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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155 건 검색)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창덕궁 돈화문’ 해체·보수 공사…내달 12일부터 폐쇄
2024. 10. 28 11:31 문화|문화|문화
... 28일 밝혔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보물)의 상층(2층) 내부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창덕궁 돈화문은 1412년 5월 세워졌다. 태종(이방원)이 1405년 창덕궁을 건립하고 후원을 조성한 이후다....
창덕궁돈화문해체보수태종이방원금호문국가유산청
경복궁·창덕궁에서 즐기는 가을밤 정취···추첨제로 참가 모집
2024. 08. 19 11:49 문화|문화
... 매주 목~일요일, 오후 7시부터 1일 6회 각 100분 간 마련된다. 1인당 참가비는 3만원이다. 참가자들은 창덕궁에 들어선뒤 금천교를 건너 인정전과 낙선재, 연경당 등 여러 전각을 해설과 함께 관람하고,...
경복궁창덕궁별빛야행달빛기행궁궐활용
‘경복궁 아미산 굴뚝’ ‘창덕궁 금천교’ 등 보존상태 악화…정밀 안전진단 시급
2024. 07. 16 16:43 문화|문화|문화
... 분석했다. 직전 조사인 2018년에는 C등급을 받은 금천교도 보존상태가 악화된 것이다. 금천교는 창덕궁 정문을 지나 궐내로 들어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돌다리로, 다른 궁궐의 금천교들과 달리 1411년...
문화유산안전진단국립문화유산연구원보고서국보보물점검경복궁창덕궁
궁궐에서 여름철 건강음료 제호탕 한 잔···‘창덕궁 약방’ 개방
2024. 07. 12 11:14 문화|문화
... 한 달간 무더위 쉼터로 개방돼 여름철 궁중 보양음료 시음 행사 등을 연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덕궁관리소는 “17일부터 8월 18일까지 매주 수~일요일 창덕궁 약방 실내를 개방한다”며 “여름철...
창덕궁창덕궁약방쉼터제호탕궁능유적본부

스포츠경향(총 18 건 검색)

국가유산 홍보대사 조보아 출연···‘시간여행자의 대한민국’ 창덕궁 편 영상 공개
2024. 10. 16 00:44 연예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과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최영창)이 추진하는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이 조보아 배우와 함께 한 ‘시간여행자의 대한민국-창덕궁 편’ 영상을 국가유산채널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했다.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은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한국 문화의 원형인 국가유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국가유산 방문코스’와 ‘방문자 여권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국가유산 방문코스: 세계유산 및 인류무형유산을 중심으로 10개의 길과 76개의 거점으로 구성된 국가유산 중심의 여행코스((1) 가야문명의 길, (2) 관동풍류의 길, (3) 백제고도의 길, (4) 산사의 길, (5) 서원의 길, (6) 선사지질의 길, (7) 설화와 자연의 길, (8) 소릿길, (9) 왕가의 길, (10) 천년정신의 길. 각 거점에 대한 상세 정보는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 누리집을 통해 참고 가능) 이번에 공개하는 영상은 조보아 배우의 발자취를 따라 국가유산 방문코스 “왕가의 길”의 거점인 ‘창덕궁’을 담아냈다. 자연과 도심이 하나 되는 풍경 속,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창덕궁의 모습을 통해 우리 국가유산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나타내었다. 국가유산청 영상은 ‘국가유산채널’ 유튜브 등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 공식 채널에 공개된다. tvN 방송사를 통해서 30초 하이라이트 영상이 송출되며, 서울역과 인천국제공항, 코엑스 등 우리나라 주요 거점 내 미디어를 통해 영상을 접할 수 있다. 지난 5월 국가유산 홍보대사로 위촉된 조보아 배우는 “한국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지켜낸 국가유산의 가치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홍보대사에 임하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국가유산 방문코스 거점인 창덕궁과 종묘의 아침 풍경을 색다른 방식으로 즐기는 ‘옹주, 화순 – 풀빛 원삼에 쓴 연서의 비밀’ 특별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시간여행자의 대한민국-창덕궁 편’ 영상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국가유산채널 유튜브,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 공식 채널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
삼성전자, 창덕궁서 22~27일 ‘갤럭시 AI 체험 프로그램’ 운영
2024. 10. 13 12:41 생활|생활
삼성전자가 ‘갤럭시 AI’의 다양한 기능을 우리 전통 문화와 연계해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진흥원과 함께 22~27일 서울 창덕궁에서 운영한다.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 ‘옹주, 화순-풀빛 원삼에 쓴 연서의 비밀’ 행사에서 ‘갤럭시 Z 폴드6·Z 플립6’ 체험 프로그램은 조선 영조의 둘째딸 ‘화순 옹주’의 이야기를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갤럭시 AI의 ‘실시간 통역’ 기능으로 내·외국인 회차 구분 없이 운영된다. 외국인 참여자는 ‘실시간 통역’으로 한국의 역사를 이해하고, 관련 사진과 내용의 경우 ‘번역’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모국어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참여자 모두 ‘서클 투 서치’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조선 시대의 왕실 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
