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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 내 성교육, 이렇게 해보세요(2024. 08. 19 06:00)
- 2024. 08. 19 06:00 사회
- 성교육을 고민하는 양육자들을 위한 Q&A 미래세대를 상징하는 블록 작품 / 언스플래시 성은 인간의 생애를 가로지르는 문제다. 몇 차례의 강의가 아니라 학교와 가정 내 일상에서 성교육이 지속해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주간경향은 ‘가정에서의 성교육을 고민하는 양육자들을 위한 Q&A’를 준비했다. 실제 양육자들에게서 나온 질문에 학교와 공공기관 등에 다양한 성교육을 제공하는 ‘성문화연구소 라라’의 노하연 대표가 답변했다. ‘성문화연구소 라라’는 유네스코가 권고하는 ‘포괄적 성교육’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단체다. Q: 초등학생인 아들이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자꾸 물어봅니다. 얼마큼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할까요. A: 많은 양육자가 “엄마와 아빠가 사랑하면 생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에게는 이 대답이 다소 모호하고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에게는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남자의 몸 안에는 정자라는 작은 세포가 있고, 여자의 몸 안에는 난자라는 작은 세포가 있어. 남자의 음경이 여자의 질에 들어가서 정자가 안전하게 난자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줘. 이 과정을 성관계라고 해. 때로는 성관계가 아닌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통해 난자와 정자를 만나게 해줄 수도 있단다”라고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질문에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답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양육자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이런 얘기는 물어보면 안 되는구나’ 생각해 더는 질문을 않게 되고, 디지털 기기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려 할 수 있습니다. Q: 성관계에 대해 알려주니 아이가 “그럼 나도 해도 돼? 나도 해보고 싶어”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자녀가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때 성적 행위에 대해 단순히 해도 된다거나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는, 더 깊은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성관계는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충분히 자라고 성숙해져야 하는 일이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중요해. 지금은 네가 몸과 마음이 자라고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해줘”라고 설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성관계에 대한 주제를 금기시하거나 막는 것이 아니라 성에 대해 건강하고 개방적인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Q: 가정에서의 성교육은 몇 살 때부터 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꼭 해야 할 얘기들은 무엇인지 연령대별로 알려주세요. A: 유네스코의 국제 성교육 가이드라인은 성교육을 만 5세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합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시작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성교육을 ‘섹스(성행동) 교육’으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성교육은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것부터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기술을 배우는 것, 충분한 정보와 의사결정 능력을 통해 스스로 행동을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입니다. 연령대별로 필요한 성교육 내용은 <표 1>을 참조하세요. Q: 중학생인 아들이 혹시나 성희롱, 성추행 등의 가해자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큽니다.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의도치 않게 가해자로 몰릴까봐 걱정이 돼서 ‘여자아이들 근처에 가지 말라’고 가르친 적도 있는데 괜찮은 방법일까요. A: 폭력을 예방하려 했던 말이 오히려 성차별적 사고를 만들거나 성별 갈등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여자아이들 근처에 가지 말라고 가르치는 대신,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경계를 존중하는 법을 가르쳐보세요. 또한 상대방이 싫어하거나 거절했을 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도 가르쳐주세요. 예를 들어 사과하거나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등의 방법을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Q: 초등학생인 딸이 좋아하는 아이를 귀찮게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괜찮아 보이는데, 나중에 정도가 심해져서 상대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느낄까 봐 걱정입니다. A: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니 축하할 일이네요. 성적 끌림 혹은 연애를 주제로 자녀와 성적 대화를 시작해보세요. 예를 들어 이렇게 얘기해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꾸 보고 싶고, 그 사람이 나를 쳐다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그래서 괜히 그 사람 눈에 띄려고 평소 안 하는 행동을 하거나, 장난치고 싶어지지. 때로는 이런 행동이 너와 그 친구 사이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어. 만약 그 친구랑 더 자주 말하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아울러 “그 친구의 어떤 점이 좋아?”라고 물어보면서 자녀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기회를 주세요. 그리고 양육자의 경험도 공유해보세요. “엄마가 처음 좋아한다고 알았던 건 그 사람을 보면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어서였어.” 어떻게 하면 상대방과 친해질 수 있는지, 좋아하는 마음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같이 찾아보세요. 예컨대 음료수를 가져다주거나, 좋아하는 걸 기억했다가 선물하는 방법도 있어요. Q: 아이가 유튜브 영상 등 유해한 성 콘텐츠에 얼마큼 노출돼 있는지를 확인하고, 주의를 시키고 싶은데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너, 야동 본 적 있니?”와 같이 자녀의 경험 여부를 직접적으로 묻지 마세요. 대화를 이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자칫하면 자녀에게 불편감을 줄 수 있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요즘 유튜브나 SNS에서 성적인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어. 네가 온라인에서 유해한 콘텐츠를 볼까 걱정이 돼.” 아울러 단순히 “보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은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표현물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논리적으로 알려주세요. 다음과 같이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음란물 시청은 전두엽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면서 과도한 성적 행동이나 충동적 행동을 촉발할 수 있어.”(신경발달에 대한 영향), “음란물에 자주 노출되면 성적 관계에서 상대방을 물건처럼 여길 수 있어. 이런 행동은 다른 사람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는 능력을 떨어뜨려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공감 능력의 저하), “음란물에서는 성적 합의,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 피임 등의 중요한 요소들이 빠져 있어. 이런 콘텐츠를 보면 성을 폭력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현실적인 성적 관계와 인간관계에서 네가 잘못된 기대를 하게 될 수도 있어.”(왜곡된 성 인식 가능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얘기해줄 수 있습니다. “성적 표현물 중 일부는 누군가의 동의 없이 촬영된 불법적인 콘텐츠일 수 있어. 이런 영상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콘텐츠를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해.” Q: 아이가 성적 비하가 담긴 욕설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런 욕설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A: 비하 발언의 문제점과 영향력에 대해 이렇게 얘기해줄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면, 그 발언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비하 발언은 단순히 나쁜 말이 아니라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낮추고 차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이런 발언이 사회에서 반복되면, 사람들은 그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 이런 말들이 계속 반복되면, 우리가 사는 사회가 더 불공평하고 차별적인 곳이 될 수 있어. 우리는 모두가 존중받고 평등하게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 의무가 있어.” Q: 혹시라도 아이가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남자를 만나 안전하지 않은 연애를 하게 될까 걱정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연애에 관한 좋은 가치관을 가르치고 싶은데 어떻게 얘기해 주어야 할까요. A: 연애도 관계맺기의 한 부분입니다. 