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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1,675 건 검색)

수원 화성·행궁동·대전 성심당, 2024년 밝힌 ‘한국 관광의 별’ 수상
2024. 12. 18 17:12 여행
..., 민간 분야에 대한 시상을 확대해 총 9개 분야 11개를 시상했다. ‘올해의 관광지’로 선정된 수원화성&행궁동은 도심 속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전통적 매력과 근현대의 시간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화성 먼저 간 선배보다 나은 ‘청출어람’ 우주 탐사차…떠날 곳은 어디?
2024. 12. 18 11:52 과학·환경
... 첫 ‘무인 달 탐사 차량’ 설계에 착수했다. ‘인듀어런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 탐사 차량은 현재 화성에서 운영되는 비슷한 목적의 탐사 차량보다 성능이 훨씬 좋다. 이동 속도는 10배, 총 이동 거리는...
“나 아직 안 죽었어”…망가진 화성 무인헬기에 이런 쓰임새가?
2024. 12. 12 12:31 과학·환경
... 제공 NASA가 개발한 인제뉴어티는 1.2m짜리 로터 2개를 장착한 소형 무인헬기다. 2021년 4월 화성에서 첫 비행을 했다. 인제뉴어티는 지구 밖 천체의 대기권에서 처음 날아다닌 동력 비행체다....
오산시 세교지구 메디컬센터 준비 중인 화성중앙종합병원 ‘화성시 파트너 어워즈 2024’ 참석
2024. 12. 11 11:38 경제
... 파트너 어워즈 2024’에 참석하였다고 밝혔다. 화성시복지재단과 사랑의열매에서 공동주관, 화성시와 화성상공회의소가 후원하여 진행된 이 날 행사는 화성시 발전을 위한 많은 후원기업인과 내빈들이...

스포츠경향(총 313 건 검색)

화성FC, K리그 26번째 구단으로 가입…내년부터 K리그2 참가
2024. 11. 30 12:20 축구
K리그 이사회 | 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26번째 구단이 탄생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9일 서울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5차 이사회에서 화성FC의 회원 가입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화성은 내년 K리그2(2부)의 14번째 구단으로 참가하게 됐다. 화성의 K리그 가입은 내년 1월 정기총회에서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았으나 이미 이사회를 통과해 큰 걸림돌은 없을 전망이다. 화성의 K리그 가입으로 내년 K리그2의 일정은 정상적인 구조로 돌아가게 됐다. 올해는 13개 구단이 경기를 치르다보니 한 구단은 불필요한 휴식기가 발생했다. 이젠 14개팀이 팀당 39경기를 치러 우승과 승격 자격을 다툰다. 2013년 창단한 화성은 세미프로인 K3리그의 강호다. 지난해 우승과 준우승을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화성시도 이 열망에 따라 2023년부터 본격적인 프로화를 추진했다. 지난달 연맹에 K리그 회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사회도 다양한 여건을 검토한 결과 K리그 가입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이번 이사회에선 K리그2의 동남아시아 쿼터를 내년부터 폐지하는 결정도 나왔다. 이미 K리그1(1부)과 K리그2의 아시아쿼터가 사라지기로 결정된 가운데 K리그2에만 있던 동남아시아쿼터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신 국적과 상관없이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한 명 늘리도록 했다. 내년부터 K리그 외국인 선수 쿼터는 K리그1은 최대 6명 등록과 4명 동시 출전이 가능하고, K리그2는 5명 등록, 4명 동시 출전 가능으로 변경됐다. 이외에도 관람 시설, 경기 구역, 안전 및 의료시설 등 경기장 시설기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2027년부터는 이를 바탕으로 경기장 등급제(K리그1 별 2개 이상-K리그2 별 1개 이상)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없을 정도로 그라운드 상태가 심각하게 불량할 경우 연맹이 홈과 원정 경기장을 바꾸거나, 홈 팀에 제3의 경기장을 찾을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신설했다. 연맹은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구단의 지원을 위해 직권으로 경기 일정을 조정할 수 있으며, 재정 건전화 규정을 위반할 경우 기존 재무위원회의 건전성 강화 조치뿐 아니라 상벌위원회가 징계할 수 있도록 하는 징계 기준이 추가됐다.
