부과될 국제사회 제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미국만 승인하면 끝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는 유엔안보리 제재와 관련해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중국이나 러시아, 이에 동조하는 세력의 독자 제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미국이 ‘핵 비확산’ 기조를 깨고 한국만 특별 승인할지도 불분명하다. 한국의 주변국 역시 핵무장을 요구하는 ‘핵 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에 정 센터장은 이스라엘의 핵무장 과정을 따를 것을 충고한다. 핵에 관한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아님) 방식을 통해 제재를 최대한 경감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이 방식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만약 한국의 핵무장이 시작된다면 국민의힘 당론으로 공개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핵무장의 안보효과도 따져봐야 한다. 핵무장의 기본 가정은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 요구에서 시작한다. 이는 역으로 핵무장이 주한미군 완전 철수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확장억제 등이 약화하는 방향이다. 지난 3년, 한·미 안보협력 강화를 최대 성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와도 정확히 반대 방향이다. 게다가 핵은 안정-불안정의 역설을 만든다. 핵을 보유한 국가끼리는 핵전쟁을 피하는 ‘안정성’이 나타나지만, 국지 도발과 같은 제한적 도발은 오히려 증대되는 ‘불안정성’이 초래된다는 의미다. 안보상 역설은 이뿐만이 아니다. 핵 도미노 효과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는 주변국 모두가 핵을 보유하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는 안보가 강화된 것이 맞는지 근원적 의문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핵무장에 필요한 비용과 핵실험, 무기 보관 등에 사용할 장소 문제다. 예를 들어, 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을에 핵무장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할 것이냐다. 원자력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짓는 것조차 극렬한 반대에 직면한다. 선거를 앞두고 핵무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 예상되는 문제의 해결책도 함께 발표돼야 한다. 하지만 핵무장 주장 외에 예상 문제를 언급한 사례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핵무장을 국민의힘 당론으로 채택한다는 것은 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미국과 직접 합의한 ‘워싱턴 선언’을 뒤집겠다는 의미냐”며 “미국이 ‘핵무장해라, 대신 주한미군은 전부 뺀다’고 해도 정치권이 기존 주장을 유지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핵무장 주장은 대통령 선거가 아닌 여당 당대표 선거에서 나오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설익은 논의로 핵무장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정당이 감당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 특집
- “정치인으로 남은 11년…진영·이념 떠나 국민 삶의 질 위해 최선”(2024. 05. 06 06:00)
- 2024. 05. 06 06:00 정치
- 재선 성공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4월 27일 서울 마포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정훈 의원실 제공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52)은 4년 전 21대 국회 개원을 맞아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의원 10명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입법노동자’로 규정하고 보좌진과 나란히 기자회견을 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두 딸에게 기본소득이 실현된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4년이 지났다. 원내 소수정당 시대전환 의원에서 집권당 국민의힘 의원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지난 총선에서는 인재영입위원으로 활약했고, 총선 패배 후엔 총선 백서 기획단장을 맡았다. 지금 그는 지난 4년간 의정활동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리고 또 앞으로 4년은 무엇을 이루고 싶을까.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마포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총선 백서 기획단을 맡으면서 ‘다시는 지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했습니다. 이걸 보면 국민의힘 정체성을 명확히 한 것 같습니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내걸었던 플래카드엔 ‘좌와 우를 넘어 앞으로!’라고 적었습니다. 진영을 넘어서자는 것이 목표였을 텐데 어느 한 진영에 서기로 마음먹은 겁니까. “지난해 가을 서울 마포 출마를 고민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플래카드를 걸어봤어요. 좌와 우를 넘어서야 한다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총선 백서 TF 회의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첫 공개 회의를 앞두고 온라인 방에 ‘그냥 있는 걸 다 쏟아 내자’고 올렸습니다. 과연 우리의 정체성을 ‘보수=강남, 보수=영남, 보수=부자, 보수=남자’로 갈 거냐 아니면 확장할 것이냐 기로에 서 있다고 봅니다. 보수일 수도 있고, 진보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우파냐 좌파냐 물어보면 저는 우파인 것 같아요.” -예전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보다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선택하는 것이 바르다고 봅니다. 하지만 보수냐 진보냐를 묻는다면 저는 보수나 진보는 아직도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에 ‘나는 태도 보수’라고 말했죠. “네. 그래서 생활 진보라는 말도 했고요. 국민의 삶을 도와준다면 진보 의제도 거침없이 재해석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국민의힘) 정강 정책에는 김종인 박사가 만들어놓은 그런 것들이 남아 있고요. 총선평가 백서에 얼마나 담길지 모르지만 전략으로서의 ‘확장성 실패’는 부정할 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합당하면서 (국민의힘이 변화하도록) 수술칼이 되겠다고 말했는데 솔직히 마포 출마를 결심하고 준비하면서 ‘앞으로는 못 떠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침, 점심, 저녁을 다 마포에서 먹었습니다. 되게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수술칼 역할을 제대로 했나, 조정훈 때문에 우리 국민의힘이 확장했나, 이쪽 동네에서는 겨우 마포갑 하나 건진 거거든요. 이것 가지고는 정말 안 되겠다고 싶어 (총선 평가 기획단을 맡겠다고) 손들고 시작했습니다. 다들 말렸어요. ‘괜히 욕만 먹는다’, ‘가만히 있는 게 낫다’, ‘가만히 있어도 너한테 기회가 온다’면서요. 진짜 6·25 참전 용사 중에 동지들은 다 죽었는데 혼자 살아남았다는 느낌? 그 빚을 갚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원래 우파였는데 ‘좌도 우도 넘어서 앞으로!’라고 할 때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라고 이해하면 되는 거죠. “그럼요.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국민의 삶을 위해서라면 모든 아이디어·정책·인물을 다 갖다 써야 한다, 국민의 삶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지킬 수 있는 이념이란 저는 없다고 봅니다.” - YS(김영삼)가 3당 합당에 참여하면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과거 시대전환 시절엔 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그렇지만, 국민의힘도 청산 대상인 주류 기득권 정당으로 보지 않았던가요. 그런데 기득권 정당의 일원이 돼서 내부 혁신이 가능하다고 지금은 판단하는 겁니까. “첫 시도는 시대전환의 자생 성장이었죠. 비유적으로 말하면 창업해서 한번 대박 내보려고 했는데 실패하고 대기업 경력직으로 들어간 거죠. 그걸 부정할 수는 없어요. 창업해서 실패한 경험, 아프죠. 같이 창업했던 동지들에게 미안하죠. 그 숙제와 빚은 제가 아마 평생 갖고 가야겠죠. 다만 그런데도 우리가 현실정치를 하기로 마음먹고 뛰어들었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대안을 찾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대안은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공간과 확장의 가능성이 넓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게 제 판단이고 시대전환의 판단이었습니다. 아직 결론은 안 난 것 같습니다. 제가 살아남았다고 성공했다 할 수 없고요. 앞으로 국민의힘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제가 속한 국민의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이제 진짜 저의 숙제로 풀어낼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총선 때 이야기를 해보죠. 국민의힘 선거 기조 중 하나가 격차 해소였어요. 그런데 정권심판 바람이 불면서 그 기조가 날아가고 정권심판론 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흘러가게 된 것은 아쉽습니다. 양당이 정책경쟁으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요. “정책경쟁으로 갔으면 우리가 이겼을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왜 그렇게 봅니까. “왜냐면 야당은 업의 본질이 여당 비판이잖아요.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으니까. 저는 여당으로서 또는 크게 봐서 정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업의 본질이 지역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거라고 봐요. 