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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68 건 검색)

검찰 특활비 공개 소송 이끈 하승수 변호사 “대통령의 내란죄 성립···당장 탄핵소추안 상정해야”
2024. 12. 04 00:27 사회|지역
...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승수 변호사는 4일 기자와 통화하며 “헌법에는 영장제도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하승수 “단순 중대선거구제 단점 많아 기득권 의원들에 반대 빌미 줘”
2023. 01. 15 08:30 정치
...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서성일 선임기자 [주간경향] “국민 대 기득권 의원 간의 싸움”.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선거제 개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승자독식, 지역주의, 정치 양극화를...
신흥계곡 살리기 걷기 100회 기념 하승수변호사 특강
2022. 06. 16 08:08 사회
... 온 계곡 걷기 행사가 18일 100회를 맞는다. 완주자연지킴이연대는 이날 신흥계곡 토요걷기 외에 하승수 변호사를 초청해 ‘신흥계곡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도 펼친다고 밝혔다. 완주자연지킴이연대는...
하승수 “양정철, 연합정치할 생각 없었다”
2020. 03. 28 13:26 정치
... 정치개혁연합 전 사무총장 인터뷰 하승수 전 정치개혁연합 대표가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정치개혁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정치는 허업(虛業)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하승수4·15 국회의원 선거

주간경향(총 35 건 검색)

하승수 “개혁 효과 확실한 안이 선거제 논의 중심 돼야”(2023. 01. 13 11:36)
2023. 01. 13 11:36 정치
ㆍ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인터뷰 “국민 대 기득권 의원 간의 싸움”.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선거제 개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승자독식, 지역주의, 정치 양극화를 강화하는 현행 선거제도하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기득권 현역의원들이다. 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유권자의 표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선출되면서 민생, 불평등, 기후위기, 남북관계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는 뒷전이 된다. 사진/서성일 기자 하승수 대표는 선거제 개혁이 성공하려면 개혁의 명분과 효과가 확실한 안이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단순 중대선거구제는 선거제 개혁안으로 부적합하다. 단순 중대선거구제처럼 개혁의 효과가 불분명한 제도를 내세우면 기득권이 선거제 개혁에 반대하기가 너무 쉽다. 국민은 선거제 개혁한다고 뭐가 바뀌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 대표는 ‘표의 등가성’, ‘지역주의 극복’, ‘공천 개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선거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검토’를 제안했다. “먼저 용어정리부터 정확히 해야 한다. 지금은 선거제도 개혁을 실질적인 방향으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대선거구제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 ‘중선거구제’와 ‘대선거구제’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 중선거구제는 한 지역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일종의 단순 중선거구제라고 볼 수 있다. 대선거구제는 5명 이상을 뽑는 제도다. 후보 중심으로 치르는 단순 지역구 선거에서 5등, 6등, 7등을 당선되게 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거구제는 사실상 비례대표제와 연결된다.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 실시하는 대선거구제는 1개 선거구에서 많은 수의 의원을 뽑되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말한 ‘중대선거구제’는 단순 중선거구제로 유럽 다수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대선거구제와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단순 중선거구제는 선거제 개혁 방향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얘긴가. “단점이 많다. 단순 중선거구제는 지방선거 기초의회에서 경험해봤다. 2인 선거구의 경우 수도권에서는 양당의 나눠 먹기, 영·호남에서는 일당 독식이 그대로 나타났다. 3인 선거구도 이와 비슷했다. 4인 선거구 정도 돼야 하는데 국회의원선거에 적용하면 선거구 4개를 합쳐야 한다. 선거 구역이 너무 넓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선거비용도 많이 든다. 금권선거, 파벌정치 같은 부작용 또한 우려된다. 