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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362 건 검색)

[2024 경향포럼]“한국사회는 ‘소금 만드는 맷돌’···승자독식 아닌 ‘초협력’ 필요”
[2024 경향포럼]“한국사회는 ‘소금 만드는 맷돌’···승자독식 아닌 ‘초협력’ 필요”
2024. 06. 26 16:45사회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경향포럼>에서 ‘분열을 넘어, 화합과 상생으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세번째 세션 ‘분열을 넘어,...
[이진송의 아니 근데]요즘 한국사회를 휩쓰는 뜨거운 담론 - ‘도파민’과 ‘저속 노화’
[이진송의 아니 근데]요즘 한국사회를 휩쓰는 뜨거운 담론 - ‘도파민’과 ‘저속 노화’
2024. 02. 29 06:00문화
쾌락과 속도에 중독된 세상…더, 더, 더 갈증에 ‘해독제’는 없나 노화 연구자인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운데)가 지난해 7월 tvN 예능 <유퀴즈 온더 블록>에 출연해 ‘노화를 늦추는...
이진송의 아니 근데
‘견리망의’…곳곳에서 뒷걸음질한 한국사회
‘견리망의’…곳곳에서 뒷걸음질한 한국사회
2023. 12. 18 07:00사회
... 뜻도 된다. 각자 자신의 이익찾기에 급급해 의로움을 버리는 사회. 교수들이 바라본 올 한해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의 현상이...
한국사회, 북한이탈주민 포용 낮아졌다
한국사회, 북한이탈주민 포용 낮아졌다
2023. 12. 15 16:29경제
소수자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북한이탈주민이 한국 사회에서 융화되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이 북한이탈주민에게 느끼는 감정의 거리는 외국인보다 멀었고, 북한이탈주민을 직장 동료로...

스포츠경향(총 20 건 검색)

스트레스 많은 한국사회, 증가하는 심근경색
스트레스 많은 한국사회, 증가하는 심근경색
2024. 12. 04 16:17 생활
스트레스는 건강을 해치는 주범 중 하나로 특히 심혈관 질환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혈압 상승, 혈당 변화 등을 유발하고 동맥경화를 일으켜 심근경색 발생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와함께 요즘 같은 초겨울에는 일교차로 인한 기온 변화로 혈관 수축, 혈압 상승으로 갑자기 가슴 통증을 일으키는 등 심근경색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다. 특히 돌연사 주범인 급성심근경색증은 심장으로 향하는 혈류가 차단되어 심장 근육에 치명적 손상을 일으켜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간 급성 심근경색증 진료 추이를 살펴보면 진료 인원은 2019년 약 11만9000명에서 2023년 약 13만9000명으로 약 16.8% 증가했다. 통계청의 2022년 사망원인통계에서도 급성 심근경색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자는 총 1만4739명으로 집계됐다. 스크레스가 쌓이면 신체적, 정신적 피로도가 높아지고 면역력도 떨어진다. 스트레스와 서구화된 식습관, 흡연 등 원인으로 국내 심장질환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급성 심근경색 환자도 20대부터 중년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증가 추세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순환기내과 최규영 전문의는 “급성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완전히 막혀 혈액이 통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장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심장 근육이 손상돼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급성 심근경색은 초기 사망률이 40%로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해도 병원 내 사망률이 5~10%에 이른다.급성 심근경색의 대표적인 전조증상은 흉통이다. 가슴을 조이거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는데, 통증이 10분 이상 지속되면 참지 말고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통증이 심해지면 목, 턱, 어깨, 왼쪽 팔로 뻗치기도 하며 안색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병증이 많이 진행되면 심장 기능 저하로 호흡곤란과 심한 부정맥을 유발해 심장마비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심근경색 치료의 관건은 시간으로 빨리 치료할수록 심장 근육을 더 많이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혈액 공급이 끊긴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 근육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어서 가능한 빨리 막힌 혈관을 뚫어줘야 하며 증상 발현 시 비교적 빠르게 병원을 찾았다면 약물치료와 시술 치료를 시도한다. 최규영 전문의는 “약물치료는 항혈소판제, 항응고제, 항협심증 약제, 동맥경화 억제 및 지질강하제, 재형성 예방 약제 등을 환자의 상태에 맞춰 처방하며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치료법은 응급 관상동맥 중재시술로 풍선확장술과 스텐트 삽입술로 막힌 혈관을 신속하게 넓혀준다”고 말했다. 심근경색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규칙적인 가벼운 운동과 충분한 수면은 스트레스 해소의 기본이다. 금주, 금연 그리고 충분한 수분 섭취도 해줘야 한다. 또한 육류나 튀김 등 기름진 음식과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지양하고 저염식 식단과 섬유소 및 단백질이 풍부한 채소, 과일, 콩 등을 섭취하는 등 식생활 개선도 필요하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2024년 ‘코세아 대학생 기자단 4기’ 모집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2024년 ‘코세아 대학생 기자단 4기’ 모집
2024. 06. 20 14:40 생활
사진제공|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2024년 코세아 대학생 기자단 4기’를 공개 모집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따뜻한 공동체사회의 주역, 사회적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코세아 기자단’은 진흥원의 대표 기자단으로 사회적기업 및 사회적가치를 쉽고 재밌는 콘텐츠로 풀어내는 대학생 기자단이다. 기자단 접수기간은 6월 23일까지이며, 대학생(휴학생 포함)이라면 누구나 공식 홈페이지 통해 지원 가능하다. 최종 합격자는 오는 6월 26일 공식 소셜미디어(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발표된다. 코세아 대학생 기자단 4기는 2024년 7월부터 약 5개월 동안 사회적기업 관련 홍보 취재, 블로그 포스팅 및 카드뉴스 제작, 현장 프로그램 참여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또한 기자단에게는 다양한 활동혜택이 제공된다. 임명장, 수료증, 기념품 뿐 아니라, 매월 필수 미션 1건당 10만원의 활동비와 월별 우수 기자 추가 활동비가 지급된다. 뿐만 아니라 최종 우수 기자단에게는 총 180만원의 우승 상금(1등(1명) 상금 100만 원, 2등(1명) 상금 50만 원, 3등(1명) 상금 30만 원)을 지급한다. 기자단 모집과 활동 관련된 더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 ‘코세아 기자단 운영사무국’을 통해 문의할 수 있다.
