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경향(총 12 건 검색)
- [책 읽는 레이디]“그것은 진짜 거짓말이 아닙니다“ 미깡 작가의 ‘거짓말들‘
- 2022. 07. 16 07:50 문화/생활
- ‘술꾼도시처녀들’, ‘해장 음식: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을 쓴 미깡 작가의 신간. 문학동네 제공“A는 거짓말쟁이였다.”미깡 작가의 신간 ‘거짓말들’(문학동네)의 첫 이야기 ‘A의 거짓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조숙함을 뽐내기 위해 막장 소재까지 끓어들였던 위험천만한 뻥쟁이”인 줄 알았던 A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살면서 듣는 수많은 진실 중 차라리 거짓이기를 바라며 흘려듣고 마는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을까.하지만 미깡 작가는 참지 않는다. 총 9편의 단편에는 다양한 거짓말쟁이들이 등장한다. 남녀 간, 친구 사이, 동료와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짓말들은 흐뭇하고 기발하며 찡하다. 남의 등을 치려는 자의 거짓말과 그의 허를 찌르는 자의 ‘맞거짓말’, 무료한 일상에서 짜릿한 자극이 필요한 중년들의 거짓말, 동심을 지켜주려는 엄마와 그 패를 꿰뚫어본(?) 딸의 거짓말, 타인의 아픔을 달래주려는 거짓말과 알고도 속아주는 이의 마음 등 매일 같이 도처에서 창작되는 우리 사회의 거짓말의 입체적인 측면을 들여다 본 작가의 관찰력과 배려가 특히 돋보이는 단편에는 유머와 뼈가 함께 들어있다. 각기 다른 결과 색으로 펼쳐지던 단편은 마지막 이야기 ‘나만 아는 거짓말’에서 자연스럽게 섞여든다. 여기서 놀라운 이야기꾼이자, 능청스러운 만화가 미깡의 저력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A의 거짓말은 비단 A만의 거짓말이 아니라, B도, G도, 당신도 나도 직간접적으로 했거나 접했던 거짓말이다. 가슴을 뻐근하게, 때론 불편하게도 만들 수도 있는 현재 진행형 이슈를 끌고와 따뜻하면서도 날카롭게 이끌고 가는 작가의 필치에 만화책 잡은 자세를 고치게 된다. 그리고 지그시 주먹에 힘이 들어가게 만드는 힘. 한 권의 만화책이 일깨우는 경이로운 연대감이다. 미깡 작가는 등장 인물들과 함께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걸, 같이 아파하고 같이 분노하고 뜻을 함께할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세요”라고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 이 덥고 후텁지근한 날도 견딜 수 있는 기운이 생겨난다. 미깡 작가는 드라마로도 제작돼 인기를 끌었던 웹툰‘술꾼도시처녀들’, 술과 음식에 천착한 작가의 진심을 보여준 ‘해장 음식: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 그림책 ‘잘 노는 숲속의 공주(글)’을 펴냈다. ‘거짓말들’로 미깡 작가의 대표작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든다.
- 책 읽는 레이디거짓말들미깡작가술꾼도시처녀들
- ‘유퀴즈, 문 대통령 출연 거절 논란’ 탁현민 “CJ 거짓말 심각”
- 2022. 04. 21 11:15 문화/생활
- 21일 미디어오늘은 “‘유퀴즈온더블럭’이 윤석열 당선인 출연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앞서 20일 방송된 tvN ‘유퀴즈’에 윤석열 당선인이 출연했다. tvN 제공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1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의 ‘문재인 대통령 출연 제안 거절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탁 비서관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tvN ‘유퀴즈’ 출연을 문의했으나 방송사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석열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은 문제가 없다. 비록 시청자들의 각기 다른 판단은 있을 수 있어도 그의 출연 자체는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윤 당선자의 출연 여부와는 별개로 청와대를 상대로 한 CJ의 거짓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탁 비서관에 따르면 지난해 4월과 그 이전,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 수선사, 조경담당자들의 출연을 문의한 바 있다. 그는 “그때 제작진은 숙고 끝에 CJ 전략지원팀을 통해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는 요지로 거절 의사를 밝혀왔고, 우리는 제작진의 의사를 존중해 더 이상 요청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프로그램 담당자와 통화한 기록과 문자메세지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 출연 제안 거절설’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 CJ ENM에 대한 탁현민 청와대 비서관 페이스북 입장 전문. 앞서 21일 미디어오늘은 청와대 관계자 말을 인용, 지난해 4월 ‘유퀴즈’ 제작진과 접촉해 문 대통령의 퇴임 1년을 앞두고 청와대 특집을 제안했으나 ‘유퀴즈’ 측이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유퀴즈’ 측이 ‘정치인 출연은 프로그램 콘셉트와 맞지 않고 MC 유재석이 정치인 출연은 부담스러워한다며 출연을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출연 거절설’ 보도가 나가자 CJ ENM 관계자는 뉴시스에 “사실무근”이라며 “내부 확인 결과 문 대통령 측에서 ‘유퀴즈’ 출연을 요청한 적이 없다. 법적대응 등도 고려 중”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일 윤석열 당선인이 출연한 ‘유퀴즈’의 방송 시청률은 하락했다. 시청률전문기업 TNMS에 따르면 이날 시청률 (이하 유료가구 기준)은 한 주전 4월13일 ‘유퀴즈 온 더 블럭’ 시청률 3.9% 보다 0.4%p 하락 한 3.5%를 기록했으며 시청자 수는 한 주전 131만명 보다 15만명 감소한 116만명이 시청했다. 연령대별로는 지난 주 ‘유퀴즈’의 시청률 대비 10대부터 40대까지 각 연령대 시청률이 모두 하락했고 50대와 60대이상 시청률은 소폭 상승했다. 또한 전체 연령대 중 30대 여자시청자가 한 주 전 4.6%에서 이날 2.4%로 반토막 하락을 보이며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날 윤석열 당선인 방송 분량(20:41~20:59) 시청률은 2.8%를 기록하면서 당일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 3.5% 보다 0.7%p 낮았다.
- 몰디브에서의 거짓말 같은 시간
- 2015. 10. 05 16:03 레저/여행
- 3음절의 단어 하나로 반사적인 탄성을 자아내는, 1,190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양의 마법 같은 휴양지 몰디브.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온몸으로 받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라는 위기는 몰디브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가장 기쁜 날을 위한 허니문 여행지로, 버킷리스트 톱을 차지하고 있는 인생 여행지로. 하지만 거창한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달려갈 수 있는 거리에 모두가 지상낙원이라 부르는 그곳이 있었다. 한국은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인도 등과 더불어 몰디브를 찾는 국가 10위 안에 든다. 물놀이 후 먹을 컵라면부터 챙기기에 앞서 몰디브에 가기 전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유효기간 6개월 이상 남은 여권 그리고 몇 가지 사전 정보. 1 지도와 친해질 것 여행에서 늘 아쉬운 점은 지리를 익힐 만하면 떠나는 날이라는 것. 1개의 섬에 1개의 리조트가 자리한 몰디브에서는 그런 아쉬움이 없다. 제아무리 ‘길치’라도 리조트 지도 1장 받아들면 숙소와 레스토랑, 스포츠센터 등의 위치는 한눈에 익힐 수 있다. 예외적으로 큰 섬이 아니라면 오후의 여유로운 산책, 아침의 조깅으로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2 블로그보다 현지 직원에게 도움을 한국인 직원이 있는 리조트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유럽, 인도, 몰디브 출신의 다국적 직원들은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대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 세계 W호텔에는 컨시어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W인사이더’가 한 명씩 있다. W몰디브 리트리트&스파의 W인사이더 청키 매튜는 세계적인 축구선수의 프러포즈 이벤트를 위해 세부 플랜을 짜고 심지어 덤불 속에 숨어 있다가 사진 촬영까지 하는 활약을 펼쳤던 주인공이다. 금쪽같은 몰디브에서 누리는 바캉스, 어떻게 무엇을 하며 즐기면 좋을지 모르겠다면 리조트 내 전문가들에게 SOS를 청하자. 3 이왕이면 분위기에 취하는 칵테일로 외부 투어를 나갈 일이 거의 없는 리조트 아일랜드의 경우 숙박에 식음료 서비스, 액티비티 비용까지 포함된 올인클루시브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다. 무알코올 음료는 기본, 여기에 칵테일과 맥주를 포함한 알코올음료까지 무제한 제공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이슬람 국가인 몰디브는 세관에서 알코올 반입을 금지할 정도로 음주 문화가 제한된 곳이다. 생맥주의 경우도 싱가포르 타이거비어나 필리핀 산 미구엘 정도를 맛볼 수 있었다. 낭만의 몰디브에서 ‘생맥주’ 타령만 할 것인가. 이왕 바를 이용할 거라면 수준급 바텐더가 정성껏 만들어주는 (술에 취하기보다 분위기에 취하기 좋은) 칵테일의 매력에 빠져보자. 칵테일 베이스에 대한 기본 정보만 알면 다음은 쉽다. 4 익스커션과 액티비티의 나날 몰디브의 바다는 다양한 익스커션을 즐기는 이들로 늘 분주하다. 스노클링은 자격증이 없어도, 수영을 할 줄 몰라도 가능한 대표적인 레포츠. 훌륭한 해양 환경의 하우스리프를 가진 곳이 많은 몰디브인 만큼 핀(오리발), 마스크, 스노클은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에 대여하고 무료 강습을 하는 곳도 많다. 하우스리프에서 할 수 있는 무동력 액티비티는 대부분 무료다. 그 밖에 스쿠버다이빙, 패러세일링, 제트스키, 카누, 카약, 윈드서핑 등의 수상 스포츠를 제대로 체험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5 담아두고 싶은 석양 속 선셋크루즈 매직 아워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인도양의 선셋을 좀 더 특별하게 맞이하는 법. 리조트별로 선셋크루즈를 갖추고 있다. 샴페인과 함께하는 로맨틱한 코스, 돌고래를 찾아보고 돌아오는 돌핀워칭 코스, 바다낚시 코스 등 배에서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비해놓았다. 직접 낚은 생선을 원하는 방식으로 조리해주기도 한다. 주민들이 사는 섬이나 무인도 등을 둘러보는 섬 일주 관광을 할 수도 있다. 아름답다, 말하고도 아쉬운 포시즌스 란다 기라바루 오전 8시 30분, 거북이와 만타가오리, 상어 등을 볼 수 있다는 다이빙 포인트 디구틸라로 향하는 보트에서 만난 일본인 중년 교수 Y씨는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본인과 스파, 요가를 즐기는 아내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는 곳이 바로 여기라 벌써 포시즌스만 여덟 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 인근에 오픈한다는 포시즌스의 하이엔드 리조트 보바에 대한 소식을 들었느냐며 아내가 다음에는 그곳을 갈 낌새라고 껄껄 웃었다. 