후보 중심 선거이기 때문에 정당의 기능이 약화될 우려도 있다.” -선거제 개혁의 대원칙이 있다면. “첫째는 표의 가치가 선거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 등가성·비례성 보장이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거대 양당 중심의 기득권 구조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한 표의 가치가 똑같이 보장된다면 자연스럽게 다당제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경쟁이 가능한 정치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두 번째로는 지역주의를 깨야 한다. 대구·경북에서도 민주당이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을 가져가고 호남에서도 국민의힘이 표를 얻은 만큼 의석수를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정당 공천개혁이다. 특정 지역에서 공천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구조에서 공천권은 계속 문제가 돼왔다. 유권자들이 정당의 공천권 행사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개방명부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어떤 제도인가. “가령 10명을 선출하는 대선거구가 있다면, 각 정당이 그 선거구에서 얻은 득표율대로 일단 의석을 배분한다. 단순하게 생각해 30%를 얻은 정당은 3석을 배분받는다. 투표용지에서 유권자들이 정당뿐만 아니라 후보까지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유권자의 선택을 당선자 결정에 반영하는 방식(개방명부형)이다.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에서 택하고 있다.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고 정책 중심, 정당 중심의 선거를 가능케 해 정책으로 경쟁하는 다당제 구조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개방명부형 방식을 채택하면, 유권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정당의 공천개혁에도 도움이 된다.” -이들 나라의 정치는 어떤가? “상당히 안정돼 있다. 선거제를 바탕으로 다당제 구조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흔히 다당제에서 정치 불안이 심할 거라고 착각한다. 실제로는 정치세력 간의 경쟁과 협력이 적절하게 조화돼 경쟁할 때 경쟁하고 협력할 때 협력하는 식으로 다당제일 때 정치구조가 훨씬 안정된다.” -박주민 의원이 ‘개방명부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공직선거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가을 박주민 의원실에서 연락이 와서 같이 법안을 만들었다. 17개 광역시도를 기본권역으로 하되, 인구·면적이 크면 시·도를 여러 개의 권역으로 나눈다. 그리고 권역마다 6~1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안이다. 지역구 253석을 30~40개의 권역(대선거구)에서 선출하고 비례대표 47석은 표의 등가성을 더 확실하게 보장하는 조정의석으로 전환한다. 단순 중선거구제의 단점으로 4명을 선출하게 되면 선거 구역이 너무 넓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선거구제도 같은 문제가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이 안은 비례대표제와 결합돼 정당지지도대로 의석수를 배분해야 한다. 정당 중심의 선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순 중선거구제 선거와는 많이 다르다. 정당지지도에 따라 한 선거구에서 6~11명을 선출하게 되면 대구·경북에서 민주당이 의석을 가져갈 수 있고 호남에서도 국민의힘의 원내 진입이 가능해진다. 또 조정의석으로 한 번 더 표의 등가성을 조정하기 때문에 소수정당도 득표율만큼 의석을 보장받을 수 있다. 앞서 말한 개방형 명부를 채택하고 있어서 지금처럼 당 지도부가 함부로 공천하기도 어렵다. 낙하산 공천이나 부패정치인을 공천하면 당 지지율 자체가 떨어져 선거 결과에 미치는 나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유권자가 누가 국회의원이 될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당 지도부의 공천권을 지금보다 훨씬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지난 1월 9일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가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과거에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많이 생각했다. “독일은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로 하면서 16개 주별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고 있다. 표의 등가성이 보장된다.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지배하기가 어렵다. 그런 점에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또 독일은 후보 공천도 전 당원 투표로 하기 때문에 내리꽂기 공천을 할 수가 없다. 좋은 제도지만, 한국 정치에 도입하기에는 의석수 문제가 장벽이 된다. 독일은 비례대표 의석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서 지역구에서 생기는 승자독식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비례대표 의석수(47석)로는 비례성을 보장하기가 너무 어렵다. 300석 내에서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거나 비례대표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지만 둘 다 어렵다. 