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937 건 검색)
- [포토뉴스] 100일 맞은 이태원참사 특조위 “정상적으로 활동할 것”
- 2024. 12. 19 21:10사회
- ... 서울 중구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특조위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 위원장은 비상계엄 사태가 특조위 활동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 출범 100일 앞둔 이태원 특조위, “내년도 예산 0원, 예비비로 운영해야”
- 2024. 12. 19 14:48사회
- ...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출범 100일을 앞둔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내년도 정부...
- 여의도에 뜬 ‘서울달’, 100일만에 2만 탑승객 돌파
- 2024. 12. 03 11:28여행
- ... 있다’고 답했다. 서울달 운행 모습. 서울시 제공 시와 서울관광재단은 지난 11월30일 ‘서울달 100일 무사고·안전 비행’을 기념한 깜짝 백일 이벤트도 진행했다. 서울달 겨울풍경 만들기 참여 및...
- “트럼프 취임 100일 내 강력한 통상정책 추진…차 관세 인상 대비해야”
- 2024. 11. 11 21:33경제
- ... 달리 ‘레드 웨이브’(공화당 돌풍)를 몰고 오며 낙승함에 따라 2기 정부의 경제통상 어젠다는 취임 100일 이내에 강력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2기 정부는...
- 다시, 트럼프
스포츠경향(총 221 건 검색)
- ‘1박 2일’ 이준, 무인도 극적 탈출 → 멤버 합류 100일 만에 ‘퀴즈 에이스’ 등극
- 2024. 12. 02 21:02 연예
- KBS 유쾌한 반전으로 가득했던 ‘1박 2일’ 멤버들의 욕지도 여행이 마무리됐다. 지난 1일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1박 2일 시즌4’(이하 ‘1박 2일’)에서는 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도로 여행을 떠난 여섯 멤버의 ‘욕지도 블루스’ 두 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은 9.3%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집계, 이하 전국 기준)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퇴근 벌칙에 당첨된 문세윤과 딘딘이 오션뷰를 뒤로한 채 부지런히 귤을 수확하고, 딘딘이 문세윤의 귤 스틸을 시도하는 장면은 최고 시청률 12.7%를 기록했다. 조업을 마치고 숙소에서 쉬고 있던 ‘1박 2일’ 팀은 갯바위에 낙오됐던 이준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이준은 라면 면발 개수의 홀짝을 맞혀야 하는 복불복을 성공하며 극적으로 무인도를 탈출했고, 멤버들과 상봉의 기쁨을 나눴다. 이준 합류로 완전체가 된 ‘1박 2일’ 팀은 총 11가지 메뉴로 구성된 욕지도 한 상을 걸고 저녁 식사 복불복 ‘욕퀴즈’에 도전했다. 여섯 명이 전부 정답을 맞혀야 음식을 획득할 수 있는 단체 미션이었지만, 멤버들은 쉬운 문제에도 오답 행진을 이어가며 메뉴를 하나씩 강제 반납 당했다. 멤버들 주옥같은 오답 퍼레이드 속에서도 ‘1박 2일’ 합류 100여 일 만에 처음으로 퀴즈 에이스로 등극한 이준의 활약은 빛났다. 외우기 어려운 스리랑카, 브루나이의 수도까지 정확히 읊으며 제작진의 감탄을 자아낸 그는 꾸준히 자신의 몫을 해내며 메인 메뉴들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저녁 식사 후 여섯 멤버는 방금 전까지 휴식을 취하던 방에서 달라진 부분을 찾아야 하는 잠자리 복불복 1라운드 ‘틀린 그림 찾기’ 미션에 돌입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개수를 맞힌 딘딘이 첫 번째 실내 취침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낚시 잡지를 랜덤으로 펼친 후 가장 많은 물고기 사진이 나온 사람이 승리하는 2라운드에서는 문세윤이 승리하며 실내 취침을 확정했다. 머리 위에 들고 있는 풍선 총이 터지면 탈락하는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치열한 눈치 싸움 끝에 김종민이 최후의 승자가 되면서 마지막 실내 취침 티켓을 거머쥐었다. 동이 트기 전 기상송을 듣고 일어난 멤버들은 부랴부랴 12층 의자 탑을 쌓아야 하는 기상 미션에 돌입했고, 가장 늦게 의자 탑을 완성한 문세윤과 딘딘은 일출 감상을 위해 새벽 등산에 나섰다. 그림 같은 경치에 벌칙에 걸린 짜증도 잊어버린 두 사람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계속 노력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다. 아침 식사 후 여섯 멤버는 욕지도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퇴근 미션 ‘귤 알맹이 복불복’에 돌입했고,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기상 벌칙에 걸렸던 문세윤과 딘딘이 퇴근 벌칙까지 나란히 당첨됐다. 한 시간 동안 귤 조업에 임하며 톰과 제리 같은 케미를 뽐낸 두 사람은 잊지 못할 추억을 쌓고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조세호 복귀로 다시 완전체가 된 ‘1박 2일’ 팀은 이번 여행을 통해 한층 더 끈끈해진 팀워크를 발산했다. 여섯 멤버가 다음 여행에서는 또 어떤 유쾌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할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버라이어티 ‘1박 2일 시즌4’는 매주 일요일 저녁 6시 10분에 안방극장에 배달된다.
- “둘째 계획은?” 이지훈♥아야네, 루희 100일잔치 (꽃중년)
- 2024. 11. 19 08:10 연예
- 채널A ‘아빠는 꽃중년’ ‘아빠는 꽃중년’의 이지훈X아야네 부부가 ‘꽃미모 딸’ 루희와 대가족이 함께한 특별한 백일잔치 현장을 공개한다. 21일(목) 밤 9시 40분 방송하는 채널A ‘아빠는 꽃중년’ 29회에서는 ‘46세 꽃대디’ 이지훈과 일본인 아내 아야네 부부가 2개월 만에 재출연, 어느덧 태어난 지 100일이 된 루희의 ‘오쿠이조메’(일본식 백일잔치) 파티를 준비하는 현장이 펼쳐진다. 이날 이지훈은 아침 일찍부터 루희와 함께하며 ‘꽁냥꽁냥’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야네가 새벽 5시에 첫 수유를 하기 때문에, 아내가 조금 더 잘 수 있도록 오전 육아를 도맡아 하고 있다”는 이지훈은 자신의 콧구멍에 루희의 발가락을 꼽는 ‘꼬순내 충전’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루희와 신나게 놀아준 뒤에는 ‘목욕 타임’에 돌입하는데, 이지훈은 조리원 퇴소 직후 보여준 어설픈 목욕 솜씨와는 달리 능숙한 자세로 루희의 목욕을 마무리해 한결 ‘업그레이드’된 육아 실력을 뽐낸다. 얼마 뒤 아야네가 기상하자, 두 사람은 태어난 지 100일이 된 루희의 백일 잔치를 위해 일본식 ‘오쿠이조메’(평생 먹을 걱정 없이 살기를 기원하는 첫 식사 의식)를 준비한다. 직후 오쿠이조메의 필수 재료인 ‘도미’가 등장하고, 아야네는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도미 손질에 고군분투한 뒤 도미 요리와 야채찜, 조갯국, 오곡밥, 매실장아찌로 구성된 한 상을 쉴 틈 없이 완성한다. 그 사이 이지훈은 돌처럼 튼튼한 치아가 나기를 바라는 의미로 준비해야 하는 ‘돌멩이’를 공수하기 위해 온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가까스로 예쁜 모양의 돌멩이를 구해와 아야네의 칭찬을 받는다. 그런데 백일잔치 장소에 도착한 직후, 이지훈은 햇볕에 정성스레 말려놓은 돌멩이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멘붕’에 빠진다. 같은 시간 이지훈의 ‘대가족’이 우르르 도착한 가운데, 과연 이지훈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모인다. 그런가 하면 루희의 백일잔치가 끝난 뒤 이어진 식사 시간에, 6년 동안 자녀 5명, 5년 동안 자녀 4명을 줄줄이 낳았다는 이지훈의 누나와 형 식구들은 “혹시 둘째 계획은…?”이라는 기습 질문을 던진다. 대가족의 ‘필수 불가결’ 질문에 관한 이지훈X아야네의 답변에도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이지훈X아야네는 루희의 백일을 맞아 식구들이 준비한 ‘깜짝 선물’을 받은 뒤, “몇백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폭풍 감동한다. 이지훈 식구들이 준비한 선물의 정체를 비롯해, 폭풍 성장한 루희의 한-일 퓨전 백일잔치 현장은 21일(목) 밤 9시 40분 방송하는 채널A ‘아빠는 꽃중년’ 29회에서 만날 수 있다.
- [SNS는 지금] 이은형, ♥강재준 미니미 100일 감격 “하루종일 눈물 그렁그렁”
- 2024. 11. 14 16:00 연예
- 이은형 SNS 코미디언 이은형이 아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은형은 13일 자신의 SNS에 “오늘 재준오빠 한복입고 100일 잔치”라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그는 “재준오빠 아니 현조야. 늘 부족한 엄마 아빠지만 100일동안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엄마는 오늘 감격스러워서인지 호르몬이 엉망진창이라 하루종일 눈물이 표면장력처럼 그렁그렁하지만 어쨌든 많이 사랑해 아가야”라며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오늘 와 준 가족들 사랑해요”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이에 코미디언 홍현희는 “현조야 ♥ 은형엄마 재준아빠한테 와줘서 고마워 축복해”라며 축하를 건넸고, 김민기는 “재준이형 유전자는 무섭다”며 웃었다. 이에 강재준은 “엄마 지금 시간에 좀 그렇지만 맥모닝 좀”이라고 댓글을 남겨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이은형과 강재준은 지난 2017년 결혼했다. 두 사람은 결혼 7년 만인 올해 2월 임신 소식을 전해 많은 축하를 받았으며 지난 8월 득남했다.
