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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이야기]중국 경유 -거주 탈북여성 수난사(2019. 08. 23 16:04)
- 2019. 08. 23 16:04 사회
- ㆍ국내 들어온 10명 중 7명은 중국 브로커에 의해 인신매매로 팔려가 “당신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나.” 만약 탈북 모자 아사(餓死)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런 질문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탈북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여전히 낯선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9월 11일 한복을 차려입은 북한여성들이 평양 외곽에서 열린 ‘조선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국제 행군’에 참여하고 있다. / AFP·Getty image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지난 2월 발표한 ‘2018년도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은 3만247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 비보호 탈북민들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보호 탈북자란 중국 등지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르다 국내로 들어온 탈북민을 가리킨다. 이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정착지원금 등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일부는 난민신청을 하기도 하지만 받아들여지는 사례는 거의 없다. 중국 체류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략 3만4000명 정도의 탈북민이 국내로 들어왔다. 그 중 3000명가량이 중국 등 제3국으로 떠났다. 탈북민의 대다수는 여성이다. 남성 대 여성 탈북민 비율은 2대 8에서 3대 7 수준이다.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 중 북한에서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민은 극히 일부다. 이른바 ‘직송 탈북민’은 북한에서도 상위계층인 경우가 많다. 돈이 있어야 제3국을 거치지 않고 한국으로 곧바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입경로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1인당 적게는 15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까지 브로커 비용을 들여야 가능하다. 대부분은 중국을 거쳐 베트남, 태국 등의 경로를 통해 들어온다. 그런데 탈북여성의 대다수는 중국에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을 살다가 한국으로 들어온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전 부산 하나센터장)는 “탈북 후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것이 아닌 ‘거주’를 하다가 국내로 들어오는 탈북여성은 전체 탈북여성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했다. 왜 그들은 한국에 들어오기 전 중국에서 장기간 거주하는 것일까. 이유는 슬프지만 단순하다. 대부분의 탈북여성들이 중국 브로커에게 잡혀 팔려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브로커들에게 탈북여성은 ‘돈’이다. 탈북여성은 중국 시장에서 연령이나 외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값이 매겨진다. 젊고 예쁠수록 비싼 값에 성매매업소 등으로 팔려가고, 나머지도 나이 든 중국인 남성이나 장애를 가진 중국 남성 등에게 팔려간다. 국내에 들어온 10명의 탈북여성 중 7명은 중국 인신매매의 피해자인 셈이다. 한 북한이탈주민은 “중국에 인신매매로 팔려가 거주하고 있는 탈북여성들도 언젠가는 한국에 들어온다”면서 “그들의 문제는 곧 대한민국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내용의 보고서가 지난 5월 20일 한 단체를 통해 발표된 적이 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비영리단체인 ‘한국미래계획(KFI)’은 A4용지 48장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희생자(탈북여성)들은 대부분 12살부터 29살 사이로 중국에서 억압, 매매, 납치됐거나 북한으로부터 직접 불법거래됐다. 희생자들은 고향(북한)을 떠난 후 1년 안에 어떤 형태로든 성노예생활을 강요당하고, 많은 경우 1년에 한 번 이상 팔려다닌다”고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매매로 팔려가는 탈북여성들의 나이는 15~25세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많은 북한 여성들이 매매혼으로 팔려가 중국인 남편에게 착취당하고, 노예생활을 강요당한다고 밝혔다. 소수의 단체와 기독교 선교사들이 구출을 위해 노력하지만 많은 희생자들이 중국에서 비명횡사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남한 정부와 국제 공동체는 중국 내의 북한 난민들에 대하여 신체적 보호를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the Government of South Korea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will not undertake)’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지하시장에서 북한 여성을 착취하는 연간 매출규모를 1억500만 달러(약 1263억원)로 추정했다. 