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081 건 검색)
- 비상계엄 선포는 누가 사진 찍었을까? [카메라 워크 K]
- 2024. 12. 19 13:29 정치|문화
- ... 신문사, 통신사 소속 사진기자 4명 이외에 사진 전속 2명, 동영상 전속 2명, 방송 카메라 풀 2명(카메라 1대), 종편 풀 2명(카메라 1대) 등 13~15명이 풀단으로 구성된다.” 사진기자와 전속 사진가들은...
- 카메라 워크 K
- LG이노텍, 차량용 ‘고성능 실내 카메라 모듈’ 개발
- 2024. 12. 17 20:38 경제
- ... 여부를 확인하는 등 차량 내부 인원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그동안 시장에 나온 인캐빈 카메라는 DMS(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OMS(탑승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 특정 기능에 한정된 제품...
- 차 뒷좌석까지 실시간 모니터링···LG이노텍 ‘인캐빈 카메라 모듈’ 개발
- 2024. 12. 17 10:08 경제
- ... 모니터링 시스템) 등 특정 기능에 한정된 제품 위주였다.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려면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해야 했다. LG이노텍이 개발한 인캐빈 카메라 모듈은 한 대의 카메라로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 살육의 기억, 끝나지 않는 폭력 [카메라 워크 K]
- 2024. 12. 11 11:35 문화|문화
- ... 매달린 죽은 새들의 축 늘어진 몸뚱이들과 깃털.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나무 박스에 기대어 카메라를 응시하는 한 청년은 장사꾼이라기보다는 대학생처럼 보이지만 사진 캡션에는 분명히...
- 카메라 워크 K
스포츠경향(총 760 건 검색)
- [종합] 현빈, 13년만 토크쇼 “♥손예진이 카메라 많을 거라고···” (유퀴즈)
- 2024. 12. 18 22:56 연예
-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배우 현빈이 13년 만에 예능에 출연해 근황을 전했다. 18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273회에 현빈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유재석은 “현빈과 방송 하는 게 처음이다. 토크쇼가 13년 만이라고 하더라”라고 운을 뗐다. 현빈은 “나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아마 (마지막 토크쇼가) ‘시크릿 가든’ 종영 후였다. 얘기하는 거에 익숙하지 않다. 이렇게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한다는 게(긴장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유재석은 “충분히 이해한다. 오랫동안 여러 가지 작품도 하고 방송을 하셨지만 이런 환경은 익숙지가 않으니까”라며 공감했다. 그러면서 “손예진이 ‘유퀴즈’에 출연한 지 2년 정도 된 거 같다. 예진가 오늘 나오는 데 무슨 이야기 안 하셨냐”고 물었다. 이에 현빈은 “했다. 생각보다 카메라가 많은 거라고 하더라”라고 털어놨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또 아내 손예진의 근황에 대해선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자신의 근황에 대해선 “운동하고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낸다”며 “무조건 아이 스케줄에 맞춘다. 오늘도 녹화하러 와야 하는데 아이가 막 열이 나는 거다. 그게 신경 쓰인다”고 했다. 이를 듣던 조세호는 “내가 현빈과 동갑이다. 나보다 현빈이 먼저 경험한 것들이 많지 않나. 아이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현빈은 “그건 이루 말할 수 없지 않을까”라고 회상했다. 이어 “아들이 얼마 전 2살이 됐다. 내가 봤을 때 엄마랑 더 닮은 것 같다. 와이프는 본인은 닮았으면 좋겠다 하고 나는 날 닮았으면 한다. 남자아이니까. 내가 더 선이 날카로워서 남자아이니까 더 날카로우면 좋지 않을까 한다”고 털어놓았다.
- ‘최강럭비’, ‘흑백요리사’ 급 압도적 스케일…마이크 105대, 카메라 140대
- 2024. 12. 05 11:55 연예|연예
-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 넷플릭스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이하 최강럭비)를 연출한 장시원 PD가 제작하는 데 마이크 105대, 카메라 140대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 측은 5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현장에는 장시원 PD, 정용검 아나운서, 서인수 해설위원 한국전력공사 나관용, 현대글로비스 정연식, 포스코이앤씨 오지명, OK 읏맨 럭비단 이용운, 고려대학교 김원주, 연세대학교 서우현 선수가 참석했다. 이날 장시원 PD는 ’최강럭비‘의 압도적인 스케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제작하는 데 있어서 사운드에 집중했다. 뼈와 뼈가 부딪히는 소리를 현장감 있게 담아내고자 모든 선수들에게 개인 마이크를 자체 제작해 착용했다”라고 했다. 럭비 한 명당 15명이 뛴다고 하면 총 105대의 카메라를 자체 제작한 것. 이어 그는 “사운드뿐만 아니라 영상도 놓칠 수 없었다. 프리미어리그가 재밌는 이유가 여러 각도에서 많은 카메라가 순간을 안 놓쳐서다”라며 “중계 카메라 40대, 거치 카메라 100대로 한 경기에 140대의 카메라를 투입했다. 럭비의 모든 순간을 화면에 다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는 승리의 영광을 위해 온 몸을 던지며 필사의 전진을 이어가는 럭비 선수들의 진짜 승부를 보여주는 스포츠 서바이벌 예능이다. ’최강야구‘, ’도시어부‘, ’강철부대‘ 등 다수의 히트작을 만든 장시원 PD가 ’흑백요리사‘, ’피지컬100‘ 등을 통해 전 세계에 K 콘텐츠를 전파한 넷플릭스와 처음으로 손잡고 출시한 예능. 한편 ’최강럭비‘는 오는 1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이다.
- 이상순 “보라 좋아하는데 ♥이효리 가니 카메라 가져가” (완벽한 하루)
- 2024. 11. 28 18:34 연예
- MBC FM4U ‘완벽한 하루 이상순입니다’ 가수 이상순이 보이는 라디오를 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28일 방송된 MBC FM 4U 91.9 ‘완벽한 하루 이상순입니다’에 이문세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이문세는 “대한민국에서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몇 안 되는 가수 이문세다. 오늘 ‘완벽한 하루’가 완벽해야 할 텐데, 완벽하게 망친 하루가 되면 어쩌는지 걱정이 된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이상순은 “아니다. (이문세 씨가) 들어온 순간 완벽해졌다”며 안심시켰다. 이어 이상순은 오전 11시에 방송되는 ‘안녕하세요이문세입니다’에 해 “오늘 이문세 형님의 라디오를 들었다. 제 얘기하시더라. 햇병아리 디제이라고(하더라)”라며 웃음을 보였다. 또 이날 이문세는 라디오의 장점에 대해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제공해준다. 그게 라디오의 매력이다. 그래서 나는 보이는 라디오를 싫어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상순은 “난 보이는 라디오 좋아하는데 안 시켜주더라. 전에 효리 나왔을 때는 카메라 켜더니, 효리 가고 나니까 카메라를 가져가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한편, 이상순은 지난 4일 MBC FM 4U 91.9 ‘완벽한 하루 이상순입니다’로 12년 만에 라디오에 복귀했다. 앞서 그는 2003년 SBS 파워FM에서 ‘롤러코스터의 리슨업’ 2011년 EBS 라디오 ‘이상순의 세계 음악기행’ 등에서 DJ로 활약한 바 있다. MBC FM 4U 91.9 ‘완벽한 하루 이상순입니다’는 매일 오후 4시부터 6까지 방송된다.