- SNS는 지금
- 이성미, 어린 시절 상처 고백 “생모, 생후 100일에 집 나가” (4인용)
- 2024. 10. 14 11:26 연예
- 채널A 제공 코미디언 이성미가 생모에 대한 속내를 고백한다. 14일 방송되는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 - 4인용식탁’(이하 ‘4인용식탁’)에서는 이성미가 가수 양희은, 김수철, 방송인 김혜영을 초대해 40여 년 이상 ‘밥정’으로 맺어진 각별한 인연을 소개하고, 오랜 친구들에게 애정 가득 담긴 밥상을 나누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날은 ‘4인용식탁’ 최초로 주인공의 집이 아닌 절친 김혜영의 집에서 식탁이 꾸며진다. 그 가운데 양희은은 “이성미가 신인 시절, (집에) 깨워줄 사람이 없어서 매일 방송국 소파에서 잔다는 소문이 들려왔다”며 당시 짠한 마음이 들어 이성미에게 “너 우리 집으로 와라. 밥해줄게”라고 이야기했던 일화를 공개한다. 이성민은 신인 시절의 자신에게 따듯한 밥을 차려주며 ‘밥정’으로 양희은과 인연을 맺게 된 데 대해 “인생 살면서 한 번도 누가 밥을 차려준 적이 없었다”며 “언니의 그 한마디가 평생 못 잊을 말이 됐다”고 눈시울을 붉힌다. 또한 이성미는 9개월 전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양희은의 어머니에 대해 언급한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 절친 양희은을 걱정한다. 이에 양희은은 “딱 한 번 울고 난 후, 울지 않는다”며 “엄마 방을 정리하지 않고 있는데, 9개월이 지나도 엄마 냄새가 남아있다”고 말해 친구들을 놀라게 한다. 채널A 제공 이어 이성미는 양희은에게 그동안 궁금했지만, 한 번도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을 조심스레 꺼낸다. 2000년에 별세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이홍렬, 주병진, 양희은 세 사람을 불러 유언을 남긴 일화를 공개하며 “그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지금까지 아무도 나한테 말을 안 해줬다, 혹시 엄마에 대해 말했을까 궁금했다”며 유언의 내용을 묻는다. 과연 그 유언의 내용은 무엇이었을지, 양희은의 대답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성미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생모에 대해 늘 궁금했던 마음도 고백한다. 생후 100일 된 자신을 두고 집을 나간 엄마의 존재를 언급하며 “‘엄마’ 하면 어떤 그림도 안 그려진다, 어린 시절 도시락 싸 오는 애들이 그렇게 부러웠다”고 고백, 모성에 목말랐던 어린 시절 상처를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또한 이성미의 큰아들 조은기(35)와 막내딸 조은별(23)이 엄마의 절친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깜짝 등장한다. 특히 막내딸 조은별은 엄마와 절친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고 해 무슨 사연일지 궁금증을 더한다. ‘4인용식탁’은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10분 방송된다.
주간경향(총 9 건 검색)
- 그들을 잃고 곧 100일, 우린 여전히 그 자리다(2023. 01. 27 14:54)
- 2023. 01. 27 14:54 사회
- ㆍ이태원 참사 후 4개 장면으로 본 ‘한국사회가 죽음을 대하는 자세’ 간호사 꿈을 이루기 위해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한 멋진 딸이었다. 엄마보다 키가 커지자 자신이 엄마를 지켜준다던 아들이었다. 동생과 영혼을 공유한다던 언니였고 막냇동생을 아빠처럼 챙겨줬던 큰오빠이자 코로나19 선별진료소 근무를 자원한 마음 따뜻한 젊은이였다. 지난해 10월 29일 그날, 우리는 이태원 거리에서 158명의 딸·아들·언니·오빠·동생·친구·연인·동료를 영영 잃었다. 그리고 46일 뒤 또 한 명이 트라우마로 세상을 등졌다. 군중밀집 대책만 있었더라면, 119 신고 뒤 초동대처만 원활했더라면, 2차 가해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당신 옆에서 웃고 떠들고 있을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해 11월 22일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식의 영정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문재원 기자 159명이 숨지고 294명이 부상을 입은 이태원 참사가 2월 5일로 100일을 맞는다.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약속했지만, 또 한 번의 대규모 인명피해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무엇인가. 재난은 왜 또 우리를 덮쳤는가. 꼬리를 잇는 질문에 대해 시민들의 ‘말문’은 아직 트이지 않았다. 애도는 억압됐고, 반성과 성찰보다 2차 가해 확산 속도가 더 빨랐다.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이제는 이 사안을 서둘러 매듭짓자고 말한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는 곧 인간과 생명을 대하는 자세다. 159명의 청년을, 그들의 죽음을, 그들의 가족을 대하는 한국사회 태도는 어떠했을까. 참사 뒤 100일간 한국사회의 모습을 4개의 장면을 통해 들여다봤다. 장면 1: 정부의 합동분향소-국가가 정한 방식으로 슬퍼하라 이태원 참사 직후 정부는 직접 애도의 물결을 이끌고자 했다. 참사 다음 날인 10월 30일 일주일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31일엔 서울광장 등에 합동분향소를 차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부터 닷새 내내 분향소를 방문했다. 위패·영정 없이 국화꽃이 무수히 뒤덮인 제단 앞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줄줄이 고개를 숙였다. 정부 분향소에서 희생자는 ‘사망자’라 불렸다. “제단 중앙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고 쓰고, 주변을 국화꽃 등으로 장식.” 참사 이틀 뒤 행정안전부는 이런 내용의 공문을 각 시·도 지자체에 전달했다. 별도 업무연락을 통해선 ‘근조’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하라고도 했다. 정부는 “유가족 장례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11월 1일 정책브리핑)고 해놓고 실제로는 분향소 설치 방식과 관련해 유족의 뜻을 묻지 않았다. “유족들에게 일일이 확인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국민이 조문을 빨리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11월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답변)는 이유였다. “각 부처 콜센터들을 활용해 전화했다면 한 시간도 안 걸렸을 것”(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란 탄식이 나왔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희생자들의 온전한 추모를 위한 재단장 작업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단 국가의 무성의한 태도는 유족을 절망케 했다. “국회 앞 분향소에 들러 아이를 보고자 했습니다. 그날 거기서 위패도 영정도 없는 분향소를 보게 됐습니다. 얼마나 기가 막힌지…. 생전 처음 보는 분향소에 할 말을 잊었습니다. ‘어쩌다가 우리 아이는 기억하면 안 되는 아이가 됐는가’라는 의문과 분노가 생깁니다.”(고 박가영씨 어머니 최선미씨, 지난 1월 12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공청회) 유족들이 영정과 위패가 안치된 분향소를 다시 연 것은 참사 후 40여일이 지나서였다. 그동안 그들은 서로의 연락처를 수소문해야 했다. 다른 재난 때와 달리 유족 대상의 정부 브리핑이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아 이들은 한 공간에 모인 적이 없었다. ‘내 연락처를 다른 유족에게 전해달라’는 요청을 한 유족도 있었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들어주지 않았다. “이제야 우리 아이들이 여러분을 만나뵙습니다. 얼굴 하나하나, 이름 하나하나 부르시면서 잘 가라, 수고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추모 부탁드립니다.” 분향소를 다시 연 지난해 12월 15일,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처음부터 정부에서 저희 유가족들을 모아 슬픔을 국민 여러분과 나눌 수 있게 해줬다면….” 이태원 참사 뒤 석 달의 시간은 이렇게 ‘국가가 빼앗은 애도’로 시작됐다. 이 애도는 참사의 원인과 책임 나아가 죽음의 의미를 묻지 못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이야기’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비극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치유의 과정이고 시민들은 이때 연대와 결속을 경험한다”며 “관이 부여한 형식에 의해 그런 과정이 폐쇄됐다”고 했다. 그는 분향소에서 방명록에 세로로 자기 이름만 쓰게 하던 것을 보고 일종의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각자의 감정을 담은 포스트잇이 넘쳤던 이태원역 1번 출구 거리 풍경을 떠올리면 ‘이름쓰기’가 얼마나 억압된 애도 방식인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애도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신 교수는 말했다. “분향소에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의 화환만 자리하고 있었고 각도까지 정확하게 조문객을 향하고 있었던 것을 잊을 수 없다. 정치권력자들이 유일하게 승인한, 그리고 그들이 지켜보는 애도 공간이었음을 상징한다.” 이태원 참사의 의미를 둘러싼 공론이 막혀 있는 지금의 상황은 어쩌면 참사 직후의 ‘애도 억압’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0월 31일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문재원 기자 장면 2: 경찰 꾸짖는 대통령-휘발된 ‘정치적 책임’ 박희영 용산구청장(구속)·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구속),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불구속)을 비롯한 용산경찰서·용산구청·용산소방서 관계자 2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검찰 송치. 참사 사흘 뒤 꾸려진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지난 1월 14일 내놓은 수사결과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가 ‘책임 있는 기관들의 과실이 중첩된 인재’라고 판단하고도 각 기관장인 이상민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은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다. “재난안전법상 (이들에게) 특정지역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용산 실무진에 국한된 ‘책임묻기’는 사실 참사 직후부터 예상된 수순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 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사흘 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간담회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막연하게 정부 책임이라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과학에 기반을 둔 강제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이태원 참사의 실체적 진상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 참사의 책임을 ‘법적 책임’으로 쪼그라뜨린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고위공직자들은 그 어떤 참사 앞에서도 당당해질 수 있다. 법적으로 그들에겐 ‘추상적’ 책임만 있기 때문이다. 참사를 총체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은 이 같은 구도에서 되레 ‘심판자’가 될 수 있었다. “책임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한다”는 발언을 하던 그날 대통령은 책상을 두드리며 경찰을 호되게 꾸짖었다.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이거예요. 현장에 나가 있었잖아!” 참사 뒤 석 달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국정 책임자’ 대통령과 주무부처 장관에게 그의 정치적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정치적 책임이란 곧 윤리적 책임이고, 윤리란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각자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합의”라면서 “윤리적 책임은 스스로가 ‘자임’하고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49일을 맞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장면 3: 공직자들의 교묘한 ‘희생자 탓’ “국민에게 슬픔을 강요하지 마라”, “남의 죽음 위에 숟가락 올려 정치선동질을 하는 사람들”, “세월호 팔아 집권한 민주당! 