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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37 건 검색)

[초선 당선인 인터뷰]‘청년정치인’ 개혁신당 천하람 “3석 모두 중심타자급…위성정당방지 법안 낼 것”
2024. 04. 24 21:18정치
“교섭단체 공동 구성 안 한다” 조국혁신당과 연대엔 선긋기 천하람 개혁신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정활동 포부를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개혁신당은 ‘답정너’ 정당이...
초선 당선인 인터뷰국민의힘 당대표 한동훈
청년정치 아닌 이준석…다음 대통령 될 가능성 높다”
2023. 12. 10 09:00정치
... 향해 돌리고, 더 큰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사실 이준석은 청년정치인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기에 앞서서 혐오를 앞세운 사실상 정말 위험한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선거철에 수혈하듯 영입 후 소모품 취급…한국 청년정치 현실”
2023. 12. 09 09:00정치
... 대비하는 반면, 신 위원장은 지난 10월 국민의힘을 탈당해 창당을 선택했다. 같은 뿌리를 둔 청년정치인이면서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는 점이 이들을 한자리로 부른 이유였다. 적어도 이들이 공통적으로...
왜 진보청년정치에서는 ‘이준석’ 나오지 않았나
2023. 12. 09 09:00정치
... 후보 약진 가능성? 없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선거법이 바뀌게 되면 청년정치의 자리는 더 줄어들 것이다. 일단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을 했다. 압축적 성장의 과정과 결과를...

주간경향(총 5 건 검색)

“불평등 속 양극화 겪는 청년들…그 해법 고민해야 청년정치(2023. 12. 08 17:00)
2023. 12. 08 17:00 정치
청년정치에 미래는 있는가’ 좌담회 참석자 우석훈 경제학 박사·<88만원 세대> 공저자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신민준 더불의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청년정치의 미래 좌담회’가 지난 12월 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우석훈 경제학자,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신민준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서성일 선임기자 청년정치의 발화점은 우석훈 교수가 2007년 펴낸 <88만원 세대>였다. 이후 수많은 세대론과 이에 기댄 논의가 터져나왔다. 삼포세대, N포세대, 흙수저 담론, 헬조선 등. 주간경향도 2015년 우석훈 교수의 문제의식에 인구위기와 지방소멸 문제를 더한 ‘장기 386시대’의 도래를 전망한 기획을 내놓았다. 당시 한국사회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의 의사결정권 단계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던 386세대가 각 분야의 정점에 올라서면 특유의 인적 연결망과 자원을 동원해 그 자리를 지키는 경향이 상당히 오래 지속되리라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환갑을 넘은’ 86세대들의 이른바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 즉 노인지배가 중앙과 지방권력에서 오랫동안 관철되리라는 꽤 ‘절망적인’ 시나리오였던 셈이다. 이는 학술적 논의로도 뒷받침됐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저서 <불평등의 세대>(2019)에서 86들의 ‘과두지배’는 정치 영역뿐 아니라 한국사회 대기업들 임원과 노조에도 관철되고 있음을 실증했다. 세대착취론에 대한 반박도 없지는 않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의 <그런 세대는 없다>(2022)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 책에서 더 본질적인 것은 세대 간 착취가 아니라 세대 내 불평등이라고 짚었다. <88만원세대>가 출간된 지 어느덧 16년이 지났다. 전망대로만 흘러가진 않았다. 2018년 우석훈 교수는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88만원 세대>를 통해 당시 20대 청년들에게 건넨 “토익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는 당부가 “바리케이드는 자기 마음에 쳤고 짱돌은 386들에게 던지는” 식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정치적 무능에서 벗어나 스스로 조직화하여 정치적 발언권을 행사하라는 뜻의 주문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는 평가다. <88만원 세대> 이후 반값등록금 운동과 함께 시작된 세대정치, 청년정치의 역사도 어느덧 10년을 넘겼다. 세대 문제의 당사자들이 정치적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을 근간으로 했던 청년정치는 이후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여야 정당에서 청년정치를 주창하는 인사는 많지만, 그중 1970년대 초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왔던 DJ·YS처럼 성장할 정치인은 있을까. 오히려 세대착취론의 수혜는 청년정치 바깥에서 혐오에 기반한 갈라치기 정치를 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고난극복 서사’를 쓰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얻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 궁금증을 풀기 위해 좌담회를 열었다. 12월 4일 경향신문에서 진행한 좌담회에 참석한 우석훈 교수는 “포지션 싸움에 능숙한 이준석은 누구와 정치할 거냐는 충분히 보여줬지만 어떤 정치를 할 거냐에 대해서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대선에서는 한동훈을 잡을 사람은 이준석밖에 없기 때문에 이준석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는 주장을 내놨다. 왜 그렇게 보는 걸까. - 3주 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신당을 만들 거냐, 안 만들 거냐 설왕설래했는데 지금은 거의 상수가 된 듯합니다. 당시 기획회의를 하면서 나왔던 여러 이야기 중 하나가, 오늘 좌담에 참석한 우석훈 교수가 펴낸 <88만원 세대> 이후 ‘청년세대가 자기 목소리를 내자’는 운동이 벌어졌고, 그에 따른 정치적 결과들이 있었습니다. 민주당·국민의힘 양당 이외에 정의당에서도 청년정치 실험이 있었고, 그 결과 민주당에서도 청년인 전용기·장경태 의원이 배출됐고, 국민의힘 쪽도 좌담 참석 중인 김온수 부대변인한테 들으니 현 최고위원의 절반 이상이 청년이라고 합니다. 성과라면 성과겠지만 그럼에도 국민이 바라보는 ‘청년정치’에 대한 시선이 마냥 긍정적인 것 같진 않습니다. 신당을 추진 중인 이준석이 30대라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청년정치의 상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게 타당한가라는 지적부터 <88만원 세대>를 관통한 ‘세대착취론’ 논의가 시효를 다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정의당의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비례 앞순위를 받았던 것 가지고도 논란이 많았죠.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의 박성민 전 최고위원이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서도 비판이 일었고요. 지금 상황은 역설적으로 청년정치인인지도 애매한 이준석과 천아용인을 제외하면 독자적인 비전이나 자기 세력 형성에 성공한 청년정치인들이 잘 안 보인다는 점에서 회의적 시각이 있는 듯합니다. 오늘 좌담회에는 여야 두 당뿐 아니라 시민사회 쪽에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도 와있는데, 시민사회적 관점에서 청년정치란 제도권 정치 진출만 염두에 두는 건 아니겠지요. 영향력의 정치, 청년의 목소리를 제도권 내에 얼마나 반영해낼 것인가의 넓은 과제도 포함될 듯싶습니다. 먼저, 돌아가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석훈 경제학자/서성일 선임기자 “이준석은 ‘누구랑 정치할 거냐’는 충분히 보여줬는데 ‘어떤 정치를 할 거냐, 자신이 만들고 싶은 세상이 뭐냐’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힌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찍어주고 싶게 만드는’ 개인적인 매력이 있는 겁니다.”