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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건보료 악성체납자 ‘딱 걸렸어’(2005. 08. 16)
2005. 08. 16 사회
건강보험공단 특별징수팀 본격 가동… 고의적 상습미납자 추적 징수 건강보험공단 특별징수팀(공식명칭은 체납보험료 관리전담팀)의 전화기는 늘 쉴 틈이 없다. 보험료를 장기간 체납해 공단으로부터 재산공매예정 통지서를 받고서야 ‘정신을 차린’ 민원인들의 항의성 전화가 빗발치거나, 그도 아니라면 공단측에서 먼저 체납 보험료 납부를 독려하는 전화를 계속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8월 4일 오전 10시께 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 특별징수팀. 백현기 차장이 아침부터 수화기를 들고 한바탕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달리 얼굴은 이미 벌겋게 상기돼 있다. 신분을 밝히지도 않고 욕설부터 시작하는 악성 민원인의 전화다. “사모님, 그래도 건강보험료는 납부하셔야 합니다.” “부동산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낯짝으로 보험료를 받아가겠다는 거예요. 사회보장제도가 이렇게 엉망인 나라가 세상에 어딨어.” “그래도 전 국민의 95%는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고 계십니다. 한 번에 납부하는 것이 어렵다면 몇 차례 나눠서라도 제발 납부해 주십시오.” 전화기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고함을 지르던 이 민원인은 경기도 수원에 사는 ㄱ씨(38·여)였다. 학원을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남편 앞으로 각각 아파트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어 주변에서는 그래도 ‘알부자’로 통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는 약 2년에 걸쳐 300여만 원의 보험료를 내지 않은 탓에 그만 부동산공매예정 통지서를 받아들고 말았다. 서울시 38세금기동팀 벤치마킹 악에 받친 ㄱ씨는 이날 공단에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욕부터 퍼부었다. 부동산문제를 비롯한 현 정부의 실정과 고위층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통렬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약 30분 동안 일방적으로 화를 낸 다음에야 분이 풀렸는지 그녀는 결국 밀린 보험료를 6개월에 걸쳐 분할 납부키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백 차장도 그제야 “어휴, 한참 욕먹었네”라며 한숨을 내쉬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민원인들을 상대하다 보면 이렇게 건보료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를 핑계대며 보험료 납부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물을 몇 채나 가지고 있고 사업소득도 충분히 되시는 분들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보험료 납부를 거부하고 욕설을 해대면 사실 우리도 힘들죠.” 건강보험공단 특별징수팀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특별징수팀은 월 부과보험료 10만 원 이상인 가구 가운데 체납액이 150만 원을 넘는 가구를 집중관리하기 위해 구성된 일종의 ‘기동타격대’다. 대상 가구는 모두 3만1000여 가구로 이들이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연체 건보료만도 지난 2월 현재 750여억 원에 달한다. 공단 홍보실 성진영 차장은 “납부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를 고의적으로 장기체납한 고액소득자들의 납부를 독려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특별징수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면서 “형식적인 체납처분 안내문 발송을 지양하고 보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체납 보험료 징수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이 특별징수팀을 꾸리기에 앞서 벤치마킹한 대상은 다름아닌 서울시 38세금기동팀이다. 서울시 세무과에서 운영하고 있는 38세금기동팀은 개인이나 법인이 1년 넘게 체납한 지방세(500만 원 이상)를 징수하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38세금기동팀의 명칭은 헌법 제38조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조항이다. 2001년 10월 발족한 38세금기동팀은 지난 3년 동안 약 6만 건, 4000억 원의 체납세금을 받아내는 실적을 거뒀다. 그 결과 2000년 말 1조783억 원이던 서울시 체납 지방세가 2003년 말에는 7635억 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건강보험공단이 38세금기동팀을 벤치마킹하면서까지 특별징수팀을 꾸린 이유는 최근 들어 저소득층의 체납은 물론 고액소득자들까지 무분별하게 보험료를 체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자료에 따르면 유명 탤런트 ㅂ씨는 월 보험료가 120만여 원이지만 2년이 넘도록 1350여만 원을 내지 않고 버티다 공단측이 최근 ㅂ씨 소유의 부동산을 압류, 공매예정 통지서를 발송한 뒤 공매절차를 밟자 그제야 체납 보험료 전액을 납부했다. 전문직 고소득자 체납액도 상당 인기 여배우 ㅅ씨도 보험료를 4년간이나 납부하지 않아 체납 보험료가 무려 2000여만 원에 달한 ‘악성체납자’로 분류됐다. ㅅ씨는 공단측 특별징수팀의 납부 독려가 계속되자 최근에야 ‘마지못해’ 분할로 보험료를 납부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 관계자는 “연예인의 경우 일반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예명과 실명이 다르기 때문인지 몰라도, 우리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것이라 생각하며 뻔뻔하게 ‘나는 힘없는 영세민’이라고 우기는 사례가 많다”면서 “하지만 국세청에서 자료가 넘어올 때 요즘에는 실명과 예명이 병기된 소득코드도 함께 넘어오기 때문에 이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나중에 직접 찾아가서 ‘○○씨, 요즘 드라마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씨 팬입니다’라고 밝히면 멋쩍게 웃으며 그제야 납부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재산이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제도 자체를 부정하며 보험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월 보험료 28만여 원인 ㅇ씨의 경우 26개월간 1000여만 원의 보험료를 미납해 최근 특별징수팀으로 처리가 이관됐다. 