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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3,646 건 검색)

‘내란주범’ 윤석열 퇴진…8일 구월동서 제7차 인천시민촛불
‘내란주범’ 윤석열 퇴진…8일 구월동서 제7차 인천시민촛불
2025. 01. 08 10:34정치
... 8일 오후 6시 30분부터 남동구 구월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차 인천시민촛불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윤퇴진운동본부는 “내란수괴 윤석열은 경호처를 방패 삼아 결국 체포영장...
내란윤석열국민의힘내란공범윤상현인천시민촛불탄핵, 국내외 영향
작은 촛불이 어둠을 밀어내듯 암흑이 덮쳐도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들
작은 촛불이 어둠을 밀어내듯 암흑이 덮쳐도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들
2024. 12. 30 20:03 보도자료
2024년 한 해도 저물어가고 있다. 말 그대로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였다. 모두가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지만 정치만은 예외였다.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은 모든 자리를 뒤집어놓고 뒷걸음치게...
환호에 가려져 여전한 ‘차별과 배제’···“촛불은 더 낮고, 넓고, 다양해져야”
환호에 가려져 여전한 ‘차별과 배제’···“촛불은 더 낮고, 넓고, 다양해져야”
2024. 12. 22 16:22사회
.... ‘광장의 자성’은 다른 곳에서도 호출됐다. 여성단체들은 지난 6일 집회에서 발언자로 선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를 비판했다. 김 대표는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실명을...
“귀가 있다면 국민 말 들어라”···국무총리 공관 앞 찾아간 촛불
“귀가 있다면 국민 말 들어라”···국무총리 공관 앞 찾아간 촛불
2024. 12. 20 21:16사회
... 의원들을 보면 해체만이 답이라고 보인다”고 했다. 이들은 오는 토요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대규모 촛불집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입틀막’을 당했던...

스포츠경향(총 548 건 검색)

배우 정찬 “병원에 가 보시라”···‘탄핵 촛불집회’ 관련 가짜 뉴스에 일침
배우 정찬 “병원에 가 보시라”···‘탄핵 촛불집회’ 관련 가짜 뉴스에 일침
2024. 12. 11 21:16 연예
SNS 캡처 배우 정찬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한 후 자신을 둘러싼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유포되고 있는 것에 분노를 표했다. 10일 SNS에 한 누리꾼이 쓴 글을 캡처해서 공유하고 “내 인스타 어디에도 저따위 글은 없다. 거짓말이고 루머이자 유언비어다”라고 밝혔다. 캡처가 된 사진엔 한 누리꾼이 “정찬이라는 탤런트가 올린 인스타그램 글에 여의도 집회 때 3분의 1이 외국인(중국인)이라고 썼던 것도 보셨나요? 무섭네요 이 나라”라고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담겼다. 정찬은 “저 글을 쓰고 유포하신 분은 매우 아픈 분 같다”며 “병원에 어서 가 보시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거짓말쟁이 #유언비어 #비양심 #탄핵 #위헌 #국가의주인은국민 이라는 해쉬태그도 함께 달았다. 정찬은 앞서 지난 7일 “여의도에 아이와 전시회를 보러 왔다”며 “오늘 여의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데 여기는 외국인이 1/3이다. K-컬처 무섭다”며 K-콘텐츠 위상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여의도에 왔으니 전시회만 보고 갈 수는 없다. 오늘 민주주의가 꽃피우는 날이 되길 바란다”며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실도 전했다. 가짜뉴스에 언급된 ‘1/3이 외국인’이라는 말은 전시회를 일컫는 말로, 집회 현장과는 무관한 긍을 짜집기한 악의적인 편집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신대철, 음악인 시국선언 독려···이승환은 촛불집회 무대서 재능기부
신대철, 음악인 시국선언 독려···이승환은 촛불집회 무대서 재능기부
2024. 12. 11 16:25 연예
기타리스트 신대철. 경향신문 자료사진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음악인들의 시국선언 참여를 촉구했다. 신대철은 10일 음악인시국선언과 함께 시국선언 독려를 알리며 “지난 3일 윤석열은 명분 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을 획책, 실행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힘’은 국민의 이익이 아닌 당의 이익을 위해 투표 불성립을 만드는 방식으로 의회 민주주의를 내던졌다”며 “이에 내란 공모자인 총리와 국정에 관해 아무런 헌법적 권한이 없는 여당 대표가 국정운영을 한다는 2차 내란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혼을 갈아 넣은 K팝의 나라가 정치 후진국의 나라로 해외의 비치고 있다”며 “K팝의 나라가 계엄과 내란의 나라가 되면서 두 얼굴을 가진 나라로 불리고 있다. 우리가 애써 만든 음악이 폄훼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가수 이승환. SNS캡처 그러면서 신대철은 “나라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때 우리는 건강한 음악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며 “이에 윤석열 즉각 퇴진, 탄핵 결의를 촉구하는 음악인들의 시국 선언을 제안한다. 우리 후배들은 지금보다 나은 대한민국에서 음악 할 수 있도록 꼭 함께해달라”고 했다. 음악인 시국선언은 작곡가 윤일상과 그룹 더 크로스의 이시하가 직접 초안을 작성하고, 작사가 한경혜가 초안을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대철은 국회의 탄핵안 표결이 예정된 14일 오전에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 때도 앞장서 시위에 나섰던 그는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촛불 2.0의 시작인 것 같다. 새롭게(시위 문화가) 진화하고 있고 정말 놀라운 사실은 젊은 여성분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K팝이 울려 퍼지는 달라진 시위 현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가수 이승환은 13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 무대에 설 예정이다. 가수 이승환. SNS캡처 이승환은 10일 SNS에 “금요일, 윤석열 탄핵 집회에 이승환 밴드 출동하는 썰 푼다” 면서 “덩크슛(탄핵하라 윤석열로 개사),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돈의 신(돈의 힘으로 개사), 사랑하나요?!, 물어본다, 슈퍼히어로 부를 거다. 따뜻하게 하고 와라”라고 덧붙였다. 이승환은 전날 탄핵 집회 무대 출연 관련 물음에 “개런티도 다 필요없다. 제 기준에서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음향 시스템만 있으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환, 촛불집회에 1213만 원 기부 “탄핵되길 바라며”
이승환, 촛불집회에 1213만 원 기부 “탄핵되길 바라며”
2024. 12. 09 15:57 연예
이승환 SNS 캡처 가수 이승환이 촛불집회를 위해 1213만 원을 기부했다. 이승환은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촛불집회 주최 측인 촛불행동에 1213만원을 송금한 인증사진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이승환은 “올해도 드팩민들의 연례행사, 백혈병 환아들을 위한 ‘환탄절’ 기부 릴레이가 시작됐다. 이번에도 저는 여러분의 차칸 마음씨에 감복하여 그 행렬에 참여했다, 다만 기부처를 달리했다”고 했다. 그간 이승환은 ‘환탄절’이라 칭한 자신의 생일을 맞이해 백혈병 환아들을 위한 기부를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승환은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꼭 탄핵이 되길 바란다”면서도 “여러분께서는 늘 그렇든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으로 후원해주시면 된다”는 당부를 전했다. 한편 지난 주말에는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와 1인 시위 등이 열렸다. 이날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는 경찰 추산 16만 명, 신고 인원 21만 명에 달하는 구름 인파가 운집했다.
