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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353 건 검색)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트럼프와 미국의 4B 운동, 한국의 페미니즘
2024. 11. 24 21:50 오피니언
... 류 영국 에든버러 대학 교수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4B 운동의 원조 격인 한국에서 그것은 점차 페미니즘의 경계를 넘어서 왔다. 2015년 전후 여성의 꾸밈노동에 대한 성찰과 비판을 실천한 ‘탈코르셋...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신경아의 조각보 세상트럼프페미니즘
한강 노벨문학상에 “광주·페미니즘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억지 비판도
2024. 10. 11 13:07 문화|사회|정치|사회|문화
... 문학상을 받았다는 것 자체도 좋은데, 광주민주화항쟁과 제주 4·3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페미니즘 관점에서 다채로운 방향의 이야기를 한 한강 작가가 (수상했다는) 점이 최고로 좋다”고 밝혔다. 또...
한강, 한국 첫 노벨문학상
이토록 풍부한 한국 페미니즘 미술···“나는 여성 미술계가 부럽다”
2024. 10. 04 06:00 문화
... 등을 지냈으며 현재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이다. 1999년 ‘팥쥐들의 행진’ 등 여러 페미니즘 전시를 기획하고 <여성과 미술> <큐레이터는 작가를 먹고 산다> 등 저서를 펴냈다....
페미니즘미술김홍희
서유기 모티브 게임 ‘검은신화 : 오공’ 성공에 중국 들썩…反페미니즘 마케팅에는 비판도
2024. 08. 21 16:50 국제|국제|IT
... 기록을 새로 썼다. 침체된 중국 게임업계가 다시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반페미니즘적 마케팅 방식에는 비판도 나왔다. 21일 블룸버그통신, 중국 제일재경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스포츠경향(총 23 건 검색)

‘반페미니즘’ 유튜버, 20대 여성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송치
2023. 11. 21 03:57 연예
‘반페미니즘’ 활동을 하던 유튜버가 20대 여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21년부터 약 1년간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을 통해 20대 여성 B씨를 비방하며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온라인 게시물에 B씨의 신상이나 성향 등을 밝히면서 허위 사실도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앞서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A씨를 수사해달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록우산, 페미니즘 후원 의혹에 “허위사실”
2021. 05. 21 15:21 생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일부 커뮤니티에서 제기한 페미니스트 지원 논란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21일 ‘일부 사이트 게시판에 게시된 글에 대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입장’이라는 입장문을 올려 일각에서 제기된 페미니스트 지원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재단 측은 “(페미니스트 지원 사업이라고 지목된)‘2018 대한민국 시민 in 학생축제’는 교육부 주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한국교육개발원·충남교육청·세종시교육청 주관으로 진행됐다”며 “행사에서 운영된 전체 부스 중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놀이 및 권리체험, 정책 부스를 운영했으며 사진 속 부스는 재단과 무관하고 재단이 행사에서 함께한 기관들과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페미니즘 책 읽기 모임에 대해선 장소만 제공했을 뿐 모임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게재·확산할 경우 재단의 아동지원사업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최근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사업 의도와 다르게 페미니즘 학회, 모임 등을 지원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다양한 행사를 근거로 삼으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을 중단했다는 글을 잇따라 올렸다.
초록우산
퀸미코 ‘남혐 논란’ 부인 “페미니즘 혐오한다”
2021. 05. 07 16:45 연예
개인 인터넷 방송인 퀸미코가 남혐 논란에 사과하며 ‘페미 게이트’ 국민청원에 동의한 모습까지 캡처했다. 방송 화면 캡처유튜버 겸 아프리카TV BJ 퀸미코가 ‘남혐 논란’에 사과했다. 퀸미코는 6일 인스타그램에 “논란을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저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페미니즘을 혐오한다”고 적었다. 이어 “논란이 된 단어는 ‘허버허버’라는 단어가 ‘냐미’ ‘냠냠’ 등과 비슷한 단어라고 생각해 사용했을 뿐 제가 페미니즘을 응원한다거나 옹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퀸미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갈비가 구워지는 사진을 올리며 “갈비 ‘허버허버’ 냐미”라는 글을 올렸다. ‘허버허버’는 일부 커뮤니티에서 ‘남성을 비하하는 단어’로 인식하고 있는 어휘다. 이를 배경으로 퀀미코는 일부 커뮤니티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퀸미코는 이번 사과문을 올리며 ‘조직적으로 학생들을 세뇌하려 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수사, 처벌, 신상공개를 청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동의한 모습까지 캡처했다. 퀸미코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 논란이 된 사진. 인스타그램 스토리 캡처해당 국민청원은 한 홈페이지에 ‘아이들에게 시위, 집회 영상을 보여줘 흉내 및 따라하게 하거나 여성이 경험하는 부조리한 행위 등을 꾸준히 학습시켜 페미니즘 사상을 주입시켜야 한다’ ‘성인지 교육이 잘못된 학생군은 교사가 간접적으로 학생 집단에서 자연스럽게 따돌림을 당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등 유치원 및 초·중·고·교사를 대상으로 한 글이 올라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사안이다. 국민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동의인 25만명을 넘어서는 등 해당 이슈로 온라인이 달아오른 상태다. 퀀미코는 해당 국민 청원에 동의하면서 “페미척결을 위한 국민청원에 동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를 좋아해주는 시청자의 다수가 남성인데 제가 어떻게 페미니스트일 수가 있겠냐”며 “코로나19로 인해 간만에 나가 고기 먹고 신나 인증하려다 실수한 것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퀸미코는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인 인터넷 방송인이다. 주 콘텐츠는 자신의 일상과 코스프레, 댄스 등이다.
“남녀평등은 무슨, 역겨워”…가수 오왼, 이번엔 페미니즘 저격
2020. 05. 23 00:00 연예
가수 오왼 인스타그램가수 오왼이 이번엔 페미니즘 저격에 나섰다. 오왼은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네일 받으러 갔는데 발 케어는 안 된다고 하더니 가보니까 떡하니 발 케어 가격표 가게 안에 붙어있는데 남자 발은 안 한다고”라며 “남녀평등은 무슨, 역겨워”라고 불쾌함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최근 그룹 god 데니안을 스토킹한 4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은 기사를 공개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강제추행 폭행에다 주거침입. 근데 고작 10개월? 반대의 경우 형량이 고작 10개월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으로 끝났을까?”라며 “이런 거 들으면 정말 평등이 있나 혹은 정말 남자만 항상 가해자의 입장인가 싶음”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가수 오왼 인스타그램그러면서 “남자로 태어난 게 죄인 양 죄책감 들게 만드는 게 한국에서 정의하는 페미니즘 또는 남녀평등입니까?”라며 “이럴 때만 다들 갑자기 조용해지지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왼은 지난해 9월에도 그룹 방탄소년단과 아미를 공개 저격해 논란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그는 “그 팬덤들 하는 짓거리 보면 제발 힙합이랑 연 끊었으면. 아이돌을 때려치우고 아예 노선을 갈아타던가. 랩은 진짜 아님”이라며 “솔직히 저번에 수록곡 중에 빈첸이랑 김하온이랑 이센스 카피한 거 보고 너무 놀랐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나 싶어서”라고 질타를 쏟아냈다. 이후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오왼은 “두 번 다시 방탄소년단이나 아미를 욕되게 하는 행동 또는 발언은 무조건 삼가도록 하겠다”고 사과한 바 있다.