- 우석훈 박사- - 우석훈 박사 우석훈 경제학박사·<88만원 세대> 공저자(이하 우석훈) “한국에서 청년정치라면 일종의 여의도 문법 같은 이야기이고, 일반 국민은 그런 생각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88만원 세대>를 쓸 때와 비교하면 당시엔 아예 그런 이야기가 없었는데 그나마 좀 생긴 것 자체가 변화라고 볼 수는 있겠네요. 사실 제가 그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은 영국에서 데이비드 캐머런이 정치권에 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였습니다. 그때가 40대 초반이었을 텐데 보수당 대표도 하고 내부정치를 정리하고 총리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제일 오래된 나라라고 하는 영국도 저렇게 바뀌는데 한국은 왜 저게 안 될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젊은 사람끼리 뭉쳐서 뭘 하는 것보다는 전체를 끌고 갈 리더로 젊은 사람이 등장할 가능성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후 프랑스도 마크롱이 등장했고 캐나다도 40대인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등장했죠. 그런데 나이순, 연장자 우선순위로 가는 것은 한국, 동북아의 한·중·일뿐입니다. 이 세 나라는 왜 나이를 먹어야만 할 수 있을까, 여전한 의문입니다. 젊은 사람이라고 꼭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온다고 보진 않지만, 당사자라는 관점으로 청년세대가 가지는 여러 경제적 어려움을 그래도 조금 더 느낄 수 있지 않나 싶거든요. 제일 실감했던 게 박근혜 정부 초반에 정년 나이를 연장하는 일이 있었죠. 그건 금방 국회까지 다 통과해버리더군요. 그런데 청년과 관련해선 툭 하면 격론이 붙어요. 국회 입법은커녕 발의까지도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 시절에 청년기본법인가요? 그건 계속 국회에 계류 중인데 노인 관련 법은 후딱 통과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청년은 아직도 정치현장에서 과소대표되고 있고, 여의도라도 많이 가고 국회에 있어야지 사회적으로 좀 균형이 잡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흐름이 더 빨라지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이하 지수) “우 교수께서 청년세대가 가지고 있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당사자 청년의 정치’를 언급해 주셨는데 이 부분에 지금 청년정치가 마주하고 있는 모순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청년세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이라는 게 대체 뭔가’라는 질문에서 청년세대가 마주한 불평등과 차별이 외면받는 문제 말입니다. 이준석만 하더라도, 지금 이 사회가 개인들이 각자도생하면서 겪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답 혹은 당신이 이 문제를 겪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화살을 끊임없이 약자를 향해 돌리고, 더 큰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사실 이준석은 청년정치인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기에 앞서서 혐오를 앞세운 사실상 정말 위험한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한테 청년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그냥 연령대를 표현하는 것 말고는 아무 의미가 없는 상황과 다름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청년정치란 지금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문제 제기하고 기존 사회질서 그리고 기존 정치 문법이 아닌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정치입니다. 기존 사회가 굴러오던 방식대로는 계속해서 불평등이 심화되니 이것이 아닌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는 세력들이 우리에게 필요하고, 저는 거기서 길을 잃지 않는 정치와 사회운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하 김온수) “개인적으로 ‘청년’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콘텐츠라고 봅니다. 이건 잠깐 동안만 적용되는 명칭일 뿐, 실제 제가 추구하는 정치적 길이나 활동은 나이와 무관하게 지속되지 않을까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절반은 1980년대에 태어났고 저도 1980년생이지만, 그들의 행동이나 역할을 보면 실질적인 혁신이나 변화는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앙당에서 상근부대변인으로 처음 일하게 됐을 때 경험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차증’이었어요. 사실 국회출입증이 있으면 둔치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첫 사흘 동안 매일 1만6000원씩 주차비를 물었습니다. 식권도 어떻게 사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흔히 정치권에서 쓰는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이런 사소한 것에서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실전에서 마주한 정치는 마치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캄캄한 곳에서 조명도 제가 설치하고 대본도 직접 써야 했습니다. 청년정치인으로서 제가 배운 것은 배움의 과정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나 알려주거나 협조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더 큰 기회를 잡으려면 무대를 만들 수 있는 실력과 능력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신민준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서성일 선임기자 “정당 안에서 정치 신인을 키워내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청년정치인이 양적으로 늘어난 건 맞아요. 하지만 활동 무대가 지역기초의원이나 부대변인 같은 주변부죠. 국회의원 등 중요 의사결정 단위에 청년 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 신민준 집행위원장 신민준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이하 신민준) “사실 민주당의 역할로 간담회에 초대받았지만, 당에서 활동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시민사회 활동가로 일한 경력이 더 많아요. 일단 오늘 이 자리에서 딱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정치 신인을 키워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민주당이든 다른 정당이든 청년정치인이 양적으로 늘어난 건 맞아요. 하지만 내용을 보면 청년정치인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주요 의사결정 단위가 아니라 지역기초의원이나 부대변인 같은 주변부거든요. 여성정치의 목표가 과반이라면 청년정치의 목표는 보통 15%로 이야기돼요. 그 15%가 주변부 인원으로는 채워지고 있지만, 국회의원이라든지 최고위원 같은 정당의 중요 의사결정 단위에 청년의 수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제는 양적인 변화보다 질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그 방안으로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초의원으로 정치적 역량을 쌓고 다양한 상설 의제 위원회에 참여해 지역과 중앙을 오가며 정책·입법 역량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치학교 등이 운영되면서 정당 안에서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지금 대부분의 정당에서 이런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민주당의 문화예술특별위원회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일상적인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집행위원장을 자임하고 나섰습니다. 함께하는 분들도 같이 공유하는 목표입니다. 그런데 제안을 받고 막상 와보니 일종의 개점 휴업 상태더군요. 당비를 월 5만원씩 납부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걸 보면서 화가 났습니다. 