[스경X초점]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尹 탄핵 시위, 1세대→4세대 헤쳐 모여
[스경X초점]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尹 탄핵 시위, 1세대→4세대 헤쳐 모여
2024. 12. 09 14:58 연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에 사용된 응원봉. BBC 캡처 1세대부터 4세대 아이돌 팬덤이 주축이 돼 응원봉을 흔들며 여의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지난 7일 비상게엄 발동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여의도에서 열렸다. 수만 명의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다수 시민들은 세대 불문 아이돌들의 응원봉을 들며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에스파의 ‘위플래쉬’, 샤이니 ‘링딩동’,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등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안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현장에는 god, 소녀시대, 빅뱅, 샤이니, BTS, 블랙핑크, 아이유, NCT, 에스파, 플레이브, 라이즈 등 세대를 초월한 각종 아이돌 응원봉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1~4세대 대 통합을 이뤘다”라는 씁쓸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응원봉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평소 응원하던 아이돌들의 응원봉을 중고 플랫폼에서 구매해 오는 14일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줄을 이었다. 또 일부 누리꾼들은 응원 여부와 상관 없이 “이 응원봉 누구거냐. 진짜 예쁘다”며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일부는 “내일 응원봉 온다. 참여 준비 완료”라는 댓글을 달며 응원봉 집회 참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에 사용된 응원봉.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트위터에는 응원봉에 익숙하지 않은 4050 중년층을 위해 응원봉의 사진을 전광판에 띄어놓고 어떤 아이돌 응원봉인지 소개하는 영상까지 퍼져나갔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와 중년분들까지 응원봉 들다니”, “아이돌 응원문화 힘 대단하다”, “이게 진짜 세대 통합이네”, “그래 이제 너희의 시대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응원봉을 들고 세대 대통합을 이뤄낸 새로운 시위 문화는 외신에까지 전달됐다. AFP 통신은 이날 “집회 참가자들이 K팝을 들으며 즐겁게 뛰고, 응원봉과 LED 촛불을 흔드는 등 집회는 댄스 파티를 연상케했다”고 보도했고, BBC는 “대형 스크린과 크래인 카메라가 설치된 한국의 시위 집회는 마치 야외 음악 축제가 같았다”라며 “집회 참가자들은 여러 장르의 노래를 부르면서 즐겁게 시위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든 시위 문화에 대해 젊은 세대들이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되고 있다며 주목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운동권 문화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젊은 층이 본인들한테 익숙한 아이돌 팬덤 문화를 시위에 접목시킨 사례”라고 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시위는 젊은 세대의 다양성 문화를 방증한다”며 “광장에서 시작된 촛불 시위는 어느 순간 촛불일 필요가 없어졌다. 박근혜 탄핵 정국 때는 촛불 대신 촛불 형태의 아이템을 들고 왔고, 이제는 응원봉으로 바뀌었다. 시위 문화도 세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간경향(총 104 건 검색)

[렌즈로 본 세상]이게 나라냐···‘촛불’이 묻다(2022. 11. 11 15:06)
2022. 11. 11 15:06 사회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가애도 기간의 마지막 날인 지난 11월 5일,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열렸다. 집회 주최자인 촛불승리전환행동 회원들과 시민들은 시청역에서부터 숭례문교차로까지 차도를 가득 메운 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행사를 벌였다. 가톨릭, 불교, 원불교, 개신교 등 종교단체 인사들과 참사 당시의 현장 목격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경찰은 당초 5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최 측 추산 6만명이 모였다. 쌀쌀한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두꺼운 옷과 목도리 등을 걸치고 도로에 앉아 촛불을 들었다. 참가자들은 ‘국민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등의 손팻말을 들고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4대 종단의 추모 기도 순서에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촛불 집회는 부산, 대구, 춘천, 광주, 제주 등 8개 지역에서도 열렸는데, 추모를 위한 자리여서 거리 행진은 없었다.
렌즈로 본 세상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1)촛불 하나라도 켜는 것이 낫습니다(2021. 08. 09 14:08)
2021. 08. 09 14:08 사회
“죽고 싶네요. 제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분들이 공통으로 던지는 한마디입니다. 일단 노동법에 따라 회사에 신고해 보자고 권합니다. 네이버 노동조합 회원들이 지난 6월 7일 스스로를 비관하며 목숨을 끊은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회사의 조치 의무 강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노동자는 회사에 신고해야 합니다. 사장이 괴롭힘을 가해도 회사에 신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신고 당사자를 조사하지도 않고 형식적으로만 조사를 끝내버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조사, 판정, 조치에 대처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입니다. 조사는 경찰·검찰에서 하는 수사와 비슷합니다. 조사자의 경험과 능력, 교육에 따라 조사의 과정과 결과가 매우 달라집니다. 2021년 10월 14일부터 당사자 조사 의무, 객관적 조사 의무가 명시됐습니다.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있으면 ‘당사자 등에게’,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조치 의무(조사, 피해 노동자 보호, 가해 노동자 징계 등)를 이행하지 않거나, 비밀유지 의무 위반(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경우)하는 경우 역시 과태료 대상으로 바뀌었습니다. 개정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사용자가 객관적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조치, 비밀누설 금지 등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직원이 신고했다는 이유로 직원에 대해 불이익한 조치(예를 들면, 해고)를 하면 사장이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징역형으로 형사처벌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2021년 초, 괴롭힘을 신고한 직원에게 “자식도 벼락 맞아라, 눈알들이 다 빠져라” 하면서 신고자 신상을 공개하고 결국 신고자를 해고한 사장에게 처음으로 유죄판결(기사에 의하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모욕, 폭행을 당하면 직접 민·형사상 조치는 별론으로 하고, 회사가 가해자에 대해 징계할 수 있습니다. 다만 2021년 10월 14일부터 사용자(사용자의 가족 포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법이 개정됐습니다. 2019년 7월부터 2021년 6월 말까지 2년간 전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1만134건) 중 검찰에 송치되는 비율은 약 0.9%(102건)에 불과했습니다(고용노동부 자료). 다만 “피고인의 노동자에 대한 낮은 수준의 인식은 언제든지 또 다른 가해자를 용인할 것”을 염려하고 “피고인에게 노동의 의미를 일깨우기 위해” 사회봉사를 부과한다는 최근의 법원 판결에 비춰봐도 새로 만들어진 제도에 맞춰 사회가 조금씩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부장검사로부터 모욕·폭행, 결재서류 찢어 던지기, 술자리 술 시중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故) 김홍영 검사사건도 중요합니다. 단순 모욕과 폭행으로 가해자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판결입니다(기존에는 처벌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1년 7월 6일 “우리 사회에서 폭언과 폭력이 지도와 감독의 수단이 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판결했습니다(2020고단7281). 방치법에서 방지법으로 결론적으로 많은 회사가 괴롭힘 신고에 대해 여러 상황을 고려해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니다. 다만 분쟁이 있으니 당사자 간에 분리조치를 한다”는 결론을 냅니다. 이때 노동자는 노동청을 찾아갑니다. 그러면 노동청에서도 대부분 같은 결론인데, 근로감독관과 아래와 같은 대화를 했습니다. 근로감독관 이번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회사에 행정 지도문을 보냈습니다. 노동자 회사에서는 인정되지 않더라도 노동청에서 객관적으로 조사해 인정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감독관 현행법상 회사의 조치가 위법이거나 명백히 불합리하지 않으면 노동청이 개입하지는 않습니다. 노동자 명백히 불합리한 기준이 무엇입니까? 감독관 아직 명확한 판례가 있지 않습니다만, 조사를 안 한 것과 다름없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노동자 그렇다면, 저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감독관 …. 많은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정작 신고를 해보니 바라던 결과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치법’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습니다(경향신문 2020년 6월 28일자 “근로감독관들이 오히려 ‘갑질’…‘괴롭힘 방치’로 2차 피해 많다”). 직장 내 괴롭힘만으로 특별근로감독도 이루어지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올해 5월 25일, IT기업 네이버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40대 직원이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한해 약 400명 이상의 노동자가 과로·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한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개시돼 한달 넘는 기간 동안 근로감독을 하였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임금체불, 임산부 보호 위반 등 노동 관계법 위반사항은 사건 일체를 검찰로 송치하고 과태료 부과 처분도 했습니다. 참고로 설문에 응한 직원 절반 이상(52.7%)이 최근 6개월 동안 한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2019년 7월) 이후 전국의 각 회사에서 첫 신고와 조사, 첫 결과를 진행했습니다. 사건이 누적돼 선례가 만들어져 무엇이 직장 내 괴롭힘인지 비로소 실체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많은 회사가, 상사들이, 집단이, 사용자가, 노동자들이 법을 인식하고 사건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모습도 발견됩니다. 법 시행 이전에는 절차가 없어 법률적 보호를 받지 못했는데, 법 제정으로 신고 절차가 생기고 이번에는 제재조항이 부가됐습니다. 다음번 개정에는 살아 있는 선례들이 반영돼 실질적인 ‘방지법’에 조금 더 가까워져야 할 것입니다. 어둠을 탓하기보다는 촛불 하나라도 켜는 것이 낫습니다. 한용현 변호사는 실전에서 대신 싸우는 일을 한다. 수년간 ‘사측’에서 각종 노동분쟁을 대리해 왔다. 지금은 노사를 막론하고 ‘정당한’ 노동법을 발견하고 실현하려 애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노동법 전문 변호사 인증을 받았다.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렌즈로 본 세상]“검찰개혁” 외친 서초동 촛불(2019. 10. 14 16:30)
2019. 10. 14 16:30 사회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린 지난 10월 5일 지하철 교대역을 지나는 열차에서는 승객의 안전을 당부하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1시간 전인데도 승강장에서 입구로 나가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서울 서초동 일대는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시민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검찰과 법원이 모여 있는 서초동 인근은 평소에도 검찰이나 법원에 항의하는 크고 작은 집회와 시위, 기자회견이 열린다. 그러나 이번만큼 대규모 인원이 모인 적은 거의 없었다. 3년 전 시민들은 청와대에서 일어난 국정농단을 규탄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였다. 그 촛불이 지금은 서초동으로 향했다. 더 이상 검찰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시민들의 간절함이 광화문에서 서초역사 거리로 자리를 옮겨왔다.
