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583 건 검색)
- 학교폭력 당한 것도 고통인데…피해자 40% 가해자에 ‘맞신고’당했다
- 2024. 07. 24 21:16사회
- ... 쌍방 신고를 당하는 등 피해자의 고통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이버 학교폭력의 감시·피해자 지원 체계가 부족해 고통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교폭력 예방 전문기관...
- [현장 화보]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고통 64.1%…‘방관의 탈을 벗어라’
- 2024. 07. 24 15:22사회
- ... 피해 학생 10명 중 6명이 고통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푸른나무재단이 24일 발표한 2024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학생 대상 고통의 정도를 조사한 결과 64.1%가...
- 현장 화보학교폭력사이버폭력
- 중2 아이 떠나게 한 ‘조폭 수준’ 학교폭력
- 2024. 05. 29 20:15문화
- ...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30일 KBS2 <스모킹 건>은 ‘대구 중학생 학교폭력 사건’을 다룬다. 부검 과정에서 승민이의 몸에 멍이 빼곡하게 있던 것이 확인됐다. 집에는...
- 국민의힘 “민주당 김동아, 학교폭력 의혹 해명하라”···김동아 “허위사실, 법적 조치”
- 2024. 05. 03 14:41정치
- ... 지난 4월11일 오전 본인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 시절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김동아(서울 서대문갑) 당선인을 향해 국민의힘이 3일 “의혹에 대해...
스포츠경향(총 111 건 검색)
- ‘추적 60분’ 학교폭력예방법 20년–지금 학교에서는···학교폭력도 ‘유전무죄’? 고액 변호사들의 ‘학폭 비즈니스’
- 2024. 10. 11 18:51 연예
- KBS 11일 오후 10시 KBS1 ‘추적 60분’은 ;학교폭력예방법 20년–지금 학교에서는‘이 방송된다. 1995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17살 학생이 두 번 투신 끝에 세상을 등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되고 2004년에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학교폭력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학교폭력 법이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김진성(가명) 군과 그의 아버지는 1년 6개월 동안 학급 친구 23명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부모들은 폭행의 확실한 증거를 본 적이 없고, 진성이가 증거로 제출한 녹취에는 가해 학생의 소리가 담기지 않은 것이 의문이라 말한다. 또, 현장에 없던 학생도 가해자로 묶여서 신고당했다며 ‘허위 학폭 신고’를 의심하고 있다. KBS 무분별한 신고로 ‘분리 조치’ 당한 아이들의 학습권을 되찾기 위해 학부모들은 ‘등교 거부 시위’를 벌이며 학교와 교육청에 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교육청과 학교 측은 진성이의 학교폭력 신고가 무분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행법률상’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성이의 신고는 아버지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해 분리 조치 됨으로써 마무리되었지만, 교육청과 학교 측에서 사전에 대비할 수는 없었을까? 피구 경기 중 같은 반 여학생을 주기적으로 폭행했다는 혐의로 학교폭력위원회에 신고된 초등학생 오주한군(가명). 하지만 주한이는 가해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도 전에 ‘분리 조치’를 받아야 했다. “제일 당황했던 게 신고를 당하면 무조건 그거라 하더라고요. 분리 조치. 긴급 분리 조치. 애가 가해를 했는지 안 했는지 이것도 정확하지가 않은데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신고당하면 분리 조치를 해야 된다 하더라고요” (오주한 군 어머니 인터뷰 中) 김정하씨(가명)의 자녀는 ‘거짓 증언’으로 인해 학교폭력 처분을 받았다. 피해 신고 학생이 친구에게 “허위 증언을 해도 아무도 모른다. 교육청 사람들이 보기만 하고 처벌한다”며 거듭 거짓 증언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KBS 학교폭력위원회는 거짓 증언을 근거로 김정하씨의 자녀에게 처분을 내렸으나, 거짓 증언을 한 학생의 고백으로 뒤늦게 증거가 조작됐음을 알 수 있었다. 거짓 증언으로도 처분을 내릴 수 있는 학교폭력. 증언의 신뢰성을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2026년부터 모든 대학에서 학폭 조치 사항을 학생부(교과·종합)뿐만 아니라 수능, 논술, 실기 등 모든 전형에 필수로 반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규제가 강화되면 이에 대응하는 법조 시장도 커지는 법.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에, 학교폭력 변호사 시장은 성장세를 타고 있고 학교폭력은 어른들의 법정 싸움으로 변질되었다.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학부모들은 고액의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를 고용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학폭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그분은 말 그대로 아이한테 거짓말을 가르쳤었어요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그리고 변호사 선생님이 써준 대로 심의위원회 가서 발언하는 것을 연습도 시키시겠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렇게 했었어야 되는 거예요” (학폭 가해자로 신고 된 학생 어머니 인터뷰 中) 학폭법 도입 20년.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을 엄단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가벼운 다툼이나 갈등을 학폭으로 신고하거나 법정 다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안전한 학교를 위해 만들어진 학폭위 제도는 누구를 위해 적용되고 있는지,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점검해 본다. ‘추적60분’ 1383회 ‘학교폭력예방법 20년–지금 학교에서는’은 11일 금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 [종합] ‘송하윤 학교폭력 의혹’ 추가 공개···“집단폭행으로 강제전학”
- 2024. 04. 02 23:51 연예
- 연합뉴스 ‘학교 폭력’ 의혹이 제기된 배우 송하윤 측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송하윤이 학창시절 집단폭행 사건에 연루가 돼 전학을 갔다는 추가보도가 나왔다. 2일 JTBC ‘사건반장’은 지난 1일에 이어 송하윤 학폭 의혹과 관련된 후속 보도를 했다. 앞서 이 프로그램에서는 송하윤 학폭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송하윤의 소속사 킹콩 바이 스타쉽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날 방송에서 제보자는 “송하윤 주장 앞뒤가 안 맞는다”며 반박했다. 제보자는 ‘사건반장’ 인터뷰에서 “제가 누군지 모르겠다? 모를 수가 없다, 모르는데 미국까지 넘어오고 한국 오면 비용 다 대준다고 하니 말이 안 된다, 앞뒤가 너무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게 터지면 다른 것도 다 터질 텐데”라며 “친구들도 그런 일 있었던 걸 다 안다, 그런데 본인만 모른다, 터질 게 터진 거다, 사람들이 다 참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보자는 이어 “진정한 사과와 폭행 이유를 듣고 싶었는데 연락을 안 해서 제보하게 됐다”며 “다른 많은 증거도 있지만 일부만 공개했다, 송하윤 측에서 부인하니까 이제는 더 이상 숨기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JTBC 방송화면 캡처 이날 ‘사건반장’ 측은 “오늘 송하윤이 회사로 와서 인터뷰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취소가 됐다. 이유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송하윤 측에서는 오늘 ‘사건반장’ 방송 시작 직전 추가 입장을 냈다. ‘사실무근이다. 제보자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대응 하겠다. 사건반장에 대해서도 방송금지 가처분 검토하겠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전해왔는데, 저희도 이런 내용 전하며 마음 무겁다. 제보자도 그렇고 저희도 그렇고 원만하게 조용히 해결될 수 있도록 시간을 좀 뒀다”고 설명했다. 또 “제보자는 어제(1일) 방송을 통해서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여기서 멈추겠다고 했는데 ‘사실무근, 일면식도 없다’ 이렇게 공식 대응을 하면서 더 이상 숨기지 않겠다는 얘기를 제보자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널 추가로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송하윤은 당시 2명의 친구와 함께 1명을 집단으로 폭행해 전치 4주에 이르게 했다. ‘사건반장’ 측은 “폭행 가해자 중 한 명에 대해 피해자가 소문을 퍼뜨렸다고 송하윤이 이간질을 했고, 이에 싸우다가 (집단)폭행에 이르게 됐다. 결국 이 사건으로 가해자 셋이 모두 강제 전학을 가게 됐다”고 당시 사건을 설명했다. 이날 방송에선 당시 집단폭행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녹취가 모두 공개가 됐다. 피해자는 송하윤을 포함한 3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일과 가해자가 모두 강제전학 당한 일에 대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해자 중 1명도 “그 아이(송하윤)가 폭행 사건에 연루된 건 확실히 맞다”며 “(폭행에 가담한 것을)아니라고 부정할 순 없다. 죗값을 받아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은 사건 이후 피해자 부모를 찾아가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지만, 송하윤이 사과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JTBC 방송화면 캡처 한편, 이날 사건반장 방송에 앞서 송하윤의 소속사 킹콩by스타쉽은 송하윤에 대한 보도 내용과 이에 대한 후속 보도가 “모두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말한다”고 전했다. 소속사는 “당사는 향후 본건에 대한 사실관계의 확인 및 법무법인을 통한 법률 검토를 통해, 제보자 측에 대한 민형사상의 조치 및 JTBC 사건반장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입자장을 전했다. JTBC ‘사건반장’은 지난 1일 여배우 S의 학교 폭력 의혹에 대한 보도를 했었다. 제보자는 20년 전인 2004년 8월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폭을 당했다고 밝히고 “어느 날 점심시간에 부르더라. 가자마자 때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유에서 맞았는진 지금도 이유를 모른다. 1시간 반 동안 따귀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거주 중이라며 최근 S가 예능에 출연한 영상을 보고 제보를 결심했다며 “금전적 보상은 바라지 않는다. 폭행을 저지른 이유를 듣고 싶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했었다.
- 안정환, 학교폭력 피해 고백 “아직도 기억나” (시골경찰2)
- 2023. 12. 25 15:46 연예
- MBC에브리원 ‘시골경찰2’ ‘시골경찰’ 안정환이 과거 학교폭력 피해자라고 고백한다. 25일 방송되는 MBC에브리원 ‘시골경찰 리턴즈 2’에서는 김성주 안정환이 학교전담 경찰관(SPO)과 함께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에 참여한다. 두 사람은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위해 실감 나는 상황극을 펼치며 특별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어진 교육에서 김성주는 ‘학교폭력을 목격하거나 당했을 때 대처법’에 관한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특히 안정환은 학교폭력 신고 번호 117을 말하며 “어린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라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한다. 그는 “성인이 됐는데 아직도 어린 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게 기억이 난다”며 힘들었던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어 “지금은 그 친구를 용서했지만 세월이 지나도 아물지 않기에 절대 폭력을 하면 안 된다”라고 당부하며 교육을 마친다. 모두를 놀라게 한 안정환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시골경찰 리턴즈 2’ 2회는 25일 월요일 오후 8시 30분 MBC에브리원, 엔터TV (Ent.TV)에서 방송된다.
- ‘드라마 스페셜 2023-우리들이 있었다’ 김현수X이민재, 학교폭력 소용돌이에 휘말린 방관자···고성민 날 선 눈빛과 공포에 휩싸인 강나언
- 2023. 11. 03 17:49 연예
- KBS KBS 드라마 스페셜 2023 네 번째 단막극 ‘우리들이 있었다’는 학교폭력 속 방관자를 주제로 안방극장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오는 4일 오후 10시 45분 방송되는 UHD KBS 드라마 스페셜 2023 네 번째 단막극 ‘우리들이 있었다’(연출 함영걸/ 극본 윤태우/ 제작 아센디오)는 한 학생의 죽음을 둘러싼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들의 이야기다. 김현수는 극 중 학교폭력 가해자 편에 서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방관을 일삼는 ‘서강은’ 역을 맡았다. 이민재는 명문대에 가기 위해 오로지 학업에만 몰두하는 인물인 ‘정은호’로 분해 의문의 메시지와 함께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학교폭력의 피해자 강민주(강나언 분)는 주동자 주희연(고성민 분)에게 심한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며 점점 영혼이 피폐해진다. 게다가 희연이 민주를 괴롭히게 된 모종의 사건이 있다고 해 그 숨겨진 사연이 무엇일지 궁금증을 더한다. 방송에 앞서 3일 공개된 스틸에서는 강은과 은호가 한 경찰서에 출두해 진술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두 사람의 표정에선 착잡함이 서려 있고,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아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사건에 연루된 것임을 예고한다. 다른 사진 속 넘어진 민주의 모습과 그런 그녀를 괴롭히는 희연의 날 선 눈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민주가 어쩌다 희연의 표적이 된 건지 그녀의 모습에선 공포와 불안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방관자였던 강은과 은호, 두 인물이 어떤 심경의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또 이들이 전달할 묵직한 메시지는 무엇일지, 본 방송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UHD KBS 드라마 스페셜 2023 네 번째 단막극 ‘우리들이 있었다’는 오는 4일 밤 10시 45분 방송된다.