그런데 상대방인 민주당 후보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권심판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선명한 각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물론 집권당 프리미엄을 우리가 잘 활용했는지는 평가를 해봐야겠지만요. 예컨대 메가시티 공약 같은 건 좀더 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메가시티 공약은 잘한 거로 생각합니까. “아이디어 자체는 굉장히 좋고 우리 당이 이건 계속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결과를 보면 해당 지역 주민에게도 지지받지 못한 공약 아닙니까. “맞아요. 원하는 지역부터 편입시키면 되죠. 싫다는 걸 억지로 할 필요는 없는데 진짜 아주 객관적으로 상당수가 서울 편입을 원하신다, 그럼 행정부를 맡은 정부가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국민의 삶을 위해서라면 모든 아이디어·정책·인물을 다 갖다 써야 합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총선과 같은 선거를 앞두고 내놓을 수 있는 전략이기는 한데 저 같은 일반 유권자 눈에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포퓰리즘 공약이거든요. 선거 표 의식해 막 던지는. “수도권 서울 편입이요? 저는 서울은 공공재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편입이 마포구에서는 그렇게 인기 있는 이슈는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저는 지지했습니다. 모든 정책에는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저는 이걸로 피해 보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서울주민이 싫어한다는 건 정서적 자존심인데 이건 다른 방법으로 보듬어주면 되는 거고요. 또 경기도가 더 쪼그라든다고 하는데 지금 경기도는 너무 큽니다. 경기도는 민주당도 반으로 자르자면서요.” -경기북도를 만드는 논의가 진행 중이죠. “그 취지나 일부를 서울에 편입시키고 경기도를 균형 있게 하자는 거랑 똑같습니다. 방법론인데 저는 경기남도·북도는 행정가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치이고, 서울 편입은 정치가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치라고 생각해요. 이건 한번 끝장 토론해봤으면 해요.” -유세할 때 ‘앞으로 저에게 정치인으로서 생활은 11년 남았다’라는 말을 했어요. 딱 15년만 하고 접겠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세계은행에도 15년 다녔잖아요. 그렇게 인생 계획을 세운 겁니까. “이명박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도 다 15년 하셨더라고요. 박근혜 대통령도 정확하게 15년입니다. 정치를 시작하고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그래서 한 인간에게 15년 시간을 국가가 먹고사는 업에서 면제시켜줬다면 자기가 할 건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선 당선인 인터뷰 때 국회의원은 입법노동자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죠. “지금도 의원실 방에 그렇게 붙여놨습니다.” -실제 의원생활을 4년 경험해보니 달라진 건 없습니까. “처음엔 되게 힘들었어요. 마포에 출마 선언하면서 비례대표를 하면서 몰랐던 걸 하나 깨달았어요. 합당하면서 전략공천도 안 하고 경선 뛰고 진짜 할 것 다 했어요. 우리 인턴이 스물아홉 살입니다. 밤 10시에 법무부 실장에게 전화해서는 주기로 한 자료를 주지 않았다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법무부 실장이 그 소리를 다 들어주고 자료를 준 건 유권자 한 분 한 분의 권력을 우리가 수렴해서 4년 동안 아주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쓰는 거예요. 이건 굉장히 뭐랄까 어떻게 보면 숙연하기까지 한 과정이라고 봐요. 더 부담되는 건 저를 안 찍는 사람까지 제가 대표해야 한다는 거죠. 선거에서 599표 차로 이기니까 더더욱 절실하게 느낍니다.” -4월 5일 마포 유세 때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이렇게 지원 유세를 해요. ‘한동훈·조정훈이 맨 앞에서 눈보라, 화살, 폭풍 맞겠다. 서서 죽겠다.’ 실제 조 의원이 내놓은 정책과 과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추진했던 정책이 유사합니다. 조 의원이 ‘이민정책 톺아보기’ 세미나를 열면서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이야기를 했는데 한 전 위원장도 장관 시절 이민청 설립 논의를 주도했습니다. 서로 공감하거나 공유하고 있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선거 끝나고는 통화한 적 없다면서요. “네. 선거 과정에서는 세 번 통화하고 본인이 비대위원장 사퇴하던 날에도 전화해서 ‘(당선) 축하한다. 고생했다, 좀 쉬어라’는 말씀을 했고 ‘곧 보자’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그전에는 따로 아는 건 없었습니다. 대학도 다르고 살아온 궤적도 너무 달랐거든요. 법사위에 배정받았는데 저는 율사 출신도 아니지 않습니까. 도대체 뭘 할까 고민하다가 이민정책을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글로벌 떠돌이’로 오래 살았고, 외국인 정책에 대해 농반진반으로 ‘새로 만들어질 이민청이 장관급이면 나는 무조건 간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국회의원 떨어지면 이민청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저는 확신범입니다. 이건 제가 한동훈 위원장을 설득했죠. 국정 현안 질의 때 다른 사람들은 다 공수처·김건희 특검 이야기할 때 뜬금없이 이민청 이야기를 했어요. 뜻밖에 잘 받아줘서 이민정책에 대한 TF를 만들었죠. 계속 그 자리를 통해 몇 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민정책, 그러니까 국익 중심의 이민정책과 글로벌 시민의 의무 충돌을 우리가 어떻게 관리할 거냐, 그런 논의를 했죠.” -국민의힘 당선인 중엔 사실 ‘친윤’은 있어도 ‘친한(동훈)’, 그러니까 ‘나는 한동훈 쪽이다’라는 것을 내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생각이 비슷하다면 서로 받쳐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럼요. 가는 길이 비슷하다면, 우리 세대가 그래요.” -그렇습니까. “비슷한 면이 있죠. 우리 세대가 가질 수밖에 없는 무게감이랄까요. 우리 세대는 아마 선배들 세대보다 정치의 기간이 짧을 겁니다. 짧아야 하고. 우리도 길게 가자고 한다면 이제 환갑이나 돼야 정치를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짧게, 그 대신 굵게 우리의 의제를 실천하고 물려주자, 그런 면에서는 맞아요. 그런데 우리 세대는 선배들 세대처럼 막 모이면 조직도 만들어야 하고 회장·부회장·총무 뽑는 게 아니라 그냥 번개 모임이에요. ‘번개’니까 못 나와도 쿨해요. N 분의 1씩 나눠 내는 것도 쿨한 태도이고. 그래서 이렇게 무슨 ‘친한’이 돼서, 또는 ‘친조(조국)’가 돼서 우리 그룹을 만들자, 이런 주장엔 알레르기 반응을 다 일으키지 않을까요. 그래서 아마 이슈별로 블록을 만들어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정훈 의원실 제공 -지난해 3월에 대표발의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 그러니까 ‘최저임금 적용 없는 월 100만원 외국인 가사 도우미’ 법안은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면 자동 폐기되겠죠. “그러겠죠.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조금 다른 거예요. 이건 이제 동일 노동 차별 임금으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을 직종별로 조금 다르게 하자는 겁니다. 이거는 ILO(국제노동기구)에서도 허용하거든요. 우리나라의 특정 법도 허용합니다. 직군에 따라 지금 최저임금보다 더 줘야지만 사람을 구하는 데도 있고 아닌 데도 있어요. 이걸 바꾸자는 거죠. 이미 ILO도 지역·직군별로 임금을 차별화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걸 안 하거든요.” -국회 전문위원의 법안 검토보고서를 읽어보니 국회 입법전문위원이 ‘국적에 따라 근로조건 차별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및 ILO 협약에 상충할 우려’와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OECD 국가 중 그 사례가 없다’라는 의견을 제시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말이네요. “국적에 의한 근로조건 차별 금지에는 상충할 우려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주장하는 건 직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자는 거죠.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OECD 국가에서 외국인 임금이 최저임금 밑으로 내려간 적 없다는 건데 이것도 잘못된 것이 앞에 단일 최저임금제도라는 전제가 빠져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주장하는 건 단일이 아닌 다양한 다중 최저임금 제도로 가자는 거예요. 그래서 특정업종은 더 높이고 특정 업종은 필요하면 낮추는….” -싱가포르 같은 경우 OECD 국가에 포함 안 되나요. “OECD 국가죠. 그런데 최저임금이 없어요.” -그래서 필리핀 가사노동 인력을 많이 데려올 수 있는 거군요. “ILO 협약에 가입한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우리는 가입했죠. 일본도 가입 안 했어요. 거기서 탈퇴하자는 주장은 아니에요. 그러면 진짜, 진짜 보수우파겠지요. 그 틀 안에서 제도를 바꾸자는 겁니다.” -22대에도 다시 발의할 겁니까. “그럼요. 무조건.” -처음 국회에 비례연합 공천으로 들어갔습니다. 민주당 행태에 대한 비판과 별도로 국민의힘을 선택한 것이 유권자 입장에서는 배신이 아닌가,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요. “당시 더불어시민당을 찍은 유권자분들에 대해서 죄송한 마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하면서 경의선 숲길에서 저를 만나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심한 말씀을 하는 분도 있었고요. 저는 그냥 다 묵묵히 받아들였습니다. 죄송하다고 했고, 대신 좋은 정치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면 ‘뭐 필요 없다’고 가는 분도 있고 ‘내가 지켜볼 거야’라고 하는 분도 있었어요. 정치인에게 진영을 옮긴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죠. 그런데 저는 제3지대에서 보수로 간 거지 진보에서 보수로 간 건 아닙니다. 그동안 제가 이 질문을 얼마나 많이 받았겠습니까. 다시 말하면 저는 우파인 것 같아요. 좌파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수·진보는 제가 앞으로도 넘나들 것 같아요. 제가 건드리지 못할 의제는 없다고 생각해요.”
