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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겸의 풍경](27)경북 경주(2022. 05. 06 14:51)
- 2022. 05. 06 14:51 문화/과학
- ㆍ바람 따라 물결치는 봄 경북 경주의 봄은 화려하다. 벚꽃을 시작으로 온갖 꽃이 차례차례 만발하면, 꽃을 찾아오는 이들도 절정을 이룬다. 꽃이 지면 봄도 끝난 것 같지만, 실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 황룡사지와 분황사의 사이, 푸른 청보리밭이 푸른 봄의 빛깔을 뽐낸다. 황룡사는 신라를 대표하는 사찰이었다. 크기가 무려 6만6000여㎡(약 2만평)에 이르렀다. 당대 가장 큰 규모였다. 황룡사가 신라의 왕을 비롯한 귀족의 사찰이었다면, 바로 곁에 선 분황사는 서민의 기도처였다. 모전석탑으로 유명한 이 절은 소박하지만 단단한 인상을 풍긴다. 과거에는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만 되면 꼭 들렀다 가는 코스였다. 황룡사의 절터와 분황사의 모전석탑이 예전 사람들을 끌어들였다면 청보리밭은 상춘객을 불러 모은다. 파란 하늘만큼이나 매혹적인 청보리의 행렬은 경주시가 새로운 관광요소를 위해 조성했다. 광활한 대지 위에 뿌리를 내린 보리가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물결친다. 그 사이로 사람들이 들어가 꽃처럼 피어난다. 분황사 청보리는 5월 초까지 푸르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5월 말이면 누렇게 물들어 마지막을 장식한다. 경주의 봄이, 그렇게 익어가고 있다.
- 정태겸의 풍경
- [렌즈로 본 세상]“죽음의 경주를 멈춰주세요”(2020. 11. 27 15:53)
- 2020. 11. 27 15:53 사회
- 고 문중원 기수 1주기 추모제가 지난 11월 24일 서울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렸다. 오은주씨는 남편의 추모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울고 있었다. 문 기수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일하다 지난해 11월 29일 승부 조작, 부당 지시와 횡포, 조교사 개업 비리 등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문 기수 사망 이후 진상규명을 위한 100여일의 노력 끝에 마사회와 시민대책위는 ‘경마공원 사망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합의 이후에도 서울경마공원 마필관리사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씨는 이날 추모제에서 “죽음의 경주를 멈추기 위해 마사회가 하루빨리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올바른 제도 개선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렌즈로 본 세상
-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한국마사회 외주화가 부른 ‘죽음의 경주’(2020. 01. 17 18:23)
- 2020. 01. 17 18:23 경제
- 세금 중에는 ‘죄악세(sin tax)’라는 것이 있다. 술·담배·도박과 같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재화 용역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국내에서도 1년에 15조원 이상 걷히고 있다. 이 가운데 도박, 즉 사행산업에서 나오는 세금과 기금만 2018년 기준 6조2000억원이다. 매출이 22조2000억원이니 27.8% 정도가 사실상 세금(이하 기금은 세금에 포함)인 셈이다. 이중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게 7조5000억원에 이르는 경마이고, 세금은 1조6000억원이다. 경마를 진행하는 경마공원은 서울과 부산, 제주 세 군데 있다. 경마 관련 산업을 주관하는 곳이 마사회다. 한국마사회 내부 비리를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문중원 기수의 아버지 문군옥씨(71)가 1월 6일 청와대 앞길에 놓인 빈 상여를 보며 슬퍼하고 있다./이준헌 기자 지난해 11월 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 문중원 기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진상규명과 대책수립 마련을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마사회의 ‘다단계 하청구조’와 ‘기수 생계 보장’ 여부다. 마사회는 “다단계 하청구조는 사실과 다르다”거나 “기수의 평균 소득이 7000만원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마사회는 마사회-마주-조교사-기수·말 관리사의 다단계 구조로 되어 있다. 마사회는 “마사회는 경마를 주최하는 기관이고, 경주에 참여하는 마주는 구단주, 조교사는 감독, 기수는 선수의 역할을 하므로, 이에 따라 상호 간 계약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프로골퍼가 캐디와 계약을 맺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경마를 통한 모든 수익을 비롯해 재정이나 예산을 한국마사회가 독점하고 있고, 기수들에 대한 상금 배분방식도 마사회가 정한다”며 “마주, 조교사, 말 관리사, 기수들은 수평적 계약 구조가 아니라 마사회의 엄격한 통제와 지시를 받는 관리 감독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시민대책위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기수의 기본 월급은 평균 300만원 정도다. 기수의 소득이 연 7000만원이라는 마사회의 주장은 수억원대의 고액을 버는 기수들 때문에 생긴 숫자상의 평균 금액이다. 더구나 이는 소득이 아니라 매출이다. 기수가 감당해야 하는 4대 보험, 장구비 등을 고려하면 실제 소득은 더 낮아지고, 부상이나 실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을 따져봐야 한다. 말의 세밀한 관리와 훈련을 하는 데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마사회가 “조교사 부당지시 등 경마 공정성 위반행위 전수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힌 데 대해 시민대책위는 “마사회의 구조와 묵인 등 진상 조사의 대상인 마사회는 자체 조사를 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조사 대상이 조사하는 셀프조사라는 것이다. 경마산업에 관련한 사람들은 1993년까지는 모두 마사회 직원이었다. 이후에 외주화를 한다면서 민영화가 된 것이다. 서울경마공원의 경우엔 ‘부가순위상금’이라고 해서 등수에 들지 못한 기수들에게도 일정 액수를 줘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지만, 부산경남경마공원에는 이것이 없다. 따라서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마저 불안정한 상태다. 승자독식의 구조 속에서 죽음의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이곳에서만 지난 몇 년간 7명의 기수가 자살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출전 기회도 승자독식인데다 마사회를 정점으로 한 인맥을 중심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외주화가 부른 죽음의 경주, 지금 광화문 시민분향소에서는 또 하나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
- 비리사학 경주대, 범사회 대책위 출범(2019. 11. 18 14:56)
- 2019. 11. 18 14:56 사회