한국마사회, 함께일하는재단-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로컬(농어촌지역) 활성화 지원사업’ 기금전달식
한국마사회, 함께일하는재단-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로컬(농어촌지역) 활성화 지원사업’ 기금전달식
2023. 10. 22 17:28 생활
농어촌 지역 활성화 사회적경제기업 4개사 지원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와 함께일하는재단(이사장 이세중),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원장 정현곤)이 함께 추진한 “2023년도 로컬(농어촌지역) 활성화 지원사업”(이하 지원사업)에 선정된 4개 기업에 프로젝트 사업비를 전달하는 기금전달식이 19일 오후 함께일하는재단 교육장에서 개최됐다. 지원사업에 선정된 기업은 총 4개사로, 친환경 반려동물 식품사업의 ‘주식회사 다정한마켓’, 취약계층 농어촌 관광사업의 ‘주식회사 무빙트립’, 토종곡물 활용 상품 및 문화사업의 ‘증안리약초마을 협동조합’, 농촌지역 아동 대상 찾아가는 언어·심리 서비스사업의 ‘혜봄언어심리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선정기업은 최대 2500만 원의 프로젝트 사업비는 물론 1:1전문 컨설팅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받게 된다. 19일 열린 기금전달식 행사장에는 한국마사회 및 관계기관 주요 인사, 최종 선정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기금전달식 이후에는 선정기업 대상 네트워킹 시간과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되었다. 선정기업인 ‘주식회사 다정한마켓’의 박민수 대표는 “버려지는 농산물을 활용한 반려동물 건강식품 개발을 통해 농업 폐기물 감소와 농가의 안정적 소득 창출에 더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농어촌 지역과의 지속적인 협력과 소통을 약속했다. 사업을 주최한 한국마사회 사회공헌사업 담당자는 “농어촌지역의 지속 가능한 번영과 사회 발전은 우리의 공동 목표”라고 밝히며, “이 사업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서, 농어촌 지역사회의 생명력을 끌어올리고, 지역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세훈의 스포츠IN] 패럴림픽과 대선이 한국사회에 던진 질문
[김세훈의 스포츠IN] 패럴림픽과 대선이 한국사회에 던진 질문
2022. 03. 13 10:17 축구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이 끝났다. 우리는 패럴림픽 선수들을 “영웅”이라고 말한다. “비장애인 올림픽은 메달을 따야 영웅이 되지만 패럴림픽 선수들은 모두 영웅”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우리가 진정으로 그들을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을 늘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장애인 스포츠계는 패럴림픽을 이렇게 표현한다. “2,4년 간 쌓은 마일리지를 10일 동안 다 쓰고 남은 시간을 투명인간으로 사는 것”이라고.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는 지난 도쿄패럴림픽부터 ‘WeThe15’ 캠페인을 하고 있다. 전세계 15%, 즉 12억명이 장애인이라는 의미다. 통상적인 장애인 비율은 10%인데 왜 15%라고 했을까. 고혈압, 당뇨, 우울증, 노화까지 포함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은 모두 ‘진행성 장애’를 가졌다는 뜻이다. 사회 안전망·복지 시스템 구축이 지금 장애를 가졌거나, 미래에 장애를 가질 나 자신을 위한 투자인 셈이다. 우리 사회는 젠더, 종교, 피부, 국적, 성취향 등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 차별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게 장애다. 장애는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애인을 보호대상으로만 봐왔다.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 에스컬레이터 승강기, 휠체어 통로를 종종 접한다. 장애인 시설을 따로 만들기보다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대형마트에 설치된 긴 에스컬레이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동할 수 있는 넓고 완만한 통로가 좋은 예다. 많은 건설비용과 공간 차지는 문제가 안된다. 돈을 더 쓰고 공간을 더 확보하면 된다. 유럽 몇몇 나라에서는 마트 계산원 좌식 근무, 버스 바닥과 보도 바닥 높이 통일을 법제화했다. 장애인이 차별 없이 비장애인와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는 조치다. 생활밀착형 약자중심 환경을 조성한다며 장애인 특화시설을 따로 만드는 게 또다른 차별, 생색내기가 돼 장애인에게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낸 행사가 최근 두 차례 있었다. 패럴림픽과 함께 대선이다. 대선 후보들은 장애인 정책을 내놓았다. 관련 행사 때 장애인 국회의원이 누군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다. 장애인은 다른 사람이 휠체어를 밀어주는 걸 싫어한다. 남의 도움을 받고 장애인 국회의원이 등장한 장면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존중이 아닌 보호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대선도, 패럴림픽도 끝났다. 패럴림픽과 대선은 우리 사회에 큰 질문을 던진다. “장애인들이 뭘 잘 하는지, 사회가 관심을 갖고 알아보려고는 했나.” 패럴림픽 선수들은 귀국해 일상으로 돌아간다. 장애인 학습, 노동, 취업, 일상 등에서 사회가 해야할 일이 많다. 장애인을 친구처럼, 이웃처럼, 너무 동정하지도, 너무 과장하지도 않고, 티나지 않고 꾸준히 챙기는 쪽으로 의식을 전환하는 게 밀린 숙제를 푸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패럴림픽

주간경향(총 53 건 검색)

[김유찬의 실용재정](27)깨어진 균형의 한국사회(2023. 07. 28 11:06)
2023. 07. 28 11:06 경제
주거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8월 22일 서울시의회 앞 광화문시민분향소에서 폭우참사 희생자 추모 기자회견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사회가 불평등해지면 사회갈등이 증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회 경제성장의 속도도 늦어진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이후 사람들이 공유하게 된 신지식이다. 여야의 보수정치인과 경제관료들 그리고 많은 이의 두뇌 속에는 그러나 경제성장과 분배가 서로 상충되는 개념인 것처럼 여기는 사고방식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한 정도에 대한 국가 비교에서 한국은 미국과 함께 최고 상층부에 속한다. 우리 사회의 심한 불평등은 어디에서 연유된 걸까.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가난한 나라에서 자산의 가장 중요한 항목이었던 토지가 사람들에게 분배됐으니 불평등의 기원을 그 시기나 그 이전에서 찾기는 어렵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빠른 성장을 위해 자본축적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불평등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사교육 투자 한국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제 수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경제발전과 함께 자본축적도 이뤘다. 