지난 총선 이전에는 의석수 확대와 관련해 전국을 돌며 강연했다. 특권은 없애고 의석은 늘리자고 계속 설득을 해봐도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너무 강했다. 300석을 유지하면서 선거제 개혁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뭘까 고민했다. 대선거구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300석을 가지고도 세 가지 원칙을 충족시키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점진적인 선거제도 개혁이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위성정당 출현 등 되레 후퇴했다. 이번에도 그럴 우려는 없나. “대선거구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제도다. 조정의석 47명의 명단을 따로 내는 게 아니다. 석패율제와 비슷한데 권역별로 나온 후보 중에 아깝게 떨어진 사람들 47명을 조정의석으로 구제해주는 제도다. 지금처럼 비례대표 명단이 따로 없다. 위성정당은 명단이 2개 있을 때만 가능하다. 위성정당 자체가 불가능한 제도다. 선거제도는 워낙 중요해 헌법과도 같다고 이야기한다. 위성정당 출현이 준 교훈은 ‘어설픈 제도를 도입해선 안 되고 명확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이다. 선거제도만큼은 절충해 잘된 사례가 거의 없다. 이탈리아는 1990년대 이후 계속해서 선거제도를 바꾸고 있다. 한번 잘못 손을 댔다가 계속해서 손질을 가해야 하는 악순환 상황에 빠진 셈이다. 자칫 잘못해서 절충하면 제도개혁의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협소한 지지, 광범위한 비판에 직면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당시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결과는 어떤가.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제도가 됐다. 조금씩 찔끔 손보는 식으로 가다가는 선거제도가 한국 정치를 미로에 빠뜨려버릴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발언 이후, 국민의힘 내에서도 찬반 논란이 나왔다. “2020년 총선 직후, 국민의힘에서 과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금 논의에는 유효하지 않다고 본다. 현재 국민의힘은 당론이 없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단순 중선거구제 중심으로 논의를 하게 되면 선거제 개혁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선거제 개혁은 어떤 식이든 현직에 있는 기득권 의원들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 중선거구제처럼 제도개혁의 효과가 불분명한 제도를 내세우면 기득권들이 선거제 개혁에 반대하기가 너무 쉽다. 제도개혁의 목표나 원칙을 확실하게 정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제도를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최소한 기득권 의원들이 자기 밥그릇 때문에 반대하고 싶지만, 명분상 반대하기 힘든 제도를 도입하려고 해야지 제도개혁을 추동하는 힘이 생긴다. 결국 선거제 개혁은 ‘국민의힘 대 민주당의 싸움’이 아니라 ‘국민 대 기득권 의원 간의 싸움’이다. 현행 선거제도로 이득을 보고 있는 기득권 의원과 피해를 보고 있는 국민 사이에 전선이 생겨야 한다. 제도개혁의 효과가 확실치 않은 제도를 논의하면 이런 구도가 안 생긴다. 국민은 선거제 개혁한다고 뭐가 바뀌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상은 선거제도 개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민생, 불평등, 기후위기, 남북관계 등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제안을 비판하면서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얘기해왔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면 된다. 사실 민주당은 이미 자기 정당의 선거제도 개혁방안을 내놨어야 한다. 작년 대선 직전에 의원총회를 열어서 만장일치로 선거제도 개혁을 약속했다. 작년 8월 전국 대의원 대회에서도 90%가 넘는 찬성률로 선거제도 개혁을 결의했다. 이후에 진전된 게 없다. 심지어 민주당이 주장하는 선거제도 개혁방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도 않다. 개별 의원들이 발의한 개별적인 법률만 있을 뿐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오는 3월까지 선거제 개혁을 마무리짓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선거제 개혁이 잘될까. “김진표 의장이 국회 정개특위에 2월까지 복수의 안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우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안, 즉 선거제도 개혁의 효과가 확실한 안이 복수의 안에 들어가야 한다. 그게 1차 관건이다. 국민과 시민사회가 지지할 수 있는 안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 기득권 의원들의 반발로 선거제도 개혁이 지지부진해지더라도 국민 여론을 통해 밀어붙일 수가 있다. 복수의 안이 대충 절충하고 타협해 만든, 지지할 만한 안이 아닐 경우 국민의 관심이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선거제도 개혁의 효과가 확실한, 그리고 정말 지지할 만한 안이 포함되느냐가 핵심이다.”