주간경향(총 24 건 검색)

[신간]페미니즘 대중화 그 이후(2023. 12. 06 07:00)
2023. 12. 06 07:00 문화/과학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지음·교양인·1만8000원 저출생의 원인이 뭘까. 단순히 출산 기피일까? 저자는 결혼 기피와 만혼의 결과이며, 이는 남녀 집단 간 인식 불균형 탓이라고 본다. 2015년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여성에게는 페미니즘이 기본값이 됐지만, 남성의 여성관과 자아 인식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남자가 피해자”라는 피해 의식의 원인도 집단적 ‘문화 지체 현상’에서 찾는다. 그는 그간 여성주의의 중심에 있었던 피해자 중심주의를 비판한다. 규범적인 피해자 이미지가 전제돼 “여성에게 불리할 뿐 아니라 실현 불가능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난민과 트랜스젠더 여성 배제도 꼬집는다. 2005년 <페미니즘의 도전>으로 여성주의를 소개했던 저자가 ‘김건희 여사 비판이 미소지니인지’ 등 한국사회 성정치학의 쟁점들을 재해석했다. 그는 힘주어 말한다. 페미니즘은 ‘모든 여성을 비난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멸망한 세계에서 우리가 나비를 쫓는 이유 조나단 케이스 지음·조은영 옮김·원더박스·2만원 2049년 시작된 태양 대격변. 지하 9m 위쪽에 사는 포유류는 태양 복사선을 못 버티고 거의 멸종했다. 2101년, 10세 소녀 엘비는 제왕나비 날개 비늘 연구를 통해 더 오래가는 ‘일광병’ 백신을 개발 중인 플로라 아줌마와 함께 약탈자들을 피해 이동한다. 엘비는 멀고 먼 멕시코 제왕나비숲으로 떠난 엄마·아빠를 만날 수 있을까. 아이즈너상 수상작가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래픽 노블이다. 인류 탓에 멸종위기에 놓인 제왕나비가 인류 생존의 열쇠인 상황이 역설적이다. 행동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김명남 옮김·문학동네·5만5000원 그 행동을 대체 왜 했을까. 호르몬이나 진화 덕에? 유년기 경험이나 유전자 때문에? 아니면 문화의 영향으로? 사실 이 모든 것은 얽혀 있다. 신경의학자가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대해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분석한다.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켄 제닝스 지음·고현석 옮김·세종·2만3000원 신화·경전·영화 속 사후 세계를 7가지로 분류하고 지옥, 별세계, 발할라, 연옥, 열반 등 100곳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실제 여행가이드북마냥 현지 정보, 당일 여행, 머물 곳, 가는 방법 등 온갖 ‘저세상’ 정보를 담았다. 나는 매일 아침 솔숲에 다녀온다 조헌 지음·소소담담·1만7000원 30여 년간 교단에서 만났던 제자들, 장애인복지관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만난 장애인 청년, 군대 동기, 길에서 만난 젊은이 등 인물 서사가 주를 이루는 수필집이다. 짧지만 깊은 사연마다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신간
[시네프리뷰]밀수-‘페미니즘’ 영화? 잘 만들면 장땡이지(2023. 07. 21 11:15)
2023. 07. 21 11:15 연예
천하의 류승완도 시류 따라 ‘페미니즘 영화 찍었네’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아니다. 영화가 어떤 지향을 가졌냐가 아니라 만듦새가 얼마나 훌륭하냐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 푯값이 아깝지 않은 영화다. 제목 밀수(Smugglers) 제작연도 2021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29분 장르 범죄 감독 류승완 출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개봉 7월 26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제작 ㈜외유내강 제공/배급 NEW NEW 레전드를 경신했다. 영화 속 김혜수의 연기를 보며 든 생각이었다. 요즘 젊은 관객들에게 ‘영화배우 김혜수’ 하면 무슨 영화가 떠오를까, 생각했다(뭐 드라마로 치면 <소년심판>(2022) 같은 OTT 드라마도 있지만 일단 논외로 하자). 아무래도 <타짜>(2006)의 정 마담이지 않을까. 리뷰를 쓰면서 <타짜>의 제작연도를 확인했는데 세상에,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등 인터넷밈이 된 숱한 명대사를 쏟아낸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17년이나 됐다. 염정아는 또 어떤가. 이 코너에서 평론가가 리뷰를 하기도 했지만,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중년 아줌마역을 소화한 <인생은 아름다워>(코로나19 때문에 2019년 촬영해 3년 후인 2022년에 개봉)에서 한국에서 보기 드문 뮤지컬 장르에 도전했다. 전반적으로 오글거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염정아의 경우 더 빛을 본 것이 <인생은 아름다워>와 같은 해에 촬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이었다. 개인적으로 영화배우 염정아의 연기를 강렬하게 기억하게 된 작품은 <장화, 홍련>(2003)의 이지적이지만 섬뜩한 계모역이었다. 레전드 경신한 두 여배우 주연 영화 원래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사전정보를 거의 체크하지 않는다. 일부러라기보다 게을러서인데, 그럼에도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가 잘빠졌다는 ‘소문’은 그러한 게으른 기자의 귀에까지 당도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가상의 도시 군천 앞바다에 던져진 밀수품을 건져 생활하는 해녀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군천이라고 하지만 영화에 언뜻언뜻 노출되는 지도 등에서 보이는 도시는 전북 군산이다. 진숙(염정아 분)과 춘자(김혜수 분)는 군천 앞바다에서 해녀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1970년대 “잘살아보세~!” 노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군천 바닷가에 들어선 공장 때문에 섭·전복 등 해산물이 못 쓰게 되자 배를 몰던 선주 진숙의 아버지에게 다른 일거리가 은밀히 제안된다. 그 건은 생필품 밀수. 일본 등지를 거쳐오는 외항선이 밀수품을 미리 방수 포장해 바닷속에 던져놓으면 진숙 등이 해녀 일을 하는 척하며 건져내 다른 중간상에게 넘기는 일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일은 꽤 짭짤했다. 코끼리밥솥, 양담배 같은 것부터 더 큰 돈이 되는 ‘금괴’로 종목을 바꾸는 순간 세관 단속선이 뜬다. 좌충우돌하는 가운데 불의의 사고로 진숙의 남동생과 아버지는 사망하고, 춘자는 어수선한 틈을 타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교도소에서 2년을 보낸 진숙에게 면회 온 동료들은 그날 밀고한 당사자가 사라진 춘자 아니겠냐는 소문을 건넨다. 한편 천하의 악당으로 몰린 춘자는 서울로 올라가 역시 몰래 들여온 밍크코트 같은 걸 유통하는 지하세계에서 일하는데, 거기서 국내 밀수업계의 왕초인 권 상사(조인성 분)를 만난다. 부산 유통망이 일망타진돼 새로운 거래선을 고민하는 그에게 춘자는 자신이 있던 군천을 제안한다. 그렇게 3년 만에 춘자가 다시 군천에 나타난다. 3년 사이 배에서 일하던 꼬마 장도리(박정민 분)는 커서 군천을 지배하는 조폭 두목이 됐다. 춘자는 그를 만나 한탕을 제안한다. 한편 세관 쪽에서는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와 춘자가 군천 바닥에 나타난 것에서 수상한 냄새를 맡고 그들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한다. 평가 기준은 지향보다 만듦새 영화는 타란티노 영화들이 그렇듯 불법과 탈법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삶, 그들 사이의 음모와 배신을 다룬다. 도덕적 단죄를 택하지는 않는다. 아마 그들의 밀수품 목록에 다이아몬드까지 있어도 마약이 없는 건 ‘길티플레저’의 선을 넘지 않으려는 감독의 주도면밀한 선택 아닐까. 류승완 감독의 전작들을 생각해보면 ‘브로맨스’물이 많은데-예컨대 전작 <모가디슈>의 김윤석과 조인성을 보라-그걸 뒤집어 두 여성의 우정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반면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 악당들은 탐욕의 노예가 된 나머지 끊임없이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만다. 