탈북여성들은 30위안(약 5000원)에 성매매를 하고, 1000위안(약 17만원)에 중국인 가정으로 팔려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KFI는 위험에 처한 북한 난민을 구출하고, 탈북자 인권유린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사업을 하는 비영리단체로 2009년부터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외국 언론은 보도하지만 국내는 외면 외신은 이 같은 내용을 여러 차례 보도했지만 국내 주요 언론은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가 중국에 팔려다니는 탈북여성의 인권문제에 대해 언급한 전례 역시 없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지난 8월 20일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중국에 대해 여전히 식민지 외교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0대 후반 북한 여성들이 중국에서 팔려다니고 있다. 그 아이들은 최소한으로 잡아서 4만5000명 수준이다. 죽은 한성옥이도 20대 초반에 인신매매로 팔려갔던 사람이다.” 중국인 브로커 사이에서 인신매매로 거래되는 비용은 KFI의 발표와 다소 차이가 났다. 20대는 우리돈으로 250만원, 30대는 200만원, 그 안에서 인물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팔려간 뒤 하루 24시간 발가벗고 웹캠을 찍으며 남성을 상대하는 일을 하거나 성노예로 살아간다고 했다. 그는 “내가 (여기 기자분이 여성이지만) 발가벗고 마약에 취해 있는 탈북여성들을 내 옷으로 덮어서 많이 구출하고 다녔다. 그렇게 처참할 수가 없다”고 했다. 대부분 중국 현지 조직폭력배와 연계돼 있다. 그들은 탈북여성들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마약을 주입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마약에 중독돼 있는 탈북여성을 구출하려다 여러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과거 대한민국 정부에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중국에 있는 탈북여성들은) 우리 국민이 아니다’였다고 했다. 문제는 이 일을 단순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국내로 들어온다. 인신매매를 겪은 탈북여성들은 중국에 머물면서 얻은 각종 질병을 치료하지 못한 채 한국에 들어온다. 결국 한국의 문제가 되는 셈이다. 지난해 12월까지 부산하나센터장을 맡아온 강동완 교수는 중국 현지에서 100명의 탈북여성을 만나 일대 일 심층면접을 벌였다. 그리고 <엄마의 엄마>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강 교수는 책에서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여성들의 삶에 대한 조명은 국내에 들어온 탈북여성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배경적 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적었다. 국내 입국한 탈북여성들의 문화적 배경은 북한과 중국에서의 생활상이 접목된 형태라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중국에서 겪은 일들을 빼놓고 그들이 한국에서 겪는 갈등을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탈북여성 100명과 면접 <엄마의 엄마> 심층면접은 2016년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약 9개월간 중국 현지에서 진행됐다. 인터뷰를 진행한 탈북여성들의 당시 나이는 10대가 13명, 20대가 57명, 30대 27명, 40대 3명으로 20대가 과반수였다. 중국에 체류하게 된 기간은 1~5년 이내가 9명, 6~10년 이내 19명, 11~15년 이내 46명, 16~20년 이내 25명, 21년 이상 1명으로 조사됐다. 북한에서의 직업은 노동자가 35명, 상인 31명, 농장원 18명, 교사 6명, 학생 4명, 예술단원 3명, 군인과 의사가 각각 2명, 1명이었다. 이들은 아이를 낳지 못한 8명을 제외하고 전부 중국에서 결혼생활을 하며 아이를 출산했다. 자녀가 1명인 여성은 45명, 2자녀 40명, 3자녀 7명이다. 그들은 인신매매 과정에서 여러 집으로 팔려다니며 여러 명의 남편을 만나기도 했다. 낳은 아이가 전부 아버지가 각기 다른 여성도 있었다. 중국에 비자발적으로 온 탈북여성은 77명, 자발적으로 온 여성은 23명이었다. 강 교수는 “자발적으로 왔다고 이야기하지만 중국행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선택이 과연 자발적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2003년 탈북한 여성은 19살 나이에 북한에서 낳은 아이를 굶겨 죽였다. 낙태를 하면 병원비로 한 달 식량값이 들었다. 돈이 없어 낳았고, 돈이 없어 굶겨 죽였다. 그는 “아버지가 ‘너까지 영양실조 걸리면 우리 가족을 부양할 사람이 없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강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3일을 울었어요. 그 다음에 울지도 못하고 결국 말려 죽였단 말입니다”라고 했다. 남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중국으로 갔던 그는 북한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한국으로 가지도 못한 채 13년째 중국에 머물고 있었다. 그 역시 중국 브로커에 의해 인신매매를 당한 뒤 1만6000위안에 팔린 희생자였다. 북한을 탈출한 여성들이 꿈꾼 삶이 ‘인신매매 희생자’일 수는 없다. 그들은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장사를 해 번 돈으로 북한의 가족들을 부양할 목적으로 국경을 넘었다. 또는 자유를 꿈꾸며 한국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인신매매의 희생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에 지금 살고 있는 (탈북)여성은 나이가 19살인데, 14살에 인신매매당해서 15살에 첫째를 낳고, 17살에 둘째를 낳고, 19살에 셋째를 가지니 그제야 중국인 남편이 다리에 채워둔 족쇄를 풀어주더랍니다. 그 자리에서 도망쳐 한국으로 왔지. 그들이 겪었을 고통이 상상이나 갑니까. 그들도 한 민족이고,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정부는 이 상황을 알려고조차 하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 표지 이야기