말레 공항에서 수상비행기를 타고 40분이면 닿는 포시즌스 란다 기라바루에 짐을 풀면 한국어로 쓰인 제법 두툼한 리조트 액티비티 가이드부터 받는다. ‘리조트 생활 안내’는 기본, 요일별로 그날 즐길 수 있는 유·무료 액티비티가 시간대별로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 포시즌스는 몰디브에 세 군데 리조트를 갖고 있다. 말레 공항에서 스피드 보트로 25분 거리에 위치한 쿠다 후라, 10개의 객실과 1개의 스위트룸을 갖춘 크루즈 리조트 포시즌스 익스플로러 그리고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인 바 아툴 지역에 위치한 란다 기라바루다. 비치빌라, 비치방갈로, 워터빌라 등 103개를 갖춘 란다 기라바루는 규모면에서도 단연 압도적이다. 각 빌라마다 세워진 자전거는 버기(전동 카트) 못지않은 주요한 이동 수단. 중동의 부호가 파티를 위해 찾을 법한 스위트룸을 굳이 찾지 않아도 모든 숙소는 충분히 넉넉하고 아늑하다. 화이트와 블루를 기본으로 한 인테리어는 몰디브의 바다와 함께 경쾌한 대구를 이루고, 비치빌라와 워터빌라 각각 조붓한 계단을 타고 오를 수 있는 로프트에 여유 있게 놓인 해먹, 코발트 블루 도자기 병에 담긴 어매니티 샴푸 등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은 리조트 전문 기업의 세심함이 전해진다. 몰디브행을 유혹하는 리조트 브로슈어에서 봤던 바로 그 사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레스토랑 블루 앞 백사장에서는 일본인 커플의 웨딩 세리머니가 치러지고 있었다. 몰디브의 대표적 생선인 참치를 이용한 타르타르와 스테이크 등 각종 요리와 이탤리언, 아시안, 인디언을 비롯해 모로칸 스타일까지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바가 리조트의 가장 아름다운 해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마케팅 매니저 제임스 로드가 가장 힘주어 자랑했던 대목은 아유르베다를 베이스로 한 테라피스트와 요가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허브 정원 한가운데 자리한 스파에서 간단한 체질 테스트를 받고 내 몸에 맞는 마사지를 받거나 인도양을 바라보며 스파를 즐길 수도 있다. 한국인 다이빙 강사 벨라가 있는 워터스포츠센터, 4세부터 12세 어린이에게 오후 6시까지 열려 있는 키즈클럽, 해양생물학자가 있는 해양탐험센터와 해양생물 프레젠테이션 등은 가족 여행객에게 아주 유용한 포시즌스의 장점이다. 문의 www.fourseasons.com/maldives 리듬감 넘치는 휴식 W 리트리트&스파 몰디브 수상비행기에서 이미 현기증이 날 만큼 내려다본 터키석 바다색이 눈에 익으면, 정작 리조트에 도착해서는 의외로 감동스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도착한 선착장에서 흰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직원들이 도열해 함박웃음과 함께 손을 흔들어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W의 직원들은 유쾌하다. 그 유쾌함은 리조트의 독특한 인테리어와 비비드한 컬러 포인트, 리조트 곳곳에서 들리는 경쾌한 음악에서도 통한다. 그냥 비치빌라가 아니라 원더풀 비치 오아시스, 그냥 워터빌라가 아니라 패뷸러스 라군 오아시스다. 이름 하나 평범하게 짓지 않은 이 크지 않은 섬에서는 제아무리 청학동 선비라도 통통 튀는 발걸음을 주체하지 못할 것 같다. W에 왔다면 객실 테이블 위에 ‘왓츠 뉴/넥스트’라는 타이틀이 적힌 한 장짜리 종이부터 챙기자. 이틀간의 날씨와 함께 세 군데 레스토랑, 어웨이 스파, 메인 풀, 클럽(진짜 ‘15 빌로우’라는 이름의 클럽이 있다!), 선셋 세션 등에서 어떤 이벤트가 벌어지는지, 어떤 메뉴를 준비했는지, 얼마나 멋진 DJ가 출연하는지 안내한다. 스케줄을 정하자마자 바로 튀어나가 제임스 본드가 타서 유명해졌다는 수중 스쿠터, 일명 시밥(Sea-bob)에 의지해 라군을 누비고 나서 하우스리프에서 스노클링으로 무려 거북이 두 마리, 상어 한 마리를 만난 뒤 서둘러 샤워를 하고 찾은 바 SIP에서는 몰디브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DJ의 뉴트럴 음악이 한껏 흥을 돋우고 있었다. 바텐더 무뚜가 만들어준 블루베리 칵테일과 함께 바라본 인도양의 석양이 사라지기 무섭게 검은 벨벳 같은 하늘에 넉넉한 보름달이 떠올랐다. ‘W인사이더’ 청키 매튜는 하늘을 촬영하면 별자리를 보여주는 스카이뷰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했다. 그것 하나로도 충만한 밤이었다. 한국인 허니무너들이 특히 좋아하는 W의 미덕 중 하나는 언제고 냉장고 문을 열고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커피, 음료 등을 꺼내 먹을 수 있는 무료 가판대 ‘스윗스팟’이다. 새벽 5시 30분 어웨이스파의 수상 데크에서 인도 출신 요기의 지도에 따라 일출을 병풍 삼아 요가를 한 뒤 먹은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천상의 맛이었다. 몰디브 리조트 하면, 일단 가격대가 조금 높은 워터빌라 선호도가 높은데 W에서는 굳이 그곳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프라이빗한 전용 풀과 그네 소파가 있는 로프트는 기본, 불과 열 발자국 남짓한 거리에 세계적인 다이빙 사이트 부럽지 않은 총천연색 산호초가 펼쳐진 하우스리프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문의 whotels.com/maldives 꿈에서 다녀간 듯 아늑한 벨리간두 아일랜드 리조트 ‘달력 사진’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클래식한 트로피컬 리조트지만, 걸어서 리조트에 바로 닿을 수 있는 수상비행기 선착장을 건설해둔 벨리간두의 첫인상은 ‘잘 관리된’ 곳이었다. 역시나 몰디브 전역을 꿰뚫고 있는 몰디브인 10년 차 매니저 이브라함은 친절하지만 깐깐한 관리자였다. 리셉션 한쪽에 유난스럽지 않게 붙여놓은 각종 수상 기록이 그의 자부심을 대변하는 듯했다. 실제로 벨리간두에서 머무는 동안 리조트 측의 속 깊은 배려를 새록새록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워터빌라와 비치빌라로 구성된 91개 빌라 중 70개가 노천 자쿠지를 갖추고 있어 하루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었다. 모래사장을 그대로 살려서 틀을 세운 널찍한 레스토랑 돈벨리와 매일 저녁 각기 다른 이벤트와 함께 24시간 운영되는 툰디바의 여유로움은 주 고객인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넉넉하게 차려내는 음식도 수준급이다. 각기 다른 고향을 가졌을 6쌍의 다국적 커플과 함께 돌핀워칭 크루즈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윈드서핑과 스노클링, 카약, 산책 등을 즐기는 휴양객들로 수놓인 리조트 풍경은 꿈결과 같았다. 다이빙센터, 오션스포츠센터, 게임룸, 스파, 피트니스센터 등 편의시설도 작은 숲 속에 옹기종기 갖춰져 있다. 몰디브 로컬 리조트 체인의 이점은 세계적인 브랜드에 비하면 합리적인 가격대라는 점. 이용객의 80% 이상이 맥주, 와인 등 알코올음료를 포함해 각종 익스커션 레슨 프로그램이 포함된 올인클루시브 패키지를 이용한다. 허니무너나 리마인드 웨딩을 위한 허니문 패키지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말레 공항에서 수상비행기로 20분이면 닿는다. 문의 www.veligandu.com 규모의 미학 쉐라톤 몰디브 풀문 리조트&스파 1,000개가 넘는 섬이 주르르 흩어져 있는 몰디브에서 말레 공항을 출발해 스피드보트로 15분 거리는 엄청난 메리트다. 덕분에 여느 리조트 여행객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말레 도시 투어도 쉐라톤에서는 여유 있게 다녀올 수 있다. 큰 규모에 비해 아기자기하게 느껴지는 건 아일랜드 코티지, 워터 방갈로, 트로피컬 가든, 비치 프런트 등 7가지 종류의 176개 룸과 빌라가 구역을 이뤄 모여 있는 덕분이다. 4개의 레스토랑과 3개의 바는 붐비지 않고 한가로운 휴양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지난해 리노베이션을 통해 클럽 라운지와 전용 풀 등을 갖추면서 전통의 리조트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리를 건너서 닿을 수 있는 전용 섬에 자리한 샤인스파는 관리를 받은 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룸, 요가를 위한 가든뷰 룸 등을 갖춰놓아 다른 차원의 휴식을 도모한다. 발리니스부터 인디언, 타이 마사지까지 가능하다는 자부심도 대단했다. 커플을 위한 3일권 마사지 패키지는 정말 매력적이다. 요가와 마사지가 결합된 장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부러운’ 투숙객도 적지 않단다. 수족관에서 원하는 생선을 골라 조리를 요청할 수 있는 시솔트(Sea Salt)를 비롯한 다양한 컨셉트의 레스토랑, 꽉 찬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워터스포츠센터, 4~12세 어린이를 위한 쉐라톤 어드벤처클럽, 세분화된 프로그램의 웨딩 패키지, 여기에 서핑이 가능한 힘 좋은 파도까지, 모든 것을 갖춘 리조트다. 문의 sheraton.com/maldives 서퍼들의 천국 아다아란 셀렉트 후두란푸시 몰디브 해변을 따라 127개의 비치빌라가 그림처럼 채워져 있다. 자연스럽게 자란 맹그로브 숲 터널을 따라 숙소로 가는 길, 오른편으로 수평선에 티 하나 없는 바다가 펼쳐졌다. 리조트 전체에서 가장 활기찬 지역은 로히바가 자리한 곳. 후두란푸시 비치는 서퍼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몰디브에서도 서핑으로 유명한 곳이다. 본격 서핑 시즌은 5월부터 12월까지. 막 동이 튼 6시부터 집채만 한 파도에 맞서는 부지런한 서퍼들의 날랜 몸놀림을 볼 수 있다. 오직 서핑을 위해 찾은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든빌라에 묵는다. 리조트 남쪽에 뚝 떨어져 있는 37개의 워터빌라는 전용 레스토랑까지 따로 갖춰뒀을 정도로 호젓하다. 라이브 뮤직을 연주하는 저녁 풀사이드 바에는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의 투숙객이 하나둘 모여든다. 말레 공항에서 스피드보트로 30분 거리. 문의 www.adaaran.com 몰디브 말레 공항까지는 대한항공, 싱가포르항공, 말레이시아항공, 케세이퍼시픽, 중국남방항공이 1회 경유 코스로 운항한다. 싱가포르항공은 10월 25일부터 자회사 실크에어와 공동 운항을 통해 싱가포르와 몰디브 왕복 항공편을 1일 2회로 증편한다. 현재 주 10~14회 탄력적으로 운항하던 항공편이 매일 2회로 늘어나는 셈이다. 문의 02-755-1226, www.singaporeair.com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제공 / 각 리조트 ■취재 협조 / 몰디브관광청>
- [MOVIE]우아한 거짓말 外
- 2014. 03. 10 16:01 문화/생활
