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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48 건 검색)

환호공원·호미곶·한류 드라마 촬영지 등 볼거리 풍성
2024. 03. 27 22:33 보도자료
.... 공원 정상에 설치된 국내 최대 조형물 스페이스워크는 전국적인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호미곶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뜨는 일출을 바라보며 호방한 기운을 받기 위해 호미곶 해맞이광장으로...
포항시
[김해자의 작은 이야기] 호미의 길, 생명의 길
2023. 08. 31 20:35 오피니언
... 바람의 길을 내주는 호미다 어머니의 무릎이 점점 닳아갈수록 뾰족한 삼각형은 동그라미가 되어가지만 호미는 곳간에 쌓아둘 무거운 가마니들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가난한 한끼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김해자의 작은 이야기김해자
포항 호미곶 해상서 어선 화재 침몰···선원 4명 구조
2023. 04. 23 19:34 사회|사회|지역
... 불이 나 해경 등이 진화하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23일 오후 3시 2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 북동쪽 13㎞ 해상에서 4명이 탄 6t급 어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포항해양경찰서 등에...
어선사고구조포항해경
호미 대신 카메라 먼저 챙기는 71세 초보 농부…KBS1 ‘다큐 인사이트’
2022. 08. 24 21:47 문화
... 초보 농부 임명관씨는 호미 대신 카메라를 드는 순간이 더 많다. 일하러 갈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도 카메라다. 경기 김포에서 3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다 6년 전 전남 장성으로 귀촌한 그는 지난...

스포츠경향(총 35 건 검색)

‘세컨 하우스2’ 주상욱X조재윤 “집을 호미로 지어요?”
2023. 06. 08 17:07 연예|연예
KBS 빈집 찾기에 고군분투중인 주상욱과 조재윤이 최종 선택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다. 8일 오후 9시 45분 방송되는 KBS2 예능 프로그램 ‘세컨 하우스2’에서는 주상욱과 조재윤이 또 한 번 처참한 상태의 빈집을 마주하게 된다. 주상욱과 조재윤은 멀쩡한 집들 사이에 홀로 남아 있는 빈집을 찾아간다. 형체만 겨우 남은 이 집은 벽체가 뜯기고 무너져 내려앉는 등 붕괴하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두 사람을 탄식하게 만든다. 집을 둘러보고 난 뒤 주상욱과 조재윤은 어성우 교수가 던진 한마디에 “집을 호미로 지어요?”라며 발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집의 가격과 지리적 위치 등을 따지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고. 5개의 집을 둘러본 주상욱과 조재윤은 최종 리모델링 할 집을 선택하게 된다. 1억 2천만 원이라는 주어진 예산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두 사람은 점점 헛웃음을 치고, 주상욱은 “되는 데가 어딥니까?”라며 분노한다. 신중한 논의 끝에 두 집으로 선택의 폭을 좁힌 주상욱과 조재윤. 과연 이들이 선택하게 될 집은 어디일지, 앞으로 펼쳐질 리모델링 과정 또한 궁금해진다. 주상욱과 조재윤의 최종 결정은 8일 밤 9시 45분에 방송되는 ‘세컨 하우스2’에서 안방극장 1열에 배달된다.
[스경X현장]‘첫 손맛’ 두산 로하스, 호미페를 지워라
2023. 03. 27 16:41 야구
로하스 올시즌 두산의 선택은 새 외인 타자 호세 로하스였다. 두산은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동행했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새로 영입한 로하스는 신장 183cm, 체중 90kg의 탄탄한 체형을 갖춘 우투좌타 야수로 안정적인 타격 매커니즘을 바탕으로 중장거리 타구 생산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A 에인절스 지명을 받은 로하스는 2021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 2시즌 통산 83경기 타율 1할8푼8리 6홈런 OPS(출루율+장타율) .584의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6시즌 통산 535경기 타율 2할8푼6리 92홈런 OPS .850을 기록했다. 두산은 로하스가 페르난데스 이상의 장타력을 선보이기를 바랐다. 그리고 4월 1일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로하스의 첫 홈런이 나왔다. 로하스는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시범경기에서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6회 KBO리그 데뷔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0-2로 뒤처진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로하스는 키움 양현을 상대로 볼카운트 1B-1S에서 116㎞ 짜리 커브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로하스의 솔로 홈런은 역전의 발판이 됐다. 1사 만루에서 강승호가 땅볼로 1타점을 뽑아내 동점을 만들었고 2사 1·2루에서는 이유찬이 우전 적시타로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7회 달아나는 점수도 로하스의 장타에서 나왔다. 