포괄적 성교육에서는 금기를 강조하거나 문제 예방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아동과 청소년이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충분히 대화하고 지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좋은 연애는 상호존중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알려주시고, 건강한 연애 관계와 유해한 관계를 구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예를 들어 상대방이 자녀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거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은 유해한 관계의 징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아울러, 자녀가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세요.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자신의 성적인 행동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입니다. 연애는 인생의 일부일 뿐 모든 것이 아니며 자신만의 목표와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가르쳐주세요. 상대방에게 의존하거나,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자녀에게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자립적인 사고를 갖도록 격려하세요. 양육자가 건강하고 존중받는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롤모델이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교육에 기댄 성교육, 학교서 제대로 세워야대구에 사는 박모씨(42)는 올해 1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에게 ‘성교육 과외’를 받게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성에 대한 아이의 궁금증은 커지는데 학교에선 제대로 해소되지...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_id=202408190600001
- 표지 이야기
- [신간] 보이지 않는 가정폭력 ‘경고’(2024. 04. 17 06:00)
- 2024. 04. 17 06:00 문화/과학
-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이슬아 옮김·레모출판사·1만7500원 프랑스 파리에서 일하던 ‘나’는 어느 날 여동생의 전화를 받는다. 동생은 침묵 끝에 “아빠가 엄마를 죽였다”고 말한다. 사랑하던 어머니가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세상을 떠난 날, 두 사람의 삶도 끝났다. 현장을 목격한 동생은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난 이웃의 수군거림과 아버지와의 대질신문에 고통스럽다. 가장 괴로운 건 나 자신이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미소를 잃어가는 어머니, 점점 심해지는 아버지의 집착과 폭력성이라는 위험한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견디다 못해 신고했지만, 공권력은 외면했다. 결국 떠나기로 한 어머니를 향해 아버지는 흉기를 들었다. 작가는 어머니를 잃은, 절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치유하려 애쓰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2021년 한국에서는 최소 83명의 여성이 남편과 애인의 손에 살해당했다. 작가는 ‘종종 있는 일’로 치부되는 가정폭력을 아이의 목소리로 증언한다. “우리는 사랑 때문에 살인하지 않으며, 가정폭력과 여성살해는 치정이 아니라 소유욕에서 비롯한 범죄”라고 지적한다. 내일을 예고합니다 고쿠요 요코쿠연구소 지음·제준혁 옮김·북스톤·1만7000원 일본의 문구류 및 사무용 가구 제조사인 고쿠요는 40년 전부터 ‘요코쿠(예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좋은 물건으로 만족감을 주는 것만으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깨달음에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직접 찾고, 대안적인 사회를 모색했다. 이웃의 행복을 자본으로 삼는 일본의 ‘아일랜드 컴퍼니’, 해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의 ‘해녀의 부엌’ 등 아시아의 단체와 조직을 탐방한다. 그리고 각자의 가치관을 존중하며 서로 연결되는 ‘자율협동사회’라는 공통점을 끌어낸다. 버섯 농장 성혜령 지음·창비·1만5000원 특유의 서스펜스와 독보적인 스타일로 주목받은 2021년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가의 소설집이다.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직시하며 묵직한 고민거리를 제시한다. 부당한 사회에 시달리는 오늘날 청년들의 분노와 무력감을 하드보일드 소설로 승화시켰다. 오십의 인사이트 남경아 지음·서해문집·1만9800원 한국 중장년 정책 현장에서 20년간 몸담은 저자가 5060 사업의 태동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정리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 등을 지내면서 수많은 중장년 사업을 발굴·육성한 과정, 미국과 일본, 유럽의 혁신적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두 갈래의 길 박번순 지음·지식의날개·1만9800원 중국은 30년간 전례 없는 고도성장의 기적을 보여줬다. 인도는 2023년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으로 등극했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인도가 중국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중국은 정점을 지나 중진국 함정에 빠진 건 아닐지 궁금증에 답한다.
- 신간
- [검증대에 오른 배우자들]가정적인 모습, 그 뒤에는?(2022. 02. 25 15:01)
- 2022. 02. 25 15:01 정치
- ㆍ‘법카 의혹’ 등 논란 휩싸인 김혜경씨 ‘집밥의 의미’를 담은 책을 낸 저자답게 가정에 충실한 사람일까, ‘갑질 의혹’을 받을 만큼 권력의 ‘단맛’에 사로잡힌 사람일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 / 이재명 후보 선대위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김씨는 2017년 이 후보와 함께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특히 이 후보의 ‘수행비서’를 자청하는 등의 희생적인 면모와 고장난 TV, 에어컨 등을 사용하는 소탈한 모습이 주목받았다. 이는 상대적으로 냉철하고 실용적인 면모가 두드러진 이 후보의 이미지를 보완하며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김씨에게는 정반대의 이미지도 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논란이 시작이었다. 해당 SNS에 올라온 글들은 당시 이 후보와 경쟁관계였던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을 조롱하는 글도 담겨 있어 논란이 더 커졌다. 당시 SNS 주인이 김씨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비화했다. 검찰이 명예훼손 혐의는 ‘기소중지’, 허위사실유포 혐의는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지만, 세간의 모든 의혹이 말끔히 정리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씨는 오는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도 ‘법인카드 유용’, ‘과잉 의전’ 논란 등에 휩싸여 있다. 김씨를 둘러싼 양극단의 이미지를 정치권 안팎에선 사실상 ‘리스크’로 분류한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지만, 김씨가 공개 유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문제가 불거지자 보란 듯이 이 후보와 다정한 모습으로 야구장을 찾았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 후보 선거캠프도 김씨의 가정적 이미지가 만들 긍정효과보다 각종 의혹으로 인한 부정효과를 더욱 신경쓰는 모양새다. 자의든 타의든 김씨는 대중 앞에서의 노출을 최대한 줄였다. 이와 함께 “대통령이라는 큰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한 검증해야 한다”는 김씨의 발언도 무색해졌다. 김혜경은 누구 김씨는 1967년생으로 서울 출생이다. 1985년 선화예술고를 졸업한 뒤 숙명여대 피아노과에 진학해 음악을 전공했다. 갓 대학을 졸업한 1990년 8월 이 후보를 만나 채 1년도 안 된 1991년 3월에 결혼했다. 이듬해 장남을, 그다음 해에 곧바로 차남을 낳았다. “남편을 만난 지 고작 3년이 지났을 뿐인데 식구가 둘에서 셋으로, 넷으로 순식간에 불어났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사실상 대학 졸업 후 곧장 전업주부로서의 삶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과 직면하고 말았던 셈이다. 김혜경씨가 지난 2018년 출간한 책 / 김영사 제공 실제로 김씨의 특징은 대부분 전업주부로서의 삶과 연결돼 있다. 김씨가 2018년 출간한 책의 제목도 <밥을 지어요>다. 확인 가능한 김씨의 유일한 독자적 대외활동이다. 책에는 요리법 소개와 함께 김씨가 이 후보와 보낸 지난 30여년의 세월이 담겨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김씨가 주부로서의 삶과 정치인 배우자로서의 삶을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이 생각하는 집밥은 고급 식재료로 만든 근사한 상차림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다 미뤄둔 채 아무 말 대잔치나 늘어놓으며 함께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그 시간과 공기까지 포괄하는 것일 테다. 우리 삼식이(이 후보)가 집밥을 찾는다는 것은 ‘여보, 나 힘들어! 당신이 필요해’라는 신호인 셈이다”(김혜경 <밥을 지어요>, 7p)고 설명하는 식이다. 식사를 챙기는 일상적 ‘내조’를 넘어 선거과정의 ‘내조’ 역시 주부로서의 경험과 연결된다. “내가 구입한 목록까지 알고 계시는 상인분들, 요즘 농수산물의 생산과 유통 현황까지 설명해주시는 상인분들과의 대화도 살아가는 데 쏠쏠한 재미를 준다. 남편에게 생생하게 전할 수 있는 소중한 시민들의 목소리도 대부분 나의 장보기 현장에서 나온다고나 할까? 특별히 선거 때마다 시장에 가서 연출된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김혜경 <밥을 지어요>, 25p)라고 밝혔다. 