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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9,239 건 검색)

[정동칼럼]흉기가 되어버린 경찰
2024. 12. 26 21:27오피니언
내란의 밤.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던 건 군대보다는 경찰이었다. 군대는 윤석열의 의도와 달리 우왕좌왕했고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전현직 사령관들은...
정동칼럼오창익
[정동칼럼]‘예고된 참사’ 윤 정권을 돌아본다
2024. 12. 25 20:55오피니언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은 두 번 반복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두 번째는 희극으로.” 카를 마르크스의 유명한 이 말은 이제 고쳐야 한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은 세 번 반복한다....
정동칼럼윤석열계엄분노조절장애핏대탄핵
[송두율 칼럼]친위 쿠데타의 운명
2024. 12. 24 21:01오피니언
한국 시각보다 9시간 늦은 포르투갈 12월4일 아침, 내 휴대폰에 ‘급보, 비상계엄령’이라는 문자가 갑자기 보였다. 하도 맹랑한 내용이라서 나는 가짜뉴스겠지 생각하면서 외신을 점검했다. 한데, 놀랍게도...
송두율 칼럼송두율
[정동칼럼]추위 속 반짝이는 웃음의 정치
2024. 12. 23 21:52오피니언
기발한 문구의 깃발들, 다채로운 응원봉들, 그리고 흥겨운 노래들. 지난 12월3일 계엄령 선포 이전까지 전혀 상상치 못한 조합들이었다. 12월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이...
정동칼럼김관욱

스포츠경향(총 199 건 검색)

끊임없이 나오는 김하성의 샌프란시스코행 가능성···美 칼럼니스트 “연봉 총액 줄이고픈 SF, 김하성이 더 어울리는 선택”
2024. 12. 03 11:44 야구
김하성. 게티이미지코리아 김하성의 행선지로 연일 이정후가 뛰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최유력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디애슬레틱’의 켄 로젠탈은 2일 자신의 칼럼을 통해 현재 메이저리그(MLB)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예상하며 샌프란시스코의 행보를 예측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유격수 보강이 절실한 팀이다. 타일러 피츠제럴드라는 좋은 대안이 있긴 하지만, 버스터 포지 샌프란시스코 사장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피츠제럴드는 유격수가 아닌 2루수로 가는 것이 낫다”며 유격수 영입을 예고하고 있다. 현 F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유격수 최대어’인 윌리 아다메스와 김하성이다. 현재 어깨 수술을 받은 김하성은 내년 시즌 개막전 출전은 어렵다. 하지만 로젠탈은 “어깨 부상이 없었더라도 타격에서 아다메스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김하성보다 아다메스를 더 높이 평가했다. 김하성. 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오프시즌 우선 과제 중 하나가 연봉 총액 삭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럴 경우 몸값이 날로 치솟고 있는 아다메스 영입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로젠탈 역시 “샌프란시스코의 최선의 선택은 아다메스다. 하지만 언론에서 나온 것처럼 샌프란시스코가 연봉 총액을 줄여 돈을 아끼려는 입장이라면 (아다메스보다) 김하성이 더 어울리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김하성 역시 예상을 깨고 상당한 수준의 계약을 받을 것으로 주요 매체들이 전망하고 있다. 퀄리파잉 오퍼(QO)를 제시받지 않아 영입하더라도 드래프트 지명권을 내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샌프란시스코 입장에서는 주전 유격수 출발을 피츠제럴드로 하더라도 이후 김하성이 복귀하면 2루수 피츠제럴드-유격수 김하성 시나리오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김하성. 게티이미지코리아
전직 단장 출신 칼럼니스트가 바라본 김하성의 행선지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아니면 샌디에이고가 될 것”
2024. 11. 30 15:43 야구
샌디에이고 김하성. AFP연합뉴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오퍼를 기다리고 있는 김하성. 2024시즌 부진했고, 어깨 수술로 내년 시즌 초반 결장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계약은 받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예상보다 시장 상황이 그에게 나쁘게 돌아가고 있지는 않다. 관건은 김하성의 행선지다. 이를 두고 과거 신시태티 레즈와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단장을 지냈던 글로벌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 짐 보든이 흥미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보든은 30일 디애슬레틱에 기고한 칼럼에서 “김하성과 폴 골드슈미트를 영입할 팀은 어디일까”라는 팬의 질문에 “김하성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또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가거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다시 계약할 것 같다”고 답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일찌감치 김하성의 행선지 중 하나로 예전부터 꼽혀온 팀이다. 베테랑 유격수 브랜든 크로프드가 은퇴한 샌프란시스코는 마땅한 주전 유격수가 없는 상황이다. 타일러 피츠제럴드가 지난해 잠깐 유격수를 맡아 좋은 활약을 하기는 했지만, 버스터 포지 샌프란시스코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이 “피츠제럴드는 장기적으로 2루수로 가는 것이 낫다고 본다”며 유격수 영입 가능성을 드러냈다. 김하성. 게티이미지코리아 디애슬레틱도 지난 26일 김하성이 “김하성의 샌프란시스코행은 시점의 문제다. 샌프란시스코가 김하성을 영입할 이유는 12개 정도 된다”며 김하성의 샌프란시스코행을 유력하게 보기도 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에는 키움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이정후도 있고, 샌디에이고 시절 김하성을 지도했던 밥 멜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애틀랜타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강자로, 매년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강팀이다. 올해 애틀랜타의 주전 유격수는 올랜도 아르시아였는데, 아르시아는 수비는 그럭저럭 잘 했으나, 타율 0.218과 OPS 0.625라는 스탯이 말해주듯 타격에서는 큰 힘이 되지 못했다. 애틀랜타 역시 이전부터 김하성의 행선지로 꼽혀오던 팀 중 하나다. 원소속팀인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이 친숙하고 적응도 필요없는 팀이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샌디에이고가 신청할 것이라 생각됐던 퀄리파잉 오퍼를 굳이 신청하지 않았다는 점은 샌디에이고가 김하성 영입을 그리 무겁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봐야 한다. 김하성. 게티이미지코리아
[건강칼럼] 두통의 위험 신호… 이럴 땐 병원 찾아야
2024. 11. 28 18:06 생활
주부 강 씨(60대, 여)는 며칠 전부터 아팠다 안아팠다 반복되는 두통이 있었다. 진통제를 먹고 지켜봤지만 머리 속이 깨질 듯한 통증에 병원을 찾아야 했다. 뇌CT 검사 결과, 다행히 이상이 없다고는 하는데, 경험해보지 못한 통증에 불안했다. 직장인 정 씨(40대, 남)는 최근 평상시에는 괜찮다가 운동만 하면 두통이 생겼다.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거나 순간 힘을 줄 때 두통이 생겨 운동을 쉬어야 할 지, 병원을 가봐야 할 지 고민이었다. 두통은 누구나 흔하게 겪는 증상으로, 대부분 가볍게 넘기거나 진통제 등으로 통증을 가라앉히며 단순 통증을 여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특별한 원인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두통이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두통이 참기 힘들 만큼 심하거나 발생 빈도가 잦아진다면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두통의 원인이 뇌질환일 경우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기거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두통이 발생했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평소에는 괜찮다가 운동만 하면 두통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운동으로 인해 유발되는 두통은뇌혈관질환이나 기형, 종양 등 구조적 병변이나 심혈관 질환과 연관될 수 있어, 신경영상검사를 시행하여 뇌 실질 및 뇌혈관 질환을 감별해야 한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두통이 점차 심해지고 졸음, 구토, 감각이상 등을 동반한다면 뇌질환의 원인일 수 있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뇌질환이 발생한 경우, 대표적인 증상으로 미처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미약한 두통에서부터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양상의 강한 두통도 느낄 수 있고, 동반 증상으로 오심과 구토 증상 또는 취한 듯 휘청거리는 어지럼증, 시야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이 발생한 경우 위중한 질환이 기저에 있을 수 있어 최대한 빨리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두통이 일시적으로 발생하면 약물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다만 두통을 유발하는 특정 요인이 있는 경우라면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이를 피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두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수면의 양과 질을 조절하며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성근 칼럼] KBO에 고언, 프리미어12 어떤 사명감으로 나갔나