표지 이야기
하승수 전 정치개혁연합 사무총장 “양정철, 연합정치할 생각 없었다”(2020. 03. 27 15:37)
2020. 03. 27 15:37 정치
“정치는 허업(虛業)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고인이 된 김종필 전 총리의 말이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자리 잡은 정치개혁연합 사무실에 들어서며 곱씹은 말이다. 이미 파장이었다. 3월 25일 텅 빈 사무실에서 하승수 ‘전’ 사무총장을 만났다. “기사가 나가는 시점엔 이미 역사의 일부분이 되었을 것”이라며 그는 자신의 직함 앞에 전(前)을 붙여달라고 했다. 씁쓸함이 묻어났다. 그는 개인적 상처도 크다며 “앞으로 당분간 칩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된 상황에 실망이 크겠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며 뻔히 예측되는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더 안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 생각이지만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미래한국당이 너무 많은 비례의석을 가져가게 되고, 그러면 앞으로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진보개혁성향 유권자들이 오히려 비례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갖게 될 수도 있고, 그래서 선거연합을 제의하게 된 건데….” -정치개혁연합이 2월 28일 민주당에 선거연합을 제의했고, 그것을 받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미래한국당의 비례 싹쓸이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구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3월 13일 민주당 전 당원투표로 선거연합이 통과될 때까지는 순탄했습니다.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민주당 당원투표 결정 이후 미래당도 결정되고, 녹색당 당원투표도 3월 15일까지 결정될 때까지 순탄하게 진행됐습니다. 최소한의 선거연합 모습은 그려질 수 있는 상황이었죠.” -전 당원투표 직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전화를 받고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는 건가요. “양 원장이 움직인다는 것은 민주당 당원투표 2~3일 전부터 감지했습니다. 그가 여기저기 전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정당들을 통해 들려왔어요. 내용은 민주당은 ‘시민을위하여(현 더불어시민당)’와 함께할 것이라는 겁니다.” -양 원장 본인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겁니까. “네. ‘정치개혁연합은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다’, ‘독자정당으로 갈 것이고, 선거 이후에 해산하지 않을 것이다’와 같은 말을 여기저기에 한 걸로….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3월 14일 토요일에 (양 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갑자기 3월 17일까지 ‘시민을위하여’와 통합해야 한다. 통합이 안 되면 우리로서는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일방통보를 했습니다.” -원래 논의를 해왔나요. “아니요. 저는 일면식도 없었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민주연구원 원장 양정철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고 ‘제가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과 같이 협상권을 위임받았다’고 하더군요. 비례연합정당 추진과 관련해서요.” -논란이 되었던 ‘가자환경당’이나 ‘가자평화인권당’과 같은 당들도 그때 거론된 겁니까. “월요일(3월 16일) 여의도에서 이근형 위원장과 양 원장을 만났습니다. 그때 그 비슷한 이야기를 꺼내 깜짝 놀랐습니다. 그 전까지는 전혀 논의도 없었고, 상상조차 못 해본 이야기를….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지만, 그 다음 날 보도된 것을 보니 이미 다 접촉을 했더라고요.” -민주당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선거연합에 민중당이 들어오려 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라고 말합니다. 이석기 석방과 같은 의제를 들이밀면 반대쪽에 책잡힐 수 있다는 겁니다. 녹색당의 성소수자 이슈도 민중당 이전까지는 감당할 만하다고 봤다가 민중당이 참여하면서 꼬투리를 잡힐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더해져 ‘시민을위하여’를 선택한 것이 불가피했다는 겁니다. 이 주장은 팩트가 맞습니까. “민중당이 그때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부정적이었고, 기본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참여할지도 협의해 정해야 할 입장이었습니다. 사실 그건 핑계입니다. 민중당이 그런 의사를 밝혔다고 하더라도 민중당 스스로 자기 당에서 열리는 3월 22일 중앙위원회를 통과해야 해요. 언론 보도를 보면 정치개혁연합 쪽에서 민중당 참여를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식으로 나오던데 그런 주장을 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녹색당이나 미래당 등 참여정당들이 의석수를 더 요구했다는 주장은 사실인가요. “이미 그 당들에서 해명한 것처럼 구체적인 의석수 배분까지 논의가 진행된 상황이 아니었어요. 민중당이든, 의석수 배분이든, 제대로 이야기해본 적이 없어요.” -왜 알려지지 않은 신생정당을 파트너로 삼아 ‘시민을위하여’를 선택했을까요. “연합정당이라는 개념이 없던 거죠. 처음부터 위성정당으로 기획되었다가 우리 제안 이후 연합정당이라는 포장지를 씌우려고 했어요. 한데 워낙 연합정당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개념이 없다보니 다시 위성정당으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하고 봅니다. 자신들이 보기에 컨트롤하기 어려운 정당 주체는 빼고 입맛대로 하겠다는 생각이죠. 더 나아가면 위성정당 프로젝트를 이전부터 가지고 추진한 걸로 보입니다.” -민주당 측이 그런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까. “3월 17일 양 원장으로부터 ‘시민을위하여와 한다’는 통보를 받고 우리(정치개혁연합) 쪽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 원로들이 민주당 의원이나 당직자들에게 연락해보니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연합당이 쓸 뻔했던 당명 아이디어도 민주당 쪽에서 나왔고요. 