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086 건 검색)
- ‘포용’마저 ‘혐오’…극우 바람, 독일 뒤덮나
- 2024. 12. 22 20:33국제
- .... 50세 남성 용의자 탈레브 알 압둘모센은 독일 정부의 포용적 이민정책과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증오발언금지법 등에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서...
- “정책 기조부터 바꿔라”…혐오·소외 당한 이들이 외쳤다
- 2024. 12. 15 21:13사회
- “청년 여성들, 성평등 가치 무시했기에 국회로 뛰쳐나와 ‘장애인권 약탈 말라’ 장애인도 민주주의 참여 도와야 기후위기 외면·역사 기관장들 ‘왜곡’ 등 바로잡을 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 탄핵, 국내외 영향
- ‘최악 물가’ 잡았지만, 빈곤과 혐오 키운 ‘괴짜 대통령’ 밀레이의 1년
- 2024. 12. 12 14:50국제
- 지난해 9월2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 하비에르 밀레이 당시 대통령 후보가 전기톱을 들고 있다. 게티이미지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아웃사이더...
- “직영하면 노조 생겨 장례 대란 불보듯”…목포시 황당한 ‘노조 혐오’
- 2024. 11. 26 15:02사회
- ... 발생이 불보듯 뻔하다”는 이유를 대 논란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 공무직 노동자들을 폄훼한 ‘노조 혐오’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목포시는 지난 21일 ‘시의회 화장장 민간위탁
- 노조직영목포시공무직
스포츠경향(총 148 건 검색)
- 최상엽, 비상계엄 여파 와중에 논란 터졌다…여성 혐오 표현 썼다가
- 2024. 12. 04 16:01 연예
- 루시 최상엽. 미스틱스토리 밴드 루시 멤버 최상엽이 ‘종이싸개’라는 표현을 썼다가 사과했다. 최상엽은 4일 팬 소통 플랫폼 버블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제가 버블로 보낸 단어로 인해 많은 분께 실망을 드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신중하지 못한 단어 선택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고 전했다. 혐오 표현을 썼다는 논란에 대해서 “제가 사용한 단어는 절대 다른 의미나 의도를 내포하고 있지 않다”라며 “그러나 부주의 했던 부분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조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앞으로는 더욱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하겠다”라고 사과했다. 앞서 최상엽은 버블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 이름을 지어달라는 팬의 요청에 ‘종.이.싸.개’라는 이름을 붙이며 “폴라로이드 찍으면 종이 나오잖아”라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팬들은 최상엽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 혐오 표현으로 자주 사용되는 접미사 ‘싸개’를 사용한 점을 지적한다. 설령 해당 혐오 표현을 모르고 이 접미사를 썼다고 하더라도 ‘종이’에 ‘싸개’를 붙여 ‘종이싸개’라고 변형한 최상엽의 접근이 저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임신 사실 알린 동성 연인 축구선수, 혐오댓글 쏟아져
- 2024. 11. 20 07:48 축구
- 샘 커, 크리스티 뮤이스가 A매치 맞대결을 치른 뒤 인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잉글랜드 첼시 여자축구팀 공격수 샘 커(31·호주)와 웨스트햄 미드필더 크리스티 뮤이스(33·미국)가 임신 소식을 공개한 뒤 소셜 미디어에서 동성애 혐오적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20일 BBC에 따르면 이들이 내년 아이를 출산한다는 소식을 최근 전한 뒤 온라인 공간에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첼시 소니아 봄파스토르 감독은 “2024년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첼시와 잉글랜드 수비수 밀리 브라이트는 커와 뮤이스의 행복을 기원하며 “소셜 미디어가 사랑과 기쁨을 나누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난 글을 올린 사람들에 대해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나도 엄마다. 여성이 엄마가 될 기회를 얻는 것은 삶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첼시 구단도 성명서를 내고 “용납할 수 없고 혐오스러운 동성애 혐오적 댓글”이라며 “사회에서 어떤 형태의 차별도 있을 수 없으며, 우리는 선수, 스태프 또는 팬들에게 향하는 모든 학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단은 “우리는 모든 문화, 커뮤니티, 정체성을 축하하고 환영하는 다양하고 포괄적인 클럽”이라고 설명했다. 첼시 프라이드와 같은 LGBTQ+ 지지 단체 역시 이러한 혐오 발언에 실망을 표하며 사랑과 단결의 가치를 강조했다. BBC 라디오에 출연한 전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스코틀랜드 수비수 젠 비티는 “여성 축구는 얼마나 진보적이고, 남성 축구 쪽이 그렇지 않은 지를 알지만 이런 상황이 여전히 슬프다”며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그러한 혐오 발언을 선수들에게 퍼부을 수 있도록 방치하는 것은 정말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에 대해 질문을 받은 잉글랜드 여자대표팀 사리나 비에흐만 감독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그들이 정말 행복해 보이고,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 메타(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소유 기업)는 “우리는 괴롭힘과 학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문제를 계속 다루기 위해 새로운 자원과 도구를 만들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The Roundtable’ 유럽에 부는 혐오 바람
- 2024. 09. 11 03:52 연예
