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5,443 건 검색)
- [포토뉴스] 100일 맞은 이태원참사 특조위 “정상적으로 활동할 것”
- 2024. 12. 19 21:10 사회
- 송기춘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특조위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 위원장은...
- ‘오송 참사’ 유발 제방 부실 공사한 현장 책임자들 항소심서 감형
- 2024. 12. 18 17:18 사회|사회
- ...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잠겨 14명이 숨졌다. 조태형 기자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제방공사 현장 책임자들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 제방공사감형선고현장
- 이태원 참사 겪은 20대 청년, ‘선결제 리스트 지도’ 만들었다
- 2024. 12. 17 21:25 사회
- ...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저희는 이태원 참사를 간접적으로 겪은 20대예요. 지금 청년세대는 ‘인재 참사’라는 하나의 트라우마로 엮여 있죠. 이번 집회는 탁 트인 광화문광장과 달리 구조가 복잡한...
- 탄핵, 국내외 영향
- 국가기록원, 고 채상병 수사·이태원참사 관련 기록물 폐기 금지 결정 통보
- 2024. 12. 13 08:40 사회|지역
- ...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의 전경. 국가기록원 이태원특조위도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관련 자료 폐기 금지를 요청했다. 보존기간이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관련 기록물이...
스포츠경향(총 573 건 검색)
- 주전·백업 격차만 확인한 토트넘, 유로파 원정 갈라타사라이전 ‘참사급’ 패배…손흥민 45분 헛심
- 2024. 11. 08 15:12 축구
- 8일 갈라타사라이와의 유로파리그 원정 경기에서 토트넘의 윌 랭크셔가 심판에게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며 낙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이 갈라타사라이와의 유로파리그 원정에서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격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8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네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토트넘은 에이스 손흥민까지 투입했지만 2-3으로 졌다. 슈팅 수 3-27이라는 충격적인 기록이 이날 경기의 내용을 더 잘 설명한다.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변칙 라인업으로 나선 토트넘은 경기 내내 갈라타사라이의 일방적인 공세에 시달렸다. 주장 손흥민이 전반 45분간 고군분투했지만 팀의 무기력한 경기력을 바꾸진 못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전 데얀 쿨루세브스키, 로드리고 벤탄쿠르, 파페 사르, 도미닉 솔랑케 등 주축 자원을 총동원했고 오히려 10명이 된 후반전에 더 나은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미 기운 경기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19살 신예 윌 랭크셔는 극과 극 활약을 펼쳤다. 히샬리송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랭크셔는 특유의 영리한 움직임으로 수비수를 따돌린 뒤 브레넌 존슨의 크로스를 침착한 발리슛으로 연결해 데뷔골을 터뜨렸다. 선발 데뷔전이었던 유로파 페렌츠바로시전에서 티모 베르너의 크로스를 놓쳤던 아쉬움을 완벽하게 만회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후반 들어 7분 만에 경고 두 장을 받고 퇴장당했다. 무리한 태클을 시도했다가 팀에 위기를 안겼다. 중앙 미드필더진의 지원 부족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은 점이 아쉬웠다. 토트넘 센터백 라두 드라구신이 8일 갈라타사라이 유로파리그 원정 경기에서 상대 팀 선수와 공중 볼을 다투고 있다. 이스탄불|EPA연합뉴스 수비진의 붕괴는 더 심각했다. 3900만파운드(약 700억원)의 대형 영입생 라두 드라구신은 미키 판더펜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빠진 공백을 전혀 메우지 못했다.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로 꼽히는 빅터 오시멘을 상대로 한 첫 테스트에서 연거푸 두 골을 내주며 실패했다. 첫 실점에서는 페드로 포로와 함께 오시멘의 침투를 막지 못했고, 두 번째 실점 때는 압박 상황에서 볼 컨트롤 실수로 직접적인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드라구신의 빌드업 능력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중앙 수비수의 정확한 패스와 침착한 볼 처리가 필수적인데, 드라구신은 전반전에만 여러 차례 치명적인 패스미스를 기록했다. 벤 데이비스와의 호흡도 맞지 않아 수비 불안정성이 더욱 증폭됐다. 지난 카라바크전에서 7분 만에 퇴장당했던 실수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공격 조율을 맡은 제임스 매디슨도 존재감을 완전히 잃었다. 지난 시즌 포스테코글루 사령탑 체제에서 팀의 창의적 엔진 역할을 했던 매디슨은 이번 시즌 들어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꾼 쿨루세브스키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지난주 맨체스터 시티와의 리그컵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애스턴 빌라전에서도 후반 10분만 뛰는 데 그쳤다. 이날도 랭크셔와의 원투 패스 상황에서 움직임을 멈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거친 질타를 받았다. 이날 경기는 그의 부진한 흐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토트넘의 제임스 매디슨이 8일 갈라타사라이와의 유로파리그 원정 경기 도중 심판을 향해 파울 판정을 불어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스탄불 |AP연합뉴스 18세 루카스 베리발도 높은 경기 강도에 적응하지 못했다. 상대의 거친 압박에 쉽게 밀렸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베리발에게 최상위 레벨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는 귀중한 교훈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드필드진에서는 유일하게 이브 비수마만이 제 몫을 해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전반전 우리가 자초한 실수들이 패인”이라며 “불필요한 실수가 너무 잦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패배로 토트넘은 주전 없이는 제대로 된 경기조차 어렵다는 뼈아픈 현실을 마주했다. 특히 수비진의 불안정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부상자들의 빠른 복귀와 백업 선수들의 성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 ‘이태원참사 잊었나’ 변우석·카리나 내리지도 못하고 귀가···차량사고까지 난 프라다 행사
- 2024. 10. 25 09:02 연예
- 지난 24일 프라다 행사에 참석한 배우 변우석(왼쪽)과 에스파 멤버 카리나.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진행된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 포토월 행사가 안전상의 이유로 도중 취소됐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25일 새벽 엑스에 “해당 행사에 대해 어제 오후 7시경부터 성동구청 당직책임자 및 담당부서 책임자 등이 현장에서 경찰 등 관계기관과 함께 상황을 주시해 왔으나 인파밀집 등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져 더 이상은 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주최 측에 자진 행사 종료를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안전을 위한 조치인 만큼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앞으로도 성동구는 안전한 지역사회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엑스상에 24일 성수동에서 진행된 프라다 행사를 두고 안전 상의 우려가 나오자 정 구청장이 이에 직접 리게시물을 남긴 것이다. ‘더 사운드 오브 프라다 서울’(THE SOUND OF PRADA SEOUL)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프라다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음악 파티 형식으로 포토월 행사 등이 계획됐다. 전소미, 트와이스 사나, 에스파 카리나, 김태리, NCT 재현, 엔하이픈, 변우석, 크러쉬, 자이언티, 샤이니 태민, 데이식스 월필, 키스오프라이프, 권은비, 효연, 제로베이스원 등 K팝 가수와 배우들이 대거 참석했다. 24일 성수동에서 진행된 프라다 행사장 앞 모습. 엑스 캡처 문제는 협소한 성수동 상권 골목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상의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통과하는 차량까지 뒤엉켜 행사장 일대는 혼란이 펼쳐졌다. 결국 차량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행사장 시설 자체가 협소해 취재진이 뒤엉키고 행사장에 도착한 연예인들도 차량에서 내리지 못하고 인근에서 대기하는 촌극도 나왔다. 결국 변우석을 비롯한 일부 참가자들은 차량에서 대기하다 행사가 취소되자 귀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주최 측의 미흡한 진행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이어졌다. ‘지역 행사 하는 것도 아니면서 버스 정류장이 포토월이라는 얘기 듣고 황당했다’ ‘가지고 있던 프라다 가방도 버리고 싶었다’ ‘주변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사로 안전상 문제는 예견된 일’ 등의 성토가 나왔다. 이날 행사에서 주최 측이 연예인뿐 아니라 수많은 인플루언서들 또한 무분별하게 초청해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 또한 있었다. 정 구청장의 이날 게시물에는 ‘행사를 잘 취소했다’ ‘적절한 조치였다’ 등의 반응이 뒤따랐다.
- ‘카타르 참사’ 충격 벗어날까···아시안컵 요르단전 패배 이후 만신창이가 된 한국축구, 설욕 노리지만 부담 큰 원정길
- 2024. 10. 07 15:05 축구|축구
-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 4차전에 나설 대표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24.9.30. 정지윤 선임기자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6일 오후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이 열리는 요르단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10.6 연합뉴스 지난 2월7일. 현재 모든 사태의 시작은 그날이었다. ‘카타르 참사’로 기억되는 충격파가 지금까지 한국축구를 뒤흔들고 있다. 당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라는 치욕적인 결과를 받아들었다. 역대 최고의 멤버라는 자신감 속에 64년 만의 우승을 노렸던 한국이지만 아시안컵 결승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서 이전까지 한번도 진 적이 없는 요르단에게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당시 기준 23위)보다 아래로 평가받는 요르단(87위)을 상대로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라는 세계적인 클럽에서 뛰는 유럽파 스리톱을 내세우고도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대회내내 이어진 졸전까지 더해져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재택 근무, 잦은 대외 활동 및 부업 등 불성실한 태도와 지도력 논란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결과로 평가받겠다”던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이후에도 부적절한 행동과 언행으로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면서 결국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감독의 리더십 부재 속에 외신을 통해서는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직전 주먹다짐까지 이어진 대표팀 선후배간 불화까지 알려지면서 대표팀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그 파장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약 5개월간 공석이던 대표팀 사령탑에 홍명보 감독이 부임했지만, 선임 절차상의 불공정성이 지적되면서 잡음과 논란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한국축구가 계속되는 위기 상황에서 다시 요르단을 만난다. 홍명보 호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차전 요르단과의 원정경기를 치르기 위해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K리그, 일본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먼저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요르단 암만으로 향하는 장도에 올랐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김민재(뮌헨) 등 유럽파 선수들은 곧바로 현지에서 합류한다. 요르단전은 우리 시간으로 10일 오후 11시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열린다. 한국축구가 놓쳐서는 안될 승부다. 자칫 이번 일정에서 스텝이 엉키면 홍 감독은 물론 대표팀 미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감독 선임 논란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도 출석했던 홍 감독은 여전히 입지가 위태롭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선임 과정에서)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홍명보 감독과 (협회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할 수는 어렵다”고 문제 삼을 만한 특혜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축구팬들의 비판 여론이 식지 않으면서 궁지에 몰려 있다. 앞서 안방에서 열린 ‘최약체’ 팔레스타인과 경기에서 0-0로 비기는 등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영향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1패를 더 당하면 경질 여론에 불을 당길 수 있다.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에서 0-2로 패배한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4.2.7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에서 0-2로 패배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2024.2.7 연합뉴스 한국축구는 이번 요르단전에서 아시안컵 설욕과 함께 조 선두 복귀를 노린다. 그렇지만 여러 환경적으로도 부담스러운 경기다. 요르단 원정에 이어지는 10일 홈 이라크전까지 이번 2경기는 아시아 3차 예선 일정상 가장 큰 고비로 꼽히는 지점이다. B조에서 선두를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세 팀이다. 한국은 지난 9월 3차 예선 1·2차전 팔레스타인(홈·0-0), 오만(원정·3-1)에서 1승1무의 성적을 내 조 2위(승점 4점·골득실 +2·3득점)에 올라있다. 똑같이 1승1무를 기록한 요르단(승점 4점·골득실 +2·4득점)이 다득점에서 앞서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 에이스인 손흥민이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했다. 대표팀이 손흥민 없이 월드컵 예선을 치르는 건 지난 2022년 1월 이후 처음이다. 현재 FIFA 랭킹에서도 한국(23위)로 요르단(68위)에 크게 앞서지만, 아시안컵에서 확인한 것처럼 랭킹은 무의미하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한국축구는 요르단을 두 차례 만나 모두 승리하지 못했다. 조별리그 맞대결에서 2-2로 비겼고, 준결승전에선 0-2로 완패하는 등 고전했다. 요르단은 아시안컵 사상 처음 결승에 올라 준우승했다. 한국축구는 아시안컵으로 높아진 요르단의 사기와 맞서야 한다. 여기에 부담스러운 중동 원정경기로 극성스런 홈 팬들의 응원과 낯선 기후, 피로감도 극복해야 한다.