- 방탄소년단(BTS) 진 ‘달려라 석진’, 내달 3일 재개···역대급 깜짝 카메라 ‘기대’
- 2024. 11. 27 19:45 연예|연예
- 빅히트 뮤직(BIGHIT MUSIC) 방탄소년단(BTS) 진이 다시 한번 달린다. 진은 지난 26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방탄소년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 자체 예능 ‘달려라 석진’의 재출발 티저 영상을 게재했다. 이를 통해 지난 10월 11화 이후 잠깐의 휴식에 들어갔던 ‘달려라 석진’은 약 한 달여 만에 재개를 알렸다. ‘달려라 석진’에서는 코미디, 로맨스, 액션, 첩보 등 다양한 장르 도전에 나선 진의 모습이 그려진다. 특히 “오늘 당신은 미팅이 아니라 ‘달려라 석진’을 찍고 있습니다”라고 운을 띄우는 진과 함께 역대급 반전을 기대케 하는 깜짝 카메라가 예고돼 글로벌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달려라 석진’은 ARMY(아미.팬덤명)의 사랑에 부응하고자 ‘뭐든지 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기획된 진의 단독 예능이다. 진은 이를 위해 제주도 한라산 등반, 해양경찰과 훈련, 폐가 체험에 나서는 등 매 회차 색다른 콘텐츠로 팬들과 만났다. 이 덕분에 ‘달려라 석진’은 지난 6월 시작된 지 3개월 만에 누적 조회 수 3400만 회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새롭게 달릴 준비를 마친 ‘달려라 석진’의 12화 에피소드는 내달 3일 오후 9시 방탄소년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다. 또한 한 시간 뒤인 오후 10시부터는 글로벌 슈퍼팬 플랫폼 위버스(Weverse)에서도 이를 감상할 수 있다. 진은 지난 15일 첫 솔로 앨범 ‘Happy’를 발매하고 인기몰이 중이다. 이 신보는 미국 빌보드의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4위를 차지했고 타이틀곡 ‘Running Wild’는 메인 송차트 ‘핫 100’ 53위에 올랐다.
주간경향(총 22 건 검색)
- [IT칼럼]초인종 카메라의 ‘상사형 행동’(2022. 10. 21 11:08)
- 2022. 10. 21 11:08 경제
- ‘자동화된 사회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미디어의 구조, 물질적 기질에 특정 방향으로 사회성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자동화 기술이 등장하면 그에 따라 인간의 문화적 특성이 변화하는데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기술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며 공진화하고 있다는 단서이기도 하다. 구글 네스트가 출시한 초인종 카메라 ‘헬로’ / 네스트 비단 자동화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초인종 카메라가 널리 확산되고, 이에 따라 인간의 문화적 행동이 바뀌는 경향도 이 개념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초인종 카메라는 초인종처럼 보이는 보안 카메라로, 벨을 누르면 일반 초인종처럼 작동하지만 동시에 안에 있는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 바깥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초인종 카메라, 그중에서도 무선 인터넷 기능을 담은 스마트 초인종 카메라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기술이다. 팬데믹으로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면서 초인종 카메라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주문한 제품이 문 앞에 잘 도착했는지 혹시 누군가 가져가지는 않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할 일이 많아져서다. 배송 기사와 대면을 피할 수밖에 없는 문화적 조건도 영향을 미쳤다. 이 스마트 초인종 카메라는 이전 기술과 달리 카메라를 타고 들어온 모든 영상 콘텐츠를 외부로 공유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필요에 따라 카메라를 활성화해 주변 움직임을 감지할 수도 있다. 기기 제조사의 서버와 연결돼 있기에 촬영된 영상물의 아카이빙도 가능하다. 모든 제품 조작은 스마트폰으로 제어된다. 언제 어디에서든 확인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구글 네스트, 샤오미, 링 등 굵직한 테크 기업들이 이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경쟁 구도를 형성 중이다. 스마트 초인종 카메라 사용이 늘어나면서 사용자들의 행동양식에 독특한 변화가 관찰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상사형 행동(Boss Behavior)’이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데이터&소사이어티’가 명명한 이 행위 양식은 크게 모니터링, 훈계, 징계 등 3가지로 나뉜다. 예를 들어 택배기사가 유니폼을 입지 않고, 주문 상품을 집 앞에 두고 가면, 촬영된 영상을 주문업체에 직접 전송하는 행태가 자주 나타난다. 이는 모니터링과 징계에 해당한다. 특정 시간대엔 벨을 누르지 말라거나 택배를 놔두는 위치를 지정하면서 배송기사의 행동 변화를 제언하는 건 훈계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스마트 초인종 카메라 기술은 사용자가 택배기사의 상사처럼 행동하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어떤 고용관계도 없는 택배기사를 향해 직장 상사나 관리자처럼 행동하려는 태도, 말하자면 ‘기술화된 사회성’을 형성했다. 이런 유형의 사회성은 노동자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침으로써 다시 사회화된다. 초인종 카메라 앞에서 옷깃을 여미고 인사를 올리고 정중하게 경의를 표해야만 하는 특별한 풍경이 현실화되고 있다. CCTV에 이어 스마트 초인종 카메라까지 일상 감시체계의 네트워크로 들어오면, 노동자들의 작업장은 무한대로 넓어질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작업장뿐 아니라 그곳을 벗어난 공간까지 감시의 눈이 확대된다. 기존 초인종 카메라에 연결한 네트워크만으로도 인간의 태도와 노동 조건은 큰 변화를 겪는다. 기술 초감시 사회 앞에서 사회제도의 대응 속도는 늘 더디다.