수출을 통한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돼 순자본수출국에 속한 지도 오래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말 대외금융자산은 2조1271억달러, 대외금융부채는 1조3805억달러로 해외에 투자된 국내자본이 국내에 투자된 해외자본을 능가하는 수준이 7466억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규모의 자본을 해외에 순수출하는 나라라면 자본축적이 더 이상 경제발전의 관건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자본이 희소한 생산요소가 아닌 이상 그에 대한 가격인 자본재 비용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부족하고 더 희소한 자원인 노동력에 대한 대가는 반대로 높아지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사회 불평등이 완만하게나마 해소돼 가는 것이 경제 이치로도 자연스럽다. 꽤 오래된 자본수출국이므로 지나간 시기 자본축적의 필요성에 의해 방치됐던 불평등은 이미 어느 정도 해소됐어야 한다. 왜 그렇지 못했을까. 경제의 불평등을 줄여주는 움직임이 한국의 경제체계 내에서는 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한번 형성된 세력은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 습성이 있다. 초기에 형성된 자본에 대한 정부의 엄청난 지원과 노동자들의 희생은 한국에 공고한 재벌세력을 만들었다. 이들은 시간이 흐르며 선거에 의해 교체되는 정치권력을 자연스럽게 능가하기 시작했다. 경제권력은 기존의 발전방식과 성장으로부터의 독점적 혜택을 유지하고자 했고, 경제정책을 움직이는 정치권력은 이에 봉사하는 위치로 전락했다. 언론과 학계조차 기생세력화됐다. 재벌에게만 유리한 경제정책을 투입하고, 기업과 자본계층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조세와 재정정책을 채택한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렇게 유지되는 불평등은 많은 이들의 고통, 경제발전에서 중하위계층의 차별과 제외, 전체 경제에는 성장의 저해를 의미한다.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다. 이를 위해선 긴 여정의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열정과 집단지성을 필요로 한다. 한국사회에는 불평등 구조가 공고해지면서 병행해 고착화한 두 가지 사회현상이 있다. 과다한 수도권 집중과 병적인 사교육 투자가 그것이다. 두 가지 사회현상과 관련해 개인들이 처한 상황과 이해관계도 상이하기에 시민들의 문제의식이 좀처럼 한곳으로 모이지 않는다. 해결책에 대한 소통을 어렵게 하는 배경이다. 한국사회의 깨져버린 균형이다. 외국인들에게는 매우 기이한 현상으로 보일 것이다. 국토 대부분이 저발전 단계에 방치된 상태에서 인구의 역동적인 절반이 좁은 수도권 영역에서 주거와 생업의 고비용을 감수하며 살아간다. 국민은 또한 교통혼잡비용과 제한적 여가생활의 고통을 감내하며 어렵게 지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정체가 오래 유지된다는 건 거대한 비용을 초래하므로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인구 및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은 국민의 자산(부동산) 쏠림현상의 원인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비생산적인 부동산투자로의 자원 쏠림은 효율성을 심하게 훼손한다. 결과적으로 전체 경제의 성장과 개인의 평균적인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최근 국가전략산업이 강조되자 국가가 용인 반도체단지 조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미 국제경쟁력을 갖췄고, 수십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가진 업계에 국가가 나서서 더 특혜를 주겠다는 것도 논리가 없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반도체에 대한 지원이 왜 꼭 수도권이어야 하는가 말이다. 업계에서 인력수급의 문제, 외국인 투자의 문제 등을 거론하겠지만 정부는 파주, 마곡단지 등에서도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이미 많은 후퇴를 했다. 용인까지도 반도체산업에 필요한 팹리스 인력이 가기는 어렵다고 혹자는 말한다. 무엇이 과연 더 중요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반도체단지 조성도 중요한 경제적 목표이겠으나, 국토의 장기적 균형발전이 더 중요하다. 이를 후순위로 두는 건 사안의 경중에 대한 심각한 판단의 오류에 해당한다. 개인 삶을 궁핍하게 하는 것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 문제도 심각하다. 부모들의 소득에서 자녀 사교육비로 나가는 비중이 매우 높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저출생의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노후소득보장을 어렵게 해 부동산투자에 목을 매달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문제는 이 나라에서 행해지는 사교육이 개인의 인적자원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투자효율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사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지 못하는 저소득계층의 자녀들을 입시에서 배제하는 단기적인 목적에서 효율성이 존재할 뿐이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중에서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고교 출신 비중이 현저하게 높아졌다. 이는 불평등한 방향으로의 사회변화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특정 대학에서 수학한 연고를 가진 집단이 끌어주기를 통해 사회적 세력을 더 공고히 한다. 그만큼 학력 사회의 병폐는 뿌리가 깊다. 대학입시제도는 2~3년을 가지 못하고 바뀌며, 제도 시행의 기술적인 실수가 정권에 대한 민심의 평가까지 큰 폭으로 좌우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수도권 집중과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의 근저에는 개인들의 경쟁심리와 욕구도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개인들의 선택은 대체로 방어적으로 이뤄진다. 수도권에 거주하거나 투자하지 않으면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뒤처지게 된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실제로 과거 수십 년 한국사회의 변화가 충분한 경험적 근거를 제공한 상황이다. 좋은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면 취업 등에서 불리하다는 점도 현실이다. 이에 따른 방어기제로 발휘되는 개인의 선택이 불균형을 더 심화시키면서 다시 부메랑이 돼 개인들의 삶을 어렵고 궁핍하게 만들고 있다. 속히 빠져나가야 하는 국가 사회적 함정이다.
