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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인의 난세직필] 채무자 보호와 개인채무자보호법의 한계(2024. 10. 25 15:30)
- 2024. 10. 25 15:30 경제
- 개인채무자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채무자의 보호 측면에서는 과거보다 진일보했지만, 아직도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교대역에 게시돼 있는 채무 관련 법무법인 광고물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 10월 17일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채무자의 보호 측면에서 분명히 과거보다 진일보한 상황이 기대된다. 그러나 채무자 보호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이하에서는 이 법 시행에 즈음해 채무자 보호의 본질적 필요성과 이 법 시행상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혹시 사람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무슨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 세상에서의 사례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본 적이 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두 번 다 돈 문제였다. 한 번은 채무 재조정과 관련한 발표를 하기 위해 개인파산을 경험한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했을 때였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 보내는 눈빛은 폐부를 찌르기에 족했다. 다른 한 번은 부실 경영으로 퇴출 대상이 된 미래저축은행 사태에 관한 토론회 때였다. 알토란 같은 돈을 저축은행에 넣었다가 예금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돈을 떼이게 된 예금자들의 눈에서는 그야말로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형형한 불빛이 나왔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분명 진일보 돈이란 무서운 것이다. 남의 돈을 꿀꺽하거나 제대로 갚지 못한 경우 끔찍한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떼인 돈을 받아 드린다는 ‘형님’들이 나서고, 추심에 지친 채무자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성난 예금자들의 성화에 지친 금융회사 직원들도 극단적 선택을 한다. 가히 인간 사회 갈등의 막장이 거기 있다. 돈 문제가 얽혔을 때도 갑과 을이 존재한다. 무한히 소송할 수 있는 금융회사가 갑이고, 역량과 정보가 제한된 개인들이 을이다. 을은 금융회사와 맺은 관계에 따라 채무자가 될 수도, 채권자가 될 수도 있다. 빚 갚을 날이 돌아왔으나 갚을 돈이 없어 연체 중인 을은 채무자고, 부실 저축은행의 예금자나 불완전 판매에 속아 부실 펀드에 투자한 을은 채권자다. 이 두 가지 상황 모두에서 을은 갑인 금융회사와 대등한 상태에서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적 보호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을이 채권자인 경우에는 그래도 제도적 보호 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 일정 한도까지 예금 지급을 보장하는 예금자보호법이 시행 중이고, 불완전 판매나 사기적 판매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자본시장법과 금융소비자 보호법도 제정된 상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금융투자상품의 판매자에 대해서는 설명 의무나 적합성의 원칙처럼 ‘고객보호 의무’라는 근원적 의무도 도입됐다. 이에 비해 채무자인 을을 보호하는 제도는 답보상태다. 채무자회생법상의 파산 절차는 일부 채무자 보호 효과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여러 채권자가 파산자의 재산을 질서 있게 뺏어가는 것을 규율하는 법이다. 개인회생절차 역시 주택을 담보로 잡힌 채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회생 기간도 노예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장기간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주관하는 신용회복 절차 역시 기본적으로 채권자인 은행들과 그 큰 형님 격인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절차다. 채무자 보호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금융회사가 채무자 보호 또는 채무 재조정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에 관한 논리가 정립되지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투자자 보호를 논할 때 금융회사가 ‘(일반 투자자에 대해) 고객보호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채권자인 금융회사가 ‘특정 채무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는 원칙은 생소하기만 하다. 오히려 채무자 보호 문제가 나오기만 하면 금융회사들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득달같이 들고나온다. 참으로 갈 길이 멀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새로 시행되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은 분명 진일보한 법이다. 금융채무를 지고 있는 개인채무자에 대한 금융회사의 채권 회수 행위에 명시적 제한을 가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 법은 3000만원 미만의 채무를 진 채무자에 대해 금융회사는 과도한 채권추심을 할 수 없고, 채무자가 채무 재조정을 요구할 경우 이에 성실하게 응해야 할 의무를 부과했다. 연체 이자의 산정 방식도 조금 더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유예 기간 추가는 월권…즉각 시행해야 그러나 이 법에는 아직도 세 가지 문제가 있다. 두 가지는 법의 본질적 내용과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법의 시행과 관련된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이 법의 혜택이 일부의 소액 채권자로 지나치게 좁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런 제약을 규정한 독소 조항은 제3조다. 제3조는 이 법에 등장하는 여러 채무자 보호 장치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인데 기본적으로 3000만원 이상 채무를 진 채무자는 적용에서 배제된다. 물론 채무자 보호 장치를 모든 채무자에게 적용할 필요는 없지만 왜 3000만원 미만의 채무자만 보호 대상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논거를 찾기는 어렵다. 두 번째 문제는 이 법이 채권 금융회사의 특정 행위만을 규제할 뿐, 왜 금융회사가 그런 규제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에 관해 더욱 근원적인 법률적 논거를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법률적 논거는 ‘채무자를 보호할 의무’를 천명하는 것인데, 이 법에는 그런 보호 의무가 명시적으로 도입돼 있지 않다. 기껏 눈을 씻고 찾은 조항이 제4조 제2항인데 이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개인금융채무자의 권익을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노력할 의무라고? 문제가 참 많다. 예를 들어 이 조항을 “금융회사는 개인금융채무자의 권익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가상적 조문과 비교해 보면 그 내용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실감할 수 있다. 세 번째 문제는 그나마 절반의 성공에 불과한 이 법의 시행을 금융위원회가 “계도”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누굴 계도하기 위해 유예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법을 준수할 대상자가 금융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계도의 대상 역시 금융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법 부칙에서 공포 후 시행까지 9개월의 유예 기간을 이미 부여했다. 9개월이라면 금융회사들이 새 법의 시행을 준비하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금융위원회가 임의로 3개월의 유예 기간을 추가한 것은 월권일 뿐이다. 마땅히 즉각 시행해야 한다. 채무자를 보호하는 것은 돈이 얽힌 문제라서 원래 어렵다. 반발과 저항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보호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회사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 전성인의 난세직필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47) 한국에 개인들의 공동체가 존재하는가(2024. 10. 18 16:00)