특별징수팀은 조사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ㅇ씨의 자녀가 의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ㅇ씨는 ‘건강보험제도에 동참해야 다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의사 아들의 설득으로 마침내 보험료 전액을 자진납부했다. 이밖에도 땅값이 비싼 요지에 상가 건물을 소유한 ㄱ씨 역시 월 30여만 원의 보험료를 26개월이나 밀렸으면서도 공단측의 ‘공매예정통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체납 보험료를 내지 않다 공매가 실제로 진행되자 비로소 납부했다. 대규모 도매업을 하는 ㅇ씨도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사업에서 꽤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 50여만 원의 보험료를 3년 가까이 내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밀린 보험료가 740여만 원. 물론 ㅇ씨도 특별징수팀이 ‘채권압류예정 통지서’를 발송하고 전화로 예금통장을 압류하겠다고 하자 은행신용도를 우려한 나머지 뒤늦게 보험료를 완납했다. 공단에 따르면 이처럼 대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전문직 지역가입자의 체납액은 20여억 원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예인이 210건 2억7900만 원, 스포츠선수는 89건 1억8400만 원, 의사는 184건 3억2700만 원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대표적 고소득 직종으로 꼽히는 펀드매니저들도 730건 12억5700만 원의 보험료를 체납했다. 특별징수팀이 가장 까다롭게 생각하는 유형의 사람들은 앞서 소개한 것처럼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며 보험료 납부를 거부하는 ‘생떼형’ 체납자다. 흔히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국가가 나를 위해 해준 것이 뭐가 있느냐’는 것. 특히 체납기간 내에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않았을 경우 뻔뻔함의 강도는 한층 심해진다. 은닉재산 추적 권한 한계 아쉬움 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 특별징수팀 백현기 차장은 “1997년 2월부터 101개월에 걸쳐 1000여만 원의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는 ㅈ씨의 경우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의 지가 상승과 함께 보험료가 오르기 시작하자 그때부터 제도 거부자로 돌변했다”고 소개하면서 “재산상태가 제각기 다른데도 불구하고 주변 친구들과 단순비교를 해가며 ‘보험료가 왜 이렇게 다르냐’는 등 말도 되지 않는 논리를 내세우며 폭언을 일삼고 있어 아주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체납 보험료의 총액을 따졌을 때 전체 금액의 12%는 직장가입자가 내지 않고 미뤄두고 있는 체납액이다. 공단에 따르면 직장가입자 가운데 보험료가 체납된 전문직 사업장은 1497곳으로 체납액만 50여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건축사가 30억5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의사와 변호사도 각각 3억 원 이상 체납했다. 체납액 전체로 따져보면 직장가입자의 체납 보험료는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문제는 직장가입자가 부실할 경우 납부책임을 묻기가 난감할 때가 더러 있다는 사실이다. 공단 관계자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사용자가 보험료의 50%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용자가 경영악화로 인해 월급만 간신히 맞춰주는 경우가 있어 무턱대고 그 책임을 묻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3월 1일 시범운영에 이어 7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에 돌입한 특별징수팀은 체납세대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과 경인지역본부에 각 6명씩, 그리고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광역시에 각 5명씩 모두 40여 명의 ‘정예요원’으로 출발했다. 공단이 의욕적으로 띄운 특별징수팀이지만 한계도 있다. 우선 주어진 권한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악성 체납자들에게 가택수사권이 없어 은닉재산을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명의신탁으로 빼돌려놓은 재산이 뻔히 보이는데도 권한이 없으니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고발권한이 없어 공단이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체납자의 재산에 대해 공매처분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 장관형 부장은 “장기 체납자의 재산에 대해 압류를 한다고 해도 국세나 지방세가 우선이기 때문에 채권 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때문에 압류를 고려하더라도 시행하기 전에는 반드시 압류에 따른 실익을 따져보는 권리분석 작업을 선행해야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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