- 아리랑TV 10일 아리랑TV ‘The Roundtable’은 봉영식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진행으로 ‘유럽에 부는 혐오 바람’에 대해 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김해나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다양한 정보를 전한다. 유럽 축구 리그에서 매 시즌 인종차별 논란이 수없이 불거지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 선 선수는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그는 지난해 상대 팬들로부터 “모노(원숭이)”라는 조롱을 들었고, 관중과 언쟁을 주고받다 퇴장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가 하면 토트넘 동료 벤탄쿠르는 한 방송에서 손흥민을 언급하며 “동양인은 다 비슷하게 생겼다” 고 발언해 문제를 키우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울버햄프턴의 황희찬도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울버햄프턴 측면 공격수 다니엘 포덴세가 코모의 수비수를 가격해 퇴장당했는데 포덴세의 돌발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상대 수비수가 황희찬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고, 이에 격분한 포덴세가 대신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롯한 축구 단체들은 21세기 들어 인종차별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해 왔다. 지난 6월 스페인 법원은 인종차별 행위를 한 관중에게 사상 첫 유죄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김해나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인종차별은 모든 분야에 만연해 있다.” 며 “하향식 접근 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선될 사항이다”라고 설명했다. 인종차별은 유럽 전역에서 높아지고 있는 반이민, 반난민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독일 정부는 묻지마 테러 사건을 계기로 불법 이민을 더 엄격히 규제하고 난민 추방도 확대하기로 했다. 아리랑TV ‘이민 천국’이라 불리던 스웨덴의 포용적 이민정책 기조도 변화하고 있다. 스웨덴의 포용적 이민정책 기조는 2015년 말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소말리아 등지에서 내전과 폭력을 피해 망명해 온 이주민이 16만 명을 넘기자, 실업률과 주택 가격이 치솟았고, 정부의 재정지출 부담도 가중돼 반이민 여론이 확산했다. 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민정책 기조가 변화한 것은 일자리 및 경제적 기회에 대한 우려, 보안 및 테러 공격에 대한 우려 등이 있을 수 있다”며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극우 정당의 영향력이 커진 여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개방된 부자 나라’로 불리는 네덜란드는 요즘 급격하게 반이민 정책으로 유턴하고 있다. 그동안 이민자 유치가 경제 성장 원동력으로 자부해왔던 네덜란드인지라 전 세계가 놀라고 있다. 네덜란드는 ‘30%룰링’이라고 부르는 고학력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또한 누군가가 네덜란드에 망명을 신청했을 때, 그가 실제 위험에 빠졌는지 이민귀화국이 신청자의 진술을 듣고 난민 지위를 줄지 말지 판단했지만, 이제는 망명 신청자 본인이 자국에서 위험에 처해있다는 증거를 직접 제출해야 한다. 영어로 진행되는 학사 프로그램을 대폭줄여 일종의 ‘유학생 쿼터제’를 도입, 네덜란드 대학 교수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 교수들은 네덜란드어를 하지 못해서 일자리를 잃을까 떨고 있다고 한다. 최 교수는 “반이민 정서는 일반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증가한다” 며 “극우 정당은 경기 둔화로 지지를 잃고 유권자들은 이민보다 경제 회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부를 잃을까 봐 이민에 반대하고, 극우 정당은 이민을 위기로 강조함으로써 이러한 두려움을 악용 한다”고 분석했다. 반이민 정책을 설파하는 세계 정치인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논리는 바로 이민자들이 사건, 사고를 일으켜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면 이민자들의 낮은 범죄율을 확인할 수 있다” 며 “정부 및 사회 차원에서의 노력과 교육, 효과적인 정책을 고안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종합] “이딴 게 사과문?” 이경규 ‘존중냉장고’ 혐오 논란 사과에도 여론 ‘싸늘’
- 2024. 05. 14 10:39 연예
- 이경규. 연합뉴스. 방송인 이경규가 진행하는 유튜브 예능 ‘존중냉장고’가 진돗개 차별 조장 논란에 사과했지만 비판의 여론은 계속되는 추세다. ‘존중냉장고’는 펫티켓(반려동물 공공예절)을 잘 지키는 시민을 칭찬하는 취지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지난 10일 공개된 1화에서 유독 진돗개에게만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모습이 보였고,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진돗개 차별 조장에 나선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유튜브 채널 ‘르크크 이경규’ 이에 대해 ‘존중냉장고’ 측은 14일 논란이 된 영상의 댓글과 ‘르크크 이경규’ 채널 커뮤니티 통해 “이번 영상의 반려견 입마개 착용과 관련한 내용으로 진돗개 견주만을 좁혀 보여드려 많은 반려인 분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저희 제작진은 시청자 분들의 다양한 관점과 정서를 고려하여 더욱 신중을 기해 공감 받는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하겠다”며 “다시 한번 상처받으신 반려인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들은 “이게 다인지? 영상 삭제 안 하나?” “이딴게 사과문?” “양심이 있으면 영상 내리고 글을 써달라”며 영상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르크크 이경규’ 사과문에 대한 논점이 잘못됐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잘못된 점이 뭔지 인식을 못 하시는 것 같다. 진돗개 견주들에게 상처 준게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반려 상식으로 이런 콘텐츠를 제작한 점이 잘못이다”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더해 일부 누리꾼들은 ‘존중냉장고’가 불법촬영에 대한 해명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불법촬영 해놓고 언급이 하나도 없다” “몰래 타인과 그의 반려견을 촬영한 것에 대한 이야기는 왜 없냐”는 반응이다. ‘존중냉장고’ 1화에는 “영상에 나온 강아지 보호자”라며 “산책 중 촬영에 대해 고지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댓글이 확인된다. 작성자는 13일 “영상의 내용과 목적까지 너무나도 편파적이다. 제 강아지가 허락 없이 영상에 나온것 뿐만 아니라 영상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몹시 나쁘다”며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한 영상이니 내려달라”고 했다. 여기에 EBS 교양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연하는 설채현 수의사도 입을 열었다. 설 수의사는 13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입마개를 안 해도 되는 개가 입마개를 안 한 것과 동의받지 않고 촬영해 다수가 보는 영상에서 평가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는 건지 난 모르겠다”며 소신을 밝혔다.
