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6,827 건 검색)
- TK 행정통합·신공항건설 사업, 탄핵 정국 ‘암초’ 만나 삐걱
- 2024. 12. 26 20:32지역
- ... 각종 특례 보장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통합 조건으로 광역통합교부금 등 재정 강화를 위한 특례,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 등의 권한을 새롭게...
- 국회, 단통법 폐지·KBS 수신료 통합징수·AI기본법 등 28개 법안 처리
- 2024. 12. 26 17:41정치
- ... 방송법 개정안 등 28개 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AI교과서법’ ‘KBS 수신료 통합 징수법’ 등 야당 주도로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선 여당 대다수가 반대 표결을 했다....
- ‘KBS 수신료 다시 통합징수’ 본회의 통과···KBS 재정 안정되나
- 2024. 12. 26 17:12사회
- ... 결단에 무한한 환영과 찬사를 보낸다”며 “(박 사장은) 정권 눈치보기를 그만두고, 사측이 나서서 통합징수에 대한 분명하고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라”고 했다. KBS는 “수신료 통합징수에 대한 국회의...
- KOICA-엔젤스헤이븐, 베트남 장애아동을 위한 통합교육 사업 일환으로 개최
- 2024. 12. 26 16:42경제
- ... 밝혔다. 이번 컨퍼런스는 KOICA 시민사회협력 프로그램 일환으로 진행된 베트남 장애아동을 위한 통합교육 질 제고 사업을 착수하는 활동으로 “디지털 세계에서의 통합교육”을 주제로 개최됐다. ...
스포츠경향(총 897 건 검색)
- ‘통합 우승’ KIA, 2025시즌 코치진 확정…김주찬·조승범·김민우·윤해진 코치 1군 합류
- 2024. 12. 26 15:26 야구
- KIA에서 선수로 뛰던 시절의 김주찬 코치. 스포츠경향DB 2024 프로야구 통합 우승에 빛나는 KIA가 26일 2025시즌 코치진 보직을 확정했다. 이범호 감독과 손승락 수석코치가 팀의 중심을 잡는 가운데 정재훈, 이동걸 투수 코치, 홍세완 타격 코치, 나카무라 다케시 배터리 코치, 조재영 작전코치가 내년에도 1군 선수단을 지도한다. 여기에 김주찬 퀄리티 컨트롤(QC) 신임 코치가 1군에 합류하고 조승범 타격 코치, 김민우 수비 코치, 윤해진 주루 코치도 1군 지도자로 새로 선임됐다. 2군은 진갑용 감독과 이상화, 이정호 투수 코치, 최희섭 타격 코치, 이현곤 작전 주루 코치, 박기남 수비 코치, 이해창 배터리 코치가 맡는다. 잔류군은 김석연 총괄 코치, 서덕원 투수 코치, 박효일 수비 코치로 구성을 마쳤다. KIA 타이거즈 제공
- 올해는 재팬시리즈 우승, 내년엔 통합 우승···갈 길 바쁜 요코하마, 92억원 투자해 ‘사이영상 특급’ 바우어 품을까
- 2024. 12. 24 16:40 야구
- 트레버 바우어 인스타그램 캡처 투수 보강이 절실한 일본프로야구(NPB)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가 ‘사이영상 특급’ 트레버 바우어 영입전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는 24일 “요코하마가 바우어 영입에 전력을 쏟는다”며 요코하마가 바우어 영입에 총력전으로 나섰다고 전했다. 요코하마는 현재 마운드 보강이 시급하다. 지난 12일 2018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한 오른손 투수 가미차타니 다이가가 현역 드래프트를 통해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했다. 이어 지난 23일에는 2016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뽑은 왼손 투수 하마구치 하루히로를 소프트뱅크의 내야수 미모리 마사키와 트레이드를 통해 떠나보냈다. 요코하마는 올해 센트럴리그 3위로 간신히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하지만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센트럴리그 2위 한신 타이거스를 제압하더니, 파이널 스테이지에서는 센트럴리그 1위 요미우리 자이언츠마저 꺾고 재팬시리즈에 올라 퍼시픽리그 우승팀 소프트뱅크 호크스까지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멕시코리그에서 뛴 트레버 바우어. 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정규리그 우승을 하지 못해 통합 우승은 아니었다. 미우라 다이스케 요코하마 감독이 ‘일본 제일’이라는 표현 대신 ‘일본 시리즈 우승’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난바 도모코 요코하마 구단주는 “요코하마는 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가장 큰 분실물이었다. 그것을 내년에 가지러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요코하마의 공격력은 리그에서도 최상급이었다. 이제 마운드만 보강하면 리그 우승에 도전할 만 하다. 그 첫 단추가 바로 바우어다. 바우어는 코로나19로 인해 단축시즌으로 열린 2020년 신시내티 레즈 소속으로 11경기에서 5승4패 평균자책점 1.73의 뛰어난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LA 다저스로 이적한 2021년 시즌 도중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무혐의 처분을 받기는 했으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324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며 메이저리그에서 퇴출됐다. 이후 바우어의 항소로 인해 징계가 194경기로 줄어들었고, 2023년 징계가 끝났으나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그를 외면하고 있다. 바우어가 징계 기간동안 선수로 뛰기 위해 선택한 곳이 바로 일본이었다. 바우어는 2023년 시즌 초 요코하마에 합류, 19경기에서 10승4패 평균자책점 2.76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8월말 부상을 당해 시즌 끝까지 던지지는 못했지만, 요코하마는 그에게 잔류를 요청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로 돌아가고 싶었던 바우어는 요코하마의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그에게 냉담했고, 결국 바우어는 멕시코리그에서 뛰며 10승 무패 평균자책점 2.48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바우어는 여전히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리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요코하마가 바우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일본으로의 복귀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바우어의 에이전트인 레이첼 루바는 “일본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오퍼가 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요코하마가 우리에겐 최우선 구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결국 돈인데, 요코하마는 NPB 최고 마무리 투수인 라이델 마르티네스를 잡기 위해 10억엔(약 92억원)의 연봉을 제시했으나 요미우리에 밀렸다. 그 10억엔을 고스란히 바우어에게 쏟아부으면 돼 자금에는 큰 문제가 없다. 트레버 바우어 인스타그램 캡처
- 비즈플레이 “통합온누리상품권 사업 둘러싼 불법 하도급 논란, 중소기업들 피해 우려”
- 2024. 12. 24 00:01 생활
- 토탈솔루션 기업 비즈플레이(대표 김홍기)가 통합온누리상품권 사업을 둘러싼 불법 하도급 논란이 확산되며 중소기업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해당 사업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의 발주로 진행됐으며, 조폐공사가 하도급 금지 규정을 위반한 채 사업을 추진했다는 의혹이다. 조폐공사는 통합온누리상품권 시스템을 오는 2025년 1월 1일 오픈할 예정이었으나, 일정 준수에 실패하며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하도급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조폐공사는 2024년 12월 13일 본 시스템의 하도급 계약을 강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선불전자지급수단 관련 업무를 포함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폐공사가 2024년 12월 13일자로 하도급을 진행한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은 총 54억 규모로, 선불전자지급수단 관련 업무의 하도급이 금지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 업무는 하도급이 불가함에도 불구하고, 제안요청서에 해당 업무가 명백히 하도급으로 정의돼 있다. 조폐공사는 통합온누리상품권 구축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과업으로 70억 규모의 차세대지급결제시스템 운영 계약을 체결하며 하도급 업체를 추가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통합디지털온누리상품권 발행 및 관리 업무가 조폐공사의 관리 감독 역할만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안요청서와 하도급 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운영과업의 90% 이상이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운영업무로 구성돼 있다”며 “이는 규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소진공은 조폐공사를 통합온누리상품권 운영 대행사로 지정하며 관련 업무를 위임했지만, 이번 불법 하도급 논란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법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소진공이 조폐공사의 하도급 관련 불법 사항을 면밀히 조사하고, 민간기업과 동일한 기준에 따라 공정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조명가게’ 김희원, 첫 연출부터 사고치다!···키노라이츠 오늘의 콘텐츠 통합 랭킹 1위 등극
- 2024. 12. 23 22:44 연예
- 미스터로맨스, 무빙픽쳐스컴퍼니 OTT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연출: 김희원/ 각본: 강풀)가 OTT 통합 검색 플랫폼인 키노라이츠에서 오늘의 콘텐츠 통합 랭킹 1위에 등극하며 종영 이후에도 식지 않고 이어지는 뜨거운 흥행 열기를 입증했다. 각 캐릭터들 사연과 “어디든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울린 ‘조명가게’는 디즈니+에서 공개 후 12일간 전 세계 시청 기준 2024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다 시청, 디즈니+ 런칭 이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두 번째로 최다 시청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키노라이츠 신호등 평점 지수 90.6%(12/20 기준)로 다른 작품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세계 최대 콘텐츠 평점 사이트 IMDb에서 마지막 에피소드 평점은 무려 9.0을 기록하고 있어 재미와 완성도를 모두 갖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첫 연출에 도전한 김희원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과 모든 에피소드가 공개되고 난 이후 완벽한 떡밥 회수, 그리고 모두를 놀라게 한 쿠키 영상까지 본 시청자들은 극찬 리뷰를 보내며 정주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미스터로맨스, 무빙픽쳐스컴퍼니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조명가게’는 디즈니+에서 모든 에피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주간경향(총 124 건 검색)
- 차이만 드러낸 통합…제3지대 웃음거리로 만든 이준석·이낙연(2024. 02. 23 15:30)
- 2024. 02. 23 15:30 정치
- 반국민의힘·반민주당만 합창하다 한계 드러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왼쪽)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연합뉴스 11일. 만남부터 결별까지 걸린 시간이다. 막장 드라마 속 연인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정치개혁을 이끌겠다고 나선 이준석, 이낙연 두 정치인이 함께 만든 현실이다. 정치에서 ‘신뢰’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지만 이들은 ‘구태정치 타파’를 명분으로 모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과거 제3지대의 행태를 답습하며 자신들이 혐오한 정치를 그대로 재현했다. 명분, 능력 측면 모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제3지대 ‘빅텐트’가 초기에 찢어지며 정치적 계산은 복잡해졌다. 국민의힘, 민주당의 대안으로 개혁신당이 떠올랐지만 다시 선택지는 넓어졌다. 제3지대 통합이 만들 파급력을 기대한 입장에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여전히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개혁신당은 확장성의 한계만 드러냈다.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등이 대표하는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준석 대표 주요 지지층이 요구하는 바와도 일치한다. 문제는 추후 이준석 개인 지지세력과 개혁신당에 합류한 나머지 세력 간 의견이 엇갈릴 경우다. 결별 사태가 재현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총선까지 함께 가더라도 늘 불안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한계를 드러낸 것은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개혁신당에 들어갔다 나오며 확장력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실제로 같은 민주당 출신인 ‘원칙과상식’에서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만 이낙연 대표를 따라나섰다. 이원욱, 조응천 의원은 이낙연 대표와 다른 길을 선택했다. 동시에 이낙연 대표가 추구하는 정치도 더욱 불분명해졌다. 그는 개혁신당과의 결별을 발표하며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표 출신인 이준석 대표와 손잡은 지 11일 만이다. 혼란한 정체성은 기회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지향점이 분명치 않다면 정책 공약이라도 선점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제3지대에 모인 이들이 각자 당선 외에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반국민의힘, 반민주당이 이들을 연결하는 사실상 유일한 고리다. 이마저도 당권을 놓고 양보와 타협이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며 이들의 연대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였다. 한국 정치를 개혁한다며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제3지대는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이들은 왜 만났고, 왜 헤어졌나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께 사과드린다.” 지난 2월 20일 결별을 두고 각각 이낙연, 이준석 대표가 남긴 말이다. 개혁신당은 크게 4개의 정치세력(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이 모여 구성했다. 이들은 기존에 몸담았던 정당이 다르고 정치적 지향에서 완전한 합의를 이룬 적도 없다. 이는 이낙연 대표의 “신당 통합은 정치개혁의 기반으로 필요했다. 그래서 크게 양보하며 통합을 서둘렀다”는 설명을 통해 추론해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화학적 결합보다 총선을 겨냥한 물리적 결합에 가까웠다는 의미다. 제3지대의 이러한 통합을 두고 평론가들은 ‘묻지마 통합’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그 원인으로 세 가지 동기를 지적했다. 