- 2024. 10. 18 16:00 정치
-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을 보면, 출연자 에드워드 리가 비빔밥을 영어로 설명하면서 “저는 이 흔한 요리를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흔한 요리”는 영어 “such a common dish”를 번역한 것이다. 이걸 보며 문득 생각했다. 한국에 커먼(common)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는가? ‘커먼’의 의미 영어 ‘커먼’은 라틴어 ‘communis’에서 온 말이고, 다른 서구어 대부분에도 비슷한 철자와 의미를 가진 단어가 존재한다. 메리엄 웹스터 영어사전이 이 말의 핵심 의미를 잘 정의해 놓았는데, ‘한 공동체나 그룹의 모든 구성원에게 공유되고 있는 것’ 정도로 옮길 수 있겠다. 여기에 정확히 일치하는 한국어 단어는 없다. 흔히 ‘공통’, ‘공동’, ‘일반’, ‘보통’ 등으로 번역하는데, 이런 단어에 원래 의미를 온전히 담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커먼에는 ‘널리 퍼져 있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으니, 에드워드 리의 표현을 “흔한 요리”로 옮긴 것이 오역은 아니다. 하지만 단어의 기본 의미를 고려한다면, ‘한국인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요리’로 이해하는 게 나을 것이다. 갑자기 커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 말의 정치적 중요성 때문이다. ‘공동체(community)’와 ‘커먼’의 라틴어 어원은 같다. 공동체란 단순히 여러 개인이 모여 있는 상태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무엇인가를 공유하고 있는 집단이다. 이것이 공화국으로 번역하는 ‘republic’의 오랜 의미이기도 하다. 이 말은 라틴어 ‘res publica’에서 왔는데, 여기서 ‘publica’의 의미는 커먼과 유사하다. 그래서 ‘res publica’는 옛날 영어에서 ‘commonwealth’로 번역되기도 했다. 언어의 변화는 복잡하지만, 커먼은 여전히 민주주의 공동체를 설명하는 가장 기초적인 개념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한국에 커먼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존재하는가? 같은 것을 공유하는 개인들의 공동체를 발견할 수 있는가? 누군가는 왜 당연한 것을 묻는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한국인 대다수가 ‘우리’라는 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한국인’이라는 강력한 집단 정체성을 구성하지 않는가? 한국인만큼 공통의 언어, 역사, 문화를 널리 공유하는 집단이 지구상 또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이러한 집단과 커먼에 기초한 공동체는 다르다. 특수와 보편, 요소와 전체, 개인과 집단 등에 관한 복잡한 철학적 논의들은 잊어버리고, 다소 유치하지만 아래 두 가지 그림을 비교해 보자. (자료 : 박이대승) 커먼은 오른쪽 그림과 같은 상황을 지시한다. 서로 다른 개인들이 (a)라는 공통의 권리, 지위, 생각, 경험, 감정, 규범 따위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를 구성한다. 반면 한국에서 집단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왼쪽 그림에 가깝다. 공통된 (A)는 개인에게 속한 특성이 아니라 개인을 묶는 범주나 전체이고, 개인들은 (A)의 부분이 된다. 국가, 민족, 정치 진영, 집단적 이해관계 등이 모두 (A)로 기능할 수 있다. 물론 이 두 가지 형태는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다. 대부분 사회에는 이 두 가지가 공존하고, 하나가 다른 하나로 쉽게 변형될 수 있다. 다만 민주주의 공동체는 기본적으로 오른쪽을 전제하고, 왼쪽으로 변형되는 것을 경계한다. 한국에서 오른쪽은 헌법에 존재할 뿐이고, 현실에서는 왼쪽이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 흔히 이해관계를 위한 연합은 오른쪽을 따를 것이라 상상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집단적 흐름에 불응하는 개인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괴롭히는 의사 집단을 보라. 이들은 왼쪽 형태의 극단을 보여준다. 거대한 차이 두 그림의 결정적 차이 중 하나는 개인의 성격에 있다. 오른쪽에는 집단에 선행하는 개인이 있지만, 왼쪽에는 집단과 분리된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른쪽의 개인은 상이한 두 가지 차원에 속한다. 하나는 타인과 공유하는 것들의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와 공유하지 않는 자신만의 사적 차원이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개인, 그리고 온전한 개인으로서의 개인이 분리되는 것이다. 반면 왼쪽 그림의 개인은 사적 차원이 없다. 개인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집단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집단의 부분일 뿐, 엄밀한 의미의 개인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무례함과 폭력의 상당수가 여기서 비롯한다. 두 가지 형태가 소수자를 정의하고 다루는 방식도 다르다. 오른쪽의 개인은 공동체 구성원이라는 평등한 지위와 그에 결부된 권리들을 공유하는데, 이런 지위와 권리를 누릴 자질과 역량이 부족하다고 간주된 개인은 공동체에서 배제된다. 이들이 소수자라고 불린다. 민주주의란 이러한 배제를 최소화하고, 평등한 지위와 권리를 보편화하려는 정치 체제이자 운동이다. 왼쪽에는 이런 의미의 소수자가 없고, 힘 있는 강자와 힘없는 약자의 구별이 있을 뿐이다. 애초에 같은 지위와 권리를 평등하게 공유하는 개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평등이라는 관념 자체가 존재하기 어렵고, 자유는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민주주의 공동체의 기본 구조를 보려면, 오른쪽 그림의 (a)에 ‘시민’을 대입하면 된다. 시민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동등한 지위다. 그것은 집단의 이름이 아니라 개인의 속성을 부르는 이름이다. 시민이라는 같은 지위를 공유하는 서로 다른 개인들이 ‘공통의 것’을 결정하기 위해 대화하는 과정이 바로 정치다. 시민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고 해도, 공동체의 한 부분으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의 존재 이유는 인간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고, 이들 사이의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왼쪽 그림의 (A)에 ‘국민’을 넣으면, 현재 한국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는 개인과 집단이 구별되지 않고, 국민이라는 하나의 명사로 불린다. 오로지 국민이 존재할 뿐이므로, 국민을 뛰어넘는 가치가 있을 수 없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 약자를 희생시키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산 일부를 소비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부분으로서의 개인은 필요에 따라 처분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노동자는 기계가 되고, 여성은 출산 동물로 취급받는다. 차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애초에 국민이라는 집단에는 평등이라는 원리가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지만, 여기서 “국민”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 커먼 없는 집단의 모습이다.