- 마트에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시원시원한 성격의 엄마 현숙. 남의 일엔 관심이 없고 가족 일에도 무덤덤한 성격의 언니 만지. 이들에게 언제나 착하고 살갑던 막내 천지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이후 우연히 동생의 비밀을 알게 된 만지는 동생이 남기고 간 메시지를 찾으며 그녀를 추억한다. ‘완득이’의 원작자 김려령 작가와 이한 감독이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으로 유쾌한 웃음과 따스한 감동을 전한다. 김희애·고아성·김향기 주연, 3월 13일 개봉. 다이애나 ‘세기의 아이콘’이라 불리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 그녀가 사망하기 전 2년간의 시간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화려해 보이는 모습 뒤에 숨겨진 어두운 가족사로 고통받으며, 감당하기 힘든 언론과 세간의 관심을 버텨낸 그녀가 자신을 평범한 여자로 대하는 외과의사 하스낫 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변모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로열패밀리의 위엄이 느껴지는 우아한 모습은 물론 작은 습관부터 표정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낸 나오미 왓츠의 열연도 주목할 만하다. 나오미 왓츠 주연, 3월 6일 개봉. 만신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분단 등 가슴 아픈 한국 현대사를 무녀 김금화의 일생을 통해 바라본 판타지 다큐 드라마. 신기를 타고난 아이, 신내림을 받은 17세의 소녀 그리고 모진 세월을 거쳐 최고의 만신이 된 여인을 각각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가 3인 1역으로 연기했으며, 박찬욱 감독과 공동 연출한 영화 ‘파란만장’으로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 금곰상을 수상한 박찬경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김새론·류현경·문소리 주연, 3월 6일 개봉. 300: 제국의 부활 영화 ‘300’의 테르모필레 전투 직후의 이야기로 아르테미지움에서 벌어지는 페르시아 해군과 그리스 해군의 살라미스 전투를 다뤘다. ‘다크 나이트 리턴즈’, ‘씬 시티’ 원작자 프랭크 밀러의 「크세르크세스」를 원작으로 했으며, ‘300’과 ‘맨 오브 스틸’의 감독 잭 스나이더가 제작을 맡았다. 여기에 ‘스마트 피플’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노암 머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스펙터클한 영상의 진수를 보여준다. 에바 그린·설리반 스탬플턴 주연, 3월 6일 개봉. 몬스터 노점상을 운영하며 하나뿐인 동생과 살고 있는 복순.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 태수가 자신의 동생을 살해한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복수를 다짐하며 그를 추격한다. 하루아침에 동생을 잃은 언니의 처절함과 살인마를 쫓는 지독한 근성이 보는 이들의 긴장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5개월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치며 이미지 변신을 꾀한 이민기와 영화 ‘은교’를 통해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김고은의 팽팽한 대립각도 관전 포인트. 이민기·김고은 주연, 3월 13일 개봉. 벨과 세바스찬 애니메이션, TV 드라마 시리즈로 리메이크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명의 프랑스 동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피레네 알프스 언덕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배경으로 7세 양치기 소년 세바스찬과 떠돌이 개 벨의 특별한 우정을 그렸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의 제작진이 참여했으며 2,400:1의 경쟁을 뚫고 주인공에 발탁된 아역 배우 펠릭스 보쉬의 연기도 기대해볼 만하다. 잔잔한 스토리와 화려한 영상미가 관객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 것이다. 펠릭스 보쉬·체키 카료 주연, 3월 20일 개봉. <■담당 / 김지윤 기자>
- 거짓말 같은 인연! 한좋은·몬세라트 피네이로 부부의 그 순간
- 2013. 06. 03 18:05 화제
- 딸 넷에 이어 아들을 낳은 부모는 무척이나 좋은 기분을 그대로 담아 아들 이름을 ‘좋은’이라고 지었다. 꾸밈없는 담백한 성정은 자연스럽게 대물림이 되는 것일까. 멕시코 여자는 그를 한눈에 알아봤다. 백 마디 말보다 진심을 보여주는 그 남자가 있으니 한국행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건 말로 표현이 안 되는 거 같아요. ‘인연이라는 게 진짜 있긴 있구나. 영화나 소설,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구나’ 지금도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정말 눈을 딱 뜨니까 식장인 거예요. 아, 내가 진짜 이 사람과 결혼하는구나. 꿈꾸는 줄 알았어요. 말로는 표현이 안 돼요, 아무리 생각해도.” 한참을 칭얼대다가 아빠가 한달음에 사온 감기약을 먹은 아티나는 어느새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지난 1년간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한좋은씨는 주저 없이 지난해 말 딸이 태어났을 때를 꼽았다. 인생사 경이로움의 강도가 있다면 2세의 탄생만큼 강력한 것이 있을까. 아무리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인연으로 맺어진 부부라고 할지라도. 어느 날 내 인생에 등장한 그녀 한좋은(35)·몬세라트 피네이로(33) 부부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한참 고민했다. 한 번의 데이트와 1년간의 이메일로 맺어진 커플? 이 부부의 남다른 인연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커다란 물음표가 먼저 그려졌던 게 사실이다. 소개팅을 앞두고도 사전 조사를 하고, 하물며 인터넷 쇼핑을 할 때도 여러 차례 가격비교를 해보며 이리 재고 저리 재는 세상에 어떻게 부부의 연을 그렇게 ‘심플’하게 맺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 말이다. “첫눈에 반했어요”라는 대답은 사양하기로 했다. 요즘은 드라마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신화이지 않은가. 이 사람이다, 를 감지한 ‘그 순간’의 느낌이 몹시도 궁금했다. 멕시코시티 힐튼에서 근무 중이던 주방장 몬세라트씨는 2009년 9월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 열린 멕시코 내셔널 데이 행사에 초청돼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이 호텔 패스트리 파트에 근무하는 셰프 좋은씨가 몬세라트씨를 비로소 알게 된 건 1년 뒤. 같은 호텔 뷔페식당 오랑제리의 멕시코 음식 특선 초청 조리장 자격으로 다시 한국을 찾은 그녀가 핼러윈 브레드를 만들기 위해 그가 근무하는 주방을 찾으면서다.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좋은씨는 “예쁘다”라고 말해버렸는데, 옆에 있던 동료가 ‘굳이’ 영어로 몬세라트씨에게 그 얘기를 전한 덕분에 첫 대면의 어색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키 큰 남자가 있어서 올려다봤는데, 셰프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정말 멋있더라고요(웃음). 얼굴도 하얬고요. 몇 번 얘기를 나눴는데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그래도 제가 한국 남자와 결혼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절대.” 프랑스에서 요리 유학을 했고, 이후 유럽 활동 계획까지 세우고 있던 몬세라트씨가 막연하게나마 그리던 배우자는 프랑스어를 쓰는 파란 눈의 금발 남성이었다. “그 느낌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사귀는 것과 이 사람과 일생을 보내는 것, 그 관념이 다르게 보이지 않았어요. 이 여자가 내 옆에서 함께 삶을 살면 굉장히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보통은 처음 만나면 사귀는 것까지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제 인생에 이 사람이 확 들어온 것만 같았어요. 네, 그거였어요!” 백 마디 말보다 진심 어린 배려 18일간의 한국 일정이 끝날 무렵 동료들에게 줄 선물을 사려는 그녀를 위해 가이드를 자청한 좋은씨는 인사동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를 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에게 남은 것은 아쉬움과 서로의 이메일 주소뿐. 그로부터 1년간 이메일이 오갔다. 익숙지 않은 영어 탓에 짧은 사연만을 보내는 답답함 그리고 물리적인 거리감이 주는 불안함. 우직한 경상도 사나이의 가슴에 확 불이 지펴진 것은 그녀의 프랑스행 결심이 담긴 이메일 때문이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잘 가라고, 잘 먹고 아프지 말라는 인사만 짧게 보내고 만 하루를 앓았다. 머리로는 보내고 싶었지만 마음은 아니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이대로 보내면 끝일 것만 같았다. 한국으로 와달라는 장문의 이메일을 썼다. 이번엔 한국어로. 평소 그렇게도 순할 수가 없다는 딸 한 아티나 솔. 마음 졸이는 2주가 지나갔다. 그녀에게 답이 왔다. 한국인 친구에게 부탁해 좋은씨의 편지를 번역하고, 그의 프러포즈에 마음을 다잡기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결론을 내리자 지체 없이 전화를 걸었다. 한국으로 가겠다고. 2010년 11월 드디어 그녀가 한국으로 왔고, 이듬해 1월 결혼식을 올렸다. 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식당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간 하객이 야속하기도 하고, 소녀 시절부터 그려온 로맨틱한 해변 웨딩의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청담동 드레스를 권하는 남편에게 아현동 드레스가 좋다고 고집을 피운 속이 꽉 찬 여자였다. 몬세라트씨는 이제 한국말을 제법 한다. 물론 편한 영어만큼 속도가 붙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틈틈이 익힌 한국말 실력은 시댁 식구들이 만날 때마다 놀랄 정도. 그 덕인지 좋은씨의 영어 말하기 실력은 아직은 마음 같지 않다. “사람들이 저한테 ‘부부싸움 할 일이 없겠다’라고 해요. 말이 안 통하니까(웃음).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 싸우는 게 아니에요. 한 번은 제가 퇴근 후 피곤해서 아내가 하는 말을 건성건성 듣고 있었더니 ‘내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다시 말해보라’라고 하더라고요. 뜨끔했죠. 그러더니 ‘피곤하면 바로 말해. 나중에 얘기하면 되니까’라고 하더라고요. 아내는 그때그때 감정을 표현해요. 이렇듯 저를 이해해주니, 저도 바뀌더군요.” 규칙적으로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도 사전에 구매 리스트를 적어서 머릿속으로 동선을 그린 뒤 최단시간에 쇼핑을 마치는 것을 즐기던 그였다. 충동구매는커녕 필요하지 않은 매장을 둘러보는 여유도 모르고 살았다. 쫓기듯 살던 그의 인생에 여유가 되어준 사람이 몬세라트씨였다. “(남편과 살면서) 전 좀 더 인내심 있는 사람이 됐어요. 스트레스도 덜 받고 이해심도 많아졌죠.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고나 할까요.” 퇴근 길 자신이 좋아하는 초밥을 사들고 귀가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러블리하다’며 고마움을 아낌없이 표현한다. 백 마디 말보다 앞서는 배려가 부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었다. 요즘 몬세라트씨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국내 체류자 커뮤니티를 위한 잡지 창간 작업에 바쁘다. 게다가 전공을 살려 멕시코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타말레스 인 코리아’라는 웹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5개월 된 아이를 돌보면서 혼자 힘으로 5백 인분 주문까지 소화한 적도 있단다. 좋은씨조차 아내의 왕성한 추진력에 “매일매일 놀라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다.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가 따로 없다는 감탄에 “멕시코 여자들은 다 그렇다. 우리 할머니도 그랬고”라는 답이 돌아왔다. 스페인어 문화권에 한국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그녀의 포부까지 귀 기울여 듣다가는 이 부부가 맞은 모처럼의 휴일을 몽땅 빼앗을 것만 같았다.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 [理想한 사람들_일본 편]위안부는 거짓말, 독도는 일본 땅, 한류는 언론 플레이?! 일본보수단체 요네다 다카시
- 2012. 08. 03 16:06 화제