김유찬의 실용재정
[박이대승의 소수관점](22)‘돈의 논리’에 빠진 한국사회(2023. 02. 03 11:25)
2023. 02. 03 11:25 사회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한국에서는 하루건너 사건 사고가 터지고, 언론과 여론은 현재를 따라가기에 바쁘다. 과거는 곧 잊히고, 미래를 내다볼 여유는 없다. 가끔 제 자리에 멈추어 현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미 알려진 사실 몇 가지를 재확인하자. 한국은 살 만한 곳인가? 한국 경제는 급속히 성장해왔다. GDP는 세계 10위권에 근접했고, 1인당 GDP는 2000년에 비해 세 배 가까이 올라 유럽연합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은 말 그대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OECD 최신 통계를 보면,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38개국 중 34위다. 사회 보장에 관한 지표도 대체로 낮은 수준이다. 빈곤율은 높은 편이고, 특히 노인빈곤율은 가입국 중 가장 높다. 소득 불평등(지니 계수)도 큰 편에 속한다. 성별 임금 격차는 지난 30년간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OECD 가입국 중 독일에 이어 두 번째이고, 성차별 정도를 나타내는 사회 제도와 젠더 지수(SIGI)도 높은 편이다. 산재 사망률은 가입국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부상, 질병, 장애로 일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한 공공 지출은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심각하다. 안정적 노동과 불안정 노동의 분리는 일반적이지만, 한국처럼 사회문화적 신분제마냥 작동하는 곳을 찾기는 어렵다. 자살률은 압도적 1위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 이후로 0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OECD가 제공하는 1960년 이후 통계에서 합계출산율 1.0 이하를 기록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의 사회적 지표가 나쁘다는 사실은 전혀 새롭지 않다. 주목해야 할 것은 통계 수치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한국사회의 반응이다. 한편에는 이런 지표의 의미에 무관심한 이들이 있다. 해외에 나가보니 한국만큼 안전하고 편리하고 살기 좋은 곳이 없더라는 사람을 종종 본다. 상당한 자산 또는 안정적 소득이 있는 사람, 차별의 경험과 거리가 먼 사람은 한국의 현실을 굳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성, 빈곤 노인, 장애인, 아픈 사람, 비정규직 노동자 등에게 한국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더구나 이 사회에는 일종의 ‘추락 지점’이 존재해서, 그곳을 지나면 나락으로 떨어져 빚의 올가미에 잡혀버린다. 다른 한편에는 한국사회의 문제를 오로지 ‘돈의 논리’로 이해하는 이들이 있다. 앞서 나열한 지표는 사회 보장 강화와 노동시장 개편을 요구하지만, 이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별로 없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부터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성장까지 사회적 삶의 문제는 ‘경제’와 ‘성장’이라는 박정희식 패러다임으로 환원된다. 과거 진보정당이 주장했던 무상교육, 무상의료와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기본소득도 돈의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회 보장 강화=국가가 돈 많이 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는 정치인뿐 아니라 다수 시민의 기본 인식이기도 하다. 돈으로 환산 가능한 이익과 혜택이 사회 보장을 평가하는 첫 번째 척도로 작동한다. 사회 서비스 영역 강화, 사회적 시민성과 권리에 기초한 사회 정책, 노동시장과 사회 보장의 통합체로서의 복지국가 등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2021년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조사 대상 17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인만이 물질적 행복을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로 선택했다고 한다. 이는 가족, 건강, 사회, 직업 등을 선택한 다른 나라와 분명히 대비된다. 이 결과가 단순히 ‘한국인은 돈에 집착한다’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 ‘돈이야말로 삶의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믿음이 반영된 결과 아닐까. 국가의 존재 이유는 부자 나라가 되는 것이고, 개인의 첫 번째 목표도 부자가 되는 것이다. 돈이 많아지는 것이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된다. 사회적 재생산의 중단 돈의 논리에 따르면 자신에게 얼마짜리 이익이 돌아오는지가 삶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럼 굳이 사회 보장을 지지할 이유가 사라진다. 나에게 이익이 될지 불이익이 될지 불확실하고, 자신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한국종합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혜택을 줄여야 한다”에 대한 찬성 의견이 크게 늘었다. 최근 몇 년간 대중의 여론을 주도한 것은 사회 보장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 개인의 자산과 소득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믿음이었다. ‘공정’에 대한 요구는 그 믿음을 실현하기 위한 공정한 규칙을 마련하라는 의미였다. 돈이 많아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한심한 착각이다. 다른 문제는 돈으로 대충 틀어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인구 감소는 해결하지 못한다. 그동안 수백조원을 쏟아부었다는 저출생 대책은 목적부터 불분명하다. ‘애 낳으면 돈을 주겠다’는 수준으로 시행되는 정책도 적지 않다. 전례 없는 0점대 합계출산율은 한국이 인간을 낳고 기를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국가 경제가 성장하고 나 개인이 부자가 돼도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는 돈의 논리와는 전혀 다른 논리와 가치를 요구한다. 주거는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아니고, 노동과 고용은 소득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다. 한국사회는 아직도 인간적 삶의 기본 조건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시작하지 못했다. 각자도생은 현 상황을 표현하기에 너무 부족한 말이다. 공동체가 무너져 개인이 각자 살길을 모색하는 것인가, 혹은 자산과 소득 증가만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개인은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이기적 존재가 아니라 부자가 되는 것 말고는 삶의 다른 방식을 상상할 수 없는 강박적 존재에 가깝다. 이들은 자신이 경제적 삶에 몰두할 뿐,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가 어떠해야 할지는 생각하지 못한다. 결국 사회는 재생산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여기저기서 점진적 소멸이 시작되고 있다. 물론 소멸의 영향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제 그나마 나은 곳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이번에도 부자가 되는 것이 승리를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선택될 것이다. 한국사회가 부자 되기의 강박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자기 소멸이라는 정해진 미래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윤석열·최재형 출마? 한국사회 공직윤리 무너진 것”(2021. 06. 25 16:21)