주간경향(총 61 건 검색)
- 성소수자 차별·혐오가 종교의 자유인가(2024. 08. 26 06:00)
- 2024. 08. 26 06:00 사회
- 법원 2곳, ‘축복 목사’에 엇갈린 판결…감리교단은 목사들 줄줄이 고발 지난 8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동환 목사가 정직 2년 징계의 무효를 확인해 달라며 낸 소송이 각하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이 목사가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에 이어 출교 처분을 했다. 정지윤 선임기자 목사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며 기도를 한 것이 과연 중범죄인가. 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징계를 당하고 출교된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43)와 관련해 지난달과 이달 연달아 2건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가 축복식을 집례한 지 5년 만이다. 이 목사 측은 헌법이 ‘평등권’을 모든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인정하는데 교회가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를 범죄로 처벌한다’는 내부 규정을 근거로 이 목사를 징계한 게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은 엇갈렸다. 지난 7월 18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재판부가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언급하며 징계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반면, 지난 8월 21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종교 교리 해석의 영역’이라며 법원이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목사를 지지해온 이들은 한 달새 나온 엇갈린 법원 판단에 희망과 분노를 교차해 표출하고 있다. 문제는 성소수자 축복을 이유로 한 교회의 징계가 이 목사 1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 측은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목사 6명에 대한 추가 고발을 접수하고 조사와 재판 절차에 돌입했다. 이 목사 지지 성명에 서명한 목회자 137명도 조사에 나섰다. 고발 대상이 된 한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간은 모두 죄인이고, 그 죄인을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이 목사”라며 “목사가 성소수자를 위해서 기도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말했다. 성소수자 축복했다는 이유로 교회서 퇴출 이 목사는 2019년 8월 31일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했다. “이 땅의 모든 성소수자들과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낙인과 혐오, 차별과 배제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축복이자 선물입니다. 그대와 나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존중받아야 하며, 나와 그대는 서로의 독특함을 존중해야 합니다.” 당시 축복식에서 종교인들이 읽은 내용이다. 그런데 감리교는 이 목사가 ‘교리와 장정(교회법)’을 어겼다며 재판에 회부했다. 감리교 교리와 장정 제3조 제8항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했을 때”를 범죄(범과)로 규정한다. 감리교는 2022년 10월 이 목사에게 정직 2년 징계를 확정했다. 지난 3월엔 이 목사가 반성 없이 동성애 지지 활동을 계속했다는 이유로 출교를 확정했다. 출교는 목사뿐 아니라 교인의 지위까지 박탈해 교회에서 내쫓는 최고 수위의 형벌이다. 이 목사는 징계가 위법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제25회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6월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참여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재판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①법원이 종교단체 내부 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지 ②성소수자 축복식 집례를 이유로 정직 2년과 출교 징계를 한 게 정당한지다. 출교 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안양지원 재판부는 두 쟁점에서 모두 이 목사 측 주장을 수용해 출교의 효력을 정지했다. 대법원은 종교단체 내부 징계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영역이므로 원칙적으로는 그 당부(옳고 그름)를 법원이 판단할 수 없지만, 구체적 분쟁이 존재하고 종교 교리 해석이 아니라면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안양지원 재판부는 이 목사 건을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동성애 찬성·동조 처벌 조항이 교리와 일부 관련 있기는 하지만 이 목사의 재판청구권도 보장해야 하고, 정의 관념상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까지 종교단체 내부 징계라는 이유로 법원이 판단을 안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안양지원 재판부는 출교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는지를 본안소송에서 다툴 만하고, 징계 재량권이 일탈·남용됐을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평등의 원칙’을 선언한 헌법 제11조 제1항을 거론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이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법이 합리적 이유 없이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점도 짚었다. 특히 안양지원 재판부는 “동성애의 규범적 평가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왔다”고 했다. 대법원도 2022년 동성 간 성행위를 무조건 군형법상 추행죄로 처벌해선 안 된다고 판결하면서 “동성애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 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직 2년 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정직 기간이 지나 이 목사의 권리가 제한되고 있지 않다는 등의 형식적인 이유로 소송을 각하했다. 그러면서 징계에 절차적·실체적 하자도 없다고 했다. 동성애 찬성·동조 처벌 조항이 이 목사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 종교의 자유로 보장돼야 하는지는 ‘교리 해석의 영역’이라 법원이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기존 전통적인 개신교 사회에서는 창세기, 레위기 등 성경의 특정 구절을 동성애를 금하는 의미로 해석해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피고(감리교) 내부의 민주적 합의를 거쳐 제정된 처벌 규정이 유독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배제를 재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법원이 동성애 찬성·동조 처벌 조항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되레 교단의 고유한 특성을 도외시하고 교인들이 신봉하는 종교적 믿음에 개입해 교단의 존립 목적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며 “정교분리의 원칙을 선언한 헌법 제20조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감리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제25회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6월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한 참여자가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성소수자도 인간, 목사의 축복은 당연하다” 이 목사는 서울중앙지법 판결에 항소해 2심에서 계속 다툴 예정이다. 징계 관련 다른 재판도 진행 중이다. 감리교 측은 다른 목회자들도 압박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 서울 퀴어문화축제에서 열린 축복식에 참여해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목사 6명이 고발을 당했다. 6명 중 일부는 각 연회의 재판 절차에 들어갔고, 일부는 ‘잘못을 저질렀으니 뉘우치고 회개하라’는 취지의 권면서를 받았다. 이들은 30년 이상 목사직을 수행하면서 차별 금지, 노동, 교육, 인권, 교회 개혁 등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은퇴를 앞둔 시점에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교회 재판에 끌려가게 됐다. 동성애대책위원회는 이 목사 지지 성명에 서명한 137명도 조사를 요구했다. 여러 목회자는 이런 교회 태도에 “매카시즘 광풍(1950년대 미국의 공산주의자 척결)이나 다름없다”고 반응했다. 