- ㆍ새 총장 임명에도 계속되는 파행… 교육부는 각종 의혹에 뒷짐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교비 횡령 동종 누범이고, 본인이 변제한 것도 아니었다. 전 총장이었던 김일윤이 이전에 10억원 기부한 것이 감경이나 참작 사유가 된다는 것도 의문이고.” 전필건 전 교육부 사학혁신위원회 위원은 지난 10월 17일 업무상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순자 전 경주대 총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이 선고되자 이렇게 말했다. 경주대 캠퍼스 전경/경향자료 지난 20여 년 동안 사학비리척결운동을 해온 한 교육계 인사는 김일윤 전 총장 일가가 운영하는 경주대를 상지대·수원대와 함께 ‘대한민국 3대 비리사학’으로 꼽았다. “상지대의 전 총장 일가는 쫓겨났고, 수원대는 여전히 소송 중이다. 경주대의 경우 지역유지 중에서 최악의 케이스다. 학교법인을 차려놓고 다 빨아먹었다. 아무리 처분을 내려도 어차피 지역으로 내려가면 재판으로 다 뒤집는다.” 사실일까. 경주대는 1988년 한국관광대학으로 개교했다. 설립자는 5선 정치인인 김일윤씨(81)다. 한국외대 영어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서울에서 입시학원을 차려 성공했다. 한때는 역시 국회의원을 역임한 서한샘씨와 함께 학원가의 ‘투톱’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가 설립한 사학법인이 ‘학교법인 원석학원’이다. 경주대와 2년제 서라벌대, 신라고 등이 이 법인이 운영하는 학교다. 1970년대 후반부터 정치인의 꿈을 키우던 김씨는 제12대 총선에서 민한당 후보로 당선된 후, 1987년 이후엔 민정당으로 갈아탔다. 그에게 첫 시련은 1992년 3당 합당 후 민자당 공천에서 탈락한 것이다. 1993년 학교공금 5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무소속-신한국당을 오가던 그는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의 간판으로 당선되었지만 금품수수 영상이 포착되어 징역 1년 6개월 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다. 10년 끌고 온 대표적 사학비리사건 경주대 분쟁은 2009년에 다시 불거져 10년을 끌어왔다. 김씨가 감옥에 간 사이, 부인 이순자씨가 총장에 취임했다. 서라벌대 총장은 장남 김재홍씨가 맡았다. 족벌체제가 완성된 것이다. “그 뒤 학교의 교육환경은 황폐화됐다”고 현 재단 측 인사는 말한다. “2008년까지는 학교 규모에 비해서는 꽤 잘해냈다. 지역특성상 관광문화콘텐츠 관련 특화할 수 있는 것도 많았고, 경주문화콘텐츠산업센터 등 산학협동체제도 잘 만들어놨다. 그런데 그걸 다 망쳐놓은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여담’이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사실 교수협의회가 결성되었을 때 앞장선 이들이 다 잘나가던 교수들이었다. 국책사업 프로젝트 따온 실적도 제일 앞선 교수들이 주도했다. 그런 분들이 다 해직되고 쫓겨났다. 몇 분은 긴 해임무효 소송을 통해 복직되었지만….” 교수협 측은 구재단, 다시 말해 이순자-김재홍 일가 측이 횡령한 교비로 사적 이익을 챙기는 한편 학령인구 감소를 핑계로 고의적으로 학교 문을 닫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교수협 측으로부터 방대한 분량의 구재단 의혹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 대부분 구재단 측, 김일윤씨 일가와 친인척이 관련된 비리 의혹이다. 교수와 교직원들에게 인격적 모욕을 가해 해고하는 한편, 리모델링을 핑계로 학교시설을 고의방치하거나 리베이트를 수수하는 등의 내용이 주된 부분이다. 학교 측 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원석학원 산하 대학이 가지고 있는 토지자산만 시가가 3000억원이 넘는다. 2009년 이후 김씨 일가가 교직원을 다 쫓아내고 학교를 고의로 망친 것은 결국 교비로 조성된 부동산 등을 먹기 위한 것이다. 대학을 폐교시키고 시간이 지나면 자기 것이 되니까. 과거에 비해 학생 수가 대폭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을 핑계로 그동안 호의호식하던 김씨 일가들이 학교를 없앤 뒤 학교 자산을 편취하려는 것이다.” 결국 2017년 12월, 경주대는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경주대와 원석학원은 입시 및 학사관리, 교비회계 운영과 관련해 50여 건이 넘는 불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10월 17일 이순자 전 총장에 대한 판결은 그에 대한 결과다. 교육부는 임시이사를 파견했고, 총장공모위원회를 거쳐 지난 7월 1일자로 정진후 전 국회의원을 신임총장으로 임명했다. 고의 폐교? 과거와 달라진 사학비리 양상들 그러나 분쟁은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총장이 선임되었음에도 학교 주요업무를 결정할 임시이사회는 7월 말부터 현재까지 수개월째 열리지 않는 등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구재단 측 이사들은 자신들이 쫓겨난 근거가 되었던 ‘임원승인취소’에 대한 취소소송을 냈고, 지난 8월 진행된 1심에서 교육부가 패소했다. 현 재단 및 교수협 측은 “뭔가 석연치 않다”고 의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사학비리로 쫓겨난 구재단 측과 재판을 하는 경우, 학교 측과 공동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재판 진행 직전까지 교육부가 학교 측에 재판 진행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선임을 추진 중인 4명의 임시이사 명단은 학교 측에 통보되기도 전에 구재단 측에 유출돼 구재단 측이 ‘이사회 개최 금지 요청’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교육부나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중 누군가가 구재단 측에 정보를 흘린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 11월 5일 교육부 측과 면담을 한 교수협 측 인사는 “임시이사 명단 유출에 대한 감사요구에 교육부 측은 ‘학교 측에서 검찰에 수사 의뢰하라’고 답했다”며 “자신들이 유출 의혹 당사자 중 하나이면서도 팔짱 끼고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가 돌아가려면 예·결산이라도 교육부가 결제를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거절당했다”며 “‘구이사들이 1심을 이겼으니 구이사들 측도 자격이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엉뚱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주대 등 원석학원에서 파행이 지속되는 것과 관련, 교육·시민사회단체 등은 11월 21일 범시민사회단체 차원의 경주대 대책기구를 만들어 학교 정상화 호소 등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방정균 전 임시이사파견대학 공대위 공동대표(상지대 교수)는 “사학비리 양상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예전에는 학교 돈을 빼먹는 방식으로 사학비리가 이뤄졌다면, 요즘 지방대의 경우 정원을 못 채우니 빼먹을 돈이 없다. 그러니까 악의적으로 폐교를 시켜 잔여재산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그런 목적으로 학교운영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교육부가 경주대 사태와 관련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구재단과 소송을 일반적인 원칙 아래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고 주장했다. 구재단 측에 선임 중인 임시이사 명단이 유출된 것과 관련해서는 “자체적으로 확인해봤지만, 어떻게 그 사람들이 명단을 입수할 수 있었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했다”며 “학교법인에도 알려주지 않는데, 우리가 임원 취소한 분들에게 그걸 줄 리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학교에 재직 중인 구재단 측 인사는 제기된 비리 의혹들과 관련해 “김일윤 전 총장은 경주에서 5선 국회의원 하고 경주 김씨의 중심적인 인사인데, 경주대를 빼면 남는 것이 뭐가 있겠느냐”며 “경주대가 없어지면 김일윤이라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폐교 후 부동산 등 학교재산을 빼내기 위해 학교운영을 방해하고 있다는 등의 의혹을 일축했다. 이순자 전 총장 비리와 관련해서도 “처음에는 15개 의혹을 고발했는데, 결국 남는 것은 2, 3개에 불과했다”며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하지만 이제 1심 판결이 끝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주대가 현재 파행운영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라며 “이쪽저쪽 따지지 말고 ‘원팀’이 돼 위기를 헤쳐가야 하는데, 아직도 구재단 탓을 하며 자신들의 무능책임을 돌리고 있는 현 학교 측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 [원희복의 인물탐구]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공동대표 허경주 “여전히 정부의 재난 컨트롤타워는 없다”(2017. 08. 22 10:01)