K3 화성, K리그2 14번째 구단 진입 준비중···최종 승인은 내년 초, 초대 사령탑 유력 후보로 차두리 거론
2024. 11. 21 17:13 축구|축구
2023시즌 K3리그에서 우승한 화성FC. 대한축구협회 제공 K3리그 화성FC가 14번째 구단으로 K리그2 진입을 노린다. 화성FC는 21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K리그2 회원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내용을 밝혔다. 연맹 규정에 따르면 K리그2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6월30일까지 20명 이상으로 구성된 구단 조직도, 예산서, 연고협약서, 재정 지원(보증) 확인서, 홈 경기장 시설 현황 등 서류를 구비해 가입 신청을 해야 한다. K리그2 가입금 5억원은 내년 정기 총회 전까지, 연회비 5000만원은 내년 2월까지 납부해야 한다. 화성은 그간 꾸준히 프로화 의사를 밝혀왔다. 민관합동 프로추진위원회를 발족해 프로화를 준비해왔다. 화성은 강철 전 감독의 지휘하에 2023시즌 K3리그 우승을 차지했다.올해는 주승진 감독의 지휘로 16승8무6패를 거둬 시흥시민축구단(18승6무6패)에 이어 K3 준우승을 차지했다. 서류 제출 시기를 이미 넘겼지만, 연맹은 화성의 준비 현황과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며 기한을 연장한 상태다. 홈 경기장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도 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시의회도 12월 말 화성FC의 프로화를 위한 예산을 최종 심의한다. 연맹 이사회는 오는 29일 화성FC의 경영 상태와 중장기 운영·유소년 클럽 시스템 운영 계획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내년 총회에서 최종 승인되면 2025시즌 K리그2에 14번째 막내 구단이 탄생하게 된다. 차두리.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편 화성FC의 프로구단 첫 감독으로는 차두리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향도 손절한 ‘불법 도박’ 이진호…화성시 홍보대사 해촉
2024. 10. 17 17:26 연예
이진호. 연합뉴스 화성시가 인터넷 불법 도박 사실을 고백한 코미디언 이진호를 경기 화성시 홍보대사에서 해촉했다. 화성시 측은 17일 ‘화성시 홍보대사 운영조례’에 근거해 이진호를 화성시 홍보대사에서 해촉했다고 밝혔다. 화성시 홍보대사 운영조례 4조 1항 3호는 홍보대사로서 품위손상 등 직무를 수행하는 데 부적절하다고 인정될 경우 해촉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진호는 화성시 장안면 출신으로 지난해 3월 제23회 화성시 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2년간의 임기로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앞서 이진호는 지난 14일 SNS를 통해 “저는 2020년 우연한 기회로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됐고, 감당하기 힘든 빚을 떠안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연신 사과하며 자신의 빚을 모두 변제하겠다고 약속한 그는 불법도박으로 진 채무의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사채빚만 13억 이상, 연예인들에 입힌 피해액도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배구 명문 송산고등학교 ‘고사’ 위기, 화성시가 수십억원 지원했는데
2024. 08. 18 07:28 스포츠종합
경기도체육회, 화성시체육회 관계자, 배구부 학생 선수들이 지난 15일 경기 화성 송산중학교에서 송산고등학교 배구부 해체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배구 명문고 송산고등학교가 배구부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10년여 전, 화성시와 화성시체육회가 팀 창단을 위해 20억원 이상 투입한 게 소용이 없어졌다. 김달호 송산고 배구부 감독은 최근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이달 초 학교가 배구부 학부모와 간담회를 열고 2025년도 배구부 신입생 선수를 선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과 지역 배구계 등에 따르면, 송산고는 최근 3년 동안 학부모로부터 30건 안팎으로 민원을 받았다. 찬조금 모금, 선물 제공, 식사 대접 등에 관해 배구부 지도자, 학교 배구부 지도교사 등에 대해 불만 또는 의혹을 제기한 내용들이었다. 과거 국가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맹활약한 전임 A감독은 학교측과 고소, 고발 등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감독은 “3년 전 이야기일 뿐이며 학교도 지금은 이런 문제들이 없다는 걸 안다”며 “지금은 나와 부모들이 철저하게 규정을 지키면서 배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신입생 선발 불가 방침이 나오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지난 3월 부임했다. 지난 15일 송산중학교에서 송산고 배구부 해체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박종선 화성시체육회장, 박용규 경기도배구협회장, 김금규 한국실업배구연맹 회장,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 김택수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이용운 화성시의원, 학부모, 배구부 학생들이 참석했다. 화성시에서는 남양초등학교, 송산중학교, 송산고로 배구부 학생선수들의 진로가 이어지고 있다. 송산고 졸업생은 대학, 프로구단, 화성시청 배구팀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송산고 배구부 해체는 학교를 넘어 지역 배구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화성시는 2008년 배구부 합숙소 건설에 3억3000만원, 2009년 배구부 차량 구입에 5500만원, 2011년 체육관 증축공사에 17억원 등을 지원했다. 지도자 인건비, 용품 구입비, 대회 출전지원금으로 지난해에는 5000여만원, 올해도 3000여만원이 지원됐다. 송산고는 2009년 창단됐고 2013년 전국체전에서 준우승, 2016년 전국체전에서 우승했다. 송산고는 오는 23일 강원도 삼척에서 열리는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에 출전한다. 대학 입시와 관련해 경기 실적으로 인정받는 올해 마지막 대회다. 올해 벌써 4명이 팀을 떠났고 남은 건 10명이다. 김 감독은 “3학년 5명, 2학년 2명, 1학년 3명으로 출전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선수들은 내색은 하지 않지만 마지막 대회라는 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가 끝나면 3학년 5명은 경기 실적 증명서를 발급받아 9월부터 대학 입시 또는 프로·실업리그 진출을 도모한다. 반면, 남은 1~2학년 선수 5명의 앞길은 불투명하다. 사실상 해체수순을 밟고 있는 배구부에 전학생이 올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송산고를 방문해 배구부 유지를 요청하고 있지만 사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운동부 관련 교육청 조항에 따르면, 학교 운동부는 전적으로 교장의 뜻에 따라 해체될 수 있다. 해체를 제어하거나 헤체를 막을 수 있는 조항은 없다. 2009년 창단된 송산고는 2013년 전국체전에서 준우승, 2016년 전국체전에서 우승했다. 송산고 출신 배구 선수로는 현대캐피탈 주전 리베로 박경민과 미들 블로커 김진영, 정동근·한국민·홍상혁(이상 KB손해보험) 등이 있다.

