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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3,725 건 검색)

민주 “명태균, 윤석열에 대우조선해양 파업 ‘강경진압’ 보고”…관련 녹취 공개
2024. 12. 26 11:58정치
... 한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통화 녹음파일에서 명씨는 파업이 진행되던 2022년 7월20일 지인에게 “거기(대우조선해양) 문제가 심각한데 저번 주에 대통령한테...
화물연대 파업에 초유의 업무개시명령…헌재 심판대 오른다
2024. 12. 22 07:00사회
... 있다. 한수빈 기자 법원, 화물자동차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 윤석열 정부가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무력화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발동한 업무개시명령 위헌성을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게 됐다. 법원이...
윤석열 정부의 화물파업 업무개시명령, 헌재 위헌성 판단 받는다
2024. 12. 20 17:28사회
...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성동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2022년 화물파업 당시 윤석열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의 위헌성을 판단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20일...
‘쌍용차 정리해고 파업’ 노조 배상금, 33억→20억원으로 줄었다
2024. 12. 13 18:09사회
.... 앞서 손해배상액에 포함됐던 금액 중 회사 측이 파업 복귀자에게 지급한 18억8200만원은 파업과 관련된 손해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회사가 옥쇄 파업 이후 임의적·은혜적으로 자신의 경영상...
쌍용차금속노조

스포츠경향(총 326 건 검색)

홍준표 시장 “서초동 화환 대잔치 사실이면 저급한 여론조작질”···‘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언급?
2024. 11. 29 00:02 생활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부인인 진은정 변호사가 2017년 맘카페에서 당시 박영수 특검팀에 꽃바구니 보내기 운동을 주도했다는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의 주장과 관련, “그게 사실이라면 참 저급한 신종 여론조작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 대표의 정치적 약점 중 하나로 꼽히는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도 거론했다. 홍 시장은 28일 SNS에 올린 글에서 “사태의 본질은 가족들을 동원해서 드루킹처럼 여론조작을 했느냐에 집약되는데 급기야 서초동 화환 대잔치도 자작극이라는 게 폭로되고 그 수법은 국회 앞에도 똑같이 있었다”면서 이같이 주장을 했다. 홍준표 시장은 “당직자라는 사람들이 당을 보위하는 게 아니라 당 대표와 그 가족들을 옹호하는 데 급급하니 그게 공당이냐”고 반문하기고 했다. 홍 시장은 “김건희 특검법 가지고 협박까지 하니 정치 초보자가 구악인 여론 조작질부터 배운다는 게 쇄신이냐”면서 “하는 짓들이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은 한동훈 대표의 장인인 법조인 진형구씨가 연루 된 이슈다. 한 대표 장인인 진형구 전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1999년 6월 7일에 취재진에게 “조폐공사의 파업은 우리가 만든 거야”라고 ‘낮술 후 취중 발언’을 한 것이 파문이 일면서 세간에 알려진 사안이다. 이 사건은 결국 사상 첫 특별검사제 수사대상이 됐다. 하지만 특검은 강희복 당시 조폐공사 사장에게 혐의를 몰고 진형구 전 부장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마무리가 됐다.
‘전사’가 된 디아스 “너무 많은 경기로 선수들 혹사, 파업도 고려해야”
2024. 11. 15 15:37 축구
후벵 디아스가 14일 포르투갈에서 열린 ‘웹 서밋 2024’ 행사에서 연사로 나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맨체스터 시티 핵심 수비수 후벵 디아스(27)가 최근 클럽 축구팀들의 빡빡한 경기 일정에 어려움을 토로하며 파업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아스는 14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웹 서밋 2024’ 행사에 연사로 깜짝 나섰다. 디아스는 ‘경기장 안팎에서 변화 만들기’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디아스는 최근 지나치게 많은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우려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업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디아스는 “필요하다면 우리 모두가 함께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소리를 내고 파업을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일상 경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고 언젠가 때가 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 축구는 최근 계속해서 경기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번 시즌부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가 개편되면서 조별리그가 아닌 리그 페이즈로 진행되면서 기존 조별리그보다 2경기가 추가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도 방식이 바뀌면서 경기수가 늘었다. 포르투갈 국가대표 후벵 디아스가 지난달 유럽 네이션스리그 스코틀랜드전을 마치고 박수를 치고 있다. Getty Images코리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리그보다도 많은 경기를 치른다. 리그는 물론 FA컵,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까지 병행해야 한다. 강팀일수록 높이 올라가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경기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간 중간 국가대표로 돌아가 A매치를 뛰어야 한다. 선수들이 많은 경기를 뛰면서 부상 위험도가 커지고 경기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최근 유럽 빅클럽마다 부상자 속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최근 한 경기에서 3명이 동시에 부상당해 아웃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도 했다. 디아스의 동료이자 발롱도르 수상자 로드리도 부상으로 아웃돼 시상식장에 목발을 짚고 나타났다. 맨시티 후벵 디아스. Getty Images코리아 디아스는 “경기 수에 제한이 있어야 한다. 이는 높은 수준의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도전이기도 하지만, 선수들의 건강이 핵심 문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축구계, FIFA ‘일정 독주’에 결국 소송까지…선수 파업 경고 본격화