- 두산의 지친 베테랑들, 가을 무득점 참사··· 내년이라고 다를까
- 2024. 10. 04 14:09 야구
- 두산 선수들이 3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탈락 후 잠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수 두산 양석환이 3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5회말 홈 태그 아웃 후 무릎을 꿇고 아쉬워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이 역대 첫 ‘업셋’의 불명예와 함께 올해도 와일드카드 결정전 문턱에서 쓰러졌다. 최대 2경기 중 무승부 1번만 해도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였지만, 18이닝 무득점 빈공으로 끝내 답을 찾지 못했다. 와일드카드전 두 경기 선발 라인업은 지난해 와일드카드전과 판에 박은 듯했다. 지난해 김재환이 손 부상으로 선발 출장하지 못했고, 올해 양의지가 쇄골 통증으로 빠지는 등 부상 요소를 제외하면 사실상 다른 게 없었다. 정수빈, 김재호가 테이블세터를 꾸렸다. 외국인타자와 양석환, 강승호, 허경민 등이 타선을 지켰다. 타선의 활력소가 돼줄 새 얼굴은 없었다. 양의지의 부상으로 선발 마스크를 쓴 김기연(27) 1명을 제외하고 선발 야수 모두 30세 이상이었다. 야수진 세대교체에 지지부진한, 최근 몇 년간 두산의 해묵은 고민이 올해도 마지막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타선의 핵심인 양의지가 한 타석도 들어서지 못하고, 베테랑 타자들이 동반 부진하면서 두산은 2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로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두산의 이른 포스트시즌 탈락은 결국 타선의 문제였다. 베테랑 야수들은 이번 시즌 대체로 선전했다. 정수빈이 50도루를 했다. 건강한 양의지는 올해도 최고의 타였다. 김재환이 OPS 0.893으로 반등했고, 양석환은 생애 첫 30홈런을 때렸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허경민도 전반기는 타격왕이 기대될 만큼 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어쩔 수 없는 체력의 한계 또한 노출했다. 전반기 0.280으로 리그 3위였던 팀 타율은 후반기 0.271, 9위까지 떨어졌다. 팀 OPS는 전·후반기 0.774로 같았지만, 리그 내 순위는 3위에서 7위로 역시 추락했다. 하락세를 거듭하다 정규시즌 마지막 달인 9월 팀 타율 0.249까지 가라앉았던 팀 타선이 결국 가을야구 무득점이라는 참사로 이어졌다. 야수 유망주들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격수 안재석이 부상과 부진으로 현역 입대했다. 또 다른 1차 지명 야수 김대한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출장하지 못했다. 1차전 9회말 대타로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대한이 아닌 신인 여동건을 투입했다. 2차전 조수행의 부상 이후 대수비 역시 김대한이 아니라 외야 수비는 올해가 처음인 이유찬이었다. 두산 타선의 미래 코어라던 김대한의 현주소가 냉정하게 드러난 두 장면이었다. 양의지를 비롯해 김재환, 정수빈, 허경민 등 베테랑 야수들이 내년이면 다시 한 살을 더 먹는다. 타선의 주축들은 나이 들어 가는데, 새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베테랑 야수들에게 많은 돈을 이미 투입한 터라, 외부영입 또한 쉽지가 않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두산 역시 올해 야수진 그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 올해보다 더 나은 타격 생산성 역시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시즌 막판 1군 데뷔한 여동건이나 지난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뽑은 박준순 등이 기대를 받고 있지만, 이들의 활약 여부는 그야말로 미지수다. 새삼 확인된 두산의 고민이 무겁다.
주간경향(총 94 건 검색)
- “대통령 외교 참사, 입법으로 반드시 막을 것”(2024. 05. 13 06:00)
- 2024. 05. 13 06:00 정치
- 김준형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 인터뷰 김준형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지난 5월 6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과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서성일 선임기자 외교는 전통적인 정부의 업무 영역이다. 국회도 입법이나 타국 의회와의 교류 등을 통해 외교활동을 하지만 국가 간 주요한 결정은 정부가 한다. 이러한 의사결정의 정점에는 지도자가 있다. 실제로 외교적으로 주요한 의사결정이 프로토콜(외교규약)이 아닌 양국 정상 간 짧은 대화로 결정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한 국가의 외교적 역량은 곧 지도자의 역량과 동일시된다. 문제는 지도자의 강점이 외교활동과는 맞지 않을 때다. ‘하나 주고, 하나 받는 것’, ‘완벽한 승리는 없다’라는 격언이 통용되는 외교가에도 이때는 분명히 승패가 드러난다. 특히 주변국과 해묵은 문제가 갑자기 풀리고, 사회적 분위기와는 별개로 정부 간 관계 개선부터 시작됐다면 이미 위기에 봉착했을 확률이 높다. 한쪽이 일방적 양보(손해)를 하지 않는 한 국가 간 문제가 ‘일사천리’로 풀릴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잘 나타난다.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와 비교해 결정 권한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몰렸지만, 견제할 장치는 마땅치 않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국가 간 관계를 맺고 끊는 것도 해낼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 기조부터 뒤집히는 한국은 그 대표적 사례다. 지난 4·10 총선을 통해 제22대 국회로 입성한 김준형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이 문제를 지적한다. 교수, 국립외교원장 등을 지내며 주로 학계에 머물렀던 김 당선인은 누구보다 빠르게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4월 30일 ‘부산 엑스포’ 유치전 당시 정부의 석연치 않은 외교 행보를 공개하고 비판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그를 지난 5월 6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김 당선인은 “대통령이 지금처럼 외교정책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입법으로 견제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지난 5월 6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성일 선임기자 -주로 학계에 머물다 국회로 가게 됐다. 계기가 있나. “교육, 강연, 방송 활동 등을 통해 외교 사안을 설명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왔다. 간접적이고, 장기적인 일이지만 조금씩 한국 외교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외교가 발전하는 것보다 망가지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더 망가지지 않게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음 외교 참사가 일어나는 것도 막고 싶었다. 그래서 현장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앞으로 국회에서 입법으로 정부 독주를 견제할 것이다.” -지난 4월 30일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부산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지적했는데. 정부가 엑스포 유치 투표를 앞두고 갑자기 12개국(이중 투표권 있는 국가는 11개국)에 공관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가. “공관을 설치한다는 것은 국가 간 상호 인정을 한다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엑스포 유치 투표 3주 전, 갑자기 정부가 12개국에 공관을 새로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외교부 역사상 단기간에 이 정도 규모의 공관을 한꺼번에 설치한 적이 없다. 우연히 시기가 겹쳤다고 하기에는 공관 설치와 엑스포 유치전 사이에는 분명히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공관 설치가 엑스포 유치 지지 대가로 제공됐다는 것인가. “따져봐야 한다. 우선 외교부가 공관 설치를 언제부터 계획해서, 어느 정도의 예산을 가지고, 어떤 계획서 등을 만들어 추진했느냐가 문제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또 공관 설치가 꼭 필요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진척됐느냐가 중요하다. 확인해본 결과, 12개국 중 딱 3개국에 공관장이 내정된 단계라고 했다. 만약 표를 받기 위해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한 것이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국제행사 유치에 국가 역량을 동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공관 설치가 왜 문제가 되나. “대사관, 영사관 등의 공관을 세우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외교 인력을 파견하고, 현지 인력도 채용해야 한다. 최소 4~5명의 인력은 있어야 업무를 할 수 있다. 공관 하나를 유지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의미다. 공관이 없는 나라라고 교민을 보호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각 거점 공관을 중심으로 이들 국가도 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재외공관을 설치하겠다는 곳을 보면 2021년 기준 교민 15명이 있는 마셜제도, 2022년 기준 외교부가 여행 자제에 해당하는 황색경보를 내린 시에라리온 등이 포함돼 있다. 공관을 한 번 설치하면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은 한 수십 년간 유지하며 세금을 써야 한다. 외교부가 공관 설치에 신중한 검토를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엑스포 유치 투표 3주 전, 갑자기 정부가 12개국에 공관을 새로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따져봐야 한다. 표를 받기 위해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한 것이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결과적으로 부산은 엑스포 유치에도 실패했다. “부산이 받은 29표 안에 이들 12개 국가가 포함돼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지지의 대가가 공관 설치가 맞다면 효능을 확인할 수도 없는 일에 세금을 쓴 셈이다. 적어도 왜 이런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는 한번 보자는 것이다. 그래야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 아닌가.” -외교에서 실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다. 한·일 관계만 봐도 국내 기업 ‘네이버’가 일본에서 퇴출위기를 맞았다. “외교 지형이 한쪽으로 기울면 다시 평평하게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다. 일단 유리해진 쪽은 외교적 공세를 멈추지 않는다. 현재 한·일 관계가 그렇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양보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과거사, 영토, 교과서 문제 등이 우리만 참으면 끝나는 것인가. 이런 문제들은 형태, 정도만 바꿔서 계속 나타날 것이다. 정부는 일본이 물컵의 반을 채울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 한국이 가진 우물까지 내놓으라는 상황 아닌가.” -네이버 ‘라인’ 사태에서는 우리 정부가 안 보이는 수준이다. “일본이 보안을 이유로 퇴출하겠다는 것 아닌가. 틱톡을 두고 부딪친 미·중 사례와 굉장히 유사하다. 미·중은 적대적 관계에서 발생한 일인데 그럼 한·일 관계는 무엇인가. 정부 주장대로라면 밀접하게 결합한 관계 아닌가.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는 것과 닮았다. 정부는 어떻게 우리를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하거나 비판이라도 해야 한다. 그런 게 전혀 없다. 한국 정부는 우리 기업을 대신해서 일본 정부와 상대해야 하는데, 현재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하고만 얘기가 오가고 있다. 