첫 번째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발견되는 독특성이다. 제3지대에 관한 지지와 제3지대를 표방한 세력에 대한 지지가 일치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여론조사에서 제3지대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0% 가까이 나왔지만 제3지대를 표방한 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1~3%에 그치는 식이다. 이러한 결과가 이들이 서둘러 묻지마 통합을 하게 한 첫 번째 동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두 거대 정당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이다. 제3지대는 이들 정당의 공천 잡음을 배경으로 통합을 시작하려 했지만 각 정당의 ‘컷오프’ 통보가 예상보다 늦어졌다. 결국 현역 의원 영입 등의 정치적 선전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선 통합부터 시행했다는 의미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시점이다.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설 명절 앞에 통합을 발표하려다 보니 ‘대화와 설득’ 보다 일단 ‘양보’를 전제로 통합을 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종합해 “많은 것을 덮어둔 생존권 차원의 통합”이라고 비판했다. 의도야 어떻든 유례를 찾기 어려운 보수·진보의 통합인 만큼 이들이 만들 시너지에 대한 기대는 컸다. 묻지마 졸속 통합이라고 해도 총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굳이 합의를 깨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결별을 선택했다. 왜 깨질 수밖에 없었느냐 역시 분석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주간경향은 1566호에서도 제3지대 통합 문제를 다뤘다. 당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 전문가를 두루 만났는데 그중 유일하게 이준한 인천대 교수만 “개혁신당이 몇 주 사이에 깨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예측했다. 그에게 다시 왜 그렇게 확신했는지 물었다. 이 교수는 “깨진 것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합당한 것이 놀랍지 않냐”며 “자꾸 결별 사유로 배복주니, 류호정이니 노선이 다르니 하는 거창한 말들을 하는데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좋겠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통합하기 전과 후의 결괏값이 달랐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예측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첫 번째는 이준석, 이낙연 두 대표 모두 당의 전권을 노리는 인물이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굴복하지 않는 이상 애초에 공존할 수 없다고 봤다. 두 번째는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개혁신당에는 유독 한국 정치에서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는 이들이 기존 정당에서 탈당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이들의 이해관계를 초월할 정치적·이념적 지향점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오히려 최대한 빨리 정리된 것이 이들로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빨리 깨진 것이 다행’이란 분석을 내놓은 것은 이 교수뿐만이 아니다. 새로운미래 측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낙연 대표 쪽은 자신들이 연배도 높고, 정치 생활을 더 오래 했으니 예우를 할 것이란 순진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며 “차라리 지금 나오는 것이 민주당 쪽 문제의 반사이익을 거둘 확률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치는 사라지고, 정치공학만 남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2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양정숙 의원 입당식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손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결별사태로 인한 관심은 이제 ‘제3지대의 존재감이 사라지느냐’, ‘총선의 핵심 변수로 다시 떠오르느냐’에 맞춰진다. ‘통합’을 화두로 삼았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이제 정치적·이념적 ‘차이’를 강조하며 재기를 도모하려 한다. 개혁신당은 합당 파기 바로 뒷날인 지난 2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전원이 당 상징색인 주황색 옷을 맞춰 입고 나왔다.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에서 우리의 지향점은 ‘진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목적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새로운미래와의 합당에 반발해 탈당한 당원들의 복당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광범위한 통합에서 기존 지지층을 지키는 전략으로의 선회했다. 이는 비례선거와 같은 전국단위 투표에서 안정적인 득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이준석 대표 개인의 정치적 기반을 결집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도로 ‘이준석 당’이란 의미다.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당대표일 때 상근부대변인을 맡았던 신인규 변호사는 “냉정하게 말해 지금 개혁신당에 남은 사람들은 제3지대 같은 대의보다 본인 선거에 필요한 이준석 영향력을 기대하는 것 아니냐”며 “이렇게 보면 윤석열, 이재명이라는 두 지도자가 당을 사유한 상황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욱 심각한 것은 애초에 이준석 대표는 문제를 관리하고 조정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왔음에도 누구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라며 “이번 결별은 이준석 대표가 선거에서 벌어질 몇몇 전투는 승리할지 몰라도 결국 전쟁에서는 질 것이란 점을 예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 역시 “이제 개혁신당은 제3지대 통합정당이라기보다 이준석 당이라고 봐야 한다”며 “과연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이 결합이 유지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지난 2월 22일 국회에서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미래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민주당 정체성을 언급하며 통합과는 멀어지는 중이다. 그런데 이는 민주당 내 공천 관련 잡음과 맞물리며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이른바 ‘이재명표 혁신 공천’을 두고 ‘비이재명(비명) 학살 불공정 공천’이란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탈당하는 현역 의원도 나왔다.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20%를 받은 김영주 의원이 대표적이다. 통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추가 이탈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만이 커질수록 부각되는 것은 그와 대척점에 선 이낙연 대표다. 김 대표는 “이제 새로운미래가 살길은 민주당 공천 내분이 어디까지 확대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낙연 대표가 정통 민주당을 언급한 만큼 앉아서 죽느니 나가겠다는 사람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확장력이다. 민주당에서 컷오프된 현역 의원 몇몇의 합류로 독자적으로 존립 가능한 정당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경쟁력 있는 지역구 출마자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탈자를 받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교수는 “민주당에서 컷오프된 사람들은 탈당해도 선거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 고민일 것”이라며 “차라리 당 내부에 머물며 선거가 끝난 뒤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가 개혁신당과 결국 다시 손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쪽 모두 지역구 출마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는 만큼 비례선거는 각자 치르되, 지역구는 선거연대를 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준석 대표 역시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미래와 열린 입장을 가져갈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한 내부관계자는 “결별 과정에서 국민의힘, 민주당이 아닌 선택지를 요구하는 민심이 큰 만큼 지역구는 단일 후보, 비례는 각자 가는 방향으로 정리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아직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제3지대는 통합, 개혁 등을 외치며 시작했지만 이들의 미래는 정치공학, 선거전략에 달린 상황으로 변해 가고 있다.
- 첫걸음 뗀 유보 통합, 선결 과제 ‘산더미’(2023. 12. 01 16:40)
- 2023. 12. 01 16:40 사회
-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소위 통과…교육계 30년 숙원 실마리 서울 노원구의 한 직장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원구 제공 지난 11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건복지부가 관장하고 있는 영·유아 보육에 관한 사무를 교육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개정안이 법사위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교육·보육계의 해묵은 과제인 ‘유보(영유아교육·보육) 통합’의 법적 근거가 처음 마련된다. 김교흥 행안위원장이 전체회의에서 “우리나라 영·유아 보육과 교육의 큰 흐름을 바꾸는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유보 통합 논의의 시작은 1995년 당시 김영삼 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한 영·유아 보육은 보건복지부, 유치원부터 이후 교육은 교육부로 각각 나뉘어 있다 보니 취학 전 아동에 대한 통합적인 교육체계가 정립되지 못했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있어왔다. 이원화된 행정으로 인한 예산·행정절차 등의 비효율성,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교육격차,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와 아동의 선택권 제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유보 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30년 가까이 끌어온 지난한 유보 통합 문제를 매듭지을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개정안의 행안위 통과를 “역사적”이라 평가할 수도 있다. 다만 오랜 세월 동안 분리 운영돼온 유보 운영을 통합하기까지 준비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유보 통합에 따른 교사들의 처우 논란, 재정 확보 및 전문인력 문제, 준비 미흡에 따른 교육 서비스의 질적 하락 우려 등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많아 이들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저출생·인구감소 “영·유아에게 투자해야”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취학 전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보육과 교육’이라는 공통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각각 다른 근거법, 관리기관을 통해 운영 중이다. 3~5세 유아가 다닐 수 있는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상 ‘학교’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운영과 관리·감독을 맡는다. 위탁 운영의 형태에 따라 국립·공립·사립 유치원으로 구분된다. 0~5세 영·유아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사회복지시설’로 규정돼 있다. 복지부와 각 지자체가 운영 및 관리·감독 주체다. 운영 형태도 다양해 국공립부터 법인·민간·가정·협동·직장 등 어린이집 종류만 7종에 달한다.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더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예컨대 어린이집은 하루 12시간 동안 영·유아를 봐주지만 유치원은 교육시간(4시간)을 포함해 8시간가량으로 더 짧다. 시설을 설립하기 위한 조건이나 규정, 시설의 양도·양수·처분 관련 규정, 근무하는 교사들의 지위나 처우 역시 기관별로 다르다. 반면 재정과 교육과정은 동일하게 운영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를 통해 예산을 지원받는다. 올해 기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지급되는 유아 1인당 교육비 지원금액은 28만원으로 동일하다. 유치원은 방과후 과정 지원비로 1인당 7만원을, 어린이집도 추가 보육시간을 위한 기관지원비·교사 처우 개선비 등으로 1인당 7만원을 지원받는다. 교육과정 역시 통합운영돼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3~5세 유아는 ‘누리과정’이라는 동일한 교육을 받는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유보 통합 전면 철회를 위한 전국 교사대회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유아가 3세가 되면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자유롭게 선택해서 다닐 수 있다. 동일한 재정과 교육과정에도 어린이집과 유치원 간 ‘교육격차’ 문제는 끊임없이 논란이 돼왔고, 이는 유보 통합 추진을 위한 가장 강력한 명분이자 동기로 작용했다. 유치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문제도 불거졌다. 교육부 유보 통합추진단의 집계를 보면 유치원은 유아 1인당 평균 월 16만8000원(2022년 교육통계)을, 어린이집은 1인당 평균 월 5만6000원(2021년 보육통계)을 학부모가 추가 부담하는 것으로 나온다.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 보육학계, 유보 통합범국민연대 등 64개 단체는 11월 28일 공동 성명을 내고 “교육재정의 투자 효과는 영·유아기가 가장 크지만 초유의 인구절벽 상황임에도 영·유아 재정투자 및 정책중요도는 매번 후순위로 밀려왔다”며 “법안이 통과돼 행정조직이 단일화되면 현장의 급변하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영·유아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치원 반발 “졸속 추진, 재정은 확보됐나” 유보 통합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제시한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유보 통합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행안위를 통과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복잡하지 않다. 