2021. 06. 25 16:21 정치
ㆍ대선 도전 선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 인터뷰 최문순 강원도지사(65)는 지난 6월 3일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대권주자가 될 수 있을까. 우선 통과해야 하는 것은 여당 내 당내 경선이다. 1차로 걸러지는 6명 중 한명으로 남아야 한다. 대권 도전 선언 후 그가 강조하는 것은 ‘메기론’이다. 수조차 안의 메기처럼 여권 경선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6월 21일 국회 앞에서 그를 만나 대권에 도전하게 된 이유, 그리고 정치권 현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6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틀 전인 6월 18일 국회에서 최 원장이 ‘거취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 답변이나, 일부 보수매체에서 최 원장이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기사만으로 사퇴를 요구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는데요. “적어도 공직에 있을 때는 ‘정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아니라고 딱 잘라 이야기해야 합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저도 그래요. 출마하기 전까지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아니라고 부인해야 합니다. 그게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인 겁니다. 그런데 거기에 모호하게 답변하는 건 하겠다는 뜻이거든요. 정치하겠다며 그 자리에서 여전히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저도 여기 올 때는 휴가를 내고 옵니다.” -아, 그런가요. “선거 관련해 올 때는 휴가를 내서 오고, 차도 공용차를 쓰지 않고 사람도 엄격하게 분리합니다. 저런 식으로 정치적인 입장을 가진 채 그렇게 앉아 있으면 안 되는 거죠. 그렇게 이야기하려면 그 자리에서 그만둬야지요.” -예전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비슷한 답변을 했죠.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행위죠.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를 아주 전형적으로, 적나라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람이 윤석열입니다. 그리고 곧이어 최재형 원장이 하고 있는 거고요. 있을 수 없는 일들입니다. 제가 만약 도지사 직책을 이용해 정치적 활동을 한다면 훨씬 이상해져요. 도지사는 행정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저 사람들은 사법권력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윤리의식, 정치윤리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인 것 같습니다.” -최근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은 안 된다’고 한 발언도. “그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거꾸로 현역 지자체장으로서 정치문제에 개입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언론인터뷰에 응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괜찮습니다. 나는 당적을 가진 사람이고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직과 분리해 정치활동을 하도록 돼 있는 거죠. 윤석열이나 최재형 같은 분들은 그 정신을 조금도 존중하지 않고 있는 거죠.” -게다가 그분들은 선출직이 아니고 임명직이니까…. “감사원법 제10조를 보면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임명하되 해임할 수 없게 돼 있어요. 그 특권을 이용해 정치를 하고 있는 거죠.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특권을 정치에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그건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봅니다. 언론이 사실 이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 사람이 언제 출마하느니 그런 것만 쓰고 있으니….” 최 지사는 언론인 출신이다. MBC에 1984년 입사해 오랫동안 사회부 기자로서 9시 뉴스 ‘카메라 출동’을 담당했다. 언론노조 초대 위원장을 맡은 뒤 다시 문화방송 사장,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역임한 뒤 강원도지사에 출마해 3선을 기록하고 있다. -재선 때까지 ‘감자 지사’, ‘SNS에서 도루묵을 파는 지사’로 유명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메기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출마로 민주당 경선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요. 어쨌든 메기 역할을 그렇게 하다 보면 당선도 될 수 있다, 그렇게 계획을 잡고 있는 겁니까. “그렇죠. 마라톤에서도 페이스메이커가 선수들을 끌고 뛰다가 시원찮으면 자기가 골인하는 거죠. 실제 그런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페이스메이커> 영화에서도 그랬죠. “네. 그렇죠.” -그렇게 될 거라고 보세요. “그렇게 해야지요. 하하하.” -현실적으론 이게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반대하는 나머지 빅 2, 이낙연과 정세균의 대리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인식되는 면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당 지도부에 ‘경선일정 연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고 총대를 메셨던 것도. “그게 사실이죠. 그래도 아직은 너무 초반이고 아직도 레이스가 길게 남아 있습니다. 마라톤으로 치면 이제 막 스타트한 상태인데요. 저는 가장 늦게 훈련 없이 이제 막 들어와 몸을 푸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하. 지역에 오래 내려가 있다 보니 감도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뿐 아니라 전부 다 시작점에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일로 서울에 오면 휴가를 쓴다고 했는데, 그러면 1주일에 며칠을 올라와 있는 겁니까. “출마 선언 후 2주쯤 됐는데, 지금까지 나흘 휴가를 썼습니다. 지금부터는 더 쓰려고 합니다.” -출마 선언을 보니까 ‘불공정·불평등·빈부격차 해소, 청년을 사랑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를 가장 큰 주제로 삼고, 취업사회책임제, 이게 아마 핵심 공약인 것 같습니다. 일단 강원형이라는 이름을 붙인 걸 보니 이미 강원도에서는 실험을 몇차례 한 거고요. “그렇습니다.” -대통령선거와 상관없이 강원도에서 첫 시작한 것을 비슷한 다른 시도에서도 받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받아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안 받아주나요. “홍남기 부총리하고 만날 약속을 잡았는데, 기존의 일자리·저출산 예산을 보면 하나도 작동하지 않으면서 어마어마한 돈을 쓰는, 그런 예산들이 있습니다. 그 틀을 확 바꾸는 거죠. 