선배들한테 당이 아무것도 안 한다고 불평과 불만을 털어놓았는데 ‘네가 활동가 출신이라면 부딪쳐서 어떻게 바꿀까를 생각해야지 불만만 말하고 있어서 될 일이냐’는 타박을 받았습니다. 다소 꼰대 같을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과거에는 문제와 맞닥뜨리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는데 막상 당과 관련해서는 소극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행위원장이라는 없는 자리를 만들어냈고,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불러들여 일할 사람으로 집행부도 다시 꾸렸습니다. 3가지 목표를 세우고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그중 80%는 해낸 것 같아요. 혼자선 할 수 없었을 텐데 많은 사람이 도와줘 가능했던 듯합니다.” -제도정치권에 있는 분들의 의견이 다 ‘없는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했던’ 각자도생 체험에서 시작하네요. 우석훈 교수께서는 지금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할 말씀이 많을 듯 한데요. 우석훈 “형식적인 변화에 대한 새로운 조건을 보면요. 인구 구성 변화가 앞으로 굉장히 클 겁니다. 그러니까 1970년대엔 연간 한 100만명 조금 넘게 태어났는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게 64만명 정도로, 30년 동안 3분의 1이 줄어들었어요. 그 뒤에 다시 20만명 정도 줄어들거든요. 지금 중2와 중3 정도면 한 40만명 정도 태어나요. 그러니까 그전에는 어느 정도 규모가 유지되다가 그 밑은 20만명대로 바뀌어 버립니다. 지금의 20대 청년을 중심으로 보면 매년 한 40만~45만명 정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거의 마지막 연령층입니다. 이것을 386, 그러니까 586과 비교해보면 그 사람들은 1년에 100만명씩 태어나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일종의 거대한 흐름 같은 걸 만들어내던 세대인데, 지금은 이제 이 청년들이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공간 자체가 없는 셈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위로는 한쪽에 586이 있고, 그 위로 또 박정희와 같이 살았던 유신세대처럼 강력한 세대가 있어서 거기서 어떻게 하면 발언권을 얻을 거냐와 같은 시대적 소명이 있었어요. 지금 청년들은 10대까지 포괄해도 어떻게 하면 이 사회가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저변이 쪼그라들어버린 것이죠. 얼마 전부터 진짜 고민하는 문제가 있어요. 시민단체에서 20~30대 활동가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마저도 이들이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어요. 정치 쪽으로 가신 분들은 그래도 정당보조금도 있고, 양당의 경우 최근 당원도 늘고 해서 그나마 낫습니다. 시민단체들은 회원도 줄고 돈도 없어요. 그렇다고 사업비가 있냐 하면 한국은 선진국인데도 이상하게 외국 펀드가 많이 들어옵니다. 우리나라 문제를 가지고 논의해야 하는데 수익구조가 이렇다 보니 요즘은 환경영역이나 이런 데를 보면 마치 외국인 하청노동자 같습니다. 가난해도 자긍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결기 같은 게 있었는데 활동도 위축되고 자존감도 낮아지고…. 그렇다고 위에 있는 50대 사무총장이나 대표급들이 이런 사정을 이해하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준석만 그런 게 아니고 장혜영도 사방에서 욕을 먹습니다. 어쨌든 스타가 된 셈인데 이들을 향해 워낙 가차 없이 비판을 쏟아내니 청년정치를 주제로 논의를 끌고 나갈 동력 자체를 얻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서성일 선임기자 “사실 이준석은 혐오를 앞세운 위험한 정치를 주도하는 사람으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요. 청년정치란 지금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시작점을 찾고, 기존 사회질서와 정치 문법이 아닌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정치라 생각합니다.”- - 지수 위원장 -민달팽이유니온의 경우 2011년 만들어졌으니 10년이 넘은 단체인데요, 위원장을 맡은 지수씨도 정치권과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 단체의 전망은 후배활동가들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등 고민 지점이 많을 듯합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원가족의 거처로부터 벗어나 자기만의 방으로 거처를 이행할 때 겪게 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사회가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청년 개개인들이 배제돼 빈곤·불평등 문제를 겪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특정 청년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거든요. 주휴수당을 안 주는 직장에 다니는 청년들, 그리고 불안정 비정규 노동을 하던 청년들, 그리고 ‘지옥고’(편집자 주: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들어진 조어)에서 살게 되고 주거위기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하는 그런 활동을 해왔어요. 민달팽이유니온은 단지 세대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세대 안의 불평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30대 청년이 서울에 12억원 하는 아파트를 사려고 대출받고 부모에게 상속증여를 받고 다른 집에 세입자 보증금 끌어오고 자기신용이나 직장인 대출을 받으면 그걸로 내 집은 마련할 수 있죠. 보수언론지가 ‘이것이 청년세대의 주거 불안이다’라고 이름을 붙일 때 진보언론은 뭐 하고 있었냐, 사실 똑같이 ‘영끌세대’ 이야기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시기에 벌어졌던 것은 전체 인구구성에서 유일하게 청년 1인 가구라는 인구집단이 수치상 늘어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진보언론조차 여기에 주목하지 않았어요. ‘영끌해서 주거사다리에 올라타고 싶다’에 모두가 휩쓸릴 때 그나마 ‘지옥고’ 이야기가 나와도 이내 한물간 청년주거 이슈 취급을 받았죠. 그 이상한 현상을 저는 잊지 못하거든요. 그리고 그게 진짜 문제라고 봅니다. 청년세대는 유행이 아니라 언제나 존재했던 연령대이고 청년이라는 연령대를 앞세워 정치에 자기 자리를 확보한 사람들이 청년운동이 제시하는 사회변화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었냐 하면, 아니었습니다. 청년정치 아닌 이들이 많이 섞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끌 담론에 휩쓸려 이 시대의 불평등과 차별을 직시하지 못하고 바로 압도되고 말았을 때, 혐오의 언어를 적극 활용하는 이준석과 같은 정치인들에게 흔들렸을 때, 그때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고 버텼던 사람이 없진 않았어요. 그 사람들이 이 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말할 수 있고 미래 전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석훈 “젠더를 혐오로 쓰는 것은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에요. 다른 나라에 그걸 안한 것은 그 요소가 없어서가 아니라 계산해보면 이게 오히려 욕만 먹고 더 마이너스일 수도 있어서입니다. 이준석이 그걸 쓸 수 있었던 것도 메이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페미니즘 정치만 가져오는 사람들도 마이너 내에서는 정파와 상관없이 젠더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이저가 되는 순간에는…. 이준석은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본인이 인정했던 안했던 매우 강렬한 젠더정치를 한 겁니다. 그 수혜를 받았던 셈인데 이걸 계속한다면 이준석은 영원히 메이저 정치는 못할 거에요.” -논의의 흐름을 깨는 발언일 수도 있지만 주간경향이 3주 전에 이준석을 인터뷰했습니다. 이준석 본인은 ‘내가 정말 혐오발언을 했으면, 그 구체적 증거를 가져와 봐라. 나를 혐오정치, 갈라치기 정치인으로 규정하는데 내 구체적인 워딩을 놓고 그렇게 말한다면 인정하겠다’고 주장하더군요. 예컨대 여성임금이 남성임금의 65%다, 그렇다면 이걸 개선하는 정책변화를 주장하는 것이라면 OK지만 예컨대 강남역 살인사건 때 ‘여자라서 죽었다’, 이런 식의 이념이 들어가면 같이 토론할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자기가 배격하는 게 음모론과 특정 이념에 기반해 사실을 왜곡하는 거라면서요. 