- [만나고 싶었습니다](3)“분노만 부추기는 정치인 막말, 우려스럽다”(2024. 01. 05 13:00)
- 2024. 01. 05 13:00 정치
- 강상구 노회찬정치학교 교장 강상구 노회찬정치학교 교장/강상구 제공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말이 쏟아지지만, 상대를 향한 ‘분노의 막말’과 실체 없이 텅 빈 ‘좋은 말’들은 유권자들의 귀에 가 닿지 못한다. 강상구 노회찬정치학교 교장은 “(막말은) 일종의 ‘매운맛’ 중독이다. 그런 말들이 쌓이고 쌓여 물리적인 폭력으로까지 연결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회찬의 말’이 있던 시기에는 막말의 바다 속에서도 사람들이 바라볼 수 있는 ‘부표’ 같은 게 있었다. 지금은 그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교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말해 논란이 된 ‘동료 시민’에 대해서는 “좋은 의미의 말이 ‘한동훈’이라는 메신저에서 나오자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그 색안경은 사람들이 알아서 낀 게 아니라 한 위원장이 나눠준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좋은 말’의 의미가 정치인의 삶의 궤적과 일치할 때만 그 말에도 힘이 생긴다는 뜻이다. 강상구 교장은 2019년 <노회찬의 말하기>(이음), <언제나, 노회찬 어록>(루아크)을 출간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노회찬재단에서 ‘약자들의 무기, 노회찬의 말하기 교실’을 진행했다. 연 1회로 기획됐던 강의는 문의와 요청이 잇따르면서 곧 2기 강의 개설을 앞두고 있다. 연 7회로 일정도 대폭 늘어났다. 강 교장은 “노회찬의 말이 주는 후련함은 지금 양당 정치세력의 극단적 지지자들만 열광하게 하는 후련함과 달랐다. 평범한 국민, 사회적 약자들이 ‘내가 주인이구나’라고 알게 되는 후련함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3일 서울시 구로구 천왕동에서 강상구 노회찬정치학교 교장을 만났다. -정치인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말에 주목하는 이유는. “정치인의 말은 공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인의 말’이라고 하면 ‘막말’이 떠오를 정도로 경쟁세력에 대한 분노만 부추기는 말이 너무 많다. ‘막말’은 지지자를 결집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 막말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극렬 지지세력의 반응도 더해진다. 일종의 ‘매운맛’ 중독이다. 그런 말들이 쌓이고 쌓여 물리적인 폭력으로까지 연결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또 거대양당 간 막말을 앞세운 싸움 속에서 비정규직, 기후재난, 소수자의 권리 등 약자들의 시급한 문제들은 실종된다. ‘노회찬의 말’이 있던 시기에는 막말의 바다 속에서도 사람들이 바라볼 수 있는 ‘부표’ 같은 게 있었다. 지금은 그게 보이지 않는다. 막말 중독에 해독제가 없는 셈이다. 정치인의 말이 정쟁의 도구, 차별·혐오의 도구가 된 상황에서 말을 평등의 도구, 풍자의 도구 나아가 약자의 무기로 썼던 노회찬의 말에 주목하는 이유다.” -노회찬 의원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을 앞두고 방송사 토론에 나서면서 대중에게 각인됐다. 양당체제를 비판하며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라고 말한 일은 지금도 유명하다. ‘판갈이론’은 이전부터 있었는데, 유독 노 의원의 말이 큰 화제가 됐던 이유는 뭘까. “‘삼겹살 불판’은 ‘정치치제를 바꾸자’는 말이다. 어려운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상에서 쓰는 말들도 아니었다. 노 의원이 ‘삼겹살 불판’이라는 친숙한 재료를 사용해 메시지를 담아냈기에 화제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 물론 비유 자체의 신선함만으로 사람들이 그렇게 오래 기억하지는 않는다. 철학이 없는 비유는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당시 노 의원은 ‘삼겹살 불판’만이 아니라 국민의 시선, 사회적 약자들의 시선에서 새로운 논리, 신선한 비유·풍자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노 의원은 ‘TV 보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이 정치의 주인이다’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예를 들면 당시 법원은 2002년 한나라당이 LG그룹으로부터 150억원이 실린 2.5t 탑차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받은, 일명 ‘차떼기’ 사건 판결에서 재벌 총수, 국회의원의 형을 감경해줬다. 노 의원은 이에 대해 ‘국회의원은 3선 의원이므로 형을 낮춘다. (재벌 총수는) 한국경제에 오랫동안 이바지한 바가 크므로 낮춘다. 다 그런 식이에요. 국가 경제를 위해 30년 동안 노동자로 일해왔기 때문에, 지난 25년간 농사짓느라고 땀 많이 흘렸기 때문에 형을 경감한다, 이런 판결 있습니까?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생전 처음 듣는 논리였지만, 이 발언으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하나, 만 명만 평등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드러냈다. 동시에 노동자와 농민, 사회적 약자들, 소위 힘없고 백없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올려놓았다. 그 외에도 많다.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주당, 자민련 의원들이 서로 발언하겠다고 나섰다. 사회자가 이를 제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밖에서는 국민을 괴롭히더니, 안에서는 사회자를 괴롭히네요’라고 말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함께 후련함을 남겼다. 이 후련함은 양당의 정치세력이 할 말 못할 말 다하면서 극단적 지지자들만 열광하게 하는 지금의 후련함과는 다르다. 평범한 국민, 사회적 약자들이 ‘내가 주인이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저거였어’라고 알게 되는 후련함이다. 당시 토론을 보던 국민 입장에서는 명절도 아닌데 종합선물세트를 덜컥 받은 느낌이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구성품이 가득했고, 그 구성품 하나하나가 국민의 목소리 그 자체였기 때문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노회찬의 말’이 있던 시기에는 막말의 바다 속에서도 사람들이 바라볼 수 있는 ‘부표’ 같은 게 있었다. 정치인의 말이 정쟁의 도구가 된 상황에서 말을 평등의 도구, 풍자의 도구 나아가 약자의 무기로 썼던 노회찬의 말에 주목하는 이유다.” -노회찬 의원 말의 원천, 철학은 무엇이었나. “‘노회찬의 말’의 근원은 ‘약자와 함께하는 철학’이다. 말로만 약자를 위하는 것과 실제 그런 철학을 지니고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최근 한동훈 위원장의 ‘동료 시민’이라는 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의 사전적 의미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정치적 권리를 갖고 있는 주체’다. 만약에 노 의원이 ‘동료 시민’이라는 말을 썼다면 모두 수긍했을 것이다. 한 위원장도 ‘동료 시민’의 뜻을 지식의 수준에서는 이해하고 있겠지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좋은 의미의 말이 ‘한동훈’이라는 메신저에게서 나오자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 색안경은 사람들이 알아서 낀 게 아니라 한 위원장이 나눠준 것이다. 대다수의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많은 정치인이 ‘공정’, ‘평화’, ‘상식’ 등의 좋은 말을 하지만, 그들은 그런 말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좋은 말’이 뻔하고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노회찬 의원은 ‘뻔한 말’을 실제 삶에서 구현하려 했던 사람이다. 노 의원은 어떤 원칙을 가졌기에 그렇게 살게 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야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살았을 뿐이에요.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옳다고 믿으면 행하라, 이렇게 교과서에서 배웠지 옳은 건 옳은 것이지만 대충 불리할 때는 뒤로 빠져라, 그렇게 가르치는 선생님은 한분도 안 계셨습니다.’ 교과서가 ‘뻔한 말’의 잔칫상 같은 것 아닌가. 그 말을 보고 진짜 삶을 그렇게 살아버린 것이다. 노회찬 말의 힘은 ‘말 아닌 것의 힘’ 바로 삶에서 나왔다.” 2017년 2월 노회찬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회찬의 말’과 일치되는 정치인 노회찬의 궤적을 소개해 달라. “‘투명인간’으로 불렸던 분들과 늘 함께했다. 2009년 쌍용자동차정리해고 반대투쟁, 용산참사 현장 등 긴급한 필요가 있는 현장에 항상 함께했다. 국회의원으로서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21년 제정됐지만, 2017년 4월 노 의원이 사회운동 연대단체와 함께 준비해 발의한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이 그 토대였다. 2007년에는 민주노동당 민생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법제화를 위한 운동을 해 전국의 영세자영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당시 노 의원은 신용카드사들이 대형 유통업체에는 낮은 수수료를 받으면서 중소상인들에게는 폭리를 취하는 행태를 지적했고, 2007년 11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대폭 인하됐다. 이 노력은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돼 2018년 ‘중소자영업자의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확대를 위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발의로 이어졌다. 차별과 혐오에 맞선 싸움도 중요했다. 2005년에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고, 2007년 통과됐다. 2006년에는 ‘성전환자의 성별 변경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2008년에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차별금지법에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금지’가 포함돼 있다. 노 의원은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을 두고 ‘우리의 민주화가 절반밖에 안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회찬의 말하기 특징으로 ‘선명하게 말하기’, ‘쉽게 말하기’, ‘친절하기 말하기’, ‘재미있게 말하기’, ‘통쾌하게 말하기’ 등을 꼽았다. “앞의 세 가지는 ‘말의 철학 및 자세’와 관련된 것이다. 뒤의 두 가지는 ‘말의 기술’에 대한 것이다. 흔히 노회찬 의원을 떠올리면 ‘말의 기술’을 주로 떠올리지만 이는 수면 위에 올라온 것이고, 수면 아래에는 ‘말의 철학 및 자세’가 거대하게 자리하고 있다. ‘선명하게 말하기’는 과격하거나 거칠게 말하는 것과 다른데 어느 당을 막론하고 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 잘 들려야 선명한 거다. 