-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 [전시소개] 정새롬 작가 개인전 <스윗 아이스크림> , 갤러리 언플러그드(2024. 09. 12 22:52)
- 2024. 09. 12 22:52 문화/과학
- 정새롬 작가, ‘Sky high‘acrylic on canvas, 130.3 x 130.3cm, 2024 정새롬 작가, ‘Like Vincent Van Gogh‘acrylic on canvas, 20 x 20cm, 2024 갤러리 언플러그드(서울 강남구)는 정새롬 작가의 개인전 ‘스윗 아이스크림(Sweet Ice Cream)’을 지난 9월 6일부터 오는 10월 6일까지 연다고 밝혔다. 정 작가의 작품들 속 인물들은 주로 눈, 코, 입이 생략된 동그란 얼굴을 하고 있다. 정 작가는 작품 노트에서 “누구나 동물이나 사람을 영원히 소유하거나 함께 할 수 없고, 함께 하고 싶은 누군가를 선명하게 떠올려 보지만 쉽지만은 않다”라며 “그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지고 가끔 꿈 속에서나 실제라 착각하며 마주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그리는 인물들은 “주로 여행했던 모습들 속에서 기억이 희미해진 누군가를 떠올리며 상상과 회상, 공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인물을 그릴 때 눈, 코, 입을 배제한다”라고 설명했다. 정 작가 그림 속에 등장하는 강아지들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경우”다. 작가 자신의 유년 시절과 20대를 함께 보낸 푸들과 몰티즈로 “지금은 내 상상 속에 함께 여행 중”인 강아지들이다. 갤러리 언플러그드는 “정새롬의 그림은 팝아트와 인상주의, 추상표현주의의 기법을 창의적으로 버무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라며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빛과 색채에 집중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표현법을 빌려 과감한 붓 터치와 두터운 물감층이 쌓인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리는 듯한 그림을 선보인다”라고 설명했다. 9월 14일 토요일에는 작가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아티스트 토크도 진행할 에정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 [이주영의 연뮤 덕질기](14)권위주의는 가라, ‘핵개인’ 캐릭터의 반란(2023. 11. 16 07:00)
- 2023. 11. 16 07:00 문화/과학
- 뮤지컬 <비더슈탄트>·<칠칠>, 연극 <카페 쥬에네스> 뮤지컬 <비더슈탄트>, 나치 만행 알리는 전단을 배포하는 장면 /미스틱 컬처 제공 요즘 ‘핵개인 시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개인주의가 극대화된 시대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반대다. ‘중심’ 혹은 ‘씨앗’이라는 의미의 ‘핵’이 접두어이니, ‘나 자신의 본질과 자율에 충실한 시대’로 포괄할 수 있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은 저서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2023)에서 “자기 인생의 능동적 결정권을 서로 존중해 주었을 때 이 시대의 개인들은 자기 삶과 사회 모두에게 책임을 다하는 핵개인으로 거듭난다”고 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시대”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각자의 길을 허락한다면 기존의 불합리했던 권위주의는 깨질 수 있는 시대”다. 따라서 필자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통해 불합리에 균열을 일으키는 선순환의 존재’가 ‘핵개인’이라고 해석해 보았다. 뮤지컬 <칠칠> /과수원 뮤지컬 컴퍼니 제공 뮤지컬 <비더슈탄트>의 주인공 매그너스와 아벨이 그러하다. 1938년 독일 나치 시대 엘리트 스포츠학교 펜싱부의 17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펜싱선수가 꿈이다. 인종차별 수업에 반발하다 감금되면서 자신들이 유대인 학살에 참여하는 나치군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급기야 1938년 11월 9일 ‘수정의 밤’(Kristallnacht·거리에 흩어진 유리 파편에서 유래한 대대적인 나치의 유대인 폭력사태)에 무장 동원돼 학살 현장을 목격한 그들은 나치의 만행을 알리는 전단을 배포하기에 이른다. 조선 중기 화가 최북의 삶과 작품세계를 연극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칠칠>은 신분제도와 권위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조선판 ‘핵개인’ 이야기다. 양반가의 금지옥엽인 최북(실제 최북은 중인으로 알려져 있다)과 노비 무명은 형제처럼 자랐다. 최북은 그림에만 빠져들고 무명은 학문으로 일가를 이룬다. 불합리한 차별은 둘의 재능을 죄악시한다. 무명은 뜻을 펼치지 못하는 세상을 스스로 놓아버리고 최북은 자신의 눈을 직접 찌른다.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세계관의 작품들이지만 거대한 폭력과 불합리에 맞서는 자기 주도적인 인물들이 이끌어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더슈탄트>(Widerstand)는 ‘저항’이라는 의미의 독일어로 실제 나치 저항 활동에서 착안한 창작 뮤지컬이다. 김태형 연출은 권위와 불합리에 가하는 저항과 균열을 무대에 담아냈다. 나치를 상징하는 견고한 성벽에는 깊고 긴 칼자국이 자리한다. 뮤지컬 <비더슈탄트>. 히틀러를 시해하려는 펜싱경기 장면 /미스틱 컬처 제공 목소리가 봉인된 청소년들이 펜싱대회에서 모스 부호를 변형한 발 구르기로 소통하며 히틀러를 향해 펜싱 칼을 휘두른다. 무대 전체가 굉음을 내며 칼자국 부분이 어긋나고 거대한 성벽은 기울어진다. 이어 나치의 만행을 알리는 전단이 객석 전체에 쏟아진다. ‘수정의 밤’에서 조명을 이용해 유리 조각이 객석 가득 퍼지도록 연출한 것과 같은 맥락의 관객 체험장치다. 출연진들은 펜싱경기 장면을 위해 한 달 넘게 훈련에 임했다. 펜싱(fencing)은 지킨다는 의미의 펜스(fenc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친구들과 나 자신의 존엄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대표 넘버 ‘비더슈탄트’의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가 작품 내내 반복되며 자기 주도적인 삶을 돌이키게 한다. 뮤지컬 <칠칠>에서 최북은 신분제와 권위주의에 저항하다 친구를 잃고 한쪽 눈도 잃었으나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자신의 이름인 북(北)이 마치 칠(七) 자가 등을 맞대고 있는 모양이라며 호를 칠칠(七七)로 지은 것도 친구를 새기기 위함이다. 초연의 오세혁 연출과 재연의 이기쁨 연출이 실제 최북의 작품들을 영상화해 서사에 녹여냈다. 무명의 과거급제를 기원한 손가락 그림 ‘게’, 서재에 앉아 있는 상상인 ‘북창한사도(北窓閑寫圖)’가 애달프다. 금강산에서 투신하고 자신의 그림을 찢고 불태우는 등 기행 속에서도 무명과 함께하는 세상을 담은 ‘창해관일본(滄海觀日本)’, ‘공산무인도(空山無人圖)’ 등은 뮤지컬 <칠칠>의 근간이다. 대표 넘버인 ‘살아 있다’를 통해 최북은 “아직 나는 살아 있다. 내 안에서 치열하게. 나는 나를 미워하고 괴로워하면서 나로서 살아간다”고 절규한다. 관습을 타파하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고 선언이다. 연극 <카페 쥬에네스> /콘텐츠 합 제공 연극 <카페 쥬에네스>의 ‘핵개인’은 찰나의 삶을 산다. 불어로 ‘청춘’을 뜻하는 쥬에네스(Jeunesse)는 1929년 일제강점기를 살아간 청년들의 낭만과 비애를 다루고 있다. 만주와 러시아에서 의열단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고문에 시달리다 탈출한 정신은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며 카페를 운영하는 해원과 함께 작전을 수행 중이다. 독립운동가의 아들이었으나 가족을 잃고 일제 앞잡이가 된 아키가 독립운동가 자녀들을 도피시키려는 이들의 작전을 눈치챈다. 해원은 자신의 딸을 볼모로 삼은 아키에게 결국 굴복하고 만다. 카페 쥬에네스는 애잔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이다. 찰나에 지나가는 청춘의 아름다움과 혼돈이 통기타와 마이크, 위스키와 보드카, 크리스털 유리잔 등의 소품들로 대변된다. 좁고 긴 타원형 무대는 카페 쥬에네스를 중심으로 경성 골목과 광장의 대치 상황을 상상하도록 3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해원은 이 좁고 혼란스러운 공간에서 자신의 변절을 목격한 동료를 총살한다. 독립운동가 서사를 변절로 마무리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있어야 하는 일이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오인하 연출은 “친일파와 반역자들에 대해 청산되지 않은 역사를 돌아보고 기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립운동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비더슈탄트>의 매그너스와 아벨, <칠칠>의 최북과 무명, <카페 쥬에네스>의 독립운동가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주어진 삶에 책임과 최선을 다한 핵개인들이었다. 기존의 권위주의는 이런 능동적인 핵개인들에 의해 균열에 이른다. 수직 계열화되지 않는 세상이 온다. 모두가 존중받고 모두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는 새로운 권위가 부상한다. 최근 대학로의 무대극들이 내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세 작품 모두 11월 26일까지 상연한다.