김씨가 소개하는 일상과 집에서의 역할분담은 전통적 가족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역대 대통령 배우자들의 모습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 배우자들에게 수동적·가정적 역할에서 탈피해 전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성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로 이름 높았던 고 이희호 여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국정에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사회공헌 역할은 충실히 수행하라는 과제를 대통령 배우자들에게 던진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임에도 김씨는 MBN과의 인터뷰(1월 30일)에서 이미 소신을 밝혔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듣는 것도 있고, 경험한 것도 있어서 남편에게 말을 하면 어떤 선에서 딱 막히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열심히 (선거를) 도왔는데 이 정도 말도 못 하나 기분이 나빴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그 선을 지키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외되고 손길이 많이 필요한 곳의 소리를 많이 듣고 전달하는 역할 정도를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답변은 과거 대통령 배우자들의 전형적인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불러온 ‘국정농단 리스크’,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선판을 흔들고 있는 ‘배우자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선을 지키겠다”는 발언은 모범답안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김씨의 역할은 김정숙 여사와 비슷한 스타일이 될 것 같다”며 “투표로 선출되지도 않은 대통령의 배우자가 사회적 광폭 활동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기보다 드러나지 않는 범위에서 조용히 활동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 2월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과잉 의전’ 논란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김씨의 정치적 인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 1월 19일 문을 연 김씨의 인터넷 팬카페 ‘함께해요’는 2월 24일 기준 약 3만40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도덕적·법적 논란에 휩싸인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와 비교되며 반사이익을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비교적 평범한 이미지에 가정적 면모가 도드라졌던 김씨에게 악재가 터진 건 대선을 불과 30여일 앞둔 지난 1월 28일이었다. 도덕적·법적 논란 불가피 전직 경기도청 별정직 공무원 A씨는 이날 김씨 관련 의혹을 폭로했다. A씨는 “경기도 5급 공무원 배모씨의 지시로 김혜경씨의 사적 심부름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약 대리 처방·수령과 음식 배달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김씨가 남편(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비서실 법인카드로 반찬을 구매하거나 식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직접 장을 보고, 상인분들과 대화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재미’라고 했던 김씨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비판 여론이 일자 김씨는 지난 2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 앞으로 더 조심하고 더 경계하겠다”며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결과가 나오면, 응분의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다시, 대체 무엇을 사과한다는 건지 ‘주어가 빠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 김씨 등 관련자 5명을 국고손실과 직권남용,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후보 선대위는 “A씨가 반찬 조달, 음식 배달, 의약품 구매 등을 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설혹 일부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배씨의 지시였을 뿐 김씨는 관여하지도, 알지도 못하는 일이다”며 “당장 배씨가 ‘A씨의 일은 김혜경 여사와는 아무 상관없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씨가 사과 이후 대중 앞에 나서지 않으면서 의혹은 여전히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국민적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씨가 공식석상에 나오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본인 역시 염치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 교수 역시 “유세 활동을 하더라도 본인이 조용히 혼자 하는 방법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며 사과한 이 후보는 아내(김씨) 관련 발언을 아끼고 있다. 장인의 고향인 충북 충주를 찾으면서도 김씨와 동행하지 않았다. 대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김씨의 공식 등판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해 11월,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을 관람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청와대로 간다면 이 후보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차례 김씨를 향한 마음을 밝혔다. “나는 아내에게 늘 빚진 것 같은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산다. 아내가 나보다 많은 일을 하면서도 아내만의 공인된 일이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신혼 시절 장난삼아 만난 설악산 오색약수 고양이 할매의 ‘아내도 일을 해야 한다. 안 되면 사채놀이라도 해야 한다’는 점괘에 공감을 표하던 아내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김혜경 <밥을 지어요>, 240p)고 말했다. 김씨의 경력은 가정주부의 삶이 대부분이다. 오랜 시간 정치인의 배우자로 살면서 김씨가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발언 역시 주로 ‘살림 생활’에 관한 것들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본인 스스로 “선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입성 후에도 김씨가 동네 슈퍼에서 장을 보는 등 소탈한 모습을 이어가며 상인들의 애환을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전령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이 소장은 “서구 문화의 산물인 ‘영부인’ 제도가 의전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특권을 구조화한 상황”이라며 “이번 대선을 계기로 대통령 배우자도 평범하게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공공장소에서 줄을 서는 모습을 일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4)가정의 절대 권력, 아내(2022. 02. 11 17:56)
- 2022. 02. 11 17:56 문화/과학
- 나이가 들수록 남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아내다. 청초한 소녀였던 아내는 결혼생활이 길어질수록 천하무적 호랑이가 된다. 자잘한 일이거나 큰일이거나 가정 내에 벌어지는 모든 일에 관여하다 보면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집안의 절대 권력자가 돼 있다. 사람은 권력을 쥐는 순간부터 그 힘을 휘두른다. 아내 역시 가정의 권력을 잡았다는 것을 느끼면서 폭군이 돼간다. 가정에 조언해줄 사람이 없어서다. ‘제우스와 헤라’ (1598년, 캔버스에 유채, 보르게세 미술관 소장) 올림포스 신들의 왕이자 천하무적 제우스도 아내 헤라를 가장 두려워했다. 제우스가 피할 수 없는 존재인 헤라는 로마신화에서는 주노라고 불렸다. 올림포스 12신 중 1명으로 결혼생활의 수호신이다. 티탄 신족의 두 번째 지도자였던 크로노스가 아내 레아와의 사이에서 3명의 여신과 3명의 남신을 얻었다. 3명의 여신 중 세 번째인 헤라는 제우스와 결혼했다. 제우스와 결혼한 헤라는 올림포스 최고의 여신이자 여성 수호신으로, 결혼과 출산을 주관했다. 헤라는 자신이 올림포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고 뽐내고 다닐 정도로 뛰어난 미모와 풍만한 육체를 소유한 여신이다. 그렇다고 거울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헤라는 제우스의 아내지만 남편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아내가 아니라 남편과 똑같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남편이 잘못했을 때에는 가차없이 응징했다. 제우스와 헤라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안니발레 카라치(1560~1609)의 ‘제우스와 헤라’다. 헤라가 제우스를 내려다보고 있는 자세와 제우스의 얼굴을 어둡게 표현한 건 헤라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전통적으로 악은 어둡게 표현한다. 헤라의 얼굴이 하얀색인 것은 선한 사람임을 상징한다. 그들 뒤에 있는 큐피드는 두 사람이 사랑하는 사이라는 점을 나타내지만, 시선을 두 사람에게 두지 않는 것은 제우스의 바람기를 암시한다. 창문에 있는 큐피드 역시 제우스에게 화살을 쏠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바람기를 나타낸다. 제우스의 잘못은 항상 그의 바람기에 있다. 제우스의 비굴한 얼굴은 자신을 용서해달라는 의미다. 안니발레 카라치의 이 작품에서 뒤에 있는 산은 올림포스산이다. 두 사람이 부부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실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내의 권력에 맞설 사람은 없다. 제우스도 무릎을 꿇고 있다. 특히 사회활동을 심하게 한 남자들은 아내의 말에 토를 달면 안 된다. 그냥 주는 밥만 먹으면 가정은 항상 평화롭다.
