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244 건 검색)
- ‘디지털’이란 착각의 바다 속 따개비가 된 우리
- 2025. 01. 13 18:37문화
- 웹사이트·알고리즘·AI 등 일상이 된 디지털 기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작가들 ‘필터 버블’에 갇힌 현대인 AI 생성 이미지 오류 그리기도 “불안감 갖고 구조적 문제 탐구” 송예환 ‘따개비들’(2025),...
- [이윤학의 삼코노미]비스마르크의 착각
- 2025. 01. 07 20:11경제
- 근대 유럽에서 최고의 지도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독일 제국을 이룬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가 수위를 다툴 것이다. 그는 황제가 아니었지만 황제 이상의 영향력과 정치력으로 독일은 물론...
- 이윤학의 삼코노미
- [2025 수능]“시험장소 착각, 수험표 두고 왔어요”…수험생 긴급수송작전
- 2024. 11. 14 10:45사회
- ... 충렬고 시험장까지 수송하는 데 성공했다. 오전 7시 50분쯤 시험장을 지산고(부산 금정구 부곡동)로 착각한 수험생이 경찰 지구대를 찾아와 울면서 도움을 요청, 경찰관들이 수험생과 모친을 순찰차에 태워...
- 시험장수험표수험생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2025 대입수능
- 이준석 “윤 대통령 국정운영 ‘0점’···뭐든 할 수 있다는 착각에 정치 다 망가뜨려”
- 2024. 11. 12 15:44정치
- ... 하자 “0점”이라고 답했다. 그는 “본인이 굉장한 취약한 권력 기반 속에 있는데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정치를 다 망가뜨렸다”며 “결국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의 지지 기반을 해체시키면서...
스포츠경향(총 197 건 검색)
- [KS1]‘4차전에서 끝내겠다?’ KIA 김도영이 손가락 4개 폈다가 다시 5개 편 이유 “착각을 했어요”
- 2024. 10. 21 17:35 야구
- 21일 광주구장에서 인터뷰하는 KIA 김도영. 광주 | 김하진 기자 KIA 김도영은 지난 20일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미디어데이의 ‘단골 질문’인 “몇차전에서 끝날 것 같느냐”는 물음에 양팀 감독과 선수들이 손가락을 펴 보였다. 이범호 KIA 감독과 박진만 삼성 감독 등 양팀 감독과 대표 선수들은 대부분 손가락 5개를 펴보였다. 5차전에서 끝내겠다라는 목표였다. 그런데 김도영은 4개의 손가락을 펼쳤다가 황급히 5개로 펼쳐보였다. 약간 멋쩍은 표정으로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다음날 광주구장에서 만난 김도영은 “착각을 했었다”라며 “3승을 하면 우승하는 줄 알고 그렇게 냈었는데 잘못 냈었다”라며 뒷 이야기를 전했다. KIA 김도영(왼쪽) 등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양팀 선수단. 연합뉴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김도영은 “설레는 마음밖에 없다”라고 했다. 평소보다 잠이 좀 오질 않았다. 김도영은 “평소와 다르게 일찍 자려고 밤 11시에 눈을 감았다. 그대로 3시간이 흘러버렸다.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잠이 안 왔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김도영은 일단 부딪혀보기로 했다. 그는 “선배님들에게 찾아가서 따로 말은 해보지는 않았다. 경험을 해 보고 이부분이 어려웠다라고 물어보는게 맞는거 같아서 일단 부딪혀보려고 한다”고 했다.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후 여유 있게 시리즈를 준비했다. 연습 경기를 통해 타격감을 올렸지만 실전 감각 회복이 변수다. 김도영은 “내가 출루를 많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을 하고 들어가는게 맞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비에서는 따로 조언도 구했다. 김도영은 “(박)찬호 형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과감하게 플레이를 하고 에러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을 해주셨다”며 “내가 연습했던 위주로 기본기로 야구를 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 [SNS는 지금] 김종국이야 유세윤이야? 착각 일으키는 역삼각형 몸매
- 2024. 08. 28 13:54 연예
- 유세윤 인스타그램 코미디언 유세윤이 놀라운 근육질 몸매를 자랑했다. 유세윤은 지난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하며 “열흘 넘게 상체 운동 못함”이라고 적었다. 공개된 사진에서 선글라스와 초록색 모자를 쓴 유세윤은 상의 탈의를 한 채 근육을 과시하고 있다. 넓은 어깨와 역삼각형 상체가 눈길을 끈다. 유세윤 인스타그램 이와 함께 덧붙여진 다른 사진에는 녹음 부스 안에서 상의를 들어올린 그의 모습이 담겼다. 선명한 그의 복근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의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 역시 놀란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등이 많이 커졌다” “이정도면 김종국” “피지컬100 시즌3 나오시나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한편 유세윤은 채널S, 케이스타, AXN 공동 제작 예능 ‘니돈내산 독박투어3’에 출연 중이다.