무사 2루에서 로하스가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쳐 2루주자 조수행을 불러들였다. 두산은 신성현의 우전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벌리며 최근 2연패 탈출에도 성공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로하스가 팀이 기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기뻐했다. 로하스는 “공을 강하게 때리는 것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팀에 도움이 되어서 기쁘다”라고 밝혔다. 올시즌 새로 KBO리그 무대를 밟은 외인들 중 타격 부분에 있어서 호평을 받고 있는 로하스는 “기본적인 것에 충실한 편”이라며 “매 타석마다 좋은 타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수비에서도 멀티 플레이어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로하스를 주로 우익수로 기용하면서 김재환의 체력 안배가 필요할 때 좌익수로 쓸 예정이다. 그 외에는 지타로 활용할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로하스는 “외야든 내야든 다 연습하고 있고 필요한 곳에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며 “수비에 나가는 게 더 익숙하고 지명타자가 접근법이 좀 다르지만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막까지 최대한 KBO리그 투수에 대해 분석하고 공부할 예정이다. 로하스는 “시범경기든 시즌경기든 집중하는 부분은 항상 똑같다. 목표는 승리”라며 “투수를 많이 상대해보지 않았고 시즌은 길기 때문에 좀 더 적응해야할 것”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스경X현장
호미들X언에듀X트랜스픽션, 월드컵 응원가 ‘하나되어’ 오늘 발표
2022. 11. 16 10:41 축구
딩고 제공 힙합 그룹 호미들(Chin·Ck·Louie)과 래퍼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이하 언에듀), 밴드 트랜스픽션(해랑·천기·전호진·손동욱·아이디얼스)이 딩고 프리스타일을 통해 뭉쳤다. 딩고 프리스타일은 16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호미들X언에듀X트랜스픽션이 함께한 신곡 ‘하나되어(Become One)’ 음원을 공개한다. ‘하나되어’는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탄생한 곡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선전과 전 국민의 화합을 기원하는 월드컵 응원가다. 음원 발매에 앞서 13일 딩고 프리스타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DF SSUL] 월드컵 송’ 영상을 통해 어릴 적 축구 선수의 꿈을 키우며 수년간 훈련을 받기도 한 찐 ‘축덕(축구 덕후)’ 언에듀가 직접 신곡 ‘하나되어’의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언에듀는 ‘승리를 위하여’, ‘승리의 함성’ 등 국내 최고의 월드컵 응원가들과 온라인 축구게임 ‘피파 온라인’의 OST로 유명한 ‘라디오(Radio)’ 등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록밴드 트랜스픽션이 딩고와 손을 잡고 새로운 월드컵 노래를 제작한다는 소식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참여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딩고 제공 이어진 전화 연결에서 호미들의 멤버 Ck(시케이)는 트랜스픽션과의 작업에 대해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 노래 제작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다. 특히 트랜스픽션과의 협업은 아들의 아들한테까지 자랑할 일이다. 아주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멤버 Louie(루이)는 “어릴 적부터 축구게임을 좋아했다. 트랜스픽션과 작업한다는 게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며 벅찬 마음을 내비쳤다. 이에 트랜스픽션은 음원 ‘하나되어’의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스케치 영상을 통해 “과거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을 해왔는데, 힙합 뮤지션분들과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에서 제일 새롭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호미들과 언에듀를 통해) 신선한 에너지를 얻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딩고 프리스타일은 최근 조남지대의 신곡 ‘사랑받지 못하는 남자, 배달받지 못하는 남자’를 비롯해 얼터너티브 R&B 아티스트 태버의 싱글 ‘007(feat. Syd)’, 저스디스의 힙합 복귀곡 ‘디스 이즈 마이 라이프(THIS Is My Life)’와 발라드 음원 ‘나는 이별이에요’, ‘우리 헤어지니’, ‘찢어졌다 붙었다 다시(You Remix) (Prod. DOKO)’, 래원, 조광일, 안병웅이 e스포츠 시장을 겨냥해 만든 ‘라이언 일병’, ‘레인 드롭(Rain Drop)’ 등 다양한 음악 장르의 아티스트와 음원을 발매하며 음악 IP 및 음악 관련 영상 콘텐츠 힘을 키워가고 있다. 호미들, 언에듀, 트랜스픽션이 함께한 월드컵 노래 ‘하나되어’는 16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또한 발매일인 16일부터 오는 30일까지 ‘하나되어’ 음원에 맞춰 자신만의 승리 세레머니를 표현하는 영상과 해시태그를 자신의 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상품을 증정하는 챌린지 이벤트가 진행된다. 아티스트들 역시 ‘하나되어’ 챌린지에 참여해 힙합 감성이 넘치는 승리 세레머니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월드컵 별별 얘기