- IT칼럼
- 전후 10년, 이들의 붓과 카메라는 같은 곳을 보았다(2022. 01. 14 15:05)
- 2022. 01. 14 15:05 문화/과학
- 1945년 일본의 항복과 함께 찾아온 광복의 기쁨도 잠시, 정치적 혼란과 분단에 이어 발발한 한국전쟁은 참혹한 고통을 우리 민족에게 안겨줬다. 폐허가 된 서울은 광복 후 165만명으로 급증한 서울의 인구를 감당하느라 판자촌이 여기저기 생겼다. 도심도 예외가 아니었다. 2층, 3층으로 구성된 판잣집들이 청계천 2가와 3가의 천변부지에 즐비했다.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에는 현금이나 필요한 물품을 교환하려는 사람들이 난장을 펼쳤다. 음습한 전쟁의 폐허 위에서도 사람들은 일상을 영위했다. 희로애락이 있었다. 한영수, 서울 금호동 1956-1963(사진 왼쪽) /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박수근, 길가에서(아기 업은 소녀) 1954, 캔버스에 유채, 107.5×53㎝, 개인소장 이들의 작품은 닮았다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시회(2021.11.11~ 2022.3.1)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주중 800~1000명, 주말 1400~1800명이 관람해 1월 13일 현재까지 약 6만명이 다녀갔다. 전시회는 박수근(1914~1965)이 19세에 그린 수채화부터 51세로 타계하기 직전에 제작한 유화까지 그의 전 생애의 작품 163점과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역대 최다 작품이 나온 것도 놀랍지만, 박수근이 화폭에 붓으로 담아낸 전쟁 직후 서울의 모습을 라이카 카메라로 촬영한 한영수(1933~1999) 작품들이 컬래버를 이루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김예진 학예사는 “기획 단계부터 사진을 컬래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한영수의 작품들이 박수근의 작품들과 공통점이 많음을 알게 돼 전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학예사가 꼽는 공통점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월남했다는 것, 전쟁 직후 서울의 평범한 서민들을 작품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그리고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몹시 따뜻하다는 것 등이다. 이 같은 시선은 전쟁 직후 서울의 풍경을 비참하고 남루하며 거칠게 표현한 당시 대다수 리얼리즘 사진작가들과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다. 서울의 일상을 그린 박수근 박수근은 한국전쟁 때 남한으로 내려왔다. 1952년부터 1954년까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자리에 있던 미8군 PX에서 초상화가로 일했다. 용산 미군부대에서 전시를 열고 그림을 팔았다. 열심히 저축해 1953년 창신동에 가족의 둥지가 될 집 한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창신동은 동대문시장과 가까워 피란민을 포함한 서민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 1953년은 박수근이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특선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당시 유행하는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지만 진솔한 소재를 개성 있는 화법으로 구현해 인정을 받았다. 이후 10년간 박수근은 재건되지 못한 서울의 판잣집, 짐을 달구지에 실어나르거나 장사하는 사람들,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 아기 업은 소녀,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행상을 하거나 노점에서 장사하는 여인들, 개천에서 빨래하는 여인들을 주로 그렸다. 창신동에서의 10년은 박수근의 전성기였다. 박수근과 한영수는 살아생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박수근이 살았던 창신동과 일했던 명동(미군 PX), 그리고 작품을 팔았던 을지로1가 반도호텔을 오가며 그가 보았던 풍경들은 한영수의 사진에 고스란히 등장한다. 한영수는 개성 만석꾼의 장손으로 태어났다. 학교 미술 선생님이 집으로 직접 찾아와 전문적인 회화 수업을 권유할 정도로 그림, 특히 드로잉에 재능이 있었다. 집안에서 허락하지 않았다. 가업을 물려받은 그는 취미로 사진을 시작했다. 한국전쟁 때 서울로 피란을 내려온 후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헝가리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후 20여년째 아버지의 사진 작품을 관리 중인 한선정 한영수문화재단 대표(52)는 “아버지는 새로운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한 얼리어답터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전쟁 후 서울을 사진으로 기록해둬야겠다고 마음먹은 아버지는 라이카 카메라를 사서 독학을 하며 사진에 심취했다”고 말했다. 1978년 ‘디자인’지에 실린 한영수 인터뷰에는 좀더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1955년 군에서 제대할 무렵 카메라를 하나 마련했습니다. (중략) 특히 ‘아루스’ 같은 잡지에서 연재된 필름의 현상 및 인화 방법과 사진을 찍는 데 필요한 장비의 소개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중략) 전쟁 후 나의 관심은 어떤 사람을 그의 주어진 환경에서 포착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중략) 남루한 옷차림의 어린 소녀가 아름다울 수 없지요. 그러나 앵글의 각도에 따라 그 소녀가 품고 있는 아름다움이 남루함 속에서 풍겨나온다면 그것은 성공한 사진입니다.” 박수근, 판잣집 1960년대 후반, 종이에 유채, 20.4×26.6㎝,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 힘겨움 속 희망 찍던 한영수 1956년부터 1963년까지 한영수는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각종 일상용품을 거래하던 시장을 비롯해 을지로, 명동과 충무로, 퇴계로, 남대문, 종로, 서울역, 한강의 광나루, 뚝섬, 한강 인도교 주변, 마포, 세검정, 청계천 등 서울의 여러곳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1958년부터 한국 최초의 리얼리즘 사진연구 단체 ‘신선회’에서 활동했다. 박수근, 세 여인 1960년대 전반, 나무판에 유채, 21×46.4㎝,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한영수, 서울 1956-1963 /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최종현 통의도시연구소장은 2017년 열린 <한영수 기증유물특별전> 전시도록 논고에 “그가 작업한 사진에는 도시를 보는 독특한 시각이 드러나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장소가 배경으로 처리되면서 사람과 장소의 관계가 유연하고도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중략) 주제가 무엇이든, 장소가 어느 곳이든, 항상 사람이 중심에 있다. (중략) 사진 속에 나타난 인물은 거의 예외 없이 의지가 있어 보이며 어떤 희망이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지하고 있는 표정을 보여준다. 낙담하지 않는 긍정을 지닌 표정, 노여움이나 서글픔보다는 건강하고 변함없는 생의 의지를 드러내는 표정이 있다.” 한영수를 제외한 동시대 리얼리즘 사진가들은 고통스러운 시절을 고통스럽게 표현했다. 당시 사진 사조가 그랬다. 김예진 학예사는 “반면 한영수의 사진은 전쟁 후 헐벗고 못먹던 힘겨운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이 계속 힘차게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영수 프로필 1958 /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1952년경 서울 명동 미군 PX 초상화부에서 작업 중인 박수근(오른쪽에서 두 번째 앉은 남자) / 양구군 군립박수근 미술관 소장 한영수는 1960년대 중반, 백화점 카탈로그를 찍은 것을 시작으로 광고·패션 1세대 사진가로 큰 성공을 거둔다. 삼성전자, 쥬단학화장품 등 1990년대 중반까지 그의 손을 거친 광고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제약회사 종근당의 상징인 커다란 ‘구릿빛 종’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진도 한영수의 작품이다. 당시 광고시장을 한영수와 김한용(1924~2016)이 양분해 싹쓸이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한선정 대표는 “정부와 결탁한 재벌 위주의 대기업이 급성장하고 백화점들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 결과 광고시장이 크게 열렸다”며 “아버지는 1966년에 건물 전체가 유리로 된 스튜디오를 열고 본격적으로 광고사진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우리 가족이 살던 동숭동 집은 100평 규모의 통창으로 된 빨간 벽돌 3층집이었는데 이곳에도 모델들이 드나들며 패션 화보 촬영을 했다”고 회상했다. 한영수, 서울 1956-1963 / 한영수문화재단 제공 한영수, 서울 명동 중앙극장 1957 하늘에 내걸린 한영수의 사진 1987년에는 한국전쟁 이후 서울과 역사적 발자취를 담은 사진을 모은 사진집 <삶>을 출간했다. 작고 후에는 딸 한선정씨가 한영수문화재단을 설립, 필름을 관리하고 있다. 2014년 프랑스 아를 포토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을 비롯해 뉴욕·LA 등지에서 활발하게 개인전을 열었다. 한선정 대표는 “해외 전시회 때마다 교포들로부터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교포들은 전후 한국에서 보낸 어린시절을 슬프고 힘들었던 시기로만 기억하고 있는데, 한영수의 사진을 보는 순간 그 시절 자신에게도 즐거웠던 일, 웃었던 추억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도 한영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시간, 하늘에 그리다> 전시회(2월 6일까지)로, 한영수가 촬영한 1950년대 서울 풍경을 지하 2층 전시장과 118층 세계 최고층에 펼쳐놓았다. 백미는 118층이다. 유리바닥 전망대(스카이덱) 벽면 하나가 거대한 흑백사진 한장으로 덮여 있다. 한영수가 1958년 한강변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을 담은 작품 ‘서울 뚝섬’이다. 주요 출판물로는 <Seoul, Modern Times>(2014), <한영수: 꿈결 같은 시절>(2015), <시간 속의 강>(2017),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2020)가 있다. 한선정 대표는 “올가을 서울에서 개인전을 예정하고 있고,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미국 LA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열리는 <사이의 공간: 한국근대미술>에도 아버지의 작품 6점이 전시된다”고 말했다.