노 의원은 “정치를 배달증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의 뜻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자신의 말이 쉽고 일상적으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 ‘내가 한 말은 이미 누가 한 말이다’라는 말도 했다. 말의 창조자이면서 동시에 수집가였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며 ‘말의 재료’를 건져 올리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책에서 본 말을 읊조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대변해야 하는 사람들의 말을 하는 게 정치인의 기본이다. 쉽게 말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노 의원의 말 중 요즘 같은 때 소개하고 싶은 재미있고 통쾌한 말이 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중국 건국 55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여했을 때, 방중을 비판하는 당원들도 있었다. 중국공산당의 천안문 사태 무력 진압, 티베트 인권 탄압 때문이었다. 당시 노 의원은 ‘외교는 사교가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요즘 딱 들어맞는 말 같다. 또 ‘대다수 국민에게는 대한민국이 험지입니다’라는 말도 했다. 선거철에 정치인들이 당선 가능성만을 두고 ‘험지냐 아니냐’를 따지는데, 많은 국민은 대한민국에서 학교 다니기 힘들고, 취업하기 힘들고, 아이 키우기 힘들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치인의 말하기가 점점 ‘토론 배틀’처럼 돼가는 경향이 있다. “정치세력 간에 전쟁하듯 싸우지만, 거기에는 진짜 삶 속에서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없다. 정치라는 무대에 선 ‘잘난 자들’끼리의 격투기에 불과하다. 노회찬 의원은 정치라는 무대 위에 ‘무대 밖의 프레임’을 갖고 왔다. 관중으로 머물기를 강요당한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주는 일이었다. 예컨대 노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306세대’를 언급했다. ‘386(3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라는 말에는 대학에 다녔다는 의미가 들어 있지만, 그 세대 중에는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이 사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국회의원, 재벌 감형’ 비판도 마찬가지다. 이런 프레임이 신선하게 보이는 건 한국 정치의 주류에게는 없는 사고의 틀이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단지 토론에서 이기는 것, 타당을 비판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이 이기는 것, 기존 양당제의 폐해를 넘어 새로운 정치체제로 나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토론에서도 ‘무대 밖의 프레임’을 견지했다.” -총선을 앞두고 노회찬 의원을 언급하는 정치인이 많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함께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라고 말했다. “여성에 대한 혐오에 기반해 정치적 자산을 쌓은 게 이준석 전 대표다. 노회찬 의원이 최초로 발의한 법안이 ‘호주제 폐지 법안’이었다. 3월 8일 여성의날마다 장미꽃을 나눠줬다. <82년생 김지영>(조남주·민음사)을 읽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권했고, 조남주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야만으로부터 탈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야만에 편승했던 게 이 전 대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노회찬의 정의당’까지 함께할 수 있다니. 그동안의 과오를 반성하겠다는 뜻인가. 그런 거라면 부끄러워 말고 솔직히 말하길 바란다. 노회찬 의원이 계셨더라면 ‘정상참작’을 해보겠다거나 ‘성평등 세상으로의 귀순을 환영한다’고 했을 수도 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이 전 대표가 아무리 김칫국을 마셔도 노회찬 의원이 떡 줄 생각을 했을 리가 없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말이 쏟아진다. 정치인의 말은 어떠해야 할까. “정치인의 말이 한 사회에 모범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정치권이 말의 우범지대가 됐다. 정치인의 말이 사회변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또 지금 정치인들의 말은 그저 정쟁의 수단이다. 일례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취임사에는 복수심만 가득했다. 민주당 싫은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새로 뽑힌 운전사가 보복운전을 다짐하면 되나. 국민을 안전하게 목표지점으로 모시고 갈 생각 같은 건 없나. 노 의원은 ‘분노는 뜨겁지만 물도 끓일 수 없다’고 했는데, 이런 식의 분노가 제일 하찮은 분노다. 세상의 변화나 시민들의 삶에 대한 비전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불가능한가. 예를 들어 주요 정치인들이 기후재난 대책을 놓고 격론을 벌이는 일을 본 적이 없다. 그런 걸 좀 해보자. 끝으로 품격 있고 세련되게 말하자. 위트가 가미되면 더 좋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이다. 2018년 정의당 신년인사회 때 노회찬 의원은 ‘포복절도의 한 해를 만들겠습니다’라고 했다. ‘가득 찰 포(飽), 배 복(腹)으로 배를 가득 차게 만들고, 절도(絶盜)는 도둑을 근절하겠다는 의미’라면서 ‘민생을 챙기고 세금도둑, 양심도둑을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올해가 진짜 그런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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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봉석의 기후환경 이야기](8)오염수 논쟁, 과학인가 정치인가(2023. 07. 14 11:20)
- 2023. 07. 14 11:20 경제
-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났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2019년 2월 18일 방사성 오염수를 저장해놓은 탱크가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보인다. / 로이터연합뉴스 2011년 3월 11일 일본 산리쿠 연안 태평양 앞바다에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9가 넘는 거대지진으로 동아시아 국가 사상 역대 최대의 해저 지진이다. 바다에서 발생한 거대지진은 곧바로 강력한 쓰나미를 발생시켰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두 차례의 쓰나미가 덮쳤다. 이 사고로 원자로 3기가 녹아내렸다. 운영자들은 녹아내린 연료를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원자로에 주입했다. 12년 지난 지금도 계속되는 냉각 과정에서 매일 130t 이상의 오염수를 발생시킨다. 사고 이후 130만t이 넘는 핵폐수를 수거·처리해 원전 내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의 탱크 저장 공간이 없기에 태평양에 방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일본은 삼중수소라는 방사성 동위원소와 다른 방사성 물질 미량이 포함된 폐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2023년 7월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관련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일본이 선택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접근 방식과 활동이 국제적인 안전 기준과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를 근거로 올여름 안에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30~40년 동안 바다로 방류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과학 논쟁 이 오염수 방류를 놓고 과학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몇몇 언론과 정치인들은 IAEA는 국제적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과학기구이기에 IAEA 보고서의 내용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사실을 정쟁 도구로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일본과 IAEA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맞는가? 그들의 주장이 과학적이지 못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IAEA는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권장”하는 국제기구다. 동시에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 목적에 원자력이 사용되는 것을 억제하는 사찰기구다. 따라서 순수한 과학적 목적으로 이뤄진 기구가 아니다. 동시에 원전 사업자들과 특수한 이해관계를 가지며 원전 사업의 확장을 추구한다. 이는 마치 설탕 사업자들이 모인 에이전시(Agency)가 설탕 회사가 만든 설탕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설탕의 안전성을 정확하게 검사했다고 해도, 그 에이전시의 이해관계상 설탕의 검사결과에 의심의 눈길을 없애기 어렵다. 둘째, 일본과 IAEA의 주장이 과학적이라는 것에는 보편성의 문제가 있다. 어떤 결과가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과정과 방법이 보편적이어야 한다. 누구든지 그 과정을 똑같이 따랐을 때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과학의 재현성이라 하고, 과학적 방법의 황금률이자 초석으로 여겨진다. 어떤 과학자가 자신이 발견한 장치나 방법으로 어떤 효율의 성능을 가졌다고 주장하려면 다른 이가 같은 장치나 방법으로 실험했을 때 같은 효율의 정량적 성능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 주장에 보편성이 있다.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는 일본업체가 만든 ALPS라는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IAEA에서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ALPS는 직렬로 연결된 여러 개의 필터를 오염수가 통과하는 형태다. 단계별로 특정 물질에 해당하는 흡착 물질을 사용해 거르는 구조로 돼 있다. 또한 ALPS는 삼중수소는 거르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되는 것으로 발표됐다.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이 오염수 처리 설비가 구체적으로 어떤 필터 구조를 가지고 동작하는지, 어떤 오염 물질을 어떻게 흡착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다. 따라서 ALPS는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장비라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ALPS는 운행 중 처리수 누출사고, 오작동에 의한 긴급정지 사고 등이 있었다. 그리고 농도가 높은 오염수를 처리할 때 위험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고 도쿄전력도 인정했다. 