현행 영·유아 보육 관련 행정을 관장하는 주체를 ‘복지부 장관’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고치는 정도다. 법조문 개정은 이처럼 쉽지만 유보 통합이 현실화할 때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고돼있다. 교육부는 올 1월 30일 유보 통합 계획을 공개하면서 올 하반기 중 유보 통합 선도교육청 선정, 2024년 유보 통합 선도운영 및 격차해소·통합기반 마련, 2025년 통합 시행이라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학계와 유치원, 어린이집 현장 관계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유보 통합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유보 통합을 반대하는 측은 정부의 유보 통합 계획안이 다양한 의견수렴이나 소통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반발한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정부가 유보 통합 내 직·간접적인 모든 관계자와 협의해 심사숙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30년간 끌어온 문제를 2년 내 끝내려고 한다”며 정부의 계획안 철회 및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등은 지난 9월 공동성명을 내고 “성공적인 유보 통합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방적·획일적 정책 성안이 아니라 유아 교육 여건과 교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공감과 합의를 통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시민단체인 행복한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교육 주체인 학부모들에게 유보 통합의 추진 과정을 제대로 알리고, 상세히 설명하고, 의견수렴도 해야 하는데 사회적 합의의 과정 없이 유보 통합이 졸속으로 강행되고 있다”며 “교육부에 약 3만개의 어린이집을 관리할 인력과 체계가 있는지, 모든 영·유아 교육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기 위한 예산은 확보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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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국민통합위, 청년 젠더갈등 실태조사 착수(2022. 10. 07 14:01)
- 2022. 10. 07 14:01 정치
- ㆍ지난달 연구용역 발주… 국가 차원 노력 필요성 인정 ㆍ 부산 청년세대 조사에서 갈등 원인으로 ‘언론’ 최다 지목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청년세대 젠더갈등의 실태 파악에 나섰다. 젠더갈등의 현황 및 분석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국민통합위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사안을 정식 과제로 채택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국민통합위는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및 사업 등 대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속 1호 위원회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회원들이 지난 2월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이대남’ 담론을 통한 젠더와 세대 갈등을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정치권이 과대 대표된 일부 ‘남초’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대다수 의견인 듯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 한수빈 기자 이와 별개로 청년층 젠더갈등의 주요 원인이 언론과 정치권에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언론 등이 남녀 간 인식 차이를 과장해 갈등으로 부풀리고 정치권이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청년 남성들은 성평등 정책이 ‘기계적 평등’을 이뤄야 한다고 오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녀 인식 차이를 좁히고 이런 차이가 갈등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젠더갈등 인식 여론조사 주간경향 취재결과, 국민통합위는 지난 9월 ‘청년층의 젠더갈등 현황 및 분석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발주해 업체 선정을 마쳤다. 국민통합위는 “우리 사회 젠더갈등은 국민 5명 중 3명 이상(63%)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며, 특히 청년세대(75%)에 있어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첨예한 청년층의 젠더갈등은 점차 심화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젠더갈등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쟁점별 갈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용역의 과업 내용에는 우선 청년층 젠더갈등과 관련한 인식을 살펴보기 위한 여론조사가 담겼다. 젠더갈등의 심각성 정도, 해결 과제 및 대안 방향 등이 여론조사 주제가 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정리·분석해 시사점을 도출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또 그간 언론보도 및 연구자료 등을 수집 분석한다. 젠더갈등을 주제로 한 정책 추진 경과, 이해관계자 요구사항 분석, 법·정책적 현황 및 문제점 분석 및 대안 검토 등도 이뤄진다. 원인 분석 및 대안 검토의 방법으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연구용역은 오는 12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국민통합위는 연구결과를 검토해 청년층의 젠더갈등을 위원회의 정식 과제로 삼을지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과제로 선정되면 위원회 내 별도의 특별위원회 등을 꾸려 공론화 및 해결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통합위 관계자는 “청년층 젠더갈등이 심하다 보니 여론조사 등을 통해 사전에 현황을 파악해보는 것”이라며 “아직 위원회의 과제로 채택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특별위원회 등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기획분과 쪽에서 발주했다. 이 분과는 국민통합 어젠다를 기획·발굴하고 위원회의 운영을 총괄 기획·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기획분과에는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가 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그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젠더 입법정책 전문가다. 이 때문에 청년층 젠더갈등 문제가 과제로 다뤄진다면, 차 교수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연구용역 발주 과정에 차 교수가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국민통합위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속 첫 번째 위원회로 지난 7월 27일 출범했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민통합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출범식에서 “국민통합위는 담론 수준에 그쳤던 기존 위원회 방식을 탈피해 실용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문제해결형 위원회’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민간위원 24명과 정부 위원 8명이 위원회를 꾸렸다. 기획, 정치·지역, 경제·계층, 사회·문화 등 4개 전문 분과가 설치됐다. 국회의원 출신 최재천 변호사, 김민전 경희대 교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윤정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석좌교수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위원회는 과제를 선정하면 특별위원회를 꾸려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앞서 지난 9월 ‘대·중소기업 상생 특별위원회’와 ‘장애인이동편의증진 특별위원회’를 각각 출범시켰다. 특위의 위원장은 분과 소속 위원이 맡고 민간 전문가 9명이 위원으로 활동한다. “언론·정치권이 젠더갈등 조장” 국민통합위의 연구용역과는 별개로 최근 유사한 주제의 연구보고서가 발간됐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지난 9월 28일 발표한 ‘부산지역 2030 청년세대 젠더인식 조사 및 대응 방안’이다. 정다운 연구위원(행정학 박사)과 옥소연 전문연구원이 지난 4월 부산에 거주하는 20·30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20명을 상대로 초점집단면접조사 등을 벌인 결과가 담겼다. 우선 응답자 중 62.2%는 ‘젠더갈등이 심각하다(대체로 심각하다+매우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젠더갈등의 원인으로는 ‘언론 및 방송매체의 성별 갈등 조장’(27.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초점집단면접조사에서도 참여자들은 ‘여초·남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성별 혐오 발언을 언론이 조회수를 위해 무분별하게 다룬다고 말했다. 이런 자극적인 요소로 인해 남녀의 인식의 차이가 젠더갈등으로 부풀려지고 혐오 댓글이 달리면서 갈등이 더욱 확장된다는 것이다. 또 58.8%가 페미니즘 관련 지식이나 정보를 신문·방송에서 얻는다고 응답했다. 언론보도가 젠더인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청년들은 정치권에서 ‘이대남’, ‘이대녀’ 프레임을 통해 갈등을 극대화한다고 인식했다. 언론 등에서 이슈화한 것을 정치권이 정치적 이득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언론은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정치권은 실질적인 성평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치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정다운 연구위원은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언론 기사는 TV나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접하는 구조인데다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말하는 내용은 한번쯤 팩트체크를 거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만큼 성평등 문화 확산과 인식 개선 등에 있어서 언론과 정치인의 영향력이 매우 크고 중요하다”고 했다. 젠더갈등과 관련한 언론보도 양상을 분석한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젠더갈등을 키워드로 한 기사 건수는 2010년 22건에서 2018년 405건으로 18배 이상 증가했다. 2018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특히 2021년에는 2647건, 2022년 1~5월에는 전년의 3분의 2 수준을 기록했다. 젠더갈등 관련 기사의 연관어를 살펴보면, ‘여가부(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양성평등, 청년들, 이대남, 이대녀, 남혐, 여혐, (정당의) 최고위원, 위원장의 단어들이 부각됐다. 보고서는 “젠더갈등이라는 단어가 정치적인 이슈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실제 지난 대통령선거 때부터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젠더갈등을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다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1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지율이 급락했을 때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세웠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비속어 논란 등으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당정은 지난 10월 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여가부 폐지의 구체적인 사안을 협의했다. 이어 행정안전부는 6일 여가부를 폐지하고 해당 기능을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전국 286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0월 4일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대선 시기부터 근거도 내용도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고, 대통령 지지율 24%라는 최저점을 찍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위기마다 여가부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라고 비판했다. 성평등 정책 적극 홍보 필요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설문조사 결과 젠더갈등 발생 원인의 2·3위는 ‘어려서부터 학습된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24.9%), ‘가부장적 사회문화’(24.4%)로 집계됐다. 특히 여성 응답자들은 ‘가부장적 사회문화’(29.2%)와 ‘학습된 성별 고정관념’(29.1%)을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했다. 정다운 연구위원은 “고정된 성역할을 어릴 때부터 교육받아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 온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통합위원회가 지난 8월 16일 제2차 전체 운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국민통합위원회 유튜브 갈무리 실제 초점집단면접조사 결과 여성 참여자들은 가정생활에서 성차별을 경험한 사례가 많았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라 가사노동을 하거나, 대학이나 진로를 선택할 때 취업이 안정적인 학과를 선택하도록 강요받은 참여자도 있었다. 보고서는 “어린 시절 가정에서부터 성별분업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경험하게 되면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하고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 고정관념의 틀에 가둬 한계를 짓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성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남녀 청년 39.0%가 ‘교육을 통한 성차별 인식 개선’을 꼽았다. 청년층 젠더갈등 해소를 위해 필요한 요소로 26.3%가 ‘성평등 교육 및 인권교육 의무화’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제안했다. 또 평교사 및 교장·교감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교육, 학생을 대상으로 한 생애주기별 성인지 교육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부산 청년들은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은 있으나 페미니즘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로 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성평등 정책 수립 배경 등을 시민에게 홍보하는 방안도 시민의식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설문조사에서 ‘현재 성평등 관련 정책들은 남성의 입장은 무시하고 여성의 입장만을 대변한다’는 질문에 35.7%가 동의했는데, 특히 남성은 51.5%가 공감했다. 