- ‘종군위안부는 강제연행이 아니라 자의에 의한 것이다. 강제징용이 아니라 경제적 부를 축적하기 위한 자의적인 일본행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주장한다. 반한류 시위, 위안부 사진전 반대 시위 등으로 우리에게도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일본 보수 단체 ‘재일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모임’과 접촉했다. 8월 15일. 일본은 이날을 종전기념일이라 부른다. 일본에서 20년을 살다 보면 매년 같은 질문을 받는다. “오는 8월 15일, 일본에선 어떤 행사가 있나요?”라는 부류의 질문이다. 매년 식상한 대답밖에 할 수 없어 안타깝다. 국회의원 몇 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거나 참배할 예정이며, 재일본 한국거류민단에서 광복 기념행사를 가졌다는 정도다. 일본에서는 8월 15일이 공휴일도 아니며 커다란 의미도 갖지 않는다.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날을 기념하는 행사는 있지만 8·15는 그렇지 않다. 패전기념일도 아닌 종전기념일이란 단어가 모든 걸 말해준다. ‘종전(終戰)’이라는 단어는 36년간 우리 민족을 침략했던 사실이 마치 아무것도 아닌 양 무시무시하고 어마어마한 과거를 가볍게 일축해버린다. ‘인터넷 우익’은 인터넷상에서 일본의 과거 전쟁을 미화하고 한국의 배상 요구에 대해 한일 기본 조약하에 이미 끝난 얘기라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최대 세력은 회원 약 1만2천 명을 거느린 ‘재일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이하 재특모)’이다. 그들의 혐한(嫌韓) 편력은 화려하다. 일본 땅이던 독도를 한국이 빼앗았으며 종군위안부, 강제징용은 거짓이라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는 방송국을 찾아가 반대 시위를 하고, 배우 김태희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제약회사를 협박한 혐의로 체포당하기까지 했다. 최근엔 니콘살롱의 위안부 사진전에 항의해 사진전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일본에 사는 우리 동포를 바퀴벌레라고 부르는 이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인가. ‘재특모’의 홍보 담당, 요네다 다카시를 만났다. (국내 언론에서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 ‘재특회’ 등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본지에서는 필자의 요청에 따라 ‘재일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모임’으로 표기한다_편집자 주). 한류는 인기 상품이 아닌 언론 플레이? 레이디경향(이하 LADY) ‘재특모’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는데, 주로 어떤 활동을 합니까? 요네다 다카시(이하 요네다) 언론 대응, 회원 대상 홍보, 회원의 질문에 답해주는 일을 하고 있고, 도쿄를 포함한 간토 지역 지부장이 없어서 그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LADY 도쿄의 회원은 몇 명 정도 되나요? 요네다 3천 명입니다. 회원 수가 많다 보니 관리가 어려워 누군가에게 지부장을 맡기기가 힘듭니다. LADY 본업은 무엇인가요? 요네다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LADY ‘재특모’는 정기 활동이 있습니까? 요네다 시위가 있을 때만 모이고 평소엔 인터넷으로 정보 교환을 하죠. LADY 한국 배우 김태희씨가 출연한 CF를 문제 삼아 제약회사를 찾아가 협박해 체포된 사건이 있었죠. 협박을 하는 것이 ‘재특모‘의 주요 활동인가요? 요네다 상투적인 말을 했을 뿐이에요. “반일 한국인을 광고에 기용하지 말라,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다” 그런 얘기가 오갔고요. 그 정도가 체포 대상이라면 “우리 회사가 맘에 들지 않으면 우리 제품을 사지 말라”라고 으름장을 놓은 그런 기업도 체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LADY 그 건 외에도 한류 반대시위를 전개 중인데 대체 한류의 무엇이 문제라고 봅니까? 요네다 한류가 문제가 아니라 한류가 무척 인기가 있다는 듯 보도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공공의 전파를 통해 아침부터 밤까지 남의 나라 방송을 흘려보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죠. 방송도 이익 추구를 하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방송사는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을 텐데, 한국 것만 방송하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카라(KARA) 섹시하다”, “근짱(장근석) 멋지다”라고 하는데, 이런 게 사실은 아니잖아요. 사실도 아닌데 마치 사실처럼 왜곡해서 보도하고 있어요. LADY 정말 인기가 있다면, 한류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해도 되는 겁니까? 요네다 별로 재미가 없어요. 주변에서도 같은 반응이에요. 「닛케이엔터」(일본경제신문의 연예 잡지) 조사에서도 인기가 높지 않았어요. 한류는 일본 광고회사 덴쓰의 프로모션이고, 한류 드라마를 주로 방영하는 후지TV의 스폰서엔 한국계 기업이 있지요. LADY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을 말하는 건가요? 요네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요네다는 손정의 회장이 재일 한국인이란 이유로 일본 회사인 소프트뱅크를 한국계 기업이라고 칭했다. 한국에 대한 어떤 불쾌한 감정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 필자 역시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요네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조신하고 침착하게 인터뷰를 이어갔다. 독도는 일본 땅, 위안부는 거짓말?! LADY 얼마 전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가 주한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평화비(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쓴 말뚝을 박은 일이 있었습니다. ‘재특모’가 한 일인가요? 요네다 아닙니다. ‘유신정당 신풍’이란 보수 단체죠. 위안부와 독도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독도는 한국이 일본 땅을 침략해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독도 문제는 국가 침략이고 위안부는 미인계일 따름이에요. LADY 미인계라니? 요네다 여자와 관계를 맺게 한 후, “우리나라 여자에게 손을 댔다”라며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는 것이죠. 위안부는 국가가 한통속이 되어 벌인 미인계입니다. LADY 국가 주도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고 생각하나요? 요네다 현재의 성산업과 마찬가지입니다. 중개자와 업자가 있고 일하는 여성이 있죠. 만일에 위안부가 있었다면 일본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중개자의 문제예요. 중개자가 인신매매로 여성들을 팔아 넘겼다면 그 중개자를 잡아내서 처벌해야 할 문제지 정부에 따질 문제는 아니잖아요. LADY ‘재일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모임’이 명칭인데, 재일특권이란 무엇인지? 요네다 입관특례법에 따른 특별재류 자격, 즉 특별영주권입니다(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의 후손에게 일본은 ‘특별영주 자격’을 부여해 일본에서 살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본인의 노력하에 일본에서 살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자동적으로 자격을 부여하고 있어요. 왜 다른 외국인은 안 되는데 재일한국인에게만 그런 특권이 주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과거 조선이 일본과 하나였을 때 조선인도 일본인으로 생활했지만, 이제 조선은 대한민국이란 별개의 나라입니다. 재일한국인의 2대까지 영주 자격을 부여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 후손에게도 영주 자격을 주는 것은 제도상 큰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런 자격을 받고 생활하는 재일동포도 문제지만 그런 제도를 만들고 계속 인정하고 있는 일본 정부도 문제입니다. LADY 미국은 미국에서 태어나면 국적을 부여하지만 일본에는 그런 제도가 없어요. 그래서 특별영주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인데. 특별영주권조차 없다면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들은 살아갈 곳을 잃게 돼요. 요네다 대한민국 국적이 있잖아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한국 국적이 있는데도 일본에 살면서 일본인과 똑같은 권리를 갖고 대우받으려는 것은 불공평해요. 재일한국인은 일본의 선거엔 참여하지 못하지만 건강보험, 연금에도 가입할 수 있고 취업도 일본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가능합니다. LADY 그런 권리는 재일동포만이 아니라 다른 외국인에게도 있어요. 요네다 그렇죠. 즉, 외국인이 우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어요. LADY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가 과연 우대일까요? 일본에 사는 외국인에게 건강보험조차 없다면 큰 사회문제가 될 텐데…. 요네다 그게 참모습이고 그래야만 해요. LADY 왜 그것이 진정한 일본의 모습인가요? 요네다 외국에 와서 민폐를 끼칠 사람은 외국에 오지 말란 얘기입니다. 한국에서 일본인이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단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재일한국인과 외국인들은 일본에서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일이 허다합니다. 민폐를 끼치고 있단 얘깁니다. 외국인에게 고도의 복지를 보장하면 외국인이 넘쳐나요. 한국은 절대로 일본처럼 외국인을 무조건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일본은 그런 외국인들 때문에 문제가 많거든요. 재일한국인, 외국인의 권리 박탈을 위한 투쟁 LADY ‘재특모’의 이상은 무엇인가요? ‘재특모’가 재일동포의 특권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사라지면 일본은 좋은 사회가 되는 겁니까? 요네다 적어도 나빠지지는 않을 거예요. 어떤 이익을 위해 재일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특권 반대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국가의 모습을 되찾고자 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LADY 본래 국가의 모습이란? 요네다 공평한 사회요. LADY 구체적으론? 요네다 (재일한국인과 같은) 특정 외국인을 우대하지 않는 것. LADY 현재 ‘재특모’의 활동은 외국인 전원에게 일본에서 나가라는 소리처럼 들리는데요. 요네다 불량 외국인, 즉 일본의 외국인 우대 정책의 단물을 빨아먹는 외국인은 필요 없다는 얘깁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범죄, 탈세 등과 관여된 외국인을 일본 사회에서 몰아내고자 하는 것이죠. LADY 그럼, 요네다씨가 말하는 제멋대로 행동하며 일본의 제도상의 단물을 빨아먹는 재일동포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요네다 그 숫자는 별로 안 될 거예요. 