- 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
- [IT칼럼]아마존의 가정용 로봇과 ‘프라이버시 악몽’(2021. 10. 08 14:52)
- 2021. 10. 08 14:52 경제
- 아마존이 지난 9월 말 미국에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Astro)를 출시했다. 아스트로의 대표적 기능은 ‘홈 모니터링’이다. 집을 비워도 언제든 스마트폰에서 아스트로 앱을 통해 집안 곳곳과 특정 방을 확인하고 침입자를 감지할 수 있다. 아마존은 아스트로에 탑재된 ‘지능형 모션(Intelligent Motion)’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고급 학습 알고리즘과 센서 융합을 이용해 집안을 빠르게 탐색하는 기술이다. 아마존의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 아마존 아스트로는 센서를 이용해 집안 지도를 학습하고, 사용자가 앱에서 원하는 곳을 탭하면 아스트로가 이동해 영상을 보여준다. 외출 모드로 설정하면 아스트로가 스스로 순찰하면서 모르는 사람을 감지할 때 알림을 해준다. 높은 곳을 확인하기 위해 잠망경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고, 수상한 것을 발견하면 사이렌을 울릴 수도 있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는 사용자가 좋아하는 음악 또는 동영상을 재생하면서 방에서 방으로 사용자를 따라다니게 설정할 수 있으며 음성비서 알렉사(Alexa)로 설정한 전화, 알림 등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아스트로는 사람, 반려동물, 계단 등과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동하며 적절한 때 스스로 충전기를 찾아가 배터리를 충전한다. 출시 예정인 ‘알렉사 투게더(Alexa Together)’ 서비스를 이용하면 노인이나 환자를 원격에서 돌볼 수 있다. 아스트로와 알렉사를 이용해 활동 알림을 수신하고 쇼핑 목록을 관리하고 아스트로의 화물칸에 물병, 영양제 등을 넣어두고 제공할 수 있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연중무휴 긴급대응팀에 연결할 수도 있다. 아마존은 현재 초대 고객만을 대상으로 999달러에 아스트로를 판매한다. 아스트로의 첫 버전에는 ‘데이(Day) 1 에디션’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참고로, 데이 1은 초심과 고객중심 경영을 강조하는 아마존의 중요한 문화요소다. 최근 아마존은 아스트로뿐만 아니라 ‘링 올웨이즈 홈 캠(Ring Always Home Cam)’ 등의 신제품에 데이 1 에디션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링 올웨이즈 홈 캠도 주목할 만한 제품인데, 집안을 비행하며 감시하는 드론 형태의 카메라로 아스트로와 마찬가지로 초대 고객에게 판매 중이다. 아스트로 출시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 CNET은 아스트로 출시를 “프라이버시 악몽(Privacy Nightmare)”이라 평가했다. 아스트로는 가장 민감한 사생활 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기업에 의해 오남용되거나 보안 결함 등으로 해킹이 발생하면 프라이버시 악몽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생활 깊숙이 음성비서나 로봇이 들어오는 상황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소비자가 편리함과 안락함을 위해 그런 제품을 기꺼이 구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더 많이 제공할수록 더 편리해지고 더불어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그것이 디지털의 본질이자 아이러니가 아닐까 한다. 정리하면 아마존의 아스트로 출시는 머지않아 가정용 로봇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탄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 사업은 시장 선점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 빅테크의 유사 제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IT칼럼
- 빛바랜 선의, ‘다문화가정’ 용어를 넘어서(2021. 09. 03 15:40)
- 2021. 09. 03 15:40 사회
- ㆍ편견 걷어내려 사용했지만 ‘다름’에 초점 맞춰져 쓰이며 편견 강화 혼혈아에서 다문화가정 2세로. 2004년 4월 27일, 건강가정시민연대(이하 건강연대)가 선정한 ‘개선해야 할 가정용어’ 목록 중 하나다. 편견을 걷어낸 용어를 쓰자는 취지에서 나온 순화어였다. 2003년 12월에도 건강연대에 참여한 종교단체 대표가 비슷한 주장을 했다. 당시 가치 지향의 측면에서 다문화주의, 문화적 다양성 개념은 교과서에서도 많이 쓰였지만, ‘다문화가정’은 학계나 언론에서 사용하지 않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종교계 중심의 시민사회단체가 낸 아이디어를 정부가 받았다. 2006년 4월 28일, 교육인적자원부는 ‘다문화가정 품어 안는 교육 지원 대책’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교육부는 “말씨, 피부색, 문화, 인종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교육 지원이 강화된다”고 했다. ‘다문화가정’을 “우리와 다른 민족·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가정을 통칭”한다고 소개하면서 “※04.4월 건강가정시민연대가 가정용어 개선 위해 사용 권장”이라고 설명을 달았다. “입법·사법·행정부가 별다른 고민 없이 말만 부드럽게 만든”(박이대승 불평등과시민성연구소 소장) 결과물임을 추론해볼 수 있다. 이때부터 언론, 학계, 정부 모든 영역에서 ‘다문화가정’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2006년 10월 여성가족부에 제출된 연구용역 이름도 ‘다문화가족지원법 마련을 위한 연구’였다. 2017년 1월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 자료집에서도 ‘다문화가족’ 용어를 둘러싼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이 2008년 9월 시행되면서 ‘다문화가족’ 내지는 ‘다문화가정’은 보통명사로 자리 잡았다. 편견 담은 용어가 된 ‘다문화’ 다문화가정은 다문화주의라는 가치 지향에 가정을 더한 일종의 합성어다. 한국 외에는 용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2018년 출간된 책 <차별의 언어>는 “확인한 바로 국제결혼가정을 다문화가정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다문화주의는 다양성을 강조하는데, 한국에서 창조된 ‘다문화가정’ 개념은 ‘다르다’에 초점이 맞춰져 쓰인다. 선의로 만들어진 용어였다고 해도 다름과 차이에 방점이 찍힌 다문화가정을 향한 편견은 굳어졌다. “택시기사도 승객에게 ‘다문화세요?’라고 묻거나,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쟤는 다문화야’라고 부르는 사례는 흔히 목격된다”(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야기처럼 편견이 담긴 ‘다문화’의 쓰임은 일상 전반으로 퍼졌다. 교육현장에서는 “선생님들끼리 ‘그 반에는 다문화 몇명 있어요?’ 행정 업무를 처리할 때”(서울 초등학교 교사 A씨) 쓰이기도 한다. 박이대승 소장은 “용어의 쓰임을 넘어 이민자 차별의 문제”라고 했다. ‘다문화’ 용어만으로 편견이 쌓인 것은 아니다. 다문화가정이 편견을 담은 단어가 된 데에는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 다문화가족을 국제결혼가정과 귀화자로만 좁게 해석해 “다문화는 저개발국 여성 이주민들이 한국 농촌·저소득 출신 남성과 결혼해 낳은 자녀들로 이루어진 집단으로 범주화”됐고, 정부가 이들을 상대로 동화주의를 가장한 정책을 펼쳤다는 비판(책 <한국 다문화주의 비판>)은 꾸준히 나왔다. 언론보도도 ‘다문화가정’을 향한 편견 고착화에 역할을 했다. 