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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5,823 건 검색)

KTV, 계엄방송 자막 지시 거부한 노동자 해고 철회하라”
2024. 12. 26 21:41사회
... 개편이 있으니 개편 때 지원서를 다시 내고 면접을 보라고 했다. 사실상의 해고 통보였다. 지씨는 “KTV는 정규직 고용 대신 편법으로 프리랜서 계약을 해왔다”며 “부당한 고용 형태를 지속해온 것이 저의...
KTV, 부당한 계엄방송 지시 거부한 노동자 해고 철회해야”
2024. 12. 26 16:42사회
... 개편이 있으니 개편 때 지원서를 다시 내고 면접을 보라고 했다. 사실상의 해고 통보였다. 지씨는 “KTV는 정규직 고용 대신 편법으로 프리랜서 계약을 해왔다”며 “부당한 고용 형태를 지속해온 것이 저의...
민주당, 이은우 KTV 원장 ‘내란선전’ 혐의로 고발
2024. 12. 26 15:56정치
...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V 자막 담당자 지교철씨의 계약해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KTV 국민방송에서 17년 동안 프리랜서로 일한 지씨는 비상계엄 당시 관련 자막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KTX특실 할인율 ‘과대 광고’…공정위, 3년 만에 ‘시정명령’ 결정
2024. 12. 23 21:21경제
... 실제 KTX 특실·우등실의 승차권 할인율은 이보다 낮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운임 100%로 구성되는 KTX 일반실과 달리, KTX 특실·우등실 승차권 가격은 ‘운임’(여객운송 대가)과 ‘요금’(넓은 좌석...
할인KTX코레일

스포츠경향(총 5,833 건 검색)

KT, 현대모비스 꺾고 신바람 3연승···SK 이어 시즌 두 번째 ‘전 구단 상대 승리’
2024. 12. 25 01:40 스포츠종합
KBL 제공 수원 KT가 안방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를 잡고 3연승과 함께 ‘전 구단 상대 승리’를 완성했다. KT는 24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현대모비스를 91-78로 완파했다. 20일 대구 한국가스공사, 22일 원주 DB와의 경기에 이어 선두권 팀 현대모비스와의 대결에서도 승리한 KT는 13승9패로 4위를 지켰다. 특히 이번 시즌 1~2라운드에서 현대모비스에 모두 졌던 KT는 이날 마침내 현대모비스를 잡고 전 구단 상대 승리를 완성했다. 이번 시즌 프로농구에서 전 구단 상대 승리를 거둔 팀은 서울 SK에 이어 KT가 두 번째다. 반면 21일 DB전에 이어 2연패에 빠진 현대모비스는 14승7패를 기록, 선두 SK(14승5패)와 1경기 차로 멀어진 2위에 자리했다. 1쿼터를 20-12로 기선을 제압한 뒤 우위를 이어가던 KT가 2쿼터 종료 2분30초 전 하윤기의 덩크로 37-26으로 차이를 벌렸다. 하지만 이후 현대모비스가 대반격에 나섰다. 게이지 프림의 자유투를 시작으로 연속 10점을 몰아치며 36-37로 턱밑 추격한 가운데 전반을 마쳤다. 3쿼터 시작과 함께 숀 롱의 2점슛으로 현대모비스가 역전까지 성공한 뒤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 이어지다가 KT가 3쿼터 후반부 힘을 내며 다시 치고 나가더니, 쿼터 종료 직전 레이션 해먼즈의 버저비터 3점슛에 힘입어 66-56으로 앞섰다. 4쿼터를 박성재의 외곽포로 시작한 KT는 이후 격차를 점점 더 벌려 나갔고, 종료 3분50초를 남기고는 하윤기의 골밑슛으로 86-68을 만들며 쐐기를 박았다. 해먼즈가 17점·8리바운드, 박준영이 17점, 하윤기가 13점·5리바운드를 올렸고, 이스마엘 로메로가 10점·9리바운드, 한희원이 3점슛 3개를 포함해 10점을 보탰다. 현대모비스에선 프림이 15점·6리바운드, 롱이 12점·10리바운드, 한호빈과 서명진이 각각 11점으로 분전했다. 숀 롱. KBL 제공
‘두 자릿수 득점만 5명’ KT, 현대모비스 꺾고 3연승
2024. 12. 24 21:09 스포츠종합
KT 한희원 | KBL 제공 프로농구 수원 KT가 울산 현대모비스를 꺾고 3연승을 내달렸다. 송영진 감독이 이끄는 KT는 24일 수원 KT 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현대모비스와 홈경기에서 91-78로 승리했다. 3연패에 빠졌다가 3연승으로 반등에 성공한 KT는 13승 9패로 4위를 지켰다. 반면 2연패에 빠진 현대모비스는 14승 7패로 2위다. 이날 KT는 레이션 해먼즈(17점 8리바운드)와 박준영(17점), 하윤기(13점), 이스라엘 로메로, 한희원(이상 10점) 등 5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으로 승리를 손에 넣었다. 해먼즈가 골밑을 제압한 가운데 한희원과 박준영이 3점슛으로 지원한 게 현대모비스의 수비를 효과적으로 무너뜨렸다. 전반을 37-36으로 간신히 앞선 채 마친 KT는 후반 들어 박준영을 중심으로 맹공을 펼쳤다. 박준영은 상대의 반칙으로 얻어낸 추가 득점과 3점슛 등을 묶어 3쿼터에만 11점을 쏟아냈다. 로메로까지 골밑에서 득점을 더하면서 3쿼터 66-56 리드로 마칠 수 있었다. 기세가 오른 KT는 4쿼터 박성재(6점)와 최창진(5점)의 외곽슛까지 터지면서 해먼즈의 속공까지 살아나 78-63으로 달아났다. 하윤기의 골밑 공략으로 현대모비스의 추격을 잘 뿌리친 KT는 손쉽게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KTX 꼼수’ 판매 할인정책 시정 명령 받다
2024. 12. 23 13:54 생활
한국철도공사가 KTX 특실 가격 할인율을 실제보다 더 높게 보이도록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에 표시했다가 시정명령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로 공사에 시정명령(향후 금지명령) 부과를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사는 2014년 10월 29일∼2021년 11월 3일 KTX 승차권 가격에 대한 할인율을 표시·광고하면서, 구매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실을 누락·축소하는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한 혐의를 받는다. 공사는 통상 앱 등에서 ‘↓ 30% 할인’, ‘↓ 20% 할인’ 등으로 할인율을 표시한다. 이를 보면 소비자는 자신이 내야 하는 금액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실제 KTX 특실·우등실의 승차권 할인율은 이보다 낮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KTX 특실·우등실 승차권 가격은 ‘운임’(여객 운송 대가)과 ‘요금’(넓은 좌석 등에 대한 대가·운임의 40%가량)으로 구성되는데, 공사가 표시한 할인율은 이 중 ‘운임’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부산 간 KTX 특실 승차권(8만3천700원)에 30% 할인이 적용되는 것처럼 표시·광고한 경우, 요금(2만3천900원)에는 할인이 적용되지 않아 소비자의 최종 구매 가격은 21.4%만 할인된 6만5천800원에 그친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라고 판단했다. 공사가 승차권 구매 과정에서 ‘할인은 운임에만 적용’ 등으로 표시했지만, 특실 승차권 가격 구조를 안내하지 않아서 소비자가 그 의미를 명확히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다만 공사가 2021년 언론보도로 이같은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가 드러나자 즉각 시정한 점, 관련 내용은 일정 부분 표시는 했고 고의성은 없던 점 등을 고려해 중대한 위반행위는 아니라고 보고 과징금을 부과하지는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령·약관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가 해당 표시·광고를 받아들이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부당성을 판단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향후 할인율 표시·광고 내용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KT, ‘팬메이드 K-AI 아이디어 챌린지’ 신촌 팝업 오픈
2024. 12. 23 10:44 생활
KT가 서울 신촌 거리에 11m 크기의 초대형 미디어 트리를 설치하고 고객이 제안한 일상 속 AI 아이디어를 광고로 만들어 송출하는 ‘팬메이드 K-AI 아이디어 챌린지’ 오프라인 팝업을 1월 5일까지 운영한다. ‘팬메이드 K-AI 아이디어 챌린지’는 KT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고객 아이디어를 더해 AI 혁신을 함께 만든다는 취지의 고객 참여형 캠페인이다. 고객이 일상에서의 ‘다음시대 AI’ 모습을 자유롭게 제안하면, KT가 이를 실제 광고로 제작해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번 팝업에서는 고객이 제안한 AI 아이디어를 옥외 광고로 공개하고, 크리스마스 느낌의 포토존 운영과 굿즈 제공 이벤트 등 다양한 볼거리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KT는 지난 10월부터 ‘팬메이드 K-AI 아이디어 챌린지’를 진행하며 약 2만건의 고객 AI 아이디어를 접수하고 우수작을 선정했다. ‘알아서 햇빛이 있는 쪽으로 이동하는 AI 화분’, ‘잘못 버린 쓰레기는 알아서 뱉어 주는 AI 쓰레기통’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광고로 제작해 반포 센트럴시티, 영등포 타임스퀘어, 여의도 IFC몰 등 주요 거점에 옥외 광고로 선보이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뷰를 보여주는 AI 창문’이라는 아이디어로 챌린지에 참여한 박세미(36) 고객은 “AI 아이디어를 상상해 보는 과정도 재미 있었고, 평소에 자주 방문하던 공간에 내 이름과 아이디어가 광고로 나와 신기했다”며, “그동안 다소 어렵게만 느껴졌던 AI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주간경향(총 35 건 검색)

내부인사 세운 KT···주총 표심 어디로(2023. 03. 17 14:26)
2023. 03. 17 14:26 경제