2024. 10. 15 13:27 축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선수 로드리가 지난달 23일 아스널과의 정규리그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한 뒤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축구계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일정 독주’에 대해 법정에서 한판 붙기로 했다. 유럽 주요 리그와 국제프로축구선수노조(FIFPro)가 14일 FIFA의 ‘지배적 지위 남용’을 이유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FIFA가 충분한 협의 없이 국제 경기 일정을 확대하고, 새로운 대회를 신설하는 등 일방적인 결정을 내려 선수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송을 주도한 유럽리그연합은 33개국 39개 리그와 1130개 클럽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비롯한 유럽의 주요 축구 리그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스페인 라리가도 이번 소송에 동참했다. FIFPro 유럽 지부장 알렉산더 빌레펠트는 이번 소송을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소송의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FIFA의 일방적인 국제 경기 일정 확대, 둘째 2025년 미국에서 개최 예정인 확대된 클럽 월드컵, 셋째 2026년 월드컵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이다. 특히 2025년 클럽 월드컵은 6월15일부터 7월13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되는데, 많은 선수에게 충분한 휴식 없이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스페인 국가대표이자 EPL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더인 로드리는 경기 수 증가에 항의하는 선수 파업이 임박했다고 언급했다. 로드리는 지난 시즌 소속 클럽과 국가대표팀을 합쳐 63경기에 출전했으며, 2023년 7월부터 2024년 7월까지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포함해 총 72개의 경기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최근 경기에서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맨시티 동료이자 스위스 대표팀 센터백인 마누엘 아칸지는 “선수들은 과도한 일정 때문에 서른 살에 은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PL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송도 “때로는 아무도 선수들에게 더 많은 경기를 추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손흥민(토트넘)도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며 경기 수 감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로파리그,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최종예선 중동 원정 경기 등을 소화하는 일정 속에 햄스트링을 다쳐 요르단, 이라크와의 월드컵 예선 연전에 나서지 못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FIFA는 이런 일정 변경이 다양한 국가와 지역의 축구 발전과 대회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일부 리그가 오히려 친선 경기와 투어를 통해 선수들을 혹사시키고 있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일부 EPL 팀들은 지난 시즌 리그 종료 직후 한국과 호주, 미국, 일본 등지에서 친선경기를 가졌다. UEFA(유럽축구연맹) 회장 알렉산데르 체페린은 “경기 일정이 최대 용량에 도달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소수의 고액 연봉 선수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낮은 급여를 받는 선수들은 오히려 경기 출전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FIFPro 유럽 회장 다비드 테리에는 “선수들은 파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EPL의 마티유 모뢰이 국제축구 관계 및 EU 담당 이사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소송으로 EU 집행위원회는 예비 조사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은 최대 1년까지 걸릴 수 있다. 사안이 장기화할 경우, FIFA와 유럽 축구계 간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선수들의 건강할 권리, 각국 리그의 이익, 그리고 국제 축구 대회의 균형 있는 발전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선수들 파업해서 클럽월드컵 없애야한다” 스페인 라리가 회장 강력 발언
2024. 09. 19 07:38 축구
스페인 라리가 하비에르 테바스 회장이 18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세계축구서밋( World Football Summit)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EPA “선수들이 파업을 벌여 클럽 월드컵이 없어지면 좋겠다.”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회장이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극도로 상업화되는 데다 선수들의 출전 경기수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2025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대한 반감이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라리가 하비에르 테바스 회장은 “선수 파업으로 FIFA 클럽월드컵이 사라지고 일정 문제가 해결된다면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테바스 회장은 “(선수 파업으로) 일정이 더 나은 방식으로 짜인다면 좋겠다”며 스페인 국가대표이자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핵심 자원 로드리가 전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기자회견에서 내비친 선수 파업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로드리는 선수 파업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런 상황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경기 수가) 너무 많은 것 같다”며 “(돈·마케팅보다) 경기의 질도 중요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순간이 올 거라고 본다”고 경고했다. 