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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894 건 검색)

총수일가, 책임은 없이 지배력 강화 여전
2024. 12. 19 20:25 경제
... 증가했다. 총수 본인은 평균 2.5개, 총수 2·3세는 평균 1.7개의 미등기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총수일가가 등기 임원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미등기 임원으로 권한만 누리는 셈이다. 총수일가가...
총수집중투표제이사회의결권
올해 집중투표제 실행 ‘1건’···총수일가 163개사서 미등기임원
2024. 12. 19 13:21 경제|경제
... 증가했다. 총수 본인은 평균 2.5개, 총수 2·3세는 평균 1.7개의 미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총수 일가가 등기임원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미등기임원으로 권한만 누리는 셈이다. 총수 일가가...
총수집중투표제이사회의결권
100대 그룹 총수 일가, 세대 내려갈수록 부회장·회장 승진 빨라져
2024. 12. 10 07:23 경제
....7년으로, 앞세대보다 기간이 6년 단축됐다. 그 결과 회장단 평균 나이도 50대에서 40대로 낮아졌다. 총수 2세대와 3세대가 회장직을 맡은 평균 나이는 50.5세로 같았지만, 4세대에선 평균 46.0세로 집계됐다.
대기업 총수 일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계열사 지배’ 여전
2024. 12. 05 20:16 경제
... 5개 증가한 43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총수가 있는 대기업은 41곳이었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총수가 있는 대기업의 368개 계열사는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었다. 이 가운데 228개(62.0%)가 총수 일가...
지주회사계열사대기업공정위일감몰아주기

스포츠경향(총 82 건 검색)

노력과 재능이 겹쳐진 ‘괴물 여고생 소총수’, 여갑순·강초현의 뒤를 잇다
2024. 07. 29 17:40 스포츠종합
반효진이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금메달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샤토루 | 연합뉴스 2007년생 ‘여고생 사수’ 반효진(17·대구여고)이 한국 사격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여갑순 현 한국 사격 국가대표 후보선수 전임감독에 이어 32년 만에, 여자 소총에서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효진은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세계 최강자 황위팅(중국)과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0.1점차로 승리, 짜릿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여자양궁 단체전 금메달로 역대 하계 올림픽 금메달 99개를 달성했던 한국은 반효진의 방아쇠로 100번째 금메달의 금자탑을 쌓았다. 또 만 16세10개월18일로 메달을 따 2000 시드니 올림픽 이 종목 은메달리스트 강초현(당시 만 17세11개월4일)의 종전 최연소 기록을 경신했다. ‘노력을 이기는 천재는 없다’는 말이 있지만, 반효진을 보면 역시 재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장세가 무시무시하다. 대구 동원중 2학년이던 2021년 7월, 어릴적 태권도를 함께한 친구가 “너 사격하면 잘 할것 같아”며 권유를 해 사대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이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당시는 전 국민이 2020 도쿄 올림픽의 열기에 빠져 있을 때다.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반효진의 눈가에 기쁨의 눈물이 맺혀있다. 샤토루 | 연합뉴스 처음에는 그저 재미로 시작한 사격이었다. 그런데 사격을 시작하고 2개월이 좀 안돼서 열린 대구광역시장배에 출전했는데, 덜컥 1등을 해버렸다. 반효진은 “그 때부터 진짜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는데, 그 때 1등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늘이 내려준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지기 시작하면서, 반효진의 성장세는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가 됐다. 반효진은 “당시 사격부 감독님이 늦게 했으니 10배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오기도 생기다보니 사대에 계속 서고 싶었다”며 “원래 내 성격이 뭔가를 한 번 시작하면 뒤돌아보지 않고 추진력 있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성장세가 남다르긴 했지만, 반효진 스스로도 이번 파리 올림픽에 참가할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쟁쟁한 선배들이 워낙 많았기에 지난 3월 열린 대표 선발전에도 경험 삼아 출전했다. 그런데 이 선발전에서도 1등을 했다. 이만하면 반효진에게 있어 사격은 운명이나 다름없다. 반효진이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반효진이 미소 지으며 태극기를 펼쳐 들고 있다. 샤토루 | 연합뉴스 “경험을 쌓기 위해 마음 편하게 대표 선발전에 나갔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감사한 마음으로 대표팀에 들어왔다”고 했지만, 이는 반효진이 자신에 대한 믿음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6월 초 열린 뮌헨 월드컵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는 황위팅과 처절한 접전 끝에 0.1점차 은메달에 머물렀는데, 세계 최고 선수와도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 올림픽 역시 0.1점차로 승부가 났는데, 이번에는 승자와 패자가 반대가 됐다. 한국 사격 역사에는 유독 이름을 떨쳤던 ‘여고생 소총수’들이 여럿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여갑순(금메달),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신드롬’을 일으켰던 강초현(은메달)이 그 주인공들이다. 둘 모두 10m 공기소총이었고, 모두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반효진이라는 또 한 명의 ‘천재’ 여고생 소총수가 등장했다. 반효진은 지난 5월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때 “나도 사람이다.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TV에 나오는 스타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기에 있겠지’라고 믿고 있다”고 수줍게 웃었다. 2024년 7월29일. 반효진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반효진이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반효진이 기뻐하고 있다. 샤토루 | 연합뉴스
‘대기업 총수’ 6위 방시혁, 주식 재산 얼마길래?
2024. 05. 16 12:49 연예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엔터테인먼트사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오른 하이브의 총수 방시혁 의장이 보유한 주식재산이 국내 그룹 총수 6위 수준으로 파악됐다. 16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5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 집단은 88곳이다. 이달 14일 기준으로 88개 그룹 총수 중 주식재산 1위는 삼성 계열사 주식 15조 9016억 원어치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11조440억 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4조 9302억 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4조160억 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2조 6216억 원) 순이었다. 이번에 새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하이브의 총수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 주식을 2조 5447억 원어치 보유해 6위에 오르며 그 뒤를 이었다. 현시점에서 방 의장은 주식재산만 놓고 보면 4대 그룹 총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2조 1152억 원)이나 구광모 LG그룹 회장(2조 202억 원)보다 순위가 높았다. 또 상위권에는 이동채 에코프로 전 회장(2조 4547억 원),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2조 233억 원), 이재현 CJ그룹 회장(1조 8914억 원),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1조6천624억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HD현대·1조 4224억 원), 방준혁 넷마블 의장(1조 3038억 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1조1303억 원) 등이 포함됐다.
