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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78 건 검색)

본사업 불발에 예산 삭감…장애인 탈시설 지원 사업 ‘무산 위기’
2024. 11. 03 16:02 사회|사회
... 세웠다. 하지만 실제 참여자는 2022년 29명, 2023년 73명, 2024년(8월말 기준) 69명에 불과했다. 탈시설 장애인에게 필요한 자립지원 모형도 마련하지 못했다. 당초 복지부는 2022년 시범사업 모형 마련을...
“장애인도 혼자 살 수 있다” 장애인 탈시설 운동 초석 마련한 김진수씨 영결식 [정동길 옆 사진관]
2024. 08. 02 15:19 사회
... 포함한 장애인 입소자 8명이 시설 밖으로 나와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62일간 노숙 농성을 하며 ‘탈시설 자립 생활 정책’을 요구했다. 국내 최초의 탈시설 요구였다. 이때 ‘마로니에 8인’이라는 별칭이...
정동길 옆 사진관탈시설김진수영결식장애인
“장애인에게도 자유를” 탈시설운동 시작 ‘마로니에 8인’ 김진수씨 별세
2024. 08. 01 16:59 사회|사회|인물
... 김씨의 모습. 김송이 기자 마로니에 8인의 농성을 계기로 탈시설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자립생활주택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들이 살던 베데스다요양원은...
[지금 여기]탈시설=불행, 단정 짓지 말라
2024. 07. 14 20:34 오피니언
...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조례 폐지에 대한 국내외적 비난 여론을 의식했는지, 서울시는 이달 초, ‘탈시설한 중증장애인 55명을 추적해 보니 6명이 사망했더라,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탈시설 장애인 중...
지금, 여기자유

주간경향(총 3 건 검색)

[후마니타스연구소·주간경향 공동기획-2024 총선, 함께 생각해봅시다] “장애인 격리는 그만…탈시설 예산 늘려야”(2023. 11. 20 07:12)
2023. 11. 20 07:12 문화/과학
④ 장애인의 시민권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김정하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상임활동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작된 출근길 지하철 타기 운동은 멈추지 않았다. 2021년 12월 3일 시작된 이후 지난 11월 13일로 466일째를 맞았다. 이날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와 주간경향이 공동으로 기획한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 시민에게’ 강연의 마지막 강사로 나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시민권이 온전히 보장될 때까지” 지하철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아침도 수도권 4호선 혜화역에서 ‘지하철 행동’을 하고 온 터였다. 그가 집회에서 소개받을 때의 일화를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우리 단체의 이름이 길다 보니 사회자가 가끔 이렇게 부르곤 해요.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오셨습니까’라고요. 농담처럼 말씀드렸지만 한국사회가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려는 사회인지, 장애인을 ‘철폐’하려고 하는 사회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박 대표는 1983년 행글라이더를 타다 추락해 장애를 입게 됐다. 여러 해 절망 속에 살았다. 죽더라도 교회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에 형의 도움을 받아 택시를 탔지만 “왜 119를 부르지 택시를 타냐”는 기사의 핀잔에 중간에 내렸던 일도 언급했다. 노들장애인야학 교사로, 교장으로 일하면서 장애인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1999년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이 지하철 리프트가 추락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첫 집회가 열렸다. “리프트가 불편하니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세요라고 당시 서울시장에 요구했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아서 결국 2년간 소송 끝에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도 바뀐 건 없었다. 오히려 2001년 12월 오이도역에서 지하철 리프트가 추락해 노부부 중 장애인 아내가 죽고, 남편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비슷한 사고는 발산역에서, 신내역에서 되풀이됐다. 서울의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달라는 전장연의 요구는 더디게 실행됐다. 2021년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선전전을 시작한 이유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11월 13일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가 개최한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시민에게’ 강의에서 ‘한국사회, 차별과 혐오의 민낯-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예산 없이 권리 없다” 이동하지 못하면 교육을 받을 기회도, 일할 권리도, 건강권도, 다른 사람과 교류할 자유도 제한된다. 이동하더라도 안전하지 않으니 늘 불편하고, 죽음의 위기마저 겪어야 한다. 신체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따르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는 시민의 기본권이다. 장애인에게는 그러나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 권리다. 그 권리를 달라고 20년 넘게 싸우고 있다. 