박해일 목소리로 듣는 창덕궁&전통공예의 美
2024. 04. 24 13:39 연예
박해일(왼쪽)과 궁중문화축전 ‘공생: 시공간의 중첩’ 포스터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본부장 직무대리 송인헌)와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최영창)이 주최하는 창덕궁 공예전시 <공생: 시공간의 중첩>의 오디오 가이드에 박해일 배우가 참여한다. <공생: 시공간의 중첩>은 궁중문화축전의 10주년을 맞이하여 창덕궁에서 열리는 전통공예 전시로, 오는 27일부터 5월 5일까지 창덕궁 인정전과 선정전, 성정각 등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을 활용한 최초의 전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빛의 향연’, ‘색의 선율’, ‘먹의 기운’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국가무형유산과 전통공예 작가 9인의 작품 20여 점을 공개한다. 영화 <헤어질 결심>, <한산: 용의 출현> 등 출연한 작품마다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 박해일 배우가 이번 전시의 오디오 가이드에 참여한다. <공생: 시공간의 중첩> 전시 오디오 가이드는 전시가 조성된 창덕궁 곳곳 전각의 모습과 전시 작품의 해설을 생생하게 담았으며, 박해일 배우와 함께 창덕궁을 거닐며 전시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한편, 궁중문화축전 기간 중 창덕궁에서는 이번 전시뿐만 아니라 올해 처음 선보이는 ‘아침 궁을 산책하다(4. 29.~5. 3.)’를 비롯하여, ‘고궁음악회-풍류에 정재를 더하다(4. 27.~5. 5.)’, ‘창덕궁 달빛기행(4. 11.~6. 2.)’ 등 다채로운 창덕궁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공생: 시공간의 중첩> 전시는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창덕궁 입장료는 별도이다. 박해일 배우의 전시 오디오 가이드는 25일 오후 7시 궁능TV 유튜브(youtube.com/@K-royalculture)에서 공개된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royal.cha.go.kr)와 궁중문화축전 누리집(www.chf.or.kr/fest), 한국문화재재단 누리집(www.chf.or.kr)을 참조하면 된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하는 ‘궁중문화축전’은 오는 26일 개막제를 시작으로 5월 5일까지 9일간 서울의 5대 고궁(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경희궁)과 종묘 일대에서 열리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장애인 직원들과 ‘창덕궁 숲 여행’ 장애인 직원 지속 채용
2024. 04. 21 12:48 생활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이하 CFS)가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특별한 봄 소풍을 떠났다. CFS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장애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창덕궁 숲 여행’ 나들이를 진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날 활동에는 라이언 브라운(Ryan Brown), 정종철 대표이사를 비롯해 임직원 30명이 함께 했다. CFS는 서울국유림관리소 및 창덕궁관리소와 함께 장애인 직원들을 궁궐로 초청해 쉼을 선물하고 소통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CFS 임직원들은 창덕궁 숲 해설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정전, 희정당, 낙선재 등 창덕궁 내 주요 건물을 둘러보았다. 또 창덕궁 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회화나무, 뽕나무, 다래나무, 향나무 등 고목이 품고 있는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CFS 채용 코디네이션 업무 담당인 김혜미 씨는 “창덕궁의 꽃과 나무를 둘러보며 숲속 시간 여행을 한 기분”이라며 “평소에 출퇴근 어려움 없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어서 업무 만족도가 높은데, 동료들과 바깥나들이를 할 수 있는 오늘 같은 시간도 참 좋다”고 전했다. CFS 라이언 브라운 대표이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소중한 국가유산이자 조선 5대 궁궐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창덕궁에서 우리 임직원들과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게 돼 기쁘다”며 “우리 직원들은 고객층만큼이나 다양하고, 장애인 동료들을 포함하여 우리 모두를 포용하는 CFS 문화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CFS는 장애인 일자리 개발과 교육 전담 부서인 Diversity & Inclusion(포용경영) 팀을 운영하고 있다. 포용경영 팀은 장애인 구직자들이 동등한 고용의 기회를 얻고, 교육을 통해 다양한 업무에 도전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CFS 장애인 직원들은 전원 재택근무를 한다.