방시혁 ‘재벌총수’된다···집안싸움 악재 속 하이브, 대기업집단 지정
2024. 05. 15 14:14 연예
연예기획사 하이브 서울 용산구 사옥(왼쪽)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룹 방탄소년단(BTS)·뉴진스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15일 하이브를 비롯해 88개 기업집단(소속회사 3318개)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 및 통지했다. 엔터테인먼트업에서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기업은 하이브가 최초다. 하이브는 앨범·공연·콘텐츠 수익 증가로 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 5조25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이브의 경우 위버스 컴퍼니, 빅히트 뮤직, 플레디스엔터, 어도어 등 16곳 자산이 합산됐다. 이로써 하이브 지분 31.57%을 가진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은 총수(동일인)로 지정됐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하이브는 계열사 현황과 주식 소유 현황, 대규모 내부거래, 비상장사 주요 사항 등을 반드시 공시해야 하고, 순환출자 또한 금지된다. 하이브는 2005년 빅히트엔터로 시작해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성공과 함께 엔터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큰 성장을 이뤘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에 의존적인 구조를 타파하고자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 등을 연달아 인수했고 2020년 코스피에 상장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뿐 아니라 하이브는 2021년 글로벌 팝스타 저스티 비버와 아리아나 그렌데 등이 속한 이타카 홀딩스와 지난해 미국 유명 힙합 레이블 QC미디어 홀딩스와 라틴 음악 업체 엑자일뮤직 등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입대하면서 이들의 공백이 우려됐으나 그룹 세븐틴, 뉴진스, 르세라핌, 엔하이픈 등이 글로벌인 성공을 거두면서 지난해 엔터 업계 최초로 매출 2조를 돌파했다. 다만 이러한 성공 신화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는 현재 지향했던 멀티 레이블 체제가 잡음과 함께 시험대에 올려진 상황이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에 대한 내부고발 및 뉴진스의 아일릿 카피, 레이블 내 어도어에 대한 홀대 등을 문제 삼았고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며 배임 혐의로 고발하며 맞섰다. 그간 방시혁 의장은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 각 레이블에 대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해왔으나 민희진 대표가 이번 기자회견 등에서 하이브의 일부 그룹 밀어주기, 레이블에 대한 제한 정책 및 견제 등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멀티 레이블 체제에 대한 의문 부호가 붙은 상황이다. 특히 하이브가 먼저 어도어와 민희진 대표의 감사를 진행하기 앞서 이를 먼저 언론에 알리면서 투자자와 주주들의 불만이 팽배해진 상황이다. 특히 넷마블이 지난 9일 하이브 지분 110만주(약 2.6%)를 2189억9000만원에 매각한 사실을 공시하며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하이브 내홍은 주가에 반영된 모양새다. 지난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브의 주가는 19만 3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이브가 어도어에 대한 감사권을 공표하기 이전엔 지난달 19일 하이브의 주가는 23만500원으로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 하락했다. 하이브의 집안싸움은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하이브는 오는 31일 어도어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민희진 대표 해임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반면 민희진 대표는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심문기일은 17일 열린다.
메시 급여명세서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2년 반 동안 챙길 총수입은 얼마?
2024. 02. 20 09:39 축구
리오넬 메시. 인터 마이애미 홈페이지 “급여명세서 너머를 보자. 리오넬 메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 카림 벤제마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것이다. 메시는 2년 반 동안 16억 달러(2조 1398억원)를 벌 것이다.” 미국 경제 및 브랜드 매체 ‘패스트 컴퍼니’가 ‘메시가 세계 최고 선수들의 수입 극대화 방식을 바꾼 이유’라는 제목으로 최근 쓴 기사에 나오는 대목이다. 패스트 컴퍼니는 “메시가 연간 5억달러 이상을 제안한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를 거부하고 미국으로 온 것은 월급 명세서에 나타나지 않은 엄청난 부가 수입이 있기 때문”이라며 월급보다 훨씬 큰 가외 수입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시 연봉은 2040만달러(약 272억 7000만원)다. 호날두가 사우디 알 나스르와 계약한 연봉은 2억 달러, 글로벌 슈퍼스타 네이마르(알 힐랄), 카림 벤제마(알 이티하드)도 연간 1억 달러 이상이다. 매체는 “사우디리그는 메시에게 3년 계약, 연간 5억 달러 안팎으로 총 16억 달러 계약을 제시했다”며 “메시는 이를 거절하고 대신 연봉 2040만 달러만 보장받는 계약으로 미국프로축구 인터 마이애미 구단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메시 급여명세서 너머를 살펴봐야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전체적으로 메시 계약 금액은 2년 반 동안 1억 5000만 달러(약 200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구단으로부터 받은 기본급, 수당, 보너스 등을 모두 합한 액수로 보인다. 매체는 “여기에는 미국 스포츠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것, 즉 팀의 미래 지분을 주는 것은 별도”라며 “계약 만료 후 행사할 수 있는 이 옵션을 통해 메시는 소유권 지분에서 영원히 지속적인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를 “전례 없는 거래”라고 표현했다. 메시는 구단과 계약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수입원을 보장받았다. 미국프로축구(MLS) 파트너 애플 및 아디다스와도 이익 공유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2022년 애플TV는 MLS 방송권에 대해 10년간 25억 달러(3조3445억 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애플TV는 MLS 시즌 중계권 구입자로부터 받은 수입 일부를 메시에게 준다. 스포츠 비즈니스 저널에 따르면 메시가 이적하기 전 MLS와 애플이 출시한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는 100만 명 미만이었는데 현재 구독자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 또 다른 파트너십은 아디다스와 계약이다. 2023년 아디다스는 MLS와 파트너십을 2030년까지 연장하면서 6년 동안 8억3000만 달러(1조1102억원) 규모로 계약했다. 2006년부터 아디다스 선수로 활약한 메시는 2017년 아디다스와 평생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메시가 MLS에 합류한 뒤 증가하는 아디다스 이익을 공유하기로 계약했다. 메시는 지난해 6월 미국으로 진출했고 3개월 만에 아디다스 로고가 찍힌 메시 유니폼이 2023년 가장 많이 팔린 유니폼이 됐다. 패스트 컴퍼니는 “마이애미 계약과 지분, 애플 및 아디다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메시의 수입은 2025년 말까지 16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16억 달러는 사우디리그가 메시에게 3년 간 제시한 액수와 동일하다. 사우디에서 3년 벌 수익을 미국에서는 2년 반 만에 챙기는 데다, 향후 세대에 걸쳐 상속가능한 지분에 대한 배당금까지 더해진다는 의미다. 패스트 컴퍼니는 “메시의 계약은 인적 자본에 대한 실험”이라며 “슈퍼스타 계약의 라이선스 및 수익 공유 옵션이 필연적으로 더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LS 돈 가버 커미셔너는 19일 인터뷰에서 “메시가 온 뒤 MLS 리그와 클럽 차원 후원이 약 15% 증가했다”며 “세계 최고 선수를 보유한 효과는 마이애미 구단에서 멈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인터 마이애미 호르헤 마스 매니징 구단주는 메시의 영입 이후 “미국에서 스포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메시 이전과 메시 이후가 항상 언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경향(총 22 건 검색)

[박상영의 Re:코노미]사업기회 빼앗는 총수 막을 수 있을까(2022. 01. 07 15:27)
2022. 01. 07 15:27 경제
ㆍ공정위, 최태원 회장에 과징금 8억원 부과…시정명령도 향후 금지명령에 그쳐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계열사 시스템 관리·유지보수 일감을 몰아준 SK C&C에 최근 약 3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서비스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위의 첫 번째 제재였다. 일감 몰아주기를 처벌하려면 ‘정상가격’ 산정이 관건이다. 시스템 관리·유지보수와 같은 서비스 거래는 이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같은 상품의 경우, 다른 거래에 비해 얼마나 유리한 조건에서 거래했는지 입증하기 쉽지만, 서비스는 세세한 계약 조건에 따라 가격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위는 대법원에서 SK C&C에 패소했다. 이후 공정위의 서비스업 일감 몰아주기 제재는 전무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 심판정에 참석하기 위해 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약 10년이 흘렀다. 공정위가 이번에는 최 회장을 직접 겨냥했다. 회사의 사업기회를 가로챘다는 혐의였다. 이전까지 총수 개인이 사업기회를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제재한 사례는 없었던 만큼 향후 공정위의 사건처리에 시금석이 될 만한 사건이었다. 최 회장에게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향후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그룹 총수의 사업기회 유용을 제재할지를 놓고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 회장이 얻은 이익에 비해 과징금 규모가 적고 시정명령조차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8억원에 그친 과징금 이번 공정위 제재를 두고 비판이 쏟아진 대목은 과징금 규모였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2017년 매입한 실트론의 주식 가치가 2020년까지 약 3년 만에 1967억원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8억원에 그쳤다. 사실 1967억원이라는 상승분도 보수적인 산정이었다. 2017년 대비 2020년의 실트론 1주당 가치 상승분 9988원에 최 회장이 보유한 1970만1000주를 곱해 나온 금액이다. 