주간경향(총 12 건 검색)
- [표지 이야기]학교폭력, 그들의 고통을 들어줄 때다(2021. 03. 19 14:05)
- 2021. 03. 19 14:05 사회
- 한국사회가 잇단 학교폭력 폭로로 들썩이고 있다. 배구선수 이다영·이재영 선수의 과거 폭력 행위가 공개된 뒤 지난 한달여 간 유명 스포츠 선수, 배우, 아이돌 가수 등을 둘러싼 ‘학교폭력 폭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누리꾼들의 분노가 끓어오르자 미디어는 ‘폭로’를 자극적으로 소비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을 향한 대중의 공격을 그대로 전달하거나, 의혹이 제기된 폭력 행위를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 ‘학교폭력 폭로’에서 한국사회는 무엇을 성찰해야 하는가. 폭로자들은 대개 성인이 된 이들이다. 과거의 상처로 지금도 괴롭다고 호소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청’의 자세다. ‘아이들 장난’으로 치부해온 학교폭력이 어떤 고통을 안겼는지를 진지하게 들어야 할 시간이다. 당신은 학창시절 가해·방관·피해자 어디쯤에 있었는가. 강화된 학교폭력 대책은 왜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는가. 우리는 학교폭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모든 논의는 ‘고통 듣기’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이야기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이제는 또래가 두렵지 않지만, 열두 살의 그 아이 눈빛은 지금도 무섭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새 학년 등교가 시작된 지난 3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아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문 앞 마중을 나온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며 교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 김기남 기자 ▲김하나씨 가명·21 김하나씨(가명·21)가 처음 괴롭힘을 당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너, 왜 아빠 없어? 우린 있는데….” 김씨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사실을 알게 된 같은 반 A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가정사로 김씨의 약점을 잡은 A는 말투나 머리 모양, 옷까지 하나하나 악의적으로 지적하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 너 챙겨줄 사람 없지?” A는 친구가 꽤 있었고, A의 무리는 괴롭힘을 일종의 놀이로 여겼다. 체육시간에 피구를 할 때면 A무리는 ‘내기’ 같은 것을 했다. “김하나 머리 맞히면 3점, 가슴 맞히면 5점, 엉덩이 맞히면 10점이다.” 애들은 킥킥대며 웃었다. 김씨와 A는 내리 3년 동안 같은 반에 배정됐다. “어떻게든 흠을 잡으려는, 빤히 쳐다보는 그 눈빛이 있어요.” A가 친구들을 데리고 자신의 책상 근처로 올 때의 두려움이 김씨는 아직도 생생하다. 급식시간에 자리에 앉으니 “마치 더러운 것을 본 것처럼” 자신을 피하던 아이들의 모습도 잊히지 않는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A무리와 흩어졌지만 이미 또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뒤였다. “애들에게 말 거는 건 상상도 못 할 정도”였다. 학교에서 웃어본 기억도 없다. 어린시절 A는 “너, 왜 웃어?”라며 무안을 주는 공격을 자주 했는데 A가 사라진 뒤에도 그는 ‘웃지 못하는 아이’가 됐다. 중학교에서도 따돌림을 당했던 그는 간혹 생겼던 친구가 등을 돌리면 ‘내 잘못이구나’라고 자책부터 했다. 고교 진학 후 꾹꾹 억눌러온 무엇인가가 마침내 터져버렸다. 어느 날부터 숨이 안 쉬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살고 싶어” 자해를 했다. 고통이 느껴지는 잠깐 숨을 편히 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울음이 터지기도 했다. 눈물을 주체 못 해 급히 들어간 화장실에서 락스통을 보고는 ‘저걸 마시고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1 때 김씨는 자퇴를 결심했다. 이때 교육지원청의 소개로 해맑음센터(학교폭력 피해자 치유기관)에 가게 됐다. 이곳에서 보낸 18개월은 김씨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돼주었다. “거기서 만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웃는 얼굴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고. 신기하게도 그후 많이 웃게 됐어요.” 그곳에선 김씨를 따르는 ‘동생’들이 많았다. 봉사활동 등을 갈 때면 동생들을 살뜰히 보살폈다. 그는 ‘리더’이자 ‘누군가를 돌보는 이’로서의 자신을 재발견했다. 고2 후반에 원래 다니던 학교로 돌아와 대학에 진학했다. 성인이 된 김씨는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이 이제는 두렵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고통에 마침표가 찍힌 것은 아니다. 학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그는 늘 ‘인정’을 갈구한다. 친구로부터 상처를 입어도 화를 내본 적이 없다. 남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일도 여전히 힘겹다. 과거 기억에 우울이 덮쳐올 때도 있다. 다만 그는 “가끔 힘들어도, 이 감정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한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A의 흔적을 찾아본 적이 있다. A를 만나보고 싶은지 묻자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스물몇 살짜리 어른은 안 무서워요. 그런데 걔를 보면 열두 살의 그 아이가 떠오를 것 같아요.” 폭력의 기억은 어른이 돼도 쉽게 떠나지 않는다. 가해자가 ‘열두 살 소녀’였다고 해도. “우리 아이는 착하고 순하다고요!” 지난해 5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전국 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 김창길 기자 ▲B양 익명·17 한 학급에 10명 중 9명은 남학생인 고등학교다. ‘그 남학생들’은 랩에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사를 담아 불렀다. 청소시간에는 휴지통 앞에서 성적 농담도 거리낌없이 했다. 조혜수씨(가명·37)의 자녀 B양(17)은 모두 눈앞에서 보고 들었다. 가해 남학생들에게 여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받았다. 폭력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B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성의 상반신이 노출된 사진을 받았다. 가해학생들이 보낸 사진이었다. 욕이 섞인 거친 말을 듣는 것은 예사였다. B양은 더 이상 메시지를 받지 않게 가해학생을 차단했다. 조씨는 “여자아이여서 가해학생들이 더 만만하게 본 것 같다”고 했다. 가해학생 부모는 담임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우리 아이가 무슨 범죄자도 아니고 같이 놀다가 말이 심하게 오간 것입니다”라고 했다. 조씨가 감정이 격해져 대화방에 피해 상황을 알리자 가해학생 부모들이 뱉은 말이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부모는 “4시간 봉사활동 정도로 미미한 일을 당신이 지금 이렇게 올리는 겁니다”라고도 했다. 봉사활동은 학교폭력 처분 중 하나다. 봉사활동 처분이 4시간뿐이니 미미한 학교폭력이었다는 의미가 담겼다. 가해학생들은 서면 사과, 접촉·협박과 보복행위 금지와 특별교육이수(2시간) 처분도 받았다. “저희 아들 정말 착하고 순한 아이입니다”라는 가해학생 부모의 발언도 나왔다. ‘착하고 순한 내 아이의 학교폭력은 장난 수준이었고, 잠시 심한 말이 오갔을 뿐’이라는 주장은 전형적인 2차 가해다. 교육청의 조치가 이뤄진 건 지난 1월 초다. 두달 넘게 지났지만 조씨는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했다. 자녀의 상태가 예전과 달랐기 때문이다. B양은 상담치료도 3차례 받았다. 조씨는 “아이가 전과 다르게 의기소침해졌다”고 했다. B양은 학급에서 반장도 하고 교우관계도 활발했다고 한다. 집에서 웃음이 줄었고, 친구 만나러 간다는 이야기도 사라졌다. 가끔씩 ‘친구 집에서 자고 올게’라고 했던 B양이었다. B양이 문제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20년 초 담임선생님에게 상황을 알렸다. 조씨는 “학교가 일이 커지길 바라지 않았다”고 했다. 가해학생들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로 회부되지 않는 대신 사과편지를 썼다. “장난도 적당히 선 지켜 치도록 진짜 노력할게”, “진짜 진심으로 미안하고 네가 하라는 대로 벌 받던가 그렇게 하도록 할게”라는 내용이 담겼다. 서면 사과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학폭위 조치도 ‘문서 그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B양이 다니는 학교는 학기 중에 2주씩 혹은 한달씩 실습을 나간다. B양은 최근에도 실습에서 한 공간에서 가해학생들과 수차례 마주쳤다. 폭력이 발생하진 않았다고 한다. 접촉·협박과 보복행위 금지 조치는 의미가 없었다. 조씨는 “B양이 원래 감정을 잘 내색하지 않는데, 요새는 방안에서 공부만 한다. 앞으로 남은 학교생활이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들은 정말 그 아이를 용서했을까” 올해 첫 등교가 시작된 지난 2일 오전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 연합뉴스 ▲나현석씨 가명·49 “걔가 미안하다고 했어?”, “음… 그런 것 같아.” 2년 전 나현석씨(가명·49)는 식탁에 마주앉은 고1 아들의 얼굴빛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안경이 부서진 날이었다. 아들은 친구가 찬 공에 맞았다고 했고, 사과를 받았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 같다’고만 했다. 이후로도 안경이 자주 깨졌다.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도했다. 물건을 빼앗겼다는 얘기엔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려 애썼다. 침착하려던 나씨는 아들의 ‘친구’라는 아이가 ‘너, 아이 못 낳게 해줄까?’라며 한 행동을 듣고는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동성 간 성추행이었다. “그때 기분이 어땠어?” 나씨의 질문에 아들은 한참 있다가 답을 했다. “정말 죽고 싶었어.” 경기도에 사는 나씨는 남매를 일부러 ‘시골 초등학교’에 보냈다. 조금이라도 학교폭력에 덜 노출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아들은 말과 행동이 느린 편이었고, 누군가에게 ‘대거리’를 할 성격이 아니었다.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는 반 친구들의 부모들과도 친밀하게 지냈다. 고1이 된 아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건 바로 그 초등학교 출신 동급생 C였다. C는 흔히 말하는 ‘일진’이나 ‘노는 아이’가 아니었다. 아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쉬운 타깃’이었겠다 싶어 화가 났다. 나씨가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은 상대 부모와의 만남이었다. 상담실에서 만난 가해학생 아버지는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하고 있었다. 가해학생 어머니 역시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애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식이었고, 사과하려는 사람들로 전혀 보이지 않았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나씨는 잠시 상담실 밖에 나와 머리를 식혔다. 몇분 후 상대 부모를 다시 마주했을 때, 뜻밖에도 이들의 태도는 180도 변해 있었다. 성추행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누군가가 한 모양이었다. 가해학생 아버지는 비로소 스마트폰을 내려놓았고,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 이때부터 사죄가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나씨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가해자 징계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들은 겁을 먹은 탓인지 이미 ‘용서’를 결정한 상황이었고, 나씨는 마지막까지 고심했다. “자식의 미래에 문제가 있을 것 같으니 하는 사과” 따위에 마음이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형사고소를 해서 제대로 처벌하면, 앞으로 아들을 건드리는 애는 없겠죠. 그런데 전교생이 알게 될 텐데 그나마 있는 친구들마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부 외면하는 게 더 힘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씨는 코로나19 직전까지 아들을 주짓수·복싱 학원에 보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이닝도 받게 했다. 언제 또 그런 일을 겪을지 모르니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그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아들과 얘기해봤다고 했다. C와의 사건 얘기가 나오자 아들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왜, 또…”라며 더는 말을 하지 않으려 했다. 2년 전 나씨는 아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정말 용서할 수 있겠어? 나중에 걔랑 만나 소주 한잔하면서, 옛날얘기하고 그럴 수 있겠어?” C를 ‘대등한’ 존재로 느끼고 용서하기로 한 것인지 아니면 상황이 복잡해져 한 선택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당시 아들은 ‘용서해주자’면서도 이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종종 자신에게 묻는다. 잘한 선택이었느냐고. “나는 가해자이자 피해자…다들 상처 준 경험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서클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 노도현 기자 ▲김경헌군 가명·17 “따돌림을 당할 때도 있었지만 따돌린 적이 없다고도 말 못 할 것 같아요.” 김경헌군(가명·17)은 또래에 비해 덩치가 크고 운동신경이 발달했다. 소년의 세계에선 ‘힘의 서열’이 주로 작동할 것이라 흔히 생각하지만, 김군의 경험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중학교 1학년 시절 따돌림을 당했는데, 가해학생들은 그가 ‘살이 쪘다’며 놀려댔다. 김군의 부모님을 욕하기도 했다. 이런 놀림이 심해지자 그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가끔 책상이나 벽을 쳤다. 이런 행동 때문에 선생님은 김군을 불러 자주 상담했다. 나중엔 병원도 다녔다. 중1 시절 그는 가해학생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쉬는 시간에는) 잠만 잤다”고 했다. 이듬해 2학년이 되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다. 이번엔 자신이 속한 무리 안에서 D라는 아이가 표적이 됐다. 아이들이 D를 놀릴 때 김군도 상처가 될 만한 말들을 내뱉었다. 욕설도 했다. 그때는 ‘아, 이러면서 친해지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잘못을 깨달은 건 3학년이 되면서부터였다. 화를 주체하지 못해 시작한 선생님과의 상담, 부모님과의 대화가 그에게는 ‘약’이 됐다. “애들한테 괜히 시비 걸고 욕하면서 멋있는 척하는 게 이해가 안 되기 시작”했다. 이후 D와는 ‘친구 사이’가 됐고, D를 괴롭히던 아이들과는 멀어졌다. 그러나 ‘괴롭힘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고1 때 또다시 힘겨운 상대를 만났다. 중학교 시절엔 ‘살이 쪘다’는 꼬투리라도 있었지만, 이번엔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는 시비 걸기가 이어졌다. 학급의 다수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그는 정말 궁금해 ‘나한테 왜 그러느냐’, ‘왜 내가 마음에 안 드느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돌아온 대답은 허탈했다. “‘그냥’이래요, ‘그냥’. 멘탈이 많이 깨졌죠.” 다행히 고2, 고3 때는 따돌림을 주도하는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다. 피해와 가해의 ‘굴레’를 모두 경험한 그는 “학교폭력엔 특징이 있다”고 했다. “혼자 있을 때는 건드리지 않아요. 주변에 자기 친구들이 있으면 그때 괴롭혀요. 얕보이기 싫으니까, 자기도 따돌림 당할까봐, ‘뭔가 있어 보이고’ 싶어서….” 