제도·법령 정비 안 하고 뭐했나”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시민단체가 만든 녹사평역 분향소 인근에 내걸린 현수막 문구들이다. ‘신자유연대’라는 단체는 이곳에 터를 잡고 시시때때로 유가족들에 다가가 “또 우는 소리 하느냐” 등의 막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2차 가해’는 녹사평역 광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이태원 참사 뉴스 댓글엔 혐오성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주로 ‘놀러갔다가 겪은 일 아니냐’는 내용이다.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2차 가해는 이태원 참사의 특징이다. 과거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음을 감안하더라도, 성수대교 붕괴(1994년)나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화성씨랜드 화재(1999년), 대구지하철 화재(2003년)에선 적어도 ‘희생자 탓’을 하는 발언은 공적 공간에서 터져나오지 않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에도 심각한 2차 가해가 있었지만, “미안합니다”라는 목소리가 한국사회를 뒤덮은 다음이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의 2차 가해는 “정부 책임을 묻는 여론이 관찰되기도 전에 먼저 나온 선제적 반응”(박상은 플랫폼C 활동가)과도 같았다. 몇몇 개인의 일탈로 보기엔 가해 논리가 똑 닮아 있다. 그 ‘논리’를 제시한 사람은 고위공직자들이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씨는 지난 1월 12일 국회 국정조사특별회원회 공청회에 나와 이 점을 정확하게 짚었다.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습니다. 참사 후 행안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예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저는 이 말을 ‘놀러갔다가 죽은 사람들이다’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장면 4: 또 한 명이 스러졌다 정부·여당은 희생자를 향한 내부 인사들의 막말을 방치했다.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지난해 12월 “나라 구하다 죽었냐” 등의 혐오 발언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가 비판받자 해명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제가 공인인 줄 깜빡했네요.” 그러나 그에 대한 ‘제명 징계’는 국민의힘 시의원들에 의해 무산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1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출범하자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선 안 된다”고 했다. 다음날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참사 300m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있었다고 한다”며 음모론까지 펼쳤다.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직접 마련한 시민 분향소에서 희생자의 유가족이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참사 직후부터 계속된 2차 가해는 생존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이태원 참사 당시 인파에 깔려 있다가 구조됐던 고(故) 이재현군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참사 46일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이 등 떠밀려 스러졌는데도 한덕수 국무총리는 “좀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2차 가해로 인한 희생까지 ‘개인 탓’으로 돌리는 언급에 “몰염치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는 정부·여당의 발언이 계속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12월 27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게서 나온 ‘실언’은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여당의 인식 구조를 보여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에 따르면 조 의원은 이날까지 28번의 질의 기회 중 11번을 ‘신현영 닥터카 탑승’을 묻는 데 썼다. 유족들에게서 거센 항의를 받은 그는 유족을 똑바로 쳐다보다가 용 대표 옆을 지나가며 이렇게 말했다. “같은 편이네. 같은 편이야.” 이태원 참사 유족이 여당에는 ‘적’인 것일까. 오찬호 사회학 박사는 “조 의원은 정부를 위해 방어막 치는 사람을 자처하고 있다”면서 “그런 태도가 바로 악성댓글을 다는 사람들에게는 ‘신호’가 된다. ‘지금은 그러면 안 되지’ 하는 생각을 가졌다가도 ‘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독립적 조사기구는 설치될 수 있을까 왜 재난은 반복되는가. 이태원 참사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참사 100일을 앞둔 지금 우리는 여전히 이 질문들의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범죄 혐의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경찰의 강제수사와 별도의 국회 국정조사가 55일간 이뤄졌지만, 이 역시 ‘구조적 원인 파악’에는 닿지 못했다. 900쪽이 넘는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의 결론은 요약하면 이렇다. ‘각 기관은 10만명 운집을 예상하고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 119 중복 신고가 있었으나 적절한 조치는 없었다. 참사 발생 후 대처는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알려진 내용의 반복이다. 게다가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마저도 여야는 채택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이상민 장관 사퇴 요구, 위증고발 등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채택을 반대하고 퇴장해버렸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 앞에 2차 가해 방지를 촉구하는 팻말이 놓여 있다. / 권도현 기자 이제 유족들과 시민단체는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에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야3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은 조사기구 설치에 관한 법적 근거를 담은 특별법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원인조사는 경찰 특수본 수사로 충분했다’는 여당과 보수진영을 설득하는 작업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 사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도 커다란 과제다. 조사위원회가 3번 꾸려져 7년 넘게 조사가 이어졌지만, 원인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던 세월호 참사 이후의 과정을 지켜보며 시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점도 부인키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원인조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이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한 <세월호, 우리가 묻지 못한 것>의 저자 박상은 플랫폼C 활동가는 “지금까지 우리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있었다는 것만 알 뿐, 사망 후 시신 인도까지 10시간이나 걸린 이유 등 전후 과정을 하나의 서사로 연결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개개인의 상황이 모두 나오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참사를 재구성해야 하고, 이와 동시에 시민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합당한 ‘재난 서사’가 남겨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특집
- [언더그라운드 넷]‘100일 후 조리’ 유튜브 미니돼지의 실제 운명은(2021. 09. 03 15:33)
- 2021. 09. 03 15:33 사회
- “오늘 죽은 유튜버.” 9월 1일 인터넷에 공유된 모자이크된 사진이다. 통구이가 된 새끼돼지 사진이다. 맥락을 모르면 모를까,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사진이다. 유튜브 캡처 ‘100일 후에 먹히는 돼지(100日後に食われるブタ)’라는 이름의 일본 유튜브 채널이 개설된 것은 지난 5월 25일이었다. 100일부터 카운트하며 매일 하나씩 영상을 올리는 V로그형식이었다. 화면 가운데 돼지가 있고 “나는 집안의 아이돌, 미니돼지 칼씨(남자아이)입니다”와 같은 자막이 나온다. 키우는 이의 모습은 거의 잡히지 않고 돼지를 주인공 삼아 그날그날의 일을 올린다. 칼이라는 애칭을 붙였지만, 영상제작자 측이 공개하고 있는 프로모션 팸플릿에 따르면 ‘갈비’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한국음식 이름에서 따온 것, 맞다. 100일간의 영상을 보면 이 돼지는 자신을 키우는 주인과 꽤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누리꾼의 관심은 과연 100일째 되는 날인 9월 1일, 잡아먹는 것이 실행될 것인가라는 데 모아졌다. 논란 당일, 유료회원들에게 공개된 프리미어 영상의 표지이미지는 통구이 사진이었다. 논란이 가중된 가운데 이날 저녁 9시께 100일째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을 보면 ‘갈비’씨는 반려동물 이동장에 실려 어디론가 떠난다. 돌아온 주인은 차 트렁크에서 포장된 종이상자를 내놓는데, 그 안엔 도축된 새끼돼지가 들어 있다. 영상의 주인공은 돼지를 바비큐그릴에 구운 다음, 발라낸 돼지의 뼈 앞에서 기도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먹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정말 ‘갈비’씨는 100일 후 먹힌 것일까. 총 3분 15초짜리 영상의 3분 13초께 구석에 작은 글씨로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この物語はフィクションです)”라는 자막이 있다. 영상을 올린 날부터 10일째에 일본 주간지 ‘AERA’와 한 인터뷰가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한국의 동물보호법에 해당하는 일본의 동물애호관리법 위반 논란을 피하려 고문변호사와 상의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하니 실제 기른 미니돼지를 죽이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그는 이 인터뷰에서 주인으로서 정이 생기진 않냐는 질문에 “자신이나 사장이나 사람이기 때문에 애착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도 “‘푸드 손실’을 없애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먹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의문은 저렇게 가정에서 키우는 돼지를 도살해 먹을 수 있냐는 것이다. 물론 한국과 일본의 법체계는 다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식용으로 키우는 돼지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등록해야 한다. 또 허가받은 도축장에서 도살하지 않았다면 이것도 불법 아닐까. 농림축산식품부 농축산물위생품질관리팀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맞습니다.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농장에서 도축신청은 안 됩니다. 가축 질병 문제가 있으니 사육등록을 먼저 해야 하고요.” 개인이 사전에 등록해 관리를 받지 않고 ‘직접 먹기 위해’ 돼지를 기르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애매한 구석은 있다. 소의 경우 한마리씩 이력제를 시행하는데, 돼지는 농장단위로 관리한다. 개체별로 관리를 안 하기 때문에 도축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다. “대신 절차가 있어요. 마크를 부착해 어느 도축장에서 왔다는 것은 표시하게 돼 있습니다.”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의 말이다. 결론짓자. ‘100일 후에 먹히는 돼지’는 실제로 먹혔을까. 1)‘이 이야기는 픽션’이라는 자막이나 전문변호사 조력을 받은 것을 보면 길렀던 돼지 ‘갈비’씨와 바비큐를 한 새끼돼지는 다른 돼지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갈비’씨의 그후 운명은 알 수 없다. 2)한국은 등록 없이 먹기 위해 돼지를 기르는 건 불법이다. 이웃나라에서 관심을 끌었다고 따라하진 말자.