[스경X오피셜]‘굿바이 호미페’ 두산, 새 외인타자 호세 로하스 영입
2022. 10. 26 15:37 야구
두산 새 외국인타자 호세 로하스.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이 호세 페르난데스(34)와 작별하고 새 외국인타자 호세 로하스(29)와 손을 잡았다. 두산은 미국 출신의 로하스와 총액 100만달러(계약금 5만·연봉 85만·인센티브 10만)에 계약했다고 26일 밝혔다. 로하스는 키 183cm, 체중 90kg의 체형을 갖춘 우투좌타 야수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A 에인절스의 지명을 받았고, 2021년 처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빅리그 2시즌 통산 성적은 83경기 타율 0.188, 6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584다. 마이너리그에서는 6시즌 통산 535경기 타율 0.286, 92홈런, OPS 0.850을 기록했다. 두산 관계자는 “로하스는 안정적 타격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중장거리 타구 생산에 능하다”며 “변화구 헛스윙 비율이 평균보다 낮으며 타구 분포가 다양한 스프레이 히터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 평균 115경기 이상을 꾸준히 나선 내구성을 갖췄으며 2루와 3루, 좌우 코너 외야 수비를 두루 소화해 활용폭을 넓힐 수 있는 자원”이라고 말했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4시즌 동안 두산에서 뛴 페르난데스는 4시즌 타율 0.328, 57홈런, 351타점을 남기고 팀을 떠난다. 2019~2020년 2년 연속 안타왕에 올랐지만 올 시즌에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간경향(총 4 건 검색)

호미와 갓이 해외 진출한 인기 한류 상품?(2020. 04. 06 15:13)
2020. 04. 06 15:13 문화/과학
“오 마이 갓!”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조선시대 배경의 좀비 드라마 <킹덤>이 전 세계에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이야기 구조와 볼거리를 바탕으로 드라마 자체도 인기를 끌었지만 유독 외국인들의 눈길을 끈 소재는 다름 아닌 갓이다. 상황과 신분, 직책에 따라 서로 다른 등장인물들이 여러 종류의 전통 모자를 쓴 모습에 매료된 것이다. 이러한 해외의 열광적인 인기에 대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드라마에서 영의정 조학주로 분한 배우 류승룡이 머리에 쓴 검은색 갓에 손을 대며 “오 마이 갓”이라고 말하는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에서 내금위장이 깃털이 달린 갓을 쓰고 있다.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킹덤2> 통해 관심 집중 지난해 1월 공개된 <킹덤> 시즌1에 이어 시즌2가 지난 3월 공개되면서 갓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마존과 이베이 등 해외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에서 갓이나 전립, 사모 같은 한국 전통 모자 판매량이 늘어나는가 하면, 해외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도 갓을 포함한 한국의 전통 복식에 관한 호평과 문의 글이 늘었다. 과거 농기구 호미가 생소한 외국에서 농사에 유용한 도구로 인정받으며 뜻밖의 한류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전통 복식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킹덤>은 좀비와 멋진 모자에 관한 드라마.” SNS에서 ‘킹덤 모자(Kingdom hat)’나 ‘한국 전통 모자’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면 외국인들이 이 낯선 모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영화 <19곰 테드>를 제작한 존 제이콥스도 “조선시대 좀비를 다룬 <킹덤>을 즐겁게 감상하고 있는데, 극에 나오는 수많은 모자에 대해 설명해줄 학자는 없을까”라며 관심을 보였다. 보통 영문으로 ‘gat’이라고 표기되는 갓이 신을 뜻하는 god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류승룡처럼 일종의 ‘아재개그’를 선보이는 네티즌들도 있다. 사실 전통 복식 중 갓이나 사모처럼 머리에 쓰는 모자류에 관한 이해는 한국인들도 그리 깊지는 않다. 다양한 모자의 정확한 이름이 무엇이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 쓰는지를 속속들이 아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도 사극을 통해 전통 모자를 보는 데 익숙했던 한국인들과 달리 외국인들의 눈에는 다양한 색깔과 형태의 모자가 신기하고 매력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인식은 서양 열강들에 문호를 개방하며 본격적인 교류가 이뤄지던 개화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이 1883년 당시 한양에서 석 달가량 체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1885년 펴낸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는 “갓은 서양에서 유행하는 실크 해트와 같은 등급을 매길 만한 훌륭한 발명품”이라는 찬사가 나온다. 1886년 육영공원 교사로 부임한 조지 길모어도 조선을 “모자의 첨단을 걷는 나라”라고 표현했다. 