반일매국 정치가와 하나가 되어 활동 중인 재일한국인, 범죄자, 탈세자, 불법 입국자 등을 포함해 10% 정도 되지 않을까요? 20%나 된다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요. 요네다는 평범한 아저씨였다. 예의 바르고, 침착했다. 그는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고, 한국어를 빼앗았으며, 한국에서 만행을 저질렀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점차 일본이 한국에 근대화를 가져왔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동안 받은 교육을 거짓이라 느끼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는 잘못된 교육 때문이라고 믿어온 필자에겐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평생을 고난과 슬픔 속에 살아오신 위안부 할머니들이 혹여 이 인터뷰 기사를 읽고 더 큰 상처를 받으시는 건 아닌지 마음이 아프다. 요네다를 비롯한 모임 사람들은 일본의 과거 전쟁 범죄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겐 냉정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자신들의 이권에는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왜 그들은 일본이란 사회를 보다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일까? 만일 그들의 주장처럼 외국인에게 관대하다면(사실 여부를 떠나서), 왜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하는 것일까? ‘재특모’는 일본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는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활약해온 자칭 베테랑 보수파, 극우파의 지존들은 ‘재특모‘의 과격한 행동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재특모’는 소수에 가깝다. 그렇지만 그들의 내면에 있는 외국인에 대한 불신, 불안, 과거에 대한 부정은 소수라고만 치부할 수도 없다. 특수하지만 평범하고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일본의 단면이다. <■글&사진 / 김민정(「레이디경향」 일본 통신원)>
- 理想한 사람들_일본 편
- 최철호 “인기 잃을까 얄팍한 마음에 거짓말…태어날 둘째에게 미안해”
- 2010. 07. 30 16:06 연예
- 지난해 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인기와 함께 오랜 무명의 설움을 거뒀던 최철호가 폭행 사건에 휘말렸다. 폭행 정도는 심하지 않았지만, 상대가 여성 연기지망생이었고 폭행 직후 계속된 거짓말에 팬들은 분노했다. 최철호의 심경 고백과 함께 사과 기자회견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의문을 취재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최철호는 부쩍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폭행 사건이 알려진 7월 8일부터 기자회견장에 서기까지 4일 동안 그는 폭행뿐 아니라 거짓말, 거친 언사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최철호는 8일 새벽 2시께 경인 용인의 횟집에서 ‘동이’에 함께 출연 중인 손일권과 술을 마시다 동석한 여성을 폭행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폭행 사실을 부인하다가 9일 용인경찰서가 CCTV 화면을 확보하면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2년 동안 마시지 않았던 술을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입에 대게 됐습니다. 오랜만에 마신 탓에 그 기운을 이기기 힘들었죠. 많이 취하면 작은 말들이 굉장히 거슬리게 들립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벌어진 일 같아요. 후배가 제 연기에 대한 평을 했고, 이에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술에 취하다 보니…. 모든 게 다 제 잘못입니다.” 어렵게 얻은 인기 잃을까봐 거짓말해 그는 사건 직후 자신을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사실과 다르게 쓰면 고소할 거다”, “법이 다 밝혀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SBS 8시 뉴스’를 통해 보도된 CCTV 영상만 없었으면 끝까지 폭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 거라는 게 대중이 체감하는 이번 사건의 심각성이다. 게다가 “최철호가 여성을 때리는 장면을 멀리서 목격했는데 여자가 발을 잡고 매달리는데도 계속 발로 차고 때리더라”는 목격자의 증언은 더더욱 그를 불리하게 했다. “만취한 상황이었어요. CCTV 영상은 저도 봤습니다. 정말 꼴불견이었고,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죠. 입이 열 개라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변명의 여지는 없어 보였다. 그저 눈시울을 붉히며 “죄송합니다”만 연발할 뿐. 거짓말을 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제가 출연 중인 작품에 누를 끼칠까 걱정되었고 저를 사랑하는 팬 분들,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웠습니다. 지난해 어렵게 얻은 인기를 잃을까 불안했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공인으로서 저지르면 안 되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한 그 역시 마음은 편치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됐든 잘못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죠. 오히려 너무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잠시 나태했던 제가 이 계기를 통해 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결국 MBC-TV 월화드라마 ‘동이’에서 하차했다. 기자회견 당시 “죄인이 어떤 계획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나. ‘동이’에서 감독님과 제작자 분들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따르겠다”고만 밝히고 하차에 대한 언급을 차마 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론이 거세게 일자 바로 다음날 ‘동이’의 온라인 게시판에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혔다. “최철호입니다. ‘동이’ 팬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벌을 받는 거라 생각하기에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아무쪼록 저로 인해 작품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반성하며 자숙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극중 최철호가 맡은 ‘오윤’은 동이와 대립하고 있는 오태석의 조카로, 이번 사건 이후 역모를 꾸미다 들켜 귀양을 가는 설정으로 그는 퇴장했다. 오윤은 주인공 동이의 출생 비밀을 밝히는 등 극 흐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배역 자체가 사라지게 됐다. ‘동이’ 하차 후에도 계속되는 의문 최철호 폭행 사건의 또 다른 동영상을 공개한다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한 차례 파문이 일었다. 케이블방송 tvN ‘E 뉴스’ 제작진은 SBS가 지난 7월 9일 ‘8시 뉴스’를 통해 공개한 CCTV 영상 외에 추가분을 확보해 방송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영상의 폭행 수위가 이전 영상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 동영상에는 최철호가 피해자 김양의 팔을 뒤로 꺾고 뒤통수를 몇 차례 가격한 뒤 등과 배에 발길질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방송 당일 tvN ‘E 뉴스’ 측은 이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입수한 미공개 동영상이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방송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다”는 입장이다. 또 “이미 거듭 사과 입장을 밝힌 최철호씨에게 너무 가혹할 수 있겠다는 내부 판단에 따랐다”고 덧붙였다. 이에 네티즌들은 “뭔가 수상하다”며 제작진의 입장에 신뢰를 보이지 않았다. “최철호가 잘못을 뉘우쳐 방영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면 진작 철회했어야지 왜 공개 예고를 했다가, 이제 와서 그러느냐. 뭔가 수상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또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후배 연기자 손일권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CCTV에 찍힌 동영상을 보면 그는 최철호가 김양을 폭행할 때 바로 곁에 있었다. 그러나 이를 말리지 않았고, 폭행당한 여성이 손일권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으나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여 비난을 받아왔다. 당초 사건이 알려졌을 당시 최철호 소속사 측에서는 여자 후배가 손일권의 여자친구라고 했으나, 손일권은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라며 부인했다. 게다가 “행인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했는데, 주변 목격자는 “말리는 행인을 손일권이 먼저 때렸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최철호의 하차 후에도 손일권은 계속 ‘동이’의 촬영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최철호의 부하 역할로 출연했던 만큼, 최철호의 하차 이후 분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김 모양은 처음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손일권의 여자친구’로 기사화되었다가 ‘동이’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배우라고 알려졌다. 취재 결과 김양은 최철호의 소속사를 드나들며 데뷔를 준비하던 연기 지망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철호는 무엇보다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는 입장이다. 한 열성 팬은 그의 팬 사이트에 “CCTV가 공개될 때까지는 최철호의 말을 믿겠다”는 글로 그를 지지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 팬을 언급하면서 “제 갤러리(DC인사이드)에 상주하고 있는 팬이 계시다. 그분은 나를 믿었는데…,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고 사죄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추락이 안타까운 것은 10년간의 무명 생활을 꿋꿋이 이기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순간의 사고로 지난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두 아이의 아버지로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는 마지막 말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강은호>
- 우리 아이 거짓말, 미래의 ‘공상허언증’?