- 언더그라운드 넷
- ‘바이든의 100일’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2021. 05. 21 13:35)
- 2021. 05. 21 13:35 국제
- 사람들은 의외로 숫자에 집착한다. 특히 사람의 관심을 끄는 숫자는 ‘10’으로 나눠떨어지는 수다. 아기의 ‘백일잔치’가 그렇고, 연인과 축하하는 ‘100일’, ‘500일’. ‘1000일’ 따위의 기념일이 그렇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8일(현지시간) 워싱턴 의회에서 취임 100일 기념 연설을 했다. / AP연합뉴스 정치권에도 ‘100일’을 중시하는 전통이 있는데, 지도자의 첫 100일 업적을 따져보는 관습이 그렇다. ‘대통령의 100일’은 ‘연인의 100일’에 가까운데, 이 시기가 새 대통령의 ‘허니문’ 기간과 겹쳐서만은 아니다. 현대의 분권화된 정치제도에서 100일은 실질적 성과를 파악하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물론 신임 대통령은 국민의 높은 기대와 신선한 이미지를 활용해 개혁과제를 빠르게 진척시킬 수 있고, 이때만큼은 야당도 순순히 협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때 보인 역량이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고, 약속했던 개혁을 중간에 걷어차고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취임 100일’은 정책의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고 호응을 얻는 기간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세계 정치사에 ‘100일’의 의미를 극적으로 새긴 지도자로 ‘100일 천하’의 나폴레옹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루스벨트는 경제대공황의 파국이 깊던 1933년에 당선돼 100일 만에 구제, 임금, 주거, 일자리, 물가, 금융, 산업과 관련한 법을 76개나 통과시키며 뉴딜의 토대를 다졌다. 그 이후 ‘대통령의 100일’은 신임 지도자의 초반 업적을 가늠하는 높디높은 기준이 됐다. 루스벨트와 비교될 운명의 바이든 이후 어떤 미국 대통령도 루스벨트와 견줄 만한 100일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꼭 후임들이 무능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니었다. 루스벨트의 놀라운 성과는 경제공황이라는 특수 상황이 절체절명의 위기감과 결합해 탄생한 결과였다. 이 점은 루스벨트가 측근과 나눈 대화에도 드러난다. “대통령께서 임기를 마칠 때, 역사상 가장 훌륭한 지도자 아니면 최악의 지도자, 둘 중 하나로 기록될 것입니다.” “실패하면 최악의 대통령이 아니라 마지막 대통령이 되겠지요.” 다행히 그는 워싱턴·링컨과 더불어 가장 존경받는 미국 대통령이 됐지만, 후임들에게는 ‘취임 100일’이라는 기대가 큰 부담으로 남았다. 케네디는 1961년 취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을 취임 100일까지 해낼 수 없을 것이고, 1000일 이내에도 불가능할 것이며, 현 정부 임기는 물론 생이 다할 때까지 완수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함께 시작합시다.” 트럼프는 100일이 코앞에 다가오자 “내가 100일이라는 터무니없는 기준에 맞춰 수많은 업적을 낸다 해도 언론은 씹어대기만 하겠지!”라는 트윗을 날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6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에서 ‘미국 일자리 계획’ 예산 통과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4월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애초부터 그는 루스벨트와 비교될 팔자였는데, 코로나19 대유행이 남긴 경제적·사회적 상처가 대공황에 비견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임자가 남긴 정치적 혼란도 한몫했다. ‘바이든의 100일’은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할까? 단기간의 성적은 훌륭하다. 무엇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했고, 1조9000억달러(약 2140조원)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마련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의 개혁성과는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새 정부는 경기부양의 혜택을 빈곤층, 아동, 여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재원을 부유층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다수가 타격을 입었지만, 그중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은 이중으로 고통받고 있다. 바이든의 100일 동안 일자리가 1500만개 이상 늘고 실업률은 6%대로 떨어졌지만, 여성들의 일터 복귀는 매우 더디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한 채 집에 머무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학교와 유치원을 빠르게 열도록 조처하는 동시에 무상교육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미국가족계획’을 통해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한 세액공제와 재정지원을 늘리고, 현재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13년 무상교육에 4년을 추가할 계획이다. 유치원 등원 이전의 3~4세 아동들에게 2년간의 프리스쿨을 국가가 보장하고, 2년제 직업 전문대(커뮤니티칼리지) 교육도 무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저소득층 자녀 1명당 6세 이하는 300달러, 6세 이상은 250달러를 매달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소득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계약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10.95달러(팁 받는 노동자는 7.6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계는 “전국 노동자들의 승리”라며 반기고 있다. ‘100일’ 기준의 한계를 넘어 바이든의 최고 업적은 코로나19로부터 시민의 목숨과 건강을 지켜낸 것이다. 취임 당시 20만명에 가까웠던 하루 확진자 수는 100일을 전후해 5만명대로, 사망자는 4000명대에서 900명대로 줄었다. 백신도 2억회 넘게 접종해 미국을 접종 모범국으로 만들었다. 취임 당시 “100일 이내에 백신 1억회를 접종하겠다”던 약속을 두 배로 지킨 셈이다. 바이든의 개혁적 성과는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트럼프에게 ‘졸린 조’로 놀림 받던 그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조차 ‘진보 개혁가’로서 뚜렷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큰 기대와 희망 속에서 집권했지만, 미흡한 개혁으로 트럼프에게 백악관을 넘긴 오바마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이유가 컸다. 앞으로 바이든이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만만찮다. 취임 이후 5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지율은 트럼프 이후 미국사회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양극화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외적으로는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 복귀하는 등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미얀마 군부 학살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등 뚜렷한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역시 ‘100일’은 성급한 기준으로 보인다. 객관적 평가를 위해서는 ‘취임 100일 후’보다 ‘퇴임 100일 전’이 바람직한 지표가 될 듯하다.