다 참여한다는 전제로 ‘민주정의녹색미래연합’이라는 이름이 제안되었습니다.” -‘사천(私薦)’ 내지는 ‘비선 공천’ 아니냐고 비판하지만 민주당 측에서는 민주연구원장은 당연히 선거 전략을 관장할 수 있다며 그런 의혹 제기는 말이 안 된다고 합니다. “민주당이 당원투표를 했을 때 당원들이 연합 상대를 머릿속에 그렸을 것 아니에요. 그래봐야 정의당이나 녹색당, 미래당 같은 당이었을 겁니다. 그때까지 언론에 나오던 당들이었으니까요. 가자평화인권당이나 가자환경당을 당원투표를 하면서 떠올렸을까요. 그 당들을 무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 생긴 정당이 연합에 참여한다는 것은 투표할 때 민주당 당원들도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논의하고 검토한 기본 전제를 다 깬 것이죠.” -결과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하(한숨)…. 이번 선거결과가 정말 우려스럽습니다.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택했기 때문에 원군을 많이 잃어버렸어요. 다음으로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다보니 소수정당의 목소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요.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않았을 때 이전으로 후퇴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총선이 끝났을 때 예상되는 상황은 의석분포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현재의 선거제도를 쓸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잖아요.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은 불가피해요. 2022년 지방선거나 대선을 생각하고 다시 연합정치 논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원희복의 인물탐구]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하승수… 굳이 힘든 길을 가는 착한 검투사(2017. 12. 19 16:49)
2017. 12. 19 16:49 사회
기자가 그를 만나자마자 “여의도에 가 있어야 할 사람이 추운 날 왜 광화문에서 서성거리느냐”고 하는 말에 그는 “허~허~허” 웃었다. 기자의 질문 의도를 그는 빨리 알아차렸다. 그는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다. 참여연대 등에서 시민운동을 20년 넘게 한 그는 이미 금배지를 달아야 했다. 물론 이것은 기자의 덕담이다. 그는 요즘 ‘비례민주주의’라는 다소 원론적인 게임의 룰(선거제도) 개편운동에 매달리고 있다. 헌법을 비롯해, 공직선거법, 그리고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정치의 ‘시작 틀’인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것이다. 그는 “2012년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포럼 형태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시민운동단체로 바꾼 것”이라며 “양대노총과 민변, 참여연대, 여성단체연합 등 550개 시민·사회단체와 14개 시·도에 ‘정치개혁 공동행동’이 만들어져 있다”고 소개했다. 비례민주주의연대는 이 정치개혁 공동행동의 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개헌을 공약했다. 이에 따라 1년 넘게 국회 개헌특위와 이와 맞물려 선거법 개정을 위한 정치개혁특위도 6개월 동안 가동하고 있지만 거의 진척이 없다. 정치권에서는 ‘개헌은 물건너 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하 대표는 “촛불민심을 담은 헌법과 선거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라는 매우 민감한 제안을 했다. 대부분 언론은 이를 무심히 넘겼지만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매우 정치적 논란이 큰 사안이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도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한 국회 통과도 어려운 것 아닌가. “발의라도 해야 표결로 갈 수 있는데, 지금 국회는 발의조차 않는다. 사실 발의를 하려고 해도 재적의원 과반수가 돼야 하는데 이마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결국 발의도 못하고 끝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부결되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텐데. “우리가 파악한 청와대 분위기는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논란 많은 권력구조는 그대로 두고 기본권 강화 부분만 개헌안에 담자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100% 부결된다. 국민은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편을 바라는데 그것을 빼고 발의하면 국회에서 ‘대통령은 생색만 내느냐’며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촛불 민심 담은 헌법·선거법 만들어야 하 대표의 정보가 정확할지 모르지만, 문 대통령이 부결될 것이 ‘농후한’ 사안에 대통령의 최대·최고 정치행위인 개헌안을 발의할까. (실제 1969년 프랑스 드골 대통령은 지방자치 개혁안을 국민투표에 회부했으나 부결되자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문 대통령이 그런 모험을 할까. 지금 550개 시민·사회단체가 헌법과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87년 만든 현행 헌법은 직접민주주의제를 못담고 있다. 세계적 추세는 보완적 민주주의로 직접민주주의를 얘기하고 있다. 이를테면 국민이 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발안제도다. 국민투표도 87년 이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번 촛불에서 요구한 것처럼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제도도 없다. 지방정부와 권력배분도 중요하다. 기본권 부분도 노동단체가 요구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명시해야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된다. 