천하의 류승완 감독도 요새 시류를 따라 “페미니즘 영화 찍었네”라고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그 영화가 어떤 지향을 가졌냐는 평가에서 중요하지 않다. 만듦새가 얼마나 훌륭하냐를 두고 판단하면 된다. 이 영화, 재미있다. 극장에서 볼 만하냐고? 그렇다. 푯값이 아깝지 않은 영화다. 밀수에 등장한 1970년대 노래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찬욱이 영화 <헤어질 결심>(2022)을 만들 때 정훈희의 노래 ‘안개’를 듣고 영화를 만들 결심을 했다는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그렇다. <헤어질 결심>은 노래 ‘안개’가 담고 있는 분위기와 회한을 빼고선 거론할 수 없다. ‘안개’가 이 영화의 알파고 오메가다. <밀수> 영화의 음악은 장기하가 담당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없이 197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들로 가득 차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킬 빌 1>(2003)을 찍으면서 자신이 비디오가게 점원일 때 좋아했던 홍콩 액션물들, 일본 야쿠자와 닌자 영화들을 오마주하면서 결정적인 결투 신에서 산타 에스메랄다의 ‘돈 렛 미 비 미스언더스투드(Don’t Let Me Be Misunderstood’를 쓴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마 이 영화를 통해 1970년대 한국 대중가요를 처음 접한 사람일지라도 음악에 ‘뿅 가버릴’ 것이다. 필자는 김추자의 ‘무인도’(사진·1974년 출시 LP판 표지)를 제대로 써먹는 영화는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마침내 류승완 감독이 그 이미지를 훔쳐내 제대로 필름으로 박았다. 축하하고 싶다. 나이트클럽 신에서는 이은하의 ‘밤차’가 진짜 1970년대 분위기를 뿜어내며 라이브로 연주되고 있다(심지어 이은하 본인은 아니지 싶은데, 유튜브 등에서 볼 수 있는 1970년대 후반의 젊은 이은하를 쏙 빼닮은 여성이 ‘밤차’를 부르고 있다). 진숙 역을 맡은 염정아가 홀로 초저녁 밤을 배경으로 뱃전에 기대앉아 노래를 부르는 시퀀스도 흥행에선 실패한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아쉬워한 감독의 배려처럼 보인다. 이 밖에도 박경희의 ‘머무는 곳 그 어딘지 몰라도’나 김트리오의 ‘연안부두’ 등 1970년대 배경 노래가 영화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아마 개봉하면 한동안 레트로 열풍이 불 듯하다.
시네프리뷰
[박이대승의 소수관점](2)페미니즘 사냥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2021. 08. 09 14:09)
2021. 08. 09 14:09 사회
백래시가 몇개월째 난동을 부리고 있다. 페미니즘을 증오하는 남성들이 손가락 고리 모양을 찾아 헤매고, 이른바 ‘페미’를 색출한답시고 여성에 대한 낙인찍기를 시도한다. 이제는 도쿄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겨냥하고 있다.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그들의 주장과 행동이 워낙 황당한 수준이다 보니 대중의 피로가 상당히 누적됐다. 공격 대상이 ‘태극전사’라는 사실은 페미니즘에 대한 증오를 압도한다. 그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페미니즘 난동이 소멸하게 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사건의 의미는 역설적이다. 올림픽 3관왕 정도의 ‘역사적 인물’이 피해자가 될 경우에만 백래시를 반격할 여론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 주류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안산 선수 개인에 대한 지지와 열광일 뿐 백래시 그 자체에 대한 반대라고 하기도 어렵다. 허약한 먹잇감이 등장하면 페미니즘 사냥은 언제라도 재개될 것이다. 그것의 사회·정치적 조건을 해체하는 일이 중요하다. 안산이 지난 7월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옐레나오시포바(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의 2020도쿄 올림픽 양궁여자개인 결승전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연합뉴스 ‘남성혐오’라는 착각 ‘혐오’라는 문제적 개념을 살펴보자. 이 개념은 다음 두가지를 뒤섞는다. 첫째는 차별과 폭력이라는 사회구조적 실재이고, 둘째는 타인을 미워하거나 경멸하는 감정의 표현이다. 민주주의 체제는 이 두가지를 엄격히 구별한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폭력과 차별은 무조건 나쁜 것이지만, 타인을 모욕, 비하, 조롱하는 행위는 때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그런 행위가 차별을 지지하고 강화한다면, 차별 행위의 일종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여성을 향한 비하와 조롱이 성차별 구조 내에서 발생할 때,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사회적 약자가 지배집단을 향해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시민이 권력자를 조롱하거나, 개인이 다른 개인을 모욕하는 경우, 다양한 평가기준이 적용된다. 그럼 남성 집단 일반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행위는 어떻게 평가돼야 하는가? 세상은 남성 중심 권력이 지배하고 있으며, 이 권력은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한다. 사회의 특정 영역에서 남성 개인이 차별받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거시적 관점에서는 그 역시 남성 중심 체제의 한 부분으로 존재한다. 사회 전체의 수준에서 차별받는 것은 여성이고, 성차별은 증오심, 적대감, 경멸, 조롱, 비하 따위를 동반한다. 반면 남성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구조적 폭력의 희생자가 되지는 않는다. 즉 ‘남성에 대한 역차별’은 없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 기본적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어떤 여성이 온라인에서 한국 남성 일반을 비하하고 조롱할 경우, 그 개별 행위의 성격에 따라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성차별적 행위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남성을 차별하는 사회구조 내에서 발생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컨대 남성비하, 남성조롱, 남성증오 등의 행위는 존재하지만, 남성차별이라는 것은 없다. 바로 이 지점에 ‘남성혐오’라는 기호가 개입한다. 이 말의 기능은 실재하는 대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 혼동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즉 ‘남성 전체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여성이 있으므로 남성이 여성에게 차별받고 있다’는 착각을 만든다. 이제 자신이 차별의 피해자라는 믿음으로 무장한 남성들이 페미니스트 사냥에 나선다. 하지만 비하와 조롱의 피해자라고 해서 차별의 피해자인 것은 아니다. 더구나 비하와 조롱은 그 대상과 내용에 따라 허용될 수도 금지될 수도 있다. 안산 선수를 향한 공격은 명백한 차별 행위다. 그것은 여성의 외모와 언어에 ‘남성혐오’라는 낙인을 찍고, 남성 중심 권력에 순종하기를 요구한다. ‘혐오’라는 모호한 언어의 사회적 사용법에 이런 낙인찍기의 가능성이 내포돼 있다. 이 말은 차별적 사회구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차별 행위나 발언을 모두 의미한다. 그것을 쓰면 쓸수록 전자의 의미는 희미해지고 후자만 강조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런 경향은 ‘여성혐오’의 사용에서도 드러난다. ‘여혐’이 ‘성차별’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 표현’ 같은 개념을 대체할수록 차별이라는 사회구조적 실재는 잊히고, 여성을 공격하는 개별 발언이나 행위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맥락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성차별 이슈’가 아니라, ‘젠더 폭력’, ‘젠더 이슈’라고 쓰는 경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누군가 타인을 미워하고 조롱하면,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혐오’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다. 