올해 초 한국언론학보에 실린 논문 ‘한국의 일상적 인종주의에 대한 고찰’은 “여전히 한국 뉴스가 ‘우리 한국인’과 ‘다문화’라는 틀 속에서 그들을 대상화하고 있다”며 “‘다문화’라는 용어가 인종차별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논문은 언론보도가 “다문화가정 아이인 희망이: 필리핀인 엄마 배 속에서 (후략)”처럼 특정 출신 지역을 자주 강조했고, ‘가정파탄·가난에 버려지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라는 제목을 통해 대표적인 약자 이미지를 고착화시켰다고 비판한다. ‘다문화’는 쓰지 말아야? ‘다문화’의 쓰임이 많은 교육현장에서 학생의 다양성은 더 커지는 추세다. 교육부는 ‘2021년 교육 기본통계’를 내면서 전체 학생수와 ‘다문화 학생수’를 분류했다. 전체 초·중·고 학생수는 2011년 760만1000명에서 올해 595만7000명으로 줄었다. 교육부가 ‘다문화 학생’으로 분류한 학생들은 같은 기간 4만7000명에서 16만명으로 늘었다. 더 이상 ‘구별짓기’의 행정편의적 이유마저 줄어든 상황이다. 당사자들도 ‘다문화’로 불리기를 원치 않는다. 2010년 국립국어원의 ‘소수자 구별언어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보고서’를 보면 ‘다문화가정’ 당사자로 분류된 이들 중 다수가 ‘단어로 분류하지 않기’를 원했다. 경기 안산시는 2019년 다문화지원본부를 외국인주민지원본부로 바꾸기도 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아이들 상당수는 ‘나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자라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다문화’로 불리는 것에 혼란을 느낄까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다문화가정’을 대체할 용어를 만들자는 주장을 둘러싼 입장은 다소 엇갈린다. 김현미 교수는 “다문화가 지닌 다양성의 가치는 오히려 더 추구해야 한다. 다만 ‘다문화가정’이 쓰이는 맥락에서의 ‘다문화’ 낙인이 아이들에게도 상속되는 현실에서 ‘다문화가정’은 안 쓰는 게 맞다”고 했다. 이미 왜곡돼 쓰이는 개념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은 “처음에는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용어를 ‘글로벌 가족’ 이런 식으로 바꾼다고 인식이 달라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를 없애면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 규정한 각종 지원체계나 정책이 함께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각각 판단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다. “사실 다문화 사회를 받아들이는 첫 번째 방향은 기존 법체계에서 이민자를 정의해 모든 법에 집어넣는 것이다. 다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일 뿐”(이자스민 전 의원)이라는 주장은 기존 법체계에 녹아들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다문화가정 한국어 교육’이 아니라 이민정책의 틀에서 한국어 기초교육을 하면 된다. ‘다문화’를 명명한 별도의 법이 아니라 기존 복지체계에서 지원을 강화하는 게 맞다”(김현미 교수)는 견해 또한 기존 법체계도 ‘다문화가정’이 들어가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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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과원의 젊은 과학자들](6)패류독소 연구하는 이가정 수과원 연구사(2021. 06. 25 16:21)
- 2021. 06. 25 16:21 경제
- ㆍ“패류독소, 기기분석 확대로 동물시험 최소화” 봄철이면 ‘패류독소’ 주의보가 내려진다. 패류독소는 바다에 서식하는 유독성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패류 체내에 축적되는 독소다. 마비성 패독, 설사성 패독, 기억상실성 패독 등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매년 3월부터 6월까지 패류독소를 조사해 안전성이 확인된 것만 시중에 유통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패류독소와 관련된 내용은 <세종실록>에도 있다. <세종실록> 127권에는 경상도 감사가 보고하기를 “옥포 등지의 바닷물이 누렇고 붉게 흐리더니 사람이 홍합을 캐 먹고 죽은 자가 7인이나 됩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옥포는 거제도 옥포다. 이가정 수과원 연구사(42)는 “옛날부터 남해안이 주발생 지역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독소를 확인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동물시험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동물윤리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기기분석법을 도입하는 추세다. 이가정 연구사는 2006년부터 수과원에서 기기분석법 작업을 맡아왔고 패류독소 연구로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에 등재됐다. 지난 6월 8일 부산 수과원 본원에서 이 연구사를 만났다. -여러 종류의 패류독소가 있다. 패류별로 특성이 있는 건가. “패류 종류별로 다른 독성을 가지는 게 아니라 어떤 독성이 있는 플랑크톤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독의 성분이 달라진다. 가령 알렉산드륨 같은 플랑크톤을 섭취한 패류는 마비성 패류독소를 일시적으로 갖게 된다. 수과원에서는 굴, 담치류, 바지락, 피조개 등 다소비 패류가 가진 독 성분을 타켓으로 연구하고 있다. 주로 연구하는 성분은 마비성 패독, 설사성 패독, 기억상실성 패독 등이다.” -패류독소 연구로 마르퀴즈 후즈후에 등재되기도 했다. “패류독소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로 등재됐다. 지용성 패독과 플랑크톤과의 상관관계, 상위포식자가 독소를 축적하는 방식을 밝혀냈다. 얼마의 독소를 가진 플랑크톤을 패류가 먹었더니 얼마의 독소를 가지게 되는지를 밝혀냈다고 생각하면 쉽다. 바다에서 플랑크톤과 패류를 직접 채집해 확인했다. 3년 정도 확인해 발표했다.” -전국 바다에 있는 패류를 다 조사하나. 조사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100개가량의 지정 장소가 있다. 3월부터 6월까지는 매주 지정 장소에 가서 패류를 채집한다. 패류가 연구소에 도착하면 독을 추출해 어떤 독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한다. 마비성 패독은 사람이 먹으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빨리 결과를 내야 한다. 결과가 나오면 지방자치단체와 관련기관에 알린다. 기준치를 넘는 독이 나오면 그 해역은 닫는다. 지정 장소가 100곳이 넘으니까 봄철에는 엄청나게 바쁘다. 오늘도 다른 연구원들은 배 타고 나갔다.” -해역을 닫기까지 하나. “패류독소는 냉장·냉동하거나 가열해 조리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해역을 닫고 유통이 안 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보통 3월에서 6월까지라고 알려져 있는데, 환경적인 요소에 따라 다르다. 올해는 독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다시 나오고 있다. 개인이 함부로 패류를 채집해 먹으면 안 된다.” -수과원에서 기기분석을 오래 했다. 어떤 배경에서 연구하게 된 건가. “이전에도 조금씩 해오다가 2006년부터 맡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세계적으로 동물윤리에 대한 의식이 생길 때다. 설사성 패류독소, 마비성 패류독소, 복어복 등에 대해 모두 기기분석법을 만들었다. 설사성 패류독소 기기분석법은 2009년에 식품공전에 등재돼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인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마비성 패류독소나 복어독도 동물시험을 최소화하려 한다.” -독을 추출해 기계에 넣으면 알아서 분석을 해주는 건가.