- 2010. 07. 09 16:28 건강
- 요즘 인터넷상에서는 ‘인증’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만큼 자신에 대한 허위 사실이나 과장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종종 연예인들이나 사회 인사들의 학력이나 이력 위조 논란으로 시끄러워지기도 한다. 그들의 성향은 사회적 지위 여하와는 상관없음을 우리는 많은 사례를 통해 알고 있다. 살살 거짓말하는 우리 아이, 일찌감치 어떻게 이끌어야할까? 공상허언증, 병인가? 단순 허풍인가? 최근 일부 연예인들의 거짓말이 들통 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했으나 결국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이들은 공상허언증 환자라는 조롱과 비난을 받고 있다. 공상허언증이란 무엇일까. 없었던 일을 마치 사실처럼 확신을 가지고 만들어 말하거나 일어났던 일에 자신의 공상을 덧붙여 위장하거나 왜곡하는 것을 말한다. 허풍이 심한 사람은 주변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공상허언증과 큰 차이점은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스스로도 사실로 믿어버리고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거짓말쟁이와 병적 환자로 나누는 근거가 된다. 더 심각한 것이 작화증(作話症)이다. 원인은 뇌 손상으로 전혀 없었던 일인데도 마치 있었던 것처럼 느끼게 되고, 또 그렇게 믿으면서 얘기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이야기(話)를 지어내는(作) 것이다.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고, 기억에 없는 것들을 조작하는 증세다. 자신이 생각나는 대로 한 이야기가 현실 혹은 사실로 기억돼버리기 때문이다. 공상허언증인 사람들의 특징 ① 자신의 세계는 완벽하다. 보통 사람들이 공상허언증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첫 반응은 ‘이 사람, 왜 이리 잘난 척해?’일 것이다. 의심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완벽하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감탄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포장한다. 이들은 남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감동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을 보며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계속 거짓말을 만들어낸다. ② 이상이 높고 욕망이 강하다. 공상허언증 환자 중에는 의외로 꽤 괜찮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높은 이상은 현재의 위치까지 오르게 된 원동력이 됐지만 허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들에게 자신을 과장되게 표현하면서 자신의 삶은 완벽해진다고 믿는다. 또 무의식중에라도 자신이 품고 있던 욕망을 사실인 양 말하며 만족감을 얻는다. ③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 또 하나의 특징은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는 점이다. 자신이 말을 만들어내는 원인에는 남을 해하기보다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죄책감이 없으니 어떤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④ 평소에도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조울증 환자도 공상허언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조울증 환자는 기분이 좋아 붕 떠있을 때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한다. 그 와중에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제 기분에 말을 내뱉다 보니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게 된다. ⑤ 자신의 말에 토를 달면 화를 낸다. 공상허언증 환자들은 본인이 말한 내용에 대해 추궁을 당하면 반사적으로 화를 낸다. 깨어져선 안 되는 자신의 비밀이 드러나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공격적 방어 형태를 취한다. 우리 아이 거짓말 미래의 허언증 예방하는 방법 아이들이 거짓말을 잘하는 이유 아이들은 현실감이 약한 시기가 있어 상상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공상이 현실인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메타노이아(방향전환)적인 부분이 약해 ‘내가 하는 말을 남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보통 산만한 성격의 아이들은 반응적으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거짓말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생각하지 않는다. “왜 학원에 가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비가 와서요”라고 대답한다. 분명 그날은 화창한 날씨였는데도 말이다. 잘못한 상황을 모면하거나 피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거짓말에는 유전적 성향도 분명 있다. 거짓말을 잘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면 분명 영향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부모와 같아지려는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이다. ‘살살 치는 거짓말’ 어떻게 다스리나? 한두 번의 거짓말을 가지고 부모가 요란스레 야단을 칠 필요는 없다. 심하게 매를 들면 아이는 반발심이나 두려움이 생겨 새로운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을 지어내는 것을 상상력과 창의력의 소산이라고 통제하지 않는 것도 옳은 훈육법이 아니다. 아이의 습관적인 거짓말이나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거짓말을 한다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가 거짓말한 것이 들통 난 경우, 아이에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았을까?”하고 물어본다. 그리고 아이가 느끼는 부끄러움, 죄책감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진실이 얼마다 중요한가에 대해 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① 아이에게 되레 거짓말을 해본다. 소아 정신과 전문의들이 상담을 할 때 주로 쓰는 방법이다. 아이가 한 거짓말을 똑같이 말해주는 것이다. “엄마도 어제 비가 와서 네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지 못했는데 어쩌지?” 하고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도 거짓말은 좋은 습관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는다. ② 흥분하지 말고 침착한 태도를 취한다. 소리를 지르거나 화부터 내는 것은 아이가 거짓말을 반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나쁜 것은 아이가 아니고, 아이의 행동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아이로 하여금 왜 자신이 거짓말을 했는지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어야 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③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칭찬을 한다. 아이의 도덕성은 칭찬받은 행동은 옳은 것, 혼난 행동은 그른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발달된다. 아이가 거짓말을 했는데도 웃어넘기거나 칭찬을 한다면 옳은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니 평소에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칭찬해준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성장과정을 거친 아이가 커서 올곧고 도덕적인 어른이 된다. ④ 우선 부모부터 정직한 사람이 되자. 부모 자신의 평소 행동을 되돌아본다. 폭력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폭력 부모가 되는 것처럼 어린 시절 부모는 아이의 모델링이다. 부모가 나쁜 행동을 해도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이 옳다고 여긴다. 아이에게 “할머니한테 엄마 아프다고 해”라고 한다면 아이는 거짓말을 일상적으로 보며 도덕성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 부모가 먼저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이성원 ■도움말 / 송형석(마음과마음 정신과의원 원장)>
-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에서 자폐 연기로 주목받는 김태현
- 2009. 02. 10 연예
- MBC-TV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에 출연 중인 한 배우의 연기가 돋보인다. 주인공 역인 신은경이 복수를 위해 결혼한 자폐 환자 역할을 맡은 김태현이다. 얼굴은 낯선 배우다. 그러나 그는 대사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캐릭터를 표현한다. 그 연기는 과장되지 않고 부족하지도 않아서 간이 딱 맞는 음식을 먹는 기분이었다.가진 것은 오직 연기력뿐인 배우 각종 방송 관련 게시판에서 아침드라마 한 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아침드라마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초호화 캐스팅이다’, ‘왜 이 드라마가 주말연속극이 아닌가!’, ‘드라마를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침 7시 45분에 눈을 뜬다’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 MBC -TV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 이야기다. 그 안에서도 더욱 돋보이는 배우, 자폐증을 앓는 ‘강형우’ 역의 김태현(29)이다. 그는 인지도만 보면 신인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2001년 MBC 공채 30기 출신으로 8년 차 배우다. 10여 편의 영화와 6편의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다. 주인공을 맡은 것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우리 드라마가 ‘아침 미니’라는 별명이 있어요. 김해숙·신은경 선배님을 봐도 미니시리즈만큼이나 호화 캐스팅이란 뜻이죠. 게다가 스토리 전개도 참 빨라요. 스릴러적인 요소도 있구요. 감독님 연출이 참 독특한 것 같아요.” 주인공을 맡은 김태현은 세트 촬영을 시작하면 30~40개의 신을 소화해야 한다. 때문에 밤을 새는 경우도 예사다. 그러나 그는 마냥 즐겁다. 연기 경력 8년 만에 온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는 연기와 캐스팅은 정비례하지 않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동안 캐스팅이 됐다가 무산된 경우도 많았어요. 전 인지도에 비해 비싼 배우라는 평가를 받았죠. 스타에 밀리고 매니지먼트사의 힘에 밀려 피해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마음껏 날고 싶어요. 물속의 금붕어처럼 신나게 놀고 싶어요.” 그는 인기 스타 현빈과 영화 ‘돌려차기’에서 공동 주연을 맡았다. 당시는 둘 다 신인이었고 동등한 동료 배우였다. 이후에 드라마 ‘눈의 여왕’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러나 현빈은 이미 톱스타가 된 후였고 그는 인지도 약한 조연에 불과했다. “현빈씨는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주변 모든 상황이 변했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배우는 연기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는 인기로 먹고 사는 거라는 얘기를 비로소 깨달았죠. 연기력을 인정받아도 결국엔 사람들이 모르면 조연에 불과하더군요.” ‘엄마’ 역을 맡은 김해숙도 그에게 연기 잘하면 조연밖에 못하니 힘을 키워야 한다고 늘 충고한다. “선생님께서 어느 날 저에게 물어보셨어요. ‘너, 전에 뭐 했니?’라고(웃음). 영화 했다고 말씀드리니 ‘역시 다르다, 깊이가 묻어나온다’고 하시더라구요. 과분한 칭찬이죠.” 인기도 중요하지만 그것에만 연연해 자신의 연기관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서른 중반쯤에는 소름 끼치는 연기를 하는 ‘무서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만약 이번 드라마로 주목을 받고 미니시리즈나 주말드라마에 캐스팅된다고 해도 전 다시 영화로 돌아갈 것 같아요.” 김태현이 가진 것은 연기력뿐이었다. 소속사도 없고 인맥도 없다. 그러나 조연이나마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던 것은 오직 그를 주목해온 감독들의 안목 덕분이었다. 그가 이번 드라마를 하기 전에 한 작품이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비몽’이었다. 물론 김 감독과는 모르는 사이였고 오직 그의 연기를 눈여겨보던 감독이 직접 캐스팅한 경우였다. 이번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감독님께서 제가 출연한 작품을 모두 알고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언젠가 함께 작품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셨대요. 단지 제가 역할에 비해 실제 나이가 어려 걱정하신 모양입니다. 