박 대표는 “예산 없이는 권리도 없다”고 강조했다. “맛있는 과자를 주고, 연예인이 공연을 하는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자,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2000년부터 정부가 장애인실태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한 달에 몇 번 외출하냐고 물었는데 70% 넘는 사람들이 한 달에 다섯 번도 못 한다고 답했죠. 계단이 있고, 거리에 턱이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해서라는 이유를 말했죠. 그렇게 외출을 못 하면 교육을 받기 어렵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교육도 40% 가깝게 받지 못했다고 나왔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도 이동을 하고, 교육을 받고, 노동하면서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에서 함께 살자. 이를 위한 ‘장애인권리예산’은 립서비스가 아니라 예산으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반짝 관심이 쏠렸다, 곧 잊히길 반복했다.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 돌봄 활동 등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은 효율성과 비용의 문제를 들먹이는 기재부의 칼날에 곧잘 잘려나갔다. 2023년 예산안의 경우 전장연이 증액을 요구한 장애인권리예산의 0.8%인 106억원만 반영됐다. 내년 예산안도 비슷하다.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예산은 거의 증액되지 않았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이 지난 7월 개정되면서 특별교통수단의 24시간 운행과 인접 시·군을 넘나드는 광역이동이 가능해졌지만, 정작 운전원 인건비로 배정된 예산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2021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에 따라 노선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됐다. 교통약자 5개년 계획에 따라 4차 계획연도(2022~2026년) 저상버스 도입 목표율도 62.0%로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달성률은 32.8%에 불과하다. 정부의 의지도 약해지고 있다. 내년 저상버스 도입 보조금은 1674억9500만원으로 올해보다 11.6% 줄었다. 전장연은 내년 정부 예산안을 ‘이동할 자유를 무시한 예산’이라고 보고 있다. 장애인의 권리를 권리가 아닌 비용의 문제로 보는 시각은 낯설지 않다. 박 대표는 이날 강연 중 넷플릭스에 올라온 단편영화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Forgive us our trespasses)를 소개했다. 영화는 나치의 장애인 안락사 정책인 ‘T4 작전’을 소재로 했다. 영화 말미의 자막은 “1939년 히틀러가 실행한 T4 작전으로 인해 30만명이 넘는 장애인이 학살당했으며 추가 40만명은 강제 불임수술을 당했다. 이 비밀 프로그램을 통해 제2차 세계 대전 중 수용소에서 사용된 가스실 기술이 개발되었다”라고 나온다. 차별과 혐오가 끔찍한 학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힘은 전장연을 민주노총에 이어 폭력 조장 단체로 꼽았다. 서울시는 6억5290만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박 대표는 비폭력 시민불복종 운동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마틴 루서 킹은 비폭력 흑인 인권 운동을 하면서 최소 30번 정도 구속을 당합니다. 경찰은 경찰 명령에 불복종한 혐의, 인도를 막고 허가 없이 행진했다는 이유 등을 들었죠. 우리도 만만찮습니다. 같은 논리라면 지금은 우리도 폭력 조장단체라고 불릴지라도 역사가 지나면 흑인차별, 인종차별에 맞섰던 이들처럼 장애인 차별에 맞섰다고 평가받지 않을까요.”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11월 13일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강연을 마친 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불편한 존재, 안 보이는 곳으로 보낸 사회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탈시설 시범사업에 59억8200만원만 편성한 반면 장애인거주시설에는 112배 큰 6695억원을 편성했다. 전장연은 이 예산안을 ‘수용시설 감금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예산 23억원도 전액 삭감해 활동지원가 187명이 전원 해고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도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폐지하고, 거주시설연계사업을 폐지했다. 이 과정에서 최중증 장애인 노동자 400명, 전담인력 105명 등 505명을 해고했다. 권리중심 일자리 사업은 2020년 서울시가 노동 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최중증·탈시설 장애인에게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했다.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은 이 사업을 통해 장애인 권익옹호 및 문화예술,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등의 활동을 해왔다. 정부와 서울시의 움직임은 장애인의 탈시설을 권고하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배된다. 2008년 한국도 이 협약에 비준해 보고서를 내는데 한국 정부가 지난해 제출한 2·3차 병합보고서에 대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산을 강화하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이 시설을 나와 자립하려면 일자리와 이들 곁에서 활동을 지원하는 활동지원가가 있어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유엔의 권고를 정면으로 무시하면서 13만명의 중증·발달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예산을 깎았습니다.” 