최근 잇단 폭로에 유명인만 손가락질하는 누리꾼들을 보면서 “내가 가해자이기도 했던 것처럼 누구나 상처를 준 경험이 있을 텐데 왜 마치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다는 듯이 댓글을 쓸까”라는 생각도 해봤다고 한다. 그는 ‘나도 남을 따돌린 적이 있다’고 인정하고 반성하는 청년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들이 “스스로 사과한다면” 받아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런 김군조차 ‘그 아이는 용납이 안 될 것 같다’는 동급생이 있다. ‘왜 내가 마음에 안 드느냐’라고 물었을 때 “그냥”이라고 답했던 그 아이다. 운동 잘하는 김군에게 자신의 존재 자체가 못마땅해한 눈빛은 물리적 폭력보다 더 큰 상처였다. “어른들의 ‘몰랐다’는 반응… 화가 납니다” 임권배씨(43) ▲임권배씨(43) 움켜쥐고 있던 고통을 세상에 꺼냈다. 카메라 앞에서 30년 가까이 이어진 학교폭력 트라우마를 이야기했다. 중학교 2학년 시절, 키 크고 힘센 동급생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킥복싱 킥으로 맞았다. 복도에서 고개도 못 들고 다녔다. 억눌림은 꼬박 1년 동안 이어졌다. 스스로 죽거나, 그들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프리랜서 대입 컨설턴트로 일하는 임권배씨(43) 이야기다. 임씨는 2019년 CBS의 온라인 콘텐츠 채널 ‘씨리얼’의 <왕따였던 어른들>에 출연해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다. 다른 학교폭력 피해자 4명과 함께 나왔다. 임씨는 40대가 돼서도 아픔이 계속됐음을 말하면서 “고통의 길엔 끝이 없었다”고 했다. 학교폭력 후유증 때문에 고교시절 기억은 남아 있지 않다. 연락하는 고교시절 친구는 딱 2명뿐이다. 성인이 돼서는 관계가 자꾸 틀어졌다. 권력 다툼에서 절대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날서고 센 말이 튀어나왔다.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는 집착, 나를 누르려는 사람을 향한 공격적인 반응이 앞섰다. 피해 사실 고백은 치유의 단초가 됐다. 임씨는 피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많이 힘들었겠네”, “죽지 않고 살아 있어 줘서 고마워요”, “괜찮아요”라고 반복해 말한다. 그는 공감이 제법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임씨는 “나와 비슷한 고통을 당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받았다.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서 도망치지 않고 세상과 싸울 힘이 생겼다”고 했다. 지난해 5월 25일 오전 서울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한 선생님이 등교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 이상훈 선임기자 임씨는 방송 출연 이후 다른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을 들어준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임씨에게 직접 연락을 하거나 주변 지인을 통해 임씨와 연락을 취한다. 임씨는 “5시간이고 6시간이고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피해자의 상처가 나에게도 전해지지만, 동시에 함께 있다는 느낌을 주고받으면서 치유가 된다”고 말했다. 임씨는 최근 ‘학폭 폭로’에서 어른들의 “우리는 몰랐다”는 반응에 분노한다. 쌍둥이 배구선수 자매의 학교폭력이 공론화되자, 쌍둥이를 가르쳤던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몰랐다”고 했다. 임씨는 “내가 당한 피해도 여러명의 가해학생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는데 정말 선생님들이 몰랐을까. 모르기가 더 어렵다. 대부분의 학교폭력은 어른들의 방관 속에서 자란다. 운동선수들은 성적을 위해 학교폭력을 묵인하지 않나. 몰랐다면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방관과 침묵은 ‘그래도 되니까’로 이어진다. 어른들의 침묵, 학우들의 외면은 가해학생에게 학교폭력을 해도 된다는 시그널로 여겨진다. 임씨는 “그래도 되니까 한 것이다. 아무도 말리지 않고 제재하지 않으니까 학교폭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임씨는 가해자 처벌 만능론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경계한다. 임씨는 “사람들이 처벌을 받으면 그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해서 문제지, 처벌이 필요 없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처벌은 피해자 치유의 시작점이다. 단호한 처벌은 제도가 피해자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 표지 이야기
- 학교폭력 당사자는 기록 몰라도 된다?(2020. 03. 13 15:12)
- 2020. 03. 13 15:12 사회
- ㆍ관련 서류 보려면 행정소송 통해야… 가·피해자 모두 사실 확인 못 해 박형철군(가명·17)은 2019년 6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에서 1호, 2호, 5호, 8호 처분과 함께 특별교육 30시간 처분을 받았다. 8호처분은 강제전학에 해당한다. 형철군은 그해 5월 함께 어울려 놀던 친구의 머리카락을 삭발하고, 피해학생의 엄마가 준 이발비 5000원을 받아 함께 햄버거를 사 먹었다. 또 민머리가 된 친구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명백한 학교폭력이었다.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JTBC드라마 / JTBC홈페이지 피해를 입은 학생의 부모는 이 사실을 학교에 알렸고, 곧이어 공동학폭위가 열렸다. 형철군의 학교와 피해학생의 학교, 함께 있었던 친구들의 학교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이었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학교가 다를 경우 그동안은 공동학폭위에서 사안을 결정해왔다. 공동학폭위에서 형철군은 가장 무거운 8호처분 등을 받았다. 나머지 친구들도 출석정지(최대 30일)·서면사과 등의 처분을 받았다. 잘못된 기록도 알지 못한 채 처벌 받아 머리를 직접 깎은 가해자는 형철군이었지만 이발을 지시한 친구는 따로 있었다. 그러나 별도의 처분은 내릴 수 없었다. 이미 자퇴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형철군의 부모는 “우리 아이의 잘못도 크지만 모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친구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고려해달라”며 재심 청구를 했지만 기각됐다. 학교의 입장은 단호했다. 단 한 번의 ‘이발 해프닝’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학교폭력이 이발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에 해당하고, 피해의 정도가 중하기 때문에 강제전학 처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학교는 신청인(형철군) 답변서에 “OOO라는 학생이 주도적 지위에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만으로 신청인이 OOO 학생과 공모해 피해학생에게 한 학교폭력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형철군은 어쩔 수 없이 학교폭력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 OOO와 공모해 특수감금, 특수공갈, 특수폭행,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의 범죄를 저지른 공동정범”이라고 적었다. 또 강제전학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교육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형철군의 부모는 그러나 재심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이와 관련한 어떠한 학교 측 자료도 받아볼 수 없었다. 가해학생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아볼 수 있는 자료는 학폭위 회의록이 전부였다. 사안조사 보고서는 정보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형철군에게 유리한 증거는 무엇인지, 불리한 증거는 무엇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잘못을 모두 인정했고, 피해학생이 진술한 피해는 이발사건이 전부인데다 형철군의 학교와 피해학생의 학교는 걸어서 2시간 거리에 있어 전학의 실효성이 없는데도 8호처분이 내려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형철군의 부모는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서야 학교가 작성한 사안조사 보고서 등의 각종 문건을 받아볼 수 있었다. 통상 학폭위, 재심,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절차를 밟을 때 제출되는 서류는 ‘학교폭력 사안조사 보고서’, ‘관련학생 및 목격학생 확인서’, ‘보호자 확인서’, ‘전문가 및 상담교사 소견서’ 등이다. 문제는 이 서류들이 행정소송 절차를 밟기 전까지 가·피해학생에게는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못 기재된 사안조사 내용이 있어도 가해학생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처분을 받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형철군의 부모 역시 재판이 진행되고 나서야 기록 열람·등사를 통해 학교가 작성한 사안조사 보고서에서 잘못 기재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해학생이 이발사건 이전에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형철군이 사진으로 찍어 단체 채팅창에 올렸다는 내용 등이었다. 그러나 단체 채팅창에 올라온 ‘아파하는 얼굴’의 당사자는 피해학생이 아닌 함께 징계를 받은 다른 가해학생이었다. 아이들은 평소 자퇴한 학생 주도로 레슬링 연습을 했었다고 진술했다. 그때 찍은 사진이었다. 학교는 그러나 이 사진이 피해학생이 지속적인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또 형철군의 부모가 지속적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 받아온 피해학생 부모의 탄원서 역시 강압에 의해 작성해준 것일 뿐 진정성이 없다는 내용의 상담교사 확인서도 뒤늦게 법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법원은 조정을 통해 지난 1월 형철군에 대한 학교의 전학처분을 취소했다. 형철군이 피해학생을 지속적으로 폭행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그 외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봤다. 전학의 실효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학교는 전학처분을 취소하고, 6호(출석정지), 5호(특별교육 이수), 4호(사회봉사)처분을 내렸다. 개인정보 삭제한 회의록 공개만 가능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시행령 개정으로 학폭위는 사라졌지만 가해학생이 행정소송을 하지 않는 이상 자신과 관련된 서류를 확인할 수 없는 맹점은 여전히 남아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앞으로는 학교장 자체해결로 화해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에 한해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가 학교폭력 사안을 판단하고, 가·피해 학생이 처분에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 나아가 행정소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를 떠난 학폭위가 학생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학폭위는 적어도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학생의 평소 행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관계 등을 두루 고려해 판단할 수 있는 반면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는 일종의 ‘서류작업’을 통해 기계적인 판단을 내려놓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학폭위도 학교장의 성향, 학부모 위원과 가·피해학생의 관계, 학생의 학교 내 영향력 등으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나왔다. 반면 심의위는 학생의 평소 모습은 배제된 채 학교가 작성한 진상조사 보고서 위주로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면담일지, 진상조사 보고서는 여전히 정보공개 대상이 아니다. 심의위 회의 역시 비공개로 진행된다. 다만 가·피해학생 측이 정보공개를 요구할 경우 개인정보를 삭제한 회의록 공개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가 제출한 진상조사 보고서에 오류가 있더라도 가해학생 측이 이를 정정하고 심의위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할 기회가 없다. 이는 피해학생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피해가 축소돼 기재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이정엽 학교폭력사건 전문 행정사는 “가·피해학생이 회의록을 제외한 자신과 관련된 기록을 보려면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무모한 소송을 막기 위해서라도 판단의 근거가 되는 모든 자료는 양측 학생 모두에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교폭력전문’ 변호사들이 정보의 폐쇄성을 근거로 소송을 유도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소송으로 가면 학교의 절차적 문제를 발견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이길 수 있다는 식으로 소송을 유도해 돈벌이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절차적 하자를 발견해 판결을 통해 원처분을 취소하더라도 학교는 절차적 하자를 없앤 뒤 동일한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열릴 심의위에서도 이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정엽 행정사는 “법원은 처분의 감경을 결정하는 곳이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한민국 교육 제대로 가고 있나](5)내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한다면(2019. 05. 20 11:20)
- 2019. 05. 20 11:20 사회