- SNS는 지금
- [스경X현장]‘범바오’ LG 김범석 “내가 공 잘 친다고 착각했다···후반기엔 정말 잘 치고파”
- 2024. 07. 05 17:41 야구
- LG 김범석(오른쪽)이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퓨처스 올스타전 사전 행사에서 팬에게 타격 레슨을 해주고 있다. 인천 | 이두리 기자 “공의 이 부분을 맞춘다고 생각하고 배팅하면 됩니다. 좋습니다.” 일일 타격 코치가 된 ‘범바오’ 김범석(20·LG)은 팬들의 타격폼을 교정해주고 몸에 맞는 방망이를 골라 줬다. 그는 팬들의 각양각색 타격에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김범석에게 타격 코칭을 받은 ‘16년차 LG팬’ 임효령(16)군은 “우리 집은 할아버지 때부터 LG 팬이다”라며 “김범석 선수가 역시 타격의 달인답게 너무 잘 가르쳐 줬다”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범석은 지난해에도 퓨처스 올스타전에 출전해 MVP로 선정됐다. 올해는 1군에 있었던 시간이 더 길지만 또다시 퓨처스 올스타로 선정돼 2년 연속 출전하게 됐다. 김범석은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2024 KBO 퓨처스 올스타전 전 “(타격 레슨 행사에) 제 유니폼을 입은 팬분도 와주시고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뿌듯했다”라며 “작년에 MVP를 받았기 때문에 올해 목표도 MVP로 잡고 열심히 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LG 김범석. 이두리 기자 김범석은 이번 시즌 전반기 1군에서 부침이 많았다. 4월 타율 0.361을 기록했으나 점차 타격 정확도가 떨어져 6월 타율은 0.250에 그쳤다. 결국 지난 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범석은 시즌 초반 인기에 대해 “정말 한순간이라는 생각을 했다”라며 “그거 하나 잘 쳤다고 제가 정말 좋은 선수가 된 것도 아닌데 잘 쳤다고 마음이 편해졌던 것 같아서 후회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초반에는 페이스가 좋았는데 5~6월 들어오면서 페이스가 떨어지고 팀에도 도움이 별로 못 된 것 같다”라며 “이번 올스타 브레이크를 계기로 후반기에는 좀더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휴식도 취하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범석은 “요즘 방망이 컨디션이 떨어져서 출전 기회도 많이 없었고 중요한 상황에 타격을 못 했다”라며 “수비로도 많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안 좋은 모습을 몇 번 보여드린 것 같아서 아쉽다”라고 자신의 전반기 경기력을 평가했다. 그는 “훈련할 때 케이지에서 치는 만큼만 치면 되는데 욕심이 과해지다 보니 안타가 안 나왔다”라며 “장타가 안 나오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어져서 전체적으로 성적이 안 좋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범석은 “후반기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공을 잘 치면 되지 않을까”라고 결의를 다졌다. LG 김범석. 연합뉴스
- 스경X현장
- NCT 런쥔, 사생 착각해 일반인 번호 공개…SM “경솔한 행동 반성”
- 2024. 06. 21 16:01 연예
- NCT 런쥔.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가 NCT 런쥔이 일반인의 전화번호를 공개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21일 NCT 런쥔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일 런쥔이 자신에게 걸려온 모르는 연락처를 ‘사생’으로 생각하여 팬 소통 플랫폼에 노출하는 일이 있었다”며 “오픈된 플랫폼에 연락처를 공개한 점, 이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당사는 피해자분이 지역 경찰서를 방문하여 문의하였다는 연락을 받은 직후, 담당 수사관님을 통해 피해를 입고 계신 상황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고 게시글 삭제 조치를 취했다”며 “계속해서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할 것이며 피해자분께 연락을 삼가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현재 런쥔은 경솔한 행동에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으며 당사 역시 아티스트 관리에 부족했던 점 깊이 사과드린다. 다시 한번 피해자분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런쥔은 최근 지속적인 ‘사생’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에게 걸려온 모르는 전화번호를 ‘사생’ 번호로 착각하고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주간경향(총 21 건 검색)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5)“한·미동맹이 모든 문제 해결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윤 정부 단순해”(2024. 07. 22 06:00)
- 2024. 07. 22 06:00 정치
-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성일 선임기자 직능대표제가 없는 한국 의회제도에서는 비례대표가 직능대표적 성격을 갖는다. 이를 통해 국회는 ‘전문성’을 확보하고 각 정당은 비례대표 순번을 통해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제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인권’ 관련 종사자를 1번 후보로 내세운 뒤 2번 후보부터 차별성을 보였다. 이중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은 전직 외교관으로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 주러시아 대사 등을 지낸 위성락 후보(현 의원)였다. 그의 존재는 민주당이 외교 전문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남북협상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음을 상징했다. 사실, 위 의원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제20대 대통령선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 유세가 한창이었던 2021년 말, 주간경향은 윤석열, 이재명 대선후보의 정책공약을 만든 참모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때 윤석열 캠프에서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현재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캠프에서도 이들과 동등한 위치의 인물들이 참여했는데 그 시작이 바로 위 의원이었다. “현 상황에서 정부의 외교정책은 지나치게 교조적이고, 단순하다. 정부는 ‘동맹’ 딱 하나만 생각하고 있다. 동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외교관→대선후보 정책참모→국회의원으로 변모해왔다. 많은 변화를 거치며 그의 생각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했다. 이에 지난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위 의원을 만났다. 2년여 만에 만난 그의 첫마디는 “그때 한 이야기를 지금 시점에서 돌아봐도 앞뒤가 맞지 않거나 크게 어긋난 부분은 없다. 오늘 역시 일관된 입장을 들을 수 있을 것”이란 말이었다. 정치적 고려를 떠나 초당적 외교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여전히 ‘정치인’이 아닌 ‘외교관’의 모습이 보였다. -외교관, 대선후보 정책참모에 이어 직업 정치인이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그동안 주장의 객관성·독립성을 위해 정치권과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외교개혁을 주장해왔다. 이를 통해 한국 외교가 국가적 위상보다 후진적으로 인식되는 문제를 고쳐보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 정치와 힘을 합치지 않고 외부에서 의견을 내는 것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아무리 좋은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정파적 연결고리가 없으면 실천에 옮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 대통령선거 때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참여해 조언했다. 결과적으로 이제 정당에 소속이 됐지만, 그때 가졌던 문제의식은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 -외교는 정부의 ‘고유영역’ 아닌가. 야당 소속 외교안보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선, 한국 외교의 질적 상승을 위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입법을 통한 외교 인프라 강화를 추진하고, 만약 정부가 잘못하는 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밝히고 비판할 것이다. 견제뿐만 아니라 직접 대안을 내는 작업도 하려고 한다. 물론 정부만큼 대안이 구체적일 수는 없다. 정책 집행은 결국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추진하는 외교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의 큰 방향까지는 제시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외교가 실용성을 갖춰 선진 외교의 길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지난 7월 3일 외무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특임공관장 임용 시 자격요건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사적 인연만으로 임명되는 관행을 막기 위함이다. 어떻게 보면, 작은 사안일 수도 있지만 한국 외교의 질적 상승을 위한 기초 인프라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여론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일부터 할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김건희 여사의 활동 등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제기되는 의혹들은 사실로 밝혀지면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한 것들이다. 