- [문화프리뷰]카메라 렌즈 너머의 코로나19(2021. 09. 24 14:58)
- 2021. 09. 24 14:58 문화/과학
- 비엔날레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 이벤트다. 올해에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등이 전국에서 지역대표 문화행사로 자리 잡아 개최됐거나 준비 중이다. 비엔날레는 문화자본을 앞세운 ‘미술올림픽’으로 불린다. 국제적 규모로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라 인식된 만큼 주관·주최 측의 역량을 과시하는 행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프로젝트 규모나 내용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비용 대비 파급효과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전시 / 김옥렬 제공 무엇보다 막대한 자금지원에 힘입어 문화 선진국에서 활동하는 전시감독이나 큐레이터, 작가들의 유명세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엔날레 행사에서 흥행한 감독은 유명세를 타고 다시 세계의 크고 작은 비엔날레 감독으로 선임되기도 한다. 이렇게 국제적 행사가 많아질수록 미술문화의 획일화 역시 피할 수 없다. 이러한 비엔날레의 딜레마는 시대를 앞서가는 문화적 흐름과 대중적 시선에 맞는 취향 추구라는 양면성 속에 글로벌리즘이 자리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문화의 확산과 집중, 중앙과 변방 사이에서 포스트코로나를 위한 포스트비엔날레의 특성화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이라는 장르로 특성화를 추구하는 대구사진비엔날레가 9월 10일 시작해 11월 2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로 한해 연기된 탓에 지난해 전시를 준비하던 독일의 브리타 슈미트 예술감독 대신 올해는 심상용 예술감독(서울대 교수) 체제로 전시가 이루어진다. ‘누락된 의제-37.5 아래’라는 주제로 32개국 351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비엔날레에선 주제전시, 특별전시, 포토 월 프로젝트, 연계전시 및 부대행사 등이 진행된다. 전시 주제에 나오는 숫자 ‘37.5’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발열 기준이다. 전시 소개 자료에 나온 대로 “바이러스는 인간과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37.5 아래, 곧 의학적으로는 표준이지만, 우리가 삶의 방식, 문명의 노선을 위탁해온 ‘논란의 여지가 많은 표준’에 대해 전향적인 사유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담긴 시의적절한 주제다. 주제전시에서는 프랑스의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앙투안 다카타가 카메라 너머로 바라본 시선이 주목을 끈다. 그의 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프랑스의 봉쇄된 거리와 여러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황량한 풍경들, 거리를 배회하거나 잠이 든 모습,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와 치료사의 모습을 카메라 렌즈 너머로 응시한다. 그의 시선은 과학의 발전을 환호하며 맞이한 21세기 인류에게 코로나19가 뒤흔든 위기의 현실 속 깊이를 열화상 카메라의 눈을 통해 포착한다. ‘신념’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에선 이기명 사진 전문 큐레이터와 미국의 엘리슨 몰리 큐레이터가 세계 11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 18명의 동시대 현실인식을 담았다. 정치와 사회, 경제와 노동, 인간과 종교,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그리고 난민에 대한 시선이 펼쳐진다. 역동적인 영상시대에 ‘순간포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 눈에 담긴 ‘사진의 본성’을 새롭게 만나는 시간이다.
- 문화프리뷰
- [달라진 탈레반](2)이제 탈레반은 카메라를 피하지 않는다(2021. 09. 03 15:40)
- 2021. 09. 03 15:40 국제
- ㆍ탈레반의 미디어전, 향후 국제사회와 직접 외교관계 맺기 위한 포석 해석 탈레반, 그들이 돌아왔다. 지난 8월 31일, 2461명의 미 장병이 희생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완전철수하면서 20년 만에 공식적으로 전쟁이 종료됐다. 미국이 떠난 자리를 탈레반이 다시 차지했다. 탈레반은 미군 철수 후 아프간의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면서 정부 구성에 한창이다. 외신을 통해 보도되는 탈레반의 악행은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과연 지금 탈레반은 20년 전 탈레반과 얼마나 다를까.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지난 8월 31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무기를 들고 활주로를 순찰하고 있다. / 카불 로이터=연합뉴스 촬영 죄악시하던 탈레반의 변화 2001년 기자가 처음 아프가니스탄을 취재할 때 탈레반 정부는 미국의 막강한 화력에 맥없이 밀려 퇴각한 직후였다. 탈레반 정부 인사로 누가 있었는지 취재하려 해도 사진이 없었다.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탈레반은 그들이 믿는 극단주의 이슬람 규율에 따라 사진과 영상에 자신의 얼굴이 촬영되는 것을 죄악시해 사진이 없다고 했다. 실제도 취재하면서 탈레반과 인터뷰하려면 카메라 없이 오라는 황당한 주문을 많이 받았다. 이 때문에 인터뷰할 때마다 촬영에 애를 먹었다. 그런 탈레반이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과 평화협상을 할 때 한껏 차려입은 모습으로 기자들과 포토타임을 가졌다. 기자는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탈레반을 아무렇지도 않게 촬영할 수 있는 게 신기했다. 지난 8월 15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무혈입성하며 대통령궁에 들어가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앉아 기념 촬영을 한 사진이 전 세계에 배포됐다. 이 사진을 가만히 보면 탈레반들이 아직 카메라 렌즈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 그들은 아직 이슬람 규율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탈레반이 과거와 달리 사진 촬영을 한 이유는 미디어전에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돌아온 탈레반을 전 세계에 홍보하기 위해 그들이 죄악시하던 사진 촬영을 더는 마다할 수 없었다. 탈레반은 각종 SNS와 인터넷 네트워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홍보한다. 탈레반이 2001년 퇴각 이후 처음엔 아랍계 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했다. 알자지라 방송이나 알아라비아 등과 산에서 총을 들고 인터뷰하거나 자신들이 미군을 공격하는 영상 등을 배포하며 탈레반의 건재를 알렸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에 소셜 네트워크가 성장하며 탈레반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성명을 발표하거나 자신들의 홍보 영상을 올렸다. 그러면서 이들은 홍보와 미디어전의 중요성을 서서히 터득한 듯하다.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에서 지난 9월 1일(현지시간) 탈레반 지지자들이 미군 철수 축하행사를 열었다. 탈레반 깃발을 단 헬기가 상공을 날고 있다. / 칸다하르 AFP=연합뉴스 탈레반은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취재하는 언론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상황을 홍보하면서 상당히 정치적인 태도로 미디어전을 전개했다. 카불이 함락된 후 화제가 된 것은 지난 8월 17일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 기자회견이다. 15일 카불이 함락되고 우왕좌왕하는 외신에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의 첫 기자회견이 있다는 안내 문자가 등장했다. 