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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태균 관련 거짓말에 캠프서 있었던 일 공개하기로 결심”(2024. 11. 11 06:00)
- 2024. 11. 11 06:00 정치
-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 인터뷰 신용한 전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이 11월 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나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다. 나만 깨끗한 척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명태균이라는 사람 한 마디에 제대로 된 답도 못 하고 우왕좌왕하면서 끌려다니는 대한민국을 놓고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이런 정권을 만들기 위해서 새벽 5시 10분부터 밤 12시 10분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 일을 했던가. 자괴감이 들었다. 폭로라는 단어도 좋아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내가 했던 일에 대해, 그리고 지금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대한민국의 국가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지난 11월 5일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다. 신 전 교수는 자신이 캠프에 있을 때 명태균씨가 작성한 ‘대외비 여론조사 결과’도 받아보았다며 해당 PDF 파일을 공개했다. 신 전 교수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폭로’에 나서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총공세에 나섰다. “당시 캠프에서 신 전 교수를 본 적 없다”, “신 전 교수는 그런 정보를 다룰 위치가 아니었다”, “정치판을 기웃거린 철새다(신 전 교수는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민주당에 영입 인재 15호로 입당했다)” 등. “나는 이 사람들(윤 대통령 부부)이 잘되기를 바랐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서. 그러나 이렇게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거, 이건 아니라고 본다.” 신 전 교수가 말했다. “국감이 있던 날 철새 이야기를 하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철새는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먹이를 찾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곡을 눈앞에 두고 자기 스스로 추운 곳으로 가는 철새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인수위가 가장 권력이 막강할 때잖아요. 그때 사표 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대한민국에서. 제가 잘났다는 것이 아닙니다. 인수위 경제1분과 소속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을 했으니 장관 자리는 안 준다고 하더라도 어디 차관급이나 공기업 사장을 줬을 거 아닙니까. 저는 그냥 홀연히 떠났어요. 탄핵 트라우마 때문에.” -대선캠프에서 윤 대통령을 겪어보니 ‘이 정권은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한 건가. “분명 윤석열 대통령의 큰 장점은 있다. 정말로.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당시 캠프에 저와 동갑내기로 정승윤(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라고 있었다. 검사 출신으로 부산대 로스쿨 교수였다. 이 친구가 캠프에서 정책발표를 하는데 보도자료 초안에 ‘오또케’라는 말을 여성비하인 줄 모르고 써서 난리가 났다. 언론에 두들겨 맞으니까 캠프에서 사퇴했다. 같이 일하던 사람이 부산으로 짐 싸서 간다고 하니 위로, 격려할 것 아닌가. 그때 윤석열 후보가 뭐라고 그랬냐면 ‘정승윤, 너무 힘 빠지지 말라고 해라고 전해라.’ 뒤의 정확한 말은 기억나지 않는데 내가 곧 다시 부를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있으라는 의미였다. 이런 게 굉장한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리더십은 어디서 통하는 건가. 또래집단 같은 데다.” -형, 동생 하는 조폭 같은 조직들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예를 들어 학교 선후배 술자리 같은 데서 ‘야, 인마 이 XX 뭐 걱정하지 마’ 이런 거다. 그러나 기업 단위나 어떤 큰 공조직, 국가 단위에서 통하는 것은 아니잖나. 그런 곳에서는 냉정한 이성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그 장점으로 (윤 대통령 밑에) 수많은 소위 ‘똘마니’들이 있는 것이다. 충성파 똘마니들. 이렇게 되다 보니까 회의가 늘 하향식이다. 거기다가 이분(윤 대통령)이 재미있는 것이 잡학다식하다.” -그런 인상평이 많다. “정말 잡학다식하다. 예를 들면 검사들이 전국 돌면서 근무하지 않나. 내일 광주에 방문해서 공약을 발표한다 치자. 광주가 고향이 아닌 사람이 지역 현안을 얼마나 알겠는가. 그러니 국회의원이든 전문가든 광주 출신을 대동하고 회의 자리에 간다. 참고자료가 있고 맨 위에 A4 2장 정도 요약본이 올려져 있는 회의자료가 나온다. 후보도 회의 자리에서 한 4~5분은 듣는다.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듣는다. 그러다가 ‘야, 내가 말이지. 광주지검 근무할 때 말이야. 그 지검 앞에 치킨집이 있는데 야, 이름이 고상하게 치킨집 이름이 포시즌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번 시작하면….” -그걸 또 아무도 제지를 못 하는 건가. “주말 같은 때, 토요일 오후가 되면 긴장이 풀린다. 그러면 이야기가 3시간씩 간다. 속된 말로 만담꾼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또 재미있다. 인간적인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이 있다면 오전 10시에 들어가야 한다. 조금 있으면 기자회견이니 예를 들어 GTX 연장 지도를 놓고 막 설명해야 한다. 한 5분 듣다가 또 이야기한다. 설명에 집중하지 않는다. 기자회견 10분 남겨놓고 그때 가서야 요약 페이퍼만 대충 보는 거다.” -검사 출신들이 많은 분량의 공소장을 읽으려면 속독을 잘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말한다. “펜을 꺼내서 대각선으로 짚으며 읽는다. 아마 조서를 많이 읽을 때 습관인 듯하다. 후보자 토론을 하는 데 공보·정책 담당은 난리가 난다. 예를 들어서 수치 같은 게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면 사실관계 확인을 해 해명이 나가게 해야 한다. TV토론 준비팀은 따로 있는데 백업팀도 죽어난다. 한 20명이 모여 하는데 살인적인 일정이다. 