한국 외교의 주요 행위자일 수 없는 김 여사 문제에 시간을 쓰기보단 실질적 문제의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아주 단순하고 치우친 관점으로 대외관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그 결과 최악의 한·중, 한·러, 남북관계가 만들어졌고 최고조의 북핵위협과 맞닥뜨리게 됐다. 외교는 대통령이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개선을 위한 제도화에 집중하려고 한다.” -2년 전 인터뷰에서 ‘미국은 동맹이고, 중국은 동맹이 아닌 동반자라는 명확한 인식에서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도 그 방향을 말하지 않나. 무엇이 다른가. “한·미동맹을 기초로 주변국과의 관계도 형성해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달라진 부분은 없다. 다만 몇 가지 상황 변화가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러 대립은 보다 격화됐고,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는 강화됐다. 이로 인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증대되는 파생 효과가 생겼다. 중국과 러시아가 전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에 도움을 주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느슨하게 만드는 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정부의 외교정책은 지나치게 교조적이고, 단순하다. 한·미동맹 강화라는 기본 전제만 같을 뿐 운용에 있어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는 ‘동맹’ 딱 하나만 생각하고 있다. 동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한·미동맹이 어떻게 한·중, 한·러, 남북관계에 산적한 문제까지 다 해결해주나. 각각의 관계에 맞는 전략이 필요한데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더 고려해야 했나. “한·미동맹을 강화하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반작용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는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이는 동시성의 문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일단 동맹을 강화하고, 주변국과 문제가 생기면 그때 푼다’는 순차적 방식의 외교를 하고 있다. 미·중·러와의 관계를 동시에 살피는 큰 틀의 외교정책적 좌표가 없었던 것이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 주변국이 알아서 굽히고, 우리의 입지가 올라간다는 순진한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미동맹 강화로 북핵 문제에 관한 확장억제가 강화된 것은 맞지 않나. “억제력이란 것은 북한의 과도한 도발을 통제한다는 의미이지 북핵의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다. 확장억제가 강화되면 북한이 핵 개발을 못 하나. 오히려 이 과정에서 중·러가 북한에 기술적 지원을 하고, 미사일 실험을 막은 안보리 제재를 무력화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은 불가능한 쪽으로 몇 걸음 더 진전됐다고 보는 것이 더 객관적 평가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 통일도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현 정부가 북핵 문제를 확장억제 강화로 잘 대처했다는 평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행보가 중·러에 안보 딜레마를 불러일으켰다고 보는 것이 상황을 더 잘 설명한다.” 지난 6월 20일 위성락 의원 주도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러 관계 토론회/위성락 의원실 제공 -정부는 한·미동맹이 ‘안보동맹’을 넘어 ‘포괄적 동맹’으로 나아갔다고 주장한다. 이는 성과인가. “윤석열 정부에서 말하는 포괄적 동맹은 ‘한·미가 공유하는 가치가 깊어졌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는 동맹이 다루는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 국제사회로 확장됐다는 의미다. 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처럼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이 동맹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한·미동맹 강화에는 반드시 반작용도 따라온다. 정부가 발생 가능한 문제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대처했다면 한·중, 한·러관계가 최악이 되고, 한반도가 다시 진영 대립의 최전선으로 인식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최근 발생한 북·러동맹 관계 수립이다.” -북·러동맹은 어떤 의미인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장이 다시 열릴 때 우리에겐 ‘국제공조’라는 수단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다. 그런데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며 ‘국제공조’를 위한 수단 하나가 완전히 없어진 셈이 됐다. 지금이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장이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당장 미국 대선 이후, 협상장이 다시 열릴지 모른다. 적어도 중국과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북한 편에 서지 않게 관리했어야 한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8월, 윤 대통령이 미국 캠프데이비드에 갈 때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처 방안이 있었어야 했다. 이러한 외교적 노력이 없었거나 실패한 결과 딱 한 달 뒤, 김정은이 러시아에 방문했다. 충분히 막거나 완화할 수 있었던 일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 북·러동맹이라는 결과가 돌아왔다. 이제 와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겠다고 한들 북·러관계가 바뀌겠나.” -윤석열 정부는 대신 ‘한·일관계’ 개선을 성과로 꼽지 않나. 어떻게 보나. “우리는 크게 한 발짝 앞으로 나가고, 일본은 단 한 발짝도 앞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한국이 앞으로 나가는 과정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일본에 양보하려면 충분한 ‘국내 정치적 과정’이 필요했다.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됐다. 애초에 이 문제는 한국 정부가 주도해 속전속결로 처리할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거쳐야 국민이 아쉽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큰 결정을 해놓고, 일본으로부터 상응하는 조치도 못 받았다. 국내 여론도 정부처럼 한·일관계가 개선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결국 지속 가능하느냐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제대로 된 과정도 거치지 않고 일을 어설프게 처리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일본과의 문제는 ‘우리가 조금 움직이면, 일본도 조금 움직이는 식의 점진적 접근’으로 해결했어야 했다.” -한·일관계 개선도 결과적으로 미국 편승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한 것 아닌가. 이를 통해 안보 문제도 해결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11월, 미국 대선이다. 만약 미국 행정부가 바뀌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한국은 불확실성 속으로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동맹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은 바이든과는 다를 것이다. 북핵 문제, 확장억제에 대한 입장도 모호하게 나오거나 아예 발을 빼겠다고 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바이든 정부와 함께 한·미동맹이라는 틀 위에 모든 걸 쌓아 올렸다. 만약 미국이 동맹의 중요성을 줄인다면 정책적 부담이 굉장히 클 것이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나오는 트럼프 측근과의 인맥을 동원해 관계개선을 도모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부질없는 소리다. 한계가 명확한 부차적 수단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바꿀 수는 없다. 결국 명확한 현실 인식 위에 정책적 전환을 해야 하는데 지금껏 미국, 일본 외에 주변국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았나.”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성일 선임기자 -그래서 여당에선 자체 핵무장 이야기도 나온다. “위험천만한 접근이다. 미국이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한 한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에 기반해서 움직여야 한다. 자체 핵무장을 우리가 먼저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핵무장이 초래할 역기능은 일반 국민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정치권이 일부 여론에 편승해서 위험한 주장을 하고 있다. 결국 핵무장이란 것도 미국의 입장이 기대와 달리 바뀔 것 같으니 뒤늦게 대안이라고 내놓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외교를 잘못해놓고,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국제사회가 한국의 핵무장을 받아주리라는 생각이 어떻게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일부 트럼프와 가깝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몇 마디 던지는 것을 덥석 물고 이런 주장을 한다. 백번 양보해서 트럼프 행정부 동의하에 자체 핵무장을 추진한다고 하자. 트럼프 정부는 영원한가. 