주간경향(총 5 건 검색)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정조와 함께 ‘왕의 정원’ 창덕궁을 걷다(2014. 11. 04 14:37)
2014. 11. 04 14:37 사회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왕의 정원’으로 1997년 12월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 후원. 정조 이전엔 왕만을 위한 금원(禁苑)이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날 창덕궁 후원을 거닐던 정조는 경치를 혼자 보기 아까웠는지, 각별하게 아끼는 신하들을 불러 후원 유람을 떠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의 정원’은 어디일까. 몇 년 전, 유럽 궁전의 정원 기행을 떠난 적이 있다. 일직선의 나무 담장, 조각, 정자, 분수가 딸린 정원들은 치밀한 계산에 의해 조성되어 인공미가 물씬 풍겼고, 화려하며 웅장했다. 함께 떠났던 궁전 정원 연구자에게 ‘왕의 정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 어디인지 물었더니, 자신은 한국의 ‘창덕궁 후원’을 꼽겠다고 했다. 나는 반가움과 동시에 부끄러웠다. 창덕궁의 정원을 거닐어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창덕궁은 동아시아 궁궐 건축과 정원의 디자인이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특히 건축물이 자연적 배경과 훌륭하게 조화된다는 점에서 독특하고 탁월한 유산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창덕궁을 이렇게 평가했다. 창덕궁 후원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왕의 정원’으로 1997년 12월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정원은 자연과 인간의 손길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문화적 풍경’이다. 그 속에 조성한 사람의 심성이 고스란히 담긴다. 창덕궁의 후원을 조성하고 거닐었을 조선의 왕 중에 나는 정조를 택하여 함께 걷기로 했다. 오로지 왕이 독점했던 창덕궁 후원의 경치 구경을 신하들과 함께하고, 창덕궁 후원 유람을 문화행사로 발전시킨 최초의 임금 정조. 창덕궁을 유람하게 된 건 강세황의 글을 읽은 덕분이었다. 창덕궁 후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용지와 부용정. 부용정은 임금과 신하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내전 역할을 했던 아주 특별한 정자였다. | 박상미 정조와 창덕궁 후원 유람, 꿈 같은 체험 김홍도의 스승으로 알려진 조선 후기의 화가이자 평론가인 강세황. 그가 쓴 에 보면 정조와의 창덕궁 후원 유람에 대한 감회가 상세히 나와 있다. 61세 때까지 학문과 서화에만 전념하다가 노년에 영조의 부름을 받아서 벼슬에 올랐을 때, 정조와 함께한 창덕궁 후원 유람은 그에게 마치 꿈과 같은 체험이었다. 말미에 강세황은 창덕궁 후원 유람의 감격을 이렇게 기록하였다. “우리 임금께서 몸소 이 미천한 신하들을 거느리고 좋은 경치와 명승지를 낱낱이 일러주면서 온화한 얼굴과 부드러운 음성으로 한 집안 식구나 다름없이 대해주었다…. 이는 과거의 기록을 두루 찾아보아도 전혀 없던 일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데 이러한 과거에 전혀 없었던 은혜를 성명한 세상에서 받을 수 있었는가? 황홀하게 균천에 올라갔던 꿈에서 깬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워하면서, 대강 적어서 나의 자손에게 전하여 보이노라.” 정조가 재위한 기간은 조선시대 역사상 학문과 예술이 가장 부흥했던 시기다. 정조는 창덕궁 후원을 역대 왕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잘 활용하였다. 왕실도서관이자 학술과 정책을 연구했던 규장각에서 정조는 자신을 지지해줄 정치세력을 양성하며 신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어느날 정조는 가을이 깊어가는 후원의 경치를 혼자 보기 아까웠는지, 자신이 각별하게 아끼는 신하들을 데리고 창덕궁 후원 유람을 떠나는데…. “신축년(1781) 9월 초사흗날에 신 강세황(1713~1791)이 규장각에 있는 희우정에 입시하였다. 임금이 오색 대금전에다 병풍 쓰기를 명하였기 때문이다. 붓을 채 대기 전에 임금께서 말씀하시기를 ‘여기에 구경할 만한 아름다운 곳이 있는데, 먼저 글씨를 쓴 후 놀러가겠는가, 아니면 먼저 놀고 난 뒤에 쓰겠는가?’라고 말하였다. 내가 우물쭈물 미처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임금께서 ‘곧바로 대답을 안 하는 걸 보니 먼저 놀고 싶은 뜻이로다’ 하셨다.” 강세황이 규장각 옆 희우정에 들자 정조가 갑자기 후원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깜짝 제안을 한 것이다. 강세황은 집안 선조들과 영조가 두터운 관계를 맺어온 덕에 정조에게도 상당한 배려를 받긴 했지만, 아무도 구경해보지 못한 왕의 정원을 구경하게 돼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허겁지겁 따라나선다. 진경산수화, 풍속화, 인물화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서양화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조선 후기 미술계의 리더였던 그에게 창덕궁 후원의 경치는 ‘신선의 세계’에서 만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정조를 따라나선 강세황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후원 곳곳을 돌아다니며 화가의 눈으로 묘사한 후원의 경치는 한 편의 영상처럼 펼쳐진다. 존덕정 여기는 선계인가 불계인가 강세황의 글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창덕궁 후원 유람을 시작했다. 정조와 강세황이 앞서 걷고, 그 뒤를 창덕궁 후원의 유람문화에 대해 논문을 쓰고 있는 송석호 선생(고려대 박사과정)과 내가 따라 걸었다. 10월의 마지막 주, 단풍이 막 물들기 시작한 창덕궁 후원의 풍경은 윤선도 어부사시사의 한 구절을 떠오르게 했다. ‘선계(仙界)인가 불계(佛界)인가, 인간이 아니로다!’ 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옥류천 일대라 우리는 먼저 그곳으로 향했다. 