격식을 갖춘 복식에 모자를 포함하는 문화는 서양 각국에도 있었다. 하지만 특히 조선은 말총과 비단뿐 아니라 대나무, 삼베, 기름 먹인 종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그보다 더 다양한 모자를 만들어 어디서나 쓰고 다녔던 것이 이색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물론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새로운 문화의 특색에 반응하는 이면에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나온 몰이해도 없지 않았다. 미국인 윌리엄 그리피스는 1882년 펴낸 <조선, 은자의 나라>라는 책을 통해 조선을 서양에 처음 소개한 인물이다. 하지만 당시 일본에 거주하며 한 번도 조선을 찾은 적이 없었던 탓에 모자가 조선의 특색 있는 문화라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과장된 묘사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갓의 너비를 말하자면, 지붕이나 우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지름이 매우 크다”며 “아마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낙하산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황당한 기록을 남겼다. 돌솥·양은냄비·삼겹살용 불판도 인기 개화기 조선을 방문한 프랑스의 민속학자 샤를 바라가 “조선은 모자의 왕국”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서양인들에게 조선의 모자 문화는 이색적이었다. 집안에서 신발과 겉옷은 벗어도 모자는 썼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현대 한국인이 보기엔 ‘모자’라는 표현이 가장 익숙하지만 모자를 뜻하는 ‘모(帽)’는 전통 ‘쓰개’ 복식의 한 형태에 불과했다. 갓을 뜻하는 ‘립(笠)’만 해도 말총으로 만든 흑립과 새의 깃털이나 돼지털로 만든 무관용 전립, 가는 풀 등을 엮어 만든 초립 등 다양하다. 여기에 실내에서 쓰는 망건·탕건 등의 ‘건(巾)’, 관례나 행사에서 주로 썼던 각종 ‘관(冠)’, 삿갓과 족두리, 남바위 등 실용과 패션을 모두 갖춘 전통 쓰개들은 지금 봐도 고유한 매력을 뽐낸다. 미국의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 아마존과 이베이에서 갓을 비롯해 한국 전통 모자들이 판매되고 있다. / 아마존·이베이 <킹덤> 제작진도 시즌1 이후 점차 늘기 시작했던 갓에 대한 해외의 관심을 드라마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첫 시즌보다 더 많은 종류의 전통 모자가 등장할 정도로 소품에도 많은 공을 들였고, 시즌2 방영 이후 이에 대한 관심도 더 크게 늘었다. 채경화 의상감독은 “첫 시즌에서 한복·갓 등 한국 의복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했다. 시즌2에서는 대나무 갓과 방한용 모자 등 새로운 소품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인사동이나 광장시장처럼 해외 관광객이 자주 방문하는 곳에 갓을 걸어두고 판매하는 기념품 상점도 늘었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외국인을 비롯해 찾는 발길은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부터 드라마를 통해 갓을 접한 이들이 많아서인지 전시된 갓을 써보고 사진을 찍거나 구매하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인사동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모씨(59)는 “지난해부터 전통 모자는 없느냐고 묻는 외국인들이 늘어서 이왕 상품을 구비하는 김에 가장 질 좋은 말총 갓을 들여와 걸어뒀는데, 만져보고 모양과 품질에 감탄하는 관광객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드라마 한 편의 인기로 갓과 전통 모자가 뜻하지 않은 인기 한류 상품이 됐지만 의외의 제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끈 경우는 꾸준히 나왔다. 가장 대표적인 품목이 호미다. 밭일을 하며 김을 맬 때 없어서는 안 될 농기구로 국내에서 낯설지 않은 호미가 외국에서는 2015년을 전후해 입소문을 타고 팔리기 시작했다. 정원이나 텃밭을 가꾸는 데 편리하고 쓸모가 많기 때문이다. 각종 농기계 사용에는 익숙해도 사람이 직접 힘을 들이는 농기구는 삽이나 쇠스랑 정도만 생각하던 외국에선 호미가 충격적인 신제품이었던 셈이다. 