그런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이해관계자들도 다 있고 하니 결단을 내리는 데 주저하는 거죠. 그런데 지금 우리 청년들을 보면 절규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지 벌써 한 20~30년이 됐습니다. 그걸 우리가 대담하게 바꿔 청년들이 원하는 바를 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 솔루션을 부분적으로나마 찾았다고 우리는 봅니다. 대선까지 기다려 다음 정권 출범해서 하자는 게 아니라 바로 하자,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하는 거죠.” -실업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임금에 도가 100만원씩 보조해주는 방식인데, 언제까지 보조합니까. “1년간입니다. 정규직일 경우.” -비정규직은 해당 안 되나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해당됩니다. 그러면 나머지 임금만 그 회사에서 주는 거죠. 이게 반응이 굉장히 폭발적입니다. 예산을 1만명까지만 짰는데, 1만7000명이 단번에 모집됐습니다. 강원도의 인구가 많지 않아 실업자 수가 2만1000명입니다. 그걸 다 하면 상당수 실업이 해소됩니다. 기업들도 좋아하고 취업준비생도 좋아하고….” -1년이 지나면 또 어떻게 됩니까. “내년에요? 1년이 지나면 그때 또 시행합니다. 그러면 직장에서 이탈한 사람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분들을 상대로 또 합니다. 아마 올해보다 훨씬 줄어들겠죠. 그리고 그다음에 또 합니다. 매년 이렇게 하는 거죠.” -1만7000명 모집해 100만원씩 지급하는 것은 정규직을 전제로 하는 거죠. “정규직만 합니다. 그래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람들도 그중 700명 넘게 있습니다.” -그러면 100만원씩 강원도에서 추가로 지급하는 거고요. “네.” -복지 관련 논쟁에서 복지비용의 비탄력성 문제가 이야기됩니다. 이 경우는 어떻습니까. “외국에서 보면 복지나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우파, 그리고 잡개런티, 일자리 보장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좌파로 분류하는데 우리는 이게 뒤섞여 전부 우파들의 정책들만 이야기되고 있는 겁니다. 청년들은 이것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엿한 일자리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하는 거죠. 그러니까 정부로부터 돈 몇푼 받아 놀고자 하는 것이 아닌데, 우리 정책이 잘못된 겁니다. 대선주자들이나 정부 관료들 모두 이런 식으로 정책을 내고 있습니다. 나는 잡개런티, 일자리 보장제가 아니라 책임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의 모든 제도를 잡개런티 제도로 바꿔야 합니다. 예컨대 금융권이 대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고용약속을 받아 대출이자를 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환경차 보조금 같은 걸 줄 때 규제완화도 잡개런티를 조건으로 내걸어야 합니다. 요컨대 국가의 모든 제도를 싹 뜯어고쳐 고용국가를 만들자는 겁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실업자 수가 110만명인데, 그렇게 되면 실업자는 몇년 안에 다 없애고 완전고용상태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기본소득을 말하는 분들은 변화된 노동의 조건, 새로운 기술, 로봇. 이런 걸 말하는데.” -4차 산업혁명 같은 것 말이죠? “로봇세를 도입하자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다 거짓말입니다. 신자유주의에 우리가 속았듯 아주 그럴듯하게 들리는 거짓말입니다. 예를 들어 날씨예측 같은 경우 AI 알고리즘이 하는 거죠. 로봇같이 앞에 나와 있는 하드웨어에는 작게 세금을 매길 수 있지만, 알고리즘에는 세금을 매길 수 없어요. 주체가 딱 없는 거죠. 그래서 속임수라는 겁니다. 기본소득도 그중 하나이고요. 로봇을 쓰고 사람을 자르되, 자르면 소비가 안 일어나니까 기본소득을 주자는 취지인데, 기계와 기술에 사람을 종속시키는 그런 생각입니다. 철학 자체가 완전히 다른 거죠.” -기본소득 자체를 사기라고 보는 겁니까. “신자유주의 사기극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는 겁니다.” -여러 버전의 기본소득 논의가 있잖습니까. 밀턴 프리드먼의 아이디어처럼 기존 모든 복지제도를 철폐한 대신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우파 버전의 기본소득도 있고, 현재 전 세계 좌파 내에서도 꽤 주목받고 있는 지역화폐와 결합한 경기도형 기본소득 같은 것도 있는데요. 이걸 싸잡아 신자유주의라고 딱지 붙이는 건…. “보편이냐, 선별이냐 복지논쟁 자체에 속임수라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나는 일자리 정책 쪽으로 와야 한다고 봅니다. 일자리라는 건 그냥 생계수단이 아니고 자아실현의 수단이기도 하고, 자기 정체성 실현의 수단이고 인간의 존엄 수단입니다. 자부심이기도 하고요. 개인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해요. 사람이 놀면서 아무리 돈을 줘도 지금 그 가치는 실현할 수 없다는 거죠. 현실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더라도 돈을 그렇게 많이 줄 수도 없지만.” -사실 기본소득이 전제하고 있는 것이 노동을 인간 존재의 근본 이유로 보는 근대적 인간관에 대한 안티테제이지 않습니까. 노동은 자아실현이라기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전통적으로 말해오던 노동해방과는 다른 관점이지요. 지사님의 비판은 정통 좌파적 시각에서 비판이라는 지적이 나올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내가 느끼는 건, 예를 들어 80이 넘은 어르신께 ‘공공일자리에 나오시겠습니까, 아니면 20만원 드릴 테니 집에서 쉬시겠습니까’ 하고 물으면 ‘빛의 속도’로 일하러 나오십니다. 젊은이들은 더 말할 것도 없겠죠. ‘노동으로부터 해방’은 실제로는 인간의 삶에는 적용되지 않는 유토피아적 생각이라는 걸 현장에서 많이 느낍니다.” -다시 윤석열 관련 질문을 드리면 직전 정권에서 검찰총장 같은 일을 맡은 분은 대선에 나가면 안 된다, 이런 입장인 건가요. “총장을 사퇴하고 나가는 건 그분의 정치적 자유에 속하는 거죠. 제가 문제 삼는 것은 그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임명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반대했던 거죠. 그것은 정치행위입니다. 물론 정치행위를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반대한다고 건의할 수도 있고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수사를 한 겁니다. 정치적 반대라는 이유로. 그건 검찰권력의 남용인 거죠. 정치로 해야 할 일을 수사로 한 거죠. 그리고 계속 검찰총장으로 남아 있으면서 수사권을 행사하고 그걸로 정치적 이득을 본 겁니다. 가정하면 제가 도지사로 있으면서 도처의 행정인력과 예산을 이용해 내 정치활동을 한 것과 같습니다. 그것보다 훨씬 심한 거죠. 그게 이 사회에서 용납되는 것도 이해 안 되고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도 이해 못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공직윤리가 지금 말도 못 하게 무너진 겁니다. 조국 전 장관이 미울 수는 있어요. 미운 건 미운 대로 분리해야 합니다. 그 문제와 검찰권력을 정치활동으로 쓰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이고, 이 뒤의 문제가 훨씬 더 큰 문제입니다. 이건 민주주의 문제입니다.” -관점이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민주주의나 검찰개혁의 우선성에 대해 큰 틀로 진보라고 하더라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세대 간 시각차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관점은 다를 수 있는데 잘못 보는 것이죠. 