이밖에 환경·동물보호단체의 다양한 요구도 많다.” -역시 권력구조 개편이 중요하지 않나. 하 공동대표는 총리를 국회에서 임명하자는 제안을 했다. “우리는 미국에 비해 대통령 권한이 막강하다. 예산·법률안 제출권이 대통령에게 있지만 미국은 국회가 주도권을 갖는다. 우리 대통령은 인사·예산·입법권에서 미국보다 권한이 크다. 감사원도 미국은 국회(국회로부터도 독립돼 있지만) 소속이다.” -하지만 미국은 국회가 국무위원(장관)을 해임할 권한도 없고, 부통령 임명에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다. 우리 국회는 미국이나 프랑스에 없는 대통령 탄핵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이 있다. 그런 권력구조적 면에서 우리 국회의 권한도 크다. “그런 점도 있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헌법·정치학자들은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했을 때 한국 대통령 권한이 막강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는 국회 선진화법으로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하면 어떠한 법안도 처리할 수 없다. 박근혜 정권이 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해 국회의장에게 사정하다 결국 국회에서 탄핵당한 것이 극명한 예다. “개인적으로 국회 선진화법은 좋은 법은 아니라고 본다. 이원집정부제는 뜬구름 잡는 소리로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국회 개헌특위는 권력구조와 관련해 두 가지 정도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유럽 순수내각제는 맞지 않다는 것, 다른 하나는 감사원 등 입법·예산과 관련된 권한을 국회로 옮긴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은 유명무실했다. 그래서 총리를 국회가 선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법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사실 요즘은 뜸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 대안으로 프랑스 이원집정부제를 운운한 학자나 정치인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 대통령은 중임이 가능한 5년 임기(2008년 전까지는 7년 임기)로 국회 해산권은 물론 긴급조치권까지 있다. 대통령이 사법부의 장격인 헌법평의회 의장은 물론 모든 방송사 사장(프랑스는 모두 국영방송)까지 임명한다. 그래서 미테랑 대통령은 14년 집권했다. 이에 비해 우리 대통령은 국회 해산권이 없고, 오히려 국회는 대통령 탄핵권이 있다. 단지 프랑스는 1965년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가 시행되면서 다당제가 잉태됐다. 결국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 중심제는 양당제에 소선거구제로, 결선투표 있는 대통령 중심제는 다당제와 비례대표제로 진화하는 것이다. 그만큼 대통령 권력구조와 정당제, 의원 선거제도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가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주장 비례민주주의연대가 요구하는 것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는 정당선거 투표 결과로 먼저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고, 나머지를 지역구 의석으로 채우는 방법이다. 소수의견도 의석에 반영되는 장점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 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문제는 지역구가 대폭 주는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다. “그래서 시민·사회단체는 국회의원 수를 360명으로 늘리는 안을 만들었다. 지역구 260개는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만 100명으로 늘리면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수 있다. 대신 국회 예산을 10년간 동결, 세비도 깎고 보좌진도 축소하는 조건이다. 이에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은 여야 전체의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시민단체가 국민을 설득한다고 하지만 의원정수를 60명이나 늘리는 것을 국민이 쉬 납득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여야는 내심 ‘나눠먹기 좋은’ 양당제를 선호하고 있다. 이는 이번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최근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3명 선출하던 기초의원 선거구를 4명을 뽑는 대선거구로 바꾸자 양당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인 선거구가 3분의 2로 구의원 419명을 선출하는데 415명이 양당 소속이고 무소속 3명, 소수당은 단 1명에 불과했다. 이번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30개 4인 선거구로 바꾸자, 기존 양당이 반발하고 있다.” 기초의원 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으로 소수정당 육성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대중정당이 아닌, 녹색당과 같은 시민정당이나 민중당·노동당과 같은 이념정당이 원내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대선거구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성 거대 정당은 기득권 때문에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 세상은 아니, 정치는 그렇게 냉정한 것이다. 하 대표는 대통령 공약, 진정성 등의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다른 사람들이 정치공학으로 3차·4차 방정식을 풀 때 그는 원론적인 산술을 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 솔직함과 원칙이 시민운동가의 가장 큰 자산이다. 녹색당 창당, 20대 총선 서울서 낙선 하 공동대표는 1968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나 부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녀 사실상 부산 출신이다. 87년 서울대 경영학과 4학년 때 공인회계사에 합격하고, 회계법인에서 몇 달 근무했지만 “공인회계사는 자본시장의 파수꾼이 아닌, 기업의 눈치를 보는 존재였다”고 실망, 다시 사법고시를 봤다. 80년대 대학생이 대부분 그랬듯이 그도 동아리활동이나 학내시위에 참가했지만 ‘다행히’ 감방은 가지 않았다. 