- 이주영의 연뮤 덕질기
- [김유찬의 실용재정](20)연금개혁, 퇴직급여와 개인연금부터(2023. 02. 17 11:04)
- 2023. 02. 17 11:04 경제
- 윤석열 정부에서 시도되는 연금개혁은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 관점만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해 연금급여와 보험료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틀 안에 생각을 국한할 경우 머지않아 기금이 고갈된다는 재정계산의 결과를 감안하면 제도변화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연금수급자들에게 지급되는 급여액 평균이 2021년 말 기준 약 55만원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연금의 보장성을 낮추는 방향으로의 변화는 생각하기 어렵다. 한국의 노후소득보장체계는 보장수준과 재정지속성이 충돌하는 양면적 문제를 안고 있다.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의 모습 / 연합뉴스 우리 연금체계는 아직 자리 잡는 과정에 있고 보장수준이 취약하다. 높은 노인빈곤율이 잘 말해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강한 소득재분배적 요소, 즉 국민연금 내에서 소득이 취약한 계층에게 유리하도록 급여 수준을 조정하는 기제의 존재가 중상위소득계층의 국민연금에 대한 기대 수준을 저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연금에 국한하지 말고 전체적인 노후소득보장체계의 구조에 시각을 둘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틀 안에서는 가능한 모든 급여 수준과 보험료율의 조합을 검토해도 급여의 보장성과 재정의 지속성 문제를 같이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전체적인 노후소득보장체계의 구조에 시각을 두고 보면 투입한 재원에 비해 노후소득보장에 기여가 낮은 제도가 눈에 보인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그것이다. 고용주인 기업이 노동자를 위해 국민연금에 납부하는 보험료(2018년 18조6000억원)보다 2배에 달하는 더 큰 부담을 하는 것이 퇴직금(2018년 36조8000억원)이다. 기업이 국민연금 보험료로 노동자 연간 월급여의 54%를 부담하는데 퇴직금에 대한 기여금은 연간 월급여의 100%를 부담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노동자의 노후소득에 의미 있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퇴직금제도, 공적연금화 검토해야 노동자들의 급여에서 직접 공제되는 노동자 몫의 국민연금에 대한 부담은 2018년 기준 23조3000억원이다.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을 합해도 공적연금 전체의 노동자 몫은 31조5000억원이다. 이에 비해 개인연금과 퇴직연금(IRP)으로 구성되는 사적연금에 제공하는 개인들 몫의 부담은 2018년 기준으로 각각 33조1000억원과 3조원으로 모두 36조1000억원에 달했다. 노동자들이 기여하는 몫이나 기업이 노동자들을 위해 제공하는 몫이나 두 경우 모두 사적연금에 기여하는 부담이 공적연금에 제공하는 것보다 큰 것으로 나타난다. 적립된 퇴직금과 개인연금 펀드의 수익률과 수수료 구조를 살펴보자. 퇴직금 적립금의 수익률은 2021년 2.0%에 그쳤다. 개인연금의 수익률도 높지 않았다. 광고비, 보험판매원의 인건비, 임대료 등 금융기관의 비용구조를 감안할 때 당연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총비용 부담률은 0.08%에 그치나 퇴직연금은 평균 0.45%, 개인연금의 경우 0.37%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개인연금은 낮은 계약유지율의 문제도 가진다.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는 비율이 절반이 안 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 논의 관련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퇴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퇴직금은 기업이 사외에 적립한다.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운용하는 것인데 투자 리스크, 낮은 수익률, 높은 수수료의 문제가 있다. 또 기대수명 이상의 장수, 인플레이션에 대해 취약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연금보다는 일시금으로 미리 받아가는 것을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일시금 수령의 비중은 계좌 기준으로는 95.7%, 금액 기준으로는 65.7%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노후소득보장체계로 기능하기 어렵다. 동일한 자원을 공적연금체계로 투입했을 때의 노후소득보장효과와 비교했을 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 투입한 재원에 비해 노후소득보장에 기여가 낮은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투입재원이 큰 퇴직금이 노후소득보장체계에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체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다. 그러기에 여기가 연금제도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기업이 근로자를 위해 부담하는 재원의 측면에서 퇴직금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규모의 보험료를 국민연금에 납부하는데 이 국민연금의 틀 내에서만 제도개혁을 하자면 국민에게 적절한 수준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소득비례로 운영되는 국민연금 II 퇴직금제도를 공적연금으로 운영해야 한다. 기존의 국민연금과 별도로 소득비례연금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중상위 소득계층의 경우 퇴직금제도를 국민연금처럼 공적연금화하는 것을 그 재분배적 요소로 인해 꺼리는데 공적연금 내에 별도의 펀드를 만들어 현재의 퇴직금제도처럼 소득비례적으로 운영한다면 가입을 꺼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펀드 I은 현재와 같이 운영함으로써 연금에서의 재분배적 기능을 유지하고 펀드 II는 소득비례연금으로서 기여금과 기금수익률 등을 감안해 재정지속성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높은 급여액을 설정한다. 퇴직금제도의 국민연금 II로의 전환은 강제성을 부여하는 경우 현재의 공적연금에 대한 신뢰수준을 생각할 때 반작용이 우려되므로 개인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다. 더불어 소득비례적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 II에는 기업의 기여분과 동액의 근로자 기여분을 노동자가 추가할 수 있도록 하며 이 역시 선택적으로 운영한다. 이를 선택한다면 당연하게 혜택은 두 배가 돼야 할 것이다. 노동자는 이 경우 늘어나는 기여금의 부담을 기존의 개인연금을 해지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선택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기존의 개인연금에 대한 소득공제 지원은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다. 비효율적인 노후소득보장체계에 대한 정부의 소득공제를 통한 지원은 비중립적일 뿐 아니라 세수손실의 의미를 가진다. 조세지원이 소득상위계층에만 혜택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문제다. 퇴직금과 개인연금에 투입되던 기업과 개인들의 재원이 소득비례적으로 운용되는 국민연금 II에 집중된다면 중상위소득계층의 경우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소득의 보장이 충실해지고 부동산투자 등 별도의 노후대책의 필요성은 크게 줄 수 있다. 이렇게 연금제도가 개혁된다면 정부는 가용재원을 동원해 취약계층의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정책목표에 집중할 수 있다. 정부의 일반재정을 동원한 연금재정 지원은 소득취약계층에 대한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정책목표에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김유찬의 실용재정