- [원희복의 인물탐구]100일 철야농성 금강산기업인협의회장 신양수 “평화통일의 종자를 보존해 달라”(2016. 11. 01 17:23)
- 2016. 11. 01 17:23 사회
- 2500년 전 극동에서 사막의 모래바람을 맞으며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실크로드를 만든 사람은 상인이다. 500년 전 유럽에서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인도양 파도를 넘어 동방항로를 개척한 이들도 상인이다. 이들 상인은 국가나 외교, 즉 정치보다 경제를 우선한 사람들로, 문명 교류의 선도적 역할을 해 왔다. 이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1990년 7월 남·북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고, 1991년 8월 18일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남북은 나란히 유엔에 가입해 서로를 ‘괴뢰’로 부르던 정통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1991년 12월 13일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남북은 화해·협력 및 불가침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이 정치적 합의 이전에 이미 ‘상인’들은 총칼을 겨누던 휴전선을 피해 부단히 북한과 무역했다. 공식적으로 최초의 남북 무역은 1988년 ㈜대우 김우중 회장이 북한에서 도자기를 수입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많은 상인들이 길을 닦은 10년 후인 1998년 현대 정주영 회장이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다. 민간인이 마음 놓고 남북을 오간 것이다. 2004년 드디어 남북 정부 차원의 경제협력 모델이자 통일의 시험장인 개성공단이 만들어졌다.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한 기업들 그러나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2010년 천안함 사건(3월 26일)으로 인한 5·24 대북제재 조치로 경제교류도 중단됐다. 겨우 숨통을 이어오던 개성공단마저 올해 2월 10일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이로써 125개 개성공단 입주업체도 문을 닫았다. 현재 남북관계는 모든 정치·경제적 교류는 물론 사회·문화·종교, 심지어 인도적 지원마저 중단돼 있다. 최근 북한에 대형 수해가 발생해 국제사회의 지원이 쇄도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일절 지원을 않고 있다. 현재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는 ‘100일 철야농성 결사항전’이 벌어지고 있다. 금강산기업인협의회와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가 철야농성을 하고 있고, 청사 후문 쪽에서는 개성공단 영업인들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농성장에는 ‘대결은 망국의 길, 화해는 희망의 길’ ‘개성에 있는 내 깐 마늘 공장에 가고 싶어요’ ‘오라! 경제여! 가자! 평화로’ ‘이 땅의 평화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하라!’ 등의 피켓이 널려 있다. 신양수 금강산기업인협의회 회장(54)은 ‘남북경협 다 죽었다’는 글이 쓰인 검은 모자를 쓰고 있다. 죽은 상복 시위라는 것이다. 신 회장은 철야농성에 참여하는 단체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대아산을 제외한 금강산 관광사업에 투자한 49개 기업체인 금강산기업인협의회와 평양을 중심으로 한 247개 임가공 기업, 801개 단순 교역기업 등 1146개 경협기업 모임인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그리고 개성공단 유통·서비스·건설 등 65개 업체의 모임인 개성공단 영업기업비상대책위 등 3개 단체가 동반 농성을 하고 있다.” 사실 이들은 정부 차원에서 합의하고 추진된 개성공단과 달리, 민간 차원에서 혈혈단신 북한과 협상하고 계약을 성사시킨, 말 그대로 ‘맨땅에서 실크로드를 개척한 상인들’이다. 오히려 이들이 만든 실크로드를 따라 정부가 편안하게 협상을 이뤄냈다. 이들은 100억원짜리 계약 하나 성사시키는 데 200억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은 이를 ‘투자’라고 여기고 기꺼이 감수했다. 그러나 이들은 ‘정부 차원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버스 운송회사를 하던 신 회장은 2005년 6개 협력업체와 함께 버스 220대를 투입해 강원 고성에서 금강산, 삼일포 등지까지 수학여행단과 일반인을 실어 날랐다. 그는 당시 66억원이 넘는 돈을 말 그대로 ‘올인’했다. 2년여 영업을 하다 정부의 금강산 관광 중단 지시로 버스는 강원 고성에 대기시켰다. 그러나 ‘조금 있으면 재개되겠지’ 하던 기다림은 6개월 1년이 넘고, 결국 리스로 구입했던 버스들은 몽땅 경매로 넘어갔다. 정부는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 신 회장은 “처음에는 잠정 중단이라고 해 1년 동안 직원들 월급만 주다가 결국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면서 “여행객 모집 대리점 피해 등을 합하면 대략 1만명가량이 길거리로 나 앉았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만 작년 초 기준으로 326억원, 지금까지 400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남북교역 중단으로 입은 총피해규모는 얼마나 될까. 신 회장은 “정부는 남북교류 중단으로 기업피해 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서 남북경협피해조사처 신설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간경제연구단체인 현대경제연구원이 ‘5·24 조치로 인한 남한의 경제적 피해’ 조사를 한 것이 있다. 2010년부터 3년간 생산 유발·부가가치 유발·고용 유발 등 남북경협 중단으로 인한 간접피해와 직접피해로 나눠 추정했다. 이에 따르면 직·간접 피해는 모두 145억9000 달러(15조8000여억원)다. 이후 3년이 더 지나고 환율도 올랐으니 피해액은 30조원이 넘을 것이다. 여기에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죽어버린 강원 고성 지역경제까지 포함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개성공단 같은 경우 정부는 나름 보상조치를 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명박 정부 말기 때 생색내기로 100억원 이상 투자한 곳에 겨우 2000만원을 보상해줬다. 그리고 9년 동안 대출을 세 번 해줬다. 긴급 운영자금으로 182억원을 해줬다. 지원이 아니고 대출이다. 갚아야 할 돈이다. 담보를 걸고 이자까지 내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 개성공단에 준해서 보상해달라.” 비대위 측은 통일부 장관 면담을 하고, 청와대 앞까지 몰려가 건의문도 전달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도 노력 중이다’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5·24 조치 등 경협사업 중단에 따른 손실보상법’을 제정하려 했지만, 정부·여당의 반대로 실패했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을 중단한 이유로 정부는 이 돈이 북한 핵개발 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그게 잘못된 거다. 정확히 알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 해외여행 많이 가는데 다른 나라 입국하면 비자비 받고, 관광지 가면 입장료 다 받는다. 금강산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금강산에는 우리 기업이 다 올라가 있다. 식당하는 사람, 호텔하는 사람은 물론 편의점·부대시설 다 우리 남한사람들이 한다. 심지어 우리 농협까지 북한에 가 있다. 관광객들 금강산에서 돈 쓰면, 그 돈 다시 남한으로 오는 거다. 북한으로 가는 거 아니다. 다만 입장료와 입국비 몇만원이 북한으로 가는 것이다. 정말 잘못 이해하고 있다.” 관광 중단 9년, 현지시설 모두 망가져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2월 12일 개성공단 중단 이유로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대량살상무기에 사용됐다. 관련자료도 있다”고 말했다. 14일에는 “개성공단 수입의 70%가 북한당국으로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사실 왜곡은 주로 정치인같이 무책임한 사람들이 하는데 이런 말을 주무부처인 통일부, 그것도 장관이 했다. 그러니 언론도 믿고, 국민도 믿을 수밖에 없다. “허허….”(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지난 2월 15일 국회 외무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불러세웠다. 그리고 홍 장관의 앞서 발언의 진위를 하나하나 따졌다. 우리 기업이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지급한 임금은 북한 총국을 거쳐 민족경제협력연합회에서 15%의 사회보장비와 15%의 문화시책비를 떼고, 쿠폰 형식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된다. 근로자들은 이 쿠폰을 가지고 개성공단에 있는 상점에서 생필품을 구입한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쿠폰을 거의 다 이 상점에서 소비한다. 이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호주 교포로 한국인이다. 결국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중 북한 정부에 가는 것은 사회보장비 등 30%에 불과하다. 홍 장관은 국민을 상대로, 아니 주요 사업가를 상대로 심각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 의원이 조목조목 따진 데 대해 홍 장관은 땀만 뻘뻘 흘리며 해명을 못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홍 장관을 향해 “국무위원으로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 장면은 유튜브 등에서 많이 본 동영상에 꼽히지만 아직도 남북 경제협력이 북핵 자금원이 됐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이런 통일부 장관, 이런 정부를 믿고 전 재산을 투자해 대북투자를 한 기업인이 안타까울 뿐이다. 신 회장은 “우리는 정부를 믿고 투자했다”면서 “(정부의 태도는)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다. 앞으로 누가 북한에 투자하겠는가”라고 허탈해 했다.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와 금강산기업인협의회 회원들이 10월 4일 청와대 앞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사실 대북 기업인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에 대해 적잖은 희망을 가졌다고 한다.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유동호 위원장은 “평화와 통일은 정치적이고 외교적 콘셉트였다. 그러나 ‘통일대박’이라는 말은 기존 패러다임과 달리 통일을 경제적 관점, 즉 서로간 이익의 관점으로 본 것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경협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와 결과는 정반대였다. 금강산관광이 잠정 중단된 지 만 9년이 지났다. 지난해 어렵사리 북한에 들어가 현지 시설 실태조사를 했는데, 시설이 모두 망가졌다고 한다. 신 회장은 “정권이 바뀌어 교류가 재개돼도 시설 보수 등 관광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몇 년이 필요하다”면서 “사실상 남북 경제교류는 파탄났다”고 단정했다. 신 회장의 요구는 ‘대북 경제사업은 포기했으니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 지원을 해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유 위원장은 일말의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꿀벌이 종족 보존을 위해 꿀을 채취하는 행위가 전체 생태계에 엄청난 효과를 나타내듯이 남북경협기업들은 부지불식간 평화통일의 활동가, 남북평화의 씨앗이었다”면서 “남북관계가 평화통일로 가야 한다면 이들을 보호하고 보듬고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 호소는 당당했지만, 절규에 가까웠다. 그들이 철야농성을 하는 곳에 ‘농부는 아무리 힘들어도 결코 종자를 먹어치우는 일이 없다’는 논어의 석과불식(碩果不食)이라는 말이 쓰여진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한 통일부 공무원은 이들을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그냥 청사 안으로 들어간다. 하기야 이들 말단공무원들이 무슨 힘이 있겠나.