매일 명태균에게 휘둘리는 걸 보고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이따위 정권을 보려고 그 새벽부터 정말 그렇게 120일 동안 일했냐고. 나는 박근혜 정권에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으로 탄핵을 겪었기 때문에 탄핵 트라우마가 있다. (2022년) 2월부터 혼자 슬슬 마음을 먹고 있었다. -떠나겠다고? “정의와 공정을 캐치프레이즈로 후보도 됐고, 대통령도 됐다.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포장했는데, 내가 본 모습은 선택적 정의와 공정이었고, 상식과 합리를 말했는데 ‘선택적’ 상식과 합리였다. 아래를 섬기는 리더십 같은 걸 본 적 없다. 대통령은 참모 몇 사람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국정이라는 것이 국민적 공감과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래서 총괄선대본부장 등 본부장들과 ‘오늘 회의 마치면 진언을 드리자’고 이야기했다. 회의 끝나고 진언할 타이밍인데 전부 휴대폰을 꺼내 딴짓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 모두 눈치를 보고 아무도 말을 못 꺼내는 것이다. 윤 대통령 사고방식이 자기가 하는 것은 옳고 남이 하는 것은 그른 것이다.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재단한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지 않지 않나. 원탁회의를 하는데 누가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대응 관련 전화를 한 모양이다. 그런 전화는 따로 안쪽에 후보 방으로 가서 받는다. 그런데 밖에도 들리도록 큰소리로 쌍욕이 터져 나온다. 그다음에 나와서 ‘다시 회의하자’고 하는데….” -분위기가 싸늘해졌겠다. 김 여사에 대해서도 아무도 말을 못 꺼내는 분위기였나. “김 여사와 관련해 뭘 건의한다든가 언급하는 건 내가 그 많은 회의에 참석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대선 전에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의 김건희 여사 녹취록이 터졌고, 김 여사 비선 라인 의혹이 터졌다. 캠프 내에서는 그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나. “왜 뒷말이 없었겠나, 많았다. 누구누구가 멤버라더라, 황○○, 우○○가 어떤 관계다. 그런 이야기는 그때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비선이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그 친구들이 스스로 떠들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남이 떠든 게 아니고.” 신 전 교수는 인터뷰 중에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단일화 관련 대외비 문건, 선거 당일 열린 회의 메모 등을 보여줬다. “내가 이것 가지고 오버해 허위사실을 이야기할 일은 없다. 했던 일과 관련해 담담하게 말할 뿐이다. 다만 성격이 꼼꼼한 편이다. 이것만은 덧붙이고 싶다. 명태균 사건을 보면서 남는 소회다. 나는 이 사람들(윤 대통령 부부)이 잘되기를 바랐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서. 그러나 이렇게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거, 이건 아니라고 본다.”
- 표지 이야기
- [꼬다리]‘거짓말이었다’는 기이한 해명(2023. 05. 12 14:21)
- 2023. 05. 12 14:21 정치
-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왜 기자가 되고 싶냐’는 것이었다. 매번 이런저런 답을 했지만 늘 아쉬웠다. 뻔히 놓인 모범답안을 미만한 내가 알지 못해 헛소리할까 두려웠다. 질문의 능선을 넘고 나면 ‘기자’라는 업의 본질이 놓여 있을 것 같았다. 일을 해본 적이 있어야 핵심을 장악할 텐데, 지원자가 어떻게 알겠느냐고 되묻지 못한 채 기자가 됐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참석에 앞서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은 딱히 답이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언론은 민주사회의 ‘제4부’라지만, 민주 정체의 개념 규정도 실은 또렷하지 않다. 면접장 질문은 ‘당신 생각에 기자는 뭐하는 직업 같은가’에 가까웠던 것 같다. “저는 ‘거짓말’을 싫어합니다.” 책임 있는 권력자의 답을 듣고, 진위를 따져 묻겠다는 한 지원자의 답변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각자 언론관이 달라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최소강령이라고 여겼다. 몇 년새 그 생각은 위기를 맞았다. 정치인들은 위기 때마다 거짓말을 했고, 거짓임이 밝혀지면 또다시 거짓 해명을 내놨다. 지지자들은 ‘사실 보도’를 믿지 않았다. 수사 내용을 보도하면, ‘검찰이 기획수사를 했다’는 식으로 고개를 돌렸다. 외려 검찰과 수사 내용을 알린 언론을 공격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둘러싼 의혹은 한 정점이었다. 당선 전 윤석열 대통령 관련 의혹을 다룰 때도 비슷했다. 열정적인 시민들은 세상을 쪼갤 듯 여론전을 치렀다.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601일부터 801일 사이 하루평균 22건의 거짓말을 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옥스퍼드사전이 2016년 선정한 ‘올해의 단어’, ‘포스트 트루스(post-truth·탈진실)’는 다들 아는 말이 됐다. 동료 기자들과 술을 마시며 여러 번 한탄했다. 거짓 해명을 어디까지 검증해야 하나. 거짓말이 너무 많아, 거짓말이라는 지적의 효용이 사라진 것 같았다. 한 선배의 말이 위로가 됐다. 해명을 내놓는 건 거짓말인 게 들키면 큰일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겠냐고. 해명조차 거짓이었다는 걸 밝혀내면 더 큰 비판을 받지 않겠느냐고 그는 말했다. ‘거짓 해명’도 결국은 ‘거짓말해선 안 된다’는 신화적 명제의 자장 안에 있노라고, 그렇게 마음을 다졌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천이나 최고위원회의 행보와 관련해 전혀 그런 언급을 한 적이 없다는 걸 오늘 다시 밝힌다. 제 모든 것을 건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징계 심의를 연 지난 5월 8일, 태영호 최고위원이 윤리위에 출석하며 한 말을 듣고는 다시 아득해졌다. 그가 보좌직원들을 모아놓고 ‘이 정무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 옹호 발언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발언한 음성파일이 보도돼 파장이 일자 내놓은 해명이었다. 거짓말했다고 ‘자폭’할 만큼 숨기고픈 뒷얘기가 있을 거란 추정이 정가에 돌았다. 합리적 의심이지만, 어쩐지 찜찜하다. 영화 <타짜>는 “구라치다 걸리면 피 보는 거 안 배웠냐”는 아귀의 물음으로 절정을 맞는다. 거짓이 판친다는 도박판의 룰이 그러하다. “내 말이 거짓말이라는 데 모든 것을 건다”는 고백이 집권당 지도부 입에서 나오는 세상은 어떠한가. 그는 끝내 최고위원에서 사퇴했지만, ‘거짓말이었다’는 해명은 그대로 남았다. 콕 집어 말은 못 하겠지만, 뭔가가 무너져 내린 느낌이다.