처음엔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진짜 탈레반이 보낸 건지 아닌지 외신 사이에 말이 많았다. 그러나 탈레반이 페이스북 생중계와 유튜브까지 연결한 기자회견장은 서방의 다른 기자회견장과 방식이 다르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자비훌라 대변인은 여성을 존중한다는 내용과 외국 군대와 일한 사람들에 대해 복수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했다. 기자가 본 그 어느 외신 기자회견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광경이었다. 특히 생중계를 통해 기자처럼 현장에 가지 못하는 취재진을 위한 준비를 했다는 점에서 탈레반은 서구사회의 기자회견을 그대로 따라 했다, BBC 생방송 도중 전화 연결까지 탈레반은 카불 현지에 있는 외신들의 취재에 나름 협조하며 전 세계에 나가는 자신들의 뉴스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카불이 함락된 당일인 지난 8월 15일 BBC의 세계뉴스 전문 채널 BBC월드의 앵커는 생방송 도중 갑자기 돌발 상황을 맞이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보도하는 도중 앵커는 “죄송하지만 여기까지 해야겠다. 탈레반 대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밝혔다. 그후 연결된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을 탈레반 대변인이라고 밝힌 사람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더라도 평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카불에 사는 아프가니스탄 국민 모두의 재산과 삶, 안전을 보장한다”고 주장하며 “누구에게도 복수는 없다. 우리는 이 나라 국민의 종복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인터뷰는 급하게 연결된 바람에 휴대전화 스피커폰 기능으로 방송이 이뤄졌다. 이 방송 책임자는 트위터에서 “이런 상황은 방송 인생 중 처음 겪는 일”이라고 밝혔다. 생방송 도중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은 탈레반이 파격적인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반증이다. 아프간의 한 현지 기자는 “탈레반은 미디어룸을 운영하며 많은 인원이 이를 위해 일한다. 내가 본 한곳은 여러개의 TV 모니터를 켜놓고 서방의 방송은 물론 대륙별 주요 방송사의 위성 방송을 시청하며 그날의 탈레반 뉴스를 실시간 체크한다. 탈레반은 더 이상 산에서 투쟁하는 게릴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3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호스트시 거리에 모인 군중이 미국, 영국, 프랑스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의 깃발로 덮인 관을 든 채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이며 아프간전 승전을 자축하고 있다. / 호스트 로이터=연합뉴스 합법 정부로 인정받으려는 이유 탈레반이 미디어에 민감한 이유는 앞으로 탈레반이 세우는 아프가니스탄 정부 때문이다. 탈레반은 자신들의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카불이 함락되며 각국 대사관들이 탈출한 상황에서 탈레반이 직접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 여론전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다. 자신들이 극악무도한 이슬람 무자헤딘으로만 세계가 인식한다면 앞으로 탈레반에게 다가오는 난관이 많다. 우선 경제적인 문제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탈레반이 카불 함락 후 기존 아프간 정부가 남겨둔 국고는 전무했다. 즉 예산이 0인 상황에서 정부를 물려받은 셈이다. 더군다나 미국이 아프간 중앙은행 국외자금 95억달러(약 11조원)를 동결했다. 벌써 아프간 내 생필품과 식료품 등 물가도 무섭게 치솟고 있다. 아프간 주민 하뮨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카불 전체가 암흑이다. 생필품값이 두 배 이상 뛰었고 은행에서 현찰을 인출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아프간 사람들은 모두 패닉에 빠져 있다. 아프간은 이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화폐가 바뀐 적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화폐가 돈인지 뭔지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탈레반은 정부를 구성해 내각이 결성되면 빨리 경제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그러려면 국제사회의 탈레반 정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현 탈레반 정부를 두고 세계 각국은 고심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테러조직인 탈레반인데 합법 정부가 된들 수교 관계나 경제적 협력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 자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조차 아직 탈레반에 대한 관계 설정에 정확한 답을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탈레반 정부가 합법 정부로 인정받아야 악화된 경제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 탈레반의 계산이다. 그래서 아프간에 남아 있는 외국인에 대한 폭력적 행동은 전혀 할 수 없고, 자국의 외국 협력자들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아직은 하지 못할 수 있다. 자칫 탈레반은 역시 테러조직이라는 인식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전쟁에 대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 워싱턴 AP=연합뉴스 탈레반에게만 ‘파격’? 이제는 한 국가의 당당한 정권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탈레반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대폭적인 변화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불 점령 이후 탈레반은 개방적이고 여성과 소수민족에 포용적인 정부 구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서구사회 기준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서로 눈높이가 다르다는 말이다. 탈레반으로서는 파격적인 정부 구성이 서구사회가 봤을 때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탈레반이 세우는 정부는 신정정치 정부이다. 신정정치란 성직자가 정치를 한다는 말이다. 서구사회의 민주주의 정치와 전혀 다른 형태이다. 또 탈레반은 샤리아(이슬람 원리주의)에 기반을 둔 법정과 정부를 세울 것이 당연하다. 모든 것은 샤리아에 기반을 두고 거기에서 조금 변화한 정도를 탈레반 나름의 파격이라고 발표할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이 직장에 다니는 것을 허용한다는 말만 하더라도 그렇다. 서구사회는 이를 두고 평소 직장 다니는 서구사회의 여성을 떠올리겠지만 탈레반 입장에서는 여성이 보호자 없이 직장을 나오게 하는 것 자체가 파격이다. 그래서 직장은 허용하더라도 여성의 직장 내 행동반경을 제약할 것이고, 고위직에 오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로의 눈높이 차이가 있다. 현 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 미국과 서구사회는 예상치 못할 정도의 급변하는 상황을 맞아 당황하고 있다. 이는 20년간 탈레반에 대한 서구사회의 정보와 분석이 많이 빗나갔음을 알 수 있다. 기자가 본 아프가니스탄은 늘 중세시대였다. 중세 사람들과 현재 사람들의 충돌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일의 근본 문제이다. 그래서 서구사회가 아프가니스탄을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20년간 치른 아프간전쟁의 결론은 탈레반의 승리다. 우리 모두 이 혼란의 현대사의 목격자들이다.