2024. 11. 24 15:44 야구
최강야구 몬스터즈 감독으로 선수들에게 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아마추어 선수들에 지지 말자, 창피당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너희들 모두 스물다섯 여섯 살 때 대한민국 베스트멤버였다. 진다는 건 창피한 일이다. 그러려면 더 열심히 하자”고 했다. 어느 순간 보니 베테랑들이 이 얘기를 다시 하고 있었다. 어디서도 마찬가지다. 프로는 이겨야 한다. 한국야구는 국제대회에서 또 졌다. 몇 년째 같은 흐름 속에 있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는 우리 대표팀에서 여럿이 빠졌다. 군사 훈련 때문에 빠졌고, 부상으로 또 빠졌다. 아프면 우리는 그냥 쉬어버린다. 배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 그래서 시합에 나가지 못한다. 또 그러니 살이 찐다. 악순환이 계속된다. 가장 중요한 건 사명감이다. 과거 일본 오치아이(주니치 전 감독)는 부상 뒤 회복 과정에서 일주일이 필요하면 그 기간을 사흘로 단축하려 훈련 내용을 빡빡하게 바꾸곤 했다. 그런 의식 있는 선수가 있나 싶다. KBO도 문제가 있다. 일본은 리그의 투타 톱클래스 선수들이 다 나왔다. 우리는 왜 세대교체를 내걸고 야구를 하는지 모르겠다. 대표팀 경기를 전면 세대교체 무대로 여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톱클래스를 내면서 세대교체는 필요한 곳 몇 명만 하면 맞는 것 아닌가 싶다. 이기기 위해 야구를 하는 것이다. 지려고 야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KBO는 이런 의식이 너무 모자랐다. 세대교체라는 타협적인 이야기부터 나온 이유였다. 세상 모든 일이 타협으로 시작하면 결국엔 맨 앞에 갈 수 없다. 지난 15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일본전에서 패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 결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대표팀은 이런 패턴을 몇 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일본전 때 우리 주전 마무리(고우석)이 마지막에 맞아 졌다. 그 후에 KBO부터 무슨 준비를 했나, 싶다. 이번에 일본전에서는 5회 (불펜진이) 또 맞았다. 누가 맞았다, 그 얘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 타이밍에 2가지, 3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그냥 순간만 넘어가면 되는 줄 안다. 이번에 일본에 진 것은 실력으로만 진 것이 아니다. 준비에서 졌다. 또 대표팀이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면, 이 멤버가 2년 뒤 3년 뒤 그대로 대표팀으로 올라오는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2026년 WBC에 지금 이 선수들 데리고 싸울 수 있나 싶다. KBO는 모호하고 안이하다. 2~3년 사이 대만도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대만은 미국에서 선수들을 데리고 온다. 그 선수들을 내세워 시합에 나왔다. 우리는 ‘이번에는 괜찮겠지’, 하는 분위기로 나갔다. KBO부터 대회를 준비하는 태도가 나빴다. 야구장으로 관중이 모이는 건 고마움이지만, 고마움에 어떻게 답해야 한다는 점에 대한 깊은 의식이 필요하다. 프로는 프로다운 야구를 해야 한다. 그런데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아온 많은 관중 앞에서 ‘역시 프로는 이런 거구나’라고 공감할 수 있는 경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관중 숫자와 팬들 성원에 도취해 있으면 안 된다. 그에 맞는 기술을 보여야 하는데 기술이 모자라다. 금방 사라질 수 있는 숫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예전 톱클래스들은 ‘제일 중요한 건 기술’이라고 했다. 요즘 우리 선수들이 시즌 끝나고 마무리캠프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듣고 있으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어떤 구단은 ‘나이 먹은 선수들은 연습 안 나와도 된다’는 식이라고 들었다. 이는 비단 선수 개인 문제만은 아닌 듯싶다. 올해 프로야구에서는 KIA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어떤 팀도 KIA를 압박하지 못했다. 전체 구단들이 과연 어떤 의식을 갖고 있었나 싶다. 우리 프로야구를 보면 각 구단이 살아가려는 방법이 비슷해져 있다. 돈으로 선수를 사서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방법이 보편적인 길이 되고 있다. 가령, ‘우리는 연습이다. 또 무엇이든 해야한다’는 의식으로 아침부터 바보처럼 훈련하는 팀이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과거 태평양 감독으로 있을 때 “뒤에서 손가락질받는 선수가 되지 말자”는 얘기를 했다. 그때 태평양 선수들은 “집에 가면 창피하다”고 했다. 매일 지는 팀의 선수로 야구장 밖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이고 창피했던 것이다. 그래서 “뒤에서 손가락질 받지 말고 앞에서 손짓 받는 선수가 되자”고 했다. 지금 프로야구에서는 ‘이 선수는 돈만 많이 받고’, 하는 식으로 손가락질 받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으면 안된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만큼 수치심을 가져야한다. 프로야구의 최대 가치는 돈이 아니다. 사명감 그리고 명예다.

주간경향(총 924 건 검색)

[IT 칼럼] 부정선거 음모론의 달콤한 중독성(2024. 12. 20 15:00)
2024. 12. 20 15:00 경제
지난 12월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공개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찍힌 CCTV 화면 / 연합뉴스 부정선거 음모론은 달콤하다. 내 답답한 처지를 남 탓으로 돌릴 수 있어서다. 그래서 그런지 현실에 승복하기 싫어지는 음모론자들은 주기적으로 진영을 막론하고 등장한다. 하지만 3·15 부정선거라는 역사가 알려주듯 선거 조작이야 하려면 해볼 수야 있지만 들키지 않는 일은 쉽지 않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결국 터무니없는 짓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바로 드러나고 만다. 다 함께 무지몽매했던 시기라면 벌여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학교 교육을 받은 이들이 선거 과정에 참여하는 현대사회에서는 힘든 일이다. 끊임없이 전 세계 각국에서 심심치 않게 부정선거 음모론이 대두되지만, 문명국이라면 하나같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 이유다. 그런데도 선진국에서조차 부정선거론이 시들지 않는 이유는 전산이라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 개념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원래 이해하지 못하는 건 의심하게 된다. 엑셀 장표의 숫자를 바꾸듯 누군가가 손쉽게, 그리고 흔적 없이 혼자서라도 부정선거를 해치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버린다. 해커가 침투해서 명령어를 치니 휙 결과가 바뀌었으리라 순진하게 믿어버린다. 하지만 하다못해 결산서 하나도 숫자 하나가 바뀌면 여기저기가 뒤틀리면서 아귀가 맞지 않게 된다. 데이터란 이처럼 서로를 보정하도록 설계되게 마련이라서다. 겹겹이 가동 중인 로깅(일련의 정보 제공기록인 로그를 생성하도록 시스템을 작성하는 활동)과 모니터링을 속여야 하는 일까지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데이터 조작은 고도의 두뇌를 써야 하는 일이다. 타인의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서 헤집어 놓고 파괴하기는 쉽다. 그러나 남의 집에 침투해서 아무도 모르게 인테리어를 새로 해놓고 주인도, 방문자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30만명이 관여하는 개표와 집계 과정이니 조직적 가담을 이야기하려면 전제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말이 있다. 건전한 사고 추론의 나침반으로 유명한 방법론인데,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정을 도려낸 가장 깔끔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컴의 면도날은 달착륙 음모론을 예제로 자주 설명된다. 달착륙 기념사진에서 별이 보이지 않는 건 카메라 노출의 문제라든가 성조기에 주름이 간 건 꽂는 순간의 반동이라든가 이처럼 훨씬 간명한 설명이 있는데, 수많은 인원이 동원돼 비밀리에 달착륙을 날조했으리라 가정하는 건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논리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러셀의 찻주전자’도 있다. “화성 궤도를 도는 주전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그 반대의 증거를 제시할 필요는 없다”는 말로, 불필요한 가정은 그걸 주장하는 사람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문제는 이러한 과학적 사고와 논리적 추론의 상식적 원칙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 내 마음에 맞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란 힘든 과제라서다. 그들은 근거를 제시하는 대신 새로운 망상을 자신의 근거로 삼아 나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현실의 과학은 사치가 된다. “서버를 까”라고 외치지만 그 서버를 들여다볼 능력도 없다. 전산을 이해할 능력이 있는 이들은 오컴의 면도날이나 러셀의 찻주전자를 알고 있으니 그 세계에 기웃거리지 않아서다. 결국 군까지 동원해 사진이라도 찍어 오라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라도 상관없다. 잠시라도 기분이 풀린다면. 음모론은 그렇게도 중독적이다.