우석훈 “장애인단체에 대해 한 말이 있는데 그 정도 혐오를 혐오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치매죠. 이준석이 포지션 싸움은 잘해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준석은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준석이 누구랑 정치할 거냐는 충분히 보여줬는데 어떤 정치를 할 거냐에 대해서는 이야기한 바가 없다는 겁니다. 이 사람이 만들고 싶은 세상이 뭐냐, 거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밝힌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예전에 독일 녹색당에 페트라 켈리라는 여성정치인이 있었어요. 나중에 불행하게 죽는데 등장할 때 본인만 정치인으로 커진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녹색당이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커졌습니다. 매력으로 보면 진짜로 찍어주고 싶은 거예요. 양국의 정치가 달라도 그런 게 있습니다. 좀 냉정하게 말하면 정의당이나 민주당에서 나온 청년정치를 표방했던 분들이 덜 매력적이라는 겁니다. 남성·여성 그런 문제가 아니고 ‘나는 쟤랑 같이 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파토스(감성)가 안 움직인 겁니다. 이준석은 방법은 어떻든 사람들의 파토스를 움직였어요. 정치라는 게 로고스(논리)만 작동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누가 또 다음 세대의 파토스를 움직여나갈 것인가, 이것은 개인 매력에 달려 있기 때문에 진보·보수 하는 이런 문제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교롭게도 이준석이라는 사람이 보수 쪽에서 나온 것이고, 그런 사람이 또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모르죠.” -1973년생 한동훈은 어떻게 봅니까. 기사를 몇 번 썼는데 댓글 달린 것 보면 진짜 댓글조작단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팬층을 몰고 다닙니다. 출마할지 안 할지 모르지만 출마하면 상당한 영향력이 예상되긴 합니다만. 우석훈 “한동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한동훈이 나오면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이준석밖에 없다고 봐요.” -그게 아이러니인 거죠. 청년정치가 아닌 쪽으로 청년세대의 지지가 쏠린다는 사실이…. 우석훈 “개인적으로 다음 대통령은 이준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람직하다는 뜻은 아니고요.” 지수 “글쎄요. 민주당에서 이준석을 이길 사람이 그 연령대에서 아무도 없다, 라는 그 감각을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다면, 그 이유는 민주당이 자기들이 제시할 수 있는 세상이 어떤 식으로 국민의힘과 다른지, 자신들은 어떤 이야기로 누구를 대변할지가 분명하지 않으니 그런 상황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찾아야죠.” 신민준 “저는 소위 이대남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많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은 잊을 만하면 여성가족부 폐지를 꺼내 들고 있고, 게임회사에 트럭을 보내거나 집단시위를 하면 게임회사나 정치권이 반응을 해주잖아요. 반면 20대 여성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때는 언제였을까 생각합니다. 총선과 대선과 같은 정치적 국면의 필요성에 따라 동원만 당해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준석이 새로운 세상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우석훈 박사 말씀에 동의합니다. 이준석이 다음 대통령에 가장 가깝다는 말씀, 사실 제 주변 선배활동가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정말로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냐고 그에게 묻고 싶어요. 저는 이준석이 스스로 부정하는 것처럼 그가 하는 게 청년정치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청년정치라는 건 사회적 불평등에 놓여 있는 청년들을 위한 세상을 어떻게 새롭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투신하는 거라고 봅니다. 역사적으로 그게 청년정치였고요.” 김온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서성일 선임기자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절반은 1980년대에 태어났지만, 실질적 혁신이나 변화는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전 정치는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청년정치인도 이미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 거죠.”- - 김온수 부대변인 김온수 “박사님 말씀을 듣고 머리에 망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아마 가장 빨리 탄핵을 당하는 대통령 아닐까요. 정당생활을 하면서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한동훈 장관을 선택하겠습니다. 저는 국민이 왜 이준석 대표가 대통령이 될 수 없을지를 보여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더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태도 변화를 가져야 하고, 이준석 대표도 과거 혐오정치에 대한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정치인들도 이준석 전 대표가 설정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과 정치이념을 발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석훈 “한국 자본주의는 여러모로 기형적입니다. 우리나라 정치도 좀 이상하고 사회적 불균형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별 혐오를 거쳐 이젠 젠더까지 온 건데…. 이걸 선거를 통해 우리가 계속 극복해왔어요. 투표를 하면 누군가가 좋아서 찍은 적이 거의 없어요. 그래도 선거를 통해 우리가 계속 뭔가를 반영시켜나가며 문제를 풀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래도 미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선거를 통해야 문제가 풀리지 그냥 저 사람이 이길 것 같다, 그런 이야기만 해서는 아무런 문제도 안 풀립니다. 새로운 사람이 나오는 공간도 그런 에너지 속에서 탄생할 거라고 봅니다. 어쨌든 다음 총선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새로 나와 새로운 흐름이 생기면, 단번에 바꾸진 못하더라도 몇 년 지나면서 새로운 변화가 만들어지리라 믿습니다. 그러면 청년들이 생각하는 주거 문제가 다음 대선에선 진짜 1호 공약이 되어 불평등을 줄이는 세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누가 되든 세상은 조금씩 좋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정치
“한국 청년정치 현실은 선거철 영입된 소모품”(2023. 12. 08 17:00)