ㆍ여권 인사들 대신 KT 출신 윤경림 사장 선택 ㆍ국민연금·현대차 반대, 소액주주 찬성 가능성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여권·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던 KT가 오는 3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 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강충구·여은정·표현명 등 현직 사외이사 3인의 재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목적 사업 추가를 포함한 정관 일부 변경 등도 함께 의결한다. 윤 대표이사 후보와 사외이사 후보 중 현직 이사들은 여권이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던 인물들이다. KT가 윤 후보를 택하면서 여당과 대통령실에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3월 말 예정된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의 차기 대표이사 확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연합뉴스 KT의 최고경영자(CEO) 선출은 3개월째 안개 속을 걷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KT 이사회는 정관에 없는 연임우선심사 제도를 통해 구현모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비자금 조성과 ‘쪼개기 후원’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75억원의 과징금을 받으면서 CEO 리스크가 불거진 구현모 사장의 연임이 결정되자 비판 여론이 거셌다. 특히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론의 압박에 이사회는 지난 2월 9일 대표 선임 절차를 공개경쟁 방식으로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진행된 대표이사 공모에서 사외 인사 18명을 포함해 모두 34명이 지원했다. 지원자 심사 중이던 2월 23일 구 대표는 지원을 철회했다. 2월 28일 이사회가 추린 최종 후보자는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포함해 4명으로, 모두 KT의 전·현직 임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인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여권이 밀던 정·관계 출신 인사들은 모두 탈락했다. 주주총회 통과 가능성이 좀더 높아 여권과 대통령실의 언사가 거칠어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3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구현모 대표는 자신의 ‘아바타’ 윤경림 후보를 세웠다는 소문이 무성한데, 이는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은 “그것(공정·투명한 거버넌스)이 안 되면 조직 내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그 손해는 우리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도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의중을 시사했다. KT는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 적임자라는 판단이 윤 후보를 택한 가장 큰 이유라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경림 사장은 미디어(CJ), 자동차(현대차) 등 국가 주력 사업에서 사업 전략을 담당한 바 있는 융합형 경영인으로, KT의 미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KT는 이권 카르텔 논란에는 지배구조 개선으로 대응하고 있다.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의 요청으로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대표이사 선임 절차와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과 ESG 모범규준 등 최근 지적받은 사항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강화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가 마지막 관문인 주총을 넘어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KT 규정에 따르면 주총에서 안건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연금은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12월 27일 기준 지분 10.13%를 보유 중이다. 약 8%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은 최근 KT에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사실상 국민연금과 의견을 같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3대 주주인 신한은행(약 5%) 역시 현대차그룹과 비슷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결국 비교적 지분율이 큰 소액주주와 외국인 주주의 움직임에 따라 결과가 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윤 후보가 재임 기간 KT 주가를 끌어올린 구현모 대표의 ‘디지코’ 전략을 계승할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우호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관련해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는 지난 3월 14일 주요 KT 주주들에게 보낸 의견서에서 “주주들이 우려할 만한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KT 차기 경영진 구성과 관련해 윤 후보와 사외이사 후보 전체에 대해서 찬성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래스루이스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이은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꼽힌다. 각국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 1300여 곳에 의결권 행사 자문을 제공하고 있어 외국인 주주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ISS도 찬성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10년간의 KT 주총을 보면 국민연금은 항상 반대표를 던졌다. 결국 국민연금과 현대차를 제외하면 가장 비중이 큰 외국인의 의결권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이들은 보통 의결권 자문기관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 의결권 자문기관에서 찬성 의견을 냈는데 대부분의 외인 기관투자자가 이를 따른다면 일단 윤 후보자의 대표이사 선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경제개혁연대 부소장)는 “국내 소액주주도 해외의 의결권 자문기관 의견을 많이 따르기 때문에 표 대결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면서 “정권이 일방적으로 찍어내려고 해도 (부결시키기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엔 입 닫는 ‘스튜어드십 코드’ 구현모 대표는 KT가 2014년 5월에서 2017년 10월까지 회사 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을 해 11억5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중 4억3790만원을 당시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행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았다. 구 대표는 판결에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구현모 대표가 연임에 나서면서 권력이 개입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크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월 7일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다고 정부 지분이 0%인 민간기업의 CEO 선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여권의 행태가 정당성을 얻을 수는 없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동원하는 정부·여당의 시도가 적절한지를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소유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유분산기업은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으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경우가 많다. 금융지주와 KT, 포스코 등이 대표적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는 자율지침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애초에 스튜어드십 코드에 포함될 수 없고, 기금운용 원칙이나 수탁자책임 원칙에도 명백히 위반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3월 10일 논평에서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재벌 등 가족 지배기업에 대해서는 정부나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KT, 금융지주사와 같이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만을 거론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창민 교수는 “경제개혁연대는 쪼개기 후원과 SEC의 과징금 부과 등 처벌 전력 등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명확한 기준을 두고 구현모 대표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했다”면서 “국민연금은 이런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언급은 없고 지배구조가 이상하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선진 기업들도 내부에서 차기 CEO를 뽑는 경우가 많고, 이는 투명한 경쟁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사실 문제 삼을 게 별로 없다”면서 “결국 기업가치 훼손이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돼야 하는데 이는 다른 재벌기업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그런 말을 하긴 싫기 때문에 (내부에서 후보를 뽑았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끄집어내면서 입장이 꼬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자신의 ‘지배구조’ 돌아봐야 국민연금이 정부의 인사 개입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들고나오면서 본래의 취지를 왜곡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지배주주의 위법하고 부당한 행위를 시정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다가, 급작스레 KT를 비롯한 소유분산기업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발동을 거는 이상한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스튜어드십 코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국민연금이 정부의 영향에서 독립해야 한다. 최근의 움직임은 그러나 오히려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7일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운영규정을 바꿔 가입자단체의 추천을 받아 위촉하는 비상근 위원을 6명에서 3명으로 축소했다. 대신 전문가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아 민간전문가단을 구성하고 그중 3명을 비상근 위원으로 위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가입자단체의 감시와 통제 역할이 약화되는 것이다. 수책위는 책임투자, 주주권 행사 등 수탁자 책임에 관한 사항을 전문적으로 검토, 심의하는 기구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드러났던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번 규정 변경으로 독립성을 위협받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전문가단을 추천하는 곳은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한국증권학회, 한국재무학회, 한국경영학회, 금융투자협회, 한국국제경영학회 등 금융자본과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문가단체가 대부분이다. 