- 미세먼지 잡는다고 경유세 인상?(2017. 05. 08 17:52)
- 2017. 05. 08 17:52 경제
- ㆍ정부, 경유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인식… 7개 운송사업자 단체 거센 반발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을 경유차로 몰아가는 정부의 태도를 묵과할 수 없다.” 전국버스연합회와 전국화물연합회, 전국개별화물연합회 등 7개 운송사업자 단체는 4월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주요 정당에 제출하고 경유세 인상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내 미세먼지 발생은 중국과 계절적 영향 외에도 충남지역 석탄발전소 등 다양한 곳에 원인이 있음에도 정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세금 인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유세 인상은 화물·버스업계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인 정책이며 실효성 없는 환경대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경유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보고 경유세를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경유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게 실제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유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려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가 경유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보고 경유세를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주유소 입구에 유가 정보가 게시돼 있다. / 연합뉴스 “현실 반영 못한 행정편의 환경정책” 경유세 인상안은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미세먼지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제3차 수송용 에너지 세제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 환경평가연구원, 교통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네 곳에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방안’ 관련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휘발유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경유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됐고, 정부는 5월 중순쯤 연구용역 2차 중간보고 후 6월쯤엔 공청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경유에 붙는 세금이 최대 90% 인상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경유세를 올리면 경유차가 생계수단인 서민들의 피해는 불보듯 뻔해진다. 전체 경유차 중 300만대가량은 생계수단으로 쓰이고 있어 경유세 인상이 결국 ‘서민 증세’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화물차주들은 안 그래도 적은 소득으로 힘겹게 사는데 경유세가 오르면 운임을 보전하기 위해 화물을 과적하는 등 교통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고 토로한다. 높은 연비와 휘발유 대비 낮은 기름값 때문에 휘발유차가 아닌 비싼 경유차를 구입한 소비자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정부의 경유세 인상 추진은 경유세를 올려 경유차 구매를 억제하는 것이 미세먼지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자동차 업계로서는 레저용으로 잘 나가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상황에선 디젤 모델 출시를 축소하는 게 유일한 대응책이 되는 것이다. 경유세가 올라도 차량 중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지목된 노후 화물트럭을 교체하기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오래된 화물트럭의 경우 이미 경유세 인상 차액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어 차량 교체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국민들의 반발 여론을 잠재우는 게 가장 큰 숙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6명은 미세먼지 대책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경유세 인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3월에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9.8%가 경유세 인상에 반대했다. 응답자들은 또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해선 국내 대책(39.0%)보다는 국외 대책(58.1%)이 시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들의 반발도 문제이지만, 현재 경유세 인상 여부를 놓고 미세먼지를 잡으려는 환경부와 산업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 의견도 제각각이다. 