국민이 반대한 외교를 추진하는 것이 이래서 위험하다. 이제 와서 잘못된 결정을 인정하거나 사과할 수 없으니 끝까지 잘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일본의 변호사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7월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는 ‘경제안보’를 이유로 한·미·일 밀착을 강조했다. 라인 사태는 ‘경제안보’와 별개인가. “경제안보라는 단어 자체가 일본에서 나온 말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이런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이를 안보화한다는 것은 정부가 언제든 필요하면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라인 사태를 대하는 일본의 태도는 경제안보가 얼마나 자의적인지를 보여준다. 만약 라인이 일본 안보와 관련해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면 ‘경제안보’를 이유로 한국 정부와 상의해 네이버 측에 개선을 요청하는 순서로 갔어야 한다. 지금처럼 한국 정부와 논의도 없이 나가라고 하는 것은 ‘경제안보’의 모순만 보여줄 뿐이다.” -표면적으로 볼 땐 정부가 일본에는 양보하고, 중국과는 대결하는 모양새다. 국제정치 환경상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인가. “중국, 러시아 쪽 전문가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 ‘대체 한국이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까지 중국을 적대해야 할 만큼 특별한 마찰이 있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외부적 요소에서 특별한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 보니 결국 대통령의 세계관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일종의 흑백논리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네오콘과 닮았다. 세계를 선악으로 나누고, 친구 아니면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검사와 피의자로 구성된 세계관과도 일맥상통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와 가상의 대결을 하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를 좌파로 규정하고 이를 척결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 대중국 정책이 그 정도로 ‘굴욕적’·‘추종적’이었나. “프레임 공격이다. 문재인 정부는 균형외교란 이름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정립해 갔다. 문제는 균형이 외교전략적으로는 좋은 말이지만, 프레임 공격에는 너무나도 취약한 말이었다는 점이다. 당장 ‘균형외교’는 중국과는 밀접하고, 미국과는 멀어지는 전략이라고 공격하지 않나. 문재인 정부의 균형전략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똑같이 대한 적이 없다. 미국, 한미동맹은 대외전략의 근간이고 중국, 러시아와는 적이 될 필요 없으니 관리하자는 의미의 균형이다. 한쪽을 방치해 관계를 악화하지 말자는 것과 한쪽을 버리고 다른 쪽으로 붙자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공격받기 쉬운 ‘균형’ 대신 ‘전략적 자율성’이란 용어를 쓰자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략적 자율성은 미국을 동맹국, 최대 우방국으로 인정하면서도 우리와 이익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자율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처럼 알게 모르게 프레임에 걸려드는 사례는 또 있다. 윤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미국을 방문했는데 이때 ‘무너진 한미동맹을 복원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이 ‘한미동맹이 무너진 적이 없다’고 항의해 ‘강화한다’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식의 프레임 공격에 익숙해지면 마치 문재인 정부 때 한미동맹이 무너지고, 중국 추종 외교를 한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지난 5월 6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성일 선임기자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외교는 무엇인가. “전략적 무시, 방치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한·미·일 관계를 강화하면 중국이 알아서 엎드릴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힘이 있고, 한국과는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렇다면 중국과 대립하더라도 교묘하게 해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 정책은 대놓고 중국과 적대적 관계로 가겠다는 것이다.” -대중국 관계를 전환할 수 있는 핵심 사안이 있나. “지난 2년간 한·중 관계가 왜 이렇게 악화했는지 찾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미·중 관계가 악화해도 한국이 중국 편에 설 수 없다는 것은 중국도 이해하고 있다. 즉 중국도 한·미 관계의 특수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 대신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대만’, 즉 양안 문제다. 양안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을 보면 굉장히 이중적이다. 기본적으로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는 것은 친중적인 발언이다. 그런데 동시에 ‘무력에 의한 통일, 현상 변경은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국도 양안 문제에 대해 지지, 반대 입장을 번갈아 가며 쓴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만 딱 한 가지 입장을 말한다. 윤 대통령은 집권 이후 한 번도 공식 선상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단지 ‘무력에 의한 현상변경에 반대한다’는 말만 해왔다. 문재인 정부 때 미국과의 협상에서 대만해협 문제가 나오자 당시 정부는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지지한다’까지만 말했다. 중국은 이마저도 기분 나빠 했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한다’는 그들의 문구를 그대로 차용했기 때문에 더 반발하지도 못했다. 이 정도 수준만 해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얼마든지 관계개선을 할 수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중국을 싫어하는 여론에 편승해 국내 정치적 이득만 노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입장이 늘 같은 것은 아니지 않나. 오히려 이익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올해 미국 대선이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러시아 등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치 외교를 동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중국과는 ‘밀고 당기기’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사실상 이념 외교를 한다. 세계를 신냉전 상태로 규정하고, 적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미국과의 결정적 차이는 유연성이다. 우리는 관계를 아예 끊어버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정권이 교체되면 가치 외교는 중단되고, 미국이 그동안 투자한 것에 대한 회수에 나설 수 있다. 즉 한반도에 대한 확장억제라든지 전략무기 파견과 관련해 청구서가 날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에 전개하는 각종 전략무기는 모두 ‘한국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이다. 이에 대한 청구서를 내밀어도 거부할 명분이 없다. 이때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역량이 있나. 바이든과의 정상회담에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문제조차 현안에 올리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대등한 우방국 관계라고 할 수 있나.”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인식하는 위치(글로벌 중추국가)와 국제사회가 한국을 바라보는 위치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 같다. 당장 오는 6월 초, G7 정상회의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농구에서 말하는 피벗, 즉 중추라는 것은 플레이어가 한 발을 고정한 상태에서 나머지 한 발을 이용해 자유롭게 방향을 전환하며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진영논리에 두 발을 깊숙이 박아놓은 상태인데 어떻게 중추국가 역할을 할 수 있나. 지금 국제사회에서 논의되는 의제는 크게 보면 미·중 전략경쟁, 기후위기,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개발도상국) 세 가지다. 한국 외교 의제에는 기후와 글로벌 사우스가 아예 없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국제 다자무대에서 한 번도 ‘한반도 평화’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한국과 만나서 무슨 문제를 풀 수 있나. G7에 초청받았을 때는 한국이 드디어 ‘중추국 위상’에 올랐다고 하다가 초청받지 못하니 ‘G7 피초청국’이 되는 것이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한다. 앞뒤가 다르다.” 2023년 7월 11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와 인사를 하고 있다. 빌뉴스/김창길 기자 -국회가 열리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나. “한국에서 대통령이 독점하는 주요 권력 중 하나가 외교다. 국익에 있어서만큼은 여야가 없다고 하는데 이를 결정하는 외교를 대통령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순방하며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이나 양자 협력 사안들은 사실상 ‘조약’ 수준이지만 의회 동의를 받기 싫으니까 ‘(공동)성명’ 같은 것으로 대체한다. 총선 패배 이후 윤 대통령이 견제받는 국내 정치보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외교 문제에 더욱 집중할까봐 우려된다. 우크라이나에 가서 지원을 약속하거나 미국에 가서 글로벌 펀드에 수억달러씩 지원을 약속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대통령의 주요 외교적 결정들이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게 법을 개정하고, 입법도 할 것이다. 외교는 상대가 있어서 한 번 관계를 훼손하면 원상태로 되돌리기 힘들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게 입법을 통해 막을 것이다. 이미 법안을 준비 중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나. “우크라이나나 대만처럼 분쟁 상태에 있는 지역에 유사시 개입하지 않겠다고 정부가 밝히라는 결의안부터 추진할 생각이다. 대만 상황이 악화할 경우 미국은 한국이 개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침묵 중이다. 국민 중 대만 유사시 개입하는 것에 찬성할 분이 얼마나 있겠나.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게 견제할 것이다.” -대통령 부인 문제는 어떤가. 대통령 부인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외교활동을 한다. 적어도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지 않나. “왜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느냐 문제보다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을 순방에 포함하는 등의 행동이 문제다. 사실상 관리가 안 된다. 철저하게 외교부 프로토콜 안에서 행동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법으로 제한할 수 있게 준비해 보겠다.”