권면서를 받은 박경양 목사(서울 평화의교회)는 지난 8월 20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 목사가 출교당하는 것을 보면서 ‘중세기 마녀재판과 무엇이 다르냐, 목사들이 침묵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퀴어문화축제 참여를) 제안한 것”이라며 “예복을 입고 축복문을 낭독한 뒤 꽃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했을 뿐인데 고발을 당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미국 감리교에서 성소수자 문제로 교단이 갈라지기도 하지만 한국 교회처럼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노골적으로 하는 교단은 전 세계에 없다”며 “세계의 복음주의자들이 모인 2010년 로잔대회에서도 동성애의 원인이 뭔지 토론하고 연구한다는 내용에 더불어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단호히 반대한다는 문서를 채택했다”고 했다. 그는 “차별과 혐오는 성소수자의 인권 침해임은 물론 한국 교회의 선교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교단이) 성소수자를 죄인 취급하는 상황에서 교회 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감리교 신자는 한때 150만명을 넘었다가 최근 110만명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환 목사와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출교 효력 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책위 제공 고발당해 지난 8월 19일 심사위원회에 출석한 윤여군 목사(인천 강화 남산교회)는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성소수자들 역시 내가 믿는 하나님의 은총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그 사람들을 축복하는 것은 목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윤 목사가 말했다. “과거 ‘흑인에게도 영혼이 있는가’라는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죠.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여전히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습니다. 여성이 지도하거나 어떤 모임을 대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전근대적인 집단들도 있어요. (징계 논란은)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 어려운 문제를 (출교 같은) 폭력적 방식이 아니라 내부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우리보다 앞서 겪은 사회의 경험을 참조하면서 해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재영 목사(대전 빈들공동체교회)는 지난 7월 대전 퀴어문화축제에서 부스를 운영하면서 전도지를 나눠주고 축복식을 진행했다가 고발당했다. 지난 8월 13일 화해조정위원회가 열렸다. 남 목사가 이달 말까지 ‘동성애를 찬성·동조한 범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정식으로 교회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 남 목사는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인데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나 성착취 등 교회가 목소리를 높일 만한 일이 너무 많은데 동성애 문제를 갖고 한국 교회가 이렇게 하는 것은 자신을 죽이는 행위”라고 했다. 남 목사는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교회를 애써 찾아다녀야 하는 성소수자들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그의 말이다. “먼 지역에서 우리 교회로 오는 성소수자가 있어요. 왜 그렇게 멀리에서 오냐면 교회에 가야 하는데 공포감이 있는 거예요. 내가 이 교회 안에 들어갔을 때 교회가 나를 안전하게 보듬어줄 수 있는지 모르잖아요. 다섯 번은 교회 앞까지 왔다가 갔다고 하더라고요. 용기를 내서 교회에 오는 거죠. 많은 성소수자가 교회에서 상처를 받아서 교회를 나가고, 신앙생활을 하고 싶은데 교회를 찾지 못하고 있어요. 사정을 좀 아는 사람들도 교회에서 동성애 문제로 하도 난리가 나니까 모난 돌이 정 맞을까 싶어 침묵하고 있죠.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동성애자도 가진 것이잖아요. ‘하나님 안에서 너희도 존엄한 존재다’라고 알려줘야죠. 그들도 영혼을 가진 사람인데 당연히 목사가 돌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교회가 계속 이렇게 가면 사회로부터 버림받을 것을 우리는 걱정합니다.” 지난 6월 1일 제25회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한 참여자가 ‘함께라니, 완전 럭키비키자낭’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정효진 기자 조금씩 생기는 균열, 교회는 바뀔 수 있을까 한국 교회가 왜 동성애에 포비아(공포증)적으로 대응하는지는 여러 분석이 있다. 성경이 쓰인 역사적 맥락과 배경, 오늘날의 새로운 사회적 흐름을 삭제한 채 성경의 문구에만 집착해 편향 해석을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여기에 항문 성교 등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합쳐진다. ‘반동성애’가 교회 기득권층의 정치 이데올로기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독교 단체들은 2010년대 들어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기 시작했고, 최근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이 목사 처벌 근거인 동성애 찬성·동조 처벌 조항이 만들어진 것은 2015년으로 10년도 되지 않았다. 한 종교 전문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 교회 안에서 ‘내가 다음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성소수자 포비아가 작동한다는 사실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고, 교회가 전체주의화 돼가는 것”이라고 했다. ‘차별과 혐오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의 정경일 박사는 지난 8월 19일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열린 ‘사랑은 계속 이긴다’ 토론회에서 “한국 기독교는 ‘반공’, ‘반동성애’, ‘반무슬림’을 내세우는데 계속 새로운 적을 찾고 공격하면서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성향이 있다”며 “동성애가 교회에 위기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위기가 이미 있었고, 교회가 그 위기를 넘기 위해 반동성애 운동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 박사는 징계 사태에 대해 “법과 신앙, 사회와 교회와의 관계에서 굉장히 징후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은 항상 법 너머를 상상했고 악법을 깨뜨리면서 싸워왔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교회 윤리가 법과 사회의 기준보다 아래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법 감정, 사회적 상식의 변화에 대해서 교회가 신학적·신앙적 응답을 찾아야 할 때”라고 했다. 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난 6월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참여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정효진 기자 강고해 보이던 한국 교회의 ‘반동성애’ 분위기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 목사가 있고, 추가 고발된 6명의 목사가 있고, 이 목사를 지지한 137명의 목회자가 있다. 최근엔 교회 내의 성소수자 당사자, 여성 페미니스트에서 나아가 남성 페미니스트의 존재를 확인한 연구논문도 나왔다. 이민지 서강대 인권·성평등센터 연구원은 교회 내의 30대 남성 페미니스트 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성소수자 혐오 정서가 강한 교회 내에서 성서 해석에 대한 열린 태도를 바탕으로 개신교인으로 해야 할 역할을 성찰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을 재정립하는 청년 남성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 안 남성 페미니스트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남성 중심적인 교회 집단 속에서 (젠더·성소수자 등 문제가) 여성뿐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이 다 같이 논의할 수 있는 의제가 됐다는 의미가 있다”며 “교회 안에 페미니즘에 동의하는 다양한 남성이 있고, 지금의 청년그룹이 중장년이 돼 의사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되면 교회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호림 ‘모두의 결혼’ 대표는 토론회에서 “종교인들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부정적일 것이라는 편견, 동성애 법제화에 반대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종교인들의 목소리가 있다”며 “이는 성소수자만이 아니라 이 사회 모든 시민에게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굉장히 큰 희망의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감리교 본부와 동성애대책위원회 측은 이번 사안에 모두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기자에게 밝혔다.