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다(웃음). 분석하고자 하는 물질의 특성에 맞도록 용매를 사용해 추출해야 한다. 추출 후 독소 정제 과정을 거치고 최종적으로 기기에서 독 성분이 얼마나 있는지 계산한다. 이 계산이 무척 복잡해 사람이 할 수는 없다. 계산식을 기기에 입력한다.” -쉽지 않아 보인다. 기기분석의 장점은 뭔가. “동물시험은 독소와 상관없이 동물의 상태에 따라 동물이 죽는 경우가 있다. 또 패류 안에 여러 독성분이 섞여 있는데 동물시험을 하는 경우에는 무슨 독 성분 때문에 동물이 죽었는지를 알기 어렵다. 기기분석을 하면 여러 성분을 다 분리할 수 있고, 어떤 성분이 있는지, 어떤 요인 때문에 독이 이렇게 높게 나오는지도 다 밝혀낸다. 동물을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기존 동물시험을 모두 기기분석으로 바꿀 수는 없나. “유럽 같은 곳에선 마비성 패독이 높게 안 나온다. 그런 곳은 빨리 조치를 안 해도 되니까 기기분석 사용률이 높다. 천천히 해도 된다. 동물시험의 특징이 빠르다는 거다. 한국은 마비성 패독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엄청 높게 나오기 때문에 동물시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비성 패독은 동물시험이 세계적으로 공인된 방법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추세는 동물시험을 기본으로 하고 동물시험이나 기기분석 중에 선택한다. 기기분석이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비용이다. 장비 자체도 비싸고 분석에 사용되는 표준물질이나 시약도 비싸다. 그래도 한국은 세계적인 추세, 미국·유럽·일본 등의 기술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독소 분석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는 없나. “부산에 복어국 식당이 많은데 가끔 복어국에 독이 있는지 검사해달라고 수과원을 찾아온다. 유명한 식당들 검사 많이 해줬다. 물론 시험조사 및 분석 수수료를 받고 한다(웃음). 한참 패류독소가 많이 검출돼 본의 아니게 동물시험을 많이 하게 된 때가 있는데, 예전 모 원장님이 계실 때 실험실을 탈출한 마우스가 원장실까지 들어가 원장실에서 ‘쥐 잡아가라’며 전화가 온 적도 있다.” -패류독소 분석 외에 해역관리도 한다. 해역관리가 뭔가. “한국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 패류를 수출한다. 한국패류위생계획(KSSP)에 따라 수출용 패류 생산 해역, 실험실, 패류 가공공장 등을 관리해야 한다. 해역, 실험실, 공장 중 한곳이라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수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바닷물에 대장균 같은 미생물, 농약 같은 화학물질, 생물 독소 등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고, 기준에 맞지 않으면 오염물질의 기원을 추적하고 관리한다. 저는 그중에서도 실험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험실 평가관이다. 일종의 평가 공무원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에 한국 바다의 큰 이슈가 아열대화다. 아열대화가 되면서 새로운 독성을 가진 생물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그런 연구도 하나. “연구를 하고는 있는데 시료가 부족하다. 패류독소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오니까 우리가 정제해서 시료를 만들 수 있다. 아열대독은 이제 생기고 있는 단계니까 해외에서 가져와야 한다. 아열대 바다인 동남아시아나 일본 오키나와 같은 곳에서는 정제된 독을 팔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선 할 수 있는 연구가 한정적이다. 그래서 아열대생물 독성은 미지의 영역이 많다고 보는 게 맞다. 지금 없다고 없는 게 아니라 발견을 못 한 것일 수 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 성별 분포를 보면 남성이 80%, 여성이 20%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여성 과학자 관련 질문이 있길래 수과원에 여성 연구원이 얼마나 되는지 찾아봤다. 27%가 여성이더라. 되게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27%밖에 안 돼 깜짝 놀랐다. 과학 분야가 의외로 고강도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일이 많은데 임신이나 출산이 겹치면 힘들 수밖에 없다. 가령 수과원에서도 자원 분야는 조사를 위해 몇주씩 배를 타거나 먼바다에 나가는 일이 있다. 석·박사를 하는 시기가 임신·출산 시기와 겹치기도 한다. 사회적인 여건이 안 되는 거다. 이런 부분이 해결돼야 하고 개인적으로는 후배들에게 ‘그래도 조금만 더 버티라’고 말해주고 싶다.”
- 수과원의 젊은 과학자들
- [건강설계]가정의 달 ‘안종합검진’ 선물을(2021. 04. 05 15:32)
- 2021. 04. 05 15:32 건강
- 가정의 날 5월이 다가오고 있다. 요즘은 어버이날에 영양제, 건강보조식품, 병원 건강검진권 등을 선물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선물 리스트에 ‘안과 정기검진(안종합검진)’이 추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중장년 이후 노안, 백내장 등 다양한 안질환이 발생하므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영순 안과전문의노안과 백내장은 40대 이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질환이다. 백내장은 우리 눈의 수정체가 노화로 혼탁해지면서 거리에 관계 없이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다. 노안은 수정체를 조절하는 모양체 근육이 노화되는 현상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가까운 곳의 시야가 뿌옇게 보인다. 노안과 백내장은 초기 증상이 비슷하고, 동시에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구분이 쉽지 않다. 안과에서 정밀 검진을 통해 자신의 눈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벼운 경우에는 돋보기안경이나 약물치료로 경과를 지켜보며 적절한 시기에 ‘노안·백내장 수술’ 등으로 치료한다. 흔히 ‘소리 없는 실명’으로 불리는 녹내장은 여러 이유로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실명으로 이어지므로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녹내장은 초기 증상이 없어 일찍 알아채기가 어렵다. 녹내장으로 시력이 손상되면 마치 터널 속에 있는 것처럼 바깥쪽부터 시야가 점점 좁아진다. 이런 증상이 느껴진다면 이미 녹내장 말기에 해당한다. 자신이 40대 이상이고, 가족이나 친척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다면 안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보길 권한다. 인구의 고령화, 성인병 증가와 더불어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등의 망막질환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에 있는 황반에 변성이 오는 질환이며,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로 인해 망막 미세혈관에 손상이 오는 합병증이다. 이러한 망막질환들은 평생 관리해야 하며, 예방이 최우선이다. 또한 안과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을 막고, 원인질환을 함께 치료해야 실명을 막을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자주 안과에 방문할 필요는 없다. 40대 이상이고 특별한 질환이 없다면 1년에 1~2회면 충분하다. 만약 본인에게 당뇨 등의 전신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의사와 별도로 상의해 검진 주기를 조정하면 된다.