- 꼬다리
- [만화로 본 세상]거짓말들-그게 정말 거짓말이었을까(2022. 07. 22 11:15)
- 2022. 07. 22 11:15 문화/과학
- 최근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거짓말에 관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변호사 우영우는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의 행동을 관찰한다. 코를 자꾸 긁거나, 손을 감추거나 허벅지를 쓸어내리는 제스처들. 거짓말을 할 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을 몸으로 드러낸다. 미깡 작가의 한 장면 / 문학동네 거짓말을 하는 이들이 모두 같은 목적을 가진 건 아니다. 남을 속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거짓말이 있는가 하면, 순전히 타인을 위해 하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혹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일 때도. 미깡 작가의 단편 만화집 <거짓말들>에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여러 종류의 거짓말이 등장한다. <거짓말들>의 에피소드는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거짓말과 진실이 반쯤 섞인 밀회의 밤, 사기인 줄 알면서도 오히려 흔쾌히 속아 넘어가 준 일화, 직장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자녀를 위한 거짓말. 이 거짓말에는 제각기의 사연과 이유가 숨어 있다. 흥미로운 건 거짓말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다. 거짓말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는 했는데, 그 이후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그게 정말 거짓말이었을까? 어디까지가 거짓말이고, 또 어디가 진심이었던 걸까. 이렇듯 거짓말을 통해 오히려 더 방황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거짓말로 오히려 상처를 회복하는 이들도 있다. 이를테면 거짓말의 효능과 부작용이랄까. 이 아홉 편의 이야기에서 거짓말은 도리어 캐릭터들이 숨긴 진심과 진실을 다층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첫 장에 등장하는 ‘혜경’은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서로서로 거짓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더 유니크한 거짓말을 만들어내기 바쁜 시절”이었다고. 우리 집 마룻바닥은 수족관 유리로 돼 있다는 둥, 우리 집에는 가정부가 있다는 둥 아이들은 저마다 거짓말로 자신을 치장하느라 바쁘다. 그게 하나의 놀이인 셈이다. 어느 날 친구 A가 이상한 말을 한다. 사촌오빠들이 ‘딱딱해진 고추’를 입에 물라고 협박했다며, 안 하려 했더니 칼로 배를 찌를 듯 위협했다고. A의 말에 놀란 친구들은 대뜸 그의 이야기를 거짓말이라 여긴다. 자신들이 해왔던 놀이의 일부처럼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정말 거짓말이었을까? “그럼… 진짜 있었던 일은 아닌 거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우연히 조우한 혜경은 A에게 그때의 일을 조심히 묻는다. 어린 시절 A의 이야기를 거짓말로 냉큼 판단했던 이유는 떡볶이였다. “너, 떡볶이 먹으면서 얘기했잖아. 결석한 것도 아니었고” 어린 혜경의 시선은 우리 사회가 성폭력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들과도 닮았다. “너 피해자 아니잖아, 너도 원했던 거 아니야?” 하는 질문들 말이다. A는 자문한다. “그때 내가 떡볶이나 사과 따위를 먹고 있지 않았다면, 그렇게 덤덤하게 태평하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뭐가 좀 달라졌을까?” 때로 사람들은 너무나 얄팍한 정보만으로 무엇이 거짓이고 진실인지를 속단한다. ‘#METOO’ 이후로도 여전히 반복되는 ‘피해자 검증’이 바로 그렇다. 사건의 진실보다 더 궁금한 건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왜 자신이 모든 걸 다 안다고 여길까. 왜 그렇게 자신 있게 판결자의 자리에 앉는 걸까? 누구도 그럴 권리를 주지 않았는데도.