렌즈로 본 세상
국민은 왜 ‘검찰개혁’ 촛불 들었나(2019. 10. 07 14:28)
2019. 10. 07 14:28 정치
ㆍ대한민국 최초 검찰청 앞 대규모 집회… 조국 가족에 대한 과도한 압수수색에 분노 9월 28일 오후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지난 9월 25일 촬영된 한 장의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오른손에 케이크를 들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뒷모습 사진이다. 기자는 조 장관에게 “본인 사진이 맞느냐”고 물었다. 문자메시지가 왔다. “출근길과 귀가길에 항상 많은 기자들이 대기해 일거수일투족을 찍고 있습니다.” 사진은 이른바 ‘뻗치기’를 하던 한 일간지 기자가 휴대폰으로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에 얽힌 사연도 알려졌다. 사진이 찍힌 전날은 조 수석의 딸 생일이었다. 아들은 밤늦게까지 이어진 검찰조사 때문에 귀가하지도 못했다. 검찰 수사와 취재경쟁으로 풍비박산난 가족의 일상. ‘당사자는 원하지 않았던’ 이 한 장의 사진이 기폭제였을까.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 폭발한 이유 9월 28일 서울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시위. 노란색 바탕에 케이크를 든 조국 장관의 뒷모습 실루엣을 담은 피켓이 등장했다. 아래엔 ‘나도 조국이다’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나도 카톡으로 공유된 그 사진을 봤다. 동병상련이고 트라우마가 아닐까.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한 시민사회 인사의 말이다. 기자도 이날 서초동에 갔다. 인산인해였다. 집결지로 안내되었던 지하철 서초역 7번 출구는 몰려든 인파에 폐쇄됐다. 많은 사람들이 교대역에서 내려 서초역까지 걸었다. 기자가 서초역에서 대검찰청 입구까지 도착하는 데 2시간이 걸렸다. 참가자 연령대는 다양했다. 10대 초반의 자녀와 함께한 가족단위 참가자들도 많았다. 인터넷 커뮤니티들 이름이나 ‘혼밥동맹’과 같은 유머 섞인 깃발도 등장했다. 2016년 늦가을부터 겨울 내내 주말마다 지속됐던 박근혜 대통령 촛불시위가 떠올랐다. 촛불동력이 거의 복원된 것으로 보였다. 3년 전과 차이는 있었다. 4시간가량 서초동에 있는 동안 ‘맞불 조국 구속 집회’를 제외하고 중심무대를 만날 수 없었다(나중에 확인해보니 작은 트럭 단상에 마련된 행사무대는 서초동 사거리 인근에 있었다). 이날 행사의 주최는 ‘개싸움국민운동본부’라는 온라인단체다. ‘개싸움’이라는 키워드는 지난 7월 중순,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에 대해 한 누리꾼이 내놓은 것이다. 인터넷커뮤니티 mlb파크에 ‘안알랴줌’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누리꾼이 올린 “개싸움은 우리가 한다.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가라”는 글이다. 일본산 불매운동은 정부나 여당, 언론이나 방송이 시킨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들고일어나 하는 싸움이니, 정부는 누가 비난하더라도 아랑곳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대응하라는 내용이다. 딱지 붙이기나 비난에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다.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주제로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대부분 이날 참석자들에게는 첫 집회지만 앞서 개싸움국민운동본부의 집회는 9월 28일이 7차 집회였다. 수십~수백 명 규모의 촛불시위가 갑자기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로 폭발한 것이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 퇴진’과 함께 외친 ‘조국 수호’라는 구호에 별다른 이질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가 매우 높다.” 9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주말 서초동 촛불집회에 대해 입을 열었다.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검찰에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공개 지시했다. 하루 만에 검찰이 자체개혁안을 내놨다. 특수부를 축소하고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준비된 ‘모범답안’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목소리에 마침내 검찰도 호응해 나서는 것일까. 뭔가 기시감이 드는 액션이다. 눈 가리고 아웅? 검찰 셀프개혁안 ‘기시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제1의 과제로 내건 것이 ‘적폐청산’이다. 기조에 호응해 법무부는 법무·검찰 개혁위원회를 만들었다. 집권 첫해 8월 9일이었다. 검찰은 법무부의 외청이다. 위원회의 명칭에서도 보이듯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방안에서 핵심은 검찰개혁이었다. 산하에는 위원회의 권고를 실행할 법무·검찰개혁단도 설치됐다. 그런데 한 달 뒤, 이번에는 ‘검찰개혁위원회’라는 조직이 발족했다. 법무부의 위원회와 상관없이 검찰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검찰이 안을 발표한 다음 회의가 월요일쯤 열렸는데, 위원들이 ‘이거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하고 설왕설래했다.” 법무부 개혁위원회에 참여했던 인사의 말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려했던 것은 우리의 권고방향과 전혀 다른 상충된 내용을 검찰 쪽에서 발표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두 개혁TF가 서로 충돌하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검찰이 법무부와 아무 상의없이 TF를 만들었다는 이 인사의 기억은 사실일까.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의 최측근 인사에게 물어봤다. “사실이다. 당시 검찰 TF를 만들면서 법무부와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 개혁위원회를 만들고 사람들을 선임하는 것도 다 검찰이 독자적으로 했다.” 그는 이번 대통령 지시에 검찰이 내놓은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전임 문무일 총장 때 (검찰이) 제안한 것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것이다. 내가 보기엔 서초동에 운집한 인파에 깜짝 놀라 면피용으로 내놓은 것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3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법무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대통령이 검찰도 개혁주체라고 이야기했지만, 검찰의 셀프개혁은 현재까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10월 1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완수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검찰이 가지고 있는 가장 막강한 권력은 법의 다른 이름인 ‘정의(justice)’보다는 마음대로 ‘정의(define)’를 내리고 결정한다는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는 조국 장관 케이스를 보라. 권력형 비리라고 한다면 어떤 인물이 권력을 갖고 있을 때 저지른 비리를 말하는 것이다. 사모펀드 의혹을 제외한다면 지금 검찰이 기소한 표창장 위조니 입시의혹이니 하는 것들이 그가 권력을 갖고 있을 때의 일들인가.” “밖에서는 검사들이 도대체 왜 이러는지 궁금할 것이다. 지휘부의 폭주에 대해 2000명이 넘는 검사들이 모두 한 덩어리가 돼서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지.” 검찰 조직에 10년을 몸담았던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대표변호사는 검찰 조직의 내적 경직성이 ‘막 나가는’ 오늘날 검찰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의 검찰청법에 모든 직급은 검사 하나다. 법률상으로 직급은 검사와 총장 두 가지밖에 없다. 그런데 보직개념으로 보면 검찰총장, 고검장, 지검장, 지청장, 차장, 부장검사, 검사의 6단계다. 법률상 2단계이지 실제로는 6단계다. 그리고 승진이 이들의 통제수단이다.” 승진에 실패하면 낙오자 취급을 받는다. 승진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상급에 무조건적인 복종, 관료화, 정치검찰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오 변호사의 지적이다. “총장은 개개 사건에 모두 개입이 가능하다. 법률상으로는 정권이 장관과 총장을 통해 지휘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장관은 할 수 없고 총장은 가능하다. 정치검찰이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다.” 승진을 무기로 한 상급지휘관의 통제는 사건 배당을 통해 이뤄진다. 배당은 검사들을 길들이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무작위로 배당되는 법원과 달리 검사장은 자신에게 복종하는 검사에겐 승진에 유리한 사건을 주고 골치 아픈 민원사건 등은 반골검사로 찍힌 사람에게 배당한다. 