IT칼럼
[메디칼럼] 전공의들이 ‘반국가 세력?’(2024. 12. 13 15:00)
2024. 12. 13 15:00 건강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이 지난 12월 8일 서울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의료계엄 규탄 및 의료개혁 철폐’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2024년 12월 3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을 들었다가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뉴스를 접했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바로 TV를 틀어 뉴스 채널을 돌려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밤에 기습적으로 계엄령을 발포하는 장면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구체적인 종북 반국가 세력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척결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한다고 했다. 밤 11시가 지나자 계엄사령부에서 제1호 포고령이 발포됐다. 그중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말한 반국가 세력 중 하나는 확실해졌다.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 그중에서도 전공의들은 ‘패악질을 일삼은 반국가 세력’임이 틀림없었다. 사직한 뒤 개인병원에 취직해 있는 전공의 한 명에게서 카톡이 왔다. “계엄령이라는데 이게 뭘까요?” 나는 우선 안심시켜줬다. “걱정하지 마라. 48시간 이전에 윤석열이 먼저 끝장날 거다.” 계속해서 사람들과 통화하고 연락하면서 TV를 보다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는 것을 보고 나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계엄은 이미 끝나 있었다. 그 이후 계엄령이 내려지게 된 전모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아직 모든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니나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은 이미 음모론에 빠져 정상적인 판단이 되지 않는 상태인 것은 틀림이 없다고 알려졌다. 그가 대통령직에 있다는 그 자체로 국가는 이미 예측할 수 없는 위기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시 등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44년 만에 비상계엄령을 내리는 사람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참담했다. 이미 전공의들은 사직하고 개인병원 등에 취직해서 일하는 상황이고, 그 사직도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때문에 사직서를 내고도 3개월 동안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지난 6월 초에 정부가 스스로 명령을 철회하고 나서야 수리가 됐다는 사실을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파업하고 있는 전공의를 계엄법에 의해 처단’하겠다는 이 포고령 제5조가 어떻게 쓰였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 생각이 누구에게서 나왔는지는 알 것 같다. 2024년 12월 현재, 남아 있는 전공의들은 각 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있으며, 2024년 2월까지 일하던 대다수 전공의는 지금 그 자리에 없다. 결코 파업 중이 아니고, 개인병원 등에 취직해 있든지, 의료계가 아닌 다른 직장을 구했든지, 또는 쉬고 있다. 이를 잘 모르는 시민들이 ‘현재 의료파업 중이다’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무지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 위헌적 규제 받는 전공의를 ‘악마’로 묘사 2024년 5월에 해외직구 금지를 검토한다는 뉴스에 민심이 흉흉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의사들은 이미 그런 식의 규제에 매우 익숙했다. 당시 인턴 의사들은 의대 졸업 후 의사 면허증을 취득하고 아직 병원 구경도 못 해봤는데 진료 유지명령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도 병원에 무단결근하는 상태였다. 우리 병원의 전공의들은 매년 근로계약서를 갱신하는데도 불구하고, 사직서를 내고도 또 근로계약서도 없는 상태에서 진료 유지명령을 받고 다른 곳에 취직도 못 하고 마이너스통장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당시 여론도 이런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기는커녕 전공의들을 환자를 버린 악마들로 묘사하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다가 계엄령이 떨어지자 비로소 이 정권의 무도함을 국민도 느끼고 있다. 의사들은 군인, 판사, 검사, 교사와 같은 공무원이 아니며 의사의 양성과정에서 세금이 직접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진료 유지명령과 같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헌 소지가 있는 규제를 받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도 의사들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는 ‘장기판의 말’과 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듯하다. 올해 들어 많은 대학병원 교수가 그만두었는데, 특히 우리 외과에서 가장 많은 응급수술을 하던 교수의 사직 이야기는 매우 분통이 터진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던 그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소식을 언론이 전 한 뒤 한 기자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에게 이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박 차관은 “그만두는 그 교수라는 분은 정식 교수가 아니라서 의료공백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방송에서 그 장면을 본 당사자는 당장 그만두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우리 병원에서 가장 많은 응급수술을 하며 많은 생명을 구했던 그 교수는 그렇게 우리 병원을 떠났다. 정상적이지 않은 대통령과 그런 대통령에게만 충성한 정부가 만든 의대 증원 정책이 한국 의료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출구조차 아직 보이지 않는다.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받아야 할진 데, 친위쿠데타로 내란을 획책한 대통령을 가만히 둘 수 없다. 하물며 막말을 일삼고 대화할 수 없던 의협회장도 탄핵당했다.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정권이 교체된다고 한들, 갑자기 희망스러운 미래를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망가진 폐허 위에서 새로운 기초를 쌓아야 할 때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야 한다면, 늘어나야 한다. 미용 또는 실손보험이 그렇게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올바른 정책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어떠한 정책을 시도하더라도 비상계엄을 선포하듯이 그렇게 하면 또다시 망할 수밖에는 없다.
메디칼럼
[IT 칼럼] ‘소라’가 특별한 다섯 가지 이유(2024. 12. 13 15:00)
2024. 12. 13 15:00 경제
오픈AI의 동영상 생성형 인공지능(AI) ‘소라’가 생성한 영상 섬네일 / 출처: sora.com 지난 12월 9일 오픈AI의 동영상 생성형 인공지능(AI) ‘소라(Sora)’가 드디어 출시됐다. 챗GPT 플러스 및 프로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소라’는 텍스트 프롬프트(명령어)만으로 최대 20초 길이의 고품질 동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 소라가 특별한 관심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뛰어난 영상 품질과 자연스러움이다. ‘소라’는 기존 AI 동영상 생성 도구들과 차별화되는 놀라운 수준의 영상 품질을 보여준다. 특히 드론으로 촬영한 듯한 풍경 영상이나 자연경관을 매우 사실적으로 구현해 낸다. 전문가들의 평가에 따르면, 추상적인 예술 작품이나 클레이메이션 스타일의 애니메이션 제작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둘째, 혁신적인 편집 기능이다. ‘소라’는 단순한 영상 생성을 넘어 포괄적인 편집 도구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스토리보드 기능을 통해 여러 AI 영상을 타임라인에 배치할 수 있으며, 기존 영상의 확장이나 수정까지 가능하다. 특히 ‘블렌드’ 기능을 통해 두 개의 동영상을 하나의 동영상으로 자연스럽게 변환하는 기능, 새로운 스타일로 영상을 리믹스하는 강력한 기능도 제공한다. 셋째, 직관적인 사용성이다.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도 원하는 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 ‘소라’의 인터페이스는 매우 직관적이다. 카메라 앵글, 렌즈 선택, 조명 설정, 시각적 스타일, 구도 등 세부적인 요소까지 텍스트로 지정할 수 있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고품질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넷째, 강력한 기업 지원과 발전 가능성이다. 오픈AI는 지난 10월 66억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기업 가치는 1570억달러로 평가됐다. 이는 스페이스X와 바이트댄스에 이어 스타트업 중 세 번째로 높은 기업가치다. 이러한 탄탄한 재정적 기반은 ‘소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더불어 향후 더욱 혁신적인 기능 추가를 기대하게 만든다. 