내로남불이라던지, 이런 것들에 대한 비판은 수용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문제와 국가권력을 잘못 쓰는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게 미우니까 저걸 박수친 거죠. 윤석열의 권력남용이 내로남불을 때려잡는 정의의 사도로 포장된 겁니다. 언론은 그걸 감시해야 하는데 같이 붙어서 정치행위를 하고 있으니 최재형도 ‘이거 뭐 괜찮은 거 같네?’ 그러면서 나서는 겁니다. 이걸 끊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래요.” -일단 당 경선에 출마했으니 1차 컷오프 6명 안에는 들어야 하는데. “1등부터 5등까지는 안정적이고, 현재 6등을 두고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해봐야겠죠.” -독자나 국민에게 자신을 어필한다면요. “정치인은 국민께서 선택한 결과로 만들어집니다. 이번 대선 경선과정에서 국민께서 그동안 민주당에 회초리를 치셨던 것이 누가 왜 치셨는지, 그리고 회초리를 친 이유가 뭔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그것을 해결할 사람이 누군지 정확히 봐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이번 선택이 잘못된다면 앞으로 5년간은 불공정·불평등·빈부격차 문제는 또 해결하지 못합니다. 정치는 또 실패할 거고요.” -다른 민주당 후보보다는 최문순이 그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주장하고 싶은 거군요. “네. 시대정신이 빈부격차 해소라고 정확하게 규정하고 그걸 해결할 방법은 취직이다, 취직을 어떻게 시킬 것이냐 묻는다면 그 방법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표지 이야기
청년 노동자 빈소에서 바라본 한국사회(2021. 05. 17 15:07)
2021. 05. 17 15:07 사회
또 한명의 청년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었다. 경기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만 스물셋의 청년 고 이선호씨다. 그는 원청의 지시를 받고 컨테이너 바닥의 나뭇조각을 줍다가 300㎏의 쇳덩이에 깔려 4월 22일 사망했다. 안전교육은 물론 신호수, 안전관리자도 없었다. 평택항에서 갑작스럽게 컨테이너 작업에 투입돼 일하다 300㎏에 이르는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60) / 박민규 기자 제도, 관행, 돈은 생명을 모른다. 같은달 28일 해양수산부 장관은 선호씨가 숨진 평택항을 방문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안전과 방역관리에 힘쓰는 현장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한다.” 장관은 그날 코로나19 방역에 대해서만 말했다. 불과 엿새 전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선호씨의 죽음은 언급하지 않았다. “곧 퇴임하는 장관이기 때문에… (보고를 안 했다).” 해양수산부는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에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무심한 관행은 죽음에 대한 예의조차 집어삼켰다. 죽음에 대한 태도는 곧 생명에 대한 태도다. 눈물이 마르면 우리는 또 돈과 관행에 맹목적으로 복무할지도 모른다. 슬픔이 증발하기 전에 한국사회는 이 죽음을 오래 들여다봐야 한다. 지난 5월 9일과 11일, 12일 고 이선호씨의 빈소를 찾았다. 아버지 이씨를 여러차례 인터뷰하고 그가 조문객들과 나눈 대화, 원청기업 등의 대응을 기록했다. 청년 노동자의 빈소에서 마주한 한국사회의 살풍경을 다섯개의 열쇠 말에 담았다. 증언 “혹시 네가 착각한 것은 아닌가 (회사에서는)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아.”(이재훈씨) “(고개를 가로저으며) 처음 보는 지게차… 나무….”(러시아 국적 이주노동자 A씨) “처음 보는 지게차가 청소하라고, 나무 주우라고 했대요.”(A씨와 이씨 간 통역을 맡은 또 다른 이주노동자) 5월 11일 저녁 6시. 이재훈씨는 초조하게 기다려왔던 이주노동자 A씨와 마주앉았다. A씨는 선호씨가 죽던 순간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다. 사고 당일 선호씨와 A씨는 개방형 컨테이너 바닥에 있는 나뭇조각을 주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치울 필요 없다, 그냥 가자”고 했고 선호씨는 “그래도…”라면서 컨테이너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후 300㎏에 이르는 컨테이너 날개가 선호씨를 덮쳤다. 평택항의 개방형 컨테이너 바닥면 너머로 5월 12일 고 이선호씨의 사고현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보인다. / 연합뉴스 아버지 이씨가 A씨와의 만남을 기다린 이유는 하나다. 원청은 ‘지시 여부’에 대한 입장이 모호하다. 원청기업인 물류업체 동방의 한 관계자는 “해당 직원은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하고, 그 말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사측 태도에 분노한 이씨는 A씨의 증언을 재차 듣고자 했다. 5월 11일 A씨가 한 말은 사고 당일인 4월 22일 이씨가 이미 들었던 것과 같았다. 아들의 사망 직후 그는 A씨부터 찾아 녹음해 두었던 터였다. 목격자의 증언에도 원청은 왜 지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까. 동방은 당시 사고현장을 비추고 있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내세운다. A씨가 지목한 지게차는 사고가 난 곳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지시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A씨는 해당 기사가 한번은 지게차에서 내려 지시를 하고, 지게차에 올라탄 뒤엔 창밖으로 손짓해 재차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동방은 “지목된 지게차 기사는 지시 사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 조사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동료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다. 사고 시각은 4시 9분 무렵. 5시가 다 돼갈 때쯤 이씨는 자전거를 타고 항만으로 나갔다. 아들이 검역소로 돌아오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선호씨를 발견했다. 컨테이너 날개 밑에 “머리가 터져”쓰러져 있었다. “이게 뭐고. … 죽은 기가. 죽었나!” 이씨는 죽은 아들의 주변에 서 있었던 동료들이 잊히지 않는다. 사고 후 40여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이씨에게 연락을 준 이는 없었다. “6명 정도 있었거든요. 그중에 제 휴대폰에 전화번호가 없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내 아들인 줄 다 알거든요. ‘빨리 와봐야 할 것 같다’라고만 해줬어도….” ‘119 신고’ 대목에선 그의 목이 메었다. “인간의 ‘극과 극’이 나옵니다. 사람이 깔리니까 (이주노동자 A씨는) 달려가서 그거(300㎏의 컨테이너 날개)를 들려고 하면서 무전으로 119 신고를 해달라고 합니다. 무전을 들은 직원이 현장으로 달려옵니다. 그러더니 119가 아니라 사무실에 전화를 합니다.” 그럼에도 이씨는 사람을 증오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대신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짚고자 했다. “저는 (119 신고 전에 회사에) 보고했던 사람이, 인간성이 나빠서 그랬다고는 절대 생각 안 합니다. 들어보니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더란 말입니다. ‘선보고 후조치.’ 회사의 사고대응 매뉴얼이 있는 겁니다.” 컨테이너 바닥의 쓰레기를 줍고 있는 고 이선호씨 위로 개방형 컨테이너의 날개가 쓰러진 후 약 13분 만에 응급차가 도착했다. 평택항 폐쇄회로(CC)TV 캡처 /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 제공 이씨는 “우리 아이가 그렇게 되기까지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두사람 가운데 한명은 이미 용서했다고도 했다. 