- 특집
레이디경향(총 22 건 검색)
- Y2K 무드 붐…즉석 카메라도 돌아왔다
- 2024. 09. 06 18:00 문화/생활
- 폴라로이드(Polaroid)가 2세대 즉석카메라 ‘폴라로이드 나우(Polaroid NOW)’를 새롭게 출시했다. 폴라로이드(Polaroid) 제공 즉석 사진이 Y2K 붐으로 다시 뜨고 있다. 사진의 특유의 물 빠진 듯한 색감과 아날로그적인 미감을 젠지 세대들이 선호하면서부터다. 이에 발맞춰 즉석 사진기 업체 폴라로이드(Polaroid)가 2세대 즉석카메라 ‘폴라로이드 나우(Polaroid NOW)’를 새롭게 출시했다. 폴라로이드 나우는 아날로그적 미학과 현대적인 기능을 갖춘 폴라로이드의 대표적인 클래식 카메라이다. 이번 신제품은 빈티지 화이트와 퍼플 총 두 가지 컬러웨이로 구성되어 클래식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뽐낸다. 특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던 시절의 Y2K 무드를 가득 담았다. 또한 선명한 사진 촬영, 셀프타이머, 이중 노출 모드 같은 듀얼 렌즈 자동 초점 시스템을 지원하는 등 일상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크리에이터에게 최고의 아날로그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폴라로이드의 대표적인 풀-사이즈 즉석 필름 포맷인 ‘폴라로이드 i-Type’ 그리고 ‘600 필름’과도 호환되어 실용성이 높다는 평이다. 수몰렉 웡(Shmolech Wong)과 함께 한 화보. 폴라로이드(Polaroid) 제공 이 밖에도 신제품 출시에 맞춰 폴라로이드 아시아팀은 커뮤니티 홍보대사 수몰렉 웡(Shmolech Wong)과 함께 한 화보를 공개했다. 이번 화보는 홍콩의 전통적인 명소를 배경으로 2000년대 특유의 독특한 온도와 아날로그 감성 그리고 현대적인 분위기의 충돌과 조화를 느낄 수 있다. 한편, 폴라로이드 나우는 9월 6일부터 솔플레이 더현대 서울, 게이즈샵 강남, 게이즈샵 갤러리아 등 국내 공식 판매처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여성 취향 저격, 셀피 카메라
- 2016. 03. 08 17:49 문화/생활
- 간단한 작동법과 콤팩트한 사이즈, 와이파이 기능은 기본에 LCD 화면을 보면서 촬영이 가능하다. 화창한 봄날 ‘셀피’ 찍기 좋은, 여심 뒤흔드는 카메라 컬렉션. 셀피 최적화 올림푸스 PEN E-PL7 미러리스 카메라로 LCD 화면을 아래로 내릴 수 있어 화면 터치로 셔터를 작동시킬 때 사용하기 편하고 시선 처리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LCD 화면을 아래로 내리면 자동으로 셀피 모드로 전환되는데, 이른바 ‘쨍한 얼굴’이라는 표현에 맞는 보정 효과가 생긴다. 초당 8프레임 연사는 물론 3축 손 떨림 방지 시스템이 적용돼 안정적으로 셀피 촬영을 즐길 수 있다. 70만원(전동 줌 렌즈 포함). 예쁜 얼굴 남겨주는 캐논 EOS M10 일명 ‘강소라 카메라’로 불리며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미러리스 제품.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조작이 매우 간단하다. LCD 화면에 촬영 모드 아이콘 목록이 있어 터치로 촬영은 물론 모드 설정이 가능하다. 특히 ‘예쁜 피부 효과 기능’과 7가지 보정 필터 기능으로 더욱 예쁜 얼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59만8,000원(싱글렌즈 킷+고래 파우치+Sandisk SD 8G 포함). 클래식한 디자인의 후지필름 X70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멋스럽다. 색감이 살아 있는 사진이 특징으로 카메라에 대해 ‘뭘 좀 아는’ 남자들이 여자친구에게 추천하는 카메라로 꼽힌다. 터치 패널로 사용할 때 초점 영역 설정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드래그, 옆으로 쓸어 넘기는 스와이프 조절이 가능하다. 89만9,000원. 주머니에 쏙! 캐논 파워샷N2 파우치에 들어갈 만큼 사이즈가 작고 USB 커넥터가 있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다. ‘셀프 인물 사진 모드’를 사용하면 밝기, 예쁜 피부 효과, 배경 흐림 효과, 셀프타이머 기능 설정까지 가능하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연동할 수 있는 NFC 기능을 적용했는데, 카메라와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줌, 타이머 등의 설정 변경이 가능해 전신 촬영이나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유용하다. 28만9,000원. 야경까지 잡아내는 소니 알파 5100 초고속 듀얼 AF 시스템을 적용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피사체를 잡아주는 미러리스 카메라. 컴컴한 곳에서도 초점을 잡기 때문에 멋진 야경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것도 특징. 뷰티 모드로 설정해놓으면 알아서 깨끗한 피부로 만들어주며, 여성들이 좋아하는 토이 카메라 모드, 느낌 있는 일러스트 효과 등 다양한 효과 기능도 갖췄다. 89만9,000원(번들렌즈 포함). 포토샵이 필요 없는 고급 기능 니콘 J5 무게 231g의 가볍고 콤팩트한 사이즈를 자랑하는 미러리스 제품. ‘뷰티 모드’로 피부 보정 효과는 물론 눈과 얼굴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크리에이티브 기능’으로 포토샵 작업을 한 듯 팝아트, 레트로, 노스탤직 세피아 등의 감각적인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고급 동영상 모드로 들어가면 ‘슬로 모션’, ‘패스트 모션’, 일정 간격으로 건너뛰는 ‘점프 컷’ 모드로 재밌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 54만8,000원(파워 줌 렌즈 포함). 다양한 촬영 모드 후지필름 X-A2 미러리스 제품으로 LCD 화면을 위로 완전히 올리면 AF 모드가 작동돼 피사체의 눈에 자동으로 초점이 맞춰진다. 특히 부드러운 톤의 깊이 있는 색감으로 감성적이면서도 색다른 결과물을 안겨주는 클래식 크롬 모드를 포함한 6종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기능을 갖춰 멋진 풍경 사진을 찍기에도 제격. 아트필터, 다중 노출 등 다양한 촬영 모드를 지원한다. 64만9,000원(렌즈 킷 포함). 알아서 척척 파나소닉 루믹스 GF7 미러리스 카메라로 스스로 셔터를 작동하는 기능을 갖췄다. 얼굴을 인식하는 ‘자동 셔터 기능’과 연인이 셀피를 찍을 때 두 얼굴이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셔터가 작동되는 ‘버디 셔터 기능’이 그것. 모니터를 위로 180도 회전할 수 있어 셀피 촬영할 때 유용하며, ‘뷰티 보정 모드’로 얼굴을 갸름하게 하거나 피부를 매끈하게 다듬을 수 있다. 59만9,000원(번들렌즈 포함). <■진행 / 윤미애 기자 ■사진 / 김태환 ■사진 제공 / 올림푸스(1544-3200), 파나소닉코리아(02-533-8452) ■제품 협찬 / 니콘이미징코리아(080-800-6600), 소니코리아(1588-0911),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1588-8133),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1577-4793)>
- 발레리노, 카메라를 들다! 사진가 박귀섭
- 2015. 10. 01 17:00 화제
- 발레리노 출신 사진가 박귀섭은 특이한 이력만큼이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무용수의 몸을 가장 잘 아는 사진가. 그의 렌즈 속에 담긴 실루엣은 춤을 추듯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뿌 리부터 뻗어나간 기둥과 가지가 마치 살아 움직이듯 넘실거린다. 언뜻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 같기도 하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메두사’의 머리 같기도 하다. 사람의 몸이 뒤엉켜 만들어낸 나무 이미지는 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잭과 콩나무」의 나무줄기처럼 금방이라도 하늘을 뚫을 듯 뻗어나갈 기세다. 국립발레단의 무용수 10명이 몸을 포개고 팔다리를 비틀어 형상화한 이 작품은 사진작가 박귀섭(32)의 ‘쉐도우’ 시리즈 중 2번 작품이다. “제목 안에 작품을 가두고 싶지 않다”라며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는데, 사람의 몸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또렷하게 시선을 붙잡는다. 이 작품은 얼마 전 세계적인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의 러시아판 표지로 쓰였다. 책을 받아보고 나서야 작가가 그인 것을 알았다는 박 작가의 말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올봄 러시아의 출판사로부터 제 작품을 책의 표지로 쓰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프랑스 판타지 소설가의 작품이라고만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베르나르 베르베르더라고요.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제 사진을 봤대요. 마침 러시아에서 소설이 나올 예정이었는데, 제 사진을 표지로 하고 싶다고 했다더군요. 아내가 굉장한 팬이거든요. 깜짝 놀랐죠.” 비슷한 시기 미국의 음반사 소니와도 계약을 마쳤다. 얼마 전 발매된 뉴욕의 R&B 가수 ‘LYFE’의 앨범 표지로 우연찮게 미국 진출까지 한 상태다. 