이창민 교수는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가입자단체가 추천하던 인사들도 모두 전문가였다”면서 “추천권이 있는 학회가 모두 재계에 포섭됐다고 할 순 없지만, 관련성이 크다는 점에서 독립성이 현격히 저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민연금 스스로가 지배구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상근전문위원으로 비전문가인 검찰 출신(한석훈 변호사)을 선임한 것은 최소한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의 투자기업 주주권을 자문하는 기구로, 주로 금융·회계 전문가가 맡아왔다.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용와대’의 입장을 받아서 전달하는 식이다. 한 위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시한다면, 따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현저한 독립성 저하가 우려된다. 이 정부에서 기재부가 국민연금을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 경우 환율방어에 연금을 쌈짓돈 쓰듯 동원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국민연금 기금위에 참여하려면 전문성과 독립성, 대표성이라는 3개 요건을 다 갖춰야 한다. 특히 상근전문위원은 국민연금 기금위의 투자정책 전문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 세 위원회에 모두 참여한다. 상근위원이라면 세 영역에서 두루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검사라면 의결권을 다루는 상법을 알 테니 수탁자책임 측면에서 전문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머지 두 개에선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특집
[박주연의 메타뷰](30)신수정 KT 부사장 “기억력 탓 시작한 기록, 꾸준히 쓰니 영향력 생겨”(2023. 01. 06 14:17)
2023. 01. 06 14:17 사회
ㆍ‘페이스북 현인’으로 불리는 이유 사진/ 김창길 기자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58)은 매 주말 중 하루는 ‘아점’을 먹고 동네 카페에 간다. 경험에 기반한 자신의 생각에 책에서 얻은 지혜를 더해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위해서다. 주로 일과 삶, 경영과 리더십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주제마다 번호를 매겨 간결한 문장으로 핵심을 요약한다. 십수년 전부터 생긴 습관으로, 그에게는 일상의 업무에서 벗어난 달콤한 휴식시간이다. 오후 4시까지 카페에 앉아 그렇게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신 부문장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3만2000명에 달한다. 올린 글마다 ‘좋아요’가 수천 개씩 달리고, 댓글과 공유도 수백 회씩 이뤄진다. ‘페이스북의 현인’이라는 애칭이 붙었을 만큼 그가 올리는 글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이가 많다. 이렇게 쌓인 글을 모아 2021년 6월 출간한 <일의 격>(턴어라운드)은 10만부 가까이 판매됐다. 2022년 9월에는 그가 페이스북으로 이동하기 전 트위터에 기록한 짧은 글을 모은 <통찰의 시간>(알투스)을 펴냈다. 그는 어쩌다 ‘페이스북의 현인’이 됐을까. 2023년 새해를 시작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그는 어떤 조언을 할까. 지난 1월 3일 서울 송파구 KT송파빌딩 14층 사무실에서 신 부문장을 인터뷰했다. -페이스북 반응이 뜨거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글을 제가 꾸준히 올리고, 다양한 커리어를 갖고 있고, 책을 통해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일 거예요. 저는 저까지 직원 세 명으로 시작한 벤처기업과 50~800명의 중소 규모 회사, 외국인 회사, 그리고 삼성, SK, KT라는 글로벌 대기업을 두루 경험했어요. 대한민국의 웬만한 직장인들과 소통이 가능한 거죠. 페이스북에는 이런 제 경험에서 터득한 이야기에 책에서 읽은 연구 결과 등을 접목시켜 근거 있는 보편적 교훈을 제시하고 있어요.” -독서를 원래 좋아했습니까. “어려서부터 좋아했어요. 잘 사는 친구집의 문학전집은 제가 다 읽었죠.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주로 문학을 읽었어요. 하지만 40대부터는 경영, 자기개발, 심리, 경제 등 실용서적만 봤어요. 젊은 나이에 간부가 되면서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제가 마흔다섯 살에 기업의 CEO가 됐어요. 직후 2년간 읽은 책만 해도 100권이 넘어요.” 주말 중 하루는 글 쓰는 휴식시간 가져 벤처·외국계·대기업 등 다양한 경험에 책 통한 근거 더해 ‘보편적 교훈’ 제시 -책값 지출도 컸겠군요. “몇년 전까지는 매년 수백만원씩 지출했죠. 보통 일주일에 두 권은 읽으니까요. 지금은 책값이 별로 안 나가요. 밀리의 서재, 예스24, 리디북스의 무제한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월회비를 내고 이용하거든요. 또 요즘은 출판사에서 읽어보라며 보내오는 책도 많아요. 저는 책을 읽을 때 처음에는 속독으로 끝까지 단숨에 읽어요. 그런 다음 정말 좋은 책이면 처음부터 다시 정독해요.” 신 부문장은 서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1990년 휴렛팩커드(HP)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대로 돌아가 박사 학위를 딴 후 1998년 삼성SDS에서 시니어 컨설턴트로 일했다. 박사과정을 밟을 때 야간 전문대학원에서 경영학도 공부했다. 1999년 직장 선배와 벤처를 창업했다. 2002년 SK의 벤처회사였던 SK인포섹(현 SK shieldus) 컨설팅 본부장으로 입사해 6위 사업을 1위로 발돋움시켰다. SK인포섹에선 사업총괄(COO) 전무를 거쳐 2010년 CEO까지 역임했다. 매출 400억원, 이익 12억원 기업을 3년 만에 매출 1000억원에 이익 100억원의 업계 1위 기업으로 만들었다. 2014년 KT로 옮겨 그룹 CIO 부사장을 거쳐 2020년부터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을 맡고 있다. 연 4조원 이상 매출의 KT B2B사업의 총괄자다. -SNS에는 언제부터 글을 썼습니까. “2010년 IT회사(SK인포섹) CEO로 있을 때 한 후배가 찾아와 ‘IT 경영자라면 트위터를 해야 한다’고 권했어요. 그 말이 계기가 돼 나의 배움이나 독후감, 경험과 앞선 분들의 통찰을 정리한 글을 주말마다 한두 문장씩 트위터에 기록했어요. 4년간 꾸준히 올리자 국내 트위터상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윗 중 하나로 선정되고 팔로잉하는 팔로워도 2만명에 달했어요. 하지만 트위터에 정치 글이 너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그게 싫어 2013년 하반기에 좀더 길게 글을 쓸 수 있는 페이스북으로 옮겨갔어요. 그렇게 매 주말 쓴 글이 1000개 이상 쌓인 거예요.” -글은 노트북에 쓰나요. “스마트폰으로 써요. 글 쓰는 것은 30분이면 돼요. 몇 가지 쓰고 싶은 키워드를 생각해 평소 한두 줄씩 메모해놔요. 독서를 할 때도 저만의 방법이 있어요. 제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듀얼폰이에요. 저는 거의 e북으로 독서를 하는데, 듀얼폰 한쪽 창에는 e북, 다른 창에는 제 블로그를 열어놔요. 독서하면서 동시에 핵심 내용을 블로그 비공개 방에 짤막짤막하게 요약해두는 거죠. 그러고는 매 주말 페이스북에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 제 블로그를 검색해 관련 내용을 연결해 쓰는 거예요.” 신수정 부문장은 2010년부터 4년간 트위터에, 2013년 6월부터는 페이스북에 일과 삶, 경영과 리더십에 관한 글을 써왔다. 자신의 배움과 경험, 통찰을 방대한 독서에 기반해 요약해 왔다. / 김창길 기자 - 글쓰기의 목적은 뭔가요. “제가 드라마와 영화, 독서를 되게 좋아해요. 그런데 기억력이 안 좋아요. 보고 나서 잊으니 축적이 안 됐어요. 그래서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종이노트에 기록하다가 블로그에 썼어요. 그러다 트위터에 이어 페이스북을 이용하게 된 거예요. 일종의 ‘축적 후 발산’인 셈인데, 하다 보니 나의 기록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먼저 경험한 자가 남기는 기록이니까요. 특히 가장 많이 연락해 오는 분들이 벤처회사의 젊은 CEO들이에요.”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이분들 대다수가 직장생활을 안 해보고 갑자기 회사 대표가 돼요. 어떻게 회사를 이끌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경영해야 하는지 잘 몰라요. 그런데 자존심은 강해 누구에게 배우려 하지도 않아요. 대기업 임원들은 꼰대 같은 말만 한다고 여기고요. 그런 분들이 제 글을 읽고 배움을 얻는 거죠. 직장인들도 비슷한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이직, 승진, 갈등, 리더십 등 여러 문제를 겪고 있지만 배움의 통로가 많지 않아요. 관련 서적은 부지기수지만 책은 가공된 백미와 같아요. 거친 이야기는 없고 좋은 말만 쓰여 있죠. 성공한 사람이 쓴 책들은 사후 편향적이고요.” IT회사 CEO 시절 한 후배의 충고로 트위터에 배움과 통찰 기록 시작 페이스북으로 옮겨 지속적 글쓰기 -사후 편향적이란 게 어떤 의미인가요. “성공을 초점에 두고 과거의 경험을 윤색한다는 거죠. 자칫 개인적 성공 사례를 일반화할 우려도 있어요. 예를 들면 새벽에 일어나야 성공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그걸 성공 방정식이라고 주장하는 거죠.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쓴 책 <규칙 없음>을 보면 직원들을 통제하지 않고 무제한 자유를 주는 넷플릭스 문화가 나와요. 그런데 그것은 넷플릭스니까 가능한 거예요. 전 세계 똑똑한 사람들만 모였으니까요. 많은 벤처 CEO들이 그걸 따라하다가는 회사가 망가지죠(웃음).” -최근 특히 흥미롭게 읽은 책은 뭔가요. “<큇>(QUIT·그만두다)이에요. 제가 관심을 갖고 있던 주제거든요. 핵심은 우리가 인내심에 대한 미신이 있다는 거예요. 뭐든지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달성하는 게 성공의 비결이고, 그것이 마치 굉장히 좋은 삶의 태도라고 생각하잖아요. 이 책의 저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실제 많은 그런 사례가 있지만, 자기와 맞지 않는 것들은 빨래 끝내는, 즉 포기를 과감하게 빨리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것은 지금의 비즈니스, 특히 스타트업이나 플랫폼 회사에서도 중요한 방식이에요.” -어째서요. “과거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기간이 굉장히 길었죠. 지금은 미래가 되게 불확실해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요. 이런 상황에서 철저한 계획은 별로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구글이나 미국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계획을 오래 세우지 않아요. 