다섯째, 안전성과 윤리성 강조다. ‘소라’는 출시 전부터 윤리적 문제와 오남용 방지를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모든 생성 영상에 워터마크를 삽입하고, 실제 인물이 등장하는 영상 생성을 제한하는 등 책임 있는 AI 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소라’는 챗GPT의 성공을 발판으로 삼아 여러 이점을 누리고 있다. 챗GPT는 첫 공개 후 2년이라는 기간 동안 텍스트 생성에서 이미지 인식, 음성 지원까지 빠르게 발전해왔다. 챗GPT의 뛰어난 언어 이해력 덕분에 ‘소라’는 사용자의 프롬프트를 보다 정확하게 해석하고, 이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이점이다. 챗GPT 유료 사용자만 ‘소라’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챗GPT는 올해 27억달러의 매출을 예상하는데, 이는 2023년 7억달러에서 상당히 증가한 수치다. 월 구독료를 지불하는 챗GPT 플러스 사용자 수는 약 1000만명으로 파악되며, 무료 사용자를 포함한 주간 활성 사용자 수는 최근 3억명을 넘어선 상태다. 오픈AI는 2025년 10억 사용자 확보라는 야심찬 수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과연 오픈AI가 여러 도전 과제를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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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권력의 교잡(2024. 12. 06 15:40)
2024. 12. 06 15:40 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가 지난 11월 19일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장면 1. 일론 머스크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농촌지역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을 위한 보조금 정책(Bead 프로그램)에 비판적이었다. 424억5000만달러라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 농촌 오지에 ‘유선’ 인터넷망을 깐다는 발상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그의 의견에 동조하며 이 프로그램을 재고할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이 보조금 정책이 후퇴하게 되면 득 볼 기업이 한 곳 있다. 위성 기반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가 운영 중인 ‘스타링크’는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저궤도 인공위성으로 인터넷을 연결해준다. 이미 5000기 이상의 위성군이 지구 위를 떠다니며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굳이 비싼 유선 인터넷망을 구축하지 않아도 소외된 지역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가 있다. 스페이스X는 2023년 이 프로그램에 지원해 9억달러의 보조금을 신청했지만, 기준 속도를 만족시키지 못해 탈락했다. 장면 2. 머스크는 지난 11월 말 자신의 X 계정에 “CFPB 삭제. 중복 규제 기관이 너무 많다”라는 글을 올렸다. CFPB는 미국의 소비자금융보호국이다. 이 기관은 미국 금융 소비자들을 대형 은행, 대출업체, 핀테크 기업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주된 임무다. 하지만 CFPB는 예전부터 실리콘밸리 핀테크 스타트업들엔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였다. 2022년 사기성 마케팅 대출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핀테크 스타트업 ‘렌드업’을 문 닫게 해서다. 당연히 머스크의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없다. 머스크가 소유한 X는 작년부터 디지털 금융 서비스 허브로 시장을 확장하겠다고 공표한 터라 CFPB는 그의 사업 행보에 대표적인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마침내 실리콘밸리의 머스크가 워싱턴의 정치권력을 손에 넣었다. 그는 곧 출범할 트럼프 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위원장에 지명돼 정부 예산을 초슬림화하는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그의 X 계정은 벌써 미국 연방 공무원들의 관찰 대상이 되고 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미국 공무원의 목숨줄과도 직결돼서다. 트위터를 인수하며 직원의 50%를 해고한 사례처럼 정부에서도 실리콘밸리식 ‘칼질’이 보편화할까 벌벌 떠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칼날은 명분상 정부 규제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규제 해소의 과실이 본인 소유 또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돌아간다. 누가 봐도 이해 상충 소지가 다분하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는다. 여느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처럼 자신만이 세계 최고의 효율과 혁신을 주도할 인재라고 믿는다. 실리콘밸리 DNA가 정치권력의 그것과 교잡하게 되면 이러한 이해 상충은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정부 계약을 통해 창출한 누적 매출액이 무려 154억달러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20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기술과 정치권력 간 ‘욕망의 짝짓기’가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트럼프 2기 정부에서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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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경향(총 75 건 검색)

[칼럼]동기부여가 팀워크와 기회를 만든다…더배럴 박상진 대표
2022. 11. 10 14:01 문화/생활
콘텐츠 전문기업 ‘더배럴 컴퍼니’ 박상진 대표는 재출발이 망설여질 때 주변의 작은 도전부터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도전은 곧 동기부여다.2000년대 초반 스페인 축구 구단 레알 마드리드는 갈락티코(galactico·은하수) 전략을 세웠다. 베컴, 피구, 호나우두, 지단 등 스타 플레이어를 대거 유입해 팀을 결성한 것이다. 마블 영화의 어벤저스처럼 어마어마한 조합이었다.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갈락티코는 유럽 리그를 제패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모을 조직력, 즉 팀워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리 뛰어난 개인들이 모였더라도 팀워크 없이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을 준다. 팀워크는 스포츠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알려져 있지만 기업 등 모든 조직에 필요하다. 이제 4년 차를 향해 달려가는 촬영 전문 기업 ‘더베럴’도 예외는 아니다. 더베럴은 모델 에이전시, 아티스트 컴퍼니로 시작해 스튜디오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최근에는 프로덕션도 운영하고 있다. 프로덕션 사업은 내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더베럴의 촬영 서비스에는 영상 작업도 포함되어 있지만 작년까진 외주로 진행했다. 그렇다 보니 광고주들에게 자부심을 갖고 자사를 적극 피력하기 어려웠고, 이를 계기로 프로덕션 운영을 결심했다. 촬영감독, 편집자, 기획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해 팀을 꾸렸으나 초기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로 합이 맞지 않아 소품이 누락되거나 촬영이 지연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팀워크에 문제가 있으니 일을 추진할 때 자신감이 떨어지고 결과물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지 못했다. 헨리 포드는 “같이 모이는 것은 시작을 의미하지만 같이 협력해서 일하는 것은 성공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내게도 팀이 협력해서 함께 뛰도록 만드는 전략이 필요했다. 고민을 거듭하며 생각한 방법은 영상 공모전 출품이었다. 상업 촬영은 일정한 수익과 목표치가 있고 압박이 큰 작업이다. 나는 팀원들이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나 서로 합을 맞추고 자신감도 키울 수 있는 경험을 하길 바랐다. 대학 시절 조별 과제나 열정 넘치던 업계 초년생들처럼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 말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우리는 근 1년 사이 총 13개의 공모전에 도전했다. ‘제2회 컴포트랩 영상 공모전’ ‘2022 창원 미디어 페스티벌’ ‘제7회 미추홀구 영상공모전, 홀며들다’ 등 5개의 공모전에서 수상했고, 5개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수상을 기대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좋은 결과가 저절로 따라오니 직원들 모두 상당히 고무되었다. 기획부터 촬영까지 어느 하나 공들이지 않은 것이 없지만 가장 의미 깊은 작업을 꼽자면 창호 회사 ‘㈜정직한 도움’이 주최한 공모전(2022 정직한도움 완성창 유튜브 UCC 공모전)이다. 결과 발표 후 회사 대표님이 인상 깊은 영상물을 만들어 준 것에 대해 직접 감사를 표하셨다. 그리고 영상물을 회사 홍보물로 사용하길 원하셔서 별도의 대가를 지불받고 편집 영상과 저작권을 전달해 드렸다. 수상을 떠나 더베럴의 영상 제작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무척 뿌듯했다. 공모전을 통해 얻은 최고의 성과는 우리가 ‘팀 더베럴’로 뭉쳤다는 점이다. 