초점집단면접조사에서도 참여자들은 “충분한 설명 없이 좋은 정책이니 무조건 따르라는 것은 오히려 정책에 반감을 갖게 되고 좋은 취지와 내용으로 수립된 정책의 의미가 오인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보고서는 “많은 성평등 정책이 성별을 떠나 도움이 되는 정책인데도 내용이나 시행 배경을 잘 알지 못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몇몇에 의해 혐오적 표현에 노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조적 성차별 해소해야 보고서는 성평등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청년 남성은 디지털성범죄 n번방, 소라넷 사이트 폐지, 성매매 방지, 미투 운동,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등 젠더폭력과 관련한 이슈에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 반면 성평등 정책과 관련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은 문항은 ‘경찰, 소방관, 군대 등 남성 비율이 높은 직종에서의 여성 비율 확대’(28.5%), ‘여성 우선 주차장’(25.1%), ‘양성평등 채용목표제’(22.6%), ‘고위직 공무원, 국회의원 등 여성 비율 확대’(19.3%) 등이었다. 보고서는 “이처럼 여성을 우대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책을 두고는 남성의 반감이 높은 편”이라며 “기존에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남성들의 동의도 이끌어낼 수 있는 성평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초점집단면접조사에선 남녀 간 의견 차이가 두드러졌다. 여성 참여자는 “성평등 정책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책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부분의 남성 참여자는 “현재 성평등 정책은 여성을 우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남성에게 반감을 주고 있으며, 지금처럼 여성 우대정책을 시행하려면 남성 우대정책도 같이 시행돼야 공정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이미 제도적으로 성평등 기반이 잘 갖춰져 있고 평등한 상태이므로 성평등 정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도 나왔다. 보고서는 “성평등 정책 추진 시 대상자를 여성과 남성의 성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젠더에 기반을 둔 포괄적인 성평등 정책의 범주를 재설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구조적인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성평등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다운 연구위원은 구조적 성차별의 예로 노동시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 성별 임금 격차, 유리천장 등이다. 정 연구위원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채용 과정에서 차별받지 않고, 동일한 직종에서 같은 직급으로 일하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젠더폭력을 거론하며 “직장 내 위계에 의한 성희롱, 성폭력 및 괴롭힘 등은 가해자의 권력에 기인한 것으로 이 또한 불평등한 권력 구조, 즉 구조적 성차별의 문제라 할 수 있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부산지역 청년들은 공정함·동등함에 대해 남녀가 똑같은 기준을 적용받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라며 “남녀가 처한 상황적 고려 없이 똑같은 기준을 적용받는 것, 즉 기계적 평등만을 공정한 것이라고 오인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젠더인식 차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두고 “남녀 청년들이 젠더이슈와 관련된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소통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정책적으로는 지역 차원에서 청년의 젠더인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 축적을 위해 정기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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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의 시대 열 수 있을까(2022. 03. 11 11:19)
- 2022. 03. 11 11:19 정치
- “윤석열 후보가 0.73%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민심은 윤석열 후보에게도 이재명 후보에게도 압승과 완패를 보내지 않고, 절묘한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다. 유권자들은 일방적인 압승이나 참패가 아니라 ‘초접전 속 신승’이라는 견제와 균형을 선택함으로써 누가 당선되더라도 오만과 독선 대신 협치와 국민통합의 정치를 추구하기를 바란 것으로 보인다. 분열과 증오의 극단적인 진영정치 대신 중도 수렴의 정치가 필요하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개표가 완전히 끝난 직후,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교수가 밝힌 ‘윤석열 48.56% 당선’의 의미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면 날개를 편다’고 했다. 역사의 간지(奸智)는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난 후에야 그 의미가 뚜렷해진다. 대선 직후 언론 지면과 사설을 뒤덮고 있는 ‘협치와 국민통합’ 주문은 당위다. 대선 후 당선인이 내놓아야 할 정답이자 모범답안이다. 그럼에도 의문이 자꾸 떠오른다. 과연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은 협치를,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 기자는 대선을 사흘 앞둔 3월 6일, 동네에 방문한 윤 당선인 유세장을 찾았다. 뉴스나 인터넷 영상으로 한차례도 거르지 않은, 그가 이번 선거에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약속을 내놓는가 현장에서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2009년 경기도로 이사했으니 그후 세 번째 대선이다. 대선후보가 지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윤석열 후보는 3월 6일에 왔고, 이재명 후보는 선거 전날인 3월 8일에 방문했다). 주말 오후였음에도 30~40대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의 주요 지지기반으로 떠오른 20대 남성들도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수백단위 청중의 상당수는 빨간 목도리나 풍선을 들고나온 장년·노인층이었다.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에 이은 윤 당선인의 30여분 연설내용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서민들이 집을 갖는 것을 반대하고 임대주택을 늘리려는 정책인데, 서민들이 집을 갖게 되면 보수가 되기 때문에 일부러 서민을 못살도록 묶어두려 했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전형적인 음모론이었다. 그는 30여분 내내 “강성귀족 노조만 위하는 이 자들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응징해야 한다”와 같은 거친 언사들을 쏟아냈다. 반정부 선동이기도 했다. ■윤석열, 선거운동 기간 내내 공격만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들어간 후 판세가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가늠하는 방법 중 하나가 후보자의 동선 살피기다. 동선은 그 후보자가 현재 밀리고 있는 지역들을 가리키는 지표라서다. 선거 사흘 전인 이날과 이튿날 윤 당선인의 동선은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경기도의 주요 도시들을 30분 단위로 끊어 방문하는 강행군이었다. 개표결과가 보여주듯 실제 경기도에서 1위를 기록한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다. 어느 쪽이 열세인지를 판단하고 싶을 때 유세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유효한 방법이다. 통상적으로 밀리는 쪽에서 거친 네거티브 공격에 나선다. 앞서나가는 쪽에서는 정책과 비전 위주의 연설을 한다. 의구심은 윤 당선인이 공표금지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후 이재명 후보의 반등세가 있었다고 하지만 기자가 접촉해본 복수의 윤 후보 선대위 측 인사들이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주장은 5~10% 정도 윤 후보가 앞선다는 의견이었다. 실제 투표가 끝나고 개표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기자가 접촉한 대부분의 인사도 ‘윤 당선인의 5~10% 우세’를 전제로 코멘트를 했다. 실제 여의도연구소가 내놓은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100만표 차이 이상으로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의문은 왜, 그럼에도 윤 당선인이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본인의 집권 후 비전과 전망이 아닌 네거티브로 일관한 선거운동을 벌였을까 하는 점이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 서울시청 앞에서 연 마지막 집중 유세 무대에는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을 담은 책 저자 장영하 변호사와 함께 불륜설을 주장하는 배우 김부선씨가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지지 때문에 일부러 서민을 임대주택에 묶어둔다는 주장은 적어도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음모론이 아니다. 후보 자신이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김수현 수석의 책 어딘가서 그 근거가 되는 대목을 읽었다고 했다. 오해한 것이다. 알면서 일부러 거짓말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윤 당선인의 선대위에서 정책총괄을 했던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선대위에는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본부장을 맡은 정책총괄본부가 있었지만 기자가 접촉한 이 인사는 별도의 정무라인으로 모종의 역할을 했다) “…물론 공무원·검찰만 한 사람이라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부분은 있다. 분양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나에게 ‘야, 보통 사람들은 분양 안 받는 거 아니야’라고 물어보더라. ‘누가 분양을 받냐, 집은 사는 거 아니냐’ 정도의 인식이었다. 집 없는 일반 서민들이 청약통장 만들어 아파트 분양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 3월 10일 새벽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자질 부족? 당선인 측은 어떻게 말할까? 선거 기간 이 인사는 기자가 취재한 사안을 놓고 ‘윤 후보 측의 입장’을 들을 필요가 있을 때 활용한 접촉 창구였다. 선거전이 과열되면서 이 인사는 기자와 연락을 끊었다. 다시 그와 통화가 연결된 건 선거가 끝난 직후였다. 그에게 선거 막판에 불거진 이른바 김만배 녹취록과 관련한 내용을 물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자 조우형씨에게 가 공개한 김만배 녹취록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선배인 박영수 변호사가 조씨에게 “(사건 담당검사인 윤석열 검사를 만나) 커피 한잔 마시고 오면 된다”고 말했다는 사실은 이른바 대장동 화천대유·천화동인 사건 관련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진술하는 내용이다. 사실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은 의혹제기인 셈이다. 앞서 인사의 말이다. “그럴 수 있다. 실제 조씨가 커피 한잔 얻어 마시고 돌아왔을 수 있다. 그런데 그걸 인정하는 순간 저쪽에서는 합리적으로 논의가 불가능한 사안으로 몰아가 버린다. 커피 한잔을 마셨다고 인정하는 순간 저쪽에서는 대장동 몸통으로 몰아붙일 준비를 하고 있다. 한두가지 사소한 팩트로 어마어마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운동권 출신들의 고질적인 나쁜 버릇이다.” 그는 김건희씨에게 제기된 이른바 무속 논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호기심에 점을 보러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정치권에서도 무속인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그 사람들 말에 솔깃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점을 봤다는 선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무속인이 쥐고 흔드는 판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것 역시 그 사람들이 과거 학생운동할 때부터 지금까지 해온 일이다. 친일과 독재가 없어도 그 후예들을 만들어낸다. 귀신이 없어도 귀신을 만들어내 귀신 나왔다고 호들갑 떨듯이.” 이 인사는 윤 당선인의 반대편에서 우려하는 “윤 후보가 당선되면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민주당 운동권들이 윤 당선인에게 만들어 씌운 허구의 프레임이라고 했다. “윤석열이라는 사람은 민주당이나 촛불시민이 엄청나게 키운 인물이다. 검찰 출신이라고 검찰공화국을 만들 것이라고 하는데 뭐가 어마어마하게 한 일이 없다. 조국 사태 이후 대립하면서 검찰독재 프레임으로 그를 가둔 것이다. 한때는 예수였는데 이제는 사탄의 아들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조국 전 장관은 검찰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 투사로 만들려 했고, 선·악 이분법으로 선을 그어 윤석열은 악마로 만들려 했다고 본다.” 윤 당선인 측이 ‘사건’을 보는 관점이다. ■찬사와 비난 오간 양 진영의 윤석열 평가 과거 민주당에서 활동하다가 조국 사태 때 탈당해 청년정치조직 뉴파티, 바른미래당 청년위원회 등의 활동을 한 정국진씨는 이번 대선에서 SNS에 윤석열 후보의 동향과 기사를 공유하는 ‘일간 윤석열’ 정보방을 운영했다. 윤 당선인이 20대 대통령으로서 국민통합의 적임자라고 보는 이유를 묻자 그는 “윤석열은 ‘진영논리에 기반을 둔 양당체제에 의한 피해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양당, 양쪽 진영으로부터 엄청나게 큰 비난을 받았고 또 그 비난을 이겨낸 진귀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윤 당선인을 지지한 건 2020년 1월부터인데 그 까닭은 보수·진보 양 진영으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그것을 극복해낸 서사와 캐릭터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개인 경험이 향후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어떤 문제든 풀어나갈 수 있는 역량으로 작용할 거라고 판단했다.” 정씨는 윤 당선인과 또 다르지만 비슷한 캐릭터가 안철수라고 덧붙였다. “양당체제의 폐해 문제는 일찌감치 안철수도 비슷한 말을 해왔다. 