- 2017. 08. 22 10:01 사회
- 세월호 참사가 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잊지 말자’다. 탐욕에 눈이 어두워, 혹은 다소의 불편함을 못참고 규정을 잊는 것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과거 발생한 재난의 교훈을 잊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재난을 잊는 것이다.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싣고 중국 칭다오항을 향하던 스텔라데이지호(26만톤)가 3월 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배에는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 선원 16명이 탔는데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다. 22명이 실종된 것이다. 워낙 먼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 우리 정부는 미국과 브라질, 영국 등에 구조 협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한 게 전부였다. 침몰 104일째인 7월 11일 정부는 선원 가족들에게 사실상 수색 종료를 통보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가족대책위)를 만들어 활동하던 가족들은 즉시 광화문 4·16 세월호 광장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그들의 요구는 지극히 단순한 “좀 더 수색해 달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소통 끊긴 지 한 달 넘어 22명의 실종자 가족대책위를 맡고 있는 허경주 공동대표(38)는 실종된 2등항해사 허재용씨(33) 누나다. 실종된 동생은 4남매 중 막내로 유일한 아들이었다. 그를 포함해 아버지·어머니, 여동생 모두 가업을 접고 막내동생 찾기에 매달리고 있다. “정부는 7월 11일 이후 수색상황과 관련해 아무 얘기가 없다. 그전에는 매주 두 번 가족과 정부 측이 만나 수색상황 브리핑을 했다. 그때 궁금한 것을 물었지만 이후 알 방법이 없다. 해수부와 외교부 과장급 사람과 휴대전화 통화도 됐지만 이젠 연락도 잘 안된다. 가족들의 요청에 대답하는 창구라도 만들어 달라.”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사건을 처음부터 다룬 박근혜 정부였다면 모르지만,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민원 1호’로 청와대가 직접 챙기겠다고 한 사건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철석같이 약속한 사건이다. 공교롭게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이 농성하는 장소는 문 대통령이 세월호 유족과 나란히 단식하던 바로 그곳이다. 그런 문재인 정부가 스텔라데이지호 가족과 소통을 끊은 것이 한 달이 넘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지난 10일 가족대책위는 4·16연대,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참여연대, 민주노총, 민변,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준)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천주교, 불교, 기독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등 종교단체들로 엮인 스텔라데이지호 시민대책위원회와 공동으로 정부 차원의 관계기관 합동대책회의를 통한 인근 해역 수색 등을 촉구했다. -정부 관계기관 합동대책위가 그동안 없었나. “사건 초기인 4월 1일 선사에서 사고를 신고하고 네 차례 정부 관계부처(외교부·해수부·해경)가 모여 회의를 했다고 한다. 내부적으로 위원장(컨트롤타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이 책임자로 이 문제를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 “하승창 수석을 몇 차례 만났다. 처음에는 사건 해결에 의지가 강했다. 오죽하면 ‘내가 외교부·해수부 국장을 불러 마지막 경고를 했다’는 강한 표현도 썼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흐지부지됐다. 추측컨대 ‘가족들이 생떼를 부린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믿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청와대나 위에서 아무리 압박해도 부처 실무자들은 꿈쩍 안하는 것 같다.”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뭐라 하는가. “강경화 장관도 만났다. 강 장관에게 이런 말을 하면 ‘그래요? 얘기가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옆에 있는 실무자들이 우리 말을 끊고 ‘그게 아니라 이런 것이다’라고 해명한다. 우리가 있는 데서도 그런데, 없는 데서는 얼마나 부정적인 보고를 할까 생각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빠른 수습을 약속했다. “4월 17일 선거유세 때 용산역에서 문재인 후보를 직접 만나 말씀 드렸다. 그래서 김영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후에 해양수산부 장관)과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만났다. 대통령에 당선되어 이곳 광화문에 왔을 때도 만나 10분 정도 얘기했고, 문 대통령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충분히 들어줬다. 당에서는 ‘청와대에 다 이관했다’고 했다.” 대통령이 그렇게 관심을 가진 이 사건이 아무런 소득 없이 중단될 수 있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평소 한쪽 측면만 보던 시민단체 출신은 공무원들의 합법적이고 세련된 보고서에 맥을 추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루던 외교부나 해수부 담당 공무원들은 자신의 초기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결국 뒤늦게 부임한 책임자가 이들 실무자보다 전문적인 식견이 없으면 그냥 ‘휘둘려 갈’ 수밖에 없다. 생존 가능성 놓지 않고 있는 가족들 최근 세월호 재조사 방식 변경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2기 세월호특별조사위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물론 사고 당시 실무자가 대부분 그대로인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조사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기 특조위는 별도 입법 등을 통해 여야가 합의해야 하는 만큼 시기·내용에 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 결정 역시 ‘영리한’ 공무원이 만든 ‘묘수’가 아니길 빌 뿐이다. 8월 14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와 시민대책위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에 실종자 수색을 촉구하는 가두서명을 받고 있다. -수색을 중단한 이유는 더 이상 실종자의 생존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인가. “상주·집중수색을 중단하고 통항수색으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예산 때문이라고 한다.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 돈으로 배를 빌려 수색에 나서면 7월 11일 수색을 끝내야 했다. 