이는 상속·증여세법에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할 때 사용하는 계산 방식이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특수관계법인과의 매출액이 정상거래비율(대기업 30%, 중견기업 40%, 중소기업 50%)을 넘으면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사실상 부의 이전이 이뤄진다고 보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산정 방식은 실트론의 미래가치는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실트론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유일의 웨이퍼 생산업체로 지난해 SK하이닉스 등 국내 계열사와의 거래액(2734억4700만원)이 국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3.3%로 높았다.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글로벌 IT기업과도 거래하면서 2016년 1조2026억원이었던 자산 규모가 지난해 3조4751억원으로 3배가량 불어났다. 이같이 ‘알짜회사’인 실트론을 상장하면 주주한테 막대한 이익이 발생한다. 특히 상장 후 그룹 지주회사인 SK㈜와 합병을 하면 최 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최 회장은 SK㈜ 주식의 18.4%를, 실트론은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을 통해 29.4%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실트론이 다른 계열사와 합병을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SK㈜ 가치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공정위는 과징금을 결정할 때 이러한 미래가치는커녕 보수적인 상속·증여세법상 가치 산정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매출액을 확인할 수 있는 기업에 한해 사업기회를 가로챘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매출액이 없는 개인에게는 정액 과징금 20억원 내에서만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는 뒤늦게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미래가치를 기대하고 일감을 몰아준 총수일가에게 얼마나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면죄부에 그친 시정명령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향후 금지명령에 그쳤다는 점도 이번 제재를 ‘솜방망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시정조치 운영지침’을 보면 공정위는 시정조치로 위반행위의 중지명령, 주식처분명령, 계약조항 삭제명령, 시정명령 사실의 공표 등을 부과할 수 있다. 사업기회 제공의 법 위반 규모를 따지기 어렵다면 주식을 처분하도록 명령하는 방법도 가능했던 상황이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SK㈜와 최 회장에게 장래에 이와 유사한 사업기회를 제공하거나 사업기회 제공을 지시 또는 관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수준의 시정조치 명령만 내렸다. 경제개혁연대는 “현재의 불법을 사실상 눈감아 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고, 결국 공정위 스스로가 불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정위가 주식처분명령에 소극적인 만큼 유일한 대안은 주주대표 소송밖에 없다. 감사나 감사위원회가 회사를 대표해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총수의 입김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제개혁연대도 “지분 8.16%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포함해 SK㈜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은 최태원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 SK㈜가 사업기회를 (실트론에) 몰아줌으로써 발생한 손해가 모두 회사에 귀속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주대표소송은 상법에 기댄 조치다. 국내는 주주대표 소송이 활발하지도 않다. 2011년 상법에 회사기회 유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도입할 당시 소송 남발의 우려도 있었지만, 이후 10년이 넘도록 소송은 단 1건에 그쳤다. 주주를 통한 견제가 바람직하지만, 소수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국내 여건상 공정거래법에 따른 실효성 있는 시정명령은 반드시 필요하다. 총수 고발 문턱이 높아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 총수를 고발하려면 직접 지시를 했다는 증거가 필요한데 일감 몰아주기 유형이 다양해지고, 또 은밀하게 진행되면서 총수의 직접 지시 여부를 파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제재 사례를 봐도 과징금과 시정명령이 대부분이다. 고발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최 회장은 증권사와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을 맺어 실트론 주식을 간접적으로 사들였다. 2022년 8월의 계약 종료 이전에 최 회장이 실트론의 주식을 팔라고 SK㈜에 청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인다. 당장, SK측은 “SK㈜가 경영판단에 따라 포기한 잔여지분을 최 회장이 취득한 것이라 사업기회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잔여지분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인수했는데 공정위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을 내렸다”면서 “의결서를 받아 본 뒤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어서 현 단계에서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실트론의 시장가치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강조했다. 공정위가 앞으로도 회사의 사업기회를 가로챈 총수를 계속 제재해나갈 것인가. 공정위의 의지가 시험대에 섰다.
박상영의 Re:코노미
젊은 총수들 신년사 “기회와 도전”(2019. 01. 07 15:17)
2019. 01. 07 15:17 경제
ㆍ변화의 근간은 급격한 혁신보다는 그룹의 전통과 고유 경쟁력 계승 강조 재계가 1월 2일 신년 하례식을 시작으로 일제히 2019년 한 해 대장정에 돌입했다. 2018년은 재계에 세대교체의 바람이 분 해였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그룹의 총수가 사실상 교체됐다. 제조업의 위기 속에 반도체만 호황을 보이며 기업별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기도 했다. 올해 실적에 따라 새 총수들의 자질과 능력이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월 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1층 강당에서 열린 그룹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신년사에서 그룹 총수들은 위기보다는 기회와 도전을 더 강조했다. 40~50대 젊은 총수들의 의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변화를 언급하면서도 급격한 혁신보다는 그룹의 전통과 고유 경쟁력을 계승하자고도 했다. 변화만큼이나 조직의 안정을 바탕으로 신임 총수 체제의 연착륙을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온고지신’ 외친 삼성과 현대차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50)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48)의 현재 처지는 묘하게 닮았다. 둘 다 재계의 황태자로 불리며 오랜 기간 승계수업을 받았다. 승계과정에서 숱한 논란을 일으켜 큰 파장을 낳았고, 승계작업이 미처 완료되지 못한 상태에서 총수 지위에 오른 것도 동일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그룹의 총수에 해당하는 ‘동일인’ 지정을 받았고,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룹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다.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룹의 비약적인 도약을 이끈 재계의 ‘거목’이라는 점도 닮았다. 삼성과 현대차가 재계의 라이벌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에서 올해 두 기업이 일궈낼 성과에 따라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서로 비교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들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도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그래서인지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신년사에서 그룹 전통의 계승에 의미를 부여하며 ‘옛것을 통해 새것을 알자’는 의미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을 강조했다. 삼성의 경우, 이 회장이 와병 중인 2014년 이후부터 전문경영인 명의의 신년사를 내고 있다. 올해도 이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삼성전자의 김기남 대표이사(부회장)가 하례식을 주관하고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초일류·초격차의 100년 기업을 만들자”며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로 개발·공급·고객관리 등 전체 프로세스 점검을 통해 기존 사업의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하자”고 밝혔다. 2019년은 삼성전자가 설립 50주년을 맞는 해다. 초일류와 초격차는 압도적인 기술·경쟁 우위를 뜻하는 삼성의 고유 그룹 경영방침이다. 김 부회장이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의 법고창신을 동시에 언급한 배경에는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세운 그룹의 전통을 계승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역시 전통을 강조했다. 그룹 시무식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은 정 수석부회장의 첫 당부는 변화와 혁신, 그리고 도전이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기존과는 확연하게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며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도전과 시도, 이질적인 모험을 즐기자”고 밝혔다. 이어 꺼내든 화두는 온고지신이었다. 그는 “글로벌 자동차산업과 대한민국 경제의 발전을 이끈 정몽구 회장님의 의지와 ‘품질경영’, ‘현장경영’의 경영철학을 계승하겠다”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체인저로서 고객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1월 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 신년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SK그룹 제공 지난해 타계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에 이어 총수에 오른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40)의 신년사에도 온고지신의 정신이 담겨 있다. 구 대표는 “LG가 쌓아온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 동시에 더 높은 도약을 위해 변화할 부분과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 보았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었다”며 10분간 진행된 신년사에서 고객을 무려 30번이나 언급해 화제가 됐다. 