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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회장추천위 ‘텃세’에 금융위 ‘딴죽’ 후유증(2009. 12. 10 13:37)

2009. 12. 10 13:37 경제 김태열 기자

ㆍKB금융지주 회장 후보 추천과정 구설수… 외부후보 2인 사퇴배경 놓고 잡음 12월 3일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단독 추천된 강정원 국민은행 행장. 파생상품 투자 손실과 관련한 황영기 전 회장의 중도 하차로 공석이 된 국내 최대 은행인 KB금융지주의 회장 선출 과정이 금융위원회의 ‘관치’ 논란과 경선 참가자들의 ‘공정성’ 시비로 얼룩지며 사실상 마무리됐다. KB금융지주는 12월 3일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사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열어 강정원 국민은행장 한 명을 대상으로 최종 면접을 실시한 결과 만장일치로 강 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이사회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강 행장은 내년 1월 17일 주주총회를 거쳐 3년 임기의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서는 강 행장을 포함해 총 3명의 후보가 입후보했지만 관료 출신인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와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 후보 2명이 회추위 구성의 문제점과 불공정 경쟁 문제를 제기하며 면접을 포기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2월 1일 사퇴 의사를 표명하며 “회장 공모 일정이 너무 급박하게 진행되는 데다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퇴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도 “KB금융지주 회추위의 일방적인 진행 절차와 공정성 때문에 최종면접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2명의 후보가 면접을 거절하며 내건 명분은 하나같이 국민은행의 회추위 구성의 불공정성이었다. 대주주가 없는 KB금융지주는 다른 은행과 달리 주주보다 사외이사의 힘이 막강하다 못해 절대적인 구조이다. 현재 KB금융지주 이사회 멤버 11명 가운데 9명이 사외이사다. 사내이사는 KB금융지주 회장대행인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김중회 KB금융지주 사장뿐이다. 회장 후보자 1명을 뽑아 이사회에 올리는 권한을 가진 회추위는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다. 즉 사외이사들이 회장 후보 1명을 뽑으면 사외이사 9명 전원과 사내이사 2명이 포함된 이사회에서 결의하고 주주총회에서 확정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5월에 구성된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회추위는 주주대표로 예금보험공사 측 인사 1명, 사외이사 3명(총 7명 중), 외부 전문가 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의장도 외부 전문가에서 하도록 하고 있다. 사외이사 중심 선출 방식에 항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은행에서 사외이사의 신뢰를 얻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실제 올해 초 이사회 멤버였던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행장이 사외이사 연임을 놓고 이견을 보이자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대부분이 두 최고 경영진을 중심으로 서로 패가 갈려 팽팽히 맞선 적이 있다. 지난 1월 무기명으로 실시된 이사회의 사외이사 연임 찬반 투표에서 황 회장 인사로 분류되는 정기영 사외이사(이사회 의장)는 과반수를 얻지 못해 퇴임해야 했던 반면에 강 행장 인사로 알려진 변보경 사외이사는 과반수를 넘겨 연임이 결정됐다.   물론 극소수의 사외이사가 소신을 지켰지만 대부분 사외이사들은 자기 편 만들기에만 급급했다. 이로 인해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을 견제하기보다 오히려 그들을 밀어주면서 자신의 자리 보전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면접에 불응한 인사들의 불만은 후보가 외부인사들로만 이뤄진다면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가 함께 경쟁하는 구도에서는 기존의 사외이사들과 친분관계가 있는 현 행장과 게임 자체가 안된다는 논리였다. 다른 추측도 있긴 했다. 두 사람의 인맥과 관련해서였다. 김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절친한 재무관료 출신이고 이 사장 역시 김백준 총무비서관의 매제여서 이들 가운데 한 명이 사실상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들 2명은 이미 강 행장이 회추위 위원들에게 충분히 어필해 표심이 어느 정도 기울었기 때문에 들러리를 서기보다는 회추위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판을 깨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 사장의 지인은 “이 사장이 사외이사들의 표심을 얻는 데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의 ‘관치’ 논란도 불거졌다. 금융위는 KB금융지주가 회추위를 구성할 무렵이던 지난 10월 29일 KB금융지주 측에 회장 선임 일정을 늦춰 줄 것을 주문, 관치 논란을 촉발시켰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 맞춰 천천히 진행해도 되지 않느냐는 논리였지만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 은행에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된 회추위는 ‘최고경영자를 오랫동안 공석으로 둘 수 없고, 연말연초 사업계획 작성과 조직 개편 및 인사이동 등 해야 할 일이 많아 늦출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11월 13일 1차 회의를 열어 ‘12월 3일 회장 선임’ 일정을 그대로 진행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금융감독 당국의 충고가 먹히지 않은 것이다. 자존심이 상한 금융 당국의 KB금융지주 때리기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틈 나는 대로 “강 행장이 이번에도 회장을 맡으면 8년을 하는 건데 그 정도로 기여했나”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제도는 문제 투성이다”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KB금융지주를 압박해 사외이사제도를 손질한 뒤 회장 선임 일정을 내년 초 이후로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다. 유력 후보였던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이 후보 사퇴를 금융위를 통해 한 것도 석연치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금융위 간섭 지나쳐 ‘관치금융’ 논란 경실련도 12월 3일 성명을 내고 “금융위원회가 특정 금융사 회장 후보의 면접 거부 사실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부하고,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비실명 보도를 전제로 회장 추천 절차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며 회추위와 사외이사들을 비난해 회장 후보 선임 절차를 사외이사제도에 대한 공격전으로 변질시키는 등 비정상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소유 금융회사도 아니고 민간 금융회사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정부기관이 보인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행태는 한마디로 ‘관치금융적 구태’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편 금융 당국에서는 자신들이 전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국민은행 사외이사 제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강 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를 경우 한 사람이 거대 금융기업을 지나치게 오래 경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이다. 즉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오너처럼 경영하는 현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 걱정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사외이사제도에 대해 일부 손질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외이사제도는 독립성과 전문성 강조에 포커스가 맞춰 있다. 하지만 KB금융지주의 경우는 반대”라면서 “11월에 금융연구원이 토론회를 가졌고 이를 근거로 금융위가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의 금융기관 사외이사제도는 최선이 아니며 문제도 있지만 그나마 지금 취할 수 있는 제도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제도라는 것이다. 다른 금융지주 회사들은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지만 KB금융지주는 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된, 상대적으로 선진화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이런저런 개입을 통해 KB금융지주의 회장 인선에 간섭하려는 시도는 청와대 측근 인사나 자신들과 친화적인 관료 출신 인사를 인위적으로 외압을 통해 인선하려 한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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