처음부터 돈에 맞춰서 수색할 수밖에 없었다. 7월 11일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 계속 물었지만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하다가 갑자기 ‘통항수색이다’로 통보한 것이다.” 정부가 ‘예산이 없어’, 그것도 10억원을 초과해 실종자 수색을 중단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럴 때 쓰라고 재난 관련 항목으로 예비비가 책정돼 있고, 기밀비가 많은 외교부는 이 돈을 쓸 수도 있다. 해수부도 마찬가지다. 당연하지만 가족들은 생존 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다. 침몰된 배에는 2척의 구명정(자체 동력·신호장치 갖춤)과 5개 구명벌(단순 뗏목 기능)이 있다. 구명정 2개는 발견됐고, 구명벌도 3개 발견됐다. 그러나 16인승 구명벌 1개와 6인승 구명벌 1개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발견되지 않은 16인승 구명벌에 선원이 생존해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허 대표는 “구출 선원의 말에 의하면 선원들이 대피하기 위해 구명조끼·잠수복까지 챙겨 선교에 나와 있어 충분히 구명벌에 탈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서 “16인승 구명벌은 자동으로 펼쳐지고, 여기에 자체 낚시도구 등 생존키트가 있을 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 간헐적으로 계속 비가 와 충분히 식수로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0일이 훨씬 넘는 현장수색과 항공수색, 심지어 위성촬영까지 했지만 지름 3m가 넘는 구명벌을 찾지 못하는 것은 미스터리다. 심지어 6m 크기의 잠수정 부서진 윗부분도 아직 찾지 못했다. “수색을 우루과이 해난구조센터가 주도했다. 나중에 해난구조센터 페이스북을 보니 그동안 연안수색만 했고, 대양수색이 그때 처음이라고 하더라. 게다가 우리가 왜 수색범위를 좁게 잡고 해류분석을 안하느냐고 따지니 해수부는 우리나라에 해류분석 전문가가 없고, 시간도 1년 걸린다고 하더라. 나중에 SBS 팀에서 민간에게 물어보니 이틀 만에 해류분석을 했다.” 세월호 복사판, 관련부처 간 협조 소극적 해수부·외교부의 무성의는 이뿐 아니다. 해수부는 우리나라 위성으로 사고해역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위성촬영을 의뢰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의뢰만 하고 이를 철저히 챙기지 않았다. 허 대표는 “항우연은 6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해수부의 추가 요구가 없어 그냥 가지고만 있었다”면서 “게다가 구명벌을 찍으려면 레이더 촬영이 아닌, 광학촬영을 했어야 했는데 6장 사진 중 5장이 레이더, 광학사진은 1장뿐이었다”고 허탈해 했다. 사고 책임부서인 외교부도 마찬가지였다. “서글픈 것은 외교부 국장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페루 고산지대에서 발생한 사고에 우리가 위성촬영을 해줘 구조에 도움을 줬다는 자랑을 했다. 페루 산악 실종자를 위해 위성사진을 찍어주고 정작 한국인이 실종된 바다는 안 찍은 것이 말이 되느냐며 따졌더니 ‘미처 생각을 못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매뉴얼이 없냐’고 따졌더니, ‘해수부에 있을 것’이라고 책임을 미뤘다. 해수부에 따지니 ‘해경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매사 그런 식이었다.” 가만히 이 사건을 복기해 보면 세월호의 복사판이다. 문제의 발단은 해양오염으로 폐선을 앞둔 유조선을 싸게 도입해 광석운반선으로 개조한 것이다. 이런 배가 전 세계에 52척인데 사고를 낸 우리나라 폴라리스사만 19척을 운항하고 있다. 액체원유를 수송하던 유조선이 철광석을 수송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 뻔하다. 배도 24년이나 된 낡은 배지만 세월호에서 보듯이 안전검사는 믿기 어렵다. 이렇게 큰 배를 도크에 올려놓고 평형수를 모두 뺀 검사를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에서도 여전히 ‘컨트롤타워’ 문제가 제기된다. 처음부터 관련 부처의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법(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하면 해외재난은 외교부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외교부는 해양사고에 문외한이다. 실제 해양사고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해수부·해경은 소극적 대처로 일관했다. 해군을 지원하는 국방부도 나몰라라 했다. 이렇게 몇 개 부처가 연관돼 있을 경우 안전행정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야 했지만 안행부도 ‘세월호의 악몽’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안행부는 세월호 참사에서 잘못된 보고로 큰 곤욕을 치른 이후 매우 보수적으로 일해 왔다. 인명피해 규모가 작아 중대본 가동 요건이 안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복합 해외재난의 경우 안행부 장관 지휘로 정부 합동 해외재난대책지원단을 만들어야 했지만 이 역시 가동되지 않았다. 안행부가 관여하지 않으니 총리실도 손을 놓고 있었다. 탄핵으로 ‘식물정부’였기 때문이다. 현장 실무자들이 이런 상태에서 청와대만 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침몰에 관한 진실을 안고 3300m 바닷속에 잠겨 있다. 혹시 그 안에 희생자가 있을 수 있다. 심해저 잠수정을 동원해 사진촬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잠수정 로봇팔로 희생자도 인양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 정부가 그렇게까지 진실을 규명하고 희생자를 인양하려 할까. 허 대표는 막내동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강원도 춘천이 고향으로 동생은 강원대 법대를 다녔다. 동생은 공부를 잘했다. 대학원을 가려고 하다가 항해사가 괜찮다고 해 직업전문학교(부산 오션폴리텍)를 다녔다. 1년 반 공부해 자격증을 따고 2013년 폴라리스에 입사했다. 키가 185cm로 믿음직스럽고, 놀기도 잘하고, 리더십도 강한 동생이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다….”(그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 원희복의 인물탐구
- [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14) 2016년 5대 환경뉴스 선정- ‘경주 지진에 따른 원전 안전성 논란’이 1위(2016. 12. 26 18:03)
- 2016. 12. 26 18:03 사회
- 2위는 ‘4대강사업에 따른 수질오염 논란’, 3위는 ‘스모그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 4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검찰 수사 및 국정조사’, 5위는 ‘폭염에 따른 에너지 소비 급증 및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논란’이었다. 의외의 결과라고 여겨졌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당연히 가장 중요한 사건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매달려 온 나 같은 사람에게나 가장 중요하지, 일반 시민들에게는 경주 지진의 충격과 그로 인한 핵발전소의 안전문제가 더 큰 문제였을 것임을. 가습기 살균제 문제의 경우 강의를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중들에게 묻는다. ‘가습기 살균제로 얼마나 많은 사망자가 나왔을 거라고 알고 계세요?’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십 명 정도…’라고 답한다. 간혹 소수가 ‘몇백 명’이라고 말하는 정도다. 사람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신고가 11월 중에 1000명이 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를 보도한 언론기사가 몇 개 안 되므로 당연한 반응이다. 