새롭게 모인 팀원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조화를 이루며 유기적으로 결합해 움직이게 됐다. 축구 경기에서 11명의 선수가 각자 포지션에서 제 몫을 해내고 팀을 승리로 이끌 듯이 말이다. 광고주와의 사전 미팅 시 자사만의 레퍼런스가 풍부해진 것, SNS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덕분에 상업 촬영 문의가 늘어났다는 것도 기쁜 일이다. 비록 업계 후발주자지만 우리의 노력과 능력이 인정받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 ‘더배럴 컴퍼니’ 박상진 대표. ‘경단녀’라든가,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은 데 용기가 없는 분들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다. 작은 일이라도 뭔가 도전할 거리를 찾아 꾸준히 시도하는 모든 것이 기회가 된다. 공모전이든, 작은 이벤트에 응모를 하든 우리 주변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는 것. 인생 두 번째 스텝의 첫 걸음이 될 것이란 것을 경험했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바쁜 상업 촬영 와중에도 공모전 준비에 열정을 쏟은 팀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한 작품 한 작품 제출하고 수상하며 기뻐했던 시간, 더 멋진 결과물을 만들자고 다짐했던 순간들이 오늘의 ‘팀 더베럴’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뭉클함, 뿌듯함, 자신감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꿈을 꾸게 했다. 바로 촬영 업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더베럴 컴퍼니가 되자는 것이다. 건전한 발전을 이루는 기업의 중심엔 반드시 사람이 있다. 더베럴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약간 부족해 보이더라도 믿고 기다려 주면 언젠가 좋은 성과와 변화로 보답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우리는 모두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할 자질이 있는 존재들이다. 더베럴은 지속적으로 공모전에 참여하고 웹드라마와 단편영화 제작도 해볼 계획이다. 난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촬영 현장에서 발로 뛰며 팀원들과 호흡하려고 한다. 더베럴은 끈끈한 팀워크로 무장한 ‘어벤저스들’과 함께 도전을 멈추지 않고, 성장하며, 각자 마음속에 품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주부를 변화시키는 지상특강]건축 칼럼니스트 서윤영_집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
2015. 05. 08 18:40 화제
현대사회에서 집은 가족 구성원이 거주하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건축 칼럼니스트 서윤영은 인문학적으로 건축을 바라보면서 어떠한 방식으로 집이 우리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사회를 반영하는 ‘집’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축을 공학적이거나 예술의 한 분야로 생각한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재테크 측면으로 보는 이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건축은 인문학적이기도 하다. 옷이 단순한 패션을 넘어 시대를 반영하고 유행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듯 건축 역시 사회·문화 현상이라는 것. 집은 의외로 사회를 굉장히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 주택은 핵가족 위주로 내향돼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적 공간들로 구성돼 있어요. 이와 달리 조선시대의 주택은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으로 나뉘어 있었어요. 응접실, 식당 등 공적인 영역에서는 손님을 초대해 맞이했고, 사적 영역이라곤 침실밖에 없었죠. 그 당시엔 거실이나 어린이 방과 같은 개념이 없었어요. 지금은 어느 집이나 거실, 안방, 식당 겸 부엌과 자녀 방으로 구성돼 있죠. 밥 먹고 잠자는 침식 기능이 많이 강화됐고 응접실같이 외부 사람을 맞이하는 공적 개념이 사라지고 내밀한 공간이 됐습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주택 역시 개인화된 셈이죠.” 자녀 위주라는 것 역시 현대 주택이 갖는 특징이다. 한 가정에서 낳는 자녀 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개인적 영역인 독방을 제공했다. 게다가 교육열이 높아져 자녀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게 되면서 주택 내에서도 자녀의 영역이 점점 비대해졌다. “어떤 가정은 방이 3개 있는데, 어른 둘이 방 하나를 쓰고 아이가 혼자 방 2개를 쓰는 거예요.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가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공부방과 자는 방을 나눴다고 하더라고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린아이 하나가 방 2개를 쓴다는 게 굉장히 이상하죠. 집도 결국 이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남성 가장이 쓰는 주인실과 여성의 주부실이 따로 있었고, 아동실은 뭉뚱그려져 있었어요. 당시에는 아이가 더 많았는데도 말이죠.” 집은 여성의 지위 변화도 담고 있다. 20세기 초반 많은 남성들이 전쟁에 나가서 죽거나 포로로 잡혀갔기 때문에 여성들은 군수산업에 종사하며 가정을 이끌어야 했다. 산업노동을 하기 위해서는 가사 노동시간을 줄여야 했는데, 이에 따라 ‘주거 근대화’가 나타났다. 부엌 설비를 현대적으로 개량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엌에 아궁이와 부뚜막을 없애고 싱크대를 놓으면서 입식 부엌을 갖추게 됐죠. 부엌의 위상이 높아지니까 남성의 가사 분담을 유도하기도 쉬워졌어요. 부엌을 현대화했을 뿐만 아니라 화장실의 위생 상태를 개선하고, 여성의 공간이라고 알려진 안방을 화려하게 꾸몄어요. 드레스룸이나 파우더룸 같은 공간을 두기 시작하면서 안방이 비대해졌죠.” 조선시대 사대부의 집은 사랑채와 안채 영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남성이 머무르는 사랑채는 접객의 공간이자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공간이었지만, 여성에게는 가사와 휴식의 기능을 하는 안방과 주방만이 주어졌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주택은 주방을 현대화하고 안방에 드레스룸을 부가하는 등 여성의 공간이라고 알려진 곳의 위상을 높여왔다. 혹자는 이에 대해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켰다고 하지만, 그 이면엔 또 다른 이데올로기가 숨겨져 있다. “결국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출산과 육아, 가사뿐이라는 의미인 거예요. 우리 사회에서는 방이 하나 남으면 남성의 서재로 꾸미는 경우가 많아요. 아직까진 여성을 위한 서재, 아내를 위한 서재는 생소하죠.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를 보면 ‘맘스 데스크’, ‘맘스 오피스’라고 해서 엄마의 공간을 두곤 하는데, 하나의 방이 아니라 부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어요. 여성들이 베란다를 개조해서 ‘나만의 공간’으로 꾸몄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베란다는 집의 주된 공간이 아니죠. 이렇듯 집이 여성의 높아진 지위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면이 있어요.” 아파트의 숲, 이상과 현실의 괴리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아파트가 많은 대한민국의 도시들. 본래 아파트는 19세기 영국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에게 양질의 주거지를 제공하기 위해 세운 일종의 집단 노동자 주택이었다. 서양에서는 아파트가 빈민 주거지라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반해 우리 사회에서는 그 반대의 인식이 강하다. “1960, 70년대 급격한 근대화 시기에 아파트는 부유층이 사는 선진화된 서구식 주거지라는 인식이 매우 강했어요. 산업화로 인해 이촌향도 현상이 발생하면서 심각한 주택 부족을 겪게 되자 정부는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주택정책을 펼쳤죠. 사람들이 계속 도시로 몰리면서 집값은 크게 올랐고, 그 과정에서 집은 가장 손쉬운 자본 증식의 수단이 될 수 있었어요. 인식과 대량 공급, 투자 가치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파트가 잘 발달하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지만 그들의 이상적 주거 형태는 ‘아파트’가 아니다. 아파트에서의 삶은 일시적이고, 어쩔 수 없이 산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가 이상적이고 완결된 주거 형태로 단독주택을 꼽는다. “사람들은 10세 이전에 살았던 집의 형태를 무의식중에 주거의 원형이라고 생각하고 이상적 주거 형태로 평생 기억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러한 경향은 특히 6·25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에서 많이 나타나요. 그들은 어렸을 때 단독주택에 살았고, 상당수가 지방에서 대학 입학을 위해 상경했고 직장을 다닌 경험을 집단으로 공유하고 있어요. 이들에게 아파트는 부박한 삶을 견디는 일시적인 주거지일 뿐이에요. 연어가 회귀하듯이 은퇴 뒤에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싶다는 꿈을 꾸죠. 이런 것도 시대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삭막한 아파트의 숲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서 작가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한다. 