강세황은 그 주변 풍경을 이렇게 적었다. “푸른 솔, 붉은 단풍이 양 옆에서 비치니, 마치 장막을 두른 듯 동천에 들어간 듯, 머리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반리쯤 가니 조그만 고개가 있고, 고개를 넘어 수백 걸음쯤 가니 숲이 트이고 시야가 활짝 열렸다. 바위 언덕과 소나무 숲 사이에 정자가 있는데 ‘소요’라고 현판을 붙였다. 나지막한 담이 옆으로 둘러 있고, 정자 앞에는 기묘한 바위가 옆으로 누웠다. 거기에 글씨 두어 줄이 새겨져 있지만 이끼가 끼어서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바위 아래는 반석이 편편하게 깔려서 둘레가 스무 걸음이 좀 넘는데, 물을 끌어들여 술잔을 띄울 수 있는 물굽이를 만들었다.” 이곳은 후원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술잔을 띄우고 연회를 베풀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인조 14년(1636)에 상림삼정(上林三亭)으로 불리는 소요정, 태극정, 청의정을 세우면서 조성된 곳으로, ‘옥류천 권역’이라 부르며 소요정 앞에 있는 큰 산 모양의 ‘위이암’이 인상적이다. “옥류천 각자와 시구가 보이시죠? 옥류천은 인조의 글씨고, 시는 숙종의 어제시(임금이 쓴 시)예요. 움푹 파인 물굽이에 물이 흐르면 그 위에 술잔을 띄우고 술잔이 자신의 앞에 왔을 때 시를 읊는 놀이를 하였는데, 그것을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이라고 하죠.”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술잔이 내 앞에 당도하면 시를 읊는 놀이라! 조선 후기 가사인 정극인의 에서 “꽃나무 가지 꺾어 수놓고 먹으리라”(꽃나무 가지를 꺾어서 술잔의 수를 세어가며 술을 먹으리라)는 구절이 자연과 술에 흠뻑 취한 풍류를 가장 잘 표현한 백미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곳에서 술잔을 띄우고 시를 읊었을 신하들을 떠올리니 “속세를 잊고 낮술 한 잔 먹고 지고!”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애련정 청의정·존덕정에 얽힌 이야기 아쉬움을 간직한 채 바로 오른편에 있는 ‘청의정’으로 향했다. 청의정은 유일하게 짚으로 지붕을 올린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었고, 아주 작은 논 가운데 정자가 서 있었다. 대부분의 정자가 연못과 육지에 몸을 절반씩 걸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논 위에 정자를 세운 것이 의아했다. 해마다 청의정에서는 벼베기 행사가 열리는데 ‘임금이 직접 벼를 베었던 곳’이라는 설도 있다. “사료에는 이곳에서 임금이 낚시를 하였다고 전해져요. 후원에도 임금이 직접 농사를 지으며, 백성들에게 권장하는 친경례(親耕禮)라는 의례가 있었어요. 지금의 창경궁 춘당지 자리에 있었던 11곳의 내농포(內農圃)가 바로 그 자리입니다. 여기에 벼를 심고 벼베기를 했다는 기록은 사료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어요. 짚으로 지붕을 이은 정자, 즉 모정(茅亭)이라는 이유로 근대에 갑자기 만들어낸 행사죠.” 사료에서 찾을 수 없는 벼베기 행사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벼베기 행사에 대한 의문 제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대화를 나누며 존덕정 권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겹처마지붕의 존덕정은 그 모양이 낯설었다. 영화 속에서 본 청나라 정자의 모양 같아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존덕정은 인조 22년(1644)에 조영되었는데, 병자호란 당시 볼모로 잡혀간 봉림대군이 심양고궁 대정전(1625)을 보고 온 뒤에 조영된 것이에요. 그래서 만주족 특유의 건축양식을 보이고 있어요. 재미있는 건 조선의 왕 중에 봉림대군의 아들인 현종이 유일하게 심양에서 태어났는데, 존덕정을 지은 해에 처음 조선에 입국을 해요. 존덕정 현판을 쓴 사람이 바로 현종인데,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죠.” 대정전의 겹지붕이 봉림대군의 눈에 매우 인상적이었고, 인조도 그걸 반영한 정자 짓기를 시도했으리라. 관람정 후원을 개방한 정조, 유람문화를 발전시키다 정조와 강세황, 두 남자의 걸음이 빠르다. 그들의 뒤를 따라서 관람정을 지나고 애련정을 거쳐서 부용정으로 가 보자. 관람정, 애련정, 부용정은 두 다리는 연못에 담그고 몸체는 육지에 앉아 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이때까지는 연못 풍경을 만끽하기 위해 처음부터 그 위치에 지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애련정과 부용정은 연못의 섬 위에 지어놓은 것을 훗날 이전한 것이라 했다. 배를 타고 가서 섬 위의 정자에 앉으면 더욱 운치 있을 듯한데, 왜 육지로 옮겨 놓았을까. 궁금했으나 사료에 남은 기록이 없는 게 못내 아쉬웠다. 존덕정의 남쪽에 있는 부채 모양의 관람정을 지날 때는 그 풍경이 마치 꿈같이 아름다워서 연못 위에 배를 띄우고 노닐고 싶다고 했더니, 고종이 이 연못에서 배를 띄우고 놀았던 것을 어찌 알았느냐고 송석호 선생이 묻는다. 동궐도에는 본래 3개의 연못이 있었는데 고종 21년(1884)에 배를 타기 위해서 연못을 하나로 합친 후에 관람정을 세웠다. 관람정에 앉아서 바라보는 주위 경관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이제 우리는 정조연간 유람행사의 마지막 장소인 부용정으로 향했다. 후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용지는 한가운데 둥근 섬을 만들고 소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았다. 그 연못 남쪽에 부용정이 있다. 부용정에서 물 위에 떠 있는 방은 한 단이 높게 지어졌고, 창호의 문양 또한 다른 방과는 다르다. 연못 위에 지은 방은 특별한 공간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부용정 상량문에는 이 공간을 두고 ‘대장괘(大壯卦)의 견고한 상(象)’을 취했다고 적혀 있어요. 대(大)는 양(陽)을, 장(壯)은 왕성하다는 뜻이니 곧 임금의 자리임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죠. 나머지 공간에는 ‘가인괘(家人卦)의 한 집안 안팎이 모두 바른 상’을 견주었다고 적혀 있는데, ‘가인’은 한 집안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니 ‘신하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개축된 정자’라는 말이죠. 