- 만화로 본 세상
- 소비자 속이는 ‘녹색 거짓말’ 주의보(2021. 10. 08 14:52)
- 2021. 10. 08 14:52 경제
- ㆍ환경문제 인식 높아지자 정부·기업 ‘위장 친환경’ 속출 ㆍ“그린워싱 적발 시 시장서 역풍 맞을 수도” “성공적인 마케팅이긴 하나 환경 운운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 김모씨(30)는 스타벅스가 지난 9월 28일 진행한 리유저블컵(다회용컵) 행사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날 스타벅스는 50주년을 맞아 환경보호 명목으로 하루 동안 일회용컵 대신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다회용컵에 음료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일 스타벅스 매장엔 이 컵을 구하기 위한 줄이 늘어섰고 온라인에는 ‘득템’에 성공했다는 후기가 넘쳐났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9월 28일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을 기념해 특별 디자인이 적용된 다회용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 연합뉴스 예기치 못한 반발은 ‘그린워싱’이란 키워드로 나타났다. 다회용컵의 소재도 결국 플라스틱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 담당 활동가는 “다회용컵은 대부분 폴리프로필렌(PP) 소재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순된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텀블러도 안 받아주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수요를 만들어낸 것 같다. 스타벅스가 그동안 앱 주문으로 영수증 출력을 줄인 것, 종이빨대로 전환한 것은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다회용컵은 MD 판매(기획판매)의 연장선에 있는 그린워싱”이라고 말했다. 그린워싱이 뭐길래 그린워싱(Green Washing)은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친환경이 아닌 활동을 의미한다. 친환경으로 과장하거나 속였다는 점에서 ‘위장환경주의’, ‘위장 친환경’, ‘녹색 거짓말’ 등으로도 번역된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것과 맞물려 과거보다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다. 지난 4월엔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아모레퍼시픽)가 그린워싱이란 비판을 받았다. 문제가 된 상품은 ‘페이퍼 보틀 리미티드 에디션(종이병 한정판)’이었다. 종이로 된 포장지에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 am Paper Bottle)’라고 적혀 있었으나 실제로 안쪽엔 플라스틱병이 있었던 것이다. 포장지를 종이로 만들어 플라스틱병의 분리배출을 용이하게 한다는 의도였지만, 홍보했던 것처럼 ‘종이병’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린워싱의 핵심은 겉과 속,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그린워싱을 다룬 책 <위장환경주의>는 “(기업들은) 스스로 불러일으킨 파괴임에도, 자신들이야말로 그러한 파괴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며 환경운동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기업들이 친환경, 공정무역, 지속가능성 등의 키워드를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환경보호에 기여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은밀하게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 책의 요지다. 대표적으로 공정무역 커피와 지속가능성을 내걸었으나 실제로는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알루미늄 캡슐과 캔을 수십억개 제조하는 네스프레소와 코카콜라, ‘바다에서 건져낸 쓰레기로 섬유를 만든다’며 의류 소비 주기를 줄이는 H&M과 자라 등 패스트패션 업계가 꼽힌다. 대규모 해양오염을 초래한 정유회사와 토양오염의 주범인 축산업계도 그린워싱을 논할 때 단골로 언급된다. 독일 저널리스트인 저자 카트린 하르트만은 “대기업은 고객에게 양심이라는 부가가치도 판매한다. 고객들이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소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때 그들이 사용하는 전략은 마치 환경을 보호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인데, 이런 태도를 일컬어 ‘그린워싱’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린워싱이 주로 기업을 비판하는 맥락에서 쓰이긴 하지만 정부도 종종 그린워싱의 주체로 지목된다.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선 지난 9월 30일 국민참여분과 종교위원들(4대 종단)이 일괄 사퇴했다. 이들은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와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가 탄소중립이라는 근본 목적에 충분하지 않은 수준으로 만들어진다. (종교위원 등 민간위원 참여가) 그린워싱·절차적 정당성 확보 도구로 이용된다”고 주장했다. 상충하는 분야별 이해관계 때문에 논의가 진척을 거두지 못하고, 정부 측의 의지가 의심되는 상황을 두고 탄소중립을 앞세운 ‘그린워싱’이라 표현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페이퍼 플랜’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안팎의 우려가 반영돼 있다. 이들은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는 듯했다. 2009년 이후 10여년 동안 정부는 직무유기를 해온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기후변화에 대비한다고 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것 등이 정부의 그린워싱 사례다. 그린워싱, 어떻게 알아보나 그린워싱은 단순히 ‘소비자를 속였다’, ‘혼란스럽게 했다’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린워싱 문제에서 흔히 인용되는 캐나다 테라초이스(글로벌 친환경 기업)의 분류를 보면, 그린워싱은 상충효과 감추기, 증거 불충분, 유해상품 정당화 등 7가지 종류로 나뉜다. 이번 스타벅스 다회용컵 마케팅의 경우 ‘친환경적 일부 속성에만 초점을 맞춰 전체적인 환경 여파 숨기기’인 상충효과 감추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니스프리 종이병도 마찬가지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증거가 불충분한 내용을 제시했을 경우엔 증거 불충분에 해당하며, 친환경적인 요소를 환경에 해로운 상품에 적용해 본질을 속인 경우(유기농 담배 등)는 유해상품 정당화가 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기업의 활동 하나하나를 그린워싱으로 판단해 제재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제조과정이 아닌 마케팅 분야에서의 그린워싱은 기업의 ‘의도’가 정말 친환경에 반하느냐를 따져봐야 한다는 점에서 처벌이나 규제를 적용하기가 한층 까다롭다. 녹색제품 인증이나 ‘환경성’이란 용어 사용처럼 제품 표시나 광고에 적용되는 것은 법적 기준도 있고, 도용하거나 속인 자체로 문제가 되지만 마케팅은 그렇지 않다. 이번 스타벅스 다회용컵의 경우만 보더라도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전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없애겠다는 목표로 가는 과도기적 행사”라고 해명한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건 고객들이 다회용컵을 들고 다녀서 일회용컵, 플라스틱컵을 아예 안 쓰는 것이다. 다회용컵은 텀블러와 똑같다. 다회용컵 하나가 일회용컵을 50개, 100개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환경 의도에서 비롯된 행사임을 강조한 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에 지난 4월 6일 올라온 이니스프리 그린워싱 비판. 작성자는 “매장에서 친환경패키지 신제품이라고 판촉을 해서 다른 걸 사려다가 이걸 선택한 거였는데요. 