대신 가설을 세우고 작은 실험들을 계속하죠. 만약 반응이 가설과 다르게 나오면 재빨리 그만두고 다른 실험을 해요. 그래서 과거엔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이런 말을 많이 썼지만, 지금은 ‘속도의 경제’라는 표현을 쓰는 거예요. 제조업이나 대기업은 따라가기 힘든 방식이죠.” 그에게 “경험칙상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더냐”고 물었다. 그는 “조직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있다”고 답했다. -어떤 특징인가요. “첫 번째는 오너십이 강해요. 말단 직원일 때부터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죠. 저도 그랬어요. 첫 직장을 제외하곤 젊은 시절에도 내가 속한 조직의 사장은 나라는 마음으로 일했어요. 두 번째는 프로액티브해요. 뭔가 먼저 제안하려 하고, 돌파하려 하죠. 세 번째는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베트남전 영웅 이름에서 따온 스톡데일 패러독스예요. 미래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현재의 리스크를 하나하나 잘 챙기는 특성이 있어요.” -‘조용한 사직’(해야 할 일만 한다. 필요 이상으로는 일하지 않는다.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지 않는다)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유행어였어요. 이런 태도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자기 철학이 뭐냐에 달린 것 같아요. 회사에서 승진하지 않아도 삶의 가치가 가족과 평온하고 자유로운 삶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철학도 없이 회사에서 고위직까지 승진하고 돈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행동해선 뜻을 이룰 수 없겠죠.” 신 부문장은 업무와 업무 외 활동 시간을 엄격히 준수한다. 강연 요청이 쇄도해도 여간해선 하지 않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회사일을 주말까지 가져가지 않는다. 그는 “경영자가 되고부터 주말에는 스위치를 끄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도 일주일에 하루는 여유를 남겨둬야 한다”고 말한다. -2021년과 2022년 <일의 격>과 <통찰의 시간>을 연달아 냈는데 독자들이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뭔가요. “<일의 격>에서는 ‘축적 후 발산’에 대한 내용을 가장 많이 말씀하세요. 우리 삶의 대부분은 노력과 성과가 한동안은 비례하지 않아요. 오히려 더 나빠지죠. 하지만 어느 순간을 지나면 급속도로 성과가 상승해요. 미란다 커, 카라얀, 플라시도 도밍고는 모두 주역들의 갑작스러운 펑크로 대역을 맡았다가 성공한 사람들이에요. 공통적으로 이들은 무대 한켠의 보조, 조연, 무명시절에도 실력을 닦고 있었죠. 이들이 이름 없이 묵묵히 노력했던 시간이 축적의 시간이에요. 만약 쌓아놓은 축적이 없었다면 기회가 왔을 때 발산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스타도 되지 못했겠죠.”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뭔가요. “커리어와 리더십 두 가지 질문이 가장 많아요. 젊은 친구들은 대부분 커리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냐고 묻죠.” 신수정 부문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리더의 중요한 조건은 “구성원들에 대한 진정성과 조직에서 파워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 김창길 기자 -뭐라고 답합니까. “계획을 심각하게 세울 필요는 없다고 말해요. 존 크럼볼츠 교수는 수많은 비즈니스맨의 진로를 조사했어요. 그 결과 성공한 사람 중 계획에 따라 성공한 경우는 2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우연히 발생한 일이나 예기치 않게 만난 사람을 통해 성공을 이뤘어요. 저도 그랬어요. 창업 계획이 전혀 없었는데 상사가 같이하자고 설득해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에 나섰어요. 이직 고민을 할 때도, 조직에 대한 열정이 약간 식었을 때도 누군가 나타나면서 직장을 옮겼죠. 그렇다고 자신의 미래를 모두 우연에 맡기라는 얘기는 전혀 아니에요.” -그러면요. “크럼볼츠 교수는 ‘계획된 우연’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그는 성공에 있어 행운의 요소가 크지만, 행운은 그냥 오는 게 아니라고 했어요. 행운을 부르는 다섯 가지 요소가 있다는 거죠. ‘호기심, 낙관성, 끈기, 융통성, 위험 감수’예요. 이런 태도를 가진 자만이 행운을 낚고 불운을 극복할 확률이 높다는 거예요.” <일의 격> 독자들 ‘축적 후 발산’ 공감 살면서 한동안은 노력-성과 비례 안 해 하지만 언젠가 준비된 사람이 기회 잡아 -<통찰의 시간>은 통찰, 배움, 행동, 성공, 리딩, 행복이라는 여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555개의 짧은 글이 실려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글은 뭔가요. “555번 글인, ‘삶은 Gain이 아니라 Gift다’예요. 삶은 그 자체로 선물이지, 성취하기 위해 분투하는 게 삶이 아니에요. 이 글에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문장을 써놨어요. ‘내일 죽는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게 살라. 동시에 내일 죽지 않는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게 살라’예요. 자신이 내일 죽을 것임을 인식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동시에,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처럼 원대한 목표를 가지면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예요.” -새내기 직장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요. “‘빵을 굽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남과 다르게 빵을 굽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한 성공한 빵집 사장님의 말씀을 들려주고 싶어요. 많은 신입사원이 부서를 배치받고 업무를 시작할 때 되게 당황해해요. 자신의 생각과 달리 하찮아 보이는 일이 맡겨지니까요. 10%는 그 이유로 그만두죠. 하지만 그런 일이라도 남들과 다르게 하는 방법들을 찾아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러면 그것 자체가 엄청난 자산이 되면서 성장이 이뤄지죠. 그리고 또 하나, 젊을 때 호기심을 갖고 이것저것 도전해보라는 얘기도 하고 싶어요.” -기업문화가 많이 바뀌었어요. 상사와 부하직원, 선배와 후배 사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조직이 많습니다. “과거엔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 대량 생산-대량 유통-대량 판매)을 했어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TV광고를 해도 먹혔죠. 대중의 생각이 비슷하다고 여겼으니까요. 지금은 퍼스널 마케팅(personal marketing: 개별 고객의 욕구에 적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마케팅)을 해요. 개개인의 맞춤형 광고를 하거나 맞춤형 타겟팅을 하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어요. 조직도 똑같아요. 과거 산업화시대엔 상사가 부하직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지시하면 일률적으로 따라왔어요. 지금은 상사가 부하직원 한 명, 한 명의 성향과 개성, 목적이 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더 어려워진 시대네요. “그래서 1 대 1 소통, 1 대 1 피드백이 스타트업이나 특히 플랫폼 회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적어도 석 달에 한 번은 1 대 1로 만나 목표를 설정해주고 그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피드백을 주고 같이 토의하는 거죠. 이건 비판이나 평가가 아니라 시스템이에요. 그러면 개개인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외국의 글로벌회사나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어요.” -팀장, 부장, 국장, 사장 등 리더의 필수 조건은 뭘까요. “저는 구성원들에 대한 진정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 조건은 능력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능력은 조직에서 파워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예요. 판매원과 판매팀장, 축구선수와 축구감독은 역할이 달라요. 히딩크는 공을 잘 차지도 않고, 잘 찰 필요도 없어요. 선수들을 잘 묶어서 파워를 내는 강력한 능력이 있는 거죠.” <통찰의 시간>에서 좋아하는 글은 555번 삶은 선물이지 성취 위한 분투 아니란 것 “불황기엔 최악을 대비한 계획이 중요” -정년 후 또 다른 삶을 생각한다면 언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요즘엔 정년까지 한 회사에 다니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40대 초중반에 임원이 돼 40대 중후반에 퇴사 후 일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요. 그러니 현역에 있을 때 2개 정도의 부캐가 필요해요. 부캐는 꼭 돈 버는 일에 국한하지 않아요. 제 지인은 몇년 전부터 주말마다 목수 일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판매도 해요. 제2의 인생은 경제적 목적보다는 꾸준히 할 수 있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분이 의외로 많아요. 적어도 나이 50이 되기 전 부캐 활동을 통해 기술을 연마하고 인맥을 연결하는 활동도 해야 해요.” 그에게 ‘경기침체로 위기를 겪는 조직과 개인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앞서 언급한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말했다. 미군 장교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1965년부터 8년간이나 포로수용소에 갇혀 숱한 고문을 당했다. “스톡데일은 풀려난 후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과 죽은 사람의 차이를 말했어요. 수용소 생활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우리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한 비관주의자들이었어요. 그러나 낙관주의자들도 죽어갔어요. 크리스마스, 부활절, 추수감사절에 나가리라고 계속 낙관만 하다가 번번이 상심했기 때문이에요. 살아남은 사람은 ‘우린 나갈 거야. 하지만 지금은 최악의 상황일 수 있어’라고 생각한 쪽이에요. 미래는 낙관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게 바라본 이들이죠. 그러니 지금처럼 불황기에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계획과 태도가 필요해요.”