예전에 후원을 금원(禁苑)이라고도 불렀는데, 정조 이전에는 일반인 출입 금지를 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정조 때부터 신하들이 왕과 동행하면서 후원 출입이 가능해지니까 정원문화 또한 확대되었죠. 부용정은 유람의 마지막 장소였고, 임금과 신하가 함께 들어 갈 수 있는 내전(內殿)의 역할을 했던 아주 특별한 정자였어요.” 신하들과 함께 후원 유람을 즐겼던 정조는 내각상조회(內閣賞釣會)를 만들어서 유람문화(遊覽文化)로 발전시켰다. 오늘 우리가 왕의 정원을 거닐 수 있는 건 정조 덕분이리라. 조선왕조 5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에 역대 여러 왕들의 정원문화가 꾸준히 계승되며 발전해온 창덕궁 후원. 풍수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창덕궁은 백두대간에서 뻗어내린 매화 줄기의 끝자락에 맺힌 꽃망울 같은 형상이라 한다. 응봉산자락 구릉 자연의 품속에 아담한 연못과 다양한 모양의 정자가 곳곳에 숨어 있는 곳. 자연과 하나 된 풍경이 숨 쉬는 곳. 창덕궁의 공사감독관은 문신이 맡았다고 전한다. 건축과 조경에 인문정신을 담고자 한 왕들의 깊은 속내가 담긴 것은 아닐까. 소박한 아름다음이 화려함을 능가하고 자연의 품속에 어우러진 풍경이 500년 조선왕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창덕궁. 후원의 단풍은 이제 막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후원을 빠져나오며 옥류천을 떠올려 보았다. 지금쯤 물 위에 핀 매화 같은 술잔은 누구 앞에 당도했을까. 그는 지금 무슨 시를 읊고 있을까….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
[사회]창덕궁 연못 부용지 물 왜 탁해졌나(2011. 06. 22 16:47)
2011. 06. 22 16:47 사회
ㆍ지하수 고갈로 정화능력 떨어져 최근 급속히 흐려져 창덕궁 후원(일명 비원)에 있는 연못 부용지의 물이 갈수록 탁해져 문화재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창덕궁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조선 왕궁 중 가장 아름다운 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창덕궁의 빼어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후원이다. 후원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연못인 부용지는 후원 경관 중 백미로 일컬어지고 있다. 특히 맑은 연못 물에 비친 주변 경관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아왔다. 창덕궁 후원을 찾은 6월 16일 부용지의 물은 예전과 다르게 맑지 않았다. |김석구 기자 그런데 부용지의 물이 최근 급속히 탁해지고 있다. 문화재청에서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용지에서 나오는 지하수가 고갈상태에 있기 때문에 물의 정화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즉 부용지에서 지하수가 흘러나와 그 물이 지속적으로 밖으로 나가야 물이 맑아지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 여기에 부용지에 쌓이는 각종 낙엽과 꽃가루 등 퇴적된 유기물이 부용지 물을 흐리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부용지뿐만 아니라 창덕궁 내 다른 연못들의 물도 계속 마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용지 물이 급격하게 탁해지는 것은 창덕궁 주변의 각종 개발로 지면이 콘크리트로 덮이면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해, 저장된 지하수의 양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 국장은 “창덕궁 주변의 거리를 모두 콘크리트로 포장해 비가 오면 하수구를 통해 그대로 한강으로 흘러들어간다”며 “예전에 비해 빗물이 스며들 땅이 줄어들다보니까 지하수가 마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발만능주의가 부용지의 물길을 끊어놓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지역의 지하수가 청계천 개발로 청계천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부용지의 물이 마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뾰족한 방법 찾지 못해 골머리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는 항상 맑은 부용지를 보여주기 위해 갖은 방법을 썼으나 현재까지는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관리소에서 독성이 없는 정화제를 뿌려봤으나 물이 한동안 맑아지나 싶더니 다시 탁해졌다. 부용지에 일반 연못처럼 분수대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됐으나 자연미를 보여줘야 하는 이미지와 맞지 않아 실행이 되지 않았다. 창덕궁관리소 관계자는 “창덕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 기계장치를 두는 것 자체가 말이 안돼 철회했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물을 매일 부용지 근처까지 끌어오는 방안도 있으나 이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연못을 준설하는 방안도 근본적인 대책은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창덕궁 측은 마지막으로 외부 연구기관에 미생물을 이용해 물을 정화시킬 수 있는지 자문을 해놓고 있다. 연구소 측에서는 부용지 주변의 우물로 부용지 물을 끌어들여, 미생물을 통해 정화시킨 뒤 다시 부용지로 내려 보내는 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용지 가운데 작은 섬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남쪽 석축에는 부용정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다. 정조실록에 따르면 왕이 이곳에서 낚시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 연간 35만명(내외국인 포함)의 관람객이 후원의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으며, 창덕궁 측은 입장시간을 하루 17회로 제한해 자연경관을 보존하고 있다.