2005년부터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을 만들어 활동하는 김정하 상임활동가 역시 이날 강연에서 탈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간은 모두 늙고 아프고 연약해지고, 그때가 되면 누군가의 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그때 우리는 어떤 지원을 받길 원할까요. 제 어머니는 치매가 심해져서 생활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시설로 가게 되는 걸 가장 두렵다고 해요. 우리 할머니·어머니의 이야기이고, 곧 올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 한명이 담당하는 노인이 15명 이상입니다. 노인이 되면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데, 밤에 미안해서 혼자 가려다가 낙상하면 골반이 부러지고, 누워있게 되면서 욕창이 생기죠. 의사 지시로 신체 구속을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일입니다. 한국사회 돌봄의 미래이죠. 이렇게 가면 정말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가 있다고 늙었다고 병들었다고 시설로 가게 될까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 모두를 위한 탈시설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가 11월 13일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김 활동가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아동과 가족을 지원하는 일을 하다 다수의 사회복지시설에서 인권 침해 사례를 접하게 됐다. 정신요양시설에 있는 이들의 58.3%가 타인에게 노출된 상태로 목욕을 하고 95.2%가 개인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는 등 외부소통권이 제한된 비인권적 환경에서 거주한다. 특히 정신의료기관이 아닌 정신요양시설까지 본인 동의 없는 입소가 가능하다. 민간이송 차량에서 손발 묶기, 목줄 등 폭력적인 연행이 이뤄지고, 본인 동의로 입원해도 퇴원을 할 때는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퇴원이 불가능하다. 정신·행동장애 환자의 평균 재원기간은 200.4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는 나라 중 가장 길다. 2위 스페인에 비해 140일 많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데 아동시설 입소율은 높다. 전국 240개 아동양육시설에 1만명 넘게 산다. 김 활동가는 시설이 인권침해의 온상이었음에도 유지되고 있는 이유로 ‘침묵의 카르텔’을 들었다. “정부는 거액의 예산을 들이거나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지 않고서도 장애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설의 인권침해 문제를 외면한 채 침묵했고, 일반 국민은 손쉽게 별다른 부담 없이 장애인을 우리 주변으로부터 격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침묵했습니다. 시설운영자는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해왔다는 동정론에 기대며 보호와 안전이라는 미명하에 장애인의 사회적 격리를 당연시하고, 이들의 삶의 존엄에 대해서는 침묵했습니다. 장애인 가족은 국가의 지원이나 보조가 없는 상태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부양 부담을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침묵했습니다.” 집단으로 시설에 거주하게 하는 방식은 통제에 용이할 뿐 개별성을 존중받기 어려운 구조다. 행정조직이나 가족에 의한 비자의적 입소가 많다는 점에서 선택권을 침해하고, 사회적으로 장애인을 격리하고, 배제하려는 목적이 크다. 그래서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학대받는 아동이든 해외에선 시설에 입소해 살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 중이다. 한국에선 그러나 탈시설이 지지부진하다. 중앙정부 6695억원과 지방정부 예산을 합하면 시설에 쓰는 예산이 1조원이 넘지만, 탈시설 사업 관련 예산은 8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김 활동가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에서 국가적 돌봄 체계를 만드는 고민을 서두를 때라고 말했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으로 탈시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역사회기반의 주거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유엔의 탈시설 권고안에 근거해 정부의 탈시설국가계획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표지 이야기]“탈시설은 자아를 찾아가는 것”(2019. 11. 29 15:32)
2019. 11. 29 15:32 사회
ㆍ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장애인 자립 서비스 확대 강조 장애인 언론 기자, 장애인권 활동가, 사회복지 연구자,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 재단 이사장…. 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50)가 걸어온 길은 독특하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장애문제를 다루는 언론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로 옮겨 활동가가 됐다. 인권팀장이던 2003년, 기도원 형태의 정신요양시설 문제를 계기로 시설 거주인 인권에 눈을 떴다. 너무나 평범해보이는 사람들이 그 안에 갇혀 살고 있었다. 