한 번 아파트를 짓고 나면 계속 아파트 부지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아파트 한 동에 100가구가 산다고 해보죠.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한다면 100가구를 수용할 만한 아파트를 지어야 해요. 아파트를 헐고 단독주택을 짓는다고 하면 10채밖에 못 지어요. 그럼 90가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90가구가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있는 비용을 부담하고 10가구만을 위한 집을 짓는다는 것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쉽지 않은 일이죠. 오래되고 가구 수가 적은 소규모 아파트를 헐고 공원을 만든다든지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최근 많이 형성되고 있는 대단지 같은 경우 계속 그 부지에 아파트가 자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처리할 방안이 마땅하지 않으니까요.” 좋은 집의 의미 우리 사회는 집을 소유, 재산 증식의 수단, 사회적 지위를 대변해주는 매개체로만 바라보고 있다. 투기가 만연해지면서 집은 삶의 공간이 아니라 되팔아서 돈 버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자본주의 내에서 상품에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2가지 가치가 있어요. 사용가치는 물건의 유용함을 의미하고, 교환가치는 되팔 수 있는 정도를 말하죠. 그림 1장이 2억원이라면 그것이 비싼 이유는 지금 내가 2억원에 사도 10년 뒤에 5억원에 되팔 수 있다는 교환가치가 월등하기 때문이에요.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주택도 교환가치가 매우 높았는데, 지금은 집값의 거품이 꺼지고 있어요. 이런 현상은 집에서 그동안 부풀려졌던 교환가치가 사라지고 실제 사용가치만이 남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품이 빠진다는 건 결국 교환가치가 소멸되는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에요. 주거 공간으로서 집의 의미가 강화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좋은 집이란 과연 뭘까. 아파트보다는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에 사는 것일까. 서 작가는 끝내 답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그녀는 우리에게 한 가지 주문을 한다.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는 아주 어려운 질문이에요. ‘언젠간 전원주택 지으실 거죠?’, ‘집 지으셔야죠?’ 이런 질문을 많이 들어요. 대중은 손수 집을 짓는 것이 가장 좋은 거라고 말하는데, 사실 집이라는 것에 답은 없습니다. 단독주택이 언젠가 완결돼야 할 이상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집을 잠만 자는 곳이라는 단순한 장소로만 여기게 되면 우리의 삶 역시 그저 먹고 자는 것의 연속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예요.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집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시야를 넓히는 것이 곧 내가 사는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니까요.” Profile 서윤영(47) 수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어릴 적 꿈이었던 건축을 포기할 수 없었다. 명지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건축 칼럼니스트가 됐다. 주로 건축을 사회·문화·역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글을 쓰고 있다. <■글 / 노도현기자 ■사진 / 안지영>
[프런트 에세이]푸드 칼럼니스트 차유진의 핸드메이드 라이프
2013. 01. 07 15:57 문화/생활
2011년 가을부터 나는 급작스럽게 여주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서울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마흔 중반이 되면 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보긴 했었는데, 10년이나 일찍 시골에서 살게 된 것이다. 여주는 외가댁의 선산이 있는 곳이라 정착해서 평생 살아온 고종사촌들이 있기는 했지만 내겐 막막하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어느 정도로 갑자기 일어난 일이냐면 귀향을 결정하고 집을 구하고 이사를 하기까지 2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익숙한 서울을 떠나 혼자만의 시골생활을 시작하는 내게 힘이 됐던 단 한 가지는, 내가 해보고 싶었던 생활방식대로 살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바로 내 손으로 거의 모든 것을 만드는, 자급자족하는 생활에 대한 기대였다. 자신이 요리할 재료를 재배하는 데 대한 로망이 없는 요리사가 과연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나는 뭐든지 손으로 하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요리는 대부분 순수한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믹서나 전자레인지 등 시간을 절약해주는 기구들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재료를 다듬고, 썰고, 볶고, 담아내는 모든 일들을 손으로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기계의 힘을 빌려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귀찮더라도 사람 손이 한 번 더 가도록 해 만들면 맛은 물론이고 음식에 전해지는 좋은 기운도 다르다고 굳게 믿는다. 취미로 조금씩 하고 있는 염색과 바느질도 그렇고, 키보드로 옮기기 전에 손으로 일일이 꾹꾹 눌러 글을 쓰는 습관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손과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해도 시골의 끊이지 않는 일거리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처음 집을 수리해 들어갈 때 벽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 소소한 못질, 주변의 풀을 베고 돌을 골라내는 일, 구멍 난 방충망을 때우는 것 모두가 나의 몫이었다. 전화를 하면 즉시 방문하는 수리 센터도 없고 뭔가 떨어졌을 때 금방 나가서 사오면 되는 집 앞 편의점도 없었다. 스스로 뭐든지 고치고, 있는 것들을 이용해서 알뜰하게 사는 방법을 깨칠 수밖에 없었다. 동네분들이 이것저것 먹으라고 갖다 주시는 농작물들을 갈무리해서 보관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시골에도 대가족이 아닌, 어르신 두 분만 사는 경우가 많아서 남아도는 식재료를 나눠 먹거나 말리고 쪄서 갈무리하는 일로 1년 내내 바쁘다.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른들을 도와 신선한 재료를 잘 다듬어 저장했다가 서울에서 지인들이 오면 요리해서 주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다. 메주를 빚고, 청국장을 띄우고, 무청과 배추 잎으로 우거지를 엮어 말리는 것도 배웠다. 갓 이사를 해서 내가 재배하는 것이 없던 가을에도 그 많은 일들을 도와드리느라 정신없었는데, 해가 바뀌고 봄이 돼 아주 작게나마 나의 텃밭이 생기자 일은 몇 배로 늘어났다. 흙을 붓고, 다시 쇠스랑으로 흙을 뒤집어 돌을 골라낸 다음 거름을 주고, 씨와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지지대를 세워주고 나면 날이 더워지면서 잡초들이 무성해지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뽑은 다음 뒤돌면’ 다시 쑥 자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열매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가지를 치고 비가 오기 전에 비료를 주고, 진딧물이 생기지 않도록 직접 만든 약을 주거나 손으로 잡고, 무당벌레를 진딧물 근처로 옮겨주는 일도 했다. 그 일들을 하면서 내가 느낀 건, 농사일을 비롯한 시골생활이 도시 사람들이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환경보호와 유기농을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거였다. 왜 시골 어르신들이 내가 무농약이나 유기농을 말하면 뭘 모른다는 표정으로 뚱하게 바라보셨는지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자급자족, 핸드메이드는 타샤 튜더의 책 안에서나 존재한다는 것도 알았다. 느리게 살기, 손으로 만들기, 에코적인 생활.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혹은 도시 속이라 하더라도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며 환경 친화적인 삶을 사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니, 관심을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각자의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고, 하나 둘씩 그 수를 늘려가는 사람들도 많다. 주말 농장을 가꾸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은 건물 옥상이나 베란다를 이용해 소규모의 농사를 짓고, 식탁에 변화를 주고 싶어 한다. 모두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도시 사람들의 시골생활 방식은 그곳에서 평생 살아오신 분들이 보기에는 세상물정 모르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다짜고짜 유기농이 아니면 안 된다고 우기는 유통업체나 농약이나 비료 쓰는 것을 마치 실패한 농사같이 여기고, 시골 삶에 적응하는 것이 아닌 도시 삶을 시골에 그대로 가져와 생활하며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농사짓는 방식을 무시하는 도시 사람들에게 질려버린 분들도 많았다. 