다음 미국 정권이 비확산 체제를 강조하며 한국의 일탈행위에 반대한다고 하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핵무장이 핵군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한다는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포기하고,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정도의 자체 핵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 제공되는 미국의 확장억제는 북핵만 견제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가해질 수 있는 모든 핵 공격을 고려한 확장억제를 포기하고 소량의 핵을 보유하는 것이 어떻게 합리적 선택인가. 한국의 독자 핵전력으로 중·러의 핵에도 대응해야 한다면 이는 한국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하는 결정일 수 있다.” 지난 7월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렇다면, ‘북핵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해야 가능한가. 평화트랙도 함께 가동해야 하나. “당연하다. 오히려 이런 주장을 부인하는 것이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해결은 협상장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전쟁을 결심하지 않은 이상 협상장을 닫아버려서는 안 된다. 미국, 일본도 북한과 협상 가능성을 닫고 있지 않다. 다만 협상장에 제재나 압박, 억제력 강화를 어떤 배합률로 섞어서 들고 갈지는 외교 기술적으로 선택하면 된다. 해당 수단 모두 문제해결을 위한 협상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들이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대로라면 조만간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을 맞을까 우려스럽다.” -남북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나. “남북관계가 적대적이란 이유로 북한은 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고, 적대적인 관계를 넘어 별개의 두 국가 체제로 가는 중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다음 정부가 남북대화, 통일정책을 추진하려고 해도 어려울 것 같다. 북한과 대화는 할 수 있겠지만 통일과는 별개의 대화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한·미, 한·일관계는 좋지만 한·중, 한·러, 남북관계는 최악이고, 북핵으로 인한 위협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 사실은 어떤 핑계를 대든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동맹만 강화하면 끝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옆도, 뒤도 보지 않고 오직 한 방향으로만 돌진하는 양상이다. 일방적으로 치닫는 외교를 하면, 결국 그 대가를 비싸게 치러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 [꼬다리]알고 있다는 착각(2023. 12. 20 07:00)
- 2023. 12. 20 07:00 사회
- 얼마 전 입사 동기 A의 집에 놀러 갔다. A와 다른 동기 B, 나 이렇게 셋이 모였다. A가 지난 8월 출산을 한 이후 여자 동기 셋이 한데 모인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아기는 인스타그램 속 사진을 보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동기가 아이를 낳은 것도 신기했지만, 실제로 마주한 아기는 그 자체로 더 신기했다. 내 생에 갓난아기를 마주한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전국 145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 관계자들이 지난 12월 12일 국회 앞에서 ‘2024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회사 생활을 하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쓰는 선배들을 숱하게 봤다. 휴직을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돌아오고. 공백기에 그들에게 벌어지는 일은 구체적으로 상상하지 못했다. 대학 동기 중엔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이 다수이고, 결혼했어도 아이가 있는 집은 아직 없다. A의 사례는 내가 경험한 가장 ‘가까운’ 출산이었다. A의 집에 약 5시간 머물며 ‘아기가 있는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미디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연출된 장면이 아닌 ‘진짜 육아’를 보는 일은 귀했다. 아기의 말간 얼굴을 보고 있자니 바깥의 온갖 어지러운 일이 먼지처럼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반대로 A는 아이를 출산하고 기후위기·전쟁과 관련한 뉴스에 더 촉각을 세우게 된다고 했다. A를 만난 다음 날엔 절친한 C와의 저녁 약속이 있었다. C는 3년차 변호사로, 자주 보지는 못해도 2~3개월에 한 번씩 만나 근황을 공유한다. 이날의 주요 대화 소재는 C가 최근에 했다는 소개팅이었다. 적극적이던 상대와 달리 C가 만남을 주저한 결정적 계기는 “자녀 교육관이 어떻게 되느냐”는 말 한마디였다고 한다. 어렵게 변호사 시험을 통과해 이제 막 일에 적응한 C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주제였던 듯싶다. C와의 이날 대화는 돌고 돌아 “할머니가 되어도 우리가 ‘싱글’이라면 같이 살면서 노년을 보내자”라는 우스갯소리로 끝이 났다. “우리가 나이가 들었을 때는 이미 비혼 여성에 대한 서비스 산업이 눈에 띄게 발전했을 것이다”란 가설도 자신 있게 덧붙였다. 30대에 들어서 마주한 또래 여성의 삶은 이처럼 다채롭다. 바라보는 방향, 나아가는 길은 조금씩 달라도 그 중심에 ‘일’이 빠지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들을 보며 나의 간접경험의 폭도 넓어진다. 20대엔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난데없이 지인들 이야기를 늘어놓은 건 총선이 다가오면서 쏟아지는 정치 뉴스 때문이다. ‘청년정치’란 용어가 눈에 들어오고, 으레 따라붙는 익숙한 얼굴도 보인다. “거악과의 경쟁”을 운운하는 그의 말과 행동에선 내 주변에서 공유하는 고민과 사유가 조금도 묻어나지 않는다. 현실이 전쟁터인 청년들이 전쟁터 장수 놀음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얼마나 공감할지 모르겠다. 문득 지난 대선도 떠오른다. ‘이대남 열풍’을 좇다 역대 최소 0.7%포인트 표차라는 결과지를 받아 들고서야 뒤늦게 부랴부랴 여성 청년 유권자를 찾던 이들. 그랬던 이들이 또다시 여성 청년에겐 투표권이 없는 양 떠들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이 상상하는 여성 유권자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개딸’ 따위의 허상 말고, 무언가를 상상할 만한 구체적 상이라는 게 과연 존재는 하는 건지 궁금하다.
- 꼬다리
- [신간]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 外(2022. 07. 15 14:29)
- 2022. 07. 15 14:29 문화/과학
- ㆍ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올 미래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 이진우 지음·휴머니스트·1만5000원 수많은 징후와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실제로 일어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왜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이 전쟁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30여년간 정치철학을 연구해온 철학자 이진우는 지정학, 국제정치학, 사회학, 역사학 등을 아우르는 넓고 깊은 시선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한다.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살피고 냉전 이후 국제관계의 흐름을 되짚으며, 전쟁 이후 세계의 지정학적 질서와 새로운 제국들의 패권 경쟁이 어떻게 변화할지 전망한다. 저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21세기 세계 질서와 평화 패러다임을 전복할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즉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국가 간 전쟁이나 지역 분쟁을 넘어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 중대한 사건이라는 의미다.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정지우 지음·한겨레출판·1만6000원 ‘남부럽지 않은 기준’을 정답인 양 정해놓고 시기와 질투,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끊임없이 조장하는 시대를 짚는다. ‘이렇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끊임없이 속삭이는 시대. 그런 타인들의 잣대가 알게 모르게 개인의 강박이 되는 시대에는 ‘나’의 진정한 선택이 무엇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불신의 세상에서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삶을 지켜낼 수 있을지를 거창한 담론에 기대기보다는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사유로 담담히 전개해나간다. ▲레즈비언의 산부인과 이은해 지음·이프북스·1만5000원 산부인과는 임신과 출산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이 평생에 몇 번씩 스스럼없이 갈 수 있어야 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레즈비언’들이 말한다. 책 제목은 <레즈비언의 산부인과>지만 모든 여성이 공감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펼친다. ▲금융 버블 붕괴 사와카미 아쓰토 외 지음·구수진 옮김 한스미디어·1만7000원 ‘사와카미 펀드’의 창립자인 저자는 일찍이 금융 버블 붕괴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경고했다. 그 예측은 하나하나 현실이 되고 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를 시작해야 할 때” 라고 주장한다. ▲식민지/제국의 그라운드제로, 흥남 차승기 지음·푸른역사·2만원 기업도시 흥남은 일제에 의해 만들어졌다. 저자는 문헌 자료, 생존 일본인 노동자 인터뷰, 다양한 문학 텍스트 분석을 통해 흥남의 역사적·경제적 의미가 무엇인지, 그곳에서 살아가던 조선인들이 어떤 삶을 영위했는지를 촘촘히 드러낸다.