근무평정을 통해 날리는 방법도 있다. 검찰 업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힘든 것이 형사·공판 담당 업무지만 천대를 받는다.” 특수부를 줄이고 형사부나 공판부 배치를 늘리는 것이 당면과제라는 설명이다. 10월 1일 검찰이 밝힌 자체개혁안에는 이 내용이 들어 있다. 오랫동안 검찰 안팎에서 지적되어온 문제이지만 아직 개혁은 실행된 적은 없다. 검찰 개혁안에 언급되지 않은 것은 공수처 설치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다. 이 내용을 담은 사법개혁안은 현재 국회에 2개 안이 상정돼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다. 다시 말해 검찰은 “검찰개혁의 핵심과제는 국회에 넘어가 있으며 그건 국회가 할 일”이라는 무언(無言)의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검찰개혁’ 촛불시위가 열렸지만, 아직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검찰개혁은 결국 입법으로 완수된다. 패스트트랙 상정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4당 공조로 가능했다. 조국 장관 사퇴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이 법안 통과에 협조할 가능성은 없다. 게다가 ‘조국대전’ 이후 국면에서는 ‘4당 공조’에서 바른미래당도 이탈한 상태다. 이대로라면 참여정부 당시 ‘4대 개혁입법’ 실패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많다. 검찰개혁, 참여정부 4대 개혁입법 실패 전철? 조국 장관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의 대담집 <진보집권플랜>(2010)에서 참여정부 때의 대표적 개혁 실패사례로 이 ‘4대 개혁입법’을 들었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정권 초반부터 시작해야 하며, 그 성과를 정권 임기 내에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랬던 그 자신이 정권의 실패와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인물로 떠오르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리얼미터가 10월 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공감한다’는 54%인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42%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적극 공감한다’(43%)는 사람과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33.0%)의 비중이 각각의 의견 내에서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중도의 시각은 협소해진 가운데 국민 여론의 분열,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초동 촛불’은 당분간 매 주말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은 이미 10월 5일과 12일 집회일정을 공지하고 있다. 앞으로 추는 어디로 기울까. 현재 과반을 넘어 우세로 기울고 있는 검찰개혁 목소리는 더 힘을 얻을 수 있을까. 다시 말해 검찰개혁 촛불은 현재의 규모를 넘어 더 확장될 수 있을까.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의 여론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평가, 조국 장관 이슈에 대한 인식, 보수야당과 검찰, 언론 보도에 대한 태도의 세 가지 측면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며 “서초동 촛불집회 주최와 참여자들이 ‘문재인-조국-검찰개혁’을 강하게 연결시킬수록 확장성은 떨어질 것이고, ‘사법권력 남용 견제’와 ‘여야에 대한 공정한 수사 요구’라는 보편적 구호가 전면에 나오면 촛불의 확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수호’가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의 발단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조국 장관이나 문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서야 국민적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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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료 민영화 등 촛불집회는 계속된다! 논객  진중권
공기업·의료 민영화 등 촛불집회는 계속된다! 논객 진중권
2008. 08. 19 화제
아직까지 ‘진중권이 누구야?’라고 묻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혹시 그렇게 묻는다면 주위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100일을 향해 달려가는 쇠고기 정국에서 진중권은 토론장과 집회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일명 ‘촛불 정국 최고 유명인’으로 떠올랐다. 대중의 호불호를 떠나, ‘논객’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그만큼 어울리는 이도 없을 것이다. #1 비 오는 청계광장 청계광장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어김없이 비가 왔고 시청광장을 가로지르는 길은 전경 버스에 막혀 있었으며 사람들은 무언가 들뜬 기분에 우왕좌왕했다. 진보신당의 인터넷 방송 ‘칼라TV’ 리포터로 벌써 두 달 넘게 현장에서 촛불집회를 생중계해온 진중권 교수는 “여성지에서 취재를 온다 하여 옷을 몇 벌 갈아입는 줄 알았다”는 우스갯소리로 기자를 맞았다. 곧이어 쏟아지는 거침없는 말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걸 어떻게 글로 옮기지?’ 벌써 두 달이 넘는 강행군이에요. 그동안 연행도 됐었고, 폭행도 당했는데 건강은 어떠신가요? 지금 바지가 안 맞아서 헐렁헐렁해요. 체중이 2kg 빠졌는데 저한테 2kg 빠진 건 정말 엄청난 거예요. 지난번 연행되면서 생긴 상처가 결국 흉터가 됐어요. 이거 안 없어질 것 같아요. 다른 건 괜찮은데 잘생긴 얼굴에 상처 낸 건 못 참겠더라구요(웃음).촛불집회가 100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그동안 현장에서 느낀 변화가 있다면? 이제 서서히 장기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저도 일이 있는 사람이고 다들 생업이 있는데 물리적으로 이렇게 매일 나와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건 불가능해요. 그런 상황에 맞춰서 촛불집회가 진화해가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보면 평일에는 소수의 사람이 모이고 주말이나 특별한 이슈가 있는 날엔 좀 많이 모이는데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라도 규모는 줄어들 듯합니다. 아무래도 4년 내내 이래야 될 것 같거든요.4년 내내 촛불집회, 정말 그렇게 보고 계신 건가요? 왜냐하면 앞으로 쇠고기 사안뿐만 아니라 민영화 문제부터 줄줄이 걸려 있어요. 모두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항들이에요. 수돗물, 전기세 민영화는 국민의 에너지권 문제고. 돈 없는 사람은 물 끊겠다는 거 아닙니까. 의료 민영화는 돈 없는 사람은 병원에 가지 말라는 얘기거든요. 이런 문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계속 충돌할 수밖에 없어요. 쇠고기는 도화선에 불과해요.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이 본능적으로 터져 나온 겁니다. 물론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저는 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촛불이 가라앉으면 정부는 또 다시 그런 정책을 시도하려고 할 겁니다.촛불집회가 장기화되면서 여기저기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 분들 계시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비폭력으로 가야 된다고 봐요.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두 달 넘는 시간 동안 여기 계신 상인 분들 장사 못하셨어요. 그분들은 죄가 없잖아요. 거기에 대해서는 저희도 책임을 느껴야 되거든요. 합법 시위를 하고 가능한 한 도로로 나가는 것을 피해야죠. 사람들이 한두 번이야 참아줬지만 몇 달씩 길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참아주기 힘들어요.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도 그렇잖아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죠. 예컨대 집회 끝나면 그동안 집회 때문에 피해봤던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든지, 최대한 매출을 올려줘야죠. 또 격렬한 시위가 끝난 후에 전경들에게 위문품을 보낸다든지, 그동안 다소 과격했던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고 ‘너희들이 미워서 그랬던 건 아니다’ ‘너희가 했던 행동도 다 용서하겠다’는 식의 마무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2 하이힐에 미니스커트, 집회 현장의 여성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의 불안으로부터 100%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먹을거리 문제에 민감한 엄마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집회에 나섰고 20, 30대 여성이 주회원인 인터넷 패션 카페 회원들은 신문에 수입 금지를 요구하는 광고를 냈다. 