2023. 12. 08 17:00 정치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 대담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왼쪽)과 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2월 5일 경향신문사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모른다. ‘대체 청년정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만드는 모순이다. 단어 그대로 풀이하면 청년정치는 ‘청년 세대가 하는 정치’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보편적 화두다. 문제는 청년정치라는 말을 쓰는 사람마다 그 정의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2020년에 제정된 청년기본법에는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규정한다. 이대로라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청년정치를 상징한다는 말은 틀린 것이 된다. 생물학적 나이를 토대로 한 규정이 납득이 안 된다면, 청년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 볼 수도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환경, 젠더 등에 관심을 두는 정치를 청년정치라고 볼 수 있다. 이대로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어느 날 청년정치인이 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주요 사건에 의무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윤석열 대통령 역시 청년정치인이 된다. 이 역시 납득이 어렵다면 청년정치의 정의를 다시 바꿔야 한다. 결국, ‘청년정치’는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단어가 될 운명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는 잊을 만하면 ‘청년정치’ 바람이 분다. 기성정치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청년정치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청년정치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결국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을 누를 대안으로 청년정치를 소비한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혁신 이미지를 만드는 데 청년만큼 좋은 도구도 없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긴다. 실제 ‘청년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기성정치에서 소비하는 청년정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12월 5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본사에서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 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을 만났다. 두 사람 모두 30대 정치인이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남아 다음 총선을 대비하는 반면, 신 위원장은 지난 10월 국민의힘을 탈당해 창당을 선택했다. 같은 뿌리를 둔 청년정치인이면서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는 점이 이들을 한자리로 부른 이유였다. 적어도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한국 청년정치가 당면한 현실로 봐도 무방하다는 의미다. 이들에게 청년정치의 정의부터 기성정치의 문제까지 폭넓은 질문을 건넸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왼쪽)과 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2월 5일 경향신문사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청년정치에 의미를 부여하고, 실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체 ‘청년정치’란 무엇인가. 실체가 있기는 한가. 신인규 위원장(이하 ‘신’) “청년이 정치를 한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고, 잘하는 것도 아니다. 논리적으로 아무런 관련도 없다. 게다가 청년정치가 한국 정치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시기도 지났다고 생각한다. 청년정치라는 말도 안 썼으면 좋겠다. 애초에 청년정치라는 말에는 공급자 중심의 시각이 담겨 있다. 앞으로 정치는 수요자 중심으로 변모해야 한다. 정치를 청년이 하냐, 장년이 하냐가 아닌 수요자인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정치를 규정하는 네이밍(이름 짓기)에서부터 공급자적 시각을 버려야 한다.” 김재섭 위원장(이하 ‘김’)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거 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청년들이 주류가 되는 정치가 필요한 것은 기성세대가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변화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환경이나 젠더, 보건 담론 등은 기성정치인들이 잘 다룰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문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 할당제나 취업 문제 등은 청년들이 일상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이다. 구조적으로 더 많이 고민하고 잘 알 수밖에 없다. 이들이 정치에 참여해 기성정치가 담아내지 못한 문제를 정치 어젠다로 승화시킬 수 있다. 다만 청년정치가 보살핌이나 특혜의 대명사가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른바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어포머티브 액션) 논란이 있지 않나. 이 전 대표가 어떤 어드밴티지를 받고 당 대표가 됐었나. 우리 모두 더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정치를 하고 있다. 대구의 절반 정도를 청년한테 할당한다고 하면 모를까. 단순히 청년 할당을 시혜처럼 추진하는 것은 맞지 않다. 선거를 앞두고 한두 명씩 수혈하듯 영입하면서 청년 할당이라고 포장하는 것은 악순환만 만든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당협위원장이 지난 12월 5일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청년들이 주류가 되는 정치가 필요한 것은 사회변화 때문이다. 이들이 기성정치가 담아내지 못한 문제를 정치 어젠다로 승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선거철 수혈하듯 영입해 ‘청년 할당’이라 하는 것은 악순환만 만든다.”- - 김재섭 위원장 -악순환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김 “구조적 한계다. 국민의힘에 젊은 정치인들이 많은데 이들 대부분이 험지라고 불리는 수도권이나 호남 등을 지역구로 삼고 있다. 어떤 바람이 불든 당선되는 영남을 지역구로 한 주류와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21대 총선에서 크게 패배하면서 원내에서 당권을 잡고 주류가 된 것은 영남 기득권 세력이라는 점이다. 원외에서 아무리 당을 향해 개혁 목소리를 내도 이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불편하면 배제된다. 이로 인해 악순환이 시작된다. 선거를 앞두고 판세가 불리하면 원외의 목소리를 조금씩 듣는 척을 한다. 그런데 정작 실제 공천은 영남 주류의 뜻대로 한다. 개혁이라며 청년을 포함한 외부 인사를 몇몇 영입하지만, 이들이 살아남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선될 만한 자리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팔을 도려내며 남에게 좋은 자리를 주는 사례는 없다. 결국, 선거는 진다. 그러면 또 원내에 남는 것은 이들 영남 주류 세력들뿐이다. 이들만 기득권을 계속해서 누리는 악순환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신 “전형적인 액세서리, 소모품 정치다. 이런 악순환, 구태는 그만해야 한다. 내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것 역시 당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당의 주류도 바뀌면서 자연히 해결될 것이란 믿음은 헛된 기대에 가깝다. 역사적으로 자연히 권력의 주류가 바뀌는 경우는 없었다. 결국 당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만들자는 투쟁을 해야 하는데 국민의힘 안에서는 이런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기득권은 국민의힘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정치인들이 자주 이합집산을 하다 보니 정당 간 구분조차 잘 안 되는 실정인데…. 신 “한국 정치가 철학이나 비전, 가치가 아닌 이해관계 중심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어떤 사람에게 줄을 서야 내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냐를 중심으로 갈라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양대 정당을 넘나드는 인물들까지 탄생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색이 다르지 않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의 비극이다. 당장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기고, 이상민 의원도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 입당을 선택지로 고려하지 않나. 