테바스 회장은 “선수 파업 가능성에 대한 로드리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치러야 하는 경기 수가 너무 많다. 선수 200명이 이 문제에 닥쳐 있다”고 말했다. 2025년 클럽월드컵은 내년 6~7월 미국에서 열린다. 출전팀이 36개 팀으로 확대된 첫 대회다. 여기에 2026년 북중미워드컵도 32개국에서 48개 참가국으로 참가국이 늘었다. 참가국, 참가팀이 많아질수록 선수들 피로는 누적되게 마련이다. 세계프로선수연합(FIFPRO)과 프로 리그를 대표하는 월드리그포럼(World Leagues Forum) 등은 “이미 혼잡한 경기 일정 속에서 추가된 경기들이 선수들의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페인의 1부리그인 라 리가도 이미 “클럽월드컵 규모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고려하겠다”는 성명을 밝힌 바 있다. 많은 클럽과 국가 협회들은 빡빡한 일정이 선수들의 건강보다 돈을 우선시한다고 FIFA를 비난하고 있다. 또 이적 및 자유 계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회가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기 때문애 대회 도중 다른 클럽으로 이적하는 선수가 발생할 수 있다. 많은 유럽 리그 선수들의 계약은 대회 중간인 6월 30일에 만료된다. FIFA는 대회에 참가하는 클럽 간 이적이 발생할 경우 해당 선수들이 경기에 뛸 수 없게 할 수도 있다. 테바스 회장은 한편으로는 선수 파업에 따른 부작용도 걱정했다. 테바스 회장은 “단순히 수십, 수백명의 선수가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의 문제만은 아니다. 선수노조가 파업을 결정한다면, 이는 전체 산업에 영향을 끼치는 훨씬 큰 문제로 커진다”고 예상했다. 리그, 여러 국내 컵 대회, 유럽대항전, 클럽 월드컵, 월드컵 등 각종 국내외 대회에 모두 나서지 않는 나머지 4만명의 프로 선수와 2000여개 클럽이 재정적인 압박을 받게 된다. 테바스 회장은 “유럽대항전에 나서지 않는 선수들의 소득이 줄고 클럽도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유럽지부와 유럽프로축구리그협회(EL), 스페인 라리가가 경쟁법 위반 혐의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FIFA를 신고한 것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주간경향(총 30 건 검색)

삼성전자 ‘HBM 악재·수장 교체·노조 파업’ 격랑(2024. 06. 03 06:00)
2024. 06. 03 06:00 경제
“AI 반도체 열풍서 소외된 삼성, 신제품 양산 주목” “시대 변화 인지 못 하면 일본 반도체 전철 밟아” 삼성전자 반도체 새 수장으로 발탁된 전영현 부회장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새로운 시장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 수장이 갑자기 교체됐고, 고객사 퀄(품질검증) 테스트에 실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AI 칩을 제작하는데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빼앗기면서 30년간 ‘1위’였던 메모리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3위 업체인 중국 SMIC가 쫓고 있다.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도 고전 중이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성과급 지급 방식 변경을 요구하며 지난 5월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전삼노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직원들 중심으로 결성됐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삼성전자가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 “납품 협의 중, 발열 이슈 없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를 꾸준히 사들였던 외국인이 올해 5월 처음으로 ‘팔자’ 우위로 돌아섰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삼성전자만 급등락을 반복하며 7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같은 달 외국인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를 사들였다. SK하이닉스는 신고점을 경신하다 20만원대에서 굳히기에 들어갔다. 미국 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납품 여부에 따라 외국인의 쇼핑 목록이 갈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HBM이 엔비디아의 검증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반전이 생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일반 D램보다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해 AI 응용에 최적화된 메모리 반도체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지난 5월 24일 단독으로 보도했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발열과 전력 소비 등이 문제가 됐다. 현재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력으로 쓰이는 4세대 제품 HBM3를 비롯해 5세대 제품 HBM3E에 이러한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의 HBM3와 HBM3E 테스트 통과를 위해 노력해왔는데,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보도된 것은 처음이다. 