박주연의 메타뷰
[주목! 이 사람]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장 황소라씨 “수어중계사 노동조건 너무 열악”(2018. 12. 24 14:11)
2018. 12. 24 14:11 사회
청각언어장애인들의 수어를 음성으로 전달하는 중계사 황소라씨에게 노동조합은 원래 과격단체였다. 파업현장은 으레 고성과 폭력이 오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디어를 통해 접한 노조는 죄다 그런 모습이었다. 노조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건 대형마트에서 ‘알바’를 하면서였다. 타 지점 노조 파업으로 대체인력으로 파견된 현장에서 황씨는 평화로운 파업을 접했다. “아빠와 연배가 비슷한 분들이 콜라 하나씩 사서 계산대 앞에 줄을 서고 환불하는 방식으로 파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돈 더 준다고 거기서 일하고 있던 제가 부끄럽게 느껴졌어요.” 대학에서 수화통역학을 전공한 황씨는 졸업 후 곧바로 한국정보화진흥원 손말이음센터에 입사했다. 진흥원이 손말이음센터를 두고 KT와 용역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황씨를 비롯한 중계사들의 소속은 ‘KTcs’다. 업무환경은 열악했다. 적은 임금에 인력이 부족해서 화장실 갈 시간이 없었다. 1시간 넘게 통화를 기다린 이용자들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한 뒤 다녀올 정도였다. “지금 죄송한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얘기했어요. 화장실 얘기 자체가 부끄러운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화장실 가는 건 기본권인데, 내가 가고 싶을 때 못간다는 생각이 드니까 처참하더군요.” 일터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성희롱을 비롯한 사이버 성폭력이 빈번했고, 임금 체불에 퇴사자가 늘면서 노동강도는 더 세졌다. 도움의 손길을 찾다가 황씨는 직접 노조를 만들기로 했다. 6개월 준비기간을 거쳐 KT새노조 손말이음센터지회를 창립했고 황씨가 지회장을 맡았다. 당장 노조가 결성되자 사측은 조합원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은 더 단단히 뭉쳤다. 지금보다 더 잘살고 싶다는 열망은 모두 같았다. “업무환경이 잘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어요. 더 나은 곳에서 일하고 싶었죠. 무엇보다 조합원분들에게 고마워요. 저랑 친분이 없던 분들도 노조의 취지를 공감한다며 힘을 보태주셨어요.” 황씨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황씨를 비롯한 손말이음센터 중계사들은 곧 한국정보화진흥원으로 직접 고용된다. 예정대로라면 모두가 진흥원 소속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진흥원은 손말이음센터를 본사가 있는 대구로 옮길 계획이다. 중계사들에게도 대구 근무를 통보했다. 갑작스런 근무지 이전 소식에 중계사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전체 수어통역사의 50%가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근무지를 지방으로 옮기게 되면 인력 충원은 더 요원해진다. “조합원들은 입버릇처럼 ‘진흥원에 직접고용되면 정년까지 일하자’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근무지 이전 방침이 나오면서 그만둔다는 분들이 계세요. 사실상 해고 통보와 다르지 않죠.” 앞으로 황씨는 가만히 입 다물고 살지 않을 생각이다. 억울한 일이 생기면 더 목소리를 낼 심산이다. “손말이음센터에 와서 여러 일을 겪었습니다. 트라우마로 남은 일도 있죠. 그런 상처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 일에 얽매여 슬퍼하며 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주목! 이 사람
KT CS, 직원 대상 ‘치사한 갑질’(2018. 07. 30 15:02)
2018. 07. 30 15:02 사회
ㆍ고객센터 일부 상담사들에게 통화 내용 일일이 손으로 기록하게 해 “‘빽빽이’ 쓰라는 얘기 들으면 회사 나가라는 뜻인 줄 아세요.” 고객센터 상담사들에게는 두 종류의 ‘갑’이 있다. 하루 종일 수화기를 붙잡고 응대해야 하는 고객이 한편의 갑이라면, 다른 한편에는 상담평가 실적을 가지고 상담사들을 닦달하는 직장 상사라는 또 다른 갑이 있다. 갑을관계에 놓인 상담사들이 겪는 상사의 갑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빽빽이’다. 상담평가가 나쁘다는 이유로 고객과의 상담내역을 컴퓨터로 타이핑하는 대신 일일이 손으로 빽빽하게 기록하게 하는 것이다. 이 ‘빽빽이’가 부당한 업무지시를 넘어 퇴사를 종용하는 수단으로 버젓이 쓰이고 있다는 것이 일선 상담사들의 증언이다. 한 기업 콜센터에서 상담사들이 고객의 상담전화를 받고 있는 모습. (본 사진은 기사내용과는 관련 없음) / 경향신문 자료사진 근로계약서 발급 의무도 위반 KT그룹 고객센터를 비롯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고객상담센터를 위탁운영하는 KT CS에서 최근까지 지난 3년간 ‘빽빽이’와 같은 갑질이 반복된 것으로 드러났다. KT CS는 상담센터 소속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교부해야 할 근로계약서도 주지 않는 등 위법행위까지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담업무시간 종료 후 후속 고객 서비스를 위해 초과근무한 시간에 대한 수당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KT CS 소속으로 한 외부 위탁기업 고객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ㄱ씨는 입사 후 신입 상담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받으면서 황당한 교육내용을 들었다. 고객의 상담평가 성적이 나쁘면 ‘빽빽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빽빽이’는 엄포로 그치지 않았다. 상담사가 각각의 칸막이 안에서 상담용 전화를 받으며 컴퓨터를 들여다보기 바쁜 와중에도 이곳저곳에서 손으로 상담내용을 일일이 받아쓰는 동료 상담사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ㄱ씨 역시 ‘빽빽이’를 쓰라는 지시를 피할 수 없었다. 다만 부당하고 모욕적인 지시라는 생각에 ㄱ씨는 요구를 거부한 데 비해 다른 상담사들은 인사상 불이익이 두려워 군말 없이 ‘빽빽이’를 쓰거나 이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했을 따름이다. “콜센터 상담사로 여러 곳에서 일한 경험이 있지만 실제로 ‘빽빽이’를 시킨 곳은 이곳이 유일했다”는 ㄱ씨는 “평가가 안 좋은 상담사에게 ‘동석’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지적하고 또 지적하고 불러다가 업무 도중에 개별면담하는 등 매일 반복적으로 괴롭혀서 결국은 나가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동석’이란 고객상담센터 특유의 직장문화가 드러나는 한 단면이다. 고객센터는 감정노동의 강도가 센 데 비해 보수는 상대적으로 적어 이직률이 높고 신입 상담사들의 비율이 높은 직장이다. 업무가 서투른 신입을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바로 옆에 ‘동석’해 일일이 업무내용을 알려주는 교육방식이지만 실제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나 상사가 막말과 위압적인 언사를 일삼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벌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이 여겨진다. 문제는 다른 고객센터에서도 발견되는 ‘동석’에 더해 ‘빽빽이’라는 사실상의 처벌이 기존 직원들이 결국 회사를 떠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KT CS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정규직 고용규모는 2016년 9283명에서 2017년 8801명으로 5.2% 줄었다. 사업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는 KT그룹 계열사 11곳 중 두 번째로 감소폭이 크다. KT CS의 사업 전분야를 통틀어 집계된 고용규모이긴 하지만 주요사업인 콜센터 위탁업무의 경우 정규직 규모는 줄어든 대신 신규채용은 비정규직 기간제 위주로 채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빽빽이’와 같은 통념을 벗어난 업무상의 제재는 휴식시간을 통제하는 데서도 나타났다. 매일 업무를 시작할 때 순번으로 정한 휴식시간 외에는 상담사들이 화장실을 가는 것까지 통제하는 식이었다. 비록 휴식시간 순번제와 같은 제재는 직원들의 반발로 중단됐지만 ‘빽빽이’와 같은 모욕적인 제재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 이들도 여럿이다. 이곳에서 일한 전직 상담사 ㄴ씨는 “일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개는 나처럼 불이익이 두려워 속앓이만 하다 결국은 그냥 회사를 나오게 된다”며 “퇴사 후에 문제제기가 나와서 직원들이 근로계약서와 급여명세서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들었지만 나는 퇴사 전까지 구경도 못해 봤다”고 말했다. 회사 측 “개별 강사의 과도한 지시” 근로계약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을 맺으면 즉시 서면으로 교부하게 되어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사용자에게 부과된다. 