나 또한 열 평 남짓의 텃밭을 가꾸며 약 안 뿌리고 제대로 된 열매를 키워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벌레 잡기부터 땅의 힘을 키우기 위해 한 해씩 건너가며 농사를 짓고, 음식물로 퇴비를 만드는 일들이 정말 끝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체험했기 때문에 몇만 평씩 농사를 짓는 어르신들의 하소연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적어도 유기농, 무농약 재배를 하려면 농작물 옆에서 그야말로 손이 썩어나도록 보살피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농촌에는 일손, 특히 젊은 사람들이 너무나 없기 때문에 어르신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던 사람의 손으로만 가꿔지는 작물은 사실 아주 적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텐데, 그 과정을 다 이해하지도 못하고 다짜고짜 유기농 채소를 내놓으라는 사람들을 고운 눈으로 보긴 힘들었을 것이다. 유기농으로 약 안 치고 기르면 열매가 작고 벌레가 뜯어먹은 부분이 있다고 싫어하는 도시 사람들이 많다며 웃는 분들을 보면서 유기농이나 흙에 가까운 삶을 살겠다고 주장하기 전에 더 많이 공부하고, 도시와 시골 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됐다. 대안적 도시농업이나 옥상 유기농 재배를 하며 소규모 유통을 꿈꾸는 사람들과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들이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사람 몸에 좋은 농작물을 키우려는 취지 또한 이해가 간다. 나 또한 그런 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쉽게 시골로 내려갔으니까. 하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이 아닐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요리사의 입장에서는 도시 안에서 환경 친화적인 방법으로 작물을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맛도 중요하니까. 일단 머릿속으로 생각한 대로 재배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해서 키워놓은 물건들의 맛이나 질이 떨어질 때 마주하는 고민도 커진다. 역시 스스로 재배하고 소비하는, 개인을 위한 자급자족과 무언가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문제는 또 다르다는 것을 매일 실감하게 된다. 농사와 유통. 유기농과 대체에너지 등 큰 주제들이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모든 이들이 행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려면 어쩌면 나의 세대에서는 해결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의 산업화가 지금의 결과를 낳았지만, 다시 예전으로 복구하기 위해선 시간뿐 아니라 새롭고도 다양한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다. 하지만 개인이 하는 일들이 모이면 곧 그것이 혁명이 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 나는 믿는다. 사실 상추와 고추를 기르기 위해 베란다에 화분을 들이는 것보다 더 쉽고 간단한 일도 있다. 지금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푸드 칼럼니스트인 아만다 헤서(Amanda Hesser)의 책 「미스터 라테(Cooking for Mr. Latte)」를 보면 아만다는 미래의 시어머니와 함께 요리를 하며 대화를 나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적어도 여자들끼리 계속해서 물려받았을 요리 노트의 레시피에는 시어머니의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본인이 그때그때 만들어보고 기록한 팁들과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낡은 노트를 물려받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보고 덧붙여 기록함으로써 과거를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만드는 것이다. 아만다와 미래의 시어머니는 블로그 및 인터넷으로 인해 직접 기록해 물려주는 전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아쉬워한다. 이러다가는 정말 소중한 것, 남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게 될 거라고 말이다. 시골로 옮겨 농사를 짓는 것 이외의 작은 실천, 이를테면 위와 같이 주변의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과거에서 좋은 답안을 찾는 것이 사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실천이자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10년 전 책을 보고 마음에 와 닿았던 그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간되는 요리책 중에는 특히 할머니의 요리법 내지는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요리법 그리고 그렇게 대를 물려주는 요리 노트들을 재현해내는 책들이 꽤 많아지고 있다. 무엇이 제일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고 남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확히 용량을 계량하고, 눈대중으로 만들던 엄마와 할머니의 요리법을 기록하는 일은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노트와 계량 도구만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나만의 진정한 ‘핸드메이드 행동’이라는 생각에 나도 레시피용 수첩을 따로 사서 지금은 요양원에 계시는 외숙모의 녹두 김치전과 엄마의 코다리조림과 들깨탕을 기록해두었다. 요리를 하면서 당연히 재료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게 되고 그리고 그 재료들이 옛날에는 어떻게 재배됐는지, 현재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전해 내려오고 살아남았는지, 아니면 혹은 잃어버렸는지 저절로 알고 기록하게 된다. 나는 농촌과 도시가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도 바로 나만의 집안 레시피 기록 남기기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작년 여름부터 나는 시골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직접 재배한 재료를 이용해 보존제와 방부제를 전혀 넣지 않은 홈메이드 푸드를 만들어 선보이는 작은 마켓을 운영 중이다. 재료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좋은 음식, 새로운 음식에 대한 경험도 해볼 수 있는 곳을 만들어보고 싶어 시작했다. 처음에는 보존제를 넣지 않은 음식의 유통기한에 당황해하던 고객들도 매주 조금씩 자주 마켓에 들러 음식을 사고 그때그때 즐기면서 먹는 방법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렇게 자신이 먹는 음식과 요리에 관심을 가지면 그때 자신만의 레시피 노트도 기록하고 싶어질 거라 믿는다. 진정한 핸드메이드 라이프는 여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실천할 날도 머지않았다. 편집 후기 외국 사람들이 가장 낯설어 하는 한국 문화 중 하나가 바로 ‘밥’으로 대체되는 일상의 대화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자연스레 “식사는 잘 하셨어요?”라며 말을 건네기도 하고, “점심은 뭐 먹었니?”라는 말로 상대의 ‘안녕’을 묻기도 한다. 호감 가는 사람에게 “언제 같이 밥 한 번 먹죠”라며 넌지시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맛있는 저녁 사겠습니다”라며 한발 다가가기도 한다. 먹는 행위와 관련된 말들은 사람 사이에서 원만한 관계의 출발을 예고하기도 하고, 때로는 호감과 사랑을 표현하는 의미로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에게 ‘밥(식사)’이라는 것은 단순한 명사 이상의 깊은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다. 생각해보면 음식에는 사람의 마음을 만질 수 있는 굉장한 힘이 내재돼 있는 듯하다. 아내와 크게 다투고 난 뒤 미안한 마음을 담은 토요일 브런치를 준비하는 남편에게서, 오늘도 ‘공공의 적’ 직장 상사의 횡포에 시달리다 한자리에 모인 동료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생각만 해도 볼이 발그레해질 만큼 사랑스러운 연인과 함께 먹을 도시락을 준비하는 사람에게서, 유독 자신에게만 가혹한 것 같은 세상일에 지친 친구에게 가진 돈 탈탈 털어 고기 한 판을 사주는 이의 모습에서, 시험 날 아침 속부터 든든히 챙기라며 뜨끈한 국을 내어주는 엄마의 손길에서, 우리는 그 ‘특별한’ 힘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살아갈수록, 아니 살아낼수록 그 ‘특별한’ 힘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경험도 더 많이 쌓여만 간다. 음식이 단순한 에너지 연료가 아닌 내 인생 하나의 사연이 깃든 ‘고유명사’가 됨을 절감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좋은’ 마음으로 키워낸,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한 음식들을 찾아내고 가까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그 행위 안에 숨겨진 복잡 미묘한 파장과 떨림을 좋아한다. 음식 하나하나마다 나만의 이야기를 채워가는 일도 즐겁고 뿌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차유진 작가의 ‘손녀딸의 네타스마켓’을 알게 된 것은 2012년 최고의 수확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온기 가득한 이 마켓을 찾아 정성과 긍지가 가득한(무엇보다 저절로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오는 ‘맛’을 자랑하는) 메뉴들을 구경하고 맛보고, 또 그곳 사람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고 있다. ‘네타스마켓’ 음식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음식마다 꼭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진득하게 짜낸 생강 진액은 이맘때면 언제나 목이 잠겨 고생하는 엄마를, 짭조름한 올리브는 밤마다 와인 홀짝이길 좋아하는 선배를, 고소하게 양념된 오징어젓갈은 오랜 자취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를, 폭신폭신하게 구워진 머핀과 과육이 살아 있는 애플 캐러멜잼은 주말 메뉴를 고민하는 연인을 생각나게 한다. 