하이힐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남자친구와 집회 현장을 찾는 여성들을 보고 진 교수도 처음엔 갸우뚱했다고 한다. 유난히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진 촛불집회였어요. 현장에서 느끼시나요? 처음에는 여고생, 그다음엔 어머니들이 나왔어요. 남녀가 다른 게 남자는 ‘미국산 쇠고기 먹어도 광우병 걸릴 확률 10억 분의 1밖에 안 된다며? 까짓 거 난 먹을 수 있어’ 이런 식이에요. 그런데 아이에게 그런 음식을 먹여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다른 거예요. 아이가 먹을 텐데 ‘병 걸릴 확률 몇 십억 분의 일밖에 안 되니까 그냥 먹어!’라고 할 수 없는 거죠. 게다가 학생들은 급식 선택권이 없잖아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영어 몰입식 교육이다, 0교시 부활이다, 당장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쇠고기는 마음대로 협상하고 억지로 먹으라니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생긴 것 같아요. 여성들의 감성 있잖아요. 그게 이슈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아요. 그런 여성의 반응이 도화선이 된 거죠. 이번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서 여성은 굉장히 생산적인 역할을 했어요. 남성들도 ‘생각해보니 그러네’ 하며 동참할 수 있게 만든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현장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며 만난 시민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 있습니까? 많죠. 그동안 굉장히 많은 분들을 만나봤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거였어요. 경찰 앞에서 바로 팔짱을 딱 끼고 스크럼을 짜고 있는 분께 “데모 좀 해보셨느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이 “아니, 오늘 처음 해보는데요”였어요. 시위 나오는데 미니스커트에 하이힐 신고 가슴 푹 파인 옷 입고 나오는 여성분들도 계세요. 예전에 데모할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죠. 처음엔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파악이 잘 안 되더라고요(웃음).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모습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게 촛불집회의 특징인 것 같아요. 한쪽에선 격렬히 부딪치고 한쪽에선 모여 앉아 노래 부르고. 저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죠. 많은 단체들이 집회에서 대중들을 이끌어 보겠다는 생각을 했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시민들을 보고 운동권이 반성을 많이 했죠. 사람들은 새로운 욕망과 새로운 불안이 있는데 그걸 과거의 낡은 생각으로 바라보려 했다는 것에 대해 반성하게 되는 거죠. 유모차를 끌고 집회 현장에 나온 주부들에게 아이를 방패 삼는다는 정부의 비난도 있었어요. 유모차 주부들은 위험한 현장에는 오지 않아요. 앞쪽에서 버스 끌어내고 있는데 유모차 끌고 가겠어요? 항상 시위 앞부분은 격렬해도 한 50m 뒤는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다른 세상이에요. 투쟁으로서의 정치, 놀이로서의 정치가 함께하는 거죠. 정부가 아이를 방패 삼는 거냐고 하잖아요. 그런 말을 하시는 분들은 아이를 진압할 의지가 있다는 거죠. 어떤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살의를 느꼈다고 해요. 자기는 운동권도 아니고 그저 애한테 미국산 쇠고기 먹일 수 없다는 생각으로 데리고 나온 건데 그런 식으로 매도를 당했다구요. 치사하게 자기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물고 늘어지는데 정말 참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진 교수님도 아이를 가진 아버지로서 그런 의견에 동감하나요? 물론 저도 애한테 위험한 걸 먹이고 싶진 않죠. 저는 남자니까 어머니 마음만큼은 아니겠지만 일단 위험이 있으면 피해야 되는 거잖아요. 피하고 싶은 건 거부하게 돼 있죠. 그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현재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진중권은 누구인가요? 정체성을 정의하신다면요. 첫째로 저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들의 의견에 동감하기 때문에 나온 거고, 둘째로 리포터로 나온 거고, 세 번째는 미디어 미학자로서 지금의 현상이 재밌으니까 나와요. 전 세계에서 이런 방식의 집회는 처음이잖아요. 촛불집회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아마 사태가 좀 진정되면 풀어낼 거예요. 일부는 칼라TV를 통해서 이미 풀어냈구요. 칼라TV가 집회 현장을 인터넷에 생중계하잖아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지시를 내리면 그 지시를 받고 인터뷰를 해요. 싸우는 사람들 말려달라고 하면 말려주고 중재해달라면 중재해주고. 현장에 없는 시민들도 원격 제어로 집회에 개입하게 되는 거죠. 처음에는 우리도 책상 갖다 놓고 카메라 고정시키고 하다가 나중에는 카메라를 들고 뛰기 시작했어요. 노트북이니까 그게 됐죠. 사람들이 저를 ‘포로리(‘보노보노’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만화 캐릭터. 진 교수를 닮았다고 하여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편집자 주)’라는 캐릭터로 만들어버리잖아요. 자신들이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드는 거죠. 칼라TV 후원금을 게임 아이템 모으듯 ‘아이템을 모아 마련해주자’ 이런 식이에요. 제가 연행 당했을 때도, 게임하다 캐릭터가 죽으면 얼마나 열 받겠어요. 진지함과 놀이와 기대가 결합되어 있는 것. 굉장히 재밌는 미디어 현상이에요. #3 천하무적 진중권 작년 이맘때에도 진중권은 토론의 중심에 있었다. 사실 토론보다는 논란에 가까웠다.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영화 ‘디워’를 혹평해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았던 것. 1년 후 전세는 역전(?)됐지만 여전히 진 교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거침없는 발언 뒤에 따라오는 수많은 비난과 협박은 무섭지 않다.촛불 역시 ‘냄비다’라는 얘기가 있어요. 정부는 식을 때까지 두고 보자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구요. 냄비가 두 달 동안 가는 거 봤어요? 이게 어떻게 냄빕니까. 저도 지겨워 죽겠는데(웃음). ‘선거 때 되면 까먹고 또 찍을 거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이번엔 좀 다를 거예요. 시민들이 이제는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촛불집회 했죠, 도로로 나갔죠, 불법이라고 해서 다시 들어왔죠. 이제는 수가 없는 거예요. 정부는 여전히 말 안 듣고. 시민들이 정치의식을 운동권식으로 습득한 게 아니거든요. 말이 안 된다는 걸 체험으로 깨닫고 스스로 경찰에 맞서고 연행됐단 말이죠. 이제는 구속되기까지 했죠. 이런 체험을 했다는 게 굉장히 큰 자산으로 남을 거예요. 교수님도 연행됐었고 폭행도 당했었고, 살해 협박에 그야말로 ‘갖은 고초’를 겪었는데 주위 분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이 사람들이 집으로 전화를 해요. 집에 노모가 계시는데 제가 받으면 괜찮은데 어머니가 받으시면 좀 그렇더라구요. 전화 코드를 뽑아놨어요. 불만이 있으면 직접 와서 말을 하지 죽이러 온다고 협박하는데 오지는 않고 전화만 계속하니 짜증이 나죠. 온다고 온다고 말만 하고 안 오니 내가 찾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고(웃음).그게 어떻게 보면 유명세의 부작용 아닌가요? 인기가 많은 만큼 안티도 늘어나는. 반짝 유명세라고 생각해요. 연예인들 인기와 마찬가지죠. 연예인도 처음엔 막 인기 있다가 1, 2년 지나면 잊혀지잖아요. 그 많은 가수들, 누가 이름 기억하나요? 지금은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지식인한테 필요한 건 인기가 아니라 신뢰죠. 상처받고 그러면 ‘이런 짓’ 못하죠. 악플이나 협박에 상처 안 받아요. 대중이 저에게 원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까지 현장에 계실 건가요? 촛불집회가 끝날 때까지 있어야죠. 쇠고기 문제 때문에 묻힌 것들이 많아요. 비정규직, 이랜드, KTX 승무원 등등. 쇠고기 문제는 이 정도였지만 앞으로 터져 나올 이슈들, 예를 들어 의료 민영화 같은 사안은 또 다른 문제예요. 그때는 매우 격렬해질 겁니다. 어쨌든 집회가 계속되는 한 새로운 방식으로 끊임없이 결합하면서 대응 방법을 찾아 나갈 겁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분들이 ‘정치라는 게 삶과 이렇게 밀착되어 있구나’라고 느끼셨을 거예요. 이번 집회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여성들의 힘이 굉장히 큽니다. 어떤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구요. 백화점에 가면 남편한테는 ‘고객님’이라고 부르고 자기한테는 ‘어머니’라고 부른다고요. 어머니와 모성애가 굉장히 중요한 가치이긴 하지만 여성의 모든 정체성을 담는 건 아니잖아요. 어머니의 역할과 더불어 자기 자신을 만들어 나가세요.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중 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관심 갖지 마세요. 먼저 책 읽고 현명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도 그대로 따라 해요. 아이들은 스스로 자랄 때 가장 잘 큽니다(웃음). ■ 글 / 노정연 기자■사진 / 인성욱