같은 날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회사는“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으로 다수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에서 제기하는 특정 시점의 테스트 관련 보도는 당사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어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상호 간 통상적인 조율 과정을 밟고 있는 단계로 발열 이슈 논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양측 의견을 종합하면, 테스트 진행 과정에서 원인 모를 이슈가 발생해 현재까지는 완전히 통과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시장에서는 2022년부터 엔비디아에 납품을 시작한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가 지금도 테스트를 받는 건 기술력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됐고,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3.07% 급락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본사 앞./연합뉴스 로이터 보도가 관심을 받은 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임원을 급파하고 이례적인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이후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21일 DS부문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반도체 사업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원투수로 투입된 전영현 부회장(부문장)은 삼성전자가 D램 시장에서 세계 1등 자리를 유지하는 데 역할을 한 기술통으로, 고 이건희 회장의 복심으로 평가받는다. LG반도체 출신으로, 1999년 ‘반도체 빅딜’로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합병되는 과정에서 삼성의 제의를 받고 자리를 옮겼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시절에는 세계 최초로 20나노 이하 미세공정 개발을 성공시켰다. 이후 삼성SDI가 공급한 갤럭시 노트7 배터리 화재가 문제됐을 때는 회사대표를 맡아 위기를 돌파했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30일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에서 첫 일성으로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어려움은 쌓아온 저력과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 문화를 이어간다면 빠른 시간에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I 시대로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오고 있다. 큰 도전으로 다가오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하면 반도체 사업의 다시 없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15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정보기술(IT) 수요가 줄면서 D램 등 메모리 사업이 부진했다. 2022년 연말 메모리 업계가 감산에 돌입할 때 삼성전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다가 2023년 상반기 뒤늦게 동참, 재고 부담이 쌓이는 등 경영 판단을 실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은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5분기 만에 흑자전환했지만, 메모리 업황이 상승세로 돌아선 데 따른 반사효과라는 평가다. ■ 삼성 “2분기 HBM3E 12단 양산” 전 부회장이 당장 풀어야 할 숙제는 HBM3E의 품질 테스트 통과와 성공적인 납품으로 HBM 시장 주도권을 탈환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HBM을 최초 개발한 이후 연구개발을 이어왔고, 챗GPT 등 생성형 AI 개발과 그에 따른 수요 폭발에 힘입어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선두주자가 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9년 HBM 전담개발팀을 해체했다가 올해 전담팀을 부활시켰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다. 올해 3월에는 메모리 업체 중 최초로 HBM3E(8단) 제품을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고,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은 HBM3를 건너뛰고 지난 2월 HBM3E 8단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삼성전자(38%)와 마이크론(9%)이 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해당 제품을 올해 2분기 내 양산하겠다고 예고했다. 올해 6월 말까지는 무언가를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격차를 좁혀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삼성전자를 포함한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가격 경쟁에서 유리하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수요 강세 속 HBM 공정 난이도 급증에 따른 공급 제약과 경쟁자들의 추가 대응 여력의 한계는 삼성전자 대응에 대한 중요성을 점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화학공학과)는 삼성 위기론에 대해 “반도체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식하고 생태계 멤버들과 협업하고 을이 되는 사고의 전환도 해야 한다”며 “삼성이라는 공룡이 시대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면 한 세대 전 일본 반도체 공룡들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사 파업은 총선 호재냐 악재냐(2024. 03. 25 06:00)
2024. 03. 25 06:00 정치