주간경향(총 16 건 검색)

[신간] 화성이 ‘인류의 비상구’일까(2024. 08. 07 06:00)
2024. 08. 07 06:00 문화/과학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아메데오 발비 지음·장윤주 옮김·북인어박스·1만7500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화성 내 거주지, 우주복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7월 11일 보도했다.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20년 안에 100만명이 화성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주요 국가들도 달을 비롯한 우주 탐사에 열을 올린다. 한국에서도 지난 5월 27일 우주항공청이 출범했다. 머잖아 우주여행이 보편화하고 나아가 누군가는 화성으로 이주해 살 수 있을까. 이탈리아의 저명한 천체물리학자인 저자는 ‘인류의 우주 이주’의 꿈을 실현하기에 한계가 있음을 과학적 관점에서 탐구했다. 다른 행성에 인간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우주에서 적응할 수 있는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가치가 있는 일인지를 묻고 답한다. 저자는 또한 우주 탐사 여정에서 ‘우주적 존재로서 인간’이 지켜야 할, 신중한 태도를 주문한다. 그가 말한 우주 탐사 목적 중 하나는 ‘어떻게 지구를 더 생명이 살기 좋은 행성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 이반지하 지음·창비·1만8000원 현대 미술가이자 퀴어 페미니스트인 이반지하 작가의 ‘공간’에 대한 에세이다. 자신의 방에서 시작해 편의점, 목욕탕, 카페, 야구장, 결혼식장, 공공도서관, 대중교통까지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여러 공간을 넘나든다. 누구나 속해 있지만 좀처럼 속하기 어려운 ‘공간’에서의 계급과 빈곤, 젠더와 권력의 문제를 생생하게 읽어낸다. 장애인은 지하철을, 성소수자 청소년은 학교를, 시민들은 공공도서관을 박탈당한다. 빈곤한 공간에 대해, 공간이 빈곤한 사람들에 관해 쓴다. 작가의 무기는 ‘유머’다. 세상의 모든 ‘공간 상실자’들에게 위안을 전한다. 예고된 쿠데타, 8월 종파사건 김재웅 지음·푸른역사·3만3000원 1956년 8월 북한 지도층 내에서 벌어진 ‘종파사건’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추적한다. 저자는 이 사건이 단순한 권력투쟁이 아니라고 본다. 그는 ‘종파사건’이 오늘날 북한의 유일 체제가 확립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주장한다. 나는 어떤 죽음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파존 A. 나비 지음·이문영 옮김·사람의집·1만6800원 미국 뉴햄프셔주 콩코드 병원의 응급실 의사인 저자의 회고록이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상황’들, 특히 불확실성이 컸던 코로나19 유행 초기 응급실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응급실 의사로서 익숙해지지 않는 어려움, 복잡한 감정을 털어놓는다. 기술자들 김려령 지음·창비·1만5000원 소설 <완득이>로 잘 알려진 김려령 작가가 8년간 쓴 작품 7편이 실렸다. 표제작 ‘기술자들’은 떠돌이 노상 기술자들의 고단한 일상을 그린다. 작지만 정확한 노동의 모습을, 기술자들의 우정을 이야기한다. 다른 작품들에선 개성 강한 가족들이 등장한다.
신간
[법정에서 못다 한 이야기](16)화성에서 돌아온 판사(2021. 04. 09 11:40)
2021. 04. 09 11:40 사회
“이들의 머릿속에는 법으로 만든 가상세계가 들어 있을 것이다. 거기서는 모든 것이 다르게 불린다. 가령 떨어지는 나뭇잎은 ‘분리되는 토지의 정착물’이라고 해야 한다. 사람이 토끼를 잡는 것은 ‘선점’, 토끼를 동네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은 ‘인도’라고 해야 한다. 그로 인해 동네사람에게는 ‘부당이득’이 발생해야 한다고 해야 한다. 동네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자기들끼리 주고받으면서 키득거린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이들은 누구일까? 대부분 대한민국 법학전문대학원생이거나 법률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오답은 아니지만, 김희균 교수는 서양 중세에서 가장 오래된 ‘볼로냐 대학’에서 로마법을 공부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법학박사의 생각과 대화를 상상했다. 평균 수명이 50세도 안 되던 시절, 20년 가까이 유학생활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은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외계인의 언어로 말하고 재판했다. 배우지 못한 고향 사람들은 이들의 권위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동네사람들은 못 알아듣는 말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곽윤직 교수의 <민법총칙>을 읽으며, 법학에 ‘친하지 아니한(이 용어도 그 책에서 처음 보았다)’ 법학도라고 낙심했다. 그 책은 전혀 듣지 못한 법률 개념을 정의하고 분류한 다음 법리를 설명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현실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읽고 또 읽으면서 ‘무엇에 대해서 논하라’는 문제에 그럭저럭 답안지를 채울 수 있었다. 탄력이 붙었는지, 형법과 헌법 등 다른 사법시험 과목도 몇 회독하며 조금은 쉽게 같은 길을 걸었다. 사법연수원에서는 모의기록을 ‘요건사실’과 ‘증명책임’에 따라 해부한 후 판례를 적용해 판결문을 작성하는 것을 되풀이해 배웠다. 동기생과 법률용어를 주고받으며 치기어린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공부하느라 세상과는 담을 쌓고 지냈으며, 일상생활은 어떻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법복을 입고 재판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한참 후 사법연수원 교수로 일했는데 제자들 행태는 10여년 전 필자, 수백년 전 볼로냐 졸업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요건사실’과 ‘증명책임’은 무엇인가? 