도쿄전력은 농도가 높은 오염수의 경우 ALPS를 여러 차례 거칠 것이기에 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그들의 주장을 믿고 싶다. 그 장치가 정말 그렇다면 130만t이 넘는 핵폐수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이 과학적이라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고, 이해관계가 없고 객관적인 제삼자의 정량분석을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일본은 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기준치 이하로 묽게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면 괜찮다는 입장이다. 방사성 핵종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오염수가 방류돼도 주변 국가에 끼칠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은 그러나 어렵고 여러 가정-예를 들어 초기조건, 경계조건, 모델 단순화-이 많이 포함된다. 이는 시뮬레이션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과학적으로 정량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의 검증과정이 필요하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가 증명되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 결과치와 비교하는 모델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희석이 해결책이라는 현 시뮬레이션 분석은 유기 결합, 생물 축적 및 생물 농축의 생물학적 과정과 지역 해저 퇴적물에 축적되는 현실을 무시한다. 축적된 폐냉각수에 포함된 방사성 핵종 대부분은 반감기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이른다. 그 해로운 영향은 조개, 굴, 게, 랍스터, 새우, 생선 등 같은 해양생물에 미치고 그 해양생물을 섭취하는 사람들의 DNA 손상과 암 위험 증가에 이른다. 이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이런 이유로 미국해양연구소협회(NAML)는 오염수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해양연구소협회는 ALPS가 오염수에 존재하는 60여 가지의 방사성 핵종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했다는 중요한 과학적 데이터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희석이 오염의 해결책이라는 가정은 가장 큰 생물학적 자원을 보유한 태평양을 위협하기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과학을 벗어나는 문제 무엇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는 문제를 가진다. 일본의 선례로 한국과 서해를 공유하는 중국에서 비슷한 경우로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 역시 1993년 러시아 해군이 방사성 폐기물을 동해상에 방류했을 때, 이웃 국가는 물론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항의했다. 그 결과로 1996년 런던협약이 개정돼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금지를 더욱 강화했다. 과학적으로 오염물질의 농도가 얼마 이하라고 말하는 것과 그것을 바다에 방류해도 괜찮은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정치·외교적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IAEA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전 일본 정부는 IAEA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역설적으로 IAEA 최종보고서 첫 장에는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핵폐수 처리수의 방출은 일본 정부의 국가적 결정이고, 이 보고서가 그 결정에 대한 권고나 지지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고 있다. 서로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 전대미문의 결정을 어떻게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로가 판도라의 상자를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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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 문화 기행]정치인의 스캔들에 대응하는 독일의 자세
- 2012. 11. 20 17:24 육아/교육
- 우리는 정치인들의 스캔들을 자주 접하는 까닭에 관련 뉴스를 들어도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쉽게 용서를 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독일은 정치인의 스캔들에 어떻게 대응할까? 1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2 독일 집권 여당의 정치인 구텐베르크. 3 독일 제1야당 자유민주당의 유럽 대표의원 코흐메린. 4 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 아네테 샤반. 5 교육부장관 차치마르카키스. 6 구텐베르크의 복귀를 원하는 사람들의 페이스북.1 매번 교수님께 리포트를 내거나 석사 논문을 제출하고 난 뒤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혹시 어디서 문장을 그대로 도용하진 않았을까’, ‘주석을 제대로 밝혔는가’라며 스스로 생각해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겨울이었습니다. 총선이 열리기 전, 정치인들의 비리가 여러 건 터졌습니다. 뇌물, 성 상납, 성추행과 같은 스캔들이었죠. 사실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큰 사건들이지만, 정치인들에게는 항상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2 그런데 단 하나,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표절된 논문을 다시 표절한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후보가 교수직을 사퇴했지만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논문을 쓰는 것이 제 일이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도 있습니다. 또 제 어머니 세대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신 분들이 많지 않고, 논문에 대한 지식이 적거나 관심이 전혀 없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조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를 관대하게 바라보는 친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3 독일 집권 여당의 정치인 칼 테오도르 주 구텐베르크(Karl-Theodor zu Guttenberg) 박사의 논문 표절은 독일 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2009년 경제기술부 장관을 지냈으며 2011년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40대의 법학자 출신의 전도 유명한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러나 2011년 2월 중순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고, 4월에는 논문 표절이 확정되면서 바이로이스 대학의 박사 학위가 취소된 것과 동시에 “큰 실수였다”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정치 관련 모든 임무를 사퇴했습니다. 4 독일 정치인들의 논문 표절 의혹은 현 교육부 장관 차치마르카키스(Chatzimarkakis)의 박사 논문까지 이어졌습니다. 2011년 5월, 독일 제1야당 자유민주당의 유럽 대표의원 질바나 코흐메린(Silvana Koch-Mehrin) 역시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여 유럽의회 의장직과 국회 부의장직을 사퇴했습니다. 한 달 이후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그녀의 박사 학위를 취소했고, 그해 12월 대학의 결정을 받아들였습니다. 구텐베르크와 코흐메린의 경우 모두 인터넷상에서 표절 논란에 휩싸였고, 약 한 달 반 안에 표절 심사와 정치 사퇴로 사건이 마무리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유민주당 차치마르카키스의 경우 특이한 것은 자신의 박사 학위를 폐지한 본 대학교에 법적 소송을 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2011년 7월 13일 표절 판정된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었지만요. 5 로버트 슈미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익명의 누군가가 지난 5월,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기독교민주동맹 아네테 샤반(Annette Schavan)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시했는데요. 구텐베르크와 코흐메린의 논문이 복사와 붙여넣기의 확실한 논문 표절이었다면, 이것은 내용을 교묘하게 짜깁기하면서 주석을 정확히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32년 된 이 오래된 논문을 대학에서 여전히 심사하고 있답니다. 이 건이 표절 시비로 결론 난다면 더욱 충격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의 직책이 현 교육학과 대학교수이자 독일 교육부 장관이기 때문입니다. 6 정치인들이 스캔들 이후 종적을 감춘 뒤 시간이 지나 다시 나타나는 것은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이맘때, 한 젊은 강사가 “왜 독일 사람들이 구텐베르크의 복귀를 그렇게 원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푸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사람의 생각을 훔치고 자신의 공으로 돌리며 그 타이틀을 도용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이에게 우리의 권리를 위임하는 것이 과연 그들의 실제 정치와 무관할지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 문제는 우리들의 인식에서 출발해 사회적으로 다뤄지고 판단되는 문제이니까요. 독일 통신원 오혜림(28) www.twitter.com/LeipzigBegabung 600년의 역사를 지닌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영재교육 석사 과정 졸업 후 현재 에어랑엔 뉘른베르크 대학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독일의 교육과 심리학 저변뿐만 아니라 문화·정치·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그녀와 트위터 친구가 되어보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그녀가 경험한 생생한 독일의 삶과 풍경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기획&정리 / 김민주 기자(www.twitter.com/min7765) ■글&사진 / 오혜림>
- 오혜림과 함께 떠나는 독일 문화 기행
- 대한민국 대표 여성 정치인 패션 따라잡기
- 2012. 10. 11 17:12 패션