- 혐오와 차별에 무감각해지지 않게(2024. 07. 01 06:00)
- 2024. 07. 01 06:00 문화/과학
- ‘나란 나란 읽는 시대’ 전시…다양성 주제로 각자의 생각 공유 지향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있는 갤러리 ‘팩토리2(factory2)’에서 지난 6월 24일 ‘나란 나란 읽는 시대’ 전시 관람객이 책을 읽고 있다. 팩토리2 제공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있는 예술공간 ‘팩토리2(factory2)’에서 지난 6월 19일부터 열리고 있는 무료 전시 ‘나란 나란 읽는 시대’는, 말하자면 ‘다양성 책방’을 표방한다. 어떤 책을 알리고 팔기 위한 책방이 아닌 책 읽는 행위 자체를, 그 주변에서 번지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는 것에 의미를 뒀다. 시각예술, 사진, 출판, 건축, 교육, 공연 등 문화예술 분야 작가, 활동가 20명이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꼽은 책 20권을 ‘전시’했다. 20권의 책이 천장에서 내려온, 회색 천으로 만든 간이 책꽂이에 꽂혀 있다. 손을 넣어 꺼내 들어야만 책 표지를 볼 수 있다. 김다은 팩토리2 기획자는 “혐오와 차별, 무관심과 적대감은 강렬하고 쉽게 가시화되지만 사랑과 희망, 환대와 연대는 연약하고 여전히 부족한 사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며 “결코 쉽게 얻을 수 없고, 시간과 품을 들여야 자리 잡을 수 있는 이러한 가치와 태도가 전시가 끝나더라도 지속해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간과 품을 들여야 하는 여러 권의 책을 놓았다”고 했다. 최태윤 작가가 지난 6월 20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있는 예술공간 ‘팩토리2’에서 열린 ‘나란 나란 읽는 시대’ 전시 모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팩토리2 제공 오로민경 다원예술 작가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2021)를 통해 “과거와 현재, 학살과 난민의 서사”를 읽고 그 속에서 ‘타인의 고통’을 기억하는 일을 이야기하자고 제안한다. 강소영 출판편집자는 김영옥의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2023) 책에 담긴 요양보호사·반빈곤운동 활동가 등의 말을 빌려 ‘늙어감’에 관한 다른 생각을 전달한다. 어린이들의 놀이 환경을 연구하는 ‘플레이 워커’ 오은비 팝업플레이서울 대표는 박새한의 <아빠풍선>(2022)이란 책을 통해 어린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할 수 있게 하는, ‘허용’하는 태도에 관해 질문한다. 읽기뿐만 아니라 듣기, 말하기의 경험도 할 수 있다. 황예지 사진작가의 연작 ‘거기 있는 이들’(2022)이 전시공간 벽면을 채운다. 관계와 투쟁, 애도의 순간들이 펼쳐진다. 전시장 전체에 김다움 시각예술 작가가 다양한 울림을 중첩해 만든 전자음이 흘러나오고, 전시장 한쪽엔 책 20권에서 뽑아낸 말소리로 구성한 소리를 홀로 듣는 공간도 있다. 전시기간 팩토리2에서 11번의 오프라인 모임이 열린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있는 갤러리 ‘팩토리2(factory2)’에서 열리는 ‘나란 나란 읽는 시대’ 전시장/ 팩토리2 제공 지난 6월 20일 첫 모임. 작가이자 교육자인 최태윤 작가가 ‘상호의존’이라는 주제로 관람객들과 만났다. 최 작가는 앞서 ‘불확실한 학교’(2016) 전시 등에서 장애인 예술가들과 자주 협업하며 미디어 아트 및 드로잉 작업을 펼쳐왔다. 최 작가가 추천한 책은 영화감독 애스트라 테일러의 <불온한 산책자>(2012)다. 그는 “책에서 화가이며 휠체어 이용자인 수나우라 테일러와 페미니스트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가 대화하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상호의존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정상성에 대한 신념을 깨뜨리자는 제안이 나오는데, 요즘 제 연구·활동의 관심사”라고 했다. 최 작가는 이날 모임에서 “장애인 예술가와 그 옆에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특히 장애인 예술가의 가족이 또 한 명의 예술가로서 역할을 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모임 참석자들과 최근 한국에서 ‘장애인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 주목도가 올라간 것에 대한 배경, 반면에 현실적으로 나아지지 않은 장애인의 삶에 관한 이야기도 주고받았다. 한 참석자는 비장애인인 자신이 장애인 이동권 운동에 동참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로 “누구도 외롭지 않았으면 해서”라고 했다. “‘팩토리2’가 있는 서울 서촌 일대에는 다양한 사람이 지나다니는데 ‘뭐 하는 곳이지?’ 하며 들어왔다가 자신도 모르게 예술과 책이라는 매개체에, 그리고 그것이 향하고자 하는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은은하게 다가가는 시간을 경험하길 바랍니다. 이 전시를 통해 자신의 다양성과 소수성을 인지하고, 이곳에서 얻은 자기 주변과 세상을 향한 신선한 감각이 자신의 일과 삶에서 불쑥불쑥 끼어들기를 바랍니다.”(김다은 기획자) 전시는 오는 7월 7일(월요일 휴관)까지, 모임 신청은 링크(https://linktr.ee/factory2)에서. 관람비·모임 참가비 무료.