민사사건에서 권리가 발생하거나 소멸하려면 갖춰야 하는 사실이 요건사실이고, 요건사실이 존재하는지 불분명할 때 불이익을 받는 것을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빌려준 돈을 청구하는 경우 요건사실은 ①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②돈을 건네주고 ③반환 시기가 지나갔다는 것이다. 이자나 지연손해금을 추가하려면 ④이자 약정을 했고 ⑤손해가 발생했음을 별도로 갖춰야 한다. 이에 대해 피고는 ⑥변제했거나 ⑦공탁했거나 ⑧시효가 지나갔다는 사실 등을 들어 의무를 면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도 세부적인 요건사실이 있다. 이런 걸 몰라도 시민은 경제생활을 잘하지만, 법률가는 요건사실과 증명책임에 따라 사적 분쟁을 심판한다. 개념과 수학적 논리는 법률가에게 공구박스에 들어 있는 공구이고 매뉴얼이다. 법률가는 일상적인 분쟁을 만나면 그에 맞는 공구를 꺼내 처리한다. 이런 점에서 요건사실은 법률가들끼리 통용되는 ‘프로토콜(protocol)’이고, 법률가와 시민 사이에 가로놓인 진입장벽이다. 수백년 전 볼로냐 졸업생, 30여년 전 필자, 2021년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학생은 개별적으로 다른 사람이지만, ‘법률 개념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고 분쟁을 해결하려고 한다(개념법학)’는 점에서는 똑같다. 지금 여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두 눈으로 살펴보지 않고, 오래전부터 법학자들이 법을 분석해 뽑아낸 개념으로 사물과 사건을 추상적으로 분석한다. 그러면서도 ‘법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삶 그 자체이다. 인간사가 다양한 만큼 법도 복잡하다’고 말한다. 예순이 넘은 지금은 법철학자 라드브루흐의 성찰이 훨씬 마음에 와닿는다. “세계는 단 하나 진리로 가두기에는 너무 풍부하고 생생하다. 법률가에게는 다양한 색채의 세계를 일곱가지 기본색 속으로 던져버려야 한다는 것을 의식할 때가 언젠가 한 번은 온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려고 하는 것이 법학의 끊을 수 없는 본질이다. 법적인 사고는 사람의 가장 구체적인 삶에 그러면서도 가장 추상적인 윤곽에만 관계하도록 요구한다.” 판사는 공감능력이 있어야 청춘시절 화성으로 유학 가서 외계인의 언어로 쓰인 법을 공부했고, 지구로 돌아와 법으로 판단하는 것을 직업으로 택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생각한다. 판사는 개념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분쟁을 분석하고 그에 포섭되는지 예리하게 따져야 한다. 개념이 정의되지 않고 세분화되지 않으면, 재판관의 생각이나 정의감에 따라 결론이 달라져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념이 현실세계에 실제로 존재한다거나 의미가 고정됐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개념은 법에서 공통적인 것을 모아 정리한 것일 뿐, 법이 작동하는 현실세계가 변하면 그에 맞춰 의미가 바뀌거나 새롭게 부여돼야 한다. 법과 법학은 당대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법을 적용하기 위해 또는 법률가가 지식을 뽐내고 과시하기 위해 사람들이 다투는 것이 아니다. 수시로 판사는 흑백만 보는 법개념이라는 안경을 벗고, 지금 여기에서 풍요롭고 생생하게 움직이는 현실을 느끼고 듣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기존 개념과 법리에 따른 결론이 양심과 정의감에 비춰 부당하면, 판사는 법원리와 신념에 따라 새로운 개념과 법리를 만들어야 한다. 화성에서 돌아온 판사의 가장 큰 문제는, 동네사람과 공감하고 소통하지 않은 채 개념과 법리만 말하는 것이다. 유학 보낼 때 현자로 돌아오길 기대했는데, 공구만 만지작거리는 기술자로 온 것이다. 공감은 감정이입을 통해 다른 사람과 같이 느끼는 감정이다. 판사는 공감 능력이 있어야 시민에게 필요한 선이 무엇인지 숙고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유대인을 학살하는 데 관여한 아이히만에 대해 평가한 것을 개념에 파묻힌 판사는 곱씹어 보아야 한다. “그의 말을 오랫동안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말하는 데 무능력함’은 그의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무능력함’과 매우 깊이 연관돼 있음이 점점 더 분명해진다. 그와는 어떤 소통도 가능하지 않았다. 이는 그가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말과 다른 사람들의 현존을 막는, 따라서 현실 자체를 막는 튼튼한 벽으로 에워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못 다한 이야기
[장르물 전성시대]레이 브래드버리의「화성 연대기」(2021. 02. 05 14:52)
2021. 02. 05 14:52 문화/과학
ㆍ‘화성에 생명체가 산다’ 상상과 호기심 붉은 화성은 그리스신화의 군신이었듯이 H. G. 웰스의 <우주 전쟁>(1898)에서는 지구를 침공한 잔혹한 외계인들의 고향이다. 하지만 화성이 늘 전쟁의 공포를 드리운 불길한 이미지였던 건 아니다. 동구 사회주의권에서 알렉산더 보그다노프의 <붉은 별>(1908)과 알렉세이 N. 톨스토이의 <아엘리타>(1923)에 나오는 화성은 정치적 선진사회의 표상이었다. C. S. 루이스의 <침묵의 행성 밖으로>(1943)와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연대기>(1950) 그리고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낯선 땅 이방인>(1961) 같은 영미권 작품들에서 화성은 정신적으로는 인류문명보다 훨씬 성숙했지만, 생기를 잃고 쇠잔해가는 고귀한 종족의 땅이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 / 현대문학 19세기에서 20세기 초 화성이 작가들과 대중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모은 것은 관측결과 화성에 ‘수로(水路)’가 있다고 주장한 이탈리아 천문학자 조반니 V. 스키아파렐리와 이를 ‘인공운하(人工運河)’라고 자의적으로 번역해 대중에게 널리 유포시킨 미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퍼시벌 L. 