- ㆍ부모 입장에서 대처방법 몰라 당황… 비난하지 말고 자녀 말에 공감하고 경청해야 초등학교에서는 드물게 학교폭력 관련 업무만 7년을 했다. 매우 경미한 사건부터 언론에 보도될 만큼 심각한 사건들도 있었다. 학교 안팎에서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을 만났다. 사정은 다르지만 다들 비슷한 얘기를 한다. “우리 애가 ‘학폭’을 당할 줄은 몰랐어요. 막상 이런 일을 당하니 당황스럽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가 없네요. 선생님 어떻게 해야 되죠?” 일러스트 김상민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스럽고 막막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처음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보통 아이가 집에 와서 알려주거나 담임교사가 전화로 연락하는 경우다. 우선은 당황하기보다 이야기를 잘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사건의 전후 맥락보다는 자기가 유리한 부분만 말하는 경향이 있다.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한 경우도 있겠으나, 보통은 양쪽 모두 어느 정도 피해를 주고받는다. 아이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면서 상황의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말에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물어보는 게 좋다. 절대 아이를 비난하지 말고,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고, 부모가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을 약속한다. 부모를 믿고 용기를 내어 말한 자녀가 고맙고 기특하지 않은가? 담임교사와 직접 면대면 상담을 부모는 담임교사의 수업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직접 면대면 상담을 해도 좋다. 교사에게 평소 아이의 학교생활이 어떤지 물어보고 아이에게 들은 학교폭력 사실을 얘기할 수 있다. 보통 초등학교에서는 1차 조사는 담임교사가 맡고 중학교는 생활지도부에서 한다. 관련된 학생의 인원수가 많지 않을 경우 하루이틀이면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가능하다. 조사 결과는 다양할 수 있다. 학교폭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내 아이가 피해학생이면서 가해학생인 경우, 내 아이가 피해자이기는 하지만 상대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 경우 등이다. 간혹 증거가 없어서 피해사실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보통 부모들은 자녀에게 처음 들은 얘기로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당황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의심보다는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교사에게 부탁하고, 해결방법을 함께 의논하는 것이 좋다. 학교폭력이 신고된 후 이것이 정말 학교폭력인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학부모위원과 교원위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다. 그렇다고 무조건 모든 사건을 학폭위에서 다루는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폭력이 신고되면 무조건 학폭위를 개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때마다 회의가 열리면 담당교사는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없다. 학교폭력 신고 접수부터 학폭위 결정의 통보와 결정 이행까지 적어도 20시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매우 경미한 사안은 관련 학생들이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비교적 경미한 사안은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고 학교장 자체종결 사안으로 다루기도 한다. 가해학생은 잘못을 인정한 뒤 사과하고 피해학생은 받아들인다는 내용의 서류양식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서명을 하고 학교에서 내부결재를 맡아 잠정적인 종결을 한다. 여기서 ‘잠정적인 종결’이라 함은 나중에 피해학생이 문제를 삼으면 언제든 학폭위 개최를 다시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통 자체종결 후 가해학생의 태도가 나아지지 않고 계속적인 피해를 주는 경우 예전의 자체종결 사안과 새롭게 발생한 사안을 병합해 다루기도 한다. 최근에는 학교장 종결제가 학부모로부터 학교폭력을 은폐·축소한다는 의심을 받게 할 수 있어서 학교 입장에서는 꺼리는 경향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를 보호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 학폭위 개최를 요구할 수 있다. 만약 학폭위를 열기 전에 자녀의 피해상태가 심각하거나 추가적인 피해와 신고로 인해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면 학교장이 긴급하게 피해학생 보호조치와 가해학생에 대한 긴급조치(예를 들면 특별교육과 출석정지)를 내릴 수 있다. 양쪽 부모, 학교가 마련한 자리서 만나야 학폭위가 열리면 관련 학생과 학부모는 의견을 진술하고, 5~10명의 학폭위 위원들의 협의로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피해학생에게는 상담이나 치료, 그밖에 필요한 조치를 결정한다. 피해학생이 교육청에서 지정된 상담기관과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안전공제회에서 비용 지급이 가능하다. 가해학생에게 내려진 조치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 경중에 따라 졸업과 동시에 바로 삭제하거나 졸업 후 2년 뒤에 삭제한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가해학생을 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 실제로는 피해학생을 보호하지도, 가해학생을 선도하지도 못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교사들은 업무시간을 쪼개 학폭위 절차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해학생 학부모는 준사법기구 같은 학폭위로 인해 자녀가 범죄자로 취급당한다고 생각한다. 전체 위원 과반수 이상의 학부모위원들에 대한 전문성 부족을 문제삼기도 한다. 피해학부모 중에서 엄벌이 자녀를 보호하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 가해학생의 ‘강제전학’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전학조치가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다. 전학은 의무교육기관에서 내리는 가장 무거운 징계로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학부모라면 학폭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생각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 개최를 요구할 것이다. 그보다 사과로 충분하다면 상대편 학생의 진실한 사과를 받고 마무리하겠다. 피해 정도가 가볍지 않고 재발이 염려된다면 상대 학부모에게 사과와 재발방지 노력에 대한 약속을 받을 것이다. 최근 피해학부모가 자녀 보호에 대한 걱정이 지나쳐서 가해추정 학생을 따로 만나서 무리하게 훈계하다가 아동학대 시비에 휘말려 법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빠지는 경우를 본다. 아울러 양쪽 학부모가 사건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대 학부모에게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분쟁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학교가 마련한 자리에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좋다. 학교폭력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반갑지 않다. 그러나 실제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학폭위로 가더라도 직접 사과와 화해의 자리를 마련하거나 갈등 중재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아이들의 상처와 관계가 회복되고, 학교 공동체가 아픔을 딛고 더욱 단단하게 성장해가는 모습도 자주 봤다. 범죄 수준의 심각한 학교폭력은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렵고, 경찰에서 다루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학교폭력으로 명명된 90% 이상의 학교폭력은 교육의 프레임 안에서 갈등 해결을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지금 폭력과 평화의 이분법적 논리로 아이들의 문제를 재단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도 된다. 인간의 존엄성과 관계맺기 기술이 더욱 중요한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야생 버라이어티’를 우리 어른들은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 대한민국 교육 제대로 가고 있나
- 학교폭력 제도 개선안, 현장에선 무용지물(2019. 02. 25 14:42)
- 2019. 02. 25 14:42 사회
- ㆍ법이 바뀌지 않아 기존대로 처리… 담임종결 가능한 사안도 학폭위로 떠넘겨 학교폭력은 스펙트럼이 넓다. 1000명의 아이가 있다면 1000가지의 학교폭력이 존재한다. 이를 처리하는 교사의 능력과 태도 역시 교사의 수만큼 다양하다. 당연히 학교마다 판단하는 ‘경미한 학교폭력’의 정도도 다르다. 학폭위로 가지 않는 방안도 마련 지방의 한 고등학교에서 친구에게 “미친 XX야”라고 욕설을 한 가해학생에게 학교는 ‘서면사과’ 및 ‘교내봉사’ 처분을 내렸다. 비슷한 시기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미친 XX야”라는 말을 한 가해학생에게 ‘조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다른 사례도 있다. 지속적으로 소위 ‘어깨빵·몸빵(몸을 부딪히는 행동)’을 하는 중학생 가해자에 대해 학교는 전학처분을 내렸다. 반면 1년 넘게 피해학생에게 비슷한 행동을 했던 중학생 가해자에 대해 학교는 ‘서면사과’하도록 하고, 피해학생에게 심리상담을 권고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권호욱 기자 어느 학교의 판단이 옳았고, 어느 학교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폭력’의 양상을 객관적 잣대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담임교사와 반 아이들만 알 수 있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사이의 ‘배경’도 존재한다. 경기도의 한 20년차 중학교 교사의 말이다. “한 사안을 놓고 보자면 ‘A라는 학생이 B라는 학생을 주먹으로 얼굴과 몸통을 2대 가격했다’로 정리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담임교사가 지켜봤을 때 A라는 아이는 평소 B라는 아이에게 놀림을 받아왔고, 교실에서도 조용하게 지내는 편이었다. 그러면 이 사안을 단순히 A가 가해자이고 B가 피해자라고 분류한 뒤 평가할 수 있을까. 애초 폭력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는 사안들은 너무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데 이것을 하나의 기준으로 처벌하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 보나.” 교육부는 지난 1월 30일 국민참여 정책숙려제를 통해 확정된 학교폭력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약 80일간 교사와 학부모, 학생, 학계 전문가 및 법률가 등 30명의 참여단이 토론을 벌이고, 설문조사를 반영한 결과다. 기본 골자는 경미한 학교폭력은 생활기록부 기재를 한 차례 미루고, 다만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유예했던 기록까지 기재하고 가중처벌한다는 것이다. 즉 교내선도형 조치인 1호(서면사과), 2호(접근금지), 3호(교내봉사)에 해당하는 학교폭력이 한 차례 발생할 경우 생활기록부에는 기록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미한 폭력이라도 반복해서 벌어지면 유예했던 사안까지 포함해 기록하고, 가해학생은 가중처벌을 받는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학교 자체 해결제도를 도입, 학교가 판단했을 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지 않아도 될 사안은 학폭위까지 가지 않는 방안도 마련됐다. 다만 이때는 피해학생 및 보호자가 학폭위를 열지 않는 것에 동의하고 문서로 그 기록을 남겨야 한다. 교육부는 단서조항으로 2주 미만의 신체·정신상의 피해 및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된 경우, 지속적 사안이 아닌 경우,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에만 학폭위로 넘기지 않는 것으로 한정했다. 기존의 ‘담임종결제·학교장종결제’를 보다 강력하게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의 발표가 나온 지 20여일이 지난 지금 학교현장은 달라지고 있을까. 일선 교사들은 “지침은 ‘앞으로 하겠다’는 계획일 뿐 법이 바뀌지 않는 한 학교는 기존 방식대로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생활안전부장을 2년째 맡고 있는 한 교사는 “법이 바뀌지 않았는데 교육부에서 아무리 발표를 한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했다. 또 학폭위에 신고하고 절차를 밟는 게 ‘담임종결’보다 교사의 책임을 덜 수 있다고도 했다. 교육부 지침은 교사 보호막 못돼 학교폭력에 대한 규정과 그 처벌기준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 발표안에 따른 국회의 개정법률안 발의 등 적극적 움직임은 여전히 없다. 교사들은 “교육청에서 적극적으로 담임종결 등을 유도하지 않는 한 교사들은 기존 방식대로 사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침이 교사들의 보호막이 돼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교사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불러 화해를 유도하고, 학부모로부터 학폭위로 가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받더라도 그 확인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 확인서에 서명한 뒤에도 “생각할수록 괘씸해서 학폭위로 가야겠다”고 하면 학교는 학폭위를 열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 역시 “선생님이 강제로 피해학생의 신고를 막았다”는 등의 이유로 고소당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학교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교사와 학교가 교육부의 발표와 엇박자를 보이는 이유는 교육부 지침은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현장에서는 법 개정 없는 매뉴얼에는 따르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학부모 모두가 강력하게 학폭위로 가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혀 담임종결로 처리가 가능한 사안에까지 교사가 책임을 학폭위로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사건은 2017년 7월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중학교에서 ㄱ군은 이날 자신의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던 중 ㄴ군이 분무기로 뿌린 물에 맞았다. ㄱ군이 “하지 마라”고 했지만 ㄴ군은 오히려 “네 엄마 XX”, “엄마가 없어서 가정교육을 그따위로 받았다”고 놀렸다. ㄱ군은 ㄴ군을 향해 도덕책을 던졌다. 책은 ㄴ군의 손등에 맞았다. ㄴ군은 욕설을 하며 ㄱ군의 뺨을 때렸다. 둘의 싸움은 학년부장교사에게도 보고가 됐다. 두 아이의 엄마는 싸움 당일 담임교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이들이 서로 화해하는 선에서 더는 문제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학폭위로 가지 않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담임교사는 13일이 돼서야 두 아이를 불러 화해하도록 했다. 두 아이의 부모 역시 다음날 학교를 찾아 ‘두 아이가 화해했으므로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는 내용의 담임종결 확인서에 서명했다. 문제는 담임종결서에 서명한 뒤에 벌어졌다.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알리지 않고 학폭위에 해당 사안을 신고했던 것이다. 학폭위가 열리기 전 우편물을 통한 통지서 발송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ㄱ군 집으로 우송된 등기우편은 우편물을 수령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나 받은 사람이 없었다. 우편물 수령일지에 따르면 수령인은 ‘ㄱ군’으로 돼 있다. 그러나 당시 ㄱ군은 학교에 등교한 상태였다. ㄴ군 집으로 발송된 등기우편은 수령인이 없어 반송됐다. 결과적으로 두 아이 모두 학폭위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학폭위가 진행된 셈이었다. 학폭위는 7월 17일 열렸다. ㄱ군은 당시 예전부터 신청했던 체험학습으로 등교하지 않은 상태였다. 두 아이 모두 가해자 자격이었다. 그러나 양측 보호자 누구도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폭위는 열렸고, ㄴ군에게는 1호(서면사과) 처분이, ㄱ군에게는 1·3호(서면사과·사회봉사) 처분이 내려졌다. 담임교사는 ㄱ군의 학교폭력 가해사항으로 ‘ㄴ군을 10대 때렸다’고 기재했다. ㄱ군이 ㄴ군을 10대 때렸다는 진술은 반 아이들에게 받은 진술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ㄴ군 역시 “10대를 맞았다”고 주장한 적이 없었다. 담임교사가 수기로 ‘10대’라고 적어 제출한 게 판단의 근거가 됐다. 사건의 전말은 ㄱ군의 부모가 재심을 신청하면서 드러났다. 재심 전 ㄱ군의 부모와 ㄴ군의 부모가 만나 각자가 알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담임교사가 임의로 학폭위를 개최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담임이 제시한 학폭위 회부 사유는 ‘ㄴ군 부모의 요구’였다. ㄴ군 부모는 학폭위 개최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두 아이가 처음 화해한 다음날 부모들이 서명한 담임종결 확인서가 학폭위 불참확인서로 둔갑해 있었다. 회의록에 기재된 기록의 일부다. ○위원 담임종결 확인서를 작성하였는데 담임종결이 된 건가요? 담당교원 아닙니다. (중략) 학생 간 사과의사가 없어 다음날인 7월 7일 금요일 학교폭력으로 접수하였습니다. (중략) 학생 간 사과는 사안 발생 후 일주일 뒤인 7월 13일 목요일에 이루어졌으며, 담임종결확인서는 7월 14일 금요일 일과 이후에 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안처리의 절차상 이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회부된 사안이기 때문에 위원님들께서는 양측 학부모의 서면진술서와 담임종결에 대한 내용을 참고자료로 활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위원 양측 학부모님께서도 인지하고 계신가요? 