- 이태원 참사, 수사로 다 했으니 조사는 필요 없다?(2024. 02. 16 16:00)
- 2024. 02. 16 16:00 사회
- 처벌·재발 방지 목적부터 달라…특별법 수용,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은 정황도 정부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의결한 지난 1월 30일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실 말고 필요 없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성동훈 기자 “진정으로 유가족과 피해자 그리고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정부도 적극 수용할 것입니다.” 정부는 끝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거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의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법안의 내용이 달랐다면 정부 입장도 달랐을 거라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이래 한결같았다. 정부는 어떤 조건이 충족된다면 특별법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전제도 달지 않았다. 특별법안은 지난해 6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처음 상정됐다. 다음은 국회 회의록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윤석열 정부는,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십니까? 한창섭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예. 기본적으로는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반대로 법안은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다뤄졌다. 지난해 8월 열린 회의에서도 정부 입장은 동일했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정부 입장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특별법이) 일단 필요하지 않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법안을 논의하는 단계였기에 정부가 원하는 특별법의 방향이 있었다면 이를 반영시킬 여지도 있었다. 정부의 입장은 그러나 덮어놓고 반대였다. ‘진정한 특별법이라면 정부도 수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특별법안은 참사의 원인과 후속조치 등을 조사할 특별조사위원회(조사위)의 구성을 골자로 한다.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사업과 피해자 지원 등도 담았다. 윤석열 정부는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5가지 이유를 댔다. ①특별조사위원회의 강력한 권한이 헌법에 위배된다 ②특조위 구성에 있어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③특조위 업무 범위가 광범위해 사법부와 행정부 영역을 침해한다 ④진상규명은 정상적으로 진행돼 왔다 ⑤예산이 낭비된다 등이다. 이 주장들이 얼마나 타당한지 짚어봤다. 진상규명 어디까지 이뤄졌나?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1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안에 대한 국회 재의 요구,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정부는 경·검 수사를 통해 충분한 진상규명이 이뤄졌다고 본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1월 30일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500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해 사건을 면밀히 수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했습니다. 검찰 보강 수사를 통해 서울경찰청장을 포함한 23명이 기소됐고, 그중 6명이 구속됐습니다”라고 했다. 수사가 이뤄졌으니 더 이상의 조사는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다. 수사와 조사는 그러나 그 목적부터 다른 행위다. 수사는 책임자를 가려내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책임자의 고의나 과실이 참사의 원인이 됐다는 점이 법적으로 입증돼야 처벌이 이뤄진다. 때문에 수사는 개인의 행위에 집중할 뿐 아니라 입증 가능한 잘못만 다룰 가능성이 높다. 반면 조사는 처벌보다는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개인의 책임보다는 조직과 제도 운용상의 문제를 살피는 데 초점을 둔다. 조사의 관점에서 지금까지의 진상규명은 결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대응만 놓고 보자. 경찰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별다른 안전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참사 당일의 대응이다. 참사가 일어나기 약 3시간 40분 전부터 압사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지만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도심 한복판에서 세 자릿수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도 경찰 지휘부는 사고 발생 후 1~2시간이 지난 뒤에야 참사를 인지했다. 경찰 조직의 대응을 두고 ‘왜?’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수사 결과는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아주 기초적인 답변만을 제공할 뿐이다. 이태원 참사 관련 안전사고 예방조치를 소홀히 하거나 참사 당일 조치 미흡(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기소된 경찰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을 포함해 모두 8명이다. 이들 8명의 과실이 없었다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까. 수사기록 등을 보면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히려 사고의 원인은 경찰 조직의 관행이나 업무 우선순위 등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일단 안전사고에 대비한 축제 인파 통제는 경찰 업무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은 참사 직전 ‘인파 밀집 위험이 있으니 핼러윈 때 이태원에 가보겠다’는 부하직원에게 “주말이고 하니까 집회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 정보관이 축제에 나가서 할 게 뭐 있나”라고 했다.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이전되면서 용산경찰서가 집회 대응에 집중해야 했던 상황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경찰은 시민들의 압사 위험 신고에 관성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참사 당일 가장 위급한 상황임을 의미하는 ‘코드 제로’ 신고가 잇따랐지만 서울청과 용산서의 상황실은 이를 주의 깊게 보거나 전파하지 않았다. 김광호 전 서울청장은 2022년 국회 국정조사에서 “코드 제로가 (하루) 100여 건에 이른다. 접수요원이 살펴보라고 하지 않는 한, 상황팀장이 자체적으로 확인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참사의 원인 파악에 실패하면 재발 방지 대책도 빗나갈 수밖에 없다. 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경찰 대혁신 태스크포스’를 꾸려 약 1년 만에 개선책을 내놨다. 일정 장소에서 1시간 내 3회 이상 신고가 접수되면 선제 대응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중요 상황 발생 시 지휘관 휴대전화로 정보가 자동 전파되는 앱을 개발했다. 지휘관에게 상황을 보고할 체계가 없어서 참사가 일어난 것이 아닌데도, 손쉬운 기술적 해법을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참사 당일 서울청장과 용산서장은 집무실과 관용차량의 무전기를 통해 경찰 내 모든 무전을 들을 수 있었다. 무전에는 비명도 포함돼 있었지만 용산서장은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과 달랐던 각국의 사후 대응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태원 참사 직후 언론은 주최자 없이도 핼러윈 축제가 안전하게 진행된 각국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홍콩 최대 번화가 란콰이퐁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홍콩 경찰은 경사진 골목과 계단이 많은 란콰이퐁에 인파가 몰리는 행사가 열릴 때마다 적극적으로 안전관리에 나선다. 이동하는 시민들과 함께 걸으며 일방통행을 유도하는 식이다. 경찰이 대열에 들어가 있기에 자연스럽게 공간을 확보하고 동선과 이동 속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홍콩 경찰도 처음부터 인파 안전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건 아니다. 1993년 발생한 란콰이퐁 참사가 계기가 됐다. 그해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에 란콰이퐁에만 1만5000명의 인파가 몰렸고, 21명이 사망하고 62명이 부상을 당하는 군중 압착 사고가 발생했다. 그 이후 당국의 대응이 주효했다. 홍콩 당국은 ‘법원의 양심’이라 불리던 케말 보카리 판사에게 사고 조사를 맡겼다. 조사위원회는 군중 관리에 대한 홍콩 경찰의 태도 변화를 주문하는 등 10가지 권고안을 내놨다. 이 권고안에 따라 이후 대규모 인파 밀집 행사 시 경찰에게 엄격한 군중 관리 의무를 부여했다. 2001년 일본 효고현 아카시시에서 발생한 군중 압착 사고는 이태원 참사와 여러모로 닮았다. 그해 7월 열린 아카시시 불꽃놀이 행사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고는 기차역과 불꽃놀이 회장을 잇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던 보도교에서 발생했다. 11명이 사망하고 183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9명은 10세 미만 아동이었고, 2명은 70대 노인이었다. 지자체가 주최한 행사였지만 안전관리는 민간 경비업체가 담당했다. 경찰도 배치됐는데 당시 축제 때마다 기승을 부리던 폭주족 대응에 290여명이 배치됐고, 인파 관리에는 30명 안팎이 배치됐다. 행사장을 통제하던 경비업체 관계자들은 사고 발생 몇 시간 전부터 인파 밀집 위험을 파악하고 경찰을 다리 위에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좀더 두고 보자”, “폭력 상황은 없다”며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경찰이 사전에 위험 요소를 알고 있었다는 점, 업무 우선순위에서 인파 관리가 뒷전으로 밀려 적극적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 등이 이태원 참사와 닮았다. 사후 대응은 달랐다.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사와 별개로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위원회가 사고 발생 10여 일 만에 꾸려졌다. 6개월 만에 나온 보고서는 경찰 조직의 대응 소홀을 지적하는 등 18가지 권고사항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경찰이 인파 밀집 경비에 대해서는 주최 측 경비업체에 맡기고, 군중 사고의 억제는 당초부터 경찰 업무에 없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단순히 아카시경찰서의 담당자 혹은 아카시경찰서의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효고현경찰청 전체의 방침으로부터 생겨났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인파 밀집 사고 위험이 있을 때 ‘대응할 수 있다’고 규정한 기존의 법 조항을 ‘대응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으로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개인의 잘못보다는 조직의 구조에 집중한 것이다. 특기할 사항은 조사위가 주최 측이 존재하는 행사라도 인파 밀집 사고 관리에 경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점이다. 사복을 입은 민간 경비업체 관계자들만으로는 인파 통제에 강제력을 갖기 어려우니, 제복을 입은 경찰이 인파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봤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이태원 참사 뒤 내놓은 ‘국가 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에서 앞으로 주최 측이 없는 축제·행사에 대한 안전관리계획 수립을 지자체에 맡기기로 했다. 이태원 참사에서 정부와 경찰의 대응 실패를 참사 원인으로 인정하지 않은 탓에 지자체의 책임 확대라는 엉뚱한 결론으로 귀결된 셈이다. 이 역시 사고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결과라 볼 수 있다. 제도와 관행이 다른 각국의 사례는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한국의 실정에 바로 대입할 수도 없다. 그러나 ‘대형 참사에서 수사 이외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방향성은 일관되게 읽힌다. 2010년 5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독일의 러브 퍼레이드 군중 압착 사고는 사고 이후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사가 이뤄졌지만, 공소시효 만료의 압박 속에 책임자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 또 다른 참사로 끝났다. 사고 발생 12년 만인 2022년에 와서야 주 법무부 장관 주도로 대형 참사 조사에 대한 개선 방안이 나왔다. 이 방안 중에는 형사 절차의 제한 없이 사고의 모든 배경 정보와 원인을 규명할 별도의 조사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무소불위 특조위? 정부는 특별법안이 조사위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해 헌법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법안에 따르면 조사위는 결정적 증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2번 응하지 않으면 조사위 의결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고, 자료 제출 요구를 2회 이상 거부하면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것을 의뢰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권한 부여가 과도하다고 본다. 