컨테이너 날개가 바닥으로 넘어지게끔 충격을 가한 인물이다. 이 지게차 기사는 당시 다른 방향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고, “설마 거기에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얼굴을 들지 못한 채 빈소에 와 사죄했을 때, 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니 속은 어떻겠노. 단디 보고 하지 그랬나. 가서 소주나 한잔하시게.” 동방의 관계자는 119 신고 대신 ‘보고’가 먼저 이뤄진 이유에 대해 “해당 직원이 3개월간 병가를 다녀와 복귀했기 때문에 (경황이 없어) 사무실에 (먼저) 전화한 것 같다”면서 “4시 9분에 전화가 왔고, 4시 10분에 119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동방 측의 대응을 접한 이씨는 말했다. “왜 보고부터 했느냐고 물었는데, 1분밖에 안 걸렸다고 답하는 게 말이 됩니까.” 돈 ‘사람 놀리지(쉬게 하지) 마라.’ 이씨와 선호씨가 고용된 인력업체 직원들은 원청으로부터 두가지 업무를 위탁받아 일하고 있었다. 동식물 검역, 화물 창고 관리였다. 이씨와 아들 선호씨는 그중 동식물 검역을 맡아왔다. 그런데 올해 초 부임한 임원은 근무방침을 다시 세웠다. 동식물 검역 작업을 마치고 쉬는 인력이 있으면 창고관리 업무에 투입시키라고 했다. 인력을 줄여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 “사람을 놀리지(쉬게 하지) 마라.” 동방 측은 이렇게 강조했다고 한다. “이러다 사고 난다, 사고 난다 했는데 결국 사고가 났어.” 이씨는 혼잣말하듯 말했다. 같은 인력업체 소속이었던 부자는 1년 4개월간 출퇴근을 함께했다. 구내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고, 퇴근 후엔 샤워기 하나로 목욕도 같이했다. 아들은 2019년 군 제대 뒤 대학 복학을 미룬 상태였다. “돈의 소중함을 알고 살라”는 의미에서 자신의 일터에서 일하게 했던 터였다. 선호씨의 사고는 안전을 살피는 “단 한명만”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 이씨는 울부짖었다. “단지 인건비 아껴보려고, 안전관리자 투입을 안 시킨 겁니다. 가진 자들은 얼마나 더 배가 불러야 합니까.” 동방 측은 “안전관리자가 있었지만 (안전관리 업무를 안 하고) 다른 작업을 하고 있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퇴근 시간이 됐으니까 일을 빨리하지 않았나…”라고 말끝을 흐렸다. 고 이선호씨의 중·고교 친구들은 사고 당일 병원에 모인 이후 20여일째 돌아가며 빈소를 지키고 있다. 어버이날, 선호씨의 친구들은 이재훈씨에게 카네이션을 드렸다. 이씨는 카네이션을 받고 아들의 영정 앞으로 가서 “선호야, 선호야, 이제 가자, 집에 가자”고 말하며 울었다고 한다. 선호씨의 친구가 빈소를 지키고 있다가 잠시 엎드려 있다. / 송윤경 기자 하지만 동방이 ‘안전관리자’로 지목한 직원 측은 이런 주장을 반박했다. 해당 직원이 소속된 하청업체는 “이 직원은 CFS(창고) 관리 인력으로 파견돼 있었고, 안전관리 업무도 병행하라는 얘기는 계약서는 물론 구두로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사측이 안전을 외면하고 아낀 비용은 인건비뿐만이 아니다. 현행법상 개방형 컨테이너 작업은 ‘리치스태커’ ‘보조스프레더’ 등 대형 전문장비로 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측은 그간 지게차들만 투입해왔다. 선호씨 사고를 조사 중인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10건 넘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과 5월 12일 동방의 임직원은 평택항 사무실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10여명의 임직원이 카메라 앞에서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일방적 사과였다. 대책위는 그간 “진상조사, 대책 마련 후 유가족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순서다”라는 의견을 전했지만, 원청의 공개사과는 ‘강행’됐다. 유족에게 사과하는 대신 ‘대국민 사과’를 한 이유를 묻자 빈소에 와 있던 동방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발표한 건 유족에 대한 사과문이었는데요.” 이씨는 이날 원청의 사과문을 언론사 기자를 통해 전달받았다고 했다. 물론 원청 기업만 사과한 것은 아니었다. 유력 대권주자들은 사죄와 애도의 글을 SNS에 게시했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경기평택항만공사에서도 빈소를 찾아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20여일째 빈소를 지켜온 선호씨 친구들에게 이들의 태도는 ‘위선’으로 각인돼 있다. “서로 책임을 떠넘겼어요.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이 부족해 더 위험한 시설 위주로 (감독을) 하고 있었다고 했고, 해양수산부는 평택항이 민간시설이라 관리가 어려웠다고 하고….”(김벼리씨·24) 나아가 청년들의 눈에 그들 세계의 ‘의전’은 “황당”하게 비쳤다. 지난 5월 8일 낮 빈소를 찾은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은 대책위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말을 끊고 우르르 1층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례식장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에는 멍했어요. 바로 온 것도 아니고 사고 18일 만에 온 거였는데….”(김씨) 약속 “안전보다는 이윤이 먼저인 기업들의 더러운 욕심, 그걸 바로 못 잡는 대한민국 정부가 문제입니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 골수팬이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4년 동안 도대체 뭐하신 겁니까. 직장에 갔던 근로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회 바꾸겠다고 해놓고 뭐하신 겁니까. 얼마나 더 죽어야 합니까. 무슨 낯짝으로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합니까.” 이씨가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피를 토하듯 한 말이다. 5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선호씨의 빈소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자들이 안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송구스럽다”고 했다. 이씨는 “제발 이제는 이런 사고를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2018년 고 김용균씨 산재사망 사고 때에도 문 대통령은 유사한 ‘사과’를 한 바 있다. 3년이 흘렀다. 일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어 사망한 이는 지난해에만 2062명이었다. 2019년(2020명)보다 되레 늘었다. ps. 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인터뷰에서 이씨에게 아들에게 남기고픈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사고 며칠 후 구내식당에 갔었다”는 말로 입을 뗐다. 선호씨가 평소 마시던 음료를 식탁에 올려놓은 뒤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들아, 너를 사지로 데리고 온 아버지를 절대 용서하지 말아라. 절대로 용서하지 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의 산재사망 국가, 한국.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느냐’는 산재사망 유족들의 절규에 한국사회는 이제라도 ‘응답’할 수 있을까. 일하다 죽은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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