그러나 ㄱ씨는 입사 후 3개월이 지나도록 근로계약서를 전달받지 못하자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접수했고, 올해 6월이 되어서야 회사는 ㄱ씨를 비롯한 고객센터 직원들에게 근로계약서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KT CS 관계자는 “고객센터가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행정업무가 밀려 근로계약서와 급여명세서를 제때 교부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늦게나마 교부를 완료했다”며 “‘빽빽이’ 문제는 회사 차원의 방침이 아니라 개별 강사가 과도하게 내린 지시였고, 당시에도 상담사들이 강제로 쓰는 것이 아니라 거부할 수는 있었다. 이 문제도 앞으로는 재발하지 않게 조치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선 상담사들은 회사로부터 급여명세서를 받아본 뒤 고객센터 상담시간을 넘겨서도 이어진 업무에 대해서는 시간외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사실이 발견됐다며 여전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고객센터 업무의 특성상 상담업무는 상담시간 종료 전에 받은 마지막 전화를 끊는 시점에 업무 종료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불만사항을 처리하고 해당 위탁기업에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30~40분가량의 초과근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상담업무에 사용되는 프로그램 로그아웃 시간만 확인해도 쉽게 정산이 가능한 문제인데도 회사 측의 대처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상담사들의 주장이다. 한 상담사는 “시간외 근무시간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제3자 입장인 노동부에 진정을 내서 실제 초과근무시간을 확인하려 했지만 관리자에게서 진정을 취소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초과근무가 확인되기만 하면 그에 따른 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며 현재는 확인 중이어서 당장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일단은 회사가 ‘빽빽이’와 같은 과도한 제재를 규제하겠다고 밝힌 데다 근로계약서 미교부와 같은 위법사항에 대해서도 시정을 위한 조치를 취한 상태지만 이러한 갑질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어려운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최근 정부에서 범정부 갑질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직장 내 갑질문제 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현행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에는 ‘빽빽이’와 같은 사용자의 갑질을 규제할 내용이 없고, 급여명세를 직원들이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은 탓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의 박성우 노무사는 “현재 법적으로 사용자의 갑질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긴 하지만 갑질로 인한 퇴사나 징계 등 부당한 조치가 확인되면 그에 따른 법적 제재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근로계약서 미교부 등 명백한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회사 측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레이디경향(총 5 건 검색)

6월엔 떠나자…KTX 최대 50% 할인까지 ‘절찬 여행중’
2023. 05. 23 07:38 레저/여행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6월 한 달간 ‘여행이 활짝! 일상이 반짝! 대한민국은 절찬 여행 중’을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펼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곳곳의 숨겨진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도록 6월 1일부터 한 달간 ‘2023 여행가는 달’ 캠페인이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국내여행을 통해 내수를 진작하고 변화하는 국민 여행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여행이 활짝! 일상이 반짝! 대한민국은 절찬 여행 중’을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펼친다고 밝혔다. 캠페인은 대규모 교통 및 숙박 할인뿐만 아니라 ‘여행상품 특별기획전’, ‘여행트렌드관’ 등이 추가됐으며 다채로운 국내여행의 매력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 ‘갓성비’ 여행 지난해 높은 호응을 얻었던 교통할인은 올해는 약 18만여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그 규모를 확대한다. 코레일 협력여행사와 주요 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관광관련 상품(숙박, 체험권 등)과 결합 구매 시 고속철도(KTX) 최대 주중 50%, 주말 30%를 할인받아 이용할 수 있으며, 6개 노선 관광열차와 내일로패스도 코레일 앱·웹, 현장 발권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국내 5개 노선 지방 도착 항공권, 시티투어버스와 렌터카도 할인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사전 예약은 5월 24일부터 가능하며, 정해진 수량만큼 선착순으로 할인이 제공된다. 숙박 할인의 경우 이번 캠페인 기간에 약 90만 장의 할인권이 배포된다. 먼저 경북, 인천 등 전국 12개 광역시도의 7만 원 초과 숙박시설에 대한 5만 원 할인권이 30일부터 6일 1일까지 3일간 선착순으로 발급되고, 6월 2일부터는 전 지역의 5만 원 초과 숙박시설 예약 시 사용할 수 있는 3만 원 할인권이 발급된다. 이외에도 국가가 인증한 한국관광 품질인증 숙박업소 할인전이 6월 14일부터 진행된다. ■ 유원시설·캠핑장 등 목적에 따라 3개 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전국 유원시설 예약 시 1만 원 할인권을 지급하는 ‘놀이공원 할인대전’은 31일부터, 등록 캠핑장을 예약하고 이용을 완료하면 1만 원 상당의 포인트로 환급해주는 캠핑장 할인은 6월 1일부터 진행된다. 또한 ‘여행상품 특별기획전’에서는 순천만국가정원·여수 투어, 대구 근대골목이야기, 서울 무장애 역사투어 등 40여 개 국내여행사의 여행상품 80여 개가 3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돼 국내 여행지 선택의 폭을 더욱 넓혔다. 이외에도 템플스테이 50% 할인(한국불교문화사업단), 경기 바다 여행주간 상품기획전(경기도) 등 캠페인 참여기관의 자체 할인 혜택도 풍성하게 준비됐다. 다만, 모든 할인 혜택은 예산이 소진되면 조기 종료될 예정이므로 본인의 여행계획에 맞추어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여행 트렌드관’에서는 농어촌·섬, 스포츠케이션, 미식, 취미, 친환경, 살아보기, 힐링·웰니스, K컬처, 열린관광, 반려동물 동반 여행 등 올해 주목받는 10개의 유망 테마를 선정해 정보를 제공한다. 팜파티, 로컬체험 등이 포함된 특별한 여행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여행가는 달 전용 열차타고 단양, 제천과 영주로 떠나는 고메트레인(미식열차)’, ‘충남 당진의 전통주에 빠진 클래식 여행’, ‘이건희 컬렉션과 사유원이 함께하는 문화예술여행’ 등 캠페인 기간에만 만나볼 수 있는 총 30여 개의 여행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 반려견 동반 요가클래스 등 이벤트 50여 개 ‘여행가는 달’과 연계한 온·오프라인 행사들도 주목할 만하다. ‘국민의 균등한 관광 향유권 보장’을 위한 관광취약계층 대상 여행 프로그램도 캠페인 기간에 진행되는데, 장애인 체육인들이 1박 2일간 무장애 열린관광지를 체험하는 나눔여행이 6월 중 예정됐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이마트24 팝업스토어(삼청점) 내 ‘여행가는 달’ 홍보존 운영 및 전국 이마트24 매장 ‘지역의 맛’ 경품이벤트, 인플루언서 김해준과 함께 힐링 촌캉스를 즐겨보는 ‘같이가 준’ 이벤트, 반려동물과 함께 요가를 즐기는 태안으로 떠나는 댕댕버스, 철도여행객을 대상으로 서울역 소재 리필숍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여행갈 용기 내’ 이벤트 등 50여 가지의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가 캠페인 기간에 진행된다. ‘여행가는 달’의 모든 할인 혜택과 여행 프로그램은 판매 및 사용 기간, 사용조건 등이 다른 만큼 반드시 사전에 누리집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할인혜택과 행사일정, 참여방법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행가는 달’ 공식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포털사이트에서 ‘여행가는 달’을 검색해도 된다.