나는 이 두 사람이 어우러져 대한민국 정당정치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권 초기에 치르는 큰 선거(지방선거·총선)는 회고투표, 대선은 전망투표라는 공식을 깬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복기해보면 선거 과정에서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양당체제에 대한 비판은 나왔으되, 지금의 선거체제와 정치시스템이 만든 헌법질서(이른바 ‘87체제’)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전망과 미래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전망 제시는 사라지고 심판구호만 남은 선거였다. 꾸준히 선거제도 개혁·헌법개정을 주장해온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의 말이다. “87체제 종식 이야기가 거의 안 나와 아쉽다. 이재명 후보가 ‘정권교체’에 맞서 ‘정치교체’라는 말을 꺼내긴 했는데 너무 늦게 꺼내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윤석열 당선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시민단체들이 개헌 입장을 물었더니 답변을 거부했다. 대선후보가 개헌 관련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1987년 만든 헌법의 개헌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대통령 당선인은 개헌에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그나마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 정도는 할 수 있을 듯한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국회 의석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사실상 여야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3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감사 메시지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선거가 끝난 지금에서야 복기해보면 협치나 국민통합은 어쩌면 2012년 경제민주화처럼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키워드였다. 이재명 후보는 3회에 걸친 법정TV 토론 과정에서 후반부에 이르러 정치교체라는 프레임을 제시하며 관련 어젠다를 전면화했다. 일정 부분 실행하기도 했다. 김동연 새로운 물결 후보와의 소(小) 단일화가 그것이었다. 이재명 후보가 다음 단계에서 추진하려 했던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역시 국민통합을 내세우며 달성한 건 윤석열 당선인이었다. 여권의 자리를 내주게 된 민주당으로서는 2012년 김종인을 앞세운 경제민주화 어젠다를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뺏기는 과정과 같은 실수를 고스란히 반복한 셈이다. 전략의 실패다. ■진정한 협치, 국민통합 이루려면 “대장동 이야기는 오늘 안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3월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한 말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거론한 대장동 이 후보 주범론(=사법처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같이 답했다. 그는 “늘 말씀드리는 문제이지만 그 문제는 시스템에 의해 가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예상대로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은 협치와 국민통합을 이야기했다. 한편으로 또 윤 후보를 뽑은 48.56%의 국민은 전 정부의 심판과 여권 후보의 비리의혹을 확실히 밝혀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둘의 딜레마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 있다. “그 부분이 딜레마 맞다. 아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안 할 수는 없고 하자니 야당의 반발이 불가피해 정권 초반에 협치 분위기가 깨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유창선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덮어줄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덧붙였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윤석열 당선인이 교통정리를 해서 전 정권 쪽 수사를 못 하도록 한다든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일종의 문재인 정권 수사의 보완재 정도로 다루도록 조절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수사과정에서 외압이나 권력 남용은 없었는지, 예컨대 대장동 의혹에 대해 왜 수사가 미진했거나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는 알아봐야 한다. 반대 진영의 요구가 있다고 해서 다 덮고 갈 수는 없는 일 아니냐. 윤 당선인 입장에서도 하겠다는 생각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듯하다. 다만 무한대로 가면 정치보복이 되고 야당이 강하게 반발할 게 분명한 만큼 선택과 집중 그리고 절제된 권력 행사가 필요하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을 종합적으로 볼 때 시대정신은 공정과 새로운 성장, 불평등의 해소 세가지였다”고 말한다. 그런데 윤석열 당선이라는 최종결과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정권교체 프레임뿐이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맨 처음은 둘 다 공정을 내세웠지만 양 후보 모두 개인적으로 도덕적인 의구심에 휩싸이면서 공정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상실해버렸다. 다음으로 윤 당선인은 보수후보답게 새로운 성장을 내걸었고, 진보후보인 이재명 후보는 불평등 해소를 내걸었는데 그 차이도 둘 간에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재명은 성장, 윤 당선인은 의외로 복지를 두텁게 하겠다고까지 하면서 전통적인 보수·진보의 정책적 비전 차별성이 사라져 버렸다. 결국 남은 건? 정권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 프레임뿐이었다.” 그는 이번 선거는 공정으로 시작해 양쪽 후보 다 통합을 말하는 특이한 흐름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치교체냐 정권교체냐의 대결이었는데 이건 철저하게 진영정치 기반이었다. ‘국민통합과 정치교체’ 프레임은 이재명 후보가 안철수 완주를 전제로 제시해 나름대로 효력을 발휘했지만 3월 3일 윤석열과 안철수가 단일화하면서 다시 ‘정권교체’ 프레임이 강해졌다. 결국 이재명이 선도한 통합전략의 실제적인 수혜자가 윤석열이 됐다.” 중요한 건 48.56%(윤석열)과 47.83%(이재명) 지지율의 의미다. 윤석열 당선인이 말하는 국민통합이나 협치가 선거 때 후보단일화를 선택한 안철수 국민의당과의 합당만을 의미하지 않으려면 이재명에게 표를 던진 47.83%의 유권자들도 끌어안아야 한다. 김 교수는 “복수(revenge)의 정치는 결국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다”며 “새로 선출된 대통령과 정권담당자들이 결단을 통해 적폐청산의 주체였던 전 정권이 다시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국민통합에 제대로 시동을 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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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경향(총 8 건 검색)
-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가속'···산업은행에 '통합전략' 제출
- 2021. 03. 17 17:28 화제
-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대한항공이 예상 밖의 선전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7조4050억, 영업이익 2383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40%, 영업이익은 17% 감소한 수치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항공사들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기록한 흑자이다. |연합뉴스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인수 후 통합 전략’(PMI) 수립을 마무리하면서 인수 절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PMI는 두 회사 간 통합의 방식은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포함한 일종의 계획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PMI를 산업은행에 제출 완료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후 산은은 대한항공과 수정·보완 협의를 한 뒤 최종 PMI가 확정하게 되며, 산은도 이에 발맞춰 협의를 위한 경영평가위원회를 출범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이 1차로 제출할 PMI에는 고용유지 및 단체협약 승계 방안과 양 사가 소유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방안, 운송지원 자회사의 효율화 방안,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 제한 위반 해소 방안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발표 직후 노조가 우려했던 고용 유지에 대한 세부적인 실행 방안 역시 PMI에 포함됐을 확률이 높다. 대한항공과 산은은 인수 이후 구조조정이 없다고 밝혔지만, 업무가 중복되는 직원의 인사이동은 불가피할 전망. 산은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과 체결한 투자합의서에 명시된 고용 유지 방안이 PMI에 더 구체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사업 통폐합과 LCC 통합 계획도 명시됐을 것으로 보인다. 업무가 중복되는 대한항공의 자회사·자매사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는 합병 이후 통폐합되기 때문. 항공사 지상조업사인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아시아나에어포트 역시 통합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 조업사는 항공기 수하물과 화물 상·하역을 담당한다. 항공 예약·발권 시스템과 호텔·렌터카 예약 등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아시아나세이버와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시아나IDT는 각각 한진칼의 자회사인 토파스여행정보와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진정보통신과 업무가 겹친다. 두 대형항공사(FSC)의 통합으로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LCC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역시 1개의 LCC로 재탄생한다. 다만, 통합 LCC의 브랜드나 본사 이전 등의 내용은 최종 통합까지 2년가량이 남아있어 PMI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약 50명으로 이뤄진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PMI 수립을 위한 아시아나항공 실사에 착수했다. 우기홍 사장이 인수위원장, 이승범 고객서비스부문 부사장이 실사단장, 김윤휘 경영전략본부장이 기획단장을 맡았다. 아울러 올해 1월 기획·재무·여객·화물 등 분야별 워킹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방문해 약 3개월간 현장 실사도 진행했다. 산은 역시 이날 대한항공‘경영평가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경영평가위는 채권금융기관 소속 직원과 더불어 회계·경제·경영·항공산업 등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위촉했다. 명단은 비공개다. 산은의 PMI 검토는 한 달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다음 달 최종 PMI가 확정되면 후속 절차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미국, EU, 중국, 일본, 터키 등 기업결합심사가 필수인 9개 경쟁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고, 터키에서는 지난 달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했다.
- 문·이과 통합교육 시대가 온다
- 2014. 12. 01 13:55 육아/교육
-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게 될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발표됐다. 이 중에서 가장 큰 핵심은 고교 문·이과 통합교육이다. 문·이과 통합교육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2018학년도부터 적용돼 문·이과 계열 구분이 없어진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시작된 교육 개편의 쟁점을 살펴봤다. 언제부터인가 ‘이과 바보,’ ‘문과 바보’라는 말이 일상용어처럼 쓰이고 있다. 보통 역사나 사회에 어두운 아이를 ‘이과 바보’라고, 수학과 과학에 무지한 아이를 ‘문과 바보’라고 지칭한다. 이런 자조 섞인 별명은 문·이과를 가르는 우리 교육에서 나온 것이다. 아이들은 고교 1학년이 끝나갈 무렵 ‘문과냐, 이과냐’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이 한 번의 선택으로 학교는 물론 직업까지 평생의 진로가 결정된다. 이렇게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와 이과를 구분해 가르치는 나라는 일본과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뿐이다. 경직된 문·이과의 장벽을 허물어 종합적이고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 이번 교육개정안의 배경이다. 서울대 입학본부는 2015학년도 입시부터 의·치대에 문과생도 지원할 수 있게 한 ‘교차지원 허용안’을 발표했다가 한 달여 만에 철회했다. 교육과정의 파행 우려로 유보한 것이다. 당초 2017년까지 수능의 문·이과를 통합하겠다는 정부안은 백지화됐지만, 2021학년도부터는 문·이과 구분 없이 수능을 치르게 된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과생만 불리해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이과를 선택한 윤진서양(18)은 “문과도 의대에 지원할 수 있다고 하면 공부 양이 적은 문과가 더 유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과생들이 공부하는 수리 영역은 출제 범위도 넓고 까다롭다. 수학이 부담스러워 문과를 선택하는 경우도 상당수인데 이들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지면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이런 이유로 수학의 경우 문과 수준으로 통합하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공계 교수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공계생들이 대학에서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고교에서 물리Ⅱ와 화학Ⅱ 정도는 이수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신입생들을 상대로 다시 수학·과학을 가르치는 현실에서는 노벨상은 꿈도 꾸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2018학년도 고교에서는 문·이과 계열 구분 없이 1학년 때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한국사를 공통과목으로 배워야 한다. 동시에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맞춤형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선택과목(일반선택, 진로선택)’이 개설된다. 