- 연예인 공항 패션, 연예인 행사 패션만큼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여성 정치인들의 패션 스타일이다. 단정하고 깔끔한 혹은 활동적이고 경쾌한 스타일링으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여성 정치인들의 패션 세계를 공개한다. 박근혜 / 새누리당 대선 후보 Fashion Keyword Formal&Elegance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믿음과 신뢰라고 말하는 그는 옷차림 또한 보수적이면서 포멀한 느낌의 정장과 원피스를 착용한다. 하지만 대선 유세 등 대외활동을 할 때는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점퍼 등의 아이템도 즐겨 입는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밝고 화려한 색상의 의상을 입은 모습이 자주 포착되며, 여기에 고급스러우면서도 여성미가 드러나는 브로치나 목걸이, 시계 등을 함께 매치하는 추세. Styling Hint 1 활동이 편안한 점퍼에 셔츠를 매치해 스포티한 느낌과 동시에 단정한 느낌을 준다. 플랫칼라 화이트 셔츠 11만9천원, 올리비아로렌. 스트링 장식의 라이트 그레이 점퍼 가격미정, 이새. 활동성을 배려한 블랙 크롭트팬츠 5만9천9백원, 유니클로. 시크한 느낌의 그레이 플랫 슈즈 17만9천원, 나무하나. 2 강렬한 느낌의 레드 재킷에 블랙 팬츠를 매치해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포멀한 느낌을 연출한다. 심플한 디자인의 블루 셔츠 17만8천원, 제시뉴욕. 단정한 느낌의 레드 재킷 22만9천원, 이사베이. 베이식 실루엣의 네이비 팬츠 가격미정, 제라르다렐. 크로커다일 패턴의 레더 백 1백5만원, 마리아꾸르끼. 고급스러운 디테일의 펌프스 17만9천원, 나무하나. 진주로 포인트를 준 골드 브로치 가격미정, 제이미앤벨. 클래식한 연출을 위한 진주 목걸이 가격미정, 제이미앤벨. 외국 여성 정치인 스타일 No. 1 마거릿 대처 / 전 영국 총리 클래식하고 우아한 룩을 즐겼던 마거릿 대처. 동시에 파워풀한 면모를 부각시켜주는 의상으로 푸른색 스커트 투피스를 자주 입었다. 여기에 그는 고급스러운 하이 주얼리 브랜드의 액세서리로 의상에 포인트를 주며 자신의 시그니처 룩을 완성했다.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 ‘철의 여인’에서 그의 엘리건트한 스타일을 감상할 수 있다. Styling Hint 1 아이보리 컬러 시폰 블라우스 8만9천6백원, 샤트렌. 산뜻한 느낌이 돋보이는 블루 스커트 정장 가격미정, 칼리아. 2 하프 현이 떠오르는 리르링과 볼륨감있는 디자인의 아르슈링. 모두 가격미정, 루시에 . 나경원 / 2013 평창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 Fashion Keyword Feminine&Sensible 평소엔 무채색 계열의 고급스러우면서도 단정한 정장에 스카프나 코르사주, 브로치 등의 액세서리를 매치한다. 블랙 재킷을 착용할 때는 컬러감이 돋보이는 이너웨어나 스카프를 매치해 재킷이 주는 매니시한 느낌을 완화시킨다. 셔츠나 점퍼를 입을 때도 프릴 장식이 있는 디자인으로 늘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그는 ‘원조 얼짱 여성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세련된 룩을 선보인다. Styling Hint 1 페미닌하면서도 포멀함을 연출하는 컬러와 디자인의 슈트 스타일링. 액세서리의 컬러 또한 상의와 맞춰 더욱 깔끔한 느낌이다. 아이보리 컬러 실크 블라우스 15만7천원, 샤트렌. 레드 커프스 장식 네이비 컬러 재킷 23만9천원, 나이스크랍. 비대칭적인 프릴 장식 스커트 7만8천원, LIST. 실버톤 브로치 가격미정, 제이미앤벨. 체인 스트랩 블랙 레더 백 50만5천원, 더블엠. 블랙 페이턴트 펌프스 10만원대, 엘리자벳. 2 전체적으로 톤 다운된 컬러와 부드러운 곡선의 디자인을 선택해 딱딱할 것이라는 정치인의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것이 스타일링 포인트. 라운드 네크라인의 화이트 시폰 블라우스 13만9천원, 이사베이. 턱시도 칼라 그레이 재킷 20만2천3백원, 칼리아. 다크 베이지 컬러가 여성스러운 스커트 23만8천원, 아니베f. 리본 장식 브라운 펌프스 31만8천원, 키사. 사각 펜던트 귀고리 3만원대, 케이트앤켈리. 경쾌한 패턴의 시폰 스카프 10만원대, 마리아꾸르끼. 외국 여성 정치인 스타일 No. 2 미셸 오바마 / 미국 대통령 영부인 하이패션 브랜드부터 중저가 패션 브랜드를 넘나들며 다양함을 추구하는 미셸 오바마. 패션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는 호사가들의 평도 있지만, 글래머러스한 자신의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스타일로 패셔너블한 영부인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Styling Hint 1 실루엣이 드러나는 패턴 원피스 21만8천원, 제시뉴욕. 2 앞코에 스틸 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펌프스 42만8천원, 쉐에보카. 3 볼드한 골드 스톤 브레이슬릿 가격미정, 에이치스턴. 박영선 / 민주통합당 의원 Fashion Keyword Mannish&Minimal 방송인 경력이 있는 만큼 전문적이고도 깨끗한 이미지 연출을 즐긴다. 페미닌한 느낌의 의상보다 디테일이 많지 않은 블랙 정장을 자주 착용하며 때에 따라 컬러감 있는 이너웨어로 변화를 준다. 여성 의원들이 자주 하는 브로치조차 잘 하지 않을 정도로 매니시하고 절제된 패션 스타일을 선보인다. 액세서리를 하더라도 눈에 띄지 않는 작고 심플한 아이템을 선택해 여성스러운 면모를 강조하기보다 비교적 보수적인 스타일을 연출한다. Styling Hint 1 스커트 차림에서도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택해 여성성보다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강조한다. 스탠더드 칼라의 스카이 블루 셔츠 4만9천9백원, 유니클로. 군더더기 없는 다크 그레이 재킷 9만8천원·스커트 5만8천원, LIST. 견고한 디자인의 캐멀 컬러 토트백 68만원, 마리아꾸르끼. 클래식한 느낌의 태슬 장식 펌프스 27만8천원, 키사. 2 올 블랙 슈트에는 컬러 이너웨어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그의 스타일링 노하우. 생동감이 느껴지는 그린 블라우스 9만원, 샤트렌. 테일러드 칼라의 심플한 블랙 재킷 15만8천원, LIST. H라인 블랙 팬츠 10만원대, 조이너스. 블랙 스틸레토 힐 10만원대, 엘리자벳.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진주 귀고리 가격미정, 제이미앤벨. 클래식한 느낌의 시계 10만원대, 크리스찬모드. 외국 여성 정치인 스타일 No. 3 힐러리 클린턴 / 미국 국무부 장관 정치관뿐 아니라 패션 스타일 또한 단호하며 계획적인 이미지를 고수하는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내에서도 진주를 사랑하는 명사로 잘 알려졌다. 권위 있는 직책인 만큼 재킷을 즐겨 착용하며 스카프를 함께 매치하기도 한다. Styling Hint 1 칼라 디자인이 독특한 베이지 재킷 10만원대, 쉬즈미스. 2 블루와 골드 컬러 프린트가 화사한 스카프 12만9천원, 데코. 3 멀티 컬러 진주 목걸이 가격미정, 제이미앤벨. 김재연 / 통합진보당 의원 Fashion Keyword Young&Casual 19대 국회 개원 첫날, 퍼플 미니스커트를 착용해 주목받았던 김재연 의원.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인 만큼 보수적인 패션보다 젊은 감각의 룩을 즐긴다. 모노톤 일색인 국회에서 다채로운 컬러의 상의와 버튼 장식으로 경쾌한 느낌을 주는 재킷 등을 스타일링해 시선을 끌고 있으며, 옆으로 긴 사각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이 자주 포착되기도 한다. 대외활동에서는 트렌치 재킷이나 셔츠 등을 착용해 젊고 활동적인 정치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Styling Hint 1 톤앤톤 컬러 매치로 더 늘씬하게 보이도록 연출한다. 심플한 화이트 셔츠 8만원대, 쉬즈미스. 롱 베스트 가격미정, 아돌포 도밍게즈. 톤 다운된 오렌지 컬러 팬츠 11만4천원, 아날도바시니. 벨트 6만9천원, 올리비아로렌. 엔벨로프 디자인의 클러치백 가격미정, 블랙마틴싯봉. 리본 장식 플랫 슈즈 29만8천원, 네오리즘. 2 비교적 짧은 기장의 스커트로 젊은 여성의 도전적인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한다. 와인 컬러 실크 셔츠 4만1천3백원, 무자크. 블랙 재킷 22만8천원, 아날도바시니. 머스터드 컬러 미니스커트 13만8천원, 온앤온. 브라운 레더 스틸레토 힐 19만9천원, 나무하나. 밋밋한 룩에 포인트를 주는 코스튬 목걸이. 10만원대, 세렌. 견고한 디자인의 빅 토트백. 가격미정, 쉐에보카. 외국 여성 정치인 스타일 No. 4 카를라 브루니 / 전 프랑스 대통령 영부인 영부인 당시에도 모델, 가수, 배우 등으로 활동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카를라 브루니는 패션 감각 또한 남달랐다. 늘씬한 몸매를 뽐내며 프랑스의 고급 패션 브랜드 의상을 선호했으며, 남편과의 키 차이를 줄이기 위해 늘 플랫 슈즈를 비롯한 낮은 굽의 신발을 신었다. Styling Hint 1 고급스러운 소재감이 느껴지는 트위드 재킷 34만9천3백원, 칼리아. 2 상큼한 옐로 컬러가 돋보이는 플랫 슈즈 25만9천원, 나무하나. 3 포멀한 느낌의 베이지 토트백 60만원대, 코치넬리. <■진행 / 김성실(객원기자) ■사진 / 이주석 ■사진 제공 / 경향신문 포토뱅크, 「비판에 담담하게 시선에서 자유롭게」(미셸 오바마, 중앙북스), 「힐러리 클린턴 살아 있는 영어」(힐러리 클린턴, 리베르), 「완벽한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키아라 제미올리 저, 강현주 옮김, 디자인이음) 제품 협찬 나무하나·쉐에보카(02-512-4395), 네오리즘·쉬즈미스·코치넬리(546-7764), 나이스크랍·데코·무자크·올리비아로렌(02-548-3956), 더블엠·이새·조이너스(02-542-0385), 루시에(02-512-6732), 세렌·LIST·칼리아(02-545-5134), 샤트렌·이사베이·키사(02-3446-9949), 마리아꾸르끼·아돌포 도밍게즈·제라드다렐(02-540-4725), 블랙마틴싯봉·유니클로(02-3442-3012), 아날도바시니·엘리자벳·제시뉴욕(02-3442-0220), 아니베f·온앤온(02-514-9006), 에이치스턴(02-3443-5940), 제이미앤벨(070-8247-7834), 케이트앤켈리(02-508-6033), 크리스찬모드(02-508-6033) ■스타일리스트 / 김유미>
- 연하의 정치인과 결혼한 방송인 박정숙
- 2012. 06. 07 17:23 연예
- 박정숙은 본업인 방송은 물론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돕는 국제기구인 ‘호프키즈’ 대표로 활약해왔다.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에서 강의하는 그녀와 인터뷰한 지 벌써 5년이 됐다. 해를 넘기지 않고 결혼하겠다던 말은 옛말이 됐지만 늦은 결혼 발표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예비신랑이 연하의 정치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용하게 결혼하고 싶다”라는 그녀의 바람대로 지난 5월 19일 모 교회에서 비공개로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연하의 정치인과 6개월 만에 결혼 지난 4월 각종 매체를 장식한 결혼 기사의 주인공은 박정숙(42), 그리고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이재영(37) 당선인이었다. 반가운 소식에 박정숙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연결되지 않고 ‘해외 로밍 중’이라는 안내 멘트만 흘러나왔다. 며칠 후에야 통화가 이뤄졌는데 국제기구 일로 출장을 다녀온 길이라 했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정치인이 된 신랑을 의식해서인지 박정숙은 말을 아꼈다. “늦은 결혼인데 과분한 관심이 쏟아져서 민망하네요(웃음). 둘 다 워낙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5월의 신부인데도 날짜도 못 잡고 별다른 준비를 못 하고 있어요. 남편이 공무원 신분이어서 결혼은 최대한 간소하게,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박정숙은 5월 19일에 결혼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부인했으나 당일 식 올리기 한 시간 전에 인정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작은 교회에서 양가 가족과 친지만을 모시고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결혼식은 최대한 간소하고 소박하게 진행했다. 