그냥 ‘인터넷 트롤’ 수준의 말이 돼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여혐 논란’, ‘남혐 논란’ 따위의 언어가 넘쳐나고, ‘타인을 경멸하고 비하하는 행위는 혐오라 나쁜 것이다’라는 앙상한 믿음만 남는다. 이런 조건에서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는 것이 나쁘다면, 여성이 남성을 혐오하는 것도 똑같이 나쁘다’라는 착각이 힘을 얻는다. 모호한 언어와 무능한 제도 이는 단지 언어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성차별을 다룰 공동체의 규범 자체가 매우 허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 규범을 만드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지만, 한국의 국가기구와 제도는 성(性)에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무능하다. ‘손가락 고리 모양을 사용했으니 남성혐오’라는 황당한 주장을 반박하기는커녕 해명하고 사과하느라 바쁘다. 논란이 된 사건과 최대한 빨리 결별하고 비난 여론을 피하는 것이 제도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이다. ‘미투 운동’이 여론을 주도하고, ‘n번방 사건’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폭발했을 때는 모두가 여성의 목소리에 집중하지만, 반페미니즘 난동이 힘을 얻으면 기업과 국가기관 모두 ‘남성혐오’라는 낙인을 피하려 노심초사한다. 정상과 비정상, 상식과 비상식의 구분은 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 구분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 국가의 첫 번째 임무다. 이런 구분이 단지 억압의 수단인 것만은 아니다. 진보란 정상성의 기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미국에서 성소수자는 정상이지만, 의사당을 점령한 백인 우월주의자는 비정상이다. 한국에는 “여성이 숏컷을 하고 ‘웅앵웅’, ‘오조오억’ 같은 말을 쓰면 남성을 혐오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주장하는 남성 집단이 있다. 이들은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한국의 국가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입장도 언어도 없다. 그래서 황당한 음모론이 판치고, ‘여성혐오’와 ‘남성혐오’, ‘이대녀’와 ‘이대남’이 대결하는 식으로 사회적 논의가 전개된다. 우리편을 모아 상대편을 공격하는 것이 시민적 정치 참여의 유일한 방법이다. 언젠가 ‘여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주류 여론이 되더라도, 그후에는 백래시가 다시 등장할 것이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국가기구와 제도가 제 역할을 하면 된다.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시네프리뷰] 블랙 위도우-페미니즘으로 중무장한, 마블영화의 ‘중독성’(2021. 06. 25 16:20)
2021. 06. 25 16:20 문화/과학
영화는 미투운동 이래 할리우드를 휩쓸고 있는 강력한 패션인 페미니즘으로 무장하고 있다. 제목 블랙 위도우(Black Widow) 제작연도 2020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34분 장르 액션, 모험, SF 감독 케이트 쇼트랜드 출연 스칼렛 요한슨, 플로렌스 퓨, 레이첼 와이즈, 데이비드 하버 개봉 7월 7일 오후 5시 전 세계 동시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난무한 예상은 다 틀렸다. 마블 코믹스의 슈퍼 빌런 태스크마스터. <앤트맨과 와스프>(2018)에서 메인 빌런으로 나올 뻔하다가 ‘고스트’에 밀려 ‘페이즈 4’의 첫 영화 <블랙 위도우>의 메인 빌런으로 등장한다고 알려졌을 때 모든 사람이 예측한 것은 남성캐릭터였다. 사전에 공개된 예고편에서도 철저히 감춰졌다. 하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페이스 4’가 시작될 때 미투의 영향을 받았다는 제작진 측의 인터뷰가 있었으니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앤트맨과 와스프>의 빌런 ‘고스트’도 생각해보니 여성이다. 마블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시사회장에서 오랜 지기인 한국 영화제작자이자 영화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기자가 쓰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퀴즈를 냈다. “마블영화와 아이폰의 공통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 답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생태계 내에 사람들을 붙잡아둔다는 것이다. 떠날 수 없다. 아이폰을 쓰다 보면 안드로이드폰으로 갈아타기 어렵다. 마블영화 시리즈 구석구석에 감춰놓은 디테일을 알아채려면 마블영화들을 또 봐야 한다.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이 개봉하면 정교하게 구축된 이전 세계와 정합을 따지면서 영화를 봐야 한다. 보는 입장에 따라 피곤할 일이다. 예를 든다면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가 미국 오하이주에 있을 때 엄마 멜리나가 부엌에 헤비메탈그룹 아이언 메이든 포스터를 걸어놓은 의미를 굳이 주목할 필요가 있나. 앞으로 영화가 정식개봉을 하면 팬들이 깨알 같은 트리비아로 적을 이야기겠지만 간단히 답하자면 코믹스에서 멜리나의 다른 이름이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영화의 주인공은 블랙 위도우다. 어벤져스의 분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이후 쉴드를 피해 종적을 감추며 블랙 위도우는 “당신들은 원래 내 과거 이력을 모르고 있다”라고 말한다. 단독영화 전 제대로 설명된 적 없다. 어벤져스의 멤버가 되기 전 그는 소련 KGB 소속의 스파이였다. 주로 주요요인 암살과 같은 전 세계에서 비밀리에 수행되는 공작을 위해 만들어진 인간병기였다. 그리고 그를 만들어낸 비밀조직이 레드룸이었고. 영화는 1995년 오하이오주 시골의 평범해 보이는 가족 일화로 시작한다. 어느 날 퇴근한 아버지는 “오늘 집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한 뒤 급히 짐을 챙긴다. 헛간 속에는 경비행기가 있고, 쉴드의 추격팀이 아버지를 쫓는다. 과학자로 위장해 비밀정보를 캐내던 아버지는 ‘알고 보니’ 알렉세이 쇼스타코프, 미국의 캡틴 아메리카에 맞서 소련이 만들어낸 레드 가디언이었다. 가만 소련이라고? 1995년이면 이미 사라진 제국 아니던가. 영화는 시대적 배경에 맞서 소련 대신 러시아를 상정한다. 어쨌든 그들의 행선지는 쿠바다. 이 가족은 진짜 가족이 아니었다. 어린 옐레나는 버림받은 소녀였다. 나타샤는 강제납치됐는데 레드룸은 딸을 찾아온 나타샤의 엄마를 죽이고 묘비도 없이 시체를 처리하는 잔학성을 보였다. 할리우드 휩쓴 페미니즘 열풍 소련, 아니 러시아의 비밀조직 레드룸은 전 세계에서 버림받은 소녀들, 고아들을 끌어모아 비밀인간병기 위도우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세뇌돼 레드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다. 성인이 된 멜리나도 이런 인간 전투병기로 작전에 투입되는데, 해독제를 넘기고 죽은 동료 덕분에 깨어나게 된다. 위도우들의 각성 내지 반란. 진짜 언니는 아니었지만 블랙 위도우에게 전달된 우편물에 해독제가 몰래 숨겨진 바람에 블랙 위도우는 베일 속의 강적 태스크마스터와 첫 조우한다. 페이스 4의 첫 영화가 여성 비초인 캐릭터인 블랙 위도우라고 예고했을 때 어느 정도 예상됐다. 영화는 미투운동 이래 할리우드를 휩쓸고 있는 강력한 패션인 페미니즘으로 무장하고 있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 마초히어로(레드 가디언)가 안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20년 넘게 감옥에 갇혀 있던 그는 뱃살이 늘어져 자신의 슈트를 입는 것조차 힘겨워한다. 주인공과 메인 빌런, 주요캐릭터가 모두 여성이지만 강박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며 루즈해진 다른 최근 페미니즘 히어로물(예를 들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2021년 공개된 <썬더 포스>)처럼 망가지지는 않아 다행이다. 