- 페북·인스타 이용하려면 개인정보 내놓으라고?(2022. 07. 22 11:16)
- 2022. 07. 22 11:16 경제
- ㆍ변경된 개인정보처리지침 미동의 시 8월 9일부터 계정 사용 불가 ㆍ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 영향 탓?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변경된 개인정보처리지침에 동의하지 않으면 오는 8월 9일부터 계정을 사용할 수 없다고 고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강제적 동의에 의한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라는 지적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메타는 지난 5월 26일부터 이용자들에게 다음 항목에 ‘필수동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맞춤형 광고 표시를 위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정부기관, 수사기관 등에 개인정보 공유 ▲전 세계 지사, 데이터센터 및 파트너 비즈니스에 개인정보 이전 ▲위치 기반 서비스 등이다. 전문가들은 메타의 방침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고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메타가 맞춤형 광고를 위해 수집하는 개인정보 목록에는 게시물과 댓글을 비롯해 구매 또는 기타 거래정보, 친구·팔로워 등 연결된 관계, 사용기기, GPS(위치파악시스템) 기반 위치 추적 서비스, 사용하는 앱, 방문 웹사이트와 쿠키 데이터 등이 포함돼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메타 로고 / 로이터 연합뉴스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 위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최소수집을 원칙으로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 1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을 명확하게 하여야 하고 그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적법하고 정당하게 수집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개인정보의 수집제한에 관한 제16조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이용자에게 최소한의 정보를 제외한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하고,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면 안 된다. 2020년 2월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가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 이외의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제39조3의 3항)는 조항도 신설했다. 전문가들은 메타의 이번 방침이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지향의 이은우 변호사는 “메타는 동의의 형식을 내세우고 있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식으로 사실상 이용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의 서비스에 필요한 필수정보는 연결된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필요한 것 정도인데, 메타는 개인의 온갖 정보를 필수동의로 수집·축적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메타의 주장대로 맞춤형 광고를 위해 개인정보가 필요하다고 해도 그 정보들이 맞춤형 광고에 다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메타의 방침은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수집해야 하고, 필수정보와 선택정보를 구분해야 하고, 선택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아도 서비스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디케 김보라미 변호사는 “필수정보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설정하면, 통신사 등 다른 기업들도 마케팅 용도로 광범위한 개인정보에 필수동의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목적이 광고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에 ‘맞춤형 광고 표시를 위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은 결코 필수동의 사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요된 동의는 동의가 아니다 관할 부처인 개인정보위원회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인정보보호법 전문가는 “메타의 지침은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지만 그동안 규제당국은 판단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을 거의 집행하지 않았다. 향후 메타에 대한 규제당국의 판단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 법에서는 이른바 ‘필수동의’라는 희한한 제도를 인정하고 있어 강요된 동의라도 동의를 받으면 효력을 인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동의를 받았다’ 또는 ‘필수동의다’라고 하면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방치해온 규제당국의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간 자발성이 결여된 ‘필수동의’ 제도하에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돼왔다는 비판이다. 자발성이 없는 동의는 동의가 아니라고 보는 유럽의 감독기구들은 페이스북의 위법한 ‘동의’ 행태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 따르면 2015년과 2017년 벨기에 규제당국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처리방침이 “정보 주체로부터 유효한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의 전반적인 개인정보 처리에 법 위반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스페인 규제당국도 페이스북이 동의 없이 광고 목적으로 민감한 개인정보를 처리한 것, 제3자 웹사이트에서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명확하고 투명한 통지를 제공하지 않은 것 등을 지적하며 120만유로(16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도 잇따라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2018년 유럽의 강화된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시행 이후에는 수많은 신고가 이루어져 조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유럽에서 ‘동의’ 요건이 엄격해지자, 메타는 기존의 ‘동의’를 이용자가 맞춤형 광고를 주문하는 계약 사항으로 전환해 문제가 됐다. 2018년 오스트리아의 개인정보보호단체인 ‘noyb.eu’는 메타가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우회하고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며 오스트리아 법원에 제소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대법원은 유럽사법재판소에 메타가 ‘동의’와 ‘계약’을 혼동시키면서 개인정보보호규정의 취지를 훼손시켰는지에 대한 질의서를 제출했다. 