로웰의 화성생명체설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로웰의 ‘운하설’은 화성이 예전에는 생명이 번성했으나 점차 사막화가 진행되며 죽어가는 별이 됐다는 감상적 선입견을 널리 퍼뜨렸다. 앞서 언급한 <붉은 별>과 <화성연대기> 그리고 에드가 R. 버로스의 <화성의 공주>(1912)가 그 패러다임을 고지식하게 받아들인 히트작들이다. 이 화성인들은 행성 전역을 가로지르는 운하를 파고 때로는 산소 생산 공장까지 지어가며 죽어가는 고향을 되살리려 안간힘 쓴다. 토착 화성인들의 생김새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적 휴머노이드가 살 수 있는 환경이라면 바야흐로 우주개발시대에 화성은 지척에 있는 새로운 아메리카 신대륙이었다. <화성연대기>는 식민 이주 과정의 애환을 연작 에피소드로 다루었고, 이로부터 불과 10여년 뒤 발표된 필립 K. 딕의 <화성의 타임슬립>(1964)을 보면 화성의 운하 주변은 어느덧 미국 중산층 가정의 교외주택지로 탈바꿈해 있다. <화성연대기>와 <화성의 타임슬립>은 화성에 정주한 인류 탓에 토착화성인들이 변방으로 밀려나거나 멸망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그려 웰스의 화성인 침공담이 고착시킨 화성인과 우리 사이의 침략자 대 피해자 구도를 뒤바꿨다. 토착화성인의 이미지 또한 작가마다 십인십색이다. 웰스의 화성인들이 문어 대가리에 촉수가 덕지덕지 달린 잔혹한 침략자라면, 브래드버리의 화성인들은 마치 집에 두고 온 가족 같다. 버로스의 화성인들은 팔이 여섯 달린 야만스러운 전사 종족이든 우리랑 빼닮은 적색인 종족이든 간에 권력투쟁에 여념 없다면, 루이스의 화성인들은 지상천국에 강림한 천사 같다. 심지어 하인라인의 화성인들은 인류의 아기를 예수 같은 품성의 고결한 인물로 길러내 지구로 돌려보낸다. 오늘날 우리는 화성의 대기가 얼마나 희박한지 그곳이 얼마나 추운지 잘 안다. 그렇다면 앤디 위어의 <마션>(2011) 같은 일부 예외를 빼면, 그동안 쓰인 화성 이야기들은 쓰레기통에 넣어야 할까? 그렇지 않으리라. 화성 곳곳을 무인 탐사로봇이 돌아다니기 전까지 그곳에 관해 쓰인 사변적 상상은 우리 사회와 개인의 내면을 이국적 배경에 빗대 돌아보게 해주는 거울이었다. 조지 오웰의 <1984년>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준다면, 화성을 무대로 한 온갖 이야기들 역시 상당 부분 새겨들을만하지 않겠는가.
장르물 전성시대
[IT칼럼]화성남과 금성녀의 지구 안착기(2021. 01. 29 17:16)
2021. 01. 29 17:16 경제
대한민국에는 전통적으로 5대 갈등이 존재한다. 그 첫 번째는 이념갈등, 두 번째는 계층갈등, 세 번째는 지역갈등, 네 번째는 세대갈등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꼽혀온 갈등은 생물학적 다름에서 비롯된 사회적 차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동녘라이프 바로 양성갈등이라 불러온 문제인데 요즘은 이를 ‘양성’으로 표현하지 않는 추세이다. 성별을 단 2개로 구분하지 않는 인권 차원의 세계적 흐름 때문이다. 과거 양성평등을 이제는 성평등이라고 부른다. 성별이 양성, 즉 2개가 아니면 몇개냐고?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존중을 중심으로 LGBT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꾸준히 변화해 왔지만 어쩌면 ‘성’이란 그 민감한 스펙트럼을 잘게 구분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 개체수만큼이나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전통적으로 인식하고 표현해온 양성갈등, 남과 여의 갈등은 시대가 바뀌면 나아질 줄 알았건만 더 격화하고 심화하는 것 아닌가 큰 걱정이다. 이 문제를 언급하고 건드리면 어떤 대목에서는 실수하기 십상이고, 싸움이 가라앉기는커녕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커지는 형국을 겪다 보니 식자들은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목만으로도 ‘차이’를 체감시켰던 한권의 책, 이젠 고전이 되어버린 책 한권의 표지가 떠오른 것이다. 부부갈등 상담을 30여년 하고 이 책을 저술했다는 그레이 박사가 아니더라도 부부상담은 상담심리학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주요영역이다. 그만큼 갈등이 심하다는 반증도 되겠다. SF문학에서는 고전이 된, 올더스 헉슬리의 1932년작 <멋진 신세계>에 그려진 미래사회에는 결혼이 없다. ‘사랑’이니 ‘모성’이니 ‘엄마,’ ‘어머니’ 같은 단어는 금기어일 뿐만 아니라 입에 올리기에 낯뜨거운,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원시적인 미개언어로 여겨지는 세상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아이는 어떻게 낳나? 종족의 번식은 어떻게 도모하나? 생식의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나? 생물학적 재생산이 궁금해지겠지. 소설 속 그 시대에는 인간은 지배계급부터 노동계급까지 4개의 계급으로 구분돼 ‘생산’된다. 인공수정되고 인공부화(?)돼 하나의 세계관이 주입되며 집단양육되는 세계이다. 지금 우리가 달력에 쓰는 기원전, 기원후의 ‘서기력’은 멋진 신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대신 대량생산의 아버지,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등장을 기원으로 ‘포드력’을 쓴다. 남녀 간의 자유연애는 무제한 허용된다. 그 시대의 ‘성’은 노동생활의 스트레스를 푸는 ‘쾌락’의 기재로만 작동한다. 그 세계는 분명 디스토피아로 그려져 있다. 우리는 당대의 젠더와 섹슈얼리티가 지닌 파괴적 갈등을 어떻게 접근하고 풀어야 할 것인가? 필자가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난제임에 틀림없다. 모르겠다. 하지만 적대감만 농축돼 가는 침묵이 해결책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디지털 가상세계 속에 폐쇄돼 대안을 찾는 자기 위안의 독방에서 광장으로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를 넓히는 담론의 장을 구축하고 소통해야 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말도 안 통하고 전혀 다르게 생긴, 심지어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와도 공존을 말하는데 어쨌든 우리는 같은 ‘인간’이고 차이점 못지않게 공통점도 많지 않은가. 화성의 숫종족과 금성의 암 종족이 지구에서 평화롭게 더불어 살 길이 찾아지기를 기도해본다.