마블영화답게, 자막이 다 올라간 뒤 붙어 있는 쿠키영상이 있다. 기대되는 올해 마블유니버스 페이스 4 영화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원래 <블랙 위도우>는 지난해 4월 30일(북미는 5월 1일) 개봉예정이었다. 거의 1년 넘게 개봉이 미뤄진 것은 영화의 완성보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개봉 연기 소식은 대충 세 번 정도 들었던 것 같다. 당초 지난해 11월 개봉이라고 하다가 올 5월 개봉이 확정적인 줄 알았는데, 최종적으로 7월 7일 개봉한다. 페이스 1부터 3편까지 관통하는 핵심 이야기는 인피니티 스톤을 둘러싼 이야기였다. 이때까지 최종 보스는 장갑에 낄 보석 모으기에 집착한 타노스였고. 시사회장에서는 영화의 시작에 앞서 페이스 4의 다음편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예고편을 틀어줬는데 개봉예정이 11월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터널스 단독영화 <이터널스>가 앞의 <샹치…>와 동시 개봉하고, 스파이더맨 3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까지 올해 개봉하도록 돼 있다. 지금 개봉 지연으로 보면 여차하면 <샹치…>나 <이터널스>도 올해를 넘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중 국내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영화는 아무래도 한국계 미국인 배우(이지만, 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마동석이 출연하는 <이터널스>다. 그는 이 영화에서 길가메시 역으로 출연하는데, 대충 <이터널스>판 헐크라고 보면 된다. 헐크와의 차이는 차용한 고대신화에서도 보이듯이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는 점. 역시 <샹치…>의 예고편과 함께 <이터널스>의 티저 예고편도 시사회장에서 상영됐는데 우리에게도 꽤 친숙한 팝송 ‘The End of the World’가 흐르는 가운데 다른 히어로들과 함께 마동석이 해변에 서 있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사진). 유튜브에 공개된 티저 예고편을 보면 이들의 회식 장면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떠났으니 이제 누가 어벤져스를 이끌지?” 하고 묻고 답하는 장면이 추가돼 있다.
시네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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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페미니즘=휴머니즘’이다
2021. 01. 11 11:27 문화/생활
intro 청년 제원은 똑똑한 세희와 사랑에 빠졌다. 세희는 재원에게 단 하나의 연애 조건을 요구한다. ‘존중할 것!’ 처음엔 이 조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알 수 없으면 읽으면 되지!’ 세희와 제원은 연애를 위한 독서를 함께 해 보기로 한다.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는 99년생 페미니스트 대학생 세희와 기독교학을 전공한 93년생 제원의 연애독서일기다. 세희와 제원이 함께 읽은 스물두 번째 책은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추혜인, 심플라이프)이다. 이번엔 제원이 쓴다. ▶세희와 제원의 대화: 우리의 나잇값은? 세희: 신축년 새해가 밝았어. 갑자기 1년이 순삭한 느낌이야. 힘들고 지친 코로나의 시간을 지우고 싶었던 걸까? 제원: 어쨌든 우리의 새로운 1년을 축하하자. 올해 달력을 보니 작년보다 휴일이 적더라. 이건 직장인에겐 우울한 소식. 그래도 올해 현역병 월급을 인상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야. 세희야, 요즘 서른 살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세희: 음~ 설익은 살? 서글픈 살? 설설 끓는 살…. 이쯤 하면 정답이 나와야지? 제원: 하핫! ‘스물 열 살’이라고 불러. 20이라는 앞자리를 절대 떼지 않겠다는 우격다짐이지. 이런 아재스러운 농담에 눈길이 가는 걸 보면, 나도 이젠… 흐흑~ 세희: 물리적인 나이보다 성숙한 어른으로서 나잇값을 하는 거, 사람의 나이는 그걸로 평가받는 게 맞지 않겠어? 제원: 그런 의미에서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을 쓴 의사 추혜인은 멋지게 나이 들고 있는 사람이야. ▶진짜 뭣이 중헌디 2019년 나는 재학하던 대학의 총학생회장이 됐다. 학생회 대표로서 내가 감당해야 할 현안들이 그야말로 산더미였다. 나를 향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높은 업무강도를 견뎌내는 것은 고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총학생회장으로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나의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이 선택이 최선일까’ ‘내 결정이 옳은가’ ‘후회하지 않을까’ 등등 고민과 번민들이 나를 몰아세웠다. 그때 나는 리더의 자질에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나를 각성시킨 일화가 있다. 과다한 학생회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어느새 사람보다는 득과 실을 계산하는 효율을 따진다. 야근과 철야는 다반사였다. 당시 나와 함께 유독 밤샘 작업을 자주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내게 도움을 요청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업무와 관련한 방법이나 효율성에 대한 조언과 지침을 마련해 줬다. 시간이 꽤 흐른 뒤 알게 됐다. 당시 그 친구가 진짜 필요로 했던 것은 힘든 밤샘 작업을 함께 해 줄 사람의 온기였던 것을…. 일 처리만 중요했던 내게 사람의 마음은 보이지 않았다. 잘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내 두려움으로 인해 타인의 심정과 필요가 무엇인지 살피지 못했다. 사람이 사람을 착취하고, 도구화하는 광기가 매일 TV 화면 위를 질주한다. 이런 세상을 상대해야 하다 보니 페미니즘도 꽤 거칠어졌다. 세상이 두려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거기에 집어삼켜지지는 말아야 한다. 소셜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페미니즘 글들을 보다 보면 그 공격성에 안타까울 때가 많다. 분노의 표출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약자를 변호한다는 목적을 잃고 또 다른 분노를 표출하려는, 분노를 위한 분노까지 동의하기는 어렵다. 분노의 소용돌이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지금 여기의 내가 중요한 것을 잊지 않았을까’라고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의 추혜인 저자는 말한다. “그 사람의 가장 아프고 힘든 시간이 걸어 들어온다. 나는 그 시간에 공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의 논쟁에 사람이 결여돼 있지는 않은가’ 하고…. ▶살고 싶어지는 순간 추혜인은 살림의료복지사회협동조합(이하 살림조합) 소속 의사다. 살림조합은 사비로 개원되는 병원과 다르게 조합에 가입한 지역주민들이 돈을 모금해 만든 건강 공동체다. 덕분에 민간병원보다 진료비가 저렴하고, 조합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가 처음부터 의사의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학교 1학년 겨울, 성폭력상담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을 계기로 공대에서 의대로 진로를 변경한다. 이후 의료인의 삶과 여성주의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살림조합을 만들었다. 첫 번째 에세이 ‘그가 그녀가 되는 곳’에는 60대 트랜스젠더 환자가 등장한다. 호르몬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그에게 저자는 곤란함을 느낀다. 호르몬 치료는 피가 굳는 혈전증을 동반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가능한 한 10대, 늦어도 20·30대에는 시작하는 게 좋다. 하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여자로 죽고 싶다는 환자의 말에 의사가 치료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60대 환자에게 호르몬 치료를 하던 어느 날 저자는 그가 성전환 수술을 원치 않는다는 진심을 알게 된다. “저, 그럼 호르몬 치료는 왜 계속···?”