- [신간]인종·젠더혐오를 비틀다(2024. 03. 06 06:00)
- 2024. 03. 06 06:00 문화/과학
- 경계 짓기와 경계 넘기 김경옥 외 지음·한울아카데미·4만6000원 ‘혐오’는 분명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단어다. 젠더혐오, 노인혐오, 아동혐오, 지역혐오. 지난 대선은 정치판에도 ‘혐오’가 매표수단으로 자리 잡은 해였다. ‘갈라치기’란 말은 상대방에 대한 혐오라는 말과 다름없다. 사실 가장 멀리해야 할 이 말이 성행한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꾸준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책은 제도와 관습 속에 숨어 작동하는 인종과 젠더 위계에 기반한 혐오의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오늘날 혐오는 노골적이고 단순한 ‘증오’로만 표출되지 않는다. 걱정으로 포장되거나 관습에 숨어 작동한다. 사회의 승인과 방조가 뒷받침돼 교묘히 증식한다. 연구진들은 이런 현상이 잘 드러나지도, 잘 포착되지도 않는 데 주목한다. 혐오를 드러내고도 “그럴 의도가 없었다”, “단순한 실수였다”는 변명으로 가려진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차별과 혐오는 없다”라는 ‘정상성 신화’가 강화된다. 혐오 현상의 복잡함을 묵인하고, 차별의 구조를 외면할수록 지속적인 혐오가 재생산된다고 분석한다. 책은 총 3부, 12장으로 구성됐다. 1부 ‘비틀어 본 경계 짓기’에서는 오늘날의 인종차별, 젠더혐오의 양상을 문학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인종과 젠더 문제로만 혐오를 바라보는 시각을 비틀자는 시도다. 2부 ‘경계를 흔드는 실천’에서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인종과 젠더혐오의 기존 관점을 비판한다. 예컨대 국내 여성 인권신장 문제는 1960~1970년대 페미니즘을 그 기반으로 보고, 일명 ‘꼴페미’ 등의 여성혐오로 종종 악용된다. 책에서는 1920년대 발생한 인천 선미 여공(정미업 종사 여성 노동자)의 파업을 근거로 여성 간 연대와 인권의식의 근원이 훨씬 오래됐음을 증명한다. 3부에서는 혐오를 넘어서는 대항 담론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혐오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극복할 예술적 상상력을 보여준 작품들을 분석한다. 세균에서 생명을 보다 고관수 지음·계단·2만원 생물학, 그중에서도 세균학은 다양한 곳에 응용된다. 당연히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세균을 연구한 여러 과학자의 다양한 노력이 뒷받침했다. 책은 세균학의 모든 것을 만들어온 결정적인 연구를 소개한다. 세균학은 생명체의 비밀을 밝히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우리 문학을 이끈 11명의 작가들 조운찬 지음·빈빈책방·1만4000원 고전 문학을 꽃피운 작가 11명을 통해 고전 문학사를 살펴본다. 우리 문학이 언제 형성됐는지, 처음으로 문학의 문을 연 사람은 누구인지부터 출발한다. 친숙한 작품이 어떤 배경과 생애 속에 탄생했는지 등 작품 이해를 돕는다. 우리말꽃 최종규 지음·곳간·1만9000원 서른세 해에 걸쳐 ‘우리말사전’을 돌봐온 저자가 그간 우리말사전을 쓰고 엮으면서 느낀 소회를 예쁜 우리말 소개와 엮어 55가지 이야기에 담았다. 우리말이 생각을 잇고, 삶을 잇고, 사람과 사랑을 잇는 징검다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 신간
- [신간]혐오를 불평하는 눈송이 세대(2024. 02. 28 06:00)
- 2024. 02. 28 06:00 문화/과학
- ■꼰대들은 우리를 눈송이라고 부른다 해나 주얼 지음·이지원 옮김·뿌리와이파리·2만2000원 한국에서 청년세대를 일컫는 용어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게 ‘MZ세대’다. 이런 세대 구분을 두고 단순히 태어난 시점을 기준 삼아 개인을 하나의 집단에 가둬놓고 평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많다. ‘눈송이’는 영미권에서 청년을 일컫는 ‘멸칭’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비디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는 ‘눈송이 세대’를 분석하면서 세대론의 문제를 풀어간다. 주류 기득권은 눈송이 세대를 ‘강인하고 참을성 많은 기성세대와 달리 나약하고 예민하고 불평 많은 철부지 세대’로 정의한다. 저자는 묻는다. “왜 예민하고 불평하면 안 되는가?” 저자는 눈송이의 어원을 찾아 용어에 숨은 기득권의 문화와 정치 이데올로기를 폭로한다. 눈송이란 용어는 백인우월주의와 반페미니즘을 표방하는 대안 우파 진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러나 중도·진보주의자들도 눈송이를 혐오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극우의 인터넷 밀실에서 나온 혐오 표현이 암암리에 대중의 의식 속에 깊이 파고든 것이라고 분석한다. 기득권 입장에선 눈송이는 고착화한 계급 권력과 인종 권력, 경제 권력 등의 관계를 ‘위협’한다. 그래서 이들을 악마화한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이에 맞서 저자는 눈송이를 ‘현대 삶을 구조화하는 위계질서와 강한 불평등에 도전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하! 거봐, 당신이 얼마나 예민한지!”라는 말에 이렇게 대응하라고 말한다.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종주의자, 편견 덩어리, 동성애 혐오자, (…) 헛되이 발버둥 치는 옹졸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잔인한 사람이기보다는 차라리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고 싶다.” ■전쟁 이후의 세계 박노자 지음·한겨레출판·2만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년이 됐다. 전쟁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여럿 벌어지고 있다. 