IT칼럼

레이디경향(총 2 건 검색)

환경 보호와 협력의 가치 보여주는 동화 '화성 개미'
2022. 03. 24 13:51 육아/교육
만약 지구의 공기가 오염돼 호흡이 곤란해진다면? 인간의 이기심이 지혜의 눈을 가려버린다면? 환경 보호와 협력의 가치를 보여주는 동화 <화성 개미>(안대천, 루다, 윤슬, 찐선생 저·아이휴먼)가 그 해답을 전한다. <화성 개미>는 맑은 공기를 선사하며 지구의 환경을 지켜주던 지구 공기 할아버지가 환경 오염으로 복통을 호소하며 시작한다. 할아버지의 부재가 길어지며 식물들은 시들어버리고 개미 친구들도 주식인 오렌지를 공수하지 못해 어려움에 빠진다. 결국 주인공 잭은 화성의 공기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친구들과 함께 이곳으로 떠나기를 제안한다. 갤러리 카페 문화장이 제작한 이 동화는 지구와 자연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자 기획됐다. 미세먼지가 온 세상을 뒤덮고 비닐과 플라스틱 등으로 병들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감각적인 그림으로 보여준다. 또한 의인화한 대기와 자연, 어린이들이 쉽게 접하는 단어들은 환경오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쉽게 이해하는 도움을 준다. 나아가 화성에서 만난 공기 할아버지는 어둡기만 했던 우주가 반짝이는 이유를 두고 “별들이 함께 빛을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노력과 협력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우주로 그 배경을 확대해 미지의 공간을 상상하고 탐험하도록 제안하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친구들을 설득하고 이끄는 잭의 모습에서 리더십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친구들과 힘을 합치고 협동하며 성공해내는 장면을 통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화성 개미>는 안대천, 루다, 윤슬, 찐선생이 쓰고 구본혁이 그렸다.
화성개미
화성인 바이러스’ PD가 말하는 화성인 섭외부터 출연까지 모든 것
2011. 08. 29 17:36 연예
‘십덕후’, ‘누렁이녀’, ‘CCTV남’, ‘난장판녀’, ‘야맘바남’, ‘화장집착녀’ 등 이름만 들어도 독특하다. 실제로 방송을 보면 더욱 놀랍다. ‘화성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 어쩜 저런 사람들이 다 있을까 하고 경악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tvN ‘화성인 바이러스’의 이근찬 PD를 만나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평범하지 않은 화성인들을 찾아 소개하기까지의 풀 스토리를 들었다. 지상파 예능 부럽지 않은 폭발적인 인기 요즘 가장 ‘핫’한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는 단연 케이블 채널 tvN에서 매주 화요일 밤 12시부터 전파를 타는 ‘화성인 바이러스’다. 지난 2009년 3월 말 첫 방송을 시작으로 2년 5개월여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화성인 바이러스’는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독특한 인물, 일명 ‘화성인’을 매주 두 명씩 소개한다. 다소 늦은 시간대에 방송됨에도 불구하고 매회 방송이 끝날 때마다 그날 소개된 출연자와 관련된 이야기들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후끈 달아오른다. MBC-TV ‘무한도전’이나 KBS-2TV ‘해피선데이-1박2일’ 부럽지 않은 대단한 인기다. ‘화성인 바이러스’는 다섯 명의 PD와 일곱 명의 작가들이 똘똘 뭉쳐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다. 그중에서도 이근찬(37) PD는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2개월째 때부터 투입되어 지금까지 ‘화성인 바이러스’를 가장 오랫동안 이끌어온 숨은 주역이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기상천외한 이력을 자랑하는 출연자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인기 비결이요? 글쎄요. 일단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매번 새로운, 그러면서도 굉장히 독특한 주인공들이 나오잖아요.” 프로그램의 색깔은 처음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방송 초반에는 출연자들을 ‘화성인’이라는 이질적인 존재로 부각시키고 그들을 변화시키려고만 했지만, 요즘 ‘화성인 바이러스’는 일반인들과 조금 다른 ‘화성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을 사회 속에 흡수시키기 위해 이해하고 배려하자는 취지로 제작되고 있다. 항간에는 출연자들의 개성이 예전에 비해 좀 약해진 것 같아 아쉽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근찬 PD는 ‘화성인 바이러스’를 마니아 전용 프로그램이 아닌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선택에 더 만족한다고 한다. “누구나 화성인의 기질을 조금씩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단지 얼마나 깊고 얕으냐의 차이에 따라 일반인과 화성인으로 분류되는 것뿐이죠. 처음에는 화성인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라고 가르치는 성격이 강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프로그램 분위기도 유쾌해졌고요. 시청률도 더 올랐어요(웃음).” 이경규·김구라·김성주 세 MC의 활약이 성공 비결 이근찬 PD가 생각하는 ‘화성인 바이러스’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세 MC의 뛰어난 진행 능력이다.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는 대본 없이 ‘화성인 바이러스’를 진행한다. 촬영장에 도착하면 출연자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와 진행 방향만 던져줄 뿐, 그 외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그들이 녹화를 진행하는 동안 출연자와의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알게 된다고 한다. “주어진 대본을 읽는 것이 아니라 MC들이 스스로 궁금해서 출연자에게 질문하는 방식이에요. 