[기획특집]현대건설 - 세계문화유산 창덕궁, 우리가 지킵니다(2009. 07. 22)
2009. 07. 22 경제
현대건설은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1문화재 1지킴이 운동’에 참여해 계동 본사 인근 창덕궁의 문화재지킴이로 활동 중이다. 지난 6월 초에는 창덕궁 내 청의정 주변 연지에서 외국인 관람객, 일반 시민들과 함께 ‘창덕궁 모내기 행사’(사진)를 열었다. 연지는 과거 임금이 그 해 농사의 풍흉을 가늠하기 위해 직접 모내기를 한 곳이다. 가을에 이곳에서 수확한 볏짚으로 청의정 지붕을 덮었다. 지난 해 10월에도 이곳에서 현대건설 근무 외국인 직원과 관계자, 관광객이 한국 전통복장을 하고 낫으로 벼를 베는 행사가 열렸다. 현대건설은 ‘창덕궁 지킴이’로 월 2회씩 봉사활동을 자원하는 부서나 현장의 신청을 받아,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오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창덕궁 내부를 청소한다. 대조전, 옥류천, 신선원전 등을 돌며 먼지 쌓인 마루를 닦고 잡초를 뽑는 등의 활동이다. 현대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신입사원은 다 한 번씩 다녀오고 젊은 사원들이 많이 참여하지만, 부서나 직급에 상관없이 한번에 약 30~40명의 직원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지킴이 뿐 아니라 불우이웃 돕기 등 지역사회봉사활동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은 현대건설 계동 사옥 왼편에 자리잡고 있다. 뒤쪽으로는 가회동, 북촌 일대가 굽어 보인다. 흔히 부자동네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에도 소외계층이 있다. 지난 해 12월 현대건설은 가회동과 삼청동 일대 북촌마을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 150세대에 ‘서산미’ 20kg과 김, 참기름 등이 담긴 선물세트를 전달했다. 지난 5월27일에는 창립 62주년 기념 및 나눔경영 실천의 일환으로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지역 노인 3000여명을 초청해 식사대접과 함께 서산미 300포를 전달했다. 이곳 뿐 아니라 현대건설의 사회책임 활동에서 이 쌀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서산미는 서산간척지에서 생산되는 쌀이다. 3100만평의 광대한 서산농장에서 생산되는 쌀은 4300만kg. 국내 생산량의 1%다. 쌀은 따로 판매하진 않는다. 현대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대부분 직원식당에서 소비되거나 사회나눔봉사활동에 사용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본사 뿐 아니라 현대건설 전국 건설현장에서도 ‘1현장 1이웃’ 결연을 해 지역사회 봉사·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독거노인지원·고아원, 결손가정 및 소년소녀 가장에 대한 후원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현장에서도 사회책임 활동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주롱&투아스 섬 준설매립현장과 파시르판장 항만 현장에서는 현지 발주처와 함께 임·직원이 모금한 성금 2300만원을 지역 불우이웃에 전달했다. 쿠웨이트와 카타르 도하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 한인교포를 위해 교민 태권도 대회 등 각종 행사를 후원하고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의 길을 따라]창덕궁(2004. 12. 09)
2004. 12. 09 문화/과학
비원(秘苑). 은밀한 왕가의 정원이 보존되어 있는 창덕궁을 부르던 말이다. 일제시대 궁궐을 격하시켜 부르던 표현이었지만 정원의 아름다움 알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정해진 시간, 가이드를 따라 돌아보는 것만 허용되는 창덕궁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담장 너머 창덕궁 길이다. 문 감상하기 창덕궁에는 무수한 보물이 있다. 제일 먼저 만나는 보물은 돈화문(보물 제383호)이다. 창덕궁의 정문으로 하얀색 댓돌 위에 2층으로 세운 중문이다. 그 다음 보물은 인정문(보물 제813호)으로 임금이 만조백관과 조회를 하는 인정전으로 들어서는 문이다. 인정문은 인정전을 에워싼 행각의 대문으로 남쪽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크고 웅장한 문보다 작고 아기자기한 출입문들이 더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것이 천장문. 왕비의 처소인 대조전(보물 제816호) 후원의 화계를 지나 영화당으로 나가는 계단을 올라서면 전돌로 지은 천장문을 만날 수 있다. 이 문 양 옆에는 학이 그려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궁궐장식이라고. 중국 왕실의 도서관인 천장각에서 이름을 따온 천장문은 창덕궁의 다른 문과는 달리 전돌로 지었다는 것이 색다르다. 천장문을 나서면 조선 왕조의 도서관인 규장각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정자와 연못을 잇는 길 감상하기 천장문을 나서면서부터 창덕궁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이 건축물과 함께한 것이라면 이곳부터는 자연과 함께하는 길인 것. 양 옆으로 울창한 숲이 펼쳐지고 평탄하던 길이 오르막과 내리막길로 번갈아 나타난다. 천천히 길을 오르내려 처음 만나는 곳은 영화당. 과거시험을 보던 장소인 영화당 앞으로 부용정과 부용지가 펼쳐진다. 부용정은 亞자형으로 지어진 정자로 바로 앞에 있는 정사각형의 연못에 두 다리를 담고 있어 연못에서 피어난 한 송이 연꽃에 비유되는 정자다. 