이라는 저자의 물음에 그는 답한다. “이 세상에서 저를 여자라고 말하고 그렇게 봐주는 곳은 오로지 여기밖에 없어서요. 그래서 죽기 전까지는 여기 계속 오고 싶어요.” 바꿔 얘기하면 “죽기 전까지는 여기 계속 오기 위해 살고 싶어요”라는 말이었다. 몸을 치료하는 의사가 어느새 환자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는 사람임을 확인받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의술이 인술이 된다는 사실을 쉽게 놓치곤 한다. 하지만 생명에 대한, 삶에 대한 무한한 의지를 북돋아 줄 때 의사는 전문 기술자라는 도구적 존재를 넘어서 인류를 위한 가치적 존재가 된다. 자신의 존재를 긍정받는 지극히 당연하고, 사소한 순간만으로도 인간은 살아갈 수 있다. 책에는 트랜스젠더 환자 이야기 외에도 정체 모를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 꾀병을 부리는 환자 등 다양한 이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 그들은 사연은 달라도 자신의 아픔이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점에서는 모두가 같다. 저자가 선택한 페미니즘은 그런 환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를 위로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을 정의하는 나만의 공식은 ‘페미니즘=휴머니즘’이다. 페미니즘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는 순간이 있다. 싸움이 언제나 상책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날이 선 논리로 환부를 절개해 썩은 부위를 드러내야 한다. 이때 사용되는 논리들은 메스와 같다. 상처의 치료에 사용되면 훌륭한 의료도구가 되지만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하면 무기가 된다.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를 치유할 수 있을 때야 비로서 페미니즘페미니즘으로 있을 수 있다. 새해를 여는 지금은 지난날을 돌아보기 좋은 기간이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의 페미니즘을 성찰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세희의 한마디 타자의 시선은 중요하지도, 의식할 필요도 없다고 해도 그것이 개인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거대한 축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어. 그러니 우리의 사소한 시선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지. 글에 등장한 트랜스젠더 환자의 경우를 생각해 봐. 그는 자신의 존재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감동을 받았잖아. 언젠가 그와 같은 경험이 소규모 공동체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체험될 것이라고 믿어. 왜냐면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페미니즘 공부를 멈추지 않을 테니까!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페미니즘박세희우제원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페미니즘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2020. 11. 23 14:25 문화/생활
intro 청년 제원은 똑똑한 세희와 사랑에 빠졌다. 세희는 재원에게 단 하나의 연애 조건을 요구한다. ‘존중할 것!’ 처음엔 이 조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알 수 없으면 읽으면 되지!’ 세희와 제원은 연애를 위한 독서를 함께 해 보기로 한다.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는 99년생 페미니스트 대학생 세희와 기독교학을 전공한 93년생 제원의 연애독서일기다. 세희와 제원이 함께 읽은 스무 번째 책은 ‘공부란 무엇인가’(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다. 이번엔 제원이 쓴다. ▶세희와 제원의 대화 제원: 세희야, 나 요즘 바람 빠진 풍선같이 허탈하고 공허해. 세희: ㅎㅎ 인생무상, 삶의 회의? 실은 나도 쳇바퀴를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느낌이야. 제원: 눈 뜨면 출근하고, 틀에 박힌 일들을 자동인형처럼 처리하고, 퇴근하면 같은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하지. 세희: 자동인형? 갑자기 슬퍼지네. 두근거리는 가슴을 잃을 것만 같아. 제원: 그래서 이제 내 삶의 비상버튼을 누를 때라고 진단했지. 우리는 각자 자기 인생을 점검하고 설계할 책임과 의무를 갖고 태어났으니까. 세희: 김영민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를 읽자고 했을 때부터 눈치챘지. 그 어떤 때보다 삶을 통제하는 능력이 절실한 시기거든. 제원: 이렇게 세희에게 다 들키는 건가. 아무래도 연애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고민해야겠어. ▶살아지는 대로 살아갈 때 반복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웠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것 같았는데, 내일 날짜가 찍힌 오늘이 왔다. 매일 요일과 일자만 바뀌는 스마트폰 바탕화면처럼 비슷한 일상을 되풀이한다. 삶을 긴장시키는 새로움도, 의욕 넘치는 두근거림도 없다.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없는 건조한 생활의 연속이다. “삶은 계란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런데 내 계란은 컨베이어 벨트 위를 줄지어 가는 느낌이다. 내 의사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벨트의 경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출하되는 삶. 개인의 선택과 방식은 실종되고 모두가 동일한 회색으로 반죽되는 세상. 오늘도 찰칵, 셔터를 누르고 다시 오는 하루가 시작된다. 고백하자면 2012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3년간 입시 서적 외에는 단 한 권의 책도 펼쳐보지 못했다. 수능을 세 번이나 준비한 탓에 이때의 PTSD로 한동안 공부에 연관된 것이라면 경기를 일으켰다. 이후 대학을 다니면서 주 42시간 알바를 병행했다. 가끔은 내가 알바를 하는 건지, 알바가 나를 하는 건지 헷갈릴 만큼 몸은 기계 같았다. 문득 ‘제원아, 이건 아니지’라고 내 안의 내가 말을 걸어왔다. 그때부터 나는 책을 펼쳤다. 삶이라는 망망대해를 표류할 때는 나침반이 필요하다. 공부는 좌표를 잃은 사람들에게 방향을 안내하는 길잡이다. ‘공부란 무엇인가’의 저자 김영민 교수는 “사람은 자신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 20대의 진정한 공부는 책 읽기로 시작됐다. 삶이라는 모순과 긴장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돌파하는 무기인 공부를 나는 책을 통해 배웠다. 또 여성을 이해하고 타인과 나의 삶을 함께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발걸음에도 늘 책이 함께했다. ▶잃었던 식욕도 되살아나게 하는 공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는 “심오한 공부일수록 쾌감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고된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입시의 악몽에 휩싸인 사람들에겐 끔찍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공부를 쾌락으로 이해한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자신이 계획하는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우리는 진지한 몰입과 강한 훈련을 통해 자긍심으로 똘똘 뭉쳐진 시간을 통과해야만 한다. 공부의 쾌락은 그 시간을 살아내는 즐거움이다. 공부의 쾌락을 맛보기 위해 때로는 극단으로까지 자신을 밀고 나가는 용기와 근성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러한 개념 정의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제자들과 대머리의 정의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학생 C는 “빠지는 머리카락의 개수로 대머리를 정의하면 어떤지”라고 제안한다. 