이런 사기성 짙은 제품인 줄 알았다면 안 샀을 것”이라고 했다. / 페이스북 갈무리 그린워싱 견제는 소비자의 힘 결국 그린워싱에 최종적인 철퇴를 내리는 역할은 소비자에게 넘어온다. 그간의 조사를 보면 소비자들은 친환경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9월 펴낸 ‘소비자가 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친환경 소비행동’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 31.6%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기업의 친환경 활동 여부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또한 소비자 셋 중 1명(34.4%)은 5~10% 추가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일반 제품보다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었다. 0~5%를 더 내겠다는 비율은 19.9%였으며, 15~20% 추가 부담도 16.8%였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과거엔 ‘친환경’을 내세운 일차원적 마케팅이 먹혔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점점 비판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린워싱을 했을 때 시장에서 역풍이 불어 매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혼이 나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단순한 제품보다는 마케팅 활동 영역에서 그린워싱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시장에서 레드카드를 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소비자의 판단을 돕기 위해 기업이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린피스는 최근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동원F&B, 오뚜기, 농심을 대상으로 조사한 ‘식품제조사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들은 “자사가 생산·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종합적인 정보를 소비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친환경적인 대안이 새로운 소비문화로 퍼지려면 기업이 협조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린피스는 “소비자는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을 선택권을 박탈당했다”며 매년 1회 이상 일회용 플라스틱 자료 공개,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을 최종 처리한 방식 알리기, 플라스틱의 총량과 제품별, 포장별 자료 고지 등을 요구했다. 그린워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위장환경주의>가 지적했듯, 그린워싱은 ‘윤리적 소비를 하고 있다’, ‘착한 물건을 샀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작동한다. 이를 두고 저자는 “시민들은 자신의 경제적 역할을 ‘소비자’에서 찾은 것 같다. 즉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대신 ‘윤리적 소비’로 자신의 역할을 대체해 여전히 명랑하게 소비생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소비자 주권을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린워싱에 대한 홍보 및 교육 방안을 마련하는 등 소비자의 인식을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 그린워싱에 대한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들어 국내에서도 향후 소비자 소송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지현영 변호사는 “최종 선택자로서 ‘소비자 주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도록 소비자 주권 운동을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장르물 전성시대]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짓말쟁이 너에게(2021. 08. 02 11:26)
- 2021. 08. 02 11:26 문화/과학
- ㆍ연애와 미스터리엔 공통점이 있다 연애 소설, 로맨스 장르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은 두 사람 사이에 아무것도 아니었던 감정이 호감으로 변하는 기적 같은 순간일 것이다. 스크루볼 코미디처럼 결국 맺어질 게 분명한 커플이 티격태격하다 마침내 연인이 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사랑은 불시에 찾아와 마음속에 자리를 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덩치를 키워나간다. 그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다스리면서 다가가야 할 용기와 그러지 말아야 할 명분을 종일 저울질하는 풋내 나는 광경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감정이 담긴, 연애 소설의 핵심 중 하나다. 이 과정을 통해 미숙한 청춘은 어느새 매력적인 캐릭터로 변모해 상대의 마음을 알지 못해 벌어지는 모든 순간에 독자를 동참케 한다. 그러니 이런 지레짐작을 미스터리로 해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짓말쟁이 너에게'(사토 세이난 지음) / 제우미디어 제공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짓말쟁이 너에게>(사토 세이난)는 익숙한 클리셰를 앞세워 우선 연애 소설임을 한껏 ‘가장’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법무사무소에서 일하는 키미히로는 법무사 시험을 준비 중인 신실한 청년으로, 단짝 친구 모리오와 선술집에서 연애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우연히 옆자리 손님인 나나를 소개받는다. 술자리 농담처럼 시작된 일이지만 자신보다 일곱 살이나 어린 나나가 흔쾌히 데이트를 받아들이면서 그의 마음에도 동요가 인다. 문제는 이와 동시에 회사 동료인 유코가 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데서 불거진다. 갈팡질팡하는 사이 둘 모두에게 같은 영화를 보자고 제안받은 키미히로는 자신의 진심을 더듬어낸 다음 마침내 마음을 정한다. 모리오의 말마따나 고작 영화 보는 것에 불과할지 몰라도 누구보다 성실했던 그는 친구에게 상담까지 한 끝에 결국 유코와의 데이트를 정중히 거절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키미히로에게 찾아온 봄바람에 정신을 뺏길 만하다. 악덕 상사에게 매일같이 혼나면서도 유코를 감싸주는 탓에 연애에 숙맥인 키미히로에게 유코가 마음을 내어주는 것도, 나나가 차츰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유코가 키미히로에게 집착하며 교묘한 방법으로 그를 회사에서 내쫓고 궁지로 내몰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심지어 키미히로가 상황을 수습하고자 유코와 억지로 데이트하다 곧 그에게 살해당하니, 마냥 달콤했던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순간 쓴맛 가득한 미스터리로 선회한다. 이어지는 미스터리 역시 기묘하다. 모텔에서 키미히로를 살해한 유코는 감형 가능한 상황 증거, 즉 과실치사나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는데도 굳이 ‘바람피운’ 키미히로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며 스스로를 불리한 입장으로 내몬다. 형사들이 그 이유를 찾아내려 키미히로의 주변인을 탐문하는 사이 광기와 치정으로 점철된 스토킹만이 아니라 완전히 베일에 가려 있던 복수가 실체를 드러내면서 그간 우연처럼 보이던 사건이 누군가의 ‘기획’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안긴다. 그러나 더 재미있는 것은 ‘연애 미스터리’라는 키워드 그대로 키미히로의 연심과 주변인의 증언을 토대로 차곡차곡 쌓아가는 섬세한 연애 감정 묘사가 그대로 미스터리의 해답과 얽히는 데 있다. 키미히로를 죽음으로 내몬 이가 뒤늦게 깨닫는 애정은 그래서 더더욱 애잔한 진실로 이어진다. 제목의 ‘거짓말쟁이’가 장을 거듭하며 차례로 다른 인물을 지칭하는 그대로, 사랑과 복수가 뒤섞여 굉장히 뜻밖의 질감으로 연애와 미스터리를 한데 아우른다.