그는 사법연수원 1년차인 1996년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할 때 자원봉사를 한 인연으로 아예 참여연대에 상근했다. 그는 참여연대에서 입법·사법·행정부·재벌 감시운동과 정보공개운동을 통해 적폐와 맞섰다. 이때가 그의 전성시대 아니었을까. 아마 이때 그는 우리 사회의 적폐를 광정하는 검투사로서 강한 쾌감을 맛봤을 것이다. 2004년 이후 풀뿌리자치연구소를 통해 지역시민운동을 하다 2006~2009년 제주대에서 법학을 가르쳤다. 그러던 그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보고 녹색당을 창당했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했으나 참담하게 패했다. 지난해 9월까지 녹색당 공동위원장을 했지만 지금은 평당원이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박원순 맨 혹 박원순 계보라고 할 수 있나. “(하~하~) 그렇지 않다. 나와 박원순 시장은 생각이 많이 다르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하~하~)” -많은 참여연대 출신이 청와대나 기성 정치권으로 진출했다. 그런 편한 길을 두고 왜 녹색당을 만들어 험한 길을 가나. “(하~하~) 나는 정치를 바꾸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는 제도를 바꿔야 하고 다른 하나는 다양한 세력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성 정치권에 들어가 정치를 바꾸려는 노력도 의미가 있지만 새로운 주체를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나는 새로운 대안정당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하 공동대표는 순수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주 웃었고, 웃음도 해맑았다. 그는 회계사·변호사 다 휴업상태로 수입도 별로 없다. 1996년 결혼한 그는 “가장은 아니고 가족 구성원으로 아내가 직장을 다닌다”며 웃었다. 그는 분명 정치를 하고 있다. 참여연대 시절 정치권 적폐와 맞선 시민투사의 성과를 잊지 못해서일까. 그런 면에서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정치판을 개혁하겠다는 다소 ‘무모한’ 검투사, 혹은 고독한 이상주의자일지도 모른다. 이에 그는 “기성 정치에 들어가 에너지만 다 쏟고 바꾸지도 못하느니 당장은 어렵고 멀어 보여도 새로운 정치집단으로 승부하는 것이 훨씬 낫다. 나는 지금까지 시민운동이든 정치운동이든 혼자 하지 않았고, 늘 많은 사람이 같이 했고, 그 수도 점점 많아졌다. 지금까지 많은 진도가 나갔기 때문에 앞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가 만든 녹색당은 현존하는 정당 중 가장 오랜 당명을 유지하고 있다.(그만큼 우리 정당이 역동적이며 취약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그의 뒤에는 550개 시민·사회단체가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하 대표는 고독한 검투사가 아닌 ‘착하고 집요한’ 검투사다. 삭막한 지금 시대에 그런 검투사가 있다는 사실은 적잖은 위안이다.
원희복의 인물탐구
창당 3주년 맞은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 “녹색당은 당명 절대로 안 바꿉니다”(2015. 03. 17 10:19)
2015. 03. 17 10:19 정치
“녹색당은 다른 정당들과는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가 다르다. 정당은 자기 정체성으로 활동하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녹색당 중 이름을 가장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정당은 어디일까.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도, 원내정당인 정의당도 아닌 바로 녹색당이다. 녹색당은 앞으로도 이름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 당원들의 확고한 신념이다. 그리고 녹색당의 가치와 정책을 꾸준히 실천하면서 녹색당만의 길을 걸을 예정이다. 서울 녹색당 사무실에서 만난 한 녹색당원은 “우리는 처음부터 단기간에 정치적 성과나 정치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우리의 길을 가자고 맹세했다”며 “당원들 모두 원내정당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녹색당의 기반을 확실히 만들었다는 자긍심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4주년인 3월 11일 창당 3주년을 맞은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만나서 롱런(?) 비결을 들어봤다. 당 운영과 관련해 소수당으로서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우리는 순수하게 당원들의 당비로만 운영한다. 그래서 형편이 어렵다. 평상시는 그래도 괜찮은데 선거 때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특히 우리 같은 원외정당은 선관위로부터 국고보조금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 국회의원에 출마할 경우 기탁금을 지역·비례대표에 관계없이 15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리고 득표율이 15% 이상 나오지 않을 경우 돌려받을 수도 없다. 당원들의 특별당비를 모아 후보자를 출마시키는 우리당으로서는 선거 때가 가장 힘들었다.” 당원들의 당비로만 운영이 가능한가. “당비를 정기적으로 내는 진성당원이 6400명이다. 진성당원은 매달 3000원 이상을 내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 1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매달 들어오는 당비는 4200여만원 정도다. 당비 중 40%는 서울에서 사용하고, 60%는 지방조직으로 내려보낸다. 녹색당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 14개 광역시에 사무실과 조직이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특별당비 2억3000만원을 모아서 치렀다. 