김미화·최광기가 바라 본 촛불문화제와 소통의 가능성
김미화·최광기가 바라 본 촛불문화제와 소통의 가능성
2008. 08. 07 화제
2008년의 촛불문화제는 새로웠지만 그를 둘러싼 온갖 ‘말’들은 진부했다. 이걸 아직도 20년 전의 틀에 끼워 맞추려는 일각의 시도는 답답하다. ‘배후세력’, ‘반미좌파’라는 말이 그렇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미화씨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의 중립적인 시각을, 최광기씨는 ‘거리의 사회자’로서 새로운 비전을 전달했다. 지금은 이 다음을 고민해야 할 때고, 키워드는 ‘소통’이다.김미화의 균형 ‘시국 진단’이라는 거창한 말은 필요 없었다. 문화평론가의 시각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MBC FM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로서, 당대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아줌마로서 평범하지만 냉철한 생각이 듣고 싶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촉발한 촛불문화제가 다양한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어요. 사안은 심각한데 집회는 발랄한 면이 있어요. 어떻게 보세요? 김미화(이하 김) 시위 자체를 굉장히 즐기는 것 같아요. 예전처럼 심각하고 비장한 정치참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지금 화물연대도 파업을 하고 있는데, 예전처럼 과격하지 않아요. 빨간 띠 두르고 고속도로를 점거한다든지 그런 게 없어요. 정보는 인터넷이나 전화로 다 공유하고 있어요. 비슷한 현상인 거죠. 촛불도 얘기를 들어보면 그래요. 제가 시사프로그램을 하고 있으니까, 사람들 생각을 읽기 위해 인터넷을 자주 봐요. 실시간으로 동영상이 흘러나오고 중계가 되고, 관심은 더 증폭되고…. 시위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죠. 이런 과정에서 전투경찰이나 정치인을 가깝게 느끼는 것 같아요. 패러디의 대상, 놀이의 중심에 두죠. 주체는 개인이에요. 집회를 주도하는 광우병 국민대책위원회가 아무리 해산하라고 해도 주체가 개인이기 때문에 해산하지 않는 거죠. 자율적인 움직임이고, 마음이 움직여서 참여했기 때문에, ‘당신들의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주도 세력이 없다는 게 촛불문화제의 중요한 특징인 것 같아요.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당황했을 것 같은데요. 김 정말 당황한 사람들은 정부보다 시민운동 하는 분들일 것 같아요. 그런 시위 문화가 없었잖아요. 해산하라고 방송하는 경찰한테 “노래해, 노래해” 그러고(웃음). 심각한 일을 심각하지 않게 풀어가는 것 같아요. 아줌마들도 그렇죠. 아기들을 앞세우고 나올 때는 애초에 그것을 ‘유모차 부대’라고 하려던 것이 아닐 거예요. 나와 보니 아기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들이 있고, 같이 몰고 가다 보니 뒤에 또 있고 그래서 같이 걷고. 그것이 인터넷으로 공개되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유모차 부대’라는 이름이 붙은 거죠. ‘유머 감각’은 이번 촛불문화제의 괄목할 만한 문화적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물대포를 쏘는 경찰한테 ‘온수! 온수!’를 외쳤죠. 그렇게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면, 그 원동력은 뭘까요? 김 언제든지, 어떤 이슈로도 모일 수 있죠. 기자들도 ‘축제’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사람들이 그렇게 즐겁게 시위를 한다고는 하지만 지켜보기는 참…. 난 슬픈 축제라고 생각해요. 양쪽 입장이 다른데, 인터넷을 통해서 어느 전투경찰 아버지의 이야기를 보면 또 가슴이 아프고 전투경찰이 쓴 이야기도 인터넷에 오르고…. 그러니까 정치를 잘했어야죠. 시민들이 이런 슬픈 축제에 참여를 하게 됐잖아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해 사람들이 모였지만,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말하기도 했어요. ‘0교시 부활’이나 사교육 시장에 대한 불안감 등 그런 개개인의 요구들이 마음속에는 있는데 분출을 못하다가 이번에 장이 열린 거죠. 한마디로 멍석이 깔린 거예요. 인터넷과 카메라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가 원동력이 됐죠. 모두가 아나운서가 되고 기자가 되고. 재미도 있죠. 촛불문화제를 계기로 수많은 시민들이 평소에는 걸을 수 없는 광화문 사거리 차도 위를 걸었죠. ‘광장’에서 느끼는 쾌감 내지는 해방감을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김 저는 가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희한하다 이건, 이런 문화가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늘 사람들하고 인터뷰를 하면 ‘여기는 축제의 현장 같습니다’ 그러는데 이게 축제라면 엄청 슬픈 축제죠. 진정한 축제가 아닌데 축제로 받아들이니까. 물 먹는 거 밥 먹는 거 거기서 자기들끼리 돈 걷어가지고 했대요. 경향신문, 한겨레에 광고를 싣는 것도 인터넷 동호회에서 자기들끼리 돈을 걷어서 했다니까. 조·중·동에 대해서는 불매운동도 하고. 그래서 사람의 힘이 가장 무서워요. 시민이 바라는 게 뭔지를 정부가 빨리 캐치하고, 잘못한 게 있으면 ‘죄송하다’고 하고 성실하게 대안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요? 김 시민들은 분명한 요구가 있었고 그게 풀어지지 않아서 인파가 늘었죠. 컨테이너로 막을 것은 아니죠. 하지 말라는 것들은 다 재미있잖아요. 막아놓고 가지 말라고 하면 더 가고 싶지. 여기가 부산항도 아니고(웃음). 정말 정치인들이 심리 공부를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것을 또 ‘명박산성’이라고 이름을 붙였대(웃음). 나는 그냥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그때가 지도자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고 생각해요. 이명박 대통령이 나와서 그때 사람들한테 “책임지고 일을 잘할 테니까 한 번만 저를 믿고 따라와주세요” 했으면 최고지(웃음). 시민들이 ‘대통령’을 어떻게 하겠어요. 군중심리는 권위를 짓밟을 수 있어요. 짓밟혔고.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권위는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미화와 최광기의 대화 최광기가 도착했다. “늦어서 죄송해요, 아이들 좀 보고 오느라”. 최광기는 지난 5월 17일과 24일, 시위 현장에서 사회를 봤다. 6월 10일에는 거리에 있었다. 김미화는 방송에서, 최광기는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는다. 두 사람은,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는 “언니, 동생” 하는 사이다. 김 너는 나가봤지? 나가보니까 상황이 어떻디? 최광기(이하 최) 언니는 중계하잖아(웃음). ‘변질’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시작은 쇠고기였지만 정부정책의 방향에 대한 문제로 관심의 폭이 넓어진 거죠. 이 정부를 100일 동안 지켜봤는데 영어몰입교육 나왔지, 0교시 부활 나왔지. 그에 대한 비판들이 촉발되면서 여의도로 가고 그런 거죠. 지난 17일에는 학생들이 많이 나와서 너무 놀랐어요. 인터넷으로만 봤는데 실제로도 많이 모였고, 정말 자발적으로 모여서. 말을 어쩜 그렇게 잘해(웃음). 김 ‘놀이 문화’가 또 있어(웃음). ‘촛불소녀’ 캐릭터도 그렇고, ‘고 3도 나왔다’는 문구도 그렇고. 재치가 있어. 최 시민들이 말을 너무 잘해. 김 물어보고 싶은 게 그거야. 많이 당황했을 것 같은데(웃음). 최 너무 당황해서 “나 못 올라가겠다. 어떡해야 하느냐?” 그랬죠(웃음). 저는 광장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좀 두렵더라고요. 언니가 방송에 대한 책임감이 있듯이 저도 책임감을 느꼈어요. 김 내가 볼 때는 이젠 시민들이 “정치인도 싫다” “시민운동 주최도 싫다” “개개인을 인정해라” 그런 집회인 것 같아. 최 주동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참석한 시민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요. 우왕좌왕하고. 다 좋긴 한데 아직도 저 시민들의 배후에는 뭐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나봐요. 1980년대에 그랬거든요. ‘교문 투쟁’ 하고 최루탄 쏘고 학생들은 그걸 보고 ‘저게 정권의 실체’라며 분노하고. 이제 그런 방법은 아니었으면 하죠. 김 염려가 되는 부분이 있죠. 그래서 슬픈 축제인 거고. 