- 신간
- [신간]착각의 쓸모 外(2021. 07. 12 15:15)
- 2021. 07. 12 15:15 문화/과학
- ㆍ자기기만과 착각의 예상 밖 효과 <착각의 쓸모> 샹커 베단텀 외 지음·이한이 옮김·반니·1만8000원 다른 사람이 보기엔 하등 쓸모없어 보이는 미신 같은 믿음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내면에서 구성해놓은 이 믿음의 체계 없이 살아가는 건 과연 가능할까. 책은 그런 물음에 대한 일면의 진실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진실’이 어떤 시점의 특정한 상황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헛된 믿음과 착각, 환상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지목하는 이 ‘자기기만’은 일상에서 의례적으로 주고받는 인사말처럼 진심과는 동떨어진 말이나 행동에서도 발견된다. 주목할 것은 비록 진심이 담기지 않은 의사소통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유대를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그밖에도 자기기만이 나타내는 의외의 효과는 적지 않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흔한 플라세보 효과부터 죽음을 비롯한 비극적 숙명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마주할 수 있는 안정감까지, 때로 마음먹은 바에 따라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듯 보이는 지점마다 이처럼 믿음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기만 시스템이 인간의 정신 안에 자리 잡은 이유 역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으려는 진화적 요인에 바탕을 뒀다는 점, 즉 생존과 번식이라는 생명체의 목표 달성에 어느 정도 부합했기에 유지됐다는 근거도 제시한다. 물론 헛된 믿음과 거짓말, 남에게 속아 넘어가는 일이 모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며 인간의 합리성 역시 부정돼야 할 것도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책은 오히려 자기기만이 가진 이런 비합리적인 성격이 역설적으로 일면의 효과도 나타낸다는 메커니즘을 이해할 때 비로소 정말 불필요한 자기기만을 극복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힌두교사 깊이 읽기, 종교학이 아닌 역사학으로 | 이광수 지음·푸른역사·2만5000원 힌두교라는 종교가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알려주는 개설서다. 세계의 유력 종교 가운데 국내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힌두교를 30여년간 연구해온 학자의 시선으로 상세히 설명하면서 아울러 불교에 대한 이해도 더욱 높일 수 있게 돕는다. ▲미래의 종교 | 로베르토 웅거 지음·이재승 옮김·앨피·3만1000원 종교의 기원이 인간의 실존적 불안과 한계에 있다고 보는 저자는 과학적 통찰만으로 이 실존적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종교만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해야만 지금의 종교가 온전한 삶을 누리게 돕는 쪽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 이토 세이코 지음·김효진 옮김 플레이타임·1만5000원 번듯한 정원을 가꾸는 장점도 있지만, 베란다라서 더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식물의 세계도 있다. 우왕좌왕하며 원예에 실패한 기록을 통해 자연스레 원예란 무엇이고, 식물과 함께하는 삶이 주는 충만감이란 무엇인지 알려준다.
- 신간
레이디경향(총 2 건 검색)
- [Book]말순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 外
- 2015. 10. 05 16:14 문화/생활
- 함께 나이 들어가는 시기에 티격태격하는 모녀간의 정을 다룬 이야기는 제법 있었다. 하지만 70대 엄마와 40대 아들의 동거를 다룬 책은 없었다. 결혼 못한 아들, 홀로 남은 어머니. 흔하디흔한 드라마의 우울하고 궁상맞은 그림일 수도 있었던 두 사람의 조합은 소녀 같은 어머니와 속정 깊은 아들이라는 입체적인 옷을 입고 드라마보다 감동적인 에세이로 남았다. 권태기 부부처럼 투덕거리다가도 툭 던지는 한마디에 가슴이 시큰해지는 두 사람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머니의 사랑이란 세상에서 가장 쉽고도 어렵고 훈훈한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느끼게 된다. 최정원 글, 유별남 사진/ 베프북스 결혼 생활, 기대 이상입니다 결혼에 대한 찬사보다는 독설이 ‘쿨’한 것처럼 여겨지는 요즘, ‘내가 주례를 맡는다면’이라는 가정 아래 다양한 직업과 경력을 가진 선배들이 보낸 축사를 한데 모았다. 셰프 박찬일, 여성학자 박혜란, 소리꾼 장사익, 이탈리아에서 온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까지, 꽤나 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을 30인이 전하는 결혼관과 삶의 지혜가 담긴 이 빨갛고 작은 책은 묵직하면서도 따뜻하다. 박찬일 외 저 / 디자인하우스 나의 첫 번째 스타일북 갑작스럽게 쌀쌀해진 날씨에 옷장 앞에서 고민이 늘어가는 요즘, 딱 도움이 될 만한 패션 가이드북. 일본의 유명 스타일링 컨설턴트가 알려주는 기본 원칙 6가지를 따라서 경제적이면서도 유용한 스타일 팁을 배울 수 있다. 굉장한 멋쟁이 같지만, 정작 옷장의 크기는 나와 별다르지 않은 그녀의 노하우는 바로 제대로 ‘돌려 입기’. 기본 아이템을 갖추고 아이템 매칭법만 익히면 이번 시즌 스타일 고민을 덜 수 있겠다. 스즈키 나오코 저 / 로그인 공부하는 엄마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고등학교 졸업 후 말단 순경으로 시작해 경찰 역사상 처음으로 첫 여성 치안감, 치안정감에 잇달아 오르며 신화로 남은 이금형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의 에세이. 세 딸까지 훌륭하게 키워낸 경찰 엄마의 이야기는 뻔한 성공기의 틀에 담기지 않았다. 금녀의 벽을 깨기 위해 고군분투한 시절보다 힘을 주어 써내려간 대목은 35세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평생 공부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 이금형 저 / RHK 한 잔이면 충분해! 로푸드 스무디 가을이라고 보약과 보양식을 챙기던 시절은 지났다. 굳이 디톡스, 다이어트 운운하지 않더라도 채소와 과일주스나 스무디로 하루를 여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채소와 과일의 조합부터 비율이 쉬운 듯하면서도 영 어렵다. 마치 칵테일 공식을 익히듯, 구하기 쉬운 제철 과일과 채소 등을 활용해 효능까지 따져가며 만든 로푸드 스무디 레시피 100개를 따라잡는다면 그다음은 한결 쉽다. 이지연 저 / 레시피팩토리 미술관의 탄생 언제 가게 될지 알 수도 없지만, 유럽의 최고 미술관 22곳을 1년에 걸쳐 다녀온 저자의 미술관 건축 기행은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준다. 미술 전문 기자답게 어느 하나 허투루 둘러보지 않은 꼼꼼함과 깊이 있는 사전 지식과 깊이있는 분석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거쳐 마지막 파트에 만나는 미술관 여행을 위한 필수 정보는 마치 유럽행을 기원하는 주문처럼 읽힌다. 함혜리 저 / 컬처그라퍼 교육&육아 모모맘의 어린이 간식 요즘 아이들을 위한 간식은 재료가 아니라 목적별로 분류해야 옳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먹는 픽업 간식, 방과 후 저녁 전에 먹을 간식 그리고 주말 가족과 함께 나누는 간식까지. 스타 못지않게 바쁜 아이들의 영양과 입맛, 편의까지 배려한 엄마표 간식 레시피 73가지를 소개한다. 