담당교원 네 담임선생님께서 작성하시면서 이미 이 사안은 학폭위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말씀을 전하셨고, 작성하는 담임종결 확인서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고자료로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하시어 양측 학부모님들께서도 알고 계십니다. 이정엽 행정사는 “통상의 경우는 학부모들이 학폭위에 참석해 의견진술을 하지만 ‘참석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제출하면 불참한 채로 학폭위가 진행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담임종결 확인서가 불참의사를 밝히는 증거로 사용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두 부모가 서명한 담임종결 확인서에는 ‘①학폭위 제소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었다. 결국 싸움의 당사자들도 모르게 몰래 개최된 학폭위 결과는 재심에서 뒤집혔다. 당사자 화해해도 담임이 학폭위에 신고 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학교 측이 ㄱ군에게 내린 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위원회는 “피청구인(학교)은 통지서를 우편발송하면서 청구인(ㄱ군 부모)이 수령한 것을 확인하지 못한 점, 관련 법령은 적정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보장하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피청구인은 의견진술의 기회를 청구인에게 미리 설명하지 않은 점, 청구인이 체험학습기간 중이어서 학폭위에 참석하기 어려웠음을 충분히 인지하였음에도 체험학습기간 중 학폭위를 개최해 처분을 내린 점 등을 고려할 때 사건 처분을 취소할 정도의 절차상 하자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학교는 두 아이에 대해 최종적으로 ‘조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두 학생은 현재 3학년이다. 한 아이는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직후 인근 중학교로 전학을 갔고, 나머지 아이는 수행평가나 시험 등 일정이 있을 때만 등교를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전학을 가지 않은 아이의 부모는 아직도 학교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당시 담임이었던 교사는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 2월 20일 <주간경향>과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사안은 학교폭력예방법상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별도로 말씀드릴 게 없다”면서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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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따, 와이파이셔틀…엄마들은 모르는 신종 학교폭력 세태
- 2013. 09. 04 16:39 육아/교육
- 학교폭력이 진화하고 있다. 때리거나 돈을 빼앗는 선을 넘어 지능적으로 괴롭히는데, 그 정도가 심각하다. 일선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경찰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카따, 와이파이 셔틀, 살인축구 등 엄마들은 모르는 신종 학교폭력 세태.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선 엄마도 알아야 한다.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만의 참혹한 세계 신종 학교폭력 7가지 유형 학부모라면 한번쯤 학교폭력에 대해 걱정해봤을 것이다. 나날이 잔혹해지고 지능적으로 변모하는 학교폭력 사태를 보고 있자면 더욱 우려가 될 터.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군것질 심부름을 시키는 ‘빵셔틀’이나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수준을 넘었다. 또래 집단 안에서 어른들은 알 수 없도록 지능적이고 교묘하게 친구들을 괴롭히는 내용을 듣고 있자면 끔찍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문제는 피해가 잘 드러나지 않도록 은밀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른이 들어도 모를 정도로 괴롭힘의 유형 또한 생소하다. 이제는 부모들도 알아야 한다. 2013년 우리 아이들의 교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이다. Case 1 빵셔틀은 옛말! 인터넷 배송을 이용하는 신발셔틀 ‘셔틀’이란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주기적으로 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뜻한다. 빵이나 군것질 심부름을 시키는 빵셔틀, 숙제를 대신 시키는 숙제셔틀, 가방을 들어주는 가방셔틀 등이 있었다. 얼마 전에는 담배를 사다 주는 담배셔틀이 세상에 알려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앞서 말한 ‘셔틀’들은 교실 내에서, 혹은 직접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데 반해 신발셔틀은 교묘하게 어른들의 시선을 피해간다. 신발셔틀이란 가해 학생이 맘에 드는 값비싼 운동화를 피해 학생에게 보여준 뒤 똑같은 제품을 자신의 집으로 배송하라고 강압적으로 시키는 것이다. 대부분 인터넷에서 주문, 배송까지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교에서 교사들이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힘들다. 만약 피해가 알려진다고 해도 피해 학생이 자신에게 선물한 것이라 주장할 수 있으며 결제 내역만으로는 증거 확보가 힘들다. 엄마의 확인법 인터넷 쇼핑몰의 결제 방법은 크게 3가지다. 무통장 입금,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 신용카드 결제, 다음달 휴대폰 요금에 함께 첨부되는 휴대폰 결제다. 현금을 사용해야 하는 무통장 입금의 경우 아이의 용돈을 체크해보는 게 좋다. 대부분 운동화가 1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임을 감안할 때 갑자기 씀씀이가 커졌다든지, 용돈이 빨리 줄어들었다든지 현재 주머니 사정을 확인해보자. 신용카드와 휴대폰 결제는 다음달 나오는 요금 납부 고지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어떤 것을 구매했는지 자세한 내역까지는 나오지 않지만 언제, 얼마를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매달 나오는 납부 고지서에 담긴 정보를 파악한다면 학교폭력 피해를 좀 더 빠르게 줄일 수 있다. Case 2 매일 등하교를 힘들게 하는 버스셔틀 걸어서 통학하는 경우 빼곤 거의 모든 아이들이 버스를 이용한다. 대부분 현금보다는 교통카드를 이용하는데 그래서 더 쉽게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버스셔틀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아예 교통카드를 빼앗는 경우와 같은 버스를 타 피해 학생에게 자신의 버스 요금까지 함께 단말기에 찍도록 하는 경우다. 원래는 전자가 많았지만 요즘엔 피해가 잘 드러나지 않는 후자가 늘어나고 있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같은 동네에 살게 되면 많이 겪는 학교폭력이며, 만약 다른 동네에 살더라도 피해를 입는 경우가 상당하다. 하교시에 일부러 피해 학생을 자신의 집 방향으로 가는 버스에 태워 요금을 내게 한다. 결국 피해 학생은 금전적, 정신적 피해는 물론 시간적인 손해까지 입는 셈이다. 물론 친구끼리 버스 요금을 대신 내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강압적이냐, 그렇지 않으냐가 학교폭력의 맥점이다. 엄마의 확인법 아이가 교통카드를 자주 잃어버린다면 의심해보는 게 좋다. 특히 선불 교통카드에 현금 충전을 한 직후라면 더욱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또 선불 교통카드는 간단한 가입 절차만 밟으면 사용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어디서 타고 내렸는지, 얼마를 사용했는지 모두 확인 가능하다. 교통카드를 사용하기 전, 교통카드 사용 내역 조회 사이트에 가입해놓는 것이 좋다. Case 3 세상에서 축구가 제일 무서워요! 살인축구 주로 남자아이들이 많이 당하는 학교폭력으로 축구 경기를 가장해 일어난다. 경기 도중 일부러 피해 학생을 향해 힘껏 공을 차 몸에 맞춘다. 심지어는 아예 피해 학생을 골대 앞에 세운 뒤 노골적으로 공을 차기도 한다. 공을 차는 가해 아이들은 이 행위를 재미있는 놀이로 여기며 이름도 조롱하듯 살인축구라고 부른다. 무자비한 폭력성이 의심되는 바다. 문제는 담당 지도 교사가 있어도 축구 경기 중 자주 일어나는 실수인지, 의도적인 폭력인지 알아채기 힘들다는 점이다. 골대 앞에 세우는 행동도 프리킥으로 가장하기 쉽고, 몸싸움인 듯 피해 학생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하거나 급소를 치는 등 축구와 폭력 그 중간쯤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평소 아이들의 교우관계를 유심히 살펴보는 교사라면 감지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힘들다. 게다가 아이들끼리의 공놀이라고 방치한다면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얼마 전 ‘히든슈터 선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17세 학생은 시속 105km 킥을 찼다. 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차는 공도 충분히 위협적이라는 말이다. 날아오는 공을 잘못 맞게 되면 가벼운 타박상, 찰과상은 물론 골절을 입을 수 있으며 안구 쪽에 잘못 맞게 되면 실명까지 될 수 있다. 또 한 번에 여러 명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으며 축구가 아니라도 야구, 농구 등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엄마의 확인법 교복과 체육복이 심하게 더럽혀졌거나 아이의 몸에 상처가 많이 있을 때 확인이 필요하다. 아이가 “축구하다가 그랬어”라고 말한다고 운동 중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여기며 무심코 넘겨선 안 된다. 특히 다친 횟수가 잦고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면 살인축구를 의심해보는 게 좋다. 축구공에 의한 상처는 주로 상체 쪽에 집중되며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다. 찰과상이나 타박상이 많다. Case 4 너는 내 공짜 데이터, 와이파이존! 와이파이셔틀 부모 세대는 물론 늘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는 20대에게도 생소한 신종 유형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한데 요금에 비례해 데이터가 주어진다. 즉 비싼 요금제를 쓸수록 인터넷을 오래 할 수 있는 것이다. 단 가장 비싼 요금을 내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을 때와 데이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Wifi)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는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바로 이 두 가지 기능을 악용하는 것이다. 피해 학생에게 스마트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강제로 가입하게 한 뒤 스마트폰의 테더링 혹은 핫스폿 기능을 통해 와이파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가해 학생은 자신의 요금제와 상관없이 3G 통신 테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것. 최근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터라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 대신 주로 등하교시에 와이파이셔틀을 강요한다. 만약 속도가 느리면 피해 학생을 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단지 인터넷을 하는 데 불편하다는 이유로 말이다. 성인들은 대부분 ‘그런 셔틀은 처음 들어본다’라는 반응이지만 아이들 사이에선 제법 흔한 일이 됐다. 청소년 대상 고민 사이트에도 심심찮게 올라오며 10대들끼리는 ‘와이파이셔틀 당하지 않는 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엄마의 확인법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요금제라도 얼마만큼 사용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아이의 휴대폰에 통신사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쉽게 사용량을 체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휴대폰을 건네길 꺼린다면 다른 방법을 이용하면 된다. 요금 청구서 내역을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요금 내역 확인 부분의 데이터 사용량을 보면 되는데,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많이 썼다면 와이파이셔틀을 의심해봐야 한다. 피해 증거 확보하기 1 육하원칙에 따른 진술서 쓰기 신체적 폭행, 금품 갈취는 물론 욕설 등 언어적 폭력까지 모두 피해 진술서를 쓸 수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작성해놓는다. 그 외에 현재의 기분, 원하는 조치, 학교나 담임교사로부터 필요한 도움 등을 적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최대한 많은 증거 모으기 아이가 폭행을 당했다면 병원 진단서와 함께 의사 소견서를 끊고 상처가 잘 보이도록 사진을 찍어놓는 것이 좋다. 그동안 피해가 담긴 기록물이 있다면 무엇이든 된다. 피해 학생의 일기장, 주변 친구들의 진술서, 문자나 음성 메시지 등 모두 증거가 될 수 있다. 3 신종 학교폭력은 신종 증거로 맞대응 떼카는 스마트폰 기능을 이용해 캡처해놓고, 와이파이셔틀은 전후 데이터 사용량을 입증할 수 있는 사용 내역서를, SNS혐짤따는 사진을 올린 사람과 댓글을 단 사람을 캡처해서 저장하거나 출력해서 문서로 만들어놓으면 된다. Case 5 찰칵! 이상하게 나온 사진만 올리는 SNS혐짤따 ‘혐오스러운 사진(짤방)의 왕따’라는 뜻을 가진 혐짤따는 피해 학생의 모습을 이상하게 찍은 뒤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특히 페이스북, 트위터 등 전 세계적으로 연결돼 있는 소셜네트워크 시스템에 올려 의도적으로 사진을 퍼뜨린다. 때론 거짓 정보를 함께 올려 명예훼손까지 한다. 남학생의 경우 일부러 여자 화장실에 밀어 넣은 후 사진을 찍어 변태라고 올리거나 여성스러운 포즈를 취하게 한 뒤 성 정체성에 대한 유언비어와 함께 인터넷에 유포한다. 여학생의 경우는 성인 사이트에 사진과 이름, 나이, 휴대전화번호, 학교 등 개인 정보를 함께 올려 2차 피해까지 입게 한다. 모두 장난으로 올렸다고 하지만 빠르게 퍼지는 인터넷의 특성상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 사진을 올린 가해 학생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욕을 먹는 등 정신적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사진을 찍겠다고 피해 학생에게 억지로 수치심이 드는 포즈나 표정을 강요하기도 하며, 인터넷에 올리기 전 반 친구들끼리 돌려보며 비웃는 등 도가 지나친 행동들이 이어진다. 엄마의 확인법 여느 왕따 사태와 마찬가지로 부모가 직접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거의 없다. 만약 아이와 페이스북 친구 맺기가 되어 있다면 최근 소식을 살펴볼 수 있지만 이 또한 가능성이 낮다. 그나마 아이와 친구 맺기가 많이 되어 있는 카카오톡과 연동되는 카카오스토리를 살펴보는 게 낫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아이가 올린 사진에 달리는 댓글이다. 친구들이 어떻게 댓글을 달고,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를 통해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다. Case 6 떼를 지어 수시로 욕설을 보내는 카톡 감옥, 떼카 ‘떼카’란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이용해 집단으로 언어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피해 학생을 그룹 채팅방으로 초대해 여러 명이 한꺼번에 욕설을 하고 나가버리면 끝난다. 만약 떼카 도중 피해 학생이 방을 나간다면 들어올 때까지 초대 메시지를 보내거나 일대일 채팅으로 욕설 메시지를 보낸다. 다시 채팅방에 들어오면 피해 학생이 하는 말을 무시한 채 욕설이 시작된다. 이것을 아이들 사이에선 카카오톡을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하여 ‘카톡 감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물론 특별한 이유는 없다. 