저자는 ‘이런 전쟁들이 세계 질서를 어떻게 바꿀지, 한국은 이런 세계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라는 질문에 답한다. 소련 출신인 저자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일련의 전쟁을 다원 패권 시대로 이행을 알리는 징후로 해석한다. 아울러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과 노선도 제시한다. 전쟁의 시대를 전쟁 없이 헤쳐나가려면 ‘한반도 평화’를 중심에 둔 외교·안보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념과 현실 정태헌 지음·역사비평사·2만8000원 한국사를 통해 세계사를 읽고, 세계사 속에서 한국사를 바라본다. 저자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제국주의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그에 대응해 민주주의와 평화를 추구한 근대 한국’이다. 개항 이후 해방 때까지 진행된 이 과정을 탐색하는 것은 한국사를 넘어 평화 지향적 세계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창비·1만5000원 3월에 공개될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원작 소설이다. 출간 13년 만에 최근 정서에 맞게 일부 표현을 다듬은 리마스터판이다. 혈혈단신으로 벨기에에 밀입국한 탈북인 ‘로기완’의 행적을 추적하며 타인에 대한 공감과 애정을 그렸다.
-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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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스며든 ‘뚱뚱 혐오증’…외국인들이 지적했다
- 2023. 11. 10 11:10 화제
- 한 콘텐츠 제작자가 국내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앞에 표시된 과체중 남성 실루엣 스티커를 두고 한국의 ‘과체중포비아’를 지적하고 있다. 틱톡 캡처 “Korea is so mean(한국 정말 못됐다).” 국내 지하철 역사 안 에스컬레이터 앞에 붙어 있는 과체중 남성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스티커가 담긴 영상을 두고 ‘과체중 포비아(혐오증)’라며 해외 누리꾼들 사이에 논쟁이 일었다.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 코레알로(@Dailydoseofkorean)는 최근 서울 상봉역 바닥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영상에 담았다. 계단으로 가는 방향에는 마른 남성의 스티커를, 에스컬레이터로 가는 방향에는 뚱뚱한 남성 스티커를 붙여놓은 영상은 입소문이 타면서 틱톡에서만 2300만 회 이상(10일 기준)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해당 크리에이터는 해당 영상을 찍으며 한국어로 “괜찮아,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에스컬레이터를 향한다. 영상이 유행되면서 누리꾼들에게 ‘괜찮아(gwenchana)’ 밈이 생기고 있다. @Dailydoseofkorean 캡처. 한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이것이 바로 한국 일상에 스며든 ‘뚱뚱 혐오증’”이라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다리가 아픈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다고 해서 게으르거나 뚱뚱하고 여기는 것은 정말 엉뚱한 메시지”라고 전했다. 해당 스티커는 시민들의 비만과 만성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생활 속 걷기를 실천하도록 유도하는 목적으로 설치됐다. 일부 한국 누리꾼들은 “못된 것(mean)이 아니라 사람들이 더 많이 걸을 수 있도록 한 동기부여를 위한 스티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외 누리꾼들은 “어떠한 메시지를 담더라도 특정인들에 대한 ‘포비아’는 용서할 수 없다”고 대응했다. 한국 일상에 스며든 ‘비만 혐오증’에 대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에도 미국 대형 커뮤니티에서는 ‘체중감량을 위한 계단’을 표시한 한국의 다양한 설치 게시판을 두고 ‘팻 포비아’라는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은밀한 차별·혐오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 2020. 12. 10 11:03 문화/생활
- intro 청년 제원은 똑똑한 세희와 사랑에 빠졌다. 세희는 재원에게 단 하나의 연애 조건을 요구한다. ‘존중할 것!’ 처음엔 이 조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알 수 없으면 읽으면 되지!’ 세희와 제원은 연애를 위한 독서를 함께 해 보기로 한다.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는 99년생 페미니스트 대학생 세희와 기독교학을 전공한 93년생 제원의 연애독서일기다. 세희와 제원이 함께 읽은 스물두 번째 책은 ‘당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거짓말’(조이한 지음 / 한겨레출판사)이다. 이번엔 세희가 쓴다. ▶세희와 제원의 대화 세희:오빠, 오빠는 전공이 기독교학이잖아. 혹시 릴리트 알아? 제원:가나안 신화의 여신이지. 하체는 뱀이고 상체는 여성으로 묘사되는 괴물이잖아. 세희: 흥미롭게도 아담의 첫째 부인이 이브가 아니라 릴리트라는 이야기가 있어. 릴리트는 낙원을 제 발로 박차고 나간 인류 최초의 여성이래. 제원:에덴을 자발적으로 버린 그녀의 선택은 어리석은 것일까? 탁월한 선택이었을까? 왠지 릴리트가 낙원을 거부한 이유가 남자 때문일 거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군. ▶릴리트, 인류 최초의 여성 성경은 태초에 하나님이 인간을 흙으로 빚었다고 말한다. 정확히는 아담을 먼저 창조했다. 이브는 아담이 잠든 사이 그의 갈비뼈에서 나왔다. 이브의 탄생은 애초에 아담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녀의 생명도, 이브(하와)라는 이름도 모두 남편 아담에 의해 비롯됐다. 