돌이켜보면 LG의 ‘고객가치 존중’ 정신은 고 구본무 회장의 신념이다. 구 회장은 1995년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사람의 얼굴 모양을 형상화한 현재의 LG그룹 CI를 만들면서 그룹의 주요 경영방침으로 고객가치를 제시했다. LG그룹의 TV 이미지 광고 노래로 더 유명한 ‘사랑해요 LG’ 역시 이때 탄생했다. 구 전 회장의 경영신념을 본인 역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구 대표는 서른 번의 고객 언급으로 대신했다. 구 대표는 이어 ‘LG만의 진정한 고객가치에 대한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고객가치 신념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회적 가치’ 강조한 SK와 롯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틀에 박힌 시무식이나 하례식 대신 토크콘서트 방식의 파격적인 신년회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올해로 총수 취임 21년을 맞는 베테랑의 여유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최 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의 CEO들과 연단에 나란히 앉아 임직원들이 낸 질문과 그룹의 화두에 대해 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한 해를 시작했다. 최 회장은 대담을 통해 자신이 수년 전부터 관심을 쏟아온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공헌에 대한 생각을 쏟아냈다. 최 회장은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함께 하자”며 행복을 키워나갈 수 있는 네 가지 행동원칙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그룹 구성원의 개념을 고객, 주주, 사회 등 범위로 확대해야 한다”며 “회사의 제도 기준을 관리에서 행복으로 바꾸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과 주변 공동체와의 공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우리의 고객, 파트너사 등과 함께 나누며 성장할 때 더 큰 미래가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며 “롯데가 국가경제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함께 가는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밝혔다. 그룹의 올해 실행과제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신속한 비즈니스 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모바일 혁명 시대를 맞은 유통업계의 급속한 변화에 발맞춰 사업 모델을 빠르게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역시 신년사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올해 그룹의 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원대한 뜻을 이루기 위해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간다’는 의미의 ‘승풍파랑(乘風破浪)’을 새해 경영화두로 꼽았다. 최 회장은 이어 “새롭게 출범한 기업시민위원회와 기업시민실을 중심으로 기존의 사회공헌활동들을 재편하겠다”며 “새로운 공헌활동들도 추진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선순환되는 사회공헌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5대 그룹 총수, 올해부터 ‘본고사’다(2018. 12. 31 12:59)
2018. 12. 31 12:59 경제
ㆍ2018년은 경영에 전념하지 못한 해… 2019년 성과가 진짜 성적표 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재계에 있어 무척 중요한 해다. 2018년의 재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의 연속이었다. 주요 그룹 총수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어졌고, 5대 그룹 중 SK를 제외한 삼성·현대차·LG·롯데 등 4개 기업의 총수가 사실상 교체됐다. 그룹의 총수가 전권을 쥐는 독특한 경영방식을 갖고 있는 국내 재계에서 총수의 교체는 일국의 정권교체에 비견될 정도로 큰 변곡점이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새롭게 총수 자리에 오른 경영자들에게 지난해까지가 총수 자리에 오를 ‘자격’을 증명하는 기간이었다면 2019년은 그들이 총수 자리에 있을 ‘능력’이 있는지 증명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더욱이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앞다퉈 새해 제조업의 위기가 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2019년은 재계에 중요하고, 주요 대기업의 경제활동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 경제에도 중요하다. 60년 만에 돌아온 기해년은 본래 재물과 복을 상징하는 해다. 5대 그룹 총수들의 신년 과제를 통해 기해년이 재계와 국가 경제에 새로운 ‘기회의 해’가 될 수 있을지 전망해봤다. 2018년 성적표, 삼성·SK만 ‘우수’ 재계에서는 2018년 한 해 동안 “반도체만 좋다”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반도체의 경기가 활황을 탄 해다. 당연히 반도체가 그룹의 한 축인 삼성과 SK가 실적에서도 웃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겐 2018년이 그룹 실적만 놓고 보면 성공적인 해였다.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고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은 최대 17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의 2018년 실적은 이 부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처음 받아든 성적표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2018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삼성그룹의 ‘동일인’ 지위에 올랐다. 재계에서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은 곧 법적인 총수 지정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삼성의 총수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상에 오른 직후다. 하지만 2015년까지 재계의 관심은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보다는 이 회장의 회복 여부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 과정에 있었다. 이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되면서 2016년에 들어서야 ‘총수 이재용’이 가시화됐다. 기업문화 혁신을 중심으로 한 이 부회장의 ‘뉴삼성’이 등장한 것도 이 해였고,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등기이사에 오른 것도 같은 해 9월이었다. 닻을 올릴 듯하던 이재용호는 그러나 2016년 하반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맞으며 개점휴업에 들어간다. 이후 1년여의 구속수감 기간을 거쳐 이 부회장이 대법 판결을 앞두고 당분간만이라도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은 2018년 2월 본인의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면서부터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석방된 2018년 3분기까지 4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에프앤가이드 등이 전망하는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전망치는 약 13조원 내외다. 4분기 추산치까지 합하면 ‘총수 이재용’의 첫해 성적표는 삼성전자에서만 60조원이 넘는다. 이는 증권가가 전망하는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의 2018년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인 120조원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최태원 SK 회장도 반도체 덕을 톡톡히 봤다. 재계가 추산하는 SK하이닉스의 2018년 영업이익은 22조원 규모다. 그간 업황 회복세를 타며 효자 노릇을 하던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018년 연간 영업이익이 3조원에 못미치며 ‘3년 연속 연 3조원 영업이익 달성’이 좌절될 게 유력하다.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SK텔레콤도 5G 통신을 앞두고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선전은 그룹 전체에 활력소가 됐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주식 1조원 상당을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등 친족들에게 증여한 배경도 SK하이닉스의 실적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가 반도체 호황으로 2018년에 돈을 많이 벌었다”며 “주식 증여는 큰 잡음 없이 본인의 총수직 승계에 그간 협조해준 친족들에게 최 회장이 보내는 답례인 셈”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는 SK텔레콤이며, SK텔레콤의 최대주주는 바로 SK㈜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의 경우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이 각각 2018년에 그룹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희비는 다소 엇갈린다. 정 수석부회장은 영업이익이 3000억원에도 못미치는 현대차의 3분기 ‘어닝 쇼크’ 속에 구원투수 격으로 등판한 경우다. 현대차의 2018년 실적 하락이 정 수석부회장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려운 만큼 ‘정의선호’가 본격 출범하는 2019년의 실적이 정 수석부회장의 첫 그룹 경영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올 6월 그룹 총수로 선임된 구광모 대표의 출발은 나쁘지 않다. 그룹의 주력인 LG전자가 2018년 3분기까지 2조62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이미 2017년의 실적을 넘어섰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적어도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 중이어서 연간 영업이익이 처음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실적개선에 대한 부담감이 정 수석부회장보다 덜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처럼 2018년에 공정위로부터 롯데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그룹 지주회사 개편에 대한 시동을 걸었지만 뇌물공여 혐의로 2018년 초 구속돼 10월 열린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될 때까지 8개월가량 자리를 비웠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2017년에 중국사업 철수 등으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지만 2018년엔 소폭 실적이 개선돼 반등의 계기를 맞고 있다. 2018년 8월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방문한 김동연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고개 숙여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임 ‘총수’들 위기극복 능력 입증해낼까 5대 그룹 총수들의 2018년을 종합해보면 어느 누구도 1년 내내 경영활동에 전념했다고 보기 어렵다. 