의료대란 일어나면 여당에 불리·극적 타결 땐 유리 의대 증원으로 인한 반발로 의료대란이 지속하고 있는 지난 3월 12일 서울 시내 한 공공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 옆을 지나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번 총선도 4년 전처럼 ‘보건·의료’ 이슈가 여야의 승패를 좌우하게 될까. 지난 총선(2020년 21대 총선)은 ‘코로나19 사태’가 거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당시 ‘해외입국 원천봉쇄’를 주장한 야당(미래통합당)과 정부의 방역 대응을 옹호한 여당(더불어민주당)이 맞붙었다. 유권자들은 1차 대유행을 막은 문재인 정부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고, 그 결과 민주당이 압승했다. 4년 전 코로나19 이슈보다 영향 적어 공교롭게도 4년 뒤 올해 총선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 추진이라는 보건·의료 이슈가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일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는 안을 확정해 발표했고, 의대 교수들이 이에 항의해 집단 사직을 예고했다.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의·정이 정면충돌해 총선 막바지에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점차 커졌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와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리스크(위험)가 어느 정도 가라앉게 되면 ‘의료계 집단행동’이 가장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철현 정치평론가 역시 “의사 증원이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국민의힘에는 가장 큰 총선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여당으로서는 지난 2월 말·3월 초의 유리한 국면을 되살릴 수 있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최근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선거 판세 속에서 “만일 의·정의 극적 타결이 이뤄지면 보수가 결집하고 중도 일부가 합류해 국민의힘이 제1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김 평론가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사 증원을) 밀어붙이고 여당에서는 정략적으로 거리 두기를 하는 모양새를 보인다”면서 “대통령실에서 소극적인 여당의 태도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진단했다. 엇갈린 처지로 인해 대통령실의 의대 입학 정원 증원 추진이 여당의 선거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유권자들에게 있어 대통령과 정당은 구분이 된다”면서 “(의사 증원 문제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 상승에는 이득이 될지는 몰라도 총선을 앞둔 여당과는 별개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야당인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정원 확대에는 찬성하면서도 의·정의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충돌이나 의료대란 같은 극한 대결을 피하자는 것이다. 홍 소장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면 양당 의견이 찬반으로 갈려야 하는데, 사실상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어정쩡한 입장이 민주당 득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역설적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김포지역의 서울특별시 편입 문제처럼 민주당이 여당의 정책을 사실상 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하면 총선에 득인지 실인지 계산이 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총선에서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큰 쟁점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양당의 입장이 대립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병원장 등 참석 의료진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대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문제의 영향권은 4년 전 코로나19 이슈보다 넓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는 전 국민이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는데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인한 의·정 갈등은 환자와 환자 가족 등으로 피해 범위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총선에 미치는 여파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홍 소장은 “코로나19는 외생변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사태지만, 의·정 대립은 정책 충돌로, 여러 가지 소통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총선에 파괴적인 이슈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계 집단행동 사태는 이종섭·황상무 사태와도 묘하게 맞물려 있다. 앞서 의사 증원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바람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발표 이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지지율은 20%대 하강 국면(갤럽 정기여론조사)에서 30%대(2월 3주차 조사)로 반등했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2월 4주차 조사)를 손꼽는 비율도 높아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가운데 이·황 사태가 벌어졌고, 선거국면에 두 사안은 복잡하게 얽혔다. 민주당 측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의사 증원 정책이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으나 검찰 정권의 강압적 추진이 오히려 역기능을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의료계와의 소통 방식이 대화와 절충·협상이 아닌 수사기관의 수사 압박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은 검찰 정권의 국정 운영 방식이 두 사안에서 똑같이 일방적인 지시와 강행으로 나타나면서 부작용이 더 커졌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일방적 추진에 피로감” 의료계의 저항과 진료 차질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윤석열 정부가 대책을 전혀 준비하지 않은 점은 비판받고 있다. 