그래야 놀랄 때 정말 놀라는 표정이 나오고, 경악스러운 상황 앞에서는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자연스러운 상황이 나오죠. ‘화성인’에 대해 미리 알게 되면 촬영장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놀랄 만큼 다 놀랄 테니까 막상 녹화가 시작됐을 때는 반응이 좀 덜할 수 있잖아요.” 방송 말미에 등장하는 ‘화성인을 위한 처방전’도 세 MC가 화성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즉석에서 생각나는 충고나 조언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하고, 녹화 내내 출연자와 마음으로 교감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MC들 스스로부터 ‘화성인 바이러스’에 대한 애착이 정말 남달라요. 녹화가 다 끝난 후에도 대기실에서 자신들이 그날 놀란 점, 현장에서 느낀 점 등을 주고받느라 침이 마를 정도거든요. PD인 저도 가끔 깜짝 놀라요. 제작진보다 현장을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니까요. MC들이 우스갯말로 ‘다른 프로그램들도 ‘화성인 바이러스’만큼 촬영이 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웃음).” 세 MC는 출연자들을 제작진보다 더 잘 이해하고 배려한다. 김성주는 아나운서 출신 전문방송인답게 능숙한 진행 솜씨를 발휘하고, 김구라와 이경규는 기존의 ‘드센 이미지’와는 다르게 출연자들에게 진심을 다해 귀 기울이고 반응한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녹화 들어가기 전에 김구라씨가 제일 걱정된다고 해요. 시니컬하게 질문하고, 무슨 말을 해도 거칠게 맞받아칠 것 같으니까요. 물론 방송에서는 캐릭터상 센 모습이 많이 들어가죠.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세 MC 중 출연자에게 가장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바로 김구라씨예요.” 어느덧 125회를 넘긴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는 그동안 약 250명의 화성인이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경규는 출연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편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그들의 사생활을 되도록 많이 공개해야 프로그램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 오히려 이경규는 ‘이렇게까지 많이 드러내는 건 출연자에게 위험하고 좋지 않을 것 같다’며 번번이 제작진을 제재한다고 한다. 사람에 대한 배려뿐만 아니라 소통과 이해의 능력도 연륜 깊은 프로답다. “잘 믿기지 않으시죠?(웃음) 처음엔 저도 놀랐어요. 이경규씨는 MC 중 나이가 제일 많은데 가장 유연해요. 출연자들과 전혀 소통이 안 될 것 같고 잘 이해하지도 못할 것 같은데, 저희보다 더 쉽게 그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바라보려고 해요. MC들의 이런 노력이 프로그램에 묻어나오니까 인기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는 거겠죠.” 온갖 방법 동원하는 섭외와 설득의 노하우 프로그램의 뜨거운 인기만큼 그에 부응하고자 뒤에서 노력하는 제작진들의 고충도 크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좌우하는 관건인 출연자 섭외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매주 독특한 스타일의 화성인을 찾는 것부터 그들을 설득해서 촬영장으로 이끌어내기까지는 그야말로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은 기분이라고 한다. 출연자를 찾기 위해서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 심지어 화성인 기질이 다분한 친척에게 출연을 부탁했다가 된통 욕을 먹은 작가도 있다. 그나마 다행히 요즘에는 사회적인 트렌드가 많이 바뀌어서 미니홈피,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남의 시선에 상관없이 자신의 끼를 분출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제작진은 바로 그러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공략한다. 간혹 스스로 출연 신청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주위 친구들이 대신 사연을 보내거나 제작진이 직접 부탁을 한다. “특이한 점이 발견되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요. 그래서 괜찮다 싶으면 일단 접촉을 하고요. 출연을 요청하면 ‘내가 왜 화성인이냐’라며 웃어요. 자신은 누가 봐도 지극히 정상이라고 우기기도 하고요(웃음). 저희가 볼 때는 정말 이상하고 신기한데, 그들에게는 이미 그게 익숙한 일상이다 보니 잘 깨닫지 못하는 거죠.” 1백 명에게 출연을 요구하면 그 중 열 명 정도만이 제작진과의 미팅에 응한다. 직접 만나서 설득할 때는 끈질기게 매달리거나 혹은 진심을 담아 간절하게 부탁하는 방법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출연하기로 약속해놓고도 녹화 당일 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잠수타는’ 출연자들이 간혹 있어서 사전에 최대한 접촉을 많이 해서 미리 촬영을 여유 있게 해둔다고 한다. “사실 그들이 잘 씻지 않고, 망상에 빠져 있고, 쓰레기를 쌓아두고 사는 등의 행동은 범죄가 아니잖아요. ‘틀렸다’가 아니고 ‘다르다’는 것뿐이니까요.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설득해요. 당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지탄을 받으며 답답하게 살아야 하느냐고요. 오히려 프로그램을 통해 시원하게 공개해서 숨지 말고 떳떳하게 살라고 하기도 하고요.” 방송 이후의 파장에 대해서도 미리 설명한다. 대신 악성 댓글을 보며 주저앉지 말고, 위로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 변화를 시도해보라고 강조한다. 그래도 도저히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출연하지 않아도 좋다는 당부까지 덧붙이는 것이 제작진의 섭외 노하우다. “그럼에도 흔쾌히 출연을 결정한 사람들 중 95% 이상이 방송에 나가길 잘했다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당당히 고백하고 나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는 출연자들이 많아요. MC들의 따뜻한 조언에 감동했다는 출연자도 있었고요.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타고난 화성인들이라서 그런지 악성 댓글에도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 같아요. 