뒤집어 말하면 2019년이야말로 5대 그룹 총수들의 진짜 성적표가 작성되는 해라는 얘기다.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경우 대법원 판결이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2019년 새해는 5대 그룹 모두 위기극복이라는 발등의 불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결과가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신년 최대 과제는 반도체의 호황이 지나간 뒤 삼성의 연착륙을 이끄는 것이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불과 5년 전인 2013년의 연간 영업이익이 6조9000억원 수준으로 2018년 한 분기의 반도체 영업이익 절반에도 못미쳤다. 당장 2019년부터 당시 수준까지 실적이 꺾이지는 않겠지만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라 큰 폭의 실적 하락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3년엔 스마트폰이 주력인 IM부문이 연간 25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며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하지만 반도체가 부진할 경우 이를 대체할 사업분야가 삼성에는 더 이상 없다는 게 문제다. 2018년 삼성의 IM부문 영업이익은 약 1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 이후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일단 꺼내든 카드는 인공지능(AI), 5G 이동통신, 바이오, 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4대 분야 신사업이다. 이 부회장이 2018년 해외 출장을 통해 바쁘게 챙긴 사업들도 이들 4대 신사업 부문이다. 새해에는 신사업 부문에서 보다 구체적인 사업 모델과 성과를 발굴해내야 하는 게 이 부회장의 당면과제다. 정의선 부회장은 실적 개선 급선무 어닝 쇼크를 안고 그룹 경영을 시작한 정의선 부회장은 당장 실적개선부터 해내야 한다. 해외에서는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앞세운 미국 시장 공략과 중국 시장 판매 회복이 급선무다. 제네시스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올 1~11월 판매량이 9698대로 2017년 같은 기간(2만740대)에 비해 크게 줄었다. 제네시스 라인업 강화를 위해 내년부터 시장에 선보일 제네시스 SUV인 ‘GV80’ 등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가 관건이다. 전기차와 수소차 간 ‘중심’을 잘 유지하는 것도 정 부회장에게 떨어진 과제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수소차를 차세대 자동차로 낙점해 꾸준히 투자를 해오고 있는 한편, 최근 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전기차라는 ‘현재’와 수소차라는 ‘미래’에 적절한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 실적을 이끌어내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의 경우 이 부회장처럼 반도체 이후의 그룹 먹거리를 발굴하는 게 과제다. 최근에도 SK텔레콤을 통해 ADT캡스를 인수하는 등 신사업 발굴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나 기업 인수·합병이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몇 년간 투자를 아끼지 않은 바이오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최 회장이 지론처럼 강조해온 사회적 기업 육성에 대한 투자도 새해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그간 사회적 기업 모델 발굴과 육성에 집중했다면 새해에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 실행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LG그룹 구광모 대표는 보수적인 그룹 문화에 혁신을 불어넣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 대표는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따는 대신 실리콘밸리에서 실무 쌓기에 나섰을 정도로 혁신지향 조직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대표가 제시한 그룹 신사업의 방향 역시 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율주행차 등 실리콘밸리식 혁신기술과 맞물려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 대표 취임 후 LG에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외부 인재들이 영입되는 동시에 사업책임자가 교체되는 등 인적 쇄신도 단행됐다”며 “기존 사업분야에서 성장기조를 이어갈 수 있는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마무리해 경영권을 보다 확고히 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개편과정에서 그룹에 대한 본인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카드로 점쳐지는 호텔롯데의 상장부터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계열사를 외부에 매각키로 한 것도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해석이 재계에서 나온다. 그룹 지배력 강화작업과 맞물려 “사회적 기여를 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힌 본인 약속을 새해에 어떤 방식으로 실현해나갈 것인지도 주목된다.
재벌 총수는 엄벌하지 않는다, 다만 집행유예로 나올 뿐(2018. 10. 15 14:19)
2018. 10. 15 14:19 경제
ㆍ롯데 신동빈 회장도 집행유예로 나와… ‘재벌3·5법칙’ 또다시 입증 이제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신조어(신어) 사이트인 ‘우리말샘’에 ‘재벌3·5법칙’을 넣어야 할 것 같다. 재벌3·5법칙이라는 단어를 규정하는 뜻풀이는 아직 없다. 다만 국민들은 이 단어를 ‘유전무죄’의 다른 말로 생각한다. 더 자세히 풀이해보면 ‘재벌 총수는 죄를 지어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석방된다’는 뜻이다.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신동빈 롯데 회장이 10월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말은 계속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재벌개혁 요구로 온 나라가 들끓어도 결론은 매양 같았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10월 5일 열린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본인의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던 신 회장은 235일 만에 사실상 자유의 몸이 됐다. 결과로만 보면 신 회장의 항소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과 정확히 일치한다. 신 회장 석방에 롯데는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재계 표정은 어둡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더 커졌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신 회장 석방으로 이제 감옥에 있는 유력 재벌 총수는 한 명도 없다. 그럼 재계에 활기가 돌고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날까. 재계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20년 넘게 변치 않는 재벌3·5법칙 신조어라고 하기에는 재벌3·5법칙이 너무 역사 깊은 말일지도 모른다. 재벌닷컴이 2012년 초 집계한 자료를 보면 10대 재벌 총수 7명은 1990년 이후 2011년까지 총합 2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아무도 실형을 살지 않았다. 2011년 당시 전체 형사사건의 집행유예 비율은 25%였다. 이후 총수들이 잇달아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재벌3·5법칙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2014년 횡령으로 재판을 받은 SK 최태원 회장은 1심과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돼 만기출소했다. 이듬해 CJ 이재현 회장도 횡령으로 대법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지병이 악화되면서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박근혜 정부가 정경유착 비리로 무너지면서 국민들의 재벌개혁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이를 기반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 초기 때만 해도 법칙은 정말 과거의 이야기가 되는 듯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고, 롯데 신동빈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 2월 2심에서 징역 2년4개월, 집행유예 4년을 받아 구속된 지 거의 1년 만에 풀려났다. 신 회장도 1심 후 8개월가량 옥살이를 했지만 최근 2심에서 결국 집행유예로 자유를 얻었다. 신 회장의 잘못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2심과 1심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2심 재판부 역시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로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넨 것은 묵시적 청탁에 해당한다고 봤다. 신 회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신 회장을 정경유착 범죄에 응한 당사자로 봤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대통령이 먼저 적극적으로 돈을 요구해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강요행위로 인해 지원금을 준 피해자에 대해 뇌물공여 책임을 엄히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신 회장을 강요행위의 피해자로 본 것이다. 신 회장을 바라보는 2심 재판부의 시각은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 시각과 유사하다.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 역시 “대통령의 강요로 거절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을 피해자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 묵시적 청탁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경제개혁연대 이상훈 변호사는 “신 회장의 2심 재판부는 신 회장을 뇌물 요구에 대한 수동적인 피해자로 봐 정경유착을 엄단하려는 1심 재판부의 노력을 무용하게 만들었다”며 “대통령과 재벌 총수라는 두 최고권력자들 사이에 수동적으로 뇌물 요구에 응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형량을 재검토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도 통상 대법원에선 양형사유에 대해 주로 심리한다”며 “이 부회장이나 신 회장 모두 2심 재판부에서 유사한 양형사유를 내놓은 이상 대법에서 2심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법정에서만 반성하는 총수들 집행유예는 형을 선고하되 집행을 유예한다는 뜻으로 죄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엄연히 징역형에 속해 가벼운 처벌이 아니다. 하지만 막상 집행유예를 받아 자유가 된 재벌 총수들은 본인들의 과오에 대해 책임지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과거와 다름없이 총수직을 유지하며 회사를 경영하거나 잠시 일선에서 후퇴했다가 재등장했다. 