- 건강설계
- 보육료 차별 가정과 5년 전 약속(2020. 07. 31 15:54)
- 2020. 07. 31 15:54 사회
- ㆍ2015년 헌법소송 제기한 자이니치 엄마들 다시 만나 감회 들어 “이 문제가 잘 해결되어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보육료를 받고 자라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그때 다시 인터뷰해요. 광복 75주년이겠네요.” 광복 70주년이던 2015년 8월 보육료 차별 취재를 위해 만난 김여순(41)·김명향(38)씨와 그렇게 약속한 5년이 지났다. 그 사이 두 사람은 난생처음 소송에 참여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서명이 모였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재일코리안변호사협회가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이 부당하다고 했고, 마침내 정부가 정책을 바꾸었다.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가 보육료 차별은 헌법위반이라고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해 2012년생인 두 사람의 막내가 모두 보육료를 받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지난 6월 이들을 두 차례 다시 인터뷰했다. ‘무국적 난민에게도 주는 보육료를 한국 거주 재일동포만 제외되는 현실’에 대한 보도 이후 2018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졌고, 마침내 지난해 이들도 보육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 이범준 기자 두 사람은 ‘자이니치(在日)’ 코리안 3세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의 후손이다. 1965년 한·일협정 이후 자발적으로 이주한 재일동포와 다르다. 기자는 2015년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사는 이들의 자녀가 보육료를 받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유는 일본의 특별영주권이 있다는 것이었다. 1945년 패전한 일본은 조선인의 체류자격을 박탈하고 정식 체류를 인정하지 않다가 1991년에야 국제사회 압력에 밀려 특별영주자격을 줬다. 두 사람의 아이들도 외가가 있는 일본의 특별영주자격을 받았는데, 이를 이유로 우리 정부가 보육료를 주지 않았다. 부모 한 사람이 외국인인 다문화 가정에도, 무국적자 가정에도 지급되는 보육료가 이들에게만 나오지 않았다. 한국인과 결혼했으나 보육료 못 받아 일본으로 귀화한 자이니치가 한국인과 결혼한 경우와 비교하니 더욱 이상했다. 이 부분을 지적한 기사 내용이 헌재 결정문에 그대로 등장한다. “예컨대, 재일동포가 일본에서 귀화절차를 밟아 일본 국적을 취득한 후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하여 한국에서 거주하는 경우 그 자녀는 이중국적자로서 보육료가 지원되는 데 반해, 재일동포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지 아니하고 영주권만을 보유한 상태에서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하여 한국에 거주하는 경우 재외국민인 그 자녀에게는 보육료가 지원되지 않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더구나 두 사람 모두 아들을 키우는데 한국에서 자라고 있어 병역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첫 기사를 내보내고 이 상황이 헌법위반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오랫동안 취재해온 민형기 전 헌법재판관을 만나 의논하니 사건을 맡아 헌법소송을 해보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김여순·김명향 두 사람은 2015년 11월 생각지도 않았던 소송에 나섰다. 처음에는 다소 망설였지만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결심했다. “내 고향인 한국에 와서 나라를 상대로 소송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제 부모와 형제가 모두 일본에 있어요. 저 혼자 한국으로 시집 왔어요. 일본은 제게 외국이 아니에요. 저의 특별영주권은 우리 할아버지·아버지가 오랫동안 싸워서 얻은 것이에요.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하필 아이 보육료를 가지고 이걸 포기하라고 하는 건가요.” 두 사람은 자녀가 둘씩인데 첫째가 똑같이 2010년생으로 헌법소송 당시 만 5세였다. 만 6세가 되면 보육료 대상이 아니다. 자칫 위헌이 나와도 보육료를 받지 못할 수 있었다. 헌법소송은 누가 제기하든 결과가 모든 이에게 미친다. 이 사건에서는 당사자가 제외될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가처분도 함께 냈다. 민형기 전 재판관은 “가처분이 인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헌이 나와 당사자는 불이익을 입을 우려가 있을 경우 가처분을 인용한다는 선례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헌재는 가처분도 본안도 판단하지 않고 2015년과 2016년을 보냈다. 2017년 8월 광복 72주년에도 소식이 없었다. 그 사이 똑같이 2012년생인 둘째들이 만 5세가 됐다. 기자는 두 사람과 계속 연락하고 있었지만 할 말이 마땅치 않았다. 헌재는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38조를 세 번이나 어긴 셈이었다. 그러다 2017년 9월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전격적으로 “재외국민에게도 보육료를 차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3~5세 누리과정 지원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국가인권위 권고는 주간경향 보도가 나가고 한 달 뒤인 2015년 10월 나왔다. 그때 “국제규약인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도 위반된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의 둘째가 반년 정도 보육료를 받았다. 2018년 헌재 위헌 결정 “2017년 가을이 되니 갑자기 보육료가 나왔어요. 그런데 우리 소송은 그때도 소식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보육료가 우리 때문에 나온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대통령이 바뀌어서 주는 건가 싶었어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자이니치 동생들은 다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기쁘지는 않았어요.” 두 사람은 갑자기 보육료가 나와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사실은 두 사람이 제기한 소송을 헌재가 각하할 우려가 있었다. 각하는 소송의 실익이 없다면서 합헌도 위헌도 말하지 않는 결론이다. 청구인이 보육료를 받게 됐으니 판단할 게 없다고만 나온다. 이렇게 되면 두 사람은 보육료를 못 받은 것보다 더 큰 상처를 받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을 다시 인터뷰해 기사를 냈다. 헌재가 결론을 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평범한 주부인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헌법소송에까지 나선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내 가족의 아픈 역사와 내 아이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대로 듣기 위해서다.” 주변에서는 그게 되겠느냐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보다 먼저 한국에 시집온 자이니치 언니들은 아이 4명을 키우면서도 보육료를 한 푼도 못 받았대요. 그나마 항의라도 한 사람은 주민센터 직원과 싸우는 게 다였어요. 말도 잘 안 통하는 한국에서 소송이란 건 생각하지도 못했고 가능성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 소식이 번역된 일본 인터넷에는 일본으로 영영 돌아오지 말라는 비난 글도 달렸다. 다시 다섯 달이 지난 2018년 1월 드디어 헌재가 위헌을 결정했다. “외국의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상당한 기간 국내에서 계속 거주하고 있는 자들은 ‘국민인 주민’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일반 국민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보육료·양육수당 지원에 있어 차별을 정당화할 어떠한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소송 당사자 보육료 소급은 인정되지 않았다. 지금 두 사람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다닌다. “아직 보육료나 소송에 대해 얘기한 적은 없지만 조금 더 자라면 얘기해주려고 해요. 우리 가족이 헌법소송 당사자라고요. 한국에 사는 자이니치 엄마들이 보육료를 당연히 여기는 걸 보면서 가끔은 내 덕이라고 말하고 싶기는 합니다(웃음).” 다행히 웃는 얼굴로 5년 전 약속한 인터뷰가 끝났다.