이에 저자는 “음, 대머리를 고정된 상태라기보다는 역동적인 과정으로 이해하자는 거군요. 그런 식이라면 원래 뒤통수에만 머리털을 가지고 태어났으되, 그 머리털이 좀처럼 빠지지 않는 사람을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라고 답한다. 5부로 구성된 ‘공부란 무엇인가’는 사회의 요구에 맞춰 생산하는 굳어진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일깨우고 삶의 본질을 생각하고, 자기 인생의 마라톤을 위해 신발끈을 단단히 조이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충만한 것은 거품 같은 공허뿐이다. (중략)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대신해 줄 강력한 타자를 갈구한다”라고 말한다. 사람은 대부분 매일같이 착취당한다. 여성과 사회적 약자가 범죄의 표적으로 희생되기도 한다. 나쁜 세상을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원래 그런 거야’라는 변명으로만 나는 살아갈 자신이 없다. 아닌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나는 페미니즘을 공부했다. 페미니즘은 멈춤의 논리다. 의식 없이 흘러가는 삶에 정지버튼을 누르고 주변을 둘러보면, 약자들에게 쏟아지는 사회의 폭력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못 본 척하고 흘러가는 삶에 다시 몸을 실을 것인지, 흐름에서 빠져 나와 그들과 함께 싸울지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생각도 판단도 필요하지 않은 컨베이어 벨트 위의 삶은 어쩌면 고민도 의지도 없다는 점에서 편할지 모른다.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인간다운 삶, 그것은 힘든 각성과 실천의 공부를 수반한다. 하지만 공부의 진정한 쾌락을 누리려면 이 시간을 기꺼이 즐겁게 살아내야 한다. ▶세희의 한마디 페미니즘은 운동인 동시에 학문적 이론이지. 그러니까 페미니즘에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그것도 심도 있는 공부가 말이야. 막막해 보여도, 나 혼자인 것 같아도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내가 아니라 우리가 될 테니, 함께 지치지 말고 공부해 보자! 거품 같은 공허가 아니라 단단한 성을 쌓을 때까지!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페미니즘도 균형이 필요해
2020. 10. 12 14:56 문화/생활
intro 청년 제원은 똑똑한 세희와 사랑에 빠졌다. 세희는 재원에게 단 하나의 연애 조건을 요구한다. ‘존중할 것!’ 처음엔 이 조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알 수 없으면 읽으면 되지!’ 세희와 제원은 연애를 위한 독서를 함께 해보기로 한다.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는 99년생 페미니스트 대학생 세희와 기독교학을 전공한 93년생 제원의 연애독서일기다. 세희와 제원이 함께 읽은 열일곱 번째 책은 ‘빅 걸’(고정욱 지음 / 책담)이다. 이번엔 세희가 쓴다. ▶세희와 제원의 대화 세희:나, 힘들어 죽겠어. 새벽 5시에 기상해야 정시에 출근할 수 있거든. 정말 절망이야. 제원:헐, 인턴도 강행군의 연속이구나. 음~ 그래도 뭔가 얻는 게 있지 않을까? 세희:절대 잠이 부족한 내게 그 말은 진짜 위로가 안 되거든. 너 완전 흥이야! 제원:수면 부족자를 위한 대체 약품. 뭐 이런 게 필요할까? 아니지. 그럼 잠까지 말소시킨 전시간 노동제를 시행하겠군. 세희:뭐지? 혼자 힘든 느낌은? 제원: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비록 힘들지만 중요한 의미까지 상실하면 안 된다는 거지. 네 전공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일터잖아. 그리고 덤으로 타인이 아직 뱉지 않은 신선한 새벽공기까지 듬뿍 제공되잖아. ㅋㅋ 세희:야, 우제원! 너 진짜 가만 안 둬! ▶피할 수 없는 것들에게 아름다운 꽃말을 요즘 들어 몸이 욱신욱신 쑤셔오고 있다. 아니, 생각해 보면 요즘이 아니라 작년부터였을까? 어쩌면 더 전이었을지도…. 연애, 대학입시, 출근 등 골치 아픈 문제에 인생이라는 배가 덜컥 걸려 버리고 말았을 때 찾아오는 이 고통을 사람들은 ‘성장통’이라 부른다. 어렸을 때는 아프면 키라도 컸는데, 수명이 다한 성장판이 다시 열리진 않을 테고, 과연 지금 나는 어떤 성장통을 앓고 있을까.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라고 했었나. 월요일 출근을 2시간 앞둔 일요일 밤, 조용히 나 자신과 대면한다. 나는 출근의 기쁨에 축배를 들었었나. 만약 그랬다면 병원에 가봐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차마 나도 못 하는 일을 타인에게 요구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피할 수 없고, 즐기지도 못할 바에야 아름다운 꽃말이라도 붙여주기로 마음먹었다. 예를 들어 미숙함, 어리석음, 발돋음, 작은 손짓 같은. 나의 결핍이 유발하는 통증에는 ‘후회 없는 청춘’이라는 꽃말을 가진 샤프란의 이름을 붙여 보련다. 이것만으로도 아프기만 했던 기억이 훨씬 환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인간이라면 존재의 성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마도 인생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 삶의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성장은 통증을 수반한다. 많은 이가 통증 없는 성장을 기대하지만, 그런 공짜 인생은 주어지지 않는다. 평탄한 인생이든, 굴곡진 삶이든 저마다의 고충의 시간을 갖는다. 지금 내가 겪는 성장통은 무엇인가? 이 시간을 통과하면 나는 얼마나 더 마음이 자랐을까? 쉽게 질문에 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내 의식의 성장이 멈추길 바란 적은 없다는 점이다. 고정욱 소설가의 ‘빅 걸’은 작가를 꿈꾸는 고등학교 1학년 소연이가 부산으로 전학을 가면서 겪는 성장기를 담고 있다. 청소년이 강력하게 추천하는 도서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로 유명한 고정욱은 우리 시대 아이들이 앓고 있는 성장통을 실감 나게 그리는 소설가로 유명하다. ▶‘빅’자가 들어간 건 뭐든 다 맛있더라 ‘빅’맥, 비비‘빅’, ‘빅’치킨마요… ‘빅’자가 들어가는 것치고 맛없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번에 소개할 책 ‘빅 걸’은 재미는 물론이고 소설이라 읽기까지 편하니, ‘맛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다! ‘빅 걸’은 제목처럼 주인공 소연이 닥쳐오는 어려움을 극복하며 조금씩 ‘빅 걸’로 거듭나는 이니시에이션(initiation, 입문)의 플롯을 보여준다. 작가를 꿈꾸는 주인공 소연은 부모의 이혼, 부산으로 이사, 전학한 학교 친구들과의 혼란한 관계 등이 연속되면서, 삶은 불안한 난기류로 가득하게 된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유로 텃세에 밀리고, 이유 없이 왕따를 당하며, 오해와 비난으로 자존심과 일상은 모두 구겨진다. 게다가 작가를 꿈꾸는 소연은 문예반 친구 진석의 월등한 재능을 보면서 더욱 움츠러들고 절망한다. 하지만 진석은 말한다. “우리 삶은 단편적으로 볼 수 없어. (중략) 슬픔 속에 분노가 있다고 나는 생각해.” 소연은 진석의 말을 생각하면서 모두가 아슬아슬한 성장통을 함께 겪는 존재임을 느낀다. 혼자의 성장통은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모두가 한 겹의 아픔 너머를 함께 소망할 수 있다면, 그것은 견딜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성장통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문득 페미니즘 또한 이와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페미니스트가 되고 나서부터 내 세계는 언제나 성장 중이다. 이전까지 보지 못한 문제,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듣고 보지 못하던 억눌린 세계를 나는 본다. 그것은 아프지만 조금씩 성장할 가능성의 세계다. 그래, 나에게 페미니즘과 성장통이란 이전의 낡은 시선을 벗어나 새롭게 세상을 보게 하는 가능성이라고 해야겠다. 새롭게 보게 된 세상은 아름답기보다는 나를 괴롭게 할 때가 많지만 통증이 있는 이상 나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인간의 인격과 권리가 존중받게 되는 그날까지.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교차성 페미니즘'을 아시나요?