이 권한은 그러나 조사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앞서 활동했던 세월호 특조위와 사회적참사특조위(사참위)에도 부여됐다. 조사위가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한다 하더라도, 영장을 청구할지에 대한 판단은 종전대로 검찰·공수처 등 수사기관이 하고, 영장의 발부 여부는 법원이 심사한다. 게다가 조사위가 특별검사(특검) 임명을 국회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여당의 반대로 최종안에서 빠졌다. 세월호 특조위와 사참위에는 부여됐던 권한이다. 정부는 조사위 구성 방식도 편향적이라고 본다. 법안은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와 협의해 3명의 조사위원을 추천하고,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4명씩 추천해 모두 11명의 조사위원을 임명하도록 했다. 정부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 위원을 추천하는 점, 국회의장과 위원 추천권을 협의하도록 한 관련 단체가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질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반대했다. 당초 원안은 유가족단체에 3명 위원의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이었지만, 여당이 반대해 국회의장이 협의를 통해 추천하도록 한 터였다. 결과적으로 정부·여당은 유가족단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본 셈이다. 정부는 조사위의 업무를 규정한 법 조항에 ‘책임소재 규명’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을 두고는 “법적 책임소재를 결정하는 사법부의 고유한 역할과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며 반대했다. 조사위 업무는 법적 책임을 따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을 뿐더러, 설령 범죄혐의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요청하는 데 그친다. 조사위가 법적 책임소재를 결정한다고 보는 것은 정부가 수사와 조사의 개념을 여전히 혼동하고 있거나, 의도적으로 오독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국가 예산의 낭비도 반대의 논거로 들었다. 정부는 조사위가 구성되면 2년 동안 96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2023년 6월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를 인용했다. 예산 낭비라는 가치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의문이지만, 실제 예산 소요는 96억원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추계를 내놓았을 때와 달리 최종안에서는 조사위원의 수가 17명에서 11명으로 줄었고, 조사위 활동 기간은 2년에서 최장 1년 3개월로 단축됐다. 진상규명이라는 당연한 요구를 어떻게 정부가 반대할 수 있었을까.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의 조사 과정, 지난한 과정이었음에도 한계가 있었던 조사의 결과물, 이를 지켜보았던 공동체의 트라우마는 정부가 ‘덮어놓고 반대’로 입장을 정하는 데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이 의결된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권선동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가 세월호참사 특별법을 만들어 가지고 몇 번 조사했습니까? 아홉 번에 걸쳐서 국정조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특검 수사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진상이 밝혀진 게 있었습니까? 오히려 사회적인 갈등과 불신만 증폭시켜 왔습니다”라고 했다. 두 차례에 걸친 세월호 참사 조사위원회 활동의 한계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부가 또 다른 참사의 원인 규명을 거부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한계를 보완하고 극복해 더 나은 원인 규명 조사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의 책임을 인격화해 소수의 책임자를 찾아내 행위 이상의 책임을 묻는 현재의 방식보다, 구조적 원인을 찾는 조사가 공동체는 물론 사회의 갈등관리에 보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월호 특조위에서 조사관으로 일했던 재난사회학자 박상은 플랫폼C 활동가는 자신의 책 <세월호, 우리가 묻지 못한 것>에서 “5·18 광주항쟁의 발포 명령자를 찾듯이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시키거나 승객들을 구조하지 말라고 명령한 사람을 찾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사법적 관점에 압도당하지 않고 구조적 조사를 진행하면서도 피해자와 대중의 책임 배분 요구를 적절히 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많은 사람의 잘못과 부주의 무능으로 발생한 재난의 책임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다면, 책임의 인격화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 특집
- [시사 2판4판]참사와 재난의 나날(2023. 11. 28 07:00)
- 2023. 11. 28 07:00 정치
- 시사 2판4판
- [신간]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2023. 10. 20 10:44)
- 2023. 10. 20 10:44 문화/과학
- ㆍ생존자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김초롱 지음·아몬드·1만8000원 그는 그날 거기 있었다. 평범한 날, 익숙한 장소가 참사 현장으로 변한 건 순식간이었다. 발이 땅에 닿지 않고 앞뒤로 압력이 가해지는 공포 속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상담사는 그를 ‘생존자’라 불렀고, 그는 상담사가 “오버”한다 생각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상담 과정을 적은 그 글이 큰 화제가 된 뒤엔 어떻게 지냈을까. 구청 상담 선생님은 자꾸 ‘집에 쓰레기봉투가 몇 장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 정신과 의사마저 쓰레기봉투 체크 숙제를 냈다. 짜증을 내며 돌아와 마주한 집은 충격적이었다. 운으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바로 옆에서 참사를 못 알아챘다는 자기 혐오, 바뀌지 않는 사회를 향한 분노, 거기에 중증 우울증까지 덮쳐왔다. 이 책은 여전히 분투 중인 그가 고통을 ‘자원화’하는 시도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타인을 살리는’ 기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며 용기를 냈다. ▲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 이용한 지음·이야기장수·1만9800원 알고 보면 원래 날아다니는 생명체일까. 펼친 페이지마다 공중부양 중이다. 40마리 길냥이들의 ‘비포와 애프터’를 보며 모든 고양이에게 뚱냥이가 될 공통의 운명이 있었나 의심해본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시인이 17년간 관찰한 아기 고양이들의 성장기록이다. 고양이가 고양이를 주워오는 진짜 ‘냥줍’에 장독대 위 진짜 ‘묘기(猫技)’까지… 신비한 묘생이 다큐처럼 펼쳐진다. 저자에 따르면 아기 길고양이가 성묘가 될 확률은 30%도 되지 않는다. 전염병, 쥐약 등 마지막 기록들이 쓰라리다. ▲이강국의 경제 EXIT 이강국 지음·책세상·1만8900원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 답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주간경향 등에 칼럼을 연재한 저자는 사회적 불공정이 낳은 경제적 불평등에 주목한다. ‘증세 vs 감세’, ‘소득주도 성장 vs 민간주도 성장’ 등을 분석했다. ▲인셀 테러 로라 베이츠 지음·성원 옮김 위즈덤하우스·2만1000원 20대 모태솔로 남성 알렉스로 위장해 1년간 남성 커뮤니티 속 여성혐오를 추적했다. 온라인에서 혐오 언어와 밈으로 급진화해 총까지 든 ‘인셀(비자발적 순결주의자)’ 등의 행위를 테러리즘으로 규정해 맞서자고 한다. ▲지켜야 할 세계 문경민 지음·다산책방·1만7000원 “너의 세계냐?” 묻는다. 정년을 2년 앞두고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교 교사 윤옥의 삶에 교권 추락, 장애, 돌봄 등 시대의 화두를 담았다. 초등 교사인 작가가 서이초 교사를 떠올리며 다시 썼다고 밝혔다.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 신간
레이디경향(총 4 건 검색)
-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의 별’ 뜬다
- 2023. 10. 21 10:37 화제|문화/생활
-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의 별이 뜬다. 모이버 제공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추모의 별’이 뜬다. 오는 10월 29일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20일 증강현실 스타트업 ‘모이버’가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증강현실(AR) 추모의 별 ‘Remember 1029’를 제작했다고 전했다. 이 추모의 별은 모이버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함께 참사 1주기를 맞아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물리적인 거리의 제약을 넘어 범국민적인 추모 행렬을 일으켜 보자는 취지로 제작되었다. 전국 어디서나 증강현실로 된 추모의 AR 별을 하늘에 띄우는 챌린지를 통해 비극적인 참사의 희생자들을 기릴 수 있는 캠페인으로 진행된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증강현실(AR) 추모의 별 ‘Remember 1029’ 모이버는 ‘1029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주황색과 보라색을 품은 별을 3D 모델링으로 제작하고, 참사로 조각조각 흩어진 영혼의 별조각들이 하나로 모여 아름다운 별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이미현 상황실장은 “많은 곳에서 애도의 마음을 나누고 있을 시민들이 온라인상에서라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함께 기억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모이버 김은영 프로는 “참사 1주기를 맞아 추모식을 이태원에서 개최하지만, 주변에 지방에 살거나 해외에 사는 지인들은 참석하고 싶어도 못해 아쉬움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모이버가 제작한 증강현실(AR) 인스타그램 효과를 사용하면, 누구든 어느 곳이든 하늘에 가상현실로 된 추모의 별을 띄워 캠페인에 마음을 보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추모의 별을 원하는 이들은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나 ‘모이버’의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공유할 수 있다.
- ‘2020년 10대 뉴스’ 중 대중 공감도 1위는 이태원 참사
- 2022. 12. 29 07:05 화제
- 2022년 10대 뉴스에 대한 대중 공감도. (주)피앰아이 제공 ‘위드 코로나’가 보편화한 2022년은 사회 각 분야에서 일상 회복의 움직임이 어느 해보다도 분주한 한해였다. K컬처의 인기는 고공 행진을 이어갔으며,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도 이뤄냈다. 반면 온 국민이 충격에 빠트린 이태원 참사의 비극도 일어났다. 다사다난했던 올해, 연합뉴스TV 선정 2022년 10대 뉴스 중, 어떤 이슈가 대중에게 가장 공감되고 기억에 남았을까? 온라인 조사 전문기관인 ㈜피앰아이는 ‘2022년 10대 뉴스에 대한 대중 공감도’ 여론조사를 시행했다. 조사는 전국 만 20~69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응답자가 꼽은 10대 뉴스 1위는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19.8%)로 나타났다. 온 국민을 슬픔과 충격에 빠뜨린 이태원 참사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속 등 관련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2위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위기’(14.9%)로 확인되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이 단행되었고 그 충격은 부동산과 금융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며 불안정한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의 키워드’ 워드클라우드. (주)피엠아이 제공 3위와 4위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14.5%)에 이어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위드 코로나’가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시대 3년 차에 접어들며, 지난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지되었다. 완화된 규제로 인해 일상으로의 회복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재유행, 재감염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기쁜 뉴스도 있었다.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등 강호들을 상대로 값진 결과를 낸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뉴스는 10%로 5위를 차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며 ‘용산 시대’를 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용산 시대 개막’(9.7%) 뉴스는 6위로 나타났다. 뒤이어 우주 시대를 한 발짝 앞당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 성공‘(7위, 6.5%), ‘세계가 인정한 K컬처...칸 영화제, 에미상 수상’(8위, 5.5%), ‘북한 잇단 ICBM 도발...한반도 강대강’(9위, 4.7%),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별세’(10위, 4.1%) 순서로 확인됐다.