아마존에서 호미를 판매해 예상치도 못한 매출을 기록한 김태경 리딩트러스트 대표는 2015년 처음으로 호미를 판매하기 시작해 지금은 영주대장간 석노기 장인이 만든 호미를 유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통 방식으로 호미를 만드는 장인을 찾아봤지만 예상보다 흔치 않았는데, 그중 전통 제조방식을 고수하는 장인과 계약을 맺고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을 함께 알리며 마케팅을 펼쳤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쓰는 ‘호미(homi)’라는 이름을 그대로 쓴 것도 소비자들이 새로운 물건과 한국 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한 초기엔 재고가 한 시간 만에 모두 동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지금도 아마존에서 하루 평균 300개 정도의 호미를 판매하고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김 대표는 크기를 다양하게 만들어 제품군도 늘리고, 자루가 긴 서양식 낫에 비해 손잡이가 짧은 전통 낫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아 판매할 예정이다. 돌솥 역시 예상외로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품목 중 하나다. 쌀로 밥을 지어먹는 문화는 이미 해외에 건너간 교민들의 영향으로 많이 전파됐고, 한국뿐 아니라 일본·중국 등의 전기밥솥도 다용도 조리기구로 알려지기는 했다. 하지만 돌을 소재로 한 조리기구는 쌀 문화권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던 제품이었던데다 열을 오랫동안 품고 있는 특유의 장점 덕에 더욱 주목받았다. 조리기구의 성격으로만 보면 정반대지만 양은냄비 역시 해외에서 의외로 인기를 얻는 품목이다. 값이 싸고 빠르게 달아올랐다가 빠르게 식는 특성이 라면 같은 인스턴트 음식 조리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 기름이 빠지는 구멍이 있고 고온에도 재료가 달라붙지 않는 삼겹살용 불판 등도 육류뿐 아니라 다양한 조리과정에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주간 舌전]“내가 가진 무기는 호미 자루 하나도 없다.”(2019. 03. 04 14:40)
2019. 03. 04 14:40 사회
지난 2월 2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 심문기일이 열렸다. 피고인 신분으로 처음 법정에 선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검찰은)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300여 페이지 되는 공소장을 만들어냈다. 정말 대단한 능력”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검찰을 ‘조물주’에 빗대며 없는 범죄사실도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그런 검찰에 대항할 아무런 힘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정한 듯 말을 이어갔다. “검찰은 형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법원의 자체조사에도 불구하고 영민하고 목표의식에 불타는 수십 명의 검사를 동원해 법원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졌다”면서 “거의 20여만 페이지에 달하는 증거서류가 내 앞을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고지 한 장 들지 않고 13분간 발언했다. 특히 검찰의 법원 재판 프로세스에 대한 무지를 꼬집었다. “재판 하나하나마다 결론을 내기 위해 법관이 얼마나 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깊은 고뇌와 번뇌를 하는지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는 듯하다”고 했다. 본 재판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가 떠난 사법부는 그의 말대로 더 치열하게 사건 하나하나에 고민하고 결론을 내리기 위해 고뇌와 번뇌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양 전 대법원장이 잊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 그의 말대로 이제 ‘피고인 양승태’는 판사들에게 고뇌와 번뇌의 대상일 뿐 더 이상 사법부 수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판사들의 치열한 법리판단과 고민의 결과로 내려진 판결이 어떨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 연합뉴스
주간 舌전
[독서일기](4) 호미(2007. 03. 20)
2007. 03. 20 문화/과학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 노작가의 연륜이 묻어나는 산문집이다. 그 연륜이 저절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인생의 단맛과 쓴맛, 내 몸을 스쳐간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격렬했던 애증과 애환, 허방과 나락, 행운과 기적”(‘다 지나간다’)들이 연륜을 만든다. 칠순에 이른 작가는 세상 만물에서 “모든 건 다 지나가게 돼 있다”라는 속삭임을 듣는다. 말하지 못하는 사물들, 더 나아가 하늘과 땅의 소리를 듣는 게 연륜의 지혜요, 통찰력이다. 공자도 말하지 않았는가. “내가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고, 삼십에 일어서고, 사십에 흔들림이 없어지고, 오십에 하늘의 뜻을 알고, 육십에 하늘의 뜻을 쉽게 따를 수 있고, 칠십에 하고 싶은 바를 해도 올바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박완서·열림원·2007 하나 나이가 저절로 지혜와 통찰력을 갖다 주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들어 없던 욕심도 생기고 편협해질 수도 있는 게 사람이다. 노욕은 추하고, 저만 옳다는 굳센 고집은 노욕보다 더 추하다. “한때는 우리가 겪은 걸로만 세상을 보고 그 잣대로 세상을 판단하고, 젊은이들을 가르치려 들고 우리 말귀를 못 알아듣는 젊은 세대를 근심하고 분노한 적도 있다. 