최 아직 과도기인 것 같아요. 옛 방식과 새것이 겹쳐서 만나는 과정,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죠. 여기서 잘 풀어나가지 않고 월드컵처럼 한시적으로 데워졌다 식으면 안 돼요. 지금은 다를 것 같아요. 시민들도 이게 시작이라고 하고. 나는 이것이 소통의 장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지난 17일 처음 집회에 나갔을 때 그래서 기뻤어요. 이전의 운동권의 분노를 담은 집회는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식이었잖아요. 지금은 세대도, 남녀도, 직업도 없는 자유로운 소통의 장이 마련됐죠. 균형감 있게 갔으면 좋겠어요. 의견이 다른 사람 말은 절대 듣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문제죠. 예를 들어 기자가 취재를 하러 왔는데 보수언론이다, 그러면 거기 기자라고 해서 잡아먹으려고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웃음). 그건 매체 전반에 대한 거죠. 물론 그들이 우선 시민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매체가 되어야겠지만요. 김 그것이 군중심리인데. 그래서 저는 사람들 많은데 잘 안 가요. ‘쓰리랑 부부’ 할 때도 큰 경기장에서 공연하고 나오면 사람들이 “쓰리랑 부부다” 하고 와~몰려요. 우리는 사실 싫어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니까(웃음). 빠져나오질 못하고 아수라장이 되고 다치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사람이 무서워서 “우~” 하는 곳을 못 가는 거야. 한편 걱정은 그런 거죠. 전경 아들을 둔 아버지나 어머니가 있다면 촛불 든 여고생 여중생 부모도 있고, 직장인도 있고. 각자 입장이 다르니까 군중심리는 그런 사람들의 입장을 고루 헤아리지 못한다는 거죠. 본질을 정확하게 따져야 하는데 하다 보면 마녀사냥이 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걱정스러워요. 최 저는 6.10 때도 거리에 나갔는데, 컨테이너 넘어가려고 큰 스티로폼 수백 장을 가져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컨테이너를 넘을 수는 있어도 그 뒤엔 안전장치가 없잖아요. 70, 80년대에 거리에서 죽은 사람들 많이 봤어요. 그게 뭔데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가고 목숨을 던질 만큼 중요한 일인가. 가치가 있지만 다치고 그러면 안 되죠. 그래서 거리에 설 때마다 두려움이 있어요. 시민들의 자정 능력이 그래서 중요하고, 스티로폼도 그래서 성공하지 못했죠. 지금 한국에는 진정한 보수가 없어요. 일부 보수의 탈을 쓴 수구세력이 자꾸 기름칠을 하잖아요. 좀 더 성숙하게 “우리가 잘못했다. 이렇게 풀자” 그래야 하는데. 그냥 덮어씌우기 하잖아요. 김 저만 해도 사람들 무서워서 인터넷 뒤에 숨어서 촛불시위가 어떻게 됐나 봐요. 물론 시사프로그램을 하고 있으니까 이 사안을 중간자적 입장에서 봐야 해서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에요. 컨테이너를 치우고 얘기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리더십이 이쯤에서 필요한데, 그게 부족하죠. 최 17일에 가서 들었던 구호 중에 와 닿았던 것이 “아침밥 먹고 학교 가고 싶다. 밥 좀 먹고 싶다. 잠 좀 자고 싶다”는 여고생들의 말이었어요. 0교시 부활에 대한 분노고 “밥 좀 먹자”는 것은 제대로 된 안전한 밥을 먹자는 것인데 와 닿더라고. 이번 촛불문화제는 일상, 내 삶, 개개인의 문제로 접근하는 거예요. 이제는 내 문제인 거예요. 내가 내 아이를 지켜야 하니까 같이 나오는 거죠. 김 이 문화가 잘 발전이 되면 유럽 선진국처럼 아이들도 공론의 장을 체험할 수 있는 커다란 교육이 될 수 있지만, 자칫 “그냥 우격다짐으로 우리가 이렇게 하니까 되더라”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아이들 교육에도 문제가 있죠. 이것을 잘 끌고 가는 것이 숙제지. 최 촛불은 차갑고 섬세하게 다뤄야 하고 군중심리는 이성적으로 다뤄야 해요. “청와대로 가자”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100일이든 300일이든 촛불문화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차분하게. 김 저는 참여를 안 해봐서 뭐라고 할 말이 없죠. (최)광기씨는 절절한 얘기가 나오잖아요. 경험을 해봐야 한다니까. 반대하는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거예요. 정운천 장관이 나왔는데 아무 말도 못했다면서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이런 절절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거지. 전에 했어야 하는데 찬스를 놓쳤죠. 사랑 고백을 할 때도, 생뚱맞으면 안 먹히잖아요(웃음). 시민들 중에는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있어서 따끔한 회초리를 든다는 사람이 많아요, 최 국민들이 이 정부에 얼마나 기대를 많이 했어요. 저는 100일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정부가 수습하고 정말 반성해서 다시 잘하면 되니까. 김 신뢰를 쌓기가 참 어려운 거예요. 내가 나쁜 짓 하면서 사람들한테 “좋은 일 하세요” 하면 안 먹히듯이 남은 기간 동안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직·간접적인 행동 하나하나에서 얼마나 노력을 하느냐 그거죠. 말 한마디의 실수, 행동 하나의 실수를 국민들은 다 지켜보고 있거든. 그런 것들이 신뢰를 무너뜨리면 말이 안 먹히는 거야. 아빠가 아이를 나무랄 때 담배 뻑뻑 피우면서 아들한테 담배 끊으라고 하면 애들도 다 알거든요. 손 냄새 맡아보고(웃음). 최 네티즌이 다 알고 있잖아. 니가 어디서 뭘 했는지(웃음). 김 예전에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얘기를 하고도 “제가 언제요?”라고 안 했다고 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인터넷에 다 올라와 있으니까. 내가 10년 전에 했던 얘기도 나와 있어요. 내가 일관되게 정치 안 한다고 기사에 매번 썼는데 어느 날 정치를 해. “어, 몇 월 며칠 「레이디경향」하고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 했는뎁쇼?” 그러면 내 신뢰는 무너지는 거지(웃음). 그러니까 사람들이 일관되게 살기가 어려운 건데, 지금까지 정치인들은 너무나 많은 말 바꾸기가 있었고, 무사통과해왔죠. 정보도 언론이 골라 뿌려주는 대로 받았는데 지금은 들어가서 찾아본다는 말이죠. 정보의 바다가 너무나도 넓어진 거죠. 최광기의 비전 김미화가 방송 스케줄로 자리를 뜨고 남은 이야기는 최광기와 둘이 나눴다. 지난 6월 17일의 여의도는 비가 그친 다음에도 흐렸지만, 막 장마가 시작된 날이니까 이상하지는 않았다. 촛불문화제가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냈고, 이상하지 않긴 마찬가지다. 성장하는 시민사회의 변화는 6월 말 장마처럼 자연스럽다. 지금은 이 다음을 준비해야 할 때다. 거리 공연이나 현장의 유머 감각은 집회를 일견 ‘축제’처럼 보이게도 했죠. 거리엔 분명히 ‘흥’이 있었어요. 축제는 끝나게 마련이지만, 이런 문화는 어떤 방식으로 지속돼야 할까요? 최 축제라기보다 표현이 다양화된 거죠. 전에는 광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구호나 노래 정도로 단순했는데 이제는 스스로가 많은 것을 준비해 와요. 소 탈도 만들어오고 연주를 하기도 하고. 굉장히 역동적이고 입체적으로 자신들을 표현하고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발산하니까 마치 축제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하지만 저는 이것을 축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와보지 않고 느껴보지 않고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그걸 일방적으로 해석할 수 있거든요. 한편으로 그 비장함을 덜어낸 것은 참 좋은 것 같아요. 비장함이 덜어지니까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진 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놀이 같은 집회가 가능하지만 이것이 ‘축제’로 부각되면 곤란하죠. 그리고 참 슬프지. 지금 2008년인데 역사가 뒷걸음질 치는 느낌이 들잖아요. 입시제도가 부활하고 경쟁에 치닫고 국민의 생각과 무관하게 일방적인 의사만 전해지고. 참 슬프죠. 그리고 우리가 왜 광장에 모였을 때 진짜 축제다운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가도 고민해봐야 해요. 월드컵 이후에는 뭔가 ‘이슈’를 갖고 모이잖아요. 촛불문화제를 ‘친북좌파의 공작’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도,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고요. 최 길들여진 거죠. 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람들이 길들여진 거예요. 어떤 문제가 터지면 그것이 색깔로 가고 이념으로 빠지면서 결국에는 마녀사냥으로 끝을 맺는, 아주 오랫동안 이 사회에 배인 습성이죠. 그것이 우리 사회의 비참하고 우울하고 해결해야 할, 청산해야 할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청산된 적이 없어요. 중학생, 고등학생 중에도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또 합리적이죠. 문제는 원색적으로 날뛰는 사람들이에요. 보수가 아니라 ‘수구 꼴통’이라는 얘기죠(웃음). 이 사람들은 보수 진영 내에서도 또 다른 짐이 될 수 있어요.