- 세월호 참사 100일 끝나지 않은 이야기
- 2014. 07. 31 17:35 화제
-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일반인 희생자 등 2백94명이 영영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하늘의 ‘별’이 된 지도 100일이 지났다. 전 국민이 안타까움과 슬픔을 함께했고 기나긴 추모 행렬이 이어졌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많은 이들에게 그날의 아픔은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희미해져가고 있는 중이다. 사고 발생 석 달째를 맞이한 현재, 희생자 가족들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아들이 보고 싶어서 아들놈이 입던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아들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아들 옷 입고 아들 바지 입고 아들 양말 신고 다닙니다. 보고 싶습니다. 딱 한 번만, 한 번만 만져보면 좋겠는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최성호군의 아버지는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눈물은 하염없이 두 뺨으로 흘러내렸다. 결국 아버지는 고개를 숙인 채 통곡하고 말았다. 희생자 가족들의 마르지 않는 ‘피울음’에도 이제 그들은 점점 잊히고 있는 분위기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커녕 되레 가족들을 둘러싸고 억측과 오해들까지 난무하고 있다. 국회에 맡겼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정치권의 정쟁에 밀려 ‘침몰 위기’의 상황에 놓였다. 가족들은 단식 농성까지 벌이며 호소하고 있지만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아무런 응답을 해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별’이 된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이제 썰렁해진 전남 진도 팽목항에는 30명도 되지 않는 가족들만 남아 하루 종일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4백76명 중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10명(7월 18일 기준)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행여나 살아 돌아올까, 하는 희망을 접지도 못한 채 100일이 다 돼가도록 팽목항 지킴이가 돼버렸다. 한 희생자 가족은 “오늘도 아무 소식이 없다…”라는 말만 되뇌었다. 진도경찰서 관계자는 “정말 안타깝다. 가족들이 하루에 몇 마디도 나누지 않은 채 무거운 침묵만 계속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신이라도 찾은 가족들은 이제 머리를 싸매고 길거리로 나선 모습이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무엇보다 국민이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가족들은 전국을 한 달여 동안 순회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서명지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한 나라 건설 특별법 제정 촉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렇게 모은 서명만 모두 3백50만여 건. 지난 7월 15일 전국에서 모인 서명지들이 4백16개의 노란 상자에 담겨 국회로 배달됐다. 하지만 국회의 대답은 쉽사리 나오지 않고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7월 11일부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TF’를 가동하고 머리를 맞댔지만 특별법 조항을 놓고 충돌하면서 가족들의 요구는 뒷전으로 밀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공개적으로 가족들에게 약속했던 특별법 제정이었지만 새누리당 쪽의 반대가 심했다. 쟁점은 특별법에 따라 설치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할지 등이다. 새누리당은 수사권 부여가 현재의 형사 사법체계를 뒤흔든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은 형사소송법상 검찰만이 수사권·수사지휘권·기소권을 갖는데,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면 이는 헌법과 법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라는 설명이다. 반면 야당은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임명된 진상조사위원이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게 하면 가능하다고 맞섰다. 이 와중에 가족들은 국회의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아예 안산 합동분향소를 떠나 국회 앞에 주저앉아버렸다. 밤샘 농성에 이어 단식 농성까지 벌였다. 거리로 나선 생존 학생들과 희생자 가족들 살아 돌아온 생존 단원고 2학년 학생 38명도 7월 15, 16일 1박 2일에 걸쳐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도보 행진을 했다. 단원고에서 국회까지 47km에 이르는 거리를 쉼 없이 걸었다. 힘없이 둘러멘 가방들에는 주렁주렁 명찰들이 걸려 반짝였다. ‘박채연’, ‘김빛나라’, ‘김지인’, ‘유예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친구들 이름이다. 출발 직전 취재진 앞에 선 신영진군(17)은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길에) 나섰다. 진실을 꼭 밝혀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도보순례’에 나선 가족들도 있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두 아버지다. 단원고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56)와 누나 이아름씨(25),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52)는 7월 8일부터 안산 단원고를 출발해 팽목항까지 40여 일간에 걸친 도보순례를 하고 있다. 거리는 750km가량이다. 천주교 신자인 이들은 5kg의 십자가를 멘 채 작렬하는 태양 아래 하루에 평균 9시간씩 고행 길을 걷고 있다. “엄청난 참사가 일어났는데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 해 우리라도 지기로 했다”라는 것이 가족들의 뜻이다. 이들이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라는 호소뿐이다. 그러나 결국 국회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음 회기로 제정 건을 연기했다. 여야는 서로 “돌연한 협상 결렬 선언”, “(여당은) 거부와 회피로 일관했다”라고 처리 무산 책임을 전가하는 공방을 벌이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희생자 가족들은 특별법 제정 조항 등에 반대로만 일관한 새누리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희생자 가족 대책위원회 김병권 위원장은 7월 17일 서울 광화문 앞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은 이러한 특별법은 ‘전례가 없다’라면서 반대하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도 전례가 없었던 일임을 잊었나”라며 “심지어 대통령과 여야가 모두 약속했던 것을 왜 지키지 않는가”라고 성토했다. 기자회견 직후 단식 농성 중이던 희생자 가족 2명이 그 자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정치권은 여기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가족들은 상실감으로만 고통을 받고 있는 게 아니다. 일부의 억측과 오해는 가족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참사 진상 규명 노력을 폄훼하는 소문과 정치권의 부실한 특별법 논의가 원인이 되고 있다.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야당 측이 발의한 특별법안에 담긴 ‘세월호 희생자 전원 의사자 지정’, ‘단원고생 대입 특례’ 등의 조항 때문에 일어났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누리꾼 등 일부 시민들의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는 욕설과 비꼬는 말이 섞여 확산되기도 했다. 가족들은 억울해하고 있다.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 호소를 위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한 것인데, 다른 사람들은 보상금이나 특혜를 받기 위해 나선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한 유가족은 “‘전원 의사자 지정’, ‘대입 특례’ 같은 조항은 유가족들이 낸 입법청원안에는 없는 헛소리일 뿐이다”라고 잘라 말하고는 “그런데 헛소리가 참소리가 되게 생겼다”라며 허탈해했다. 실제로 가족들은 피해자 전원을 의사자와 의상자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공식적으로 정치권에 제안한 적이 없다. 가족들이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작성해 국회에 청원한 특별법안에도 이 같은 내용은 없다. 단원고 학생을 위한 ‘대입 특례학’ 조항 역시 가족들의 특별법안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정부는 아직 보상 문제를 놓고 가족들이 공식 논의를 한 적도 없는 상태다. 가족대책위가 청원한 특별법안에는 보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명시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책임의 원칙’ 정도만 적혀 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피해에 따른 보상은 당연한 조치이겠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관련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방현수씨(20)의 어머니 김기숙씨(50)는 “어느 부모가 죽은 새끼를 앞세워 목돈을 바라겠나. 끝까지 조사해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것인데 와전돼서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고 박혜선양의 어머니 임선미씨는 7월 13일 기자회견에서 “엄마, 아빠의 심정으로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하지 않았나. 우리는 수면제 없으면 잠을 못 잔다. 배 속에 열 달 동안 있던 내 새끼…”라고 말하고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진실을 규명해달라고 했지만 오해만 받는 상황 속에서 가족들의 마음에는 또 다른 슬픔과 분노만 쌓여가고 있는 셈이다. 세월호 참사 100여 일간의 기록 4월 16일 오전 8시 52분쯤 4백76명 태운 세월호 침몰 시작 4월 18일 구조 인력, 선체 2층 화물칸 문 열고 선체 첫 진입 4월 19일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 3명 구속 4월 27일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운영 시작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 ‘눈물의 대국민담화’ 통해 해경 해체 발표 국회 ‘세월호 임시국회’ 개회 6월 3일 희생자 합동 49제 거행 6월 26일 박 대통령, 사고 책임지고 사의 표명했던 정 총리 유임 결정 7월 8일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정부가 총체적 무능” 7월 11일 여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위한 TF 가동 7월 14일 가족들, 특별법 제정 요구 단식 농성 시작 7월 15일 단원고 생존 학생 38명, 진상 규명 요구하는 도보행진 특별법 제정 촉구 시민 3백60만여 명 서명 7월 17일 여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처리 무산 1 “많은 친구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으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며 1박 2일 도보 행진에 나선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 2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3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중인 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17일 세월호 탑승 당시 학생들이 찍은 동영상이 상영되자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박홍두 기자(경향신문 사회부)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 남아시아 강타한 쓰나미 참사, 그 생생한 현장을 다녀오다
- 2005. 02. 01 재테크