그러나 날로 다양해지는 세상에서 만 년 옳은 생각이란 편협한 생각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어쩌면 나이 덕이다.”(‘초여름 망필(妄筆)’) 나이든 자의 지혜란 두루 꿰고 통달해서 제 것만 옳다는 고집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박완서는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소학교를 다니고 소련군 점령지역에 들어간 개성을 탈출해 38선을 넘어 온 실향민이다. 6·25때 가족을 잃고 전후의 가난을 뼈저리게 겪었다. 신산한 우리 현대사의 굴곡이 그 삶의 말랑한 부분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셈이다. 노작가의 삶은 이제 그 자체로 산 역사가 된 것이다. “모녀는 일부러 더 남루한 복장으로 개성을 탈출했다. 개성에서 봉동으로 통하는 길에 야다리라는 다리가 있다. 그 다리 한가운데가 38선인 듯 다리 이쪽은 소련군이 저쪽은 미군이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기차가 없어서 도보로 떼지어 가는 사람들을 미군도 소련군도 바라만 볼 뿐 검문도 제지도 없었다. 나는 다리 한가운데에 줄이 그어졌나, 새끼줄이라도 매놨나 찾아봤지만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내가 넘은 38선’) 38선을 넘은 얘기를 담담하게 술회하는 이런 글들은 경험의 직접성 때문에 더 생생하다. 산 세월이 길고 마음에 맺힌 게 많으니 할 얘기도 많고 쓸 얘기도 많을 것이다. ‘호미’는 그 편린들을 보여준다. 박완서의 소설이 그러하듯 산문들은 진실을 드러내는 데 가차없이 신랄하며 경험의 직접성을 날 것으로 건져내는 문장은 살아서 꿈틀댄다. ‘꽃 출석부 1’ ‘꽃 출석부 2’ ‘호미 예찬’ ‘흙길 예찬’과 같은 글들은 전원살이에 충만한 기쁨을 노래한다. 눈 녹은 자리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이 복수초다. 땅에 떨어진 금단추 같은 복수초가 노란 꽃을 피우면 그 옆에서 노루귀가 분홍 꽃을 피운다. 복수초보다 먼저 흙을 뚫고 싹을 내미는 것은 상사초고, 그 다음이 수선화다. 그 뒤로 이어지는 산수유, 목련, 매화, 살구, 자두, 앵두, 조팝나무 등이 차례로 꽃을 피우고, 그 아래 제비꽃, 민들레, 은방울꽃이 핀다. 이렇게 봄 마당에는 100여 가지의 기화요초가 꽃을 피운다. 해마다 봄 마당에서 꽃들의 출석부를 들고 그것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는 것은 그것들이 “살아 있는 기쁨을 느끼고 나누고 싶은 생명 본연의 원초적인 활력”을 주는 까닭이다. ‘호미 예찬’에서는 흙 주무르기를 좋아하는 취미를 털어놓는다. 호미는 김 맬 때 쓰는 여성용 농기구다. 씨를 뿌리기 위해 땅을 일구고 잡초를 뽑는 데 유용한 농기구다. 작가는 이 호미의 기능성과 유려한 모양새에 반한다. 작가는 호미를 가리켜 “고개를 살짝 비튼 것 같은 유려한 선과, 팔과 손아귀의 힘을 낭비 없이 날 끝으로 모으는 기능의 완벽한 조화는 단순 소박하면서도 여성적이고 미적”이라고 말한다. ‘호미 예찬’은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의 실팍한 보람과, 더 나아가 노동의 기쁨과 넘치는 활력에 대한 예찬이다. 시골 출신이긴 하지만 직접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작가가 호미를 들고 식물들을 가꾸고 돌보는 것은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완벽하게 정직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과 더불어 호미를 옆구리에 차고 빈 땅만 보면 땅을 일궈 씨 뿌리고 거두던 어머니의 어머니와 어머니로 이어져오는 여성사의 “핏줄 내력”을 벗어날 수 없는 탓이다. 자연은 사람이 끝내 돌아가야 할 본향이다. 허나 자연에 사는 일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현관 처마 밑에 생긴 말벌 집을 긴 호스 끝을 그곳에 겨냥하고 물을 틀어 떨어뜨린다.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말벌집이 땅에 떨어지자 말벌에 대한 공포감에 질려 벌집을 발로 짓밟아 으깨버린 뒤 “조금도 개운하지 않은 기분 나쁜 승리감”으로 헐떡이고 그날 밤 악몽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다 지나간다’는 글의 내용이다. 이 경험 속에 풀어놓은 자연과 가까이 사는 것의 공포와 번거로움은 전원생활에 대해 품은 낭만적 기대를 일그러뜨려 놓는다. 작가가 자연친화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낯선 곤충이나 징그러운 동물과 함께 사는 데서 생기는 공포감이나 버거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귀찮은 미물들을 퇴치하기 위해 살충제를 뿌려대고, 뱀과 땅벌들의 활동 근거지를 원천봉쇄하며 안도하고, 또 한편으로 제 두려움을 없애고 편함을 위해 미물들에 적대하는 그악스러움에 치를 떤다. 동물들과만 불화하는 것이 아니다. 뿌리지 않았는데 돋는 식물들도 골칫거리다. 그러니 “제가 잉태한 것은 어떡하든지 생산하고자 하는 땅의 욕망과 내가 원하는 것만 키우고 즐기고 싶어 하는 나의 욕망과의 투쟁”(‘흙길 예찬’)도 피할 도리가 없다. 이렇듯 식물과의 불화도 애써 감추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응시하고 진실을 직설로 드러내는 이 산문들은 과연 박완서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호미’에는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참다운 사람 노릇에 대한 궁구가 빛난다. 