심지어 잔뜩 기대하고 출연했는데 이슈가 되지 못해서 그런지 악성 댓글이 많이 안 달려서 서운하다고 했던 분들도 있어요(웃음).” 출연료와 조작 여부에 대한 진실 시청자들이 ‘화성인 바이러스’를 보며 섭외 다음으로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대체 돈을 얼마나 많이 주기에 저렇게까지 자신을 공개하느냐’이다. 하지만 출연자들의 출연료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출연료를 많이 물어보시는데 극비 사항이라서 알려드릴 수 없어요. 그러나 결코 그 돈이 많지 않다는 것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백만 원도 안 될 만큼 적어요. 출연자들은 결코 돈을 보고 출연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들이 돈에 얽매여서 살았다면 화성인으로 못 살았겠죠. 화성인으로 출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나 명예, 권력을 초월하고 별로 관심도 없는 경우가 대다수예요. 그러니까 더 다른 거겠죠.” 제작진의 이러한 수고에도 불구하고 ‘화성인 바이러스’는 늘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조작 논란에 휩싸여왔다. 출연자들의 개성이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 만큼 경악스러울 때 논란은 더욱 거세진다. 시청자들은 ‘혹시 제작진에 의해 이 모든 상황이 연출된 것이 아니냐’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그때마다 PD와 작가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고 한다. “오죽하면 다른 부서 선배들까지 ‘그건 너무 심하게 꾸며놨더라’라고 했겠어요. 하지만 저희 방송은 정말 100% 사실 그대로예요. 화성인들이 마치 대본을 외운 것처럼 말을 무척 잘한다고 의심하는 분들도 있는데, 자신이 늘 겪는 생활 자체를 털어놓다 보니 당연히 말이 술술 나올 수밖에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질문과 공격을 받았겠어요. 늘 사람들이 던지던 질문들에 다시 한번 대답하고,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설명하다보니 마치 대본을 만들어두고 연출한 것처럼 비쳐지나 봐요.” 얼마 전 ‘난장판녀’로 출연했던 화성인은 사람들이 자신을 의심하고 거짓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더 답답하다고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나는 정말로 이렇게 산다’라고 해명하는 글이라도 써서 인터넷에 올리고 싶다고 했다는 것을 이근찬 PD가 만류했다고. “방송이 나간 후 인터넷에서 ‘난장판녀’를 두고 난리가 났었어요. 저건 명백히 연출된 상황이지 그렇지 않고서는 사람이 저렇게 살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죠. 그런데 당사자인 ‘난장판녀’는 오히려 그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오죽하면 억울하다고까지 했겠어요(웃음).” ‘화성인 바이러스’ 제작진은 8월 중순을 기점으로 전폭 물갈이됐다. 이근찬 PD 역시 기자와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화성인 바이러스’를 떠났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만큼 아쉬움이 크다. “아마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화성인 바이러스’는 시청자들에게도 큰 재미를 선사했지만, PD인 저에게도 인생의 큰 가르침을 줬거든요. 수많은 화성인을 만나면서 저와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고, 그들을 통해 제 자신도 되돌아보게 됐어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아요.” 삶에는 정답이 없다. 때문에 어느 누구의 삶도 오답의 인생이라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우리와 조금 다르다고 해서 ‘틀리다’라고 간주할 수 없는 것처럼, ‘화성인 바이러스’는 ‘다른 취향’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화성인을 찾아 우리의 이해와 배려를 구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근찬 PD가 뽑은 역대 화성인 BEST 4 ① 십덕후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미소녀 캐릭터의 열혈 팬.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베개에 웨딩드레스를 입히고 집 근처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까지 올려 주위를 경악케 했다. 이 때문에 일본 애니메이션에 광적으로 빠져 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오타쿠’의 우리식 신조어 ‘오덕후’를 능가한다는 의미에서 ‘십덕후’라는 별명을 얻었다. ② 난장판녀 온통 쓰레기로 뒤덮인 자취방에서 사는 20대 초반의 패션 디자이너. “일이 너무 힘들어서 치우는 것을 미루다 보니 이렇게 살게 됐다”라는 그녀는 평범한 외모와 달리 6개월 넘게 방치된 이불 사이로 곰팡이가 가득 낀 음식물 쓰레기와 벌레가 가득한 방 안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하고 있어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③ 누렁이녀 초등학교 3학년 때 이후로 10년간 이를 닦지 않았다는 스무 살 소녀. 중요한 자리가 있을 때는 물티슈를 이용해 앞니만 쓱쓱 닦거나 혀를 이용해 음식물을 정리해왔다고. 누렇게 변색된 치아에는 치태와 치석이 가득 끼여 있고, 제작진과 함께 찾은 치과에서는 치료용 기구만 갖다 대도 피가 흐를 정도로 치아 상태가 심각했다. ④ IQ 187 천재 화성인 IQ 187의 두뇌를 가진 40대 중반의 남성. 머리가 너무 좋아 IQ를 낮추고 싶을 정도라는 그는 카드 52장을 임의로 섞고 한 번만 보여줘도 모양과 순서를 완벽하게 기억해낼 정도로 비상한 기억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사람들과 수준 차이가 나서 대화도 잘되지 않고, 세상만사가 모두 시시해 보인다”라며 사회와 단절된 채 홀로 외롭게 살아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었다. <■글 / 윤현진 기자 ■사진제공 / 안진형(프리랜서),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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