정부가 경유·휘발유 가격을 조정하는 유류세 개편안을 10년 만에 발표하기로 했지만, 개편까지는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경유차는 과연 미세먼지 주범일까 과연 차량 중 경유차에서만 미세먼지가 발생할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나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경유차뿐만 아니라 다른 연료 차량에서도 미세먼지가 배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현황 및 개선과제’ 자료를 보면 수도권 수송용 차량 전체에서 경유차의 미세먼지(PM10 기준) 배출량 기여도는 0.8%에 불과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04~2013년 경유 소비량은 증가했지만 PM10 배출량은 50% 이상 감소했고, PM2.5도 감소추세에 있다. 특히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표하는 미세먼지 배출량에는 중국 등 외부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를 고려하면 수도권 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량 기여도는 환경부 추산치(29%)보다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유세 인상 논란이 가열되자 이번 기회에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휘발유의 평균가격은 ℓ당 1455원으로 집계됐는데 각종 세금을 제외하면 순수한 휘발유 가격은 549원에 불과하다. 세금은 총 905.75원으로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 비중이 62.3%에 달했다. 그래서 한국 자동차는 기름이 아닌 세금으로 달린다는 말이 나온다. 이러다 보니 전체 에너지 세수(稅收)에서 휘발유·경유와 같은 수송용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기·석탄·우라늄 등 비수송용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크게 높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돌고 있다.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수송용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이지만, 세수에선 88%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유업계가 유류세 인하 없이 주유소 판매가격을 내리는 게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름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높다”며 “정부는 유류세 인상이 아니라 유류세를 인하해 내수경제 활성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또 OECD 국가 중 소득 대비 납부하는 경유세가 한국이 최상위여서 유류세 인상은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향후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유류세를 인상할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세제혜택이 많은 발전용 우라늄과 석탄에 대해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최근 힘을 받고 있다.
- [커버스토리]고삐 풀린 경유값, 서민 경제 벼랑 끝(2008. 05. 29)
- 2008. 05. 29 경제
- 신흥국 소비 늘고·중국 지진도 영향… 정부는 무대책 경유값의 폭등은 산업 전반에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서울시내의 한 주유소가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비싼 가격을 공시한 모습.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경우 운송료가 70만 원인데, 경유값 상승으로 기름값만 50만 원 가까이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여기에다 톨게이트 요금에 식대·알선료·보험료·지입료 등의 비용을 제하면 움직이는 만큼 손해고 적자입니다. 운전대를 놓으라는 말입니까? 뭔가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22일, 화물연대 관계자의 목소리는 다소 격앙되어 있었다. 전화기 너머엔 전화벨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무대책인 정부에 항의하는 전화들로, 화물연대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독촉성 전화”라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경유값이 폭등세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뛰어오르며 서민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휘발유보다 20~80원 비싼 경유값을 공시하는 주유소가 서울을 비롯해 지방 곳곳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Opinet)’에 따르면 이날 판매가 기준으로 강원 원주시 흥업면 ㅁ주유소의 경유값이 휘발유값보다 20원 높은 ℓ당 2029원에 등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유값이 사상 최초로 2000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서민의 기름’으로 불리는 경유가 오히려 서민 경제를 벼랑으로 몰고 있다. 화물차·영세상인, 움직일수록 ‘적자’ 석유공사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의 국제 경유값은 배럴당 162.8달러로 휘발유값(129.5달러)에 비해 25.7%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올 초부터 이달까지 휘발유값은 104.42달러에서 125.88달러로 21.46% 상승한 반면 경유값은 113.91달러에서 155.03달러로 41.12%나 뛰었다. 그 동안 정부는 서민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세금정책을 통해 휘발유보다 경유가 싸게 공급되도록 유도해왔는데 국제 경유 현물가격이 치솟으면서 가격 통제 범위(약 220원)를 벗어나 소비자 가격마저 역전된 것이다.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추월해 연일 치솟고 있다. 22일 서울 서부화물터미널의 화물 트럭 들이 한낮에도 운행하지 못한 채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경유값 상승에 등골이 휘는 것은 서민이다. 