청첩장도 따로 돌리지 않고 모바일 청첩장으로 대신했다. 예물예단은 물론 화환이나 축의금도 생략하고 단출한 반지만 마련했다. 신랑 이재영 당선인은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예복 정장에 보타이를 맸고, 박정숙은 드레스 협찬 제의를 거절하고 모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빌렸다고 한다. 결혼식에 든 비용은 1천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애초 두 사람은 결혼을 6월 이후로 계획했으나 이 당선인이 5월 말 국회 등원을 앞두고 있어 5월에 서둘러 치른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출신 시어머니의 적극 지원 이 커플은 지난해 11월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에서 선배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고 한다. 만난 지 6개월여 만에 결혼에 골인한 셈이다. 예비신랑의 신분만큼이나 화제를 모았던 것은 박정숙보다 다섯 살 연하라는 점이다. 1975년생인 이재영 당선인은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한때 건설회사에 근무했으며,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개최하는 민간 기구인 세계경제포럼의 아시아팀 부국장으로 다년간 국제무대에서 활동해왔다.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그 경력을 인정받아 비례대표 24번으로 당선됐다. 이 당선인의 어머니는 제13대 국회의원을 지낸 도영심(65)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스텝(STEP) 재단 이사장이다. 도 이사장은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두 배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 지원했다고 한다. 1993년 서울여대 재학 시절 대전엑스포 홍보대사로 선발되어 외교사절로 세계 각국을 누볐던 박정숙은 이후 전문 방송인으로 데뷔해 ‘출발 모닝와이드’, ‘아주 특별한 아침’ 등의 MC로 활약해왔다. 2003년에는 ‘대장금’에서 문정왕후 역할을 맡아 연기자로 활동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일정을 쪼개 연세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일본 게이오 대학원에서 국제문화과정 연구원 활동을 했던 박정숙은 이후 국내 활동을 중단하고 유학길에 올라 미국 콜롬비아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는 강단에 서기도 했던 박정숙이 결혼만큼은 적기를 놓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골드미스’의 전형처럼 되어버린 박정숙이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역시 시대를 잘 타고난 거 같아요(웃음). 제 목소리를 내야죠. 예쁜 여자로만 남거나 착한 척하고 싶지 않아요. 아나운서 출신도 아닌데 전문 진행자로서 입지를 굳힌 것과 배우로 변신한 ‘대장금’의 성공은 제게 감당하기 힘든 행운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큰 인기를 얻는 것보다는 천천히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박정숙이 말한 ‘새로운 영역’은 다문화 가정 살피기로 이어졌다. 대표로 있는 호프키즈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문화예술 복지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는 등 여러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그녀는 ‘대장금’에 출연한 한류 스타이자 한국국제협력단 명예대사로 미국 PBS에서 방영된 김치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국 문화와 타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데도 누구보다 열심이던 그녀가 과연 정치인의 아내로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신혼여행은 6월께 여수로 다녀올 계획이다. 박정숙이 여수세계박람회 국제홍보위원으로 활동 중이라 겸사겸사 여수를 둘러보는 것으로 허니문을 대신할 예정이다. 신접살림은 박정숙의 일과 남편의 공무를 위해 서울 모처에 차린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 [理想한 사람들_일본 편]일본 최초 트랜스젠더 정치인 가미카와 아야
- 2012. 05. 04 18:29 화제
- ㆍ상식이란 알을 깨고, 세상을 바꾸다 일본에서 최초로 트랜스젠더라는사실을 공표한 후 세타가야 구 의원에 당선된 가미카와 아야. 연예계와 달리 정치계의 문은 성동일성장애인에게 굳게 닫혀져 있었다. 그 문을 당당히 열어젖힌 그녀. 그녀가 꿈꾸는 이상을 좇아가본다. ‘나는 여자다’ 스물일곱에 깨달은 성 정체성 일본 TV에서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동하는 사람 중 한두 명은 성동일성장애(생물학적으로는 정상이지만 인격적으로는 반대의 성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증상)를 갖고 있다. 한류를 폄하해 논란이 된 거구의 탤런트 마츠코 디럭스,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 출신의 미츠 맨그로브, 한국 명예 관광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던 미용 전문가 겸 방송인 이코는 대표적인 여장 남자 캐릭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태국에서 열린 트랜스젠더 세계미인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하루나 아이도 빼놓을 수 없는 여장 남자다. 이들은 방송에서 내뿜는 따끔한 독설과 호방한 기질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이들을 보고 깜짝 놀라지만 몇 날 며칠을 보고 있으면 금세 익숙해지고 친근감까지 느끼게 된다. 이들은 자신들이 겪은 차별과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곤 하는데, 그런 면에서 시청자들과 큰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인 듯하다. 이달의 주인공 가미카와 아야(上川あや, 44)는 1968년 도쿄 아사쿠사에서 삼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렇지만 형과도 남동생과도 자신이 좀 다르다고 느꼈다. 형과 남동생이 좋아했던 ‘울트라맨’, ‘스타워즈’ 그리고 야구에는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었다. ‘캔디캔디’에 열광했고 그 인형을 갖고 싶어 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주변 남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인근에는 가미카와 아야를 두고 진짜 예쁜 학생이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동창생들로부터 사귀자는 제안을 받았고 실제로 교제도 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니 당시 남자였던 그는 자신이 성동일성장애인이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는 대학에 들어갔고, 남자로 취직을 했고, 그렇게 살다보니 20대 후반이 되었다. 레이디경향(이하 LADY) 자신이 성동일성장애인이란 사실을 언제 알았나요? 가미카와 아야(이하 가미카와) 스물일곱 살 때요. LADY 그럼 그전까진 몰랐던 거예요? 가미카와 어릴 땐 그냥 좀 다른 줄만 알았어요. 제 안에 여성성이 있단 사실은 잘 몰랐죠. 근데 저뿐만 아니라 성동일성장애를 가진 사람 중엔 서른이 넘어서 아는 사람도 있어요.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살다가 자신의 또 다른 성에 눈뜨는 경우죠. LADY 어떤 계기로 자신의 성동일성장애를 알게 된 건가요? 가미카와 여자를 좋아해본 적이 없어요. 고교 시절에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말이에요. 제가 좋아했던 남자들이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걸 보면서 ‘도대체 나는 왜 그를 좋아하지도 못하고, 아이를 낳지도 못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참 허탈한 기분이었어요. 사회생활을 5년 이상 했는데, 일도 잘했고 평가도 좋았어요. 그런데 못 견디겠더라고요.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제 모습에 위화감을 느꼈고, 무엇보다 남자를 좋아하면서 남자인 척 살아가는 것도 힘들었어요. LADY 꼭 그렇게 그래도 여자가 되고 싶었나요? 가미카와 글쎄요. 결과적으로 여자가 되어버렸네요(웃음). 치마를 입고 싶고 화장을 하고 싶은 욕심은 없었어요. 징그럽던 넥타이와 양복을 벗어던지고 여자 옷을 입어보니 마음이 참 편해지더라고요. 제 자신의 본모습을 찾은 기분이 들었죠. 그렇게 어둡고 힘겨웠던 부분을 벗어던지고 마음 편한 것들로 하나 둘 채워가다 보니 어느새 여자가 되어 있었어요. 아주 자연스럽게. LADY 여자가 된 후 가족의 반응은? 가미카와 처음엔 좀 당황해하셨는데 요즘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저희 부모님에겐 성별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자기 자식이 아들이건 딸이건 자신의 길을 열심히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열심히 살아간다면 전적으로 응원해주시죠. 사회가 말하는 남녀, 학력 그런 것들이 아니라 제 자신을 믿고 따라주셨어요. LADY 반대하는 가족도 많다고 들었는데요. 가미카와 저희 가족도 처음엔 깜짝 놀랐죠. 그런데 사람이란 게, 몇 개월이나서도 놀란 상태로 지낼 수는 없거든요. 처음엔 놀랐다가도 몇 주 지나니까 익숙해지고 이젠 이런 제 모습을 받아들인 거죠. 2003년, 트랜스젠더 구의원의 탄생 가미카와는 성 정체성을 찾은 후 5년간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고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각종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호적 관련 서류가 필요한 정규 사원 자리는 엄두도 못 냈다. 마음은 여자이지만 사회에서는 가짜 여자였고, 가짜 인간이었다. 호적상 성별이 바뀌지 않는 한 평생 자신이 남자란 사실을 숨겨야 했고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할 처지였다. 성동일성장애를 가진 이들은 자신이 남자 혹은 여자란 사실이 발각될까봐 병원에도 못 가는 처지다. 결국 그녀는 2003년 세타가야 구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세타가야 구는 84만 명이 사는 도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저는 한때 남자였습니다”라며 전철역 앞에서 호소하는 그녀의 모습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일본 정치 역사상 최초로 성동일성장애를 공표한 후보자였기 때문이다. 처음엔 놀란 반응을 보이던 구민들이 점차 그녀를 위로하고, 그녀 편에 서준 결과 가미카와 아야는 일본 최초의 트랜스젠더 의원이 되었고 어느새 3선에 성공해 9년째 구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LADY 구의원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가미카와 처음엔 정치에 관심이 없었어요. 제가 성동일성장애인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호적상 성별을 바꾸지 않으면 생활이 매우 불편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많은 사람들이 병원조차 가지 못해요. 남자였거나 여자였던 사실이 발각될까봐서요. 