세계 곳곳의 러브콜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는 사진작가 박귀섭은 사진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국립발레단 솔리스트로 활약했던 발레리노. 2007년 뉴욕 인터내셔널 발레 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을 만큼 실력도 뛰어났다. 지금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무대를 누비는 발레리노 박귀섭을 볼 수 있다. 고등학교 이후 10년 넘게 발레는 그의 삶 그 자체였다. “중학교 때까지 미술을 하다가 학교 무용 선생님의 권유로 무용을 하게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남자아이들 중에 무용을 하는 아이가 드물었는데 미술보다 더 신나 보이더라고요. 친구들의 놀림을 받으면서도 마냥 좋았어요. 자연스럽게 무용수의 길을 걷게 됐죠.” 전남 목포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란 그에게 무용수의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발레를 업으로 삼겠다는 아들의 말에 1년 넘게 얼굴을 보지 않을 정도로 크게 반대하셨던 아버지는 그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입학하고 난 뒤에야 무용수 아들을 받아들이셨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국립발레단에 입단하자마자 ‘카르멘’의 솔리스트로 지목되는 등 발레리노로 승승장구하던 그가 불현듯 사진작가로 변신한 건 2010년의 일이었다. 사진 속에 응축시킨 몸의 에너지 “춤을 추면서도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컸어요. 패션에 관심이 많아 사업에 눈을 돌리기도 했고요. 발레단에 소속된 발레리노로서 할 수 있는 일과 무대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고민의 답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그가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진을 본 일본의 한 패션 회사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를 해온 것. 단순히 좋아서 취미 삼아 찍던 사진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안 순간 새로운 길이 열리는 듯했다. “제의를 받고 일본으로 가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며 사진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어요. 사진으로 다시 새롭게 나다운 걸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한 뒤 최태지 단장님께 발레단을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죠. 많이 혼났어요. 그동안 해온 게 아깝지 않느냐고요. 그럼에도 하루라도 빨리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발레단을 그만뒀다는 사실에 고향에 계신 아버지가 대로하셨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선 서럽게 울며 다짐했단다.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한 다짐이 무색하리만큼 처음 발을 들여놓은 사진의 세계는 낯설기만 했다. “사진 쪽으로는 연고나 인맥이 전혀 없었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포트폴리오를 보고 먼저 연락을 해온 광고주도 제 이력을 보고 고개를 젓기 일쑤였어요. 제가 생각해도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어본 경력도 없는 사람에게 뭘 믿고 일을 맡기겠나 싶더라고요.” ‘쉐도우’ 연작 시리즈.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스스로 한 결정이었기에 부담감이 더 컸다고.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내겠다는 생각이 강해질수록 이를 악물고 작업에 매달렸다. 그 와중에 무용은 그가 가장 잘 알고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분야였다. “사진에 매혹된 가장 큰 이유가 제 머릿속의 상상을 이미지화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사람의 몸만큼 정교하고 많은 텍스트를 담고 있는 것이 없거든요. 무용수로 살아봤기 때문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연결시켰던 것 같아요.” 국립발레단 동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몇 날 며칠을 씨름해 탄생시킨 작품이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사진으로 담아낸 ‘쉐도우 시리즈’다. 끝없이 뻗어나가는 뿌리, 악보 속의 음표, 검은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는 모두 무용수들의 몸으로 표현해낸 것들이다. 자세하게 들여다보기 전까진 사람의 실루엣으로 만들어낸 형상이란 것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이미지, 그야말로 발레와 사진이 만나 이루는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사람이 언제 어떻게 움직일 때 가장 아름다운지 제때 포착해내는 것이 저의 장점이에요. 타이밍을 아니까요. 보통 무용수들이 10번 점프해야 나올 컷이 두세 번만에 나오거든요. 사진작가로서 피사체를 잘 안다는 건 행운이죠.” 발레는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예술이다. 정지된 순간에 담아낸 이미지에는 무대에서 보는 그것과는 또 다른 에너지가 응축돼 있다. 그의 작품들이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은 그 때문이리라. 처음 작품을 찍을 땐 얼굴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사진 때문에 고생하며 참여해준 발레단 동료들에게 몹시 미안한 마음이었다. 요즘 작품이 여기저기 소문이 나며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마음의 부담을 좀 덜었단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면 고생한 것이 잊힐 정도라고. 예술 작업에 참여하게 돼서 좋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고마울 뿐이다.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러 명이 함께 팀을 이뤄서 하는 작업이 재밌어요.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퍼즐 맞추듯 만들어가는 그 과정이 무척 즐겁고 행복해요. 발레 역시 여러 무용수들이 만들어내잖아요. 그와는 또 다른 희열이 있어요.” 사진과 영상,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멀티 아트 그는 얼마 전 새로운 작업을 마쳤다. 바로 보건복지부의 금연 광고 캠페인이다. 그가 총괄 안무를 맡은 이 프로젝트에는 26명의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참여해 담배를 피우는 순간 뇌와 폐가 받는 고통을 발레로 표현했다. 담배 연기가 몸속으로 들어올 때마다 느껴지는 괴로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쉬 잔상이 가시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모든 사진작품의 영상화 작업을 계획하고 있는 그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안무와 영상 작업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즐거웠어요. ‘쉐도우 시리즈’도 영상화할 계획이 있거든요.” 그의 꿈은 사진과 영상, 퍼포먼스까지 아우르는 멀티 아트를 구현하는 것이다. 댄서만 있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일 생각이다. 특정 개념에 갇히거나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가고 싶다.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하다며 머쓱하게 웃는 그에게서 순수한 열정이 느껴졌다. “필살기는 무용수 사진이지만 딱히 정해진 건 없어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무척이나 많아요. 사진, 영상, 연출도 하고 싶어요. 제 상상 속의 이미지를 밖으로 표출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도전해볼 계획이에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민희(프리랜서) ■사진 제공 / BAKI>
- 秀자매, 착한 카메라 여행을 떠나다
- 2015. 08. 27 15:52 화제