진영을 넘나드는 것이 조금이라도 어색하고 불편한 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색조차 없다. 이념, 가치, 비전 없이 오직 이해만 남은 정치는 지속력을 가질 수 없다. 다음 시대를 대비할 어젠다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부터 불가능하다.” 김 “이해관계에 따라서 정치인들이 왔다 갔다 한다는 건 정치를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시작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다만 양대 정당이 구분이 잘 안 되는 것은 보수정당의 정책적 문제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 국민의힘이 내놓는 담론을 보면 거의 민주당에 끌려가는 것이 많다. 환경, 젠더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보수 철학 위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내놓은 정치 어젠다에 휩쓸리는 식이다. 젠더 문제만 봐도 그렇다. 이 전 대표가 나타나기 전까지 국민의힘은 스스로 ‘페미니즘’보다 ‘이퀄리즘’에 가깝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회용 빨대냐, 종이 빨대냐를 두고 민주당과 맞붙기보다 그냥 휩쓸려 갔다. 결과적으로 종이 빨대가 탄소 배출이 더 많다.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담론도 없이 민주당의 중간지점에서 말하다 보니 이런 문제들이 생긴다. 상대 당에 끌려다니다 보면 경계도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신 “이 부분은 여야 공히 문제가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기본소득이 자신의 신념인 것처럼 말했지만 대선 과정에서 불리해지니 바로 폐기 처분해 버리지 않았나.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당 사무총장을 할 때 사교육 문제가 불거졌었다. 그때 이 의원이 ‘초과수익은 사회악’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게 어떻게 보수의 철학과 부합한다고 할 수 있나.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결국 소신과 비전이 결여된 상태에서 시류에 맞춘 정치를 하다 보니 서로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여전히 출신 지역이 호남이면 민주당, 영남이면 국민의힘 하는 식으로 나누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 모두 기성 정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특히 청년정치인으로서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김 “가장 큰 이유는 대중, 대북, 대러 등의 관계 문제 때문이다. 그들에게 유화정책을 펴거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설정을 추진하는 행태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국민의힘에 합류한 근본적 이유도 이러한 부분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 밖에는 진보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많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나 결혼, 젠더문제 등에 있어서 기성 보수 정치와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신 “보수와 진보를 가치 측면에서 구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진보라고 해서 안보를 말하지 않는 게 아니다. 보수라고 해서 기후, 젠더 등을 말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둘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다. 보수는 성악설에 기반하는 반면, 진보는 성선설에 기반하는 식이다. 인간이 이기적이고 본능적으로 경쟁을 한다고 생각하면 제도를 촘촘하게 만든다. 반면 인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면 상대적으로 제도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개혁 측면으로도 이어진다. 보수는 이미 촘촘하게 만든 제도를 바꾸는 데 소극적인 반면, 진보는 급진적 변화를 시도한다. 나와는 보수의 가치관, 성향이 더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2월 5일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서성일 선임기자 “한국 정치가 변하지 않는 것은 뛰어난 젊은 정치인이 없어서가 아니다. 문제는 사람을 액세서리 취급하는 기득권 세력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선거에서 승리해서 정말 나라가 좋아졌나’ 하는 부분도 짚어봐야 한다.”- - 신인규 위원장 -보수를 표방한 청년정치인들은 ‘블루오션’을 찾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 “정치를 시작할 당시 부동산값 폭등으로 대표되는 집권 세력의 무능을 목도하던 시점이었다. 민주당은 선택지에 들어와 있지 않았다. 어느 쪽이 변화의 여지가 더 많은가가 중요했다. 당시 보수 정당은 탄핵 여파로 폐허 상태였다. 이로 인해 기득권이 붕괴돼 있었다. 변화의 공간이 충분히 생겨나 있었단 뜻이다. 반면,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진영은 학생운동 중심의 이너서클(Inner Circle)이 너무나 공고했다. 정당 내부의 기득권을 깨는 것이 어렵겠다고 봤다. 실제로 이익중심으로 모이는 보수가 반기득권 입장에선 더욱 유리한 지형이 맞다. 변화의 가능성과 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김 “블루오션이란 말엔 동의하기 어렵다. 2019년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보수 정당은 망해가는 회사였다. 반면 민주당은 굉장히 잘 나가는 회사였다. 오히려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데는 진보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현시점에서야 국민의힘 내에 1980년대 이후 생들도 많고, 활발히 활동도 하고 있지만 정치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진보·민주당 계열의 청년정치와는 무엇이 다르다고 보나. 신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거치며 수권 정당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그 이후를 생각하는 시스템은 구축하지 못했다고 본다. 후진 양성 역시 기성정치인들의 기득권을 수호하는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다름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기득권화된 상태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탄핵 과정을 거치며 국민의힘 내 주류들이 한 차례 붕괴된 역사가 있다. 또 코로나19 확산 등을 겪으며 기존 정치 문법이 많이 깨졌다. 이를 틈 타 이준석이라는 나름 준비된 청년정치인이 부상했고, 그 뒤를 이어갈 새로운 인물들이 자리 잡을 공간은 점차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사회변동을 30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한국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쳐왔다. 보수 계열이 산업화 시대의 주역이었고, 진보 계열이 민주화 시대를 주도했다. 국민의힘은 민주화의 시대였던 지난 30년을 뛰어넘어 곧바로 미래담론 시대로 전환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생들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새로운 미래담론 시대는 개인 간 이해관계가 다원화되는 시대이자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원하는 작업을 실행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 지식 능력)가 중요한 시대다. 이를 일심단결, 획일화를 강조하는 386 민주화 세대가 따라갈 수가 없다. 