보고 듣고 겪은 바가 고스란히 지혜와 통찰력으로 이어진 듯 글마다 세상을 꿰뚫는 이치가 훤하다. “돌이켜보니 자연이 한 일은 다 옳았다”와 같은 짧은 문장이 울림이 큰 것은 아마도 그런 지혜와 통찰력이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나이든 사람의 어질고 따뜻한 마음이 글에 배어나올 때이다. ‘호미’에 실린 많은 글들은 가족사와 관련된 글들이다. 소설을 통해 익히 알려진 것들이지만 다시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 이번 책에서 특히 돋보이는 것은 땅과 식물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다. 몸과 가까이 있는 그것을 두루 보듬어 안고 살가운 어린 자식 보듯 하는 게 보기에 좋다. 작가의 땅과 사람살이를 대하는 품이 대지의 모신처럼 크고 넓다. 아울러 그 거침없고 분방하며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필력도 볼 만하다.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독서일기
안강에서 호미곶까지(2004. 04. 01)
2004. 04. 01 스포츠
영-호남을 넘나들어 길을 다니면서 양남(兩南)의 자연적 차이를 생각해볼 때가 있다. 영남의 산세가 굳세고 남성적인 반면, 호남의 자연은 어딘지 섬세하고 여성적이다.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마도 빛이 아닌가 싶다. 동쪽에 위치한 영남은 그만큼 빛을 일찍, 오래 받고 자연 역시 생기발랄하니, 시체말로 이야기하면 '아침형'이다. 상대적으로 '저녁형'인 호남은 깊고 그윽한 맛이 있다. 가치판단을 떠나서 이러한 자연환경의 차이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기질에도 깊이 영향을 끼친다. 영남이 정치적 성향이 강한 반면, 호남은 예술적 기질이 농후하다. 자연을 대하는 법 역시 차이가 있어, 호남이 자연을 관조하려는 성향이 짙은 데 비해, 영남은 자연조차 경영하려고 든다. 소쇄원을 비롯한 호남의 정자문화와, 서원을 중심으로 한 영남의 유림문화가 그러한 차이를 잘 드러낸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호미곶으로 가는 길에 잠시 영남문화의 특색을 어김없이 엿볼 수 있는 안강에 들러야만 한다. 옥산서원과 양동마을 비록 경주에 속해 있다지만, 옥산서원과 양동마을은 경주와는 또다른 별격의 답사지다. 어딜 가나 온통 신라뿐인 경주와는 달리 이곳 안강 지역은 조선 시대의 유교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것도 규모 방대하고 위풍당당하게. 보길도가 고산의 낙원인 것처럼, 안강은 영락없이 회재 이언적의 소관이다. 조선조 철학적 논쟁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조한보와 논쟁을 벌여 학문적 성가를 드높이고, 퇴계로부터 '성리학의 본원을 바로세웠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던 이언적은 중앙 무대에서 입신과 좌절을 거듭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향리인 안강으로 내려와 은거하며 절치부심, 재기를 노렸다. 지금의 옥산서원 뒤편 독락당과 계정, 정혜사지가 그 회한과 재충전의 현장이다. 영남 사림의 거두 회재의 삶이 어떠했든, 사후에 그를 배향한 옥산서원에 드는 길은 오롯이 학문에 대한 깊은 생각 에 잠겨 거닐 수 있는 사색의 길이다. 옥산서원에 들려면 자계천의 반석 위로 놓인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한다. 발밑으로 흐르는 실개천을 애써 외면하며 조심스레 다리를 건너보라. 무릇 학문에 이르는 길은 이처럼 긴장과 집중으로 비롯하는 것일지니. 역락문을 지나 서원 본채에 들어서면 점입가경이다. 병산서원의 자연을 향해 열린 구조와는 달리 무변루를 비롯한 옥산서원의 주요 건물들은 바깥 경관을 완곡히 차단한 채 중정(中庭)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서 있다. 이 또한 단절과 감시로 학습 효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배어 있는 것은 아닐는지. 무변루의 편액 한편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다. 모자람도 남음도 없고, 끝도 시작도 없다. 빛과 맑음이여, 태허를 노니는구나. 옥산서원을 돌아나와 도덕산 쪽으로 좀더 들어가면 회재가 낙향 시절을 보냈다는 독락당과 계정이 있다. 또한 그의 지기가 중국에서 가져다주어 심었다는 주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보존돼 있고, 집 뒤편으로는 그가 종교와 신분을 뛰어넘어 스님들과 교류했다는 정혜사지가 있다. 해당화와 동백이 아름다웠다는 정혜사는 1834년의 화재로 폐사되어, 지금은 눈맛 시원한 13층석탑 1기만 홀연히 빈터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회재의 고향 양동마을은 안동의 하회마을과 더불어 아직까지 옛경관이 남아 있는 이 땅의 대표적인 반촌(班村)이다.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두 가문이 할거해온 집성촌으로, 월성 손씨 집안에서는 우재 손중돈을 배출했고, 여강 이씨 집안에서는 회재 이언적이 나왔다. 두 집안은 혼인으로 서로 친척관계가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자기 '가문의 영광'을 위해 알게 모르게 갈등과 경쟁을 계속한다. 심지어 삼현(三賢)이 나올 길지라는 월성 손씨 종택 서백당을 두고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우재가 태어난 이후, 외손인 회재가 이곳에서 탯줄을 끊는 바람에 한 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손씨 문중에서는 시집간 딸들이 친정에 몸을 풀러 와도 해산만은 기어이 다른 집에서 시킨다는 것이니, 전통과 관습으로 꽉 짜인 듯한 이 마을을 돌면서 영욕에 대한 인간의 집착을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TIP학문과 전통의 딱딱함이 조금 지루하실지 모를 분들께 드리는 객쩍은 여담 하나. 