부용정이 발을 담그고 있는 부용지는 정사각형 연못으로 가운데에 직경이 9m 정도 되는 원형 섬이 있다. 사각으로 만들어진 연못에 둥글게 자리한 섬은 우주를 뜻하며,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어 천지의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렇게 다듬어진 조화로운 공간에 인재를 양성하고자 세운 공간이 바로 주합루다. 정조가 즉위하던 해 완성된 주합루는 과거에 합격한 선비들이 수많은 책을 읽으며 실력을 키워가던 공간이다. 2층으로 지은 주합루 1층을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으로 만들어 이곳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했던 것.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즐거움, 관람정과 옥류천 부용지를 지나면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 지난해부터 일반인에게 출입이 허용된 궁궐의 후원이다.  후원에 자리한 정자 중 제일 먼저 만나는 정자는 존덕정이다. 1644년 인조 임금 때 지어진 이 정자는 6각형어서 육우정이라 불리다 존덕정으로 바뀌었다. 이름으로 보아 아마도 격이 높은 사람이 사용했음직하다. 우리나라의 정자는 4각형으로 지은 것이 대부분인데 6각형으로 만들어진 것에서부터 심상치 않다. 지붕도 한 겹으로 올리지 않고 두 겹으로 올렸다. 천장에 청룡과 황룡이 그려진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정자 안에는 정조 임금의 게판(논문) '만천명월주인옹자서'가 남아 있다. 존덕정이 두 발을 담그고 있는 연못의 이름은 존덕지. 옛 이름은 반월지다. 반달처럼 생겼다 해서 지어진 이름.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로 물이 맑은 것이 특징이다.  존덕정을 지나 만나는 정자는 관람정이다. 관람정은 합죽선을 편 듯한 모양으로 연못을 향해 부채의 둥근 선이 펼쳐져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건물 형태를 보이는 이 정자는 대략 대한제국 말기나 일제 초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자 앞에 만들어진 연못 관람지는 우리나라 지도처럼 생겼다. 그 때문에 반도지(半島池)라 불리기도 했다. 우리나라 지도처럼 생겼으나 방위상으로 한반도가 거꾸로 세워져 있고 물이 지도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쏟아지는 역행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연못 역시 19세기 전기에 그려진 동궐도에는 없는 것으로 보아 그 후에 만든 것으로 보인다.  후원에 숨겨진 마지막 볼거리는 옥류천. 옥류천이 있는 곳은 창덕궁의 후원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계원이다. 1636년 인조 임금 때 조성됐다. 이곳을 흐르는 물줄기인 계류는 응봉산에서 흘러내리는 것으로 계류를 따라 띠로 지붕을 덮은 청의정을 비롯, 소요정-태극정-농산정-취한정 등이 자리하고 있다. 또 물줄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게 마름모꼴로 교각을 세운 작은 다리들이 길을 따라 놓여 있다. 이 물줄기 끝에 있는 것이 옥류천. 옥류천은 자연석인 소요암을 ㄴ자로 파고 그 끝에 물이 떨어지도록 작은 폭포를 만든 것으로 '옥류천'이라는 글씨는 인조 임금이, 그 아래 새겨진 시문은 1960년 숙종이 쓴 것이다. 옥류천 옆으로는 임금의 우물인 어정이 있다. 창덕궁은 개별관람이 허용되지 않는 궁궐이다. 그래서 창덕궁에서 정해놓은 언어권역별 관람시간을 이용해야 한다. 12월은 오전 9시 45분부터 오후 3시 45분까지 매 45분에 입장한다. 옥류천이 있는 궁궐의 후원은 사전 예약을 통해 소수의 인원만 관람할 수 있다. 예약 신청은 창덕궁 홈페이지를 참조할 것. www.cdg.go.kr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5분. 글-사진| 한은희 sky3600@kyunghyang.com

레이디경향(총 2 건 검색)

봄밤의 낭만, 창덕궁 달빛기행 재개
2022. 04. 12 10:17 레저/여행
창덕궁 부용지. 한국문화재재단도심 궁궐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창덕궁 달빛기행’이 재개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한국문화재재단과 함께 오는 21일부터 6월 12일까지 매주 목∼일요일에 ‘창덕궁 달빛기행’을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은은한 달빛이 비치는 창덕궁 경내를 전문해설사와 함께 돌아보는 체험 행사로 도심 속 유네스코 세계유산 창덕궁의 고즈넉함을 만끽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달빛기행 코스는 통상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에서 출발해 진선문, 인정전, 낙선재, 상량정, 부용지, 불로문, 존덕정&관람지, 연경당, 후원 숲길을 이동한다. 올해는 그동안 야간에 개방하지 않았던 희정당 권역이 포함됐다. 희정당은 임금 집무실로 사용하던 건물로 1917년 화재로 소실됐으나, 1920년 경복궁 강녕전을 옮겨 재건됐다. 실내장식과 현관 등 서양식 요소가 도입된 건물이라 이채로운 느낌을 준다. 창덕궁 인정전. 한국문화재재단달빛기행 프로그램은 오후 7시 20분부터 8시 5분까지 15분 간격으로 4차례 운영되며, 회차별 정원은 25명이다. 요금은 3만 원이며,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40분. 입장권은 14일 오후 2시부터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1인당 2매까지 예매할 수 있다. 만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전화 예매가 가능하다. 궁중문화축전 기간인 5월 10∼22일 티켓은 별도 기간을 정해 판매할 예정이다.