화학조미료의 도움 없이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영양 만점 레시피로 구성돼 바쁜 엄마들에게도 유용하겠다. 정현미 저 / 미호 EBS 부모-청개구리 길들이기 편 미운 일곱 살이 미운 네 살이 된 지 오래다. 가장 말 안 듣는 나이 3~7세 아이와 함께 육아 전쟁을 치르고 있는 부모들을 위한 전문가들의 해결책. 이미 교육 이론서 몇 권을 독파했을 이런 부모들에게는 아이의 문제 행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훈육 방법이 필요하다. 그것도 보편적이면서 다양한 사례가 담길수록 좋다. 이런 취지를 바탕으로 한 청개구리 극복법이 알차게 채워졌다. EBS ‘부모’ 제작팀 / 지식너머 엄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주 무렵이면 청력이 완성돼 태아는 엄마의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태담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조금은 쑥스러운 게 사실. 자연스럽게 태교도 하면서 더불어 아름다운 문장을 접할 수 있는 태교 동화집이다. 각 동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전하는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컬러링 페이지가 함께 수록돼 임신부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서지원 글, 김찬 그림 / 시공사 내가 이상해? 한 초등학교 학급에서 벌어지는 따돌림 문제를 다룬 ‘참 이상하다’ 시리즈 3권 중 피해자인 루이자의 이야기. 나머지 2권은 방관자인 제일라, 가해자인 샘의 관점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작가는 3명의 마음속 생각을 직접적으로 들려주며 그 패턴이 만들어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모두가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실마리를 전달한다. 에린 프랭클 글, 파울라 히피 그림 / 도서출판 키움 자연생태 개념 수첩 의인화된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혹은 박제화된 동물원의 야생동물. 생물과 생태계란 용어를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지식이 아닌 정서로 생물과 자연을 받아들였으면 한다는 저자의 의도를 담은 작은 책은 생물의 분류와 생태 개념 두 파트로 나뉘어 어렵지 않은 자연 강의를 펼친다. 갑각류 파트에 붙은 ‘미안하지만 참 맛있는 그 이름’이라는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지식의 전달보다는 즐거운 나눔이라는 취지에 걸맞은 전개와 사랑스러운 일러스트가 정답다. 엄마, 아빠와 함께 읽어가며 더불어 사는 공생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제법 가치 있는 독서가 될 것 같다. 노인향 저 / 자연과생태 워킹 맘 생존 육아 절박한 워킹 맘들의 심정을 딱 대변하는 제목에서 그 적극성이 느껴진다. 정치부 기자, 전업주부, 다시 워킹 맘. 일련의 치열한 과정을 겪으며 삶의 우선순위를 ‘엄마’에 둔다는 기준을 세우고 비로소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후배 워킹 맘들에게는 믿음직한 정보가 될 듯하다. 워킹 맘이 전업 맘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는 학습법에 대한 노하우까지 함께 담는 전우애도 발휘했다. 박란희 저 / 한국경제신문 <■담당 / 장회정 기자>
- 가정경제 상담사 이지영이 알려주는 돈에 대한 당신의 다섯 가지 착각
- 2013. 02. 15 18:32 재테크
- 돈은 손에 쥐어지는 순간 이름표를 달게 된다. 그런데 그 돈에 ‘공돈’이라는 이름표가 붙으면 액수와 상관없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돈의 이름표, 즉 ‘심리계좌’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런 일이 반복되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허망함에 익숙해진다. 이제 평생 반복해온 돈 버리는 습관을 바꿔야 할 때다. 월급이 2백40만원인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연말 보너스로 2백40만원을 받았다. 1년 동안 열심히 일한 자신을 위해 보너스를 털어 2백만원짜리 ‘선물’을 하나 샀다. 좀 비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보너스니까’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만약 이 보너스를 매달 20만원씩 나눠서 받았다면 어땠을까. 연말이라고 한 달 월급을 탈탈 떨어 2백만원짜리 물건을 살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마도 사지 못했을 것이다. 같은 돈인데 왜 결과에서 차이가 나는 것일까? 바로 돈에 붙은 이름표 때문이다. 하나의 돈에는 내가 힘들게 일해서 번 ‘월급’이라는 이름표가, 또 하나의 돈에는 공돈처럼 느껴지는 ‘보너스’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일해서 번 돈’ 계좌에 들어간 돈은 사람들은 신중하게 쓴다. ‘공돈’이라는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은 쉽게 쓰고 말이다.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 재무상담센터 센터장 이지영씨(43)는 그의 저서 「심리계좌, 돈에 대한 다섯 가지 착각」(살림출판사)을 통해 이처럼 사람들은 돈을 구분해서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의 이와 같은 돈에 대한 구분은 아주 직관적이고 본능적이어서 평생 착각을 하면서도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한다고 인식하지 못한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마음속 회계장부라는 뜻으로 심적계좌, 즉 ‘심리계좌’라고 부른다. 소득과 지출, 저축과 재테크를 계획하는 데 이 심리계좌부터 이해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가정경제 상담사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이지영씨는 “돈이 쪼들리는 이유는 당신의 ‘낭비’에 있지 않고 돈에 대한 ‘착각’에 있으며 이 착각을 깨면 누구나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라고 말한다. 지금부터 이 상담사와 함께 무려 다섯 가지나 되는 그 착각을 사정없이 깨보자. 그리고 돈 걱정 없이 한번 살아보자. 착각 1 소득, 대체 얼마를 벌어야 돈 걱정 안 하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얼마를 벌어야 하는가보다 얼마를 벌고 있는지 자신의 수입을 ‘정확히’ 아는 것이 급선무라고 이 상담사는 강조했다. 의외로 자신의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사람들이 드물다는 것이다. 소득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불규칙할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수입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소득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그 돈의 이름표를 제대로 붙일 수 있다. 얼마를 버는지도 잘 모르고, 일해서 번 돈조차 공돈이라고 착각하고 쉽게 써버리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빚더미에 앉는다는 것이다. “연봉은 알아도 실제 월급날 얼마가 들어오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자영업을 하는 분들은 수입이 들쭉날쭉이라 수입 산출 자체를 포기하고요. 맞벌이를 하다 한쪽이 그만두면 금세 쪼들린다는 분들도 계시죠. 