국민 대다수가 재벌 총수에 대한 집행유예를 곧 무죄선고나 다름없이 받아들이며 분개하는 이유 중 하나다.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은 “현행법을 보면 특가법상 가중처벌이나 경영비리 전과자의 취업제한 등 재벌 총수들을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적잖이 마련돼 있다”며 “문제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9년 탈세로 집행유예를 받은 뒤 “책임을 지겠다”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삼성이 위기라는 이유로 2년도 채 안돼 다시 복귀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2008년 선고를 전후해 대국민 사과를 내놓고 “재산 8400억원을 환원하겠다”고 밝힌 뒤 최종판결 이후로도 계속 현대차 회장으로 남았다.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최근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초 구속된 직후 거취 논란이 일자 “최종 판결을 일단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구속수감된 와중에서도 총수 지위와 권한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돼 있는 동안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그룹 주요 경영진의 세대가 교체되는 등 중요한 일들이 그의 판단을 통해 진행됐다. 반면 법정에서만큼은 통렬한 반성이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작년 8월 자신의 1심 선고 전 최후진술에서 “특검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지만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제가 너무 부족한 점이 많고 챙겨야 할 것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게 모두 제 탓이다. 다 제 책임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이 부회장은 한 달여간 칩거했다. 이 와중에도 법정에서 밝힌 자신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칩거가 끝난 이후에는 오히려 문 대통령과 함께하는 모습을 잇달아 선보이며 구속되기 전 ‘위상’을 회복했다.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2차 정상회담에도 참석해 이제 남북 문제에 있어서도 이 부회장은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스킨십을 놓고 “재벌개혁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비판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된 지 사흘 만에 회사로 출근했다. 출소하자마자 경영일선에 복귀한 셈이다. 그룹 주요 경영진들과 재회한 신 회장은 “롯데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지속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에서 모색해 달라”고 말했다. 본인의 집행유예 석방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지주회사 전환이 아직 미완단계라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신 회장은 한동안 각 사업부와 계열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경영상황을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2심 선고를 앞둔 최후진술에서 “기업은 사회의 공공재라는 게 내 경영철학”이라며 “과거 나와 그룹이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롯데는 현재 그룹 내 비정규직 문제나 편의점 소상공인과의 갈등, 거래사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의혹 등 많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문제들을 안고 있다”며 “반면 신 회장 출소 후 사회적 책임을 지려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월 19일 오전 평양 만경대 학생소년궁전 학생들의 환영을 받으며 공연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서성일 기자 총수 풀어주면 경기가 살아날까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의 2심 결과가 1심과는 정반대로 나온 가장 큰 이유로 김남근 변호사는 판사들의 ‘인식차이’를 꼽는다. 그는 “1심에선 젊은 재판부가 정경유착으로 사안을 판단해 두 총수를 법정구속하는 나름 의미있는 성과를 보였다”면서도 “고법에 있는 연차가 높은 판사들은 실제로 재벌을 구속하면 경제위기가 심화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고, 이를 이유로 재벌들을 풀어주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재판부들의 기대대로 재계를 대표하는 두 총수가 풀려났으니 경제가 나아질까. 이를 측정하거나 연구한 사례는 없다. 올 2월 이 부회장이 풀려난 이후 삼성은 향후 3년간 13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이어간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투자이긴 해도 이 중 상당수는 반도체 등의 자체 설비투자다. 이 부회장 경영 복귀 후 국내 고용이 늘고 경기지표가 개선됐다는 소식 역시 들리지 않는다. 재계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재계는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조차 꺼리고 있다. 과거에는 재벌 총수의 석방이나 사면 등에 환영을 뜻을 보였던 전국경제인연합 등 이익단체들도 함구 중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총수들이 풀려나긴 했어도 지주회사 규제 강화나 일감몰아주기 조사 등 기업을 규제하고 감시하는 정부의 기조는 여전하다”며 “신 회장 석방으로 재벌에 대한 여론도 더 악화돼 재계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전 정권에선 공익사업에 쓴다고 해 재단에 돈을 냈던 게 정권이 바뀌자 뇌물이 되고 청탁이 됐다”며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떤 일로 문제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기업들 모두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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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젊은 총수' 시대···4대 그룹 '혁신 시계' 빨라진다
2020. 10. 14 15:33 재테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에 선임되면서 4대 그룹이 모두 세대교체를 이뤘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신임 회장(50)이 20년 만에 총수를 교체했다. 이로써 이로써 4대 그룹이 모두 60세 미만의 젊은 총수 체제가 됐다.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2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59세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42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직에 선임됐다. 사진은 정의선 회장.  |연합뉴스정 회장은 2018년 9월 승진과 함께 경영을 총괄해왔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 개발에 집중하면서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대대적인 사업 전략의 변화를 꾀했다. 복장 자율화 등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 기업문화를 대폭 바꾸기도 했다.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하고 한동안 금기시됐던 다른 기업들과의 협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했다. 비슷한 세대인 4대 그룹 총수들은 종종 모여 재계 현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최근 삼성과 SK, LG의 배터리 사업장을 차례로 방문해 차세대 사업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4대 그룹 외에도 재계는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7)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부사장이 지난달 말 인사에서 사장·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지난 2019년 한 행사장에서 자리를 함께 한 4대 그룹 총수.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은 최근 아들 정용진 부회장과 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에게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증여하면서 세대교체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38) 부사장이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사 경영지원실장 등을 겸임하며 그룹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회장이 젊은 세대로 교체되고 있다. 이들 젊은 세대들이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총수들의 남다른 자녀교육법
2012. 04. 06 17:57 육아/교육
일본 속담에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자식이 자연스럽게 부모를 보고 배우는 것은 당연한 이치. 때문에 자녀교육에 있어서는 한발 물러서 있던 아버지들의 참여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뛰느라 바쁜 가운데에서도 자녀교육에 남다른 정성을 기울였던 기업 총수들의 교육 노하우를 참고해보는 건 어떨까. 삼성 자상한 아버지의 감수성 교육법 기업의 총수라고 하면 흔히 바쁜 경영 활동으로 자녀교육에 세세하게 신경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 총수들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다정다감하게 자녀들과 소통하며 지낸다. 물론 철두철미하게 자녀들을 가르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건희 회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녀들과 탁구를 즐기는 자상한 아버지였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자라 중·고등학생이 됐을 때도 늘 아이들과 뺨을 부빌 정도로 잔정이 많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신문을 활용해 자식들에게 경제교육을 시켰다. 그는 ‘경제는 흐름과 맥을 잘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는 지론하에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중학교 2, 3학년 때부터 신문의 경제면을 정독하도록 가르쳤다. 방법에 있어서도 정치, 경제, 사회 등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한 다음, 경제면 기사를 꼼꼼하게 읽어 개별 사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것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청소년 시절 익혀왔던 신문 활용 학습법대로 요즘도 매일 한두 시간씩 국내외 신문과 경제 전문지 등을 읽는다. 이재용 사장이 입시 준비에 시달릴 당시 “굳이 서울대를 가야 하느냐? 운동도 하고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며 살아라”라고 충고할 정도로 이 회장은 교육에 있어서는 자유방임주의를 택했다. 하지만 장남의 입시를 앞두고 마음을 졸이는 것은 여느 부모와 다를 바가 없었나 보다. 