인문학적 소양을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충족하고자 문학이 이론 위주에서 감성과 소통 중심으로 바뀌고, 고교 교과에 인문학적 내용이 강화된다. ‘고전 읽기’, ‘고전과 윤리’, ‘과학사’ 등의 과목 신설도 검토되고 있다. 논란의 쟁점이 된 통합과학은 초등·중학교 과학의 기본 개념과 탐구 방법을 바탕으로 현행 물리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의 30% 정도의 내용과 난이도로 구성된다. 쉬워지는 대신 자연현상과 관련된 통합 개념 이해와 미래 사회 대비 핵심 역량을 반영한 융합형으로 개발된다. 쉽게 말해 사회와 과학을 묶는다는 것이다. 사회문제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경제적인 문제에 지구과학을 연계해 사회과학의 융합과목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앞으로 대학이 실제로 어떻게 전형을 운영하고, 학생들의 공부 부담이 얼마나 늘게 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난이도를 조절하지 않은 채 시험 볼 과목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공부 양만 늘어나게 된다. 바뀐 교육과정으로 출제되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수능 제도 3년 예고제’에 따라 2017년에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학문의 융합은 시대의 흐름 ‘최악의 입시 제도라도 안 바꾸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입 제도 개편은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이 바뀌는 혼란 속에 결국 그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 한때는 한 과목만 잘해도 대학을 갈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것은 입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학문의 융합은 이미 시대의 흐름이고, 문·이과의 통합은 근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IT 혁명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도 대학 시절 서체 수업에서 영감을 받아 맥킨토시의 독특한 글씨체를 만들었고, 버튼이 하나밖에 없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아이폰도 인문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잡스는 “기술은 예술, 인문학과 결합할 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이과의 장벽이 존재하는 한 융합형 인재의 육성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수시모집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과 학생부 지정 과목이,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응시 영역이 문과생의 이공대 진학을 철저히 막고 있다. 이과생의 인문대 진학도 마찬가지다. 현행 대학 입시부터 융합형 인재의 싹을 자르고 있는 셈이다. 현재 입시 체계에서 자연계는 인문 과목을, 인문계에서는 자연 과목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 인문계열을 선택한 학생들은 입시에 소용이 없다는 이유로 과학 과목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린다. 물론 이과를 선택한 학생들도 역사나 사회 과목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문과 바보와 이과 바보들이 탄생한다. 진정한 융합을 위해서는 수능의 통합뿐 아니라 교육 현장이 함께 변해야 한다. 융합적 사고 능력을 길러주려면 교사가 먼저 새로운 교육과정의 의미와 교습 방법에 대해 충분히 습득해야 한다. 이에 맞는 교과서 개발과 교사 연수 등 현장 운영에 관한 고민이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Mini Interview “적성 미리 단정하고 포기하는 과목 있어서는 안 돼” 임성호(하늘교육 대표) 이번 개편으로 유리한 학생들은? 문과 재학생들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고교에서 문과의 비율은 60%, 이과는 40% 정도다. 하지만 대학은 문·이과 비율이 50대 50으로 비슷하고, 서울 시내 대학은 이과의 비율이 좀 더 높다. 현재까진 문과 재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도, 취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의대에 관심이 있어도 수학과 과학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상황이 조금 달라진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학생들의 진로와 진출 분야가 확대된 것은 분명하다. 교육 현장에서 염려되는 부분은? 통합교육은 사실 혁명과 같은 일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 지금처럼 사회·과학 선생님이 따로 가르칠 것이냐, 함께 들어가서 가르칠 것이냐의 문제부터 문과 수준의 수학으로 통합될 경우 이공계는 대학의 커리큘럼도 일부 수정돼야 한다. 입시를 치를 때 문·이과 상관없이 뽑아야 진정한 통합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현재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교 교과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지금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재수를 하게 될 경우 문제가 커진다. 수험생이 60만 명일 때 재수생은 13만 명 정도로 재수생 비율이 보통 20%대에 이르는데, 이 아이들의 경우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고 공부해야 하는가? 안타깝지만(웃음), 전 과목에 흥미를 가지고 모두 잘해야 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미리 적성과 진로를 설정하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수학을 못한다고 미리 문과 성향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학교 공부를 모두 흥미 있게 두루 살펴야 한다. 현행 교육 제도와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현행 교육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예측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예측 가능한 정책 구사가 필요한 것이 바로 교육 분야다. 그런데 현행 교육 제도는 80%는 좋은데 20%가 잘못된 것으로 판단되면 100% 잘못된 정책으로 판단하고 바로 없어지는 데 문제점이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학생과 학부모를 불안하게 만든다. 앞으로는 신중한 정책과 잘못된 20%에 대해 수정·보완하는 모델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보라(프리랜서) ■사진 / 김성구 ■도움말 /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하늘교육>
- 창단 2년만에 여자프로배구 통합우승 IBK 기업은행 알토스
- 2013. 05. 02 17:58 화제
- 한국 프로배구 역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창단한 지 고작 2년밖에 안 된 여자 프로배구팀 IBK 기업은행 알토스가 정규 리그 우승을 한 데 이어 챔피언까지 차지하며 통합 우승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 시즌 외인구단에서 챔피언으로 우뚝 자리한 그녀들의 ‘이유 있는 돌풍’에 대해 들어보았다. 명문 구단을 물리친 두 살배기 아기 군단 통합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룬 지 꼭 1주일 만이었다. 다시 코트 위에 선 IBK 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 배구단 알토스 선수 15인의 얼굴에는 우승의 기쁨 대신 진지함이 가득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몸을 풀고 우렁찬 구호를 내뱉으며 수비부터 공격까지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이 이어졌다. 엄청난 속력의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온몸을 내던지면서도 그녀들의 시선은 오직 배구공에 있었다. 그녀들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지난 3월 29일 챔피언 결정전 4차전 때 그 눈빛과 꼭 같은 것이었다. “저희가 1차, 2차 모두 GS칼텍스를 이겼어요. 5전 3승제라서 우승이 코앞에 있었는데 3차전에서 역전패를 당해버린 거예요. 돌아와서 침대에 누웠는데 그날 경기가 잊히지 않았어요. ‘내가 한 번 더 공을 받았더라면’이라는 생각만 자꾸 들고요. 4차전 초반 경기 흐름이 상대 팀한테 흘러갈 때 순간 가슴이 덜컥했어요. 진짜 이를 악물고 공만 바라봤죠.” (주장 이효희 선수) 4차전 최종 스코어 3:1. 행운의 여신은 기업은행 편이었다. 선수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얼싸안고 코트 위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꼭 하고 싶었던 승리 세리머니를 하며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 서러웠던 마음을 날려보냈다. 꽃가루와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기업은행 팀이 이번 시즌에 세운 기록을 보면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다. 창단 2년 만에 정규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구단은 국내 4대 프로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정규 리그 우승,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통합 우승을 이룬 세 번째 팀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얻었다. 정규 리그 성적 또한 화려하다. 정규 리그 총 30경기 중 단 5회만 패했고, 공격 종합 1위(성공률 44.33%), 오픈 공격 1위(43.19%), 속공 1위(50.78%), 이동 공격 2위(52.82%), 득점 2위(2,186점)를 기록해 공격 지표 상위권을 휩쓸었다. 마지막까지 기업은행과 선두를 다투던 GS칼텍스 이선구 감독의 말처럼 ‘정규 리그 우승 팀다운 경기력’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만 해도 기업은행을 우승 팀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시즌 정규 리그 4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는 창단 첫 시즌 성적치곤 나쁘지 않지만 우승 후보로 점쳐지기엔 부족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화려한 스타 선수도 없고, 오랜 역사가 있는 명문 구단도 아니었다. 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조차도 시즌 초반엔 우승이 목표가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말문을 열었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게 목표였어요. 비시즌 동안 열심히 준비했지만 우승을 생각하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아주 짧았거든요. 누구나 우승을 꿈꾸지만 현실 가능한 목표부터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근데 경기를 하면 할수록 솔직히 우리가 정말 잘하더라고요(웃음). 목표 초과 달성이라고요? 기적이 일어난 거죠.” 여자 배구판 공포의 외인구단 탄생 2011년 8월 4일, ‘옹골차게 알차다’라는 뜻의 ‘알토란’과 ‘높고 깊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알투스(Altus)’를 합쳐 옹골차게 알찬 경기를 펼쳐 승리하자는 알토스(ALTOS) 기업은행 여자 배구단이 창단됐다. 1988년 KT&G 이후 무려 23년 만에 창단되는 여자 배구 팀이었다. 이로써 한국 여자 프로배구 ‘6개 구단 시대’의 막이 올랐다. 지난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배정받은 10명의 신인 선수와 5명의 경험 많은 노련한 선수 그리고 우크라이나 출신의 외국인 공격수가 창단 주축 멤버로 확정됐다. 당시 창단식에서 이 감독은 “쉽진 않지만 우리도 열심히 준비한 만큼 차근차근 나아가면 우승의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감독이 말했던 ‘우승의 순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아무도 몰랐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데뷔 무대와 마찬가지인 고교생 신인 선수들, 이미 전성기가 지난 노장 선수들, 주전에서 밀려난 선수들까지 끌어 모아 꾸린 팀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씩 팀워크를 맞춰온 명문 구단들에 기업은행의 존재는 당연히 위협적이지 못했다. 시즌 초반 전문가들은 기업은행의 성적을 최하위로 점쳤다. 밖에서 보는 시선이 이러니 팀의 수장인 이 감독의 심정이야 오죽했을까. “그때 당시 정말 막막했죠. ‘이 팀을 어떻게 꾸려가야 하나’ 생각이 많았어요. 하지만 선수들과 손을 맞춰갈수록 길이 보였죠. 팀의 절반 이상이 어린 선수들이라 경험은 없을지라도 패기 하나만큼은 여느 팀 못지않았거든요. 밖에서 어떻게 보든 우리가 준비한 것을 코트에서 보여주면 된다고 서로 다독이면서 열심히 준비했어요.” 그렇게 준비한 것을 보여준 시기는 예상보다 빨랐다. 두 번째 경기에서 흥국생명을 상대로 3:0 완승을 거두며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만방에 알렸다. 신인들의 거침없는 공격과 노장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까지 완벽하게 호흡이 이뤄져 상위권 강호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젊은 팀’의 강점은 동시에 단점이기도 했다. 대부분 선수들이 경험이 적다 보니 주요 고비에서 무너졌다. 특히 승점 1점이 중요했던 시즌 막바지에는 4연패를 당하며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정규 리그 4위. 언론에선 ‘예상 밖의 선전’, ‘신생 팀이 배구 판도를 흔들었다’라는 호평의 기사가 쏟아졌다. 신생 팀의 첫 시즌 결과치곤 좋은 성적이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을 코앞에서 놓친 게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감독은 팀의 전력 보강을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 승리 키워드, 신구 조화와 삼각편대 2011-2012 시즌을 마치고 이 감독은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일부 신인급 유망주를 내주는 대신 경험이 많은 국가대표 출신 남지연, 윤혜숙을 데려왔다. 20대 후반이면 이미 노장이라고 말하는 프로 세계에서 1983년생, 당시 29세 선수를 두 명이나 데려온다는 결정은 구단 운영진도 만류할 정도였다. 하지만 팀의 중심을 잡아줄 경험 풍부한 선수가 절실했기에 구단 운영진을 설득하며 두 선수를 데려왔다. 예상이 꼭 맞아떨어지듯 남지연, 윤혜숙 선수의 합류로 팀은 눈에 띄게 안정감을 찾았다. 정규 리그에서 리베로 남지연 선수는 디그(상대 팀의 스파이크가 백어택을 받아내는 리시브) 1위(세트당 4.78), 수비 1위(세트당 7.35)에 올라 수비상을 받았고, 리시브나 수비를 맡은 레프트 윤혜숙 선수는 리시브 2위(세트당 2.98), 수비 3위(세트당 6.33)에 올라 베테랑 수비수의 면모를 드러냈다. “우리 팀은 공격력이 좋아 공격 면에서는 걱정이 없었어요. 문제는 수비였죠. 아무리 공격을 잘해도 수비가 흔들리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남지연, 윤혜숙 선수의 합류가 내심 반가웠어요. 두 선수는 수비의 안정감뿐 아니라 공격에도 큰 영향을 주었어요. 예전에는 볼을 올려줄 때 알레시아 선수에게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수비가 탄탄해지니 김희진, 박정아 선수에게도 볼이 돌아가 공격 방향이 다양해졌고요.” (이효희 선수) 시즌 개막 전 각 구단 주장 합동 인터뷰에서 주장 이효희 선수가 리베로 남지연 선수에 대한 기대감을 보인 것도 이런 상황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기업은행은 이미 알레시아, 김희진, 박정아로 이어지는 삼각편대 공격력을 완성했다. 2011-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지명돼 창단 멤버로 입단한 후 어느새 한국 여자 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거포 듀오’로 자리매김한 김희진과 박정아 선수 그리고 올 시즌 MVP로 선정될 만큼 위협적인 공격력을 갖고 있는 알레시아. 