[동네 이야기]야트막한 돌담 따라 풍경 소리 들으며 창덕궁길 산책
2011. 12. 19 17:19 레저/여행
늦가을 창덕궁길을 걸었다. 옹기종기 작은 한옥들이 모여 있는 동네를 거닐며 낮은 돌담 너머 궁 안 가득한 가을도 엿보았다. 파란 하늘 아래 고즈넉한 주말 나들이, 더할 나위 없이 한가로웠다. 1 창덕궁으로 들어가는 돈화문. 이 문을 넘으면 500년 전의 역사가 펼쳐진다. 2 창덕궁 길목을 지키고 있는 엿장수. 오랜만에 만나는 정겨운 풍경이다. 낮은 돌담 너머 깊어지는 창덕궁의 가을.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서울에 살면서도 고궁을 찾기란 쉽지 않다. 깊어지는 듯 멀어지는 가을을 쫓아 나선 길, 토요일 오후 창덕궁 앞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과 외국인 관광객,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경복궁 동쪽에 자리 잡았다 하여 ‘동궐’이라고도 불렸던 창덕궁은 서울 시내 고궁 중 가을 경치가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10월 말부터 11월 중순은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 신령처럼 궁을 지키고 있는 회화나무와 향나무들 사이로 단풍이 타오르고, 울긋불긋 가을에 물든 궁궐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특히 궁궐의 뒷동산이자 왕가의 정원이던 후원의 아름다움은 절정에 이른다. 창덕궁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후원은 가끔 호랑이와 표범이 나타났다고 전해질 정도로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데 가을빛이 담뿍 어린 정자와 연못을 거닐다 보면 그 옛날 권세를 누렸던 왕이 부럽지 않다. 지정된 시간, 정해진 인원이 해설사를 따라 돌아보는 것만 허용되기 때문에 주말에는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 창덕궁은 창경궁으로 이어진다. 멀리 서울대학병원이 보인다.창덕궁길 끄트머리에 있는 빨래터. 왼쪽 언덕을 넘으면 계동이다. 한옥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창덕궁길.궁을 나와 현대 계동 사옥과 창덕궁 사이로 난 골목에 들어서면 조용하고 고즈넉한 동네가 펼쳐진다. 북촌의 동쪽 동네, 원서동과 계동으로 이어지는 창덕궁길이다. 경복궁의 서쪽 동네인 서촌이 조선시대 역관이나 의관 등 중인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라면 삼청동과 가회동, 팔판동, 계동 일대 북촌은 사대부들이 살았던 곳이다. 옛 모습을 간직한 북촌 ‘윗동네’가 수백 년 전의 권세를 이어오고 있다면 창덕궁길이 이어지는 북촌 ‘아랫동네’의 느낌은 또 다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한옥들 사이 작은 골목이 흐르는 소박하고 정감 어린 동네다. 창경궁길이 이어지는 원서동 풍경.알록달록 귀여운 조각들로 꾸며놓은 놀이터 담장. 창덕궁길에 위치한 한국불교미술박물관.미용실과 놀이터와 노인정이 있는 사람 사는 동네에, 오래된 미술관과 박물관, 작은 카페들이 자리를 잡았다. 마당극과 창극, 판소리 등 전통 문화예술 공연을 펼치는 ‘북촌창우극장’과 실험적인 전시로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는 ‘인사미술공간’, 원서동을 기반으로 한 세 명의 아티스트들이 꾸리는 기념품 가게 ‘메이드인 원서동’ 등 전통과 현대를 오가는 예술 공간들이 떠들썩하지 않게 어우러져 있고 누구라도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동네 사랑방 ‘동네커피’ 등 한적한 카페들도 조용히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길이 끝나는 무렵 왼쪽으로 언덕을 넘으면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유명한 중앙고등학교가 나온다. 바로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계동길이다. 얼마 전부터 작은 공방과 카페, 맛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해 걷는 즐거움을 더하는 곳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풍경 소리를 들으며 야트막한 돌담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긴 그림자를 밟고 서 있다. 짧아진 해만큼이나 멀어진 가을을 바라보며 또 다른 설렘으로 새 계절을 기다린다. 1 중앙고등학교 앞 빈티지 소품과 가구를 파는 ‘place Mori’ 2 어느 집 대문 위 까치밥으로 남아 있는 감 하나에 발걸음을 멈췄다. 3 실험적 전시로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인사미술공간. 창덕궁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직전. 현대 계동 사옥과 창덕궁 사이로 난 돌담길이다. 길을 따라 올라가다 왼편 언덕을 넘으면 중앙고등학교가 나오고 그 아래쪽으로 계동길이 이어진다. 창덕궁 관람 예약은 홈페이지(www.cdg.go.kr)를 통해 할 수 있다. <■글&사진 / 노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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