이 사장의 서울대 입시원서 접수 날 그 상황을 체크하며 하루 종일 대학교 주변을 서성거렸다는 일화가 그 예다.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회장의 자녀교육 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아이들에게 무척 자상하다. 나는 잔소리가 많은 편인데, 애들 아버지는 아이 편에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간다. 그래서인지 모두 나보다 아버지를 더 좋아해 어떤 때는 외로움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홍 관장 또한 자녀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 깊이 관여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게 지인들의 설명이다. 미리 간섭하지 않으며 자녀들이 스스로 선택하기를 기다린다고.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미술을 전공했다. 홍 관장은 문화 교육법에 대해 언급하며 “문화를 대하는 자세는 결국 문화적 감수성에서 생기는 것이다. 이런 감수성은 아주 어릴 때부터 길러져야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님 손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체험한 어린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문화를 특별한 것이 아닌 그저 생활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생활 속에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한 바 있다. 감수성을 키우는 자녀교육법을 강조하는 이 회장의 원칙 하나는 1취(趣) 1예(藝)다. 취미생활이라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깊이 연구해서 자기 특기로 만드는 것이 좋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애견을 길러보라고 권한다. 개를 기르다 보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고, 개와 정을 주고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타인과 정을 주고받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 아이들은 개와 친해지는 가운데 부모에게 보호를 받기만 하던 처지에서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위치로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면 후일 사회생활을 할 때 남을 생각할 줄 알고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재용 사장은 23세에 삼성에 입사해 41세에 사장에 올랐다. 장녀 이부진 호텔 신라 대표는 아버지의 리더십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평가와 함께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을 얻었다. 차녀 이서현 부사장은 아무리 바빠도 네 자녀의 교육은 직접 챙기는 슈퍼맘으로도 소문이 났다. SK 창조적인 사고를 위한 교육법 고(故) 최종현 회장은 장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차남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에게 평소 자연과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최태원 회장은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했고, 최재원 부회장은 고려대 물리학과에 들어간 뒤 재료공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고 최종현 회장은 자연과학을 배우면서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회고하며 “(경영자라면) 합리적으로 논리를 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해왔다. 이런 지론 아래 그는 자식들이 어떤 일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면 그것을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철저하게 파고들어가게 했다. 끝까지 문제를 좇아 결국 스스로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탐구하는 과학적 사고와 호기심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최태원 회장. 그러나 부친은 자식들이 결코 풍족한 유학 시절을 보내도록 하지 않았다. 항상 용돈이 부족해 가정교사로 뛰고 학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주변에선 재벌가의 자제라고 믿지 않을 정도였다. 한번은 최태원 회장이 중고차를 샀는데, 이것도 어떻게 구입했는지 현지 지사장으로부터 자금 출처를 일일이 확인받기까지 했다고 한다. 고 최종현 회장은 자식들과의 토론을 즐겼다. 주제는 사회·경제가 아닌 과학 분야. 가끔은 난센스 퀴즈 같은 문제를 내 자식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대학생과 중고교생인 세 자녀에게 늘 기록과 분석을 습관화할 것을 강조한다. 예컨대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국내외 지역을 방문할 경우, 반드시 사전조사를 하도록 한다. 현지에 가서 보고 들은 것뿐 아니라 물가, 교통, 문화 등을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자연스레 경제 마인드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또 틈날 때마다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인성교육과 더불어 경제 관련 문제를 쉽게 풀어 설명해주기도 한다. 한때 최태원 회장은 매년 성탄절 자녀들과 함께 서울 후암동에 위치한 중증장애아 보육시설인 가브리엘의 집을 남몰래 찾아 집 밖을 나서기 힘든 장애아들을 데리고 코엑스, 워커힐 호텔 마술쇼, 서울타워 등을 돌아보기도 했다. 재벌가 자녀들 대부분이 조기유학을 떠나는 분위기에서 최태원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나비센터 관장(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은 한때 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 대통령의 외손자에 국내 굴지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학교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다행히 입학을 하게 된 아들이 꼽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농사짓기였다고. 최 회장은 곁에서 아들을 응원했다. 경영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사고가 필수인데 대안학교의 자율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효성 ‘하고 싶게끔’만드는 동기부여 외국어 학습법 효성그룹의 창업주 고(故) 조홍제 회장은 슬하에 석래, 양래, 욱래 삼 형제를 두었다. 생전의 조 회장은 경제적으로 윤택한 집 자녀들일수록 방종해지기 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녀교육의 최우선 순위를 자립심으로 삼았다. 일부러 엄하게 키운 이유도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국내 최초로 홍콩과 이른바 외상무역을 시작한 조홍제 회장의 일가답게 효성가는 대대로 해외 네트워크 구축을 중요하게 여겼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한두 개의 외국어 구사는 물론 해외 유학과 외국계 회사 경력을 쌓도록 했다. 덕분에 장남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3남 조현준 사장, 조현문 부사장, 조현상 부사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들이 모두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함께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할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은 창업주 조홍제 회장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독특한 외국어 조기 학습법의 지론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조현상 부사장은 어린 시절 학교 대표 스케이트 선수였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스케이트는 물론 선수용 운동복도 찾기 힘들었다. 그러자 할아버지인 조홍제 회장은 외국 출장 때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관련 제품을 하나씩 사와서 손자에게 주었다. 그러나 그냥 주는 게 아니었다. 미국 제품이든 일본 제품이든 무조건 상자에 쓰여 있는 사용법을 손자에게 설명해보라고 시켰다. 그러면 조현상 전무는 선물을 가질 욕심에 알고 있던 몇 개 안 되는 단어를 가지고 어렴풋이 짜 맞춰 내용을 미루어 짐작해 설명했다. 이러한 할아버지의 짓궂은 주문은 다른 손자들에게도 이어졌다. 스케이트가 아닌 장난감이나 학용품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사용법이 외국어로 쓰였더라도 손자들이 좋아하는 물건인 만큼 그 내용을 읽고 싶은 의욕은 어떤 욕구보다 강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종의 동기부여 방식이었다. 덕분에 영어나 일본어가 그들에게는 더 이상 낯설지가 않았다. 이 같은 교육법으로 조 회장은 손자들 스스로 배움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만들었다. 동원 이론과 실무의 적절한 균형 교육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슬하에 2남 2녀를 두었다. 이 중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금융 계열을, 차남 김남정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이 식품 계열을 담당하고 있다. 김 회장의 자녀교육은 재계에서도 널리 소문이 날 만큼 혹독하다. 장남은 대학 졸업 후 6개월간 참치잡이 배를 탔다. 남태평양과 베링해까지 나가서 하루 16시간씩 중노동을 했다. 그물을 던지고 참치를 잡아서 냉동시키는 과정에서 갑판 청소 등의 허드렛일까지 하면서도 창업주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동료 선원들에게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차남은 경남 창원 참치통조림 공장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시작해 이후 동원산업 영업부 평사원으로 시내 백화점에 참치 제품을 배달하는 일을 도맡아 했다. 두 딸도 예외가 아니었다. 장녀 은자씨와 차녀 은지씨는 대학 입학 후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교육이념으로 유명한 가나안농군학교에 들어가야 했다. 이곳에서 두 딸이 흙, 노동, 근검절약 등의 중요성을 배우기를 바랐던 김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김 회장은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간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 사회는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좋은 환경과 나쁜 환경이 어우러져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라고 말했다. 김재철 회장은 요즘도 월평균 10, 20권의 책을 읽는다. 경제, 경영, 역사, 심리 등 분야도 다양하다. 독학으로 회계학을 배워 재무제표도 꼼꼼히 보는 그는 자식들에게도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강조했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권씩은 읽고 독후감을 쓰도록 했다. 내용이 부실하거나 느낀 점이 부족하면 직접 이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강한 논리력은 강한 독해력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김재철 회장의 지론이다. 창의성은 기본 지식을 습득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창출되지 않기에 경영자라면 책읽기를 통해 논리력과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 평소 꼼꼼한 일처리로 ‘김주사’로 통했던 김재철 회장, 그는 자식교육에 있어서도 그 특유의 꼼꼼함을 발휘해왔다. <■정리 / 장회정 기자 ■자료 제공 /「대한민국 상위 0.1%의 자식교육」(이규성,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사진&제공 /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현대그룹 안주인에서 그룹 총수로 선 현정은회장