민주당 청년 세대가 부각되지 못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조직문화가 강하고, 인간의 욕망을 ‘정치적 올바름’으로 억누르는 분위기 속에서 미래담론이 성장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과거 산업화 시대 유산을 이어받아 자유주의를 강조하는 보수 쪽이 시대를 주도하기에 더욱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국민의힘 쪽 청년정치가 민주당에 비해 부각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1월 11일 이른바 국민의힘 ‘천아용인’과 회동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기인 경기도의원이 허 의원의 지역 사무실에 모여 창당 관련 ‘작전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페이스북 캡처. -그런데 국민의힘 청년정치의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을 나가려고 한다. 국민의힘 청년정치도 한계상황에 다다른 건 아닌가. 신 “이 전 대표가 정확히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당을 나온 이후로 사적인 연락은 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국민의힘 탈당을 결심한 것은 그곳에서 개혁이나 정치적 꿈을 이루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0.001%라도 있었다면 탈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두 가지 사례가 있다. 하나는 이 전 대표의 축출 과정이다. 선출직 당대표를 몰아내며 당헌을 바꿨다. 또 다른 하나는 전당대회 때다. 사실상 대통령실이 지목한 김기현 대표를 옹립하기 위해 경쟁 후보들을 주저앉히고, 이번에는 당심 100%로 선거룰을 바꿨다. 한국 정치가 변하지 않는 것은 뛰어난 젊은 정치인들이 없어서가 아니다. 문제는 사람을 액세서리, 소모품 취급하는 기득권 세력에 있다. 국민의힘이 변할 가능성은 없다.” 김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떠난다면 선거라는 측면에선 당연히 안 좋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당적을 가진 사람들이 제3세력을 만드는 것인데 총선에서 지지가 분산되지 않겠나. 다만, 한국 정치라는 큰 틀에서 볼 때 양당을 견제할 메기 역할을 할 당이 나올 수 있다면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추진한다고 손가락질할 필요는 없다. 신당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 이른바 ‘잘하기 경쟁’을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신당의 힘이 빠질 거다.” -같은 보수 정당에서 이준석 대표와 함께했다. 이준석 전 대표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없나. 신 “가고자 하는 길이 이 전 대표와는 다르다. 과거에는 함께 국민의힘에서 나가자고 제안도 했다. 기득권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했는데 그때는 그가 거절했다. 요즘 행보를 보면, 이 전 대표가 청년정치인으로서 받았던 기대가 조금 무거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과거의 이준석처럼 명확하게 무엇을 하겠다고 밝히질 못하지 않나. 지금까지 나온 것이 ‘토론을 많이 하겠다’는 수준이다. 정치에서 토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토론 이후 어떤 합의를 이루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없다. 말만 남는 토론은 공허하다. 당 대변인을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는다는 ‘나는 국대다’ 때도 유사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는 입구는 열었지만, 정작 일할 환경은 갖춰져 있지 않았다. 문제를 발굴해내는 것까지는 탁월하지만 정작 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 수립에는 기여했지만, 그에 대한 지금 평가가 어떤가. 이 전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도 마찬가지다. 당을 같이 하려면 적어도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이 같아야 한다. 너랑 내가 생각이 80% 정도 같다고 함께 당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야합’이다. 원칙 없이 싸움을 시작하면 조금만 삐끗하면 권력투쟁이 된다. 이 전 대표가 조금 더 신중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김 “아직까지 이 전 대표가 뭘 하는지 모르겠고, 신당 창당도 불확실하다. 나는 국민의힘 당적을 갖고 당의 입장을 대변했고, 지역구까지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에게 한 약속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명분이 있다면 몰라도 지금으로선 국민의힘 당적으로 출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신 “이 전 대표가 이슈를 발굴하고, 선점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는 선거를 승리로 이끌 만한 전문가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선거에서 승리해서 정말 나라가 좋아졌나’는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얼마나 많은 분이 이에 동의하실지 잘 모르겠다.”
[주목! 이 사람]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오세제 박사 “청년정치 새싹 클 수 있게 해야”(2018. 05. 28 14:04)
2018. 05. 28 14:04 사회
그는 철학과 종교에 심취해 학생운동을 하던 ‘깡’ 좋은 81학번 대학생이었다. 86세대로 묶인 그는 이제 강단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정치학을 가르친다. ‘왕년’에 학생운동하던 386이야 흔히 볼 수 있지만 그가 말하는 ‘청년’ 정치론은 구미가 당긴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오세제 박사 얘기다. 오 박사는 청년 정치를 주장하는 학자다. 정확히는 청년들이 참여를 넘어 스스로 정치판의 주인공이 되는 세상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청년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 열린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당장 취업과 알바, ‘먹고사니즘’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정치를 하러 광장에 나가서 판을 뒤집으라니. 속사정 모르는 ‘꼰대’의 ‘훈수’로 들리는 건 아닐까. 오 박사는 “지금 청년세대는 정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어요. 정부에서 실업예산 편성해서 노인 일자리 만들었죠. 이걸 청년들이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기존 86세대의 생각을 갖고는 어떤 변화도 가져올 여지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오 박사는 이번 지방선거를 본격적인 청년 정치세력이 태동하는 하나의 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미 청년정당은 탄생했다. 당장 당선자가 나오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청년들 스스로 쉽게 무너지거나 기존 정치세력들에게 휩쓸리지 않을 씨앗을 심었다. 새로운 정당뿐 아니다. 지난 방학기간 학교에서 진행한 ‘청년정치학교’ 프로그램에 청년 54명이 지원했다. 스무 살을 갓 넘긴 학생부터 창당 준비자들까지 각양각색의 청년들이 모였다. 청년정치학교를 거쳐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우리미래당 소속 후보자가 4명이나 된다. “특정 세력들이 정치 혐오를 유포했지요. 그 영향으로 우리 사회에 정치 허무주의와 반정치주의가 팽배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촛불혁명 이후 청년들 사이에서 변화가 생겼어요. 특정 인물 몇몇으로 말미암은 변화가 아니라 그런 흐름이 생겼다는 사실이 무척 기쁩니다.” 물론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적극적’으로 바뀌었다는 오 박사의 견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대학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하는 대학들도 부지기수다. 오 박사는 총학을 ‘보이콧’ 하는 대학생들의 움직임을 그동안 기성 정치에 물든 구태의연한 총학에 대한 실망감의 반영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총학 구성을 위해 한 표 내주는 거수기가 되기를 거부하는 학생들의 문제의식의 발로라는 얘기다. 오 박사는 청년 정치의 성공을 오롯이 청년 몫으로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오 박사 자신이 속한 86세대가 지난 87년 6월항쟁에서 획득하지 못했던 시대정신들을 자식세대와의 연대를 통해 다시 구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는 87년 이후에도 진정한 의미의 시대정신을 갖지 못했어요. 다시 결집해야 합니다. 자식세대에게 비판이나 명령이 아닌 청년 기본법을 같이 만들고 청년이 당면한 실업문제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 해요. 그래야 청년들이 마음놓고 건강한 정치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주목! 이 사람