그런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싶었어요. LADY 성동일성장애인이란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일이 두렵지 않았나요? 가미카와 물론 두려웠어요. 저 말고 다른 누군가가 선구자가 되길 기다렸어요. 구세주를 말이죠. 그런데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나서게 되었어요. 선구자는 사실은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잖아요. 수많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비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야 하니까요. 그런 아픔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게 아니라 제가 감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LADY 성전환수술도 하셨죠? 성형수술도 하셨나요? 가미카와 2003년에 성전환수술을 했고 성형수술은 하지 않았어요. 2004년 4월 20일에 성별이 여성으로 바뀌었어요. LADY 그날이 본인에게는 특별한 날이겠네요. 새로 태어난 생일 같은? 가미카와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는 제 마음이 여자임에도 호적상 성별을 여자로 바꾸기 위해 성전환수술도 해야 했고 성별 변경 제도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했어요. 2003년 세타가야 구의원이 된 직후 가미카와 아야의 첫 과제는 성동일성장애인의 성별 변경 제도를 만드는 일이었다. 마침 일본 국회에선 성동일성장애 성별 변경에 관한 특별법 초안이 작성될 무렵이었고, 가미카와는 각 당의 당수와 주요 인사를 설득하는 등 만나 법안 통과에 큰 힘을 보탰다. 그 결과 2003년 7월 10일 ‘성동일성장애자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의사로부터 성동일성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 20세 이상인 사람, 현재 미혼인 사람, 아이가 없는 사람 등 수많은 조건이 붙었지만 이로써 일본에서도 성동일성장애를 가진 사람이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LADY 여자로 살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나요? 가미카와 여자로 사는 것도 참 어렵더라고요.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과 남성에게 요구하는 것이 매우 달랐어요. 제가 남자로 회사에 다녔을 때는 중요한 일을 맡는 게 당연했는데, 여자로 회사에 다니면서 보니까 중책을 맡는 여성은 매우 드물었고, 중요한 사내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도 여자가 아닌 남자였죠. 여자는 비정규직이어도 괜찮은데, 남자가 비정규직이면 아쉽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이런 남녀의 차이를 보면서 남자로 살기도 힘들고, 여자로 살기도 힘들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LADY 남자로도, 여자로도 살기 힘든 사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가미카와 법적으로는 모든 회사에서 남녀 차별을 철폐하라고 되어 있지만 남녀 간에 차이가 발생하는 게 현실이에요.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죠. 마인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상식을 깨는 자가 사회를 바꾼다 “사회 통념과 편견으로 가득 찬 마인드가 차별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살기 힘든 사회를 만든다”라고 가미카와 아야는 말한다. 구의원이 된 후 그녀는 사람들의 편견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수많은 안건을 제시해 살기 좋은 구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녀가 바꾼 지난 9년을 돌아보기로 했다. LADY 의원이 된 지 벌써 9년째인데 어떤 정책을 펼쳐왔는지 소개해주세요. 가미카와 청각장애인 중에 수화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혹시 알아요? LADY 대부분 하는 거 아닌가요? 가미카와 땡! 잘못된 상식입니다. 도쿄의 경우 청각장애인협회에 따르면 17.7%에 불과해요. 구청에선 수화 통역사를 붙여주는 일이 많은데, 수화보다는 이야기 내용을 글로 요약해달라는 청각장애인이 더 많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글 요약 서비스를 시작했지요. 상식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정말 필요한 부분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해요. 혹시 도쿄에 살아요? 그렇다면 도쿄에 지진이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요? LADY 글쎄요. 그냥 무섭기만 해요.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가미카와 물 부족 문제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면 저수 탱크의 물을 관리하는 도쿄가 물을 나눠주지요. 그럼 각 구는 급수차로 물을 나눠줘야 해요. 여기 두 가지 문제점이 있어요. 하나는 세타가야 구의 급수차가 열 대밖에 없다는 거죠. 세타가야 구 인구의 22.5%, 무려 20만여 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되는데, 급수차 열 대가 모두 해결할 수 있을까요? LADY 열 대뿐이라고요? 가미카와 더 많을 줄 알았죠? 그게 바로 잘못된 상식이에요. 전 그런 상황이 됐을 때 과연 급수차가 올지, 안 올지도 조사했어요. LADY 두 번째 문제점은요? 가미카와 둘째는 저수 탱크의 내진 설계 문제예요. 구청에서 가장 가까운 저수 탱크는 80년 전에 만든 것으로 토목학회에서 중요 문화재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건물이에요. 이 건물이 대규모 지진에 견딜 수 있을까요? 그럼 못 견딜 경우엔 물은 어디서 구해야 할까요? LADY 가미카와 의원의 해결 방법은요? 가미카와 세타가야 구청 지하에서 물을 끌어올리도록 했어요. 현재 공사 중이고, 오는 9월부터 7만 명분의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물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어떤 공사를 해야 하는지도 제가 혼자 조사해서 보고서를 올렸어요. 그 안건이 구의회를 통과했지요. LADY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죠. 사실 지진을 막을 순 없잖아요. 가미카와 제가 문제 하나 낼게요. 도쿄에 산사태가 날까요, 안 날까요? LADY 그렇게 물어보니 산사태가 난다는 게 정답이겠지만, 이 평지대에서 산사태가 나나요? 가미카와 세타가야 구는 위험지 지도를 새로 만들었어요. 이것도 제가 제안했지요. 도쿄는 산을 깎고 강을 메워서 만든 땅이라서 지진에 매우 취약해요. 고베 대지진 때도 산사태 때문에 수많은 집이 휩쓸렸는데 도쿄의 경우 지진이 일어나면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요. 평평해 보이는 도쿄지만, 강을 메운 곳은 밑에 구멍이 나 있게 마련이거든요. 이런 곳에는 내진 설계가 완벽한 집을 지어도 지진이 나면 땅 자체가 떠내려가니까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그래서 세타가야 구는 아주 오래전 도쿄에 산과 강이 있던 시절의 지도와 비교해가면서 산사태 예상 지역 지도를 만들었어요. 이런 기본 지식을 구민들에게 전해주는 게 의원의 역할이죠. LADY 가정폭력에 처한 모자를 위한 지원 제도도 제안하셨죠? 가미카와 그건 저 혼자만이 아니라 여성 의원들과 같이했어요. 가정폭력을 피해 도망 온 여성들의 경우, 남편이 알고 찾아올까봐 주소지 등록을 못해서 아무런 제도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여성들을 위해 주소지가 없어도 일부 지원을 해주자는 의도에서 제안했어요. 지난 9년간 그녀는 그 어느 의원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그녀의 말을 옮기자면 ‘제일 공부 열심히 하는 의원’이다. 정부, 도쿄의회, 구의회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하나하나 검토하고 조사한 후,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꼼꼼히 지적하고 시정해왔다. 그녀가 해온 일들을 열거하자면 한 둘이 아닐 지경이다. 구청 홈페이지에 한국어를 싣자고 제안한 것도 그녀였다. 인공 항문 사용자를 위한 화장실 설치 확대를 제안해 실현시켰다. 앞서 말한 청각장애인을 위한 글 요약 서비스 제공,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블록 통일화도 해냈다. “아인슈타인이 ‘상식이란 18세까지 습득한 편견의 집합’이라고 말했어요. 자신이 가진 상식을 깨부술 때 자기 자신도 편해지고 타인을 받아들이게 되죠. 전 선구자가 되기 위해 사회를 바꾸고 싶은 게 아니라 상식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하나하나 조사하다 보니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고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거예요. 달걀로 바위 치기도 실은 어떤 방향에서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도 있거든요. 자세히 조사하고 개선점을 제안하면 실현된다는 걸 체험하며 살고 있어요.” 트랜스젠더 구의원이 꿈꾸는 이상 LADY 여자로 사는 게 즐거우세요? 가미카와 이젠 익숙해져서…. 즐겁다기보다 마음이 편해요. LADY 여자로 생활하면서 즐거울 때는? 가미카와 옷 구경하러 다닐 때(웃음). 화장하면서 혼자 보내는 시간도 좋아요. LADY 의원으로서 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은? 가미카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요. 도쿄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아요. 모르는 척 사는 게 도쿄에선 밸런스를 유지하는 방법이죠. 근데 이런 곳이야말로 재해가 일어났을 때 금세 무너지는 사회예요. 좀 번거롭고 불편하더라도 이웃에 누가 사는지 정도는 알고 조금은 간섭도 하면서 밸런스를 유지하는 관계를 만들어야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대화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LADY 당당하고 강인하게 사회와 어울리며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가미카와 자아 긍정감이요. 내 자신을 긍정하는 것.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제가 아주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전 그냥 저답게 살고 싶을 뿐이에요. 나답게 사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잖아요. 날씬한 체형, 살짝 꼰 다리와 손동작, 가느다란 목소리, 환하게 짓는 웃음 등 그녀를 남자로 보게 하는 요소는 어디에도 없었다. 연약한 어깨로 세상 모든 상식을 깨부수겠다는 여전사 가미카와 아야 의원은 오늘도 세타가야 구를 산책하며 구민들의 고충을 듣고, 바꿀 것들을 메모하며, 머리를 싸매고 공부한다. 아이슬란드의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는 동성 결혼을 한 세계 최초의 총리가 되었고 베를린 시장, 파리 시장도 커밍아웃한 게이다. “단지 성동일성장애인이란 이유로 시장이나 총리가 될 권리를 빼앗을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라고 그녀는 묻는다. 조금 다르면 어떤가. 세상을 바꾸는 힘은 늘 조금 다른 이들로부터 시작되어온 것이 아닌가 싶다. <■글 / 김민정(「레이디경향」 일본 통신원) ■사진 / 최이삭(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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