지난 5~6월 폭발적인 언론보도가 있었을 즈음에 이런 여론조사를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2016년도 국내외 환경뉴스 선정의 배경은 2016년도 국내외 주요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파악해 문제의 발생원인 등을 살펴보고, 앞으로 해결방안 모색 및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조사는 다음과 같이 이뤄졌다. 먼저 11월 말 환경운동가들이 10여개의 국내 환경뉴스 후보, 5개의 국제 환경뉴스 후보를 선정했다. 그리고 2주간의 인터넷 설문을 진행했다. 혹시 누락된 주요 환경뉴스가 있는지 파악하고 대충의 여론 흐름을 점검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신규원전 건설허가 문제가 중요하다는 제안이 있었고, 여론조사 후보 뉴스에 반영됐다. 그리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했다. 리서치뷰는 질문지를 간결하게 작성했다. 조사는 12월 15~16일 이뤄졌다. 조사방법은 구조화된 질문지를 통해 컴퓨터 자동응답시스템을 통해 무작위로 이루어졌다(ARS-RDD). 대상은 전국 19세 이상 휴대전화 가입자 1000명의 성인남녀다. 2016년 11월 말 현재 국가 주민등록인구 통계기준으로 남녀별·지역별 인구 대비 비례 할당 후에 무작위 추출했다. 응답률은 11.1%로 높다고 할 수 없다. 비교적 어려운 설문에 속하고 10분이 넘는 시간을 할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선생님께서는 2016년에 발생한 다음 아홉 가지 국내 환경문제 중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이어 9개의 뉴스문항이 제시되었고, 이 가운데 한 번에 하나씩 두 번을 선택하는 복수응답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니까 모든 응답률을 합하면 200%가 된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환경운동가들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선정한 2016년 국내 환경뉴스에서 ‘경주 지진에 따른 원전 안전성 논란’이 1위를 차지했다. 한 남성이 지난 9월 경북 경주 지역을 강타한 강진으로 무너진 담벼락을 치우고 있다. / 이석우 기자 4위 선정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의외’ 1위는 ‘경주 지진에 따른 원전 안전성 논란’으로 응답자의 40%가 선택했다. 2위는 ‘4대강사업에 따른 수질오염 논란’으로 응답자의 35.5%가 답했다. 3위는 ‘스모그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로 응답자의 35.2%가 골랐다. 4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검찰 수사 및 국정조사’로 응답자의 31.1%가 선택했다. 5위는 ‘폭염에 따른 에너지 소비 급증 및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논란’으로 응답자의 25.7%가 선호했다. 여기까지가 100% 기준으로 전체 응답자의 대다수인 84%가 답했다. 개별항목별로도 10%가 넘는 뉴스들이다. 국내의 2016년도 5대 환경뉴스라고 할 만한 대상들이다. 나머지 4개의 뉴스들은 낮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6위는 ‘사드 배치 결정에 다른 전자파 논란’으로 12.6%, 7위는 ‘원전 신규 건설허가’로 9,4%, 8위는 ‘설악산, 지리산 케이블카 논란’으로 5.7%, 9위는 ‘원전사고 재난영화 개봉’으로 4.7%였다. 일반사람들이 거의 기억하지 못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환경뉴스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응답 결과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1위를 차지한 ‘경주 지진에 따른 원전 안전성 논란(40.0%)’을 꼽은 응답은 여성(45.5%), 19세 및 20대(53.9%), 부산·울산·경남(52.9%)에서 가장 많았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20년 넘게 환경뉴스를 다뤄온 월간 박현철 편집주간은 “20대가 탈핵 의식이 가장 높고, 부산·울산·경남이 경주 지진이 발생한 곳이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12월 21일 열린 환경보건시민대회에서 환경뉴스 결과를 소개하며 설명했다. 2위를 기록한 ‘4대강사업에 따른 일명 수질오염 논란(35.5%)’은 남성(39.0%), 40대(44.8%), 충청(52.2%)에서 가장 많이 꼽았고, 3위 ‘스모그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35.2%)’는 30대(44.9%)에서 가장 많이 꼽았다. 여전히 4대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여름마다 녹조오염이 반복됨에 따라 국민들에게 중요한 환경문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검찰 수사 및 국정조사(39.1%)’를 가장 많이 꼽은 지역은 대구·경북(39.1%)이었으며, 60대는 ‘폭염에 따른 에너지 소비 급증 및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논란’(45.7%)을 가장 많이 꼽아 눈길을 끌었다. 참고로 두 번의 선택을 합한 중복선택이 아닌 첫 질문에 대해서만 1위부터 5위까지의 응답 결과를 놓고 볼 때 1위와 2위의 차이는 표본오차인 3.1%포인트 이내였고, 3위와 4위는 불과 0.4%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으며, 4위와 5위 간의 차이도 표본오차 수준에 머물러 5대 국내 환경뉴스들 모두 비슷한 비중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 5위와 6위의 차이는 6.9%포인트로 오차범위를 훨씬 벗어나 큰 차이를 보였다. 국제 환경뉴스 1위는 베이징 스모그 문제 국제 환경뉴스 선정은 모두 5개의 국제 뉴스 항목이 제시되었고, 국내 뉴스와 달리 하나만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중국 베이징 스모그 대기오염 문제’(36.6%)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폭우, 폭염 등 기상재난에 따른 지구촌 대형참사’(23.5%), ‘현재진행형인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유증’(20.4%), ‘유엔 기후협정 반대를 공약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12.9%), ‘파리기후협정 발효’(6.7%) 순이었다. 사실 환경운동가들은 일반시민들이 4위로 꼽은 ‘유엔 기후협정 반대를 공약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뉴스를 가장 중요한 국제 뉴스로 생각했다. 중국 베이징 스모그 문제는 매년 중요하게 다뤄지는 국제 뉴스라서 반복되는 감이 있지만 실제로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올해도 1위에 올랐다. 환경뉴스 선정은 매년 12월 하순에 열리는 환경보건시민대회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2011년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6회째다. 각종 환경문제로 피해를 본 환경피해자를 위한 송년 프로그램으로, 환경피해자대회라고 부르기도 한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송전탑이나 고압지중화 전자파, 시멘트공장 등 전국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활동해 온 분들이 모여 1년 동안의 활동을 소개하며 서로 격려하고 위로한다. 더불어 내년에는 보다 나은 사회, 문제가 해결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국내외 주요 환경뉴스들은 모두 구조적이고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는 환경문제들로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그러나 시민들이 이러한 문제를 기억하고 되짚는 과정에서 환경문제 해결의 중요성과 인식이 깊어질 것이고,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정책과 운동에 반영될 것으로 믿는다. 조금이라도 밝고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의 새해가 되길 소망한다.