'금융위기·코로나에도 꿋꿋' KT&G, SK텔레콤 등 13개 기업 20년 연속 흑자
2020. 09. 09 15:51 화제
SK텔레콤 T타워 사옥.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분기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된 2000년 이후 올해 2분기까지 82분기 연속 흑자를 낸 기업은 13곳으로 집계됐다. 9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중 2000년 이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45개 사의 영업이익(개별 기준) 추이를 조사한 결과, 82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하는 기업은 총 13곳이었다. KT&G, SK텔레콤, 현대모비스, 유한양행을 비롯해 GS홈쇼핑, CJ ENM, 신세계, 고려아연, 에스원, 농심, 한섬, 국도화학, 이지홀딩스 등이 82분기 연속 흑자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평균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회사는 KT&G로, 35.5%에 달했다. 이어 SK텔레콤(19.3%), 한섬(15.5%), 고려아연(13.3%), 이지홀딩스(12.8%), 에스원(12.6%), CJ ENM(11.8%), GS홈쇼핑(11.2%), 현대모비스(10.8%), 유한양행·신세계(각 10.0%) 등의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었다 또 70분기 이상 장기 흑자 기업은 금호석유화학과 광동제약, LG생활건강, 한샘, 엔씨소프트, 네이버, 카카오, 현대건설 등 17개 사로 조사됐다. 60~69분기 연속 흑자인 곳은 GS리테일, 오뚜기, KG이니시스 등 9곳이며, 50분기~59분기 역시 아모레퍼시픽, 현대글로비스 등 9곳이었다. 조사 대상 가운데 50분기 이상 연속 흑자를 낸 기업은 총 49개였고,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2008년 4분기에 적자를 냄에 따라 연속 흑자 기록이 46분기로 집계됐다. 코로나 사태로 연속 흑자 행진을 멈춘 기업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2분기까지 78분기 연속 흑자였던 19곳 중 포스코와 현대제철, 솔브레인홀딩스, SKC, 호텔신라, 넥센타이어 등 6곳이 작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연속 흑자 기업 명단에서 제외됐다. 분기 연속 흑자 기록이 10분기 미만인 기업도 조사 대상 기업의 절반에 가까운(49.3%) 170곳에 달했다.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155곳에서 15곳 증가했다. 작년 2분기까지 5년 이상 흑자를 기록했다가 이후 4분기 중 한 분기라도 적자가 발생한 곳은 포스코와 SKC, 넥센타이어, 솔브레인홀딩스, 현대제철, 호텔신라, SK네트웍스, 강원랜드, LG화학, 성우하이텍, 롯데케미칼, CJ프레시웨이, 대웅제약, KTcs, 롯데카드, LF,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17곳이었다. 한편 미중 무역 분쟁과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악화에 대기업들도 적자전환 하는 등 국내 기업들이 경영위기를 맞으면서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줄었다. 조사대상 기업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개별 기준)은 44조 5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4조 6524억원에 비해 19.4%(10조 6016억원) 감소했다.
[까치까치 설날]300km의 사나이 KTX 박병덕 기장
2010. 02. 03 15:01 화제
ㆍ“열차 안에서 설날 보내지만 아쉬움보다는 보람을 느낍니다” 설날, 북적이는 기차역에는 떠나는 이들의 그리움과 돌아오는 이들의 희망이 뒤섞인다.그 한가운데, 자리한 사람이 있다. 박병덕 기장은 35년 동안 기차와 함께했다. 300km로 빠르게 달려 나가는 열차처럼 2010년도 힘차게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지구 60바퀴를 달리다. 박병덕 기장(56)는 KTX 고속열차 260만km 무사고 운행 기록을 가진 베테랑 기관사다. 2001년 고속열차 시운전을 시작해 개통식 때에는 첫 운전대를 잡기도 했다. 서울-부산 왕복 3,300회, 지난 6년 동안 박 기장이 달린 거리는 지구를 60바퀴 돌고도 남을 정도다. “1975년에 입사해 올해로 35년째 철도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처음 철도청에 들어왔을 땐 증기기관차도 있었어요. 무궁화, 새마을, 화물열차 운행을 거쳐 2003년부터 KTX 운전대를 잡고 있습니다.” 그를 열차 기관사의 길로 이끈 건 어린 시절 봤던 증기기관차였다. 어렸을 적 대전역 부근에 살며 자연스레 기차를 볼 기회가 많았고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위풍당당하게 달리는 증기기관차를 보고 기관사를 꿈꾸었다. 스무 살 때 철도청에 입사해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명절도, 연휴도 없이 달려온 그에게 베테랑이라는 말은 더없이 잘 어울린다. “전국 방방곡곡 기차가 닿는 곳이라면 안 가본 곳이 없어요. 대한민국이 다 제 집 같죠(웃음). 운행이 늦게 끝나면 그날의 마지막 목적지에서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부산도 그렇고 대구도 그렇죠. 열차 도착지는 마음의 고향 같아요.” KTX 기관사의 하루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과와 다르게 돌아간다. 우선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박기장의 출근 시간은 그날 첫 열차 운행 시각 1시간 전. 때문에 “보통 몇 시에 출근하느냐”는 질문엔 마땅한 답이 없다. 분 단위로 출발하는 기차 시간 덕에 그의 스케줄표엔 7시 42분, 5시 27분 등으로 출근시간이 표기되어 있다. 남들 다 쉬는 주말과 공휴일, 연휴에는 더 바쁘다. “예전에는 한 달에 하루도 못 쉬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때는 기관사가 많지 않았고 열차도 적었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한 달에 280시간 정도 됐죠. 지금은 주5일 근무를 해요. 아, 주5일 근무라고 하면 당연히 주말에 쉴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저희는 주말이 대목이에요(웃음). 명절이나 휴가 때 더 바쁘죠.” 젊은 시절엔 다른 사람들이 쉬는 날 더 많이 일하는 게 속상하기도 했다. 특히 명절 땐 집에 있었던 시간이 거의 없으니 가족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왜 들지 않을까. “지금도 명절 때 운행을 하다 보면 대전역에 정차를 해요. 집 근처를 지나가면 아무래도 집 생각이 나죠. 예전에는 창문이라도 한번 열어보고 괜히 공기도 마셔보고 그랬어요.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얼른 마음을 다잡죠. KTX 열차 1회 운행에 935명에 달하는 손님들이 타세요. 열차가 1분 늦어지면 935명의 소중한 1분을 뺏는 거예요. 1초라도 지연할 수 없죠.” KTX 조종실엔 화장실이 없다. 때문에 기관사들은 탑승 전 밥을 먹어도 국이나 물을 마시지 않는다. 교대로 이루어지는 새벽 근무에 잠을 설치는 일도 잦다. 혼자서 졸음 그리고 속도와 싸워야 하는 KTX 조종실은 어찌 보면 지극히 외로운 공간이다. “935명 승객의 안전이 제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늘 긴장하게 돼요.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우선입니다.” 그리움과 염원을 가득 싣고 달리는 설 열차 30년 넘게 기차와 인연을 맺어오며 설날 기차역과 얽힌 추억도 많다. “지금은 많이 편해졌어요. 열차도 많지 않고 자동차도 없었던 시절엔 설날 기차역이 전쟁터였어요. 20년 전만 해도 설날에 서울역은 물론이고 영등포, 용산역까지 귀향객들로 그야말로 포화 상태였죠. 당시에는 기차 창문을 손으로 열어 올릴 수 있었거든요. 그리로 남자건 여자건 무조건 들어가는 거예요. 어쨌든 열차는 가야 하니까 내려서 아가씨들을 창문으로 밀어넣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시절도 있었어요.” 떠나는 이와 돌아오는 이, 민초의 염원과 그리움을 가득 담고 그렇게 기차는 달려왔다. 그 안에서 열차와 함께 지난 세월은 박 기장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가장 최근 가족과 설날을 보낸 때가 언제인지 묻자 그가 기억을 더듬는다. 재작년 설쯤인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설에는 열차가 증편되기 때문에 기관사는 더 쉬지를 못해요. 저희에게 빨간색으로 표시된 날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운이 좋아 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근무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설에는 입석까지 꽉 채워 한 번에 1000명 정도의 승객을 모십니다. 제가 못 쇠는 대신 그분들이 명절을 쇨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모두 새로운 포부와 희망을 가지고 경인년 새해를 시작하셨으면 좋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대전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어느새 저만치 멀어진 열차처럼 힘차게 시작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훈
떠오르는 기대주, 농구 코트의 훈남 - 안양 KT&G의 신제록
2009. 01. 15 화제