그 때문에 국민 건강에 대해 불안감만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안 대표는 “이번 사태는 대통령실과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당리당략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여당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안 대표는 또 “대통령실의 일방적 추진이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기고, 오히려 의료계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렇게 막무가내식으로 해결하려는가라는 의문을 낳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의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하게 되면, 한 달 이상 전공의의 이탈 공백으로 지친 병원에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대란으로 인한 불똥이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정부뿐만 아니라 여권에도 쏟아질 수도 있다. 최병천 소장은 “‘의대 정원 극적 타결’은 국민의힘에 도움이 되고, 반대로 윤석열 정부와 의료계가 정면으로 맞붙어 의료대란이 일어나게 되면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전임교수도 동참했다, 시간강사·조교 파업(2023. 06. 02 17:42)
2023. 06. 02 17:42 사회
ㆍ‘비정규직 임금인상’ 미 뉴저지주 럿거스대 교수진 e메일 인터뷰 지난 5월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노동자가 경찰의 진압봉에 약 1분간 맞아 머리 출혈로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있었다. 5월 25일부터는 불법집회 해산을 위한 경찰기동대 훈련이 시작됐고, 경찰청 비공개회의에선 “기동대원들의 정신 재무장”이 언급됐다. 5월 1일 노동절엔 철근공 양회동씨가 스스로 몸에 불을 질러 사망했다.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했는데 공갈이라고 한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양씨는 유서에 이런 말을 남겼다. 지난 4월 미국 뉴저지주의 럿거스대학에서 파업을 벌인 교수, 시간강사, 대학원생 등 노조원들이 뉴브런즈윅에 있는 대학 건물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난 한 달간 한국사회의 노동자들이 겪은 일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현 정부는 “노동자를 자기 앞길의 걸림돌로 생각하는”(고 양회동씨) 것은 아닌가. 파업과 집회를 ‘진압’ 대상으로만 보는 공권력의 태도는 옳은가. 주간경향은 미국의 한 대학에서 전임 교수, 시간강사(비정규교수), 대학원생이 함께 파업을 벌여 큰 폭의 임금인상을 이뤄낸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대학(Rutgers University)의 이야기다. 럿거스대학은 재학생 6만7000명, 교직원 9000명 규모의 대형 주립대학으로, 뉴저지주에 4개의 캠퍼스가 있다. 이 대학에선 교수·시간강사·대학원생이 소속된 3개의 노조가 지난 4월 10일부터 15일까지 수업·연구를 중단하는 대대적인 파업을 벌였다. 주된 요구사항은 저임금·단기계약에 시달리는 시간강사와 대학원생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었다. 파업이 벌어지자 럿거스대학 총장은 “불법 파업”이라고 맞섰지만, 파업 지지 물결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많은 학생이 일부 교수·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거부하는 등 ‘동맹휴업’에 나섰고, 지역사회에서도 파업을 지지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필 머피 주지사까지 중재에 나서 시간강사와 대학원생 노동자 임금을 33~43% 인상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럿거스대학의 파업 사례는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의 정서로는 ‘노동자 투쟁’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대학 교수진이 일을 멈췄다. 이로 인해 수만 명이 수업을 받지 못했지만, 이들의 파업은 보편적 권리로 존중받았다. 특히 정년이 보장된 교수들(‘테뉴어 트랙’의 전임교수들)이 시간강사·대학원생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주로 요구하는 파업에 함께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럿거스대학 교수진이 ‘심각한 저임금’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비정규교수(시간강사)들의 임금은 교수들의 절반. 한국 시간강사의 처지는 더 열악하다. 비정규교수노조에 따르면 한국 시간강사 임금은 교수의 4분의 1(국립대)~10분의 1(서울 사립대) 수준이다. 조교와 연구원, 학회 간사로서 허드렛일을 맡는 대학원생 역시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교수사회의 주축인 정년보장 교수(테뉴어 트랙의 교수)들은 이러한 사안에 대해 대개 ‘방관자’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교수·시간강사·대학원생들이 힘을 합해 파업을 벌여 승리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럿거스대학의 토드 울프슨 교수(저널리즘학과·교수노조), 호위 스워들로프 교수(영문학과·비정규교수노조), 행크 캘럿 교수(저널리즘학과·비정규교수노조)를 지난 5월 23~26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미국의 대학들이 이익을 중시하면서 저임금·단기계약의 비정규 교수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면서 “교수진 내 약자인 시간강사·대학원생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싸우지 않으면, 정년보장 교수들의 지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대학 교수진은 ‘풀타임’으로 일하는 전임교수와 그렇지 않은 비전임교수(시간강사)로 나뉜다. 전임교수 중에는 정년이 보장된 교수(테뉴어 트랙)와 그렇지 않은 비정년교수가 있다. 럿거스대학의 비정규교수노조는 시간강사를 대표하는 조직이다. -이번 파업에서 시간강사들과 대학원생들의 처우 개선을 주로 요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의 노동조건이 얼마나 심각했나요. 호위 스워들로프 “비정규교수(시간강사)들은 정규교수들과 완전히 똑같은 일을 했지만, 임금은 절반이었고, 건강보험을 비롯한 복지제도에서도 소외돼 있었습니다. 많은 비정규교수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여러 개 대학을 오가면서,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수업을 해야 했죠. 