- 원희복의 인물탐구
레이디경향(총 7 건 검색)
- ‘2024 수능’ 100일 남았다
- 2023. 08. 07 09:31 육아/교육
- EBS는 11월 16일(목) 시행되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D-100을 맞아 수험생을 위한 다양한 학습 콘텐츠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EBS는 11월 16일(목) 시행되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D-100을 맞아 수험생을 위한 다양한 학습 콘텐츠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EBSi 사이트에서 EBS의 대표 교사들이 전하는 D-100 응원 영상과 함께 수험생을 응원하는 응원 메시지를 남기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수험생 본인이나 친구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기고 추천 강좌를 수강 후 이벤트에 응모하면 에어팟 프로를 비롯한 다양한 경품을 받을 수 있다. 수능 준비를 위한 추천 강좌는 두 종류의 패키지로 제공된다. 우선 <한 큐에 끝나는 EBS 연계 대비>는 2024 수능특강, 2024 수능완성, 수능 연계의 비밀 강좌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수능 연계 교재들을 기반으로 한 ‘고농축 강의’를 통해 그동안 공부해온 내용을 짧은 시간 동안 복습할 수 있도록 했다. <프리미엄 문제 풀이, 수능 실전 리허설>은 2024 수능 기출의 미래, 파이널 실전 모의고사, 만점 마무리 봉투 모의고사 강좌로 구성했다. 실제 수능처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해 실전 경험을 쌓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EBSi 공식 SNS에서는 수능 및 9월 모의평가 대비를 위한 과목별 공부법을 소개한다. 8월 10일에 국어(김철회), 수학(정유빈), 영어(정승익)편, 8월 14일에 사회탐구(박봄 외 9명), 과학탐구(조은희 외 3명)편을 순차적으로 탑재하며, 각 과목별 연계 대비를 위한 EBSi 교재 및 강의 활용법, 시험 전까지 반드시 숙지해야 할 핵심 개념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EBS 제공 이와 더불어 EBS 뉴스에서는 수능 D-100일을 앞두고,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EBSi 대표 강사 5명이 수능 준비를 위해 특별 출연했다. ‘EBS 대표강사에게 듣는다’ 코너에서 과목별 주의사항 및 최종 마무리 공부법, 수험생 당부 사항 등을 안내했다. 영역별로 국어 김철회, 수학 심주석, 영어 김수연, 사회탐구 박봄, 과학탐구 박소현 선생님이 출연했으며, 방송 내용은 EBS 뉴스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수능 D-100일인 8월 8일(화) 뉴스(저녁 6시 40분)에서는 EBS 꿈 장학생 출신의 선배가 직접 출연해, 후배들을 위한 마무리 공부 노하우를 알려줄 예정이다. 9월 6일 모의평가에 대비해 ‘프리미엄 풀서비스’도 확대 제공한다. 수능 연계 교재 집필에 참여한 선생님들이 9월 모평에 대한 상세한 <모평 해설지>를 수험생들에게 제공한다. 이외에도 정확도 높은 <등급컷>, <빠른 채점 서비스>, <시험지 다운로드 서비스> 등 수험생들이 수능과 입시 전략을 수립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들을 모아 제공한다. 특히, 실시간 등급컷 서비스는 모의평가 가채점을 위한 ‘EBSi 등급컷 산출 통합 시스템’을 운영하여 정확도와 신속성을 보다 높일 예정이다. 개인별 채점 결과를 토대로 영역별, 과목별 등급과 표준점수, 백분위를 보다 정확히 가늠해 볼 수 있다. 본 서비스는 모바일 사용자를 위해 EBSi 모바일을 활용해 전 영역 빠른 채점 서비스 및 실시간 등급컷, 심층 분석 해설 강의도 이용할 수 있다. 수능 D-100 이벤트 등 자세한 내용은 EBSi 사이트 알림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유열 사장은 “수험생들을 위해 보다 다양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수험생들의 수능 준비에 불편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 ‘2015 수능’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핵심만 쏙쏙~ EBS 교재로 공부하기
- 2014. 09. 05 15:50 육아/교육
- 2015년도 수능이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지금, 막바지 수능 준비를 위한 국어, 수학, 영어 영역별 EBS 교재 학습법을 정리해봤다. 타임교육 진학연구소 최성수 소장이 알려준 수능 대비 공부 비법. “EBS 교재, 올해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지난 몇 년간 수능 출제의 주체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EBS에서 출판하는 수능 대비 교재들과 연계해 수능을 출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올해 급격히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결국 수험생들은 EBS 교재를 효율적으로 학습해야만 수능에서의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국어 영역 국어 영역은 크게 문학과 독서(비문학)로 나뉜다. 쓰기, 어법은 비문학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독립된 문제 유형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학은 시의 경우 EBS 교재에 나왔던 시 전체 혹은 일부가 수능에 출제되며, 소설이나 수필의 경우 대개 교재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수능에 출제된다. 이는 분량 때문인데, 예를 들어 수십 페이지인 소설의 전체를 EBS 교재나 혹은 수능에 전부 인용할 수 없을 것이며, 수필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학 학습의 핵심은 EBS 교재에 등장한 작품들의 내용과 특징을 잘 정리하는 것이다. 시간의 제약 때문에 어떤 학생도 EBS 교재에 등장하는 소설이나 희곡 등을 전체 다 읽어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인용 작품의 요약된 내용을 숙지하고, 그 특성들을 정리하는 것이 EBS 문학 교재를 가장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독서 영역에서는 EBS 교재에 등장한 지문이 상당 부분 그대로 출제에 반영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2012 수능의 경우 비문학 전 지문이 EBS 교재와 거의 유사하게 수능에 출제됐다. 중요한 것은 동일한 문제가 수능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동일, 혹은 유사한 지문이 나온다는 점이다. 결국 EBS 교재의 문제 풀이에 연연하지 말고, 지문의 내용 이해 중심으로 학습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쓰기나 어법 문제의 경우 EBS 교재 학습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며, 독서 지문들의 경우 교재에는 주어지지 않았던 내용이 <보기>로 주어져 학생들을 당황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EBS 교재 위주로 학습을 하되 EBS와 연계되지 않은 지문들을 기반으로 한 실전 문제 풀이도 필수로 병행돼야 한다.2) 수학 영역 수학 영역의 경우 EBS 교재와 유사한 문항들이 다수 출제되고 있다. 숫자만 바꾸면 거의 같은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문제들도 있고, 그래프 등이 매우 유사성을 보이는 문제들도 있었다. 과거 수능의 EBS 연계율은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80% 수준이었다는 게 정설이며, 언제나 70% 이상의 연계율을 볼 수 있다. EBS 교재를 멀리해서는 결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수학 영역은 많은 문제를 풀어서 가질 수 있는 익숙함의 증대는 기대할 수 있어도 암기를 통해 준비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기본 개념 숙지와 이에 근거한 응용 연습이라는 기본적 학습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약간의 변형에도 학생들은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연계되지 않는 문항들이 상위권의 수능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수학 영역도 EBS 교재를 활용해 학습해야 한다. 유사한 문제를 다시 접할 경우 정답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한 학습과 EBS 교재 학습이 적절히 병행돼야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3) 영어 영역 영어 영역에서 듣기는 거의 EBS 특정 교재에서 그대로 출제되고 있어서 교재를 적절히 활용하면 듣기 만점을 기대할 수 있다. 읽기의 경우 60% 정도의 문항이 연계돼 출제된다. EBS 독해 교재들의 지문들이 그대로 등장하거나 약간 변형돼 등장하고, 원래 교재와 다른 유형의 문제로 변형돼 제시되고 있다. 국어 영역과 마찬가지로 EBS 교재의 문제 풀이 자체에 연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문을 잘 학습해 영어 실력을 높이고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계 교재의 지문이 워낙 많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공부하고자 한다면 요령이 필요하다. 먼저, 과도하게 전문적인 지문들의 출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예를 들어 의학이나 생물학, 영화 평론 등의 전문성을 크게 요구하는 지문들이 출제된 예는 없다. 또 과도하게 전문적인 용어들을 외우려 할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신경전달물질’, ‘대뇌피질’, ‘변연계’ 등의 용어가 EBS 교재에 등장했는데 이런 단어들까지 학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단어 학습은 수능 기출 단어 위주로 하되, 수능 기출 단어가 아니더라도 요지의 구성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어휘는 암기하는 것이 좋다. EBS 교재의 학습만으로는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유형들이 있다. 어법, 빈 칸 추론, 글의 순서나 주어진 문장 넣을 곳 찾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유형들은 유형별 집중 문제 풀이를 통해 필수 어법 정리, 유형에 접근하는 독해 기법 등을 숙지해야만 완벽하게 대비가 가능하다. <■정리 / 이유진 기자 ■도움말 / 최성수(타임교육 진학연구소 소장)>
- 세월호 참사 100일 끝나지 않은 이야기
- 2014. 07. 31 17:35 화제
-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일반인 희생자 등 2백94명이 영영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하늘의 ‘별’이 된 지도 100일이 지났다. 전 국민이 안타까움과 슬픔을 함께했고 기나긴 추모 행렬이 이어졌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많은 이들에게 그날의 아픔은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희미해져가고 있는 중이다. 사고 발생 석 달째를 맞이한 현재, 희생자 가족들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아들이 보고 싶어서 아들놈이 입던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아들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아들 옷 입고 아들 바지 입고 아들 양말 신고 다닙니다. 보고 싶습니다. 딱 한 번만, 한 번만 만져보면 좋겠는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최성호군의 아버지는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눈물은 하염없이 두 뺨으로 흘러내렸다. 결국 아버지는 고개를 숙인 채 통곡하고 말았다. 희생자 가족들의 마르지 않는 ‘피울음’에도 이제 그들은 점점 잊히고 있는 분위기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커녕 되레 가족들을 둘러싸고 억측과 오해들까지 난무하고 있다. 국회에 맡겼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정치권의 정쟁에 밀려 ‘침몰 위기’의 상황에 놓였다. 가족들은 단식 농성까지 벌이며 호소하고 있지만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아무런 응답을 해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별’이 된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이제 썰렁해진 전남 진도 팽목항에는 30명도 되지 않는 가족들만 남아 하루 종일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4백76명 중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10명(7월 18일 기준)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행여나 살아 돌아올까, 하는 희망을 접지도 못한 채 100일이 다 돼가도록 팽목항 지킴이가 돼버렸다. 한 희생자 가족은 “오늘도 아무 소식이 없다…”라는 말만 되뇌었다. 진도경찰서 관계자는 “정말 안타깝다. 