이런 모든 사례들을 보면 그분들이 낭비를 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수입을 정확히 모르니까 돈의 이름표를 붙이기 어렵고, 그것은 대부분 공돈이라 생각하고 쉽게 썼을 거예요. 돈의 이름표는 수입, 즉 그 돈의 출처부터 파악하는 것이 시작이에요.” 월급쟁이는 연봉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실제 매달 입금되는 실 수령액을 알아야 소비가 신중해진다. 특히 보너스가 들어오는 달이 아닌 평달이 기준이다. 프리랜서라면 수입과 수익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는 많이 번 달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도 위험하다. 연봉만 기억한다든지, 총수입이나 가장 많이 번 달만 기억하면 ‘일해서 번 돈’도 ‘공돈’으로 분류되는 심리계좌의 착각을 가져와 막을 수 있는 지출을 만든다. 그렇다면 이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정확한 수입을 파악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비록 ‘공돈’이라도 생기자마자 바로 저축하는 것이다. 심리계좌는 일해서 번 돈보다 ‘저축계좌’에서 꺼내 쓰는 것을 더 싫어하기 때문이다. 얼마를 버는가보다 어떻게 쓰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벌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다. 착각 2 저축, 무조건 좋은 거 아닌가요? 재취업에 성공한 주부 K씨는 저축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첫 월급을 타자마자 한 달에 1백만원씩 적금을 부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비가 부족해졌다. K씨는 잠깐만 마이너스 통장을 쓰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적금은 계속 붓기로 한다. 중간에 해약하면 이자에서 손해를 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일단 생활비를 줄여서 마이너스 통장을 해결하리라 생각했는데 한 번 불어나기 시작한 마이너스 통장은 좀체 줄어들지 않았다. 적금 만기가 돼 목돈이 생겼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갚고 나니 얼마 남지도 않았다. K씨는 1년 동안 열심히 저축한 보람이 없는 것 같아 허탈하기 그지없었다. “대출이자가 적금이자보다 크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고 모르는 분이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빚이 있음에도 저축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적금을 깨는 순간 이자를 손해 보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죠. 또 (대출이 있음에도) 적금을 시작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시인하기도 껄끄럽고요. 심리계좌 착각이 부르는 저축에 대한 잘못된 판단이죠.” 많은 재테크 관련 서적이나 전문가 등은 저축을 강조하며 수입이 생기면 일단 저축부터 하라고 권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많은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이자가 높은 상품을 찾아 금융 쇼핑 3만 리를 떠난다. 요즘은 재무 목표별 통장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다. 그야말로 주택자금, 교육자금, 노후준비자금 등 이름을 붙여 한없이 저축통장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다. 물론 저축은 많이 할수록 좋다. 하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가정경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맹점을 가진다. “살다 보면 갑자기 차가 고장 나기도 하고, 남편 치아에 문제가 생겨 치과 치료비가 들기도 하죠. 형제나 자매 중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냉장고라도 사줘야 하고요. 갑자기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축을 깨실 건가요? 아니면 저축을 지키고 빚을 내실 건가요?” 심리계좌 중 가장 꺼내 쓰기 싫어한다는 계좌, 바로 저축계좌다. 이 상담사가 깨주는 저축의 착각은 바로 여기에 있다. 써야 할 돈을 생각하지 않고 저축부터 ‘질렀을’ 때, 바로 저축보다 훨씬 큰 손해를 부르는 빚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 어떤 저축 상품의 이자도 빚, 즉 대출이자보다 높지 않다. 빚이 없는 상태를 만들고, 예비 생활비와 1천만원가량의 비상금 통장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착각 3 소비, 늘 돈에 쪼들려요! “상담사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아낀다고 아끼는 데다 많이 쓰는 것도 아닌데 늘 돈에 쪼들린다’라는 거예요.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죠. 그분들이 과소비하면서 거짓말하는 것일까요? 아니에요. 모두 조금이라도 절약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분들이었어요. 그런데 왜 돈에 쪼들리는 걸까요.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이 부분은 다 똑같았어요.” 이 상담사는 항상 쪼들리는 느낌을 받는 것 또한 심리계좌에 의한 착각 중 하나라고 했다. 세간의 유머 중에 이런 게 있다. ‘월급님이 로그인하셨습니다’라는 문장 아래 각종 신용카드 대금부터 국민연금, 의료보험, 교통카드, 대출금 등등의 이름이 ‘퍼가요~♡’라는 댓글을 무수히 달고 결국 ‘월급님이 로그아웃하셨습니다’로 끝을 맺는…. 웃지 못할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글이다. 하지만 쪼들리는 이유를 바로 이 우스갯소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고정지출’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의 심리계좌는 본인이 직접 쓴 것만 지출로 기억한다. 그러니 “많이 쓰고 사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고, 틀린 말도 아닌 셈이다. 왜냐하면 직접 내 손으로 돈을 내는 지출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직접 쓰는 돈이 아니라 나는 만져보지도 못하고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 즉 고정지출을 점검해봐야 한다. 이 부분이 정리되지 못하면 늘 쪼들릴 수밖에 없다. “돈을 많이 버는 집이면 상관없지 않느냐, 하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라는 거죠. 돈을 많이 벌면 많이 버는 대로 그 소득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주거비나 사교육비, 품위유지비 등이 더 많이 들거든요. 대출이자부터 사교육비, 양가 부모님 용돈에 통신비, 관리비, 차 할부금 등 고정지출을 그야말로 다 퍼가고 나면 쓸 돈이 없으니 마이너스 통장 같은 데 손을 대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적자 가계부를 흑자 가계부로 돌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수시로 고정지출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지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집 평수를 줄이든, 아이 학원을 끊든 말이다. 그야말로 디그레이드(Degrade)를 감수해야 하는 것. 