지난해 6월 모든 비정규교수의 기존 계약이 만료됐고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우리는 이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했습니다. ‘대학원생 노동자’들은 자신의 학위 과정을 이수하면서 그와 동시에 강의도 하고 (연구실 등에서) 일도 해야 했습니다. 이들은 학생용 건강보험이 있었고 비정규 교수보다 많이 받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임금수준은 이 지역에서 살아가기엔 부족했습니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대학원생들도 있었고요. 대학원생 노동자들의 삶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졌죠. 장학금이 불가능한 이들에겐 저임금의 일자리가 주어졌습니다. 게다가 다수의 대학원생 노동자가 코로나19 때문에 학위 과정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생계유지에 필요한) 장학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겐 큰 문제였죠.” -럿거스대학에서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교수들이 많아진 이유는 뭘까요. 호위 스워들로프 “럿거스대학은 공립대학이지만 최근 10여년간 주정부의 지원이 줄자, 영리 기관처럼 운영됐습니다. 학생을 돈 내는 ‘고객’으로 여기고, 타 지역과 해외에서 고객(학생)을 끌어들이는 경쟁에 빠져들었죠. 그래서 고급 기숙사와 우승 스포츠팀에 대대적으로 투자했습니다. 대학의 각 학과는 반드시 흑자를 내야 했고, 무디스와 S&P 같은 신용평가기관이 ‘효율성’을 기준으로 내린 평가에 따라 대학의 대출금리가 좌우됐습니다. 보수가 좋고, 정년이 보장되고, 노조가 있는 노동력은 부정적으로 다뤄졌습니다. 이건 신자유주의의 만트라(주문)이지요. 이윤을 내지 못하는 수업은 중단됐습니다. 전통적으로 비정규교수는 낮에는 전문직으로 일하고 저녁에 파트타임으로 수업하는 객원교수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가르치는 일 자체를 즐거움으로 여겼기에 소액의 임금을 받았습니다. 혹은 은퇴자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공유하고 싶어서 객원교수를 자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학 측에서 교육보다는 예산 절감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임금이 싼’ 비정규교수들에 대한 의존이 시작됐습니다. 이건 미국 대학들이 전반적으로 겪고 있는 일입니다.” 미국 럿거스대학에서는 교수, 시간강사, 대학원생들이 다함께 파업을 했고 33%(대학원생)~43%(시간강사)에 이르는 임금인상을 이뤄냈다. 럿거스대학 파업에 대해 교수노조와 비정규교수노조 지도부에게 얘기를 들었다. 왼쪽부터 토드 울프슨 교수(교수노조 부대표), 호위 스워들로프 교수(비정규교수노조 사무총장), 행크 캘럿 교수(비정규교수노조 브런즈윅 캠퍼스 부대표)다. 토드 울프슨 “정년이 보장된 교수진을 비정규 교수들로 대체하는 흐름은 미국 전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고 있습니다. 50년 전엔 대학 교수진의 절반 이상이 정년을 보장받았지만, 지금은 그 비율이 28%로 줄었습니다. 럿거스대학의 비율도 대략 비슷합니다.” -정년이 보장된 교수들이 이번 파업에 함께했다고 들었습니다. 비정규교수, 대학원생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이었는데 전임교수들이 함께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호위 스워들로프 “전임교수, 특히 정년이 보장된 교수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파업 승리의 가능성은 아마도 낮았을 겁니다. 럿거스대학에는 3개의 교수노조가 있습니다. 하나는 전임교수와 대학원생들이 가입(AAUP-AFT)해 있고, 다른 하나는 생의학·보건 교수 노조(AAUP-BHSNJ)입니다. 또 다른 하나가 비정규 교수노조(PTLFC-AAUP-AFT)입니다. 우리는 하나가 돼 교섭하기로 했고, 이 결정이 우리의 영향력을 키웠습니다. 정년보장 교수들은 가장 열악한 처지의 동료들(저임금을 받는 비정규교수와 대학원생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중심에 두고 함께 싸웠습니다. 이타적인 동기도 있었겠지만, 비정규교수의 증가로 그들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마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정년보장 교수들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의 급여인상을 수용함으로써 비정규교수와 대학원생 노동자들은 큰 폭의 임금인상을 성취할 수 있었습니다.” 토드 울프슨 “럿거스대학의 AAUP-AFT 노조는 정년보장 교수뿐 아니라 대학원생 노동자까지 함께하는 노조입니다. 하지만 럿거스대학엔 별도의 시간강사 노조(비정규교수)가 조직돼 있었죠. 새로운 계약을 앞두고 우리는 단결하기로 하고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정년이 보장된 교수들이 자기 자신보다 취약한 지위의 동료들(비정규교수·대학원생 노동자)의 승리를 위해 더 헌신했기 때문에 이번 파업에서 이겼다고 생각합니다.” -시간강사는 43%의 임금인상, 대학원생 노동자는 33%의 임금인상을 이뤘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의 계약에 소급적용하기로 했다고요. 이런 성공, 어떻게 가능했나요. 호위 스워들로프 “우리의 요구사항을 다 관철하지는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비정규교수는 여전히 건강보험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죠. 그렇지만 이번 파업의 결과가 비정규교수들의 역사적 승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우리의 성취가 뉴저지와 미국 전역의 모든 비정규교수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리라 믿습니다. 고등교육에서의 ‘긱 이코노미’ 종말이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두 자릿수 임금 상승으로 우리는 거의 ‘동일노동 동일임금’(비정년 교수 기준)을 달성했습니다. 전례가 없는 증액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일종의 고용안정성을 얻었습니다. 그동안에는 비정규교수들이 매 학기 계약을 다시 맺어야 했지만 별다른 이유가 없는 한 1년 계약을 맺게 됐고, 일부는 2년 계약이 약속됐습니다.” 행크 캘럿 “우리의 파업 승리를 잘 설명하는 두 가지는 ‘준비’와 ‘단결’입니다. 지난 2년간 비정규교수 노조는 전화·문자는 물론 SNS를 활용해 노조원을 모았습니다. 매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도 (우리의 문제의식에 관해) 교감했습니다. 그리고 정년보장 교수, 대학원생 등 여건이 다른 교수진들과 ‘단결’했죠. 지난 1년간 미국 대학가에선 12차례의 파업이 있었는데, 럿거스대학에서만 이런 단결이 이뤄졌습니다.” -럿거스대학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대학에서도 파업이 잇따랐다고 들었습니다. 저임금 임시직의 증가가 원인일까요. 