- 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 [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8) 경주 지진 때 석면먼지는 어디로 갔을까(2016. 10. 04 16:05)
- 2016. 10. 04 16:05 사회
- 앞으로 지진 발생 시의 행동요령에는 석면건축물일 경우 어떻게 석면먼지 발생에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고 평소에 숙지되어야 한다. 아차 싶었다. 경주 지진 뉴스를 살피다가 포항의 한 고등학교 자습실에서 천장의 형광등이 떨어져내린 보도사진을 보고 나서다. 처음 이 사진을 보고 ‘지진이 심했구나, 학생들이 다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형광등 주변의 떨어져나간 천장마감재, 즉 텍스가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 천장텍스가 바로 석면이 함유된 석면마감재이기 때문이다. 지진 관련 뉴스를 보며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을까? 핵발전소는 괜찮을까? 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다가 정작 석면문제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떨어진 텍스는 조각 나서 교실 곳곳에 흩어졌고, 석면먼지를 흩날렸을 것이다. 형광등이 떨어져내릴 정도면 건물 전체가 흔들리면서 모든 천장텍스가 조금씩 뒤틀렸을 가능성이 크다. 금이 간 곳도 많을 것이고, 이전에 금이 가 있던 곳은 뒤틀림의 정도가 심해졌을 것이다. 파손된 곳으로부터 발생한 석면먼지가 교실을 뒤덮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건물이 지진의 진동을 흡수하는 내진기능을 갖추었다면 석면문제가 없을까? 내진설계는 건물의 근간인 철골구조에서 지진의 진동을 흡수해 견뎌내는 것이므로 건물이 흔들리는 것 자체를 막아내지는 못한다. 따라서 천장재가 석면자재인 이상 석면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경주 지진으로 건물피해가 발생한 학교는 모두 298곳이다. 이 중 83.2%인 243개 학교가 석면자재를 사용하고 있고, 지진으로 천장자재가 떨어지거나 갈라지고 벽면이 갈라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지진 진앙지와 가장 가까운 경주지역의 경우 65개 초·중·고교가 석면위험에 직면해 있다. 교육부와 환경부는 먼지 발생이 안 됐다며 석면비산의 우려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교실의 먼지를 채취해 전자현미경으로 검사해보지 않는 이상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한 달여 후인 4월 17일 한·일시민조사단이 폐허가 된 후쿠시마 일대에서 석면 건축폐기물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 최예용 피해 입은 학교 중 83%가 석면자재 2016년 7월 현재, 전국 2만여개의 학교 중 68.2%인 1만4200개의 학교건물이 석면이 사용된 석면건축물이다. 석면의 위험성이 계속 지적되면서 교육당국이 매년 예산을 확보해 500여개 학교씩 석면을 제거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학생과 교직원들이 석면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데만 20년이 넘게 걸릴 예정이다. 5년 전인 2011년 3월에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의 경우에도 사람들의 관심은 처음에는 사망자와 실종자의 문제에 집중되었다. 곧이어 핵발전소가 연이어 터지면서 이후 뉴스의 초점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석면문제가 불거졌다. 엄청난 지진해일이 해안도시를 쓸어가버린 자리, 핵발전소가 터져 방사능을 피해 수천, 수만명이 원전피난민이 되어 버린 그런 현장에서 석면문제는 어쩌면 사치스런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후쿠시마 대지진의 경우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져 내린 상황이어서 파괴된 건물의 잔재를 치우는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석면에 노출되는 문제가 심각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9만개의 방진마스크를 배포했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날씨가 더운 상태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면 숨쉬기가 어려워져 작업자들이 마스크 착용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경주 지진으로 포항의 한 고등학교 자습실에서 천장의 형광등과 천장재가 떨어진 모습. 2015년 7월에 일본 환경성이 발표한 2014년도 석면 대기농도 조사결과를 보면 이전에 비해 대기 중 총석면섬유농도 수가 약간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있다. 이는 전국 29개 지점, 60개 장소에서 2005년부터 매년 같은 지점에서 대기 중 석면농도를 조사하여 연도별 추이를 비교해보는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문제는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전년보다 약 2~3배나 대기 중 석면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갔었고, 그 이후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지진 발생 다음해인 2012년 조사를 보면 예전에 석면원료를 사용해 석면섬유제품을 만들었던 사업장의 경우 0.1개/L에서 0.21개/L로 두 배가량 늘었고, 배경지역이라 부르는 일반지역인 상공업지역에서는 0.12개/L에서 0.33개/L로 늘었으며, 최대 6배 이상 증가한 곳도 있었다. 그리고 2014년 조사결과를 보면 대기 중 석면농도는 후쿠시마 대지진 이전의 상태, 그러니까 2010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 높은 수준의 석면농도를 보이고 있었다. 지진 발생 3년이 지났지만 지진으로 인해 증가된 대기중의 석면오염도가 정상치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건물이 무너져내리는 재앙 속에서 함께 발생한 석면문제의 극단적인 예가 하나 더 있다. 2001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테러의 경우다. 석면덩어리라고 할 정도록 석면이 많이 사용된 대표적인 건물이었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의 붕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석면먼지가 폭풍처럼 발생했고, 주변을 오염시켰다. 과학자들은 당시 사고현장에서 또는 인근에서 거주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석면질병의 발생 여부를 오랜 시간 추적조사하고 있다. 경주 지진은 ‘지진과 원전위험’이라는 문제가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선 안 되는, 한반도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전국 곳곳에서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더불어 경주 지진은 ‘지진과 석면위험’이라는 문제가 뒤따른다는 사실도 일깨우고 있다. 앞으로 지진 발생 시의 행동요령에는 석면건축물일 경우 어떻게 석면먼지 발생에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고 평소에 숙지되어야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각자가 이용하는 건물이 석면건축물인지 알아야 한다. 둘째, 석면자재가 건물의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대개 천장마감재, 화장실 칸막이, 슬레이트 지붕재 등이다. 셋째, 먼지 발생을 막는 석면건축자재의 안전관리 방법을 평소 알고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넷째, 지진으로 석면건축자재 파손 시 행동요령이 숙지되어야 한다. 특히 천장의 석면텍스가 파손되어 떨어져 내리는 상황이 중요한데, 화재 시 손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대피하는 지침과 비슷한 동작으로 석면먼지를 흡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석면지도 비치’ 법적 의무 강화해야 지진과 석면문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두 가지 재난이 연이어 닥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현행법은 학교 등 공공건물과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물에 대해 석면지도를 의무적으로 작성해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느 학교에서도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직원들이 석면지도라는 게 있는지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단순히 갖춰 놓기 위한 행정서류 정도로만 취급하고 있다. 앞으로 석면교육은 화재나 지진 시의 행동요령에 대한 교육과 훈련 시에 반드시 함께 안내되어야 한다. 또 건물의 석면지도는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누구나 알게 해야 한다. 아파트나 상가건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화장실 천장이 석면자재로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래된 주공아파트의 경우에는 창틀 코팅재나 바닥장판자재에 석면이 함유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상가건물의 경우는 복도와 화장실 칸막이재가 대부분 석면텍스로 되어 있다. 농가건물의 경우 지붕 슬레이트가 모두 석면인데, 지진으로 무너져 내리면 방치하지 말고 한쪽에 모아 비닐로 싸두어 밟거나 먼지가 비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궁금하다. 앞에서 소개한 천장의 형광등이 떨어져 내린 포항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실바닥의 석면텍스 조각들을 누가 어떻게 치웠을까? 교사가 했든 학생이 했든 마스크도 쓰지 않고 빗자루로 먼지를 일으키며 쓸어냈을 가능성이 크다. 아찔하다.