대부분 아무 이유 없이 피해 학생을 괴롭히고 욕설을 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심할 경우 며칠 동안 떼카를 지속적으로 보내 괴롭히기도 한다. 지난해 5월 서울의 한 여고생이 떼카로 인한 집단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여학생은 6개월 동안 10명의 남학생들로부터 욕설과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또 다른 여고생은 떼카를 당한 뒤 자해를 해 피해의 심각성을 알렸다. 잇따른 떼카 피해로 인해 카카오 측은 그룹방 내에서도 신고가 가능하도록 했고, 대화 상대를 차단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신고가 접수되면 기간이나 횟수에 따라 제재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고 한다. 엄마의 확인법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을 때 아이의 반응이 어떤지에 따라 떼카 피해를 가늠해보면 된다. 갑자기 많은 메시지가 동시에 올 때 아이가 자리를 피해 확인하거나 확인을 거부할 수 있다. 혹은 쏟아지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감당하지 못해 메시지 도착 알림음을 무음으로 변경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이가 카카오톡 메시지로 인해 불안, 초조, 우울 등의 증세를 보인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Case 7 교실에선 왕따, 모바일에선 카따 카따는 카카오톡 왕따의 줄임말이다. 일부러 그룹 채팅에 초대하지 않는 것이다. 주로 반 학생들이 단체로 초대된 그룹 채팅방인 ‘반톡’에서 소외된다. 반톡은 단순히 친목 도모가 아니다. 이곳에서 숙제를 공유하고, 조별 모임을 가지며, 반 행사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선 꼭 필요하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도 초등학교 6학년생들의 카카오톡 사용 장면이 자주 등장한 바 있다. 이렇듯 피해 학생은 아이들에게는 생활화된 반톡 초대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로 인해 깊은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처음부터 초대 메시지를 받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반톡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카따를 당하기도 한다. 피해 학생이 메시지를 보내도 같은 방에 있는 아이들이 무시한다. 심해지면 아예 채팅방을 옮기기도 한다. 이렇게 갑자기 카따를 당하는 이유는 “셀카를 예쁜 척하면서 찍었다”, “소위 일진이라는 무리에서 안 좋게 보았다” 등 주관적이다. 결국 누군가 주도해서 왕따를 시키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엄마의 확인법 엄마가 직접 채팅 내용을 보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정황상 유추할 뿐이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보면서 초조해하는 모습, 숙제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을 하는 등 왕따 피해를 겪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이럴 땐 강제로 스마트폰을 빼앗아 확인하려 하지 말고 차분하게 아이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좋다. Mini Interview “부모의 적극적인 대응이 “학교폭력 피해를 줄입니다” Q 경찰청 공식 블로그 폴인러브(http://polinlove.tistory.com)에 처음 신종 학교폭력 유형을 소개하셨는데, 어떻게 올리게 됐나요? 여성청소년과 청소년계를 담당하는 동료 경찰로부터 제안을 받았어요. 청소년 사건을 담당하면서 현장에서 보고 들은 학교폭력의 모습이 무척이나 충격적이라고 했어요. 예전처럼 때리고 돈을 뺏는 게 아니라 얼핏 봐서는 학교폭력으로 의심하기 힘들 정도로 교묘해졌다고요. 그러니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해왔어요. 폴인러브는 일반인보단 주로 현직 경찰들이 많이 찾는 곳이에요. 그래서 정보 공유 차원에서 올리게 됐어요. Q 이 게시물을 본 동료 경찰관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청소년계를 담당하는 분들은 대부분 공감하셨죠. 그 외에 다른 소속 동료들은 많이 놀랐어요. 저도 처음에는 같은 반응이었거든요. 일단 이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랐으니까 충격적이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도 왕따는 존재했었는데요. 이렇게 지능적으로 괴롭힘이 발전하는구나 싶어서 안타깝기도 하고, 피해를 당해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피해 학생은 없는지 걱정도 되더라고요. Q 청소년계 담당 경찰관들의 보다 생생한 반응이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요즘 얘들 우리 때와 정말 다르다”라는 말을 많이 해요. 특히 아이들과 가장 많이 만나는 학교 전담 경찰관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하는데요. 그분들의 나이대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임을 감안한다면 놀랍죠. 아이들을 이해하려 애쓰지만 “와! 요즘 애들 진짜 모르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사실은 폴인러브에 올린 것보다 더 많은 신종 학교폭력 유형을 전달받았어요. 근데 차마 올릴 수 없어서 자체 심의로 걸러진 것도 많습니다. Q 학교전담경찰관제도란 무엇이고, 또 어떤 일을 하나요? 올 초 31개 경찰서 총 2백11명의 청소년계 수사 경찰관을 학교 전담 경찰관으로 전환했습니다. 경찰관 1명이 중·고등학교 3, 4개교를 관리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해 폭력 환경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죠. 학교에 직접 경찰관이 상주하면서 학교폭력 예방 효과도 높을 뿐 아니라 선도를 통한 재범 방지도 좋은 결과를 내고 있어요. 책상 앞에서 하는 선도 프로그램이 아니라 2013년 현재 교실 실정에 맞는 맞춤형 선도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게 특징이에요. Q 학교 전담 경찰관은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필수로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이죠. 수시로 아이들과 카카오톡을 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안부를 주고받아요. 특히 신고하기를 꺼리는 피해 학생이나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들이 경찰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고요.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한 노력은 그뿐만이 아니라 학교 밖까지 이어집니다. 저희 서부경찰서의 학교 전담 경찰관은 학교에서 심각한 학교폭력을 일으키는 가해 학생과 1박 2일 캠프도 갔어요.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한 학교 선생님 두 분과 가해 학생, 학교 전담 경찰관 이렇게 네 명이 지리산 노고단까지 함께 걸었다고 해요. 함께 먹고, 자고, 땀 흘려 걸으면서 많이 친해졌고요. 그런데 그 후 말을 참 안 듣던 그 학생이 놀라울 정도로 변화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학생이 너무 말을 안 들으니까 친해지고 싶어서 일부러 캠프를 간 건데 생각지도 못한 변화를 이루었다고 기뻐하셨어요. Q 와이파이셔틀, 카따, 떼톡 이런 신종 학교폭력을 신고하면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처벌은 법원에서 판사가 내린 판결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신종 학교폭력은 아직까지 확실한 처벌 기준이 없어요. 물론 피해 학생을 때리거나 금품을 빼앗는다면 당연히 처벌받지만 안타깝게도 법이 현실에 비해 좀 늦는 편이라서요. 대신 신고하고, 재판까지 진행된다면 선례를 남기게 되겠죠. 그 다음부터는 처벌 과정이 좀 더 수월하게 진행될 거고요. 신종 유형이라고 남이 믿어주지 않을까봐 지레 겁을 먹고 그냥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짓궂은 장난인데 부모가 굳이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는데요. 요즘 학교폭력의 가장 큰 특징이 어른들은 알기 힘들다는 점이에요. 짓궂은 장난인가 아닌가는 부모의 눈으로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 특히 아이들이 먼저 도움을 요청한다면 더욱 그러하고요. 만약 장난이라고 여기고 간과한다면 아이는 부모에 대한 배신감으로 더 큰 충격을 받을 거예요.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면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게 피해를 최소화하고 아이의 빠른 회복을 돕는 길이에요. Q 아이의 학교폭력 피해를 알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사건의 전후 사실을 파악해주세요. 그 다음 학교와 상대 부모에게 알리는 게 좋아요.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동기나 피해 정도에 상관없이 학교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게 돼요. 자치위원회에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에게 어떤 조치를 내리는지 지켜보는 게 좋고요. 하지만 폭력 정도가 매우 심하거나 학교 내부에서 해결이 힘든 문제라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다만 경찰이 개입하게 되면 양쪽 모두 감정적으로 변하게 돼서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어져요. 그러니 신고하기 전, 아이에게 좋은 해결 방향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학교폭력 가해자 처벌, 어떻게 진행될까? 학교의 가해자 처벌 학교폭력이 신고되면 학교에서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원회)가 열리게 된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각하면 자치위원회 선도 조치가 이행되기 전 학교장 재량으로 조치가 취해진다. 자치위원회 선도 조치가 내려지면 학교장은 14일 이내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이때 가해 학생 보호자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다. 가해 학생에게 내려지는 조치는 피해자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자 및 신고자에 대한 협박과 보복 행위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사회봉사, 교내외 전문가에게 특별교육 이수 혹은 심리치료, 학교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 퇴학 처분으로 9개가 있다. 한 번에 하나씩 적용될 수도 있고, 여러 개가 동시에 적용될 수도 있다. 학교폭력의 정도가 심할 경우 출석 정지부터 퇴학 처분까지 조치가 내려지는데, 최대한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가령 전학 조치가 내려지면 피해 학생의 보호 거리 확보를 위해 인근 학교로 전학할 수 없으며, 같은 상급학교 진학시 피해 학생을 우선적으로 배정하게 된다. 만약 가해 학생이 선도 조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면 추가로 다른 징계를 받을 수 있으며 모든 기록이 학교생활기록부에 남는다. 가해 기록이 남겨진 학생의 생활기록부는 졸업 후 5년 동안 보존되며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시 전형 자료로 제공된다. 경찰의 가해자 처벌 학교폭력으로 고소되면 가해 학생의 나이에 따라 다른 법이 적용된다. 14세 이상은 형법 혹은 소년법이 적용되며 10세 이상 14세 이하는 소년법, 10세 미만일 경우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형사처벌이나 보호처분을 받지 않는다. 형사처벌은 형법에 따라 상해, 폭행, 협박, 약취 혹은 유인, 모욕, 재물 절취일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가해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년에서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하며, 최소 2백만원, 최고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 단 약취 혹은 유인의 경우 벌금형은 없고 10년 이하의 징역형만 있다. 또 10세 이상 19세 미만일 경우 소년법에 의해 보호처분될 수 있다. 단순 폭행의 경우 만약 피해 학생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작성하면 더 이상 형사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폭행치상이나 상해인 경우엔 처벌 의사와 상관없이 진행된다. 형사사건은 경찰에 고소, 고발을 하게 되면 수사, 기소(공소제기), 형 집행 순으로 형사재판 절차가, 보호사건은 소년부의 접수, 조사, 심리, 보호처분 집행 순으로 소년보호재판 절차가 진행된다.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이 합의를 하게 되면 처벌 수위는 낮아진다. 대신 가해자 측은 합의를 통해 치료비 등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형사처벌과 상관없이 민사재판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데, 제소 전 화해 절차, 서면에 의한 화해 등 다양한 분쟁조정제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이선희(프리랜서) ■사진 / 조민정 ■도움말 / 김반석(광주지방경찰청 서부경찰서 순경) ■참고 자료 / 경찰청 공식 블로그 폴인러브(polinlove.tistory.com), 스쿨로(schoolaw.lawinfo.or.kr)>
- [학교폭력, 아이 지키기]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 김현수 교수
- 2012. 02. 06 19:09 육아/교육
- ㆍ“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과 위로입니다” 관동대 명지병원 학교폭력특별치료 팀의 김현수 교수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치유적 대안학교인‘성장학교 별’의 교장으로 다양한 청소년 문제 해결에 앞장서온 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이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로, 친구 같은 상담가이자 아버지로 오랜 시간 아이들을 만나온 그는 “요즘 아이들, 참 아프고 힘들고 말할 곳이 없다”라고 말한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예상하기 힘들다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오며 많은 학교폭력 사건을 접해왔지만 최근 일어난 일련의 자살 사건은 그에게도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아이들의 아픔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현실에 괴로운 심정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 그의 표정에는 아이들을 향한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세상을 떠난 아이들은 물론, 엄청난 고통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과 주변 친구들에게도 따뜻한 위로의 말을 잊지 않았다. 병원 진료와 ‘성장학교 별’을 통해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그가 체감하는 요즘 학교폭력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의 사건을 통해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요즘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상상 이상이에요. 언어부터 놀이까지 폭력적인 요소가 넘쳐납니다. 최근에 만난 사례 중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있었는데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극심한 가해를 당한 아이였어요, 초등학교 저학년임에도 네다섯 명의 가해 학생들이 시체놀이, 동상놀이, 줄넘기로 목 조르기, 계단에서 떠밀기 등 온갖 방법으로 아이를 괴롭혔죠. 쉬는 시간에 조용히 책만 보는 게 얄미워서 그랬다고 하더군요. 무엇보다 이에 대해 가해 학생들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다는 것이 놀라운 사실이었어요.” 최근 학교폭력 청소년들은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있다. 