- 열다섯 개의 카메라를 배낭에 가득 넣고 인도 북서부 우다이푸르로 떠났다. ‘카메라 우체부’가 돼 그곳의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들. 권수진·권수정 쌍둥이 자매의 따뜻하고도 특별한 여행기. 삐뚤어진 앵글 안에 환히 웃고 있는 꼬마 아이, 조금은 흐릿한 풍경 속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작은 얼굴들. 어딘가 엉성해 보이지만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태국과 인도의 농촌 마을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이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스물세 살 권수진·권수정 쌍둥이 자매는 얼마 전 태어나서 한 번도 카메라를 접하지 못한 먼 나라의 아이들과 특별한 추억을 나누고 돌아왔다. 쌍둥이 자매가 배낭 안에 15개의 카메라를 나눠 담고 인도 북서부 우다이푸르로 떠난 건 대학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지난 3월이었다. “둘 다 고등학교 때부터 여행에 관심이 있었어요. 특히 공정여행에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 좋은 뜻을 가지고 함께 여행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우연히 「여행하는 카메라」라는 책을 통해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의 아이들에게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주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알게 됐어요. 책의 마지막에 ‘카메라 우체부를 모집합니다’라는 글을 보고 우리가 우체부가 돼보기로 했죠.” 책의 저자인 김정화 작가에게 자문을 구한 두 사람은 곧 여행 준비에 돌입했다. 목적지는 인도와 태국으로 각각 3주간의 일정이었다. 2박 3일 짧은 휴가여도 준비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카메라를 들고 이국의 낯선 아이들을 찾아가는 과정은 준비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우선 필요한 것이 카메라이고, 현지에서 아이들과 접점이 돼줄 사람도 찾아봐야 했다. “카메라는 주위에서 알음알음 보내주셨어요. 흔히들 ‘똑딱이’라고 하는 조그만 자동카메라예요. 찾아보니 저희 집에도 안 쓰는 디지털카메라가 있더라고요. 인터넷 여행 카페나 사이트를 통해 현지에서 NGO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메일을 보내 저희 뜻을 말씀드렸어요. 취지에 동감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셨죠. 봉사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찾아와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가는 사람들이 많대요. 여행을 준비하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알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을 도와주러 가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는 일을 하러 가는 거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20대 초반의 두 딸이 인도 빈민가로 배낭여행을 떠난다니, 2년 전 큰딸 수진이 홀로 인도 여행을 떠났을 때 한창 마음을 졸이셨던 아버지의 반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자매는 머리를 맞대고 묘수를 짜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보내드린 제주도 여행에서 좋은 분위기를 틈타 승낙을 얻어내는 데 성공.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었다. 출발 일주일 전, 여행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진행했던 소셜펀딩이 무산되며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3개월 동안 여행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때 모은 돈에 소셜펀딩으로 경비를 충당할 계획이었는데 모금이 무산되며 위기를 맞았죠. 다시 모금을 시작하기엔 시간이 없었고. 결국 현지에서 쓰는 경비를 최소화하기로 하고 일단 떠나기로 했어요.” 막내 여동생과 10년 지기 친구도 합류, 총 네 사람은 15개의 카메라를 배낭에 나눠 메고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떠나는 기분이 어땠을까? 나름 비장한 질문에 하이톤의 웃음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카메라와 충전기가 어찌나 무겁던지, 14kg짜리 배낭을 하루 동안 메고 다니다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기절할 뻔했어요(웃음).” 카메라 렌즈 너머 아이들이 준 선물 자매가 인도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은 인도 북서부 우다이푸르 지역의 빈민가 아이들이었다. 초호화 호텔이 즐비한 화려한 도시 이면에는 어려운 가정환경에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조용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전까지 한 번도 카메라를 만져보거나 사진 속 주인공이 돼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날아온 선물은 마냥 신기한 물건이었다. “묵고 있던 게스트 하우스 옥상을 아지트 삼아 아이들에게 카메라 다루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카메라는 15대뿐인데 동네 아이들이 다 몰려왔을 정도로 호기심이 많더라고요. 처음 카메라를 잡은 아이들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아이들이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걸 참 좋아하거든요. 플래시만 터지면 까르르 웃음도 같이 터져요.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그간 준비하며 힘들었던 게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더라고요. 오길 잘했구나 싶었어요.” 아이들에게 카메라는 어려운 물건이 아니었다. 금세 카메라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자신과 가족, 친구, 풍경이나 물건 등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사진을 찍은 뒤에는 왜 그것을 찍었는지, 찍으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그날의 사진 일기도 썼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가장 멋지다고 생각되는 나의 표정’, ‘가장 좋아하는 친구’ 이런 식으로 미션을 줘요. 한번은 ‘꿈’에 대한 미션을 준 적이 있는데 한 아이가 ‘저는 군인이 돼서 인도를 지킬 거예요’라고 썼더라고요.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인 줄 알았는데 생각도, 속도 참 깊구나 싶었어요. 태국에서는 여덟, 아홉 살 아이들이 ‘우리는 자연의 소중함을 느껴야 한다’라고 사진 일기를 써요. 태국 아이들은 불교의 영향 때문인지 자연을 참 소중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아이들을 보며 저희도 배우고 느낀 게 참 많아요.” 물론 환경적으로는 고된 여행이었다. 네 사람의 하루 예산은 1만원. 여행 경비를 최소화하다 보니 식비가 모자라 감자와 토마토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45℃에 육박하는 태국의 더위도 예상치 못한 강적이었다. “3월에는 인도를 다녀오고 4월에는 태국에 갔는데, 당시 현지 기온이 45℃였어요.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라고 하더라고요. 날은 덥지, 배는 고프지, 너무 일찍 일어나면 배고프니까 늦게 일어나자 했을 정도예요(웃음).” 힘든 일도 많았지만 아이들과 카메라로 소통하고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아이들이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었을 때 자기가 찍은 사진이 전시된 걸 보고 폴짝폴짝 뛰며 좋아하던 모습, 카메라를 보고 배시시 수줍게 웃던 미소, 맑은 눈망울과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까지, 이번 여행을 통해 두 사람은 많은 걸 얻어왔다고 말한다. “인도에서 숙소에 매일 놀러 오던 여자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 꿈이 가수였는데, 하루는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중에 가수가 돼서 언니들처럼 다른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그때 정말 감동했어요. 태국에서 떠나기 전 아이들에게 편지를 받고 울었던 기억도 나고요. 사람들은 저희가 봉사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는데,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주고 온 것보다 아이들이 저희에게 준 게 더 많아요.” 이제 20대 초반인 자매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더 많은 이들과 나누며 사는 삶’을 살고 싶다는 자매의 인생관에 확신을 심어준 값진 경험이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사진 제공 / 권수정, 권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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