하지만 전국선거를 치르려면 진성당원이 1만명 이상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원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녹색당을 창당한 동기는 무엇인가. “지난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창당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일본과 이웃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21개의 원전이 있기 때문에 녹색당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유럽에서 녹색당이 원전을 멈추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발기인 200명으로 2011년 8월부터 창당준비를 했다. 그리고 2012년 3월 4일 창당할 때는 당원들이 4000여명이었다. 지금은 진성당원만 6400여명이다.” 녹색당이 한때 간판을 내릴 뻔한 위기도 있지 않았나. “녹색당은 창당 이후 바로 2012년 4월 11일 총선에 참여했다. 당시에 녹색당은 총선 준비도 부족했고 인지도도 낮아서 전국 득표율이 2%에 미달했다. 그래서 정당법에 따라 바로 다음날 등록이 취소되고 4년간 당명도 쓰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받았다. 이에 대해 녹색당은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그리고 선관위에는 ‘녹색당 더하기’라는 새로운 당명을 등록하고, 계속 정당활동을 했다. 지난해 1월 헌재가 현행 정당법이 위헌이라고 결정을 내림에 따라 다시 녹색당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녹색당의 이념과 노선은 무엇인가. “녹색당은 환경문제만을 다루는 정당이 아니라 ‘녹색정치’를 한다고 보면 된다. 녹색당은 우리가 살면서 부딪히는 온갖 사회적 불평등과 생태적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공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하려면 단순히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교육·복지·조세정책 등 우리 사회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녹색당은 바로 이런 일에 앞장서고 있다.” 녹색당의 활동 중 다른 정당들과 비교할 때 차별화된 것들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탈핵기본법을 제시했다. 이번에 월성1호기 수명 연장과 관련해 당원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매주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다른 당에서 관심이 없는 동물복지법도 법안 형태로 제안했다. 그리고 3월 29일 개최되는 대의원대회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당론으로 결정하게 된다. 기본소득은 노동을 하든 말든, 재산이 있든 없든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개인당 30만∼40만원 정도는 지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개인과 기업이 버는 돈은 토지 등 공유재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이익을 환수해서 모든 국민에게 고루 나눠주자는 것이다. 미국 알래스카주에서는 기본소득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스위스에서도 이 정책이 국민발의 형태로 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전혀 비현실적인 얘기는 아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4월 29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선이다. 녹색당은 이번에 후보자를 출마시키나. “4월 재·보선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고 다른 정당 후보를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강제해산으로 치러지는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우리는 올 상반기에 경북 영덕 신규원전 건설 반대 등 중요한 사업이 많아서 당력을 그쪽으로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 진보진영의 정의당, 노동당, ‘국민모임’에서는 제3신당을 추진하고 있다. 녹색당이 신당 창당을 논의하는 원탁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는. “우선 녹색당은 다른 정당들과는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가 다르다. 정당은 자기 정체성으로 활동하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사람들이 하면서 정당의 이름을 계속 바꾸고 있고, 각 정당들 간의 이합집산도 심하다. 서로 차이가 있는데 무조건 합치라고 하면 안 된다. 다만 녹색당은 다른 진보정당들과 연대와 협력은 항상 할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녹색당의 오랜 꿈인 원내의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나. “우리 당은 내년에 꼭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 원내에 진입해야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정치적 시민권을 얻어야 녹색당이 지향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는 서울 등 전국적으로 상징성이 있는 곳에 후보자를 출마시킬 예정이다. 나도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지역구에 출마할 예정이다. 우리는 비례대표에서 의석을 획득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정당득표율 3% 이상을 얻으면 당선자를 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녹색당은 인지도와 국민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다.” 하 위원장께서 귀촌해 농촌에 살고 있다고 들었다. “충남 홍성에서 귀촌을 하려고 한다. 나의 정치적 신념과 일상생활을 일치시키기 위해 귀촌을 결심했다. 홍성에 녹색당원들도 많고 친환경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곳을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지는 않다. 녹색당 당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서울 등 전국을 왔다갔다 하느라 시간이 안 된다. 지금은 왔다갔다 한다. 하지만 앞으로 농촌에 반드시 정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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