청년정치 도전 ‘시대역량’ 대만선거서 돌풍(2016. 01. 25 18:01)
2016. 01. 25 18:01 국제
청년세대의 표심이 뜨거웠던 이번 선거에서 시대역량이 의석을 얻어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그들이 줄곧 ‘야합’이라 비판했던 입법원에서 직접 협상에 참여하면서 현실과 맞닥뜨려야 한다. 지난 16일 대만 대선 후 무대 앞에서 한껏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은 대만 첫 여성 총통이라는 역사를 쓴 당선자 차이잉원(蔡英文)이다. 그러나 이번 대만 대선에는 주연 못지않은 조연이 있었다. 대만 사상 처음으로 청년정치에 도전하는 신생정당 ‘시대역량(時代力量·New Power Party)’이다. 25일 창당 1주년을 맞는 시대역량은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6.1%를 득표, 의회 내 5석을 차지하며 제3정당으로 우뚝 섰다. 시대역량은 대만 정치의 역사를 새로 썼다. 거리에 섰던 ‘해바라기 운동’의 힘을 1년 여만에 의회 내 현실정치로 진화시키는, 결코 쉽지 않은 목표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이들의 존재는 보수적인 대만 정치판에 변화와 개혁을 부르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시대역량의 소속 당선자 가운데 지역구 의원을 3명이나 배출한 것은 더 의미가 크다. 이들의 맞수는 모두 국민당의 다선 ‘골리앗’들이었다. 대만 신생정당 시대역량의 후보자들이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시대역량 홈페이지 지역구 3곳서 국민당 다선의원들 이겨 시대역량의 의석 수는 집권당이 된 민주진보당(68석)과 야당 국민당(35석)에 한참 못 미치지만 영향력은 5석 이상이다. 타이완의 정책연구 및 여론분석 기관인 ‘대만싱크탱크(台灣智庫)’는 지난 20일 대선 후 여론조사에서 전국 20세 이상 성인 1089명에게 정당 공감도를 물은 결과 시대역량이 무려 19.4%를 얻어 국민당(11.7%)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민진당이 35.6%로 1위였다. 막판 ‘쯔위 사건’으로 민진당에 표가 더 결집되지 않았다면 시대역량의 득표율은 10%를 넘었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대만싱크탱크에서 데이터 분석을 맡은 저우융홍(周永鴻)은 “이번 선거는 정당의 재편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며 “군소정당들이 지금까지 지리멸렬했던 것에 비해 시대역량은 출중한 성적으로 제2당을 넘어버렸다”고 말했다. 차이잉원은 이번 대선에서 시대역량 뒤에 서 있는 청년층의 지지 덕을 톡톡히 봤다. 시대역량의 의석 수와 민심을 고려하면 향국 국정운영에서 시대역량의 존재감을 무시하기 어렵다. 대만 의회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정치신인들의 면면은 이색적이다. 당 대표 황궈창(黃國昌·42)은 2014년 일어난 대만의 청년운동 ‘해바라기 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해바라기 운동’은 2014년 국민당의 ‘양안서비스무역협정(CSSTA)’ 비준안 날치기에 항의해 일어난 학생시민운동이다. 황궈창은 이 운동을 주도하면서 ‘투쟁의 신(戰神)’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황궈창은 대만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변호사다. 황궈창의 아버지는 광산, 염색공장 등을 전전하던 노동자였다. 부친이 공장 사장의 빚보증을 잘못 선 일로 가세가 확 기울면서 어린 시절 그는 어머니와 종종 타이베이시 유명 사찰인 행천궁 앞에 나가 좌판을 놓고 향과 초를 팔았다. 우수한 성적을 보인 그는 과외와 학원 아르바이트, 장학금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일찌감치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에 참여해 온 그는 ‘해바라기 운동’ 후 정치세력화에 나서 시대역량을 창당했다. 린창줘(林昶佐·39)는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록그룹 ‘산링밴드’의 보컬이다. 긴 말총머리에 온몸은 문신으로 덮여 있다. 그는 인권, 환경, 문화, 대만 독립 등 사회 이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 온 인권운동가이기도 하다. 2010~2014년 국제앰네스티 대만지부의 대표를 맡아 활동했다. 지난해 시대역량 창당에 참여해 대표단에 이름을 올린 린창줘는 이번 총선에서 5선의 국민당 베테랑 린위팡(林郁方·65)을 끌어내렸다. ‘해바라기 운동’ 정신 계승 기대 부응해야 의회 입성자 중 막내인 홍츠용(洪慈庸·33·여)은 2013년 전까지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그해 7월 전역을 이틀 앞둔 남동생 홍중치우(洪仲丘)가 의문사하면서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가족을 대표해 의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뛰어다니던 홍츠용은 마잉주(馬英九) 당시 총통 등을 만난 자리에서 보여준 당당한 태도와 군 검찰에 맞서는 예리한 반박으로 일약 유명해졌다. 시민운동으로 확산된 홍중치우 사건은 대만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켜 군사재판법 개정까지 이끌어냈다. 정치학자인 쉬용밍(徐永明·49)은 시대역량의 ‘브레인’이다. 대만대 정치학도였던 그는 대만의 가장 큰 학생운동으로 기록되는 1990년 야백합학생운동(野百合學運)에 참여했다. 그는 학계에 몸 담으면서 각종 언론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했다. 홍츠용과 더불어 또 다른 여성 정치신인인 카울로 이윤(38)은 대만의 소수 원주민인 아미족(阿美族) 출신이다. 시대역량 후보자들이 선거 유세장에서 큰 선거홍보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시대역량 홈페이지 청년세대의 표심이 뜨거웠던 이번 선거에서 시대역량이 의석을 얻어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도 할 수 있다. 2014년 ‘해바라기 운동’의 열기는 사회민주당, 급진측익(側翼·전투부대의 양 날개를 뜻함), 자유대만당 등 청년 정당과 정치단체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신생 정당의 백화제방이었다. 이들은 올해 총통 선거와 입법원 선거를 앞두고 합종연횡을 거듭했다. 시대역량은 이런 ‘제3세력’ 중 의제설정 능력이 뛰어나고 온라인에서 영향력이 제일 큰 데다, 해바라기 운동의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는 정당으로 평가받아 대만 2030세대의 가장 큰 지지를 받았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그들이 줄곧 ‘야합’이라 비판했던 입법원에서 직접 협상에 참여하면서 현실과 맞닥뜨려야 한다. 대만 입법원에서 시대역량은 가장 왼쪽에 있다. 현실정치의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다른 정당과 차별화해야 하는 어려운 줄타기를 해야 한다. 민진당과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지도 같은 맥락에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해 민진당이 시대역량 후보들이 출마하는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연대했지만, 민진당과 시대역량의 정체성엔 차이가 있다. 시대역량의 색깔을 잃는 것은 곧 그들의 기반인 젊은 세대의 지지를 상실하는 것을 의미한다. 린창줘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민진당을 향해 “예전에 약속한 양안협의감독조례 입법을 잊지 말라”면서 “시대역량은 입법과정에서 시민의 참여, 과정 공개 등 핵심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대 정치학과 펑진펑(彭錦鵬) 부교수는 대만 와의 인터뷰에서 “시대역량은 젊은 세대의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 해바라기 운동 후 양안관계에 대한 비판적 태도 등을 대변하는 상징”이라며 “이들에게 모아진 힘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국민당에서 빠져나온 대만 독립파가 세운 대만연합이 잠깐 반짝했다가 민진당과의 노선 중복으로 곧 존재감을 잃었던 전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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