이 세 선수의 조합은 외국인 선수 플레이에 의존해오던 여자 프로배구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국내 최고의 공격진용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기업은행=공격의 팀’이라는 공식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진용도 중요한 경기에선 흔들리기 일쑤였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넘은 어린 선수들의 경험 부족 때문이었다. ‘맏언니 라인’ 이효희, 남지연, 윤혜숙 선수는 수비의 안정감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올 시즌 단 한 번의 연패 없이 승리의 독주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맏언니 라인의 힘이었다. 특히 챔피언 결정전이라는 큰 무대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다시 고질적인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을까 봐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2:0으로 경기를 잘 이끌다가 갑자기 2:3으로 뒤집혀 역전패를 당한 3차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4차전이 열렸다. 하지만 경기 내내 훨훨 날아다니는 그녀들은 역전의 후유증은커녕 더욱 강해진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나도 모르게 상대 팀에게 말려들 때가 있어요. 결국 공격 패턴을 읽히게 돼 경기 흐름을 잃게 되거나 공격이 다 막히게 되죠. 그러면 숙소에 와서 내내 자책을 하며 힘들어하는데요. 제일 먼저 언니들이 다가와서 기술적인 조언을 해주며 저를 이끌어줘요. 언니들 없으면 절대 안 돼요.” (박정아 선수) 아파트 숙소 거실에서 다지는 팀워크 모기업 IBK 기업은행의 전폭적인 지지는 다른 구단에서도 부러워할 정도다. 항상 선수단에 관심을 두지만 훈련 방식, 선수 운영 등 경기에 대해서는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또 은퇴도 하지 않은 주장 이효희 선수를 벌써 정규직으로 채용해 은퇴 후 기업은행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현역에서 뛰는 동안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 강력한 동기부여를 해주고, 은퇴 후에는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이렇게 지원을 아끼지 않음에도 아직까지 선수단 전용 숙소가 없다. 주변 환경,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해 수원 수일여자중학교 체육관을 중심으로 체력 연습장, 아파트 숙소를 구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다섯 채에 선수와 감독, 스태프들이 나눠서 합숙하고 있는 독특한 방식이다. 처음에는 키 큰 운동선수들이 우르르 몰려온다는 이유만으로 민원을 넣었던 아파트 주민들이 이제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반갑게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나누고, 직접 경기장에 와 열정적인 응원도 해준다. 머리가 짧은 김희진 선수를 남자로 착각해 “숙소에 남자가 들어온 것 같다”라며 이 감독에게 제보(?)하는 열혈 주민 팬도 있었다고. 아파트 주민들과 매일 마주쳐야 하고 식사를 할 때면 다른 동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에도 선수들은 “아파트 숙소가 최고”라며 입을 모은다. “솔직히 다른 팀은 숙소에 들어가면 자기 방에서 안 나와요. 그리고 두루 친하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몇몇 끼리만 친해요. 하지만 우리 팀은 거실에 모여 앉아 그날 경기부터 속 깊은 이야기까지 다 나눠요. 덕분에 막내부터 맏언니까지 나이를 떠나 모두 허물없이 친하고요. 거실이 우리 팀워크의 비결이라고나 할까요.” (남지연 선수) 이번 우승의 원동력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감독부터 선수까지 모두 팀워크를 꼽았다. 기업은행 팀은 맏언니 라인과 막내 사이에 열 살 이상의 나이 차가 존재한다. 운동선수 특유의 권위적인 분위기가 있었다면 큰 장애물이었을 터. 맏언니 이효희 선수가 제일 먼저 거실로 나와 다른 선수들에게 말을 건네며 장난도 많이 쳤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직접 만들어주고 함께 나눠 먹으며 친숙한 언니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엔 거실에 주장이 있다고 도망가기 바빴던 선수들이 어느새 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팀워크는 코트 안에서 가장 빛난다. 경기를 이끌어가고 위기를 헤쳐가야 하는 건 감독이나 코칭스태프가 아닌 선수들 몫이기 때문이다. 맏언니들을 중심으로 열리는 선수단 미팅에 코칭스태프는 일제히 자리를 비운다.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경기를 준비하며 경기 이해력을 높이고 상대 전력에 대해 분석을 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어린 선수들은 언니들을 의지하고, 언니들은 어린 선수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거실 문화는 기업은행만의 끈끈한 팀워크를 완성시켰다. 별을 가슴에 새기고 기업은행 팀은 다음 2013-2014년 시즌부터 특별한 유니폼을 입게 된다. 이번 시즌 우승으로 그녀들의 유니폼에는 1회 우승을 상징하는 별 한 개가 추가됐다. 지난 시즌 복병에서 다크호스를 넘어 엄연한 우승 팀임을 알리는 빛나는 별은 그녀들의 자부심이자 새로운 원동력이 될 듯하다. 이젠 강팀 중 하나로 꼽히게 된 기업은행 팀의 다음 시즌에 모든 눈과 귀가 집중될 터. 자칫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막내 군단’의 패기는 변함없었다. “우승한 당일 날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기뻤는데요. 다음날이 되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허무한 기분도 들더라고요. 우승한 날만 기쁘고 그 다음부터는 똑같은 일상이에요. 훈련하고 또 훈련하는 선수로서의 일상이요. 그래서 유니폼에 별을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어요. 지금은 V1이지만, 앞으로 V10을 넘어 V20쯤?(웃음)” (김희진 선수) 한껏 고조된 팀 사기와 달리 이 감독은 “다음 시즌이 턱 밑까지 다가왔다. 먼 미래보단 가까운 미래에 집중하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시즌을 마친 지 고작 열흘이 채 되지 않은 시기지만, 벌써 다음 시즌을 구상하는 이 감독의 얼굴은 복잡해 보였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가 우승을 당연한 결과가 아닌 ‘기적 같은 일’이라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감독 특유의 겸손하고 신중한 성격 탓이기도 했지만 사령탑이란 자리가 주는 무게감이기도 했다. “창단 팀은 신혼부부와 비슷해요. 단칸방에서 시작해 하나 둘 가구를 채워가며 살림을 꾸려가는 것처럼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는 거죠. 우리 팀은 이제 겨우 살림살이 구색을 갖췄다고나 할까요? 마음 놓고 좋아하기엔 아직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기업은행 팀의 행보는 「공포의 외인구단」이나 「슬램덩크」처럼 잘 짜인 한 편의 스포츠 만화를 보는 듯하다. 그들이 흘리는 굵은 땀방울에 응원을 보내고, 위기의 순간엔 함께 맘 졸이며 진한 감동을 받는 스포츠 휴먼 스토리 말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만화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끝을 맺지만 기업은행 팀은 우승의 영광을 뒤로하고 다시 출발선에 설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선수, 감독, 스태프도 그대로고 훈련의 강도도 그대로다. 다만 가슴에 새겨진 빛나는 별 하나가 그녀들의 무한한 열정과 가능성을 말해줄 뿐이다. 다시 한번 기적의 스토리를 일구기 위해 그녀들은, 기업은행 팀은 오늘도 코트 위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이선희(프리랜서) ■사진 / 김영길 ■사진 제공 / IBK 기업은행 알토스>
- [대선 후보 직격 인터뷰]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 2012. 11. 06 17:37 화제
- ㆍ사람과 사회를 생각하는 따뜻한 원칙주의자 유신정권에 맞선 대학생으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선 인권변호사로, 참여정부 시절 참모로, 원칙과 사명에 따른 삶을 살아온 문재인 대선 후보는 이제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리더로서 새로운 운명에 맞서고 있는 중이다. 대선 D-60, 문재인 후보를 만났다. 부인이자 가장 든든한 조력자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인터뷰에서 한꺼풀 벗은 문 후보를 만날 수 있었다. 브라운 컬러로 재킷과 스커트를 맞춰 입은 부부가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문재인 대선 후보는 지난 6월 대선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두 달간의 민주통합당 경선을 치렀고, 민심과 여론을 듣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숨 가쁜 대선 레이스를 달려오는 동안 줄곧 함께였지만, 두 사람이 정식으로 언론 에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였을까, 고된 일정을 마치고 저녁 늦게 시작된 인터뷰에도 문 후보는 한결 편안한 모습이었고 인터뷰 역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무엇보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모습, 그리고 확고한 정치 철학을 들어볼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었다. 운명을 받아들이다 “40대 이후 최고의 일탈은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문재인 후보는 정치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참여정부 퇴임 이후에는 경남 양산에 스스로를 ‘귀향 보내듯’ 가 보금자리를 틀었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소박한 농부의 삶을 꿈꿨다. 그런 그를 다시 국민 앞에 서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책 「운명」에서 ‘더 이상 절망의 시기가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한다’라고 썼다. Q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되신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계신데, 지난 한 달 동안을 지내온 소감은 어떠신지, 그리고 그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무엇인지요? A ‘선거는 체력전’이라는 말을 절감하고 있어요. 그동안 건강관리를 꾸준히 해온 편이었는데, 워낙 강행군이다 보니 체력이 달립니다. 몸이 아프면 국민들에게 염려를 끼치는 것이라는 아내의 이야기도 듣고 있고요. 대선 후보가 된 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쌍용차 치유 공간인 ‘와락센터’를 찾았는데, 그곳에서 만난 한 해고자의 부인이 생각납니다. 제 이야기를 마치고 마이크를 넘겨드렸는데 말씀도 꺼내시기 전에 복받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말하지 않아도 그 절박함이 느껴져서 저를 비롯한 그곳에 계신 분들이 모두 따라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와 가족들이 무려 스물세 명이나 됩니다. 해고가 곧 ‘죽임’이라는 사실에 몸이 떨렸습니다. 그들에게 국가가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몸이 떨렸고요.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한 자리였습니다. 그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문재인 후보님 못지않게 김정숙 여사님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실 듯합니다. 정치인 아내 입문 소감은 어떤지, 요즘 하루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우선 아침 7시에 일어나 텃밭에 심은 채소에 물을 주고 아침 식사를 준비합니다. 요즘 남편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식사는 주로 단백질 위주로 챙기고 있어요. 그러고 나서 남편이 입고 나갈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고르죠. 요즘에는 저도 공식 일정이 많아졌어요. 관심 분야부터 잘 모르는 분야까지 하루에 네다섯 가지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금세 저녁이 되더라고요. 사실 이제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에요. 하지만 남편의 선택을 존중하고 저의 노력이 남편에게도 힘이 된다면 괜찮습니다. 현장에서 소중한 이야기를 들을 때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Q 최근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시고 많은 눈물을 흘리셔서 화제가 됐습니다. 원래 눈물이 많으신 편인가요? A 요즘 눈물이 많아졌어요(웃음). 원래 영화나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 눈시울이 자주 붉어지는 편인데, 이번처럼 사람들 앞에서 대책 없이 울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개혁이라는 것은 현실에서 이미 이익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반대에 늘 부딪히게 마련입니다. 그 벽을 깨는 것이 참 힘든데 그런 부분을 영화에서 보여주었더군요. 무엇보다 곳곳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중용외교 때문에 관료들에게 공격받는 장면이라든지, 중전의 폐위를 주장하는 신하들에게 “조강지처를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하는 장면이라든지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감정 수습이 안 돼서 혼났어요. 밖에는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울면서 나갈 수도 없고, 수습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결국 들켰지요(웃음). Q 이번 대선이 ‘문재인의 운명’, ‘박근혜의 꿈’, ‘안철수의 생각’ 간 대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통령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기까지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인가요? A 사실 그동안 정치가 제 운명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사회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었죠. 그러다 현 정부 5년 동안 너무나 많은 국민들이 상처 입고 도탄에 빠지는 것을 보며 차츰 저의 사명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두 분의 서거입니다. 특히 노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참 힘들었습니다. 단지 슬픔 때문에 힘든 것만은 아니었어요. 검찰의 표적수사와 정치적 탄압이 있었고 민주주의의 파탄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하고 넘겨주며 발생한 일에 대한 책임감과,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국민께 송구스러운 마음이 컸습니다. 