- 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최예용의 환경보건 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 [비상식의 사회]경주 지진, 거기에도 정부는 없었다(2016. 09. 27 11:02)
- 2016. 09. 27 11:02 사회
- 세월호 때와 달리 학생들은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지진 대비 매뉴얼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내진 설계가 안 된 학교가 지진 피난처인 경우도 많았다. 대통령은 무려 8일 만에 현장을 찾았다. 곰과 돌의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곰을 돌로 오인하면 어떻게 될까. 대체로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인류가 곰을 돌로 오인한다면 종족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반대로 돌을 곰으로 오인하면 어떻게 될까. 뭐 자주 놀라긴 하겠지만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다. 경북 경주 일대에서 진도 5.8의 큰 지진이 났고 수백 차례의 여진이 있었다.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지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다. 마치 곰을 돌로 오인하기로 작정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지진이 나고 있는데 더 이상의 큰 지진은 없을 것이라고 서둘러 말한다. 지진 지역에 위치한 신고리원전 5·6호를 계속 건설하겠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만들어진 국민안전처는 경주지진 재난문자를 제때 보내지 않았다. 지진이 일어난 지역의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세월호 때와 달리 학생들은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지진 대비 매뉴얼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내진설계가 안 된 학교가 지진 피난처인 경우도 많았다. 대통령은 무려 8일 만에 현장을 찾았다. 국민안전처 신설, 달라진 것은 없어 경주 일대에 강진이 난 지 1시간30분 만에 기상청 과장이 나와서 한 말은 놀랍다. “땅 밑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지진 관련 매뉴얼이 미비하다’는 국회의원의 지적에 “매뉴얼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다”며 “그때그때 사고가 나거나 하면 연구를 통해 대비해서 보완해 나가는 것이지 완성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진보다 더 무서운 말이다. 안전에 관한 정부의 태도는 비상식을 넘어 몰상식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 송호근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이번 지진에 수십명의 사상자가 났다고 가정하면 국민안전처는 폐기되고 국가안전처가 신설될지 모른다. 그때의 권고 문자는 이럴까? ‘국가는 안전합니다. 그리 아세요.’”라며 탄식했다. 도대체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세월호, 메르스에 이어 이번 지진을 바라보면서 국민들은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정말 우리에겐 각자도생의 지옥 같은 현실만 존재하는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정부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 것, 그리고 이 상황이 방치되는 것은 미래의 안전이 세월호와 같을 것이라는 강력한 암시다. 해경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메르스 때도, 지진 때도 정부는 보이지 않았다. 국민들의 가장 큰 우려는 지진 지역에 집중 배치된 원전의 안전 문제다. 혁명적인 인식의 전환 없이 우리는 원전사고마저 ‘사후약방문’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주 지진 발생 시 내부 규정을 어기고 4시간 늦게 월성원자력발전소를 수동 정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의원은 “지진 가속도 값은 그동안 발표해 온 0.0981g로 수동 정지기준(0.1g)을 넘지 않았지만, 응답 스펙트럼 값은 0.426g로 산출되어 해당 주파수대의 수동정지 기준 0.3g을 초과했는데도 이를 은폐한 채 4시간 동안 월성원전에 대한 수동 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응답 스펙트럼 값은 지진 발생 시 건물이나 설비 등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진동수나 주수)에 따라 흔들리는 값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원전 안전에 대한 이 같은 불감증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 마당에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신규원전 건설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신고리 5·6호 건설 전면 중단해야 이번 9·12 지진은 한반도 지진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뜻한다. 정부는 신고리 5·6호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단층조사를 비롯한 전방위 안전검사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반도 지진 문제가 원자력 안전 문제로 비화된 지점에 예산을 집중투입해 ‘돌을 곰으로 오인하는 수준’까지 대비해야 한다. 7.0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하지 말고 7.0 지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기준을 대폭 높여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성장 일변도의 사회가 쌓아올린 위험의 바벨탑을 과감히 무너뜨리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재원을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재난에 관한 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재난안전에 관한 제대로 된 플랫폼도 없는 상태다. 당장 만들어야 한다. 이 플랫폼은 공급자의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수용자, 즉 국민들의 행동 매뉴얼로 짜여져야 한다. 동일본 대지진 때도 그랬지만 이번 지진 때에도 메신저를 비롯한 통신수단이 마비됐고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도 다운됐다. 재난상황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가장 큰 공포는 고립이다. 비상시를 대비해 연결 시스템을 확보하고 재난 관련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며 피난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난에 관한 정보를 제때 제대로 공유하지 않으면 괴담과 혼란이 가중되게 마련이다. 샌프란시스코는 ‘SF72.org’라는 재난 안전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재난 발생 이후 72시간 동안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 행동지침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 기존 통신수단이 두절됐을 때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미디어 채널을 활용하는 방안 등도 담겨 있다. 동일본 대지진 때 한국에서 여행갔던 사람들이 통신수단이 두절됐을 때 트위터로 자신의 안전을 알린 사례는 유명하다. 이 사이트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와 사람들의 연결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나아가 재난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어떤 물품들을 구비해야 하는지, 지진 발생 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비상시에 잠자리는 어떻게 찾을 것인지 등을 상세히 알려준다. 최근 샌프란시스코는 이 사이트의 소스코드를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게 ‘city72’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재난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원자력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원안위 홈페이지의 동시접속 인원은 150명에 불과하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주변에 원전이 즐비한 이번 경주 지진 때조차 홈페이지가 정지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방문자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왜 이럴까. 재난정보조차도 각자 알아서 얻어야 하는 걸까. 9·12 지진이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중대 계기가 되길 바란다.