가족들이 하루에 몇 마디도 나누지 않은 채 무거운 침묵만 계속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신이라도 찾은 가족들은 이제 머리를 싸매고 길거리로 나선 모습이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무엇보다 국민이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가족들은 전국을 한 달여 동안 순회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서명지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한 나라 건설 특별법 제정 촉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렇게 모은 서명만 모두 3백50만여 건. 지난 7월 15일 전국에서 모인 서명지들이 4백16개의 노란 상자에 담겨 국회로 배달됐다. 하지만 국회의 대답은 쉽사리 나오지 않고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7월 11일부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TF’를 가동하고 머리를 맞댔지만 특별법 조항을 놓고 충돌하면서 가족들의 요구는 뒷전으로 밀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공개적으로 가족들에게 약속했던 특별법 제정이었지만 새누리당 쪽의 반대가 심했다. 쟁점은 특별법에 따라 설치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할지 등이다. 새누리당은 수사권 부여가 현재의 형사 사법체계를 뒤흔든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은 형사소송법상 검찰만이 수사권·수사지휘권·기소권을 갖는데,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면 이는 헌법과 법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라는 설명이다. 반면 야당은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임명된 진상조사위원이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게 하면 가능하다고 맞섰다. 이 와중에 가족들은 국회의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아예 안산 합동분향소를 떠나 국회 앞에 주저앉아버렸다. 밤샘 농성에 이어 단식 농성까지 벌였다. 거리로 나선 생존 학생들과 희생자 가족들 살아 돌아온 생존 단원고 2학년 학생 38명도 7월 15, 16일 1박 2일에 걸쳐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도보 행진을 했다. 단원고에서 국회까지 47km에 이르는 거리를 쉼 없이 걸었다. 힘없이 둘러멘 가방들에는 주렁주렁 명찰들이 걸려 반짝였다. ‘박채연’, ‘김빛나라’, ‘김지인’, ‘유예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친구들 이름이다. 출발 직전 취재진 앞에 선 신영진군(17)은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길에) 나섰다. 진실을 꼭 밝혀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도보순례’에 나선 가족들도 있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두 아버지다. 단원고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56)와 누나 이아름씨(25),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52)는 7월 8일부터 안산 단원고를 출발해 팽목항까지 40여 일간에 걸친 도보순례를 하고 있다. 거리는 750km가량이다. 천주교 신자인 이들은 5kg의 십자가를 멘 채 작렬하는 태양 아래 하루에 평균 9시간씩 고행 길을 걷고 있다. “엄청난 참사가 일어났는데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 해 우리라도 지기로 했다”라는 것이 가족들의 뜻이다. 이들이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라는 호소뿐이다. 그러나 결국 국회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음 회기로 제정 건을 연기했다. 여야는 서로 “돌연한 협상 결렬 선언”, “(여당은) 거부와 회피로 일관했다”라고 처리 무산 책임을 전가하는 공방을 벌이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희생자 가족들은 특별법 제정 조항 등에 반대로만 일관한 새누리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희생자 가족 대책위원회 김병권 위원장은 7월 17일 서울 광화문 앞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은 이러한 특별법은 ‘전례가 없다’라면서 반대하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도 전례가 없었던 일임을 잊었나”라며 “심지어 대통령과 여야가 모두 약속했던 것을 왜 지키지 않는가”라고 성토했다. 기자회견 직후 단식 농성 중이던 희생자 가족 2명이 그 자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정치권은 여기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가족들은 상실감으로만 고통을 받고 있는 게 아니다. 일부의 억측과 오해는 가족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참사 진상 규명 노력을 폄훼하는 소문과 정치권의 부실한 특별법 논의가 원인이 되고 있다.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야당 측이 발의한 특별법안에 담긴 ‘세월호 희생자 전원 의사자 지정’, ‘단원고생 대입 특례’ 등의 조항 때문에 일어났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누리꾼 등 일부 시민들의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는 욕설과 비꼬는 말이 섞여 확산되기도 했다. 가족들은 억울해하고 있다.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 호소를 위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한 것인데, 다른 사람들은 보상금이나 특혜를 받기 위해 나선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한 유가족은 “‘전원 의사자 지정’, ‘대입 특례’ 같은 조항은 유가족들이 낸 입법청원안에는 없는 헛소리일 뿐이다”라고 잘라 말하고는 “그런데 헛소리가 참소리가 되게 생겼다”라며 허탈해했다. 실제로 가족들은 피해자 전원을 의사자와 의상자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공식적으로 정치권에 제안한 적이 없다. 가족들이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작성해 국회에 청원한 특별법안에도 이 같은 내용은 없다. 단원고 학생을 위한 ‘대입 특례학’ 조항 역시 가족들의 특별법안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정부는 아직 보상 문제를 놓고 가족들이 공식 논의를 한 적도 없는 상태다. 가족대책위가 청원한 특별법안에는 보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명시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책임의 원칙’ 정도만 적혀 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피해에 따른 보상은 당연한 조치이겠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관련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방현수씨(20)의 어머니 김기숙씨(50)는 “어느 부모가 죽은 새끼를 앞세워 목돈을 바라겠나. 끝까지 조사해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것인데 와전돼서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고 박혜선양의 어머니 임선미씨는 7월 13일 기자회견에서 “엄마, 아빠의 심정으로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하지 않았나. 우리는 수면제 없으면 잠을 못 잔다. 배 속에 열 달 동안 있던 내 새끼…”라고 말하고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진실을 규명해달라고 했지만 오해만 받는 상황 속에서 가족들의 마음에는 또 다른 슬픔과 분노만 쌓여가고 있는 셈이다. 세월호 참사 100여 일간의 기록 4월 16일 오전 8시 52분쯤 4백76명 태운 세월호 침몰 시작 4월 18일 구조 인력, 선체 2층 화물칸 문 열고 선체 첫 진입 4월 19일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 3명 구속 4월 27일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운영 시작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 ‘눈물의 대국민담화’ 통해 해경 해체 발표 국회 ‘세월호 임시국회’ 개회 6월 3일 희생자 합동 49제 거행 6월 26일 박 대통령, 사고 책임지고 사의 표명했던 정 총리 유임 결정 7월 8일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정부가 총체적 무능” 7월 11일 여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위한 TF 가동 7월 14일 가족들, 특별법 제정 요구 단식 농성 시작 7월 15일 단원고 생존 학생 38명, 진상 규명 요구하는 도보행진 특별법 제정 촉구 시민 3백60만여 명 서명 7월 17일 여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처리 무산 1 “많은 친구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으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며 1박 2일 도보 행진에 나선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 2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3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중인 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17일 세월호 탑승 당시 학생들이 찍은 동영상이 상영되자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박홍두 기자(경향신문 사회부)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 드라마틱한 삶 살았던 임윤택, 마지막 100일간의 기록
- 2013. 02. 25 17:16 연예
- 예견된, 그러나 믿기지 않는 죽음이었다. 4인조 그룹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이 위암으로 33년의 짧은 생을 접었다. 드라마틱한 삶을 마감하기 전 100일 동안 고인의 행적을 좆았다. 실낱같은 희망과 꼭 그만큼의 절망이 뒤섞인 시간들. 그러나 어둠보다는 빛을 보고 싶었던 그의 기록들. “남자 나이 마흔이 가장 멋있는 거 같아요. 어서 마흔이 되고 싶어요.” 생전 임윤택은 마흔을 꿈꿨다. 어떤 이는 그의 말을 들으며 헛웃음을 지었을 테고, 또 다른 이는 안쓰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기자는, 기적이라도 일어나 그가 마흔을 넘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팬이어서가 아니었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임윤택은 누구보다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그 고통스럽다는 항암치료도 스무 차례 이상 받았다. 지난 2월 11일, 말기 위암으로 고통받던 임윤택이 영면했다.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는 울랄라세션 멤버들의 표정에서 무한한 슬픔이 배어 나왔다. 그의 아내 이혜림씨는 1년 전보다 훨씬 수척해 몰라볼 정도였다. 가족과 지인 역시 임윤택과 함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11월 3일, 1년 전을 추억하다 역동적이고 유쾌한, 기분 좋은 엉뚱함. 울랄라세션은 그들만의 기운을 무대 위에서 내뿜었다.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퍼포먼스에 열광하는 사람들. 그가 그동안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었다. 15년간의 무명 생활을 뒤로하고 2011년 11월 11일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3’ 파이널 무대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그는 슈퍼스타가 됐다. 최고의 행복감을 맛보던 그 시기에 그의 육체는 가장 괴로웠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이 암에서부터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그가 오디션에 참가한 계기부터 병과 연결돼 있다. 리더인 임윤택이 진단을 받은 후, 멤버들은 임윤택 몰래 미사리 무대에 올랐다. 무명인 그들이 치료비를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내 임윤택도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나를 믿고 따라와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 바로 ‘슈퍼스타K 시즌3’의 공고를 보게 됐다. TOP 10에 들어가면 세상은 우리를 주목하겠지. … 무슨 일이 생겨 내가 없더라도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해야만 했다”(임윤택의 에세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중)고 했다. 자신이 없는 곳에서도 멤버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수술 후 6일 만에, 배 옆쪽에 피주머니를 찬 채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진통제를 삼켰다. 