경유승용차를 운전하는 사람들도 힘들지만 특히 건설 장비, 대형 트럭, 화물운송업자와 트럭으로 장사하는 영세상인들에겐 세금보다 더 무서운 ‘기름 폭탄’이 되고 있다. 서대문 로터리에서 만난 김운영(39)씨는 “1t 트럭을 몰고 다니며 하루 10시간 정도 과일 행상을 한다”면서 “하지만 최근 경유값이 하도 올라 돌아다니기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아예 진을 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목 좋은 데야 다들 욕심내는 곳이기 때문에 다툼도 많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여름만 해도 한 달 유류비가 40만 원 정도였는데 가파르게 오르더니 지난달엔 80만 원을 넘었다”면서 “동료들 사이에선 “그랜저 몰고 다니며 과일 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영세 화물운송업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기름값을 감당하기 힘든 화물차들이 경유 가격의 75% 수준인 등유를 섞어서 연료로 사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소형 화물차들의 LPG 엔진 개조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일부 화물 차주들은 고속도로 통행료가 50% 할인되는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졸음을 참아가며 아찔한 운행을 해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 박성현 법규부장은 “유가보조금 증액, 면세유 공급, 운송료 현실화 등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으면 6월 말부터 운전대를 놓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경유차의 인기도 바닥에 떨어졌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경유차를 구입하려는 일반 시민들의 수도 크게 줄어, 현대·기아자동차의 월평균 경유승용차 판매 대수를 보면 1년 반 사이 33% 이상 감소했고, 급기야 쌍용자동차는 지난 20일 렉스턴 등 SUV를 생산하는 평택공장 조립 1라인의 한시적 부분 휴업을 단행했다. 중고차 매매단지도 올 초보다 경유차 가격이 100만~200만 원가량 떨어졌지만 경유차를 내놓는 사람은 있어도 찾는 사람은 없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치솟은 경유값 때문에 원양어업을 중단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강원도 환동해출장소는 올해 도내에서 러시아 어장에 진출하는 오징어 채낚기어선은 모두 29척으로 지난해의 51척, 2006년의 54척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23일 밝혔다. 수익이 좋아 출어 경쟁까지 빚어졌던 러시아 수역에서의 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의 면세유 경우 1드럼(200ℓ) 값이 10만5000원이었던 것이 5월 현재는 17만2000원으로 크게 올랐으니 보통 400드럼 이상 싣고 나가 조업을 하는 선박주로서는 피치 못할 결정이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진 것은 국제 경유가 급등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경제국들의 경유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다 유럽의 때 아닌 한파로 난방용 경유 수요가 몰리면서 국제 경유값은 지난주에만 7%가 넘게 올랐다. 중국 대지진으로 발전용 경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달러 가치가 다시 약세로 돌아선 것도 유가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제 경유가격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원자력 개발’ 딴소리 국제 유가 상승은 우리 가계에서 지출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1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은 241만92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3% 증가했다. 이중에서도 고물가로 광열수도비 지출은 전년 동기대비 14.6%나 급증했다. 특히 국제 유가 급등 여파로 휘발유·경유 등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연료비 지출은 16.6% 증가했다. 수도료와 전기료도 각각 6.0%와 12.7% 늘어났다. 교통비도 큰 폭으로 증가해 1분기에 연료비와 승용차 구입비 등을 합친 개인교통비 지출은 10.8% 증가했고, 이 중 연료비 지출은 11.0% 늘어났다. 문제는 앞으로다. 전기료와 버스 등 공공요금이 잇따라 오를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지난해 7.6%의 전기료 인상 요인이 발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 5.5% 인상 요인이 추가로 발생했다”면서 “내년은 너무 늦고 올해 안에 어떤 형태로든 인상해야 한다”고 말해 올 하반기 중 전기요금 인상을 내비쳤다. 버스요금도 들썩인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경유가격 급등이 지금의 추세대로 계속된다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판”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태가 이렇듯 심각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무대책에 가깝다. 생활 물가지수 가운데 유가 지수는 2005년 4월 96.2에서 3년 사이 149로 대폭 상승했다. 경유값을 합리화하겠다던 정부의 당초 목표는 휘발유 가격의 85%선. 하지만 휘발유보다 비싸진 경유값을 지불하면서 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아직은 먼 이야기로 들리는 ‘원자력 자원 강화’가 정부의 유일한 대책이다.
- 표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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