이 사실은 대문에 달린 커다란 자물쇠, 철조망보다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때부터 신념을 갖고 발로 뛰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탈시설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11월 26일 경기 용인 자택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노도현 기자 정작 탈시설 문제에 힘을 보태는 전문가는 소수였다. 답답했다. 결국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땄다. 탈시설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에 참여했다.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구 석암재단(인권침해·비리가 있었던 석암베데스다요양원 운영)의 후신 프리웰 이사장을 지내면서 현장을 깊게 들여다봤다. 지난 11월 26일 경기 용인에 있는 박 교수 자택에서 탈시설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한마디로 탈시설이 뭔가. “집단적인 수용형태를 가진 공간에서 나와 지역사회 사람들의 관계 안에 들어오라는 것으로 생각한다. 시설은 인간의 목소리가 사라진 공간이다. 탈시설은 곧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다.” -탈시설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한다. 다만 국가 주도로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시각과 시설 밖 서비스의 기반부터 다져야 한다는 시각으로 나뉘는 것 같다. “88 서울올림픽 때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그런데 기술적으로 안 된다며 리프트를 설치했다. 결국 장애인들이 온몸에 사슬·사다리를 걸고 농성하니까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엘리베이터 없이 지하철역을 만드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 됐다. 무슨 얘기냐면, 우리 사회는 누가 나서서 바꿔야 그 현실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문제를 합리적으로 인지하고 제도적 기반을 만든 뒤 인프라를 바꾼다는 게 우리 사회에선 먹히지 않는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사회다. 일단 한국은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 누구보다 빨리 적응한다. 시작은 늦었지만 정부가 확신을 갖고 추진하면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 본다.” -걸림돌을 꼽는다면. “(활동지원 등) 서비스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기존 시설에 들어가는 법률 근거, 보조금·인력지원 체계들이 유연하지 않다. 시설 밖으로 나가려 해도 시설의 서비스가 지역사회로 전환될 수 있는 제도적 유연성이 없다. 시설에 100명이 있으면 100명에 대한 보조금을 시설에 주는 형태다. 한 개인에게 예산을 떼줄 수 있는 기술적 체계가 안 돼 있다. 여기에는 ‘복지 마피아’ 문제가 있다. 체계를 바꾸려 해도 사학재단·종교법인 등 기득권이 시설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원이나 국회의원들은 관심을 주지 않는다. 이제야 탈시설이 주류 의제가 되니까 주거서비스의 방법으로 연구가 되지만, 사회복지학 교수들도 탈시설에 힘을 실어주는 데 굉장히 소극적이다. 사회복지사가 법인과 시설에서 일해야 하고, 복지사를 키워내는 게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프리웰에 있을 때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주택’ 모델을 만들어 운영했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은 ‘사례지원’을 동반했을 때 가능하다. 예컨대 결혼생활이나 직장생활 할 때도 약을 제대로 먹는지 관리해줘야 한다. 지원주택 근처에는 이들을 담당하는 코디네이터들의 사무실이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가까이서 사회적 지원을 받으면서 사는 거다. 이걸 해보니까 ‘어? 되네’ 하는 반응이 나왔다. 매번 ‘서양에선 돼도 우리나라에선 안 된다’고 했었다. 천천히 하자는 건 이상적으로 맞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니다. 먼저 당사자가 나가지 않는 이상 서비스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설 밖 서비스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일차적으로 활동 지원을 늘려야 하는 게 맞다. 와상장애 같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24시간 서비스가 가야 한다. 단,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하루종일 활동지원사가 붙어 있는 게 이상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어떻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많이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인가, 어떻게 지역 내에서 자기 강점을 계속 발현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활동 지원 서비스가 함께 가야 한다. 또 다양한 주거모형이 만들어져야 한다.” -법인과 시설 종사자들 거취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를 대신해 합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재단 이사장을 하면서 서비스 제공자 대부분이 좋은 사람들이고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 다만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제도적인 학대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지금의 체계가 가장 좋은 체계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의 시설이 변환할 수 있는 유인책을 열어줘야 한다. 미국의 경우 당사자가 주거서비스 기관이 소유하는 주택에 살고자 하는 경우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주거서비스의 구체적 기준을 만들어놨다. 