다시 바로잡아야겠다는 사명감도 점점 강하게 자리를 잡았고 결국 제가 감당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저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Q 참여정부 시절부터 참모 역할을 해오셨는데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지도자로서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있습니다. A 저는 카리스마가 장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카리스마가 지도자의 덕목이라 말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일종의 영웅주의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오히려 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드럽고 겸손한 수평적인 리더십이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이번 대선 후보들을 보면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도 소통을 강조하고 있고요. 그 안에서 자신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대중과 소통할 때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대중 정치인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모두 부드럽게 보이려고 노력하지요. 그 안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들을 듣고, 존중하고, 공감할 줄 아는 마음이 체화돼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체질적으로 민주적인 사고나 경험이 체화돼 있는 것과 머리로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소통해야 한다고 말로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출마 선언을 할 때부터 SNS 등을 통해 국민들의 공론을 모아왔습니다. 대통령 되고 나서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가장 먼저 시행할 정책들도 ‘국민명령 1호’라는 이름으로 모집하고 있고요. 현재 3천5백여 건 정도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원칙주의자 남편과 감수성 풍부한 부인 40년을 함께한 연인이자 동지 신혼 초 아침밥을 먹으며 바둑을 두는 남편을 보고 아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에서 가장 좋은 바둑판을 선물했고, 남편은 음악을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스테레오 오디오를 마련했다. 40여 년의 시간, 순탄치 않았던 삶을 함께한 부부의 눈빛에서 서로를 향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Q 집 냉장고에 이것만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식품이 있는지, 그리고 항상 채워져 있는 식품은 무엇인지요? A 남편이 생선과 해산물을 좋아해요. 생으로 먹는 채소나 껍질째 먹는 과일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저희 집 냉장고에는 해산물과 과일이 항상 들어 있어요. 요즘은 바빠서 아침 대용으로 간단히 먹을 만한 것들이 있죠. 찰떡과 달걀, 채소, 과일이 냉장고를 채우고 있습니다. Q 아내로서 남들은 잘 모르는 남편의 세 가지 매력과 단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정숙 첫 번째는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 두 번째는 제가 남편을 좋아하는 이유 중 매우 중요한 것인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준다는 것, 세 번째는 살아온 삶의 진정성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너무 원칙을 지킨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에요. 조금은 쉬웠으면, 조금만 여유로웠으면 할 때가 있어요. 문재인 원래 이런 이야기는 양쪽 다 들어봐야 해요(웃음). 저도 얼렁뚱땅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원칙을 지키려고 마음을 다잡는 거예요. Q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문 후보는 어떤 사람인가요? A 남편은 굉장히 자상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에요. 가족과 밥 먹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걸 최고의 휴가로 생각하는 사람이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이지만 또 ‘딸 바보’예요. 시험공부로 밤을 새야 하는 딸이 무섭다고 하니까 옆에서 졸면서도 같이 있어주는 아빠입니다. Q 문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김정숙 여사가 남편을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였습니다. 부인이 남편을 그토록 진심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참 부럽다는 반응이었는데요. 현장에서 남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김정숙 여러 복잡한 심정이 묻어 있는 눈길이에요. 그날이 무척 추웠거든요. 남편이 원래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참 힘들어하는데, 새벽부터 밤까지 최선을 다해 해내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응원하고 싶었어요. 남편이 감당하고 있는 현시대의 아픔에 대해 저 역시 공감하고 있다는, 그런 사인의 눈빛이기도 했고요. 내면 깊이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런 눈빛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문재인 저희 부부가 다른 부부들보다 특별하게 사랑한다거나 또 제가 특출나게 잘하는 남편도 아닙니다. 그래도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고요. Q 혹시 두 분이 살아오시면서 이혼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나요? 김정숙 저희는 당시 시대적 상황 때문에 결혼을 하기까지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보고 있으면서도 또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 헤어지게 될까 불안하고 그렇게 그리운 상황의 연속이었어요. 그렇게 애태우던 상황에서 결혼을 하고 나니 정말 이 세상을 다 얻은 것같이 즐거울 수밖에요. 결혼을 한 뒤에도 남편이 사회와 함께하는 삶을 살며 결코 순탄한 결혼생활은 아니었지만, 그런 경우 둘 중 하나예요. 아내로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거나 아니면 아예 등을 돌리거나. 저는 적극적인 지원을 택했고 지금 여기까지 왔네요. 문재인 저도 이혼 생각 안 해봤습니다. 딴 데 갈 데가 없으니까요(웃음). Q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와 감수성이 풍부한 부인, 언뜻 보기에 굉장히 다른 두 분이신데, 서로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정숙 남편이 아주 논리적인 법학도임에도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는 감수성을 기르는 데 제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봐요(웃음). 남편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예술에 대한 감성이 저를 만나면서 더욱 풍부해지지 않았나 싶고요. 저는 감수성이 너무 강해서 절제력이 부족한 편이었는데 남편을 통해 절제력을 얻었어요. 삶이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걸 배웠죠. 문재인 동감입니다(웃음). Q 두 분께 가장 소중한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문재인 가장 소중한 물건이라기보다 가장 오래된 물건이 있는데요. 바둑판입니다. 결혼했을 무렵부터 가지고 있던 물건이에요. 그러고 보니 제가 나름 바둑 고수인데 청와대 들어간 이후부터는 바빠서 한 판도 못 뒀습니다. 김정숙 결혼을 하고 나서 보니 남편이 바둑을 무척 좋아하는 거예요. 아침 밥상에서도 꼭 바둑 복기를 하더라고요. ‘아, 이 사람 취미는 바둑이구나’ 해서 당시 제가 알고 있던 수준에서 최고로 좋은 바둑판을 선물했어요.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저는 스테레오 오디오를 받았죠. 바둑판은 아직 그때 것인데 오디오는 좀 더 좋은 것으로 두 번 정도 바꿨어요(웃음). 원칙과 소통으로 공감정책 이끌어낼 것 뛰어난 인권 감수성으로 서민들의 아픔을 함께해온 문재인 후보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경험을 통해 체화된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국정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꼽으며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반려동물 이야기에 금세 누그러지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부드러운 면도 엿볼 수 있었다. Q 정책을 살펴보면 교육 비중이 높습니다. 문 후보님께서는 어떤 교육관을 가지고 자녀를 가르쳤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되도록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맡겨두는 편입니다. 제 변호사 생활이 참 힘들었어요. 고통스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런지 보통은 아버지들이 아들에게 자기가 하는 일들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데 저는 아이들이 인문 계통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공부를 하기를 바랐어요. 세상의 정치에 너무 고통받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바람이 있었는데 비교적 잘 자라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잇따른 성범죄 사건도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관련 대책은 어떻게 세우고 계신지요? A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자신의 인격과 존엄성을 스스로 버리는 인면수심의 행위입니다. 무엇보다 단호히 처벌할 생각입니다. 친고죄 폐지로 처벌률을 높이고, 양형 기준을 강화할 것입니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경우 양형 기준에 ‘집행유예 금지’를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아이들이 혼자 방치되는 것을 많이들 걱정하시는데, 방과후교실과 지역 아동센터 등을 연계하는 ‘아동 지킴이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아이들이 홀로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할 계획입니다. Q 김정숙 여사가 보시기에 아내로서 박근혜 후보, 안철수 후보보다 ‘남편 문재인’이 더 유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서민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남편은 사법고시에 합격하기까지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시댁이 달걀 행상, 연탄 배달을 할 정도로 힘들게 사셨고, 출세가 보장된 로펌을 마다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인권변호사가 됐습니다. 남편은 살아온 삶의 대부분을 우리 사회의 소외받고 가난한 분들과 함께 보냈어요. 서민의 아픔과 눈물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함께해본 것은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서민을 잘 아는 남편이 서민을 위한 정치를 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Q 선거 끝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김정숙 저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한 열흘만 푹 쉬고 싶어요. 문재인 저는 쉴 수 있는 형편이 안 될 것 같은데요. 당선되면 북한 쪽에 특사를 보내서 취임식에 초청하는 일을 제일 먼저 할 것 같아요. 최근 남북관계가 좋지 않다 보니 마음이 급합니다. 당선이 안 되면 양산으로 가야죠. 저를 기다리는 식구들에게로(웃음). Q 요즘같이 여론을 많이 들으실 때도 없을 듯합니다. 국민들의 가장 시급한 요구가 어떤 것이라고 느끼십니까? A 가장 시급한 건 일자리 창출이라고 봅니다. 총선 때도 그렇고 지역을 다니며 한 분 한 분 만나다 보면 제발 일자리 좀 만들어달라고 간곡하게 말씀하십니다. 얼마 전 노량진 고시촌을 찾았는데 시간과 돈에 쪼들리는 고시생들이 길거리에 서서 ‘컵밥’이라는 것을 먹고 있더군요. 저도 함께 먹었는데, 얼마나 사는 게 각박하면 이렇게 끼니를 때울까 싶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겪는 일이 실업입니다. 마음껏 꿈을 펼쳐도 부족할 나이에 날개가 꺾인다는 것이 기성세대로서 가슴 아픕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젊은이들이 꿈과 능력을 펼칠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힐링이 대세입니다. 문 후보님께서는 어떻게 힐링하십니까? A 제가 자연을 좋아합니다. 산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고 야생화, 나무, 개와 고양이도 좋아합니다. 개와 고양이들도 저를 좋아하고요(웃음). 자연과 동물에서 힐링을 찾는 편인데 요즘은 전혀 못하고 있죠. Q 양산에서 반려동물들을 키우셨던 것으로 압니다. 요즘은 어떻게 돌보고 계시나요? 문재인 양산에서 개 세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를 길렀어요. 개들은 마루와 바우, 깜이고, 고양이는 찡찡이와 뭉치예요. 원래 제가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에 풍산개를 길렀는데 다녀와서 보니 새끼를 낳았더라고요. 이웃에서 진돗개를 한 마리 주셔서 세 마리가 됐고, 고양이는 딸이 기르던 고양이와 버려진 고양이를 한 마리 더 데려와 두 마리가 됐어요. 지금 서울에는 개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와 기르고 있고 나머지는 이웃들에게 맡겨놓은 상태입니다. 김정숙 남편이 고양이와 개를 얼마나 좋아하냐면요. 술을 마시고 오면 양복을 벗지도 않고 마당에 주저앉아 개를 안고 노래를 불러요.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한참을 쓰다듬고 있어요. Q 요즘 사람들을 보면 분노하고 피로합니다. 어디서부터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요? A 국민들께서는 결국 ‘불공평하다’라는 것에서 분노를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어려울 때는 잘 견딜 수 있어요. IMF 때도 함께 힘을 모아 견뎠죠. 그런데 지금은 사회적으로 부가 부족한 상황이 아니거든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지만 힘든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결국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죠. 대기업과 재벌은 너무 많은 돈을 벌고 있고 중소기업과 재래시장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중산층은 무너졌고요. 이런 것들에서 오는 박탈감과 상실감이 결국 분노와 피로로 이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공평과 정의. 그로 인해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이 정권 교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되찾아야 할 국정 과제이자 저의 정치철학입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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