- 태국 푸케트&스리랑카 트링코말리 인도네시아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해일 대참사를 지켜보면서 말 그대로 무력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재난’을 넘어 ‘재앙’에 가까운 현실에 비감히 몸서리도 친다. 직접적인 사망자수만 1월 18일 현재 족히 2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이것이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에 경악할 따름이다. 스탈린이 그랬다던가.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요,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라고. 그러나 대참사로 인한 이 엄청난 희생이 안일한 보도 속에서 ‘통계’로 취급되는 일은 경계돼야 할 것이기에 조심스럽게 르포를 구성한다. 그 수많은 죽음은 그 하나 하나가 말 그대로 더할 수 없는 비극일 것이므로… 그러나 진흙 속에 피어나는 연꽃의 붉은 꽃잎처럼 남은 자들의 삶은 뜨겁게 계속된다. 그리고 삶이 계속되는 한 희망의 빛 역시 꺼지지 않고 반짝일 것이다. 태국 푸케트&카오락 일대 취재일지 기간 2004년 12월 31일~2005년 1월 5일 취재 경향신문 사회부 송형국 기자 ◆ 생지옥의 현장 쓰나미가 삼키고 간 태국 푸케트의 피해 현장은 천혜의 절경을 지닌 푸른 바다와 폐허로 변한 죽음의 땅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곳에서 엇갈린 무수한 이들의 생과 사를 품고 있는 듯했다. 급한 출장 결정에 서둘러 찾아간 현장은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생지옥. 생존 그 하나만을 갈구하다 죽어간 수백 구의 익사체가 한눈에 들어왔을 때 내게 다가온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게도 생에 대한 안도였다. 익사체는 하나같이 괴로워한다. 체내 가스로 인해 몸은 2배로 불어 있고 안구는 얼굴 밖으로 나와 있다. 수습 시절 부검실에서 맡았던 역겨운 냄새는 그곳에 비하면 향기에 가깝다. 그들의 명복을 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 몸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 오른다. 대개 한두 사람의 시신을 볼 때는 식욕이 없어지거나 슬프다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척하게 된다. 이번엔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먼저 찾아왔고, 배가 고팠다. 그날 숙소로 돌아와서는 준비해간 스니커즈 초코바를 꾸역꾸역 입에 넣었다. 새해 첫날 태국 팡아 주(州) 북부의 사찰 왓 방무앙(‘왓’이 사찰이라는 뜻.) 쓰나미 발생 6일째인 이곳의 피해 해안은 어느 정도 시신 수습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한편 사체 집결지에는 수천 구의 시신이 쌓여가고 있다. 팡아 주 카오락 해안에서 희생당한 외국인 시신은 인근 세 곳의 사원에 분산 배치돼 가족들의 확인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태국인 사망자들은 현지에 화장하는 관습이 있는데다 부패 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발굴되는 대로 화장하고 있지만, 외국인 희생자들은 유가족 확인이 없으면 처리할 수 없는 탓에 장기간 방치할 수밖에 없다. 태국의 화장 문화 탓에 병원에는 냉동보관시설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왓 방무앙에만 집계조차 되지 않은 수천 구의 시신이 널려 있다. 사체 특유의 부패한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곳곳에서 사체를 실어 나르는 트럭이 드나들며 희생자들을 떨궈놓고는 떠난다. 사체의 치열을 통해 신원을 파악하는 의료진과 사진확인작업 등을 돕는 자원봉사자들로 지휘본부 역시 북새통이다. 울며 불며 주검을 확인하는 가족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날이 갈수록 사체들의 부패가 심해짐에 따라 태국 대책본부는 12월 31일부터 드라이아이스를 동원, 이송 날짜가 많이 지난 순서대로 부패를 막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서는 냉동 컨테이너를 들여와 지원하고 있다. 태국 당국이 소독약을 동원해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 등으로 인해 언제라도 전염병이 번질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벽마다 사체 사진을 붙여놓고 사진을 컴퓨터로 저장해 유가족들의 확인작업을 돕고 있지만 익사체의 특징상 사진만 가지고 확인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사체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각국의 실종자 가족들이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태국 당국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 생존자가 전하는 당시 상황 ”피를 철철 흘리며 산속에서 밤새웠습니다”_ 박수재씨(26) 사상 최대의 재앙인 남아시아 쓰나미는 영화에서 나오는 해일 장면과는 사뭇 달랐다는 게 생존자와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우선 바닷물이 평소보다 1~2km 빠지면서 장관을 이루었다. 관광객들은 영문을 모르고 “멋지다”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러기를 잠깐. 규모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 휴양지를 덮치고 아차 싶은 순간 생과 사는 엇갈렸다. 박수재씨(25)는 말레이시아 어학 연수중에 친구 이모씨(23)와 지현진씨(23·30일 사망 확인), 외국인 친구 2명 등과 함께 배낭여행을 왔다. 푸케트 옆의 작은 섬인 피피섬에서 스노클링을 준비중이었다. 피피섬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비치’의 배경이 된 곳. 현지 안내원들이 파도 상황을 보면서 자꾸 시간을 미루는 게 이상하긴 했다. 물이 크게 빠졌다 들어왔다를 두 차례 반복하더니 갑자기 멀리서부터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다. 박씨는 순식간에 물길에 휩쓸렸고 물에 잠겨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나중에 보니 건물 잔해에 의해 손과 발목 부위에 상처를 입었는데 발에는 손가락만한 살점이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가까스로 물살을 헤치고 나와 공장 건물 안쪽에 몸을 피했다가 사람들이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같이 뛰었다. 산으로 올라가보니 일행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고 출혈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때서야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현지인 젊은이 3명이 그를 도와 눕혀주고 지혈하면서 상처를 살펴줬다. 물 한 통을 함께 나눠 마시고, 주변에서 과자도 구해와 나눠먹었다. 박씨는 “이름도 알 수 없는 그들이 너무도 고맙다”며 “2차 해일의 공포 속에서 수백 명이 그렇게 산속에서 밤을 보냈다”고 전했다. 체온이 올랐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는 상태로 흘러나오는 피를 눌러 막으며 밤을 샜다. 날이 밝자 그곳에서 알게 된 한국인 한 명이 기진맥진한 박씨를 업고 내려왔다. 크라비 병원에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지만 전쟁통과 같은 병원은 이미 중상자들이 맨바닥에 눕혀져 있을 정도였다. 수술도 불결하게 돼 수술 부위가 곪기 시작했고 다음날 푸케트 병원으로 후송돼 봉합 부위를 열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다가 귀국했다. 가수 고영준씨 절망의 새해 첫날 동생이 동남아로 여행을 갔다는 얘기만 알고 있던 가수 고영준씨(51)는 사태 이후 동생의 소식이 없어 수소문에 나섰다. 고씨는 ‘타향살이’ ‘황성옛터’ 등의 노래로 1950년대 국민의 시름을 달랜 고(故) 고복수·황금심 부부의 큰아들. 동생 병준씨(42·본명 고흥선)는 ‘여인천하’ ‘다모’ 등 MBC의 드라마 음악감독이다. 동생이 예비신부와 함께 피해 지역인 카오락에 놀러 갔다는 말을 들은 고씨는 31일 밤 급히 태국행을 결행했다. 한국 외교부가 푸케트에 마련한 현장지휘본부를 찾아 실종신고를 했다. 이때만 해도 고씨는 물론 대사관 직원들은 설마 하며 어느 지역에선가 여행하고 있을 것으로 희망하면서 새해 첫날을 맞았다. 전날 다른 배낭여행 학생 3명도 실종신고 돼 있었으나 태국 북부에서 여행중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등 사망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기대했다. 1일 오전 카오락 가든비치 리조트가 있던 자리를 수색하던 현지인 민간구조대원들이 한국인의 여권을 발견했다며 당국에 인계했다. 고씨가 찾던 이름과 여권번호 등이 정확히 들어맞는 여권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소식을 전해들은 영준씨는 울컥 했다. 정말 세상을 떠났단 말인가. 새 신부감을 만나 행복한 미래를 기약하며 여행을 떠났는데….. 백화점카드와 현금카드, 본인 명함 등도 함께 발견됐다. 이곳에서 이날 오전중 시신 15구가 발굴됐으며 이중 3구가 동양인인 것으로 추정, 남자 1명, 여자 2명인 이들 사체 중 고씨 커플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에 고씨는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급히 시신 발굴 장소로 이동했다. 이날 낮 비가 오락가락한 탓에 현장에서 더이상 사체를 부패하도록 둘 수 없어 현지인 대원들은 사체집결지로 시신들을 옮겼고, 고씨는 다시 현장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팡아 주 북부의 사원 왓 방무앙에 마련된 사체집결지로 달려갔다. 거무튀튀하게 불어 있는 익사체 수천 구가 썩어가고 있는 현장에서 이미 망연자실한 고씨는 “이게 다 사람이란 말인가”하며 “동생을 내 눈으로 못 볼 것 같다”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문제의 동양인 남성 사체 1구에 대해 확인에 나선 고씨는 서울 가족들과 통화를 계속하며 “동생 금니가 몇 개냐, 수술 자국이 어디에 있냐”는 등 특징을 찾으려 애썼다. 체내 가스로 몸이 팽창된데다 심한 부패가 진행돼 이미 육안으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이었다. “수염이 많다”는 검시관의 말에 동생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판단되지 않았다. 그후 6일 동안을 사체집결지와 폐허로 변한 해안을 맨손으로 뒤졌지만 영준씨는 동생 커플의 시신을 찾지 못한 채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 실종자 가족들 눈물의 위령제 영준씨뿐만이 아니다. 시신을 찾은 가족들은 그나마 다행스런 경우다. 시신이 거센 파도에 휩쓸려 먼바다로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구조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실종자 가족들도 이제는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가족들은 5일 밤 귀국길에 오르면서 사고 현지에서 가까스로 찾아낸 실종 가족들의 유류품만 하염없이 만지작거리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겨야 했다. 이날 오후 실종자 가족들은 외교부 현장지휘본부, 푸케트 교민회 등과 함께 카오락 현장에서 실종자 합동 위령제를 열고 `‘영혼 장례식’을 치렀다. “같이 가자, 같이 가자. 여기 있지 말고 엄마랑 같이 가자….” 태국 팡아 주 카오락 해변으로 신혼여행을 왔다가 남편과 함께 실종된 허모씨(30·여)의 어머니는 사고 현장에서 발견한 딸 내외의 여행가방을 매만지면서 비통함을 참지 못했다. “영혼이라도 있으면 새로 마련한 신접살림에 가서 같이 밥이라도 한끼 먹자….” 눈물은 이미 말라붙었지만 통곡은 그칠 줄 몰랐다. 아버지 허씨는 가방을 끌어안고 “신혼여행 간다기에 최고급으로 사준 건데, 이것만 갖고 어떻게 고국으로 돌아가나”며 바다를 향해 울부짖었다. 한국에 돌아간 부모는 애써 마련한 신접살림과 혼수를 처분하며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릴까. 딸의 시신을 찾느라 수백 구의 익사체를 맨손으로 뒤진 어머니 조씨는 걷지도 못할 만큼 건강이 악화됐다. 사위의 시신은 첫날 발견됐다. 아들의 시신이라도 찾은 사돈댁이 조씨는 차라리 부럽다. “○○아, ○○아….” 곱디고운 딸을 집어삼킨 바다를 향해 딸 이름을 수도 없이 외쳐보지만 에메랄드빛 바다는 아무 말이 없었다. ◆ 차마 못다 쓴 사연들… 한 며느리는 시댁에 알리지 않고 남편과 함께 친정 부모를 모시고 여행을 왔다가 남편을 잃었다. 아들을 잃은 한국의 시부모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왜 나만 살렸나. 서울에 무슨 낯으로 돌아갈까….” 한 신혼부부는 현지 사정으로 출발 직전 공항에서 숙소를 바꿨다가 변을 당했다. 애초에는 내륙 쪽에 있던 호텔이었다. “값비싼 해변 호텔이라는데, 이때 아니면 언제 그런데서 자보겠어….”사연 없는 죽음은 없다. 그들의 처지를 취재하며 기자도 울었다. 차마 기사로는 쓰지 못했다. 애끓는 불행을 더이상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다시는 재난이 없기를 바라지만 어디서든 재난은 찾아온다. 사람이 어떻게 해볼 도리는 그곳에 없다. 살아 있는 삶은 무조건 소중하다. 스리랑카 트링코말리 난민촌 취재일지 기간 2005년 1월 7일~15일 취재 경향신문 사회부 장관순 기자 ◆ 난민촌에서 펼친 인술(仁術) 경향신문과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은 지진해일로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 현지에 공동의료지원단을 파견,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번 지진해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스리랑카는 1백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나 의료시설과 의료진이 부족해 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공동의료지원단은 한의사 18명과 행정요원 5명, 본사 취재진 2명 등 25명으로 구성됐으며, 7일 스리랑카로 출발해 15일까지 현지에서 의료활동을 전개했다. 