처음 만나뵙고 시놉시스를 들었는데 정말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다음 미팅 때는 강형우의 옷차림을 하고 흉내 내면서 인사를 드렸죠. 그게 맘에 드셨던 모양입니다.” 그는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이 가장 두렵다. 비슷한 역할이라면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늘 도전하듯 강한 캐릭터를 선호한다. “멋진 남자 역할이요? 그런 건 나중에 진짜 연기를 할 줄 알 때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갖춰졌을 때 하고 싶어요.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계속 고생을 하고 싶어요. 이번에 드라마 주인공 했다고 ‘이제 주인공 아니면 안 해!’라는 건 말도 안 되죠. 알 파치노처럼 한 신을 찍어도 그것이 영화의 명장면이 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는 감독이나 스태프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캐릭터나 연기에 대해서는 모두 그에게 맡기는 편이다. ‘강형우’는 온전히 그의 것이다. 그의 자폐 연기는 시청자가 보기에도 불편하지 않고 안정감이 있다. 과장되지 않고 또 모자라지도 않다. “감독님과 어느 정도의 선이 형우일까 하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형우를 100% 자폐아로 표현하지 않았어요. 이건 드라마입니다. 자폐 환자 다큐멘터리가 아니잖아요. 그대로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표현하는 것이 배우죠. 그걸 맞추고 잡아주는 역할을 제게 맡기셨어요.” 그는 점점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불과 3, 4년 전만 해도 캐스팅이 안 돼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정도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스타가 있다고 영화가 흥행하는가 김태현은 MBC 공채 30기 출신이다. 영화배우가 꿈이었던 그가 방송국 공채로 데뷔한 건 조금 의아한 일이다.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길이 없잖아요. 스무 살 때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시고 제가 가장이 돼, 어머니를 도와드려야 했어요. 그래서 무작정 소속사를 구할 상황도 아니었구요.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방송국 공채밖에 길이 없었어요.” 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경찰대를 졸업해 경찰이 되는 것이 유일한 꿈이던 그에게 배우를 추천했다. 어머니는 예술적 감각이 풍부한 그를 어릴 때부터 극장에 데려가 영화를 보여주곤 했단다. “어머니가 어느 날 ‘배우 해볼래?’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제가 그때 접한 영화가 ‘대부’였어요.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저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라면 참 매력적일 거라 생각했죠. 정말 좋아해서 지금까지 한 500번은 본 것 같아요.” 공채 전속기간인 2년을 마치고 그는 혈혈단신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오디션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그는 가끔 할리우드가 부럽다. 가능성이 있는 배우는 인맥 같은 여러 가지 요소를 배제하고 바로 주연을 맡기는 실력 위주 시스템 말이다. 가수 비가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에 바로 캐스팅된 것이 실제 예가 아닌가. “잘생기고 예쁘고 매니저의 실력으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평생 단역이나 조연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죠.” 그는 흥행하려면 스타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젓는다. 실제로 스타가 있어도 흥행에 참패한 영화도 많고 스타 없이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많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영화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었다. “형은 공부를 하고 있었고 제가 돈을 벌어야 했어요. 오디션을 보러 다닐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었죠. 그러나 어머니가 이해를 해줬어요. ‘하고 싶은 건 해라. 힘들면 힘든 대로 살면 되는 거니까’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김태현의 형은 현재 독일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이제 형의 학비를 보태줄 만큼 여유가 생겼다. 형이 결혼할 때 자신의 차까지 팔아 결혼 자금을 대주기도 했다. 모든 수입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용돈을 받아 쓰고 있다. 일만큼이나 소중한 것을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연애를 안 한 지 2년이 넘었는데 이젠 연애하는 방법을 모르겠더군요. 같은 연예인은 동료 이상으로 생각을 안 해서 더 연애하기 어려운 건지도 모르겠어요. 전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좋아요.” 연애를 하면 다 주는 스타일이다. 단 한 번도 스스로 배신하거나 차본 적이 없다. “사생활로 보면 차승원 선배님을 본받고 싶어요. 늘 유쾌한 에너지를 품은 사람이죠. 그리고 가족을 아끼는 마음이 좋아 보여요.” 야망보다는 일상의 소박한 행복을 즐길 줄 아는 남자가 되고 싶다. 현재에 만족하면서 가족간의 사랑을 느끼면서 말이다. “영화 ‘청연’을 찍을 때는 출연료만으로 생활이 힘들어서 세차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2만원으로 석 달을 생활한 적도 있죠. 그때 생각하면 지금은 아주 풍족한 거죠(웃음).” 소박한 행복을 아는 남자 그는 아침드라마의 특성상, 중년 아주머니들에게 큰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어머니와 장보러 다니는 것이 취미라 인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요즘은 백화점이나 마트를 편하게 못 갈 정도예요. 확실히 아주머니들 반응이 다르더라구요(웃음).” 보통 아침드라마는 배우의 이미지가 굳어져 출연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는 그런 사람들은 연기에 자신감이 없어서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드라마의 방영 시간대로 장르를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침드라마 만드는 사람과 다른 드라마 만드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 드라마를 그대로 주말로 옮기면 주말드라마가 된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현장 분위기는 더없이 좋다. 선배들과 스태프는 그를 인정하고 아낀다. 때마다 파티를 한다. 시청률도 그에 맞춰 순조롭게 오르고 있다. 최종 목표는 30%다. 그는 앞으로 ‘형우’에게 벌어질 큰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극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제가 가끔씩 순간적으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하거나 정상 성인의 목소리 톤으로 연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주의 깊게 보시면 아실 거예요. 사실은 형우가 선천적인 자폐아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요. 후천적으로 엄마의 과잉보호로 인해 마음을 닫은 경우죠. 실제로 외국에 이런 예가 많다고 해요.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오구요.” 70~80회 정도 흐르면 형우의 변신이 시작될 예정이다. 또 한 번 보여줄 김태현의 탄탄한 연기가 기대된다. “연기 변신이 어디까지 될지 저도 기다려집니다. 그리고 우리 집이 강정우에 의해 무너지고 또 그에 대한 복수를 누가 할지도 궁금해요. ‘인간의 복수와 용서는 어디까지인가’가 드라마의 결말이지요.” 그에게 마지막으로 ‘배우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했다. 연기에 대한 생각이 많은 만큼 멋진 대답이 나올 거라 예상하면서 말이다. “조니 뎁이 주연한 ‘캐리비언의 해적’이라는 영화의 메이킹 필름을 봤어요. 올랜도 블룸이나 키이라 나이틀리의 의자에는 ‘Actor’라고 써 있더라구요. 그런데 조니 뎁의 의자에는 ‘Master’라고 써 있는 거예요. 창조자, 장인이라는 거죠. 캐릭터를 직접 만드는 배우, 그게 진짜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의 연기관은 매우 엄격하다.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연기를 못하는 사람은 애초에 배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 스스로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직 많이 쑥스러워요.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동성애자 역할을 했을 때 고작 ‘영화배우’를 완성하는 ‘영’자에 ‘ㅇ’을 썼을 뿐입니다.” 그는 되도록 늦게 연기를 완성하고 싶다. 그래야 더 꿈꿀 수 있고 더 하고 싶은 열정이 샘솟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의 연기론이며 배우관이다. 그와 ‘연기’에 대해 말하자면 밤을 새워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우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겼다. 김태현이 한 계단씩 오르며 ‘영화배우’라는 수식어를 완성해가는 걸 지켜보는 일 말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 의상 협찬 / 빈폴
- “아이의 거짓말, 속마음 먼저 헤아리세요”
- 2007. 09. 13 재테크
- 아이가 거짓말할 때처럼 부모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일도 드물다. 다시는 거짓말 못하도록 따끔하게 야단쳐야겠다는 생각부터, 그러다 엇나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가 거짓말할 때, 거짓말에 대해 야단치기에 앞서 거짓말 뒤에 숨겨진 아이 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의 거짓말은 자연스러운 통과의례 아이의 거짓말에 대해 부모들은 격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거짓말이 비도덕적인 행동의 대표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건을 망가뜨리고, 친구를 때리고, 동생과 싸우는 아이의 수만 가지 문제 행동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거짓말에 대해서는 눈감아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가 나를 속이려고 했다는 배신감과, 거짓말하는 것을 그냥 놔두면 나중에 습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엄마는 거짓말하는 것은 절대로 용서 못해” 라며 훈계의 수위를 올리게 되는 것. 그런데 ‘부처도 다급하면 거짓말을 한다’는 속담이 있듯 아이의 거짓말에 흥분하는 어른들도 가끔씩은 거짓말을 한다. 물론 거짓말이 약이 되는 상황이었다거나 없는 말을 지어낸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것뿐이라는 등의 사정이 있다. 마찬가지로 아이의 거짓말에도 나름의 사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이의 사정은 어른들의 변명과는 달리 성장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통과의례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신의 마음을 거짓말을 통해 드러낼 때도 많다.상상과 현실을 구분 못해 하는 생애 첫 거짓말 아이가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대개 만 3세 전후이다. 만 3세 무렵의 아이들은 어른과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만큼 언어능력도 발달하고, 질문을 하면 이전과는 달리 제법 이치에 맞는 답을 할 정도로 인지능력이 발달한다. 거짓말은 이 정도의 언어능력과 인지능력이 발달해야 가능하므로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많이 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기가 접하는 상황에 대해 현실적으로 명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은 아직 미숙한 시기다. 따라서 자기의 바람이나 소망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이야기하게 된다. 현실과 상상을 구분 못해 생기는 이런 거짓말은 만 4~5세까지 늘어나다가 만 6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민석이네는 이번 여름 가까운 계곡에서 휴가를 보내고 왔다. 이웃 엄마가 민석이에게 무엇이 제일 재미있었느냐고 하자, “우리 거기서 구름까지 올라갔어요. 진짜 푹신해요. 거기 이 자동차보다 더 큰 개가 백 마리나 있어요” 했다. 엄마는 아이가 사실을 부풀려서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는 자신의 상상과 기분을 사실처럼 느껴서 이야기한 것뿐이다. 아이가 상상 속의 이야기를 현실처럼 할 때 엄마들의 행동이 중요하다. 거짓말하는 버릇이 들까봐 야단치거나 아이의 말이 재미있어 더 지어내도록 맞장구치는 것은 좋은 대응이 아닌 것. 이런 거짓말은 만 5~6세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현실과 공상을 구분하는 현실 감각은 일깨워주어야 한다. 