- [시네프리뷰]비바리움-현대사회에서 집과 가정의 의미에 대한 통찰(2020. 07. 10 14:59)
- 2020. 07. 10 14:59 문화/과학
- 제목 비바리움(Vivarium) 제작연도 2019 제작국 미국 외 상영시간 97분 장르 SF, 드라마 감독 로어칸 피네건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이모겐 푸츠 외 개봉 2020년 7월 16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 ㈜루믹스미디어 배급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날개엔터테인먼트 출근하는데 아내가 물었다. “오늘 무슨 영화 봐?”, “잘 몰라. ‘바바리움’이라고”. 시사 장소를 체크하기 위해 메일함을 보니 영화제목도 틀렸다. <비바리움(Vivarium)>이었다. 비바리움? 생태동물원 아닌가. 영화의 시작 장면. 뻐꾸기 새끼가 다른 새의 둥지를 파고들어 독차지한다. 다른 새들을 둥지 밖으로 밀쳐 떨어뜨려 죽인다. 그리고 태연하게 자신보다 덩치 작은 새의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는다. ‘아, 오늘 영화 장르가 자연다큐였던가’라는 생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여주인공 젬마가 등장한다. 교외 단독주택단지에서의 삶과 욕망 젬마와 남자친구 톰은 함께 살 집을 알아보고 있다. 이날 오후의 스케줄은 교외에 조성된 단독주택단지 방문이다. 부동산 업자를 따라간 단지는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모든 집은 다 연두색 계열로 칠해져 있다. 2층의 아이 방은 푸른색으로. 뒤뜰을 구경하는 틈에 부동산 직원 마틴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차를 타고 돌아가려는 젬마와 톰은 어찌된 영문인지 자신이 처음 소개받았던 ‘9호’ 집 인근만 뱅뱅 맴돈다. 한밤중이 되어 불이 켜져 있는 집을 발견해 도움을 청해보려 했으나, 그 집은 다시 9호 집이었다. 휘발유가 떨어진 자동차는 퍼졌고,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하루를 그곳에서 머문다. 다음날, 이 똑같은 집이 이어져 있는 미로를 탈출하기 위해 해가 지는 방향으로 걸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그들의 집 앞에는 생필품이 든 상자가 배달된다. 꼼짝없이 갇힌 것이다. 이튿날 배달된 상자엔 아기가 들어 있었고, 아이를 키워내야 그들의 미션이 종료된다고 상자에 적혀 있다. 영화의 결론은 모호하다. 장르는 자연다큐가 아닌 SF판타지. 열린 결말이다. 그들이 갇혀 있는 동네엔 주민이 없다. 당연히 아이의 사회화엔 부족하다. 아이가 배우는 것은 이들 남녀가 싸우고 갈등하며 후회하며 낸 탄식 따위를 따라하는 식이다. 개를 본 적 없는 아이는 ‘개=멍멍 짖는 존재’로 생각한다. 주종이나 서열에 대한 의식은 없다. 아이와 의사소통은 쉽지 않다.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예를 들어 아침에 콘플레이크에 우유를 부어줄 때까지 비명을 지른다. 아이의 성장 속도는 빠르다. 98일 만에 아이는 만 4~5세 정도로 자라난다. 여전히 사회성은 결여된 채. 영화는 열린 결말이지만 이야기는 자체적으로 완결적이다. 첫날 부동산을 방문한 남녀 주인공은 그들을 맞이하는 부동산 소개업자 마틴의 태도에서 무언가가 ‘결여’돼 있음을 느낀다. 주인공들이 사라진 후, 청년으로 자라난 아이는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가 노쇠해 죽은 마틴의 시체를 처리하고 자신이 마틴이 된다. 생각해보니,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맡아 기르게 된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준 적이 없다. 젬마는 아이를 ‘소년(boy)’이라고 칭했고, 뭔가 기분 나쁜 존재라는 것을 눈치챈 톰은 소년이 아니라 ‘그것(it)’이라고 부른다. SF판타지 형식을 빌려 영화가 다루고 있는 통찰은 무얼까. 현대사회에서 집, 그리고 가족의 본질이다. 현대사회에서 공적 영역이 생활세계를 식민화하고 있다는 통찰을 내놓은 것은 독일의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다. 두 남녀의 처지는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서구 현대 가족의 행복한 삶을 전형적으로 대표하고 있다. 뒷마당이 있는 교외의 2층짜리 단독주택에 살며, 해고나 노동의 고단함을 걱정할 필요 없이 생필품은 그때그때 공급받는다. 그런데 그 사적인 공간은 철저히 파괴되고 감시받는다. 두 사람 곁에 어느 틈에 나타난 이질적인 존재, 아이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삶과 사랑, 기호는 모두 자기의 주체적인 선택으로 이뤄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자유란 주어진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에 불과하다. 전 세계의 이케아 매장에서 동일한 서랍장을 놓고 선택 장애에 시달리는 현대의 청춘들처럼 말이다. SF판타지 형식을 빌려 말하고자 하는 건 영화제목도 그렇지만, 인트로에서 둥지와 먹이를 강탈한 뻐꾸기 장면은 영화가 이후 어떻게 전개될지를 처음부터 결정해 들어간다. 환유법을 사용해 영화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트로다. 영화를 보고 회사로 들어와 보니 영화사 측에서 친절하게 스크리너도 보내놓아서 한 번 더 봤다. 다시 보니 환유는 뻐꾸기 새끼들에 밀려 땅으로 떨어져 죽은 새끼 새들을, 남자주인공 톰이 땅을 파서 묻어두고, 마치 아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낙엽 등을 끌어모아 덮어주는 장면까지 해당한다. 영화가 담고자 한 삶의 전형성은 과연 무엇인가를 두고 여러 입장의 토론이 가능할 듯싶다. 사색의 깊이를 더하는 데 도움이 될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추천할 만한 영화. <큐브>의 선례에 따라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 덴마크에서 지난해 제작된 영화인데, 한눈에 봐도 저예산 영화다. 세트? 주인공들은 여러 집의 담장을 넘어 탈출하려고 모험하지만 딱 두 채만 지으면 된다. 담을 넘어가게 되는 곳도 결국은 같은 형식의 집들이므로. 과거 영화 리뷰에서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이런 종류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영화가 빈첸초 나탈리 감독의 영화 <큐브>(1997·사진)다. 각각 다른 살인 장치가 있는 정사각형 방들을 주인공들이 간신히 살아남아 넘나든다는 설정이지만, 실제로는 두 개의 세트에 조명과 장치만 달리하면 무한대로 큐브를 확장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 영화의 제목 ‘비바리움’도 일종의 스포일러다. 그들이 살고 있는 이 폐쇄된 생태계는 누군가의 감시 내지는 <트루먼 쇼>(1998)의 짐 캐리처럼 엿보기를 당하고 있으니까, 일종의 생태동물원인 셈이니 말이다. 빈첸초 나탈리 감독의 영화를 보다 보면 결국 의문이 남는다. 이 거대한 감옥을 운영하며, 자신이 세운 룰을 지키지 않거나 과욕을 부린 이들에게 벌을 내리는 ‘전지자’는 과연 누구일까. 르네상스 시대의 지식인들이 고민했듯이 이 만물의 법칙을 주관하는 자는 인간의 이성과 자연법칙 속에 깃든 일종의 자동장치 기계가 만들어낸 허상이었을까. 비슷한 의문이 열린 결말을 유지한 채 끝나는 <비바리움>에도 들 수 있다. 적어도 소년이 내는 ‘흉내’는 인간의 것이 아닌 것은 맞다. 그럼 이 집, 가정이라는 감옥 세트를 만들어낸 것은 지구인을 납치해 관찰하던 외계인? 아직 결론 낼 수 없다. 영화가 히트친다면 <큐브>처럼 그 답을 찾는 후속편들이 만들어질 텐데 과연 그럴지는. 속단하긴 어려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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