행크 캘럿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주립대 수업의 4분의 3은 정년보장 교수가 맡았지만, 이제는 그 비율이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2년제인 커뮤니티 칼리지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지요. 최근 이어진 대학가 파업은 대개 대학원생과 시간강사들이 주도했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신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이죠. 럿거스대학을 비롯한 많은 대학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대학원생 장학금을 끊었고, 시간강사들을 해고했습니다. 또 수업이 온라인화되는 과정에서 시간강사들은 대학 측으로부터 아무 조력도 받지 못한 채 추가 업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대학가의 파업을 더 큰 맥락에서 보는 일도 중요합니다. 고등교육계에서 일어난 파업은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끄는 큰 파업 물결의 일부입니다. 스타벅스의 바리스타, 아마존 창고의 직원들이 저임금을 강요하고 노동자를 교묘하게 통제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시간강사들이 오랫동안 싸워 강사법을 이뤄냈지만, 이들의 노동조건은 여전히 열악합니다. 정년보장을 약속받은 전임교수들은 비정규교수의 현실엔 관심이 없고요. 연대를 통해 성공적 파업을 이뤄낸 경험자로서 한국 고등교육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토드 울프슨 “우리 노조의 현수막과 티셔츠엔 이런 구호가 적혀 있습니다. ‘한 사람이 상처를 입는 것은 모두가 상처를 입는 것과 같다(An injury to one is an injury to all).’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년보장 교수들에 대한 공격은 ‘교수의 비정규직화’라는 흐름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조지아주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는 정년보장 교수직 폐지·축소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편집자 주) 정년이 보장된 교수들이 비정규교수, 대학원생들과 힘을 합하지 않으면 교수 스스로의 권리를 지킬 길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행크 캘럿 “정년보장 교수들은 자신이 시간강사(비정규교수)들이 처한 위기와 관련 없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강사들에 대한 의존-우리는 이것을 종종 ‘긱’이라고 부릅니다-은 대학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를테면 돈이 되지 않는 수업은 사라지는 식이지요. 일부 주에서는 정년보장 교수직을 폐지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기업처럼 운영하려는 흐름을 그대로 둔다면) 모든 교수를 ‘임시직’으로 만드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에 럿거스대학의 정년보장 교수들은 이 사실을 배웠습니다.”
[취재 후]불법파업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나요(2022. 09. 30 11:06)
2022. 09. 30 11:06 사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2009년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치며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옥쇄파업’을 벌였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강제진압에 나섰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찰청은 진압 과정에서 헬기와 크레인 등의 장비가 부서지고 경찰들이 부상을 당했다며 금속노조와 쌍용차 노동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9년이 지난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는 당시 진압이 경찰력 과잉행사였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늦게나마 국가폭력이 인정됐는데도 경찰청이 여태 손배소 취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손배소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요, 2심 판결 기준으로 인정된 손해액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약 29억원입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난 9월 27일 경찰청 담당 간부들을 면담했습니다. 경찰은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의 쟁점 법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51일간의 하청노동자 파업을 이유로 노조 간부 5명에게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 노란봉투법을 다시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노란봉투법은 2013년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주부 배춘환씨가 “4만7000원씩 10만명이 힘을 보태자”며 노란 봉투에 4만7000원을 담아 한 언론사에 보낸 데서 유래했습니다. 9년 전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를 향하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을 다룬 주간경향 지난 호 표지 이야기 기사 댓글엔 “불법파업을 안 하면 되지 않나”라는 내용이 제법 있었습니다. 불법파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 노동자들이 있을까요. 현행 노조법과 대법원 판례가 합법파업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만들어버린 탓에 ‘불법파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의 말처럼 손배·가압류는 노동자 손발을 묶어버리는 자본의 무기입니다. 이 무기로부터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방패를 제대로 마련해주자는 것이 노란봉투법의 취지입니다. 21대 국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평평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길 기대해봅니다.
취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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