모르핀 주사까지 동원됐다. 그만큼 그는 치열했다. 죽을힘을 다했다. 결과는 1등. 그에겐 또 무대가 주어졌다. 오늘의 무대도 그렇게 얻어낸 것이다. 2012년 11월 3일 그는 트위터를 통해 1년 전을 추억했다. ‘살면서 가장 잠을 줄였던 작년 슈스케3 생방송 시절,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 하나 저장!’ 아마, 이날도 임윤택은 진통제를 삼켰을 테다. 그렇게, 11월에만 여덟 번의 무대에 올랐다. 11월 6일, 설레는 아빠 임윤택 ‘내 분신 리틀 단장 임리단~~^^ 녀석에게 내가 주는 첫 선물~~♥ 아빠가 줄 수 있는 모든 건 다 줄게. 제발… 밤에 울지 좀 마ㅠㅠ 아빠 잠 좀 자자… ㅠ.ㅠ’ 그의 트위터에는 딸에 대한 사랑과 초보 아빠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의 딸, 리단(리틀 단장의 줄임말. 임윤택은 울랄라세션의 단장으로 불렸다)이는 2012년 10월 세상과 첫 인사를 나눴다. 리단이는 작년 8월 결혼식을 올린 임윤택 부부의 믿음과 사랑의 결실이었다. 그는 한 방송에서 “초음파검사 결과 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제 코 닮으면 큰일 나요. 눈만 제 눈을 닮았으면 좋겠어요”라며 잔뜩 부푼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축복받아야 할 일, 하지만 임윤택에는 이조차 녹록지 않았다. 위암 4기 환자가 아빠가 된다.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는 “저도 제가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미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힘들면 기댈 곳을 찾게 됐습니다. 아내와 아이에게 큰 힘을 받고 있고, 특히 아이가 생기면서 살아야겠다는 목표와 이유가 확실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딸이 세상을 살고 있는 한, 자신은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라고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 11월 23일, 현재를 살다 ‘그냥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정말 늘 감사합니다~ 무대에 설 수 있음에… 노래하고 춤출 수 있음에… 숨 쉴 수 있음에…’ 시한부 암 환자. 사람들은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도 오늘을 살아갈 자격이 있다. 아니, 더 소중한 시간이기에 보다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임윤택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과거를 후회하지 않았고, 미래만 보지 않았다. 그는 하루하루, 행복을 위해 살았다.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주변의 소개로 세 살 연하의 이혜림씨를 만났다. 암 환자가 무슨 연애를 하느냐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임윤택은 아니다. 그는 이기적이고, 현실적이고, 현명했다. 허무하게 죽는 날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 용기가 ‘음악보다 중요한 사람’을 만나게 해주었다. 그들의 첫 만남 당시 임윤택은 슈퍼스타가 아니었다. 숱한 오디션 지원자 중 한 명이자,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한 치 앞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의 남자일 뿐. 그런 임윤택에게 그의 아내는 늘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었다. 그는 결혼식 전 기자회견에서 신부에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에, 드라마보다는 시사나 사회적 이슈 같은 걸 좋아하고, 책도 많이 보는 친구죠. 나이는 저보다 어려도 아주 현명한 친구예요. 조언도 많이 해주고 제가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도 잘 해주고요”라며 신부에 대한 사랑을 전했다. 그녀의 믿음과 사랑 속에서 울랄라세션은 ‘슈퍼스타K 시즌3’ 오디션 일정을 소화했다. 그동안 임윤택의 건강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의사도 놀랄 정도의 호전이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콘서트 ‘비가 오는 날엔 난 항상 널 그리워해. 언젠간 널 다시 만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비 내린 하늘은 왜 그리 날 슬프게 해. 흩어진 내 눈물로 널 잊고 싶은데.’ 허스키하고 애절한 음성이 가슴에 와 닿는 ‘서쪽하늘’이 울려 퍼진다. 이날 열린 울랄라세션의 콘서트는 임윤택의 마지막 콘서트가 됐다. 그가 ‘서쪽하늘’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201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촌의 한 대학병원 암센터, 그가 처음으로 위암 4기라는 말을 들었던 장소에서 주치의는 배우 장진영에 대해 말했다. 그처럼 위암을 앓았지만 끝까지 아름답게 살다 간 배우. 임윤택은 이때 많은 것을 직감했을 터다. 의사는 완치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치료라고만 했다. 위는 다른 장기보다 까다롭다. 아직 혁신적인 항암제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평균 수명은 1년 반에 불과하다. 그때부터일까. 임윤택은 배우 장진영의 유작 ‘청연’의 OST에 수록된 ‘서쪽하늘’을 자주 불렀다. 고 장진영도 좋아했던 노래. 이 노래를 읊조리며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는 얼마나 많이, 이 노래를 불렀을까. 1월 2일, 새로운 항암제, 또 다른 고통 ‘앗~~!!!!!!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여러분들이 언제나 웃을 수 있게 즐거운 음악, 무대 보여드리고 들려드릴게요. 벌써부터 잡힌 방송들이 완전 여러분들이 즐길 수 있는 방송이더라고요ㅋㅋ 암튼 올해는 조금 기대해주세요ㅋ 아주 조금^^♥’ 이즈음, 그는 항암치료 방법을 바꿨다.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5월 울랄라세션 앨범을 발표하면서 “약을 쓰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한 가지만 쓰다보면 몸에 내성이 생겨서 더 이상 쓰지 못하거든요”라며 “이제 나한테는 몇 가지 약이 안 남았을 겁니다. 그걸 다 쓰고 나면 나에게 쓸 약은 없고요”라는 말을 했었다. 몇 개 남지 않은 선택지를 또 한 번 사용했다. 뭐 바꿀 수도 있는 문제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말기 암 환자에게 항암제는 목숨이 달린 문제다.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몸에 맞지 않는 항암제를 사용하다 부작용으로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항암제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동시에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그는 20차 치료를 받던 도중 부작용으로 졸도한 경험이 있다. 21차 때도 같은 쇼크가 왔다. 그때부터 항상 당당했던 그도 항암치료를 두려워했다. 전에는 부모님에게 집에 들어가시라고 말하던 그가 그 이후부터는 불안하다며 가족과 함께 있기 시작했다. 그런 예민하고 힘든 시기에도 그는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앨범과 방송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1월 4일, 마지막 트위터 ‘리단 맘이 갑작스레 1월 14일이 무슨 날이냐 묻기에 망설임 없이 리단이 백일이라고 대답하니 조금은 놀란 기색이네요. 대체 날 뭘로 보고. 난 자상하고 꼼꼼한 아빠거늘. 벌써 백일 식사 모임을 할 곳도 세 군데 정도로 간추려놓았다고요!’ 리더 임윤택은 무뚝뚝했지만 아빠 임윤택은 자상했다.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늘 아내와 딸을 보살폈다. 당시 임윤택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의 지인은 “사실 그때는 힘든 시기였다. 살이 너무 많이 빠지면서 체력이 받쳐주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딸의 백일을 치러주기 위해 살뜰히 챙겼고, 사무실을 오가며 오는 3월로 예정됐던 음반 준비도 병행했다. 그는 팀의 리더의 자리, 아빠의 자리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섣부른 동정을 거부했고,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지 않았다. 여전히 씩씩하고 밝았다. 1월 15일, 마지막 공식 활동 연말 공연 이후 임윤택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8회 2013 아시아모델상 시상식에서 울랄라세션 멤버들과 함께 인기가수상을 받았다. 부쩍 야윈 그의 모습으로 인해 건강 악화설이 흘러나왔다. 소속사에서는 4월경 새 앨범 발매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고, 팬들은 그의 회복을 기원했다. 그 누구도 그 무대가 마지막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2월 4일, 신혼여행을 꿈꾸다 컨디션 회복을 위해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울랄라세션의 소속사 이유진 대표는 “약간 체력에 무리가 와서 항암치료를 다시 받고 준비를 해서 컨디션을 끌어 올린 후, 신혼여행을 가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멀리는 못 가더라도 일본, 동남아 쪽으로 신혼여행을 가려고 했던 것이다. 자신을 간호하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주고 싶었을 테다. 자신의 몸이 극도로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도 그는 아내를 위해, 무엇인가 해줄 것을 찾았다. 오히려 수척해질수록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필사적으로 찾았을 것이다. 임윤택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2월 11일, 마지막을 예감하다 ‘울지 마라’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됐다. 이후 잠깐 회복세를 보였다. 마지막을 예감했을까. 그는 흐릿한 의식 속에서도 멤버들의 건강을 걱정했다. “승일이 목 디스크 괜찮냐. 명훈이 허리 괜찮냐. 아프지 마라. 이 바보를 영원히 기억해줘라.” 어눌하고 뭉개진 소리로 평소엔 잘 표현하지 못했던 따스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마지막을 예감한 듯 아내를 불렀다. 아내를 꼭 껴안은 채 “울지 마라”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영면했다. 2013년 2월 11일, 오후 8시 40분이었다. 남겨진 이들 “이젠 기쁜 마음으로 보내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준 사람. 이토록 멋진 남자의 아내인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참 행복합니다. 우리 다시 만날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내 이혜림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기며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가족이 겪어야 하는 아픔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겠는가. 세상 사람들은 남은 가족을 보며 임윤택을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행복했다”라고 말한다. 혹자는 악성 댓글이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한다. ‘슈퍼스타K 시즌3’ 출전 당시부터 결혼과 임신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그는 가짜 투병설을 운운하는 이들에게 시달렸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개인적으로 악플 써주시는 분들 울랄라 홈피 통해 제게 쪽지 보내주시면 제 개인 사비로 콘서트 티켓 끊어드릴게요. 직접 공연 보시고 나서도 정이 안 붙으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정말 노력하는구나, 라는 거도 보여드리고 싶어서요”라고 답하던 사람이었다. 임윤택은 가족뿐 아니라 대중을 행복하게 해준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가 투병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삶에 대한 자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그는 누구보다 삶을 사랑했고 암 앞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삶을 아름답게 가꿨다. 그의 인생은 짧았지만 사람들에게 준 용기와 영감은 길고 깊었다. 임윤택은 아티스트였으니 그것이 그의 소임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래도, 그럼에도, 뼈와 피부만 남아 작아진 그가 신나게 웃는 모습을 생각하면 또르르, 눈물이 떨어진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박은혜(프리랜서)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안하진, 임윤택 트위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