40분의 경기가 펼쳐지는 체육관. ‘슛’을 외치는 함성과 뜨거운 열기,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의 운동화 마찰 소리가 가득한 농구 코트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슛을 성공시키고 뒤돌아 환하게 웃음 짓는 선수, 신제록. 낯익은 얼굴이다 했더니 배우 신성록의 친동생이란다. ‘잘생긴’ 외모만큼 뜨거운 열정을 간직한 농구선수 신제록과의 가슴 떨리는 인터뷰.스스로에게 떳떳해지고자 남들보다 두 배로 연습 몰두 동부와 KT&G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2008~2009 KBL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겨울 스포츠의 꽃, 농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현재까지(지난 12월 20일) 총 100경기 정도가 치러진 가운데 3월까지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3위를 달리며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안양 KT&G의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경기가 없는 평일 오후, 팀 훈련을 마치고 선수들이 코트를 빠져나간 뒤에도 끊임없이 농구 코트와 공의 마찰 소리가 들린다. 동료들이 샤워를 하고 쉬는 자유시간, 텅 빈 코트에서 30분째 슛 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신제록 선수다. “요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자기계발서 같은 책을 많이 읽게 됐어요. 대부분 일찍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고,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더라고요. 마이클 조던도 정해진 연습 시간보다 먼저 나와서 연습을 했대요. 발전하려면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까 30분 먼저 나와서 미리 스트레칭을 하고, 끝나고는 부족했던 부분을 30분 더 연습하고 돌아가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이후 요즘처럼 농구가 재밌는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지난해 안양 KT&G 입단과 함께 프로 세계에 뛰어들면서 결국 가장 많이 땀 흘리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농구 명문 휘문고-고려대학교를 거치며 수많은 경기를 뛰었지만 정작 프로 1년 차에서는 출전 기회를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경기를 뛰지 못하는 답답함은 ‘독한’ 마음을 먹게 했다. “제 자신에게 실망도 많이 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방황한 적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경기를 담은 비디오와 CD를 보면서 분석도 하고 체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어요. 올 시즌은 정말 준비를 많이 했는데, 개막 한 달여를 앞두고 갑자기 맹장수술을 하는 바람에 끌어올려놨던 컨디션이 많이 떨어졌었어요. 수술 일주일 만에 연습을 하러 나왔는데 감독님께서 ‘멀리 보라’며 말리셨어요. 그래도 지금은 몸이 제자리를 많이 찾은 것 같아요.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 앞으로 더욱 실력 발휘를 해야죠.” 한 번 마음먹고 목표를 세우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대학 때 잦은 부상으로 1, 2학년을 보내고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오면서 머리도 빡빡 밀고 휴대폰도 없애고 집과 체육관만 오갔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성격은 지금도 그를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그의 쉬지 않는 자맥질을 주변에서도 아는지 올 시즌 시작과 함께 농구전문지 좥점프볼좦에서는 올해의 기대주 중 한 명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정말 그 기대를 현실로 바꿔내기 위해 기뻐하는 것은 잠시 미뤄두고 더욱 연습 강도를 높였다는 독한 그다. 개구쟁이 형제… 연기와 농구, 서로에게 가장 큰 조력자 초등학교 5학년, 체육대회에서 100m 달리기, 멀리뛰기, 높이뛰기 1등을 거머쥔 후 그는 우연히 농구와 인연을 맺게 됐다. “물론 초등학교 때긴 했지만 공부를 되게 잘했어요. 늘 전교 3등 안에 들었고, 세계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도 나가곤 했거든요.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려고 했는데 중학교에 가면서 농구에 푹 빠진 형이 농구선수가 되겠다며 부모님을 조르지 뭐예요. 체육대회 이후에 농구팀에서 ‘농구 한번 해보라’고 전화가 왔는데, 형이 ‘같이 가보자’고 부추기는 바람에 농구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원래 농구선수가 되겠다는 큰 꿈은 그가 아닌 형, 신성록의 것이었다. 형제가 나란히 농구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형은 중학교 3학년 때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게 되면서 결국 농구를 그만둬야만 했다. 오히려 그보다 체격이 더 좋고 농구도 잘했던 형이었지만 부상으로 공백기를 거치면서 형은 이제 배우가 됐다. “잘 풀렸으니 하는 이야기지만 형이 농구를 그만두고 연기에 발을 들여놓을 때, 아버지가 정말 많이 반대하셨어요. 그래도 꿋꿋하게 혼자서 기회를 만들고 점점 자리를 잡아가더라고요. 저야 힘든 적이 있었다고 해도 팀에 속해서 동료나 팀원들에게 의지하기도 했고, 부모님도 응원해주시곤 했는데 형은 정말 혼자서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간 거예요. 대단하죠. 그것만으로도 저는 형이 굉장히 자랑스러워요.” 농구선수를 꿈꿨던 형은 지금도 종종 그의 경기를 보러 온다. 홈 개막전 때는 코트를 찾아 시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케줄 때문에 바빠서 보러 오지 못할 때는 경기를 보고 냉철한 분석도 해준단다. 물론 그도 배우로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형의 든든한 ‘열혈 팬’이다.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 형이 나오는 작품은 꼭 챙겨 보고 연기에 대한 평가도 아끼지 않는다. 처음에는 영 어색하기만 하더니 ‘연예인’이 아닌 ‘배우’로서 자리 잡고 싶다는 형은 점점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특히 신성록이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뮤지컬 ‘드라큐라’는 여덟 번이나 봤단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기막히게 잘했던 형이 무대에서 기량을 뽐내는 것을 보니 기쁘기도 하고, 또 자신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형보다 더 잘생긴 것 같은데 혹시 연예인을 해볼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농구를 하는 지금이 너무나 좋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는 편이고 부모님께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잘생겼다’는 칭찬은 듣기에 쑥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워낙 눈에 띄는 훈훈한 외모의 형제인지라 형제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뜨겁다. 형이야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이니 좋은 일이겠지만, ‘농구선수 신제록’으로서는 한편으로 조금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아직 제가 코트에서 실력을 많이 못 보여드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를 ‘남자’로만 보는 팬이 있어서 곤란한 적도 있어요. 다른 선수의 가족이나 여자친구한테는 안 그러던데, 경기를 보러 온 제 여자친구한테 심한 말을 하는 친구가 있는 거예요. 미니홈피에 욕설을 써놓기도 하고요. 그걸 보니까 저도 화가 좀 나더라고요. 뒤에서 비난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성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그에게는 5년 동안 만나온 예쁜 여자친구가 있다. 중간에 사소한 오해로 헤어진 적도 있지만 그래도 긴 시간 동안 그에게 힘이 되어준 고마운 여자친구다. 그동안 여자친구가 공부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는 바람에 많이 보고 싶었는데, 최근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쉬는 날이면 만날 수 있어서 무척 행복하단다. 두 살 연상의 그녀는 무엇보다 자신을 많이 좋아해줘서 고맙고 좋다며 활짝 웃어 보인다. “대학교 선배한테 소개를 받았는데, 어느 날 제가 넘어져서 다치게 됐어요. 여자친구가 마침 연고가 있다며 제 얼굴에 연고를 발라주는데 저도 모르게 ‘아, 예쁘다’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결국 사귀게 됐죠. 생각도 깊고 야무져서 배울 점도 참 많아요.” 여자친구 이야기를 너무 늘어놓는 것 아니냐며 겸연쩍게 웃는 그의 얼굴에서 농구 이야기를 할 때와는 또 다른 행복감이 묻어나는 듯했다. 존경하는 주희정 선수와 한 방 쓰는 사이, 초심·됨됨이 배워 그의 소속팀인 KT&G는 주전들의 부상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빠른 농구’의 위력을 선보이며 좋은 성적을 얻고 있다. 선수들 간의 호흡이 톱니바퀴처럼 척척 들어맞아 경기를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작년 멤버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고 다들 힘든 훈련을 잘 참아내면서 실력이 향상됐어요. 저희 팀이라서 좋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기대해볼 만한 팀이에요. 저도 한몫 보탤 수 있도록 좀 더 뛰어야죠.”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 열광하고 농구대잔치를 손꼽아 기다렸던 추억을 간직한 이들이라면 농구공이 튀어오를 때의 흥분을 충분히 알 것이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선수, 신제록 선수가 코트에서 펼치는 드리블을 브라운관이 아닌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것은 어떨까. 그와 함께 다시 한번 ‘농구붐’을 일으키는 데 힘을 보태보자.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훈, 안양 KT&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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