옥산서원의 정문 격인 역락문(亦樂門)을 지나치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나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역락문이란 이름은 [논어]의 첫머리 '학이(學而)' 편에 나오는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하니 불역락호(不亦樂乎)아-먼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따온 것이다. 부박하던 학동 시절 짓궂게도 우리는 '붕' 자 대신 '방' 자를, '역' 자 대신 '알' 자를 끼워 외우고 다녔던 것이다. 덕분에 이 구절을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지만... 공자여, 회재여, 나의 불경을 용서하시라. 호미곶과 구룡포 짐짓 점잖은 척 뒷짐을 지고 돌아봐야 했던 상아탑과 반가를 빠져나오기 무섭게 숨통이 트인 것처럼 냅다 바다를 향 해 달릴 수 있다. 제철도시 포항을 거쳐 최백호의 친구들이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영일만을 끼고 30여 분을 달리면 마침내 한반도의 남동쪽 끝자락 호미곶이다. 호미곶으로 가는  내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바다도 덩달아 오르락내리락한다. 마치 거친 파도를 타고 바다를 달리는 것처럼 구비치기를 얼마였던가.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무렵, 비로소 뭍은 잦아들기 시작하면서 나지막한 구릉지대를 열어놓는다. 호미곶. 한반도에서 아침햇살이 가장 먼저 닿는다는 곳. 동해의 푸른 물결이 마침내 몸을 풀어 '엑소더스'처럼 뭍의 발등에 맨처음 입맞춤하는 곳.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찬란한 아침을 위하여 호미등은 이 땅에서 가장 큰 등대불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다.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맞는 곳이 호미곶이라느니, 간절곶이라느니 하는 논란 따위는 호랑이 꼬리냐, 토끼 꼬리냐 하는 것과 똑같이 무의미하지만, 호미곶에서는 어차피 해돋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호미곶 등대의 불빛이 스러지면 동해는 어둠을 깨고 장엄한 붉은 빛을 토해낸다. 가슴 벅찬 소회를 안고 그렇게 망연히 아침을 맞는데, 딛고 선 발밑으로 땅조차 용틀임으로 깨어나고 있지 않은가. 노래하라, 살아있음이여. 부딪히고 깨어져도 끝끝내 살아갈 수밖에 없음이여. 그나마 붉은 기운에 섞인 바다의 청신한 기운에 힘입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박차고 떠오른 해 밑으로 난데없는 손 하나가 불쑥 눈에 들어온다. 포항시가 새천년을 맞아 세운 상징물로 이른바 '상생의 손'이다. 떠오르는 해보다 더 크게 솟아보이는 그 손이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이 과연 좋은지, 없는 것이 좋은지 헤아려보는 사이, 문득 어떤 연상 하나가 머릿속을 파고든다. 1894년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은 상해에서 자객 홍종우에게 살해된 뒤 능지처참되어 전국 각지에 효시되었다. 그때 토막난 시신 중 왼팔이 버려진 곳이 바로 이곳 호미곶 앞바다였던 것이다. 동해로 튀어나온 호미곶의 지세가 역모의 기운을 담고 있어 그를 잠재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다행인지 바다에 세워진 것은 오른손이고, 왼손은 반대편 뭍 위에 세워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포항에서 내처 달려온 길이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제작하면서 울진 죽변곶과 이곳 가운데 어디가 더 튀어나왔는지 가늠하기 위해 일곱 차례나 드나들었다는 곳 아닌가. 또 있다. 다산 정약용이 기나긴 유배생활을 시작했던 곳도 이곳 호미등이었다. 우연찮게도 이렇듯 호미곶에는 내가 이 땅의 역사 속에서 존경해 마지않는 세 사람의 자취가 서려 있으니, 어찌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에도 숙연해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래도 고균이 그랬던 것처럼, 고산자가 그랬던 것처럼, 다산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또 길을 떠나야 한다. 과메기 의 본향 구룡포거나, 더 멀리 동해구 대왕암까지라도, 아니 그보다 더 멀리까지라도, 끝도 시작도 없이, 그렇게 쉼없이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호미곶에서 받아들인 금빛 불씨 하나 가슴 깊숙이 소중히 간직한 채. TIP구룡포의 별미 과메기는 이제 철이 지났다. 비릿하면서도 쫀득쫀득한 그 맛이 아무리 그리워도 끝물인 과메기를 어거지로 찾기보다는 이제 막 살이 오르기 시작한 대게나, 시원한 밀복국, 아니면 전복(할매전복집 (054)276-3231) 등으로 대신하기 바란다. 그 어떤 것에도 구룡포의 거칠고 활기에 넘친 바닷바람이 스며들어 있기만 하다면, 겨우내 잠들어 있던 당신 혈관 속에 봄의 생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할 것이니. 글-사진/유성문〈여행작가-편집회사 투레 대표〉 rotack@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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