- 비상식의 사회
- [영화 속 경제]-우주선 경주의 승부수 ‘합리적 기대이론’(2015. 12. 07 17:14)
- 2015. 12. 07 17:14 경제
- 영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의 하나는 조지 루카스의 다. 1977년 개봉된 부터 2005년 나온 까지 모두 6편의 시리즈가 나왔다. 1977년부터 1983년까지 에피소드 3, 4, 5가 먼저 제작됐고, 16년 뒤인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에피소드 1, 2, 3이 개봉됐다. 조지 루카스는 “1970년대 기술력으로는 에피소드 1, 2, 3을 제작할 수 없어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이 충분히 발전할 때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시작이다. 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편, 무역항로를 독점하려는 무역연합이 공화국 소속의 나부행성을 공격한다. 공화국은 아미달라 여왕(나탈리 포트만 분)이 통치하는 나부행성에 두 명의 제다이를 보낸다. 제다이 마스터 콰이곤과 그의 제자인 오비완이다. 아미달라 여왕은 두 명의 제다이의 보호 속에 공화국 의회로 향하지만 무역연합의 공격을 받는다. 급히 피한 타투인 행성에서 이들은 노예소년 아나킨을 만난다. 제다이 콰이곤과 소년 아나킨의 만남은 스타워즈 스토리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콰이곤은 “인연없는 만남은 없다”며 앞으로 펼쳐질 뒷이야기를 시사한다. 아미달라 여왕 일행은 고장난 우주선 ‘누비안’을 수리하기 위해 들른 고물상 ‘와투’의 집에서 아나킨을 만난다. 아나킨은 와투의 노예다. 이들은 초광속기기의 부품이 필요한데 살 수가 없다. 타투인은 공화국의 힘이 미치지 못해 돈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나킨은 우주선 경주인 포드경주에 나서 우승해 그 상금을 제다이에게 주겠다고 제안한다. 희대의 딜이 성사된다. 제다이 콰이곤은 고물상 와투에게 제안을 한다. 그의 노예인 아나킨이 경주에 나가는 것을 승낙한다면 그 대가로 (만약 아니킨이 우승한다면) 상금의 절반을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콰이곤은 누비안 전투기를 담보로 아나킨의 경주대회 참가비를 빌려달라고 한다. 만약 아나킨이 우승하면 남은 우승상금으로 참가비 대출을 갚고 초광속기기 부품을 사겠다고 한다. 이 제안에 와투는 “딜”을 외친다. 전혀 손해볼 일이 없는 제안이기 때문이다. 만약 아니킨이 우승하면 우승상금의 절반에다 참가비 대출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초광속기기 부품도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반면 아니킨이 우승하지 못하면 대출금 담보로 잡았던 누비안 우주선이 자신의 몫이 된다. 오비완은 “우승하지 못하면 어쩌려고 하느냐”며 우려를 하지만 콰이곤은 “방법이 없잖아”라면서 밀어붙인다. 콰이곤이 승부수를 던질 수 있었던 이유는 ‘합리적 기대이론’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합리적 기대이론이란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해 경제상황의 변화를 합리적으로 예측하고, 이에 맞게 대응을 한다는 이론이다. 1970년대 나온 이 이론은 경제침체 때 단기적인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을 쓰기를 요구하던 케인즈 학파에 일격을 날렸다. 즉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면 은행은 향후 경기가 풀려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해 미리 금리를 올려서 기업이 돈을 빌리기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업은 그대로고 물가만 올라가게 된다. 콰이곤은 아나킨의 눈빛을 보고는 신뢰를 갖게 된다. 이어 아나킨의 혈액을 채취해 ‘미디클로리언’ 수치를 검사한다. 수치는 역대 최고다. 미디클로리언 수치가 높을수록 일반인보다 제다이의 포스가 뛰어나다. 콰이곤은 아나킨의 우승을 확신하고,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선 누비안을 내놓는다. 와투는 콰이곤이 멍청한 결정을 했다고 믿었다. 아나킨의 경쟁자인 ‘세불바’는 지금까지 진 적이 없고, 아나킨은 우승한 적이 없다. 그래서 세불바에게 우승 베팅까지 한다. 하지만 콰이곤의 선택은 여러 정보를 결합해 내놓은 것으로 결코 도박이 아니었다.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해서 결론지은 ‘합리적 기대에 기반한 결정’이었다.
- 영화 속 경제
- [우정(郵政)이야기]경주엑스포 ‘유라시아 문화특급’ 기념우표(2015. 07. 27 16:40)
- 2015. 07. 27 16:40 경제
- 기념우표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하는 우표다. 국가와 지자체의 행사를 알리거나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한 우표라고 생각하면 알기 쉽다. 역사적으로 기념할 가치가 있는 위인·사건 등을 기리는 (시리즈) 우표도 기념우표에 포함된다. 1년에 20여종이 발행되는 게 보통이다. 물량은 100만장에서 1000만장까지 폭이 크다. 노출빈도 수에서 단연 주목받는 게 엑스포 기념우표다. “세계 각국의 문화와 과학·기술정보를 교환하는 축제의 장에 동참하는 문화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이유”라는 게 황철연 우표사업단 우표정책과 사무관의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엑스포 기념우표는 총 10회다. 1964년 뉴욕박람회 참가기념 우표를 시작으로 캐나다 세계박람회(1967년), 일본 만국박람회(1970년), 대전 엑스포(1990년·1991년·1992), 고성 공룡세계박람회(2006년), 여수 세계박람회(2012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2013년), 경주 세계문화엑스포(2013년, 2015년) 기념우표 등이 발행됐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7월 10일 ‘실크로드 경주 2015’를 기념해 ‘유라시아 문화특급’을 주제로 디자인한 기념우표. | 우정사업본부 제공 개도국으로서 처음 한국에서 열린 대전 엑스포와 관련한 기념우표가 세 종류로 가장 많다. 첫 번째는 1990년 전문박람회로 국제박람회기구(BIE)의 공인을 받은 것을 기념한 우표다. 1991년에 발행된 우표는 대전 엑스포의 대표적 기념물인 ‘93의 상징탑’을, 1992년에 발행된 우표는 공식 마스코트인 ‘꿈돌이’를 소재로 ‘새롭게 도약하는 한국’을 표현했다. 대전 엑스포는 범국가적·범국민적 행사로서 의의를 기념하고 이를 국내외에 홍보하기 위한 취지가 담겨 있다. 2013년과 지난 7월 10일 두 차례 발행된 경주 세계문화엑스포는 또 다른 차원에서 발행된 기념우표다. 문화 재조명이 그 목적이다.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은 “실크로드 국가들과 경상북도, 경주시 등 40여개국이 참가하는 문화대축전을 통해 문화의 힘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면서 “특히 지난 7월 10일 나온 우표는 ‘유라시아 문화특급’을 주제로 신라인들이 수천년 전에 걸었던 실크로드를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문화의 사회적 가치는 삶의 질 향상이다. 문화의 교류와 소통이 활발할수록 사회적 행복감은 커진다. 현대사회에서 거리는 교류와 소통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육로로 1만8000㎞나 떨어진 경주와 터키 이스탄불이 소통하고 있다. 동서양 문명 교차로 ‘실크로드’의 동서쪽 기점을 잇는 ‘경주 세계문화엑스포’가 그 장이다. 이 엑스포는 동서의 문화를 구체적 공간에서 구체적으로 융합하는 보기 드문 행사다. 이스탄불은 세계적인 관광도시다. 이탈리아 로마, 그리스 아테네, 일본 교토,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등과 함께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고도다. 특히 이스탄불은 연간 3500만명이 찾는다. 천년고도 경주 역시 고대문화로 상징되는 미래의 중심도시가 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경주는 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풍부한 문화자산을 갖고 있는 최적의 도시다. 경주 세계문화엑스포는 ‘실크로드 경주 2015’라는 이름으로 경주시 일대에서 오는 8월 21일부터 10월 18일까지 59일간 진행된다. 2013년에는 이스탄불에서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이 열렸다. 총 관람객이 487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올해 행사를 계기로 미래의 명품도시로서 경주의 위상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서라벌의 문화와 과학을 경험할 수 있는 올가을이 더욱 기다려진다.
- 우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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