조물주가 계획한 창조의 진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여성은 창조 신화에서 홀로 설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남성에 의하지 않고 창조된 릴리트 신화가 있다. 신은 릴리트를 아담처럼 동일하고 평등하게 흙으로 빚었다. 하지만 공평한 창조의 세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아담은 힘으로 릴리트를 굴복시키고 자신 아래 눕혔다. 즉 완강한 가부장의 세계를 구축하려 했다. 하지만 릴리트는 여 보란 듯이 아담의 완력을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가부장으로 상징되는 남성 아담의 세계에 저항해 릴리트는 낙원 에덴을 떠났다. 그리고 거친 홍해에 자신의 거처를 만들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고 부족함이 없었다는 에덴. 하지만 그녀의 에덴은 가부장의 지배 아래 놓인 반쪽짜리의 가짜 세계였던 것이다. 그림에서 릴리트는 종종 뱀과 함께 등장한다. 실낙원 이후 뱀은 인류에게 악의 상징이었다. 릴리트와 뱀을 함께 등장시키는 데는 여성과 악의 본성을 암묵적으로 결합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남성에게 순종하지 않는 여성은 주체적 자발성을 갖춘 존재가 아니라 가부장의 질서를 용인하지 않는 문제적 존재로 부상한다. 창조 신화가 이토록 남성중심의 차별의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점은 더 이상 행복한 상상을 만들지 못한다. 이는 여성을 철저히 종속적 존재로 인식하는 가부장 세계의 한계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가려진 것들이 보이는 순간 ‘당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거짓말’의 저자 조이한은 아트 에세이스트다. 미술을 통해 젠더 문제를 다루는 것이 그가 선택한 페미니즘이다. 이 책은 인류 시원을 다룬 성경부터 남성의 동성애를 평범하게 수용했던 고대 그리스와 전위적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미술로 바라본 여성사를 다룬다. 저자는 유독 여성에게만 악녀라는 가혹한 이름이 붙은 이유를 추적하면서 릴리트, 판도라, 이브에 대해 다룬다. 릴리트는 독립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했을 뿐인데도 남성을 타락시키고, 아이를 잡아먹는 악녀의 표상이 됐다. 또 이브는 아담과 같은 죄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사를 통틀어 남성에게 봉사해야 하는 덧씌워진 죄인이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판도라는 불행을 세상에 풀어 인간을 괴롭게 한 악녀로 여겨진다. 사실 세상을 멸망시킬 목적으로 판도라를 만든 건 제우스였음에도 그는 비난의 화살을 맞지 않았다. 이 밖에도 이 책은 메두사, 코르셋, 에로스 등의 이야기를 통해 익숙함의 정체가 벗겨졌을 때 소름끼치는 직면하게 될 혐오의 실체가 무엇인지 확인시킨다. 너무나 익숙해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판도라와 이브의 이야기에 숨겨진 여성 혐오의 책략을 짚어내면서 나 또한 익숙한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었음을 실감했다. 세상은 언제나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스스로를 위장한다. 안전해 보이는 빙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혐오의 틈새를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고, 곳곳에 널린 위험들을 무사히 빠져나가기에 우리의 ‘차별을 감지하는 감각’은 너무도 둔감하다. 그래서 직접 그 틈새에 빠져보기 전까지는 혐오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하기 힘들다. 노동자가 되기 전까지는 노동권의 필요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불안한 세상일수록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페미니즘의 차별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는 효과가 있다. 2017년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드러낸 혐오의 실체는 놀라웠다. 그것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가려 놓았던 것들의 폭로였다. 페미니즘이 모든 차별을 증명하지도 해결할 수도 없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모순을 걷어내는 확실한 한 걸음임은 분명하다. 비록 느린 한 걸음이라도 성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한 걸음을 포기할 수 없다. ▶제원의 한마디 예전에 사물함에서 썩은 우유 냄새를 맡을 적이 있어. 정작 놀라운 것은 지독하게 썩은 냄새가 진동하기 전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이었어. 우리 안에 내재한 차별과 혐오도 실은 썩은 우유와 비슷해. 너무나 은밀하게 숨겨져 있지. 결국 온통 썩은 냄새로 질식할 것 같아야 원인을 찾아. 아직도 많은 사람은 우리 안의 차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아. 사물함을 여는 것이 싫고, 진동하는 냄새를 맡기 싫은 거지. 청소보다는 외면이 편하다는 생각하니까. 하지만 이 어리석은 기대는 결코 성공하지 못해. 썩은 우유가 저절로 사라지진 않으니까. 언제나 스멀거리며 결국 모든 세계를 오염시키지. 이번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느꼈어. 은밀한 차별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항상 깬 정신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책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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