만약 유럽사법재판소가 메타가 개인정보보호규정의 근간을 훼손했다는 판결을 내리면 메타는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맞춤형 광고, 무료 이용 대가? 일각에서는 메타가 맞춤형 광고를 위한 개인정보 수집에 필수동의를 요구한 것을 두고 지난해 4월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으로 광고수익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애플은 아이폰 이용자들의 앱 사용 시 이용기록을 추적해도 되는지 반드시 사전에 동의를 구하도록 정책을 변경했다. 많은 이용자가 ‘추적 불가’를 선택하면서 페이스북의 지난해 3분기 광고 성과는 15%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개인정보처리방침 변경 안내 갈무리 메타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한다고 밝힌다. 실상은 무료를 미끼로 이용자들에게 광범위한 개인정보라는 지나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이은우 변호사는 “맞춤형 광고 말고 맥락 광고도 가능하다. 예컨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클릭한 것을 분석해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어떤 글을 보고 있으면 그것과 연관된 맥락의 광고를 내보내면 된다. 그렇게 되면 개인정보 수집을 많이 안 해도 된다”라며 “맞춤형 광고를 원하는 이용자들에게는 그에 필요한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게 하고, 맞춤형 광고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메타는 이를 회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타가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고 이를 프로파일링(이용자의 성향이나 취향, 구매 패턴을 분석)해 광고영업 등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병일 대표는 이번에 논란이 된 개인정보지침 외에도 페이스북이 ‘외부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메타가 ‘페이스북으로 로그인하기’, ‘페이스북 픽셀’ 등을 통해 제3자의 사이트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오 대표는 “페이스북 픽셀은 해당 웹사이트 방문자들이 취한 행동을 파악하는 일종의 코드다. 페이스북 픽셀이 설치된 제3자의 웹사이트에 방문한 인터넷 이용자의 여러 정보는 페이스북에 전송된다. 예를 들어 결제정보 추가, 장바구니 담기, 위시리스트 담기 등의 다양한 정보가 전송된다. 이때 자신의 개인정보가 페이스북에 제공된다는 것에 대한 동의 절차는 없다”고 말했다. 시장 독점한 메타의 배짱? 메타는 세계 곳곳에서 개인정보보호규정 위반으로 잦은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럼에도 이용자들에게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메타가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오랜 기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생활해온 많은 이용자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메타가 이용한 셈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7월 19일 의원총회에서 “계정 유지를 위한 필수정보도 아닌 이용자의 과도한 개인정보를 필수동의 영역에 포함한 것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이용자의 정보 주권을 침해하는 횡포”라고 지적했다. 필수동의를 하지 않으면 계정을 사용할 수 없다는 페이스북의 논리는 이용자들에게 싫으면 안 쓰면 된다는 ‘선택권’을 준 것처럼 보이지만, 갈 데 없는 이용자들에게 비싼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독점기업의 횡포에 가깝다. 2020년 독일에서는 페이스북의 이 같은 강요에 가까운 동의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독일연방최고법원은 80~90%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페이스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직접적 네트워크 효과로 다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의 전환이 어려운 상황에서 광범위한 개인 데이터의 수집, 통합, 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이라고 봤다. 만약 페이스북이 시장을 독점하지 않고 경쟁하는 상황이었다면, 이처럼 강요된 동의를 이용자들에게 요구하지 못했으리라는 분석이다. 독일연방최고법원은 “더 적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고 그러한 서비스 제공이 경쟁 시장이었으면 가능했을 것임에도 페이스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의 소비자 착취 행위에 대한 경쟁법의 적용: 독일 페이스북 사건>·이상윤·2020년) 내 정보 어떻게 쓰이는지 몰라 빅테크 기업들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 움직임에 직면한 이용자들 사이에서 개인정보보호에 좀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수집되고 어떻게 쓰이는지를 꼼꼼히 살펴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개인정보보호 약관들은 내용이 어렵고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다 긴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할 만큼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지침을 설명한 메타의 이번 공지도 법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좀처럼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군다나 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다면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용자들은 자신의 정보들이 실제 어떻게 쓰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예컨대 메타가 필수동의를 요구한 ‘정부기관, 수사기관 등에 개인정보 공유’ 항목이 미국의 규제당국에서 쓰일 수 있다고 분석하는 이용자는 극히 드물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인정보보호법 전문가는 “국내법보다 미국법에 따라 미국의 규제당국(테러·돈세탁·마약·아동포르노 등)이 페이스북에 국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할 때 사법공조 등의 절차 없이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라며 “이 경우 국내 이용자가 미국 등 해외여행 시 본인도 모르게 범죄자가 돼 현지에서 구속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참고로 외국에서는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규제당국이 자국민의 개인정보를 요구할 때는 국제협약, 행정협정 등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로 대 웨이드’ 판례가 47년 만에 뒤집히면서 빅테크 기업이 수집한 개인정보가 처벌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신중단 관련 의료기관은 물론 가정폭력 보호소, 불임센터, 중독 치료시설, 체중 감량 클리닉, 상담센터 등 민감한 장소의 방문 기록이나 검색 기록이 수사기관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과거에는 정부만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면, 이제는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 막대한 양의 개인정보 데이터를 수집·처리하고 있다. 소수의 손에 방대한 개인정보가 집중되는 상황은 위험하다.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의 관점에서 메타의 이번 지침을 지켜봐야 할 이유다.