누가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과거처럼 소위 노는 아이들이 가해자이고 내성적인 아이들이 피해자라는 통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조용하지만 가혹하게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고 명랑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피해를 겪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들이 흔히 예전의 학교폭력이 갖는 낭만성을 떠올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현재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학교폭력은 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예전에는 철들면 추억이 되는 낭만성이 있었지만 요즘 아이들은 발각되기 전까지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아요. 형태도 단지 놀리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금품이나 옷, 게임머니와 같은, 현실적으로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것을 요구하고요.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연령이 굉장히 낮아지고 잔혹해진 것 역시 요즘 학교폭력의 특징입니다. 더불어 가해자의 수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것 또한 특징이에요. ‘전따’(전교 왕따)와 같은 경우는 반 전체가 가해자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지요.” 학교폭력 문제 개방하고 공유해야 그렇다면 이렇듯 아이들의 학교폭력이 심각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아이들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그 밑바탕이 된다고 설명한다. 사실 이러한 욕구는 성장기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원래 청소년기에는 부모와 교사, 동년배들로부터 인정과 승인을 받으며 긍정적인 자극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아이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통로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지만 성적만을 유일한 성취 대상으로 보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방법은 많지 않다. 따라서 다른 아이들을 무시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며 어른들은 인정해주지 않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혼자일 때보다는 여럿일 때 인정과 승인이 더 수월해진다. 무리를 이루는 경향이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집단 따돌림 현상이다. “많은 아이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어요. 정서적으로 메마르며 피해의식도 커지고요. 자신이 손해 보고 있는 것을 다른 동료의 아픔이나 희생을 통해서라도 충족시키려 하는 거예요. 더불어 존재감을 느끼거나 지배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영향도 있다고 봅니다. 청소년기에는 공격성이 높아지는 성향이 있는데 이러한 공격성이 정서적 결핍과 불안, 피해의식과 맞물려 폭력으로 나타나는 거라고 설명드릴 수 있겠네요.” 사실 학교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피해 학생과 피해자 부모, 가해 학생과 가해자 부모, 그리고 학교까지, 여러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서 반복되어온 오래된 문제다. 하지만 문제는 복잡해도 해결책은 복잡하지 않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학교폭력을 감소시킨 나라가 스웨덴과 노르웨이예요. 이 두 나라를 보자면 교사와 학부모들이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게 문제를 오픈하는 거였어요. 문제를 개방적으로 공유하고 예방 단계에서부터 총회와 설문조사,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했죠. 우리나라 학교들은 너무 폐쇄적이에요. 학생들 간에 폭력 사건이 생기면 쉬쉬하고 감추기에 바빠요. 학교 평판이 중요하거든요. 이것이 큰 문제입니다. 학교폭력 문제의 실마리를 풀려면 학교들이 학교 내에 갈등과 폭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문제들을 개방해야 해요. 학교의 개방과 지역사회의 참여, 전문가들의 예방교육과 피해자, 가해자 상담 치유를 통해 힘을 합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건이 터질 때만 반짝 관심을 갖고 한두 명의 상담사나 전문가를 배치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이해와 공감 피해자의 고통에서 시작돼 가해자 처벌로 끝나는 현재의 학교폭력 해결방식은 큰 맹점을 가지고 있다. 피해자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는 과정은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집단 따돌림이나 집단 폭행과 같은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때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으로 악화되거나 자살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와 마음의 상처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겠지’ 하고 넘기는 것은 더 큰 후유증으로 남아 피해자의 고통은 계속된다. “피해 학생 치료에서는 피해 학생에게 안전한 느낌을 주고 상처받은 마음을 면밀히 조사해서 털어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제대로 풀고 가지 않으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깊이 남아 후에 부정적인 형태로 발현될 수 있어요. 가령 피해자였던 학생이 후에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폭력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 더욱 큰 문제로 연결된다. 가까운 가족조차 아이의 피해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폭력으로 상처를 받은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과 위로다. “간혹 피해 학생들이 집에서 혼이 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요. 아이가 피해 상황을 알렸을 때 부모가 속상한 마음에 아이를 윽박지르거나 지나치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가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져요. 최대한 피해 사실을 숨기려고 하죠. 아이가 괴롭힘을 당한 것이 아이의 책임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를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피해를 입고 싶어 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아이의 폭력 피해 사실을 알았다면 우선적인 공감과 힘들게 지내온 시간들에 대한 위로를 가장 먼저 해줘야 해요.” 피해 학생만큼 가해 학생에 대한 책임 있는 교육과 관심이 필요하다. 아이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알았다면 따끔하게 꾸중하고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이 순간만큼은 눈 딱 감고 무서운 엄마가 되어야 한다. “가해 학생이 자발적으로 상담을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학교의 의뢰나 기관의 의뢰에 의해서 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가해 학생 부모들은 자식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요. 부모들 역시 피해 학생을 탓하는 경우가 많죠. 진정으로 자녀를 위한다면 자녀가 저지른 잘못된 행동에 대해 냉정히 바로잡아주셔야 합니다. 자신의 행위가 피해 학생에게 어떤 의미가 되는지를 알게 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아이를 학교폭력의 굴레에서 구하는 현명한 부모의 자세임을 잊지 마세요.” 우리가 과연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있는가를 되물을 시간은 지났다. 더 많은 아이들이 죽기 전에 건강한 애도와, 더불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그는 말한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요즘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공감하는 것이 부모들의 할 일임을 잊지 말자.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 [학교폭력, 아이 지키기]학부모 3인의 ‘왕따’ 대담
- 2012. 02. 06 19:09 육아/교육
- 집단 따돌림과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대구 중학생의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정부도, 학교도, 가정도 그 어느 때보다 심란한 요즘이다. 아이가 학교에 있건, 학원에 있건, 집에 있건 간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 3인이 학교폭력과 따돌림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엄마들이 느끼는 학교폭력의 실태, 학교와 정부, 학부모들에게 바라는 점도 들어봤다. 유치원·저학년 때는 선생님이, 고학년이나 상급 학교는 학생들이 왕따 조장 경향 이민애(43) 중학교 2학년 아들,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두고 있다. 레이디경향(이하 LADY)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대구 중학생 사건으로 인해 우리 사회 전체가 떠들썩합니다. 학부모들 간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민애 사실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반응들이에요. 이슈화가 되고, 안 되고의 차이지 학교에서, 아이들 사이에서 늘 있어왔던 문제거든요. 다만,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이슈화가 된 것만은 분명해요. 하지만 이슈화에 성공했다는 것뿐이지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뤄지다가 끝나는 것은 여느 때와 같지 않을까 싶어요. 이지연 큰아이가 올해 중학교에 입학해요. 겁도 나고 두려운 게 사실이에요.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공부를 잘할까 하는 성적 문제보다 아이가 왕따당하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거든요. 왕따는 부모인 저나 학생인 제 아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양재연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입장에서 대구 학생의 일이 무척 안타까워요.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호한 때도 많거든요. 어른들이 개입해서 일이 이상하게 틀어지고, 부풀려지고, 악화되기도 해요. 부모의 인성과 대처 방법에 영향을 많이 받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LADY 요즘은 유치원 때부터 왕따가 시작된다고 들었어요. 그러나 어디까지가 아이들 사이의 사소한 불화이고, 어디부터가 왕따나 학교폭력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지 참 모호한 것 같아요. 양재연 유치원에서 시작되는 건 맞아요. 유치원 때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선생님의 반응에 의해 왕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선생님들이 예뻐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대하는 차별적 반응을 아이들이 기가 막힐 정도로 알아내죠. 그리고 선생님을 모방해요. 우리 아이가 유치원 적응에 힘들어해 입학 초기에 좀 늦게 등원시켰어요. 선생님이 “지각쟁이야!”라고 부른 것을 시작으로 한동안 친구들에게 ‘지각쟁이’라는 놀림을 받았거든요. 별일 아닐 수 있지만 남에게 함부로 말하거나 놀리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우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게 된 거예요. 왕따라는 문화의 시작은 이렇듯 작고 사소한 자세에서 시작된다고 봐요. 이민애 기준이 없어요. 그러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식의 해결이 판치고 있죠. 현장은 그런 것 같아요. 요즘 중학생 남자아이들은 서로 성기를 툭툭 치며 반 장난, 반 몸싸움 같은 걸 많이 해요. 남자 형제들 사이에서 자란 제 입장에서는 그 또래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장난이거든요. 그런데 여중, 여고, 여대를 나오고 여자 형제들 사이에서 자란 어떤 엄마는 심각한 성추행으로 받아들이고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난리가 난 적이 있어요. 이지연 어느 반에서 왕따까지는 아니더라도 외톨이처럼 지내는 여학생이 있었다고 해요. 체육시간에 발야구를 하는데 이 여학생이 심하게 넘어졌어요. 그런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더래요. 그냥 보고만 있을 뿐. 그런데 잠시 뒤 인기 많은 아이가 똑같이 넘어지니 절반이 넘는 반 아이들이 우르르 그 아이에게 다가가 괜찮은지 살폈대요. 외톨이 여학생을 때린 것도, 돈을 뺏은 것도 아니지만 그 학생에겐 큰 상처가 됐을 일 아닌가요? 결국 인성교육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성격의 문제 같아요. “싫어! 그만해”라는 말을 했을 때 멈출 줄 알아야 장난이다 LADY 인성교육의 부재를 왕따의 원인으로 보고 계신가요? 이민애 요즘 학교가 어떤 줄 아세요? 입시에 적용되는 여덟 과목을 제외한 음악, 미술, 체육 같은 타 교과는 수업 시간을 아예 확 줄여버렸어요. 과거엔 1주일에 한 번이라도 3년 내내 배웠지만 요즘엔 한 학년에 몰아서 해치워버린다니까요. 성가시다는 식으로요. 서류상 수업 일수나 빨리 채우고 국영수 공부하자는 거죠. 분위기가 그런데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을 배운다? 참 한가한 소리로 들릴 거예요. 한심하게 볼 거고요. 그러니까 왕따 예방 교육이나 대처 방법을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학생도, 선생님도, 학부모도 말이에요. 국영수만 아는 사람들이랄까요? 이지연(39)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두고 있다. 양재연 하루 종일 폭력적인 인터넷 게임을 해도 성적이 유지가 되면 ‘우리 아이가 뭐가 문제죠?’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부모가 정말 많아요. 되레 성적만 좋다면 스트레스 해소용이라며 두둔하기까지 해요. 과거엔 이른바 공부도 안 하고 좀 논다는 애들이 문제였다면 요즘은 겉보기엔 멀쩡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이 친구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런 아이들은 지능적이기까지 하죠. 뭔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이민애 중학교에 입학하면 초기에 많이 싸워요. 자기들끼리 새롭게 서열을 정하느라고요. 어른들이 멈추게 해야 하는데 맞고 오느니 때리는 게 낫다며 방관하기 일쑤죠. 옳고, 그름을 배우지 못하는 게 요즘 아이들이에요. 일정 수위까지는 몰라서 그런다고 보거든요. LADY 가해자는 장난이라고 하고, 피해자는 폭력이라고 하잖아요. 이지연 언젠가 아이 팔에 잇자국이 선명하게 난 적이 있었어요. 게다가 그 주위로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더라고요. 너무 놀랐고 속상했죠. 가만있을 수 없어 학교에 찾아갔더니 우리 아이 팔을 깨문 가해 학생은 장난이었다고 말하더군요. 그 부모는 아예 이 상황을 모르고요. 제 입장에선 폭력이었고 속상했지만 모두가 장난이라고 말하는 그 상황에서 일을 더 끌고 가기가 어렵더라고요. 이민애 이른바 ‘선방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어요. 무조건 먼저 때린 놈이 나쁜 놈이고 가해자가 되는 거죠. 왕따 문제는 문제가 일어난 과정을 깡그리 무시하고 결과만을 본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봐요. 학교도, 가정도, 심지어 경찰까지도 말이에요.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어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고, 문제예요. 하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기도 해요. 양재연 제가 그런 경험이 있어요. 가해 학생의 부모로 불려갔는데, 정황은 우리 아이가 일방적으로 맞다가 방어한다고 한 대 친 것이 상대 학생 볼에 상처를 낸 거였죠. 그 해결 과정 속에서 저는 철저히 가해자 학생의 부모였어요. 볼에 상처가 난 아이가 우리 아이를 놀리고, 괴롭힌 것을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났지만 그 상처 앞에서 무조건 사과를 해야 했죠. 