- 장르물 전성시대
- [신간]집값의 거짓말 外(2020. 11. 27 15:51)
- 2020. 11. 27 15:51 문화/과학
- ㆍ과도한 욕망을 부추기는 것 세가지 <집값의 거짓말>김원장 지음·해냄·1만6500원 집값이 폭등하고, 종부세 폭탄을 맞았다는 기사가 이어진다. 언론 보도는 무주택자의 불안감을 자극해 ‘영끌’ 매매로 이끈다. 기자인 저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과도한 욕망을 부추기는 원인을 세가지로 꼽았다. 상위 0.1%에 국한된 사례를 부풀려 보도하는 언론과 통계를 자기 입맛에 맞춰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전문가,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을 펴는 정부이다. 통계와 이론으로 합리적 선택을 위한 분석 틀도 제시한다. 폭등했다는 집값을 통계로 보면 2008년 1월~2020년까지 서울의 주택가격은 47.4% 올랐을 뿐이다. 세금이 올랐다지만 여전히 보유세 실효세율은 1.5% 수준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0.3%에 불과하다. 집값은 수억씩 올라도 재산세는 10~20만원 오른 집이 상당수이다. 저자는 소득격차와 경제 양극화가 부동산 집착을 키운다면서 이를 완화할 최저임금 인상, 정부의 적극적 재정지출을 옹호했다. ▲체르노빌 생존 지침서 | 케이트 브라운 지음·우동현 옮김·푸른역사·3만5000원 “대부분의 방사능은 소멸됐습니다. 농산물을 예전처럼 소비해도 됩니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몇달 후 소련 관료들은 이렇게 말했다. 오염된 우유가 버터로, 오염된 감자는 녹말로, 더러워진 산딸기는 잼으로 바뀌어 시장에 풀렸다. 오염된 식품을 섭취한 사람 사이에서 갑상선암 등 다양한 질병이 생겼다. 저자는 방대한 문서와 면담 자료를 토대로 국가의 대응 실패로 피폭된 사례를 종합하고, 재난을 되풀이하지 않을 지침을 제공한다. ▲책 한번 써봅시다 | 장강명 지음·이내 그림 한겨레출판·1만5000원 기자에서 소설가, 논픽션 작가로 변신한 저자가 쓴 책 쓰기 안내서이다. 저자는 재능과 상관없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면서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는 것을 포기하자고 말한다. 자전거 타듯 편하게 책을 쓰는 사회를 꿈꾼다. ▲도시 인문학 | 노은주, 임형남 지음 인물과사상사·1만6000원 도시는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발명품 중 인간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인간의 욕망과 함께 흥망성쇠를 거친다. 13개 국가의 21개 도시 이야기를 담은 책에서 저자들은 도시를 채운 건축물과 도시 구조에서 이런 욕망을 읽는다. ▲짐을 끄는 짐승들 | 수나우라 테일러 지음 이마즈 유리 옮김·오월의봄·2만2000원 저자는 장애인 당사자로 장애를 가진 몸과 마음이 억압당하는 방식을 동물산업에서 읽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과 장애인이 겪는 억압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장애 없는 몸을 표준으로 제시하는 비장애중심주의, 종차별주의의 폭력을 고발한다.