공동의료지원단은 1만여 명의 현지 피해민을 대상으로 침과 뜸 등 전통 한의학과 한방 외용 치료제 등을 이용해 환자들을 진료했다. 또 비타민과 영양제 등 현지인에게 필요한 2억여원 상당의 응급의약품도 전달했다. ◆ 한방의료봉사에 현지인들 눈물 글썽 “이쿠망터 수워웨느(어서 나으세요).” “보호마 이스투티(정말 고맙습니다).” 참혹한 쓰나미 재앙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경향신문·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 소속의 의료진과 현지 환자들이 자주 주고받는 대화다. 9일 스리랑카에 도착한 봉사단은 10일 본격 진료활동에 들어가 스리랑카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본 북동부의 트링코말리 지역에서 600여 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돌봤다. 인구 13만여 명의 항구 도시인 트링코말리에서는 이번 사태로 주민 950여 명이 사망하고 1만5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의료진은 이날 트링코말리 시내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뒤 2개 팀으로 나뉘어 인근 어촌 팔라토탐 난민촌과 아유르베딕 전통의학병원에서 한방의학을 시술했다. 팔라토탐 난민촌에 진료소가 마련되자 해일 피해 환자 300여 명이 저마다 먼저 진료를 받기 위해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진료소라고 해봐야 따가운 햇빛과 30도를 웃도는 열기를 막기 위한 대형 임시 천막이지만 피부병, 천식 등을 앓는 환자들은 1분이라도 더 오래 몸을 맡기겠다고 다투곤 했다.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환자들은 의료진의 따스한 체온이 배어 있는 침과 뜸이 몸 구석구석에 닿자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코리아, 보호마 이스투티(한국, 정말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특히 즉석에서 고통이 가시거나 가벼워진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스러워했다. 이 난민촌에는 전체 370가구 2000여 명 중 313가구 1500명이 천막 등 임시 거처에서 지내고 있다. 해일 사망자는 3명이며 전체 60척의 어선 중 55척이 파손·유실돼 생계 수단을 잃었다. 구호물자에만 의존하는데다 모기 등 해충에 밤낮 없이 시달려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 ‘키니야’ 난민촌에서 만난 사람들 11일 오전 스리랑카 북동부의 쓰나미 피해지역인 트링코말리 인근의 키니야 마을을 찾았을 때였다. “침 옛날 맞아봤어요.” 분명히 한국말이었다. 외관상으로는 현지 주민인데 느릿느릿하지만 비교적 유창하게 한국말을 하는 모습이 한국의 한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의 배꼽을 잡게 하는 ‘블랑카’를 연상시켰다. “43살 먹은 카루나라트라”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한국에서 한의사들이 왔다는 소식에 일행을 따라왔다”며 거듭 한국어 실력을 자랑했다. 봉사단이 키니야의 알렉사 초등학교에 진료소를 마련하자 그는 “진료를 받고 싶어요”라며 자리에 누웠다. 카루나라트라는 1998년에서 2003년까지 경기 안산의 주물공장에서 일했으며 그때 발목을 다쳐 침을 맞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벌어온 1천여만원으로 부인과 딸, 세 식구가 부러울 것 없이 살던 그는 이번 쓰나미로 졸지에 집을 잃은 채 난민촌에서 지내고 있었다. 쓰나미는 키니야 해안 200여 채의 가옥을 무너뜨렸다. 해안에는 집의 형체도 거의 보이지 않았으며 힌두 사원과 기독교 교회도 무너졌다. 키니야 전체 인구 1600여 명 중 500여 명이 사망했다. 키니야는 트링코말리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으로 지난 8일에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방문하기도 했다. 생존자들은 식욕 감퇴, 전신 무력증 등 공황 상태에 빠져 나날이 쇠약해져가고 있었다. 두통을 호소하던 카루나라트라도 침을 몇 대 맞고 약을 먹은 뒤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가족 생계 걱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는 이날 한의사들과 현지 환자들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이러저리 바쁘게 뛰어다녀 또다른 ‘자원봉사자’ 역할를 자처했다. 그는 “한국에서 고생하며 모은 재산을 모두 잃었지만 가족이 살아남은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라며 “한국에서 일할 때 사장님이나 한국인 직장 동료들로부터 간혹 얻어맞기도 했지만 오늘 한국인들의 선행을 보니 매우 반갑다”고 말했다. 쓰나미를 피하던 중 다리를 삐었다는 스리왈다나(20)도 침과 뜸으로 치료를 받았다. 할아버지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는 그는 “평소 허리 통증을 자주 호소한 할아버지가 이번에 치료를 받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키니야에서 군인 사상자 처리를 맡고 있는 스리랑카 육군의 사만헤이랏 상사(37)는 “시신과 동물 사체에서 나는 악취가 코를 찌르는 처참한 현장에서 인술을 베푸는 한국 한의사들이 존경스럽기만 하다”며 “이스투티(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 음료수라도 대접해야 맘놓는 현지인들의 순박함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은 가는 곳마다 소박하고 토속적인 환영을 받았다. 의료팀 김길섭 원장은 12일 트링코말리 카팔투라이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스메타지타니라는 환자로부터 `이상한’ 메모를 받았다. 메모에는 환자의 이름과 집 주소가 적혀 있었다. 김 원장은 “종이에 자신의 이름을 쓰는가 보다 했는데 그 길이가 긴데다 숫자가 끼어 있는 등 이상해 물어보니 주소를 함께 적어준 것이었다”며 “펜팔하자는 건가 했는데 알고 보니 `시간 날 때 우리집에 들르라’는 뜻을 담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진도 대부분 이 같은 초대장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특히 팔라토탐 난민촌에서 일부 의료진은 환자의 성의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과 한국 주소 및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왔다. 일부 환자는 취재진들에게까지 자신의 주소를 적어주는 등 정겨운 모습으로 친밀감을 표시했다. 바쁜 일정 탓에 실제로 환자의 초대에 응한 의료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일단 환자의 집에 의료진이 들어서면 현지인들은 대체로 음료를 대접했다. 키니야 난민촌에서 진료중이던 구자승 한의사는 자칭 주스공장 사장인 중년 남성의 집까지 따라가 파인애플 주스를 얻어 마셨다. 그는 “소변이 급해 환자에게 화장실 위치를 물었더니 손목을 잡고 자신의 집 화장실로 데려가더라”며 “말은 안 통하지만 나름의 성의를 보여주는 이들의 순박함이 참 보기 좋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캐니야딕 지역에 왕진을 나간 이종안 한의사도 한 노인의 집에서 집안 소독 등을 해주고 음료수를 대접받았다. 집 주인은 친히 파파야 등 열대 과일을 갈아 한컵 가득 내놓았다. 그는 “현지에서 음료나 물을 함부로 마시는 것은 금물이지만 차마 뿌리칠 수 없었다”며 “시원하게 잘 마셨고 지금까지 아무 이상 없다”고 자랑했다. 봉사단의 통역 업무를 맡은 한국국제협력단 김세민씨(28)는 “스리랑카 사람들은 고맙다는 의미로 자신의 집에 초대해 차나 음료 등을 대접하는 풍습이 있다”며 “물자가 풍족하지 못한 탓에 소박한 정성을 보이면서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사단이 병원과 난민촌 등으로 이동할 때마다 마주치는 무장 군인들도 의료진의 버스를 보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반겼다. 키니야 난민촌에서는 군인들이 탄산음료수를 사다 의료진에 제공하기도 했다. 당초 반군 출몰과 재난에 따른 위험 등으로 외지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지만 의료진의 지속되는 선행에 감복하게 된 것이다. # 난민촌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싹을 보다 의료봉사활동을 마치고 16일 오전 귀환한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의 표정에는 자부심과 안도감이 교차했다. 의료진은 활동 기간 중 5000여 명의 환자를 돌보고 인근 초등학교에 학용품 등을 전달했다. 피해 지역에서의 전염병 감염 우려도 이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이들은 “일하느라 정신 없어 난민촌의 악취를 맡지 못할 정도”로 온 힘을 집중했다. 당초 의료진은 세번째인 스리랑카 봉사활동 실패에 대한 막연한 불안도 느꼈다. 북부 자프나 지역에 나갔던 2003년에는 타밀족 반군의 위협으로 조기 철수했으며, 지난해에는 한 단원이 심장마비로 숨지는 불행이 이어졌던 탓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든 우려를 씻어내고 한방의학과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이번 활동은 한방 사상 최초로 해외에서 응급 구호를 벌였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남짓의 빈국 스리랑카는 이번 해일사태로 5만여 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 의료진이 스리랑카를 택한 이유는 이재민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미흡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희망의 싹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휴가를 반납한 채 타밀족 지역인 북부 일대에서 복구에 여념이 없는 싱할라족 군인들은 국가 통합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어린이들이 흐릿한 촛불 밑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젖은 책을 말리느라 진땀을 흘리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악조건 속에서도 학업에 열중하는 아이들은 스리랑카의 희망임에 분명했다. 기획 / 박연정 기자 글 / 송형국·장관순 기자(경향신문 사회부) 사진 / 김대진(경향신문 사진부) 자원봉사 및 피해자 구호를 위한 단체 정보 *한국 SERVICE FOR PEACE(http://www.sfp.or.kr) 이타주의 정신을 전파해나가는 민간현지구호 단체. 직접 봉사단을 파견해 현장을 돕고 있다. 문의 737-3721 *한국자원봉사협의회(http://www.kcv.or.kr ) 여러 자원봉사단체간의 유대를 강화해 국민들에게 봉사 정신을 고취시키고 나아가 복지 국가 건설 이바지를 목표로 삼는다. 문의 737-6922, 제일은행 279-20-099862(예금주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유니세프 한국위원회(http://www.unicef.or.kr ) 세계적인 빈민 어린이 구호 단체. 아동의 권리 홍보 및 모유 수유 권장, 세계 교육 등의 사업을 통해 어린이 권리를 신장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의 060-700-0007, 조흥은행 376-03-004006, 국민은행 343-25-0003-316, 우리은행 327-040399-13-101(예금주 xxxxxxx) *한국월드비전(http://www.worldvision.or.kr/) 세계 최대의 기독교 구호 단체. 전세계 100여 개 국에서 9천만 명을 대상으로 긴급구호사업, 지역개발사업, 옹호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우리은행 143-059362-13-030 (예금주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 *대한 적십자사(http://www.redcross.or.kr)사랑과 봉사 정신에 입각하여, 의료활동, 복지활동, 혈액산업, 북한돕기산업 등을 펼치고 있는 사회봉사단체. 문의 3705-3710~8, 우리은행 108-05-002144, 농협 386-01-016915(예금주 대한적십자사) *세계청년봉사단(http://www.kopion.or.kr) 21세기를 이끌어갈 젊은이, 중장년층 전문가, 퇴직자 및 일반인들을 세계 각국의 NGO 및 비영리기관에 국제 자원봉사자로 파견, 지구촌 이웃 사랑과 봉사 정신을 실천할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민간기관. 제일은행 279-10-014347(예금주 (사)세계청년봉사단) *한국제이티에스(http://www.jts.or.kr/kor) 1993년 인도 캘커타 메디컬센터에서부터 시작한 JTS. 인도, 아프가니스탄, 북한, 그외 아시아의 빈민 지역에서 기아와 질병, 문맹을 퇴치하는 활동을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다. 국민은행 086-01-0339-246 (예금주 (사)한국제이티에스)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http://www.kfhi.or.kr) 가난과 굶주림에 고통받는 나라들의 실상을 알리고 기아봉사단 파견, 긴급구호 및 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민은행 469301-01-064885(예금주 기아대책)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