2020. 09. 14 14:01 문화/생활
intro 청년 제원은 똑똑한 세희와 사랑에 빠졌다. 세희는 제원에게 단하나의 연애 조건을 요구한다. ‘존중할 것!’ 처음에는 이 조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알 수 없으면 읽으면 되지!’ 세희와 제원은 연애를 위한 독서를 함께 해 보기로 한다.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는 스물한 살 페미니스트 대학생 세희와 기독교학을 전공한 스물일곱 살 제원의 연애독서일기다. 열여섯 번째 책은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강남순 지음 / 한길사)다. 이번엔 세희가 쓴다. ▶세희와 제원의 대화 : 페미니즘도 균형이 필요해 세희:제원아, 요즘 난 A4용지 위에 서 있는 기분이야. 제원:나도 감지했어. 널 외롭게 만드는 것의 실체를. 세희:역시, 제원은 이해하는구나. 페미니즘을 알고 함께 대화를 나누려 하지만, 정작 다양한 시각으로 페미니즘 담론을 나눌 곳은 협소하잖아. 제원:맞아. 우리에겐 SNS가 유일한 창구인데, 너무 극단적이어서 당혹스럽지. 세희:균형 잡힌 음식처럼, 균형 잡힌 페미니즘을 섭취하고 싶은데 말이야. 제원:맞아, 사고와 관점의 균형을 맞추려면, 입체적 시각과 통섭의 상상력이 필요하지. 그래서 강남순의 ‘교차성 페미니즘’이 지금 우리에게 딱 필요해. 페미니즘 앞에선 그대에게의 저자 강남순.▶웰빙이 진짜 웰빙? 나의 고리고리 고릿적 시조를 생각한 적은 별로 없지만, 단군 할아버지 신화는 거역할 수 없는 본좌다. 환웅이 웅녀와 결혼해 한(韓)민족이 두꺼운 곰 가죽을 벗고 인간이 된 지도 어언 2500년. 한때 배달민족이라 불리던 우리 민족은 이제 곰 가죽에 이어 웰빙 민족으로의 2차 탈피를 준비하고 있다. 누구나 좋은 삶을 갈망한다. 모두가 인증하는 좋은 삶, 그걸 워크 라이프 밸런스 줄여서 ‘워. 라. 밸’이라고 부른다. 이제 두 족속의 삶이 우리 앞에 존재한다. 웰빙에 이른 자와 열나게 도달하고 싶은 자. 대기업 정규직, 평생직 공무원, 영원히 탈색되지 않는 자격증 보유자, 건물주 아빠의 탄탄한 지원은 워라밸을 완성하는 필수조건처럼 인식된다. 우리가 원하는 좋은 삶은 따져보면 한쪽으로 쏠린 삶이다. 몸매의 균형은 그렇게 따지면서 의식의 균형은 정말 개뿔이다. 키위를 좋아하는 나는 언젠가 한자리에서 키위 5개를 먹었다. 결과는 까진 입천장. 편식과 과욕이 부른 참사는 내 몸을 괴롭히지만, 영혼의 편식은 훨씬 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지 모르고 편협한 시선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의 영혼은 지적 탈모에 걸리기 십상이다. 소통을 외면하는 외골수의 도착지는 성공해야 고독한 철탑이다. 삶은 다양한 층위로 구성된다. 동일치의 목표를 향해 모두가 일렬종대로 뛰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을 완성하는 것이 하나의 경험과 하나의 사건일 수 없듯이, 좋은 삶이란 다양한 국면을 통과하며 획득된다. 의식의 균형감은 위기를 돌파하는 복원력을 보여준다. 한쪽만 비대해진 우리 시대에 필요한 균형감 회복이 절실한 이유다. 적절한 균형이 좋은 삶을 만들 듯이 페미니즘 또한 균형 잡힌 시선에 의해 좋은 페미니즘으로 거듭난다. ‘페미니즘 앞에선 그대에게’는 지적 탈모를 방지하는 영혼의 샴푸다. ▶균형 잡힌 시선의 예리함 건강한 몸이 균형 잡힌 식단에서 온다면 페미니즘의 탄탄한 기초는 균형 잡힌 시선에서 온다. 하지만 극단화된 의견들이 난립하는 현실의 페미니즘 담론장에서 이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페미니즘 앞에선 그대에게’의 저자 강남순의 균형 잡힌 시선은 편식증에 걸린 오늘의 페미니즘에 단비처럼 느껴진다. 놀랍게도 세상에는 수만 가지의 페미니즘이 존재한다. ‘페미니즘 앞에선 그대에게’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만 해도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 생태주의 페미니즘 등 10가지가 넘는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페미니즘은 단 몇 개의 설명으로 정의될 만큼 자명한 것이 아니며, 그래서 사회와의 관계에 따라 여성이 가지고 있는 다면적인 층위들을 읽어내기 위한 교차성이 필요하다”라고…. 이때 교차성이란 인종·계급·젠더 등 다양한 층위에서 페미니즘을 읽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나라는 사람을 단순히 여성이라는 뭉특한 단어뿐만이 아니라 학생으로서의 나, 부모님의 딸로서의 나를 볼 수 있는 예리한 능력이랄까? 그리고 책은 이 교차성을 기르기 위한 방법론으로 탈자연화를 제시한다. 그동안 성찰 없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치부된 것, 예를 들어 여성만이 모성본능을 가진다는 편견에서 한 꺼풀 벗어나 보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겨졌던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페미니즘이 지칭하는 여성은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female)이 아닌 사회적 여성(woman)을 의미한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여성성’이 사회적 조건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당연하게 들어왔던 ‘여성’의 이미지는 자라나는 개인이 스스로를 검열하게 하고, ‘여성답지 못함’(혹은 남성답지 못함)을 치부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개인의 개성과 자유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오늘에 단편적인 성인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쟁취하려는 교차성 페미니즘은 필수 영양소처럼 적절한 텍스트다.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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