직접 벽지를 고를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5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 제공기관의 지원을 중단한다. 서비스의 기준을 탈시설화된 형태로 제시한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코디네이팅 중심으로 서비스를 바꿀 수 있다.” -시설의 소규모화 이야기도 나온다. “소규모화는 또 다른 시설화다. 탈시설을 하는 사람들이 중간단계를 만들지 말라고, 필요없다고 먼저 이야기한다. 시설 규모를 줄이는 식으로 가면 중증장애인은 소규모 시설에 남기려고 할 거다. 동등한 권리를 갖는 국민을 장애 정도로 차별할 수 없다.” -시설의 변환과 함께 이뤄져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탈시설 정책으로 가려면 우선 새로운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 자립주택 종사자들이 시설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시설 종사자들이 바깥으로 나와 자립 지원 서비스로 옮겨간다.” -서 있는 곳은 달라도 20여 년 간 한 분야에 몸담았다. 그 시간이 준 깨달음이 있다면. “사람이 우선이지 절대 제도가 우선이 아니다. 인권운동으로 시작해서 연구, 법인 운영으로 간 제 경험이 그렇게 말해준다. 결국 귀착되는 건 사람과의 관계다. ‘탈시설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따지는 가부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우리가 함께 길을 찾아나갈 것인가의 과정이고, 사회적 관계의 방식이다.”
표지 이야기
[법률프리즘]장애인의 ‘탈시설’ 한국에서도 가능할까?(2019. 11. 18 14:56)
2019. 11. 18 14:56 사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약 2800명의 중증발달장애인이 거주했던 ‘펜허스트’라는 수용시설이 있었다. 이곳에 수용된 사람들은 방치되었고, 반항하면 치아를 뽑히기도 했다. 1977년 법원은 펜허스트의 폐쇄를 결정했다. 미국 성과분석센터장 제임스 콘로이 교수는 펜허스트를 나온 1156명의 삶을 15년간 추적 연구했다. 그들은 수용시설에서 평균 24년 거주했고, 86%가 중도 이상의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15년간의 연구결과 그들의 삶의 질은 매우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을 포함한 삶의 질을 평가하는 14가지 요인이 모두 상승했고, 수용시설에서 보이던 문제행동이 개선됐다. 그들은 “절대 시설로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우려하던 가족들은 삶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그들을 지지했다. 지난 11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공연대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수가인상 및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시설을 나온 사람 중에 닉이 있다. 닉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 ‘펜허스트에서 가장 위험한 젊은이’로 지역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한 가정집으로 이주했고, 두 명의 위탁부모와 함께 생활지원을 받으며 지냈다.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비쌌지만 펜허스트에서 들어간 비용보다는 저렴했다. 그는 변화된 환경에서 편안해 했고, 이후 20년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살다가 2014년 사망했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우리 사회에서 탈시설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얘기다. ‘시설에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해주는데 왜 굳이 나와서 살려고 하는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기에는 다소 위험하지 않은가’라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 강하다.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기존 시설을 폐쇄하거나 축소하는 문제는 시설 운영자나 종사자들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어 더욱 어렵다. 하지만 ‘탈시설’은 이제 국제적으로 합의된 원칙과 방향이다. 우리나라가 비준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가 있고,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며, 특정한 주거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올해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이러한 원칙을 구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탈시설 지원을 위한 전문인력도 양성하며, 장애인 거주시설을 탈시설 이후에도 폐쇄하지 않고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올해 꼭 통과되길 소망한다.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도 탈시설을 선택한 많은 장애인이 있다. 탈시설 이후 무지개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시를 쓰고 탈시설 운동을 하면서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박현도, 발가락으로 휠체어를 조종하면서 나를 찾아와 빨대를 입에 물고 글자판을 찍어가며 나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는 내 친구 삼식이도 그렇다. 탈시설을 선택한 장애인들의 변화된 삶 자체가 이 개정안이 꼭 통과되어야 하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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