그렇지 않으면 돈은 많이 버는 것 같은데 늘 쪼들리다 못해 빚만 늘어가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착각 4 자산, 당장 쓸 현금을 쥐고 있나요? 자산에 대한 착각만 깨도 빚을 막을 수 있다. 강남에 사둔 아파트, 시골에 있는 땅, 펀드에 주식까지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정작 당장 쓸 돈이 없어 모든 소비를 신용카드로 돌려막고 있다면 부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 옳은 재무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자산은 통장 잔고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과 소유한 땅, 주식 계좌에 들어 있는 주식과 펀드도 자산이다. 심리계좌는 이 모든 것을 합해서 ‘내 돈’이라고 기억한다. 하지만 이지영 상담사의 설명을 들어보면 여기에도 돈에 대한 착각이 숨어 있다. “예를 들어 제가 4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고 쳐요. 그리고 시골에 사놓은 땅이 1억원 정도 돼요. 주식이랑 펀드도 각각 1천만원씩 있고요. 다 합치면 약 5억2천만원이죠. 심리계좌는 이 총액을 모두 ‘내 돈’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얼마죠?” 자산은 자산일 뿐이다. 하지만 ‘내 돈’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꺼내 쓸 수 없다면 이것은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이 상담사는 심리계좌의 숫자에 불과한 자산이 진짜 ‘내 돈’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했다. 첫째, 스스로 수익을 발생시키는가이다. 집이든 땅이든 호가만 오른 것은 의미가 없다. 통장에 직접 찍히는 수익이어야 한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 돈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지 여부다. 부동산은 보유하고 있는 동안 현금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내 돈’으로 분류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소유하고 있을 때 비용이 발생되면 안 된다. 수익은 만들지 못하더라도 지출은 발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의 경우 보유하는 동안 각종 세금으로 지출이 발생한다. 보태줘도 시원찮은 판에 돈을 빼앗아가는 것이다. 물론 이런 자산들이 다 소용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분수에 맞는 것인지, 또 다른 비용, 즉 빚을 내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썰물 때가 되면 누가 알몸으로 수영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끝을 모르는 불황의 시대다. 자산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착각 5 부채, 좋은 빚 따위는 세상에 없다 얼마 되지 않은 과거에만 해도 빚을 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가정경제도 단순해서 남편이 열심히 벌어오면, 아내는 알뜰하게 잘 쓰면 됐다. 남으면 저축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예전과 다르다. 가정경제 자체가 매우 복잡해진 것이다. “예전에는 빚만 없으면 된다고 했죠. 하지만 요즘은 아니잖아요. 금융이 발달하다 보니 사람들은 투자해야 하는 거 아니냐, 보험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 등의 생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불안하죠. 그런데 학자금 대출부터 아파트 대출금, 신용카드까지 일상의 모든 것이 빚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좋은 말로 신용이라고 하죠.” 할부,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 현금서비스, 캐피털론, 카드론, 담보대출, 학자금대출, 보험약관대출 등 빚의 종류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해졌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빚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빚’이라는 조금 껄끄러운 이름표를 떼고, ‘신용’이라는 그럴듯한 분장을 하고 빚은 우리 곁을 맴돈다. 신용이 높다는 것은 마치 현대사회에서 어떤 훈장 같기도 하지만, 실상은 돈을 많이 빌릴 수 있다는 사실에 지나지 않고, 이는 빚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일 뿐이다. 개인과 가계의 부채가 급증하게 된 이유를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지만, 심리계좌의 부채 착각과도 큰 관련이 있다고 한다. 심리계좌가 일으키는 부채 착각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은 이미 있는 부채를 줄이거나, 미래에 부채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1천만원을 손에 쥐려고 저금을 할라치면 한 달에 1백만원씩 꼬박 넣어도 거의 1년이 걸려요. 그런데 대출은 순식간이죠. 내 노력이라고는 서류 떼다 주고, 사인하는 것뿐이잖아요. 1년을 힘들게 일하면서 모은 돈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이 빚을 우리 마음속 심리계좌는 부채가 아닌 ‘공돈’이라고 이름을 붙여요. 말도 안 되지만 그렇습니다.” 공돈으로 이름 붙은 부채는 일시적으로 돈을 빌린 사람을 ‘부자’로 착각하게 만든다. 돈을 모아 사려면 몇 년, 어쩌면 십수 년이 걸리는 일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 이 심리계좌가 돈만 꺼내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야말로 빚쟁이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고, 은행 좋은 일만 하다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상담사는 단호하게 말한다. 세상에 좋은 빚 따위는 없다고 말이다. 대출은 빠르지만 부채는 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돈 걱정 없이 사는 방법은 부자가 되는 길 뿐이라고 모두가 믿고 있다. 그래서 너도나도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좇는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안타깝게도 빚 부자이기 십상이다. 이 상담사는 이제는 부자, 재테크, 돈에 대한 개념을 과감히 수정해야 할 때라고 밝힌다. 손에 쥘 수 있는 ‘내 돈’만을 쓰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심리계좌별 가계부 쓰는 법 ‘멋스러운 생활’, ‘사람 노릇’ 등 가계부를 쓸 때도 심리계좌의 성격대로 항목을 정하고 이름 붙이면 가계부를 쓰는 일이 즐거워진다고 한다. 항목마다 쓸 돈을 정해놓기 때문에 ‘돈이 남는’ 경험도 종종 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출을 기록하고 확인만 하는 종전의 가계부는 스스로의 자제력을 탓하기 쉬워 지속적으로 쓰기 어렵지만, 심리계좌 가계부는 작성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돈을 어디에 얼마를 쓸 것인지 정하는 것이라서 행복감을 느낀다. 종전의 가계부가 과거형이라면 심리계좌 가계부는 미래형인 셈이다. 심리계좌별 가계부 항목 예시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이성훈(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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