- 신간
- [신간]인문학의 거짓말 두 번째 이야기 外(2020. 10. 12 14:11)
- 2020. 10. 12 14:11 문화/과학
- ㆍ‘타락한 인문학’에 맞선 중세 인물들 <인문학의 거짓말 두 번째 이야기>박홍규 지음·인물과사상사·1만7000원 그토록 홀대받던 인문학이 언제부터인가 ‘인문학적 소양’을 거론하는 분위기 속에서 재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현대는 물론 인문의 출발점인 고대부터도 지배구조에 대해 비판과 성찰 없이 일방적인 찬양만 늘어놓았던 인문학이 존재해 왔다며 이를 ‘타락한 인문학’이라고 꼬집는다. 고대의 인문에 대해 쓴 전작에 이어지는 이 책은 중세의 인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또 서양의 중세만이 아니라 인도·중국·한반도·이슬람 권역의 중세 인문학을 함께 다룸으로써 서구중심주의의 경계 안에서 이뤄지는 인문학 비판도 지양하려 한다. 저자의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타락한 인문정신에 맞선 역사적 인물들이 눈에 띈다.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모두 주류 사상의 자리에서 인문의 이면에 가려진 억압과 굴종을 묵인했다면, 이에 반하는 움직임이 디오게네스라는 인물로 대표됐다는 것이다. 예수와 석가모니 역시 디오게네스처럼 자유로운 정신을 옹호한 아나키스트의 원형이라는 저자의 인식은 중세 인문을 다룬 이 책에서도 이어진다. 연암 박지원에게서 아나키즘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다면 신라 최치원에게서는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아나키즘뿐 아니라 생태주의의 입장에서도 중세 수도원의 창시자 격인 프란체스코는 흔히 암흑기로 인식되는 서양 중세 사상계에서 생태적 가치를 옹호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밖에도 다양성과 개방성을 존중한 인문적인 가치가 꽃을 피운 이슬람 문명과 중국 수·당·송대의 불교문화 등은 서양과는 달리 종교라는 틀이 신앙을 빌미로 사람을 구속하는 대신 보다 자유롭고 열려 있는 기류 속에서 나름의 색깔을 더했던 역사도 재확인하게 된다. ▲100개의 리드 | 이홍 지음·민음사·1만5000원 어린 시절 제3국에서 만나 비밀스럽고 애틋한 사랑에 빠진 남북의 소녀와 소년이 20년 후 양국의 긴장 관계 속에서 정치적 적이 되어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작가가 싱가포르의 국제학교에 다니는 북한 학생의 사연을 듣고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했다. ▲플랫폼의 생각법 2.0 | 이승훈 지음·한스미디어·1만8000원 플랫폼에 대한 정의와 성공하는 플랫폼 기업이 갖추어야 할 조건, 그리고 플랫폼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통찰력 있게 풀어낸다. 더욱 막강해지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의 이야기와 함께 국내·외의 플랫폼 업계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가는 기업들의 모습도 다룬다. ▲재즈가 된 힙합 | 하닙 압두라킵 지음·박소현 옮김·카라칼·1만7800원 미국의 대표적인 랩 그룹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는 인종과 젠더, 세대와 취향의 벽을 넘어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다. 재즈를 절묘하게 샘플링한 비트와 감각적인 랩, 깊이 있는 가사로 90년대 힙합의 황금기를 연 그들의 발자취를 당대의 상황과 함께 돌아본다.
- 신간
- [신간]괜찮다는 거짓말 外(2020. 09. 24 16:40)
- 2020. 09. 24 16:40 문화/과학
- ㆍ‘완벽하게 숨겨진 우울’ 사례들 <괜찮다는 거짓말> 마거릿 로빈슨 러더퍼드 지음·송섬별 옮김 북하우스·1만7000원 ‘완벽하게 숨겨진 우울’이란 저자가 25년 이상의 임상심리학자 경력을 바탕으로 제안한 용어다. 우울증의 다양한 양상 중에서도 우울증과 완벽주의가 맺고 있는 밀접한 관계를 파고든 끝에 파악해낸 증후군이다. 책은 많은 환자와 내담자를 만나며 연구한 이 개념을 통해 구체적인 증상과 사례를 설명한다. 통상적인 진단 기준에 비추면 우울증이 아니지만 남모르는 심리적인 문제로 겪는 어려움을 포착하기 위해 저자는 과도한 책임감과 자신을 고양시킬 수 있는 성취감을 찾아 과제에 매몰되는 모습, 타인이 자신의 내면에 접근하도록 허용하지 않는 태도 등의 특징을 제시한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내면에서나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서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마음속 깊이 숨겨진 이런 심리적 고통은 아무리 외면해도 분명히 존재해 많은 사람을 괴롭힌다. 자신에 대한 지나친 기대심리가 완벽주의로 나타나 약하고 어두운 감정을 평가절하하거나 소홀히 하게 만든다. 고통스러운 심리 때문에 막막해하고 괴로워하면서도 이를 인정하거나 드러낼 줄 모르는 사람들은 통상적 우울증과 다른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치유법도 달라야 한다. 다행히 나아질 방법도 있다. 물론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에 스스로 벗어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에게 최상의 모습을 기대하며 타인에게 베풀려고 하는 태도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나, 균형이 갖춰지지 않을 때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식하고 몰입과 대면, 연결과 변화의 과정을 거치면 한 걸음씩 더 큰 정서적 자유로 다가갈 수 있다. 완벽이라는 지향점에 매몰돼 내면을 성찰하는 법을 잊어버렸다면 적어도 자신을 돌아볼 짬이나마 내도록 만드는 책이다. ▲별빛이 떠난 거리 | 빌 헤이스 지음·고영범 옮김·알마·1만3300원 코로나19로 생긴 상처가 가장 큰 도시 뉴욕에서 나름의 삶의 방식을 찾는 시민의 모습을 인간애가 담긴 글과 사진으로 포착한 에세이다. 작가이자 사진가인 저자는 팬데믹의 정점을 지나는 한 도시를 바라보며 애틋한 시선의 산문과 사진으로 현실을 기록한다. ▲한국 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 김도균 지음·아카넷·1만8000원 ‘정의’와 ‘공정’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충돌하는 가운데 이러한 가치들을 상식적인 토대 위에서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조정하는 과제를 탐구한다. 적대적 분열에서 벗어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발돋움할 수 있게 헌법을 통해 해답을 모색한다. ▲낮의 집, 밤의 집 |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이옥진 옮김·민음사·1만6000원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으로, 연대기적 흐름을 거부하고 단문이나 짤막한 에피소드들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빚어낸다. <방랑자들>을 쓰기 20년 전에 쓴 작품인 만큼 작가의 서사적 기법 실험과 풍부한 상상력이 출발한 지점을 엿볼 수 있다.