- [건강설계]개인의 성향에 맞춰 맞춤형 노안 수술(2021. 08. 02 11:28)
- 2021. 08. 02 11:28 건강
- 40대 중반부터 노안이 서서히 찾아온다. 노화가 찾아오는 속도가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노안 역시 찾아오는 시기가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들은 50대인데도 눈이 잘 보이는가 하면, 30대 후반부터 노안이 시작되는 사람도 있다. 젊을 때는 안경을 썼는데, 노안이 오니 안경을 벗는 사람도 있다. 박영순 안과전문의노안이 30대에도 찾아오는 원인은 무엇일까? 눈을 많이 혹사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스마트폰 알람을 듣고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뉴스 기사와 여러가지 정보를 검색하고 카톡 및 알림을 확인하면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낮에는 컴퓨터 등의 업무 기기 화면을 보면서 일하고, 밤에도 TV나 컴퓨터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상당하다. 이렇게 현대인은 하루종일 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고, 노안 역시 빨리 찾아온다. 근시, 원시, 난시 등에 따라 노안의 시기나 증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젊은 시절에 약한 근시가 있던 사람들은 노안이 오면 오히려 시력이 좋아져 안경을 벗게 된다. 이런 경우를 안과에서는 ‘황금근시’라고도 부른다. 반면 젊을 때 원시였던 사람들은 노안이 빨리 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백내장, 녹내장 등의 질환이 겹쳐 시력 저하가 빨리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노안은 사람마다 증상과 시기, 진행속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1 대 1 맞춤형 치료로 진행한다. 대표적인 수술로 자리 잡은 ‘노안·백내장 수술’의 경우에도 개인의 성향에 맞춰 렌즈(인공수정체)를 선택한다. 근거리-중거리-원거리까지 초점을 자유롭게 맺히는 렌즈, 독서 등 근거리 작업을 할 때 편리한 렌즈, 야간 운전을 할 때 도움이 되는 렌즈 등 개인의 직업과 생활패턴에 따라 다양한 렌즈가 개발돼 있다. 그러므로 의사와 환자가 이에 대한 상의를 충분히 진행한 후에 렌즈를 선택하고,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노안 수술은 평생에 한 번 하는 수술이다 보니 환자들 역시 병원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편이다. 눈이 아주 예민한 기관이어서 의사의 숙련도 및 경험에 따라 수술의 만족도 차이가 난다. 환자와 교감하며 정확하게 이해해주는 병원, 그리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병원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 건강설계
- [주목! 이 사람]첫 개인전 ‘색계’ 연 현직 목수 이정호 작가(2021. 04. 23 11:29)
- 2021. 04. 23 11:29 문화/과학
- ㆍ“목수로 일하며 현장에서 즉흥적 작품 제작” 어떤 도구로 작업했냐고 묻자 이정호 작가(50)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지난 4월 21일까지 <색계>라는 이름의 개인전을 연 그는 본업인 목수로 인테리어 현장을 다니면서도 영감이 번뜩일 때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작업을 이어간다. 직접 찍은 사진이나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 파일을 나름의 방식으로 편집·가공해 만들어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전시의 대표작인 ‘휴식’ 역시 대칭으로 배치한 나신(裸身)을 캔버스 위에 디지털 프린팅한 작품이다. 이 작가는 “즉흥적인 인상에 따라 작업한 결과여서 표현은 다양하지만, 작품 내적인 깊이가 결여돼 있다”며 스스로 한계를 토로하면서도 첫 전시를 통해 보완할 점을 찾았다며 눈을 빛냈다. 이 작가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갤러리 관장을 지내면서 숱한 전시를 기획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그도 정작 본인의 첫 개인전에서는 작품과 전시 모두 완벽하지만은 않았다고 자평했다. 그럼에도 그는 페이스북 ‘인싸’로 활동해온 덕분인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려진 자신의 작품세계를 보러온 관람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구상이나 제작과정을 페이스북에 많이 올리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와준 관람객들 덕에 내 작품이 하나의 완결된 의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바라보는 각자의 마음속에서 다양한 갈래로 해석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시 제목이나 SNS에서 그가 표방하는 작품 기획·제작 방향만 봐도 그의 작품들이 ‘에로틱’한 도발적인 특색을 띨 것으로 짐작하기 쉽다. 하지만 막상 전시장을 둘러보면 낯 뜨거워질 장면을 담은 작품은 없다. 얼핏얼핏 굴곡진 엉덩이나 사타구니를 닮은 곡선의 형태가 눈에 띄지만 어떻게 보면 초현실적이고, 또 다르게 보면 추상적이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형태와 색채를 변형하고 왜곡시키는 작업을 거치며 보통의 회화 같은 기존의 작업방식보다 극히 짧은 시간 안에 소요시간을 줄일 수 있음을 체감했고, 나는 이 무한히 증식 가능한 이미지 중 하나를 선택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내가 가진 예술적 관심이 에로티시즘으로 수렴되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는 전시에서 에로티시즘에 바탕을 둔 작품들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한편으로 여러 다른 색깔의 작품들도 함께 선보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 뒤 관객들에게서 오는 반응을 통해 내년쯤으로 계획 중인 프랑스 초청 전시의 밑그림을 그려보려는 것이다. “물론 그러다 보니 전시의 일관성이 다소 떨어진 것 같다는 교훈도 얻었다”는 그는 “다음 전시에선 디지털 기반의 작품이 가진 특성을 더욱 여러모로 활용해 다양한 기법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인테리어 현장에서 일하는 현직 목수이기도 한 생활형 예술가라 그런지 계획 중인 다음 전신 일정도 다른 차원에서 현실적이다. 그는 옆에 있는 아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일해서 열심히 모은 돈으로 1000만원 만들면? 그땐 마님 허락받을 수 있겠죠.”
- 주목! 이 사람
- [강혜미의 스타트업 카페](11)스타트업이 개인정보를 지키는 방법(2021. 04. 23 11:29)
- 2021. 04. 23 11:29 경제
-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는 개인정보 유출 등의 논란이 시작된 이후 20여일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고,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나아가 수백명의 이용자들로부터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당했습니다. 이루다는 운영사인 스캐터랩이 과거 출시한 ‘연애의 과학’ 서비스 이용자들이 제공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토대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화 내용 중 비식별화되지 않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합니다. 뷰티테크 스타트업 ‘릴리커버’ 팝업스토어를 찾은 이용자들이 로봇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화장품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 AK플라자 제공 개인정보는 인간의 존엄성, 인격권, 사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법에 의해 엄격하게 보호됩니다. 이루다 사례처럼 서비스 자체가 중단되고 기업 존폐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먼저 ‘개인정보’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정보’는 생존하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주민등록번호 등에 의해 특정한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부호, 문자, 음성, 음향 및 영상 등의 정보를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한 개인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해당 정보만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어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알아볼 수 있는 경우 그 정보도 개인정보에 속하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변호사, 여자, 서울, 10월 5일, 이화여대 각각은 개인정보가 아니지만, 이들 정보를 조합해 강혜미 변호사로 특정할 수 있다면 이 정보도 개인정보가 됩니다.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이용자로부터 ①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 ②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③개인정보의 보유·이용 기간을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스캐터랩의 경우 연애의 과학 서비스 가입 시 개인정보 수집·이용 목적과 관련해 ‘개인정보가 신규 서비스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고만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것만으로는 수집·이용 목적을 제대로 알린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이루다 서비스에 이용한 것은 위법해 보입니다. 실무상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은 적법하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 동의 없이 제공하는 것입니다.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수집·이용에 대한 동의와 별도로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때 ①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 ②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개인정보 이용 목적 ③제공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④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을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통상적으로 제공받는 자를 ‘제휴사’와 같이 포괄적으로 기재하는 경우도 있으나, 제휴사의 상호를 특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제3자가 많거나 수시로 변동되는 경우 제공받는 자를 별도의 서면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정보주체가 링크를 클릭하면 팝업창이 열려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합니다. 주민등록번호의 경우, 수집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수집할 수 있습니다. 강혜미는 대한변호사 협회 인증 스타트업 전문변호사면서 M&A 전문변호사다. 법무법인 별의 대표변호사다.