2003. 12. 01 화제
“국민주를 발행해 국민들이 참여하는 현대그룹의 국민기업화를 시도하겠다” 산넘어 산이다. 유유자적한 현대가 안주인에서 360도 터닝을 해 안착한 곳이 형제도 친척도 없는 기업 전쟁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으로 돌아서는 참담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현대그룹의 새회장 현정은씨. 위태위태하던 나약함을 하루가 다르게 벗고 있는, 그만큼 강하게 단련되고 있는 현 회장의 피말리는 1백일. 믿었던 시숙부인데, 경영에선 철저히 남 전쟁이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쟁패는 불꽃이다. 한눈을 팔 새가 없다. 기울던 승부는 어느새 원점이고 또다시 반전의 모티브는 또다른 구도를 만들어낸다. 아직 그 앞날을 예단할 수 없다. 그저 조바심 어린 마음으로 지켜볼 뿐. 강 건너 불 구경임에 분명하면서도 최고 재미라는 불 구경이 가슴을 아린다. 내밀한 물밑 전쟁이야 알 수 없지만, ‘왕자의 난’이라는 전대미문의 기업 전쟁을 지켜본 사람들은 시숙과 조카 며느리와의 전쟁이 우울한 그들의 자화상을 다시 드러내는 듯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사람들이 하는 것일진대 비운에 떠난 고 정몽헌 회장의 1백일 탈상을 앞두고 벌어진 이번 일이 그리 달가울 일은 없는 법. 현대의 새로운 주인으로 현정은 체제라는 출범 나팔의 여운이 가시기 전이라 이후 사태의 진전이 어디에 이를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한다. 강철은 그렇게 단련되는 듯, 시아버지의 어록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좌우명처럼 다시 마음과 몸을 다독이는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 그녀는 지난 11월 18일, 현대 계열사 임직원들과 함께 경기 하남시 창우리 ‘현대가’ 선영을 방문, 그룹 사수를 다짐했다. 가신들이 총집합한 듯,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 현대상선 노정익 사장, 현대택배 강명구 회장 등 계열사 사장과 임직원들이 그 자리를 지켰다. 그 자리에서 밝힌 출사표도 의미심장하다. “중요한 결정을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왔다”고 말하면서 “현대그룹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는 현대그룹에 무혈입성하려는 시숙부 정상영 KCC 명예회장을 향해 백기투항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 또한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민주를 발행해 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현대그룹의 국민기업화를 시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날짜도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다. 이날이 바로 남편과 시아버지가 금강산 관광의 시작을 알리는 출정의 첫 테이프를 끊은 지 5주년을 맞은 때였으니. 물론 집안의 맏이인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조언도 힘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집안의 ‘맏형’으로서 가족사는 챙기되 사업과 가족사는 분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도와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온전히 이 난국을 뚫고 가는 것은 그녀의 몫이고, 첫걸음에 어려운 숙제지만 이 역시 기회일 수 있는 것이어서 예의 지켜볼 수밖에.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주회사로 현대상선, 현대아산, 현대택배, 현대증권 등 1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산은 10조1천6백억원으로 재계 19위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현대중공업, 현대해상화재, 현대기업금융 등과는 몸을 나누어 남이 된 상태. 그래도 옛 명성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 덩치가 홀대를 당할 정도까지는 아닌 듯 싶다.  이는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1백일 탈상제를 마친 다음날(11월 12일) 국민에 대한 감사의 글을 통해 밝혔던 현대그룹 사수의 의지보다 한발 앞선 것이다. 당시 언론사에 배포한 ‘현대그룹을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제 저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미망인에서 고인이 남긴 유지를 이어받은 현대그룹의 회장으로 다시 새롭게 일어섰습니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현대그룹 회장으로 칭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하루가 다른 이해관계, 하루가 다른 현실 적응력 사실 현대가 안주인 자리를 털고 주인으로 그 자리에 서자마자 겪은 일에 마음의 상처가 심했던 듯 하다. 그녀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고 정몽헌 전 현대 회장)이 돌아가신 직후 삼촌(정상영 KCC 명예회장)께서 도와주시는 줄로만 알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인터뷰 내내 “답답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사실 회장에 취임한 것도 위기의식 때문이다. “정상영 명예회장님쪽에서는 처음부터 내가 회장을 맡는 것을 말리셨다. 내년 3월 주총때까지 회장 취임 시기를 늦춰 달라고도 했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계속 사들이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고, 전문 경영인들의 의견도 있어 일단 회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결국 떠밀려 안게 된 자리였던 셈. 하지만 언제까지 주변인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는 법이었나 보다. 이번 사태를 분석하다보면 어찌 보면 ‘물보다 진한 피’에 귀결되는 듯도 하다. 사실 정상영 명예회장은 조카등 중 고 정몽헌 회장을 끔찍하게 아꼈다고 한다. 맏형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뚝심과 성격을 그대로 빼닮았기 때문이라는 데, 이런 탓에 현정은 회장도 ‘비빌 언덕’으로 시숙을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피가 다른 며느리 쪽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결국 “외부로부터 현대그룹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유명을 달리한 조카와 큰형님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라는 게 정 명예회장의 기본 입장이고 보면 보통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유연성 없는 혈연주의를 보는 듯도 하다. 역으로 얘기하면 첨예한 가족관 속에 현정은 회장도 감추어졌던 경영 철학이 솟구쳤을 수 있다. 원래 나서기를 좋아하기보다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품의 전형적인 ‘현모양처형’ 성품이었기 때문이다. 내조의 달인일 수 있어도 기업 경영과는 동떨어진 이미지였다고. 또 재벌 집안 며느리답지 않게 매우 검소하고 평소 이웃들과도 허심탄회한 인사와 대화를 나누는 등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었다. 물론 일각에서는 겉으로는 약해 보이지만 ‘강단’이 있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큰딸 지이씨(26)의 현대상선 입사를 “다른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현대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결정했다”고 편하게 얘기하지만 후계구도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오해 또한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서도 “앞으로 두고 봐야죠”란 여운을 남겼다고. 보는 눈이 달라지고 미래에 대한 예측도 서서히 시작한 셈일 수 있다. 그리고 거대 기업의 회장으로서 자연스런 입장 변화임도 무시할 수 없다. 한마디로 당연한 변화를 겪는 것. 기업 입장에서도 회장이 서서히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다는 것이 나쁠 리 없다. 사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현 회장 스스로도 그 이름 석자가 이렇게 회자될 줄은 몰랐을 게다. 그저 현대가의 며느리였고, 고 정몽헌 회장의 아내였을 뿐이었다. 1976년부터 얼마 전까지 27년 동안 그 울타리에 안주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유전자도 기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 김용주 전방 창업주의 외손녀다. 또한 현대상선 현영원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이자 용문학원 이사장 김문희 여사 사이의 4녀 중 차녀이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학교는 경기여고·이화여대·미 페어레이 디킨슨대 대학원 등을 나왔고, 가까운 친척으로는 김창성 경총 회장과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외삼촌이다. 사회적으로 맡은 것이라야 대한여학사협회 재정분과위원, 걸스카우트연맹 중앙본부 이사, 대한적십자사 여성봉사 특별자문위원  등 ‘나서기’와는 거리가 먼 생활이었던 것. 그리고 지이씨(26), 영이양(19), 영선군(18) 등 1남 2녀의 어머니였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정신없었을 듯하다. 그만큼 고통 어린 사건들을 목도해야 했다. 남편과 시아주버니(정몽구 현대차 회장) 간에 벌어진 이른바 ‘왕자의 난’, 시아버지(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작고 이후 그룹의 몰락,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남편의 자살…. 고통 속에 용기를 얻게 된 것. 그런 탓에 경영 경험이 없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보인다. “경영 경험이 없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계열사별로 CEO가 있으므로 별 문제 없다고 본다. 계열사 일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난 중심 역할만 하는 것이다.” 언제나 중심으로 서는 것이 중요하다. 중용의 덕이라는 것이 생각 고루한 사상가와 철학가의 덕목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첫발을 어렵게 내디덛고, 두 걸음부터 다리 후들리는 일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가던 길을 멈출 수 없다. 쉼호흡 한번 하고 당당하게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하기를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다. 현대가의 유일한 이성(異姓)이지만, 시아버지와 남편으로 이어진 현대그룹 위상을 얼마나 이루어낼지는 조금 인내를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흔들지만 말고. 글 / 강석봉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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