아이가 지어서 이야기할 때는 “구름을 가까이에서 보니까 푹신해보였구나”처럼 본 것과 느낀 것을 구분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한편 아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불안에 대해서도 현실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지영이네는 다섯 살 난 지영이의 거짓말 때문에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아빠가 때렸다”고 하거나 “괴물을 진짜 봤다”며 괴물의 생김새까지 실감나게 묘사하기도 해 엄마가 당황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남편이 정말 때린 줄 알고 아이에게 어디를 때렸느냐고 묻기도 하고, 남편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침착하게 지켜본 결과 아이의 말이 거짓임이 확실했다. 이럴 때는 아이를 야단치거나 겁주는 등 불안이 야기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고, “불안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거짓말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언제 거짓말을 하는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찬찬히 짚어보면 된다. 아이에게 캐묻거나 무조건 맞장구치지 말고 침착하게 “아빠가 무서웠구나”, “괴물은 엄마가 오면 도망가니까 엄마 옆에 있자”와 같이 안심시키는 것이 좋다. 여섯 살 서연이는 언니가 유치원 간 사이 언니 인형을 가지고 놀다가 팔을 부러뜨렸다. 인형을 발견한 엄마가 “인형 팔 누가 부러뜨렸어?” 했더니 서연이는 “저절로 빠졌어” 하고 대답했다. 아이는 언니와 엄마가 인형 망가뜨린 것을 알면 화낼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저절로 빠졌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때 부모가 “네가 부러뜨려놓고 왜 거짓말을 해?”라거나 “왜 인형을 망가뜨렸어?”라고 크게 야단치면, 아이는 매우 당황하게 된다. 아이는 자신이 한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결국 거짓말의 의미를 이해한다고 해도 부모에게 야단맞는 것이 두려워서 오히려 더 큰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인형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지?” 하고 물은 다음 아이가 스스로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게끔 기다려주라고 조언한다. 이러한 기회를 이용해 거짓말의 의미를 조금씩 설명해주고, “아! 영희가 인형 팔을 조금 세게 잡아당기니까 빠진 거로구나!”라고 말해 진실을 말하는 방법을 터득시켜주라는 것이다.빤히 들여다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의 속마음그냥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하는 거예요 여섯 살 남자아이인 동원이는 가까운 친척의 전화번호를 다 외우고 혼자 다이얼을 눌러 통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동원이 엄마는 며칠 전 동원이가 숙모와 통화하는 것을 무심코 엿듣다 깜짝 놀랐다. 자기 방에서 전화를 하면서 지금 차 타고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태연히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 통화가 끝난 후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 심심해서 그랬다며 약간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그 일이 있은 뒤 할머니와 통화를 하기에 통화 후 할아버지는 뭐 하시더냐고 물었더니 잠깐 생각하는 거 같더니만 가게에 가셨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할머니와 통화 중에 할아버지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후로도 물어봤을 때 거짓말로 둘러대고, 거짓말이 거짓말을 부르는 일이 자주 있어 양치기소년 이야기도 들려주었지만 잘 고쳐지지 않아 걱정이다. 사소한 일이지만 여섯 살밖에 안 된 아이가 거짓말을 계속할 때 엄마는 버릇이 될까봐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 시각에서 본다면 동원이의 거짓말은 이 시기 아이에게 흔히 나타나는 일이다. 전화번호를 잘 외우고 친척들에게 전화하기를 즐긴다고 해도 여섯 살 무렵의 아이들은 상대방이 말하는 상황을 듣고 정확하게 이해해서 해석하거나 기억하지 못한다. 이 무렵의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동원이는 자신이 잘 모르는 질문에 대해 자기 생각대로 그냥 이야기한 것이다. 이때 어른들의 기준에서 아이를 판단하고 야단치면 아이는 더 완벽하게 둘러대기 위해 점점 더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된다. 아이가 이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때에는 엄마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아이의 마음을 말로 자연스럽게 읽어주는 것이 좋다. “전화번호 외워서 전화하니까 재미있지?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고. 그런데 엄마가 물어보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날 때가 있지? 이야기 나누면서 생각한 것하고, 진짜 이야기 나눈 것하고 헷갈리기도 하고 말이야. 그럴 수 있다는 것 엄마도 안단다.” 관심을 끌고 싶어요 예지는 친할머니 집에 가면 꼭 외삼촌이 괴롭힌다는 이야기를 한다. 예지보다 오빠를 더 예뻐하는 친할머니도 외삼촌이 예지를 괴롭혔다는 대목에서는 귀가 쫑긋해지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오죽했으면 아이가 저런 거짓말을 다 할까 싶어서 “어머, 어머, 우리 예지를 누가 그랬어?” 하면서 과도하게 공감해줄 필요는 없다. 거짓말로 관심을 끄는 것이 자칫 버릇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 반대로 관심을 받고 싶어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야단치는 것도 아이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그 말에 대해서는 “그랬구나” 하고 짤막하게 대답하고 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차츰 거짓말로 관심을 끌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된다. 대신 평소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더 따뜻하게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예지처럼 누가 때린다, 괴롭힌다 하는 것은 관심을 끌고 싶을 때 아이들이 흔히 하는 거짓말이다. 이밖에 아프지 않은데 어디가 아프다고 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을 못한다고 하는 것도 관심을 끌고 싶은 마음에서 시도하는 거짓말일 때가 많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고 싶어요 초등학교 1학년인 승진이 엄마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맞벌이를 해 수업을 마치면 승진이는 곧바로 방과후교실에서 숙제와 특활 활동을 하고 오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방과후교실에 가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친구 집에서 놀고 와서는 방과후교실에 다녀왔다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어서 대답을 잘 안 하는 답답한 면은 있었지만 학교 생활은 잘 적응하고 공부도 곧잘 따라가고 있었다. 그런 승진이의 거짓말에 엄마는 화가 나서 야단도 쳐보고, 추궁도 해봤다. 하지만 승진이의 거짓말이 반복되고 있어 요즘은 거짓말이 습관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혼자 알아서 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모의 욕심이라고 지적한다. 아직까지는 거짓말을 들킨 이후에 대한 생각보다 당장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서 거짓말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에 비해 자신을 통제할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거짓말하는 것을 야단치기 전에 아이의 스케줄을 챙겨주고 관리하는 것이 먼저다.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초등학교 1학년인 윤식이는 똑똑하고 솔직해 엄마를 걱정시킨 적이 거의 없는 아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오늘 본 시험에서 자기 혼자 100점을 받아서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고 엄마에게 자랑했다. 하지만 다른 엄마에게 자랑하려던 윤식이 엄마는 100점 받은 아이가 윤식이 말고도 2명 더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엄마는 천연덕스러운 윤식이의 거짓말에 깜짝 놀랐다. 뿐만 아니다. 이웃집에 6학년 형이 있는데 공부도 잘하고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아 아이에게 그 아이 칭찬을 자주 하곤 한다. 그런데 며칠 전 저녁을 먹으며 그 아이가 반장이며 참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불쑥 윤식이가 끼어들었다. 윤식이는 자신도 반장이 됐다면서 반장 뽑는 과정을 완벽하게 이야기했다. 누구와 누가 후보에 올랐고, 자신이 몇 표를 받았다는 것까지 완벽한 설명에 윤식이의 부모는 아이 말을 믿게 됐고 매우 기뻐하면서 크게 칭찬했다. 엄마는 반장은 학교에 일찍 가야 한다면서 학교에도 일찍 보냈고, 주말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어제 윤식이는 엄마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자기가 반장 됐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고 털어놓은 것. 윤식이의 부모는 너무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거짓말이 너무 완벽했다는 것도 기가 막혔지만 그동안 아이에게 ‘반장’이라며 아낌없이 칭찬했기 때문이다. 윤식이 엄마는 아이가 자신을 감쪽같이 속였다는 것이 너무 놀랍고 화가 났다. 전문가들은 윤식이의 거짓말 뒤에는 부모가 칭찬하는 형보다 부모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지적한다. 나의 부모님이 다른 아이를 칭찬할 때 아이들은 사랑을 빼앗긴 듯한 분한 기분까지 느낀다. 성적이나 석차에 대해 지나치게 칭찬하거나 야단치는 것도 아이에게 남보다 뛰어나야 부모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게 된다. 아이가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느낄 때 아이는 거짓말을 통해 부모의 기대에 미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부모의 사랑을 차지할 필요가 없도록 하려면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결과에 대한 칭찬보다는 노력에 대해 격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거짓말하는 버릇, 이렇게 바로잡아라 상상한 것을 그대로 말하는 거짓말이나 관심을 받고 싶은 속마음에서 나온, 사정이 있는 거짓말이라고 해도 계속 받아주는 것은 좋지 않다. 연세소아청소년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사고 능력이 생기는 만 6세 이후까지 거짓말이 계속된다면 좀 더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거짓말이 습관이 되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거짓말했을 때 흥분해서 심하게 소리를 지르거나 과격하게 처벌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부모에게 극도로 무섭게 야단맞은 경우 무엇 때문에 야단맞았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야단맞은 상황의 공포감만 남아 부모에 대한 원망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부모 자녀 관계가 악화된다면 거짓말은 더 큰 비행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아이가 몇 차례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심증만 가지고 아이를 몰아세우고 거짓말쟁이 취급하는 것도 아이를 좌절하게 만들고 문제 행동을 증가시키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거짓말을 하기 쉬운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는 완벽한 것을 기대하거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자신의 실수를 부모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없다. 완벽하지 않아도 부모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할 때, 자신의 실수를 정직하게 이야기하면 용서받는다는 것을 아이가 알고 있다면 아이는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 ■글 / 박은영(프리랜서) ■도움말 / 손석한(연세소아청소년정신과 원장)·신철희(신철희아동청소년상담센터 원장)·이보연아동가족상담센터·아이북랜드 연구개발팀 ■기획 / 김민주 기자 *위의 사례는 이보연아동가족상담센터(www.sangdam.or.kr)와 신철희아동가족상담센터(www.okchild.or.kr) 사이버 상담실에 게재된 내용을 상담소의 허락을 받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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