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거잖아요. 어떤 이슈가 터지면 감정이 앞서거나 일종의 세력 다툼 혹은 정치권의 힘겨루기로 몰리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지 않나요? 이건 싸움이 아니라 대화의 문제인데, 감정싸움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없으니까요. 최 차갑고 냉정하게 짚어나가면서 차근차근 설명해야 하는데. 감정적으로 충돌하면 안 되죠. 개인적으로 싸우는 문제도 아닌데. 늘 감정적으로 대항하려고 하니까. “당신 생각은 어때? 들어봅시다” 그게 아니라. “야, 이 자식아, 넌 왜 그런 말을 해? 태도가 불손한 놈이야.” 이런 식으로 자극을 주니까 얘기를 듣고 싶겠느냐고요(웃음). 듣는 사람도 “어쭈, 그럼 너는 뭐가 잘났는데?” 그렇게 나오니까 소통이 안 되는 거예요. 서로 생각이 다른 것에 대해 인정하고 깊이 있게 가야 하는 거죠. 생각이 다르면 대화로 푸는 게 현대의 상식이죠. 지금 한국은 소통에 있어서만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막 보행기를 잡고 일어나는 아기라는 거죠. 촛불문화제는 ‘변화의 기미’를 느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어요. 최 요즘 10대는 뭐든지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당당한 세대죠. 하지만 60대는 소통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고, 50대는 권력에 눌려 산 세대예요. 40대, 30대가 우리 사회에 말문을 트긴 했지만 대화를 하되 정해진 답안지대로 몰아가려는 경향이 있기도 해요(웃음). ‘소통’이 머릿속으로만 이상적으로 있었던 세대죠. 2000년 이후 세대는 몸으로 자유롭게 느끼는 세대예요. 말도, 생활도 거침없는 아이들이죠. 우리가 미국에 쫄 이유도 없고. 우리는 미국 사람 만나도 말이 안 되니까 피하는데(웃음). 그래서 지금 촛불문화제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 충돌은 일종의 ‘성장통’이라는 생각을 해요. 최 우리가 경제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잖아요. 이제는 문화적으로 한 단계 성숙해야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거예요. 그동안은 우리가 일종의 졸부였다면, 이제는 경제 규모 세계 12위에 걸맞은 문화시민이 돼야 하는 거죠. 시위에서도, 정치에 있어서도 성숙하게 표현해야 하는 거예요. 성숙한 사람은 함부로 남을 비난하지 않아요. 비판은 할 수 있지만 비난은 하지 않아요. 우리다운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아줌마로서, 주부들은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세요? 최 항상 문제가 터지면 아줌마들이 해결했어요. 가장이 사고 치고 들어오면 엄마가 나서서 해결했잖아요(웃음). 뽀글이 파마에 몸빼 바지 입고 가정을 돌봤잖아요. 많이 배우지도 못한 우리 엄마들이 우리들을 키워냈고, 억척스럽게 돈을 모아서 우리나라를 이렇게 만든 거죠. 아줌마에게 성장의 동력이 있어요. 지금도 서서히 시작됐는지 몰라요. 우리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아줌마들이 나섰잖아요. 굉장히 고학력이고, 잠재력과 경험을 갖춘 아줌마들이 우리 사회에 포진해 있어요. 적극적으로 사회에 나서는 거죠. 수입 쇠고기 문제, 유가 문제도 직접적으로 바꾸는 겁니다. 지금은 소비자들이 중심에 서는 시대잖아요. 일종의 소비자 운동이죠. 보수 언론에 광고하지 말라고 소비자가 들불같이 일어나니까 광고주도 겁을 먹잖아요. 아줌마의 역할이 이렇게 무서워요. 동네에서도 “저 병원이 애들 잘 고친대요” 하면 그 병원은 대박이야. 학원도 그렇고. 손바닥만 한 학원이 소문만 나면 건물 짓잖아요(웃음). 아줌마는 소비의 제1선이죠. 유모차를 가지고 나온 30~40대 주부들은 민주주의를 경험한 세대예요. 자기 경력을 위해서 공정하게 시험을 보고 학교에 입학하고 회사에 입사하고, 공정하게 자기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사람들이죠. 좌절이 있더라도 그런 경험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제 배후에는 아이가 있고, 우리 아이의 배후에는 제가 있어요”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그래요. 옛날에는 카메라를 들이대면 숨고 그랬는데(웃음). 이 안에서 우리가 시민들의 정서를 잘 읽고 시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잘 분석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정치권은 늘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잖아. 정말 차분하고 겸손하게 들어야 할 것 같아요. 정치권은 여전히 오만해요. 한나라당도 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돌파구로 이용하는 것 같고.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잘 생각해야죠. 의견이, 혹은 입장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대화’를 나눌 준비를 하는 과정이었으면 하는데요. ‘소통’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 말도 아니고, 상식에 가까운 건데 아직도 이렇게 서투른 건 왜일까요? 이걸 어떤 계기로 삼아야 할까요? 최 지금까지 시도한 소통은 번번이 실패했죠. 참여정부도 ‘토론의 달인’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소통이 좌절됐잖아요(웃음). 이제는 소통에 대한 욕구가 목까지 찬 거예요. 말하지 않으면 폭발하게 돼 있잖아요. 우리 사회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쌍방의 소통. 이런 것들이 이뤄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죠.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이고요.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각자가 떠들기만 했는데 자칫 잘못하면 허공에 맴도는 소음이 될 수도 있어요. 이것을 모으는 힘을 길러야 해요. 그런 힘을 갖기 위한 또 다른 성장통이랄까, 혼란을 겪고 있는 거죠. 어떤 의미에서 당분간 이 혼란은 계속되지 않을까. 불순한 세력들이 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얘기를 아직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요(웃음). 사실은 ‘혼란’이 건강한 게 아닌가요? 한국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 얘긴가요? 그게 광장이라는 공간에서 목소리로 표현됐을 때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다면 이 목소리를 내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꾹 눌러야 하는가. 그건 아니라는 거죠.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최 이번 촛불문화제가 혼란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21세기는 다문화사회고, 그 실체가 끊임없이 분출될 거라는 말이죠. 외국인도 촛불을 들고 전경의 아버지도 촛불을 들고 장애인도 들고.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잖아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통합과 조정을 거치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점이에요. 대통령도 정계 원로만 만나지 말고, 10대도 만나보고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도 만나보고 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자기 리더십을 훈련할 수 있는 계기였으면 좋겠고요.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운이 좋은 사람일 수도 있고, 이 무거운 사회의 리더가 돼서 힘들 수도 있어요. 다양한 목소리를 조정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잘만 해주신다면, 국민들은 대통령을 다시 평가할 수 있으니까. 찍었지만 아니라면 혼도 낼 수 있고, 또 잘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좋죠.우리는 ‘개인’이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와중에도 한 보수 논객은 “촛불 뒤에는 하나로 묶을 수 없는, 생각할 필요가 있다. 보다 더욱 정교한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촛불 집회를 ‘내란’으로 보고 “지금은 촛불에 항거하는 의병운동이 일어나야 할 때”라고 했다. 나가보면 알겠지만, 촛불을 든 사람들이 싸우자고 모인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들어주는 사람은 없으니까 굳이 나선 곳이 거리다. 광장에서 울려 퍼진 구호들은 이미 나라 곳곳에 멀리 퍼졌다. 유머 감각과 새로운 문화도 함께 퍼졌다. 이게 일시적이고 일방적인 ‘토로’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양쪽이 움직여야 한다. 귀를 열고, 대답을 해야 한다. 대화는 종종 이런 식으로 시작되기도 한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원상희,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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