우리 아이가 무척 분해하면서 울더라고요. 이지연 “싫어!”, “그만해”라고 말했을 때 멈춘다면 그건 아이들 사이의 문제나 장난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에도 괴롭힘이 계속된다면 그 지점부터는 학교폭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민애 문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한 교육도, 또 그런 말을 들었으면 멈춰야 한다는 교육도 우리 아이들은 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어요. 그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 것 같아요. 난 가해 학생들이 장난이라고 말하는 것을 믿는 편이에요. 말이 논란의 소지가 좀 있긴 한데, 그만큼 가해 학생조차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거예요.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거죠. 왕따! 이유 없이 ‘그냥’ 시킨다는 요즘 아이들 LADY 가해자 입장의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더불어 어떤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약자인지도요. 이민애 큰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에요. 남녀공학에 합반이었어요. 반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은근히 외톨이가 된 여학생이 있었던 모양인데 아들 녀석이 무심하게 “너 왕따라며?” 한마디 던진 것이 화근이 됐어요. 그 여학생의 엄마에게 그날 저녁에 바로 전화가 왔어요. 크나큰 상처가 되었고, 왕따 사실을 몰랐는데 알게 됐다면서요. 아들이 보는 앞에서 최대한 정중하게 사과를 했어요. 아들 보란 듯이요. 그리고 아들에게 사과 편지를 쓰도록 했고요. 내심 아들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는데 전화를 받고 보니 속이 상하더라고요. 양재연 저는 피해, 가해 학생의 학부모 입장이 모두 돼봤어요. 어떤 입장이건 사과가 가장 우선인 것 같아요. 아이들 앞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교육적으로 매우 나쁜 것 같고요. 이지연 예전엔 왕따를 시키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예뻐서라든지, 공부를 잘해서라든지, 가난하거나 혹은 부자여서 잘난 척을 한다든지 말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이유가 없어요. 무조건 ‘그냥’이래요. 그래서 더 겁이 나요. 공부하는 기계로만 키우지, 감정이 있는 사람으로 키우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LADY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특정 브랜드의 점퍼로 나누는 계급화가 화제예요. 정말 그 점퍼가 아이들의 계급을 나누고 왕따의 빌미를 제공하나요? 양재연(43) 중학교 2학년 딸, 초등학교 4학년 아들, 유치원생 아들을 두고 있다. 양재연 딸아이가 이번 겨울을 겨울 점퍼나 코트 없이 교복 재킷 하나로 났어요. 그 점퍼를 사달라기에 안 된다고 했거든요. 멀쩡한 코트가 있는데 낭비할 수 없잖아요.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절대 동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다른 것을 입어 창피를 당하느니 아예 아무것도 입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이지연 아무리 추운 날에도 얇은 교복 재킷 하나만 입던 아이가 그 점퍼를 사주니 그건 입고 다니더라는 다른 엄마의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또 작년에 입었던 점퍼보다 더 높은 등급의 점퍼를 사주지 않으면 그것도 소위 ‘쪽팔려서’ 입지 못한다는 말도 들어봤어요. 이민애 사회가 병든 것 같아요. 교복 업체들의 교복값 담합 횡포가 심한데도 당하고만 있어요. 교복 내피나 원단의 색깔을 교묘하게 차별화해 아이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면서 아이들을 공략하거든요. 브랜드 교복이 아니면 부끄러워서 학교에 가서 재킷을 벗어놓지 못한대요. 브랜드 점퍼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학교 외부 인사로 전문 상담교사 배치 시급해 LADY 제일 궁금한 것을 묻고 싶어요. 아이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느 지점에서 행동에 나서시겠어요? 무엇부터 하시고요? 이민애 다양한 학부모 활동을 하다 보니 웬만한 일에는 내성이 좀 생긴 편이에요(웃음). 제 아이가 피해를 봤다고 할지라도 과정 속에서 한편으로는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감정적인 대처가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며 아이와 먼저 이야기를 할 거예요. 아이 말만 믿고 행동만 앞서는 부모들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 같아요. 피해자, 가해자 양쪽 모두가 해당되는 말이에요. 양재연 적어도 세 번 정도는 참으려고요. 다짜고짜 학교를 찾아가거나 교육청에 신고를 하는 방법은 좋지 못해요. 학교는 비밀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고, 가해자든 피해자든 달가워하지 않거든요. 또 상대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해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학교로 찾아가 선생님 합석하에 만나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어요. LADY 누구도 학교나 선생님을 제일 먼저 찾는 분은 없으시네요. 신뢰 회복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바라는 점이나 건의 사항이 있다면요? 이민애 입시제도가 변해야 해요. 지금은 오로지 성적, 성적, 성적하든요. 또 학교 안에 학교폭력을 전담하는 상담교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상담사는 안 되고요. 아이들이 어차피 똑같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외부 인사로 배치되어 아이들이 학교의 사람이 아닌, 나를 도와줄 객관적인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는 분 말이에요. 이지연 학교 인권조례안에도 나오거든요.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만이 능사라는 태도를 바꿨으면 해요. 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가해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강제성을 갖는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문제 학생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거든요. 양재연 문제가 있는 학급이나 학교에서 축구 프로그램 하나를 운영했을 뿐인데 문제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이런 일 있을 때마다 사진 찍기 좋은 전시 행정만 할 것이 아니라 당장 표가 나지 않더라도 동아리 활동이나 예술 활동, 체육이나 스포츠 경험을 쌓게 해줘 학교의 선 기능을 살려 나갔으면 좋겠어요. 학교만큼이나 학부모들도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해 학생만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문제 아이 뒤에는 반드시 문제 부모가 있게 마련이거든요. 내 아이가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다가가는 게 학부모로서 학교폭력을 대하는 기본자세라고 생각해요. <■글 / 강은진(프리랜서) ■사진 / 박동민>
- [학교폭력, 아이 지키기]학부모 진진연씨의 내 딸아이 왕따 극복기
- 2012. 02. 06 19:09 육아/교육
- 아들 바라는 집 막내딸로 태어나 시작부터 ‘미운 오리 새끼’ 신세를 면치 못했다. 중학교 시절, 친한 친구로부터 시작된 괴롭힘과 따돌림은 지독한 왕따의 상처를 남겼고 다섯 번의 자살 시도를 하게 했다.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된 후에도 조울증에 시달리며 자신의 아이를 학대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웃음치료사이자 자기사랑 운동가인 진진연씨의 과거 이야기다. 그러나 왕따의 피해는 그녀의 상처로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딸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왕따의 피해 학생에서 왕따 피해 학생의 엄마까지, 왕따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어낸 진진연씨가 대한민국 모든 학부모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니 부끄러워 자기사랑 운동가 진진연씨(41)는 정말 잘 웃었다. 목청을 드러내며 박장대소를 하지는 않지만 얼굴에서 싱글벙글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다. 학창 시절 지독한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다섯 번의 자살 시도를 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조울증으로 고통받으며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던 어두운 과거를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저는 밝고 긍정적으로 보여야 할 의무를 지닌 사람이에요. 절 바라보고 있을 많은 왕따 피해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절 때리고 괴롭히는 친구에게 ‘하지 마!’라는 말 한마디를 뱉어내지 못한 스스로를 경멸하며 살았어요. 부모님이 아시면 ‘따돌림이나 당하는 애’라며 절 부끄럽게 생각하실 것 같았고요. 왕따는 피해자에게서 살아야 할 이유를 서서히 지워버리는 무서운 학교폭력입니다.” 진진연씨에게 끔찍한 상처를 남긴 학교폭력은 친구의 사소한 시기에서 시작되었다. 모두가 원하는 학교 연극의 주인공으로 그녀가 발탁되자 이를 질투한 친구가 갑자기 왕따 가해자로 돌변해버린 것. 더구나 평소 친한 친구였다. “처음에는 담당 선생님에게 ‘주인공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라고 시키더군요. 전 시키는 대로 했고요. 그런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때부터였어요. 지독한 괴롭힘과 따돌림, 신체적인 폭력까지 시작됐어요. 선생님에게 ‘주인공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을 안 했으니 계속 주인공인 것 아니냐며 제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예요. 거짓말을 했으니 좀 맞아야 한대요. 그러면서 하루는 한 대, 그 다음날은 두 대 이런 식으로 절 때렸어요.” 패거리를 만들어 때렸다고 한다. 하루에 한 대라고 가해 주동자 학생만 때린 것이 아니라 패거리 전체 학생들이 모두 한 대씩 때린 것이다. 패거리가 다섯 명이면 다섯 대, 패거리가 일곱 명이면 일곱 대가 되는 셈이다. 마음이 약하거나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때리지 못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때리지 못하면 그 친구도 그녀처럼 맞게 되고, 왕따가 됐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웃을 참이면 ‘웃지 말라’는 음악 시간에 다 함께 노래를 부를 참이면 ‘조용히 입 닥치라’는 쪽지가 전달됐다. 그 무렵 그녀는 첫 자살 시도를 했다. 내 딸도 당하다니 “처음 딸아이가 왕따 사실을 털어놓는데 정말… 눈앞이 하얘지더라고요. 너무 충격적이어서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학교폭력으로 고통받아온 아이에게 부모의 첫 반응은 정말 중요하답니다. 자신에게 실망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여기거든요. 저는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딸 아이를 꼭 안아주었어요.” 어느 날 중학교에 다니던 딸이 할 말이 있다며 엄마 진진연씨를 불렀다. 딸의 어두운 표정을 보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친한 무리였던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고백이었다. 방학은 방학답게 다른 경험도 해보는 것이 좋다며 방학 보충수업에 참여시키지 않은 것이 빌미가 되었다. 개학 후 가해자 아이들은 똘똘 뭉쳐 딸을 괴롭힌 것이다. “딸아이를 충분히 안심시킨 후 어떻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지 털어놓도록 했어요. 자신의 미니홈피를 보여주더군요. 온갖 욕설을 지속적으로 써놓았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딸아이의 칫솔을 더러운 바닥에 문질러놓고는 딸아이가 양치하도록 했고, 냄새가 난다며 책상을 밀어버리기도 했다는 거예요. 너무 속이 상하고 가슴이 아파서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꼬박 사흘을 못 잤어요. 나중엔 입 안이 다 헐더라고요.” 왕따 사실을 털어놓은 진진연씨의 딸은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다. 진진연 씨가 왕따라는 학교폭력을 처음 당한 것도 중학교 2학년 때였다. 2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또다시 똑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자신이 당했을 때보다 딸이 당한 것이 훨씬 아팠다. 운명의 장난 같았다. 중학생 진진연은 그저 당하고 있었지만 엄마 진진연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건 부모밖에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따라는 학교폭력을 당하면 학생도, 학부모도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몰라요. 학교가, 국가가 그 역할을 전혀 못하고요. 현실이 그래요. 무작정 학교를 찾아가거나, 가해 학생 부모를 만나지 않았어요. 섣불리 나섰다간 아이만 더 곤경에 처하거든요. 우선 증거 자료를 모았어요. 아이에게 편하게 일기 쓰듯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쓰게 했고, 미니홈피에 써놓은 욕설이나 협박 등을 일일이, 하나하나 캡처했어요.” 모든 준비가 끝나고서야 가해 학생의 부모를 만났다. 그리고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고 함께 해결해가길 청했다. 왕따는 학교 폭력, 엄연한 범죄이다 ‘별일 아닌 것 가지고 소란을 피운다’, ‘애 좀 똑바로 키워라’, ‘애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가해 부모들의 반응은 이랬다. 심지어 어떤 가해 학생의 엄마는 진진연씨의 딸에게 “대수롭지 않은 일에 징징 운다며, 좀 강해지라”는 훈수까지 두었다고 한다. 이런 가해자 학부모들의 반응은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다시금 상처가 된다. “손이 바르르 떨리더라고요. 가해 학생도 어찌 보면 내 아들, 딸 같은 아이들인데, 가해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겨버리게 되는 것 아닐까 내심 걱정도 있었어요. 증거 자료를 내놓자… 그제야 비로소 태도가 바뀌더군요. 어떤 부모는 증거 자료를 보고나서야 ‘커피라도 드시겠냐’며 차를 내오더군요.” 진진연씨는 학교 담임선생님의 도움까지 받아 딸을 학교폭력으로부터 지켜냈으며, 문제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평소 불신을 가지고 있었던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생각이 바뀔 정도로 담임선생님은 중재자로서 역할을 잘해주었다고. “직접 현장에서 보면 가해 학생 부모들의 강짜와 협박은 상상 이상이랍니다. 힘없고, 여린 부모님들은 견뎌내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학교와 선생님은 신뢰를 잃었고요. 아이의 왕따 피해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를 안정시키고, 증거 자료를 모으세요. 선생님 앞이든, 경찰 앞이든 그저 말로는 해서는 되레 당하기 십상입니다.” 진진연씨는 인식의 변화를 무엇보다 강조했다. 집단 따돌림은 아이들의 사소한 불화가 아니고 학교 폭력이라고. 그것은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의 변화만이 아이들을 멈추게 하고, 부모들이 바뀌며, 학교와 정부, 사회 전체를 달라지게 만든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말해주세요. 왕따는 더 이상 숨기면서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고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하라고요. 아이들이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신뢰만이라도 우리 어른들이 줄 수 있다면 많은 불행들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여운이 짙은 마지막 말이다. <■글 / 강은진(프리랜서) ■사진 / 박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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