정말 맛있는 음식은, 정말 좋은 음식은, 혼자가 아니라 ‘같이’ 먹어야 더욱 맛있고 좋기 때문이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대충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하는 식사는 그저 지루한 단순노동이 될 뿐이다. 나와 네가, 우리가 함께 마주 앉아 있기에 그 식탁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꾸만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들이 가득한 인생이야말로 풍요롭고 행복한 것이 아닐까. 매서운 추위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이 겨울,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청하고 싶어진다. 이번 주말, 같이 ‘네타스마켓’ 샌드위치 나눠 먹을까요? 차유진 작가는… ‘손녀딸’이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푸드 칼럼니스트 차유진은 섬유미술을 전공한 뒤 사회생활을 하다가 영국으로 요리 유학을 다녀온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2년 영국 탕트마리 요리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귀국해 쿠킹 스튜디오 ‘손녀딸의 테스트키친’을 열고 요리 강좌, 케이터링, 카페 메뉴 컨설팅, 화보 촬영, 푸드 칼럼 연재 등 다양한 방면의 작업을 해왔다. 특히 요리 관련 글쓰기와 번역에 몰두하고 있으며, 2012년 가을부터는 소규모 홈메이드 푸드 마켓과 음식 문화 이벤트가 열리는 ‘네타스키친’을 운영 중이다. 펴낸 책으로는 「푸드러버를 위한 손녀딸의 테스트키친」, 「청춘남미」,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와 여러 명의 다른 작가와 함께 참여한 「소울푸드」가 있다. 「프렌치 테이블」, 「파스타의 기하학」, 「푸드러버를 위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번역서를 내기도 했다. <■진행 / 이연우 기자 ■글 / 차유진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프런트 에세이
[닥터 칼럼]몸이 따뜻해야 건강하고 암도 예방할 수 있다
2012. 07. 11 12:24 건강
ㆍ여성에게 따뜻함을 안겨주는 남자, 김달래 원장 한여름인데도 당신은 푸치니의 아리아 ‘그대의 찬손’의 주인공인가. 아랫배가 차서 설사를 하고 생리 때마다 고통을 당하면서도 배꼽티를 입지는 않는지…. 게다가 시린 발 때문에 두꺼운 양말을 신고 다닌다면 자신이 ‘냉증’ 환자일 수 있으며,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각종 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여성에게 따뜻함을 안겨주는 따뜻한 남자, 김달래한의원의 김달래 대표원장(한의학 박사, 경희대 한의대 겸임교수)이 암과 냉증의 연관성을 주장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냉증은 특히 여성의 건강을 총체적으로 위협하는 주범이라고 김 원장은 강조한다. 여성들 스스로 따뜻한 여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젊었을 때는 한겨울에 ‘하의 실종’ 패션을 하고 다녀도 견딜 수 있어요. 하지만 몸을 차갑게 하는 습관이 여성의 몸을 서서히 망가뜨리고, 중년 이후가 되면 냉증으로 고생하며, 남편을 원망하는 사례를 흔히 봅니다. 남자들은 배우자나 연인의 차가운 몸을 더 많이 어루만져줘야 합니다.” 김 원장은 경희대 한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상체질 전문 명의(名醫)로 명성을 쌓았고 ‘따뜻한 남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최근에는 냉증 전문 한의원을 개업해 바쁜 진료 스케줄과 연구를 하면서도 사상의학적으로 암 예방과 암 환자의 치료에 관해 풀이한 책인 「암은 냉증이다」를 펴내 심오한 체질의학의 지평을 넓혔다. 매일 많은 여성들의 차가운 손과 발, 복부를 진찰하며 가슴이 시린 적이 많았다고 김 원장은 말한다. “몸이 차가운 증세인 냉증에 걸리면 단순히 냉대하나 생리통, 혈액순환 장애 등 만성적인 질환을 앓는 정도에 그치지 않아요.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져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에 걸리기 쉽고, 자연 치유의 가능성이 줄어들게 됩니다. 평소 손이나 발, 복부가 찬 사람들은 체온을 올리기 위한 식생활과 운동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여성들 스스로 따뜻한 여자가 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냉증이란 한마디로 복부와 손발이 한여름에도 차가운 경우를 말한다. 냉증의 진단은 맥에너지 측정, 피부 전도율 측정, 혀 상태 관찰과 피부의 적외선 체열 촬영 등을 통해 이뤄진다. 원인은 지나친 다어어트, 운동 부족, 나쁜 생활습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것이 아니어도 나이를 먹어가면 점차 몸이 냉해진다. 체온이 0.5도 내려가면 효소의 활동력 약화로 면역력이 35%나 떨어진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반대로 체온이 올라가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백혈구의 기능도 향상되어 면역력이 증가하는 것이다. 한의서에 따르면 암은 덩어리(積)를 이루고, 덩어리는 몸이 차가워지면(冷) 쉽게 생긴다. “몸이 차가우면 면역력이 쉽게 떨어집니다. 암 조기 진단 후 수술이나 항암치료가 잘됐다 하더라도 몸을 따뜻하게 하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암 치유력 증진과 재발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한국 여성들에게서 암이 계속 늘어나는 현실을 볼 때 체온 건강법 실천은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체온을 올리는 생활 건강법 실천해야 현대문명은 사람의 노동력을 덜어주는 이점이 있지만 이런 편리함이 바로 냉증을 불러오게 된다. 세탁기와 청소기, 자동차는 근육량을 줄이고, 냉장고에 보관된 차가운 음식과 에어컨 냉방도 냉증의 주요 유발 요인이다. 생활 속에서 냉증을 피하고 체온을 올리는 건강법을 실천해야 한다. 체온을 올리려면 어떤 생활습관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배를 드러내는 옷차림을 피해야 합니다. 한여름에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평소에 많이 걸으세요. 하루에 만 보 정도 걷는 것이 좋아요. 걷기는 아주 좋은 보약입니다. 또 적절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면 대사량이 많아져 체온이 올라가죠. 몸이 항상 차고 의기소침한 사람(소음인에게 많다)은 여름철에도 굽거나 완전히 익힌 음식, 따뜻하게 데운 음식을 먹는 ‘체질에 맞는 식사’를 해야 합니다.” 김 원장은 깊은 호흡도 좋은 건강법이라고 소개했다. 호흡의 리듬과 깊이에 의식적으로 변화를 주면 심장박동, 혈압, 혈액순환, 소화를 조절할 수 있어 몸이 따뜻해진다. 복식호흡을 통해 교감신경 우위의 자율신경을 부교감신경 우위로 바꾸면서 면역력을 크게 증강시킬 수도 있다. 이때 브래지어나 거들 등 몸통을 조이는 옷은 벗는 것이 바람직하다. 꽉 끼는 옷이나 작은 신발도 혈액순환을 방해해 몸을 차갑게 한다. “여름철에는 옻닭을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드세요. 옻은 성질이 따뜻해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기운을 잘 통하게 하며, 뭉친 피를 풀어주고, 살균 효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혈로 인한 각종 증세, 월경이 멎는 증세, 음식물에 심하게 체한 증세 등이 있을 때 사용합니다. 특히 손발이 차고, 생리 전에 아랫배가 차고 아픈 여성들, 무릎이 시리고 허리가 아픈 노인들에게 좋아요. 하지만 독성이 없다는 사실을 검증받은 제품을 사용해야 안전합니다. 발효 음식도 많이, 자주 드세요. 된장·고추장·청국장·김치에는 비타민 B12가 풍부하고 소화를 촉진해 몸의 온도를 올려줍니다. 막걸리 등 한두 잔의 술도 좋습니다.” 김 원장은 냉증 환자에게 기본적으로 뜸, 좌훈, 옻제제 등을 처방해 냉증을 다스린다. 그러나 이런 것이 전부는 아니다. 냉증 환자들은 의사가 자신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등을 두드려줄 때 그동안 쌓였던 냉증이 풀린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김 원장이 여성들에게 진정 따뜻한 남자로 통하는 것이다. 「암은 냉증이다」사상의학으로 암 예방과 치료를 풀이한 책 사상체질 전문가인 김달래 원장이 최근 「암은 냉증이다」를 출간했다. 암을 사상의학과 체온 건강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체온이 건강한 삶과 질병 예방에 어떻게 작용하며, 이를 위해 어떠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체온을 떨어뜨리는 잘못된 생활과 암이 냉증에서 비롯되는 이유를 밝히고, 명상·운동·숙면·호흡·목욕·금연 등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법도 알려준다. 전통 음식의 특징 및 우수성과 함께 체질에 따른 식이요법, 옻, 양배추, 토마토, 발효 식품 등 수십 가지 항암 식품의 복용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체온 건강 지침서 「냉증과 열증」의 저자이기도 한 김 원장은 몸이 차가우면 면역력이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체온을 올려주는 생활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몸이 바쁘고 마음이 불안할 때는 1분 동안이라도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하고, 짬을 내서라도 따뜻한 음식이나 차를 마실 것을 권했다. 경향신문사, 1만3천원. <■글 / 박효순(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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