- 신간
-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예산 따왔다는 국회의원의 거짓말(2020. 04. 17 15:02)
- 2020. 04. 17 15:02 경제
- 21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결과에 대한 논평이 다양하게 펼쳐질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국회와 국회의원들에 대한 기대로 술렁일 것이다. 그 전에 20대를 평가하고 반성해야 한다. 국회 본관 복도에 2020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제출 서류들이 쌓여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국회의원들이 많이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지역구 예산 따오기’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국회의원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냐 하는 데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게다가 지역구 의원들의 의정보고서에 담긴 지역구 예산확보 내용을 보면 일부가 과장 또는 허위로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라살림연구소는 KBS와 함께 20대 국회 지역구 의원들의 의정보고서를 전수조사했다. 의정보고서에서 확인한 예산확보 건수는 1만6759건이었다.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였다. 총 3129건에 46조5000억원으로 예산확보 건수와 액수 모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는 수송 및 교통 분야가 113조3000억원(43.0%)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국토 및 지역개발 분야로 91조2000억원(34.6%)에 달했다. 두 부문을 합치면 전체의 77.6%를 차지한다. 환경보호 분야가 11조5000억원(4.4%)으로 그 뒤를 이었다. 사회복지 분야는 11조3000억원(4.3%)에 불과했다. 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이 111조8000억원(42.4%)으로 예산확보 액수가 가장 많고 예산확보 건수는 더불어민주당이 7657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로는 총선 직전 해인 2019년에 76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총선이 다가왔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실제 집행을 따져본 결과, 예산확보 사업의 집행률은 60%대로 저조했고, 국비 54.1%에 지방비 부담이 43.8%였다. 다시 말해 제대로 된 사업이 아니었고, 결국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을 주는 사업이었다는 얘기다. 기초단체 부담률이 가장 큰 지역은 경남과 충북이었다. 또 분야별로는 수송 및 교통 분야 집행률이 저조했다. 가장 많이 따왔다는 예산들이 가장 많이 집행되지 않은 셈이다. 정리해보면 이미 결정됐거나 편성된 정부 투자사업을 예산확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이며, 정부가 추진 중인 공모사업 예산을 확보했다는 주장은 사실상 ‘공모심사 공정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국비에 아예 잡혀 있지 않은 예산을 확보했다는 주장 역시 ‘허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서는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첫째, 국회의원은 의정보고서의 예산확보 주장보다 입법 활동에 충실해야 한다. 둘째, 총선 때부터 후보자는 지역공약 수립 시 타당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예산을 확보했다는 주장의 기준 개발이 필요하다. 확보했다는 지역구 예산의 세부사업명, 총사업비 내역(지방비 매칭률), 관련 의정 활동의 정확한 기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예산 교육을 적극 실시해야 한다. ‘알아야 면장을 하듯’ 알아야 진위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21대 국회는 정말 달라질 수 있을까.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원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
- [신간]치과의 거짓말 外(2019. 07. 05 15:17)
- 2019. 07. 05 15:17 문화/과학
- ㆍ치과의 과잉진료와 공포 마케팅 충치가 생기면 곧바로 치료를 하는 게 상식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치과의사 강창용은 “심각하지 않으면 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과잉진료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치과가 충치를 치료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치아를 위협하는 곳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치과에서 흔히 벌어지는 과잉진료의 실태, 공포 마케팅의 허상에 대해서도 꼬집는다. 대표적인 예로 그는 충치를 든다. 치과의사들이 흔히 말하는 “충치가 있으니 빨리 제거해야 한다. 충치균은 전염되기 때문에 가만히 두면 더 큰 고통이 따른다”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근거없는 주장인지를 비판한다. 어떤 논문에도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다. 작은 충치가 있는 환자는 충치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식후 양치질을 잘 하고, 음료수를 덜 마시고, 치실을 자주 사용하면 충치치료를 굳이 하지 않아도 충치균을 줄이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과잉진료 척결 투쟁운동을 벌여오면서 치과의사들로부터 미움을 받았던 그는 또다시 책을 통해 치과 치료의 진실을 폭로한다. ▲공연의 사회학 | 최종렬 지음·오월의 봄·2만4000원 한국 사회는 어떻게 자아성찰을 하는가. 저자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네 가지 ‘-주의’를 통해 제시한다. 민주주의, 성장주의, 민족주의, 젠더주의다. 저자는 때로는 가장 세속적이고, 저급한 방식으로 비춰지는 각종 이슈들을 통해 사회적 자아가 어떠한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질문을 던진다. ▲은퇴하면 세상이 끝날 줄 알았다 | 이아손 글·조금희 그림 행복한작업실·1만4800원 생활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서민들은 누구나 은퇴 이후의 삶을 걱정하고, 노후를 두려워한다. 저자는 은퇴 이후를 책임질 노후자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보다 은퇴 이후의 내 삶을 어떻게 재구성해 살아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꾸려간다. ▲잊기 좋은 이름 | 김애란 지금·열림원·1만3500원 <두근두근 내 인생>, <비행운>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애란의 첫 산문집이다. 작가는 이번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를 ‘이름’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280일 | 전혜진 지음·구픽·1만4000원 네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모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친구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임신이라는 ‘사회 필수적 요소’가 등장했을 때 각자 다른 대처를 한다. 작가는 임신이 사회의 강요가 아닌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실이라는 데에 방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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