- 강혜미의 스타트업 카페
- [법정에서 못다 한 이야기](8)개인 파산자는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2020. 12. 04 14:24)
- 2020. 12. 04 14:24 사회
- 재판하다 보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나 상식과 다르게 결론을 내리는 일이 많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평소 “사람을 죽였으면 사형에 처해야 하는데, 법이 너무 물러서 탈이다”라고 탄식하셨다. 그 앞에서 막내아들은 한 번도 사형을 선고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요즘 판사가 ‘빚진 죄인’의 빚잔치를 해주고 남은 빚은 탕감해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일수로 빌린 돈을 어떻게든 꼬박꼬박 갚았던 그분은 뭐라고 하셨을까? 사람들 반응은 대체로 “에이 그런 게 있으면 누가 빚을 갚겠어요”라거나 “취지는 좋으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가 발생하고 신용사회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법을 처음 공부할 때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배웠고, 민사재판에서 원 단위까지 꼼꼼히 계산한 판사들도 파산과 회생사건을 처음 맡으면 상당히 당혹스럽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반 가계가 개인이 아닌 금융기관 등에 빌린 돈을 가계부채라 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2013년 1000조원을 돌파했고, 2020년 3분기 말 1682조원에 이르러 2분기보다 2.7%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88%에 해당한다. 모든 직장인 평균 가계부채도 4000만원을 넘겼다.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량이 늘면서 주택자금 수요가 많았고, ‘빚투(대출로 투자)’로 인한 주식자금 수요와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이라 한다. 과다한 가계부채는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경매절차에서 자산가격을 떨어뜨리며, 개인적으로 자산과 부채의 균형을 잃어버린 사람을 그야말로 파산지경으로 이끈다. 모든 재산을 털어 빚잔치를 하고 남은 빚을 탕감받는 개인파산은 2007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어들다가 12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2019년에는 4만5642건을 기록했다. 일정기간 성실하게 빚을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해주는 개인회생도 9만2587건 신청해서 전년보다 1.5% 늘어났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1682조원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쓴 <부채 그 첫 5,000년>에 의하면, 역사적으로 돈이 있기 전에 이미 빚이 있었고, 부채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유대를 강화하는 힘이었다. 함무라비법에는 강도를 만난 채무자를 면책시키는 규정이 있고, 고대 유대 사회에는 이웃이나 형제에게 빌린 채무를 면제받는 희년(禧年) 관습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국가적으로 부채 탕감조치를 몇 번 했는데, 1961년 농어촌고리채 탕감령과 1972년 8·3조치가 대표적이다. 법적으로는 1962년 일본법을 본뜬 파산법을 제정했는데, 빚진 죄인이라는 통념 때문인지 거의 이용되지 않았다. 그 후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엄청나게 늘어난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파산을 신청해서 활성화됐고, 2005년 개인파산과 회생을 함께 규정한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이 만들어져서 운용 중이다. 그러자 개인파산이 채권자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면서 무효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2013년 정당하다고 판단했지만, 아직도 개인파산자와 회생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빚진 죄인을 풀어주는 개인파산과 회생제도는 왜 존재하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불운한 채무자가 빚의 압박과 굴레로부터 벗어나 새롭게 출발하도록 도와주자는 것(fresh start doctrine)이다. 현대 신용사회에서 금융기관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돈 쓰기를 권하면서 빌려준다. 하지만 하루하루 빠듯하게 살아가다가 실업과 질병이 찾아온 사람들, 조금이라도 잘살려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망한 사람들, 가족과 친지의 빚보증을 섰다가 함께 망한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별한 조치가 없다면 신용불량자로 취업도 안 되고 신용거래도 되지 않아 기본적인 생활조차 꾸려가기 힘들다. 이들을 빚의 노예로 묶어놓고, 취업도 못 하게 하고, 빚 독촉을 한다고 해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사정이 바뀌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분노, 사회적 불안감 조성, 노숙, 자살, 범죄 등 부정적 행태를 보일 수 있다. 이들에 대한 빚은 금액이 얼마이든 이미 가치가 거의 없는 부실채권이다. 어차피 갚지 못할 빚을 지워주고 지상의 경제활동으로 이끌어주는 법제도가 필요한데, 이것이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개인파산과 회생이다. 국민경제적으로도 이들을 복귀시켜 시장참여 인원을 늘리는 것이 효율적이다. 면책제도가 없다면 국민 세금으로 실업수당, 의료보험, 사회보험 등을 지급할 수밖에 없어서 손해다. ‘희망의 사다리’를 건네주어야 개인파산과 회생제도를 비판하는 관점은 어떨까. 채무자에게 도덕적 해이를 조장해서 부주의하고 경솔하게 소비활동을 하는 것 아닌가? 대답은 “아니오”다. 파산지경에 빠진 사람들 대부분은 파산이 주는 낙인효과 때문에 마지막까지 빚을 갚으려고 애쓴다. 낭비와 도박 등 일부 파산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이 허가되지 않을 수 있고, 빌리거나 갚을 때 거짓말을 했을 때는 사기죄나 사기파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채권자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가? 역시 대답은 “아니오”다. 먼저 금융기관과 대부업체는 사전에 신용조사를 할 수 있고, 통계자료를 이용해서 일정 비율의 부실채권을 예상하면서 대출금리를 정하고 재무제표에 대손충당으로 반영하고 있다. 가족이나 친지는 채무자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빌려준 것으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채무자를 도와줄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으므로 보호할 가치가 작다. 순수한 개인 채권자는 속아서 돈을 빌려주었다면,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므로 면책결정이 있더라도 추심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금융기관보다 높은 이자를 노렸거나 신용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빌려주었으므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사람들이 사주어야 경제체제가 유지된다. 금융기관은 신용카드 등으로 소비의욕을 자극하고 조장한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전세자금이나 매수자금을 ‘영끌한다(영혼까지 끌어모은다)’. 그러다 경제사정이 급격히 변동하거나 주변환경이 바뀌어 가계부채를 갚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남처럼 살아보려고 애쓰다가 쓰러진 사람의 살을 바르고 뼈를 떼어낼 것이 아니라 절망에서 올라오는 ‘희망의 사다리’를 건네주어야 한다. 그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하고 경제원칙에도 부합한다. 그런데도 어떤 금융기관은 면책된 빚을 일부 갚으면 신용불량자 명단에서 제외시켜 준다고 유혹하고, 안 갚으면 강제로 채권회수조치를 취하겠다고 여러 번 으름장을 놓았다. 필자는 2006년 원고가 불안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위자료로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처음으로 판결했다.
- 법정에서 못 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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